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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쿠르드군이 19일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가 장악한 이라크 북부 신자르 산 일대를 탈환했다. BBC 등에 따르면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 군사조직 페슈메르가는 이날 미군의 공습 지원을 받으며 시리아 접경의 이라크 북부 전략지인 신자르 산 주변 7개 마을과 주마르 시를 손에 넣었다. 신자르 지역 탈환은 IS가 본격적으로 세력을 확대한 6월 이후 이라크 북부에서 페슈메르가가 거둔 가장 큰 성과다. IS는 올해 8월 초 소수종교 부족인 야지디족이 사는 신자르 지역을 손에 넣었고 이들에게 이슬람교 개종을 강요하고 이를 거부하면 대량 학살했다. IS는 야지디족 여성 수백 명을 인신매매하거나 조직원과 강제로 결혼시켜 ‘성노예’로 만들기도 했다. 쿠르드군의 사령관 마스루르 바르자니는 “8000명의 페슈메르가 요원들이 IS의 봉쇄망을 뚫고 산 정상에 고립돼 있던 야지디족 주민 수천 명의 탈출로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한편 IS가 전사자 급증 등으로 사기 저하와 조직 이탈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1일 보도했다. IS는 8월부터 미국이 주도한 공습 등으로 최근 점령지역을 하나둘 빼앗기고 있다. 시리아인권관측소(SOHR)가 집계한 결과 7일까지 코바니에서 IS 조직원 1400여 명이 사망했다. 시리아 최대 유전지대인 동부 데이르에즈조르에서 활동하는 IS 조직원은 FT에 “사기가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바닥을 쳤다”며 “모험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외국 조직원들은 이제 지쳤다”고 전했다. FT는 현지의 활동가를 인용해 IS가 근거지인 시리아의 락까를 이탈해 고국으로 돌아가려던 외국 국적의 대원들 100명을 처형했다고 전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이제 세상은 새로운 천년을 맞지/하늘의 별까지 닿고 싶은 인간은/유리와 돌 위에 그들의 역사를 쓰지/돌 위엔 돌들이 쌓이고, 백년이 지나 또 한 세기가 흐르고….” 빅토르 위고 원작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대성당들의 시대’란 노래로 시작한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은 루이 7세 시절인 1163년부터 짓기 시작해 1345년에 완성됐다. 짓는 데 182년이나 걸린 셈이다. 하늘에 가까이 닿고자 하는 사람들의 염원이 담긴 대성당은 이후 850년이 넘도록 보존되면서 파리 한복판에서 수많은 전설을 만들어냈다. 외신에서 꼽은 올해의 ‘10대 뉴스’ 중 하나는 유럽우주기구(ESA)가 발사한 로제타호의 로봇탐사선 필레가 최초로 혜성 착륙에 성공한 것이었다. 로제타호는 2004년 3월 프랑스령 기아나 우주센터에서 발사돼 10년 8개월 동안 65억 km를 날아갔다. 로제타호의 여정은 영화 ‘인터스텔라’ 열풍과 함께 온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영화 속에서 우주선이 블랙홀의 중력을 역이용했듯이 로제타호도 지구와 화성의 중력을 모두 4차례 역이용했고 영화에서 우주인들이 산소와 식량을 아끼기 위해 동면에 들어간 것처럼 로제타호도 전원을 끄고 운항하다가 3년 만에 깨어나 혜성에 안착했다. 20년 넘게 준비해 온 로제타 프로젝트의 성공에 대해 유럽 언론들은 “대성당 정신(Cathedral Spirit)의 복귀”라며 환영했다. 대성당 짓기처럼 우주 탐사도 내 생애에 목표를 이루기보다는 세대를 이어서 실현해야 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로제타 프로젝트에 들어간 돈은 약 14억 유로(약 1조9000억 원). 그러나 문제는 예산이 아니었다. 정책적 의지가 관건이다. 냉전시기 미국과 소련 간의 인공위성 발사와 달 착륙 경쟁을 씁쓸한 눈빛으로 바라봤던 유럽의 과학자들은 1975년 ESA를 설립했다. 본부는 파리에 있지만 독일 네덜란드 스페인 등에 수많은 연구시설이 분산돼 있다. 유럽의 기술이 총집결된 에어버스 항공기가 동체는 프랑스에서, 날개는 영국에서, 수평꼬리는 스페인에서, 도색은 독일에서 맡아 생산되는 것과 비슷하다. 언뜻 비효율적으로 보이지만 이것이 유럽의 힘이기도 하다. 유럽연합(EU)의 기구들은 수차례 토론을 통해 어렵게 합의를 이끌어내지만 일단 합의만 하면 각국의 정치 변동과 관계없이 프로젝트를 안정적으로 밀고 나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왔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창조경제’ ‘디자인 서울’ ‘정보기술(IT) 생명공학 벤처 육성’ 같은 구호가 등장하지만 정권이 바뀌면 쉽게 잊혀지는 한국과는 다르다. 경제위기로 우울한 한 해를 보낸 프랑스인들에게 올해는 몇 가지 자존심을 세울 일이 있었다. 작가 파트리크 모디아노(문학상), 장 티롤 교수(경제학상) 등 노벨상 수상자 두 명을 배출했고 로제타호의 혜성 항해를 지휘한 인물도 프랑스 천체물리학자 장피에르 비브링이었다. 프랑스 일간 레제코는 “전 세계에서 ‘프랑스 때리기’가 유행이지만 프랑스인들은 기초학문 분야에서 묵묵히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도 올해는 참담한 비극적 사건이 줄을 이어 전 국민이 집단 우울증 증세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유럽에 ‘대성당의 정신’이 있다면 우리에게도 석굴암 불국사 같은 ‘천년사찰의 정신’이 왜 없겠는가. 내년엔 우리도 자기비하보다는 미래를 향한 큰 꿈을 준비하는 해가 되면 좋겠다. 꼴찌 팀을 맡아 가을야구에 성공한 LG 트윈스의 양상문 감독의 말을 되새기고 싶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강하다.”전승훈 파리 특파원 raphy@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 루블화 폭락 원인을 서방으로 돌리면서 우크라이나의 평화협상을 지지할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이날 연례 기자회견에서 최근 루블화 폭락에 대해 “국제유가 급락과 서방의 제재 같은 외부 요인 탓”이라며 “러시아 경제는 향후 2년간 최악의 상황을 맞겠지만 결국 다시 반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모스크바에 1000명이 넘는 내외신 기자들이 모인 가운데 TV로 생중계된 회견에서 “환율방어를 위해 외환보유액을 낭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로이터통신은 이날 푸틴 대통령이 특별한 루블화 안정대책을 내놓지 못해 기자회견 직후 루블화의 달러화 대비 환율이 3%포인트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1998년 이후 다시 국가부도 사태 위기에 몰린 푸틴 대통령은 서방의 제재를 풀기 위한 적극적인 유화 제스처를 내놓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그는 “미국과 유럽은 자유롭게 숲 속에서 딸기와 꿀을 먹고 있는 곰(러시아)을 항상 쇠사슬로 묶어두고 싶어한다”며 서방이 ‘신(新)냉전’의 벽을 세우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는 “단일 정치체제로 남길 바란다”며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크리스마스 이전에 반군과 정부군 간의 평화협상을 마무리할 뜻을 밝혔다. 푸틴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서방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부에 알리면서 우크라이나에서 한발 물러서겠다는 신호를 서방에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부 장관도 “우크라이나의 연방화를 원하지 않는다”며 우크라이나 동부의 친러시아 반군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뜻을 비쳤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크림 반도 병합에 대해서는 “러시아의 독립된 주권 방어에 대한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중국에 손을 벌릴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계 최대 외환보유액을 자랑하는 중국이 ‘구원투수’로 나선다면 러시아의 금융혼란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러시아가 중국에 1500억 위안(약 26조6000억 원) 규모의 통화스와프 발동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고 18일 보도했다. 롄핑(連平) 자오퉁(交通)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유동성 지원을 절실하게 원하고 있는 러시아로선 통화스와프가 이상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은 10월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러시아 방문 때 러시아연방중앙은행과 1500억 위안 한도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했다. 러시아가 요청해오면 양국은 미국 달러화로 교환하지 않고 위안화와 루블화를 직접 맞바꾸게 된다. 러시아의 대외 채무는 약 7000억 달러로 이 중 1250억 달러는 내년 말까지 갚아야 한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과 러시아의 통화스와프 체결에 대해 “서방 대 중-러 간 대결이라는 신냉전 구도가 더 명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자신이 꿈꾸던 21세기의 ‘차르’가 될 것인가. 국가 부도를 맞는 ‘제2의 옐친’이 될 것인가. 푸틴 대통령이 벼랑 끝 위기에 몰렸다. 》 국제 유가 급락과 루블화 폭락 사태가 이어지면서 러시아 금융시장이 ‘퍼펙트 스톰’(총체적 난국)에 빠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푸틴 대통령(사진)이 서방의 제재를 풀기 위해 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외관계에서 항복 선언을 할지 주목하고 있다.○ 떠나는 민심과 내부의 적 루블화 가치 폭락을 견디다 못한 러시아 정부는 17일 직접 시장 개입에 나섰다.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이날 “현재 우리의 외환보유액 가운데 시장 안정을 위해 언제든 처분할 수 있도록 쌓아둔 70억 달러(약 7조6700억 원) 중 일부를 매각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날 러시아 외환시장은 개장 직후 또다시 5% 하락했다가 정부의 달러 처분 소식이 알려지면서 다시 4.56% 상승하는 등 널뛰기 장세를 보였다. 전날 러시아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10.5%에서 17%로 올렸지만 루블화 폭락을 막지 못했다. 16일 루블화는 장중 한때 사상 최저 수준인 달러당 80루블, 유로화 대비 100루블 선을 넘어섰다. 푸틴 대통령의 ‘친구’로 불리는 에너지 관련 재벌들의 재산도 반 토막 나면서 푸틴의 권력 기반도 위태로워지고 있다. CNN머니에 따르면 푸틴의 최측근인 올리가르히(신흥 재벌) 15명이 올해 경제위기로 500억 달러(약 54조3350억 원)의 자산을 잃었으며 최악의 경우 푸틴 대통령에게 등을 돌릴 수도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최대 민영 가스업체 노바테크의 레오니트 미헬손 회장은 주가 폭락으로 87억 달러(약 9조4542억 원)를 잃었으며 푸틴 대통령의 ‘사냥 친구’로 알려진 블라디미르 리신 노볼리페츠크철강 회장도 재산의 50%를 날렸다.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알렉세이 쿠드린 전 재무장관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루블화 가치 하락은 정부의 경제조치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푸틴 대통령의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아나스타시야 네스베타일로바 영국 런던시티대 교수(국제경제학)는 “푸틴과 재벌 친구들이 시장의 통제를 상실한다면 군부 쿠데타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크림 반도 합병 이후 푸틴 대통령에게 높은 지지를 보내던 국민의 민심도 떠나고 있다. 16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러시아 최대 은행 스베르반크 지점에는 예금과 연금을 찾으려는 고객들이 줄을 이었다. 가치가 더 내리기 전에 루블화를 찾아 달러나 유로화로 환전하거나 수입 공산품이나 가구 보석 명품 등으로 바꿔 놓으려는 움직임이다. 18일부터 가격 인상을 예고한 이케아 가구매장에는 오전 2시에도 줄을 서는 광경이 목격됐다. 루블화 가치가 연일 하락하자 애플은 러시아에서 ‘아이폰’ ‘아이패드’ 등의 온라인 판매를 중단했다.○ 서방의 추가 제재와 러시아의 대응 미국은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압박에 나섰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6일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을 통해 “러시아 경제 제재 및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강화하는 법안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을 추가로 압박해 영토 확장 야욕을 차단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최근 의회가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이 법안은 러시아 국영기업들에 서방의 자본과 기술이 들어가는 것을 막고 있다. 또 동부지역에서 러시아와 교전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전술정찰 무인기(드론) 등 3억5000만 달러(약 3780억 원)어치의 군사 지원을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푸틴 대통령은 18일 모스크바에서 연례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서방 전문가들은 현재 그가 선택할 수 있는 해결책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백기를 들고 투항해 서방의 제재에서 벗어나는 길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안데르스 오슬룬드 선임펠로는 “푸틴 대통령이 현재 할 수 있는 일은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서 철수함으로써 서방의 금융제재를 멈추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반면 앤드루 커친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위원은 “푸틴이 오히려 우크라이나 등에서 과격 행동을 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CNBC는 “상처 입은 곰, 푸틴의 돌발행동을 조심하라”고 서방 지도자들에게 경고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국제유가의 잇따른 추락으로 러시아가 국가부도 사태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16일부터 기준금리를 10.5%에서 17%로 대폭 인상했다. 이 같은 인상은 1998년 러시아의 모라토리엄(채무불이행 선언) 사태 이후 최대폭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루블화의 통화가치 하락과 인플레이션 발생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외환시장에서 루블화는 백약이 무효인 듯 연일 급락세다. 15일 루블화 가치는 달러당 64.44루블로 9.7% 하락하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환율 방어를 위해 올해 모두 800억 달러를 쏟아부었으나 루블화 가치는 연초에 비해 49% 떨어졌다. 러시아 정부는 외국 자본 이탈이 올해 1340억 달러, 내년 12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 살고 있다는 한 주민은 “달러화를 은행에 맡기면 지점장이 차를 내주는 등 특별 대접을 받는다. 그렇지만 그런 사람이 드물다는 게 큰 문제다. 많은 돈을 지닌 이들은 이미 키프로스 등 조세회피 지역으로 떠나 환투기에 열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배리 아이컨그린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경제학)도 “금리를 인상한다고 해서 국제유가 하락, 서방의 제재, 광범위한 부패 등 러시아 경제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달 11일 러시아 무기와 석유산업 투자자에 대한 추가 제재를 담고 있는 ‘우크라이나 자유지원법’이 미국 의회에서 통과되자 러시아 외환시장이 다시 한 번 크게 흔들리고 있다. 문제는 러시아의 내년 경제 전망이 더 어둡다는 점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대에 계속 머물면 내년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이 4.5∼4.7%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월가의 투자정보지인 ‘가트먼 레터’의 데니스 가트먼 대표는 “조만간 환율이 달러당 100루블까지 폭등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무역업을 하는 드미트리 바키모프 씨는 “서민들은 루블화 약세 때문에 해외여행이나 가족 여행을 취소하고 달러화를 집 안에 묻어두고 ‘비 오는 날’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러시아의 대외채무는 약 7000억 달러로 이 중 1250억 달러를 당장 내년까지 갚아야 한다. 그러나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 은행과 기업이 해외에서 돈을 빌릴 수 없어 러시아가 제2의 국가부도 사태로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사람들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준비하지 못한 것들을 걱정하지만 삶이 선물한 좋은 일들을 떠올려라.” 프란치스코 교황(사진)은 14일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 모인 5만여 명의 신자와 순례객에게 크리스마스를 좀 더 즐겁고 기쁘게 보내길 기원했다. 교황은 이날 삼종기도를 올리기 전 “인간은 누구나 마음속으로 기쁨을 갈망한다. 모든 가족과 사람은 행복을 열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마음의 평화를 잃고 고통 속에서 힘겨워하고 찡그리는 많은 신자들의 얼굴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며 “그러나 ‘슬퍼하는 성인(聖人)’은 들어본 적이 없다. 성인들은 늘 기쁨에 차 있는 표정을 짓는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이날 저녁 로마 교외의 노동자 계층이 많이 사는 지역의 성당에서 아기 예수 탄생의 기쁨을 준비하는 주일미사를 집전했다. 교황은 미사 강론에서 “오늘은 가톨릭교회에서 ‘환희의 주일’로 부르는 날”이라며 “기쁨의 선교사가 되는 것은 주변에 어려움에 빠진 이들을 돕는 생활태도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회 앞에서 일부 신자들은 17일 생일(78세)을 맞는 교황을 위해 ‘생일 축하합니다’라는 팻말을 흔들었다. 교황은 성당을 떠나며 신자들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리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여러분, 기쁨을 잊지 마십시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여성의 축구장 입장이 법으로 금지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남장을 하고 축구장에 입장한 여성이 경찰에 체포됐다. 14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날 지다의 알자우하라 축구장에서 열린 홈팀 알이티하드와 방문팀 알샤밥의 경기장에서 10대로 보이는 여성 팬이 남자 옷을 입고 경기를 관전하다 보안요원에게 발각돼 경찰에 넘겨졌다. 당시 이 여성은 한산한 방문팀 응원석에 홀로 앉아 선글라스와 커다란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검은색과 흰색으로 꾸며진 알샤밥 응원용 스카프를 목에 두르고 있었다. 수도 리야드를 연고로 하고 있는 알샤밥은 축구선수 박주영이 뛰고 있는 팀이다. 사우디 경찰청 대변인 아티 알 쿠라시는 성명에서 “이 여성은 온라인으로 티켓을 사고 입장했으며 축구 관람과 관련된 당국의 규정은 엄격히 준수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슬람의 보수주의 ‘살라피즘’의 전통이 강한 사우디에서는 공공장소에서 남녀 구별이 매우 엄격하다. 축구경기장에서는 여성의 입장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고 여성은 운전도 할 수 없다. 또 외출할 때는 반드시 남성 보호자인 ‘마흐람’이 동반해야 한다.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사우디에서 열린 국가대표 평가전에서 한국인 여성 팬들이 경기장에 들어가지 못하기도 했다. 최근에야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외국 여성 기자들에 한해 예외적으로 축구장 문호가 개방될 정도다. 한편 경찰에 체포된 사우디 10대 여성이 축구장에 앉아 있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유튜브에 올려지면서 중동지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누리꾼들은 “사우디 축구장에서 여성 팬이 레드카드(퇴장 명령)를 받았다”라고 조롱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낮에는 대기업 임원, 밤에는 테러 선동가.’ 서방의 젊은이들에게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 가입을 선동해 온 유명 트위터 계정의 운영자가 경찰에 체포됐다. 뜻밖에도 인도의 한 대기업 임원으로 밝혀졌다. 인도 경찰은 13일 IS를 지지하는 트위터 계정의 운영자인 메흐디 비스와스(24·사진)를 체포했다. 그가 관리한 ‘@ShamiWitness’ 트위터 계정은 팔로어가 1만7700여 명이고 매월 200만 번 조회될 만큼 IS를 지지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사이버 계정 중 하나로 꼽힌다. 그는 인도 카르나타카 벵갈루루에 있는 식품 대기업에서 임원으로 일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대기업 임원과 테러 선동가의 ‘이중생활’은 11일 영국 방송 채널4에 비스와스의 인터뷰가 방영되면서 탄로 났다. 그는 수십만 건에 이르는 트위터 글을 통해 서방 인질의 참수 살해를 칭송하는가 하면 아시아 국가에 대한 테러 전쟁이 필요하다고 선동하기도 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2010년 유럽 재정위기의 근원지였던 그리스가 또다시 국제금융 시장의 ‘태풍의 눈’으로 등장했다. 그리스 정부가 내년 2월로 예정된 대통령 선출을 연내로 두 달 앞당기기로 결정한 가운데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급진좌파가 집권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안토니스 사마라스 그리스 총리는 9일 대통령 선출을 이달 17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국제 채권단의 반대로 연내 구제금융 졸업이 무산되자 연정이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내던진 승부수다. 사마라스 총리는 스타브로스 디마스 전 외교장관(73)을 대통령 후보로 내세웠다. 그리스에서 대통령은 실권이 없는 상징적 자리이지만 정권의 ‘신임투표’ 성격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리스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국민이 아닌 의회에서 선출한다. 의회 정원(300명)의 3분의 2 이상 찬성이 있어야 당선된다. 17일로 예정된 1차 투표에서 당선에 필요한 의석수를 얻지 못하면 23일 2차 투표가 실시된다. 여기에서도 당선자가 나오지 않으면 29일 3차 투표에서 승부가 가려진다. 3차 투표에서는 당선에 필요한 의석수가 정원의 5분의 3 이상, 즉 180석 이상으로 다소 낮아진다. 신민주당, 사회당으로 구성된 집권 연정은 현재 155석을 갖고 있다. 사마라스 총리가 무소속 의원 24명을 설득한다 해도 179석에 불과하다. 3차까지 대통령이 선출되지 않으면 그리스 연정은 해체되고 내년 2월 1일에 총선이 치러지게 된다. 사마라스 총리가 ‘정치 도박’에 나선 것은 시간을 끌어봐야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국제금융 시장에 충격을 줌으로써 유럽연합(EU)과 국민들에게 긴축에 반대하는 제1야당 시리자의 집권 위험성을 경고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시리자가 현 연정을 물리치고 제1당으로서 정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시리자는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집권 신민당을 5%포인트 앞서고 있다. 시리자를 지지하는 이들이 많아진 이유는 현 정부가 단행한 긴축정책으로 실업률이 치솟은 데다 서민들의 생활고가 가중됐기 때문이다. 시리자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당수는 그리스 정부가 EU와 국제통화기금(IMF)과의 구제금융조건을 재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으며 자신이 집권하면 채무의 50% 탕감을 관철할 것이라고 언급해왔다. 한편 긴축에 반대하는 시리자가 총선에 승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그리스 아테네증시 ASE지수는 9일 전일 대비 13%나 폭락해 1987년 이후 27년 만에 일일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유전자(DNA) 이중나선 구조를 밝힌 미국 과학자 제임스 왓슨(86)이 생활고 때문에 경매로 팔았던 노벨상 메달을 돌려받게 됐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단 아스널을 소유한 러시아 재벌 알리셰르 우스마노프 회장(61)은 4일 뉴욕 경매에서 왓슨의 노벨상 메달을 475만 달러(약 53억 원)에 낙찰받은 주인공이 자신이라고 공개하며 이 메달을 주인에게 돌려줄 계획을 밝혔다고 9일 영국 BBC가 보도했다. 우스마노프 회장은 자신의 부친이 암으로 사망한 사실을 밝히면서 “암 치료 연구에 밑거름을 제공한 왓슨이 이 메달의 올바른 소유자”라며 메달을 돌려주겠다고 밝혔다. 철강과 정보통신기업에 투자하고 있는 우스마노프 회장은 세계 억만장자 순위 50위에 올라 있는 부호다. 왓슨은 DNA의 이중나선 구조와 기능의 비밀을 밝혀내 196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또 인체의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게놈’ 해독 프로젝트의 초대 책임자를 지냈다. 하지만 흑인 차별 발언으로 사회적 비난을 받고 생계가 어려워져 결국 생전에 메달을 경매에 내놓은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가 됐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남자들은 하이힐을 신은 여성을 보면 친절해진다.’ 프랑스 사회심리학자 니콜라 게겐 남(南)브르타뉴대 교수 연구팀은 최근 여성들이 즐겨 신는 하이힐이 남성들의 반응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는 실험 결과를 학술지 ‘성행동 기록’을 통해 발표했다. 단화보다는 하이힐을 신은 여성에게 남성이 호의적이라는 것이다. 연구팀은 프랑스 북서부 브르타뉴 거리에서 동일한 키와 신체조건을 가진 4명의 여성이 9cm의 하이힐, 보통 구두, 단화를 번갈아 신고 3차례에 걸쳐 장갑을 떨어뜨렸을 때 180명의 남녀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관찰했다. 실험 결과 하이힐을 신은 여성에게는 남성의 93%가 장갑을 돌려주려고 쫓아갔다. 반면 보통 구두를 신은 여성에게는 52%가, 단화를 신은 여성에게는 43%만이 장갑을 집어줬다. 또 19세 여성이 길거리에서 90명에게 설문조사를 요청하는 실험에서도 남성들은 여성이 하이힐을 신었을 때 응답률이 82%였으나 단화를 신었을 때는 42%에 그쳤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프랑스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을 나치 수용소로 실어 날랐던 ‘홀로코스트 열차’로 인해 피해를 본 미국인들에게 배상금을 물어 주기로 했다고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가 보도했다. 프랑스 외교부와 미국 국무부는 5일 프랑스 국영철도(SNCF)의 나치 부역으로 피해를 본 희생자 유족과 생존자들을 위해 6000만 달러(약 670억 원)의 배상기금을 마련하겠다고 합의했다. 프랑스 정부가 기금을 마련하며 운영은 미국 정부가 맡는다. 이번에 마련된 배상기금은 미국인 250명을 비롯해 외국인 홀로코스트 생존자와 가족을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또 SNCF는 앞으로 5년간 미국, 프랑스, 이스라엘에 있는 홀로코스트 박물관에 400만 달러를 지원할 계획이다. SNCF는 친나치 비시 정권 시기인 1942∼1944년 7만6000명의 유대인을 화물기차에 실어 나치 수용소로 보냈다. 이 중 3000명만 살아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국 메릴랜드, 뉴욕, 플로리다, 캘리포니아 주 의원들은 SNCF가 유대인들을 나치 수용소로 실어 날랐던 과거를 문제 삼으면서 피해자들에게 배상을 먼저 하지 않으면 입찰을 금지하겠다고 경고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영국 대영박물관이 소장 중인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 조각물인 ‘엘긴 마블’이 200년 만에 첫 해외 나들이에 나섰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예르미타시(에르미타주) 박물관 개관 250주년을 맞아 5일부터 ‘강(江)의 신 일리소스’ 조각상이 러시아에서 대여 전시에 들어갔다. 엘긴 마블은 파르테논 신전 상단 외벽을 장식했던 대리석 조각물의 일부로 19세기 초 그리스를 지배했던 오스만튀르크에 대사로 부임했던 영국 외교관 엘긴 경이 본국으로 가져오면서 현재의 이름이 붙었다. 이집트 로제타스톤과 함께 대영박물관 최고의 관람 유물로 인기가 높다. 하지만 안토니오 사마라스 그리스 총리는 6일 성명에서 “영국이 훔쳐간 그리스의 대표적 유물을 러시아에 빌려준 것은 그리스 국민에 대한 모욕”이라고 성토했다. 그는 “그리스 문명은 그리스인과 동일체로 해체나 임대, 양도될 수 없는 대상”이라며 “이번 조치로 ‘파르테논 조각물을 외부로 옮길 수 없다’는 대영박물관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었다”고 비난했다. 그리스는 이번 사건에 대해 유네스코를 통한 중재를 밀어붙이는 한편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의 부인이자 변호사인 아말 클루니 씨를 내세워 법적 대응도 추진 중이다. 영국 자유민주당의 앤드루 조지 하원의원은 “그리스의 반환 요구를 무시하고 신(新) 냉전 위기를 가져온 러시아에 이를 임대한 것은 최악의 결정”이라고 자성을 촉구했다. 반면 대영박물관 측은 “엘긴 마블을 안전하게 돌려받는다는 보장이 있는 한 임대할 수 있다”며 “그러나 그리스는 누가 영유권을 갖고 있느냐는 관점에서 접근하기 때문에 대화가 교착 상태에 있다”고 말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스웨덴의 중도좌파 연정이 출범 2개월 만에 붕괴됐다. 사회민주당과 녹색당의 소수 연정을 이끌어온 스테판 뢰벤 총리는 3일 의회가 정부 예산안을 부결한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내년 3월 22일 조기 총선을 제안했다. 스웨덴에서 조기 총선이 치러지기는 1958년 이후 처음이다. 이번 사태는 정부의 내년 예산안이 3일 의회 표결에서 중도우파 야당연합과 극우 스웨덴민주당의 반대로 총 349표 가운데 과반에 못 미치는 153표의 찬성표를 얻는 데 그치면서 벌어졌다. 뢰벤 총리는 1일 예산안이 부결되면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원내 제3당인 극우 스웨덴민주당은 난민 수용을 절반으로 줄이지 않으면 예산안을 부결시키겠다며 정부를 강하게 압박했다. 이 당은 시리아 이라크 소말리아 등 분쟁지역 난민 신청이 내년에 역대 최고인 9만5000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번 조기 총선을 이민정책에 대한 ‘국민투표’ 성격으로 치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뢰벤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스웨덴민주당이 스웨덴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겠다. 내년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연정 파트너인 구스타브 프리돌린 녹색당 당수도 “인종 혐오주의를 주장하는 정당이 스웨덴 정치판을 쥐고 흔드는 ‘독재’를 하지 못하도록 싸우겠다”고 말했다. 스웨덴 사민당은 9월 총선에서 증세를 통한 복지 강화를 앞세워 8년 만에 정권을 탈환했다. 그러나 녹색당과만 소수연정을 꾸리는 바람에 과반 의석을 점하지 못해 불안하게 국정을 운영했다. 내년 3월 조기 총선 비용으로 2억5000만 크로나(약 370억2300만 원)가 들 것으로 예상된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정전협정 체결 61년 만에 6·25전쟁 참전 기념비가 영국 런던에 세워졌다. 영국은 6·25전쟁 때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8만1084명의 전투 병력을 파병해 1106명이 전사했지만 참전 16개국 가운데 유일하게 참전 기념비가 없었다. 템스 강변의 영국 국방부 인근 임뱅크먼트가든에 설치된 영국군 참전 기념비는 3일(현지 시간) 제막식을 갖고 일반에 공개됐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런던의 상징물인 빅벤과 대관람차 ‘런던아이’가 한눈에 보이는 곳이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영국의 한국전 참전용사들이 ‘잊혀진 전쟁’에서의 희생을 기리는 기념물을 건립해 달라는 수년간의 청원 끝에 결실을 거둠으로써 그들의 ‘마지막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었다”고 보도했다. 영국 가디언도 “한국이 정전 60여 년 만에 참전 영국 군인들의 희생에 감사를 표했다”며 “기념비 건립 비용 100만 파운드(약 17억5000만 원)도 한국 정부와 한국 기업, 영국 내 한국 교민들이 부담했다”고 전했다. 이날 제막식에는 6·25전 참전용사 320명을 비롯해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영국 여왕의 사촌인 글로스터 공작, 임성남 주영국 대사, 마이클 팰런 영국 국방부 장관 등 양국 인사 500여 명이 참석해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렸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윤 장관을 통해 전한 축사에서 “돈독한 양국 관계의 상징인 참전 기념비를 통해 앞선 세대의 고귀한 희생과 헌신이 후손들에게 전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도 글로스터 공작을 통해 “참전 기념비가 두 나라 우호 증진의 가교가 될 것”이라고 치하했다. 지난해 11월 박 대통령이 영국을 국빈 방문해 윌리엄 왕세손과 함께 기념비 기공식을 한 것을 계기로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이날 결실을 보게 됐다. 기념비 건립을 추진해 온 참전용사 앨런 가이 씨(82)는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영광스러운 장소에 훨씬 큰 기념비가 들어섰다”며 “꿈이 이뤄졌다”고 반겼다. 참전 기념비는 흰색 포틀랜드석을 깎아 만든 5.8m 높이의 첨탑 앞에 영국 조각가 필립 잭슨이 조각한 영국군 청동상이 서 있는 형태로 만들어졌다. 첨탑 4개 면에는 한반도 지도와 태극기, 영국 국기, 유엔기, 한반도의 풍경이 새겨졌다. 당시 전쟁에서 영국군 1106명이 전사하고 1060명이 포로로 잡혀 고초를 겪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기념비 주위의 바닥 석재는 전쟁 당시 격전지였던 경기 포천시에서 재료를 가져와 사용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이 서방의 제재 압력에 백기를 들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우회하는 새로운 가스관으로 야심 차게 준비해 온 ‘사우스스트림(South Stream)’ 건설 계획을 전격 폐기한 것이다. 터키를 국빈 방문한 푸틴 대통령은 1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사우스스트림 가스관이 지나는 불가리아로부터 관련 허가를 받지 못했다”며 “유럽연합(EU)이 건설을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더이상 사업 투자를 진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동행한 알렉세이 밀레르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 사장도 기자들에게 사업이 종료됐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결정에 대해 “보기 드문 푸틴의 외교적 패배이자 보기 드문 미국과 EU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사우스스트림 건설로 남동부 유럽에 영향력 강화를 시도했으나 서방과 관계가 악화되면서 무산됐다는 분석이다. EU의 비협조를 이유로 댄 것은 변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사우스스트림은 흑해 해저 터널을 거쳐 불가리아 세르비아 헝가리 오스트리아 등 남동부 유럽 6개국에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220억 달러(약 24조3386억 원) 규모의 초대형 사업으로 2012년 불가리아와 세르비아에서 착공했다. 그러나 3월 러시아의 크림 반도 합병에 EU가 경제 제재에 나서면서 난항을 겪기 시작했다. 가스프롬의 경영진이 제재 대상에 포함되자 EU 회원국인 불가리아가 6월 공사 중단 조치를 내렸다. 우크라이나를 거치는 다른 유럽행 가스관과 달리 사우스스트림은 흑해 해저터널을 통하기 때문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제재를 피해 유럽에 가스를 수출할 수 있는 새 수출로가 될 것으로 자신해 왔다. 반면 다른 유럽 국가들은 이미 유럽 가스 수입의 30%를 차지하는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 왔다. 알렉산드르 노바크 러시아 에너지장관은 “외교·경제적 압박에 푸틴 대통령이 직접 사업 폐기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의 에너지 담당 외교관을 지낸 카를로스 파스쿠알 씨는 “유럽 소비자들은 추가 가스관 건설로 생길 수 있는 더 많은 비용을 내지 않아도 되게 됐다”며 “유럽의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남부와 터키를 연결하는 일명 ‘블루스트림(Blue Stream)’ 프로젝트를 통해 터키와 에너지 협력을 늘려 맞서겠다는 방침이다. 러시아는 터키 가스 공급량을 연간 190억 m³로 20% 더 늘리는 한편 가격도 내년부터 6% 내리겠다고 밝혔다. 밀레르 가스프롬 사장은 “가스프롬이 터키와 그리스 국경에 새로운 가스 허브를 건설하겠다”고 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이날 러시아와 터키의 에너지 협력에 대해 “NATO 회원국인 터키는 러시아 제재에 동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NYT는 “터키가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서 줄타기를 통해 이득을 챙기고 있다”고 전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유엔기구인 세계식량계획(WFP)이 기금 부족으로 1일부터 170만 명의 시리아 난민들에게 식량구매권을 제공하는 계획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WFP 측은 “외부 지원이 없다면 요르단 레바논 터키 이라크 이집트 등에 머물고 있는 시리아 난민들이 배고픔 속에 겨울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어서린 커즌 WFP 사무총장은 “12월 한 달에만 시리아 난민에게 식량을 지원하는 데 드는 비용이 6400만 달러(약 710억 원)에 이른다”며 도움을 호소했다. WFP는 그동안 시리아 난민이 현지 가게에서 식량을 구입할 수 있는 식량구매권 제공 프로그램에 약 8억 달러(약 8880억 원)를 투입해 왔다. 앞서 WFP는 지난달 향후 6개월간 해외로 망명한 시리아 난민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4억1260만 달러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최근 시리아에서 무장 테러집단 ‘이슬람국가(IS)’로부터 딸을 구출해낸 네덜란드 어머니에 이어 IS 전사로 가담한 10대 아들을 시리아 전장에서 구해낸 영국인 아버지의 ‘용감한 부정(父情)’이 화제다. 지난달 30일 영국 선데이타임스에 따르면 영국 웨일스 카디프에 사는 카림 모하마디 씨는 최근 집에서 3200km나 떨어진 시리아의 IS 근거지에 단신으로 뛰어들어 열아홉 살짜리 아들 아흐메드를 구해내 본국으로 무사히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 토목공학을 전공한 대학생 아흐메드는 올해 초 시리아 난민을 위한 인도주의 봉사활동에 참여한다며 터키로 떠났다가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아버지는 6월 아흐메드와 같은 동네 친구인 레야드 칸(21)과 나세르 무타나(20)가 IS의 대원 모집 홍보 동영상에 등장한 것을 보고 아들도 IS 대원이 됐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직접 행동에 나섰다. 이라크 쿠르드계 출신인 모하마디는 터키를 통해 시리아 국경을 넘어 쿠르드족 지역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아흐메드의 행방을 수소문한 끝에 결국 그를 찾아냈다. 아버지 손에 이끌려 7월 영국으로 돌아온 아흐메드는 테러방지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지만 ‘탈(脫)과격화’ 교육을 받는 조건으로 풀려날 수 있었다. 지난해 영국에서 이 전향교육을 받은 사람은 총 1281명으로 전년도에 비해 58%가 늘었다고 영국 더타임스가 전했다. 현재 IS에 가담한 유럽 청년은 3000여 명으로 추정된다. 영국 정보 당국자는 “이들이 집으로 돌아오고 싶어도 정부가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부모들이 잘 안다”며 “모하마디는 시리아 전장에서 자식을 직접 구출해 온 첫 번째 영국인 부모”라고 말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일본이 숨기려 한다고 숨겨지지 않는 것이 위안부 강제동원의 진실이에요.” 13세 때 끌려가 일본군 성노예가 돼 참혹한 고통을 받았던 길원옥 할머니(87)가 11월 29일 프랑스 파리7대학에서 열린 강연에서 일본 정부가 조속히 위안부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길 할머니는 이날 ‘일본군 위안부 정의 회복과 전시 성폭력 근절을 위한 국제회의’에 참가해 “살아생전에 위안부 문제가 해결됐으면 하는 게 바람이다”라면서 일본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해 청중을 숙연케 했다. 이날 회의에서 일본 근대사 전문가인 하야시 히로후미(林博史) 간토가쿠인(關東學院)대 교수는 “고노(河野) 담화가 발표된 1993년 이후 위안부 문제와 관련된 문서가 500개 이상 발견됐다”면서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이 문서들이 위안부와 관련됐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고노 담화는 재조사 또는 경시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일제하 군의 책임을 분명하게 규정하는 데 이용해야 한다”면서 “이는 피해 여성의 인권과 존엄성 회복을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퍼트리샤 비저셀러스 국제형사재판소(ICC) 특별자문관도 ‘국제형사법하에서 노예제’라는 주제 발표에서 “노예매매금지법은 아시아태평양전쟁 중 행해진 일본군 성노예 범죄에도 적용할 수 있다”면서 일본 정부의 책임을 추궁했다. 길 할머니는 1일에는 소르본대에서 위안부 피해사실을 증언하는 강연회를 가질 예정이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정계 복귀를 선언한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59·사진)이 지난달 29일 야당 대표로 당선돼 2016년 대선 출마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달 28, 29일 치러진 중도우파성향 제1야당 대중운동연합(UMP) 대표 경선에서 사르코지는 64.5%의 득표율로 29.2%에 그친 경쟁 후보 브뤼노 르 메르 전 농림부 장관을 제치고 당대표로 뽑혔다. 이번 당대표 경선은 전자투표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투표 중 웹사이트가 사이버 공격을 받아 1시간가량 투표가 중단되기도 했다. UMP는 총 26만8000명의 당원 중 58%가 투표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1974년 정계 입문 이후 40년간 5번의 장관, 5년간의 대통령직을 수행했던 사르코지가 당대표로 선출됐지만 아직 차기 대선 후보까지 낙점 받은 것은 아니라는 평가다. 사르코지의 이번 득표율은 2004년 자신이 내무장관 시절에 당대표 경선에 나섰을 때 85.1%의 득표율을 얻었던 것에 비하면 크게 낮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10년 전보다 20%나 줄어든 사르코지의 당대표 경선 득표율은 더이상 사르코지의 마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며 우파 내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을 예고했다”고 보도했다. 르피가로는 30% 가까이 득표한 르 메르를 깜짝 주인공으로 치켜세우며 “사르코지의 재출발을 기념하는 축배를 르 메르가 대신 마셔버렸다”고 평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