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조기 대선’ 정국 혼란… 또다시 글로벌경제 뇌관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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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진좌파 집권 가능성 커지며… 아테네증시 27년만에 대폭락

2010년 유럽 재정위기의 근원지였던 그리스가 또다시 국제금융 시장의 ‘태풍의 눈’으로 등장했다. 그리스 정부가 내년 2월로 예정된 대통령 선출을 연내로 두 달 앞당기기로 결정한 가운데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급진좌파가 집권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안토니스 사마라스 그리스 총리는 9일 대통령 선출을 이달 17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국제 채권단의 반대로 연내 구제금융 졸업이 무산되자 연정이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내던진 승부수다. 사마라스 총리는 스타브로스 디마스 전 외교장관(73)을 대통령 후보로 내세웠다.

그리스에서 대통령은 실권이 없는 상징적 자리이지만 정권의 ‘신임투표’ 성격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리스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국민이 아닌 의회에서 선출한다. 의회 정원(300명)의 3분의 2 이상 찬성이 있어야 당선된다.

17일로 예정된 1차 투표에서 당선에 필요한 의석수를 얻지 못하면 23일 2차 투표가 실시된다. 여기에서도 당선자가 나오지 않으면 29일 3차 투표에서 승부가 가려진다. 3차 투표에서는 당선에 필요한 의석수가 정원의 5분의 3 이상, 즉 180석 이상으로 다소 낮아진다.

신민주당, 사회당으로 구성된 집권 연정은 현재 155석을 갖고 있다. 사마라스 총리가 무소속 의원 24명을 설득한다 해도 179석에 불과하다. 3차까지 대통령이 선출되지 않으면 그리스 연정은 해체되고 내년 2월 1일에 총선이 치러지게 된다.

사마라스 총리가 ‘정치 도박’에 나선 것은 시간을 끌어봐야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국제금융 시장에 충격을 줌으로써 유럽연합(EU)과 국민들에게 긴축에 반대하는 제1야당 시리자의 집권 위험성을 경고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시리자가 현 연정을 물리치고 제1당으로서 정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시리자는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집권 신민당을 5%포인트 앞서고 있다.

시리자를 지지하는 이들이 많아진 이유는 현 정부가 단행한 긴축정책으로 실업률이 치솟은 데다 서민들의 생활고가 가중됐기 때문이다. 시리자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당수는 그리스 정부가 EU와 국제통화기금(IMF)과의 구제금융조건을 재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으며 자신이 집권하면 채무의 50% 탕감을 관철할 것이라고 언급해왔다.

한편 긴축에 반대하는 시리자가 총선에 승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그리스 아테네증시 ASE지수는 9일 전일 대비 13%나 폭락해 1987년 이후 27년 만에 일일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그리스#조기 대선#정국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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