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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 백악관을 떠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인기 TV 쇼 프로그램에서 재취업을 위한 가상의 구직 인터뷰를 하며 특유의 유머감각을 뽐냈다. 17일 밤 코미디언 스티븐 콜베어가 진행하는 CBS의 ‘더 레이트 쇼’에는 오바마 대통령의 사전 촬영분이 방영됐다. 콜베어가 오바마 대통령의 집무실로 불쑥 찾아가 내년 초 새 대통령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실업자’가 되는 그에게 면접 기술을 가르쳐 준다는 설정이다. 면접관 역할을 맡은 콜베어는 일자리를 원하는 오바마 대통령이 건넨 이력서를 찬찬히 살펴본 뒤 “55세, 남자로서는 (일을 구해) 다시 시작하기는 힘든 나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지난 재임 기간을 암시하며 “지난 8년간 승진한 적이 없는데 그 이유를 설명해 달라”고 천연덕스럽게 물었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심드렁하게 “사실 내 마지막 일자리에서 승진할 여지는 많지 않았다. 더 힘센 자리에 앉을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인데, 바로 내 아내(미셸 오바마 여사)”라고 받아쳤다. 미국 대통령보다 높은 자리는 퍼스트레이디뿐이라는 농담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자신의 노벨 평화상 수상을 둘러싼 논란과 해외에서 태어나 애당초 미국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는 출생지 진위 공방(실제로는 하와이 출생) 등 그간 가슴 아팠던 주제들도 개그로 승화시켰다. “상을 받은 적이 있느냐”고 콜베어가 묻자 오바마 대통령은 “39개의 명예학위가 있고 노벨 평화상도 받았다”고 대답했다. 특히 노벨상에 대해서는 “솔직히 말해 여전히 수상 이유를 모르겠다”고 농을 건넸다. 콜베어가 “출생지가 어디냐”고 천연덕스럽게 묻자 “왜 그것을 묻느냐”라며 과장스럽게 노려봐 웃음을 유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인터뷰 중간중간에 11월 8일 대통령선거 투표 독려 메시지를 전달해 바쁜 시간을 쪼개 쇼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유를 명확히 했다. 그는 “지난 8년간 우리가 했던 일을 미래에도 이어갈 수 있도록 젊은이들이 투표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콜베어는 이번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하는지 직접 물어볼 수 없다면서 비유를 통해 지지 후보를 물었다. “100여 개 나라를 돌아다니는 ‘섬유질 강화 영양 바’와 담즙(bile·증오란 뜻도 있음)으로 가득 찬, 골든레트리버(큰 개의 한 종류) 털을 덮고 있는 쭈그러진 오렌지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하겠느냐”고 묻자 오바마 대통령은 주저하지 않고 “영양 바를 택하겠다”고 즉답했다. 영양 바와 쭈그러진 오렌지는 각각 국무장관 시절 수많은 외교 경험을 했던 클린턴과 성추문으로 일부 여성의 증오를 받고 있는 트럼프를 빗댄 표현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6일 CNN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55%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트럼프는 물론이고 클린턴의 지지율을 훌쩍 넘는 수치다. 오바마는 임기 말에도 여전히 뜨거운 자신의 지지율을 클린턴으로 옮겨 주기 위해 격무에도 지원 유세와 방송 출연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임기 종반 레임덕에 빠지기 일쑤인 한국 대통령들로서는 부러울 수밖에 없는 경이로운 지지율이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최근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열성 지지자 사이에서는 소셜미디어에 ‘#nextfaketrumpvictim’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글을 쓰는 것이 유행이다. ‘다음 트럼프의 거짓 희생자는’ 정도로 해석되는 이 운동은 트럼프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여성들을 비난하는 뜻을 담았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해당 여성들이 멀게는 30여 년 전 일어난 일을, 하필 대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 동시다발적으로 폭로하는 것에 다분히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다고 믿는다. 특히 배후엔 민주당이 있어서 잇단 폭로가 ‘조작됐다’고 본다. 이에 피해 주장 여성들이 9명으로 늘어났지만 트럼프의 도덕성을 의심하기보다는 ‘다음번은 누구냐’고 비아냥거리고 있는 것이다. 열세에 몰린 트럼프는 연일 ‘조작된 선거’라는 프레임을 짜는데 혈안이다. “언론의 의해 이번 선거가 완전히 조작됐다”고 주장해온 트럼프는 17일(현지 시간) 트위터에 “선거를 앞두고 대규모 부정선거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이 나서 “그럴 가능성이 없다. 과거에도 그런 의혹이있지만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들어났다”며 적극 해명했다. 공화당 1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도 나서 “이번 선거가 정직하게 치러질 것으로 확신한다”며 트럼프의 발언을 일축했다. 물론 트럼프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의 불평, 불만에 어느 정도 공감은 간다. 17일 미국 100대 언론매체 가운데 트럼프지지 매체가 한곳도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게다가 미 국무부가 클린턴 이메일 수사와 관련해 연방수사국(FBI)에 “일부 이메일을 기밀로 분류하지 않으면 편의를 봐주겠다”고 제안한 사실도 드러났다.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부부를 비롯한 핵심 정치권과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거대 언론의 전폭적 도움 속에 선거를 치르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가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정가 변방에서 떠돌다 대선 판에 입성한 트럼프는 주류 정치권, 언론, 재계에 대한 유권자들의 뿌리 깊은 불신과 반감으로 성장한 ‘괴물’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이날 공개된 CNN 여론조사에서 ‘대선 풍향계’인 오하이오 주에서 48%대 44%로 클린턴을 꺾었다. 역대 대선에서 오하이오를 차지한 자가 모두 백악관 입성에 성공했다. 트럼프는 “모든 언론의 (나에 대한)암살 이후 나온 대단한 수치”라고 격하게 반겼다. 궁지에 몰렸던 그에게는 가뭄에 단비처럼 느껴질 것 같다. 황인찬 기자 fatcat9@hanmail.net}
미국인 제시카 리즈(74)는 36년 전 뉴욕행 비행기 안에서 이코노미석에서 일등석으로 자리가 업그레이드되는 행운을 잡았지만 기쁨은 잠시뿐이었다. 옆자리에 앉은 도널드 트럼프(70·현 공화당 대선 후보)가 이륙 후 45분이 지났을 때 좌석 팔걸이를 젖히더니 가슴을 만지고 스커트 속에 손을 집어넣으려 했다는 것이다. 놀란 그가 비행기 뒤편 좌석으로 옮기고서야 추행은 멈췄다. 당시 38세였던 리즈는 12일 보도된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마치 문어 같았다. 그의 손은 (내 몸) 모든 곳에 있었다”고 회상하며 “2차 TV토론에 나온 트럼프가 ‘성추행 같은 것은 하지 않았다’고 말할 때 화면을 주먹으로 치고 싶었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성추행 의혹이 고구마 줄기처럼 잇달아 터져 나오며 미국 대선판의 폭로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음담패설 동영상에 이어 실제로 성추행을 당했다는 여성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대선 판은 온통 성추문 기사가 신문 방송을 뒤덮고 있다. 정작 중요한 국내외 현안들에 대한 정책 검증은 실종되고 있다. NYT는 2005년 한 부동산 투자회사의 안내 데스크에서 일했던 레이철 크룩스(33)도 인터뷰했다. 당시 22세였던 크룩스가 엘리베이터 앞에서 트럼프를 알아보고 인사를 하자 트럼프는 볼에 뽀뽀한 이후 바로 입에 키스했다. 크룩스는 “그렇게 할 수 있을 정도로 나를 하찮게 봤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11일 밤 확인을 요청하는 NYT에 “그런 일은 절대 없다”며 “(당신 신문은) 나를 역겨운 인간으로 만들고 있다”고 거세게 항의했다. 월간 애틀랜틱은 트럼프에게 성적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하는 여성이 리즈와 크룩스를 포함해 최소 5명 이상이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트럼프의 리조트에서 사진 보조로 일했던 민디 맥길리브레이, 전 피플지 기자인 나타샤 스토이노프, 트럼프가 주최하는 미인대회에서 일했던 질 하스 등 3명이 트럼프에게 추행을 당했다고 호소했다”고 전했다. 트럼프가 자신이 주최한 미인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옷을 갈아입는 중에 탈의실에 들어갔다는 주장도 나왔다. 2001년 미스 애리조나 출신인 타샤 딕슨은 12일 미 CBS2 방송 인터뷰에서 “당시 미스USA 대회 참가자들이 옷을 갈아입느라 나체, 또는 반나체 상태인데도 트럼프가 탈의실에 들어왔다”고 증언했다. 온라인매체 버즈피드는 트럼프가 1997년 미스 틴(teen) USA(14∼19세) 대회 탈의실에도 들어갔다고 전했다. 당시 51명의 10대 소녀들이 개인 칸막이도 없는 대형 탈의실을 함께 사용하고 있었다. 참가자인 머라이아 빌라도는 “트럼프가 ‘숙녀분들 걱정 마세요. 난 이런 것 많이 봤습니다’라고 말한 게 기억난다”고 전했다. 허핑턴포스트는 2010년 리얼리티 쇼 ‘어프렌티스’에 출연한 트럼프가 신인 가수 에밀리 웨스트에 대해 “피부가 거칠다”며 힐난했다고 출연진 발언 문서를 입수해 10일 공개했다. 트럼프는 “그녀의 피부, 피부가 엉망이다. 피부과에서 제대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깎아내렸다. 캐나다 첫 여성 총리인 킴 캠벨은 11일 캐나다 국영방송 CBS 인터뷰에서 트럼프에 대해 “동의 없는 성적 접촉은 성폭행”이라며 “유명인이기에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은 일종의 약탈”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음담패설 동영상 파문에 대해 “편의점 세븐일레븐에도 채용되지 못할 정도로 부적절한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11일 대표적인 경합 지역인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그린즈버러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 지원 유세에서 이렇게 말하며 트럼프의 ‘저속한 입’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트럼프 발언이) 옳지 않다는 것을 말하는 데는 누군가의 남편이거나 아버지일 필요가 없이 그저 인간이면 된다”며 아직도 트럼프를 지지하는 공화당 인사들을 향해 “(해당 발언에) 역겨움을 느끼면서도 여전히 그를 지지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대선 당시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 승리했지만 2012년에는 패배했다. 이번 대선에서도 최고 경합 주로 꼽히는 이곳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유세는 순탄치만은 않았다. 열성 공화당원들이 세 번이나 연설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유세 중 연단에 다가선 젊은 남녀가 ‘빌 클린턴은 성폭행범’이라고 쓰인 티셔츠를 드러내 보이다 경호원에게 제압당했고, 이어 청중석에서 누군가가 “빌 클린턴은 성폭행범”이라고 외쳤다. 오바마 대통령은 트럼프가 리얼리티 쇼의 사회자였던 것을 염두에 두고 “리얼리티 쇼의 오디션을 보는 모양”이라고 받아넘겼다. 몇 분 뒤 한 남성이 클린턴의 홍보 플래카드를 찢는 소동이 지나간 뒤에도 오바마 대통령은 “(의견 표출이 자유로운)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현장”이라며 정색을 피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소동이 돈을 노린 행동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의회전문 매체 ‘더힐’은 “보수적인 라디오 진행자인 앨릭스 존스가 지난달 말 전국 단위의 TV 유세 현장에서 ‘빌 클린턴은 성폭행범’이라고 외치는 사람에게 5000달러(약 562만 원)를 주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고 보도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음담패설 동영상 파문으로 궁지에 몰렸던 도널드 트럼프가 2차 TV토론에서 선전해 힐러리 클린턴과의 격차를 다시 좁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치 전문 매체인 폴리티코는 2차 TV토론 다음 날인 10일 유권자 200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클린턴과 트럼프의 지지율이 각각 42%와 37%로 나왔다고 11일 보도했다. 이는 2차 토론 결과를 반영한 첫 번째 여론조사다. 동영상 파문으로 지지율 격차가 두 자릿수까지 벌어졌던 트럼프가 다시 추격에 나선 것이다. 자유당 게리 존슨은 10%, 녹색당 질 스테인은 3%였다. 클린턴과 트럼프의 양자 대결에서도 46%와 41%로 5%포인트 격차가 그대로 유지됐다. 클린턴은 2차 토론 직전까지만 해도 경쟁자가 11년 전 녹화된 음담패설 동영상으로 치명상을 입으며 반사 효과를 톡톡히 봤다. 10일 NBC뉴스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공동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양 후보의 지지율은 각각 46%, 35%로 클린턴이 11%포인트 앞섰다. 클린턴이 잘했다기보다는 트럼프가 자멸하는 형국이었다. 3∼9일 실시된 4건의 여론조사에서 클린턴의 지지율은 44∼46%로 큰 변동이 없지만 음담패설 파문 이후 트럼프 지지율은 41%에서 35%로 곤두박질쳤다. 여론조사기관 라스무센리포트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조사에서는 클린턴과 트럼프가 각각 43%, 42%를 얻어 호각세였다. 하지만 10일 공개된 조사에서 클린턴 45%, 트럼프 38%로 7%포인트 차가 났다. 매일 당선 가능성을 발표하는 뉴욕타임스는 10일 클린턴 당선 가능성을 86%로 끌어올려 발표하기도 했다. 대선이 한 달도 남지 않았지만 클린턴이 안심하기는 이르다. 최근 갤럽 조사에 따르면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열성 지지자 비율이 공화당은 76%나 되지만 민주당은 65%에 그쳤다. 18∼34세 젊은 유권자 중 적극적 투표자 비율은 2008년 74%에서 올해 47%까지 떨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젊은층을 텃밭으로 가진 민주당은 투표율을 끌어올리고 자유당 등 제3후보에게 표를 뺏기지 않기 위해 비상이 걸렸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9일 열린 미국 대선 2차 TV토론을 고비로 음담패설 동영상 공개 후 공화당 내부에서 제기됐던 도널드 트럼프 후보 교체론이 주춤하는 모양새다. 트럼프를 교체할 경우 대선 후보 1순위였던 마이크 펜스 부통령 후보는 펜스는 10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러닝메이트로 지명된 것은 내 인생의 가장 큰 영광이며 지금 이 시점에서 나와 트럼프가 후보직 사퇴를 고려하고 있다는 것은 전적으로 거짓”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는 토론회에서 음담패설 동영상은 말이었을 뿐 행동은 아니었다고 분명히 말했다. 나는 그를 믿고 이는 빌 클린턴이 연루된 20여 년 전 (성폭행) 사건과는 확연히 차이가 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화당전국위원회(RNC) 라인스 프리버스 위원장도 토론 후 폭스뉴스에 출연해 “트럼프가 매우 잘했으며 힐러리 클린턴을 제대로 공략했다”며 “클린턴이 지난 30년간 공직에 있으면서 제대로 한 게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뉴트 깅리치 전 연방 하원의장도 폭스뉴스에 나와 “트럼프의 후보 사퇴를 주장했던 사람들은 스스로 많이 창피해해야 한다”며 “트럼프는 토론에서 명백하게 공화당 대선 후보로서의 자격을 얻었다”고 치켜세웠다. 딸 이방카까지 성적 농담 대상으로 삼아 궁지에 몰렸던 트럼프가 국면 전환에 성공한 것은 클린턴 후보의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성추행 폭로 카드가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평소 “성적으로 피해를 입은 여성은 우선적으로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해 왔던 클린턴은 남편의 성범죄와 관련된 여성들 앞에서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워싱턴 일각에서 문제가 된 음담패설 동영상 폭로 배후에 클린턴 캠프가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어서 이번 파문이 트럼프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동영상 파문 후 트럼프 열성 지지자들은 뉴욕 맨해튼 트럼프타워 인근에서 지지 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트럼프에게 상황이 좋지만은 않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10일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폴 라이언 하원의장이 10일 오전 11시경 공화당 하원의원들에게 회의 소집을 통보한 상황”이라며 “아직 어떤 결정이 내려진 것은 아니나 라이언 의장은 트럼프에 대한 지지 철회를 심각하게 고민해 왔다”고 전했다. 한 상원의원 보좌관은 “모두들 비슷한 딜레마에 처해 있다. 어떻게 의미 있는 방법으로 (트럼프에게) 불만을 표시할 것인가, 예상되는 후폭풍을 딛고 어떻게 당을 수습할 것인가 등을 놓고 개인과 그룹별로 해법 마련에 씨름하고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이미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과 주지사 가운데 “트럼프에게 투표하지 않겠다”고 밝힌 비율이 30%(39명)에 달하는 상황이다. 트럼프 캠프는 9일 타임지에 “당내 트럼프 반대론자들은 국가의 장래를 생각하기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미래에만 관심이 있다. 주류 인사들의 도움 없이 경선 승리를 이끈 것처럼 본선에서도 트럼프 스스로 승리를 쟁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거일인 다음 달 8일이 다가올수록 정치적 셈법에 따라 트럼프 측에 줄 서는 인사가 늘 것으로 워싱턴포스트(WP)는 예측했다. 트럼프를 확실히 내치지도, 전력으로 힘을 실어주지도 못하는 공화당이 결국 타이타닉호처럼 좌초하는 결과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의 측근이자 선가전략가인 존 웨버는 트럼프에게 다시 당권이 집중되는 것에 대해 “빙하와 부딪칠 수도 있는 타이타닉호에 생각보다 구명보트가 적다는 것을 알면서도 승선권을 사는 모양새”라고 비꼬았다.황인찬 hic@donga.com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최근 10년간 대서양에서 발달한 허리케인 중 가장 강력했던 ‘매슈’가 미국 본토에 상륙했지만 사망자가 11명에 그치는 등 피해는 예상보다 적었다. 상륙 전 허리케인의 위력이 크게 약화되기도 했지만 미국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일치단결해 상륙 나흘 전부터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철저하게 대비했기 때문이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매슈는 7일 오전 플로리다 주 연안에 상륙한 뒤 플로리다, 조지아, 사우스캐롤라니아, 노스캐롤라이나 등 동남부 4개 주에 강풍과 폭우를 몰고 왔다. 일부 지역이 침수되고 건물이 무너졌으며 플로리다에서 여성 2명이 쓰러진 나무에 깔려 숨지는 등 최소 11명이 숨졌다. 매슈는 현재 허리케인 5단계 중 가장 낮은 1단계로 약화됐으며 9일 오전 대서양으로 물러가 소멸될 것으로 보인다. 매슈가 4일 휩쓸고 지나간 카리브 해 섬나라 아이티에서 900명에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한 것을 감안하면 미국에선 예상보다 피해가 적었던 셈이다. AP는 “미국 역사상 가장 위험한 허리케인 중 하나가 (큰 피해 없이) 지나가자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안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200만 명이 집을 버리고 대피할 정도로 공포의 대상이었던 매슈가 미 본토에 상륙했음에도 피해가 적었던 것은 위력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아이티를 통과할 때만 해도 매슈는 4단계의 초강력 태풍으로 최대 풍속이 초속 58.1∼69.7m에 달했지만 7일 플로리다 상륙 전후로 2단계(초속 42.5∼49.1m)로 떨어졌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미 정부의 선제적인 대응 조치도 피해를 줄이는 데 큰 몫을 했다. 매슈의 예상 경로에 놓인 플로리다 등 4개 주 정부는 일찌감치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미국 상륙 나흘 전인 3일 노스캐롤라이나 주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등 총력 대응 태세에 들어갔다. 아이티가 강타당한 하루 뒤인 5일에는 주지사의 강제소개령(주민, 물자 등의 분산 명령)이 내려지자 플로리다 주민 150만 명,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50만 명 등 총 200만여 명이 피난길에 나섰다. 릭 스콧 플로리다 주지사는 6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허리케인은 사람들을 죽일 것”이라며 분명하게 위험 신호를 보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5일 연방재난관리청(FEMA)을 방문해 허리케인 대책을 보고받은 뒤 “매우 위험한 태풍”이라고 경고했고, 7일 “주정부의 지시에 절대적으로 따르라”며 재차 위험성을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주정부의 요청에 따라 6일과 7일 플로리다 등 4개 주에 비상사태를 발령해 재난 대비를 도왔다. 재난 관리를 총괄하는 FEMA의 구호 인력과 물자 지원도 신속하게 이뤄졌다. FEMA는 피해 예상 지역인 4개 주에 현지대응팀을 파견하는 한편 간이침대 2만 개와 51만 끼분의 식사 등 구호물품을 준비하며 만약의 사태에 철저하게 대비했다. 미 정부와 시장조사기관 코어로직에 따르면 이번 매슈로 인한 사망자는 최소 11명, 재산 피해는 40억∼60억 달러(약 4조4620억∼6조6930억 원)로 추산됐다. 2005년 8월 루이지애나 주 뉴올리언스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 때에는 1836명이 숨지고, 400억 달러의 피해가 발생했다. 반면 최빈국 중 하나인 아이티는 매슈로 국가적인 위기 상황에 놓였다. 로이터는 현지 관리의 말을 인용해 7일까지 877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특히 콜레라로 최소 13명이 숨져 열악한 보건환경 속에서 전염병 확산으로 인한 2차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29일(현지시간) 오전 8시 45분 미국 뉴저지 주 북동부 호보컨 역에서 통근 열차가 탈선해 최소 1명이 사망하고 75명 이상이 다쳤다. 테러 연관성은 밝혀지지 않았다. AP통신,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출근 시간에 열차가 정지선을 지나고서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방지벽과 충돌해 탈선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열차는 그대로 인근 승강장에 있던 사람들을 덮쳐 큰 피해가 발생했다. 목격자인 낸시 솔로몬 씨는 뉴저지 공영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역사 안을 걸어가고 있는데 열차가 정지선을 넘어 (선로를 이탈해) 환승을 위해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는 곳으로 돌진했다"고 전했다. 사고 열차에 탑승했던 낸시 비도 씨는 "열차가 역 안으로 진입한 후에도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며 "열차의 속도는 정말 빨랐고, 역 건물과 충돌하고 나서야 멈춰 섰다"고 전했다. 호보컨 역은 평소 뉴저지에서 맨해튼으로 출근하는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데다 출근 시간대여서 피해가 컸다. 사고 이후 열차 이용은 통제됐으며 일대는 극심한 교통 혼잡이 일었다. 현지 당국은 정확한 사고 원인과 피해 상황을 파악 중이다. 목격자들이 촬영해 소셜미디어에 올린 사진에는 열차가 선로를 이탈해 사람들이 다니는 통로 중간에 멈춰 있다. 천장에 있는 철제 구조물들은 엿가락처럼 휘어 사고 당시 충격이 매우 컸음을 보여줬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29일 오전 8시 반 미국 뉴저지 주 북동부 호보컨 역에서 통근 열차가 탈선한 뒤 역사에 충돌해 최소 1명이 사망하고 100명 이상이 다쳤다. 테러 연관성은 밝혀지지 않았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출근 시간에 열차가 역사 안으로 진입해서도 멈추지 않고 선로를 이탈해 사람들이 다니는 통로로 돌진했다. 목격자인 낸시 솔로몬 씨는 뉴저지 공영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역사 안을 걸어가고 있는데 열차가 정지선을 넘어 (선로를 이탈해) 환승을 위해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는 곳으로 돌진했다"고 전했다. 호보컨 소방당국은 사고 후 트위터를 통해 "100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호보컨 역은 평소 뉴저지에서 맨해튼으로 출근하는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데다 출근 시간대여서 피해가 컸다. 사고 이후 열차 이용은 통제됐으며 일대는 극심한 교통 혼잡이 일었다. 현지 당국은 정확한 사고 원인과 피해 상황을 파악 중이다. 목격자들이 촬영해 소셜미디어에 올린 사진에는 열차가 역사의 벽을 뚫고 사람들이 다니는 통로 중간에 멈춰 있다. 천장에 있는 철제 구조물들은 엿가락처럼 휘어 사고 당시 충격이 매우 컸음을 보여줬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1‘진실 혹은 거짓'대선 후보 발언 팩트 검증에 나선 美 언론#.2“힐러리는 대통령직을 수행할 스태미나가 없다.”-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트럼프는) 여자를 돼지, 개, 뚱보로 비유했다.”-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326일 방송된 첫 TV토론에서 트럼프와 클린턴은 서로의 최대 약점을 건드리며 치열한 접전을 벌였는데요.그런데 이 와중에 트럼프는 사실과 다른 발언을 해 논란에 휩싸였습니다.#.4두 후보의 주요 발언 중 '진실과 거짓'은 무엇인지 뉴욕타임스(NYT)와 허핑턴포스트 등 美 언론들이 밝혀낸 검증 결과를 살펴보겠습니다.#.5 [트럼프 발언]“포드 자동차가 떠나가고 있다. 수천 개의 일자리가 미시간과 오하이호 주에서 사라지고 있다.”거짓. 포드가 소형차 생산 공장을 멕시코로 옮긴 것은 맞지만 지난해 오하이오와 미시간에는 각각 7만8300개와 7만5800개의 새 일자리가 생겼습니다. 8월 실업률도 각각 4.9%, 4.8%로 전국 평균과 비슷한 수준이죠.#.6“우리는 한 해 8000억 달러(약 878조4000억 원) 정도의 무역적자를 보고 있다.”거짓. 지난해 미국의 무역적자는 5000억 달러였죠. 올해도 비슷한 수치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7“나는 이라크 전쟁을 반대했다.”거짓. 트럼프는 미 의회가 이라크 파병 여부를 투표에 부치기 전이나 이라크 침공 직후에도 이라크 전쟁에 찬성하는 발언을 했었죠.#.8“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협정이다. 아마 전 세계적으로 따져 봐도 그럴 것이다.”거짓. NAFTA가 정치적으로 논란이 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보통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하고 있죠. 또한 미국 경제에서 캐나다, 멕시코 등과의 무역 규모가 차지하는 비중 이 크지 않아 문제될 것이 없다는 의견이 대부분입니다.#.9“연방준비제도(연준)가 저금리를 유지함으로써 정치적인 행위를 하고 있다.”거짓. 미국 경기 회복 이후 연준 내에서는 금리를 올리자는 의견과 저금리를 고수하자는 의견이 충돌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정치권에서 연준의 정치개입설을 여러 차례 지적했지만 구체적인 증거가 나온 적은 없습니다.#.10“클린턴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무역협정의 표준이라 격찬했다.”-사실. 클린턴은 2012년 국무장관 재임 시절TPP를 지지하며 “무역협정의 표준”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대선 후보로 출마하면서 반대로 돌아섰죠.#.11 [클린턴 발언]“트럼프는 기후변화를 중국의 날조라고 주장했다.”사실. 트럼프는 토론에서 “해당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지만, 2012년 트위터에 “지구온난화 문제는 미국의 산업경쟁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중국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유세에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말하는 지구온난화는 날조된 거짓”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죠.#.12“트럼프는 아버지로부터 1400만 달러를 받아 사업을 시작했다.”사실. 클린턴은 트럼프가 자수성가한 재벌이 아니라며 이같이 공격했는데요. 트럼프는 그저 돈을 조금 빌렸을 뿐이라고 대답했죠. 하지만 트럼프가 대출과 기증 방식으로1400만 달러를 물려받은 것이 최근 월스트리트저널 보도로 드러났습니다.#.13“클린턴보다 트럼프가 몇 배 더 사실관계를 왜곡한 발언을 많이 했다”-뉴욕타임스(NYT)“트럼프가 16번의 거짓말을 할 동안 클린턴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허핑턴포스트#.14토론이 끝난 이후 美 언론은 여론조사를 토대로 클린턴이 승리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두 후보의 반응도 엇갈립니다. 클린턴은 "굉장한 시간"이었다며 환한 미소를 지은 반면 트럼프는 진행에 불만을 드러내며 다음 토론을 기약했죠.#.15한국의 대선도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언론을 비롯한 사회 감시 기능을 수행해야할 주체들은 당선을 위해 날조와 왜곡을 일삼는 후보가 누군지 검증할 방법 등을 고민하고 또 가다듬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원본 / 황인찬 기자기획·제작 / 김재형 기자·조현정 인턴}
한국계 미국인인 김용 세계은행 총재(57)가 연임에 성공해 앞으로 5년 더 세계은행을 이끌게 됐다. 세계은행은 27일(현지시간) 이사회를 열어 차기 총재 후보로 단독 출마한 김 총재의 연임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임기는 내년 1월 시작된다. 김 총재는 "세계적 파트너들과 보다 친밀하게 협력할 것이며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새롭고 혁신적인 방법을 찾는데 주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서울에서 태어난 김 총재는 5살 때 가족과 미국으로 건너가 브라운대 생물학 학사, 하버드 의대 석·박사를 거쳐 하버드대 교수로 재직했다. 2009년 한국계 최초로 다트머스대 총장에, 2012년 아시아계 최초로 세계은행 총재에 올랐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26일 미국 대선 1차 TV토론에 대해 유권자들이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분석되면서 클린턴이 선거 40여 일을 앞두고 조기 대세론에 불을 지필지가 관심이다. 클린턴이 기세를 타고 30%에 이르는 부동층을 흡수할 경우 승패를 결정지을 수 있다. 하지만 남은 토론이 2차례나 남은 만큼 트럼프가 승부사 기질을 발휘할 경우엔 판세는 다시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클린턴은 토론이 끝나고 실시된 미 언론들의 여론조사에서 대부분 크게 앞섰다. CNN 여론조사를 보면 자신의 강점인 ‘외교정책’에서 62%의 지지율을 얻어 트럼프(35%)를 거의 두 배 차이로 앞섰다. 특히 ‘사기꾼 힐러리(Crooked Hillary)’라며 트럼프로부터 공격받던 클린턴은 ‘진정성’ 부분에서도 53%를 얻어 트럼프(40%)보다 훨씬 앞섰다. 토론이 시작되기 전 미 언론들은 정치 관록을 앞세운 클린턴과 리얼리티 TV쇼 진행자로 방송 경험이 풍부한 트럼프의 토론을 앞두고 백중세가 펼쳐질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하지만 클린턴은 트럼프를 노련하게 요리하며 현실 정치의 높은 벽을 보여줬다. CNN은 “트럼프가 클린턴이 던져놓은 미끼를 물면서 시종일관 끌려다녔다”고 평가했다. 클린턴의 민주당 경선 상대였던 버니 샌더스 후보의 지지층을 끌어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번 토론은 부동층을 흡수할 수 있다는 잠재성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11월 8일 대선 투표 때까지는 한 달 반가량 남아있으며, 대선 토론도 2차례나 더 있다. 이날 토론 초반에 ‘잠시만요(Excuse me)’라며 점잖게 나오던 트럼프는 토론이 뜻대로 풀리지 않자 후반에는 격앙되며 자멸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토론을 마친 뒤엔 “클린턴의 딸 첼시를 생각해 남편 빌 클린턴의 여자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남은 토론회에서는 트럼프 특유의 무차별 폭언이 나올 수도 있다는 뜻을 강하게 시사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민주당 컨설턴트인 크리스 코피니스가 토론이 끝나고 클리블랜드의 부동층 28명을 조사한 결과 11명이 ‘클린턴 승리’에 표를 던졌고, 트럼프는 한 표도 못 받았다. 그러나 나머지 17명은 어느 후보도 승리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날의 토론이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찮다. 2012년 공화당 대선 주자 밋 롬니 진영 고문을 지낸 케빈 매든은 “대선 TV토론은 기억에 남을 만한 순간들에 좌우되는데 이날 토론에선 그런 순간이 없었다. 이날 토론으로 부동층이 어느 후보 쪽으로 기울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어떤 후보도 결정적인 한마디를 남기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NBC 방송은 “TV토론이 유권자의 마음을 흔들 수는 있지만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기는 힘들다”고 전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는 성인이 된 후 줄곧 이슬람국가(IS)와 싸웠다.” 26일 열린 미 대선 첫 TV토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이렇게 말하자 외신들은 앞다퉈 “이 주장은 거짓”이라고 보도했다. IS의 전신인 ‘이라크 알카에다’는 1947년생인 클린턴이 56세인 2003년 등장했고, IS는 2014년 여기서 분리 독립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팩트 체크를 해보라’며 당당히 요구했던 클린턴보다 트럼프가 몇 배 더 사실관계를 왜곡한 발언을 많이 했다”고 지적했다. 허핑턴포스트는 “트럼프가 16번의 거짓말을 할 동안 클린턴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다음은 후보들의 주요 발언과 언론들이 밝혀낸 사실(팩트)이다. 》 ○ 트럼프 발언 “포드 자동차가 떠나가고 있다. 수천 개의 일자리가 미시간과 오하이호 주에서 사라지고 있다.”→거짓 포드가 소형차 생산공장을 멕시코로 옮긴 것은 맞다. 하지만 지난해 오하이오와 미시간에서는 각각 7만8300개와 7만5800개의 새 일자리가 생겼다. 8월 실업률도 각각 4.9%, 4.8%로 전국 평균과 비슷한 수준이다.“우리는 한 해 8000억 달러(약 878조4000억 원) 정도의 무역적자를 보고 있다.”→거짓 지난해 미국의 무역적자는 5000억 달러이며, 올해도 비슷한 수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나는 이라크 전쟁을 반대했다.” →거짓 트럼프는 미 의회가 이라크 파병 여부를 투표에 부치기 전이나 이라크 침공 직후에도 이라크 전쟁에 대해 찬성하는 발언을 했다.“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협정이다. 아마 전 세계적으로 따져 봐도 그럴 것이다.”→거짓 NAFTA를 두고 정치적으로 논란이 됐지만 경제적인 관점에서는 보통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 경제에서 캐나다, 멕시코 등과의 무역 규모가 차지하는 비중 자체가 크지 않아 크게 문제 되지 않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저금리를 유지함으로써 정치적인 행위를 하고 있다.”→거짓 연준은 전통적으로 경기부양을 위해 저금리를 유지하는 기조를 취해 왔다. 하지만 미국 경기 회복 이후 연준 내에서도 금리를 올리자는 의견과 저금리를 유지하자는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과거에도 정치권에서 연준의 정치개입설을 여러 차례 지적했지만 구체적인 증거가 나온 적은 없다.“클린턴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무역협정의 표준이라 격찬했다.”→사실 클린턴은 2012년 국무장관 재임 시절 TPP를 지지하며 “무역협정의 표준”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여러 차례 TPP 지지 의사를 밝혔던 클린턴은 대선 후보로 출마하면서 반대로 돌아섰다. ○ 클린턴 발언 “트럼프는 기후변화를 중국의 날조라고 주장했다.”→사실 트럼프는 토론에서 “해당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2012년 트위터에 “지구온난화 문제는 미국의 산업경쟁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중국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지난해 12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유세에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말하는 지구온난화는 날조된 거짓”이라고 주장했다.“트럼프는 아버지로부터 1400만 달러를 받아 사업을 시작했다.”→사실 클린턴은 트럼프가 자수성가한 재벌이 아니라며 이같이 공격했다. 트럼프는 그저 돈을 조금 빌렸을 뿐이라고 했지만, 트럼프가 대출과 기증 방식으로 1400만 달러를 물려받은 것이 최근 월스트리트저널 보도로 드러났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은 ‘꼬마(Little)’,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은 ‘거짓말쟁이(Liar)’,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활기가 없는(Low energy)’ 사람…. 특유의 ‘작명 센스’를 자랑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는 경선에서 맞붙은 상대 후보들의 면전에서 이렇게 말했다. 경선에서 이긴 뒤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를 ‘사기꾼 힐러리(Crooked Hillary)’라고 몰아붙였다. 트럼프의 막말로 마음의 상처를 입은 점잖은 상대방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미국 CNN은 26일(현지 시간) 이런 무례에 ‘면전에서 모욕 주기’라는 이름을 붙이고 ‘막말 파이터’ 트럼프 화술 여섯 가지의 첫 번째로 올렸다. CNN은 “클린턴은 노련한 토론가지만 트럼프는 기존의 관습을 깨는 토론 기술을 갖고 있다”며 “어떤 반격을 받아도 손쉽게 국면을 전환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가 여섯 가지 화술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이날 밤 9시 시작되는 1차 TV토론의 관전 포인트다. 쟁쟁한 공화당 경선 후보들을 꺾은 트럼프의 조롱과 비난, 억지 발언 등 다채로운 화술이 ‘정치 9단’ 힐러리 클린턴에게도 먹힐지 관심이다. 트럼프 화술의 두 번째는 상대와 주제를 가리지 않고 공격하는 ‘모두 까기 인형’이다. 공화당 경선 경쟁자였던 신경외과 의사 벤 카슨이 14세 때 친구를 칼로 찌르려 했던 아픈 과거를 들춰 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일갈했다. 크루즈 상원의원에겐 “당신 부친이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에 연루됐다”고 주장했다. 클린턴의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옛 애인인 제니퍼 플라워스를 토론회에 부르겠다고 으름장을 놨다가 하루 만에 번복했다. 다음은 ‘상대 발언 깎아내리기’와 ‘상대 발언 잘라먹기’다. 루비오 의원이 “트럼프타워를 지을 때처럼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는 데도 불법 이민 노동자를 사용할 것”이라고 비난하자 트럼프는 “매우 재치 있는 발언”이라며 되레 칭찬해 허를 찔렀다. 트럼프는 ‘화제가 됐던 자신의 발언 재활용하기’에도 적극적이다. 토론회용 발언을 면밀히 준비하기보다는 과거 발언을 활용한 즉흥 발언을 즐길 것으로 보인다. TV토론에서 이도 저도 안 먹힐 땐 마지막 여섯 번째 화술을 쓸 것이 분명하다. “모든 것은 다 언론 탓”이라며 언론과 사회자를 공격해 위기를 모면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1차 토론 사회자인 NBC방송 앵커 레스터 홀트에 대해선 “그는 민주당 지지자다. 토론이 매우 불공정하다”며 이미 밑밥을 깔아 놓은 상태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26일 열리는 미국 대선 첫 토론회에선 ‘게스트 맞대결’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상대 후보가 가장 불편해할 손님을 초청해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캠프는 23일 ‘트럼프 저격수’로 불리는 억만장자 벤처투자자이자 미 프로농구 댈러스 매버릭스의 구단주인 마크 큐번(58)을 방청석 맨 앞자리에 앉히겠다고 밝혔다. 앞서 클린턴 공개 지지를 선언한 큐번은 여러 차례 트럼프를 맹공하며 “트럼프가 당선되면 증시가 20% 이상 곤두박질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23일 ABC방송에 “트럼프는 대통령 될 자질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토론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매우 기대된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클린턴의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1990년대 아칸소 주지사 시절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던 제니퍼 플라워스(66·사진) 카드를 내밀며 맞불을 놨다. 나이트클럽 파트타임 가수이자 아칸소 주 정부 임시직원이었던 플라워스는 모니카 르윈스키, 폴라 존스로 이어지는 클린턴 전 대통령의 ‘지퍼게이트’ 첫 장을 연 인물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1992년 대선 때는 플라워스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부인했지만 당선 후엔 이 사실을 인정했다. 트럼프 캠프의 초청을 받은 플라워스는 24일 뉴욕타임스에 “토론회에 참석하겠다”고 밝혔다. 후보자 남편의 옛 애인까지 생방송 토론회에 등장할 것으로 보이자 행사를 주관하는 대선토론위원회(CPD)가 특정 게스트의 참석을 제한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프랭크 패런코프 주니어 CPD 공동의장은 플라워스의 토론회 참석 소식이 알려지기 전 CNN 인터뷰에서 “상대 후보를 방해하기 위한 게스트 초청은 지양돼야 한다”고 밝혔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자라나는 아이들은 질병의 고통이 적은 세상에서 살았으면 합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32)와 그의 아내인 소아과 의사 프리실라 챈(31) 씨가 질병 치료 연구를 위해 30억 달러(약 3조3099억 원)를 내놓기로 했다. 이 부부는 21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100년까지 모든 질병의 예방, 치료, 관리를 목표로 30억 달러의 연구기금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저커버그 부부는 지난해 12월 딸 맥스가 태어난 후 “모든 부모처럼 우리는 딸이 더 나은 세상에서 자라기를 바란다”는 공개편지를 선보인 뒤 페이스북 지분 중 99%를 생전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시가로 450억 달러(약 49조6755억 원)에 달하는 통근 기부 결정이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부부의 재산이 늘어 현재는 552억 달러(약 60조9352억 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아내 챈 씨는 “우리 부부는 딸 세대의 삶의 질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기를 원하고, 단 한 명의 사람도 (질병으로) 잃지 않기를 희망한다”며 “그래도 아픈 사람은 나올 것이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 그리고 그들이 낳은 아이들이 덜 아프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저커버그 씨는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데 드는 비용이 질병 예방에 투입되는 비용보다 50배나 많다”며 “우리의 질병 치료 및 관리 목표가 달성된다면 사람들의 기대수명은 100세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기부는 이 부부가 설립한 ‘챈 저커버그 이니셔티브’ 재단을 통해 이뤄진다. 주로 의료 발전을 위한 기초연구 분야에 쓰일 예정이다. 저커버그 씨는 2011년 재산 중 반 이상을 자선사업에 쓰겠다는 공약을 했고 결혼과 출산 이후 기부 금액을 늘렸다. 또 에볼라 퇴치 사업, 아프리카·인도 교육 지원, 이탈리아 지진 구호 등 다양한 분야에 기부금을 내놨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사진)를 비롯해 세계적인 과학자 375명이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 지구온난화 문제가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된다고 우려했다. 미 국립과학원(NAS) 소속 과학자 375명은 20일 발표한 공개서한을 통해 트럼프의 당선이 온실가스 배출 감소를 다룬 파리기후협약 이행의 큰 장애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명자 가운데 30명은 노벨상 수상자다. 이들은 개인 자격으로 서명에 참여했으며 본인들이 속한 대학이나 연구소를 대표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들은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파리협약 탈퇴를 지지한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위협”이라며 “(그가 당선돼) 미국이 파리협약에서 탈퇴한다면 미국이 기후변화와 같은 글로벌 문제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고 결국 다른 국가들도 편의에 의해 갈 길을 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미국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해법 개발에 핵심 역할을 할 수 있고, 해야만 한다. 파리협약에서 빠져나온다면 정치, 경제, 도덕적으로 세계 지도자 역할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파리협약은 2020년 만료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채택됐다. 195개국이 참여한 이 협약에는 각국이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를 정해 이행하고, 선진국은 개발도상국에 이행 자금을 지원한다는 내용 등을 담았다.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면 파리협약에서 탈퇴하겠다”고 밝혀왔다. 게다가 미국이 유엔 녹색기후기금(GCF) 지원을 중단하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도입한 각종 환경 규제도 완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은 파리협약 준수 등 오바마 행정부의 환경정책을 강력히 지지한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전통적인 친미(親美) 국가 필리핀이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 외교를 펼치고 있다. 오랜 우방인 미국이 인권 문제를 제기하자 “내정에 간섭 말라”며 맞서는 반면 남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필리핀과 다투는 중국에는 잇달아 러브 콜을 보내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미국이 앞장서 중국을 견제하는 남중국해 문제에 암묵적으로 중국 편을 드는 대가로 민다나오 섬의 열악한 인프라에 중국 자본의 투자를 유치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두테르테의 반미친중(反美親中) 성향이 갈수록 노골화되고 있어 필리핀 군부와 미국의 속을 태우고 있다. 문제는 두테르테 대통령은 6월 30일 취임 후 범죄와의 전쟁을 치르면서 국내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어 미국도 쉽사리 두테르테 대통령을 압박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그는 18일 “범죄 소탕에 6개월이 더 필요하다”며 올해 말 끝날 것으로 예상됐던 범죄와의 전쟁을 연장했다. 20일에는 대통령의 권한 남용을 거세게 비판해 온 레일라 데 리마 법사위원회 위원장에 대한 불신임 투표가 상원에서 통과됐다. 이 상원의원 역시 수감 중인 마약상에게서 매달 300만 페소(약 7000만 원)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 두테르테를 향한 그의 칼끝이 무뎌질 것으로 전망된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국제무대에서는 이단아 취급을 받고 있다. 민다나오 섬의 다바오 시장 출신인 그는 강대국과 외교를 한 경험이 전무하다. 특히 미국과의 관계는 최악의 상태로 껄끄러워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5일에 “인권 문제를 거론하면 ‘개××’라고 부르겠다”고 욕설을 퍼부은 것이 대표적이다. 미국의 대응에 불만을 품은 두테르테 대통령은 12일 “미군 특수부대는 남부 민다나오 지역을 떠나야 한다”고 폭탄 발언을 했고, 하루 뒤에는 남중국해에서 미국을 포함한 외국 군대와 합동 순찰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반면 과거 앙숙이었던 중국에는 잇달아 유화책을 쓰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중재재판소의 남중국해 관련 판결에서 중국을 상대로 승소했지만 이를 언급조차 하지 않으며 중국의 비위를 맞추고 있다. 국방부엔 중국과 러시아 무기 구매 검토까지 지시했다. 이런 두테르테 대통령의 튀는 외교에 대해 계산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외교 자주권 확립’을 강조하는 그가 실리 외교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15일 “중국은 필리핀의 가장 큰 교역국이다. 필리핀은 중국이 철도사업 등에 투자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1951년 상호방위조약 체결 후 반세기 넘게 굳건하게 유지해 온 필리핀과 미국의 동맹 관계가 금이 가고 있어 필리핀 군부의 우려가 높다. 수도 마닐라에 있는 데 라 살레 대의 리처드 자비드 헤이다리안 교수(정치학)는 “미국은 더 이상 예전과 같은 수준의 전략적 방위와 외교적 지원을 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델핀 로렌자나 국방부 장관조차 14일 의회에 출석해 “필리핀군은 감시 능력이 특출한 미군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밝혀 미군 철수를 주장한 두테르테 대통령과 상반된 견해를 보였다. :: 두테르테 대통령의 반미친중 발언 ::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 없다.”(8월 17일)“(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필리핀 인권 문제를 제기한다면 ‘개××’라 부르겠다.”(9월 5일)“미군 특수부대는 필리핀 남부에서 철수하라.”(9월 12일)“남중국해에서 미국을 비롯한 외국 군대와 합동순찰하지 않겠다.” “중국과 러시아 무기 구매를 검토하겠다.”(9월 13일)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대학생들이 교재를 무단 복사, 제본해 공부하는 관행을 허용해야 한다는 이색 판결이 인도에서 나왔다. 출판사들의 저작권보다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것이 공공의 이익에 더 부합한다는 취지다. 현지 언론들은 “서방의 일괄적인 저작권 기준을 따르지 않고, 인도만의 기준을 제시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인도 델리고등법원은 16일 케임브리지대 출판부 등 3개 글로벌 대학교재 업체가 인도 델리대학과 대학 내 제본소들을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무단 복사 및 판매를 했던 제본소 측의 손을 들어줬다고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해당 출판사들은 2012년 8월 제본소들이 교재를 무단 복사, 제본해 학생들에게 판매하고 대학이 이를 용인하면서 저작권이 침해돼 막대한 손해가 발생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델리대학은 인도 저작권 보호 예외조항에 ‘합당한 사용’ 부분이 있으며 여기에 학생들의 원활한 학습권 보장이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타임오스인디아에 따르면 인도 대학의 학기당 수업료는 8000루피(약 13만4000원)이나 교재 한권이 5000루피(약 8만4000원)나 해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이 크다. 게다가 원서 수급도 어려워 최대 반년 동안 기다려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이번 소송이 제기되자 학생들은 대규모 거리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재판부는 학생들의 손을 들어주며 “저작권은 창작자의 권리를 절대적으로 보장하는 것보다는 저작물을 통해 공공의 지적 성취를 북돋아주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작권은 신성불가침한 것이 아니며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것은 사회 유지의 필수적인 요소”라고 덧붙였다. 해당 판사는 본인이 대학 다닐 때는 제본소도 부족해서 직접 도서관에서 필사해서 복사본 만들었다는 경험을 소개하기도 했다. 앞서 인도 법원은 글로벌 저작권 및 특허권 기준을 따르지 않은 전례가 있다. 2012년 글로벌 제약사인 노바티스가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 가격을 초 고가로 정하자 저소득층 환자와 가족들이 대규모 시위를 펼쳤고, 이듬해 4월 인도 법원은 글리벡의 특허권을 인정하지 않고 저렴한 복제약 생산을 허용했다. 당시 인도의 1인당 연간 국민소득은 1000달러(약 112만 원)이었지만, 글리벡 한달 복용분은 2500달러(약 280만 원)나 했다. 복제약 복용은 한달에 170달러(약 19만 원)였다. 삼나드 바셰르 지적재산권 전문가는 “저작권법은 공익과 사익 사이에 균형을 맞춰야 하지만 최근에는 대기업들의 로비로 기업의 이익만 보호하는 쪽으로 강화돼 왔다. 이번 판결은 양측의 균형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황인찬기자 hic@donga.com}

김정은 북한노동당 위원장(32)이 ‘매우 노련한 독재자’로 변모하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 보도했다. 아버지 김정일보다는 할아버지 김일성의 선전과 경제정책, 심지어 헤어스타일까지 따라하며 서민 이미지를 강조하는 동시에 경제성장과 핵무기 개발에 집중해 장기집권의 토대를 닦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은 2010년 9월 노동당 3차 대표자회에서 후계자로 추대됐다. 이듬해 12월 김정일이 사망하며 20대 후반인 그가 갑자기 북한 최고 권력자가 되자 체제 급변 사태에 대한 불안감이 높았다. WSJ은 “당시만 해도 스위스에서 20대를 보내고 농구를 좋아하는 그가 정치적으로 단명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수년간 김일성의 정책과 스타일을 답습하며 지배력을 높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정은은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한 것을 비롯해 100명이 넘는 고위 관리를 강등시키거나 처형하는 공포 정치를 펴고 있다. 하지만 북한 대중에게는 김일성처럼 서민적 이미지를 심어주려 애쓴다. 잘못된 기상예보를 한 관리를 질책하거나 놀이공원에 쪼그려 앉아 잡초를 뽑는 모습을 의도적으로 방송을 통해 내보내는 것이다. WSJ는 “김정은의 시찰 장소 중 약 20%는 레저, 스포츠나 건설 현장과 관련된 지역이다. 이런 곳은 김정일이 거의 찾지 않던 곳”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은은 북한 주민의 숭배 대상인 김일성과 닮은꼴이 되는데도 열심이다. 머리끝이 살짝 내려온 올백 머리 스타일뿐만 아니라 중국 마오쩌둥이 즐겨 입던 검은색 인민복, 그리고 쫙 빼입은 양복까지 모두 김일성 스타일로 꾸미고 있다. 경제정책을 강조하는 것도 김일성을 빼닮았다. 김일성이 6·25 전쟁 이후 중공업과 광산개발을 통해 남한을 뛰어넘는 풍요를 이뤘던 것처럼 김정은은 평양에서 대규모 주택 건설과 도시개발을 하고 장마당이나 소규모 자영업을 용인해 경기를 살리고 세수를 걷는데 열중이라는 것이다. 이는 선군 정치를 펴며 경제를 뒷전에 뒀던 김정일과는 다른 행보다. 핵 개발도 마찬가지다. 핵을 협상 도구로 활용했던 김정일과 달리 김정은은 소련의 도움으로 핵 개발에 박차를 가했던 김일성처럼 핵을 자주권 확보의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 이런 핵에 대한 시각차가 최근 연이은 핵과 미사일 실험의 배경이라는 것이다. 북의 5차례 핵실험 가운데 3번이 김정은 정권 아래 실시됐다. 김정은이 실행한 16번의 탄토미사일 발사실험은 김정일 정권 때의 2배가 넘는다. 에반 메데이로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김정은의 집권 기술이 발전하고 장기집권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에 대해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