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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저는 현대자동차의 ‘모던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을 발표하기 위해 디트로이트를 찾았습니다. 오늘은 또 다른 중대한 발표(milestone)를 하기 위해 왔습니다.” 11일(현지 시간) 미국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 코보센터에서 개막한 ‘2016 북미 국제오토쇼(디트로이트 모터쇼)’. 발표무대에 오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이렇게 운을 뗐다.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첫 번째 차 ‘EQ900’(수출명 ‘G90’)가 세계 최대 고급차 시장인 미국에 데뷔하는 자리다. 미국 경기 회복 바람을 타고 지난해 미국에서는 사상 최대인 1747만499대의 차가 팔렸다. 2014년보다 5.7% 증가한 수치다. 24일까지 열리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는 글로벌 업체들이 이 시장을 겨냥해 대형 세단과 고성능차를 대거 출품했다. 2011년 이 자리에서 브랜드 슬로건 ‘New Thinking, New Possibilities(새로운 사고, 새로운 가능성)’를 발표한 정 부회장은 지난해 ‘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신차 발표에 이어 이날 제네시스 브랜드 전략 발표로 해외 경영 보폭을 넓혔다. 정 부회장은 “제네시스 브랜드의 ‘럭셔리’에 대한 타협 없는 헌신을 보일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현대차는 올해 미국에서 제네시스 판매 목표를 EQ900 5000대, ‘제네시스’ 페이스리프트(부분 변경) 모델 ‘G80’ 2만5000대 등 총 3만 대로 잡았다. 2020년까지 연간 판매량을 10만 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정 부회장은 “올해 미국을 시작으로 향후 중국과 중동에도 제네시스 브랜드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발표 자리에는 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자동차 디자인총괄 사장과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고성능차담당 부사장 등 제네시스 관련 고위 임원이 총출동했다. 올해 모터쇼에서 기아자동차는 친환경차를 내세웠다. 기아차는 프리미엄 대형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콘셉트카인 ‘텔루라이드’를 공개했다. ‘쏘렌토’보다 길이가 230mm 길고 3.5L 엔진과 130마력 전기모터를 결합해 총 400마력의 동력성능을 낸다. 이와 함께 올해 상반기(1∼6월) 공식 선보일 하이브리드 소형 SUV ‘니로’의 티저 이미지도 공개했다. 니로는 1.6L 엔진에 6단 듀얼클러치변속기(DCT), 35kW 모터를 달았다. 저유가에 경기 회복으로 유례없는 호황을 맞은 미국 자동차 시장을 겨냥한 것은 글로벌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디지털 기능과 안전성을 대폭 강화한 10세대 ‘E클래스’ 풀체인지(완전 변경) 모델을, 포드는 2002년 이후 14년 만에 생산을 재개하는 링컨 ‘콘티넨털’을 선보였다. 볼보는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와 경쟁할 플래그십 세단 ‘S90’을 내놓았다. BMW는 입문용 고성능 가솔린차 ‘M2’로 메르세데스벤츠 ‘A45 AMG’, 아우디 ‘RS3’와의 경쟁을 선언했다. 렉서스는 8기통 5.0L 엔진에 10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한 럭셔리 쿠페 ‘LC500’을 공개했다. 포르셰는 ‘911 터보’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내놨다. 한편 포스코는 세계 철강사 중 최초로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전시관을 차리고 미래형 자동차 강판을 선보였다. 대표적으로 포스코가 유일하게 양산에 성공한 ‘트윕강’은 1mm²당 100kg의 하중을 견디면서도 동일 강도의 기존 제품 대비 가공성이 5배 높은 것이 특징이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2009년 기아자동차 K시리즈의 포문을 열었던 ‘K7’이 풀체인지(완전 변경) 모델을 7년 만에 다시 선보였다. K7은 당시 기아차 사장이던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2006년 디자인경영을 선포하며 영입한 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차 디자인총괄 사장이 깊이 관여한 첫 번째 차이기도 했다. 기아차가 경기 화성시 남양읍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에서 11일 공개한 ‘올 뉴 K7’은 효율성과 역동성이 무기다. 3.3L 가솔린 모델 기준 연료소비효율(연비)은 L당 9.7km(19인치 타이어 기준)다. 복합연비를 사용하기 이전인 구연비를 기준으로 하면 L당 10.2km로 1세대(L당 10.0km)보다 소폭 상승했다. 기아차는 “현대·기아차가 완성차 업체 최초로 개발한 8단 전륜 자동변속기가 그 비밀”이라고 밝혔다. 기존 6단 변속기보다 기어비가 34% 확장됐지만 무게는 3.5kg 감소했다. 일본 아이신(8단 전륜), 독일 ZF(9단 전륜) 변속기보다 동력전달효율이 2∼3% 우수하다. 임기빈 변속기개발실장(이사대우)은 “기어비가 확장돼 전단 영역에서는 가속 성능이 향상됐고, 고단 영역에서는 연비가 개선되고 주행감이 정숙해졌다”며 “향후 중대형 승용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확대해 탑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관과 음향은 역동성을 강조했다. 라디에이터 그릴 모양을 기존 메시 그릴 형태에서 짐승의 이빨을 연상시키는 세로 모양으로 바꿨다. 헤드램프는 알파벳 ‘Z’ 모양으로 만들어 강인한 인상을 줬다. 스피커는 미국 크렐 제품을 썼다. 한미수 현대·기아차 책임연구원은 “1세대 K7에 장착한 JBL 시스템은 깊은 음색을, 크렐은 역동적인 음색을 낸다”고 설명했다. 가격은 △2.4L 가솔린 모델은 3080만∼3110만 원 △2.2L 디젤은 3360만∼3390만 원 △3.3L 가솔린은 3480만∼3940만 원 △3.0 LPi는 2640만∼3110만 원이다. 기아차는 개발 과정에서 미국 시장을 겨냥해 도요타 ‘아발론’과 렉서스 ‘ES300’을 경쟁상대로 뒀다. 국내에서는 현대차 ‘그랜저’와 한국GM ‘임팔라’, 르노삼성자동차 ‘SM7’ 등과 경쟁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시장 양극화와 수입차 공세로 지난해 1∼11월 국내 5대 완성차 업체의 중대형차 판매량(SUV 제외)은 11만185대로, 2014년 1∼11월(11만1820대)보다 소폭 줄었다. 그러나 지난해 인기몰이를 한 임팔라에 이어 이달 K7이 출시되고, 3월 르노삼성차의 신형 중형·준대형 세단 ‘탈리스만’(유럽명), 12월 현대차 ‘그랜저’ 풀체인지 모델까지 나오면 올해와 내년 준대형차 시장에 다시 불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화성=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두산그룹이 면세점 사업에서 철수하는 SK네트웍스의 정규직 190여 명의 고용을 승계하고 명품 재고와 인천의 물류창고 등 주요 자산을 한꺼번에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은 지난해 11월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권 재심사에서 탈락, 5월 말까지만 영업이 가능해 직원들의 고용 문제가 불거진 상태다. 10일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 지주회사인 ㈜두산은 SK네트웍스와 이런 방안을 놓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직을 원하는 SK면세점 직원 190여 명을 ㈜두산 면세점이 고용하는 방안, SK네트웍스가 빌려 사용 중인 1818m² 규모의 인천 물류센터를 넘겨받는 방안, SK면세점의 운영시스템을 인수하는 방안 등이 협의되고 있다. 협상은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인 박서원 ㈜두산 전무(37·사진)가 제안해 주도하고 있다. 박 전무는 2014년 10월부터 두산의 광고 계열사인 오리콤의 부사장으로 일해 왔으며 지난해 11월 두산이 면세점 사업권을 딴 뒤 두산 유통사업부문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두산은 협상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SK면세점 업무를 총괄해온 권미경 전 SK네트웍스 면세점사업본부장(전무)을 상임고문으로 이미 4일 ㈜두산에 영입했다. 두산그룹 고위 관계자는 “상당 부분 협상이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SK는 면세점 사업에서 철수해야 하고, 두산은 새로 시작하는 만큼 자산 인수라기보다는 필요한 부분을 넘겨받는 ‘윈-윈’의 의미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두산 관계자는 “직원 문제는 앞서 일부 면세점들이 문을 닫으면서 직장을 잃게 된 직원들을 우선적으로 채용하겠다고 밝힌 차원에서 진행 중”이라며 “이직을 원하는 직원들을 중심으로 고용을 승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입점업체에 소속된 600여 명의 파견직에 대한 논의는 따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SK네트웍스 측은 “두산 등 시내면세점 신규 사업자를 포함한 복수의 면세점 사업자와 인력, 제고, 물류센터 등 관련 시설 승계에 관한 협상을 진행 중이고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최고야 best@donga.com·강유현 기자}

독특한 외관으로 주목받는 미국의 구글과 아마존 본사, 세계 최고층 빌딩인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를 설계한 업체들이 옛 한국전력 본사 터에 지을 현대자동차그룹의 통합 본사(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의 설계를 맡게 됐다. 10일 현대차그룹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GBC 설계를 맡을 회사로 세계적인 설계회사인 미국 스키드모어오윙스앤드메릴(SOM)과 NBBJ를 선정했다. SOM은 높이 828m에 163층인 ‘부르즈 칼리파’, NBBJ는 커다란 공 3개를 나란히 놓은 듯한 아마존의 새 본사 사옥과 독특한 비대칭형 외관을 지닌 구글의 ‘베이뷰 캠퍼스’를 설계한 실적이 있다. SOM은 GBC 내 105층짜리 그룹 통합사옥 ‘글로벌 타워’를, NBBJ는 글로벌 타워를 제외한 나머지 건물 설계를 맡는다. 설계 총책임자는 한국 현대건축 1세대로 꼽히는 건축가 김종성 서울건축종합건축사 사무소 명예대표(81)로 확정됐다. 현대차그룹은 2014년 12월 해외 설계사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연 뒤 1년여의 심사를 거쳐 이같이 결정했다. 이번 결정에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 설계 업체로는 동양구조안전기술과 창민우구조컨설탄트가 선정됐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재 SOM과 NBBJ 등 설계회사들을 잠정 선정했으며 세부조건에 대한 협상을 거쳐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GBC 프로젝트를 총괄 지휘할 책임자인 김 명예대표는 세계 근대 건축의 거장으로 꼽히는 독일인 루트비히 미스 반데어로에의 제자로 서울 중구 남대문로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 서울 종로구 종로 SK그룹 사옥, 서울시립역사박물관 등을 설계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초대형 건축 프로젝트의 설계를 한국 건축가가 총괄하는 모범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서울시와 공공기여분 액수 및 납부 방법과 관련해 막바지 협상을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6월 공공기여 항목으로 1조7030억 원을 내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서울시는 한국감정원과 대일감정원 등 감정평가법인 2곳을 선정해 부지 감정평가를 진행했다. 여기에서 나온 감정가 평균액을 기반으로 협상을 벌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대차 의지에 따라 이달 중에 공공기여 협상이 완료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누구나 명품을 꿈꾼다. 그러나 모두 명품이 될 순 없다. 명품이 되기 위해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수백 년이 걸리기도 한다. 그런데 2000년대 말 금융위기를 발판으로 급부상한 ‘밸류 포 머니(value for money·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의 대명사 현대자동차가 ‘제네시스’를 글로벌 명품으로 만들겠다고 최근 선언했다. 현대차는 11일(현지 시간) 세계 최대 고급차 시장인 미국에 제네시스 브랜드의 출사표를 낸다. 제네시스는 현대차의 고급차 모델 이름이었지만 앞으로는 브랜드 이름이 된다. 미국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리는 ‘북미국제오토쇼(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모델 ‘EQ900’(수출명 ‘G90’)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직접 공개하기로 했다.고급차 65%가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왜 첫 해외 출발지로 미국을 택했을까.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2014년 미국 고급 자동차 시장 규모는 200만 대로, 세계 고급차 시장 833만 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4%다. 중국이 세계 1위 자동차 시장이지만 중국의 고급차 시장 규모는 아직 180만 대다. 또 제네시스처럼 대중차에서 출범한 일본 고급 브랜드 렉서스(도요타), 인피니티(닛산), 아큐라(혼다)는 모두 미국을 기반으로 시장을 넓혔다. 그만큼 미국은 도전자에게 ‘열린 시장’이라는 의미다. 게다가 미국은 현재 판매 중인 ‘제네시스’ 모델이 비교적 자리를 잘 잡은 시장이기도 하다. 이미 자리 잡은 모델을 기반으로 자연스럽게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박홍재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장(현대차 부사장)은 “중국 고급차 시장에서 입지를 구축하려면 미국에서 먼저 성과를 내야 한다”며 미국에서의 성공 여부가 제네시스 브랜드 전체의 성공 여부로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상황이 좋은 것은 아니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독일 프리미엄 3사가 세계 고급차 시장의 65% 이상(544만 대)을 차지하고 있다. 캐딜락과 링컨 등 태생부터 고급차인 미국 브랜드와의 경쟁도 만만치 않다. 렉서스, 인피니티, 아큐라 등 일본 3대 고급 브랜드는 1980년대 말 미국에서 론칭해 2014년 세계 고급차 시장의 11.5%(96만 대)를 차지했다. 이 중 렉서스가 57만 대다. 독일차에 도전해 성공을 거둔 일본 고급차들은 어떻게 브랜드 가치를 키워 왔을까. 고급차 시장에 도전장을 던지는 현대차도 참고할 만한 과정들이다. 렉서스를 일으킨 하나의 광고 1989년 미국 소비자를 흔든 광고가 있었다. 그해 도요타가 미국에 렉서스의 첫 차이자 가솔린 세단 ‘LS400’을 공개하며 선보인 광고다. 자동차 실험장비 위에 LS400이 서 있고, 운전자가 보닛 위에 샴페인잔 15개를 피라미드 모양으로 올린다. 그 다음 운전자는 시동을 걸고 시속을 220km 넘게 올린다. 그러나 샴페인잔은 흔들리지 않는다. 후발 주자인 렉서스는 브랜드 정체성을 ‘정숙성’과 ‘편안함’으로 잡았다. 독일 디젤 고급차의 전형적 특징인 진동과 소음, 딱딱한 서스펜션을 겨냥해 그들과 차별화를 꾀한 것이다. LS400의 공기저항계수는 0.29로 체급이 비슷한 BMW ‘735i’(0.32)와 메르세데스벤츠 ‘420SEL’(0.37)보다 현저히 낮았다. LS400 개발에는 7년간 총 20억 달러가 들었다. 렉서스는 명품 마케팅을 폈다. 렉서스 매장은 도요타와 완전히 분리했다. 자동차 수리 기간에 일반 소형차를 빌려주던 미국 관행과 달리 렉서스 차를 빌려줬고 필요하면 렌터카와 호텔, 사흘간의 식비까지 부담해주는 무상 긴급 출동 서비스를 운영했다. 매장에서 무료 커피와 세차 서비스를 제공했고, 주말 아침엔 무료 뷔페를 차렸다. 미니골프장도 운영했다. 이듬해 품질 문제가 생기자 판매한 8000대를 전량 회수해 조기 리콜했다. 가격은 경쟁자보다 현저히 낮게 잡는 ‘침투전략’을 폈다. LS400의 처음 가격은 3만5000달러. 경쟁 모델인 메르세데스벤츠 ‘300E’보다 1만 달러 낮았다. 크기가 비슷한 ‘420SEL’보다는 2만6000달러, BMW ‘735i’보다는 1만9000달러 쌌다. LS400은 처음엔 가격을 낮게 책정한 뒤 6년 뒤 경쟁자들과 비슷한 5만1680달러까지 인상했다. 렉서스는 진출 3년 만인 1992년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를 따돌리고 고급차 시장 판매 1위를 달성했다. 데뷔 후 10년 동안 JD파워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8차례나 1위에 올랐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1989년 렉서스는 미국에 마케팅 비용만 20억 달러, 광고비만 5000만 달러를 투입했고 판매망 구축에 5억7000만 달러를 들였다”며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손익분기점을 맞추는 데 7년 이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2010년 대대적인 리콜 사태 이후 렉서스는 브랜드 이미지를 재정립하기 시작했다.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 도요타 사장은 “디자인에 호불호가 갈리더라도 한눈에 렉서스임을 알아볼 수 있는 디자인을 만들어내라”고 지시했다. ‘정숙하지만 재미없다’는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렉서스는 2012년 나온 스포츠 세단 ‘GS’ 풀체인지(완전 변경) 모델부터 ‘스핀들 그릴(역사다리꼴의 상단부와 사다리꼴의 하단부가 결합된 모양의 라디에이터 그릴)’을 적용했다. 젊고 스포티한 이미지로 ‘제2의 변혁기’를 맞은 것이다.인피니티, 부활의 시작 닛산의 고급 브랜드 인피니티도 렉서스와 같은 해인 1989년 대형 세단 ‘Q45’로 미국에 데뷔했다. ‘기술의 닛산’답게 Q45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96km에 도달하기까지 6.7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BMW 7시리즈보다도 가속이 빨랐다. 최고출력은 278마력이었다. 이 때문에 인피니티는 스포티한 성능을 중심으로 이미지를 쌓아 갔고 BMW와 종종 비교됐다. 그러나 초창기 인피니티의 광고는 크게 인상적이지 못했다. 당시 아시아 지역의 대부분 자동차 광고는 자연 속에서 차가 달리는 모습을 주로 보여줬지만 미국 소비자들은 광고에 자동차의 견고함이나 안정성을 보여주길 원했다. 그러나 인피니티는 초기 미국 광고를 자연 속에서 차가 달리는 모습의 내용으로 꾸미면서 큰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오히려 인피니티 광고로 바위와 묘목 판매량만 늘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인피니티는 매출의 대부분을 미국에 의존했지만 ‘소비자층이 젊고 가격 대비 성능이 좋다’는 이미지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던 중 2008년 리먼 사태로 미국의 소비가 침체되며 위기를 맞았다. 이에 인피니티는 2010년부터 디젤 엔진을 얹어 유럽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르노닛산연합은 다임러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인피니티 모터 컴퍼니’로 법인을 분사한 뒤 본사를 홍콩으로 옮겼다. 닛산과 완전히 경영을 분리하는 것과 동시에 중국권 고급 자동차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이후 세단, 쿠페, 컨버터블은 ‘Q’, 크로스오버는 ‘QX’로 명명 체계를 변경했다. 인피니티의 첫 차 Q45를 계승한 것이다. 그리고 2013년 북미국제오토쇼에서 Q 명명 체계를 적용한 첫 차 ‘Q50’을 공개했다. 메르세데스벤츠 디젤 엔진을 탑재한 스포츠 중형 세단이었다. 인피니티는 1∼11월 세계적으로 19만2000대를 팔아 사상 최대의 실적을 냈다. 2017년부터는 연간 글로벌 판매대수를 50만 대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아큐라, 기술→고급→다시 기술로 아큐라는 일본 자동차업체 중 가장 빠른 1986년 미국에 데뷔했다. 첫해 판매량은 5만2869대, 다음 해는 10만9470대를 기록했다. 특히 2세대 레전드는 1988∼93년 6년 연속 미국 내 최다 판매 수입 럭셔리 카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아큐라는 대중차와 고급차 사이의 어정쩡한 포지셔닝으로 고급차 반열에 완전히 오르는 데는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레전드는 플래그십 모델인데도 6기통 엔진을 탑재하고 있어, 6기통 중형 세단인 혼다 ‘어코드’와 뚜렷하게 차별화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일관된 브랜드 철학을 내세우지 못한 점도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아큐라는 론칭 초창기 ‘정밀성으로 빚어낸 자동차(precision crafted automobiles)’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기술을 강조했다. 미국에서 내보낸 초기 광고도 레전드를 탄 남성 운전자가 동승석에 미모의 여성을 태우고 핸들을 마구 꺾으며 슬랄럼을 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2000년을 전후해 슬로건을 ‘럭셔리에 대한 진짜 정의, 당신의 것(the true definition of luxury yours)’으로 바꾸면서 고급 브랜드를 지향하기 시작했다. 결국 2006년부터 ‘진보(advance)’라는 슬로건으로 회귀했다. 최첨단 기술을 탑재한 고성능의 프리미엄 모델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혼다 관계자는 “2010년 마블 엔터테인먼트사와 협업해 영화 ‘아이언맨2’에 차량을 지원하는 등 브랜드 정체성을 알리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제네시스, 가야만 하는 길 현대차에 있어서 고급차 시장은 ‘가야만 하는 길’이다. IHS는 전 세계 고급차 시장 수요가 지난해부터 연평균 4% 늘어 2019년 1000만 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중차 시장의 연평균 증가율(3%)보다 높다. 또 2014년 BMW와 다임러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8.8%였다. 반면 대중차 위주인 완성차 업체 9곳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3.9%에 그쳤다. 전 세계적인 경기 위축에 자동차 시장도 양극화되는 가운데 수익을 늘리려면 고급차를 키워야 한다. 현대차가 내년 고성능 브랜드인 ‘N’을 내놓겠다는 계획도 같은 이유에서다. 현대차는 제네시스를 발표하면서 당분간 판매 채널을 현대차와 별도로 구축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마케팅 비용을 절약하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명품 이미지를 심기는 그만큼 어렵다. 현재 미국에서 G90의 전신인 ‘에쿠스’의 가격은 6만 달러대로 제너럴모터스(GM) 캐딜락의 동급 모델(7만 달러)보다 낮다. G90의 가격을 얼마로 책정할지도 변수다. 이런 상황에서 제네시스 브랜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일관된 브랜드 정체성, 차별화를 위한 기술과 마케팅 차원의 장기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 브랜드와 별개로 제품과 서비스, 쇼룸과 테크니션 교육 등에 대해 완전히 새롭게 접근하고 장기간 공들여 브랜드 가치를 확립해 나가야 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렉서스=정숙성’과 같은 명확한 차별화 포인트를 갖추는 것과 동시에 최근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이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에 주력하는 것처럼 제네시스도 선행 기술을 적극 개발해 적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조선업계의 경영실적을 반영하는 3대 지표인 수주량, 수주잔량, 인도량에서 지난해 한국이 모두 중국에 밀려 2위에 머물렀다. 7일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라크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조선업계 전체 수주량은 1015만 CGT(선박의 부가가치, 작업 난도를 고려한 계수를 곱해 산출한 무게 단위)로 중국(1025만 CGT)에 이은 2위였다. 수주량은 2012년부터 4년 연속 중국에 1위를 내줬다.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인도량은 한국이 1269만 CGT로 지난해 중국(1286만 CGT)에 역전됐다. 국내 조선업계는 2014년 5년 만에 인도량에서 중국을 앞질렀으나 지난해 재역전당했다. 수주량에서 인도량을 뺀 수주잔량은 중국(3987만 CGT), 한국(3052만 CGT), 일본(2314만 CGT) 순이었다. 이날 증권 및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계 ‘빅 3’인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총 8조 원가량의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됐다. 대우조선해양이 5조 원 안팎,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각각 1조4000억∼1조5000억 원의 손실을 낸 것으로 추산됐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 3사가 올해 흑자 전환을 목표로 내걸었지만, 저유가로 해양플랜트 납기가 연기되거나 계약이 취소될 우려가 있고 상선시장도 공급과잉이 심해 쉽지 않다”고 말했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자금난을 겪어 온 한진중공업이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을 통한 구조조정에 돌입한다. 6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한진중공업은 이르면 7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자율협약을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자율협약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보다 강도가 낮은 것으로 채권은행들이 대출 상환 유예, 추가 자금 지원 등을 하는 구조조정 방식이다. 한진중공업은 2014년 산은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맺은 뒤 지난해 서울 남영동 사옥과 부산 연구개발(R&D)센터를 1497억 원에 매각하고 인천 소재의 토지를 1389억 원에 파는 등 자구 노력을 지속했다. 그러나 2013년 700억 원, 2014년 1450억 원의 영업 손실을 입는 등 최근까지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채권단이 더 강력한 구조조정을 요청함에 따라 한진중공업이 자율협약을 검토해 온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장윤정 yunjung@donga.com·강유현 기자}

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쇼 ‘가전전시회(CES)’의 개막을 하루 앞둔 5일(현지 시간). 약 120석이 마련된 기아자동차 부스엔 250여 명이 몰렸다. 자리가 모자라 통로까지 사람들이 빼곡히 들어섰다. 여기서 기아차는 자율주행차 기술을 통칭하는 브랜드 ‘드라이브 와이즈’를 발표하고 2030년 완전 자율주행차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기아차를 비롯해 다양한 자동차 업체들이 CES의 한자리를 당당히 차지했다. 6일 개막해 9일까지 열리는 CES에는 자동차와 정보기술(IT)을 결합한 스마트카와 전기차 등 미래 자동차에 대한 비전을 앞세운 자동차 업체들의 참여가 봇물 터지듯 이어졌다. 올해 CES 참여 업체 3700여 곳 중 115곳 이상이 자동차 관련 업체다. 도요타, 아우디,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완성차 업체 9곳도 참여했다. 한 외신은 CES의 C가 ‘Car’의 첫 글자를 딴 것이란 착각마저 든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실제 CES 기조연설자 8명 중 2명은 메리 배라 제너럴모터스(GM) 회장과 헤르베르트 디스 폴크스바겐 최고경영자(CEO) 등 자동차 업계 수장이다. GM은 1회 충전 뒤 주행 가능 거리가 321km에 이르는 양산형 콘셉트카 ‘볼트 전기차’를 선보였다. 폴크스바겐은 9인승 미니버스를 기반으로 만든 전기 콘셉트카 ‘버디(BUDD-e)’를 선보였다. 디스 CEO는 “버디는 가전제품과 자동차를 사물인터넷(IoT)으로 연결한 최초의 차”라며 “이를 위해 LG전자와 협력했다”고 말했다. 양사는 이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최성호 LG전자 클라우드센터장(전무)은 “폴크스바겐은 LG의 혁신을 공유할 최적의 파트너”라고 말했다. 기아차는 고속도로 자율주행, 혼잡구간 주행 지원 등 자율주행 기술들을 탑재한 ‘쏘울 전기차(EV) 자율주행차’를 공개했다. 황승호 현대·기아차 부사장은 “2020년 부분 자율주행 기술을 상용화하고 2030년경 완전한 자율주행차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마크 필즈 포드 CEO는 자사 인포테인먼트 서비스 ‘싱크’와 아마존 음성명령 소프트웨어 ‘에코’를 연동해 집에서 차의 시동을 걸거나 차에서 집 보일러를 켜는 등 차량 원격제어 및 스마트홈 서비스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또 포드는 자사 픽업트럭인 ‘F150’과 DJI의 드론을 연동해 차량과 드론 간 통신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BMW는 손짓만으로 차량 대부분의 기능을 제어할 수 있는 ‘에어터치’ 기술을 탑재한 ‘i 비전 퓨처 인터랙션’ 콘셉트카를 선보였다. 계기판에 내장된 센서가 손의 움직임을 인식한 뒤 디스플레이와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을 통해 정보를 나타내준다. 아우디는 2017년형 모델에 반도체 업체 퀄컴의 자동차용 프로세서 ‘스냅드래건 602A’를 탑재하기로 했고, 메르세데스벤츠는 터치 감응식 제어, 휴대전화 무선충전 등으로 디지털 기능을 극대화한 E클래스의 운전석을 전시했다. 시장조사 업체들은 잇달아 자율주행차와 관련한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IHS는 2025년 세계 시장에서 자율주행차 연간 판매량이 23만 대, 2035년에는 1180만 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컨설팅회사 맥킨지는 2030년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 중 15%가 자율주행차일 것으로 전망했다. 자동차의 전장화 추세가 급속화하면서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CES에 들러 전시장을 둘러볼 계획이다. 2009년부터 현대·기아차는 격년으로 전시장을 운영해 올해 현대차는 부스를 차리지 않았다. 한편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상반된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5일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안승권 LG전자 사장(CTO·최고기술책임자)은 지난해 10월 GM 쉐보레 ‘볼트 EV’에 핵심 부품과 시스템 11종을 공급하는 전략적 파트너로 선정된 것과 폴크스바겐, 다임러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과 협업하고 있는 것을 예로 들며 “LG전자가 미래 자동차 부품사업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반면 지난해 전장사업팀을 출범시킨 삼성전자는 CES에서 스마트카 관련 언급을 피했다.강유현 yhkang@donga.com /라스베이거스=김지현 기자▶B3면에 관련기사}
‘폴크스바겐의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고통은 지금부터다.’ 미국 법무부가 4일(현지 시간)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파문을 일으킨 독일 자동차회사 폴크스바겐을 상대로 최대 100조 원이 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자동차 업계 사상 최대 규모다. 법무부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폴크스바겐은 경유(디젤) 차량 60만 대에 불법적 소프트웨어를 장착해 배출가스 통제 체계를 왜곡하는 바람에 과다한 배출가스를 발생시켰다”며 “이는 청정공기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존 크루든 법무부 환경·천연자원국장은 “폴크스바겐의 위법 행위는 소비자 신뢰를 무너뜨렸고 공공보건을 훼손했으며 다른 경쟁업체들에 불이익을 줬다”며 “미 정부는 그에 따른 피해를 회복하기 위한 적절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폴크스바겐이 잘못을 이미 공개적으로 인정했기 때문에 민사소송 결과보다는 이에 따라 결정될 벌금 액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000cc 차량 49만9000대에 각 3만2500달러, 3000cc 차량 8만5000대에 각 3만7000달러 등 총 190억 달러(약 22조6100억 원)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론적으로 폴크스바겐이 위반한 청정공기 관련법 4건에 각각 벌금을 물릴 수 있기 때문에 벌금액은 900억 달러(약 107조1000억 원)를 넘을 수도 있다”고 추산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지난해 9월 폴크스바겐 벌금액을 180억 달러 이상으로 예상했다. 이는 2009년 사상 최대 규모의 리콜 파문에 휩싸였던 도요타가 물어낸 액수를 한참 웃도는 수치다. 도요타는 당시 가속페달 결함을 숨겼다가 1000만 대 규모의 리콜 사태를 일으켜 벌금과 합의금 등으로 40억 달러를 지급했다. 법무부 당국자는 NYT 인터뷰에서 “이 민사소송은 폴크스바겐의 범죄 행위에 대한 수사와 관련 책임자들에 대한 형사처벌 조치와 병행해 진행될 것”이라며 “민사소송 제기는 법적 조치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폴크스바겐이 미국인과 당국을 상대로 사기를 친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폴크스바겐 측은 성명을 내고 “미 관계기관의 조사와 소송에 성실히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미 정부가 거액의 소송을 낸 것과 달리 한국 환경부는 별도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한국 정부는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이미 폭스바겐코리아에 과징금을 매겼기 때문에 추가로 징계하기는 어렵다”며 “미국과 한국은 법체계가 달라 미 정부의 소송 제기 여부가 한국 정부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환경부는 배출가스 조작이 확인된 구형 EA189엔진 탑재 차량의 판매 정지 및 리콜 명령과 함께 141억 원의 과징금을 매겼을 뿐이다.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 강유현 기자}
‘폭스바겐의 악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진짜 고통은 지금부터다.’ 미국 법무부가 4일(현지시간)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파문을 일으킨 독일 자동차업체 폴크스바겐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법무부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폴크스바겐은 경유(디젤) 차량 60만 대에 불법적 소프트웨어를 장착해 배출가스 통제 체계를 왜곡하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과다한 배출가스를 발생시켰고 이는 청정공기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소송 제기 이유를 밝혔다. 미국 법에 따르면 소송 당사자 중 한 쪽이 공공복지를 심대하게 위협하는 행위를 했을 때 정부가 직접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존 크루덴 법무부 환경·천연자원국장은 “폴크스바겐의 위법 행위는 소비자 신뢰를 무너뜨렸고 공공보건을 훼손했으며 다른 경쟁업체들에 불이익을 줬다”며 “미 정부는 그에 따른 피해를 회복하기 위한 적절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언론은 폴크스바겐이 공개적으로 잘못을 인정했기 때문에 민사소송의 결과보다는 이에 따라 결정될 벌금 액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000cc 차량 49만9000대에 각 3만2500달러, 3000cc 차량 8만5000대에 각 3만7000달러 등 총 190억 달러(약 22조6100억 원)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론적으로 폴크스바겐이 위반한 청정공기 관련법 4건에 각각 벌금을 물릴 수 있기 때문에 벌금액은 900억 달러(107조1000억 원)를 넘을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지난해 9월 폴크스바겐 벌금액을 180억 달러 이상으로 예상한 바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이 민사소송은 폴크스바겐의 범죄행위에 대한 수사와 관련 책임자들에 대한 형사처벌 조치 등과 병행해서 진행될 것”이라며 “법적 조치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폴크스바겐이 미국인과 당국을 상대로 사기를 저지른 혐의 여부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PA 측도 “지금까지 폴크스바겐과 리콜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그 협상도 이 소송과 병행해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언론에 따르면 이 소송은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 연방지법에 제기됐지만 폴크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사태와 관련해 미국 내 집단소송이 진행될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연방지법으로 곧 병합될 전망이다. 폴크스바겐 측은 성명을 내고 “미 관계기관의 조사와 소송에 성실히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 환경부는 미국 정부와 달리 별도로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한국 정부는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이미 폭스바겐코리아에 과징금을 부과했기 때문에 추가로 징계를 하는 것은 어렵다”며 “미국과 한국은 법체계가 달라 미국 정부의 소송 제기 여부가 한국 정부에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환경부는 배출가스 조작이 확인된 구형 EA189엔진 탑재 차량의 판매 정지 및 리콜 명령과 함께 141억 원의 과징금을 폭스바겐코리아에 부과했다. 이와 관련 폭스바겐코리아는 “미국 소송 건에 대해선 독일 본사로부터 연락 받은 내용이 없어서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폴크스바겐은 2009~2015년 배출가스 검사를 받을 때는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하고, 실제 도로에서 주행할 때는 꺼지도록 하는 방식으로 조작된 경유 차량 수십 만 대를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매년 매출 목표를 높여 잡으면서 ‘공격 경영’에 나섰던 재계가 대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방어 경영’으로 돌아서고 있다. 신년부터 재계가 움츠러든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4일 올해 판매 목표를 지난해 목표치 820만 대보다 7만 대(0.9%) 적은 813만 대로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이 판매 목표를 전년 목표보다 줄여 발표한 것은 현대차그룹이 출범한 2000년 이후 처음이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지난해 801만5745대를 팔아 2014년(800만5152대)보다 0.1% 더 파는 데 그쳤다. 현대·기아차는 2010년부터 매년 판매량이 목표를 넘었지만 지난해에는 미치지 못했다. 엔화 약세와 중국 및 러시아, 브라질 시장의 침체로 해외 판매에서 고전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 측은 “그래도 올해 판매 목표는 지난해 판매량보다는 늘어난 수치”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정몽구 회장이 4일 신년사에서 “판매 목표 달성도 중요하지만 이보다는 질적 향상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은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현대중공업그룹도 이날 올해 매출 목표를 21조6396억 원, 수주 목표를 195억 달러(약 23조 원)로 밝혔다. 지난해 목표보다 각각 11%, 15% 낮춘 수치다.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조선업계는 흑자 전환을 우선 목표로 내세웠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올해 한국 조선산업의 수주량과 수주액이 지난해보다 각각 27%와 29% 감소해 2009년 이후 최악일 것으로 내다봤다. 철강업계는 부진한 사업 정리에 주력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19개 국내외 계열사를 감축한 것에 더해 올해 35개 등 2017년까지 총 89개 계열사를 정리하기로 했다. 저유가 위기를 겪고 있는 정유업계도 ‘방어’가 최우선 목표다. GS칼텍스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유가 변동 등 불확실한 경영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수익성 향상을 통한 재무건전성을 강화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할 것”이라고 밝혔다.강유현 yhkang@donga.com·이샘물 기자}
올해도 조선 철강 해운 등 대표 수출 산업의 경영 환경은 지난해만큼이나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지난해 12월 30일 발표한 5대 업종 구조조정안을 두고 “현실성이 결여된 미봉책”이라는 지적이 산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정부는 구조조정안을 만들면서 해당 업계와 간담회 한 번 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돈 빌리려면 돈 채워라” 가장 논란이 일고 있는 부분은 선박펀드다. 정부는 경영난에 빠진 해운사들에 활로를 열어 준다는 명목으로 해운사들이 빚을 내지 않고 선박을 빌려 운항할 수 있도록 12억 달러(약 1조4000억 원) 규모의 선박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선박펀드는 일반 금융회사들이 50%, 국책 금융기관이 40%, 해운사가 10%를 각각 부담하는 것으로 펀드가 돈을 대 선박을 건조하면 해운회사들이 빌려 쓰는 구조다. 그런데 이 펀드는 부채비율 400% 이하인 기업에만 지원이 이뤄진다. 부채비율이 높은 국내 1, 2위 해운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이용할 수 없다. 지난해 3분기(7∼9월) 기준 업계 1위인 한진해운의 부채비율은 747%, 2위 현대상선은 786%다. 이 두 곳이 부채비율 400%를 맞추려면 각각 6000억여 원과 9000억여 원을 추가 조달해야 한다. 중대형 해운사 중 부채비율이 400% 아래인 곳은 흥아해운과 법정관리를 거친 뒤 각각 SM그룹과 하림그룹에 인수된 대한해운과 팬오션 정도다. 해운업은 선박을 건조하기 위해 받은 대출금이 부채로 잡히기 때문에 운용하는 선박 규모가 클수록 부채비율이 높아진다. 금융위원회는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자체적인 정상화 노력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지만 한국선주협회 관계자는 “당장 현금이 없어서 어려운데 현금이 있는 기업만 지원한다는 발상은 현실과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이어 “중대한 안을 발표하면서 업체들과 간담회 한 번 열지 않은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철강 조선도 현실과 동떨어진 구조조정안 정부가 제시한 철강업체 구조조정안도 큰 그림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망간합금철 생산량을 40% 감축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망간합금철 업계 규모는 1조5000억 원도 채 되지 않는다. 이는 지난해 약 70조 원으로 알려진 국내 철강업체 총매출의 2% 수준이다. 이보다는 조선산업 침체와 중국산 철강 제품의 공세로 현재 위기에 빠져 있는 전기로 기반의 열연 및 후판, 철근과 강관 등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어떻게 올릴지에 대한 방안이 나왔어야 한다는 게 철강업계의 반응이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현실을 전혀 모른 채 구조조정안을 만들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조선업계 구조조정안 또한 각 회사의 자구안을 전제로 한 STX조선해양 지원, 성동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경영 협력, SPP조선 매각 등 기존에 알려진 것 외에 새로운 내용이 없다. 사실상 ‘재탕’한 것이 아니냐는 평가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조선 철강 해운 등은 한국 주력 산업인 만큼 현재의 재무구조에만 초점을 맞춘 지원보다는 미래 성장력을 염두에 둔 설계가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 ‘컨트롤타워’ 부재로 갈팡질팡 일각에서는 정교한 구조조정안이 나오지 못하는 이유를 구조조정 전반을 지휘하는 컨트롤타워의 부재 때문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금융위원회를 주축으로 한 범정부 협의체가 발족했지만 금융위가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여러 부처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구조조정안을 총괄 지휘하기에는 힘이 부친다는 평가다. 일례로 지난해 10월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지원안을 놓고 금융당국은 채권단에 4조 원가량을 지원하라고 압박했지만 청와대에서 강도 높은 자구 계획과 노조 확인서 없이 자금 지원이 어렵다는 지침을 정하는 바람에 구조조정 방향을 두고 혼란이 일기도 했다. 조선 철강 해운산업의 경영 환경은 올해도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올해 한국 조선산업의 수주량과 수주액이 지난해보다 각각 27%, 29% 감소해 2009년 이후 최악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가 구조조정안을 적기에 마련해 추진하지 못하면서 관련 업체들은 자구책을 마련해 자발적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국내외 19개 계열사를 정리한 데 이어 올해는 35개사를 더 정리해 2017년까지 총 89개 계열사를 매각하거나 청산하기로 했다. 포스코는 주요 사업을 철강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계열사들은 정리해 수익성을 강화할 방침이다.강유현 yhkang@donga.com·김성규·박은서 기자}

국내 20대 그룹의 여성 임원 비율이 10년 만에 2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는 2006년 3월 삼성, 현대·기아자동차, LG, SK 등 국내 주요 20개 그룹의 여성 임원을 처음으로 전수 조사했다. 당시 전체 임원 4889명 중 여성은 43명(0.9%)뿐이었다. 오너 일가의 여성 임원 10명을 제외하면 33명뿐인 것으로 나타나 기업 규모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일었다. 3일 본보 취재팀이 10년 만에 20대 그룹의 여성 임원 현황을 다시 조사한 결과 전체 임원 수는 8579명으로 늘어났으며, 이 가운데 여성 임원은 189명으로 2.2%를 차지했다. 10년 사이 전체 임원이 1.8배로 늘어날 동안 여성 임원은 4.4배로 늘어난 것이다.○ 4대 그룹 중심으로 여성 임원 늘어 20대 그룹 가운데 여성 임원이 가장 많은 곳은 삼성그룹으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 등 오너 일가 두 명을 포함해 58명으로 조사됐다. 2006년 1550명 가운데 14명에 불과하던 삼성그룹의 여성 임원은 2016년 2000명 가운데 58명으로 늘었다. 삼성의 여성 임원 비중은 2.9%로, 10년 전에 비해 2.0%포인트 늘어났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여성 임원 중에서도 최고경영자(CEO)가 나와야 한다”고 거듭 강조해온 만큼 삼성의 여성 임원은 2012년 25명, 2013년 34명, 2014년 50명으로 매년 증가 추세를 이어오는 중이다. 올해 삼성의 여성 전무는 3명, 상무는 51명이다. SK그룹은 전체 731명 임원 중 17명이 여성으로 그 비율은 2.3%였다. LG그룹은 800명 중 15명이 여성 임원으로 비율은 1.9%를 보였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여성 임원 비율은 0.9%로 4대 그룹 중 가장 낮았다.○ 10년 전 ‘0명’에서 “많이 늘었네” 유통업계와 통신업계의 여성 임원 약진도 눈에 띄게 나타났다. 신세계그룹은 6.7%(134명 중 9명)로 여성 임원 비중이 20대 그룹 가운데 두 번째로 높았고 이어 CJ그룹이 5.1%로 4위를 차지했다. 신세계는 10년 전 여성 임원이 오너 일가 1명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0%에서 출발한 것이라 크게 변화했다는 평이다. CJ 역시 10년 전엔 여성 임원이 오너 일가 1명뿐이었는데 10년 만에 12명으로 늘었다. KT는 2006년 상무보를 포함해 전체 312명 임원 가운데 여성은 5명뿐이었지만 2016년에는 429명 중 26명, 6.0%로 조사돼 3위를 차지했다. 2006년 조사 당시 현대·기아차와 포스코, GS, LS, 대림은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10년 만에 현대차그룹은 여성 임원이 10명으로, 비중은 0.9%로 늘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말 정기 인사에서 안현주 IT기획실장(이사대우)을 공채 출신 첫 여성 임원으로 승진시켰다. 포스코와 GS 역시 10년 사이 각각 4명과 2명의 여성 임원을 배출했다. 10년 전 조사에서 여성 임원 수 공개를 거부했던 롯데와 현대중공업, 두산, 동부도 이번에는 모두 공개했다. 롯데는 최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20년까지 간부 사원의 30%를 여성으로 키우라”고 지시한 가운데 지난해 말 기준 여성 임원이 14명, 전체의 2.3%로 조사됐다. 현대중공업도 지난해 하반기(7∼12월) 임원 인사를 통해 이진철 상무보를 창사 이래 최초의 여성 임원으로 승진시켰다. 두산은 전체 355명 중 7명(2.0%)이 여성이었고 동부도 2013년 10월 한 명의 여성 임원을 외부에서 영입했다. 10년 전 여성 임원이 오너 일가 2명뿐이었던 한진도 올해는 대한항공 5명과 한진해운 1명으로 전체 227명 중 2.6%로 늘었다. 부영은 여성 임원이 2명에 불과하지만 전체 임원(21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5%로 가장 높았다. 반면 LS그룹과 대우조선해양, 대림은 여성 임원이 여전히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LS와 대림 측은 “업종 특성상 여성 직원 비율 자체가 낮다”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기업과 비교하면 아직 갈 길 멀어 10년 전에 비해서는 많이 늘었지만 국내 20대 그룹의 여성 임원 비중은 아직 100명 중 2명 수준에 불과하다. 글로벌 기업과 비교하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 2014년 기준 미국 페이스북의 여성 임원 비중은 25%였다. 트위터와 애플, 구글 등도 각각 22%, 18%, 16% 규모로 조사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성별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미국 사회의 지적에 따라 다양성·포용성 담당 임원을 별도로 채용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영국은 지난해 말 기준 런던국제증권거래소(ISE)에 상장된 상위 100개 회사의 비상임 이사 가운데 31.4%가 여성이었다. 여성 경영진은 9.6%였고 최고경영자(CEO)도 5.5%로 조사됐다. 유럽연합(EU) 소속 국가들은 ‘상장기업 여성 임원 할당제’를 도입한 덕에 2014년 말 기준 노르웨이 39.9%, 스웨덴 27.5%, 프랑스 28.5%, 핀란드 32.1% 등 20∼30%대를 오간다. 이들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삼성전자의 2014년 여성 임원 비중은 4.2%에 불과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국내 기업들도 ‘차세대 임원’이 될 여성 간부(과장, 차장, 부장)들을 폭넓게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2020년까지 여성 임원 비율 10%를 달성한다는 목표 아래 2014년 여성 간부 비중을 전체의 12.4%까지 끌어올렸다. 여성 간부 비중은 2007년 5.3%에서 2009년 7.5%, 2010년 8.0%, 2011년 9.0%, 2012년 8.3%, 2013년 11.8%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SK그룹도 16개 계열사 전체 차장, 부장 9844명 가운데 여성이 421명(4.0%)으로 여성 임원 비중(2.3%)보다 높게 나타났다. SK의 여성 차장, 부장 비중은 2012년 3.2%, 2013년 3.0%, 2014년 3.5%로 매년 늘어 지난해 처음으로 4%대를 기록했다. SK는 2013년부터 여성 직원 비율과 여성 관리자 비율, 채용·승진·퇴직 지수, 육아휴직 이용률 등을 숫자로 체계화한 ‘W인덱스’를 데이터베이스로 관리하고 있다. W인덱스 도입 후 SK플래닛은 지난해 채용한 신입사원의 여성 비중이 60%를 처음으로 넘어섰고 여성 팀장도 2011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김지현 jhk85@donga.com·강유현·곽도영 기자}
지난해 국내에서 생산된 자동차가 458만여 대로 추산됐다. 2011년(465만7094대)에 이어 역대 2위다. 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한국GM,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대우버스, 타타대우 등 국내에 공장을 두고 있는 자동차업체의 생산량은 414만5377대로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했다. 여기에다 2014년 12월 생산량(43만4709대)을 더하면 지난해 연간 생산량은 458만86대로 추정된다. 2014년(452만4932대)과 비교하면 1.2% 증가한 것이다.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2011년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운 후 2012년(456만1766대)과 2013년(452만1429대) 2년 연속 감소했다가 2014년(452만4932대)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생산량이 증가한 것은 레저용차량(RV)의 인기와 개별소비세 인하에 따른 내수 판매량 증가 등의 영향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지난해 내수 판매량을 181만6000대로 2014년보다 9.1% 증가한 것으로 추정했다. 업체별로는 기아차가 ‘쏘렌토’와 ‘카니발’ 등의 인기로 1∼11월 생산량(156만3888대)이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다. 쌍용차(13만1961대)는 ‘티볼리’ 인기로 1.9% 늘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닛산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로그’의 북미 수출량이 2014년 월 8만 대 수준에서 지난해 월 11만 대까지 늘어나면서 총생산량(18만5160대)이 전년 동기 대비 36.9% 증가했다. 반면 지난해 1∼11월 현대차의 국내 생산량은 168만6786대로 전년 동기 대비 0.8%, 한국GM은 56만4620대로 1.5% 각각 줄었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현대자동차는 재경본부장인 이원희 사장(55)을 기획, 영업·마케팅, 재경 담당 사장으로 임명했다고 지난해 12월 31일 밝혔다. 이에 따라 박한우 기아자동차 대표이사 사장과 함께 현대·기아차는 모두 경영 선봉장에 재경통이 나서게 됐다. 이번 인사는 기획, 영업·마케팅을 담당하던 김충호 전 대표이사 사장(64)이 퇴진한 데 따른 것이다. 김 전 사장은 1980년 현대차에 입사해 현대·기아차 국내영업본부장을 지낸 국내 영업통이다. 그는 약 2년 전부터 개인적인 이유로 용퇴 의사를 밝혀 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현대차가 수입차 공세에 적극 방어하지 못하면서 쇄신 분위기가 조성된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 신임 사장은 2010년부터 재경본부장을 맡았다. 2016년에도 불확실한 경영 환경이 예상되자 영업을 통한 양적 성장보다는 수익성 관리를 통한 내실 경영에 더 방점을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KARI)는 올해 평균 원-달러 환율이 1180원으로 지난해(1140원)보다는 나아지겠지만, 원화 가치가 엔화 유로화 등 다른 통화에 비해 강세를 띠며 어려운 수출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인사로 현대·기아차 사장단은 8명에서 7명으로 줄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 아래 선제적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강화하고 영업력을 확충하기 위한 인사”라고 설명했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 홍보 영상이 미국 유력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브 뉴스에서 올해 최고 비디오에 뽑혔다. 지난해 12월 31일 업계에 따르면 제네시스 홍보 영상인 ‘메시지 투 스페이스’(사진)가 오토모티브 뉴스가 선정한 ‘올해의 톱 비디오’ 1위에 올랐다. 이 매체는 2015년 자동차업체 홍보 영상의 온라인 조회 수를 기반으로 10개 순위를 발표했다. 메시지 투 스페이스는 조회수가 7153만3665건이었다. 미국 네바다 주 사막 ‘델라마 드라이 레이크’ 모래 위에 제네시스 11대를 이용해 초대형 타이어 트랙 이미지를 그려, 딸이 우주 비행사인 아빠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구현했다. 이 메시지는 기네스북에 ‘가장 큰 타이어 트랙 이미지’로 등재됐다. 2∼4위에는 렉서스 ‘하버보드(4355만5928건)’, 닛산 ‘아빠와 함께(3951만8539건)’, BMW ‘신형 BMW 7시리즈(2774만927건)’가 올랐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 홍보 영상이 미국 유력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브 뉴스에서 올해 최고 비디오에 뽑혔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제네시스 홍보 영상인 ‘메시지 투 스페이스’가 오토모티브 뉴스가 선정한 ‘올해의 톱 비디오’ 10개 순위 중 1위에 올랐다. 오토모티브 뉴스는 올해 자동차회사의 홍보 영상을 대상으로 누리꾼들의 조회 수를 조사해 10개 순위를 발표했다. 올해 4월 공개된 메시지 투 스페이스는 조회수가 7153만3665건이었다. 우주 비행사인 아빠를 그리워하는 딸의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제네시스를 활용해 우주에서도 볼 수 있는 초대형 메시지를 만들어 낸다는 내용이다. 현대차는 미국 네바다 주 사막 ‘델라마 드라이 레이크’에서 제네시스 11대를 이용해 초대형 타이어 트랙 이미지로 딸이 직접 쓴 메시지를 사막 모래 위에 구현했다. 이 메시지는 기네스북에 ‘가장 큰 타이어 트랙 이미지’라는 신규 항목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이 영상은 6월엔 칸 국제광고제에서 총 3개의 동사자상을 받았다. 2~4위에는 렉서스의 ‘하버보드(4355만5928건)’, 닛산의 ‘아빠와 함께(3951만8539건)’, BMW의 ‘신형 BMW 7시리즈(2774만927건)’가 순서대로 올랐다.강유현기자 yhkang@donga.com}
쌍용차 옥쇄파업 사태는 노조로 인해 경쟁력을 상실한 한국 제조업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 준 사례였다. 한국 제조업은 강성 노조로 구조조정이 어려운 데다 매년 인건비가 크게 상승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경영 환경 악화로 기업들이 생존 위기에 몰리고 ‘귀족 정규직 노조’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강성 노조가 동력을 잃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속노조 조합원의 약 3분의 1(4만8850명)이 가입돼 있는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가 대표적이다. 금속노조 위원장을 지낸 강경파 박유기 씨가 지부장에 당선됐으나,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결국 지난해보다 완화된 임금 인상안을 받아들였다. 10월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에 당선된 강경파 백형록 씨는 최근 사측의 임금 동결안을 받아들였다. 현대·기아자동차를 제외한 국내 자동차업계는 올해 일찍이 무분규로 임금협상을 타결했다. 이를 두고 자동차업계에서는 글로벌 생산기지가 중국에서 인도, 동남아로 넘어가고 국가별 자유무역협정으로 글로벌 밸류 체인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노조의 무리한 요구는 결국 일자리의 해외 유출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노조가 어느 정도 합리적인 접근을 할 수밖에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쌍용자동차 노사가 2009년 옥쇄파업 당시 해고자들을 단계적으로 복직시키기로 합의하면서 지난달 14일 불법 폭력 시위를 주도한 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사진)의 복직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09년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이던 한 위원장은 당시 77일간 쌍용차 평택 공장을 점거하고 옥쇄파업을 주도했다. 현재 이론적으로는 한 위원장은 복직 대상에서 제외된다. 쌍용차 사규에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해고한다’는 내용이 있기 때문이다. 한 위원장은 2009년 불법 폭력 사태를 주도한 혐의로 3년간의 실형을 선고받아 복역하고 2012년 출소했다. 출소 이후 2013년 5월까지는 쌍용차 해고자 복직을 주장하며 평택공장 인근 송전탑에 올라 171일간 고공 농성을 벌였다. 그러나 실제 복직 여부에 대해선 추가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측은 한 위원장이 지난달 불법 파업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사규에 따라 복직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2009년 사태로 인한 실형에 관해서는 복직점검위원회에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노사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타결했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29일 전체 조합원 4만8850명을 대상으로 임·단협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투표자 4만2149명 가운데 2만5172명(59.72%)이 찬성해 가결됐다고 밝혔다. 앞서 28일엔 현대중공업 노조가 전체 조합원 1만7134명을 대상으로 찬반투표를 실시해 투표자 1만5131명 가운데 찬성률 58.78%로 임협이 가결됐다. 두 회사 노조는 최근 위원장에 강성 인물이 당선됐으나 올해 경영환경이 악화돼 회사 실적이 부진하자 지난해보다는 완화된 선에서 절충점을 찾았다. 현대차 노사는 임금 기본급을 8만5000원 인상하고 성과급 400%+현금 720만 원을 받기로 했다. 최대 쟁점이었던 임금피크제는 내년 임협에서 합의 후 시행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임금을 동결하기로 합의했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