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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을 둘러싼 사회 환경이 변하면서 절반에 가까운 국민이 가족해체 등 가정 내 위기를 겪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들에 대한 맞춤 서비스와 안전망이 부족한 탓에 위기를 극복하지 못해 취약계층으로 떨어지는 가족이 늘어나고, 새로운 사회 문제를 야기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해 20~64세 1500명을 조사한 결과 691명(46.1%)이 가족 위기를 겪었다고 응답했다고 11일 밝혔다. 가족 위기란 가계 파산, 구성원의 자살, 재난 등 삶을 위협하는 상황에 처했지만 이를 극복할 수 없어 무력해진 상태를 말한다. 가장 많은 응답자가 꼽은 가족 위기의 유형은 경제적 위기(61.6%)였다. 실직, 가계 부채, 부도 등이 주된 원인이었다. 특히 20대 응답자 중 경제적 위기를 토로한 비율은 67.2%로 40대(63%)나 50대(59.4%)보다 높았다. 가족 관계와 자녀·노부모 돌봄 기능이 위기에 처했다는 응답은 각각 34.5%, 30.8%였다. 50~60대 응답자 중 40% 이상이 자녀·노부모 돌봄의 위기를 호소했다. 가족 위기를 경험한 평균 기간은 6년이었지만 가족 내에서 이 같은 문제를 의존할 사람이 없다는 응답은 전체의 32.7%나 됐다. 15.4%는 어디에 도움을 청해야 할지 알 수 없어 막막했다고 답했다. 가족 위기를 해결하지 못한 이유로 ‘외부 지원 부족’과 ‘정보 부족’을 꼽은 응답자는 각각 34.6%, 24.8%였다. 연령별로, 겪고 있는 위기의 유형이 다양하지만 이를 해소해줄 ‘맞춤형’ 지원 정책이 부족해 고통이 장기화된다는 뜻이다. 김유경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가족정책연구팀장은 “상황의 특성에 맞춰 공적 지원이 적절하게 투입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조건희기자 becom@donga.com}

#장면1. 아이돌그룹 ‘빅뱅’의 탑(본명 최승현·30)이 이틀 넘게 의식을 잃었던 이유는 마약류(향정신성) 의약품인 벤조디아제핀 계열 신경안정제를 과다 복용한 탓으로 확인됐다. 한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불면증 치료용 향정신성 의약품(향정)은 중추신경계에 직접 작용하지만 정해진 양만 복용하면 대체로 안전하다”며 “의식 불명에 이르는 것은 며칠분을 한꺼번에 먹었을 때 생기는 일”이라고 말했다. #장면2.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고등학생 박모 군(18)은 스트레스가 차오를 때마다 신경안정제를 찾는다.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는 친구로부터 신경안정제를 한 알 얻어 복용해본 뒤 마음이 진정되는 기분을 느꼈기 때문이다. 박 군은 “친구가 약을 구해 주지 못하는 날엔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액체로 된 유사(類似) 신경안정제를 부모님 몰래 2, 3병 사 한꺼번에 마신다”고 귀띔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최근 이처럼 향정을 습관적으로 복용하다 오남용, 중독에 이르는 환자가 늘고 있다고 보고 현재 1, 2주인 ‘향정 처방 경고’ 기간을 내년부터 6개월로 대폭 늘린다고 8일 밝혔다. 환자가 한 달 내에 한 번이라도 향정을 투약한 기록이 있으면 다른 병·의원에서 같은 성분을 처방받으려고 할 때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시스템을 통해 의사에게 경고 메시지를 띄우는 방식이다. 심평원은 우선 의사가 향정 처방기록을 조회할 수 있는 기간을 한 달로 정해 연내에 진료 현장에 시범 적용한 뒤 이 기간을 내년부터 6개월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는 향정 처방기록 조회 기간이 ‘환자가 해당 성분을 복용하는 기간’으로 제한돼 있다. 예컨대 환자가 A 의원에서 7일 치를 처방받았다면 8일째 되는 날 B 병원에서 같은 성분을 처방받으면 의료진에게 경고 메시지가 뜨지 않는다. 복용 기간(1∼2주)에 맞춰 병원을 옮겨 다니며 약을 타내는 이른바 ‘메뚜기’ 환자를 처방 단계에서 걸러낼 방법이 없는 셈이다. 게다가 약값에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향정 처방기록은 의사와 약사가 DUR에 입력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해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이 같은 허점 때문에 2013년부터 3년간 병원 12곳을 옮겨 다니며 수면유도제 졸피뎀(향정)을 11년 치 처방받은 50대 여성 등 오남용 사례가 끊이지 않았다. 이는 입시·취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일부 청년층의 잘못된 인식과 어우러져 마약류 오남용으로 이어진다. 취업준비생 이모 씨(28·여)는 지난해 초 불면증 탓에 향정 신경안정제를 처방받은 뒤 증상이 없어진 현재도 약을 끊지 않고 있다. “면접을 앞두고 약을 먹으면 마음이 편해진다”는 이유에서다. 보건복지부가 올해 처음 실시한 약물중독 실태 역학조사에 따르면 이 씨처럼 처방 향정을 오남용하는 환자는 19만6137명으로 추정된다. 관계당국은 대마나 코카 등 마약류 중독자가 13만5560명 정도라고 보고 있다. 병·의원에서 ‘합법적’으로 타 먹는 향정이 국경을 넘어 밀수되는 마약보다 위험하다는 뜻이다. 노년층도 예외가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5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환자의 벤조디아제핀 계열 수면제 처방률은 한국이 1000명당 205.4명으로 OECD 평균(62명)의 3.3배였다. 정부는 내년부터 향정 처방 경고 기간을 확대하고 ‘마약류 통합 관리시스템’을 완비하면 향정 오남용 사례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새 시스템은 건강보험 적용 여부와 관계없이 환자에게 향정을 처방하면 취급 내용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보고하도록 한 것으로, 내년 5월 현장에 도입된다. 김효정 식약처 마약관리과장은 “환자에게 유난히 향정을 많이 처방한 병원은 직접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 이대목동병원에 입원해 있던 탑은 8일 오후 의식을 되찾아 9일 퇴원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만약 처음에 신경안정제 처방을 결정한 의료진이 과다 복용 우려를 의도적으로 무시했다면 의료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며 “관할 보건소에 신고가 접수되면 조사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조건희 becom@donga.com·정지영 기자}

서울 청계천에서 전파사를 운영하며 두 자녀를 키우던 양모 씨(59)는 2009년 사업이 망한 뒤 어렸을 때 앓았던 조현병(정신분열증)이 도로 심해졌다. 정신병원 입원 생활이 7년간 이어졌다. 아내가 지난해 5월 이혼소송을 내자 양 씨는 무연고자가 됐다. 병원이 입원비를 댈 가족이 없다는 이유로 양 씨를 쫓아내면 경찰은 교통질서 위반 등으로 다시 붙잡아 병원에 강제로 입원시키길 되풀이했다. 올해 2월 한 사회복지법인이 양 씨의 후견인으로 지정됐을 때 그는 폐렴까지 얻어 심신이 극도로 피폐한 상태였다. 보건복지부가 양 씨처럼 기댈 곳 없는 정신질환자나 치매 환자들에게 ‘공공후견인’을 붙여주는 방안을 도입하기로 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공공후견은 질병이나 장애, 노령 탓에 의사결정이 어려운 사람에게 법원이 법적 후견인을 정해줄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제도다. 2013년부터 연간 200여 명의 발달장애인이 공공후견제도에 따라 후견인 활동비(월 15만 원)를 지원받고 있지만 정신질환자와 치매 환자는 방치돼 왔다. 이 때문에 무연고 정신질환자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상태가 악화되거나 재산을 노린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사례가 많았다. 최근 경찰에 특수감금 등 혐의로 구속된 박모 씨(57) 일당은 조현병 환자 A 씨(67)가 결혼한 것처럼 꾸며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킨 뒤 재산 50억 원을 뜯어내는 수법을 썼다. 복지부는 전국 정신요양원 59곳에 입소한 1만477명 중 가족이 없는 500여 명을 우선 추려 자격 심사를 거친 뒤 공공후견인을 정해주기로 했다. 후견인은 환자의 입·퇴원 결정과 재산 관리를 돕고 사회 복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한다. 지난달 30일 시행된 개정 정신건강복지법에는 후견인이 반대하면 가족(보호의무자)이 정신질환자를 강제 입원시키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조항이 포함됐다. 공공후견제도가 자리를 잡으면 환자의 먼 친척이나 ‘가짜 가족’이 강제 입원을 재산 문제 등에 악용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치매에 걸린 홀몸노인에게 공공후견인을 안내하는 제도는 이미 시범사업에 착수했다. 복지부는 다음 달 저소득층 치매 노인 10명에게 공공후견인을 정해준 뒤 수요를 파악해 내년부터 전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10만2700여 명으로 추정되는 전국 치매 홀몸노인 중 적어도 3만 명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공공후견인은 정년퇴직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 위주로 교육한 뒤 공공일자리 인력은행에 등록시켜 필요시 파견하는 형식으로 운용한다. 성년후견제도가 시행된 2013년 7월 이후 지난해 9월까지 후견인을 지정받은 치매 환자는 약 800명에 불과하다. 다만 증상이 얼마나 심한 환자에게 후견인을 붙여줄지, 후견인의 활동을 어떻게 감시할지 등 구체적인 시행 기준과 방식을 정하는 일이 까다롭다. 현재 발달장애인에게 적용되는 공공후견의 종류는 후견 기간이 2, 3년이고 대리할 수 있는 사무도 제한된 ‘특정후견’이다. 하지만 정신질환과 치매 환자의 후견인은 인신 구속(강제 입원)의 필요성을 판단하는 등 후견의 범위가 넓고 기간 제한도 없는 ‘한정후견’이 될 가능성이 높아 자격 심사와 교육을 더 엄격히 해야 하기 때문이다. 후견인에 대한 지원금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정용신 서울가정법원 공보판사는 “현재는 후견인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적어 법원이 후보들에게 ‘제발 환자를 맡아 달라’고 읍소하는 상황”이라며 “법원마다 국선변호인처럼 국선후견인을 두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건강보험 재정 38억 원은 크다면 큰돈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돈으로 한 해 장기기증자 1600여 명의 유가족은 고귀한 기증의 의미를 살릴 수 있게 됐고, 1800여 명의 이식 수혜자는 장기를 산 것 같은 마음의 짐을 벗을 수 있게 됐다. 뇌사자의 장기를 이식받을 때 수혜자가 일부 부담해야 했던 적출 수술비를 앞으로는 건강보험이 책임진다. 수혜자가 뇌사자의 장기 적출비를 대납하는 관행이 순수한 기증 정신을 해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장기 이식 수혜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내용의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이 5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다음 달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종전엔 장기를 이식받는 환자는 △본인 수술비(3000만∼4000만 원) 외에도 △뇌사자의 장기 적출비(평균 550만 원) 중 10∼20%와 △장기 관리료(380만∼400만 원) 전액을 부담해야 했다. 여기엔 뇌사 판정비 등도 포함돼 있어 “이식 수혜자가 대납한 돈을 ‘장기 값’으로 여기게 된다”는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았다. 심한 경우 관련 비용을 뇌사자 가족이 먼저 부담한 뒤 장기가 수혜자의 병원으로 옮겨진 뒤에야 돌려주는 일도 있었다. 개정 시행령이 도입되면 장기 적출비에 대한 수혜자의 부담은 완전히 면제되고, 장기 관리료도 현재의 7∼14%만 내면 된다. “신체의 일부를 아무런 대가 없이 아픈 사람에게 나누어 준다”는 고귀한 장기 기증의 취지를 고려한 결정이다. 이번 조치로 수술비 부담을 덜 이식 환자는 연간 1800여 명, 소요될 건강보험 재정은 38억8000만 원으로 추산된다. 다만 살아있는 기증자의 장기를 적출하는 수술비는 여전히 이식 수혜자의 부담으로 남았다. 안규리 대한이식학회 이사장(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은 “생체 이식 적출비도 건강보험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궁극적으로는 ‘장기 기증자 추모의 날’을 만들어 생명 나눔 인식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정부가 올겨울에 인플루엔자(독감) 감시기관을 현재의 4배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4일 확인됐다. 지난겨울 독감이 역대 최장 기간 유행한 원인이 초기에 환자를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해 12월 8일 발령했던 독감 유행주의보를 이달 1일 해제했다. 주의보는 표본 감시 병·의원 200곳을 찾은 외래환자 1000명당 독감 의심 환자가 3주 연속 유행 기준(8.9명) 이하면 풀린다. 이번 주의보는 176일간 지속됐다. 독감 주의보 발령·해제 체계가 도입된 2011∼2012년 겨울 이후 최장 기록이었던 2015∼2016년 겨울(144일)보다도 한 달 이상 길었다. 원인은 지역별·연령별로 세분되지 않은 감시체계였다. 지난해 11월 셋째 주에 학령기(7∼18세) 독감 의심 환자 비율은 외래환자 1000명당 9.8명으로 유행 기준을 넘었지만 보건당국은 3주 후에야 주의보를 내렸다. 학교별 감시체계가 구축돼 있지 않아 모든 연령대의 평균 의심 환자 비율만을 주의보 발령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전국 단위 주의보 발령도 늦었다. 서울에서 독감이 급격히 퍼지는 동안 부산 등 남부 지역의 의심 환자 비율은 기준 이하로 유지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특정 지역과 학년에서 이미 독감이 유행하는데도 학교와 병·의원이 제때 대응하지 못한 점이 독감 바이러스 확산의 원인으로 꼽힌다. 보건당국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현행 200곳인 독감 표본 감시 병·의원을 800곳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표본 감시 병·의원은 발열, 기침 등 독감 의심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방문하면 이를 보건당국에 실시간으로 보고하기 때문에 유행 추이를 파악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현재 일부 지역에 몰려 있는 감시기관을 800∼1000곳으로 늘리고 이를 고르게 배치하면 지역별 환자 발생 분포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의 경우 독감 표본 감시 병·의원이 5000여 곳으로 한국의 20배가 훨씬 넘지만 이조차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아 7000곳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학년별 주의보를 발령하기 위해 나이스(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의 학생 환자 정보를 독감 감시체계와 연동하는 방안을 질병관리본부와 교육부가 협의 중이다. 조은희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과장은 “감시기관을 늘리면 독감 환자 추이 외에 △조류인플루엔자 인체 감염증 위험성 △독감으로 인한 연간 사망자 수 △독감 예방접종의 효과 등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보건복지부가 정신병원 강제 입원 요건을 완화하자 환자인권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환자의 입원을 독립적인 타 병원의 의사가 아니라 같은 병원의 동료 의사가 최종 결정할 수 있도록 한 정부의 지침이 개정 정신건강복지법의 ‘환자 인권 보호’ 취지에 역행한다는 취지다(본보 5월 31일자 A14면 참조). 31일 환자인권단체들로 구성된 ‘정신장애복지지원법추진 공동행동’은 전날 복지부가 전국 정신병원에 배포한 강제 입원 요건 완화 지침을 철회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전문의가 부족하면 같은 병원 의사가 진단해도 된다”는 복지부 지침으로 새 법의 핵심 조항을 무력화시킨 건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신석철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은 “예외 조항은 어디까지나 예외일 뿐, 개정법의 근본 취지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대한신경정신과의학회 측은 “복지부의 지침이 새 법과 어긋나지 않는지 법률 검토에 착수했다”며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행정소송을 내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일선 정신병원에선 기존 입원 환자들의 입원 기간을 연장하기 위한 전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혼란이 빚어졌다. 개정법에 따르면 2월 이전에 강제 입원된 환자는 6월 29일까지 추가 진단 전문의로부터 ‘계속 입원’ 판정을 받아야 정신병원에 남을 수 있다. 하지만 추가 진단 전문의가 입원 권고서를 시스템에 업로드하는 기능에서 이날 오류가 발견돼 현재 복구 중이다. 시스템이 제때 복구되지 않으면 권고서를 수기로 작성 및 신고해야 한다. 한 해 강제 입원 환자는 5만5000여 명이고 이 중 68.2%가 3개월 이상 입원 환자로 추산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같은 병원 소속 의사의 추가 진단을 허용한 지침은 올해 말까지만 한시 적용할 계획”이라며 “전산 시스템은 6월 초 복구가 완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멀쩡한 사람을 정신병원에 가두지 못하게 하려는 새 법이 30일 시행됐지만 환자의 인권 보호를 위한 핵심 조항을 무력화시키는 지침을 정부가 내놓아 논란이 예상된다. 강제 입원을 최종 결정할 ‘추가 진단 전문의’를 타 병원 소속이 아닌 같은 병원의 동료 의사로 대체할 수 있도록 완화한 것인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아닌 검찰이 발부하도록 한 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짬짜미’ 방지 조항, 정부가 무력화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 제43조엔 보호의무자(가족)의 요청에 따른 강제입원 절차가 구체적으로 적혀 있다. 환자를 2주 이상 입원시키려면 가족 2명이 요청해 전문의 1명이 동의하고 다른 정신병원 소속 전문의 1명이 입원 필요성을 추가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조문은 유산 다툼을 벌이는 가족과 의사가 공모해 ‘가짜 환자’를 정신병원에 부당하게 입원시키는 사례가 속출하자 신설됐다. 의사의 진단이 객관적으로 이뤄졌는지 검증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 대다수가 같은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보건복지부가 전국 정신병원에 배포한 ‘입·퇴원 매뉴얼’엔 “추가 진단을 실시할 다른 병원 소속 전문의가 부족한 경우 예외적으로 ‘같은 정신병원’의 전문의가 추가 진단을 실시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개정법에 “출장 진단 전문의가 부족하면 보건복지부령에 따라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정한다”는 예외조항이 포함됐는데, 복지부가 “다른 병원 전문의의 출장이 늦어져 꼭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가 퇴원하는 일을 막겠다”며 예외조항을 적극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복지부는 3월 개정법의 하위법령을 입법예고할 당시 “전문의가 부족해 2주 내에 추가 진단을 받지 못하면 1회에 한해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두겠다”며 ‘기간 연장’ 방안을 발표했다. 정신건강의학계와 정신질환자 사회복귀 시설 관계자들도 이 방안에 동의했다. 하지만 법제처와 협의한 결과 기간 연장은 환자의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폐기하고 그 대신 의사의 소속에 대한 제한을 풀기로 했다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정신건강복지법이 제정 21년 만에 처음으로 전면 개정된 이유가 환자 가족과 의사의 ‘짬짜미’ 진단을 막기 위해서였는데, 이 같은 취지에 어긋난다는 얘기다. 개정법에 따라 출장 진단을 받아야 하는 사례는 한 해 12만9863건으로 예측되지만 이 중 상당 부분을 맡아야 할 국립정신건강센터 소속 전문의 16명은 6월 말에야 채용될 예정이라 ‘땜질’ 진단이 습관적으로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김도희 변호사는 “환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핵심 조문을 예외조항에 따라 본래 취지와 정반대로 해석하는 것은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시행 첫날 ‘강제입원 관리 시스템’ 먹통 이날 진료 현장에서는 강제입원 대상 환자를 관리하기 위한 전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일시적으로 소동이 벌어졌다. 강제입원 대상 환자의 인적 사항과 증상 등을 기록하고 다른 병원에 전문의의 진단 출장을 신청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오전에 접속 권한을 등록하려는 의료진이 몰려 속도가 느려진 데다 오후에 업데이트를 위해 30분간 서버 작동이 중단되면서 병원 관계자들이 불만을 터뜨렸다. 개정법의 시행규칙이 시행 당일에야 공포된 것을 두고도 비판이 나왔다. 강제입원 대상과 절차 등 달라진 제도를 숙지할 여유도 없이 법이 시행됐다는 얘기다. 한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대대적인 변화라서 초기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예상은 했지만 개정법이 제대로 정착하려면 손봐야 할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출장 진단은 1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추가 진단을 받아야 하는 기한은 입원 후 2주 이내이기 때문에 아직 진단 출장이 배정된 정신병원이 없었다. 차전경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은 “강제로 입원된 환자로선 추가 진단 전문의를 4주간 기다리는 것보단 같은 병원 의사로부터 신속히 진단받는 게 인권 침해 소지가 적다고 판단했다”며 “일부러 다른 병원 전문의의 진단을 피하는 정신병원은 현장점검을 통해 엄중히 행정처분하겠다”고 해명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특정 성(性)을 혐오하는 표현이 수위를 넘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은 지난달 1~7일 ‘82쿡’ ‘디시인사이드’ 등 온라인 커뮤니티 16곳에서 각각 게시글 100개와 해당 글에 달린 댓글 10개씩을 분석한 결과 성차별적 게시글·댓글이 153건으로 집계됐다고 30일 밝혔다. 유형별로는 ‘김치녀(남성에게 의존하는 여성을 낮추는 말)’ ‘맘충(아기 엄마 비하를 비하하는 표현)’ ‘한남충(한국남자를 얕잡아 부르는 말)’ 등 특정 성을 경멸적으로 부르는 혐오·비난 표현이 101건이었다. 신체 부위를 강조해 성적 이미지를 연상시키거나 특정 성의 속성을 폄하하는 폭력적·성적 대상화는 52건이었다. 양평원 관계자는 “여성에 대한 폭력적·성적 대상화가 많았고, 그 중에서도 특히 심한 내용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개선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페렴으로 인한 사망률이 노인은 젊은이의 70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15년 국내 사망원인 통계를 분석한 결과 인구 10만 명당 폐렴으로 인한 사망자가 64세 이하에서는 3명 수준이지만 65세 이상 노인에서는 209명이었다고 29일 밝혔다. 폐렴은 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에 이어 사망원인 4위다. 폐렴은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등의 미생물로 인한 감염으로 발생하는 폐의 염증이다. 초기 증상은 기침, 가래 등 감기와 비슷하지만 호흡곤란, 고열, 비정상적인 호흡음 등 특유의 증상을 방치하면 치명적인 상황에 이를 수 있다. 이 때문에 심평원은 2014년부터 병원을 상대로 폐렴 진료의 적정성을 평가하고 있다. 심평원이 지난해 4~6월 전국 폐렴 진료 병원 563곳을 상대로 2차 평가를 실시한 결과 삼성서울병원 등 222곳(41.9%)이 1등급을 받았다. 2014년 첫 평가 때보다 50곳 증가했다. 산소포화도 검사 실시율 등 8개 지표 중 7개의 평균 점수가 첫 평가였던 2014년에 비해 향상됐다. 다만 금연 교육 실시율은 92.2%에서 89.4%로 감소했다. 심평원 관계자는 “폐렴 예방을 위해 금연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해 2018년 평가 땐 이 분야를 집중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아래는 심평원 2016년 2차 폐렴 적정성 평가에서 1등급을 받은 병원 222곳 명단. <서울> ▽상급종합병원 △강북삼성병원 △이대목동병원 △건국대병원 △서울아산병원 △경희대병원 △중앙대병원 △고려대의과대학부속구로병원 △고려대의과대학부속병원(안암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대병원 △법인연세대의과대학세브란스병원 △연세대의과대학 강남세브란스병원 △한양대병원 ▽종합병원 △여의도성모병원 △성애의료재단 성애병원 △가톨릭대성바오로병원 △세란병원 △강동경희대병원 △순천향대 서울병원 △국립중앙의료원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녹색병원 △을지대 을지병원 △대림성모병원 △의료법인청구성심병원 △명지성모병원 △의료법인한전의료재단 한일병원 △부민병원 △인제대 상계백병원 △삼육서울병원 △인제대 서울백병원 △서울적십자병원 △재단법인베스티안재단베스티안서울병원 △서울보라매병원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중앙보훈병원 △서울의료원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성심의료재단강동성심병원 △홍익병원 ▽병원 △금강아산병원(재단법인 아산사회복지재단) △은평연세병원<부산> ▽상급종합병원 △인제대 부산백병원 △동아대병원 △고신대복음병원 △부산대병원 ▽종합병원 △구포성심병원 △의료법인 인당의료재단 부민병원 △동래봉생병원 △의료법인 인당의료재단 해운대부민병원 △부산의료원 △의료법인은성의료재단좋은삼선병원 △부산성모병원(재단법인 천주교부산교구유지재단) △의료법인정선의료재단 온종합병원 △비에이치에스한서병원 △인제대해운대백병원 △삼육부산병원 △재단법인천주교부산교구유지재단 메리놀병원 △영도병원 △동의병원 △의료법인 광혜의료재단 광혜병원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부산보훈병원 △의료법인 은성의료재단 좋은강안병원 △해동병원 ▽병원 △한사랑내과병원 △화명일신기독병원 <인천> ▽상급종합병원 △가톨릭대인천성모병원 △인하대의과대학부속병원 △길병원 ▽종합병원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의료법인 인천사랑병원 △검단탑병원 △인천의료원 △부평세림병원 △인천기독병원 △온누리병원 △한림병원 △의료법인 성수의료재단 인천백병원 ▽병원 △전병원<대구> ▽상급종합병원 △경북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계명대동산병원 △영남대병원 ▽종합병원 △(비영리특수법인)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대구보훈병원 △대구파티마병원 △미리내천주성삼성직수도회천주성삼병원 △의료법인구의료재단 구병원 △대구가톨릭대 칠곡가톨릭병원 △칠곡경북대병원<광주> ▽상급종합병원 △전남대병원 △조선대병원 ▽종합병원 △광주기독병원 △광주씨티병원 △광주병원 △동아병원 △광주보훈병원 △첨단종합병원 △광주수완병원 ▽병원 △한사랑병원<대전> ▽상급종합병원 △충남대병원 ▽종합병원 △대전보훈병원 △을지대병원 △대청병원 △법인가톨릭학원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의료법인 영훈의료재단 대전선병원 △법인건양학원 건양대병원<울산> ▽상급종합병원 △법인 울산공업학원 울산대병원 ▽종합병원 △의료법인 동강의료 재단 동강병원 △의료법인혜명심의료재단 울산병원<경기> ▽상급종합병원 △고려대의과대학부속안산병원 △법인동은학원순천향대부속부천병 원 △분당서울대병원 △한림대성심병원 △아주대병원 ▽종합병원 △가톨릭대부천성모병원 △연세대 의과대학 용인세브란스종합병원 △가톨릭대성빈센트병원 △오산한국병원 △가톨릭대의정부성모병원 △원광대의과대학산본병원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의료법인 박애의료재단 박애병원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 △의료법인 양진의료재단 평택성모병원 △경기도의료원이천병원 △의료법인녹산의료재단동수원병원 △경기도의료원파주병원 △의료법인명지의료재단명지병원 △광명성애병원 △의료법인백송의료재단 굿모닝병원 △국립암센터 △의료법 인우리의료재단김포우리병원 △국민건강보험공단일산병원 △의료법인혜원의료재단세종병원 △남양주 한양병원 △인제대일산백병원 △단원병원 △지샘병원 △대아의료재단한도병원 △차의과학대분당차병원 △대진의료재단 분당제생병원 △한림대동탄성심병원 △동국대일산불 교병원 △한양대구리병원 △성남중앙병원 △현대병원 △시화병원 △효산의료재단 안양샘병 원 ▽병원 △메디인병원 △의료법인일산복음병원 △부천중앙병원<강원> ▽상급종합병원 △연세대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종합병원 △강원대병원 △속초보 광병원 △강원도강릉의료원 △한림대부속 춘천성심병원 △강원도속초의료원 △홍천아산병원 ▽병원 △근로복지공단 동해병원<충북> ▽상급종합병원 △충북대병원 ▽종합병원 △의료법인 인화재단 한국병원 △청주성모병원 △의료법인명지의료재단명지병원 △충청북도 청주의료원 △의료법인한마음의료재단하나병원<충남> ▽상급종합병원 △단국대의과대학부속병원 △법인 동은학원 순천향대부속 천안병원 △종합병원 △당진종합병원 △충청남도 서산의료원 △아산충무병원 △충청남도 천안의료원 △의료법인영서의료재단천안충무병원 △충청남도 홍성의료원 △재단법인 아산사회복지재단 부속 보령아산병원 ▽병원 △이수병원<전북> ▽상급종합병원 △원광대병원 △전북대병원 ▽종합병원 △의료법인 대산의료재단 익산병원 △재단법인예수병원유지재단예수병원 △의료법인 오성의료재단 동군산병원 △전라북도 군산의료원 △의료법인영경의료재단전주병원 △전라북도 남원의료원 △재단법인 아산사회복지재단 정읍아산병원 ▽병원 △진안군의료원 <전남> ▽종합병원 △목포기독병원 △여수전남병원 △목포시의료원 △의료법인대송의료재 단 무안병원 △목포한국병원 △의료법인한국의료재단 순천한국병원 △성가롤로병원 ▽병원 △구례병원<경북> ▽종합병원 △동국대의과대학경주병원 △의료법인한성재단포항세명기독병원 △상주적십자병원 △차의과학대부속구미차병원 △안동성소병원 △포항성모병원 △영남대의과대학부속영천병원 △법인동은학원순천향대구미병원 △의료법인안동병원 ▽병원 △예천권병원<경남> ▽상급종합병원 △경상대병원 △양산부산대병원 ▽종합병원 △경상남도마산의료원 △제일병원 △근로복지공단 창원병원 △진주고려병원 △의료법인 대우의료재단대우병원 △창원경상대병원 △의료법인 성념의료재단맑은샘병원 △법인성균관대학삼성창원병원 △의료법인합포의료재단MH연세병원 △한마음창원병원 △재단법인대구포교성베네딕도수녀회창원파티마병원 ▽병원 △삼천포제일병원 △의료법인승연의료재단삼천포서울병원<제주> ▽종합병원 △의료법인 혜인의료재단 한국병원 △제주한라병원 △제주대병원 △한마음병원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남성은 일자리가 불안정할수록, 여성은 직장 규모가 작을수록 결혼을 포기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44세 근로자 1468명에게 결혼 의향을 물은 결과 정규직 남성은 78%가, 비정규직은 69.5%가 “있다”고 답했다고 28일 밝혔다. 반면 미혼 여성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결혼 의향이 각각 66.8%, 63.1%로 차이가 적었다. 여성의 경우 사무직과 관리·전문직은 결혼하겠다는 비율이 각각 67.6%, 66.3%였지만 서비스·판매직은 58.8%에 그쳤다. 직장 유형별로는 대기업 여성의 결혼 의향이 78.4%로 중소기업(67.1%), 개인사업체(57.3%) 종사자보다 높았다. 남성은 월평균 소득이 150만 원 미만일 때 63.6%, 150만∼200만 원 74.6%, 200만∼300만 원 79.5% 등으로 점차 높아지다가 300만 원 이상 고소득 그룹에서는 69.2%로 뚝 떨어졌다. ‘과거에는 결혼 생각이 있었지만 지금은 없다’는 비율도 고소득 남성이 15.8%로 가장 높았다. 여성은 소득이 200만∼300만 원일 때(64%)보다 300만 원 이상일 때(67%) 결혼한다는 비율이 높았다. 결혼하지 않는 이유로는 남녀 모두 ‘결혼할 생각이 없어서’(남성 20%, 여성 23.6%)를 꼽았다. 그 뒤로 남성은 ‘결혼 생활의 비용 부담이 커서’(14.5%)와 ‘상대방에게 구속되기 싫어서’(9.1%)라는 이유를 들었다. 여성은 ‘기대치에 맞는 사람을 만나지 못해서’(12.9%)와 ‘일에 충실하고 싶어서’(11.8%)라는 응답이 뒤따랐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노인 기초연금을 30만 원으로 인상하면 현행 체계로는 극복할 수 없다고 여겨졌던 노인 빈곤율 ‘마(魔)의 벽’ 40%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은 이처럼 주요 복지 정책의 비용 대비 효과를 추계한 ‘생애주기별 다층소득보장체계 구축방향’ 보고서를 다음 달 초 보건복지부에 제출한다고 28일 밝혔다.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진 20여 명이 누가 대통령이 될지 몰랐던 1월부터 새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집필해온 첫 ‘복지 공약 점검서’다.○ 노인 22만 명 빈곤 탈출 현재 기초연금 월 20만 원을 받고 있는 소득 하위 70% 노인의 빈곤율(중위 소득 50% 미만·가처분소득 기준)은 44.7%다. 노인 100명 중 44명은 월 56만 원도 못 번다는 뜻이다. 하지만 연구진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대로 기초연금을 30만 원으로 올리면 이들의 빈곤율이 40.3%로 내려갈 것으로 내다봤다. 기초연금이 오르면 빈곤선도 따라 오르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빈곤율은 30%대로 개선되는 셈이다. 2022년 수급자 수에 맞춰 보면 노인 22만4472명이 ‘빈곤의 늪’에서 탈출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보고서는 기초연금 인상안에 만만찮은 돈이 든다고 경고했다. 노인 인구가 급증하는 탓에 현행 월 20만 원을 유지해도 연간 소요예산이 2018년 12조3000억 원에서 2022년 17조2000억 원으로 늘어나는데, 공약대로 2021년부터 30만 원으로 인상하면 연간 9조6985억 원이 추가로 소요되기 때문이다. 단순 계산하면 근로자(2015년 근로소득세 납부자) 1명당 연간 56만 원을 더 내야 한다. 정해식 보사연 사회통합연구센터장은 “기초연금을 올리려면 지방분담금 조정, 관련법 국회 통과 등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시행 시기가 공약보다 늦춰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요 공약이었던 ‘재난적 의료비 지원 제도’를 소득 하위 50%를 대상으로 실시하면 연간 2555억 원이 든다. 예고 없이 찾아온 중병 때문에 가정 경제가 파탄 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다. 한 명당 평균 161만 원의 의료비를 아낄 수 있게 된다. ‘부양의무제 단계적 폐지’ 방안으로는 △즉각 완전 폐지(연간 7조4000억 원 소요) △부양의무자가 노인·장애인 등 취약가구인 경우에만 의무 면제(1조9000억 원) △주거급여 제한만 폐지(8000억 원)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을 24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보고했고, 이르면 다음 달 ‘기초생활보장 3개년(2018∼2020년) 계획’에 반영할 예정이다.○ 부모보험-스마트잡으로 근로빈곤층 구해야 보고서엔 근로빈곤층 복지 정책이 부족하다는 쓴소리도 담겼다. 벌이가 최저생계비의 120%에 미치지 못하는데 기초생활보장제도의 혜택도 받지 못하는 빈곤층이 185만 명에 이르고, 이들 대다수는 국민연금·고용보험의 혜택에서도 소외돼 있어 아무리 일을 해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구진은 우선 주당 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초단시간 근로자에게 국민연금 보험료와 퇴직급여를 지원하는 ‘스마트잡’ 제도를 제안했다. 초단시간 근로자는 2002년 19만 명에서 올해 70만 명으로 증가했고, 2022년엔 108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들 중 92.5%는 국민연금에도 가입하지 못해 노후 대비에 취약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독일은 ‘미니잡’ 제도를 도입해 초단시간 근로자들이 실업, 은퇴에 대비할 여건을 마련해 주고 있다. 이들에게 국민연금 보험료를 전액 지원하면 연간 1188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자영업자나 일용직 노동자에게도 육아휴직 급여를 주는 ‘부모보험’ 신설안도 제안에 포함됐다. 현재는 고용보험 가입자만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에 따른 급여를 받을 수 있다. 보사연 관계자는 “이번 보고서가 공약을 국정과제로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실현 가능성과 시행 속도를 가늠할 ‘팩트북’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황승현 복지부 복지정책과장은 “보고서에 적힌 연구진의 의견은 복지부의 공식 입장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지난해 11월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전남 해남군의 농가에 역학조사관들이 급파됐다. 도살처분 담당자들이 인체 감염 시 치사율이 62.5%에 이르는 AI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도록 방역복 착용법 등을 교육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충북 청주시 흥덕구 질병관리본부에서 출발한 조사관들은 교통 체증 탓에 신고 접수 6시간 만에 농가에 도착했고, 현장 관계자들은 이미 도살처분 작업을 시작한 상태였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줄곧 강조해온 ‘감염병 즉각 대응 체계’의 허점이 노출된 순간이었다. 정부가 메르스, 에볼라 등 신종 감염병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지역 감염병 대응센터’ 신설을 추진하는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전국 17개 시도를 4, 5개 권역으로 묶어 광역 단위 감염병 대응센터를 설치하는 방안을 24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보고했다. 센터는 지역 내에서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전문 인력을 급파하고 환자 이송, 격리 병상 배분 등을 총괄한다. 이는 “전국 어디서든 감염병이 발생하면 전문가를 즉각 투입하는 대응체계를 완비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과도 궤를 같이한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를 위해 최근 내부 조직을 정비했다. 기존엔 감염병 의심 환자가 발생하면 본부 소속 역학조사관이 검체를 채취한 뒤 이를 국립보건연구원에 보내 검사했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앞으로 진단·검사 업무는 질병관리본부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국립보건연구원은 각종 감염병뿐 아니라 희귀질환, 뇌질환 등 인체에 치명적인 질환의 연구를 전담한다. 이와 별도로 메르스, 에볼라, 지카 바이러스 유행국을 다녀온 여행객이 병·의원을 방문하면 예외 없이 담당 의료진에게 경고 메시지가 전달되는 ‘해외여행력 정보제공 감염병 모듈’은 7월 전면 도입된다. 잠복기·초기 환자가 감염 사실을 모른 채 병원을 전전하다가 병을 퍼뜨리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다. 국내 첫 메르스 환자 A 씨(70)는 중동지역에서 귀국한 뒤 발열 등 증상으로 병원 4곳을 드나들었지만 의료진이 처음으로 여행력을 확인한 건 보름이 지난 뒤였다. 그 사이 A 씨가 접촉한 수십 명에게 메르스가 옮았다.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의약품 처방 여부와 무관하게 “이 환자는 메르스 발생국 방문 이력이 있다”는 메시지가 발송돼 의료진이 적절히 진료 및 신고를 할 수 있다. 기존엔 환자가 의약품을 받지 않으면 해당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다. 의료진이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에서 ‘팝업 차단’을 설정하면 경고 메시지가 뜨지 않아 모든 시스템이 무용지물이 되는 허점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협의해 보완할 예정이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여성가족부가 8월 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을 공식 후원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주요 외교 의제로 삼은 문재인 정부의 첫 피해자 기념사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위안부 기림일은 1991년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피해 사실을 공식 증언해 위안부 문제를 국제적으로 공론화한 날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을 정부 기념일로 지정한다는 공약을 내건 바 있다. 다만 정부 기념일로 지정하려면 현재 계류 중인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해야 해, 올해는 우선 민간단체가 요청하면 정부가 관련 행사를 후원하는 형태가 유력하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이 2013년부터 이날을 자체적으로 기념해 왔지만 박근혜 정부는 관련 행사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 한편 2015년 12·28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지난해 출범한 위안부 ‘화해·치유’ 재단은 사실상 활동을 중단했다. 재단은 2, 3개월마다 이사회를 열고 일본이 내놓은 재단금을 피해자에게 지급하는 안건을 결의해 왔지만 추가 이사회 일정은 현재까지 잡히지 않은 상태다. 재단 직원 채용 계획도 보류됐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주부 조모 씨(37)는 수두 탓에 머리 부위에 하얀 연고를 덕지덕지 바른 딸(9)을 보면 속이 상했다. 수두는 피부 접촉과 호흡기로 감염되므로 전파력이 강해 발병 시 등교 중지가 권고된다. 하지만 조 씨의 딸은 학교는 쉬면서도 학원은 빠지지 않는 친구들 때문에 지난주 수두가 옮았다. 올해 수두 환자가 역대 최다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달 7∼13일 전국 병·의원이 신고한 수두 환자가 227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033명의 2배가 넘었다고 23일 밝혔다. 올해 1월부터 누적된 신고 환자도 2만407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8585명)보다 29.5% 많았다. 지난해는 2005년 수두 감시가 시작된 이래 신고 환자가 5만4060명으로 가장 많았던 해다. 수두는 주로 10세 이하 아동이 걸린다. 교육부가 초등학교들로부터 보고받은 수두 의심환자는 7∼13일 1162명이었다. 이에 따라 교육 당국은 수두에 걸리면 물집에 가피(딱지)가 생겨 병·의원으로부터 완치 혹은 ‘감염력 없음’ 판정을 받기 전까지는 등교를 멈추라는 공문을 가정에 보냈다. 또 3주 이내에 같은 학급에서 환자가 5% 이상 발생한 학교에는 소풍 운동회 등 단체 행사를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보건당국은 생후 12∼15개월에 맞히는 수두 백신을 빠뜨리지 않았는지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12세 이하 어린이는 가까운 보건소나 지정 병·의원에서 무료로 접종할 수 있다. 자녀의 접종기록은 예방접종 도우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동한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감시과장은 “수두는 4∼6월, 10∼12월에 유행하므로 의심환자 증가세가 초여름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30초 이상 손 씻기 등 개인위생 수칙을 준수할 것을 당부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정신병원 강제입원 절차를 강화한 개정 정신건강복지법(현 정신보건법) 시행(30일)이 한 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초기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강제입원을 결정할 전문의 인력이 부족해 초반에 ‘날림 진료’가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복지부는 이번 조치로 퇴원하는 입원환자가 3000명 안팎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행 첫 주 강화된 강제입원 절차가 30일부터 현장에 곧장 적용된다. 현재는 보호자 2명이 요청하고 전문의 1명이 동의하면 환자를 강제입원 시킬 수 있지만 개정법이 시행되면 타 병원 전문의가 2주 내에 추가로 진단을 내려야 한다. 복지부는 제2 전문의의 진단이 필요한 사례가 연간 12만9863건일 것으로 추산했다. 문제는 강제입원 환자의 38.6%가 몰려 있는 수도권을 담당할 국립정신건강센터의 ‘진단 전담 전문의’ 16명(정규직 2명, 계약직 14명)이 빨라야 6월 말에야 충원된다는 점이다. 이들이 채용되기 전에는 국립대병원과 민간지정병원 의사가 진단 업무를 대신해야 한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평상시 진료 환자도 많아 타 병원 환자를 진단하기 위해 출장을 다닐 인력을 빼 두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전담 전문의 1명이 하루에 환자 12∼16명을 진단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병원 간 이동 시간 등을 감안하면 환자 1명당 대면 진료에 들일 수 있는 시간은 20분이 채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독일에선 추가 진단 의사가 환자 1명당 평균적으로 진료기록 검토에 2∼3시간, 면담에 1시간가량을 들여 꼼꼼히 입원 적합성을 평가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시행 석 달 후 현행 6개월인 기존 환자의 ‘계속 입원’ 심사 간격이 ‘입원 후 3, 6, 12개월’로 촘촘해진다. 종전엔 환자가 급성 증상을 보이지 않아도 퇴원 후 주거지가 마땅치 않으면 병원이 ‘계속 입원’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개정법은 환자가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없으면 강제입원 시킬 수 없도록 규정했다. 입원이 필요할 정도로 증세가 심했던 환자가 퇴원 후 치료제 복용을 거르고 외래진료에 응하지 않아 다시 증상이 악화되는 점을 막으려면 이들을 돌볼 지역사회 복귀 인프라가 더 많아야 한다. 복지부는 퇴원 환자를 보살필 각종 시설에 빈자리가 8000명분 이상이라고 밝혔지만 이는 정신질환 치료와 무관한 노숙인 보호시설까지 포함한 통계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미입원 정신질환자 43만 명 중 지역 정신건강증진센터에 등록된 환자는 5만여 명에 불과해 치료 인프라 연계율도 낮다. 이 때문에 의료계에선 퇴원 환자가 방치되지 않도록 병원에 들러 치료제 복용 여부를 체크하도록 하는 ‘외래명령’을 실효화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목소리가 높다. #시행 여섯 달 후 정신병원에 생애 처음 입원하는 환자에 한해 한 달 내에 입원 적합성을 심사하도록 한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는 11월 30일 출범한다. 전문의, 법조인, 환자단체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환자의 진료 기록을 검토하며, 필요 시 현장조사를 실시한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미국 프랑스 등에선 법원이 하는 역할을 대신하는 기구인 만큼 형식적 심사에 그치지 않도록 철저히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미세먼지 우려로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는 휴대용 산소캔의 안전성을 정부가 검증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휴대용 산소캔 등 인체에 직·간접으로 흡입해 일시적으로 공기나 산소를 공급하는 휴대용 제품을 의약외품으로 지정하는 내용의 ‘의약외품 범위 지정 일부 개정안’을 고시했다고 22일 밝혔다. 휴대용 산소캔은 스프레이 형태로 직접 흡입하는 제품인데도 별도 안전관리 기준 없이 일반 공산품으로 유통돼 사실상 안전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었다. 산소캔이 의약외품으로 분류되면 업체는 내년 11월부터 휴대용 산소의 성분 등 기준에 맞춰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 식약처는 치아 표면에 도포해 치아의 색상을 일시적으로 조절하는 치아미백제 유사제품도 의약외품으로 지정해 관리하기로 했다. 반면 탈모 방지제, 염모제, 제모제는 이달 30일부터 기능성 화장품으로 전환돼 의약외품에서 제외된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19일 서울 광진구 동일로의 한 다세대주택 1층. 내부 공사가 한창이었다. 학원에 가거나 과외 받을 형편이 되지 않는 저소득층 초등학생 27명의 공부·상담 공간인 ‘한사랑지역아동센터’가 새 단장을 하는 날이다. 이날 한국해비타트와 함께 봉사활동에 참여한 LS니꼬동제련은 새 가구와 벽지, 장판 외에 특별한 인테리어 용품을 하나 더 준비해 왔다. 자체 제작한 ‘항균동 문고리’다. 항균동은 항균 효과가 있는 동합금을 65% 이상 사용해 국제구리협회로부터 인증마크(Cu+)를 받은 동(銅)이다. 우준희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팀은 2012년 임상시험을 통해 구리로 만든 제품이 일반적인 유해 세균뿐 아니라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과 반코마이신 내성 장알균(VRE) 등 ‘슈퍼박테리아’(항생제가 듣지 않는 감염균)까지 박멸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항균동이 2시간 내에 99.9%의 유해 세균을 멸균하는 등 스테인리스나 은보다 항균 효과가 뛰어나다는 해외 연구 결과도 있다. 이 같은 항균효과 때문에 해외 대형병원 중엔 문고리나 좌변기, 수도꼭지, 조명 스위치 등 손이 자주 닿는 곳을 전부 항균동 재질로 교체한 곳이 적잖다. 병원엔 각종 감염병 환자가 모이는 데다 면역력이 약한 입원 환자가 많아 유해 세균, 바이러스가 전파되기 쉽기 때문이다. 국제구리협회에 따르면 일본 기타사토(北里)대병원은 중환아실과 피부과 병동에 항균동을 도입한 뒤 병원 내 감염 사례가 절반으로 줄었다. 미국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 등 3개 병원에서 동시에 진행된 임상시험에서도 유사한 효과가 확인됐다. LS니꼬동제련은 지역아동센터 내부 수리 봉사활동을 시작한 2010년부터 항균동 문고리 개발을 추진했지만 원료 수급에 어려움을 겪다가 지난달 처음으로 지역아동센터에 보급을 시작했다. 각종 병원성 바이러스뿐 아니라 미세먼지 증가로 인한 유해물질이 늘어나는 환경에서 저소득층 아이들의 노출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다. 천현영 LS니꼬동제련 사회공헌 담당은 “동의 항균 기능을 사회공헌에 활용하는 것은 고(故) 구자명 회장의 염원이었다”며 “내년엔 항균동 문고리를 초중고교와 복지시설에도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동네 단골 의사처럼 문재인 대통령의 건강을 철저히 돌보고 무너진 청와대 의료 체계를 정상으로 되돌리겠습니다.” 문 대통령의 주치의로 내정된 송인성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외래교수(71·사진)는 2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정부의) ‘의료 농단’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고 평가하며 이같이 밝혔다. 청와대는 전 정부에서 없어졌던 한방주치의 자리를 되살리고 김성수 경희대 한방병원장(65)을 내정했다. 송 교수와 김 원장은 6월 말 미국 순방에 동행할 계획이다. 송 교수는 2003∼2008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주치의로 활동할 때부터 문 대통령과 친분을 쌓았다. 그를 20년 이상 봐 온 한 대학교수는 “송 교수는 이번에 주치의 제의를 받은 뒤에도 영광의 기쁨보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토로했다”며 “하지만 (의료 농단으로) 무너진 청와대 의료 체계를 정립하는 데에는 송 교수가 적임이라고 제자들이 조언했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적어도 2주에 한 번 청와대를 방문해 문 대통령과 가족의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식단과 혈압을 체크하고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진료할 계획이다. 그는 “(비선 진료를 막기 위해) ‘FM(Field Manual·정석)’대로 하지 않으면 ‘감방’에 갈 것”이라고 단언했다. 청와대 의무실과 군의관을 강화해야 한다는 일각의 의견에 대해선 “규칙대로 하면 문제가 생기지 않기 때문에 의무실을 손보지 않겠다”고 일축했다. 대통령은 심리적 압박이 심한 자리인 점을 감안해 정신건강의학과 자문의도 둔다. 박 전 대통령 땐 주치의였던 이병석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장(61)이 자문단에 정신건강의학과를 포함시켰지만 청와대가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의 자문의는 진료과별로 총 25명이다. 서울대 의대와 치대 교수 위주로 인사 검증이 진행 중이다. 송 교수는 “대통령을 진료하지 않는 날엔 현재처럼 주 1회 분당서울대병원에 출근해 환자를 돌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2014년 3월 정년퇴임한 후에도 격주 화요일 내시경 콘퍼런스를 주도하고 신약 개발 아이디어를 내는 등 왕성히 연구·교육 활동을 해왔다. 한 동료 교수는 “불시에 송 교수의 연구실을 방문해도 항상 전문서적이나 학회지를 손에 들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퇴임 당시엔 선물은커녕 퇴임식 행사까지 고사하고 제자들의 편지글을 모은 CD만 받았다. 그는 매년 두 차례 서울 중구의 중국집 동화반점에서 제자 30∼40명과 만나는 것으로 유명하다. 송 교수는 모임이 끝난 후엔 그 자리에서 제자들이 털어놓았던 고민을 일일이 언급하며 e메일을 써줬다고 한다. 김나영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제자의 자녀들까지 만나 인생 상담을 해줄 정도로 정이 많으신 분”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주치의를 두 차례 맡은 사례는 송 교수가 처음이다. 김승현 박사(1911∼1993)가 이승만·윤보선 전 대통령을 연이어 보살폈지만 당시엔 주치의 제도가 없었고,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이어 최규하 전 대통령까지 맡을 뻔했던 민헌기 서울대 명예교수(89)는 위촉될 새도 없이 12·12쿠데타로 자리에서 내려왔다. 신임 한방주치의인 김 원장은 대한한방재활의학과학회장과 경희대 한방병원 진료부장 등을 역임했다.이진한 기자 의사 likeday@donga.com·조건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곧 주치의를 임명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새 대통령 주치의의 자질뿐 아니라 관련 제도 개선 방안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진료 파문과 그의 주치의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을 둘러싼 ‘의료 농단’ 의혹 인사들이 18일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는 등 각종 폐단의 파장이 워낙 컸기 때문이다. 16∼18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설문한 전임 대통령 주치·자문의 및 의료단체장 10명은 대통령 주치의 제도를 손볼 방안에 대한 제언을 쏟아냈다. 대통령 주치의는 무보수 명예직으로 차관급 대우를 받는다.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은 각각 서울대병원 송인성(소화기내과), 최윤식 교수(순환기내과)를 주치의로 임명했지만 박 전 대통령은 처음으로 내과 전문의가 아닌 산부인과 전문의인 연세대 이병석, 서창석 교수를 주치의로 뒀다. 원래 주치의 외에도 진료과목별로 자문의가 임명돼 필요할 때마다 진료를 돕게 돼 있지만 박 전 대통령은 임명되지 않은 의료진의 비선 진료를 받아 ‘주치의 제도가 유명무실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응답자 10명 중 4명은 경증 질환을 돌볼 자문의로는 실력이 검증된 1차 의료기관 소속 의사를 위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대통령이 중증 질환을 앓거나 국내외 출장을 다닐 땐 각지에 흩어져 있는 전문 의료 장비와 인력을 조율할 수 있는 대형병원 출신 주치의가 총괄 하지만 감기 등 평소 경증 질환을 불시 진료하는 데에는 지근거리의 1차 의료기관 의사를 통해 자문의 제도를 적극 활성화하는 게 적합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방안은 가벼운 질환은 1차 의료기관에서 해결하도록 한 ‘의료전달체계’를 대통령이 솔선수범한다는 측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얻었다. 전임 주치의 A 씨는 “대통령도 대형병원을 고집하지 않고 질환의 경중에 따라 의료기관을 합리적으로 선택한다면 잘못된 의료 이용 관행을 바로잡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치의 제도를 폐지하고 청와대 의무실의 군의관이 진료를 전담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엔 10명 중 9명이 반대했다. 서울지구병원과 청와대 의무실의 의료진은 주로 경험이 적은 단기 복무 군의관으로 구성돼 있고, 수술 장비도 첨단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의료인들은 “장기적으로는 청와대 의무실의 각 진료과를 강화해 ‘청와대병원’으로 승격시켜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대한의사협회 산하의 한 직역단체장은 “대통령의 건강 상태가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기밀인 만큼, 해군병원 및 예하 의무대가 대통령의 진료를 맡는 미국의 시스템을 참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치의에겐 강력한 비밀 준수와 함께 대통령과 관련된 모든 진료·처방 기록을 검토하는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서창석 원장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미용 시술과 청와대의 프로포폴 등 구입에 대해 “모른다”고 발뺌했지만 이는 대통령의 건강을 책임져야 하는 직책을 맡은 입장으로서 납득할 수 없는 태도라는 얘기다. 조경환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비서진은 대통령의 건강 문제를 빠짐없이 주치의에게 전달하고, 주치의는 이를 최종 책임지도록 청와대 내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대의 변화와 대통령의 의료 수요에 맞게 주치·자문의 제도를 보완하자는 지적도 많았다. 권준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차기 이사장은 “대통령은 심리적 압박감이 상당한 직책이므로 자문의 중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조건희 becom@donga.com·김호경 기자}
자영업자 김모 씨(51)는 최근 아버지가 위암 수술을 받은 뒤 적금을 깬 것도 모자라 지인들에게 돈을 빌리러 다니고 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표적 항암제에 월 1000만 원 가까운 돈을 쏟다 보니 어느새 종업원 월급이 밀릴 지경이 됐기 때문이다. 본인만큼은 노후 준비를 철저히 해서 두 아들에게 의지하지 않을 생각이지만 요즈음엔 자신이 없다. 김 씨는 “나는 부모의 병원비를 대야 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녀에게 부양받지 못하는 첫 세대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처럼 40, 50대 대다수는 부모의 의료비를 대느라 정작 자신의 노후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나중에 자녀에게 의지하지 않겠다는 의견이 절대 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는 지난달 40∼59세 남녀 1000명을 설문해 나온 이 같은 결과를 17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48.1%)는 부모 부양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가장 큰 원인은 단연 의료비다. 부양 부담의 원인 두 가지를 꼽아 달라는 요청에 의료·간병비를 꼽은 사람이 48.9%였고, 생활비와 간병 부담이 각각 47.6%와 33.1%로 뒤를 이었다. 응답자 48.2%는 이미 부모 의료비로 1000만 원 이상을 지출했고, 8.3%는 지출액이 5000만 원이 넘었다. 이런 의료비와 부양 부담 탓에 본인의 노후 준비와 자녀 양육에 지장이 생겼다는 응답은 각각 42.3%, 34.6%였다. 이는 응답자의 부모들이 4명 중 3명꼴로 입원 및 장기통원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을 정도로 노년층의 중증·만성질환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주된 원인은 △암(34.5%) △고·저혈압(27.6%) △뇌혈관질환(24.7%) △당뇨(23.9%) △척추질환(20.5%) 순이었다. 응답자 상당수는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도 부모의 의료비에 대해 높은 책임감을 보였다. 의료비를 자녀인 자신이 전액 부담하거나 부득이한 경우에만 부모가 부담해야 한다는 응답이 57.8%였고, 부모가 스스로 부담하되 부족하면 지원하겠다는 응답도 38.7%였다. “무조건 부모가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는 응답 등은 3.5%로 극소수였다. 반면에 “응답자 본인이 노인이 됐을 때 자녀로부터 의료비를 지원받는 것이 당연한가”라는 물음엔 60.2%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이수창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장은 “40, 50대는 ‘노후를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기 시작한 첫 세대”라며 “노후 의료비가 자녀 세대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으려면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