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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하 귀에서 백이 48로 받은 것은 정수. 위태웅은 흑 49로 붙여 또 한 번 응수타진에 나선다. 너무 얌전한 응수 같지만 백 50, 52도 정수다. 백 52로 참고도 백 1로 반발하면 흑 2, 4를 선수하고 흑 6으로 붙이는 수가 있다. 백 7의 수비가 불가피할 때 흑 8을 허용하면 백이 손해이다.(백 5는 ○에 이음) 여기서 흑이 한 번 더 활용을 하자고 흑 53으로 젖힌다. 이 부분만 따진다면 백은 55의 곳에 둬 흑 한 점을 잡는 게 실리로 매우 크다. 흑이 추가 활용하고 싶으면 54의 곳에 단수하는 정도인데 이건 별로 아프지 않다. 그런데 백은 54로 늘어 둔다. 이로 인해 흑 57까지 거꾸로 백 한 점이 잡히는 실리 손해를 본다. 이건 무슨 뜻일까. 백은 좌하에서 좀 손해를 보더라도 선수를 뽑고 싶었던 것이다. 바둑 격언인 위기십결에 나오는 ‘기자쟁선’, 즉 돌을 버리더라도 선수를 다툰다는 것과 딱 맞는 상황이다. 그만큼 두고 싶은 곳이 있다는 얘기. 그 수를 궁금해하던 차에 백 58이 반상에 떨어졌다. 백이 애착을 가진 백 58 이후 62까지는 외길 수순. 이렇게 흑 한 점을 잡아 확실하게 살아두면 두텁다는 뜻이다. 백의 형세 판단이 맞는다면 흑이 분발해야 할 시점이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치수(置數·실력 차에 따라 맞바둑 또는 접바둑 등을 협의하는 것)를 정하는 게 역시 어려웠다. ‘타짜’가 아닌 이상 바둑 치수는 자존심이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기원 공인 아마 5단. 약간의 탐색전 끝에 맞바둑을 두기로 하고 돌을 가렸다. 기자가 흑을 잡게 됐다. 18일 동아일보 광화문 사옥 노조사무실에서 조상호 나남출판 회장(66)과 기자의 대국이 시작됐다.》●나의 한수○모르면 손 빼라어려운 상황을 그냥 모르는 척하라는 소리가 아니다. 앞이 전혀 안 보이는 상황에선 무작정 나아가지 말고 한 걸음 떨어져 있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자중자애하면서 유심히 지켜보면 안개 걷히듯 해결책이 떠오를 수 있다. 국면은 흑이 주도했으나 상대는 불리한 형세(기자의 판단)에서도 단번에 무너지는 법 없이 끈질기게 추격해 왔다. 서로 잘 아는 처지라 수담과 함께 입담까지 나눴다. 눈대중으로 형세가 만만치 않다고 여겨질 무렵, 좌하 귀 백 집에서 흑이 수를 내며 바둑이 끝났다. 상대는 아쉬운 듯 좌하 변화만 10분 넘게 복기한 뒤에야 기자를 놔주었다. 38년간 출판사를 운영해 온 조 회장에게 원하는 다른 직함을 고르라고 하면 그는 서슴없이 한국기원 이사를 꼽는다. 14년째 연임을 거듭하는 그에게 바둑은 출판만큼이나 많은 시간을 들이는 분야다. 바둑은 대학 재수할 때 배웠다. 동아일보 국수전 등 신문 기보를 보며 실력을 키운 덕인지 금세 3급까지 올라갔다. 대학생 때 학생운동 하다가 박정희 정권이 위수령을 내리자 피신하기 위해 기원으로 숨었다. “돈이 없어 매일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짜장면 내기 등 ‘생계형 바둑’을 두게 됐는데, 그때처럼 바둑이 짜릿했던 적이 없었어요. 실력도 많이 늘었고요.” 이후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그는 ‘바둑 접대’를 했다. 출판사를 찾아오는 작가와 교수들에게 커피 대접하듯 바둑을 둔 것이다. “바둑은 손으로 하는 대화, 수담(手談)이잖아요. 입으로 하는 대화보다 훨씬 사람을 가깝게 만들어요. 바둑 한판 두고 나면 상대와 마치 알몸으로 목욕한 것처럼 친밀해지죠. 그럼 출판 얘기도 술술 풀렸죠. 가끔 바둑 못 두는 사람이 오면 ‘여태 바둑도 안 배우고 뭐 했나’라고 질책성 말도 날리고….” 나남출판이 2000권이 넘는 책을 출간하는 데는 분명 바둑도 한몫했을 것이다. 2010년에는 6개월 휴직 파문 이후 복귀한 이세돌 9단과 창하오 9단의 중국 상하이 엑스포 기념 친선 대국을 주선하기도 했다. 조 회장의 바둑 일화를 다 들으려면 2박 3일도 부족해 보였다. 그에게 ‘바둑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바둑의 좋은 점이 뭐냐’고 물어서는 안 될 것 같아서였다. “결국 반상에서 혼자 해결해야 하는 거잖아요. 스스로 이겨 내든 아니면 제풀에 꺾이든. 훈수꾼보다 대국자가 더 수를 정확히 본다는 말이 있어요. 책임감 때문이죠. 출판사 하면서 숱한 과제에 부닥치고 유혹이 생길 때마다 바둑을 떠올리며 자중자애하고 이겨 내는 마음을 되새겨 왔어요.” 그는 8년 전 경기 포천시 신북면에 20만 평의 수목원을 조성해 요즘 나무 심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노년에 갑자기 시작한 일이 아니라 30여 년 전부터 충남 태안, 포천 광릉 등에서 나무를 심어 온 것을 이곳으로 집결시킨 것이다. “뭐 하나라도 목전에 닥쳐 갑자기 하려고 하면 되나요. 나무 심기나 바둑 모두 참고 기다리는 데 묘미가 있죠. 사전 공작 없이 상대 대마(大馬) 잡으러 가면 백전백패예요. 참고 기다리는 과정이 지나면 꽃이 피고 새가 울죠.” 아마 사내 호출이 없었다면 그는 분명 설욕전을 펼치려고 했을 것이다. 그가 사무실로 내려가는 기자에게 기분 좋은 얼굴로 하는 말을 듣고 두 손 두 발을 다 들었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 대결 이후 좋아진 점이 뭔지 알아요. 바둑 두는 할아버지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겁니다. 여우 같은 며느리들이 애들 바둑 가르쳐 달라고 성화래요. 나도 다섯 살 손자 바둑 가르치고 있어요. 하하.”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찬물 또는 상온의 물을 이용해 우려낸 커피 ‘콜드 브루(cold brew)’가 최근 커피 시장의 화두다. 한국야쿠르트를 비롯해 남양유업, 스타벅스 등이 잇따라 콜드 브루 제품을 내놓고 있다. 추출된 커피 원액은 1, 2일 냉장 보관해 저온 숙성하면 풍미가 더 살아난다. 보통 콜드 브루 커피 원액이 담긴 앰풀이나 아메리카노, 카페라테 등으로 가공한 제품이 나와 있다. 콜드 브루 커피를 이용한 디저트 ‘커피 바나나 양갱’(사진) 레시피를 소개한다. ▽준비물=콜드 브루 by 바빈스키 앰풀 27mL 10개, 물 1000mL, 우유 200mL, 젤라틴 3장, 아가베 시럽 1큰술, 바나나 1개. 1. 젤라틴 3장을 찬물에 10분 정도 불린다. 2. 콜드 브루 앰풀과 물을 섞은 뒤 물기를 꼭 짠 젤라틴을 넣어 중탕으로 녹인다. 3. 잘라둔 바나나와 젤라틴을 녹인 커피를 용기에 절반 정도 넣고 냉장고에서 2시간 정도 굳힌다. 4. 우유와 젤라틴을 중탕으로 데워 식힌 뒤 아가베 시럽을 넣고, 용기의 나머지 절반을 채워 냉장고에서 2시간을 굳힌다.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4년마다 한 번씩 열려 세계 바둑 올림픽으로 불리는 응씨배가 중국 상하이에서 19일 개막한 뒤 20일 첫 대국을 가졌다. 우선 예선 28강전부터 시작했다. 여기서 이긴 14명이 지난 회 우승자 판팅위 9단, 준우승자 박정환 9단과 함께 본선 16강전을 치른다. 예선에는 중국 10명, 한국 6명, 일본 6명, 유럽 미주 대만 대표 2명씩 6명이 참가했다. 이세돌은 미국 기사 앤디 리우 초단을 가볍게 물리쳤고 알파고와의 대결로 유명해진 프랑스 대표 판후이 2단은 중국의 강호 미위팅 9단의 벽을 넘지 못했다. 김지석 9단은 중국의 롄샤오 7단을 누르고 본선에 올랐다. 흑 ○의 우변 삭감에 백은 34로 침착하게 지켜둔다. 이 정도로 선을 그어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흑의 삭감으로 우변 백 진이 납작하게 눌렸지만 그동안 백도 상변 흑 진을 납작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불만은 없는 장면이다. 여기에 백이 선수를 잡아 반상에서 가장 큰 자리인 백 44를 차지해 포석은 백이 성공했다. 흑 47이 실마리를 찾아보려는 응수타진. 참고도 백 1로 받으면 흑 2, 4가 준비돼 있다. 흑 6까지 좌하 일부가 허물어져서 백이 실패한 모습. 흑 47에 대한 백의 응수는?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한국 바둑의 역사는 기적의 역사였다. 조남철 김인 조훈현 이창호 이세돌 9단으로 이어지는 1인자들은 황무지를 옥토로 바꿔놓은 역군이었다. 고 조남철 9단이 한성기원을 세우며 한국 현대바둑의 씨앗을 뿌렸다. 지금 바둑계가 누리는 모든 것은 조남철 9단으로부터 비롯되지 않은 것이 없다. 1966년 국수전 획득으로 조남철 9단의 20년 아성을 무너뜨린 김인 9단은 바둑계의 새바람을 불렀다. 조훈현 9단의 등장 역시 기적이었다. 일본 유학 중이던 그가 병역 때문에 한국에 오지 않았더라면 한국 바둑이 일본을 따라잡는 데는 한참 세월이 흘렀을 것이다. 그가 한국에 와서 전관왕을 차지하면서 한국 바둑의 수준은 한 단계 올라갔고 일본에선 세 살 아래인 조치훈 9단이 명인위를 차지하며 정상에 올라 한일 양국에서 ‘조-조’ 시대를 열었다. 조훈현 9단은 1989년 또 한 차례의 기적을 만든다. 한국 선수가 1명밖에 초대받지 못한 응씨배에서 그가 세계 고수들을 꺾고 우승했다. 이건 한국 바둑의 세계 정복 신호탄이었다. 10대의 이창호 9단은 전무후무한 기력을 선보이며 자신의 영토를 넓혀갔고 국내는 물론 세계를 삼켰다. 여기에 조훈현 유창혁 이세돌 9단이 가세하며 한국 바둑은 세계대회 23 연속 우승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지금 한국 바둑의 적통은 박정환 9단이 물려받았지만 예전과 달리 중국 세가 강해 세계대회에선 부진한 편이다. 하지만 한국 현대 바둑이 70년을 지나 100년을 향해 달려가는 이 시점에서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로 생긴 바둑 붐을 효과적으로 활용한다면 다시 세계 정상에 서는 것은 물론 바둑의 전 세계 보급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한국 현대바둑사의 8대 장면을 사진으로 꾸며봤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계가를 마친 구리 9단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딱 반집이 모자랐다. 그의 표정에 “또 반집인가”라는 아쉬움이 그대로 드러났다. 2012년 제17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결승 3번기 마지막 대국. 이세돌 9단이 구리 9단에게 두 번째 반집승을 거두며 우승하는 순간이었다. 이세돌 9단의 우승에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 집’만 있으면 됐다.》 이세돌 9단으로선 2004, 2007, 2008년에 이어 4번째 우승하며 대회 최다 우승을 달성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당시 결승전은 올해 20주년인 삼성화재배 사상 최고의 명승부로 꼽힌다. 우승 상금이 3억 원, 준우승 상금이 1억 원으로 증액된 상황에서 열린 17회 대회에서 이세돌 9단과 구리 9단은 본선 32강에서도 만났다. 당시 두 대국자는 4곳에 패가 나면서 무한 반복되는 상황이 발생해 ‘4패 빅’으로 무승부 처리되는 진귀한 기보를 남겼다. 이어 결승전에서도 박빙의 승부를 연출하며 손에 땀을 쥐게 히는 명승부를 만들어낸 것. 변화와 혁신의 20년 1996년 8월 출범한 삼성화재배는 대회 규모 15억 원, 우승 상금 40만 달러의 세계 바둑사상 최대 규모로 탄생했다. 삼성화재배는 나라별 정상급 기사를 초청하는 대신 당시로선 파격적으로 오픈전 방식을 도입해 해외기사들에게 문호를 개방했다. 2001년 6회 대회부터 통합예선을 완전 개방했고, 2004년 9회부터는 상금제(예선 대국료가 없고 본선에 올라갔을 때만 대국료와 상금 지급) 시행으로 세계 기전사에 한 획을 그었다. 2006년 11회엔 여자조, 2009년 14회에 시니어조(50세 이상)를 신설해 바둑의 균형 발전에도 힘썼다. 2007년 12회 때는 본선 32강에서 추첨 대신 ‘상대 선수 지명제’를 처음으로 도입해 두고 싶은 상대를 직접 고르게 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이어 2009년 14회부터 도입한 본선 32강 ‘더블 일리미네이션’ 제도는 한 판만 지면 탈락하는 토너먼트의 단점을 보강해 두 판을 져야 탈락하도록 함으로써 강자의 초반 탈락을 최소화했다. 또 14회에 세계 10개국 아마추어 기사를 초청하고 꿈나무 후원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바둑 보급에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2010년부터는 개막식을 중국에서 개최하며 현지 명사들을 초청해 프로암대회를 가졌고 2013년 18회에는 통합예선에서 진출자 중 일반조를 한 자리 줄이고 대신 유럽과 미주 8개국의 대표 선수들이 참가하는 월드조를 편성해 명실상부한 세계 바둑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이처럼 삼성화재배는 ‘오픈전’ ‘상금제’ ‘상대 선수 지명제’ ‘더블 일리미네이션’ 등 참신한 방식을 최초로 도입해 기전 운영의 모범을 보여줬다. 화려한 역대 우승자 삼성화재배는 매년 아마 예선에 1000여 명, 통합예선엔 300여 명이 출전해 세계 기전 가운데 최대 규모로 치러진다. 삼성화재배는 20회 동안 13명의 우승자를 배출했다. 1회 대회의 챔피언은 ‘열도의 사무라이’ 요다 노리모토 9단이 차지했다. 그러나 이후 한동안은 한국의 독주였다. 이창호 9단은 2회 대회부터 3년 연속 우승하는 위업을 달성했다. 메이저 세계대회의 3연속 우승은 아직도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유창혁 조훈현(2회) 조치훈 이세돌 9단이 잇따라 우승해 한국 출신 기사들의 전성시대를 열었다. 10회 대회 때야 비로소 뤄시허 9단이 중국 기사로선 처음으로 이 대회에서 우승해 물꼬를 텄다. 창하오 쿵제 구리 9단도 중국에 우승컵을 안겼다. 이세돌 9단은 2004년에 이어 2007, 2008, 2012년에 우승해 대회 최다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원성진 9단은 2011년 입단 13년 만에 첫 세계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대기만성의 전형을 보여줬다. 2013년엔 중국의 떠오르는 ‘90후’(1990년대 후반생) 탕웨이싱 9단이 결승에서 이세돌 9단의 5번째 타이틀 획득을 저지하며 세계 바둑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중국은 그해 열렸던 6개의 메이저 세계대회를 독식하며 기세를 올렸다. 그러나 한국 기사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2014년엔 김지석 9단이 디펜딩 챔피언 탕웨이신 9단을 2-0으로 셧아웃시키며 데뷔 11년 만에 첫 세계 제패의 기쁨을 맛봤다. 지난해엔 혜성처럼 등장한 커제 9단이 우승하며 메이저 세계대회 타이틀 3개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의 대결이 벌어지기 일주일 전. 중국 상하이그랜드센트럴호텔에선 이세돌 9단의 컨디션을 가늠해볼 수 있는 대결이 펼쳐졌다. 제17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이었다. 농심신라면배는 한국 중국 일본의 프로기사가 5명씩 출전해 연승전(이기면 계속 두는 것) 방식으로 치러지는 세계대회. 3연승 하면 1000만 원의 보너스가 주어지고, 이후 1승을 거둘 때마다 1000만 원씩 추가된다. 만약 한 선수가 다른 나라 선수를 혼자서 물리쳐 10연승을 하면 8000만 원이 아니라 1억 원의 보너스를 준다. 특히 이번 대회는 농심 측의 결단으로 우승상금이 2억 원에서 5억 원으로 올라 3국 선수들이 모두 우승을 바라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때 한국의 남은 선수는 이세돌 9단 한 명뿐이었다. 5명 중 최철한 9단만이 2승으로 제 몫을 해줬을 뿐 나머지 선수들이 1승도 건지지 못한 탓이었다. 반면 중국은 2명, 일본은 2명이 남아 있었다. 한국이 우승하려면 이세돌 9단이 4연승을 거둬야 하는 상황이었다. 혈혈단신인 이세돌 9단은 “혼자 남아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마음을 내려놓고 즐긴다는 생각으로 한 판 한 판 두겠다”며 각오를 내비쳤다. 이세돌 9단의 첫 대국일인 2일은 마침 그의 생일이었다. 이세돌 9단은 “생일이라 자신 있다”는 말을 남기고 대국장으로 들어갔다. 상대는 일본의 무라카와 다이스케 8단. 이번 대회에서 구리 9단을 꺾었으나 이세돌 9단의 상대는 아니었다. 초반부터 무서운 기세로 몰아붙여 무라카와 8단을 넘어뜨렸다. 이세돌 9단은 가벼운 마음으로 둔다는 소감을 밝혔으나 실제 대국에 임해서는 용서가 없었다. 중국 신예 롄샤오 7단을 넘은 뒤 일본의 1인자인 이야마 유타 9단 역시 꺾으며 3연승을 이뤄냈다. 설마 하던 4연승 우승이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마지막 상대는 중국의 1인자 커제 9단. 이세돌 9단은 올해 초 멍바이허배 결승 5번기에서 커제 9단을 만나 2승 3패로 아쉽게 졌다. 개인적으론 설욕전이자, 한국팀으로선 제6회 농심신라면배에서 이창호 9단이 5연승을 거두며 우승한 ‘상하이 대첩’을 재연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5일 열린 최종국에 대한 현지의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공개해설장엔 150여 명이 몰려들었고, 대국 기보를 보여주는 인터넷 바둑 사이트의 동시 접속자 수는 최고 100만 명에 육박했다. 하지만 이세돌 9단은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중반까지 팽팽했던 형세는 종반으로 넘어가기 전 조금씩 커제 9단에게 기울었다. 243수 만에 커제가 승리해 우승컵을 중국에 넘겨줬다. 물론 이세돌 9단이 우승을 가져오진 못했지만 3승 1패의 성적으로 알파고와의 대결을 앞두고 컨디션을 제대로 조율했고 농심신라면배는 최근 보기 드물게 박진감 넘치는 3국의 대결이 펼쳐졌다. 이세돌 9단은 10회 대회(2009년)에서 창하오 9단과 구리 9단을 연파하며 우승컵을 한국 팀에 안겨주기도 했다. 농심신라면배 역사에서 압권인 인물은 단연 이창호 9단이었다. 2005년 6회 대회에서 최종 주자로 출전한 이창호 9단은 중국 3명, 일본 2명 등 무려 5명을 홀로 상대해야 했다. 그는 부산에서 뤄시허 9단을 꺾은 뒤 상하이로 건너가 왕리청 창하오 장쉬 왕시 등 4명을 물리쳐 5연승으로 대역전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이른바 상하이 대첩이라 불리는 이 승리는 올해 초 인기를 끈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주인공 바둑기사인 박보검이 해내는 것으로 설정돼 바둑 팬이 아닌 사람들도 많이 알게 됐다. 이창호 9단은 1∼5회 대회에서도 우승을 결정지었고 6회 대회 이후에도 8회, 11회에서 우승을 결정지어 ‘끝판왕’으로 이름을 높였다. 특히 11회 대회에선 최종 주자로 3연승을 거뒀다. 농심배에서 통산 19승 3패. 팀별로는 지금까지 한국이 11회, 중국이 5회, 일본이 1회 우승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만 23세인 위태웅은 올 초 일반인 입단대회에서 꿈에 그리던 입단에 성공했다. ‘미생’의 장그래와 달리 바둑 한 길을 걸어 고진감래 끝에 목표를 달성한 셈이다. 하지만 프로기사가 됐다고 해서 꼭 완생은 아니다. 연 수입이 1000만 원이 안 되는 프로기사도 수두룩하다. 입단이 새로운 시작이고 위태웅도 그 안에서 존재 가치를 보여줘야 한다. 흑 23은 게을리해선 안 되는 곳. 손을 빼면 참고 1도 백 1로 부딪치는 수가 강력하다. 백 9까지 쉽게 수가 난다. 그런데 흑 27, 29는 지나치게 소심한 수였다. 최소한 흑 29로는 참고 2도 1처럼 허술한 우변 백 진영에 침투해야 했다. 흑 5까지 좌변 흑의 두터움을 배경으로 우변 백을 분리시킨 형태여서 흑이 주도권을 잡기 쉬웠다. 백 30이 반상의 요처. 우변 백 진이 토치카처럼 단단해지고 있다. 느슨하게 두던 흑은 이젠 거꾸로 과감한 삭감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흑 33으로 백 진 속으로 뛰어들었으나 반 박자 늦은 느낌이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아마국수전도 벌써 49기를 맞았다. 아마 바둑의 최정상을 가리는 이 대회는 59기인 국수전의 자매 기전이다. 이번 아마국수전은 지난해 12월 19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성동구 마장로 한국기원에서 열렸다. 146명의 전국 최강 아마추어와 연구생들이 참가하여 19일 예선을 치렀다. 20일 본선 토너먼트를 거쳐 21일 준결승과 결승을 연이어 치렀다. 대회 제한시간 각자 10분, 30초 3회가 주어졌다. 4강에 오른 선수는 김기백 위태웅 송규상 이승준. 김기백은 1996년생으로 한국기원 연구생으로 입단 준비를 하고 있다. 위태웅은 1993년생으로 한국기원 연구생으로 있다가 연령 제한(만 19세)에 걸려 연구생에서 나왔다. 만화 ‘미생’의 장그래와 비슷한 처지. 그러나 위태웅은 여전히 입단을 꿈꾸고 있다. 아마국수전에서 우승하면 이듬해 열리는 세계아마추어바둑선수권 대회에 한국 대표로 출전할 자격을 얻는다. 두 대국자는 초반 평범한 포진으로 시작한다. 흑 9부터 백 12까지는 위아래가 똑같은 동형. 위태웅은 흑 13으로 갈라쳐 흑이 나쁘지 않다고 본다. 흑 19로 참고도처럼 두는 것은 주도권을 빼앗길 우려가 있다. 흑 21로 우상 백을 압박한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4년마다 열리는 세계 바둑대회인 응씨배가 19일 중국 상하이에서 개막된다. 8회를 맞는 응씨배엔 이세돌 원성진 박영훈 강동윤 박정환 김지석 9단과 나현 7단 등 한국 선수 7명이 출전한다. 중국은 7회 대회 우승자 판팅위 9단과 커제 9단 등 11명, 일본 6명, 대만 미주 유럽에서 2명씩 6명이 출전한다. 알파고와의 대결로 유명해진 판후이 2단도 유럽 대표로 출전한다. 지금까지 조훈현 서봉수 유창혁 이창호 최철한 9단 등 국내 정상급 기사들이 우승했으나 이세돌 9단은 주요 세계대회 중 유일하게 우승하지 못한 대회로 이번에 우승 각오를 다지고 있다. 우승 상금 40만 달러.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지난 58기에서 박정환 9단에게 타이틀을 빼앗겼던 조한승 9단은 59기에서 이세돌 9단을 물리치는 분전 끝에 리턴매치를 성사시켰다. 이달 말 결혼하는 조 9단은 국수전 우승컵을 예비 신부에게 선물하겠다고 할 정도로 강한 의지를 불태웠다. 하지만 경남 합천에서 열린 1국에서 무기력한 패배를 당하면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승부의 분수령은 2국이었다. 백을 잡은 그는 당시 기복을 보인 박 9단을 상대로 우세를 확보할 기회가 있었으나 이를 놓치며 통한의 반집패를 당했다. 3국에서도 조 9단은 초반부터 우세를 헌납한 뒤 여러 차례 반격을 시도했으나 정확한 박 9단의 수비에 막혀 무릎을 꿇었다. 참고도를 보자. 백 1의 응수타진이 박 9단의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수. 실리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흑 2로 잡을 수밖에 없을 때 백 3, 5를 선수한 뒤 백 7로 큰 곳을 선점해 백의 우세를 확고히 했다. 흑이 ‘가’로 백 대마를 잡으러 가도 백 ‘나’가 선수여서 살아 있다. 박 9단은 3-0으로 2연패(連覇)를 달성했다. 올해는 국수전이 60기가 된다. 환갑을 맞은 국수전이 어떤 명승부를 보여줄까. 다음 기보는 제39기 아마국수전 4강전과 결승 대국이다. 141=15, 151=114, 173 179=153, 176 182=170, 181=76. 200수 끝 백 불계승.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상변에서 굉장히 큰 패가 났다. 흑으로선 잡힌 돌을 활용한 패인 만큼 부담이 없는 꽃놀이 패 같지만 현재 형세에선 흑이 이 패를 통해 상당한 이득을 봐야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외려 흑의 부담이 큰 패다. 팻감마저 백이 적지 않아 역전의 실마리를 찾기 쉽지 않다. 백 74, 80의 팻감이 백으로선 보배 같은 존재. 흑은 참고도 1로 두는 절대팻감이 있긴 하다. 이 팻감을 쓰면 흑은 패를 이길 순 있는데 백은 6으로 다시 패를 하는 수가 있다. 그래서 백 8의 팻감이 또 한 번 나오고 여기서 흑이 외면하면 백 12까지 상변 흑이 잡혀 별무신통이다.(흑 5=○) 그래서 흑 83의 팻감이 등장했지만 박정환 9단은 차분히 남은 시간을 거의 소비하며 형세 판단을 한 뒤 패를 해소한다. 흑 85 이하 좌상 중앙 백 집이 깨져도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진 것. 예상대로 좌상 중앙 백 집은 무너졌지만 백 92가 호수여서 손해를 상당히 만회했다. 백 200이 놓이자 덤을 내기 힘든 흑이 돌을 던졌다. 국수 박정환 9단이 3연승으로 2연패에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76 82=○, 79=73, 81=◎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중앙에서 큰 변화가 발생했지만 좌하 중앙에 예상에 없던 백 집이 생겨 형세는 ‘백 우세’에서 요지부동이다. 백이 덤을 받지 않아도 비슷한 형세다. 흑 51로 ○ 5점을 살리는 데 손이 돌아온 것은 조한승 9단으로선 그나마 다행인데 백 52의 역끝내기도 큰 곳. 선수를 잡는 것이 중요한 때가 있지만 지금은 흑이 선수를 잡고 있어도 별다른 이점이 없다. 흑이 큰 곳을 두면 백도 그에 못지않은 곳을 둘 수 있는 ‘맞보기’ 국면이기 때문이다. 흑 63의 붙임이 흑의 노림수. 무심코 참고도 백 1로 뒀다가는 흑 4까지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는다. 백으로선 이런 분란을 일으킬 필요가 없다. 흑 65가 조 9단의 마지막 승부수. 백 70까지 패가 발생했다. 백이 참고 2도 백 1로 두면 이 패를 이길 순 있으나 흑 6까지 우상 백이 잡혀 배보다 배꼽이 크다. 이제 팻감이 누가 많으냐의 싸움. 흑은 단순한 끝내기 이득을 보는 정도로는 불충분하다. 한 건 잡으려면 절대 팻감이 많아야 하는데….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박정환 9단이 미리 읽어둔 수는 백 32. 중앙 석 점을 버려도 백 36까지 상변 흑 5점을 잡는 패를 내면 손해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패는 백의 꽃놀이패로 흑에게만 부담이 되는 패. 백은 이 패를 미끼로 다른 곳에서 이득을 보면 된다. 흑도 당장 이 패를 하려고 덤비면 백의 작전에 말려드는 꼴. 흑 37로 젖혀 반격의 기회를 엿본다. 박 9단은 흑 37에 응대하지 않고 백 40으로 중앙 백 말을 침착하게 보강한다. 여기서 백이 욕심을 부려 참고 1도처럼 중앙 흑 한 점(흑 37)을 잡으려고 하면 흑에게 되치기를 당해 흑 14까지 국면이 혼돈에 빠진다. 흑 47 때 참고 2도 백 1로 느는 것도 욕심. 흑 2의 절묘한 맥점으로 중앙 백 4점이 잡힌다. 흑 49로 단수 한 방 맞는 게 아프지만 백 50으로 지켜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고 보니 뜻밖에 좌하 중앙의 백집이 두툼하게 불어났다. 박 9단이 욕심을 참고 견디는 견인불발의 자세로 우세를 잘 유지하고 있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 알파고의 대결을 담은 최초의 에세이가 나왔다. ‘78, 신의 한 수 인간의 한 수’(처음사·사진)는 인류 대표와 기계 대표가 지난달 7일간 벌인 5판의 대국을 해설하면서 한 바둑기사의 투혼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이야기를 풍성하게 담았다. 3국이 시작되기 20분 전 이 9단이 대기실에서 한 기업인이 보내온 산삼 한 뿌리를 먹게 된 이야기 등 그간 소개되지 않은 일화도 들어 있다. 저자인 양형모 스포츠동아 생활부장은 “이번 대국은 아름다운 패배가 완벽한 승리보다 위대하고, 최선이 최고보다 더 빛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 알파고의 대결을 담은 최초의 에세이가 나왔다. ‘78, 신의 한 수 인간의 한 수’(처음사)는 인류 대표와 기계 대표가 지난달 7일간 벌인 5판의 대국을 해설하면서 한 바둑기사의 투혼이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이게 된 과정의 이야기를 풍성하게 담았다. 3국이 시작되기 20분 전 이 9단이 대기실에서 한 기업인이 보내온 산삼 한 뿌리를 먹게 된 이야기 등 그간 소개되지 않은 일화도 곳곳에 들어있다. 책 제목에 들어간 ‘78’은 세 판을 내리 지며 벼랑 끝에 몰린 이 9단이 4국에서 둔 백 78수에서 따왔다. 알파고는 전혀 예측하지 못한 이 수를 당한 뒤 실착을 연발하며 무너져 당시 ‘신의 한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저자인 양형모 스포츠동아 생활부장은 “아름다운 패배가 완벽한 승리보다 위대하고, 최선이 최고보다 더 빛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대결”이라며 “바둑을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백 ○로 중앙 백 진영이 부풀자 흑은 삭감을 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조한승 9단은 아예 흑 19로 깊숙한 침투를 단행했다. 삭감으로는 승부를 뒤집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물론 믿는 구석이 없으면 이런 깊은 침투는 실행하기 쉽지 않다. 백 20의 차단으로 탈출로가 없어 보이는데 조 9단은 흑 21로 하나 붙여놓은 뒤 23으로 묘한 응수타진을 한다. 백이 무심코 참고 1도처럼 바로 막으면 흑 6까지 탈출하는 수가 생긴다. 박정환 9단도 백 24로 한 줄 늦춰 받으며 참고 1도를 피한다. 이젠 흑이 타개책을 발견하지 못하면 승부는 그대로 끝. 조 9단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흑 25, 27로 폭파공작을 펼친다. 이어 흑 29로 붙이자 중앙 백 ◎이 잡혔다. 참고 2도를 보자. 백 1, 3으로 탈출할 때 흑 4, 6이 기막힌 선수 활용. 이어 흑 8, 10으로 돌리면 백이 그대로 잡힌다. 그렇다면 박 9단의 위기일까. 백 30을 선수한 뒤 숨을 고르던 박 9단은 조용히 돌을 집어 들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경기 안산시 대부도의 아일랜드CC 골프장 입구에 들어서면 왼쪽으로 방주(네모난 배) 모양의 은색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이 건물은 정문에 서 있는 십자가를 보고서야 ‘교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세련된 모양이다. 아일랜드 방주교회는 국내 골프장 안에 있는 유일한 교회다. 재일교포 2세 건축가인 이타미 준의 설계로 2012년 지어졌고 물 위에 뜬 방주의 형상을 표현했다. 교회 뒤편으로 서해 바다가 내려다보여 풍광이 뛰어나다. 골프장 내 교회여서 호화로울 것 같지만 주로 대부도 영흥도 지역 주민과 골프장 직원들을 위한 교회다. 최근 이 교회에선 주민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찬식 및 봄맞이 특별예배가 열렸다. 가수 태진아를 비롯해 소프라노 김신혜, 베이스 함석헌, 첼로 정민영, 피아노 정혜미 등 문화예술인이 참석했다. 이날 예배에서 김장환 목사(극동방송 이사장·사진)는 “5년 전 작은 컨테이너 예배당에서 시작했지만 어려운 시기를 딛고 주민과 함께 성장했다”며 “고난도 하나님이 주신 은혜의 뜻으로 인생을 의미 있게 가꿔줄 자양분”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컨테이너 교회 시절부터 목회를 주관하고 특별기도회를 갖는 등 교회와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교회는 그동안 문화적 혜택을 받기 쉽지 않았던 지역 주민들을 위해 바리톤 김주택, 테너 김승일, 유앤젤보이스, 라파 오케스트라 등을 초청해 다양한 문화 행사도 펼쳐 왔다. 아일랜드CC 골프장 회장인 권오영 장로는 “김 목사님의 인도와 교인들의 신앙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다”며 “베풀고 나누는 교회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전보 마지막 수인 흑 ●는 단순 끝내기라고 하기엔 너무 큰 곳이다. 참고 1도 백 1, 3으로 둔 것과 비교해 보자. 실전에선 흑이 모두 선수할 수 있는 ×가 백 집(8집)이 된다. 백 ‘가’로 붙이는 뒷맛까지 남아 있다. 이를 다 계산하면 흑 ●는 근 20집에 달하는 곳이다. 백 102가 매우 두터운 곳. 이렇게 기분 좋은 곳이 백에게 돌아온다는 건 그만큼 백이 좋다는 뜻이다. 백 106으로 흑 107도 생략할 수 없다. 만약 흑이 손 빼고 중앙을 보강하면 참고 2도처럼 흑의 보고인 우변이 뚫려버린다. 백 108로 흑 석 점을 가뒀다. 물론 실제 가둘 수는 없고 흑이 살아가는 동안 반대급부를 챙기겠다는 것. 흑 111의 끼움이 부분적으론 묘수. 흑 115까지 살아갔다. 하지만 백이 선수를 잡아 백 118로 뛰자 중앙 백 진영이 제법 두툼하게 부풀었다. 불리한 흑은 중앙 백 집을 다 내주면 앉아서 지게 된다. 조한승 9단은 깊숙한 삭감수를 찾아 나섰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백 ○로 끊었을 때 조한승 9단은 많은 생각을 했다. 우선 참고 1도 흑 1로는 둘 수 없다. 백 4로 따낼 때 흑의 응수가 없다. 이 그림은 흑이 크게 망한 꼴. 그러나 실전 흑 83으로 두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백 84로 나와 흑 한 점을 잡고 살아가는 수순이 조 9단의 입장에선 싫은 것이다. 그러나 다른 길은 없다. 고민은 고민일 뿐 결국 조 9단은 흑 89까지 상변을 관통한 것으로 만족한다. 흑 91을 두자 백 92를 두고 손을 빼 백 94로 상변을 보강한다. 하변 백 대마의 생사는 문제가 없는 것일까. 참고 2도 흑 1, 3으로 파호할 때 백 4의 선수가 백 대마의 구명줄. 하변에서 한 집을 만드는 건 어렵지 않다. 흑은 백 대마 공격에 여러 수를 들였지만 눈에 띄는 성과가 없었다. 형세는 백 우세. 조 9단은 흑 97로 갑자기 끝내기로 손을 돌린다. 여기가 과연 얼마나 큰 자리이길래 서두르는 걸까. 다음 보에서 한번 살펴보자.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