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

정미경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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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정미경 기자입니다.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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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10~2025-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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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든의 이 애드리브에 야당은 한 마디도 못 했다[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Folks, as we all apparently agree. Social Security is off the books. We got unanimity!”(여러분들, 우리 모두 동의했으니 사회보장 문제는 해결된 거네. 만장일치다!)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신년 국정연설에서 이렇게 말하자 백악관 참모들은 무릎을 탁 쳤습니다. ‘winning moment’(승리의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큰 박수가 터졌습니다. CNN이 “the most eye-catching moment”(가장 눈길을 잡는 순간)이라고 평가한 이 발언은 놀랍게도 국정연설 원고에 없습니다. 73분간 진행된 연설 원고 어디를 뒤져봐도 이런 구절은 없습니다. 사회보장 예산을 둘러쌓고 바이든 대통령이 공화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이다가 즉석에서 나온 발언입니다.공화당은 사회보장 예산 축소를 요구하면서도 이에 대해 쉬쉬합니다. 복지 축소를 반길 국민은 없기 때문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공화당의 요구를 공개적으로 언급했습니다. 반발을 유도한 것입니다. 정곡을 찔린 의원들이 벌떡 일어섰습니다. 야유가 쏟아졌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야유에 발끈하지 않고 오히려 “folks”(친구들)라고 부르며 야당과의 즉석 합의를 끌어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협치에 능한 노련한 정치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명장면이었습니다. ‘off the books’는 원래 세금 용어로 ‘장부에서 빼다’라는 뜻입니다. 여기서는 ‘빼놔도 되는 이슈,’ 즉 ‘해결된 이슈’라는 뜻입니다.이번 국정연설을 보면 바이든 대통령은 더는 “나이 많은 대통령” “말실수 기계”라는 오명을 달고 살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활력 넘치고 소통할 줄 아는 모습이었습니다. 미국 역사에 길이 남는 국정연설 명장면을 알아봤습니다. “The State of the Union is not good.”(국가의 상태는 좋지 않다)상원과 하원 의원들이 모인 합동회의에서 국정 상황에 대해 알리는 것은 미국 헌법 2조 3항에 나온 대통령의 의무입니다. 국정연설이 ‘the State of the Union’(연합의 상태)이라고 불리게 된 것은 건국 초기 대통령들이 연설의 대부분을 연방 결속 문제에 할애했기 때문입니다.역대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보면 “the State of the Union is good”(국가의 상태는 좋다)이라는 구절이 꼭 등장합니다. “good” 대신에 “strong” “stronger than ever”을 넣기도 합니다. 국정연설이 연초에 열리기 때문에 향후 계획을 밝히는 자리 같지만 실은 과거 성과를 평가하는 연설입니다. “good” “strong” 등의 단어를 쓰는 것은 “지난 한 해 동안 국가를 잘 운영했다”라고 자평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good’의 전통을 깬 대통령이 있습니다. 제럴드 포드 대통령입니다. 그는 1975년 국정연설을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I‘ve got bad news. the State of the Union is not good”(나쁜 소식이 있다. 국가의 상태는 좋지 않다). 그만큼 국가 상황은 말이 아니었습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물러난 바로 이듬해였습니다. 국가적 위신은 땅에 떨어졌습니다. 인플레이션, 실업률 급증으로 경제도 위기였습니다. 포드 대통령은 위기를 타개할 방안도 내놓았지만 국민의 뇌리에 남는 것은 “not good”이라는 두 단어였습니다.비관적인 내용으로 연설을 시작하는 전략을 ’bad news first’(나쁜 뉴스 먼저) 모델이라고 합니다. 지미 카터 대통령은 전임 포드 대통령의 전략이 마음에 들었는지 그대로 따라 했습니다. 1979년 국정연설에서 국가의 상태를 “crisis of confidence”(신뢰의 위기)라고 규정했습니다. 이 연설은 얼마나 분위기가 암울한지 ‘malaise speech’(불안감 조성 연설)라고 불립니다. 1980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Let’s Make America Great Again’(다시 미국을 위대하게) 공약이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1970년대 후반 포드와 카터 대통령이 조성해놓은 비관적인 사회 분위기 때문입니다. “Talk about a suck up!”(누가 아첨꾼인지 얘기해볼까!)2014년 국정연설에서 화제의 주인공은 바이든 대통령이었습니다. 당시 그는 연설자가 아니었습니다. 부통령 자격으로 대통령 뒤쪽에 앉아있었습니다. 그가 주목받은 이유는 ‘핑거건 사건’ 때문입니다. 상대를 가리킬 때 둘째 손가락을 들어 올려 총을 쏘는 시늉을 하는 것을 ‘finger gun’(손가락 총)이라고 합니다. 바이든 부통령은 한창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연설할 때 청중석을 향해 핑거건을 쏘기에 바빴습니다. ‘딴짓’ 하는 부통령을 비꼬는 인터넷 패러디가 쏟아졌습니다.나중에 토크쇼에 출연한 바이든 부통령은 핑거건을 쏜 이유를 “기립박수 때문이었다”라고 밝혔습니다. 국정연설에서 대통령이 강조하는 부분에서 참석자들은 일제히 박수를 보냅니다. 바이든 부통령은 연설 전에 동료 의원으로부터 “아첨꾼 같아 보이니까 너무 자주 일어나서 박수를 치지 말라”는 농담을 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농담을 건넨 의원이 정작 더 자주 일어나서 17차례나 박수를 보내자 그를 향해 핑거건을 쐈다는 것입니다. “Talk about a suck up!”(당신이야말로 아첨꾼이잖아!) ‘suck’은 ‘빨아들이다’ ‘실망하다’ 등 다양한 뜻이 있습니다. 일이 잘 안 풀릴 때 “life sucks”라고 합니다. 사람을 가리켜 “suck up”이라고 하면 ‘들러붙는 사람,’ 즉 ‘아첨꾼’을 말합니다. 바이든 부통령의 재치 있는 답변은 핑거건 포즈만큼이나 화제가 됐습니다. 기립박수가 수시로 터질 만큼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연설이 좋았다는 칭찬이기 때문입니다.“The British government has learned that Saddam Hussein recently sought significant quantities of uranium from Africa.”(영국 정부는 사담 후세인이 최근 아프리카에서 상당량의 우라늄 구입을 시도한 정황을 확보했다) ‘쇼킹한 국정연설’ 하면 조지 W 부시 대통령입니다. 2002년 국정연설에서 “axis of evil”(악의 축)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세계를 놀라게 하더니 이듬해 국정연설에서는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폭탄선언을 했습니다.한국에게는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2002년 연설이 유명하지만 9·11테러 후 대테러 전쟁으로 정신이 없던 미국에게는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보유를 폭로한 2003년 연설이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이 발언의 글자 수를 따서 ‘Bush’s 16 words’(부시의 16개의 단어)라고 하면 2003년 국정연설을 의미합니다. 부시 대통령은 연설 2개월 후 이라크 전쟁을 개시했습니다. 하지만 연설 내용이 거짓이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났습니다. 정체불명의 소문을 ‘팩트’로 둔갑시키기 위해 중앙정보국(CIA)이 불법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조지 테닛 CIA 국장은 나중에 이렇게 반성했습니다. “These 16 words should never have been included in the text written for the president.”(이 16개의 단어는 대통령 연설 원고에 절대 들어가서는 안 되었다)명언의 품격제5대 제임스 먼로 대통령이 1823년 국정연설에서 밝힌 외교방침을 ‘먼로 독트린’이라고 합니다. 미국이 대외적으로 천명한 최초의 외교원칙입니다. 당시 국정연설은 의원들 앞에서 구두로 밝히는 것이 아니라 서류로 만들어 의회에 전달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먼로 독트린은 먼로 대통령이 의회에 보낸 국정연설 서류 더미 속에 한 장짜리 종이로 끼어있었습니다. 미국 최초의 외교원칙이 자칫 빛을 보지 못할 수도 있었습니다. 의원들이 찾아서 읽어보니 의외로 중요한 내용이었습니다. 핵심 구절입니다.“The American continents, by the free and independent condition which they have assumed and maintain, are henceforth not to be considered as subjects for colonization by any European powers.”(미주대륙들은 자유롭고 독립적인 상황을 유지해왔기 때문에 유럽 열강들의 식민지 대상으로 고려되지 않을 것이다)먼로 독트린은 미국은 물론 남미를 포함한 미주대륙 전체, 즉 ‘Western Hemisphere’(서반구)에 대한 유럽의 불간섭 원칙을 밝히고 있습니다. 먼로 대통령은 스페인 견제를 위해 영국과 힘을 합쳐 불간섭 원칙을 만들려고 하다가 존 퀸시 애덤스 국무장관이 “영국도 식민지의 야심이 큰 나라이니 빼야 한다”라고 해서 단독으로 만들었습니다.처음 공개됐을 때 유럽 국가들은 미국의 ‘듣보잡’ 외교원칙에 코웃음을 쳤습니다. 당시만 해도 미국의 군사력은 보잘것없었습니다. 하지만 20세기 미국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먼로 독트린도 힘을 얻었습니다. 1962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쿠바 미사일 위기에서 소련에 물러날 것을 경고했을 때도 먼로 독트린을 내세웠습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쓰는 쉬운 단어로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연설 때 ‘the lady in a white coat’(흰색 코트의 여인)이 화제였습니다. 마조리 테일러 그린 공화당 하원의원을 말합니다. 검은색 옷을 입은 다른 의원들 사이에서 나홀로 흰색 코트를 입었으니 눈에 띄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린 의원의 흰색 코트에는 ‘깊은 뜻’이 있다고 합니다. 보좌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 정찰 풍선에 늑장 대응한 것에 항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풍선이 흰색이라 옷도 흰색으로 맞춰 입었다는 것입니다. 그보다는 그냥 튀는 것을 좋아하는 그린 의원의 성격 때문이라는 설이 유력합니다.그린 의원의 흰색 코트보다 더 주목을 받은 것은 행동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연설할 때 큰 목소리로 “liar”(거짓말쟁이)라는 야유를 보내며 손으로 ‘thumbs down’ 표시를 했습니다. 엄지를 아래로 향하게 하는 ‘thumbs down’은 불만의 뜻입니다. 무례한 행동을 서슴지 않는 그린 의원은 2021년부터 의정 생활을 시작한 초선급 의원이지만 화제성에서는 고참급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각종 돌출 행동으로 언론에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 날이 거의 없습니다. 언론은 그녀 이름 약자를 따서 ‘MTG’라고 부릅니다.그린 의원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야유 사건을 벌인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라고 밝혔습니다.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과 친분을 은근히 과시하며 “제재를 받을 걱정도 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If the American people had been on that House floor listening to that speech, it would have been a lot worse names than I called him.”(만약 국민들이 연설장에 있었다면 나보다 더 심한 욕을 했을 것이다)‘call’은 ‘부르다’라는 뜻이고, ‘name’은 ‘이름’을 말합니다. 이 둘이 합쳐지면 ‘욕하다’ ‘조롱하다’라는 뜻입니다 ‘name’은 원래 ‘reputation’(평판)을 의미합니다. ‘이름을 부르다’라는 것은 ‘평판을 소환하다, 문제 삼다’라는 의미입니다. 평판은 다양하므로 ‘욕하다’라는 의미일 때는 복수형 ‘names’를 써야 합니다. “나한테 욕하지 마”는 “don’t call me names”라고 합니다. 명사형은 ‘name-calling’(욕하기)이 됩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2년 3월 7일 소개된 국정연설 손님에 관한 내용입니다. 국정연설에는 손님들이 초대됩니다. 레이건 대통령 때 시작된 전통입니다. 올해는 환경운동가 겸 가수 보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사망한 흑인 타이어 니콜스의 부모 등이 초청됐습니다.▶2022년 3월 7일자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국정연설을 했습니다. 대통령은 국정연설에 맞춰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상징하는 인물 11명을 초대했습니다. 이들은 퍼스트레이디 옆쪽 게스트석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Please rise if you are able and show that, ‘yes, we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with the Ukrainian people’.”(모두 일어나서 ‘미국은 우크라이나인들과 함께한다’라는 지지를 표해 달라)연설 중에 대통령이 손님들을 소개하면 박수가 터집니다. 이렇게 소개하는 것을 ‘acknowledge’(알린다)라고 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가장 먼저 ‘알린’ 초대객은 옥사나 마르카로바 미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였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녀를 소개하며 의원들에게 모두 일어나 경의를 표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일어서다’에는 ‘stand up’을 많이 쓰지만 국정연설처럼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rise’가 더 적절합니다.“In recognition of all you have done for our nation.”(국가를 위한 당신의 공로를 인정해서)TV 리얼리티쇼를 진행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국정연설도 쇼처럼 진행했습니다. 2020년 국정연설 때 손님으로 초대한 극우 성향 언론인 러시 림보를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깜짝 행사로 자유의 메달 수여식을 열었습니다. 상장이나 훈장을 수여하면서 ‘공로를 인정한다’라고 할 때 ‘in recognition of’라고 합니다.“We can restore an economy where everyone gets a fair shot, everyone does their fair share.”(누구나 공평한 기회를 얻고 공평하게 분담하는 경제를 재건해야 한다)2012년 국정연설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억만장자 투자가 워런 버핏의 여비서를 초대했습니다. ‘부자 증세’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버핏과 여비서에게 부과되는 세율의 불합리성을 비교하자 카메라가 여비서를 비췄습니다. ‘fair’는 ‘공정한’ ‘전시회’ ‘베이지색’ 등 다양한 뜻이 있습니다. ‘공정’을 의미할 때는 ‘shot’(기회), ‘share’(책임)이라는 단어가 따라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 2023-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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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고 권력자도 무릎꿇리는 그들만의 아킬레스건은[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Lots of luck in your senior year.”(좋은 시절 맘껏 즐겨)조 바이든 대통령의 아들 헌터 바이든이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최근 미 하원 감독위원회는 그에 대한 조사 착수를 발표했습니다. 아버지의 정치적 지위를 이용해 해외에서 거액의 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입니다. 헌터 바이든은 불법 사업거래 외에도 문란한 사생활 때문에 갖가지 의혹을 몰고 다닙니다. 그의 이름 뒤에는 ‘scandal-plagued son’(스캔들 메이커 아들)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닙니다. 변호사, 군인, 로비스트 등 다양한 직업을 거쳐 요즘은 로스앤젤레스에서 화가로 살고 있습니다. 헌터 바이든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에 대해 ‘survivor syndrome’(생존자 증후군)으로 설명하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헌터는 바이든 대통령이 사별한 첫 번째 부인과의 사이에 낳은 3명의 자녀 중 유일한 생존자입니다. 여동생은 어머니와 함께 교통사고로 죽었고, 형은 2015년 세상을 떠났습니다. 형을 따랐던 헌터는 형의 사망 후 심리적 상실감 때문에 본격적인 ‘문제아’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바이든 대통령은 53세나 된 아들을 변호하느라 바쁩니다. 조사 착수를 발표한 공화당에게 “고3 시절을 잘 보내”라고 인사를 전했습니다. 한국에서 ‘시니어’는 ‘노년’을 의미하지만 원래는 ‘계급이 높다’라는 의미입니다. ‘senior year’는 미국 K-12 교육 시스템의 최고 단계인 ‘고교 3학년’을 말합니다. 한국에서 고3은 공부에 올인하는 시기지만 미국에서는 다양한 경험을 쌓고 추억을 만드는 때입니다.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탈환한 뒤 대통령 아들 조사를 벼르는 공화당을 고3에 비유한 것은 “좋은 시절은 짧으니 누리라”는 조롱이 담겨있습니다. 미국 역사에는 헌터 바이든처럼 스캔들을 일으킨 대통령 자녀들이 많습니다. 대통령은 한 나라를 책임지는 리더지만 집에서는 자식이 잘되기를 바라는 평범한 부모일 뿐입니다. 스캔들을 일으켜 부모에게 시름을 안겨준 대통령 자녀들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His heart is good, and he means no harm.”(아들이 심성은 착하다. 나쁜 의도는 없다)4대 대통령 제임스 매디슨은 ‘헌법의 아버지’로 불립니다. 여러 명의 건국의 주역 중에서 가장 주도적으로 헌법 제정에 참여했습니다. 법에 통달한 매디슨 대통령이었지만 그도 어쩔 수 없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자식 문제였습니다.매디슨 대통령에게는 존 페인 토드라는 아들이 있었습니다. 부인이 데리고 온 아들입니다. 매디슨 대통령은 43세 때 26세의 돌리 페인이라는 여성과 결혼했습니다. 토드는 돌리 여사가 첫 결혼에서 낳은 아들입니다. 매디슨 대통령은 돌리 여사와의 사이에 평생 자식을 낳지 않고 토드를 입양해 키웠습니다.토드는 역대급 ‘문제아’였습니다. 일정한 직업 없이 술에 의지해 살았고 도박에 중독됐습니다. 매디슨 대통령은 토드가 자신의 뒤를 이어 법대에 들어가기를 원했지만 그는 유럽에 건너가 유흥에 빠져 살았습니다. 귀국 후에는 수차례 사기 사건을 일으켜 감옥 신세를 졌습니다. 그때마다 매디슨 대통령이 ‘몽펠리에’라는 대농장을 저당 잡혀 빚을 갚아줬습니다. 토드는 매디슨 대통령 사후에는 유산으로 받은 몽펠리에 농장까지 날렸습니다. 돌리 여사는 아들 때문에 빚에 쪼들려 말년에는 매디슨 대통령이 남긴 서류들을 의회에 팔아 생계를 이어갔습니다. 매디슨 대통령 부부는 아들이 문제를 일으킬 때마다 “심성은 착한 애”라고 두둔했습니다. ‘mean no harm’은 ‘손해를 의미하지 않다,’ 즉 ‘악의가 없다’라는 뜻입니다. 채찍을 쓰지 않고 사랑으로만 감싼 매디슨 대통령의 자녀 교육법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습니다. 나라를 세운 주역 중 한 명이지만 가정을 세우는 데는 실패했다는 평가입니다. “If fault there be it is mine.”(잘못이 있다면 내 탓이다)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맏아들 로버트는 군대에 가지 않았습니다. 노예해방을 위해 남북전쟁까지 불사한 대통령의 아들이 입대를 피한 것은 당시 엄청난 스캔들이었습니다. 비판에 직면한 링컨 대통령은 “내 탓이오”라며 아들을 감쌌습니다. “if fault there be”는 “if there is fault”에서 ‘fault’를 앞으로 빼서 강조한 것입니다. ‘mine’ 대신에 ‘my own’을 써서 책임감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로버트가 입대를 피한 것은 아버지보다 어머니인 메리 토드 여사의 뜻이었습니다. 둘째 아들을 병으로 잃은 메리 토드 여사는 맏아들까지 전쟁에서 잃을 수 없었습니다. 링컨 대통령은 부인을 이렇게 설득했습니다. “Our son is not more dear to us than the sons of other people are to their mothers”(우리에게 아들이 귀하다면 다른 부모들에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메리 토드 여사는 뜻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자 링컨 대통령 부부는 전쟁이 끝날 무렵 몇 개월 동안 안전한 보직에 앉힌다는 조건으로 아들을 군에 보냈습니다.“I can run the country or attend to Alice. I cannot possibly do both.”(나는 국정을 운영하거나 앨리스를 챙길 수 있다. 하지만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는 없다)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은 에너지가 넘치는 대통령이었습니다. 열정적인 연설로 청중을 몰고 다녔고 퇴임 후에는 아프리카 등지로 오지 여행을 다녔습니다. 그래서 별명도 ‘wild president’(거침없는 대통령)였습니다. 그런 루즈벨트 대통령보다 더 와일드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맏딸 앨리스였습니다. 앨리스의 생모는 그녀를 낳고 사망했습니다. 앨리스는 새어머니와 갈등을 겪었습니다. 백악관 안주인이 된 새어머니보다 자신이 더 주목을 받고자 했습니다. 공개 장소에서 담배를 피우고, 밤새 파티를 하고, 남성들과 차를 타고 돌아다니는 등 반항적인 방식으로 갈등을 표출했습니다. 아버지의 집무실을 수시로 드나들면서 업무를 방해했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나는 국정을 운영할 수 있고 앨리스를 챙길 수 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할 수는 없다”라고 하소연할 정도였습니다. “두 가지 일을 한꺼번에 못 한다”라고 할 때 “cannot possibly do both”라고 합니다. 하지만 루즈벨트 대통령은 딸을 말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정치행사에 데리고 다녔습니다.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은 딸의 심정을 이해했기 때문입니다. 앨리스의 자유분방한 행동을 보고 대리만족을 얻는 국민도 많아서 루즈벨트 대통령보다 더 인기가 높을 정도였습니다. 명언의 품격최근 영국 해리 왕자가 왕실 가족에 대한 뒷얘기를 폭로한 ‘스페어’라는 자서전을 내놓자 쓴소리를 건넨 미국 대통령 자녀가 있습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맏딸 패티 데이비스입니다. “Be quiet!”(조용히 해!)원래 데이비스는 해리 왕자보다 더 부모와 사이가 나빴습니다. 레이건이라는 성을 버릴 정도였습니다. 아버지 레이건 대통령은 위선자이고, 어머니 낸시 여사는 자신을 학대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아버지의 위선을 비판한다는 목적으로 1994년 성인잡지 플레이보이에 누드 사진을 찍었습니다. 대통령 자녀로는 전례가 없는 사건이었습니다. “Please Patti, don’t take away our memories of a daughter we truly love and whom we miss.”(제발 패티야,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딸에 대한 우리의 기억만은 가져가지 말아다오)플레이보이 사진이 출판되기 며칠 전 레이건 대통령은 딸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편지의 마지막 구절입니다. 완고한 아버지였던 레이건 대통령의 딸을 향한 진솔한 애정이 담겨있는 명구절입니다. 당시 레이건 대통령은 치매가 상당히 진전된 상태였습니다. 점점 희미해져 가는 기억을 붙잡고 싶은 마음도 담겨있습니다. 레이건 대통령은 편지를 부치지 않았습니다. 낸시 여사가 나중에 서랍에서 발견해 딸에게 전해줬습니다. 데이비스는 편지를 본 뒤 미움을 거뒀습니다. 10년 후 아버지에 대한 후회를 담은 자서전 ‘the Longest Goodbye’(가장 긴 이별)를 출간했습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중국 정찰풍선 사건으로 미국이 시끄럽습니다. 처음에는 풍선의 목적을 놓고 미국과 중국 정부가 공방을 벌이더니 이제는 풍선 최초 등장 시기를 놓고 전·현직 행정부가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때도 중국 풍선이 최소 세 차례 미국 영공을 침범했다”라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이렇게 올렸습니다.“Now they are putting out that a balloon was put up by China during the Trump Administration, in order to take the heat off the slow moving Biden fools.”(느림뱅이 바이든 바보들이 책임 회피를 위해 트럼프 행정부 때도 중국이 풍선을 띄웠다고 주장한다)화가 나는 상황을 “열 받았다”라고 합니다. 이처럼 ‘heat’(열)은 ‘분노’와 직결됩니다. ‘take the heat’은 ‘분노를 얻다,’ 즉 ‘타인의 질책 비난을 받아들이다’라는 뜻입니다. “I’ll take the heat”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내가 비난을 감수하겠다”라는 뜻입니다. 뒤에 ‘off’를 붙이면 반대의 뜻이 됩니다. ‘take the heat off’는 ‘비난을 면하게 하다’라는 뜻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때도 중국 풍선이 했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주장은 늑장 대응에 대한 책임 회피라는 것입니다. 안전을 이유로 며칠을 기다렸다가 풍선을 격추한 바이든 행정부의 결정을“slow-moving Biden fools”(느려터진 바이든의 바보들)이라고 비웃었습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 칼럼 중에서 핵심 하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조 바이든 대통령 부부의 행복한 결혼생활 비결에 대해 알아봤습니다.▶2021년 2월 22일자요즘 미국인들은 “PDA”라는 단어를 즐겨 씁니다. ‘Public Display of Affection’(공개적인 애정 표현)의 약자입니다 ‘PDA’가 유행어가 된 것은 조 바이든 대통령 부부 때문입니다. 무척 냉랭해 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부부와는 달리 조-질 바이든 부부는 공개 석상에서 스스럼없이 손잡고 포옹하고 키스하면서 애정을 과시합니다.  “I’m gonna sound so stupid, but when she comes down the steps, my heart still skips a beat.”(바보처럼 들리겠지만 그녀가 계단을 내려올 때 아직도 내 심장은 쿵쾅거린다) 바이든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에서 질 여사에 대한 사랑을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결혼생활 45년이 지났지만 아직 첫사랑을 앓는 사춘기 소년 같습니다. ‘heart skips a beat’은 ‘심장이 박동을 건너뛰다’ 즉, ‘막 빨리 뛴다’라는 뜻입니다. 즐겁고 놀랍고 무섭고 다양한 상황에서 쓸 수 있습니다.“I married way above my station.”(나는 급이 높은 사람이랑 결혼했어)대선 유세 때 시위대가 갑자기 무대로 뛰어올라 바이든 대통령에게 접근하려고 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자 질 여사가 남편을 보호하려고 경호원보다 더 날쌔게 시위대를 막아섰습니다. 고마운 아내에게 바이든 대통령이 던진 농담입니다. 자신보다 조건이 좋은 배우자와 결혼하는 것을 ‘marry above my station’이라고 합니다. 반대의 경우는 ‘above’ 대신 ‘below’(아래)를 쓰면 됩니다.“How do you make a broken family whole? The same way you make a nation whole. With love and understanding.”(결손가정을 어떻게 온전하게 만드냐고요? 국가를 하나로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 방법으로요. 사랑과 이해가 있으면 됩니다.)결손가정을 ‘broken family’라고 합니다. 반대 개념은 ‘whole family’(온전한 가정)입니다. 질 여사가 과거 자신이 가르쳤던 학교를 방문했을 때 “결손가정을 어떻게 온전한 가정으로 만들 수 있느냐”아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국가 화합의 메시지가 가정 화합에도 적용된다고 답했습니다. 구성원들의 사랑과 이해가 있으면 된다고 합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3-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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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짓말과 조작으로 얼룩진 미국史의 한 페이지[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I said I was Jew-ish.”(나는 내가 ‘유대인 같다’라고 말했을 뿐이다)요즘 미국 뉴스에서 ‘조지 산토스’라는 이름이 빠지지 않습니다.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뉴욕에서 하원의원에 당선된 그는 선거 때 내세운 학력 경력 혈통 등이 모두 가짜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어떻게 미국처럼 검증력이 뛰어난 나라에서 가짜투성이의 사기꾼이 의회까지 진출할지 있었는지에 대해 다들 어이가 없어 하는 분위기입니다.사퇴 압력이 커지고 있지만 산토스 의원은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그의 거짓말 퍼레이드 중에서 유대인 행세를 한 것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는 유세 때마다 유대인 출신이며 조부모가 홀로코스트를 피해 독일에서 브라질로 이주했다는 눈물겨운 사연을 들려줬습니다. 그러나 유대인 단체들의 추적 결과 거짓말로 판명됐습니다. 그러자 산토스 의원은 이렇게 변명했습니다. “나는 내가 유대인(Jewish)이라고 말한 적 없다. 유대인 같다(Jew-ish)고 말한 것뿐이다.” ‘ish’(이쉬)는 말하는 내용이 확실치 않거나 자신이 없을 때 미국인들이 즐겨 쓰는 접미사입니다. “그 사람 30살 정도 돼 보인다”라고 할 때 “he is thirtyish”라고 합니다. “내 코트는 갈색 계열이다”라고 할 때 “my coat is brownish”라고 합니다. 거짓말을 하고, 그 거짓말을 감추기 위해 또 다른 거짓말을 하는 산토스 의원 같은 사람을 ‘serial liar’(연쇄 거짓말쟁이)라고 합니다. 미국은 거짓말을 중대한 악으로 봅니다. 거짓말쟁이와 사기꾼에게 법적으로 도덕적으로 확실한 대가를 치르게 합니다. 미국을 뒤흔든 굵직한 거짓말 사건들을 알아봤습니다.“Let the chips fall where they may.”(순리에 맡겨라)펜타곤 문서(Pentagon Papers)는 미국 정부가 베트남 전쟁에 개입한 역사를 담은 국방부 1급 기밀문서입니다. 미국이 베트남전에 개입한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이 문서에는 해리 트루먼부터 린든 존슨 행정부까지 30년에 걸쳐 자국의 이익을 위해 갖가지 불법적인 방법으로 전쟁을 확대한 내용이 상세히 기술돼 있습니다. 베트남전 개입의 구실로 삼았던 1964년 통킹만 사건이 실은 미국이 꾸민 자작극이라는 내용도 담겨 있습니다. 1971년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가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펜타곤 문서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문서 작성에 관여한 대니얼 엘스버그라는 국방부 분석가가 문서를 언론에 전달했습니다. “let the chips fall where they may”는 엘스버그가 문서를 몰래 전해줄 때 한 말입니다. 워싱턴포스트의 펜타곤 문서 보도 과정을 다룬 영화 ‘더 포스트’에도 이 대사가 그대로 나옵니다.‘chip’(칩)이 나와서 도박에서 유래한 것 같지만 1800년대 서부 개척시대 벌목 용어입니다. ‘chip’은 ‘부스러기’를 말합니다. 부스러기들이 떨어지는 것을 염려하지 말고 나무를 벨 때는 베야 한다는 것입니다. 용기 있는 행동을 할 때는 순리에 맡겨야 한다는 의미입니다.“I landed in this country with $2.50 in cash and $1 million in hopes.”(나는 2달러 50센트의 현금과 백만 달러의 희망을 품고 이 나라에 도착했다)미국에서는 금융사기 사건이 자주 일어납니다. 사기를 당해 수십 년 동안 모은 연금을 홀라당 날렸다는 은퇴자들의 사연을 심심찮게 접할 수 있습니다. 사기 수법은 대부분 비슷합니다. 폰지 사기입니다. 폰지 사기는 실제 이윤을 창출하지 않으면서도 높은 수익률을 미끼로 투자자들을 모은 뒤, 그들의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을 지급하는 다단계 사기 기법입니다. 일명 ‘돌려막기’ 수법입니다. 알기 쉽게 ‘borrowing from Peter to pay Paul scheme’(피터로부터 빌려 폴에게 지급하기 수법)이라고도 합니다. 폰지 사기의 창시자인 찰스 폰지는 이탈리아 이민자 출신입니다. 무일푼이지만 비상한 머리를 갖고 있던 그는 해외 우표 거래를 통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투자자를 모집했습니다. 배짱 좋게 뉴욕타임스를 초대해 인터뷰도 했습니다. 뉴욕타임스 기사 제목 “2.50 달러의 현금과 100만 달러의 희망으로 이 나라에 왔다”는 폰지가 남긴 명언입니다. 그는 8개월 만에 1500만 달러를 벌어들일 정도로 수완이 좋았지만 1920년 한 가구회사 직원과의 수익 배분 소송 때문에 사기 행각이 만천하에 드러났습니다.“AF is short of water.”(AF는 물이 부족하다)미드웨이 해전은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군과 일본군이 태평양의 미국령 미드웨이 섬에서 맞붙은 전투입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계기로 연합군이 유럽에서 승리했듯이 미드웨이 해전을 계기로 미군은 태평양 전쟁에서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미드웨이 승리는 거짓말의 승리”라는 말이 있습니다. 미 해군은 일본군의 암호를 해독해 ‘AF’에 대대적인 공격이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입수했습니다. 문제는 ‘AF’가 어디를 의미하는지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본군의 진주만 공습 암호가 ‘AH’였던 것으로 미뤄볼 때 ‘AF’는 하와이 부근의 미드웨이 섬일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확신이 없던 미군은 일본군을 테스트하기 위해 “미드웨이 증류시설이 고장으로 물 공급이 필요하다”라는 거짓 교신을 주고받았습니다. 이 교신을 감청한 일본군이 “AF에 물이 부족하다”라는 무선을 발신하자 미군은 쾌재를 불렀습니다. 미국 전쟁사에서 가장 극적인 암호 해독 사례이자 성공한 거짓말로 꼽힙니다.명언의 품격1919년 프로야구 구단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월드시리즈에서 승부를 조작해 신시내티 레즈에게 일부러 져준 사건을 ‘블랙삭스 스캔들’이라고 합니다. 이 사건에 연루돼 8명의 화이트삭스 선수들이 야구계에서 영구 제명됐습니다. 8명 중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는 메이저리그 역대 3위에 해당하는 높은 타율을 가진 ‘맨발의 조’(shoeless Joe) 잭슨이었습니다. 타석에 신발을 신지 않고 등장해 그렇게 불렸습니다. 잭슨이 제명된다는 소식에 그의 재능을 아까워하는 목소리가 컸습니다.“Say it ain’t so, Joe.”(조, 그렇지 않다고 말해줘요) 승부조작 재판이 열리자 많은 야구팬들이 잭슨을 보기 위해 몰려들었습니다. 한 아이가 잭슨을 붙잡고 “그렇지 않다고 말해줘요, 조”라고 간청했습니다. 거짓말이라도 좋으니 승부조작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말해달라고 부탁이었습니다. ‘블랙삭스 스캔들’이 낳은 명언입니다. 하지만 잭슨은 더 이상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Yes, kid, I’m afraid it is”(얘야, 미안하지만 그렇단다). 잭슨은 이렇게 말하고 야구계를 떠났습니다. 영화 ‘꿈의 구장’(Field of Dreams)에는 야구를 잊지 못하는 잭슨이 농부 레이(케빈 코스트너 분)가 만든 구장에 찾아와 야구를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실전 보케 360 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가 고향 자메이카의 금융회사에 맡긴 돈을 사기를 당했습니다. ‘스톡스 앤 시큐리티즈’라는 투자회사에 은퇴자금으로 맡긴 1280만 달러(157억 원) 중에서 1만 2700달러(1560만 원)만 건졌습니다. 소셜미디어에는 자메이카의 후진적인 금융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넘쳐납니다.“No stone will be left unturned,”(모든 방법을 총동원하겠다)국가 이미지가 추락하자 자메이카 정부가 나섰습니다. 나이절 클라크 재무장관은 “자메이카 금융산업를 부정적으로 보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며 해결 의지를 밝혔습니다. ‘leave no stone unturned’는 ‘샅샅이 조사하다’는 뜻입니다. ‘그 어떤 돌도 뒤집지 않은 채 남겨두지 않는다’는 돌 아래쪽에 숨겨져 있을지 모르는 비밀을 캔다는 의미입니다. 좀 더 쉽게 ‘turn over every stone’(모든 돌을 뒤집는다)이라고도 합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1년 소개된 ‘대통령의 외출’에 대한 내용입니다. 국민은 관저에서 일만 하는 대통령보다 밖으로 나오는 대통령을 좋아합니다. 집무실에만 있으면 민심을 살필 수 없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고령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외출하는 이유입니다.▶2021년 6월 7일자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소탈 행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처럼 백악관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시간 날 때마다 바깥세상으로 나가 국민과 소통하는 것을 즐깁니다. “Would you like to get a selfie?”(나랑 셀카 찍을래?)바이든 대통령은 아이스크림 가게에 자주 들릅니다. 최근 오하이오 주를 방문했을 때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러 매니저로 일하는 20세 여대생과 얘기를 나눴습니다. 주로 학교생활에 관해 물었다고 합니다. 가게를 나오기 전 “나랑 셀카 찍을래?”라고 묻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이 여성이 친구들에게 자랑할 수 있도록 사진을 같이 찍어주겠다는 겁니다. 영어로는 “셀카”가 아니라 “셀피”라고 해야 하는 것 아시죠.“A president who scopes out local establishments makes our city look so much more vibrant.”(지역 상권을 잘 살피는 대통령은 도시의 인상을 활기차게 만든다)얼마 전 바이든 대통령 부부는 워싱턴의 ‘르 디플로마트’라는 레스토랑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부부와 식사를 했습니다. 식당에 들어가는 대통령 부통령 부부를 본 인근 주민들로부터박수가 터졌습니다. 레스토랑 매니저는 “대통령의 방문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된다”라며 고마워했습니다. ‘지역 상권’을 ‘local establishments’라고 합니다. “I never thought of it.”(그런 줄 몰랐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4년 동안 워싱턴에서 외식을 딱 한 번 했습니다. 그것도 자신 소유 호텔 안에 있는 스테이크 레스토랑이었습니다. 주변에서 “대통령이 백악관에 머물기보다 자주 외출해야 이미지가 좋아진다”라고 귀뜸해주자 트럼프 대통령은 “미처 몰랐다”라고 솔직히 답했다고 합니다. 자신의 생각이 짧았음을 후회할 때 “I never thought of that”이라고 합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3-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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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악관도 씁니다, “국설 라방 많관부~”[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POTUS set to deliver SOTU on February 7.”(대통령이 2월 7일 국정연설을 할 예정이다)최근 CNN에 이런 기사가 떴습니다. ‘POTUS’ ‘SOTU’가 무슨 뜻일까요. ‘POTUS’는 많이 알려졌습니다.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미국 대통령’의 줄임말입니다. ‘@POTUS’는 미국 대통령이 사용하는 트위터 아이디입니다. 대통령의 부인 ’First Lady of the United States’는 ‘FLOTUS’라고 합니다. 연방대법원은 ‘SCOTUS’(Supreme Court of the United States)입니다.‘SOTU’는 매년 초 대통령이 의회에서 하는 국정연설 ‘State of the Union’의 줄임말입니다. 뒤에 연설을 뜻하는 ‘Address’가 붙지 않아도 국정연설을 의미합니다. CNN 기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월 7일 국정연설을 할 예정이다”라는 뜻입니다. 기사 제목은 간결해야 하므로 줄임말을 썼습니다. ‘set’은 수동형으로 ‘정해지다’ ‘계획이다’라는 뜻입니다.긴 단어나 구절의 머리글자를 따서 줄인 것을 ‘abbreviation’(어브리비에이션) 또는 ‘acronym’(애크로님)이라고 합니다. POTUS, SOTU 외에도 줄임말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줄임말을 모르면 미국인들의 대화에 끼기 힘듭니다. 미국인들이 많이 쓰는 줄임말을 살펴봤습니다.“Would love to see you soon IRL!”(조만간 만나고 싶어!)우선 초급입니다. 가장 흔한 줄임말 ‘IRL’은 ‘In Real Life’의 약자입니다. ‘실제 세상’ ‘실제로’의 뜻입니다. ‘in reality’와 같습니다. 젊은 세대가 익숙한 온라인 세상과 반대되는 개념입니다. 온라인으로 친해진 뒤 대면하고 싶을 때 “love to see you IRL”이라고 합니다. 유명인을 실물로 봤는데 매우 친절했다면 “he was very nice irl”이라고 합니다. ‘ROFL’은 ‘Rolling on the Floor Laughing’의 약자입니다. ‘바닥을 데굴데굴 구를 정도로 웃기다’는 뜻입니다. ‘LOL’(Laugh Out Loud)보다 강한 버전입니다. “That photo made me ROFL”는 “그 사진 때문에 정신없이 웃었다”라는 뜻입니다. 강조하고 싶다면 “ROFLMAO”를 쓰기도 합니다. “Roll on the Floor Laughing My Ass Off”(엉덩이가 닳을 정도로 구르다)라는 뜻입니다. ‘TMI’도 많이 씁니다. ‘Too Much Information’의 줄임말로 ‘너무 많은 정보’라는 뜻입니다. 친구가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얘기를 미주알고주알 늘어놓을 때 “TMI”라고 하면 “인제 그만 됐다”라는 뜻입니다. 실은 초급보다 쉬운 예비급도 있습니다. 소셜미디어가 나오기 이전부터 미국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기본적인 줄임말들입니다. 특히 비즈니스 서신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LMK’는 ‘Let Me Know’(나에게 알려 달라)를 줄인 것입니다. 팀장이 팀원에게 보낸 e메일에 “LMK if you know”라고 적혀 있으면 “알게 되는 즉시 나에게 보고해 달라”는 뜻입니다. ‘ETA’는 ‘Estimated Time of Arrival’로 ‘도착 예정 시간’을 말합니다. ‘NBD’는 ‘No Big Deal’(별일 아니다), ‘OMW’는 ‘On My Way’(지금 가는 중이다), ‘NVM’은 ‘Never Mind’(신경 쓰지 말라)입니다.“TFW your boss asks you to hop on a quick video call”(상사가 갑자기 화상회의 하자고 할 때의 바로 그 기분)중급에는 속마음을 말해주는 것들이 많습니다. 대놓고 말하면 쑥스러우니까 줄임말로 암호처럼 말합니다. ‘TFW’는 ‘That Feeling When’의 줄임말로 ‘바로 그 기분’이라는 뜻입니다. 인터넷에는 재미있는 사진이나 동영상들이 많습니다. 그런 동영상의 제목이나 댓글에서 ‘TFW’를 볼 수 있습니다. 팬데믹 시대에 장난치다 들킨 아이 사진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사진 옆에 “TFW your boss asks you to hop on a quick video call”이라는 제목이 붙여져 있습니다. “당신의 보스가 갑자기 화상회의 하자고 할 때의 바로 그 기분”이라는 뜻입니다. 딴 짓하다 들킨 재택근무자의 난감함을 말해줍니다. TFW 뒤에 얼마나 날카로운 현실 풍자가 나오느냐가 관건입니다. ‘FOMO’는 ‘Fear of Missing Out’(놓치는 두려움)을 줄인 것입니다. 파티, 모임이 많은 미국에서는 초대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FOMO’라는 단어로 표현합니다. 원래 ‘FOMO Syndrome’(포모 증후군)이라는 심리학 용어로 출발했습니다. ‘포모 마케팅’도 발달했습니다. “Don’t get FOMO. Get a ticket now!”(소외되기 싫다면 지금 표를 사라!)“I’m sorry you had to quit your job. I think you made the right decision, FWIW.”(직장을 그만뒀다니 유감이야. 하지만 내 의견을 말한다면 옳은 결정이라고 생각해)고급은 미국 문화를 알아야 온전한 의미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대화 예절을 중시하는 미국인들은 상대방의 면전에서 다른 의견을 말하는 것을 꺼립니다. 반대 의견을 꼭 말하고 싶다면 ‘FWIW’를 써서 상대의 기분을 떠봅니다. ‘For What It’s Worth’의 줄임말로 ‘내 의견이 가치가 있다면’ ‘내 의견을 말한다면’이라는 뜻입니다. 내 의견이 상대보다 낫다는 조롱의 뉘앙스도 포함됩니다. ‘IMHO’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In My Humble opinion’(내 변변치 않은 의견을 말하자면)의 약자입니다. ‘FWIW’가 ‘의견’이라면 ‘IIRC’는 ‘기억’을 의미합니다. ‘If I Recall Correctly’를 줄인 것으로 ‘내 기억이 맞는다면’이라는 뜻입니다. 명언의 품격 ‘OMG’는 ‘Oh My God’의 줄임말입니다. 놀라움, 기쁨, 혐오감, 창피함 등 다양한 감정이 포함된 감탄사입니다. 미국에서는 여성들이 감정을 과장되게 표현할 때 자주 씁니다. 미국 드라마를 보면 젊은 여성들이 또래 친구들과 수다를 떨 때 “오! 마이! 갓!”이라고 한 단어씩 힘줘서 말하는 장면이 곧잘 등장합니다. 대표적인 ‘Valley Girl English’(밸리걸 잉글리시)입니다. 캘리포니아 주 샌페르난도 밸리에 사는 허영심 강한 여성들이 쓰는 영어라는 뜻입니다.“O.M.G.(Oh! My God!) - Shower it on the Admiralty.”(오마이갓 - 그것을 해군에게 내려주십시오)그런데 ‘OMG’의 유래를 따져보면 뜻밖에도 남성적입니다. 군대가 배경입니다. 1917년 제1차 세계대전 때 존 아버스넛 피셔 제독이 윈스턴 처칠 해군 장관에게 보낸 서신에 ‘OMG’가 처음 등장합니다. 피셔 제독은 드레드노트급 전함 개발을 주도한 유명한 군인입니다. 그는 자신의 상관인 처칠 장관에게 보내는 서신에서 독일군에 대항하는 영국 해군의 전투력에 대해 통탄하면서 “O.M.G.”라는 단어를 썼습니다. 처칠 장관이 줄임말을 이해하지 못할까 봐 괄호 속에 ‘Oh! My God!’라는 설명도 붙였습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영국 억만장자 제임스 다이슨에 관한 내용입니다. 진공청소기와 헤어드라이어로 유명한 다이슨사를 설립한 제임스 다이슨은 영국에서 두 번째 부자로 꼽힙니다. 그는 최근 데일리 텔레그래프지 기고에서 영국 정부의 경제정책이 “근시안적이고 어리석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이대로 나가면 2030년에는 영국 경제가 폴란드보다 못한 지경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Growth should not be seen as a dirty word.”(성장은 더러운 단어가 아니다)다이슨은 영국 정부가 만든 각종 규제가 기업들의 성장 의지를 꺾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성장’을 ‘더러운 단어’로 보는 문화가 있다고 합니다. ‘dirty’는 ‘더러운’이라는 뜻입니다. 외관적인 ‘지저분함’보다 사회 통념상 ‘추잡함’이라는 뜻이 강합니다. 외관적인 더러움에는 ‘messy’라는 단어를 더 많이 씁니다. ‘dirty little secret’(감추고 싶은 비밀) ‘dirty cop’(부패 경찰)처럼 불법적이고 음침한 분위기를 냅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8년 9월 11일 소개된 워싱턴의 줄임말 문화에 관한 내용입니다. 줄임말은 사회 전반에서 쓰이지만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은 정치권입니다. 정치 현상을 간결한 줄임말로 쓰면 풍자 효과가 큽니다.▶2018년 9월 11일자최근 워싱턴 정가가 시끄럽습니다. 워터게이트 특종 기자 밥 우드워드의 신간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와 뉴욕타임스(NYT)에 실린 행정부 고위관리의 익명 기고 때문입니다. ‘공포’와 NYT 기고 모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비판하는 내용입니다.“Op-ed sparks high-stakes whodunit in Washington.”(기고문은 워싱틴에서 고강도 추리게임을 촉발했다)NYT는 기고문 필자를 “senior administration official”(행정부 고위관리)이라고만 소개했을 뿐 실명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전직 관리도 아닌 현직 관리가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입니다. 한 매체는 “워싱턴에서 필자에 대한 추리게임이 벌어지고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whodunit’(후더닛)은 추리 소설이나 영화를 말합니다. ‘who has done it’(누가 그 일을 했느냐)의 줄임말입니다. “How many individuals are there in the administration who fit the bill?”(행정부에서 몇 명이 조건을 충족시키느냐?)기고문 필자가 궁금한 NYT 독자가 올린 댓글입니다. ‘bill’은 ‘청구서’를 말합니다. ‘fit the bill’은 ‘고지서에 맞추다,’ 즉 ‘조건을 만족시키다’라는 뜻입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몇 명이 ‘고위관리’에 포함되느냐”라는 의미입니다. NYT는 “we don’t know either”(우리도 모른다)라는 솔직한 답글을 달았습니다. ‘고위’(senior)의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입니다. “Only the Obama WH can get away with attacking Bob Woodward.”(오바마의 백악관은 밥 우드워드를 공격하고도 무사한 유일한 행정부다)‘공포’가 출간된 후 트럼프 대통령은 우드워드 기자를 “바보” “거짓말쟁이”라고 맹비난했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우드워드 기자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트럼프 대통령입니다. 2013년 우드워드 기자가 버락 오바마 행정부를 비판하는 책을 썼을 때 트럼프는 “오바마의 백악관이야말로 밥 우드워드를 공격하고도 무사한 유일한 행정부일 것”이라며 우드워드 기자를 치켜세웠습니다. ‘WH’는 ‘White House’의 줄임말입니다. “The book is a total BS.”(그 책은 완전 헛소리다)트럼프 대통령 밑에서 일하는 존 켈리 비서실장은 우드워드 기자의 책을 “total BS”(완전 헛소리)라고 평가절하를 했습니다. ‘BS’는 비속어 ‘bullshit’의 줄임말입니다. ‘Total BS’를 줄여서 ‘TB’라고도 합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3-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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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든 대통령을 ‘다이아몬드 조’라고 부르는 이유[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She is a real beaut, ain’t she?”(그녀 정말 죽여주지?)지난해 중간선거에서 뜻밖에 좋은 성적을 거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요즘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습니다. 여세를 몰아 조만간 2024년 재선 도전을 발표할 것이라는 얘기도 들립니다. 한 미국 매체가 그런 바이든 대통령을 이렇게 비꼬았습니다. “The Return of Diamond Joe.”(다이아몬드 조의 귀환)바이든 대통령은 ‘Joe’가 붙는 별명이 많습니다. 우선 ‘미국 평균남’이라는 뜻으로 “Average Joe”(애버리지 조)라고 불립니다. 활력 없는 모습을 보일 때면 “Sleepy Joe”(졸린 조)로 통합니다. 철도 애용자라서 “Amtrak Joe”(암트랙 조)라고도 불립니다. 또 다른 별명은 “Diamond Joe”(다이아몬드 조)입니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함과 유일함을 상징합니다. ‘Diamond Joe’는 이 세상에 단 한 명밖에 없는 ‘명물 조’라는 뜻입니다. 이 별명이 생기게 된 배경은 ‘어니언’이라는 잡지에 동명의 제목으로 연재된 유머 기사들이 인기를 끌면서부터입니다. 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주제 파악 못 하는 정치인으로 그려집니다. ‘쿨하다’고 자부하지만 실은 분위기를 못 맞추고 아재개그를 남발해 기피 대상입니다. 기사가 연재됐을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부통령이었습니다. 부통령이 얼마나 실권 없는 자리인지 풍자하는 내용입니다. 그중에서 폭발적인 조회 수를 기록한 기사는 2009년 ‘다이아몬드 조’가 웃통을 벗고 자신의 애마인 1981년형 폰티액 트랜스앰을 세차하는 내용입니다. 업무 시간에, 그것도 백악관 대로에서 웃통을 벗고 썩소(썩은 미소)를 날리는 사진도 실렸습니다. 물론 합성된 사진입니다. 차를 바라보며 “정말 죽여주지?”라고 감탄합니다. 미국의 마초형 남성들은 자동차를 여성에 빗대 “beauty”(미녀)라고 즐겨 부릅니다. 신세대 감각을 과시하고 싶은 ‘다이아몬드 조’는“beaut”(뷰트)라고 줄여 부릅니다. 표준어인 “isn’t” 대신에 “ain’t”라고 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요즘 미국인들 사이에 ‘다이아몬드 조’라는 별명이 부쩍 자주 등장합니다. 나이도 많으니 재선에 출마하지 말았으면 하는 민심을 읽지 못하고 자신이 인기가 높다고 착각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둔한 정치감각을 비꼬는 것입니다. ‘다이아몬드 조’처럼 대통령의 별명은 민심을 날카롭게 반영한 것들이 많습니다. 미국 대통령들의 별명을 알아봤습니다.“Dubya”(더브야)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텍사스 사랑’이 지극합니다. 텍사스에서 자랐고 텍사스 주지사를 지냈으며 텍사스에 크로퍼드 목장을 가지고 있고 은퇴 후에도 텍사스에 살고 있습니다. 그의 텍사스 사랑을 가장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텍사스 사투리입니다. “촌스럽다”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부시 대통령은 재임 기간 중 당당하게 텍사스 사투리를 썼습니다. 국민들은 그런 부시 대통령을 “Dubya”(더브야)라고 불렀습니다. ‘Dubya’는 ‘W’(더블유)를 텍사스 사투리로 발음한 것입니다. ‘W’는 부시 대통령의 미들네임 ‘Walker’의 약자입니다. 미국인들은 부시 대통령을 ‘아버지 부시’ 대통령과 구분을 짓기 위해 흔히 ‘W’라고 부릅니다.‘Dubya’에는 ‘바보스럽다’라는 의미도 담겨 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문법에 맞지 않는 황당 영어를 쓰는 등 ‘머리가 나쁘다’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기 때문입니다. 아예 “Dumb Dubya” “Dumbya”(덤브야)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Snowflake-in-Chief”(유리멘탈 대왕)‘snowflake’(스노우플레이크)는 ‘눈송이’를 뜻합니다. 눈송이는 아름답지만 금방 녹습니다. 이 단어를 사람에게 쓸 때는 겉으로는 당당해 보이지만 속은 허약한 유형을 말합니다. 미국인들은 유리멘탈형 인간을 가리켜 “he is a snowflake”라고 합니다. 심리적 압박을 잘 견디지 못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snowflake generation’(눈송이 세대)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snowflake’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별명입니다. ‘스트롱맨’을 꿈꾸지만 실은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고 트위터로 보복해야 직성이 풀리는 허약한 멘탈을 겨냥한 별명입니다. 영국 가디언지가 ‘America: Behold, Your Snowflake-in-Chief’(미국이여 주시하라, 유리멘탈 대왕을)이라고 한 데서 유래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조롱하는 심야토크쇼들을 비난하자 심야토크쇼 진행자 지미 키멜은 “what a snowflake!”(이런 유리멘탈을 어쩌나!)라고 놀렸습니다. “American Cincinnatus.”(미국의 킨키나투스)현대의 대통령들이 부정적인 별명을 가진 것과는 달리 초창기 대통령들은 훈훈한 별명 일색입니다.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의 별명 ‘미국의 킨키나투스’에는 국민들의 존경심이 담겨 있습니다. 워싱턴 대통령은 미국인들에게 민주적 리더십의 상징입니다. 독립전쟁 때 대륙군 총사령관에 취임해 전쟁을 승리를 이끈 뒤 미련 없이 총사령관 자리를 내려놓고 낙향했습니다. 헌법의 필요성이 제기되자 중앙무대로 돌아와 제헌의회 의장으로 활동했습니다. 성공적으로 헌법 제정을 끝낸 뒤 또다시 낙향했지만 미합중국의 대통령이 돼 달라는 부탁을 받고 정치로 돌아서 대통령이 돼서 국가의 기초를 닦았습니다. 워싱턴 대통령은 장기집권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2선(8년)만 지내고 물러나 영원히 고향으로 돌아갔습니다. 이후 2선은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대통령도 깰 수 없는 황금의 규칙이 됐습니다. 그는 권력의 위치에 있을 때마다 빨리 고향인 마운트버넌에 돌아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I want to return home and plough”(고향에 가서 쟁기질을 하고 싶다)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물론 그는 대지주였기 때문에 직접 쟁기질을 할 필요는 없었습니다.워싱턴 대통령은 고대 로마 시대 집정관 킨키나투스에 비유됩니다. 킨키나투스 역시 로마가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뛰어난 리더십으로 나라를 구한 뒤 권력욕에 휘둘리지 않고 물러났습니다. 워싱턴 대통령은 실제로 킨키나투스를 존경해 ‘킨키나투스 협회’를 조직해 초대회장을 맡기도 했습니다.명언의 품격한국은 ‘DJ’ ‘YS’ ‘MB’ 등 대통령의 영어 이니셜(약자)을 별명으로 부르는 것을 좋아합니다. 미국에도 이니셜로 통하는 대통령들이 있습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 이후 생겨난 전통입니다. 국민들은 30여년 먼저 대통령을 지낸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과 헷갈리지 않기 위해 그를 “FDR”로 불렀습니다. ‘Franklin Delano Roosevelt’의 약자입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업적이 많고 재임 기간도 길어 ‘FDR’은 그의 확실한 브랜드가 됐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을 존경한 존 F 케네디 대통령 역시 이름 대신 “JFK”로 불리기를 좋아했습니다.케네디 대통령 암살로 갑자기 권력의 자리에 오른 린든 존슨 대통령도 “LBJ”라는 이니셜로 불리기를 원했습니다. ‘Lyndon Baines Johnson’의 약자입니다. ‘FDR’ ‘JFK’처럼 뛰어난 대통령이 아니었던 그는 직접 자신의 이니셜을 알리고 다녔습니다. 대선 구호도 “all the way with LBJ”(LBJ와 함께 나가자)라고 정했습니다.“Hey, hey LBJ! How many kids did you kill today?”(이것 봐 LBJ, 오늘은 애들을 몇 명 죽였어?)“LBJ”가 자주 국민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베트남전 반대 시위대가 대통령 이니셜을 시위 구호로 사용하게 된 것입니다. “LBJ, 오늘은 몇 명 죽였어?”는 대통령이 젊은이들을 강제로 입대시켜 전장에서 죽게 했다는 의미입니다. 이 구절이 후렴구로 반복되는 반전 데모송은 지금까지도 유명합니다. 베트남전 참전 정책을 고수했던 존슨 대통령은 반전 시위대의 ‘LBJ’ 구호가 곤혹스러웠습니다. ‘LBJ’ 이니셜과 멀어지게 됐습니다. 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6살 아이가 학교에서 선생님에게 총격을 가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아이는 자신을 훈계하는 선생님과 언쟁을 벌이다가 가지고 있던 권총을 발사했습니다. 총기 규제의 필요성이 다시 한번 제기될 것으로 보입니다.“We stand at the ready to help in any way we can.”(우리는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의 성명입니다. 총기 규제론자들은 주지사 성명에 사건 수습 얘기만 나올 뿐 총기 규제의 필요성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성명은 사건이 발생한 초등학교를 도울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at the ready’는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라는 뜻입니다. “학생들이 필기할 준비를 하고 있다”라고 할 때 “students with pens and notebooks at the ready”라고 합니다.한국인들은 “레디 고”라는 단어를 좋아합니다. 틀리지는 않지만 불완전합니다. 미국인들은 ‘ready’와 ‘go’ 사이에 ‘set’ 또는 ‘steady’를 넣어줍니다. ‘ready set go’가 한 세트로 움직입니다. ‘ready’는 ‘주목해라’, ’set’은 ‘준비 동작을 취하라’, ‘go’는 ‘행동을 개시하라’라는 뜻입니다. 달리기 대회에서 선수들이 출발 선상에 있을 때 심판이 외치는 3단계 출발 신호입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트럼프 대통령의 별명 짓기에 관한 내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별명 짓기가 취미였습니다. 나쁜 별명을 지어서 상대방을 약 올리는 데 능했습니다.▶2018년 6월 26일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name calling’의 일가견이 있습니다. ‘네임 콜링’은 별명 짓기를 말합니다. 그냥 별명이 아니라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모욕적인 별명을 지어 부르는 것을 의미합니다. ‘네임 콜링’을 하는 이유는 조롱 효과가 크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극도로 사이가 나빴을 때 ‘little rocket man’(작은 로켓맨)이라고 불렀습니다. “Cryin’ Chuck, I’m going to ask him who is his acting coach.”(울보 척에게 가짜 눈물을 가르친 연기 코치가 누군지 물어봐야겠다)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감정이 풍부한 사람입니다. 의회 연설 중에 몇 차례 울먹인 경험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Cryin’ Chuck”(울보 척)이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이 눈물이 가짜 눈물이라고 놀렸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울보 척에게 가짜 눈물을 가르친 연기 코치가 도대체 누구냐”고 조롱하자 지지자들 사이에서 한바탕 폭소가 터졌습니다. “Wacky Jacky is campaigning with Pocahontas.”(정신 나간 재키가 포카혼타스와 함께 유세를 벌이고 있네)‘포카혼타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대선에 출마했던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에게 붙인 별명입니다. 인디언 원주민 후손 논란을 빚은 워런 의원을 조롱하기 위해 붙인 별명입니다. ‘왜키 재키’는 네바다주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의 재키 로즌 후보에게 붙인 별명입니다. ‘정신 나간 재키’라는 뜻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로즌 후보가 워런 의원과 함께 유세 무대에[ 오르자 “왜키 재키가 포카혼타스와 함께 유세를 벌이고 있다”고 비웃었습니다. 한꺼번에 2명에게 모욕적 별명을 붙이는 ‘더블 네임 콜링’입니다. “It may be Prime Minister Abe. It may be Justin from Canada.”(아베 총리일 수도 있고 캐나다의 저스틴일 수도 있다) “Justin from Canada”(캐나다의 저스틴)는 최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싸운 저스틴(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를 말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는 깍듯하게 ‘총리’ 직함을 붙이면서 트뤼도 총리에게는 그냥 ‘캐나다의 저스틴’이라고 했습니다. 외교 결례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뤼도 총리를 비난할 때면 꼭 “캐나다의 저스틴”이라고 업신여기듯이 말합니다. 역시 ‘네임 콜링’입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 2023-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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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역사를 만든 이 곳, 세계 정치 중심이 되다[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Once in a Lifetime Tour”(평생 단 한번뿐인 투어) 미국 백악관이 아름답게 장식됐습니다. 최근 퍼스트레이디 질 바이든 여사는 자원봉사자 150여명과 함께 백악관 곳곳을 연말연시 축제 무드로 꾸몄습니다. 질 여사는 “많은 국민들과 아름답게 장식된 백악관을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워싱턴 펜실베이니아가 1600번지는 미국인이라면 누구나 구경하고 싶어 하는 백악관의 주소입니다. 워싱턴 관광 책자들마다 백악관 구경을 “일생 단 한번의 투어”라고 소개합니다. 지금과 같은 연초 시즌에는 특히 인기가 높습니다. 백악관은 새해 업무를 시작하는 지금이 가장 활기를 띕니다. 백악관에는 미국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132개의 방이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 국민이 백악관을 구경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살벌한 경쟁을 뚫어야 합니다. 신청 절차도 복잡합니다. 희망자는 적어도 3개월 전까지 신청을 마쳐야 합니다. 신청은 백악관이 아닌 지역구 의원실에 해야 합니다. 운 좋게 당첨되면 백악관 이스트윙의 불루룸, 레드룸, 그린룸, 국빈만찬룸 등 4개 방과 로즈가든 일부를 구경할 수 있습니다. 이스트윙은 백악관의 접대용 방들이 모여 있는 공간입니다. 힘들게 입장했으니 느긋하게 즐기고 싶겠지만 안 됩니다. 시간제한 때문에 45분 안에 후딱 보고 나와야 합니다. 업무동에 해당하는 웨스트윙은 아예 투어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백악관에는 모두가 가보고 싶어 하는 선망의 방 4개가 입니다. 백악관을 소재로 한 미국 영화 드라마 뉴스 등에 단골로 등장하는 곳들입니다. 모두 웨스트윙에 있어 일반인 접근 금지 구역입니다. 이번 기회에 편안하게 백악관 4대 룸을 구경해 보겠습니다. “Our goal is not the victory of might but the vindication of right.”(우리의 목표는 무력의 승리가 아니라 옳다는 입증이다) 백악관의 가장 유명한 방은 대통령 집무실입니다. 육각형으로 생겨 ‘Oval Office’(오벌 오피스)라고 불립니다. 이곳에서 미국의 역사가 만들어졌습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이곳에서 인류 최초로 달에 간 아폴로 11호 우주인들과 직접 통화를 했습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서기장과 머리를 맞대고 공산주의 몰락의 계기가 된 군축협상을 타결한 곳이기도 합니다. 원래 백악관에는 정해진 대통령 집무실이 없었습니다. 대통령들은 많은 방들 중에서 골라서 사무실로 사용했습니다. 고정 집무실을 만들기로 한 것은 1909년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 대통령입니다. 네이선 와이어스라는 건축가가 내놓은 육각형 디자인이 선정됐습니다. 와이어스는 워싱턴의 의회 상하원 건물, 키 브리지 등을 디자인한 유명한 건축가입니다. 와이어스는 아늑한 느낌을 주기 위해 육각형 디자인을 택했습니다. 집무실이 주목받게 된 것은 존 F 케네디 대통령 때입니다. 그는 집무실의 권위를 살리기 위해 ‘결단의 책상’(Resolute Desk)을 다시 옮겨왔습니다. 역대 대통령들이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데 쓰였던 결단의 책상은 해리 트루먼 대통령 시절 백악관 대공사 때문에 뒷방으로 옮겨가 먼지만 쌓여가고 있었습니다. 유서 깊은 책상이 다시 집무실로 돌아오자 뉴욕타임스가 1면 머리기사로 실을 정도로 화제가 됐습니다. 집무실은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Address to the Nation)을 하는 장소입니다. 백악관에는 이스트룸, 블루룸, 크로스홀 등 연설을 할만한 장소가 많습니다. 하지만 국가 비상사태 때는 대통령이 이동하지 않고 집무실에서 직접 연설합니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사태 때 케네디 대통령 연설은 가장 성공적인 집무실 연설로 꼽힙니다. 쿠바 미사일 사태는 핵미사일을 싣고 쿠바로 향하는 소련 선박을 둘러쌓고 미국과 소련이 핵전쟁 직전까지 간 사건입니다. 정책 당국자들은 소련에 선전포고를 해야 한다는 강경책을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제3차 세계대전을 우려한 케네디 대통령은 선박 봉쇄라는 절충안을 내놓았습니다. 연설을 위해 평소보다 집무실 조명은 어둡게 조정됐습니다. 전쟁의 위기감 속에서 어두침침한 집무실을 배경으로 대통령이 차분하게 평화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하자 연설 효과는 극대화됐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무력의 승리가 아니라 자유세계가 옳다는 입증이다”라는 유명한 구절로 연설을 마무리했습니다. 케네디 대통령의 호소력 있는 연설이 소련의 후퇴라는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지자 이후 대통령들은 큰 사건이 터지면 어디 가지 않고 집무실에서 연설을 하는 전통이 생겼습니다. 닉슨 대통령 사임 연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챌린저호 폭발 위로 연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9·11 테러 대국민 연설 등이 집무실에서 열렸습니다. “All roads lead to Putin.”(모든 길은 푸틴으로 통한다) ‘Cabinet Room’(캐비닛룸)은 대통령이 내각 장관들과 회의를 하는 방입니다. ‘캐비닛’은 ‘보관장’이라는 뜻과 함께 ‘자문관들이 모이는 방’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 때부터 ‘내각’이라는 뜻을 가지게 됐습니다. 미국은 15명의 장관과 9명의 장관급 부처장이 내각을 이루고 있습니다. 내각 회의에는 대통령, 부통령, 장관 등 총26명이 참석합니다. 타원형의 마호가니 테이블을 둘러쌓고 모여 앉습니다. 대통령 의자가 장관 의자보다 살짝(5cm) 높게 배치돼 있습니다. 대통령과 부통령이 한가운데 마주보고 앉습니다. 장관들의 좌석 배치는 부서 설립연도에 따라 서열이 정해져 있습니다. 대통령 오른쪽으로 서열 1위 국무장관이 앉습니다. 부통령 오른쪽으로 서열 2위 재무장관 자리입니다. 세 번째인 국방장관은 대통령 왼쪽, 넷째인 법무장관은 부통령 왼쪽입니다. 이들 6명이 행정부의 ‘톱 식스’를 이룹니다. 캐비닛룸은 장관뿐 아니라 의원들을 만날 때도 사용됩니다. 이 방에서 소란이 일었던 사건은 2020년 낸시 펠로시 의장이 이끄는 민주당 대표단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방문했을 때입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지원을 받은 탈레반 반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사살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정보를 트럼프 행정부가 알면서도 의회와 공유하지 않은 것에 발끈한 펠로시 의장은 캐비닛룸에 따지러 왔습니다.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당신에게 모든 길은 푸틴으로 통한다”면서 돈독한 친분을 비꼬았습니다. “all roads lead to Rome”(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라는 명언을 비튼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이 흥분한 사진을 찍어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Unhinged Nancy”(이성을 잃은 낸시)라는 메시지와 함께. ‘hinge’(힌지)는 문짝이나 창문을 고정시키는 ‘경첩’을 말합니다. ‘unhinged’는 ‘경첩이 달리지 않은,’ 즉 ‘제멋대로 나댄다’는 뜻입니다. “Thank you, Mr. President. we Press Secretaries don’t hear that very often.”(감사합니다. 대통령님. 우리 대변인들은 감사하다는 소리를 별로 못 듣죠) 기자들이 손을 번쩍 들고 대통령에게 질문을 하는 곳은 ‘Press Briefing Room’(언론 브리핑룸)입니다. 여기자 헬렌 토머스가 맨 앞줄에 앉아 역대 대통령 10명을 상대로 송곳 같은 질문을 퍼부은 곳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치료제로 “살균제 주입”이라는 억지 주장을 폈다가 기자들로부터 조롱을 받은 곳이기도 합니다. 이곳은 원래 수영장이었습니다. 기자들이 많이 쓰는 용어 ‘press pool’(풀기지단), ‘pool report’(풀기사) 등에서 ‘pool’은 이곳이 수영장에서 유래했기 때문입니다. 소아마비를 앓은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치료 목적으로 백악관 안에 실내 풀장을 만들었습니다. 1969년 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수영장을 덮어 브리핑룸으로 개조했습니다. TV에 나오는 브리핑룸은 커 보이지만 가로 9m X 세로 22m의 작은 방입니다. 7줄 7열 49석이 비좁게 붙어있습니다. 좌석 배치는 행정부 때마다 바뀝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는AP, CNN 등 통신사와 방송사가 맨 앞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신문사는 둘째 줄입니다. 브리핑룸은 작지만 ‘전략적 요충지’로 통합니다. 백악관에서는 대통령의 동선이 노출되는 곳은 가장 접근하기 힘든 곳입니다. 브리핑룸은 집무실, 로즈가든과 일직선상에 자리 잡고 있어 대통령 동선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공식 명칭은 ‘제임스 브래디 프레스 브리핑 룸’입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피습 사건 때 총격을 입은 브래디 백악관 대변인을 기념하기 위해 붙여진 이름입니다. 2000년 브래디 대변인은 사건 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기념식 참석을 위해 브리핑룸을 방문했습니다. 그는 총격 후유증 때문에 어눌한 말투였지만 유머 넘치는 연설로 기자들을 웃겼습니다. 브리핑룸의 안주인인 대변인의 처량한 신세를 말해주는 농담입니다. 대변인이 아무리 잘해도 기자들은 냉소적이어서 칭찬에 인색하다는 뜻입니다.명언의 품격‘Situation Room’은 웨스트윙 지하에 있는 국가안보 상황실입니다. 실제로는 여러 개의 방들이 연결돼 있습니다. 정식 명칭은 ‘Situation Room Complex’(시츄에이션룸 단지)입니다. 방들마다 각종 첨단 통신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실시간 통신을 주고받으며 안보위기 상황에 대처한다고 해서 ‘War Room’으로도 불립니다. 케네디 대통령은 1961년 쿠바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 제거를 위한 ‘피그만 침공사건’이 실패한 후 시츄에이션룸을 만들었습니다. 작전 실패 이유가 실시간 정보 부족이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시츄에이션룸을 가장 유명하게 만든 사건은 2011년 오사마 빈 라덴 제거 작전입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한 안보 당국자들은 시츄에이션룸 부속실에서 파키스탄 현지에서 벌어지는 제거 작전을 위성 영상으로 지켜봤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다른 참석자들보다 조금 늦게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한가운데에서 위성 화면을 작동하던 브래드 웹 준장은 대통령이 입장하자 일어서서 자리를 양보하려고 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No no no, you stay where you are.”(아니다, 당신은 거기 그대로 있어라) 시츄에이션룸에서 나온 최고의 명언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상석에서 중요한 일을 하고 있던 웹 준장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no”를 세 차례 연발했습니다. stay where you are”는 “네가 있는 곳에 그대로 있어라”는 뜻입니다. “don’t move”(움직이지 말라)와 같은 뜻이지만 더 예의를 갖춘 화법입니다. 권위나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현명하게 상황을 판단할 줄 아는 리더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미국 언론들은 극찬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직접 접이식 의자를 끌어와 웹 준장 옆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이 보여준 리더십을 ‘folding chair leadership’(접이식 의자 리더십)이라고 부릅니다.실전 보케 360미국의 유명 여성 앵커 바바라 월터스가 9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월터스는 뉴스 진행도 잘 했지만 그녀의 진가가 드러난 곳은 인터뷰였습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 이후 모든 대통령들을 인터뷰했습니다. 그녀의 인터뷰 스타일은 특이했습니다. 다른 인터뷰들이 주로 대통령의 정책이나 결정사항에 초점을 맞췄다면 월터스는 소소한 개인사에 관한 질문을 많이 던졌습니다. 월터스는 1978년 지미 카터 대통령을 인터뷰할 때 “부인 로절린 여사와 어떤 침대에서 자느냐”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카터 대통령은 “더블베드에서 잔다”고 답했습니다. 더블베드는 2인용이기는 하지만 미국 부부들이 많이 쓰는 퀸 사이즈 침대보다 작습니다. 이 질문은 “국민이 대통령 잠자리까지 알아야 하느냐”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월터스는 대통령의 정책은 결과물이고, 그런 결정을 하도록 만든 요인을 알려면 취침습관 같은 개인적인 질문을 많이 던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You have to find out what makes someone tick.”(무엇이 사람으로 하여금 행동을 하게 하는지 알아야 한다) ‘tick’은 시계가 재깍거리며 가는 소리를 말합니다. make tick’은 ‘가도록 만들다,’ 즉 ‘동기를 유발하는 이유’를 말합니다. “I want to know what makes him tick”은 “나는 그가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를 알고 싶다”는 뜻입니다. 회사는 직원들이 열심히 일할 동기를 유발해야 합니다. “how to make employees tick”에 대해 고민하는 회사들이 많습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1년 1월 25일 소개된 바이든 대통령의 백악관 이사 현장에 관한 내용입니다. 백악관은 권력의 정점이지만 행정부가 바뀔 때마다 펼쳐지는 ‘이사 전쟁’은 일반 가정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물러나는 대통령의 이삿짐이 빠지고 새로 취임하는 대통령의 이삿짐이 실려 옵니다.▶2021년 1월 25일 미국 대통령을 세계 최고 권력자라고 하지만 일반인들과 똑같은 점도 있습니다. ‘공포의 이삿날’을 이겨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삿날에는 누구나 정신이 없습니다. 백악관 이사 현장을 밀착 취재했습니다. “It‘s a mad dash.”(미친 질주 같다) 대통령이 취임 선서를 하기 전까지는 이삿짐 트럭에서 단 한 개의 짐도 내릴 수 없다는 것이 백악관의 규칙입니다. 선서가 끝나자마자 직원들은 재빠르게 이삿짐을 백악관 안으로 옮겨놓습니다. 다른 때 같으면 대통령이 취임식 퍼레이드를 하고 국립묘지에 헌화하고 백악관으로 돌아오기까지 3,4시간동안 대략 이사를 마칩니다. 그런데 올해는 팬데믹 때문에 이런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돼 바이든 대통령이 일찌감치 백악관으로 돌아왔습니다. 직원들은 그동안 이삿짐을 옮기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30년 경력의 백악관 큐레이터는 이사 과정을 “mad dash”(미친 질주)라고 표현했습니다. 블랙프라이데이 때 상점 문이 열리자마자 쇼핑객들이 미친 듯이 돌진하는 것을 “Black Friday mad dash”라고 합니다. “The Bidens know the building, they know the people. They’ve been there plenty.”(바이든 가족은 건물을 알고, 사람들을 안다. 백악관에 수없이 많이 와봤다) 그나마 다행한 것은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을 잘 안다는 것입니다. 오바마 대통령 때 부통령을 지낸 덕분입니다. 전임 퍼스트레이디 비서실장은 바이든 대통령 가족이 백악관에 익숙하다고 했습니다. 어떤 장소를 눈 감고도 찾아갈 정도로 익숙할 때 “수천 번도 더 가봤다”고 합니다. “I’ve been there plenty”라고 합니다. ‘plenty’ 뒤에 ‘of times’가 생략된 것입니다. “See you on the flip side.”(언제 또 보자) 미국인들은 ‘coin flipping’(동전 던지기)을 좋아합니다. 동전을 하늘로 던져 손등에 얹고 다른 한손으로 덮은 뒤 “head”(앞면) “tail”(뒷면)을 맞히는 게임입니다. 맞힐 확률은 ‘fifty-fifty chance’(50 대 50), 즉 절반입니다, 미국인들이 작별 인사로 많이 쓰는 “see you on the flip side”는 “우리가 다시 만날 확률이 절반 정도 된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시기를 확정할 수는 없지만 또 보자”라는 뜻입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3-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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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 영농정착 지원 27일 마감… 선발인원 배로 늘어 4000명 모집

    “때가 왔다 농업 창업.” 농림축산식품부의 2023년도 청년후계농 영농정착 지원사업 슬로건이다. 그만큼 모집 공고가 뜨기만을 기다린 청년농부가 많다는 의미다. 지난달 26일 시작된 영농정착 지원사업 모집이 이달 27일 마감된다. 올해 모집의 가장 큰 특징은 선발 대상이 4000명으로 늘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2000명에서 올해 4000명으로 정부 지원 사업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선발 인원이 대폭 늘었다. 영농정착 지원금 지급액도 지난해 월 최대 100만 원에서 올해 110만 원으로 커졌다. 올해부터 바뀐 내용을 포함한 자세한 사항은 농식품부 및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누리집(정책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다. 청년농업인 안내 전화(1670-0255)로 문의해도 된다. 농림사업정보시스템(www.agrix.go.kr)에 접속해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하면 된다. 서류평가(2월), 면접평가(3월)를 거쳐 3월 말 대상자가 확정 발표된다. 박수진 농식품부 농업정책관은 “그간의 사업 시행 과정에서 제기된 현장의 애로사항들을 반영해 적극적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했다”며 “청년들이 농업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농촌에 오래 정착해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3-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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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우하다 농사? “발아율 100% 묘목생산 주인공 됐죠”

    “‘나는 배우다’에서 ‘나는 농부다’로 방향 틀었습니다” 경북 경산에서 ‘나무아지야 농원’을 경영하는 김경로 대표(36). 1만2000m²의 넓은 농지는 김 대표에게 ‘무대’다. 그 위에서 장기를 뽐낸다. 그의 장기는 묘목 재배. 나무아지야에서 키운 사과 묘목은 거래량을 맞추지 못할 정도로 대형 농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땅을 ‘무대’라고 한 것은 김 대표의 독특한 이력 때문이다. 그는 배우 출신이다. ‘아스달연대기’ ‘제3의 매력’ 등 여러 편의 드라마와 연극 무대에 출연했던 그는 2021년 청년농부로 변신했다. 계기는 중국이었다. 배우로 해외 진출을 꿈꾸며 떠난 중국에서 한국 묘목 생산 판매업자로부터 농사에 대해 들을 기회가 있었다. 배우를 포기할 만큼 매력적이었다. “농사란 정말 파면 팔수록 무궁무진한 자원이란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얼마나 노력했느냐에 따라 결과가 나오니 이보다 더 정직한 직업이 있을까요.” 하지만 꿈과 현실은 다른 법. 귀국 후 기세 좋게 뛰어들었지만 농사에 까막눈이나 다름없었다. 농기계 다루는 법부터 농약 치는 시기, 물 주는 시기까지 아는 게 없었고 주변에 도움을 청할 동료도 없었다. 배우자고 결심했다. 다른 농원에 들어가 2년여 동안 현장교육을 받았더니 하우스 설치, 농기계 작동, 병충해 방제, 농원 운영 방법, 묘목 관리, 판매 노하우 등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2021년 경산에 나무아지야 농원을 세운 뒤 첫 농사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발판이 됐다. 첫 농사에서 땅에 직접 사과 씨를 뿌려도 되지만 포트판에서 먼저 발아를 시킨 뒤 밭에 이식하는 방법을 택했다. 모든 과정이 수작업이어서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100%에 가까운 발아율에 도달할 수 있었다. 김 대표 부부와 어머니 등 3명이 동트기 전부터 시작해 해가 진 뒤 랜턴으로 불을 밝혀가며 일했다. 김 대표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청년후계농 영농정착 지원사업을 “사막에서 발견한 오아시스”라고 말했다. “영농정착 지원금에서 후계농자금 대출, 농지은행 토지 임대까지 다양한 도움을 받았습니다. 하도 주변에 알리고 다녀서 친구들이 저보고 ‘전도사’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하하.” 김 대표는 최고의 묘목 전문가가 되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먼저 최고의 우량 묘목을 키우는 ‘묘목생산명장’이 되고, 우수한 묘목만 판매하는 국내 최고 수준의 나무아지야 농원을 만드는 것이 꿈입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3-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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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초부터 불륜이 들통났던 대통령이 있다?[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There’s no quit in America. No matter how tough the challenge, how high the obstacles, we always overcome.(미국에게 포기란 없다. 도전이 얼마나 거세더라도, 장애물이 얼마나 높더라도 우리는 이겨낸다)   2023년을 맞아 새해 목표를 세웁니다.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새해 메시지를 발표합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새해 메시지에서 ‘no quit’을 강조했습니다. 팬데믹이 꺾이고 경제가 회복 기미를 보이는 상황에서 포기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는 희망의 메시지입니다. 같은 ‘중단’이라는 뜻이지만 이런 때는 ‘stop’이 아니라 ‘quit’을 씁니다. ‘stop’은 ‘잠시 멈춤’의 뜻이고, ‘quit’은 중단 후의 상태가 계속되는 것을 말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새해를 델라웨어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맞았습니다. 대통령들이 새해를 맞는 방법은 각양각색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처럼 집에서 조용하게 맞기도 하고, 떠들썩하게 파티를 열기도 합니다. 해가 바뀌는 것도 잊고 열심히 일하는 ‘워커홀릭’ 대통령도 있습니다. 미국 대통령들의 새해맞이를 알아봤습니다.“All persons held as slaves within the rebellious states are, and henceforward shall be free.”(저항하는 주에서 노예로 잡혀있는 모든 사람들은 자유이며 앞으로도 그렇게 될 것이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1863년 1월 1일 역사적인 ‘노예해방 선언’을 발표했습니다. ‘Emancipation Proclamation’(이맨시페이션 프라클러메이션)이라고 부릅니다. 719개 단어로 이뤄진 노예해방 선언문은 초등학교 교과서에 전문이 실릴 정도로 미국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구절입니다. ‘henceforward’는 ‘지금부터’라는 뜻의 부사입니다. ‘henceforth’와 같은 뜻입니다. 두 단어 모두 공식 문서에서나 볼 수 있고 일상대화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 사어(死語)에 가깝습니다. 요즘 미국인들은 ‘from now on’을 즐겨 씁니다.   1863년은 남북전쟁이 3년째로 접어들던 해였습니다. 전쟁의 끝이 보이지 않자 링컨 대통령은 연방 정부에 ‘저항하는 남부연합 주의 노예들에 대한 해방 선포를 서둘렀습니다. 1월 1일을 선언일로 정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과거 미국에서 1월 1일은 노예를 사고파는 날이었습니다. 이 날이 되면 흑인 노예들은 쇠사슬에 묶인 채 경매에 끌려 나갔습니다. 가족들과 헤어져 낯선 곳으로 팔려나갔습니다. 그래서 1월 1일은 ‘Heartbreak Day’(상심의 날)로 불렸습니다. 노예해방 선언일은 상심의 날 종료일이기도 합니다. “Iran is an island of stability in one of the more troubled areas of the world.”(이란은 혼란스러운 지역에서 안정을 유지하는 섬이다)   지미 카터 대통령도 열심히 일하며 새해를 맞았습니다. 그는 아예 국내에 없었습니다. 6개국 순방길에 나선 그는 1977년 1월 1일을 이란에서 맞았습니다. 당시 이란은 미국의 중요한 동맹이었습니다. 카터 대통령은 모하마드 레자 샤 팔레비 국왕이 베푼 만찬에서 그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건배사에서 “당신의 위대한 리더십과 이란 국민들이 당신에게 보내는 존경의 마음을 담은 축배”라고 했습니다.   카터 대통령은 이란을 “island of stability”(안정의 섬)라고 했습니다. 이란은 섬나라가 아니지만 분쟁이 끊이지 않는 인근 지역과 달리 안정된 정치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island’라는 단어를 썼습니다.   ‘island of stability speech’(안정의 섬 연설)은 미국의 중동 외교사에서 중요한 연설에 꼽힙니다. 내용이 좋아서가 아니라 정책 실패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당시 팔레비 국왕은 부패와 사치로 민심을 잃은 상태였지만 카터 대통령은 오일외교의 핵심 축을 담당한다는 이유로 그에게 극도의 존경심을 표했습니다. 1년 후 팔레비 국왕이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가 이끄는 반체제 시위에 밀려 해외 망명길에 오르면서 ‘안정의 섬 연설’은 조롱거리가 됐습니다. 카터 대통령은 암 치료를 위해 미국 입국을 요청한 팔레비 국왕을 받아줬다가 이란 대학생들이 테헤란 주재 미국 대사관을 점거하는 사태를 맞았습니다. 결국 이 때문에 재선에도 실패했습니다.“Slick Willie.”(뺀질이 윌리)   빌 클린턴 대통령은 1996년 새해를 가족과 함께 맞았습니다. 1995년 섣달 그믐날 부인 힐러리 여사, 딸 첼시를 데리고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유명 휴양지 ‘르네상스 위켄드’를 방문했습니다. ‘르네상스 위켄드’는 정재계 거물들이 다양한 정책 이슈를 토론하는 미국판 다보스포럼 같은 곳입니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곳에서 ‘New Year’s Eve’ 파티를 열고 새해 아침 ‘가족의 가치’를 주제로 열린 강연을 들었습니다.   문제가 된 것은 섣달 그믐날 ‘르네상스 위켄드’로 출발하기 전 그의 행적이었습니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 개인서재에서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와 ‘은밀한 만남’을 가졌습니다. 르윈스키와의 세 번째 성관계였습니다.   바람을 피운 뒤 가족들과 새해를 맞은 대통령은 국민들의 농담 소재로 전락했습니다. “Slick Willie”(슬릭 윌리)라는 별명이 유행했습니다. “Willie”(윌리)는 클린턴 대통령의 이름 ‘윌리엄’을 줄여 부르는 애칭입니다. 원래 ‘미끄럽다’는 뜻의 ‘slick’은 진정성이 없고 겉만 번지르르만 뺀질이형 인간에게 붙이는 별명입니다.명언의 품격미국의 새해는 ‘Times Square Ball Drop’(타임스스퀘어 볼드롭)으로 시작합니다. 볼드롭은 미국의 흥겨운 파티 문화를 보여주는 행사입니다. 12월 31일 오후 11시 59분부터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설치된 시계에서 카운트다운이 시작됩니다. 10초 전부터 인파들은 1초씩 줄어드는 숫자를 외칩니다. ‘0’이 되는 순간 건물 위쪽에서 거대한 형광 공이 떨어집니다. 인파들은 서로 얼싸안고 오는 새해를 축하합니다.   행사가 열리는 건물 ‘One Times Square’는 뉴욕타임스 본사를 말합니다. 이 일대 지역을 ‘Times Square’라고 부릅니다. 이 행사는 원래 뉴욕타임스의 신사옥 완공을 기념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2년간에 걸쳐 신사옥을 지은 뉴욕타임스 소유주 아돌프 옥스는 건물을 홍보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그 시절에 유례가 없는 48페이지에 달하는 완공 축하 별지를 발행했습니다. 이 정도로 성에 차지 않은 옥스는 신사옥 입주날인 1905년 1월 1일 0시를 기해 건물 상공에서 거대한 불꽃놀이를 벌였습니다. 20km 밖에서도 불꽃이 보일 정도로 장관이었습니다. “No more beautiful picture was ever limned in fire on the curtain of midnight.”(그 어떤 멋진 그림으로도 한밤중에 펼쳐진 불꽃의 향연을 묘사할 수 없다)   뉴욕타임스는 자사 홍보 행사인 불꽃놀이를 자세히 다뤘습니다. 기사 첫 구절입니다. 환한 불꽃과 대비되는 밤하늘을 “on the curtain of midnight”(한밤중이라는 커튼 위에)이라고 묘사했습니다. ‘limn’(림)은 ‘그리다’는 뜻입니다. 일상 대화에서는 잘 쓰지 않고 주로 문학작품에 등장하는 단어입니다. “그 어떤 아름다운 그림도 한밤중에 펼쳐진 불꽃의 향연을 표현할 수 없다”며 뉴욕타임스답지 않게 격한 감정을 표출했습니다.   불꽃놀이는 3년 더 계속되다가 많은 인파가 모이는 곳에서 불꽃놀이는 위험하다는 이유로 뉴욕시가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서 1908년부터 ‘볼드롭’ 행사로 대체됐습니다. 100개의 전구로 장식된 320㎏의 거대한 공이 떨어집니다. 1985년 뉴욕타임스가 또 다른 신사옥으로 이전하면서 ‘원 타임스스퀘어’는 빈 건물이 됐지만 볼드롭 행사는 뉴욕 자치단체로 이관돼 계속 열리고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등화관제령이 발동됐던 1942년과 1943년, 팬데믹으로 인해 2021년과 2022년 등 총 4차례 열리지 않았습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의회에서 연설을 했습니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카키색 상의 차림으로 의회 연단에 오른 젤렌스키 대통령은 30분 동안 상하원 의원들을 대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을 설명하고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Trenches in the Donbas change hands several times a day.”(돈바스의 참호는 하루에도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뀐다)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동부 돈바스 지역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change’는 ‘바뀌다’는 뜻이고, ‘hands’는 ‘손’을 말합니다. ‘손이 바뀐다’는 것은 ‘주인이 바뀐다’는 뜻입니다. ‘hand’는 ‘ownership’(소유)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주인이 바뀌는 것은 2명 이상이 관련된 일이므로 복수형 ‘hands’를 써야 합니다. “this store has changed hands several times in the last ten years”라고 하면 “이 가게는 지난 10년 동안 주인이 몇 번 바뀌었다”가 됩니다.   ‘trench’(트렌치)는 적의 공격을 막기 위해 땅에 파놓은 ‘참호’를 말합니다. 여기서 ‘트렌치 코트’가 유래했습니다. 원래 제1차 세계대전 때 영국군 장교들이 전투 중에 입은 외투를 말합니다. 1,2차 대전 후 패션 아이템이 됐습니다. 한국에서는 대표적인 트렌치코트 제작사인 ‘버버리’의 이름을 따서 ‘바바리코트’로 더 많이 알려졌습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2년 1월 3일 소개된 새해 덕담에 대한 내용입니다. 지난해 새해에는 팬데믹 때문에 사회 분위기가 우울해서 그런지 ‘고난 극복’에 관한 덕담들이 인기를 끌었습니다.▶2022년 1월 3일자한 해를 시작하는 지금 세계적인 명사와 현인들의 새해 덕담을 준비했습니다. 새해에도 계속되는 코로나19 상황과 다른 어려움 속에서 희망을 찾는다면 한 번쯤 귀 기울여 들어볼 만한 삶의 지혜입니다.   “It always seems impossible until it′s done.”(이루기 전까지는 언제나 불가능하게 보인다)   누구나 도전 앞에서는 포기하고 싶습니다. 불가능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진심을 다해 부딪치면 넘을 수 있다는 교훈입니다. 수많은 난관을 헤치고 세계 인권운동의 상징적인 존재가 된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남긴 말입니다. 그가 종신형을 받고 27년간 감옥에서 지내면서 지지자들과 주고받은 편지에서 나온 구절입니다.   “Don′t be afraid to give up the good to go for the great.”(좋음을 포기하고, 위대함을 향해 나아가기를 두려워하지 말라)   미국에는 ‘good’(좋음)과 ‘great’(위대함)을 대비시킨 명언들이 많습니다. ‘좋은 것’을 추구하며 살기도 벅찬 데 ‘위대한 것’을 향해 나아가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언제나 더 높은 목표를 향해 전진하는 존재라는 교훈입니다. 미국의 석유황제 존 D 록펠러가 남긴 말입니다.   “Every single year, we′re a different person. I don′t think we′re the same person all of our lives.”(매년 우리는 다른 사람이다. 일생동안 같은 자리에서 머무르는 사람은 없다)   ‘우리 시대의 위대한 스토리텔러’로 불리는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감독의 명언입니다. 지난해의 나, 올해의 나, 내년의 나는 다릅니다. 인간은 매일 살아가며 크고 작은 세상의 진리를 배우며 성정해나간다는 내용입니다.   “The secret of change is to focus all of your energy, not on fighting the old, but on building the new.”(변화의 비결은 과거를 놓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만들어나가는 데 모든 에너지를 집중하는 것이다.)   과거를 반성하는 것은 좋지만 과거사 정리에 얽매여 있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테스형’ 소크라테스가 남긴 명언입니다.   뉴스레터 구독 신청 방식이 달라집니다동아일보 뉴스레터 구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 새해부터 구독 신청 방식이 바뀝니다.①신규 구독의 경우 동아닷컴에서 회원가입 후 로그인하시면 신청할 수 있습니다. ②기존 구독자께서는 번거롭더라도 아래 링크를 통해 ‘구독하기’ 버튼을 클릭하면 회원가입 후 계속 받아볼 수 있습니다. 또 다양한 뉴스레터와 풍성한 콘텐츠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새로운 구독 신청 방식은 해당 뉴스레터를 통해 2월까지 계속 안내해드립니다. 3월부터는 동아닷컴에서 구독을 신청한 분에게만 뉴스레터가 발송될 예정입니다.동아일보는 더 좋은 뉴스레터로 여러분을 찾아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뉴스레터 구독 신청 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 2023-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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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직장인들이 연말만 되면 스트레스 받는 까닭은[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 “It’s back!”(그것이 돌아왔다!) 미국 직장인들은 어디서 잡담을 나눌까요. 정수기 앞입니다. 정수기에서 목을 축이며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눕니다. 그래서 직장인들의 격의 없는 대화를 ‘water cooler talk’(워터쿨러 토크)라고 부릅니다. ‘water cooler’는 냉각 기능을 갖춘 정수기를 말합니다. 요즘 워터쿨러 토크의 화제는 “it’s back”이라고 미국의 한 경영 전문지가 전했습니다. 마치 암호처럼 주고 받는 ‘it’(그것)은 괴물도 아니고, 무서운 상사도 아닙니다. 바로 회사 송년 파티입니다. 팬데믹 때문에 몇 년을 건너뛴 송년 파티가 올해 다시 돌아왔다는 의미입니다. 미국 직장인들은 회사 송년 파티가 끝나야 일년을 마무리했다는 안도감을 가집니다. 송년회를 필수 코스로 여기는 한국 직장인들과 비슷합니다.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열리는 회사 송년 파티는 ‘office Christmas party’로 불립니다. 크리스마스를 즐기지 않는 직원들에 대한 포용성 차원에서 ‘Christmas’를 ‘holiday’로 대체하는 것이 요즘 추세입니다. 동명의 할리우드 영화가 있을 정도로 회사 송년 파티는 화제가 넘치고 사건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행사입니다. 올해는 오랜만에 열리는 행사인 만큼 축제 분위기가 한층 달아올랐다고 CNN은 최근 기업들의 송년 파티 현장을 취재하면서 전했습니다. 한국 직장 송년회는 부서 중심이지만 미국에서는 전사적, 또는 디비전(사업 부문) 차원에서 대규모로 열립니다. 일단 앉고 보는 한국 송년회와 달리 계속 서서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는 ‘스탠딩 파티’ 형식으로 열립니다. 미국인들은 파티에서 신나게 즐기지만 회사 송년 파티는 다릅니다. ‘일의 연장’이라고 보는 분위기가 강합니다. 조직의 일원으로서 회사의 규칙을 지켜야 한다는 긴장감을 가지고 참석합니다. 미국 직장 문화를 알고 싶다면 빠질 수 없는 현장, 회사 송년 파티를 들여다봤습니다. “Will you attend?”(참석하시겠습니까?) 파티는 초대장으로 시작됩니다. 송년 파티 시즌이 되면 직장인들은 e메일을 열심히 체크합니다. 초대장은 e메일로 날아옵니다. 초대장 인사말에서 가장 눈에 띄는 단어는 ‘commitment’(사명감). 회사는 송년 파티에 참석해 조직에 대한 사명감을 보여 달라고 직원들을 독려합니다. 송년 파티 참석을 의무화하는 회사는 없지만 참석률은 매우 높습니다. 경영 전문지 조사에 따르면 미국 포천 500대 기업 임직원의 송년회 참석률은 90%대입니다. 초대장은 ‘RSVP’(프랑스어 répondez s‘il vous plaît의 약자) 형식이므로 꼭 답신을 해줘야 합니다. 참석하지 못하더라도 답신을 줘야 합니다. 우선 ‘will you attend?’(참석하겠는가) 공란에 표시합니다. 가족 등 동반객도 허용되는 파티라면 ‘number of guest’(동반객 수)도 알려줘야 합니다. 요즘은 ‘dress code’(복장 규정)와 ‘codes of conduct’(행동수칙)를 초대장에 포함시키는 회사들이 늘고 있습니다. 복장은 회사 송년 파티에서 가장 까다로운 부분입니다. 남성 직원들은 업무 의상을 그대로 입고 참석하면 됩니다. 반면 여직원들은 파티 의상으로 갈아입습니다. 파티 의상은 어느 정도 노출이 허용됩니다. 노출 의상을 ‘show some skin’(피부를 보여준다)고 합니다. 하지만 노출이 지나치면 “trash”(쓰레기) “cheap”(싸구려) 등의 구설수에 오르내리게 됩니다. 그래서 여직원들의 의상 불문율은 “something elegant”(우아한 쪽)로 통합니다.“Don’t talk shop!”(일 얘기는 사절!) 미국 파티에서 대화 능력은 필수입니다. 대화에 어울리지 못하고 구석진 곳에 혼자 있는 사람에게는 “party loner”(외로운 파티객)라고 부릅니다. ‘파티 로너’가 되지 않으려면 상대에게 다가가 대화를 터야 합니다. 파티나 모임에서 잘 모르는 상대와 친해지기 위해 던지는 질문을 ‘icebreaker question,’ 또는 줄여서 ‘icebreaker’라고 합니다. 술술 말 잘하는 미국인들이지만 아이스브레이커 질문을 던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아이스브레이커 질문을 다룬 책도 많고 인터넷을 검색해도 줄줄이 뜹니다. “What bucket list item do you most want to check off in the next six months?”(6개월 내로 가장 실현하고 싶은 당신의 버킷리스트는 무엇이냐?) 한 경영서가 꼽은 모범 아이스브레이커 질문입니다. 질문은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는 동시에 상대에 대한 호기심을 보여줘야 합니다. 또 너무 가볍지 않으면서 상대에게 생각할 여지를 줘야 합니다. 반면 하지 말아야 할 아이스브레이커 질문으로는 “how much money do you make?”(돈은 얼마나 버냐?), “who is your office crush?”(같은 사무실에서 좋아하는 동료가 있냐?) 등이 꼽혔습니다. 대화의 불문율은 ‘업무 얘기는 사절’입니다. 이를 “don’t talk shop”이라고 합니다. ‘shop’은 가게, 즉 회사를 말합니다. “가게 얘기를 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한국인들이 흔히 회사 얘기를 하는 것을 “공장 얘기 한다”고 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입니다.“Know your limits.”(너의 한계를 알아라) 송년 파티 초대장에 직원들이 지켜야 할 행동수칙 1호로 “know your limits”라고 못을 박는 회사들이 많습니다. “한계를 알라”는 것은 “과음하지 말라”는 경고입니다. 송년 파티에서 문제를 일으켜 HR file(인사고과 기록)에 남는 직원의 대부분은 술과 관련된 사건사고 때문이라는 통계도 있습니다. 회사 파티에 암묵적으로 적용되는 음주 규칙은 시간당 1잔 이내입니다. 그냥 술잔을 들고 있는 시늉만 하는 정도여야 합니다. 술 종류를 섞어 마시지 말도록 권하는 회사들도 많습니다. 이를 “do not mix grape and grain”라고 합니다. “포도와 곡물을 섞지 말라,” 즉 “과실주와 곡물주를 섞어 마시지 말라”는 뜻입니다. “Always be first into the office the next day.” 성공 지향적 직장인들 사이에 널리 알려진 격언입니다. “회식 다음날 가장 먼저 출근하는 직원이 되라”는 것입니다. 미국이건 한국이건 송년회 다음날 행오버(숙취) 때문에 지각이나 결근하는 직원을 가장 싫어합니다. 실은 술 때문이면서 아프다는 거짓 핑계로 회사에 지각 결근 전화를 거는 것을 “call in sick”이라고 합니다.명언의 품격1901년 10월 16일은 미국 역사에서 중요한 날입니다. 흑인이 처음으로 백악관 파티에 초대된 날입니다. 초대된 손님은 흑인 운동가이자 교육자인 부커 T 워싱턴. 대선 때 흑인 표를 모으는데 도움을 받은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워싱턴을 위한 만찬을 열었습니다. 흑인이 손님 자격으로 백악관 만찬에 참석한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쇼킹한 사건이었습니다. 백악관은 흑인 노예들을 인부로 써서 건설된 곳입니다. 흑인을 해방시킨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조차도 엄두를 내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흑인 차별이 심했던 남부의 백인들로부터 거센 반발이 터져 나왔습니다. 워싱턴은 남의 눈을 피해 백악관 뒷문으로 들어가야 했습니다. 만찬 후에는 살해 위협에 시달렸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도 입에 담을 수 없는 험한 욕을 들어야 했습니다. “I see a way to settle it/ Just as clear as water/ Let Mr. Booker Washington/ Marry Teddy‘s daughter.”(나는 논란을 해결할 확실한 방법을 안다네. 부커 워싱턴이 테디의 딸과 결혼하면 되지) 당시 유행했던 ‘niggers in the White House’(백악관의 깜둥이들)라는 시의 한 구절입니다. 워싱턴의 백악관 만찬을 조롱한 이 시는 작자 미상으로 남부 백인이 지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시는 살벌한 내용입니다. 그나마 정제된 표현이 나오는 곳은 워싱턴과 테디(루즈벨트 대통령의 애칭)의 딸을 결혼시켜야 한다는 구절입니다. 워싱턴의 백악관 만찬에는 루즈벨트 대통령의 가족도 참석했었습니다. 과거 미국에서는 흑인 남성을 백인 여성에 대한 성적 위협으로 간주하는 문화가 지배적이었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의 딸이 워싱턴과 대면한 이상 그와 결혼시켜 흑인 계급으로 추락시켜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흑인에 대한 차별과 굴욕의 역사를 보여주는 이 시는 오늘날까지 미국 흑인들 사이에 널리 전해져 내려옵니다. 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출입 기자들을 위한 송년회를 열었습니다. 8일 방송 매체, 13일 신문 및 기타 매체 기자들을 대상으로 열렸습니다. 그런데 일부 기자들을 초청객 명단에서 제외시키면서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폭스뉴스, 뉴욕포스트, 데일리콜러 등 주로 보수 성향의 매체들이 제외됐습니다. 제외된 기자들은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보도를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언론 브리핑에서 초청객 선정 기준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I can’t comment on what determines which outlets make the list.”(매체가 명단에 포함되는 것을 결정하는 요소가 무엇인지에 대해 코멘트할 수 없다) ‘list’는 ‘명단’ ‘목록’을 말합니다. ‘make the list’는 ‘명단을 만들다’가 아니라 ‘명단에 들다, 포함되다’는 뜻입니다. ‘명단을 만들다’는 ‘make a list’입니다. ‘make the list’는 이미 명단이 있고, 그 명단 안에 ‘들어가다’는 뜻입니다. 대신 ‘make the cut’을 써도 됩니다. ‘컷을 만들다’는 ‘합격선 안에 들어오다’는 의미입니다. 매체 포함을 결정하는 요소가 무엇인지에 대해 코멘트 할 수 없다는 장피에르 대변인은 대답은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8년 12월 18일 소개된 영화 ‘다이하드’에 대한 내용입니다. 영화는 잘 모르는 사람과도 대화를 트기 쉬운 주제입니다. “What’s your favorite Christmas movie?”(좋아하는 크리스마스 영화가 뭐예요?) 송년회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대화입니다.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크리스마스 영화로는 1988년 개봉한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다이하드’가 꼽힙니다. 크리스마스에 관한 영화는 아니지만 크리스마스 시즌만 되면 TV에서 단골로 틀어줘서 미국인들 사이에 크리스마스 영화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2018년 12월 18일최근 미국 연예잡지 ‘할리우드 리포터’ 조사에 따르면 크리스마스 시즌에 TV에서 가장 많이 방송되는 특집 영화는 ‘다이하드(Die Hard)’라고 합니다.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마치 사골 우려먹듯이 ‘다이하드’가 이 채널 저 채널에서 방송됩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다이하드’ 논쟁이 뜨겁습니다. 논쟁의 핵심은 과연 ‘다이하드’를 ‘크리스마스 영화’로 볼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다이하드’는 크리스마스가 배경이지만 핵심 줄거리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I do get offended, because what is your benchmark?”(기분 나쁘다, 당신들에게 기준은 무엇이냐?)  ‘다이하드’의 각본가 스티븐 드 수자는 ‘다이하드’가 크리스마스 영화가 아니라는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기분이 나쁘다”(get offended)고 합니다. 크리스마스가 배경으로 나오니 당연히 크리스마스 영화라는 겁니다. 아니라는 사람들에게 “당신들에게 크리스마스 영화의 기준(benchmark)은 무엇이냐”고 반문합니다. “‘Die Hard’ fails the test quicker than you can say, ‘Yippee-ki-yay’.”(‘다이하드’는 ‘이피 카이 야이’라고 말하는 것보다 더 빠르게 크리스마스 영화 테스트에서 떨어진다) 할리우드 영화평론가 레너드 마틴은 크리스마스 영화인지 아닌지 판단하려면 ‘크리스마스가 영화 스토리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가’에 대한 테스트를 해봐야 한다고 합니다. 그 테스트에서 ‘다이하드’는 순식간에 불합격이라는 겁니다. ‘yippee-ki-yay’(이피 카이 야이)라는 단어를 말하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불합격이라고 합니다. 발음이 쉽지 않은 ‘yippee-ki-yay’는 브루스 윌리스가 극중에서 작전 개시 전에 말하는 대사입니다. ‘신난다’라는 뜻으로 과거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감탄사였습니다. “‘Die Hard’ is not a Christmas movie!”(‘다이하드’는 크리스마스 영화가 아니다!)논란을 평정하고자 주인공 브루스 윌리스가 나섰습니다. 그는 “‘다이하드’는 크리스마스 영화가 아니다!”라고 딱 잘라 말했습니다. 이유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개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다이하드’는 여름철 7월에 개봉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팬들은 동의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크리스마스 영화로 분류되는 영화들 중에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개봉하지 않은 것들이 많기 때문입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2-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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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수료 무료 앱부터 간편 해외배송까지… 한진 “성공을 이어드립니다”

    올해는 국내 택배산업이 30년이 되는 해이자 국내 최초로 택배 서비스를 시작한 한진택배가 30주년을 맞는 해이다. 한진은 이를 기념하기 위해 지난달 경기도상인연합회,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동반성장위원회와 경기도 지역의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상생활동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전통시장과 기업이 동반성장할 수 있는 상호 협력 체계를 구축하자는 것이 목표다. 협약에 따라 한진은 올해 경기도상인연합회에서 선정한 경기도 지역의 전통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택배 및 물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내년에는 전국의 전통시장으로 확대된다. 뿐만 아니라 한진이 운영하는 ‘디지털 이지오더’를 사용하는 시장 상점에는 수수료 무료와 교육 홍보 활동을 지원해 주고 있다. 대다수 소상공인들은 전화 주문으로 상품을 판매하고 있어 주문을 처리하는 데 한계가 있고 지속적인 고객 관리가 어렵다. ‘디지털 이지오더’는 이 같은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온라인 판매 지원 플랫폼 앱이다. 상품 등록부터 주문, 결제, 배송까지 한번에 관리할 수 있다. 가입비, 주문 수수료, 광고비는 없다. 구글 플레이와 앱 스토어에서 ‘디지털 이지오더’를 검색해 설치하면 된다. 회원가입 승인이 완료되면 모바일 앱과 인터넷 홈페이지 모두에서 이용이 가능하다. 가입 후 곧바로 자신이 팔고자 하는 상품을 등록할 수 있다. 한진이 내세우는 디지털 이지오더의 장점은 소상공인 판매자들이 쉽게 판매 및 상품을 홍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판매자는 온라인 광고비 없이 가게 홍보와 상품 입고 알림을 원할 때마다 고객들에게 카카오톡, 문자메시지 등으로 전송할 수 있다. 매장을 방문하는 손님에게 가게 전용 QR코드를 전송하는 기능도 있다. 가성비 높은 택배 서비스 제공도 디지털 이지오더의 특징이다. 한진택배만의 배송 노하우를 활용해 전국으로 판매가 가능한 상점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 디지털 이지오더 판매자로 가입하면 번거로운 택배 서류계약 없이 한진택배를 이용할 수 있고, 편의점 우체국 택배에 비해 비용도 저렴하다. 디지털 이지오더는 한진의 ‘원클릭 택배서비스’와 자동 연동해서 사용할 수 있다. 2019년 시작한 원클릭 택배서비스는 하루 10건 이하의 소규모 주문을 발송하는 소상공인, 1인 판매자, 스타트업, 인플루언서 등이 주요 고객이다. 전월 이용실적에 따라 자동으로 요금이 할인되는 슬라이딩 요금제가 적용돼 쓰면 쓸수록 더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구조다. 한진의 ‘원클릭 택배서비스’ 사이트에 접속해 간단한 인증으로 회원으로 가입하면 원클릭 택배 서비스 전용 프로그램이 나온다. 발송하고자 하는 상품의 단건 등록과 복수 등록이 가능하다. 등록 완료 후 운송장을 출력하면 자동으로 예약이 완료돼 당일 택배기사가 방문한다. 원클릭 택배 서비스를 이용하는 판매자는 운송장을 출력하는 라벨프린터가 없어도 발송 정보가 담긴 간편바코드를 박스에 부착하기만 하면 택배기사가 전용 앱과 연결된 모바일 프린터로 현장에서 운송장을 출력해 준다. 운송장을 즉시 출력할 수 있어 집하 시간을 절약하고 잘못된 기재 등으로 발생하는 불편을 줄일 수 있다. 한진은 원클릭 택배 서비스가 소상공인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자 2021년 ‘원클릭 스케일업(Scale-Up) 서비스’를 시작했다. 스케일업은 고객의 이용 패턴 등을 분석해 퀵·당일배송, 해외 판매 지원, 쇼핑몰 고도화 및 통합관리 등 e커머스에 필요한 제휴사의 서비스를 추천하고 연결해 주는 서비스다. 9월에는 ‘글로벌 원클릭’도 시작했다. 인천국제공항 글로벌물류센터(GDC), 해외배송대행 서비스 ‘이하넥스’와 미국, 중국, 유럽 등 해외 주요 거점에 국제특송 전용 물류센터를 운영하면서 글로벌 원스톱 물류 서비스에 대한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는 장점을 활용했다. 글로벌 오픈마켓에 진출하려는 국내 셀러 사업자는 어렵고 복잡한 해외 배송 절차를 거치지 않고 ‘글로벌 원클릭’을 통해 국내 집하부터 해외 배송까지 손쉽게 제공받을 수 있다. 한진은 ‘디지털 이지오더’ ‘원클릭 택배서비스’ 등 경쟁력 있는 택배 물류 서비스와 함께 다양한 공유가치창출(CSV)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전통시장에서 이용되는 택배 운임 일부를 상생협력기금으로 조성해 상인 자녀들을 위한 교육 장학사업, 의료서비스 확충, 문화생활 증진 등 복지 관련 사업, 지역 개발 및 시장 활성화 사업을 지원하는 활동을 실천할 계획이다. 한진 관계자는 “전국의 전통시장을 비롯해 지역사회와 동반성장하며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고자 한다”며 “상생 활동을 더욱 많이 발굴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고향의 맛 빠르고 안전하게 농협택배 내년 1억 건 돌파… ‘내지갑속선물’카드도 인기 농축수산업인 소득 증대 한몫 농업 축산업 수산업 등 1차 산업 종사자들은 경제의 중요한 축을 담당한다. 택배 물류 역량을 갖춘 한진은 농축수산업인의 소득 증대를 위한 활동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2017년 한진은 농협물류와 손잡고 농협택배를 시작했다. 전국의 지역 농축협에서 택배를 접수하면 한진택배가 배송하는 방식이다. 농협택배 홈페이지, 전화 등을 통해 방문 택배 혹은 접수처 택배를 신청하면 된다. 전국의 특산물이나 수확기에 맞춘 농축산물이 시즌별로 접수되며 명절이나 김장철에는 평소 대비 2배 정도의 물량이 접수된다고 한진 측은 설명했다. 농협택배는 개시 1년여 만에 취급 물량이 900만 건에 달할 정도로 농축산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내년에는 누적 물량이 1억 건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축산업인의 소득 증대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9년 한국농식품유통대상에서 최고상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한진은 택배 사업 초창기부터 영업망을 이용해 업계 최초로 전국의 우수한 농수축산물을 배송하는 택배 서비스를 시작했다. 우수한 고향의 맛이 담긴 농산물을 안전하고 빠르게 고객에게 전한다는 목표를 넘어 당시 국가적으로 어려웠던 국제통화기금(IMF) 시대에 국내 농수산물 이용을 높이자는 목적도 겸했다. 한진이 내놓은 산지 농가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D2C(Direct to Consumer) 방식의 ‘내지갑속선물’은 물류업계의 대표적인 상생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내지갑속선물’은 농축수산물 전용 기프트카드다. 제철 과일로 구성된 ‘내지갑속과일’, 축산 상품으로 구성된 ‘내지갑속목장’, 수산 상품을 담은 ‘내지갑속바다’ 3종이 있다. 한진 관계자는 “내지갑속선물 카드를 이용해 소비자는 신선한 제철 상품을 빨리 받아 볼 수 있고, 우리 농축수산물 소비도 늘리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중소벤처기업부-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공동기획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2-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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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티브 잡스, 오프라 윈프리, 월트 디즈니의 공통점[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83995“You are winners! You are why we can do even better!”(당신들은 승자다! 당신들 덕분에 우리 회사는 더욱 잘 해나갈 수 있다!) 회사가 해고 예정인 직원들을 한 방에 모으고, 다른 한 방에는 해고되지 않은 직원들을 모았습니다. 해고되지 않은 직원들 앞에서 회사 책임자가 크게 외쳤습니다. “당신들은 승자다. 당신들 덕분에 회사는 앞으로 더욱 발전할 수 있다.” 그 소리가 너무 커서 다른 방에 있는 해고 직원들에게도 들릴 정도였습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최근호에 소개된 한 미국 회사의 일화입니다. 해고의 칼날을 피한 직원들의 사기를 고취시키기 위한 것이겠지만 짐을 싸야하는 직원들에게는 잔인한 말입니다. 최근 미국 기업들의 해고 러시를 보여주는 일화입니다. 미국의 많은 직장인들은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첨단기업에서 시작된 해고 열풍은 다른 기업들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트위터, 아마존, 메타(페이스북)에 이어 최근 모건스탠리, 펩시코, 버즈피드 등이 인력조정을 발표했습니다. 해고 열풍이 얼마나 거센지 기업들의 해고 일정을 실시간으로 추적해 알려주는 ‘layoffs.fyi’ 같은 앱들이 인기가 높습니다. ‘layoff’는 ‘해고’라는 뜻이고, ‘fyi’는 ‘for your information’의 줄임말로 ‘참고하라’는 뜻입니다. 미국의 한 심리학 조사에 따르면 해고는 인생에서 일곱 번째로 큰 스트레스를 받는 경험입니다. 이혼, 친한 친구의 축음보다 더 큰 충격을 받는다고 합니다. 한국과 같은 일 중심의 사회에서는 순위가 더 높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해고가 끝은 아닙니다. 많은 리더들이 해고의 아픔을 겪은 뒤 ‘성공의 아이콘’으로 우뚝 섰습니다. 해고의 실패를 딛고 더 큰 목표를 이룬 명사들의 스토리를 알아봤습니다. “Sometimes life hits you in the head with a brick. Don‘t lose faith.”(때로는 삶이 당신의 머리를 벽돌로 내리친다. 그래도 믿음을 잃지 말라) 가장 굴욕적인 해고는 자신이 열심히 키운 회사에서 해고되는 것입니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그런 경우입니다. 1980년대 초반 애플을 경영하며 성공 가도를 달리던 그는 펩시콜라의 존 스컬리 사장을 최고경영자로 영입했습니다. 자신은 연구에 몰두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스컬리 사장과 곧 경영 갈등을 빚게 됐습니다. 잡스는 1985년 스컬리가 장악한 이사회에 의해 축출됐습니다. 빈손으로 애플을 나왔습니다. 잡스는 해고된 후 집에 틀어박혀 “I’m a public failure”(공개적 실패자)라고 한탄했습니다. 해고된 것만도 창피한 데 그 과정이 언론을 통해 낱낱이 공개되면서 고개를 들 수 없게 됐습니다. ‘공개적 실패자’는 재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잡스는 2005년 스탠퍼드대 졸업 축하 연설에서 “때로는 삶이 당신의 머리를 벽돌로 내리친다”는 말로 해고의 충격을 표현했습니다. ‘brick’(벽돌)은 단단하고 둔하다는 의미입니다. 어리석은 사람을 가리켜 ‘thick as brick’(벽돌처럼 두껍다)이라고 합니다.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을 때 “hit me like a ton of bricks”(벽돌 한 톤을 얻어맞는 것 같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잡스는 믿음을 잃지 않았습니다. 실리콘밸리를 떠날 생각도 했지만 몇 개월의 고민 끝에 남기로 결정했습니다. “I had been rejected, but I was still in love”(나는 거부당했지만 아직 나의 일을 사랑한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픽사와 컴퓨터회사 넥스트를 세우고 다시 일어섰습니다. 넥스트가 애플에 인수되면서 그는 해고 11년 만에 애플로 돌아왔습니다. 잡스의 금의환향에 애플 임직원들 사이에서는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는 버릇이 생겼다고 합니다. 혹시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쳤다가 보복을 당할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잡스는 과거 자신의 해고 결정에 동조했던 직원들에게 복수의 칼날을 겨누지 않았습니다. ‘믿음’을 나타내는 단어로 ‘belief’ ‘faith’ ‘trust’가 있습니다. 상대의 말이나 행동에 대한 믿음에는 ‘belief’를 씁니다. “나는 너의 말을 믿어”라고 할 때 “I believe you”라고 합니다. 말 행동이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것, 미래의 불확실한 것에 대한 믿음도 있습니다. 충성심(loyalty) 차원의 강력한 믿음을 ‘faith’라고 합니다. “나는 네가 앞으로 잘 될 것이라고 믿어”라는 격려의 말을 하고 싶다면 “I have faith in you”라고 해야 맞습니다. 잡스도 자신이 사랑하는 일에 대한 믿음을 ‘faith’라고 했습니다. ‘trust’는 믿음을 가질 때 느끼는 신뢰감의 의미가 강합니다. “That day, my job ended and my calling began.”(그날 내 직업이 끝나고 천직이 시작됐다)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도 해고를 당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원래 뉴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앵커였습니다. 바바라 월터스 같은 명앵커가 되고 싶었던 윈프리는 고향 내슈빌의 작은 방송국에서 최초의 흑인 여성 앵커가 됐습니다. 22세에 대도시 볼티모어로 옮겨 WJZ 방송의 저녁뉴스 앵커가 됐습니다. 반응은 좋지 않았습니다. 감정을 배제한 채 드라이하게 뉴스를 전달하는 다른 앵커들과 달리 지나치게 감정이 풍부한 윈프리의 진행 스타일에 시청자들은 거부감을 느꼈습니다. 방송국은 그녀를 다른 자리로 이동시켰습니다. 해고 다음으로 굴욕적인 ‘demotion’(좌천)을 당한 것입니다. 시청률이 낮은 낮 시간대의 토크쇼 진행자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윈프리는 새로운 환경에 대해 불평하기보다 장점을 찾았습니다. 꿈은 변할 수 있다는 것이 그녀의 신념이었습니다. 토크쇼가 오히려 자신의 자유분방한 진행 스타일에 더 맞는다는 결론에 내렸습니다. 윈프리는 나중에 자서전에서 토크쇼 진행자로 데뷔하던 때를 “‘직업’이 끝나고 ‘소명’이 시작된 날”이라고 적었습니다. 영어에는 ‘직업’을 가리키는 단어들이 많습니다. 우선 ‘job’과 ‘career’가 있습니다. ‘job’은 보수를 받고 일한다는 의미가 강합니다. ‘career’는 보수, 직책 등에서 발전 가능성이 있는 직업을 말합니다. ‘career management’(경력관리)라는 말은 있어도 ‘job management’(일관리)라는 말은 없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occupation’과 ‘profession’이 있습니다. ‘occupation’은 ‘teacher’(교사), ‘self-employed’(자영업)처럼 행정 분류법 상의 직업을 말합니다. ‘profession’은 ‘occupation’ 중에서 자격증이 필요하거나 훈련기간을 거쳐야 하는 직업을 말합니다. 법조인은 ‘legal profession,’ 의료 전문직을 ‘medical profession’이라고 합니다. ‘calling’은 조금 다른 차원으로 ‘하늘의 부름’ ‘천직’을 말합니다. “Rock bottom became the solid foundation on which I rebuilt my life.”(가장 낮은 바닥은 내가 다시 삶을 세울 수 있는 탄탄한 토대가 됐다) 불운은 한 가지씩 오는 것이 아니라 한꺼번에 닥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when it rains it pours’라고 합니다. “비가 올 때는 퍼붓기 마련이다”라는 뜻입니다. ‘해리포터’ 시리즈 작가 조앤 K 롤링이 2008년 하버드대 졸업 축사에서 했던 말입니다. 롤링은 젊은 시절 인권단체 앰너스티 인터내셔널의 번역 비서로 일하다가 해고됐습니다. 인권유린 같은 인간의 추악한 면을 다루는 자료들을 매일 보면서 생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업무 시간 중에 해리포터 시리즈를 구상하다가 해고됐습니다. 이어 어머니를 병으로 잃었습니다. 남편과 헤어지고 애 딸린 이혼녀가 됐습니다. 정부 보조금으로 연명하며 노숙자로 전락하기 직전까지 갔습니다. 롤링은 불운이 겹치던 시절을 “rock bottom”(락바텀)이라고 했습니다. 땅 밑 바위 층까지 도달할 정도로 인생의 최저점이라는 의미입니다. 기분이 최악일 때 ‘hit rock bottom’(바닥을 치다)라고 합니다. 주가가 바닥을 쳤을 때도 씁니다. 블랙프라이데이 때 업체들은 ‘rock bottom price’(최저가) 경쟁을 합니다. 롤링은 최저점에서 불필요한 가식을 걷어내고 겸손을 배웠다고 합니다. 그녀는 인생의 모범 코스를 걷고 있는 하버드대 졸업생들에게 이런 교훈을 던졌습니다. “Failure gave me an inner security that I had never attained by passing examinations.”(실패는 시험에서 합격했을 때는 결코 얻을 수 없었던 내적 충만감을 줬다) 명언의 품격미키마우스, 도널드덕 등의 캐릭터를 만든 만화영화 제작자 월트 디즈니에게 젊은 시절은 실패의 연속이었습니다. 첫 직장으로 ‘캔사스시티 스타’ 신문의 삽화가로 들어갔지만 해고됐습니다. 그가 그린 만화풍의 삽화는 사회 비판을 중시하는 신문과 맞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상사는 그를 불러 해고 통보 쪽지를 건넸습니다. 해고 사유에 대해 “he lacked imagination and had no good ideas”(상상력이 부족하고 좋은 아이디어가 없다)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디즈니는 해고를 통해 자신의 만화 스타일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습니다. 할리우드로 건너간 그는 오스왈드라는 토끼 캐릭터를 개발했지만 저작권을 유니버설 영화사에게 빼앗겼습니다. 오스왈드를 대체할 캐릭터로 미키마우스 아이디어를 갖고 MGM 영화사의 문을 두드렸지만 그 자리에서 퇴짜를 맞았습니다. “스크린에 큰 쥐가 등장하면 여성 관객들이 공포심을 느낀다”는 이유였습니다. 디즈니는 계속되는 실패에 신경쇠약까지 걸릴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디즈니의 독창적인 캐릭터들을 계속 개발해 성공을 거뒀습니다. “You may not realize it when it happens, but a kick in the teeth may be the best thing in the world for you.”(그 순간에는 깨닫지 못하지만 실망은 이 세상에서 당신에게 일어날 수 있는 최고의 일이다) 디즈니는 나중에 자서전에서 해고를 비롯한 실패들을 경험한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a kick in the teeth’는 ‘이빨을 걷어차이다’는 뜻으로 ‘큰 실망’ ‘충격’을 말합니다. ‘a kick in the head’(머리를 얻어맞다) ‘a kick in the pants’(하복부를 얻어맞다)도 비슷한 뜻입니다. 바로 그 순간에는 깨닫지 못하지만 실망은 인생에서 최고의 순간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합니다. 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노숙자는 미국 대도시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입니다. 그중에서도 로스앤젤레스(LA)는 문제가 심각합니다. 따뜻한 기후를 선호하는 노숙자들 때문에 LA의 인구 대비 노숙자 비율은 뉴욕, 시카고보다 높습니다. 최근 취임한 캐런 배스 LA 시장은 노숙자 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노숙자 없는 도시로 만드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습니다. LA 최초의 여성 시장인 배스 시장은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때 부통령 후보까지 올랐을 정도로 추진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There will be no holding back on my watch.”(내가 시장으로 있는 한 아무 것도 이 노력을 막을 수 없다) 취임식 연설에서 배스 시장이 노숙자 문제 해결 의지를 밝힌 대목입니다. ‘hold’는 ‘안다’보다 ‘잡다’의 의미가 강합니다. 잡아서 상대가 어떤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다는 의미입니다. ‘hold back’은 ‘뒤쪽에서 잡다’가 돼서 ‘못하도록 막다’가 됩니다. 미국인들이 많이 쓰는 “nothing can hold me back”은 나의 길을 아무 것도 막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행동 뿐 아니라 말을 막을 때도 씁니다. 중요한 정보를 발설하지 않고 감출 때 “he held back important information”이라고 합니다. “on my watch”는 얼마 전에 소개했듯이 “내 시계 위에”가 아니라 “내가 감시하는 한”이라는 뜻입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9년 3월 19일 소개된 미국 대학 입시 비리에 대한 내용입니다. 할리우드 배우 등 부유층과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입시 관계자에게 뇌물을 주고 자녀를 좋은 대학에 입학시키려고 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2019년 3월 19일자 ‘Misery loves company.’ 오늘은 유명한 영어 표현으로 시작합니다. 최근 미국에서 터진 입시 비리 뉴스가 유난히 한국에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왠지 모를 안도감을 느꼈다는 한국인들이 많았습니다. 미국의 치열한 입시 경쟁 문화가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안도감입니다. 이럴 때 ‘고통은 친구를 사랑한다,’ 즉 ‘동병상련’이라는 뜻의 영어 표현을 씁니다. 내가 힘들면 다른 사람도 힘들기를 바라는 법입니다. “The measure of success is the badge you get.”(성공의 척도는 어떤 배지를 얻느냐에 달렸다) 미국에도 자녀 입시를 중시하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헬리콥터 부모’ ‘타이거 맘’ 등 열혈 부모를 가리키는 용어들이 미국에서 처음 나왔습니다. 그런 부모들은 자녀에게 이렇게 잔소리를 합니다. ‘badge’는 단순히 대학 배지가 아니라 소속, 신분 등 좀 더 포괄적인 의미입니다. “Recipes create cooks. They don’t produce chefs.”(레시피는 요리사를 만들지만 셰프는 만들지 못한다) 레시피는 이미 남들이 정해 놓은 조리법입니다. 레시피를 따라하면 누구라도 ‘쿡’(cook)은 될 수 있지만 창의성이 필요한 ‘셰프’(chef)는 되기 힘듭니다. 좋은 대학에 가려면 내신, 대입시험, 자기소개서까지 레시피를 잘 따라가야 하지만 이렇게 합격한 것은 단순히 지식이나 기술을 암기한 것이지 창조적으로 활용할 능력은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학벌 지상주의에 일침을 놓는 명언입니다. “Resume padding isn‘t worth it.”(자소서 부풀리기는 시도할만한 가치가 없다) 대학에 들어갈 때나 회사에 취직할 때 자기소개서를 씁니다. 자소서는 정직하게 써야 하지만 거짓 내용이 들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자소서에 과장된 내용을 쓰는 것을 ‘resume padding’이라고 합니다. 패딩처럼 빵빵하게 부풀린다는 뜻입니다. ‘padded resume’(거짓 자소서)’는 언제 들통 날지 모릅니다. 이런 위험을 고려한다면 시도할 가치가 없다고 입시 전문가들은 충고합니다.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 2022-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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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신선로 개선-모바일상품권-화재경보… ‘디지코’ 기술로 시장변화 주도

    KT는 9월 중소벤처기업부, 전국상인연합회, 동반성장위원회와 함께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상생 협약’을 체결했다. 시장 통신 환경 개선, 온누리상품권 확대, 디지털 전환(DX) 서비스 보급, 디지털 교육 등에 나서겠다는 내용이다. 전통시장에는 통신 케이블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곳이 많다. 미관상으로 좋지 않고 위험하기도 하다. 전북 익산시 인화동의 구시장은 한때 익산 최고 상권으로 불렸지만 지금은 많이 노후했다. 올해 초 KT는 구시장의 통신 환경을 개선했다. 저지대에 위치한 상인들을 위해 케이블 품질 개선 공사를 했고, 구시장에서 분리된 남부시장에 주차장 개선 공사를 위한 선로 이전 공사 비용 약 1700만 원을 지원했다. 상인들은 “시장 분위기가 한층 밝아졌다”며 기뻐했다. KT는 앞으로 통신 인프라가 부족한 전통시장을 선정해 무료 와이파이를 구축하는 디지털 기반 조성에도 힘쓸 계획이다. 통화 품질 향상을 위해 일반전화에서 광전화 전환도 2023년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서는 KT와 전통시장이 손을 잡는다. 대전 유성시장 상품들로 구성한 키트를 만들어 대덕구 한부모 가정과 다문화 가정 200가구에 전달했다. 대전 한민시장, 경남 창원시 진해 중앙시장, 경기 의정부시 제일시장 등과도 손을 잡았다. KT와 전통시장이 함께 진행하는 겨울나기 김장 행사도 진행 중이다. 사회공헌 활동에는 KT 전국 지사에서 근무하는 임직원 2만2000명으로 구성된 ‘사랑의 봉사단’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KT는 8월 국내 최초로 7대 카드사를 연동해 사용할 수 있는 카드형 온누리상품권 모바일 앱 서비스를 출시했다. 고객이 체크카드, 신용카드를 온누리상품권 앱에 등록하면 구매한 상품권을 가맹점에서 카드 결제로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다. 온누리상품권은 앱 내에서 개인 계좌를 연동해 구매할 수 있다. 서비스 시작 때 8만2000개였던 온누리상품권 카드 결제 가맹점은 11월 15만2000개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카드형 온누리상품권의 법인 판매 서비스도 시작돼 법인 구성원에게 온누리상품권을 지급할 수 있게 됐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지류 온누리상품권의 부정 유통을 막고 체계적인 상품권 가맹점 관리가 가능해졌다. 모바일 앱을 통해 기존 따로 관리되던 지류, QR, 카드형 온누리상품권 한도가 통합 관리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상인들의 자산 보호를 위한 스마트 화재 대응 시스템으로는 ‘KT 세이프메이트’가 있다. 2017년 경기 의왕시 전통시장을 시작으로 전국 107개 전통시장 1만982개 점포에 구축돼 있다. 세이프메이트는 2020년 이후 전통시장의 대형 화재 16건을 예방했다. 국회입법조사처 조사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전통시장 화재 건수는 261건, 피해액은 1307억 원이다. 화재 건당 피해액은 약 5억 원으로 전체 화재의 건당 평균 피해액(1412만 원) 대비 35배에 달한다. 그만큼 전통시장에서는 불이 한번 나면 큰 피해로 이어진다. 5월 충북 청주시 서원구 전통시장 내 점포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새벽 시간에 발생해 인지 및 목격자 신고 시점이 늦어 자칫 대형 화재로 이어질 수 있었다. KT 세이프메이트가 설치돼 있어 감지에서 신고까지 자동으로 진행돼 30여 분 만에 화재를 진압할 수 있었다. 연기가 천장 높이까지 올라와야 화재를 인식하는 저가형 화재감지기와는 달리 KT 세이프메이트는 화재 발생 10초 내로 불꽃을 감지해 상가 점주-지자체, 소방서, 상황실로 알람을 통보한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기반의 위치 정보를 제공해 화재 발생 장소까지 접근할 수 있는 최적의 경로를 제시해준다. 경기 과천에 위치한 KT 통합관제센터에서 365일 24시간 시스템 상태가 관제되며 소방청 서버와도 연동돼 출동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감지기 설치 시간이 5분 내외여서 상인들의 영업에 큰 방해를 주지 않는다. 12월 개정된 소방시설법에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화재 알림 시설이 포함된 만큼 세이프메이트는 검증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더 많은 전통시장 대형 화재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 KT의 설명이다. 박종욱 KT 경영기획부문장 사장은 “KT의 디지코 기술이 전통시장의 디지털 전환과 상권 활성화에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중소벤처기업부와 지속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KT의 설명에 따르면 디지코(DIGICO)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고객의 삶의 변화와 다른 산업의 혁신을 리딩하는 디지털 플랫폼 기업이다. 이어 “디지털 기기 사용이 어려운 전통시장 상인들을 위해 다양한 교육을 실시하고, 스미싱 문자 등 금융사기 피해 예방을 위한 교육 활동을 벌여 지속 가능한 디지털 세상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2-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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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화기 옆에 안 붙어있어도 알아서 고객 응대해줘 큰 도움”

    소상공인들은 혼자 처리해야 할 일이 많다. 전화기 옆에서 하루 종일 대기하며 고객을 응대할 수 없다. KT는 소상공인들의 고민을 덜기 위해 10월 ‘인공지능(AI) 통화비서’ 서비스를 선보였다. 고객의 전화를 AI가 대신 받아주는 서비스다. 고객이 매장의 유선번호로 전화를 하면 사전에 지정한 스마트폰으로 연결돼 AI가 응대를 하는 방식이다. 일종의 고객센터 역할을 하는 AI 통화비서는 밤낮, 휴일 구분 없이 365일 24시간 고객 응대가 가능하다. 휴무일, 휴게시간 등 비영업시간에도 AI가 처리하므로 마음 놓고 쉴 수 있다. 나중에 시간 여유가 있을 때 고객의 요구사항을 꼼꼼히 살필 수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이용자가 몰리는 시간에 통화가 힘들었던 골목식당, 동네 미용실에 언제라도 문의할 수 있다. 스마트폰 사용이 서툰 노년층, 업무 중 무작정 통화 대기가 어려운 직장인의 경우도 원하는 시간에 예약, 문의가 가능하다. AI 통화비서 서비스는 외식업, 미용업 등 다양한 소상공인 업종에서 활용되고 있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상공인들은 매장으로 걸려오는 전화를 AI가 대신 받아주므로 업무 부담이 줄고, 예약과 주문을 놓치는 일이 없어 매출 증대에 도움을 받고 있다며 환영했다. 서울 구로구의 한 음식점 사장은 “영업시간 중 전화를 직접 받지 못해 놓치던 예약 전화들이 많았는데 통화비서 도입 후 2주간 144건의 예약을 추가로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KT 관계자는 “AI 통화비서는 소상공인의 영업에 도움을 주는 서비스로 자리 잡고 있다”며 “고객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기능을 늘려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2-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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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 중계진까지 감동시킨 한국팀의 ○○[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South Korea sign off from FIFA World Cup with pride intact.”(한국은 온전한 자부심으로 월드컵을 끝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일정을 모두 마친 한국 축구대표팀에 대한 평가는 매우 좋습니다. 미국 스포츠매체 ESPN은 한국팀을 결산하면서 “pride intact”라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자부심을 지켰다”는 의미입니다. ‘intact’는 ‘온전하게 유지하다’는 뜻입니다. 자부심의 근거로 우루과이전 무승부, 포르투갈전 역전승, 가나전 2골 기록 등 모두 강팀들을 상대로 거둔 성과라는 점을 꼽았습니다. 브라질에게 1 대 4로 패하기는 했지만 이번 대회에서 브라질에게 첫 실점을 안겨줬습니다. 무엇보다 “새롭게 주목받는 얼굴들”(newly-recognizable faces)을 발굴한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했습니다. 이강인 선수에 대해서는 왼발이 “악마 같다”(devilish)고 칭찬했습니다. 황희찬 선수에 대해서는 “부담 백배 상황에서도 결과를 낸다”(perform under the brightest of lights)고 했습니다. 잘생긴 외모로 주목받은 조규성 선수에 대해서는 “조만간 해외로 나갈 것”(earn a move abroad in the near future)라고 전망했습니다. 밤잠을 설쳐가며 응원했던 한국인들에게는 각자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있을 것입니다. 외국인들의 눈에 비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무엇이었는지 알아봤습니다. “For seven long minutes, the seconds ticked by, South Korea excruciatingly waited for Uruguay to finish, and then came the eruption.”(긴 7분 동안 고통스럽게 초침이 재깍거리며 지나갔다 한국 선수들은 우루과이전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환호가 분출했다) 외국에서는 가장 감동적인 장면으로 한국 선수들이 포르투갈전 승리 직후 그라운드에 모여 우루과이-가나전을 스마트폰으로 시청하는 순간을 꼽습니다. 이 장면에 모든 드라마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외국 언론이 한국팀을 설명하면서 가장 많이 쓴 단어는 ‘togetherness’(투게더니스)입니다. ‘단합’ ‘결속’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선수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스마트폰을 시청하는 장면은 ‘Korean togetherness’의 상징이 됐습니다. 미국이나 유럽 선수들이었다면 뿔뿔이 흩어져서 보거나 아예 보지도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외국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영국 매체 기디언은 한국 선수들에게 감정이입을 해서 우루과이전이 끝나기까지 기다린 순간을 “seven long minutes”(길고 긴 7분)라고 묘사했습니다. 흔히 더딘 시간의 흐름을 말할 때 “시계 초침이 재깍거리고 지나갔다”고 합니다. 영어로는 “the seconds ticked by”라고 합니다. 당시 한국 선수들의 마음을 “excruciatingly”(고문과도 같은 고통)라고 했습니다. 고통에는 단계가 있습니다. 많이 쓰는 ‘painful’은 일반적인 수준의 고통이고, ‘excruciating’은 ‘극심한 고통’을 말합니다. ‘excruciate’(익스크루시에이트)는 원래 ‘고문하다’라는 뜻입니다. 마침내 7분이 지나고 16강 진출 확정의 순간을 ‘eruption’(폭발)이라는 단어로 표현했습니다.“He did not look at his sharpest but he refused to give in.”(그는 가장 날카로운 수준은 아닌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는 굴복하지 않았다) 손흥민 선수의 부상 투혼은 외국에서도 화제가 됐습니다. 손 선수는 우루과이전과 가나전까지만 해도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지 못했습니다. 소속팀 경기 때 당한 부상 때문에 경기력이 저하됐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미국 폭스스포츠는 손 선수의 컨디션에 대해 “가장 날카로운 수준(at his sharpest)은 아니다”고 평가했습니다. ‘at’ 다음에 최상급이 나오면 ‘최고의 상태’를 뜻합니다. “I’m not at my best in the morning”이라고 하면 “나는 아침에 최상의 상태가 아니다,” 즉 “아침형 인간이 아니다”라는 뜻입니다. 손 선수는 최상의 컨디션이 아니었음에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포르투갈전에서 결승골 도움을 기록했습니다. ‘포기하다’에는 ‘give up’과 ‘give in’이 있습니다. 어느 경우에 어느 것을 써야 하는지 헷갈리기 쉽습니다. ‘give up’은 미래에 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없어서 ‘포기하다’는 뜻이고, ‘give in’은 현재의 반대나 악조건에 부딪혀서 ‘굴복하다’는 뜻입니다. ‘포기’와 ‘굴복’의 차이이고, 미래와 현재라는 시점의 차이이기도 합니다. 부정문을 만들 때 ‘give up’은 ‘not’을 붙여서 “don’t give up”(포기하지 마)이라고 하면 되지만 ‘give in’은 앞에 ‘refuse to’를 수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항복을 거부하다‘라는 뜻이 됩니다. “The crazy thing is we we‘re sitting here saying go on, throw the kitchen sink at it, put your best foot forward. But they were patient, they were together and they were disciplined.”(우리가 여기 앉아서 “잘 해봐, 닥치는 대로 해봐, 최선을 다해봐”라고 말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 하지만 선수들은 인내심을 가졌고, 협력했고, 절제력이 있었다) BBC방송에서 한국-포르투갈전을 해설한 앨런 시어러 전 영국 축구대표팀 주장은 황희찬 선수의 ‘극장골’이 터진 순간 이렇게 말했습니다. “What other sport evokes emotion like that.”(그 어떤 다른 스포츠가 이런 감동을 자아내겠는가) 시어러 해설가의 발언 중에 재미있는 표현들이 여러 개 나옵니다. 부엌의 싱크대는 고정돼 있습니다. ‘throw a kitchen sink’(싱크대를 뽑아 던진다)는 것은 ‘다급할 때 닥치는 대로 모든 시도를 해본다’는 의미입니다. ‘put best foot forward’(최선의 발을 내딛다)는 ‘최선을 다하다’는 뜻입니다. 그라운드에서 뛰지 않는 관중은 ‘이래라 저래라’하는 훈수를 두기는 쉽지만 한국 선수들은 급한 상황에서도 조직적으로 플레이했다는 의미입니다. 명언의 품격카타르 월드컵에서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선수가 ‘최고의 밉상’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소속팀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을 비판하는 발언으로 대회 전부터 풍파를 일으켰던 호날두 선수는 한국전 후반전에 조규성 선수와 마찰을 빚으며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교체돼 또 한번 화제가 됐습니다. 페르난두 산투스 포르투갈 국가대표팀 감독은 처음에는 호날두 선수를 두둔했다가 교체 당시 영상을 돌려본 뒤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영상에서 호날두 선수는 조규성 선수와 말다툼뿐만 아니라 산투스 감독의 교체 결정에 대한 불만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I didn’t like it, not at all. I really didn’t like it.”(마음에 들지 않는다, 전혀.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 산투스 감독은 교체 영상을 봤는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이번 대회 중에 가장 유명한 발언이 됐습니다. 강한 어감 때문입니다. 한국말로 해석된 “나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공손한 반대 의사처럼 들리지만 원래 “I don’t like”는 직설적이고 무례한 화법입니다. 그래서 영어권에서는 “I don‘t like”를 예의를 갖춰 돌려 말하는 각종 대체 화법이 발달했습니다. “I don’t appreciate” “I’m not into” “I’m not crazy about” 등을 대신 쓰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산투스 감독은 “not at all”(전혀) “really”(정말)까지 추가한 것을 보면 호날두 선수에 대한 불편한 감정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습니다. 이후 포르투갈-스위스 16강전에서 호날두 선수는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습니다. 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철도파업 저지법안에 서명하는 자리에서 경제 낙관론을 펼쳤습니다. 경기침체가 우려할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는 원래 ‘공정’ ‘평등’ 코드를 중시하는 대통령입니다. 경제성과의 혜택이 부유층뿐만이 아니라 중산층, 저소득층 등 국민 전체에 골고루 돌아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The wealthy are still doing very well while the middle class and the poor are having a shot.”(부자들은 잘 하고 있고, 중산층과 가난한 이들은 성공의 기회를 얻고 있다) 영어에서 ‘shot’(샷)은 다방면으로 활용됩니다. 원래 ‘발사’라는 뜻이지만 ‘chance’(기회), ‘attempt’(시도)라는 의미가 강합니다. ‘have a shot’은 ‘기회를 얻다’라는 뜻입니다. ‘have a shot at life’는 ‘인생에서 기회를 얻다’가 됩니다. ‘take a shot at’이라는 말도 많이 씁니다. 원래의 ‘발사’라는 뜻에 가깝게 ‘저격하다’ ‘겨누다’라는 뜻입니다. 상대를 비판하거나 조롱할 때 쓰는 말입니다. “He took a shot at me at the meeting”이라고 하면 “그는 모임에서 나를 집중 공격했다”가 됩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2년 2월 14일 소개된 베이징 동계올림픽 논란입니다. 스포츠와 정치는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카타르 월드컵도 정치적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외국인 노동자 착취와 여성 성소수자 인권침해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인권을 중시하는 미국에서는 카타르 월드컵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경기장 건설 등에 동원된 노동자들의 비참한 현실을 폭로하는 기사들이 많이 보도됐습니다. 미국은 올해 초 베이징 동계올림픽 때도 중국의 인권침해를 문제 삼아 정부대표단을 보내지 않는 외교 보이콧을 택했습니다.▶2022년 2월 14일자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에서 불거진 중국의 편파 판정과 ‘한복 논란’ 등으로 반중(反中) 감정이 뜨겁습니다. 미중 갈등 속에서 정부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는 외교 보이콧을 택한 미국도 이번 올림픽에 대한 반감이 누구보다 강합니다. “American athletes should bite their tongue before criticizing human rights violations in China.”(미국 선수들은 중국의 인권침해 문제를 비판하고 싶어도 꾹 참아 달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수차례에 걸쳐 자국 선수단에 “중국에서 입조심을 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선수들이 현지에서 중국 인권 탄압을 비판하는 발언을 했다가 신변 안전에 위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평소 중국 인권 문제를 강하게 비판해온 펠로시 의장이 자제를 당부할 정도니 이번 올림픽의 공정성과 자유에 대한 미국인들의 기대치가 얼마나 낮은지 알 수 있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꾹 참는 것을 ‘bite the tongue’(혀를 깨물다)고 합니다. “FBI warns Team USA to use burner phones at the Olympics.”(FBI는 미국 선수단에게 임시 휴대전화를 사용할 것을 강력 권고한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올림픽 출전 선수들에게 “개인 휴대전화를 가져가지 말라”는 경고문을 홈페이지에 올렸습니다. CNN 등에 따르면 FBI는 선수들에게 사이버 공격 위험을 이유로 개인 폰 대신 ‘burner phone’(버너폰)을 가져갈 것을 권고했습니다. 미국 수사 드라마에서 “it’s a burner”라는 대사가 종종 등장합니다. “대포폰”이라는 뜻입니다. 버너폰은 대포폰을 포함해 임시로 쓰는 휴대전화를 총칭하는 말입니다. 유심 칩을 한 번 쓰고 태워 버린다(burn)는 의미에서 출발했습니다. “That speaks volumes to the ability of sport to be a force for unity.”(스포츠가 화합의 상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중국 대표로 출전한 여자 스키 선수 아일린 구는 금메달을 딴 뒤 기자회견에서 국적에 대한 질문을 집중적으로 받았습니다. 하지만 국적 질문을 받을 때마다 말을 돌려 논란이 됐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지지를 동시에 받는 나는 스포츠가 화합의 상징이 될 수 있다는 증거가 된다”라는 답변이었습니다. 미국인들이 즐겨 쓰는 표현 ‘speak volumes’(볼륨을 말하다)는 ‘보여주다’ ‘증거가 되다’는 뜻입니다. ‘volume’은 ‘소리’ ‘음량’이라는 뜻도 있지만 ‘speak volumes’의 ‘volume’은 ‘용량’ ‘부피’의 뜻입니다. ‘많은 양을 말하다,’ 즉 ‘여실히 보여준다’는 뜻입니다. 교묘한 동문서답에 그렇지 않아도 구 선수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미국에서 비판이 쏟아졌습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2-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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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쿠팡이츠에 맡기니 문앞까지 자동배달… 매출증대 ‘가속페달’

    서울 송파구 잠실동 새마을전통시장에 있는 ‘명가떡집’에는 하루에도 몇 차례씩 배달맨이 들락날락한다. 많은 양을 배달하는 것도 아니다. 인절미 1팩, 백설기 1팩이라도 정성스럽게 포장된 떡은 배달맨의 가방에 들어가 쏜살같이 고객 문 앞까지 배달된다. 떡은 딱딱해지기 전에 신속 배달하는 것이 생명이다. 명가떡집을 운영하는 김남수 사장은 열네 살에 떡 만드는 법을 배우기 시작해 벌써 40년 경력이다. 새마을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20년 동안 인근에서 꽤 유명한 떡집이 됐지만 가게를 찾아오는 손님들만 상대해서는 매출이 크게 오르지 않았다. 요즘 손님들은 떡도 치킨처럼 편하게 배달시켜 먹기를 원하지만 김 사장은 따로 배달 직원을 고용할 형편이 못 됐다. 떡 만들다 말고 자신이 직접 배달에 나설 수도 없었다. 쿠팡이츠가 해답이었다. 지난해 하반기 쿠팡이츠 배달 시스템을 이용하기 시작한 뒤 매출은 반년 만에 2.6배로 늘어났다. 김 사장은 “잠실뿐 아니라 강남, 수서 지역까지 고객층이 넓어졌다”며 기뻐했다. 덩달아 매장 방문 고객도 늘었다. 쿠팡이츠를 통해 명가떡집을 알게 된 손님들이 매장을 찾아온다는 것이다. 김 사장과 같은 전통시장 상인들이 성공적으로 온라인에 진출할 수 있었던 데는 쿠팡이츠의 ‘전통시장 활성화 프로그램’의 도움이 컸다. 전통시장 상점들의 오프라인 중심의 매출 구조를 온라인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2020년 8월 시작된 프로그램이다. 상인들은 “배달에 신경 쓸 필요 없이 조리, 맛, 청결 등 음식의 본질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상인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쿠팡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입점 신청을 하거나 시장 상인회를 통할 수 있다. 쿠팡이츠가 원래 음식 배달 서비스이기 때문에 음식, 청과 분야가 대상 업종이다. 쿠팡이츠는 고객들의 눈에 띌 수 있도록 앱 상단에 반경 4km 이내의 전통시장 점포들을 지속적으로 노출시키고 있다. 쿠팡이츠 조사에 따르면 전통시장 활성화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 2년 4개월 동안 전국 106개 시장에서 1300여 점포가 온라인 시장에 진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1300여 가맹점의 올해 1∼3분기(1∼9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평균 77% 늘어났다. 점포들은 쿠팡이츠로부터 입점 절차, 온라인 판매 등에 대한 교육을 받게 된다. 교육은 ‘일 대 일 코칭 시스템’으로 이뤄진다. 전통시장 상인 절반 이상이 컴퓨터 사용을 어려워하는 중장년층만큼 직접 담당자가 시장을 찾아 얼굴을 마주 보며 궁금한 것을 알려준다. 새마을시장에서 ‘명가왕만두’를 운영하는 이정우 사장은 “처음에는 컴퓨터를 만지는 게 어렵기도 하고 배달도 복잡할 것이라고 걱정했는데 담당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난 뒤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마천중앙시장에 있는 ‘수빈이네반찬’은 올해 쿠팡이츠 입점 후 매출이 지난해보다 330% 성장했다. 이 가게의 한수정 사장은 “시장으로 찾아온 쿠팡이츠 담당자로부터 앱 사용법, 메뉴 구성 방법, 매출을 높이는 법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며 “배달 경험이 전혀 없었는데도 배달 시장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쿠팡이츠에서 파견된 전문 사진가의 도움을 받는 상인들도 있다. 신규 입점 점포에는 사진가가 출장 방문해 앱에 올라갈 음식 사진을 촬영하는 작업을 돕는다. 서울 서대문구 포방터시장 상인회장이자 우리 농산물을 판매하는 ‘달콤한 과일나라’를 운영하는 유경혜 사장은 “전문 사진가가 촬영해 주니 확실히 달랐다”며 “채소와 과일들이 훨씬 먹음직스럽고 깔끔해 보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달콤한 과일나라’의 올해 주문은 지난해보다 175% 늘었다. 쿠팡이츠는 전통시장 활성화 프로그램이 좋은 반응을 얻자 서울 외 경기 수원, 안양 등 수도권으로 적용 지역을 확대하고 있다. 8월부터는 포장주문 고객도 사용할 수 있도록 쿠폰 발급을 늘렸다. 상점 카테고리도 넓혀 나갈 계획이다. 강형구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형마트에 밀려 고전하던 전통시장이 매출 구조를 오프라인 중심에서 온라인으로 전환하면서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다”며 “모바일에 익숙지 않은50대 이상 상인들이 배달 앱에 입점해 성공한 사례가 늘어나는 것은 긍정적인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역량 있는 테크기업들이 주도하는 디지털 전환 협력 모델이 더욱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대준 쿠팡 신사업부문 대표는 “전통시장 활성화 프로그램과 같이 고객과 상인 모두가 만족하는 다양한 상생모델 구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침체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전통시장 지원 활동을 끊임없이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최대 30% 할인행사 만나세요” 쿠팡, 내일부터 ‘특별기획전’ 쿠팡 ‘착한상점’ 통해 상품 소개소상공인 디지털 판로개척 지원 전통시장이 쿠팡 고객들과 만날 수 있는 길은 ‘전통시장 활성화 프로그램’뿐만이 아니다. 쿠팡 마켓플레이스에서 활동할 수도 있다. 마켓플레이스는 판매자가 직접 입점해 상품을 판매하고 배송하는 오픈마켓이다. ‘로켓배송’ ‘제트배송’ 등의 표시가 붙지 않은 상점들을 말한다. 쿠팡은 마켓플레이스에 입점한 전통시장 상점들이 고객과 만날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16일부터 ‘전통시장 상점가 특별기획전’을 개최한다. 기획전에서는 최대 30% 할인 행사가 진행된다. 약 1800만 명의 쿠팡 고객들은 30여 개 전통시장 상점들이 내놓은 식품, 일부 잡화류 등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이번 기획전은 쿠팡 메인페이지 메뉴에 있는 ‘착한상점’ 카테고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한편 쿠팡이 추진 중인 상생지원 사업에 참여한 업체들의 2021년 매출은 2019년에 비해 177% 성장했다. 2021년 쿠팡의 소상공인 파트너 수는 2015년 대비 13배 가까이 늘어났다. 판매 품목 수도 2019년 대비 523% 증가했다. 2021년 쿠팡에서 이뤄진 중소상공인 총 거래금액은 8조1000억 원에 육박한다. 쿠팡 관계자는 “이번 기획전은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주관하는 ‘한겨울의 동행축제 윈 윈터 페스티벌’(16∼25일)과 취지를 함께한다”며 “9월 중소벤처기업부, 동반성장위원회, 전국상인연합회와 체결한 ‘전통시장의 디지털 전환 및 지역 공존 사업 추진을 위한 상생협약’의 일환으로 전통시장 내 상인의 온라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아일보·중소벤처기업부·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공동기획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2-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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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존 트라볼타와 춤 춘 다이애나 왕세자비 “사실 저는…”[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The hottest ticket in town.”(가장 인기 있는 티켓) ‘가장 뜨거운 티켓.’ 미국인들은 참석하고 싶은 선망의 행사를 이렇게 부릅니다. 누구나 표를 구해서 갈 수 있다면 ‘뜨거운 티켓’이 아닙니다. 참석할만한 자격을 갖춰야 하고 든든한 ‘빽’도 있어야 합니다. 많은 미국인들은 ‘가장 뜨거운 티켓’으로 ‘White House State Dinner’(백악관 국빈 만찬)를 꼽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청와대를 구경하고 싶어 하듯이 미국인들도 백악관 만찬에 한번 가보는 것이 소원입니다. 하지만 일반인이 참석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국빈 만찬은 외교 행사이기 때문입니다. 국빈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하는 외국 지도자에게 대통령이 베푸는 최고의 파티입니다. 국빈 만찬에는 10코스 이상의 성대한 테이블이 차려지고 여성 참석자들의 아름다운 드레스를 볼 수 있습니다. 정치 외교 경제계 참석자들이 대부분이지만 요즘은 할리우드 셀럽들이 점점 많아지는 추세입니다. 역사상 가장 많은 국빈 만찬을 베푼 대통령은 ‘도덕 지도자’라고 불렸던 지미 카터 대통령으로 4년 임기 동안 40회 열었습니다. 거의 한 달에 한번씩 백악관에서 성대한 파티가 열린 셈입니다. 미국을 방문하고 싶어 하는 외국 정상은 차고 넘치지만 대통령은 이들을 위해 국빈 만찬을 열지 말지를 두고 고민을 거듭해야 합니다. 한번 차리는데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 “세금 낭비”라는 비판을 듣기 십상입니다. 국무부 자료에 따르면 150~200명이 참석하는 국빈 만찬은 우리 돈으로 5억원 정도 듭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무슨 복이 있는지 한번 참석하기도 어려운 국빈 만찬에 2회 연속 주인공이 됐습니다.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을 위해 첫 국빈 만찬을 열었습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때도 만찬 첫 타자였습니다. 국빈 만찬을 통해 미국 역사와 파티 문화를 알아봤습니다. “Here, on this occasion, we share with our American friends present the feeling that a new era has begun in Sino-U.S. relations.”(이 자리를 빌려 우리 미국 친구들과 함께 중미관계의 새로운 시대가 펼쳐졌다는 감정을 공유한다) 1972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 후 미중관계는 금세 좋아질 듯 보였지만 관계 정상화가 이뤄지기까지는 7년이 더 걸렸습니다. 1979년 양국은 정식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대사관을 설치했습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중국의 실권자인 덩샤오핑 공산당 부주석이 지미 카터 대통령의 초청으로 방문했습니다. 백악관에는 사상 처음으로 중국 오성홍기가 내걸렸습니다. 19발의 예포가 발사된 가운데 덩샤오핑을 위한 의전 행사가 열렸습니다. 밖에서는 중국 인권운동 단체들의 시위로 시끄러웠지만 백악관 안에서는 코카콜라 등 중국과 독점 계약을 맺고 진출 준비를 하는 미국 대기업들이 분주히 행사 준비를 했습니다. 만찬 메뉴는 중국식이 가미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덩샤오핑의 요청에 따라 미국식으로 차려졌습니다. 덩샤오핑의 방문은 미국과 소련 간의 군사협력을 견제하기 위한 것과 경제적으로 미국에게 개방 의지를 보여준다는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는 만찬 연설에서 중국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미국을 “friend”(친구)라고 부르며 호감을 표시했습니다. 적대관계였던 지난 30년의 세월을 “abnormal state of affairs”(비정상적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덩샤오핑은 7일 동안 조지아, 텍사스를 방문해 자본주의 현장을 견학했습니다. 중국에 돌아간 그는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만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을 다시 한번 설파했습니다. 1960년대 흑묘백묘론을 처음 들고 나왔을 때는 설득력이 없었지만 미국을 돌아본 후 덩샤오핑의 주장에는 힘이 실려 있었습니다.“I was so nervous my stomach was all butterflies.”(극도의 긴장 상태였다) 1985년 영국 찰스 왕세자-다이애나 왕세지비 부부가 결혼 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했습니다. 당시 다이애나비는 미국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었습니다. 국빈 초청은 아니었지만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찰스-다이애나 부부에게 국빈 못지않은 환대를 베풀었습니다. 낸시 레이건 여사는 만찬 참석자인 배우 존 트라볼타에게 사전에 부탁을 했습니다. “당신이 다이애나비와 춤을 추는 것을 보는 것이 내 소망이다”라는 부탁이었습니다. 트라볼타가 댄스를 청하자 다이애나비는 수줍은 미소를 띠며 응했습니다. 만찬장 밖 넓은 복도로 자리를 옮긴 이들은 트라볼타의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에 나오는 댄스곡들에 맞춰 15분간 춤을 췄습니다. 매력적인 다이애나비와 할리우드 배우의 댄스는 백악관 만찬 역사에 길이 남는 명장면이 됐습니다. 춤을 출 때 다이애나비가 입었던 검은 색 이브닝드레스까지 화제를 모았습니다. 다이애나비는 트라볼타와의 커플 댄스를 능수능란하게 소화했지만 사실 “죽을 만큼 긴장했었다”고 고백했습니다. 미국인들은 긴장했을 때 “butterflies in the stomach”(배 속의 나비들)이라고 합니다. 너무 긴장되면 속이 간질간질하든 의미입니다. 원래 제2차 세계대전 낙하산 부대 군인들이 착륙하기 전의 긴장 상태를 표현하기 위해 썼던 용어입니다. 나중에 밝혀진 바에 정작 다이애나비가 춤추고 싶었던 상대는 트라볼타가 아닌 영화 ‘백야’에 나오는 러시아 출신의 무용가 미하일 바리시니코프였습니다. 바리시니코프도 당시 만찬에 참석했었습니다. 다이애나비 전기에 따르면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열렬한 팬이었던 바리시니코프가 춤을 청해주기를 기다렸다고 합니다.“Push it into your mouth and keep pushing it until it is all gone.”(입에 밀어 넣고 사라질 때까지 계속 밀어 넣어라) 1939년 조지 6세 영국 국왕 부부가 미국을 방문했습니다. 영국 왕실의 첫 미국 방문이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발발을 코앞에 두고 미국의 지원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소아마비로 몸이 불편했던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말더듬 증을 가진 조지 6세를 보자마자 동병상련의 정을 느꼈습니다. 백악관에서 국빈 만찬을 베푼 다음날 이례적으로 다시 한번 식사 대접을 했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뉴욕 하이드 공원으로 국왕 부부를 안내했습니다. 백악관 만찬에서 풀코스를 제공했던 것과 달리 두 번째 식사 메뉴는 단출했습니다. 미국을 상징하는 핫도그 외교를 펼쳤습니다. 미국식 핫도그는 길쭉한 빵 가운데 소시지를 넣고 위쪽에 각종 토핑과 소스를 올립니다. 국왕 부부는 난생 처음 핫도그를 접했습니다. 먹으려니 난감했습니다. 토핑과 소스가 떨어져 깔끔하게 먹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핫도그를 먹는 방법을 묻는 국왕 부부에게 루즈벨트 대통령은 “계속 입속에 밀어 넣어라”는 평범한 진리를 전해줬습니다. 결국 국왕 부부는 포크와 나이프로 핫도그를 썰어 먹었다는 얘기가 전해져 내려옵니다. 명언의 품격이오세프 스탈린 사망 후 치열한 권력투쟁을 거쳐 권좌에 오른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취임 직후부터 계속 미국 측에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습니다. 1959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초청으로 미국 땅을 밟았습니다. 소련 지도자의 첫 미국 방문이었습니다. 그가 가는 곳마다 공산주의 논쟁이 불붙었습니다. 흐루초프 서기장은 어록이 생길 정도로 뛰어난 언변을 선보이며 미국인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The wart is there, and I can‘t do anything about it.”(거기 있는 사마귀는 나도 어쩔 수 없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베푼 국빈 만찬에서 나온 명언입니다. 미국 정치인들로부터 자본주의의 우월성에 대한 설교가 쏟아지자 흐루쇼프 서기장은 천연덕스럽게 자신의 얼굴에 있는 사마귀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마귀를 빌어 체제 정당성을 주장한 것입니다. ‘한번 생겨난 공산주의는 어쩔 수 없으니 당신들이 익숙해지는 수밖에 없다’는 의미였습니다. 명언 퍼레이드는 할리우드 방문에서도 이어졌습니다. 소련 지도자를 구경하려고 할리우드 스타들이 모여들었습니다. 마릴린 먼로까지 그를 만나기 위해 뉴욕에서 비행기를 타고 날아왔습니다. 흐루쇼프 서기장은 할리우드 스타들이 모인 오찬에서 1시간동안 연설 원맨쇼를 벌였습니다. 경호 문제 때문에 디즈니랜드 구경이 무산된 것을 두고 미소간 군비경쟁에 빗대 이렇게 말했습니다. “Why not? What is it? Do you have rocket-launching pads there?”(왜 안 된다는 거야? 뭐가 문제야? 디즈니랜드에 로켓 발사대라도 숨겨놓은거야?)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올해 3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코미디언 크리스 록의 뺨을 때린 배우 윌 스미스가 8개월여 만에 다시 방송에 등장했습니다. 아카데미 시상식 10년 참석 금지라는 중징계를 당한 스미스는 신작 홍보를 위해 잇따라 언론 인터뷰를 했습니다. 언론의 관심은 신작의 내용보다 뺨을 때린 이유에 모아졌습니다. “I just lost it.”(화가 폭발했다) 스미스의 대답입니다. ‘lose’는 ‘잃다’라는 뜻입니다. ‘it’은 ‘그것’이 아니라 ‘이성적인 정신상태’ ‘마음의 평정’을 말합니다. 미국인들은 화를 제어하지 못하고 폭발시켰을 때 “I lost it”이라고 합니다. 화를 낸 것에 대한 후회, 사과의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스미스는 “그동안 맺힌 것이 많아서 순간적으로 화가 폭발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무엇 때문에 그동안 화가 많이 쌓였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lost’가 들어가는 비슷한 표현으로 “you’ve lost me”가 있습니다. 이것도 미국인들이 많이 씁니다. 직역으로 하면 ‘너는 나를 잃어버렸다’가 됩니다. 이를 바꿔 말하면 ‘나는 너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상대방의 말이 너무 길거나 복잡해서 이해하지 힘들 때 “you‘ve lost me”라고 합니다. “Sorry, you’ve lost me. Can you explain that again?” “미안, 이해가 잘 안 돼. 다시 한번 말해줄래”라는 뜻입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1년 8월 16일 게재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생일파티에 대한 내용입니다. 미국인들은 만찬이건 파티건 즐길 기회가 있으면 체면을 차리지 않고 열심히 즐깁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흥겨운 생일파티 현장을 소개합니다. ▶2021년 8월 16일자 최근 미국인들의 눈이 매사추세츠 주의 고급 휴양지 마서스비니어드에 쏠렸습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60번째 생일파티가 이곳에서 열렸습니다. 초대된 셀럽들의 면모에서부터 파티의 럭셔리한 분위기까지 모든 것이 화제였습니다. “Some invitees were treated to a cold dose of reality.”(일부 초대객들은 차가운 현실을 접하게 됐다) 온 동네가 떠들썩할 정도의 성대한 잔치였지만 사실 이것도 행사 규모를 크게 줄인 겁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초 500여 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행사를 열려다가 팬데믹 상황이 심각해지자 규모를 축소했습니다. 당초 초대객 명단에 들었다가 행사 축소로 빠지게 된 이들의 신세가 처량하게 됐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최종 명단에서 제외되는 불운을 겪은 초대객들에 대해 “(코로나19로 인해) 차가운 현실을 접하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dose of reality’(현실의 복용량)는 ‘냉정한 현실’이라는 의미입니다. “A celebrity mosh pit is maybe not the wisest choice.”(아마 셀럽들의 파티 한마당은 현명하지 않다고 판단했겠지) 그렇게 빠지게 된 초대객 중 한 명이 유명 심야토크쇼 진행자 스티븐 콜베어입니다. 그는 자신이 진행하는 토크쇼에서 “셀럽 머시핏은 가장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참석 인원을 줄인 오바마 대통령의 결정을 지지하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머시핏’은 록 콘서트장 무대 앞쪽에서 관객들이 뒤엉켜 춤추는 공간입니다. ‘mosh’는 ‘mash’(혼합하다)에서 유래했고, ‘pit’은 ‘웅덩이’라는 뜻입니다. 셀럽들이 한바탕 노는 머시핏이 대중의 눈에 좋게 비칠 리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I look forward to catching up with you soon and properly welcoming you into the over 60 club.”(조만간 만나서 근사하게 60세 이상 클럽 가입을 축하해줄게)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일찌감치 “나 못 가요”를 선언했습니다. 대신 영상으로 축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이번에는 참석하지 못하지만 조만간 만나서 축하해주겠다”고 합니다. ‘catch up with’는 원래 ‘따라잡다’는 뜻이지만 ‘만나다’ ‘연락하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2-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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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톡 채널로 상품소개-할인정보 척척… “상인들 디지털 문해력 쑥쑥”

    《디지털화를 서두르는 전통시장의 열기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기업들은 사회공헌 차원에서 전통시장의 디지털 전환 노력을 지원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공동 기획으로 디지털을 고리로 맺어진 전통시장-기업 상생의 현장을 모색한다.》 서울 양천구 신영시장 상점 앞에는 QR코드 안내판이 걸려 있다. 손님들은 휴대전화로 코드를 열심히 찍고 있다. 촬영에 서툰 손님을 위해 상점 주인이 대신 찍어주기도 한다. 코드를 촬영하면 휴대전화 화면은 카카오톡 채널로 넘어간다. 손님은 이 상점의 카카오톡 채널을 ‘구독’하게 된 것이다. 구독 손님들은 채널을 통해 상점을 소개받고 각종 할인 정보를 접할 수 있다. 물건 살 때 이용하라는 할인쿠폰도 내려받는다. 카카오톡으로 물건 가격에 대해 주인에게 질문을 할 수도 있다. 8월 신영시장은 기업재단 카카오임팩트, 카카오,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손잡고 진행하는 ‘우리 동네 단골시장’ 프로그램의 시범 시장으로 선정됐다. 앞서 카카오는 4월 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5년간 총 1000억 원의 상생기금을 집행하는 ‘소신상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우리 동네 단골시장’은 ‘소신상인 프로젝트’ 내에서 진행되는 사업으로, 전통시장 상인들의 디지털 전환을 돕는 것이 목적이다. 중기부, 소상공인진흥공단은 카카오와 협약을 맺고 우리 동네 단골시장 프로그램 진행에 있어 시장 선정 심사와 사업에 대한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신영시장에는 ‘디지털 튜터’들이 파견됐다. 온라인 지식교육 플랫폼 엠케이와이유(MKYU) 소속 튜터 6명이 8주 동안 시장 내에 부스를 설치하고 상주했다. 튜터들은 시장 상인회를 통해 채널 개설 의사를 밝힌 상인들에게 채널을 개설해주고 튜터 1인당 10여 개 상점을 담당해 개별 교육을 실시했다. 가게를 비우기 어려운 상인들을 고려해 튜터들이 직접 상점들을 방문해 교육했다. 상인들은 카카오톡 채널에 상점 프로필을 만들고, 메시지를 발송하거나 물건 사진을 찍어 올리는 방법 등을 배웠다. 채널 사용이 익숙해지자 모바일 마케팅 활용 등 온라인에서 활동 폭을 넓힐 수 있는 교육을 받았다. 신영시장에서 디지털 튜터로 활동한 최규연 씨(44·여)는 “대기업이 벌이는 사업이라고 색안경을 끼고 보는 상인들은 없었다”며 “그분들의 배우려는 열의에서 고객과 소통하고 싶은 간절한 바람을 읽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상인들이 가게 영업도 바쁠 텐데 스마트폰과 씨름하며 스스로 공부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한다. 대부분의 상인은 처음에는 ‘교육을 잘 따라갈 수 있을까’를 고민했지만 1, 2주 안에 사진을 척척 올리고 편집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능숙해졌다. 상인들의 열의 덕분에 신영시장 내 참여 가능 점포 70곳 중 88%에 이르는 62개 점포가 카카오톡 채널을 개설한 것으로 나타났다. 점포당 평균 65명, 총 4040명의 카카오톡 채널 친구를 확보한 것으로 집계됐다. 개설된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발송된 광고 메시지는 총 361회로, 점포당 평균 6회가량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상품 홍보 및 할인 정보 등을 발송한 것으로 분석됐다. 신영시장 점포들의 대표자 평균 연령이 63세임을 감안하면 디지털 전환을 위한 의미 있는 첫걸음이라고 카카오는 평가했다. 신영시장 프로그램이 호응을 얻자 카카오는 전국 시장으로 확대해 참가 신청을 받았다. 심사를 거쳐 10월 서울 자양전통시장, 제주 동문공설시장, 부산 장림골목시장 등 10곳이 추가로 선정됐다. 지난달 14일부터 10개 시장에서 우리 동네 단골시장 프로그램이 시작돼 현재 진행 중이다. 교육이 끝나는 올해 말에는 시장별 성과 공유 자리를 마련해 우수 사례 전파 및 우수 점포 시상식이 열린다. 교육 종료 후에도 오픈 채팅을 활용한 질의응답 창구를 마련하는 등 상인들의 디지털 전환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후속 지원도 제공된다. 육심나 카카오 ESG사업실장은 우리 동네 단골시장 프로그램을 “카카오의 진심”이라고 표현했다. “단지 카카오톡 채널 개설 프로젝트가 아니라 전통시장 상인들의 디지털 리터러시 전반을 강화하는 사업”이라고 했다. 그는 “소신을 갖고 사업을 운영하는 전통시장 상인들의 우수한 상품과 철학이 고객과 디지털로 연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특제 닭강정-고랭지배추 ‘알림’ 뜨자 손님 밀물 ‘즐거운 비명’ 매출증대 효과 본 상인들 반응 원하는 시간 즉시 알림 큰 효과야채 품질-가격 사진전송 편리“간편 소통법에 노년층도 변화” “‘애플’이 쏩니다. 얼른 오세요.” 서울 양천구 신영시장에서 ‘애플앤치킨’이라는 수제 닭강정 가게를 운영하는 김수자 사장은 손에서 휴대전화를 놓는 날이 없다. 카카오톡 채널은 그가 손님들과 소통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김 사장은 8월 가게명을 걸고 채널을 개설했다. 치킨의 특성상 저녁 시간이 되면 남은 식품을 빨리 소진해야 한다. 카카오톡 채널에 마감 세일 알림을 올리면 단골 손님들이 너도나도 찾아와 줄을 선다. 그는 신영시장 노점에서 장사를 시작해 지금은 어엿한 가게를 가진 13년 차 사장님이다. 상인회가 카카오 ‘우리 동네 단골시장’ 프로그램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누구보다 먼저 손을 들고 신청서를 작성했다. 치킨 영업은 온라인에 숙달된 손님이 많아서 주인이 디지털을 모르면 안 되기 때문이다. 디지털 튜터로부터 교육을 받은 뒤 메시지 작성, 사진 올리기 등을 어렵지 않게 해내는 수준이 됐다. 카카오톡을 평소에도 자주 이용하다 보니 채널 운영법은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카카오톡 채널에 매력을 느낀 이유 중 하나는 원하는 시간대에 할인을 한다고 손님들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전에는 야심차게 신메뉴를 개발해도 홍보할 수단이 마땅치 않았다는 김 사장은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단골 손님들에게 신메뉴를 마음껏 홍보할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기쁘다”고 말했다. 신영시장에서 야채가게를 운영하는 곽경신 사장도 카카오톡 채널을 운영한다. 그는 상품의 질을 중시하는 ‘깐깐한’ 사장님이다. 손님들에게 싸고 질이 좋지 않은 물건을 많이 주기보다 조금 비싸다고 느껴져도 버릴 게 하나도 없는 야채만 팔자는 신념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야채를 정성스럽게 손질해 그냥 진열해 놓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진을 찍어 카카오톡 채널에 공유한다.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사진을 올리면 ‘정직한 물건을 판다’는 신뢰를 줄 수 있다. 채소 사진과 함께 가격 안내판, 짧은 메시지 등을 전송하면 손님들이 바로 받아볼 수 있다. 야채의 품질과 가격을 시장에 가지 않고도 알 수 있다는 편리함 때문에 주부 고객들의 반응이 좋다고 한다. 요즘 같은 김장철에는 해남배추, 강원도 고랭지배추가 들어왔다는 알림이 인기가 높다. 야채가게를 33년 동안 운영해 온 곽 사장은 나이 지긋한 단골 손님이 많다. “‘어르신들은 기계를 모른다’는 것은 선입견일 뿐”이라며 “한번 모바일 사용법을 알려드리면 금방 따라하시고 기계에 대한 호기심도 많으시다”라고 말했다. “전통시장이 카카오톡 채널과 같은 새로운 소통 방식으로 노년층과 상인들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편하고 좋은 시스템이 있다면 상인도 손님도 열심히 따라가 봐야죠.” 동아일보·중소벤처기업부·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공동기획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2-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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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못난이 김치로 중국산 김치 몰아낸다’ … 충북도의 유쾌한 반란

    “못 생겼지만 맛있는 김치가 왔어요, 왔어.”충청북도가 김장철을 맞아 ‘김치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상품성이 떨어지는 배추를 활용해 만든 ‘못난이 김치’의 첫 출하식이 열렸다. 1일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 김치제조업체 예소담에서 생산된 못난이 김치 300박스가 트럭에 실려 납품됐다. 이날 출하된 20t 물량의 못난이 김치는 충북도청 및 산하기관의 구내식당, 대한적십자사 등에 공급됐다. 못난이 김치는 제때 수확하지 못했거나 겉모양이 못생긴 배추를 사들여 김치제조업체들에서 제조하는 방식이다. 배추가격 폭락, 김장 기피 등으로 판로가 어려운 배추 재배 농가와 김치제조업체를 연결해 안정적인 생산 유통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이 충북도의 계획이다. 판매 가격은 시중에서 접하는 국산 김치보다 저렴하게 책정됐다. 못난이 포기김치는 10㎏ 3만 원, 맛김치는 10㎏ 2만 원 선이다.못난이 김치는 음식점 등 외식업체들에게 공급된다. 전국 식당으로 판로를 확대하기 위해 충북도는 지난달 말 한국외식업중앙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도내에서는 못난이 김치 생산을 반기는 곳이 많다. 농가는 미수확 배추의 판로를 확보할 수 있어 좋고, 식당은 일반 국산김치보다 저렴한 가격에 김치를 공급받을 수 있다. 김치제조업체들은 안정적인 주문량을 확보할 수 있다. 배추 수확 작업에 도시의 유휴인력을 영입해 활용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못난이 김치는 7월 민선8기 도지사로 당선된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취임 후 역점을 두는 사업이다. ‘못난이 김치’라는 브랜드명도 김 지사가 직접 고안했다. 김 지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충북 괴산군 등에서 열린 김장체험 행사에 참석했을 때 농가의 안타까운 현실을 접하고 가슴이 아팠다”며 “중국산 저가 김치의 공세를 막아내는 데 충북의 못난이 김치가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 지사는 김치의 정체성을 사수하고 농민들의 자존심을 살리자는 차원에서 못난이 김치 사업을 ‘김치 의병운동’이라고 명명했다. 국내 연간 김치 시장 규모는 84만9000t(2019년 기준)이며 중국산 김치가 시장의 36%를 차지하고 있다. 국산 김치 평균 생산원가는 1㎏ 2400원에서 상승 중이지만 중국산은 1㎏ 500원에서 지속 하락하고 있다. 충북도 관계자는 “일반 국산 김치에 비해 저렴하다는 것과 중국산 김치에 비해 맛과 위생이 뛰어나다는 것이 못난이 김치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충북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의 못난이 배추를 수거해 김치 제조에 활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못난이’를 브랜드화해서 김치뿐 아니라 다른 과일 채소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혀나갈 계획이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2-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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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딸의 꿈을 꺾은 딸바보 대통령이 있다?[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ey Naomi, it‘s Pop. I just called to say I love you. We just landed in Iowa. When you get a chance let me know where you are.”(나오미, 할아버지다. 사랑한다는 말하러 전화했다. 우리는 지금 막 아이오와에 도착했다. 시간 되면 지금 뭐하는지 알려다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손녀 나오미의 휴대전화에 남긴 음성 메시지입니다. 2020년 대선 때 나오미는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메시지들을 공개했습니다. 바쁜 유세 일정 중에도 손녀의 안부를 챙기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틈만 나면 손주들에게 보내는 문자 메시지는 “where are you?” 직역을 하자면 “너 어디 있니”이지만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지금 뭐해”라는 일상적인 안부의 의미로 쓰입니다. 가족과 냉랭한 관계였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 따뜻한 할아버지상을 부각시키려는 바이든 진영의 선거 전략은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7명의 손주들을 두고 있습니다. 부모의 빈자리를 대신해 손주들을 돌봐야 한다는 할아버지의 책임감이 있습니다. 젊은 시절 딸과 아내를 교통사고로 잃었고, 아들 중 한 명은 뇌종양으로 떠나보냈습니다. 다른 아들 한 명은 문란한 사생활로 바람 잘 날이 없습니다. 나오미의 언론 인터뷰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매일 저녁 10시 손주들이 집에 잘 들어왔는지 꼭 확인 전화를 돌리고 잠자리에 드는 습관이 있다고 합니다. 백악관 회의 중이라도 손주들로부터 전화가 오면 바깥으로 나와 통화를 합니다. “가족과의 짧은 대화를 기다려주지 못할 만큼 이 세상에 바쁜 일은 없다”는 것이 그의 신념입니다. 이렇게 손주들에게 찐사랑을 보내는 바이든 대통령이니 첫 손주 나오미가 결혼을 한다고 했을 때 백악관을 내주는 것은 당연합니다. 최근 나오미는 백악관 사우스론에게 약혼자 피터 닐과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대통령 가족의 백악관 결혼식을 두고 “공사 구분을 못한다”고 탓하는 국민들은 없습니다. 오히려 백악관에서 오랜만에 열린 경사스런 가족 이벤트를 축하해주는 분위기입니다. 대통령은 국정의 최고 운영자이지만 한 가족의 일원이기도 합니다. 미국 대통령들의 가족 사랑을 알아봤습니다.“Love is the chain whereby to lock a child to its parent.”(사랑이 자식을 부모와 묶어주는 사슬이 돼야 한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랐습니다. 농부이자 목수였던 아버지는 그가 책을 펼 때마다 일을 거들지 않는다고 혼냈습니다. 아버지가 학교를 못 다니게 하면서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링컨 대통령은 7세가 될 때까지 글을 읽지 못했습니다. 이후 독학으로 변호사가 됐고 정치인으로 성공했습니다. 서운함 때문에 아버지의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미국인들은 자녀 양육을 ‘hands’(손)로 표현합니다. 자녀 일에 열성적으로 관여하고 훈육하는 스타일을 ‘hands-on parents’(손을 움직이는 부모), 많은 자유를 주는 스타일을 ‘hands-off parents’(손을 떼는 부모)라고 합니다. 링컨 대통령은 ‘hands-off’ 스타일이었습니다. 링컨 대통령은 친구들에게 자주 이렇게 말했습니다. “It is my pleasure that my children are free, happy, and unrestrained by parental tyranny.” “내 아이들이 자유롭고 행복하고 거리낌 없이 자라는 것이 나의 기쁨이다”라고 했습니다. 현대 교육학자들은 “tyranny”(티러니)라는 단어에 주목했습니다. 부모의 관여를 “폭압”이라고 할 만큼 링컨 대통령은 자녀들에게 최대한의 자유를 허용했습니다. 자식을 혼내는 일도 없었습니다. 4명의 아들을 뒀던 링컨 대통령은 병과 사고로 2명을 잃었습니다. 남북전쟁 중에 7살짜리 막내아들 토머스가 백악관 식솔들을 동원해 전쟁 훈련을 하는 장난을 쳤습니다. 군부에서 떼를 써서 얻어온 진짜 총을 식솔들에게 나눠주고 사격 훈련을 시키고 보초를 서게 했습니다. 부인 메리 토드 여사가 아들을 따끔하게 혼내줄 것을 남편에게 부탁했지만 링컨 대통령은 허허 웃고 지나갔습니다. 역사학자 도리스 컨스 굿윈의 링컨 대통령 저서 ‘팀 오브 라이벌즈’(Team of Rivals)에 따르면 그는 부인에게 “사랑만이 자식을 부모와 묶어주는 사슬이 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chain’에는 자유를 구속하는 ‘족쇄’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링컨 대통령의 자유방임적 자녀관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그가 자라온 성장환경을 보면 이해가 된다는 것이 현대 교육학자들의 견해입니다.“Luci, if you don‘t have an opportunity to take advantage of all the education you can, you’ll never be your best.”(루시, 모든 교육의 기회를 누리지 못한다면 너는 최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없단다) 린든 존슨 대통령은 링컨 대통령처럼 자상한 부모는 아니었습니다. 대신 국정을 통한 산교육을 실천했습니다. 미국 현대사에 가장 중요한 법인 민권법이 둘째 딸 루시의 생일에 존슨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발효됐습니다. 존슨 대통령은 법안 서명식 날인 1964년 7월 2일 딸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백악관 메모지에 쓴 편지에서 “you have given us nothing but pride and pleasure”(너는 우리 부부에게 자부심이자 기쁨)라며 딸의 17세 생일을 축하했습니다. 이어 딸에게 들려주고 싶은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It doesn‘t matter what color you are. It doesn’t matter what your ethnicity is.” “이제 이 나라에서는 피부색이나 인종에 상관없이 법적 평등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는 내용입니다. 이어 나오는 “Luci, if you don‘t have an opportunity to take advantage of all the education you can, you’ll never be your best”라는 구절은 민권법의 의의를 가장 적절하게 설명한 대목으로 꼽힙니다. 존슨 대통령은 이듬해 민권법보다 진일보된 투표권법을 서명할 때는 아예 딸 루시가 서명식에 직접 참석해 역사의 현장을 지켜보도록 했습니다. “You’ll need a new nose, a lot of beefsteak for black eyes, and perhaps a supporter below.”(당신은 새로운 코가 필요할 것이다. 멍든 눈을 위한 비프스테이크와 아마 압박대도 필요할 것이다) 때로는 부모의 과한 사랑이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는 명언으로 유명한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hands-on’ 부모였습니다. 일본 원자폭탄 투하, 한국전쟁 참전 등 역사적 결정 때마다 냉정한 판단력을 보여줬던 그가 물불 안 가리고 흥분한 일이 있었으니 바로 딸 문제였습니다. 트루먼 대통령의 외동딸 마거릿은 소프라노 성악가였습니다.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등과 협연했고 TV 라디오에도 자주 출연했습니다. 트루먼 대통령은 마거릿을 정치행사에 데리고 다니며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기회를 줬습니다. 그럴 때마다 언론의 평가는 칭찬 일색이었습니다. 마거릿의 노래 실력이 좋기 보다는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이었습니다. 1950년 워싱턴포스트는 컨스티튜션 홀에서 열린 당시 26세의 마거릿의 독창회를 비판하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그녀의 모습은 매력적이었지만 노래는 잘 부르지 못했다. 평범한 실력으로 일관했고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딸에 대한 언론 기사를 열심히 모으던 트루먼 대통령은 이 기사를 보고 화를 주체하지 못했습니다. 기사를 쓴 기자에게 “당신을 가만 놔두지 않겠다”는 폭언의 편지를 보냈습니다. 코뼈를 부러뜨려 놓을 테니 ‘new nose’(새 코)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black eyes’(멍든 눈)를 치료하기 위해 비프스테이크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미국에는 상처 부위에 차가운 날고기를 얹어 붓기와 멍을 빼는 민간요법이 있습니다. 배에도 일격을 가할 것이기 때문에 ‘supporter’(압박대)를 차고 다니는 신세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가 보도 여부를 고민하는 사이 경쟁지 워싱턴타임스가 편지를 입수해 먼저 공개했습니다. 트루먼 대통령은 인기가 급락했고 1952년 재선 도전을 포기하는 데 원인을 제공했습니다. 딸을 위해 쓴 편지는 결국 딸을 음악에서 멀어지게 했습니다. 마거릿은 이후 배우로 전향했고 방송인, 작가 등으로도 활동했습니다.명언의 품격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10세, 7세 2명의 딸을 데리고 백악관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백악관에서 어린 두 딸을 키워야 하는 그는 한 가지 원칙을 세웠습니다. 중요한 외교 행사가 아니라면 저녁 식사는 가족과 함께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정치인들은 과연 이 원칙이 지켜질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습니다. 워싱턴은 저녁 시간에 막후 협상이 오가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오후 6시 사저로 칼퇴근해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면 가정적으로는 좋을지 몰라도 정치인으로서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규칙을 임기 8년 동안 지켰습니다. 보좌관이나 지인들도 대통령의 저녁 시간을 방해하지 않았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5년 해외 주둔 장병들을 위한 타운홀 미팅에서 저녁 식사 시간을 소개했습니다. 자녀들이 열중하기 쉬운 TV와 휴대전화를 멀리 하게 하고 대화를 한다는 내용입니다. “I’m a big believer in not getting the TV trays out and watching the Kardashians, You sit down, leave your cell phones somewhere else and we’ll have a conversation.”(나는 식사 때 TV를 켜고 카다시안을 시청해서는 안 된다고 믿는 열렬한 신봉자다. 우리 애들은 식사 테이블에 앉으면 휴대전화는 다른 곳에 둬야 한다. 우리는 대화를 할 것이다) ‘get the TV tray out’은 ‘TV 선반을 꺼내다,’ 즉 ‘TV를 켜다’는 뜻입니다. ‘Kardashians’는 미국 청소년들이 많이 시청하는 킴 카다시안 가족이 출연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Keeping Up With the Kardashians’(카다시안 가족 따라잡기)를 줄여서 부른 것입니다. 휴대전화를 수중에 지참하지 않고 다른 곳에 두고 올 때 ‘leave cell phone’이라고 합니다. 집에 두고 왔으면 “I left my cell phone at home”이라고 합니다. 식사를 하고 나온 음식점에 두고 왔으면 “at the restaurant”이 됩니다. 실전 보케 360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여사가 최근 두 번째 책을 펴냈습니다. 2018년 발간한 자서전 ‘Becoming’(비커밍)이 1700만권이 팔려나가는 대성공을 거둔 후 이번에 내놓은 책은 ‘The Light We Carry: Overcoming in Uncertain Times’(우리가 품은 빛: 불확실 시대의 극복)입니다. ‘비커밍’이 개인적인 성장 스토리 위주였다면 이번 책은 삶의 지혜를 알려주는 자기계발서 성격이 강합니다. 신작 홍보를 위해 북투어도 하고 언론 인터뷰도 열심히 하고 있는 미셸 여사는 두 딸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현재 24세, 21세인 두 딸은 독립해 로스앤젤레스에서 함께 살고 있습니다. 하버드대를 졸업한 첫째 말리아는 할리우드에서 작가로 활동 중이고 둘째 샤샤는 LA 소재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에 다닙니다. 미셸 여사는 최근 방송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They’ve got each other’s backs.”(애들은 서로 도우며 살고 있다) 한국말로 “백이 든든하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뒤에 든든한 보호막이 있다’는 뜻입니다. 영어도 비슷합니다. ‘back’은 명사로 쓸 때 ‘등’ ‘허리’를 뜻합니다. ‘버팀목’이라는 의미입니다. 곤경에 처한 상대를 도와주고 싶을 때 “don’t worry. I’ll get your back”이라고 합니다. “걱정 마. 내가 너의 등이 돼주겠다” “보호해주겠다”는 뜻입니다. 중간에 ‘on’이 들어가서 “get on your back”이 되면 “등에 올라타다“ 즉 “성가시게 굴다”라는 완전히 다른 의미가 됩니다. 상대가 귀찮게 굴면 ‘on’의 반대인 ‘off’를 써서 “get off my back!”(내 등에 떨어져!)이라고 하면 됩니다. 조금 다른 경우로 상대에게 다시 연락할 때 “get back to you”라는 합니다. 이 때는 ‘back’이 형용사로 ‘다시’라는 뜻입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1년 10월 18일 소개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손주 사랑에 대한 내용입니다. ▶2021년 10월 18일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군보좌관 진급식에 참석한 군 가족 자녀들에게 대통령 전용 헬기 ‘마린원’을 구경시켜 주는 장면이 화제가 됐습니다. “손자 손녀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할아버지 같다”는 평이 많았습니다.실제로 7명의 손자 손녀를 둔 바이든 대통령은 ‘손주 바라기’로 통합니다. 졸업식 입학식 운동경기 등에 열성적으로 참석하고 손주 전용 채팅방까지 마련한 신세대 할아버지입니다. “Anyone who wants to get to Joe Biden will have to get past us first.”(조 바이든에게 도달하려는 사람은 먼저 우리를 지나가야 한다) 손주 중 가장 나이가 많아 대장격인 나오미가 최근 트위터에 올린 글입니다. 갱들이 등장하는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 “보스를 만나려면 우리를 먼저 통과해야 돼”라는 대사가 나오죠. “할아버지 바이든은 우리 손주들이 호위무사처럼 지킨다”는 뜻입니다. ‘get past’는 ‘곁을 지나가다’ ‘통과하다’라는 의미입니다. “No matter your best-laid plans, reality has a way of intruding.”(너희가 어떤 훌륭한 계획을 세웠든 간에 현실이 방해하곤 할 것이다) 지난해 바이든 대통령은 나오미의 대학 졸업식에 축하 연사로 나서기도 했습니다. 축사의 한 구절입니다. “no matter (what) your best plans (are)”는 곳곳에 단어들이 생략됐습니다. ‘have a way of’는 ‘어떤 길을 가지다,’ 즉 ‘어떻게 되기 쉽다’라는 뜻입니다. 정치인의 연설이라기보다 할아버지가 자손에게 들려주는 “포기하지 말라”는 인생의 교훈이라고 봐야겠죠. “He likes to take a moment to take a breath, just like most people across the country do.”(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대통령도 숨을 쉬기 위한 시간을 가지고 싶어 한다) 워싱턴에서 국정을 돌보기보다 시간만 되면 델라웨어 집으로 달려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비판에 대한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의 대답입니다. ‘take a moment’와 ‘take a breath’라는 ‘take’와 관련된 중요한 표현 2개가 연달아 나옵니다. ‘take a breath’는 원래 ‘숨을 쉬다’라는 뜻이지만 여기서는 ‘한숨 돌리다’의 의미입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 2022-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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