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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소방 모범 구조대원’으로 선발된 한국 소방관들이 해외연수 중 사고를 목격하고 피해자를 구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3일 소방청에 따르면 2025년 소방 모범 구조대원으로 선발된 소방관 22명은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2일까지 체코, 슬로바키아에서 진행된 해외연수 과정에 참여했다. 이들은 연수 나흘째인 지난달 28일 숙소로 돌아가던 중 체코 브르노 시내에서 사고를 목격했다. 전동 휠을 타고 이동하던 중년 여성이 구조물에 걸려 넘어지면서 우측 팔꿈치와 양 손바닥에 심한 상처를 입고 한동안 움직이지 못한 것이다. 소방관들은 즉시 여성에게 달려갔다. 2차 사고를 막기 위해 현장 교통을 통제하고, 가지고 있던 약품과 드레싱 키트를 활용해 응급처치를 진행했다. 이들은 다친 여성에게 구급차 출동을 권유했으나, 여성은 “응급처치가 완벽하다”며 보호자인 딸에게 직접 연락했다. 소방관들은 여성이 보호자에게 인계되는 것을 확인하고 숙소로 복귀했다. 현장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이를 보고 “놀랄 만큼 질서정연하고 숙련된 대응이었다”고 전했다. 이 여성은 이 일을 잊지 않고 e메일로 자신의 근황과 감사 인사를 보냈다. 한국어로 번역해 보낸 e메일에는 “저를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절대 잊지 않고 언젠가 꼭 보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연일 이어지는 가뭄으로 강원 강릉의 대표 생활용수원인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3일 저수율은 13%대까지 추락하며 사실상 ‘바닥’을 드러냈다.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후 기준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13.9%로 전날보다 0.3%포인트 더 떨어졌다. 평년 같은 시기 평균 저수율(70% 안팎)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오봉저수지는 강릉시민 약 8만 명의 생활용수를 담당하는 핵심 저수지로, 가뭄이 길어질수록 시민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당국은 저수율 하락에 따라 비상 급수와 대체 수자원 투입으로 대응하고 있다. 지금까지 소방차 71대, 군 물탱크 70대 등 총 185대의 차량·장비를 동원해 오봉저수지와 홍제정수장 등에 6582t의 물을 공급했다. 더불어 2만1500t에 달하는 대체 용수를 확보해 생활용수로 돌리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 해결책이 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시민 불편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강릉시는 지난달부터 수도 계량기의 75%를 잠그는 강력한 제한 급수를 시행 중이다. 이에 따라 가정집에서는 샤워와 세탁을 미루거나 생수를 사다 먹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시내 공중화장실 47곳이 문을 닫았고, 수영장 3곳도 운영을 중단했다. 학교 밖 청소년지원센터 내 청소년 카페 2곳 역시 물 사용이 어려워 문을 닫았다.행정안전부와 환경부, 강원도, 강릉시 등이 참여한 ‘범정부 가뭄 대응 현장지원반’도 가동 중이다. 현장지원반은 가뭄 피해 실태를 조사하고, 용수 대책을 조율하며 추가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제한 급수와 비상 급수로 대응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신규 수원 개발과 시설 보강 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가뭄 피해는 강릉을 넘어 인근 지역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삼척시 역시 생활용수 부족으로 주민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삼척시에 따르면 도계읍과 원덕읍, 근덕면, 미로면, 노곡면 등 8개 읍면 22개 마을 442가구가 비상 급수 지원을 받고 있다. 이 지역 주민들은 그동안 지하수와 계곡물을 생활용수로 써왔으나, 가뭄이 장기화되면서 수원이 말라붙었다.삼척시는 소방차를 동원해 마을 공동 집수정에 물을 공급하고, 이를 각 가정으로 연결된 수도망에 흘려보내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직접 집집마다 공급하지는 못하지만, 공동 집수정을 활용해 최소한의 생활용수는 보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농업용수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어 하천 준설과 양수기 투입을 병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극심한 가뭄이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강릉과 삼척 등 동해안 지역은 지형적 특성상 강수 편차가 크고 댐이나 대형 저수지가 부족해 가뭄에 취약하다. 지역 내 안정적인 수자원 확보를 위한 장기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강릉=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아시아와 아랍권의 다채로운 문화를 만날 수 있는 성대한 축제가 열린다. 서울시는 2일 아시아·중동 관광객과 서울 시민이 함께 어우러지는 교류의 장 ‘살람서울 페스티벌’을 8, 9일 광화문광장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살람’은 아랍어로 ‘평화’를 뜻하는 인사말이다. 이번 행사는 서울시관광협회와 한국-아랍소사이어티재단이 서울시와 공동으로 주최한다. 한국뿐 아니라 이라크, 이집트 등 아시아·아랍 10개국이 참여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한층 더 가까워지는 교류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3회째 맞는 아·중동 문화 교류 축제올해로 3회째를 맞는 이번 축제는 서울 시민에게는 아·중동 문화를 소개하고, 아·중동 관광객에게는 한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모두가 빛나는 순간(A Moment to Shine)’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는 개막식과 패션쇼, 문화 교류 콘서트뿐 아니라 아·중동 국가 홍보 부스 등 지난해보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행사 첫날인 8일 오후 6시 30분 광화문광장 특설무대에서 열리는 개막식에는 구홍석 서울시 국제관계대사, 조태숙 서울시관광협회 회장, 주한 아·중동 대사들이 참석해 축하 메시지를 전한다. 샌드 퍼포먼스로 화려하게 막을 올린 뒤, K드라마 속 한복과 아·중동 전통 요소를 융합한 퓨전 한복 등 4막으로 구성된 패션쇼가 이어진다. 이어 이집트 국립 포트사이드 민속예술단이 전통 공연을 선보이고, 가수 테이와 박명수가 무대에 올라 K팝 무대를 꾸미며 한국과 중동 각국의 문화를 아우르는 다채로운 문화 교류 콘서트로 하루 일정을 마무리한다. 둘째 날인 9일에는 ‘2025 살람서울 하모니 스테이지’와 토크콘서트 ‘살람 잼(Salam Jam)’이 진행된다. 하모니 스테이지에서는 국악, 타악, 비보잉 등 7개 팀이 참여해 두 차례 공연을 펼치고, 살람 잼에서는 이집트 출신 방송인 새미 라샤드가 아랍권 문화를 소개하며 관람객과 함께하는 참여형 이벤트가 마련된다. 이틀간 광화문광장 곳곳에서는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쿠웨이트, 카타르, 이라크, 오만, 요르단, 수단, 사우디아라비아, 말레이시아 등 10개국이 참여하는 홍보존과 체험 부스가 운영된다. 이곳에서는 전통놀이와 히잡 색깔 찾기, 아·중동 메이크업 체험, 퓨전 한복 착용, 할랄·비건 화장품 전시, 아·중동 디저트 및 비건 푸드 시식, 각국의 수공예품 전시 등 풍성한 프로그램이 관람객을 맞는다. 홍보존 운영 시간은 8일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9일에는 낮 12시부터 오후 9시까지다.● 무슬림 관광 수요 겨냥 “다시 오고픈 서울로” 살람서울 페스티벌은 2023년 청계광장에서 처음 열린 뒤, 명실상부 서울을 대표하는 아랍권 문화 교류 행사로 자리 잡았다. 첫해 하루 일정으로 시작된 행사는 시민과 관광객의 호응 속에 매년 규모가 커졌고, 올해는 처음으로 이틀간 열리게 됐다. 행사 초창기에는 중동 관광객의 종교·문화적 특수성 때문에 수요에 맞는 콘텐츠를 구성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서울시관광협회와 한국-아랍소사이어티재단이 협력하면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관광 콘텐츠를 발굴했고, 덕분에 지난해 행사에서는 우리나라 전통의상 브랜드와 인도네시아 브랜드가 협업한 패션쇼, 튀니지 국립민속예술단의 전통 공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펼쳐져 큰 호응을 얻었다. 올해는 이러한 성원에 힘입어 지난해보다 더 풍성한 콘텐츠가 준비됐다. 서울시관광협회는 패션쇼, 문화 교류 콘서트 같은 메인 프로그램 외에도 아·중동 관광객이 편히 즐길 수 있도록 할랄 또는 비건 인증을 받은 민간기업을 발굴·유치해 행사 외연을 넓혔다. 한국-아랍소사이어티재단 역시 각국 홍보 부스를 유치하고 중동 전통 예술단을 초청해 행사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무슬림 인구가 증가하면서 관광 수요가 확대되는 가운데, 서울시는 ‘살람서울 앰배서더’, ‘살람서울 아카데미’ 등을 운영하며 아·중동 문화 이해와 인식 개선 사업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또한 아·중동 현지 관광업계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살람서울 팸투어’와, 국내 관광업체와 현지 여행사 간 비즈니스 미팅을 지원하는 ‘살람서울 매칭데이’를 통해 실질적인 협력과 네트워크 구축도 강화하고 있다. 서울시 관광체육국 관계자는 “앞으로도 서울시는 유관 기관 및 민간기업과 협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아·중동 관광객의 만족도를 높이고, 서울이 이들의 선호 관광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서울시가 8일 제3회 ‘살람서울 페스티벌’ 개막을 약 일주일 앞두고 막바지 준비에 바쁜 가운데, 구종원 서울시 관광체육국장(사진)은 2일 서면 인터뷰에서 “글로벌 도시로서 서울의 관광 브랜드 가치를 높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구 국장은 “관광객에게는 환대와 한국 문화 체험의 기회를, 시민에게는 낯선 아시아·중동 문화를 접하는 기회를 제공해 서울의 관광 브랜드 가치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또 구 국장은 서울시가 전 세계 20억 명이 넘는 무슬림 인구의 잠재적 관광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 국장은 서울시 복지기획관과 비서실장 등을 거친 뒤, 살람서울 및 관광 관련 실무를 주관하는 관광체육국의 총책임자를 맡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올해 행사에서 눈여겨봐야 할 프로그램을 소개해 달라.“첫날엔 패션쇼와 아·중동 문화 교류 콘서트, 둘째 날엔 토크 콘서트와 참여형 이벤트, ‘2025 살람서울 하모니 스테이지’가 열린다. 패션쇼는 한국 전통 디자인과 아·중동 전통 요소를 융합한 의상을 통해 ‘서울과 아·중동 문화의 화합’이라는 주제를 다룬다. 패션쇼가 끝나고 진행되는 아·중동 문화 교류 콘서트는 서로 다른 종교와 문화를 음악으로 연결한다는 취지로 작년부터 마련됐다. 작년엔 튀니지 국립민속예술단을 섭외했더니 반응이 아주 좋았다. 올해엔 이집트의 국립 포트사이드 민속예술단을 초청했다.”―국내 아·중동 관광 시장을 다룬 유일한 대규모 페스티벌인 ‘살람서울 페스티벌’이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가.“그동안 아·중동 관광객은 종교 문화적 특수성으로 인해 서울이라는 도시를 편하게 관광하고 즐기는 데 한계가 있었다. 아·중동 관광객에겐 따뜻한 환대와 한국 문화를 체험할 기회를, 시민들에겐 아·중동 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할 기회를 제공해 서로에 대한 이해와 긍정적 인식을 높이는 게 목표다. 서울시가 종교나 문화와 관계없이 모든 관광객이 안심하고 즐길 수 있는 글로벌 관광도시라는 점을 널리 알리고 싶다.”―아·중동 관광시장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시는 이와 관련해 어떤 정책을 추진 중인가.“무슬림 인구는 지난해 기준 약 20억 명으로,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에 이른다. 인구가 계속 증가하고, 자원이 풍부해 소비력도 높은 아·중동 관광객을 향후 서울 관광시장 다변화의 핵심 목표로 보고 있다. 서울시는 아·중동 관광객 유치를 위해 2020년부터 서울시관광협회와 함께 ‘서울 관광시장 다변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무슬림 관광객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할랄 식당인 ‘살람서울 레스토랑’을 발굴해 홍보하고 있으며, 관련 정보를 책자와 온라인 플랫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쉽게 확인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2025 살람서울 페스티벌을 방문할 아·중동 관광객과 시민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서울을 찾은 관광객이 따뜻한 환대 속에서 한국과 아·중동 문화를 직접 체험하길 바란다. 또 시민들에겐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지는 서울의 매력을 재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앞으로도 서울시는 모든 방문객이 ‘더 머무르고 싶고, 다시 찾고 싶은’ 글로벌 관광도시 서울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아시아와 중동의 다채로운 문화를 만날 수 있는 성대한 축제가 열린다.서울시는 2일 아시아·중동 관광객과 서울 시민이 함께 어우러지는 교류의 장 ‘살람서울 페스티벌’을 오는 8일부터 9일까지 광화문광장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살람’은 아랍어로 ‘평화’를 뜻하는 인사말이다. 이번 행사는 서울시관광협회와 한국-아랍소사이어티 재단이 서울시와 공동으로 주최한다. 한국뿐 아니라 이라크, 이집트 등 아시아·중동 10개국이 참여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한층 더 가까워지는 교류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3회째 맞는 아·중동 문화교류 축제올해로 3회째를 맞는 이번 축제는 서울 시민에게는 아·중동 문화를 소개하고, 아·중동 관광객에게는 한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모두가 빛나는 순간(A Moment To Shine)’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는 개막식과 패션쇼, 문화교류 콘서트뿐 아니라 아·중동 국가 홍보 부스 등 지난해보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됐다.행사 첫날인 8일 오후 6시 30분 광화문광장 특설무대에서 열리는 개막식에는 구홍석 서울시 국제관계대사, 조태숙 서울시관광협회 회장, 주한 아·중동 대사들이 참석해 축하 메시지를 전한다. 샌드 퍼포먼스로 화려하게 막을 올린 뒤, K-드라마 속 한복과 아·중동 전통 요소를 융합한 퓨전한복 등 4막으로 구성된 패션쇼가 이어진다. 이어 이집트 국립 포트사이드 민속예술단이 전통 공연을 선보이고, 가수 테이와 박명수가 무대에 올라 K팝 무대를 꾸미며 한국과 중동 각국의 문화를 아우르는 다채로운 문화교류 콘서트로 하루 일정을 마무리한다.둘째 날인 9일에는 ‘2025 살람서울 하모니 스테이지’와 토크콘서트 ‘살람 잼(Salam Jam)’이 진행된다. 하모니 스테이지에서는 국악, 타악, 비보잉 등 7개 팀이 참여해 두 차례 공연을 펼치고, 살람 잼에서는 이집트 출신 방송인 새미 라샤드가 아·중동 문화를 소개하며 관람객과 함께하는 참여형 이벤트가 마련된다.이틀간 광화문광장 곳곳에서는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쿠웨이트, 카타르, 이라크, 오만, 요르단, 수단, 사우디아라비아, 말레이시아 등 10개국이 참여하는 홍보존과 체험 부스가 운영된다. 이곳에서는 전통놀이와 히잡 색깔 찾기, 아·중동 메이크업 체험, 퓨전한복 착용, 할랄·비건 화장품 전시, 아·중동 디저트 및 비건푸드 시식, 각국의 수공예품 전시 등 풍성한 프로그램이 관람객을 맞는다. 홍보존 운영 시간은 8일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9일에는 낮 12시부터 오후 9시까지다.● 무슬림 관광 수요 겨냥 “다시 오고픈 서울로”살람서울 페스티벌은 2023년 청계광장에서 처음 열린 뒤, 명실상부 서울을 대표하는 중동 문화교류 행사로 자리잡았다. 첫해 하루 일정으로 시작된 행사는 시민과 관광객의 호응 속에 매년 규모가 커졌고, 올해는 처음으로 이틀간 열리게 됐다.행사 초창기에는 중동 관광객의 종교·문화적 특수성 때문에 수요에 맞는 콘텐츠를 구성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서울시관광협회와 한국-아랍소사이어티 재단이 협력하면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관광 콘텐츠를 발굴했고, 덕분에 지난해 행사에서는 우리나라 전통의상 브랜드와 인도네시아 브랜드가 협업한 패션쇼, 튀니지 국립민속예술단의 전통 공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펼쳐져 큰 호응을 얻었다.올해는 이러한 성원에 힘입어 지난해보다 더 풍성한 콘텐츠가 준비됐다. 서울시관광협회는 패션쇼, 문화교류 콘서트 같은 메인 프로그램 외에도 아·중동 관광객이 편히 즐길 수 있도록 할랄 또는 비건 인증을 받은 민간기업을 발굴·유치해 행사 외연을 넓혔다. 한국-아랍소사이어티 재단 역시 각국 홍보 부스를 유치하고 중동 전통 예술단을 초청해 행사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무슬림 인구가 증가하면서 관광 수요가 확대되는 가운데, 서울시는 ‘살람서울 앰버서더’, ‘살람서울 아카데미’ 등을 운영하며 아·중동 문화 이해와 인식 개선 사업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또한 아·중동 현지 관광업계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살람서울 팸투어’와 국내 관광업체와 현지 여행사 간 비즈니스 미팅을 지원하는 ‘살람서울 매칭데이’를 통해 실질적인 협력과 네트워크 구축도 강화하고 있다.서울시 관광체육국 관계자는 “앞으로도 서울시는 유관기관 및 민간기업과 협력을 지속 확대해 아·중동 관광객의 만족도를 높이고, 서울이 이들의 선호 관광지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서울시가 8일 제3회 ‘살람서울 페스티벌’ 개막을 약 일주일 앞두고 막바지 준비에 바쁜 가운데, 구종원 서울시 관광체육국장은 2일 서면 인터뷰에서 “글로벌 도시로서 서울의 관광 브랜드 가치를 높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구 국장은 “관광객에게는 환대와 한국 문화체험을, 시민에게는 낯선 아시아중동(아·중동) 문화를 접하는 기회를 제공해 서울의 관광 브랜드 가치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또 구 국장은 서울시가 전 세계 20억 명이 넘는 무슬림 인구의 잠재적 관광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 국장은 서울시 복지기획관과 비서실장 등을 거친 뒤, 살람서울 및 관광 관련 실무를 주관하는 관광체육국의 총책임자를 맡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올해 행사에서 눈여겨봐야 할 프로그램을 소개해 달라. “첫날엔 패션쇼와 아·중동 문화 교류 콘서트, 둘째 날엔 토크 콘서트와 참여형 이벤트, ‘2025 살람서울 하모니 스테이지’가 열린다. 패션쇼는 한국 전통 디자인과 아·중동 전통 요소를 융합한 의상을 통해 ‘서울과 아·중동 문화의 화합’이라는 주제를 다룬다. 패션쇼가 끝나고 진행되는 아·중동 문화교류 콘서트는 서로 다른 종교와 문화를 음악으로 연결한다는 취지로 작년부터 마련됐다. 작년엔 튀니지 국립 민속 예술단을 섭외했더니 반응이 아주 좋았다. 올해엔 이집트의 국립 포트사이드 민속예술단을 초청했다.”―국내 아·중동 관광시장을 다룬 유일한 대규모 페스티벌은 ‘살람 서울 페스티벌’이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그동안 아·중동 관광객은 종교문화적 특수성으로 인해 서울이라는 도시를 편하게 관광하고 즐기는 데 한계가 있었다. 아·중동 관광객에겐 따뜻한 환대와 한국 문화 체험을, 시민들에겐 아·중동 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할 기회를 제공해 서로에 대한 이해와 긍정적 인식을 높이는 게 목표다. 서울시가 종교나 문화와 관계없이 모든 관광객이 안심하고 즐길 수 있는 글로벌 관광도시라는 점을 널리 알리고 싶다.”―아·중동 관광시장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시는 관련해 어떤 정책을 추진 중인가.“무슬림 인구는 지난해 기준 약 20억 명으로,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에 이른다. 인구가 계속 증가하고, 자원이 풍부해 소비력도 높은 아·중동 관광객을 향후 서울 관광시장 다변화의 핵심 목표로 보고 있다. 서울시는 아·중동 관광객 유치를 위해 2020년부터 서울특별시관광협회와 함께 ‘서울 관광시장 다변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무슬림 관광객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할랄 식당인 ‘살람서울 레스토랑’을 발굴·홍보하고 있으며, 관련 정보를 책자와 온라인 플랫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쉽게 확인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2025 살람서울 페스티벌을 방문할 아·중동 관광객과 시민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서울을 찾은 관광객이 따뜻한 환대 속에서 한국과 아·중동 문화를 직접 체험하길 바란다. 또 시민들에겐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지는 서울의 매력을 재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앞으로도 서울시는 모든 방문객이 ‘더 머무르고 싶고, 다시 찾고 싶은’ 글로벌 관광도시 서울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보시는 전시품들은 모두 폐품으로 만들었어요. 한때 버려진 물건들이 작품으로 재탄생한 모습입니다.” 지난달 28일 오후 6시 서울 종로구 서울공예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에서 학예사의 설명에 관람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학예사가 가리킨 작품은 원형 장식구를 여러 줄로 꿰어 겹겹이 쌓아올린 원기둥 형태의 공예품이었다. 언뜻 고가의 장식품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바다에 떠다니는 부표 같은 해양 쓰레기를 모아 만든 작품이다. 전시를 찾은 한 시민은 “이미 수명을 다해 쓸모없다고 여겨진 물건에 새 생명이 불어나는 모습을 보니 기후위기 같은 인류 과제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폐품 활용한 공예품 등 친환경 전시·행사 서울시는 최근 폭염·폭우 등 이상기후가 일상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시민들이 예술을 통해 환경 문제를 성찰할 수 있도록 기후위기 대응과 자연 공존을 주제로 한 전시·행사를 잇따라 열고 있다. 단순한 전시를 넘어 시민 참여와 체험을 결합해, 멀게 느껴지는 기후 담론을 보다 생생하고 현실적으로 체감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이날 개막한 특별기획전 ‘물질-실천’에서는 해양 쓰레기를 비롯해 각종 폐품이 예술작품으로 탈바꿈했다. 흙과 먼지 등 무가치하게 여겨지던 재료들이 작가의 손길을 통해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폐신문지를 가공해 만든 벽돌 공예품, 심지어 인간의 소변을 유약으로 활용한 도자기까지 등장했다. 전시는 단순히 ‘재활용’ 차원을 넘어 버려진 것에서 새로운 의미를 끌어내고 환경 파괴와 사회 문제를 되돌아보게 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관람객들은 폐신문지, 유리병, 파손된 가구 등 일상 속에서 쉽게 버려지는 물건들로 만들어진 작품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며 감상했다. 오후 6시부터는 박물관 학예사와 참여 작가들이 직접 작품 설명에 나서 관람객들의 이해를 도왔다. 작품 뒤에 담긴 제작 과정과 작가의 고민을 듣는 순간, 관람객들은 단순히 ‘전시를 본다’는 차원을 넘어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체험을 했다. 김수정 서울공예박물관장은 “이번 전시는 물질문명의 위기 속에서 지속가능한 제작문화를 모색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시민들이 국내외 작가들의 창의적 실험을 통해 물질의 목소리를 듣고, 그 가능성을 직접 체감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자연 공존 가치 알려 서울시는 대학과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통해서도 자연 공존의 가치를 알리고 있다. 지난달 18∼27일 서울광장에서는 전국 26개 대학 건축학과 학생들이 참여한 ‘제14회 UAUS 파빌리온 기획전시’가 열렸다. 학생들은 나무, 벌집, 주상절리 등 자연의 생태 구조를 모방한 건축물을 선보였고, 시민들은 이를 감상하며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설계에 대해 고민했다. 또 일상에서 자연과의 공존을 체험할 수 있도록 생태공간 조성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달 마포구 노을공원에 설치된 공공미술작품 ‘새로운 지층’이 대표적이다. 발밑 지층이 지상으로 솟아오른 듯한 이 작품은 흙, 일곱 그루의 나무, 돌과 식물로 구성됐다. 시민들은 사방이 열린 파빌리온 구조물 안을 거닐며 공원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라 장소의 역사와 자연환경, 시민의 활용도를 아우르는 예술 공간으로 만들었다”며 “낮과 밤을 찾는 시민들에게 특별한 순간을 제공하는 작품으로 자리 잡길 기대한다”고 말했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보시는 전시품들은 모두 폐품으로 만들었어요. 한 때 버려진 물건들이 작품으로 재탄생한 모습입니다.”28일 오후 6시, 서울 종로구 서울공예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에서 학예사의 설명에 관람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학예사가 가리킨 작품은 원형 장식구를 여러 줄로 꿰어 겹겹이 쌓아올린 원기둥 형태의 공예품이었다. 언뜻 고가의 장식품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바다에 떠다니는 부표 같은 해양 쓰레기를 모아 만든 작품이다. 전시를 찾은 한 시민은 “이미 수명을 다해 쓸모없다고 여겨진 물건에 새 생명이 불어나는 모습을 보니 기후위기 같은 인류 과제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폐품 활용한 공예품 등 친환경 전시·행사서울시는 최근 폭염·폭우 등 이상기후가 일상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시민들이 예술을 통해 환경 문제를 성찰할 수 있도록 기후위기 대응과 자연 공존을 주제로 한 전시·행사를 잇따라 열고 있다. 단순한 전시를 넘어 시민 참여와 체험을 결합해, 멀게 느껴지는 기후 담론을 보다 생생하고 현실적으로 체감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이날 개막한 특별기획전 ‘물질-실천’에서는 해양 쓰레기를 비롯해 각종 폐품이 예술작품으로 탈바꿈했다. 흙과 먼지 등 무가치하게 여겨지던 재료들이 작가의 손길을 통해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폐신문지를 가공해 만든 벽돌 공예품, 심지어 인간의 소변을 유약으로 활용한 도자기까지 등장했다. 전시는 단순히 ‘재활용’ 차원을 넘어, 버려진 것에서 새로운 의미를 끌어내고 환경 파괴와 사회 문제를 되돌아보게 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관람객들은 폐신문지, 유리병, 파손된 가구 등 일상 속에서 쉽게 버려지는 물건들로 만들어진 작품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며 감상했다. 오후 6시부터는 박물관 학예사와 참여 작가들이 직접 작품 설명에 나서 관람객들의 이해를 도왔다. 작품 뒤에 담긴 제작 과정과 작가의 고민을 듣는 순간, 관람객들은 단순히 ‘전시를 본다’는 차원을 넘어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체험을 했다. 김수정 서울공예박물관장은 “이번 전시는 물질문명의 위기 속에서 지속가능한 제작문화를 모색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시민들이 국내외 작가들의 창의적 실험을 통해 물질의 목소리를 듣고, 그 가능성을 직접 체감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자연 공존 가치 알려서울시는 대학과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통해서도 자연 공존의 가치를 알리고 있다. 지난달 27일까지 서울광장에서는 전국 26개 대학 건축학과 학생들이 참여한 ‘제14회 UAUS 파빌리온 기획전시’가 열렸다. 학생들은 나무, 벌집, 주상절리 등 자연의 생태 구조를 모방한 건축물을 선보였고, 시민들은 이를 감상하며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설계에 대해 고민했다.또 일상에서 자연과의 공존을 체험할 수 있도록 생태공간 조성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달 마포구 노을공원에 설치된 공공미술작품 ‘새로운 지층’이 대표적이다. 발밑 지층이 지상으로 솟아오른 듯한 이 작품은 흙, 일곱 그루의 나무, 돌과 식물로 구성됐다. 시민들은 사방이 열린 파빌리온 구조물 안을 거닐며 공원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라 장소의 역사와 자연환경, 시민의 활용도를 아우르는 예술 공간으로 만들었다”며 “낮과 밤을 찾는 시민들에게 특별한 순간을 제공하는 작품으로 자리 잡길 기대한다”고 말했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반려동물이 생전 여러분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떠올려 보세요. 먼저 떠나간 그 아이들도 우리가 행복하게 살길 바라지 않을까요.”26일 오후 4시 서울 관악구청 지하 1층 일자리지원센터. ‘아름답게 이별할 준비’ 프로그램 강사로 연단에 선 변성원 한국동물교감치유학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자리에 앉은 10여 명의 수강생은 강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 적었다.이날 강의장을 찾은 수강생 대부분은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경험이 있는 반려인이었다. 이들은 변 회장의 요청에 따라 옆 사람과 눈을 맞추며 서로의 감정을 공감하는 훈련을 했다. 변 회장은 “반려동물에 대한 자신의 태도와 감정을 솔직하게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반려동물에게 직접 편지를 쓰고 내용을 소리 내어 읽기 시작하자 눈시울을 붉히며 고개를 떨구는 이들도 있었다.반려 인구가 1500만 명을 넘어서고 반려동물도 엄연한 가족이라는 인식이 커지면서, 반려동물과 건강한 이별을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갑작스러운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해 우울감에 시달리는 ‘펫로스(Pet Loss) 증후군’을 앓게 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서울을 비롯한 지방자치단체들은 작별을 미리 준비하고 슬픔을 건강하게 극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관악구가 마련한 ‘아름답게 이별할 준비’ 프로그램은 펫로스 증후군을 앓거나 그 위험이 있는 주민을 대상으로 했다. 펫로스 증후군은 반려동물의 죽음으로 인해 우울이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가 1년 이상 이어지면서 심리적 고통을 받는 경우를 말한다. 일시적인 상실감은 자연스러운 반응이지만, 이것이 1년이 넘게 이어지며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는 경우 펫로스 증후군을 의심해 볼 수 있다. 관악구는 이를 예방하고 빠른 치유를 돕기 위해 펫로스 증후군의 이해, 예방을 위한 자가 관리법, 맞춤형 면담 등을 프로그램에 포함했다.다른 지자체도 반려인의 건강한 이별을 돕기 위해 나서고 있다. 강서구는 다음 달 17일 자치구 최초로 ‘반려동물 장례 견학’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반려동물의 장례 절차와 추모 방법 등을 미리 체험해 갑작스러운 이별에도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참가자들은 인천 서구에 있는 전문 반려동물 장례식장에 방문해 전문가의 해설과 함께 장례 절차를 견학한다.서울시 평생학습포털 ‘서울배움e’에서는 무료 온라인 강좌를 통해 ‘반려동물 장례 절차 및 펫로스 대처법’을 배울 수 있다. 서울뿐 아니라 전국 지자체도 비슷하게 반려동물과의 이별을 지원하는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부산 해운대구와 강원 원주시는 경제적 여력이 부족한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반려동물의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장례비를 일부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반려동물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황망함을 겪은 반려인들은 이런 과정이 치유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한 달 전 반려견을 잃고 펫로스 증후군 예방 프로그램에 참가한 채모 씨(34)는 “갑작스럽게 사랑하는 강아지를 잃은 충격에 한동안 자책하고 원망하며 밤을 새웠다. 안타깝게 생각한 친구가 이 프로그램을 추천해줬다”면서 “생전의 좋은 기억들을 떠올리고, 같은 경험을 나눈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니 조금은 위로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29일 낮 12시 반 서울 서초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센터 제1전시관. ‘전통주 빚기 원데이 클래스’ 체험이 한창이었다. 30명이 넘는 참가자들이 테이블에 오른 증류주를 칡, 오가피나무, 솔잎 등 약초 재료들이 담긴 병에 담았다. 5분이 채 되지 않아 약초들이 우러나며 병이 갈색으로 변했다. 이날 체험은 충청의 명주 ‘노산춘주’의 전승자인 이미리 농업회사법인 ‘노산춘’ 대표가 직접 안내했다. 노산춘주는 조선시대 때부터 내려오는 충청권의 대표적 전통주 중 하나다. 대전지역 특산주로 지정되어 있다. 참가자들은 이 대표로부터 전통주의 역사와 이야기를 들으며 직접 술을 빚고, 깊은 맛을 경험했다. 이날 개막한 ‘2025 A FARM SHOW(에이팜쇼)―창농·귀농 고향사랑 박람회’ 첫날엔 전통주 체험뿐 아니라 특산품 쇼핑, 귀농·귀촌 등 지역에 관한 다양한 정보와 체험이 준비됐다. 방문객들은 평소 몰랐던 전국 각지의 매력을 깨닫고 농촌과 농업이 더 친근해졌다고 말했다. 3층에 있는 제2전시관에서는 ‘에이팜 마켓’이 진행됐다. 에이팜 마켓은 전국 각지에서 직접 만든 우수한 농산물과 특산품을 저렴하게 만나볼 수 있는 장터다. 충북 괴산군의 꿀, 강원도의 인삼 등 지역 농산물로 만든 다양한 ‘K가공식품’을 구매하려는 방문객들로 붐볐다. 이날 지리산 국화차로 만든 티백을 구매한 방문객 김현진 씨(31)는 “서울에서 전국의 유기농 식품들을 구경할 수 있어서 좋다. 평소 차를 내려 마시는 게 취미여서 한 봉지 샀다”고 말했다. 귀농과 귀촌 정보를 제공하는 설명회와 부스도 마련됐다. 이날 오후 3시부터 제1전시관에서는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농정원)에서 주최하는 ‘귀농귀촌 설명회’가 열렸다. 귀농·귀촌 지망생 70여 명이 참석해 최민규 농촌공간 대표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최 대표는 “충동적인 귀농·귀촌보다는 수개월에서 1년여의 충분한 시간을 공부하고 실천해야 성공 확률이 높다”고 강조했다. 전남도, 경북도 등 총 59개의 지자체가 부스를 마련한 ‘희망정보관’에서는 귀농·귀촌을 탐색하는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상담을 받고 있었다. 일부 부스에서는 지역 명물을 직접 만드는 체험이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이날 충남 부스에서 관광 명물인 ‘쌀겨조물락 비누’를 직접 만들어 본 주부 조인숙 씨(42·서울 강남구)는 “부모님이 귀농에 관심이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한번 와봤는데, 다양한 체험이 준비돼 있어 즐겁다”며 “나중에 여력이 되면 귀농을 해볼까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오세훈 서울시장이 민생회복 소비쿠폰 재원 부담과 관련해 “정부가 지방채를 내서 재원 마련을 하라고 하면 지자체장의 재정운영 철학을 짓밟는 것”이라고 반발했다.오 시장은 29일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서 윤영희 국민의힘 시의원의 관련 질의에 “그동안 서울시가 허리띠를 졸라매 부채를 줄여왔는데 한꺼번에 민생소비쿠폰 발행하느라 3500억 원 부채를 지라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서울시는 앞선 1차 소비쿠폰 지급에서 3500억 원을 시비로 부담했고, 같은 규모의 지방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서울시의 국고 보조율은 75%로, 타 시도가 90%를 적용받는 것과 비교해 낮다.오 시장은 “소비쿠폰을 위해 채권을 발행하고 빚을 낸다면 누가 들어도 우려할 만한 일”이라며 “지방채를 발행하려면 지방재정법 개정이 필요한데 아직 행안위 소위를 통과한 단계라, 당장 재원이 필요하다 보니 편법까지 동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난관리기금을 활용하는 것인데, 지방채를 발행해 재난관리기금에 넣고 이를 통합재정안정화기금으로 돌려쓰겠다는 것”이라며 “집권 초 선심성 정책을 위해 재난관리기금을 우회 통로로 쓰는 게 과연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그는 또 “(이재명) 대통령께도 이번에는 협조하겠으나 추후 반복되면 서울시는 협조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직접 말했다”며 “(소비쿠폰이) 경기부양 효과가 있는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해도 부담을 지자체에 떠넘기는 것은 매우 잘못된 행태”라고 비판했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인정보위)가 해킹으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한 SK텔레콤에 1348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개인정보위가 부과한 과징금 중 역대 최대 규모로, 2022년 구글과 메타에 부과된 1000억 원보다 많다. 개인정보위는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본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개인정보보호 법규를 위반한 SK텔레콤에 과징금 1347억9100만 원과 과태료 960만 원을 각각 부과했다”고 밝혔다. 과징금은 법 위반으로 얻은 경제적 이익을 환수하기 위한 행정제재금이고, 과태료는 신고·통지 등 절차상 의무 위반에 대해 부과되는 행정상의 벌금성 제재다. 개인정보위 조사 결과, 4월 18일 SK텔레콤의 핵심 인증 서버(HSS)에 해커가 침투했다. 이로 인해 SK텔레콤의 LTE·5G 전체 이용자 2324만여 명의 전화번호와 유심 인증키(Ki) 등 주요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건수로는 2696만 건에 달한다. 고학수 개인정보위 위원장은 “제재 수위를 정할 때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하게 되는데, 이번 사안은 위원회 내부에서도 ‘매우 중대하다’는 의견이 모였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이날 개인정보위 결정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있다”면서도 “조사와 의결 과정에서 회사의 조치와 입장을 충분히 소명했음에도 결과에 반영되지 않아 아쉽다”고 밝혔다. SK텔레콤 측은 과징금 규모가 과도하다며 행정 소송 제기를 검토 중이다.개보위 “보안허술 장기간 방치”… SKT “과징금 과도 행정소송 검토”일각 “매출기준 최대 3000억 과징금”개보위 “정보유출 무관 부분 제외해”업계 “과도한 제재, 역효과 낳을수도”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SK텔레콤의 개인정보 관리가 심각하게 미흡했다고 판단해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특히 피해를 사전에 막을 수 있었음에도 장기간 방치한 책임이 크다고 판단했다.28일 개인정보위 발표에 따르면 SK텔레콤은 국내외 인터넷망과 사내망을 동일한 네트워크로 운영해 외부에서 가입자식별번호(IMSI) 같은 내부 정보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고, 유심 복제 등에 쓰일 수 있는 민감 정보를 암호화하지 않았다. 또 해커가 악성코드(BPFDoor)를 설치할 때 악용한 운영체제(OS)에 대해 보안 업데이트나 백신 프로그램도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기술적·관리적 보호 조치 미비가 과징금 부과의 근거다.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인지한 뒤에도 이용자에게 법정 기한 내 통지하지 않은 점은 과태료 처분 사유가 됐다. SK텔레콤은 4월 19일경 유출 사실을 확인했지만, 법에서 정한 72시간 내 피해자에게 알리지 않았다. 개인정보위가 즉시 통지를 요구했음에도 7월 28일이 돼서야 ‘유출 확정’ 사실을 통보했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은 수개월 동안 개인정보 유출 사실조차 알지 못한 채 2차 피해에 노출될 위험에 놓였다. 이에 개인정보위는 과징금과 과태료 외에도 재발 방지를 위한 시정 명령과 개선 권고를 내렸다.앞서 일각에선 SK텔레콤의 지난해 매출액 12조7000억 원을 기준으로 과징금이 최대 3000억 원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에 대해 개인정보위는 “과징금 산정 시 전체 매출이 아닌 위반 행위와 무관한 매출을 제외한 금액을 기준으로 한다”며 “법인 고객 매출과 회사 간 정산액 등을 제외해 차이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SK텔레콤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모든 경영 활동에서 개인정보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삼고 고객 정보 보호 강화를 위해 만전을 기하겠다”며 “향후 개인정보위 의결서 수령 후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대응 방안을 정하겠다”고 밝혔다.다만 SK텔레콤 측은 과징금 규모가 과도하다며 행정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 통신분쟁조정위원회의 해지 위약금 전면 면제 결정도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선 과징금 규모의 적정성을 두고 논란이 이어졌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기업에만 책임을 묻는 과도한 제재는 오히려 해킹 사고를 숨기고 신고를 기피하게 만드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이번 제재 확정으로 개인정보위에 접수된 분쟁조정 신청 처리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까지 집단 분쟁조정 신청은 3건, 약 2025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개인 분쟁조정 신청은 610여 건에 이른다. 조사 진행으로 중단됐던 분쟁조정 절차는 제재 확정에 따라 곧 재개될 예정이다. 한편 개인정보위는 다음 달 초 대규모 정보처리자의 개인정보 보호·보안 투자 확대와 인센티브 체계 개편을 포함한 ‘개인정보 안전관리체계 강화 종합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인정보위)가 해킹으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일으킨 SK텔레콤에 1347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개인정보위가 부과한 과징금 중 역대 최대 규모로, 2022년 구글과 메타에 부과된 1000억 원보다 많다.개인정보위는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본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개인정보보호 법규를 위반한 SK텔레콤에 과징금 1347억9100만 원과 과태료 960만 원을 각각 부과했다”고 밝혔다. 과징금은 법 위반으로 얻은 경제적 이익을 환수하기 위한 행정제재금이고, 과태료는 신고·통지 등 절차상 의무 위반에 대해 부과되는 행정상의 벌금성 제재다.개인정보위 조사 결과, 4월 18일 SK텔레콤의 핵심 인증 서버(HSS)에 해커가 침투했다. 이로 인해 SK텔레콤의 LTE·5G 전체 이용자 2324만여 명의 전화번호와 유심 인증키(Ki) 등 주요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건수로는 2696만 건에 달한다. 고학수 개인정보위 위원장은 “제재 수위를 정할 때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하게 되는데, 이번 사안은 위원회 내부에서도 ‘매우 중대하다’는 의견이 모였다”고 설명했다.SK텔레콤은 이날 개인정보위 결정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있다”면서도 “조사와 의결 과정에서 회사의 조치와 입장을 충분히 소명했음에도 결과에 반영되지 않아 아쉽다”고 밝혔다. SK텔레콤 측은 과징금 규모가 과도하다며 불복 소송 제기를 검토 중이다. 개인정보위는 SK텔레콤의 개인정보 관리가 심각하게 미흡했다고 판단해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특히 피해를 사전에 막을 수 있었음에도 장기간 방치한 책임이 크다고 판단했다.28일 개인정보위 발표에 따르면 SK텔레콤은 국내외 인터넷망과 사내망을 동일한 네트워크로 운영해 외부에서 가입자식별번호(IMSI) 같은 내부 정보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고, 유심 복제 등에 쓰일 수 있는 민감 정보를 암호화하지 않았다. 또 해커가 악성코드(BPFDoor)를 설치할 때 악용한 운영체제(OS)에 대해 보안 업데이트나 백신 프로그램도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기술적·관리적 보호조치 미비가 과징금 부과의 근거다.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인지한 뒤에도 이용자에게 법정 기한 내 통지하지 않은 점은 과태료 처분 사유가 됐다. SK텔레콤은 4월 19일경 유출 사실을 확인했지만, 법에서 정한 72시간 내 피해자에게 알리지 않았다. 개인정보위가 즉시 통지를 요구했음에도 7월 28일이 돼서야 ‘유출 확정’ 사실을 통보했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은 수개월 동안 개인정보 유출 사실조차 알지 못한 채 2차 피해에 노출될 위험에 놓였다. 이에 개인정보위는 과징금과 과태료 외에도 재발 방지를 위한 시정 명령과 개선 권고를 내렸다.앞서 일각에선 SK텔레콤의 지난해 매출액 12조7000억 원을 기준으로 과징금이 최대 3000억 원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에 대해 개인정보위는 “과징금 산정 시 전체 매출이 아닌 위반 행위와 무관한 매출을 제외한 금액을 기준으로 한다”며 “법인 고객 매출과 회사 간 정산액 등을 제외해 차이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SK텔레콤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모든 경영 활동에서 개인정보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삼고 고객 정보 보호 강화를 위해 만전을 기하겠다”며 “향후 개인정보위 의결서 수령 후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대응 방안을 정하겠다”고 밝혔다.다만 SK텔레콤 측은 과징금 규모가 과도하다며 불복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 통신분쟁조정위원회의 해지 위약금 전면 면제 결정도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선 과징금 규모의 적정성을 두고 논란이 이어졌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기업에만 책임을 묻는 과도한 제재는 오히려 해킹 사고를 숨기고 신고를 기피하게 만드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이번 제재 확정으로 개인정보위에 접수된 분쟁조정 신청 처리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현재까지 집단 분쟁조정 신청은 3건, 약 2025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개인 분쟁조정 신청은 610여 건에 이른다. 조사 진행으로 중단됐던 분쟁조정 절차는 제재 확정에 따라 곧 재개될 예정이다. 한편 개인정보위는 다음 달 초 대규모 정보처리자의 개인정보 보호·보안 투자 확대와 인센티브 체계 개편을 포함한 ‘개인정보 안전관리체계 강화 종합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

26일 오전 11시,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디자인랩 3층 전시관. 100평 남짓한 공간의 불이 순간적으로 꺼졌다. 관람객 10여 명이 숨을 죽이고 벽을 응시했다. 칠흑 같은 암전 속에서 천장에 설치된 레이저 포인터가 번쩍이며 빛줄기를 쏘아 올리자, 인공지능(AI)이 구현한 가상의 인물 얼굴이 파노라마처럼 벽면 가득 펼쳐졌다. 이어 144개의 크리스털 구슬이 매달린 스틱들이 불규칙하게 흔들리며 반짝임을 반사하며 유리 파도가 이는 듯한 장관을 만들어냈다.● AI와 빛이 결합한 예술 실험 이 작품은 현재 DDP에서 열리고 있는 ‘스펙트럴 크로싱스(Spectral Crossings)’ 전시의 메인 설치물이다. 빛과 AI, 움직임을 결합해 예술과 기술의 경계를 시험하는 실험적 전시로, 관람객에게는 단순한 시각적 경험을 넘어 몰입적 체험을 제공한다. 전시를 본 한 시민은 “AI와 미디어 같은 첨단기술이 빛과 유리라는 전통적 소재와 어우러진 모습이 신기하고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11월 16일까지 무료로 열려 시민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다. 미디어 아트는 과학기술과 매체를 접목해 관객과 상호작용하는 예술 형태다. 이번 전시의 작가 그룹 더스웨이(The Sway)는 세계적 영화감독 장이머우와 협업했던 기술·예술 융합팀으로,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막식 등 대형 행사에서 작품을 선보여 주목받았다. 서울시는 이번 전시를 통해 세계적 아티스트뿐 아니라 신진 작가들에게도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시민들의 문화 감수성과 이해도를 높이고자 했다. 서울시는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미디어 아트를 서울 전역에 확산할 계획이다. 28일에는 DDP에서 ‘서울라이트 DDP 2025 가을’이 막을 올린다. 이번 축제는 다음 달 7일까지 열린다. 대만 아티스트 아카 창의 레이저 공연과 오프닝 퍼포먼스로 개막 분위기를 띄운다. 이어 프랑스 개념미술가 로랑 그라소 등 국내외 예술가들이 참여하는 미디어 파사드 공연이 시민들의 눈길을 끌 예정이다. 이외에도 다음 달 1일부터 19일까지는 명동 신세계스퀘어와 광화문 코리아나호텔 외벽 광고물에 국내 작가들의 미디어 아트 작품이 상영된다. 세계적 아트페어 ‘키아프(Kiaf)’와 협력해 기획된 전시로, 일상 공간 속에서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미디어 아트를 접할 수 있도록 꾸몄다.● 청년 예술가 지원 확대… 오픈AI와 협력 서울시는 청년 미디어 아티스트 지원에도 힘을 쏟고 있다. 서울디자인재단은 최근 한국 지사를 설립한 오픈AI(OpenAI)와 손잡고 차세대 예술가들을 지원하고 있으며 전시 기회 확대, 지원금 제공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차강희 서울디자인재단 대표이사는 “신진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시민들이 다양한 예술과 첨단기술이 어우러진 작품을 경험하도록 함으로써 문화 감수성과 이해도를 높이고 있다”며 “예술 생태계의 성장과 시민 문화 향유 기회의 확대라는 공공적 가치를 함께 지향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다음 달 서울 도심이 문화와 예술이 숨 쉬는 거대한 전시장으로 변신한다. 세계적 명성을 지닌 아트·디자인 페어부터 패션·뷰티·건축 축제까지, 한국 문화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가 연이어 열린다. 서울시는 9월 한 달 동안 ‘디자인 마이애미 인 시추(Design Miami. In Situ)’를 비롯해 국내 최대 아트페어 ‘키아프 서울(KIAF SEOUL)’과 ‘프리즈 서울(Frieze Seoul)’,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등 굵직한 행사가 줄줄이 개최된다고 26일 밝혔다. 세계적인 디자인 페어인 ‘디자인 마이애미 인 시추’는 서울에서 아시아 최초로 열린다. 미국 외 도시에서는 3년 전 파리에 이어 두 번째다. 런던, 뉴욕, 파리 등에서 활동하는 글로벌 디자인 갤러리 16곳과 국내외 디자이너·작가 70여 명이 참가해 17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행사는 9월 1일부터 14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이간수문전시장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이어 9월 3일부터 강남구 코엑스에서는 국내 최대 아트페어인 ‘키아프 서울’과 ‘프리즈 서울’이 동시에 막을 올린다. 올해 키아프 서울에는 20여 개국 175개 갤러리, 프리즈 서울에는 30여 개국 120여 개 갤러리가 참여한다. 도시 건축 축제인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도 9월 26일 개막해 54일간 이어진다. 종로구 열린송현녹지광장과 중구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일대에서 열리며, 세계적 디자이너 토머스 헤더윅이 총감독을 맡아 관심을 모은다. DDP에서는 이달 28일부터 9월 14일까지 대형 설치 작품을 선보이는 ‘디자인&아트’가 펼쳐진다. 올해는 프랑스 키네틱 아티스트 뱅상 르루아, 호주의 인터랙티브 아트 스튜디오 이너스가 참여한다. 같은 날 개막하는 ‘서울라이트 DDP 가을’, ‘DDP 스페셜 투어’, ‘서울뷰티위크’도 시민들에게 다채로운 문화 체험 기회를 제공한다. 또 9월 1일부터 7일까지는 25회를 맞은 ‘2026 S/S 서울패션위크’가 DDP와 도심 곳곳에서 진행된다. 늦여름과 초가을, 서울 도심은 세계적인 문화·예술 축제로 한층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전망된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서울시가 금융투자협회와 손잡고 핀테크(금융기술) 전문인력 양성에 나선다. 서울시는 26일 ‘제13기 서울핀테크 아카데미’ 교육생 모집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모집은 다음 달 22일까지 진행되며, 전 과정은 무료다. 서울핀테크 아카데미는 서울시와 금융투자협회 금융투자교육원이 공동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 금융권 현장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실무 중심 교육을 제공한다. 커리큘럼은 핀테크 기반의 공통 모듈과 은행·증권·보험 등 업권별 심화 트랙으로 구성돼 전문 인력 수요에 대응한다. 특히 마이데이터 2.0, 인공지능(AI), 챗GPT 등 최신 핀테크 트렌드를 반영한 교육 과정을 마련해 차세대 핵심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다. 금융 및 핀테크 기업 재직자는 물론이고 대학(원)생, 취업준비생, 예비창업자 등 핀테크 산업에 관심 있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교육은 10월 17일부터 12월 6일까지 8주간 진행되며, 매주 금요일 저녁과 토요일 낮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에서 열린다. 신청은 26일 오전 9시부터 다음 달 22일 오후 3시까지 금융투자교육원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어렵게 입사한 선배들이 낮은 급여와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걸 보니까 ‘내가 굳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서울 송파구에 사는 취업준비생 김진호 씨(29)는 2년간 준비했던 공무원 시험을 지난해 포기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 씨는 “아무리 시민을 위해 봉사하는 일이라지만, 요즘은 일에서 최소한의 비전과 동기를 찾으려 하는데 공무원직에는 그런 것도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민간기업 인턴으로 일하며 정규직 입사를 준비 중이다.● 4년 새 31만3000→12만9000명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 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다. 불과 4년 전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그쳤다. 한때 50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청년층의 ‘워너비’ 직장이던 공무원직이 이제는 사기업과 전문직에 밀려 비선호 직종으로 전락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 5월 기준 20∼34세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일반직 공무원(7, 9급·경찰 소방 군무원 포함)을 준비하는 청년은 12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15만9000명)보다 3만 명 줄었다. 2021년(31만3000명)과 비교하면 절반도 안 되는 수치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7년(30만6000명) 이후 최저다. 청년층의 ‘고시·전문직 준비생’ 역시 4년 연속 감소세다. 행정고시 등 5급 공채와 변리사, 회계사 등 전문직 시험 준비생도 같은 기간 21만5000명에서 8만1000명으로 줄었다. 반면 일반 기업체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은 같은 기간 4만 명 가까이 늘었다. 공무원 지원자 감소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격무에 비해 낮은 보수가 꼽힌다. 2025년 기준 9급 공무원 초임 기본급(1호봉)은 약 200만 원 수준이다. 여기에 수당을 더해도 총보수는 민간기업 신입 평균(20대 후반 기준 월 300만 원대)보다 한참 낮다. 인사혁신처가 지난해 공무원 2만7000여 명을 대상으로 공무원 지원 감소 원인 등을 설문 조사한 결과, ‘민간에 비해 낮은 보수 때문’이란 응답이 88.3%에 달했다. 한 정부 부처 관계자는 “초임 사무관도 밤샘 근무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업무량에 맞는 보상이 없어 후배에게 일을 시킬 때도 미안하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5급 공채 재경직 수석 합격자가 법학전문대학원에 합격해 퇴사하는 등 이탈 사례가 이어졌다.● “겸직 허용 등 자율성 강화 필요” 과거 공무원의 장점으로 꼽히던 ‘철밥통’과 ‘워라밸’도 옛말이 됐다. 인구 감소로 청년 확보 경쟁이 치열해진 민간기업들이 공무원 못지않은 복지를 제공하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다. 자기 계발과 성장 기회를 중시하는 MZ세대 성향과 맞지 않는 경직된 조직 문화도 매력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인사 적체 역시 고질적인 문제다. 다른 부처 관계자는 “승진이 지연되면 협업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크고, 후배 기수에게 하대받는 일도 생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직 매력도를 높이려면 시대 변화에 맞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준모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자율성을 중시하는 청년들의 관점에서는 다양한 기회와 역동성을 제공하는 사기업이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며 “일본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반 공무원에게 겸직 허용 범위를 넓힌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무원의 질적 저하는 결국 공적 서비스의 질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단순히 충성심에 기대기보다 제도와 시스템을 바꾸는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지역 하면 ‘시골’이라는 인식이 많았어요. 하지만 청년 11명이 스마트팜을 운영하는 지금은 청년들이 찾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홍성 청년마을 ‘집단지성’에서 컨설팅 업체 ‘초록코끼리’를 운영하는 김만이 씨(36)의 말이다. 과거 충남 홍성군 홍성읍 문화로 일대는 홍성고로 통하던 ‘홍고통 거리’로 불리던 대표 도심이었지만 신도시 개발로 인구가 빠지며 상권이 쇠퇴했다. 현재는 달라졌다. 골목에는 노트북으로 일하는 청년과 커피 향이 풍기는 공유라운지가 자리 잡았다. 스타트업 사무실만 10곳이 넘고 인공지능(AI), 스마트팜, 지속 가능 식품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실험되는 창업 거점으로 변모했다. 점심시간이면 로컬 식당과 카페에 손님이 몰리고, 빈 점포는 창업 테스트베드로 쓰인다. 이 변화 뒤에는 행정안전부 ‘청년마을 만들기’가 있다. 청년이 일정 기간 지역에 머물며 창업·교류 활동을 하고 정착을 돕는 정책으로, 현재 전국 51곳에서 운영 중이다. 단순 체류를 넘어 재방문과 장기 정착으로 이어지고 생활인구도 늘고 있다. 청년 주도의 마을 미디어, 로컬푸드 운영, 공방 창업, 온라인 커머스 같은 시도도 확산되고 있다. 충북 보은군 회인면 ‘라이더타운회인ㅎㅇ’은 폐건물을 개조해 라이더 아지트를 만들고 카페와 축제로 외부 소비를 끌어들인다. 강원 홍천군 ‘와썹타운’은 빈집을 게스트하우스로 바꿔 수익을 낸다. 김 씨는 “청년이 마을의 콘텐츠가 되면서 유입이 늘고 있다”며 “앞으로 더 많은 청년들이 지역을 찾길 기대한다”고 말했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20~34세) 인구가 급격히 줄어 올해 들어 관련 통계 집계 이해 최소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등에 따르면, 올 5월 기준 일반직 공무원(경찰·소방·군무원 등) 준비 청년은 12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보다 3만 명 줄었고,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7년 이후 최저치인 것.일반직 공무원 준비 청년의 추이를 보면, 2017년 30만6000명에서 2018년과 2019년 24만 명대로 줄었다. 그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시기인 2020년 26만8000명, 2021년 31만3000명으로 다시 늘었다. 그러나 이후 2022년 23만9000명으로 급감한 뒤 2023년 21만4000명으로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10만 명대(15만9000명)를 기록했는데, 올해는 이보다 더 줄어 4년 만에 절반 이하 수준으로 내려앉은 셈이다. 같은 기간 민간 기업 취업 준비생은 증가했다.이러한 추이 변화에 대해선 공무원 직업 자체의 매력도가 떨어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공무원 준비생 감소 원인으로는 낮은 보수, 악성 민원, 경직된 조직 문화 등이 꼽힌다. 인사혁신처가 공무원 2만7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민간에 비해 낮은 보수’를 이유로 든 응답이 2만4209명(88.3%)으로 가장 많았다.청년층이 ‘워라밸’과 자기 계발, 성장 기회를 중시하게 되면서, 공직이 오히려 매력 없는 선택지로 전락한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동시에 인구 감소로 청년 확보 경쟁이 치열해진 민간 기업이, 공무원 못지않게 ‘안정적’ 조건 제시하며 매력도가 높아진 경우도 많다. “한 직장에 평생 근무”를 가치 있게 여기던 부모 세대와 달리, 조직보다 개인 커리어를 중시하는 청년들의 가치관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공약의 일환으로 신설했던 경찰국이 3년만에 폐지됐다. 25일 행정안전부는 경찰국 폐지 내용을 담은 직제 개정령안이 18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으며, 26일 공포·시행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국 폐지 절차가 공식 마무리됐다.행안부는 “국민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됐다고 보고, 경찰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 강화를 위해 정부조직 개편안 확정 이전임에도 조속히 폐지를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폐지 이후에도 자치경찰 지원 등 주요 업무는 신설 이전의 소관 부서로 이관돼 차질 없이 수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호중 행안부장관은 “앞으로도 경찰의 독립성 보장과 민주적 통제 실질화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는 한편, 경찰이 오직 시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봉사하는 ‘국민의 경찰’로 거듭날 수 있도록 관련 지원을 다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