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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를 앞두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 국무위원 회의가 열린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를 확보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단장 백동흠 안보수사국장)은 영상 분석을 통해 ‘계엄 그날’을 재구성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12월 3일 오후 10시 17분부터 ‘5분 회의’윤 전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기 직전인 지난해 12월 3일 오후 10시 17분부터 22분까지 대통령실 5층 대접견실에서는 계엄 선포를 위한 회의가 열렸다. 참석자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박성재 법무부 장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한 국무위원 등 11명이었다. 회의 약 2시간 전인 오후 8시경 윤 전 대통령은 한 전 총리에게 전화로 “대통령실에 와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한 전 총리는 오후 8시 40분 대통령실에 도착했고, 계엄 선포에 대해 처음 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같은 날 오후 8시 40분경 이 전 장관도 윤 전 대통령의 연락을 받고 대통령실에 도착했다. 울산에서 열린 행사에 참여했다가 호출을 받고 서울로 올라왔고, 이후 대통령 집무실로 향해 윤 전 대통령을 만났다고 한다. 이후 8시 55분경 윤 전 대통령과 한 전 총리, 이 전 장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박 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 등이 대접견실에 모였다. 이어 조태열 장관과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등 다른 국무위원들이 도착했다. 최 전 부총리의 경우 9시 50분경 대통령실에 도착했고,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마지막으로 도착한 뒤 회의가 시작됐다. 한 전 총리는 외교부 장관에게 계엄 선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며, 계엄 선포에 의구심을 제기했다고 한다. 최 전 부총리는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심대하고, 이것은 안 된다고 여러 번 말씀드렸다”고 설명했다. 이 전 장관도 “대통령님을 만류하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었다”고 말했다. 다른 국무위원들 역시 계엄에 대해 반대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김용현 전 장관은 “계엄 선포문을 10부 정도 출력해 국무위원들에게 나눠 줬다”고 주장했다. 이에 최 전 부총리는 계엄 선포문은 받은 적이 없다고 했고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내용이 적힌 문건은 받았지만 내용을 확인하지 않았다고 했다. 한 전 총리는 회의가 끝난 뒤에야 자신의 양복 뒷주머니에 계엄 선포문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김 전 장관은 이 회의에서 일부가 계엄 선포에 동의했다고도 했다. 반면, 한 전 총리 측은 “제 기억엔 전혀 그런 게 없다”고 주장했다. 경찰의 CCTV 분석 결과 참석자 일부가 계엄 선포에 동의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는 등의 장면이 나온다면 파장이 커질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국무위원 진술과 영상 달라… 수사 확대 가능성현재 특수단이 영상을 통해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건 국무위원들이 기존 진술과 달리 계엄 관련 문건을 건네받았는지, 그 자리에서 내용을 읽었는지 등이다. 특수단이 이들을 추가로 불러 조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단전·단수 지시를 받은 적이 없고, 관련 문건도 건네받은 적 없다고 주장했다. 한 전 총리도 “계엄에 관련된 어떠한 지시나 어떠한 서류도 받은 적이 없다”, “김용현 전 장관과 대화한 기억이 없다”고 증언한 바 있다. 그러나 특수단의 CCTV 분석 결과 계엄 선포 전 김 전 장관과 대화한 장면이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동아일보는 해명을 듣기 위해 한 전 총리, 최 전 부총리, 이 전 장관 측과 수차례 연락과 만남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경찰 안팎에선 다른 국무위원으로 수사가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무위원들은 국회 등에 출석해 계엄을 반대했다고 주장했지만 이와 다른 정황이 포착될 경우 허위 증언이나 내란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조태열 장관은 “재고해 달라는 말씀 수차례 간곡히 요청했다”고 증언했고, 박성재 장관 측은 “놀라 경황이 없었지만 만류(했다)”라고 주장했다. 실제 이들이 윤 전 대통령을 만류하거나, 재고를 요청하는 등의 행동이 CCTV에 담겨 있는지 아닌지가 수사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수단은 현재까지 다른 국무위원들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 등을 취하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대통령경호처 등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4일 국회의 탄핵 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이후에도 26일간 비화폰을 반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윤 전 대통령은 취임 당일인 2022년 5월 10일 비화폰을 지급받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에 나서기 일주일 전인 올해 1월 8일 경호처에 반납했다. 이 비화폰은 윤 전 대통령이 계엄 당시 군 등에 명령을 내릴 때 사용한 휴대전화다. 일각에서는 공수처가 비화폰을 확보하는 것을 막기 위해 체포되기 전 경호처에 반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경호처는 “현직 대통령 신분이었던 만큼, 법령과 규정상 비화폰 제공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12·3 비상계엄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출국금지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출국금지 조치를 연장한 것을 두고 내란 혐의 수사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전 총리, 최 전 부총리, 이 전 장관은 계엄 선포 전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계엄 관련 문건이나 쪽지 등을 받은 적이 없거나 받았어도 내용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계엄 당일 국무회의가 열린 대통령실 대접견실의 폐쇄회로(CC)TV 영상과 이들의 진술이 일부 다르다는 점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출국금지 역시 이들이 계엄에 동조·묵인했다고 의심할 정황이 발견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 경찰, 영상 확보 뒤 수사에 속도한 전 총리는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등에서 “(계엄에 대해) 사전에 알지 못했고 대통령이 다시 생각하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해왔다. 한 전 총리 측은 2월 헌재 변론에선 “계엄 당일인 지난해 12월 3일 오후 8시 40분경 윤석열 대통령 호출로 대통령실에 도착했고, 면담 과정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갑자기 알게 돼 반대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했다”고 밝혔다. “국무위원 모두가 (계엄 선포를) 만류하고 걱정했다” “대통령실에서 계엄 문건을 보거나 받은 기억이 없다”고도 했다.반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국무회의 전 한 총리에게 비상계엄 선포 건의안을 보고했고, 국무회의가 시작된 뒤 국무위원들에게 비상계엄 안건을 나눠줘 심의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한 전 총리는 2월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선포 당시 (비상계엄 선포문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고, 계엄 해제 국무회의를 마치고 사무실로 출근해 양복 뒷주머니에 있는 것을 알았다”고 해명했다.경찰은 CCTV 영상을 통해 비상계엄 선포 전후 상황을 재구성하고 있다. 국무회의에 앞서 한 전 총리가 김 전 장관과 대화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음성은 녹음되지 않아 구체적인 대화 내용을 알 수 없다고 한다. 최 전 부총리 또한 비상계엄에 대해 “사전에 전혀 몰랐다”고 밝혀왔다. 계엄 선포 직후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문건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그는 2월 6일 내란 국조특위에 출석해 “누군가가 저한테 (계엄 관련) 자료를 줬는데 접힌 상태의 쪽지 형태였고 경황이 없어 안 봤다”고 해명했다. 이어 “(계엄이 해제된) 이튿날 오전 1시 50분경 계엄 관련 문건이란 걸 알게 됐고, 차관보와 함께 ‘무시하기로 했으니 덮어 놓자’고 했다”며 자신은 내용을 잘 몰랐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경찰이 확보한 CCTV 영상에 최 전 부총리가 문건을 읽거나 들여다보는 장면이 담겼을 경우 파장이 예상된다.● 다른 국무위원 수사 확대 가능성도이 전 장관의 경우에는 계엄 당일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를 지시받아 허석곤 소방청장 등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2월 11일 헌재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나와 “언론사 등 특정 건물에 대한 단전·단수를 구두로라도 지시받은 적이 있냐”는 윤 전 대통령 측의 질문에 “전혀 없다”고 답했다. 이어 “(국무회의 때) 대통령실에 들어가 1, 2분 짧게 머물 때 원탁에서 종이쪽지 몇 개를 멀리서 본 게 있었다. 그중 소방청, 단전·단수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도 했다. 직접 문건을 건네받은 적은 없다는 취지다. 법조계에서는 한 전 총리, 최 전 부총리, 이 전 장관이 그간 국회, 헌재 등에서 한 증언이나 진술이 거짓으로 드러날 경우 위증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형법상 위증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국회증언감정법은 증인의 허위 진술에 대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일각에선 다른 국무위원으로 수사가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다만 경찰은 “현재로서는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12·3 비상계엄을 수사 중인 경찰이 내란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이달 중순 출국금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지난해 계엄 직전 윤석열 전 대통령 주재 회의가 열렸던 대통령실의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해 한 전 총리와 최 전 부총리,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기존 진술과 당일 실제 행동을 대조하며 내란 동조 의혹을 수사 중이다. 27일 경찰청 비상계엄 특별수사단(단장 백동흠 안보수사국장)은 이달 중순 한 전 총리와 최 전 부총리를 출국금지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출국금지된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도 최근 연장됐다. 경찰은 전날(26일) 이들을 불러 헌법재판소, 국회, 수사기관 등에서 한 진술과 CCTV 영상에 담긴 장면이 왜 서로 다른지 등을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총리, 최 전 부총리, 이 전 장관은 계엄 당일 계엄 관련 쪽지나 문건을 전달받아 내용을 인지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경찰은 확보한 영상을 토대로 이들 중 일부가 계엄을 묵인하거나 동조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들이 헌재, 국회 등에서 거짓 진술을 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위증죄로 처벌될 가능성도 있다. 경찰은 이날 박종준 전 경호처장,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 이광우 전 경호본부장의 출국금지 조치도 연장했다고 밝혔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국내의 한 중견 게임 유통사가 미국 애플 본사를 상대로 “과도한 인앱결제 수수료로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미국 캘리포니아주 연방법원에 23일(현지 시간) 소송을 제기했다. 애플 및 구글 애플리케이션(앱) 장터를 이용하는 국내 게임사가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은 처음이다. 이 회사는 조만간 구글을 상대로도 같은 취지의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현재 구글과 애플은 인앱결제를 사실상 강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앱 이용자들이 구글이나 애플의 시스템으로 결제할 때 이들 회사는 최대 30%의 수수료를 챙기게 된다.● ‘최대 30% 수수료’, 美에 소송 제기이번에 소송을 제기한 A사는 2012년에 창업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10여 년간 모바일 게임 매출만 약 500억 원을 올렸는데, 구글과 애플에 지불한 수수료는 매출액의 28.5%에 이르는 1036만 달러(약 140억 원)다. 이 회사는 2018년경 직원이 100여 명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지만 현재는 매년 대출 이자로만 4억 원가량이 나가고 직원도 90% 가까이 내보낸 뒤 10여 명만 남았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이 회사의 연평균 영업이익률은 ―16.1%다. 소송을 대리하는 위더피플 법률사무소에 따르면 A사를 포함해 80여 개 국내외 게임 및 앱 개발사가 구글과 애플을 상대로 손해배상 집단조정 신청도 준비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게임사 생태계는 ‘허리’에 해당하는 중견기업이 줄폐업 중”이라며 “그 배경 중 하나가 구글과 애플의 막대한 수수료”라고 했다. 집단조정을 신청한 B게임사 관계자는 “30%라는 수수료율은 배달이나 카드 수수료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라며 “수수료 및 각종 세금 등을 제하면 팔아도 남는 게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업체들은 소송을 준비하면서도 구글과 애플의 ‘영업 보복’을 우려하기도 했다. B게임사 관계자는 “소송 내용이 밝혀졌을 때 애플이나 구글이 앱 심사를 지연시키는 방법으로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C게임사 관계자는 “업데이트나 게임 발매를 지연시키면 게임사는 치명적인 손해를 입는다”고 말했다.● 업계 “순이익 절반 가까이 빼앗기는 구조”국내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애플이 앱스토어에서 게임 매출의 30% 이상을 수수료로 가져가는 구조는 단순히 ‘30%’라는 숫자 이상의 부담”이라며 “운영비나 인건비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절반 가까운 순이익을 빼앗기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2020∼2023년 국내 게임사가 구글과 애플에 지급한 인앱결제 수수료는 약 9조 원으로 추산됐다. 이번 소송 제기에는 미국 내에서의 판결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 법원은 2021년 애플에 “외부결제 링크를 허용하라”고 판단했으며, 지난달엔 “앱 외부 결제 등에 대해 수수료를 부과하거나 징수하지 말라”고 명령했다. 2023년 12월 구글에 대해서도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시장에서 최대 30%의 인앱결제 수수료를 강제했던 것은 반독점법 위반이라는 판단이 나왔다. 재판 과정에서 실제 구글의 인앱결제 소요 비용은 4∼6%가량이라는 내부 문서가 공개되기도 했다. 업체들은 국내의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보다 실효성이 있었다면 소송이 더욱 빨리 진행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2021년 국내에선 ‘특정한 결제방식 강제 금지’ 등을 핵심으로 하는 해당 법을 세계 최초로 제정했지만 실제 적용은 지지부진이다. 2023년 방송통신위원회는 구글과 애플에 과징금 680억 원을 부과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실제 부과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영기 위더피플 변호사는 “지금도 많은 업체가 영업 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소송을 주저하는 실정”이라며 “국내 법이 기업을 보호할 수 있도록 개정된다면 손해배상 청구도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밝혔다.인앱(In-app) 결제게임 등 애플리케이션(앱) 이용자들이 앱 내에서 유료 콘텐츠를 구매할 때 구글, 애플 등 앱 장터 사업자의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 구글, 애플은 결제액의 최대 30%를 수수료로 가져간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

국내 한 중견 게임 유통사가 미국 애플 본사를 상대로 “과도한 인앱결제 수수료로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미국 캘리포니아주 연방법원에 23일(현지 시간) 소송을 제기했다. 구글 및 애플 애플리케이션(앱) 장터를 이용하는 국내 게임사가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은 처음이다. 이 회사는 조만간 구글을 상대로도 같은 취지의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현재 구글과 애플이 사실상 강제하고 있는 인앱결제로 인해 앱 이용자들이 구글이나 애플의 시스템으로 결제할 때 최대 30%의 수수료를 챙기고 있다.● ‘최대 30% 수수료’, 美에 소송 제기이번에 소송을 제기한 A 사는 2012년에 창업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10여년간 모바일 게임 매출만 약 500억 원을 올렸는데, 구글과 애플에 지불한 수수료는 매출액의 28.5%에 이르는 1036만 달러(약 140억원)다. 이 회사는 2018년경 직원이 100여 명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현재는 매년 대출이자로만 4억 원 가량이 나가고 직원도 90% 가까이 내보낸 뒤 10여명만 남았다. 증권시장에도 상장했지만 저조한 실적으로 지난달 거래가 정지됐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이 회사의 연평균 영업이익률은 -16.1%다. 소송을 대리하는 위더피플 법률사무소에 따르면 A 사를 포함해 80여개의 국내외 게임 및 앱 개발사가 구글과 애플을 상대로 손해배상 집단조정 신청도 준비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게임사 생태계 자체가 대기업이거나 혹은 막 창업하는 이들만 남아있고, ‘허리’에 해당하는 중견기업은 줄폐업 중”이라며 “그 배경 중 하나는 구글과 애플의 막대한 수수료”라고 했다. 집단조정을 신청한 B 게임사 관계자는 “30%라는 수수료율은 배달이나 카드 수수료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라며 “수수료 및 각종 세금 등을 제하면 팔아도 남는 게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업체들은 소송을 준비하면서도 구글과 애플의 ‘영업 보복’을 우려하기도 했다. B 게임사 관계자는 “소송 내용이 밝혀졌을 때 애플이나 구글이 앱 심사를 지연시키는 방법으로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C 게임사 관계자는 “업데이트나 게임 발매를 지연시키면 게임사는 치명적인 손해를 입는다”며 “소위 ‘미운 털’이 박힐 것을 우려하는 업체들이 매우 많다”고 말했다. ● 업계 “순이익 절반 가까이 빼앗기는 구조”업계는 애플과 구글의 ‘구조적 갑질’에 대한 불만이 소송으로 이어졌다는 반응이다. 국내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이 앱스토어에서 게임 매출의 30% 이상을 수수료로 가져가는 구조는 단순히 ‘30%’라는 숫자 이상의 부담”이라며 “운영비나 인건비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절반 가까운 순이익을 빼앗기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2020~2023년 국내 게임사가 구글과 애플에 지급한 인앱결제 수수료는 약 9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소송 제기에는 미국 내에서의 판결도 영향을 미쳤다. 미 법원은 2021년 애플에 “외부결제 링크를 허용하라”고 판단했으며, 지난달엔 “앱 외부 결제 등에 대해 수수료를 부과하거나 징수하지 말라”고 명령하기도 했다. 2023년 12월 구글에 대해서도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시장에서 최대 30%의 인앱결제 수수료를 강제했던 것은 반독점법 위반이라는 판단이 나왔다. 업체들은 2022년 시행된 국내의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보다 실효성이 있었다면, 소송이 더욱 빨리 진행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2021년 국내에선 ‘특정한 결제방식 강제 금지’ 등을 핵심으로 하는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을 세계 최초로 제정한 바 있다. 하지만 실제 규제는 지지부진이다. 2023년 방송통신위원회는 구글과 애플이 법을 위반했다며 68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실제 부과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영기 위더피플 변호사는 “지금도 많은 업체들이 영업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소송을 주저하는 실정”이라며 “국내 법이 이를 보호할 수 있도록 개정된다면 신고 또는 손해배상 청구도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밝혔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

국내 한 중견 게임사가 미국 애플 본사를 상대로 “과도한 인앱결제 수수료로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라”는 취지의 집단소송을 미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23일(현지시간) 제기했다. 구글 및 애플 애플리케이션(앱) 장터를 이용하는 국내 게임사가 미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건 사상 최초다. 이 회사는 조만간 구글에 대해서도 같은 취지의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국내 게임사가 구글과 애플에 지급한 인앱결제 수수료는 약 9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소장의 원고에는 국내 게임사와 미국 게임사, 한국전자출판협회와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이름을 올렸다. 구글과 애플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국내외 앱 개발사에게 사실상 강제하는 ‘인앱결제’가 미 연방 반독점법, 미 캘리포니아주의 불공정거래법, 한국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취지다. 이들은 국내에서 피해를 본 다른 기업의 ‘대표’ 격으로 소송에 참여했다. 동아일보가 확보한 소장에 따르면 이들은 “2015년 5월 23일부터 애플의 반경쟁적 행위의 영향이 끝날 때까지 애플 앱스토어 내 iOS 앱을 전세계에 판매한 모든 한국 내 기업을 대신해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인앱결제는 앱 이용자들이 유료 결제를 할 때 구글·애플의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때 최대 30%의 수수료가 발생한다. 제3자 결제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지만 수수료가 27%가량으로 여전히 높고, 결제대행업체(PG) 수수료까지 더하면 30%가 넘어가기에 사실상 실익이 없다. 두 기업의 앱 장터를 이용하는 콘텐츠 기업들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과도한 수수료”라며 전세계에서 소송전에 나서고 있다. 소송을 제기할 수 있었던 데는 미국 내에서의 판결이 결정적이었다. 미 법원은 2021년 애플의 30% 수수료 부과가 부당하게 높다고 지적한 바 있으며, 지난달에는 27%에 달하는 외부 결제 수수료에 대해서도 부당하고 초경쟁적이며 이를 금지하라고 명령했다. 미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은 구글에 대해서도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시장에서 최대 30%의 인앱결제 수수료를 강제했던 것은 반독점법 위반이라는 평결을 확정한 바 있다. 재판 과정에서 감정인 진술에 따르면 실제 구글의 인앱결제 소요비용은 4~6%, 최대 10%에 머물렀을 것이라는 내부문서가 공개되기도 했다. 현재 구글과 애플은 기업들에게 ‘언론 기사 등으로 손해 발생을 알고도 빠르게 배상 청구를 하지 않았다’는 ‘청구태만’을 이유로 ‘청구권 기각’을 신청할 가능성이 있다. 집단소송은 이러한 문제를 차단하기 위해 진행됐다. 소송을 대리하는 위더피플 법률사무소에 따르면 80여개의 국내외 게임 및 앱 개발사는 집단소송과 별도로 구글과 애플을 상대로 집단조정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실제 손해배상은 집단조정 절차를 통해서 진행될 전망이다. 집단소송으로 4개 업체뿐 아니라 국내 모든 업체들이 청구태만 등에서 자유롭게 한 뒤에, 집단조정을 통해 실제 손해배상을 받으려는 것이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SK텔레콤 해킹 사건을 조사 중인 민관합동조사단은 최초 악성코드 감염이 3년 전인 2022년 6월 이뤄졌다는 2차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단말기고유식별번호(IMEI)와 개인정보를 저장하는 서버가 공격받은 정황도 새로 확인하면서 유출 피해 우려가 더욱 커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9일 이 같은 내용의 2차 조사 결과를 내놨다. 1차 조사에서 악성코드 감염이 확인된 서버는 5대로 이 가운데 홈가입자서버(HSS) 3대에서 25종의 정보 유출이 확인됐다. 2차 조사에서 감염 서버 18대가 추가 발견됐다. 유출된 유심 정보는 2695만7749건에 달해 사실상 전체 가입자의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SK텔레콤과 알뜰폰 이용자를 합친 고객은 2500만 명이다. 새로 확인된 서버 중 2대는 개인정보가 임시로 관리되는 서버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IMEI 등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고객 인증이 목적인 해당 서버에 IMEI 29만1831건과 이름·생년월일 등 개인정보가 포함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IMEI가 탈취됐을 경우 복제 유심을 악용하는 ‘심 스와핑’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조사단은 방화벽 로그 기록이 남아 있는 지난해 12월 3일부터 지난달 24일까지 데이터 유출이 없었다는 점을 확인했다. 다만 악성코드가 최초 설치된 2022년 6월 15일부터 지난해 12월 2일까지의 유출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 SK텔레콤 측은 “비정상인증차단시스템(FDS)을 버전 2.0으로 고도화해 복제폰이 SK텔레콤 망에 접속하는 것을 차단하고 있다”고 했다.SKT 감염서버 5→23대로 늘어… 유출 없다던 IMEI도 포함됐다2차 조사… 악성코드 21종 추가 발견IMEI 유출땐 ‘유심 복제’ 피해 우려… 조사단 “인증키 없으면 폰복제 불가”SKT “비정상 인증차단 최고 단계로”… 경찰 “내부직원 연루 가능성도 수사”SK텔레콤 가입자들의 개인정보를 관리하는 서버까지 해킹 공격을 당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유심 복제에 대한 우려가 다시 증폭되고 있다. 민관합동조사단의 2차 조사 결과 악성코드 감염 서버가 기존 5대에서 23대로 대폭 늘었고, 악성코드 종류도 21종이 추가로 발견됐다. 이번 해킹 공격이 3년 가까이 이뤄진 데다 유출 피해가 유심 가입자식별키(IMSI) 기준으로 2695만7749건에 달해 국가 안보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IMEI 유출 없다더니… “심 스와핑 가능성 우려” 1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이번 조사에서 감염이 확인된 서버에는 1차 조사 때는 유출되지 않았다던 단말기고유식별번호(IMEI)와 이름, 생년월일, 전화번호, 이메일 등 가입자가 가입할 때 통신사에 제공하는 개인정보가 포함됐다. 다만 현재 확인된 로그 기록만으로 실제 유출 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조사단 부단장을 맡고 있는 이동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디지털위협대응본부장은 “(해당 기간) 로그가 없으면 현실적으로 (유출 여부) 판단이 굉장히 어렵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IMEI 정보가 실제 유출됐다면 유심을 복제해 악용하는 ‘심 스와핑’ 피해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유출된 정보의 종류가 많을수록 이를 조합해 범죄에 사용할 가능성이 높고, 유심보호서비스 등 방어장치를 무력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이미 IMSI 유출이 이뤄진 상황에서 IMEI까지 유출된 사실이 확인될 경우엔 심 스와핑 공격 가능성이 커졌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조사단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정밀 조사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보고 개보위에 조사 결과를 통보했다. 개보위 측은 이날 “신규로 유출이 확인된 통합고객시스템 서버 2대에 이름, 생년월일, 휴대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등 고객의 중요 개인정보를 포함하여 총 238개 정보가 저장되어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조사단과 SK텔레콤은 IMEI 유출 관련 피해가 아직 발생하지 않았고, 유출됐다고 해도 스마트폰 복제까지는 기술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제조사가 가진 단말기별 인증키 없이 15자리 숫자로 이뤄진 IMEI 값만 갖고 복제폰을 만드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만에 하나 복제폰이 만들어져도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것이 완벽하게 차단되므로 과도하게 불안해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SK텔레콤은 18일부터 비정상 인증 차단 시스템(FDS)을 가장 높은 단계로 격상해 운영하고 있다. SK텔레콤 측은 “단말기 제조사인 A사와 B사에 의뢰한 결과 폰 복제가 불가능하다는 답을 받았다”며 “설사 최악을 가정해 사실상 단말기가 복제됐다고 하더라도 FDS 2.0을 통해 불법 침입을 차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 “내부 직원 연루 가능성도 열어놔” 경찰은 SK텔레콤 해킹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19일 “사이버수사대가 SK텔레콤 시스템 내 악성코드, 서버 로그 기록을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내부 직원이 해킹에 연루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모든 가능성을 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영리적 목적의 해킹이 아닌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이번 해킹의 원인과 배후를 밝히는 데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며 “우리 자체적인 민관 조사뿐 아니라 중국 등 해킹 그룹에 대한 정보가 많은 미국과도 협력해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경찰이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특혜 의혹과 관련해 국토교통부와 경기 양평군청, 용역업체 2곳 등 총 4곳에 대해 동시다발적인 압수수색을 벌이면서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 등 주요 관련 인물들에 대한 대면 조사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그 가족에 대해서도 수사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尹 파면 이후 수사 급물살… 줄소환 가능성 경기남부경찰청은 16일 국토부와 양평군청, 용역업체 경동엔지니어링, 동해종합기술공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약 6시간에 걸친 압수수색에서 경찰은 국토부 등에 서울∼양평고속도로 타당성 조사와 노선 변경 관련 내부 문서 제출을 요구했고, 필요한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이 사건 수사와 관련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한 것은 처음이다. 경기남부청은 지난해 7월부터 10개월간 고발인과 참고인 조사, 공사에 대한 자료 분석 등 기초적인 수사를 진행해 왔다. 이날 확보한 압수물을 토대로 고속도로 종점이 양평군 양서면에서 김 여사 일가의 땅이 몰려 있는 강상면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원 전 장관과 국토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는지 등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결과에 따라 관련자 줄소환이 예상된다. 경찰이 조만간 피고발인인 원 전 장관의 자택 등에 대한 강제 수사에 나서거나 대면 조사를 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원 전 장관은 이 사건과 관련해 소환된 바 없으며, 그의 자택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원 전 장관과 국토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수사도 급물살을 탈 수 있다고 법조계는 보고 있다. 이달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민주당 주도로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을 포함한 ‘김건희 특검법’도 통과된 상태다. 수사당국에 고발된 지 22개월 만에 경찰이 첫 강제수사에 나서면서 늦장 수사란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 즉 권력이 떨어지니 수사에 나섰다는 비난은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특혜 없다”더니 공무원 7명 늦장 징계서울∼양평고속도로는 경기 하남시 감일동에서 양평군 양서면까지 27km를 잇는 왕복 4차로 도로다. 이 사업은 2017년 1월 국토부 제1차 고속도로 건설 계획에 포함됐다. 같은 해 4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확정됐다. 하지만 2022년 3월 윤 전 대통령이 당선되고 5월 원 전 장관이 취임한 전후로 고속도로 종점이 기존 양서면에서 강상면으로 변경됐다. 당시 양평군이 사업성 등을 고려한다며 새로운 대안 노선 3개를 국토부에 제시했고, 국토부가 이를 받아들여 종점이 강상면으로 변경된 것이다. 특혜 의혹은 2023년 5월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위한 노선안이 일반에 공개되면서 불거졌다. 새로 변경된 강상면 종점에서 불과 500m 정도 떨어진 거리에 김 여사 일가가 소유한 3만9394㎡의 땅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당시 원 전 장관은 “특혜 의혹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비판이 커지자 원 전 장관은 같은 해 7월 “도로 개설 사업 추진 자체를 전면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더불어민주당, 시민단체 등은 원 전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고발장은 검찰을 거쳐 2024년 7월 경기남부경찰청에 이첩됐다. 이 사업은 현재까지 중단된 상태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토부 국정감사에서 재차 고속도로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원 전 장관의 후임인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어떤 특혜나 외압 의혹이 밝혀진 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올해 3월 뒤늦게 ‘타당성 조사 용역 관리가 부실했다’는 내용의 자체 감사 보고서를 내고 공무원 7명을 징계했다.수원=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국내 대표 사학 고려대와 연세대가 각각 개교 120주년, 140주년을 맞아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훈민정음 언해본(사진)과 독립운동가 박은식 선생의 역사서 ‘발해태조건국지’를 처음 공개했다. 고려대는 1일부터 12월 말까지 서울 성북구 서울캠퍼스에서 특별전 ‘120년의 高·動(고·동), 미래 지성을 매혹하다’를 열고 있다. 세종대왕 탄신일을 하루 앞둔 14일 공개된 전시품 중 눈길을 끄는 것은 ‘훈민정음 언해본(우리말 해설서)’이다. 가장 많이 알려진 ‘훈민정음 언해본’은 서강대 도서관이 소장한 것으로,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라는 문구로 시작한다. 그러나 ‘고려대본’은 ‘어제(임금)이 가라샤대’로 시작하고 ‘나랏말싸미’는 ‘나랏말소리’로, 제목은 ‘세종어제훈민정음’이 아닌 ‘어제훈민정음’으로 표기됐다. 구자훈 고려대 도서관 차장은 “묘호(세종)가 붙은 서강대 소장본은 세종 사후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데, 고려대 소장본은 세종이 살아있을 때 제작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가장 오래된 훈민정음 언해본이라는 뜻”이라고 했다. 고려대 소장본은 1930년대 처음 존재가 알려졌고, 90년 만에 대중에 공개됐다. 동아일보가 기증한 국보 ‘동궐도’와 보물 ‘서궐도안’ 등도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다. 연세대는 9일부터 서울 서대문구 신촌캠퍼스에서 특별전 ‘연세보감(延世寶鑑)―연세 보물을 비추다’를 개최 중이다. 전시에서는 독립운동가 박은식 선생이 쓴 ‘발해태조건국지’가 최초로 일반에 공개됐다. 대조영의 발해 건국 과정과 국가 체제, 문화를 기록한 귀중한 역사서로 평가된다. 현존하는 삼국유사 중 가장 오래된 판본으로 알려진 고 손보기 전 연세대 박물관장(사학과 교수) 기증 ‘삼국유사’, 윤동주 시인의 친필 시 원고 등도 전시됐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대한민국 사법부의 영장 발부 여부를 정치적 음모로 해석하고 규정했다.” 1월 벌어진 서울 서부지방법원 난입 사건의 첫 형사재판 선고에서 피고인 2명에게 징역 1년, 1년 6개월의 실형이 각각 선고됐다. 초범에다가 반성문을 제출했다는 점 때문에 집행유예 가능성도 거론됐지만 법원은 집유 없는 실형을 내렸다. 법원은 “범행 대상은 법원이었고 당시 발생한 전체 범행의 결과는 참혹했다”고 중형의 이유를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공권력에 대한 도전으로 규정한 사법부가 사건의 심각성을 고려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자백하고 반성문 냈지만… 집유 없는 징역형14일 서울서부지법 형사6단독 김진성 판사는 특수건조물침입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 씨(35)에게 징역 1년 6개월, 소모 씨(28)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항의하며 서부지법 난입에 가담한 이들은 앞서 첫 공판에서 혐의를 인정했다. 김 씨는 윤 전 대통령 구속영장이 발부된 뒤 1월 19일 오전 3시경 벽돌과 하수구 덮개를 법원 건물 외벽으로 던져 타일을 부쉈다. 또 무단으로 법원 경내로 들어갔고, 당시 시위대를 막고 있던 경찰들을 몸으로 수차례 밀어 폭행했다. 소 씨는 같은 날 법원 경내에 무단 침입했고, 바닥에 있던 화분 물받이를 집어들어 법원 창고 문에 던졌다. 또 바닥에 떨어져 있던 건물 외벽 타일 조각을 법원 외벽에 던졌다. 앞서 검찰은 김 씨에 대해 징역 3년, 소 씨에 대해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 대해 “이 사건은 ‘다중의 위력’을 보인 범행으로 범행 대상은 법원”이라며 “피고인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사건에 연관됐다. 당시 발생한 전체 범행의 결과는 참혹하다”고 했다. 이어 “대한민국 사법부의 영장 발부 여부를 정치적 음모로 해석, 규정하고 그에 대한 즉각적인 응징, 보복을 이뤄야 한다는 집념과 집착이 이뤄낸 범행”이라고 밝혔다.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반성을 하지 않았거나 다퉜다면 검찰 구형량 이상으로도 선고할 가능성이 있는 사안이었다”며 “통상의 범죄였다면 초범이고 우발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 비춰 집유 선고 가능성도 있었지만,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폭동 행위에 가담한 경우엔 엄벌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 “대한민국 경찰, 법원 모두 피해자”이날 재판부는 선고 전 이례적으로 소회도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대한민국 경찰, 법원이 모두 피해자”라며 “피해를 입은 경찰과 법원 구성원들과 기자를 포함해 지금도 수습 중인 관계자 모두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피고인들을 향해선 “선고가 피고인의 인생을 좌우하지도 않는다. 남은 인생은 본인답게 살아가길 바란다”고 했다. 현재 서부지법 난입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은 총 96명이다. 이날 판결이 다른 재판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다른 피고인들 중 상당수는 혐의를 부인하거나 검찰의 증거 자료, 증거 영상이 편집 및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여럿이 ‘다중의 위력’을 보여 법원에 침입했다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 일부 피고인들은 “서로 일면식도 없어서 다중의 위력을 보일 수는 없다”고 반박해왔다. 개개인이 각자 법원에 침입했을 때보다 여럿이 함께 ‘다중의 위력’으로 침입했다고 인정될 경우 가중 처벌되기 때문이다. 이날 재판부는 ‘이 사건은 다중의 위력을 보인 범행’이라고 판단했다. 검사 출신 공일규 변호사는 “재판부가 ‘다중의 위력’을 굳이 언급했다는 것은 법리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고 다른 재판부에서도 이를 감안할 것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피고인들이 혐의를 자백했는데도 재판부가 엄한 실형을 선고했다는 사실은 앞으로 재판이 남은 다른 피고인에게도 경각심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연세대가 10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캠퍼스 백주년기념관에서 창립 140주년 기념식을 개최했다. 기념식에는 허동수 학교법인 연세대 이사장과 윤동섭 연세대 총장(사진), 이경률 총동문회장, 우원식 국회의장을 비롯해 동문, 학생, 교직원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 허 이사장은 환영사에서 “연세가 140년 동안 아시아를 대표하는 사립대학으로 성장한 것은 연세를 아끼고 사랑하는 모든 구성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준 덕분”이라며 “연세의 찬란한 전통과 위대한 업적을 기반으로 앞으로도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선도하는 글로벌 대학으로 도약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윤 총장은 기념사에서 “연세의 연구 성과가 사회와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연구 인프라를 확충하고, 신진 연구자의 글로벌 연구 참여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경찰이 변호사 경감 특채 제도를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원율이 매년 떨어지자 수도권 근무자를 늘리고 승진 제도를 바꿔 지원자를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8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청은 전날 열린 국가경찰위원회(경찰위)에 내부 검토 중인 ‘수사역량 강화를 위한 변호사 인력 운영 개선안’을 보고했다. 이날 경찰청은 변호사 특채 채용자들의 수도권 정원을 늘리고, 경감에서 경정 승진 시 변호사 특채 인원들에 대해선 별도의 승진 티오(TO)를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고했다고 한다. 경찰청은 지난해 기준 전국적으로 30명의 변호사 특채를 선발했다. 이중 서울 등 수도권 선발 인원은 15명으로, 지난해 2.87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그러나 부산·울산·경남(4명), 호남(3명), 충청(3명) 등의 경우 지원자가 미달됐다. 이에 지원자들이 선호하는 수도권 선발 인원을 기존 15명에서 20명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경찰청은 경감 채용 이후 경정 승진을 할 경우 변호사 경감 특채 임용자들에 대해선 별도의 승진 TO를 만들어 승진 장벽을 낮추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경찰은 2014년부터 변호사 자격증을 소지한 법조인들을 매년 경감으로 특채하고 있다. 경감은 일선 경찰서 계장급으로 경찰대 졸업자는 한 급 아래인 경위로 임용된다. 그러나 해를 거듭할수록 지원자가 줄어 추가 모집을 하는가 하면 중도 이탈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인센티브 등 변호사 특채 제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근무지를 조정하고, 승진 제도를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한 대형 백화점의 모바일 상품권을 파는 중소기업 사이트를 해킹해 30억 원어치 상품권 7600여 장을 탈취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SK텔레콤 해킹 사태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통계에 따르면 정보 보호 및 보안에 크게 투자하기 어려운 중소·중견기업이 해킹의 주요 목표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현재 기업의 정보 보호 투자 금액과 관련 인력 등을 공개할 의무는 연 매출 3000억 원 이상의 대기업에만 있다. 전문가들은 “규모에 상관없이 개인정보를 다루는 기업이라면 정보 보호 투자 현황을 공시해야 한다”며 “중소·중견기업들이 보안에 투자를 늘릴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고 지적했다. ● 30억 원 상당 모바일 상품권 탈취 7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해킹으로 30억 원 상당의 모바일 상품권을 탈취한 해킹 조직원 19명을 붙잡아 정보통신망침입 등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8월 모바일 쿠폰 판매 업체의 시스템에 해킹 등으로 취득한 관리자 계정으로 접속한 뒤 모바일 상품권을 주문했다. 이어 자신들이 지정한 휴대전화로 30억 원 상당의 상품권을 받았다. 이후 해외 총책은 모바일 상품권의 고유식별번호(PIN)를 국내 교환책들에게 공유했고, 이들이 전국 대형마트를 돌며 종이 상품권으로 교환했다. 이를 현금화한 뒤 해외로 빼돌리려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중국 국적의 해외 총책인 A 씨(36) 등 2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이달 1일 알바몬도 해킹 피해 사실을 공지했다. 알바몬은 1일 홈페이지에 올린 공지에서 4월 30일 알바몬 시스템에서 비정상적 접근 징후를 바로 감지해 대응했으며 해킹 시도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2만2473건의 임시 저장된 이력서 정보가 유출됐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인정보위)는 알바몬을 운영하는 잡코리아로부터 유출 신고를 받아 2일 조사를 시작했다. ● 피해 기업 94%는 중소·중견기업KISA에 따르면 해킹, 디도스 공격 등 기업 사이버 공격 피해 신고 건수는 2021년 640건, 2022년 1142건, 2023년 1277건, 지난해 1887건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기업 사이버 침해 사고 중 중소·중견기업이 전체 피해의 94%를 차지했다. 사이버 공격 피해는 특히 보안 관리가 취약한 기업을 중심으로 늘고 있다. 현행법은 일정 규모 이상의 대기업이 아니면 정보 보호 투자 현황이나 보안 업무를 맡는 인력 등을 공개할 의무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관련 정보보호산업법 시행령이 2022년 개정되는 과정에서 공공기관, 금융 회사, 전자금융업자, 매출액 3000억 원 미만의 상장사, 비상장사, 소기업 등은 의무 공시 대상에서 빠졌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백화점 상품권 해킹 피해를 입은 업체 역시 자본금 10억여 원, 직원 65명의 중소기업이었다. 따라서 정보 보호 현황 공시 의무도 없다. 알바몬을 운영하는 잡코리아 역시 비상장사 중견기업에 해당해 공시 의무 대상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중소·중견기업의 보안 투자를 지원하는 동시에 공시 의무를 확대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규모가 작더라도 개인 정보를 수집 및 가공하는 기업이라면 정보 보호 관련 예산을 반드시 공시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춘식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중소·중견기업들이 보안 투자를 늘리고 해킹 사고를 사전에 막을 수 있도록 정부가 세제 혜택 등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모 백화점 모바일상품권을 판매하는 영세 업체를 해킹해 상품권 7600여 장(30억 원 어치)을 탈취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SK텔레콤(SKT) 해킹 사태의 여파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보 보호 비용을 많이 투자하기 어려운 중견, 중소기업에서 해킹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이 해킹 등 사이버 공격을 당한 사례는 2021년 640건에서 지난해 1887건으로 3배 수준으로 증가했다.기업이 정보 보호에 투자하는 금액, 인력 등을 공개하는 정보 보호 공시 의무는 현재 매출액 3000억 원 이상의 대기업, 정보통신서비스 일일평균 이용자 100만 명 이상의 기업 등에만 적용된다. 전문가들은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개인정보를 다루는 기업이라면 정보보호 투자 금액을 공시할 필요가 있다”며 “중견, 중소 기업이 정보 보호에 투자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30억 상당 모바일 상품권 탈취7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해킹으로 30억 원 상당의 모바일 상품권을 탈취한 해킹조직원 19명을 붙잡아 정보통신망침입 등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8월 모바일 쿠폰 판매업체 시스템에 미리 관리자 계정으로 접속한 뒤 모바일 상품권을 주문하고, 이를 자신들이 지정한 휴대전화로 수신하는 방식으로 30억 원 상당의 상품권을 빼돌렸다. 이후 해외 총책이 텔레그램을 통해 모바일 상품권 고유식별번호(PIN)를 국내 교환책들에게 공유했고, 이들이 전국 22개 대형마트를 돌며 종이 상품권으로 교환한 후 현금화 해 해외로 빼돌렸다. 모바일 상품권 PIN 번호만 알면 전국 대형마트에서 쉽게 종이 상품권으로 교환할 수 있다는 특성을 악용한 것이다. 경찰은 중국 국적의 해외 총책인 남성 A 씨(36) 등 2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해 추적 중이다.앞서 이달 1일 알바몬도 해킹 피해 사실을 공지한 바 있다. 알바몬은 1일 홈페이지에 올린 공지에서 “지난 4월 30일 알바몬 시스템에서 비정상적 접근 징후를 바로 감지해 대응했다”며 “그 과정에서 ‘이력서 작성 페이지의 미리보기’에서 해킹 시도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2만 2473건의 임시 저장된 이력서 정보가 유출됐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인정보위)는 알바몬을 운영하는 잡코리아로부터 유출 신고를 접수 받아 2일 조사를 시작했다. ● 대기업 아니면 정보보호 공시 대상 제외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서버 해킹, 디도스 공격 등을 포함하는 기업 사이버 침해사고 신고 건수는 2021년 640건, 2022년 1142건, 2023년 1277건, 지난해 1887건으로 급증했다. KISA는 “업종별 침해 사고 중 상대적으로 보안 관리가 취약한 협회 및 단체, 수리 및 기타 개인 서비스업이 2024년 121건으로 전년 대비 약 66%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중소, 중견기업이 전체 침해 사고 비중의 9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이처럼 사이버 침해사고는 특히 보안 관리가 취약한 기업에서 꾸준히 증가 추세다. 그러나 현행 법은 일정 규모 이상 대기업이 아니면 정보보호 현황 공시 의무를 부여하고 있지 않다.정보보호 현황 공시는 정보보호 투자 현황, 인력 현황, 정보보호 활동 현황 등을 공개하는 것이다. 기존에 기업 자율로 각 기업의 정보보호인력 공개를 하도록 했던 정보보호산업법 시행령은 2022년 개정됐지만 공공기관, 금융 회사, 전자금융업자, 매출액 3000억원 미만의 상장사, 비상장사, 소기업 등은 여전히 의무 공시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대형 백화점 상품권 해킹 사태가 있었던 업체 역시 자본금이 10억 원가량, 직원이 65명 정도에 해당하는 중소기업으로 정보보호 현황 공시 의무가 없다. 알바몬을 운영하는 유한회사 잡코리아 역시 많은 개인정보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비상장사 중견기업에 해당해 공시 의무대상이 아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규모가 작더라도 개인 정보를 수집 및 가공하는 기업이라면 정보보호 관련 예산 공시 의무를 가질 수 있도록 공시 의무 대상 기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서울의 한 사립대에 다니는 중국인 유학생 황모 씨는 다른 중국인 유학생을 통해 “한국에서 개설한 통장만 빌려주면 수십만 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솔깃했다. 주변에 물어보니 자신과 같은 중국인 유학생들 몇몇이 ‘용돈 벌이’ 차원에서 응했다는 말도 들었다. 황 씨는 통장을 빌려줬다. 그런데 황 씨에게 통장 대여를 제안한 중국인은 보이스피싱 조직원이었다. 그는 황 씨의 통장만 챙겨 잠적했고 약속한 돈도 주지 않았다. 얼떨결에 황 씨는 피싱 범죄 가담자가 됐다. 이처럼 ‘통장만 빌려주면 한 달에 수십만 원을 보장하겠다’는 식의 유혹에 응했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범죄에 가담한 외국인 유학생들이 늘고 있다. 특히 국내 유학생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중국인 유학생들에게서 이런 사례가 많다. 전문가들은 “범죄 가담 여부를 몰랐어도 처벌 대상이 되는 만큼 국내 실정을 잘 모르는 유학생들에 대한 범죄 예방 교육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서 용돈 벌려다 범죄 가담경찰 등에 따르면 과거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책은 불법 체류자나 한국인이었지만 최근에는 국내 대학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인 경우가 늘고 있다. 이들은 주로 피해자에게 뜯어낸 돈을 전달하거나 ‘돈세탁’에 가담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들 상당수가 처음에는 범죄인 줄 모르고 피싱에 가담한다는 점이다. “통장 명의만 대여해 달라”, “돈을 옮겨만 주면 수십만 원의 대가를 주겠다”는 등의 제안이나 아르바이트 공고에 응했다가 범죄에 빠지는 사례가 많다.최근에는 한국에 사는 중국인들이 서로 생활 및 취업 정보 등을 나누는 온라인 사이트 ‘분투재한국’을 통해 보이스피싱 수거책 알바를 하다가 적발되는 중국인 유학생들도 늘고 있다. 분투재한국은 ‘한국에서 분투하다’란 뜻이다. 경찰 관계자는 “하루 평균 30만 원 정도의 높은 수익을 보장한다는 유혹에 이끌려 가담하는 유학생이 많다”고 설명했다. 점점 범죄 가담 사례가 늘자 이 사이트는 사기, 범죄에 연루된 유학생 사례를 소개하며 심부름, 통장 명의 대여 등 홍보 글을 주의하라는 공지 글을 최근 띄웠다.한 대학에서 중국인 유학생들이 무더기로 피싱에 가담했다가 붙잡힌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 강원 한 사립대 유학생 10여 명이 무려 약 20억 원의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돈세탁한 혐의로 검거됐다. 조직이 만든 특정 국내 은행 계좌로 피해자들이 입금하면 유학생들이 이 돈을 자신의 중국 등 외국 은행 계좌로 옮긴 것이다. 이 돈은 다시 총책의 계좌로 송금됐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 조직은 ‘같은 중국인’이라는 점을 내세워 유학생들을 끌어들인다”며 “외국인 유학생 중 중국 국적이 가장 많다 보니 피싱 범죄에 연루되는 중국인 사례가 많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은 20만8962명으로 사상 처음 20만 명을 넘겼다. 그중 중국인이 34.5%(7만2020명)였다.● “대학 차원서 사례 중심 예방 교육해야” 중국인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6월에는 방글라데시 국적 20대 유학생이 피싱 범죄에 가담했다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해당 유학생은 “일당과 교통비를 줄 테니 특정 장소로 가서 현금을 수거한 후 전해 달라”는 지시를 따른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가 등에 따르면 한국에 온 유학생들은 한국 실정에 어둡거나 언어 장벽이 있는 탓에 같은 국적의 다른 유학생들에게 의지하는 경우가 많다. 보이스피싱 재판을 많이 담당한 한 판사는 “앳된 10대 후반, 20대 초반 유학생들이 멋모르고 범행을 한 뒤 ‘용돈 벌려고 그랬다. 영문을 모르겠다’며 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우선 대학들이 철저한 범죄 예방 교육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윤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유학생들이 한국에서 학업을 시작하기 전에 대학이 범죄 예방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며 “유학생이 장기 결석하면 불법 알바나 범죄에 빠진 것이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서울의 한 사립대에 다니는 중국인 유학생 황모 씨는 다른 중국인 유학생을 통해 “한국에서 개설한 통장만 빌려주면 수십만 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솔깃했다. 주변에 물어보니 자신과 같은 중국인 유학생들 몇몇이 ‘용돈 벌이’ 차원에서 응했다는 말도 들었다. 황 씨는 통장을 빌려줬다. 그런데 황 씨에게 통장 대여를 제안한 중국인은 보이스피싱 조직원이었다. 그는 황 씨의 통장만 챙겨 잠적했고 약속한 돈도 주지 않았다. 얼떨결에 황 씨는 피싱 범죄 가담자가 됐다.이처럼 ‘통장만 빌려주면 한 달에 수십만 원을 보장하겠다’는 식의 유혹에 응했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범죄에 가담한 외국인 유학생들이 늘고 있다. 특히 국내 유학생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중국인 유학생들에게서 이런 사례가 많다. 전문가들은 “범죄 가담 여부를 몰랐어도 처벌 대상인 만큼 국내 실정에 서툰 유학생들에 대한 범죄 예방 교육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서 용돈 벌려다 범죄 가담경찰 등에 따르면 과거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책은 불법 체류자나 한국인이었지만 최근에는 국내 대학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인 경우가 늘고 있다. 이들은 주로 피해자에게 뜯어낸 돈을 전달하거나 ‘돈 세탁’에 가담하는 경우가 많다.문제는 이들 상당수가 처음에는 범죄인 줄 모르고 피싱에 가담한다는 점이다. “통장 명의만 대여해달라”, “돈을 옮겨만 주면 수십만 원의 대가를 주겠다”는 등 제안이나 아르바이트 공고에 응했다가 범죄에 빠지는 사례가 많다.최근에는 한국에 사는 중국인들이 서로 생활 및 취업 정보 등을 나누는 온라인 사이트 ‘분투재한국’을 통해 보이스피싱 수거책 알바를 하다가 적발되는 중국인 유학생들도 늘고 있다. 분투재한국은 ‘한국에서 분투하다’란 뜻이다. 경찰 관계자는 “하루 평균 30만 원 정도의 높은 수익을 보장한다는 유혹에 이끌려 가담하는 유학생이 많다”고 설명했다. 점점 범죄 가담 사례가 늘자 이 사이트는 사기, 범죄에 연루된 유학생 사례를 소개하며 심부름, 통장 명의 대여 등 홍보 글을 주의하라는 공지 글을 최근 띄웠다.한 대학에서 중국인 유학생들이 무더기로 피싱에 가담했다가 붙잡힌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 강원 한 사립대 유학생 10여 명이 무려 약 20억 원의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돈세탁한 혐의로 검거됐다. 조직이 만든 특정 국내 은행 계좌로 피해자들이 입금하면 유학생들이 이 돈을 자신의 중국 등 외국 은행 계좌로 옮긴 것이다. 이 돈은 다시 총책의 계좌로 송금됐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 조직은 ‘같은 중국 동포’라는 점을 내세워 유학생들을 끌어들인다”며 “외국인 유학생 중 중국 국적이 가장 많다 보니, 피싱 범죄에 연루되는 중국인 사례가 많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은 20만8962명으로 사상 처음 20만 명을 넘겼다. 그 중 중국인이 34.5%(7만2020명)였다.● “대학 차원서 사례 중심 예방 교육해야”중국인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6월에는 방글라데시 국적 20대 유학생이 피싱 범죄에 가담했다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해당 유학생은 “일당과 교통비를 줄 테니 특정 장소로 가서 현금을 수거한 후 전해 달라”는 지시를 따른 것으로 조사됐다.대학가 등에 따르면 한국에 온 유학생들은 한국 실정에 어둡거나 언어 장벽 탓에 같은 국적의 다른 유학생들에게 의지하는 경우가 많다. 보이스피싱 재판을 많이 담당한 한 판사는 “앳된 10대 후반~20대 초반 유학생들이 멋모르고 범행을 한 뒤 ‘용돈 벌려고 그랬다. 영문을 모른다’며 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전문가들은 우선 대학들이 철저한 범죄 예방 교육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윤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유학생들이 한국에서 학업을 시작하기 전에 대학이 범죄 예방 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며 “유학생이 장기 결석하면 불법 알바나 범죄에 빠진 것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원영 기자 o0@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괴물 같은 화력, 원터치로 손쉬운 사용.’ 5일 주요 인터넷 포털 사이트와 온라인 쇼핑몰에 ‘화염방사기’를 검색하자 수백 개의 제품이 곧바로 쏟아져 나왔다. 캠핑할 때 쓰는 저화력의 가스 토치부터 도로 공사, 주차선 시공 등에 사용되는 공업용 고화력 화염방사기까지 다양한 제품이 판매되고 있었다. 지난달 21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방화 사건의 범행 도구가 화염방사기처럼 개조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실제 화염을 방사할 수 있는 고화력 가스 토치 등이 ‘화염방사기’라는 이름으로 별다른 규제 없이 무분별하게 판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층간소음을 이유로 범행을 저지른 피의자를 ‘정의 구현 열사’ 등으로 떠받드는 등 모방범죄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화염방사기가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염방사기’ 검색하자 수백 개 줄줄이현재 각종 온라인 쇼핑몰에선 가스 토치, 가스 점화기 등의 기기를 화염방사기라는 이름을 붙여 판매하고 있다. 대부분의 제품은 일반인도 구할 수 있는 휴대용 부탄가스를 연료로 사용한다. 화염방사기의 ‘화력’은 발열량이나 화염 온도 등으로 결정된다. 온라인 쇼핑몰에선 캠핑이나 요리 등에 사용되는 시간당 발열량 1200cal가량의 소형 토치뿐만 아니라 시간당 발열량이 1만3000∼2만2000cal에 달하는 고화력 기기까지 구매가 가능하다. 대부분 2만∼3만 원대로 구매가 가능하고, 고화력 제품은 10만 원 안팎의 가격으로 살 수 있다. 고화력 기기는 주로 잡초를 제거할 때나 공업용으로 쓰인다. 금속성 탄알이나 가스 등을 쏠 수 있는 총포 및 화약류 등은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제조·판매·소지 등에 엄격한 허가가 필요하고 제조 방법을 게시하거나 유포하는 것도 금지된다. 하지만 가스나 기름을 연료로 화염을 발생시키는 화염방사기는 별다른 규제가 없다. 어느 정도의 화력이 고위험군인지 등을 규정하는 기준 등도 뚜렷하게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일정 이상 화력을 가지는 화염방사기는 철저한 규제나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캘리포니아주는 화염방사기를 소지하려면 허가증이 필요하고, 메릴랜드주에선 일반인의 소지를 아예 금지하고 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객관적 실험이나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화력별 위험도를 만들어야 한다”며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의 제품들은 구매 시 명부 등을 작성토록 하거나 관서에 등록하는 등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조법 영상도 버젓이… 모방범죄 우려도화염방사기는 봉천동 방화 사건 피의자처럼 농약살포기 등을 간단히 개조하는 식으로도 만들 수 있어 모방범죄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현재 유튜브에 ‘화염방사기 제작’을 입력하면 ‘초간단 라이터로 화염방사기 만드는 법’ ‘부탄가스로 화염방사기 만드는 법’ 등의 영상이 잇달아 검색된다. 화염방사기를 제작하거나 발사하는 영상은 수천에서 수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층간소음 피해 등을 주제로 하는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봉천동 방화 사건 피의자를 ‘열사’ ‘정의 구현’ ‘의인’ 등으로 떠받드는 글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일부 이용자는 ‘수천 번이고 아파트에 방화하고 나도 죽고 싶다’ ‘농약살포기 굿아이디어, 윗집에 배송해줘야겠다’ 등 모방범죄를 암시하는 글도 게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화염방사기를 이용한 방화 사건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2022년 3월 강원 강릉시 옥계면에서 한 60대 남성이 가스 토치 등으로 자택과 집 및 산림에 불을 질러 산림 약 4190ha(헥타르)를 태웠고 393억 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를 발생시켰다. 이 남성의 모친은 불을 피해 도망치다 숨졌고, 징역 12년이 대법원에서 확정돼 복역 중이다. 2023년 6월엔 전남 화순군의 한 마을 주민이 250년 된 왕버들나무를 토치로 불태워 집행유예를 선고받기도 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화염방사기의 경우 제조법 영상이 돌고, 구매도 용이하기 때문에 모방범죄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관련 영상을 규제하면서 (구매하는) 사람들의 용도를 확인할 수 있는 제도적인 절차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괴물 같은 화력, 원터치로 손쉬운 사용’5일 주요 인터넷 포털 사이트와 온라인 쇼핑몰에 ‘화염방사기’를 검색하자 수백 개의 제품이 곧바로 쏟아져나왔다. 캠핑, 요리용의 비교적 저화력 가스토치부터 도로공사나 주차선 시공 등에 쓰이는 공업용 고화력 제품까지 다양한 제품들이 포착됐다.지난달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서 발생한 방화 사건에 사용된 범행 도구가 농약 살포기로 추정되는 기기를 화염방사기로 개조한 것으로 알려져 인근 주민들과 시민들 사이에 충격을 준 가운데,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누구나 손쉽게 큰 화력의 화염방사기를 구매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봉천동 방화범을 ‘열사’ 등으로 떠받들며 모방범죄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대형 화염방사기에 대한 법적 규제나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염방사기’ 검색하자 수백개 제품 줄줄이 가스토치, 가스점화기 등 인터넷 등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화염방사기들은 대부분 시중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휴대용 부탄가스를 연료로 사용한다. 화염방사기의 성능을 결정짓는 ‘화력’은 발열량이나 화염온도 등으로 결정되데, 캠핑이나 요리 등에 사용되는 시간당 발열량 1200킬로칼로리(kcal) 가량의 소형뿐 아니라, 1만 3000kcal~2만 2000kcal에 달하는 고화력 공업용 및 잡초제거용까지 손쉽게 구매가 가능하다. 문제는 금속성 탄알이나 가스 등을 쏠 수 있는 총포나 화약류 등은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제조·판매·소지 등에 엄격한 허가가 필요하고 제조방법을 게시하거나 유포하는 것도 금지되지만, 가스나 기름을 연료로 화염을 발생시키는 화염방사기는 별도 규제가 없다는 점이다. 또 어느 정도의 화력이 ‘고위험’군인지 등을 규정하는 기준 등도 뚜렷하게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요리용이나 캠핑용처럼 소형 토치까지 규제할 수는 없겠지만, 일정 이상 화력을 가지는 화염방사기는 관련 규제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객관적 실험이나 전문가 자문 등 통해서 화력별 위험도를 만들고, 생명을 위협할 수있는 수준의 제품들은 구매시 명부 등 작성하게 한다거나. 총포 및 도검처럼 관서에 등록하게 하는 등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제조법’ 영상도 버젓이…‘모방범죄’ 우려도누구나 손쉽게 화염방사기를 구매하거나 제작할 수 있어 모방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튜브 등지에서 ‘화염방사기 제작’를 입력하자 ‘초간단 라이터로 화염방사기 만드는법’ ‘부탄가스로 화염방사기 만드는 법’ 등 영상이 쏟아져나왔고, 이를 제작하거나 발사하는 영상은 수천~수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실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디시인사이드’ 등에선 관악구 봉천동 화재가 발생한 직후 방화범 A 씨를 ‘열사’, ‘정의구현’, ‘의인’ 등으로 떠받드는 한편, ‘수천번이고 아파트에 방화하고 나도 죽고싶다’, ‘농약살포기 굿아이디어, 윗집에 배송해줘야겠다’ 등 모방범죄를 암시하는 글도 잇따라 올라왔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제조법 영상이 돌고, 구매도 용이하기 때문에 (화염방사기를 이용한 모방범죄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관련 영상을 규제하고, 실제 사람들의 용도를 확인할 수 있는 제도적인 절차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화염방사기가 대형 화재를 발생시킨 사례도 있다. 2022년 3월 60대 이 모씨는 강원 강릉시 옥계면에서 가스토치 등으로 자택과 집 및 산림에 불을 질러 강원 강릉시와 동해시 산림 약 4190ha(헥타르)을 태웠고 394억원에 달하는 재산피해를 발생시켰다. 이 씨의 모친도 화마를 피해 도망치다 결국 숨졌다. 이 씨는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고려대 생명과학대 농화학과 동문인 민남규 자강산업 회장과 같은 과 교우회가 개교 120주년을 맞아 모교에 7억 원을 기부했다. 민 회장은 2일 고려대에 개인 기부금 5억 원을 전달했다. 그는 2014년 고려대에 50억 원 기부를 약정한 이후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 기부 영웅’으로도 선정됐다. 고려대와 고려대의료원에 기부한 금액만 누적 59억여 원이다. 민 회장은 고려대에 지구 생태계 복원력을 연구하는 ‘오정리질리언스연구원’을 설립해 기후변화, 식량 부족 등 인류 난제 해결을 위한 인재 양성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같은 날 서울 성북구 고려대 본관 총장실에서는 ‘KU 써클 포 미라클-생명과학대학 농화학과 교우회 장학금’ 기부식이 열렸다. 농화학과 교우회 장학기금은 2억 원으로, 약 50년에 걸쳐 조성됐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대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유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을 내린 뒤 후폭풍이 거세다. 이 후보를 지지하는 진보 성향 단체를 중심으로 대법원에 대한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 대법원 앞에서 집회시위도 예고돼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웠다.2일 진보 성향 시민단체 촛불행동은 3일 예정된 138차 촛불대행진 장소를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대법원 앞으로 변경한다고 긴급 공지했다. 대법원이 1일 이 후보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데 대한 반발이다.앞서 촛불행동은 대법원이 이 후보 사건 선고 기일을 5월 1일로 정하자 “대선 개입”이라고 반발하며 조희대 대법원장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촛불행동은 대표단 입장문에서 “이번 주 토요일 ‘민주정부건설 내란세력 청산 138차 전국집중 촛불대행진’을 서울 시청역 7번 출구로 공지하고 안내했지만 조희대 대법원의 사법난동으로 많은 국민들이 장소 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촛불행동 대표단은 국민들의 뜻을 받들어 긴급하게 이번 주 전국집중 촛불대행진 장소를 대법원 앞으로 변경한다”고 했다.대표단은 “이번 주 토요일 대법원 앞(서초역 7번 출구)으로 총집결해 법비들의 사법난동을 제압하자”고 주장했다.촛불행동은 선고 당일인 1일에도 2000여명(주최 추산)이 대법원 앞에 모여 시위를 벌인 바 있다. 당시 촛불행동은 “대법원장 조희대는 이미 무죄로 판결난 사건을 대선을 코 앞에 두고 내규도 위반하며 비정상적이고 비상식적으로 상고심을 잡았다”며 “대법원은 말도 안되는 판결로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했다”고 비난했다.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법원본부도 2일 성명에서 대법원을 향해 “희대의 재판거래, 사법개혁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졸속적 재판진행으로 사법부가 재판거래를 했다는 합리적 의심을 받도록 만든 것”이라며 “공표된 사실 내용 전체 취지를 볼때 세부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더라도 허위의 사실이라고 볼 수 없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주장했다.반면 보수 성향 자유통일당은 2일 오후 3시부터 3만 명 규모의 ‘주사파 척결국민대회’를 연다. 대법원 판결에 대한 환영의 메시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경찰 관계자는 “단체 간 충돌의 여지가 있으면 이를 방지하고, 대법원 등 중요시설 안전을 확보하는 등 평화적 집회가 이뤄질 수 있도록 기본 임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