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정

신수정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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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신수정 부장입니다.

crystal@donga.com

취재분야

2026-05-24~2026-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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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확산되는 챗GPT 규제… AI와 공존하는 법[광화문에서/신수정]

    챗GPT를 대표 주자로 하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올해 들어 큰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 개인정보 침해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규제에 나선 국가가 늘고 있다. 이탈리아는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아예 챗GPT 접속을 잠정 차단하고 조사 중이며 영국, 캐나다, 프랑스에 이어 미국은 규제 여부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 이른바 스마트폰 혁명 이후 비즈니스 패러다임의 판을 뒤흔드는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는 챗GPT는 워낙 파급력이 커 그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이도 많다. 개발 속도를 늦추자는 업계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이미 전 세계적으로는 1억 명 이상, 국내에서도 220만 명 이상이 경험해 본 최신 기술 개발을 막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챗GPT를 업무에서 활용해본 사람들은 챗GPT의 능력에 놀라며 이 새로운 도구를 잘 활용하고 싶어한다. 이선 몰릭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경영학) 교수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기고한 ‘AI의 전환점, 챗GPT가 온다’ 아티클에서 “챗GPT는 더 깊이 탐구하면 훨씬 많은 잠재력이 드러난다”며 “챗GPT는 마케팅 카피 작성 등 창의적이고 표현력이 풍부한 작업에 적용하면 응용의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고 했다. 다양한 종류의 글쓰기를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하는 챗GPT는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지금까지 전혀 엄두를 내지 못했던 업무에도 도전할 수 있게 한다. 예를 들어 프로그래밍 코드를 한 번도 짜 보지 않은 사람도 챗GPT를 통해 실행 가능한 코드를 만들어낼 수 있다. 손진호 알고리즘랩스 대표는 “챗GPT를 활용하면 다양한 분야에서 업무 혁신이 가능해진다”며 “이 기술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개인과 기업은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챗GPT는 질문에 포함된 단어들과 가장 잘 어울리는 문장을 생성해 낼 뿐이기에 종종 ‘능숙한 거짓말쟁이’가 된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이러한 단점 때문에 챗GPT를 활용한 작업의 마지막에는 결과물에 대한 인간의 검증이 꼭 들어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또 데이터 입력과 수집 과정에서 개인정보나 기밀 정보 등이 유입돼 오남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AI 기술을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과정에서 사용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이 정부 차원에서 꼭 만들어져야 하는 이유다. 챗GPT와 주고받은 문답을 정리한 ‘챗GPT에게 묻는 인류의 미래’라는 책을 최근 펴낸 김대식 KAIST 교수는 “어차피 막을 수 없다면 새로운 기술을 더 먼저 받아들이고, 이런 기계와 함께 살아야 할 학생들이 정말로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가르쳐 주어야 하지 않을까”라며 책을 발간한 배경을 설명했다. “저를 비롯한 기계가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는 인간이 기계를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지에 달려 있습니다.” 이는 챗GPT가 책의 에필로그에서 전해준 글의 일부다. AI를 향한 과도한 두려움 또는 기대감보다는 인간의 능력을 확장시키는 스마트한 도구로 이를 올바르게 활용하려는 자세가 필요한 시기다.신수정 DBR 교육컨벤션팀장 crystal@donga.com}

    • 2023-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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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려운 문제일수록 답은 현장에 있다[광화문에서/신수정]

    “현장의 아이디어가 없으면 변화를 일으킬 수 없습니다. 직원들의 참여가 가장 중요합니다.” 얼마 전 열린 동아비즈니스리뷰(DBR) 비용 절감 세미나에서 ‘성공적인 비용 절감 실행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안장현 딜로이트안진 상무가 한 답이다. 지속 가능한 비용 절감을 하려면 기존의 업무 프로세스를 원점에서 점검, 검토, 개선해 효율적인 비용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현장 직원들의 아이디어와 실천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안 상무는 “비용을 줄이려면 조직이 변해야 하는데 변화는 고통스럽다”며 “현장과 소통하지 않으면 변화에 대한 저항감이 커져 성공하기 어렵다”고 했다. 기업 경영에서 현장의 중요성은 비용 절감뿐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경영 활동에 해당된다. 특히 경영 환경이 불확실할수록 최고경영자(CEO) 개인의 과거 경험이나 지식 등에 의존해 의사결정을 할 경우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3∼4월호에서 현장과 긴밀히 소통해 뛰어난 성과를 거둔 CEO들을 소개했다. 쓰러져 가던 미국의 전자제품 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를 8년 만에 회생시킨 위베르 졸리 전 CEO는 직원들을 ‘창의적 엔진’이라고 부른다. 기업에 시급한 혁신과 변화를 일으키는 동력이 바로 이들이기 때문이다. 그는 “가장 강력한 리더십은 자신이 모든 답을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현장 직원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고 그들에게서 모든 답을 찾았다”고 했다. 메리 배라 제너럴모터스(GM) 회장도 현장을 잘 챙기는 리더로 유명하다. 18세부터 현장실습생을 시작으로 제조 엔지니어, 공장 검사원, 설계 엔지니어 등을 거쳐 관리직까지 40년 넘게 GM에서 일했던 그는 CEO 취임 이후 직원들을 대상으로 ‘거리낌 없이 안전 문제 말하기(Speak Up For Safety)’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후에는 공장 직원들과 수시로 만나 문제점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조직 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지 확인했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포터 교수와 니틴 노리아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CEO들은 평균적으로 팀과 보내는 시간이 6%, 고객과 보내는 시간은 3%에 불과하고 무려 72%의 시간을 회의에 쏟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CEO는 거품막 속에서 따로 떨어져 사업을 운영하고 직원들이 처해 있는 진짜 세계를 전혀 보지 못하는 위험에 빠져 있다”며 “직원 및 고객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은 회사와 업계가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 신뢰할 만한 정보를 얻는 데 반드시 필요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세계 최대 커피 체인점인 스타벅스의 새 CEO로 20일(현지 시간) 취임한 랙스먼 내러시먼은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을 통해 한 달에 한 번 4시간씩 매장에서 근무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40시간의 바리스타 교육을 마친 그는 다른 임원들에게도 매장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지난해 10월 회장에 취임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국내외 사업장을 중심으로 활발히 현장경영을 펼치고 있다.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늘 현장에 답이 있다)’의 자세를 갖고 현장을 찾는 CEO들을 응원한다. 신수정 DBR 교육컨벤션팀장 crystal@donga.com}

    • 2023-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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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BR]“韓 세계 최고 과학 국가 중 하나… 韓-英 협력 가능성 모색하길”

    “한국과 영국의 과학두뇌가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 만큼 이번 콘퍼런스에서 도출된 새로운 협력이 과학적 진보를 넘어 양국의 사회경제적 성장을 견인하길 바랍니다.” 강원 평창 용평리조트에서 21∼23일 열린 ‘제6회 한영 리서치 콘퍼런스’에서 노도영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은 한국과 영국 과학자 간의 협력을 강조했다. IBS와 영국왕립학회는 2013년 기초과학 분야에서의 연구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2014년부터 한국과 영국에서 번갈아 공동 콘퍼런스를 개최해 왔다. IBS와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영국왕립학회 공동 주최로 열린 올해 콘퍼런스는 국가적 어젠다인 양자 물질과 감염병을 주제로 열렸다. 해당 분야의 석학을 포함한 한국과 영국의 과학자 40여 명은 이 자리에서 양자컴퓨터, 백신 개발 등에 관한 최신 연구 동향을 공유하고 주제토론 시간을 가졌다. 영국왕립학회는 1660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80명이 넘는 학회 회원이 노벨상을 받는 등 기초과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연구 기관으로 손꼽힌다. 이번 콘퍼런스에는 양자 연구 분야의 석학인 피터 나이트 영국 임피리얼칼리지런던(ICL) 명예교수가 참석해 영국 정부의 ‘국가 양자 기술 프로그램’의 배경과 방향을 발표했다. 영국은 2014년 10억 파운드(약 1조5800억 원)를 투입해 국가 양자 기술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영국의 번영과 안보를 위해서는 양자 기술이 중요하다고 보고 선도적인 양자 기술 국가가 되기 위한 비전과 전략을 담은 정책이다. 나이트 교수는 “영국의 국가 양자 기술 프로그램은 글로벌 산업계의 추가 투자를 유치해 다음 단계로 향하고 있다”며 “지난 9년간 개발된 양자 네트워크와 컴퓨팅 관련 플랫폼들이 미래 산업을 주도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영국은 2024년부터 10년간 새로운 양자 연구개발(R&D) 프로그램에 25억 파운드를 투자할 계획이다. 양자 기술을 가진 해외 기업을 영국에 적극 유치하려는 계획도 갖고 있다. 감염병 세션에서는 카롤린 베그바리 영국 ICL 박사가 신약 개발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임상시험 시뮬레이션(CTS)의 중요성을 발표했다. 임상 결과를 예측하면서 불필요한 실험을 최소화함으로써 신약 개발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2014년부터 시작된 한영 리서치 콘퍼런스는 그동안 생명과학, 재료과학, 신경과학, 의생명과학 등 다양한 기초과학을 주제로 열렸다. 나이트 교수는 “한국은 세계 최고의 과학 국가 중 하나로 영국왕립학회와 한국의 관계는 긴밀하게 성장하고 있다”며 “콘퍼런스를 통해 새로운 과학적 연결고리를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더 많은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길 바란다”고 했다. 유욱준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은 “한영 리서치 콘퍼런스는 양국의 정상급 리더 과학자는 물론이고 젊은 과학자의 참여와 역할도 확대하면서 양국 간 긴밀한 학술 교류와 공동 연구를 견인하고 있다”고 했다.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 2023-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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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신수정] 조직을 해치는 무례함… 조직을 키우는 정중함

    “우리 직원이 고객에게 무례한 행동을 했다면 직원을 내보내겠습니다. 그러나 우리 직원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시면 고객을 내보내겠습니다.” 이는 2015년 도시락 전문 업체 스노우폭스 매장에 걸려 화제를 모았던 ‘공정서비스 권리 안내문’에 나오는 구절이다. 안내문을 걸게 한 김승호 짐킴홀딩스 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무례한 고객에 대한 응대는 직원들 입장에서 가장 난처한 상황인데 회사가 자신을 보호해 준다는 확신을 가지면서 직원들의 애사심이 높아졌다”며 “고객들도 점원을 더욱 존중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일터에서 경험하는 무례함은 팬데믹 이후 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례함의 비용’이라는 책의 저자로도 잘 알려진 크리스틴 포래스 조지타운대 교수가 최근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기고한 아티클에 따르면 전 세계의 다양한 업계 종사자 2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6%가 한 달에 한 번 이상 일터에서 무례함을 경험했고, 78%는 고객의 무례한 행동이 5년 전보다 늘었다고 답했다. 포래스 교수는 무례함이 사회 곳곳에서 확산된 이유 중 스트레스를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다. 연구진의 조사 결과 동료에게 무례하게 굴었던 응답자의 73%는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답했다. 팬데믹 이후 달라진 직장 환경, 전쟁과 인플레이션 등 복합 위기 속에서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지면서 감정 조절이 힘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원격근무 확대로 인해 느슨해진 직장 내 유대관계, 소셜미디어의 과도한 사용으로 인해 나빠진 정신건강 등도 무례함을 확산시키는 요인들이다. 무분별하게 퍼지는 무례함을 그냥 참으라고 하기엔 무례함의 비용이 너무 크다. 많은 연구에 따르면 무례함은 직접 당하는 이들뿐만 아니라 곁에서 지켜보는 이들에게도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다른 고객이 직원에게 무례하게 구는 모습을 목격한 고객은 해당 회사의 가치관에 의문을 가지게 되고 결과적으로 그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하려는 의향이 35%나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을 잡기 위해서라도 회사는 무례한 이들로부터 직원을 보호해야 한다. 조직 내에서 벌어지는 무례함은 생산성을 크게 감소시킨다. 무례한 말에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정보를 처리하고 기억해내는 능력이 저하되고 공격적인 생각이 늘어난다. 상사가 무례한 태도를 보이면 부하 직원들이 지식이나 정보 은폐로 보복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조직 내에서 지식과 정보가 공유되지 않고 은폐된다면 제대로 된 의사결정이 어려워지고 조직이 성장할 수도 없다. “정중함이란 규격화된 예절 항목들을 하나씩 체크하는 의전이 아니라 매 순간 넓은 마음으로 타인을 포용하고 내 것을 내어주는 태도를 말합니다. 우리는 예의 바른 환경에 있을 때 좀 더 생산적이고 창의적이며 유익한 사람, 더 행복하고 건강한 사람이 됩니다.” 포래스 교수는 무례함은 전염성이 있지만 다행히 정중함이 전파되는 힘도 그만큼 강하기 때문에 조직 내에서 친절, 배려, 존중의 가치가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회 곳곳에서 정중함을 전파하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한다.신수정 DBR 교육컨벤션팀장 crystal@donga.com}

    • 2023-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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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의 전략적 AI 적용…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광화문에서/신수정]

    2021년 뉴질랜드 팀은 유명한 요트 대회인 ‘아메리카 컵’을 준비하면서 인공지능(AI)을 도입했다. 알파고에게 바둑을 가르쳤던 것처럼 AI에게 항해를 가르쳤다. AI는 인간들과 달리 잠을 자거나 밥을 먹지도 않고 수천 개의 시뮬레이션을 무섭게 학습하더니 8주 만에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베테랑 선수들을 이겼다. 이때부터 AI가 스승이 되어 선수들에게 효율적인 항해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AI 도입 전에는 새로 설계된 요트를 운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을 찾는 데 몇 주가 걸렸지만 AI 덕분에 이 시간이 대폭 단축된 것이다. 그해 뉴질랜드 팀은 7개 대회 중 3개에서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아제이 아그라왈 창조적 파괴 랩 설립자는 이 일화를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소개하면서 “AI로 인한 차이는 기계가 더 많은 일을 하는지가 아니라 AI를 활용해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이 누구인지에 달려 있다”며 “AI는 그 자체로 통찰력을 주는 것이 아니라, AI를 활용한 정보를 통해 사람들이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때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최근 대화형 AI 서비스 프로그램인 챗GPT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기업들의 전략적 AI 도입을 독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HBR은 최신호(1∼2월)에 게재된 ‘AI 도입, 언제까지 고민만 할 텐가…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때가 왔다’라는 아티클에서 기업들의 AI 도입은 미래 거의 모든 사업의 성공을 결정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머스 H 대븐포트 뱁슨대 교수 등은 이 아티클에서 미국의 빅테크를 제외하고는 AI를 본격적으로 다루거나 사업의 핵심에 두고 있는 곳이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AI의 잠재력을 의심하면서 단순히 실험해보는 정도에 그쳐 충분한 인력과 예산을 투입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들은 민간기업과 정부기관 중 적극적으로 AI를 도입해 성공을 거둔 30곳을 분석해 벤치마킹할 만한 요인을 도출했다. 이들은 기업이 AI를 통해 큰 가치를 얻고자 한다면 우선 사람과 AI가 업무 환경에서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근본적으로 바꾸라고 조언했다. 모든 핵심 부서에 AI를 배치해 새로운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리더들은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등 ‘AI가 우리 회사의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BM이 지난해 전 세계 기업의 AI 도입 현황을 조사해 발표한 ‘2022 AI 도입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AI를 자사 비즈니스에 ‘적극 도입하고 있다’고 답한 국내 기업은 22%로 전 세계 평균(34%)보다 낮았다. 국내 기업 응답자의 46%만이 ‘AI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한국은 반도체, 2차전지, 조선, 자동차 등 주요 산업군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산업 강국이다. 여기에 AI 활용 능력까지 더해지면 글로벌 시장에서 압도적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현 시대에 데이터는 원유(oil)나 다름없는 가치를 갖고 있고, 이러한 데이터를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해 최선의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돕는 최상의 도구가 AI이다. 여러 이유로 AI 도입을 주저했다면 이제는 속도를 내야 할 시점이다. 신수정 DBR 교육컨벤션팀장 crystal@donga.com}

    • 2023-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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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BR]“인적 다양성 앞세운 경희대만의 새로운 산학협력 모델 만들 것”

    “지난해 학교 창업 프로그램에 지원한 학생 수가 두 배로 늘었고 창업을 대하는 태도도 훨씬 진지하고 열정적이었습니다.” 경희대 링크 3.0 사업단에서 창업활성화센터장을 맡고 있는 엄주명 경희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요즘 대학가의 창업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엄 교수는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발전하고 있다”며 “교내 창업대회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외부 벤처 투자자들로부터 기술과 아이디어 측면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은 팀도 제법 많다”고 했다.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경희대 창업인의 밤 행사는 이러한 분위기를 잘 보여줬다. 이날 행사에는 경희대 출신 창업인 50여 명이 참석해 회사를 소개하고 네트워킹 시간을 가졌다. 경희대 졸업생 창업인 20명은 재학 중 창업에 뛰어든 후배들에게 여러 조언을 해주고 노하우도 공유했다. 인적 자원이 방대한 경희대는 최근 창업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올빅뎃과 한국딥러닝은 각각 2018년과 2019년 창업한 기업으로 올빅뎃의 이동재 대표, 곽지우 이사와 한국딥러닝의 김지현 대표는 모두 경희대 재학 중에 창업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교내 창업 지원 프로그램인 ‘KHU Valley Program’에 참가해 비즈니스 모델, 수익구조 분석 등 창업에 필요한 조언과 자료 등을 지원받았다. 이 두 기업은 인공지능과 전통 예술을 결합해 한국 전통 수묵화 데이터세트를 구축하는 정부 사업에 최근 선정돼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했다. 거울에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한 다양한 제품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는 시프트미러의 이재진 대표와 음식물 처리 체계 구축 솔루션을 만든 다알시스의 최윤호 대표도 경희대 출신으로 교내 창업 프로그램을 통해 발굴됐다. 학생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돕고 있는 사업이 정부의 산학협력 사업인 링크 사업이다. 경희대는 2017년 교육부의 사회맞춤형 산학협력 선도대학(링크 플러스) 육성사업에 선정돼 5년간 이를 잘 수행한 데 이어 지난해 링크 3.0 사업에 다시 선정됐다. 허균영 경희대 링크3.0사업단 부단장은 “경희대는 링크 플러스 사업에 뛰어들 때 가급적 다수의 학사 단위를 참여시켜 대학 전반에 산학협력 문화가 동시에 자리 잡도록 했다”며 “보통 산학협력 하면 공학 계열을 생각하지만 경희대에서는 문과 계열이나 예술 계열 학사 단위에서도 학과 특성을 살린 돋보이는 산학협력 결과가 다수 창출되었다”고 했다. 경희대는 2028년까지 6년간 진행될 링크 3.0 사업을 통해 방대한 인적 네트워크를 앞세운 경희대만의 새로운 산학협력 모델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허 부단장은 “링크 사업을 통해 학생들의 좋은 아이디어가 꽃을 피울 수 있는 만큼 이러한 좋은 프로그램을 잘 홍보해 보다 많은 학생들에게 혜택이 가도록 하겠다”며 “올해는 산학협력 프로그램의 내실을 다지는 데도 힘을 기울이겠다”고 했다.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 2023-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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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새해 계획은? 배우는 자세와 일상속 경외감![광화문에서/신수정]

    “새해가 밝았구나. 군자는 새해에 그 마음가짐과 행동을 새롭게 해야 한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새해를 맞을 때마다 일 년 동안 무슨 공부를 할 것인가를 미리 계획했다.” 이는 다산 정약용(1762∼1836)이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 내용이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다산처럼 공부를 목표로 세운 이들이 많을 것 같다. 특히 조직을 이끌고 있는 리더라면 새로운 지식을 흡수하려는 노력이 더욱 필요한 시기이다. 글로벌 복합 위기 속에서 중요한 의사 결정을 내리고 낯선 문제를 해결하려면 잘 알고 있는 분야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공부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총장을 지내고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의 이사회 의장으로 있는 존 헤네시는 ‘어른은 어떻게 성장하는가(Lessons from My Journey)’에서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것은 주요 투자를 둘러싼 의사 결정을 내리는 데서 반드시 필요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관련 이야기를 나누고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필수적”이라며 “나는 지금까지도 책에 욕심이 많은데 배움은 삶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자세는 젊음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1920년생으로 올해 103세인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정신적으로 늙지 않는 비결을 묻는 질문에 공부를 제일 첫 번째로 꼽았다. 그는 “신체가 늙는 건 어떻게 할 수 없지만 정신적으로 늙는 건 자기 책임인 것 같아요. 뭐든지 배워야 해요. 공부가 따로 있나요? 독서하는 거고 취미 활동 하는 거죠”라고 했다. 매일 반복되는, 약간은 지루하게 느껴지는 일상이 불만족스럽다면 일상 속에서 경외감을 느끼는 순간을 자주 만들어 보는 것을 새해 계획으로 세워도 좋을 것 같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대커 켈트너 교수는 최근 발간한 저서 ‘Awe(경외감)’에서 ‘내가 세계에 대해 현재 이해하는 바를 초월하는 거대한 무언가의 존재 속에 있는 느낌’이라고 정의했다. 그간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그랜드캐니언, 오로라 등의 장엄한 자연 앞에서 경외감을 느끼지만 지극히 일상적인 순간에서도 특별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경외감을 느끼면 더 차분하고 친절해지고, 창의성이 높아지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에번 해럴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시니어 에디터는 HBR 신년호에 게재한 칼럼에서 이를 일상 속 경외감의 힘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일상 속에서 경외감을 발견하는 새로운 시각을 가지면 일상의 따분함을 피할 수 있다”며 “이는 극작가 크리스토퍼 말로가 묘사한 ‘작은 방의 무한한 풍요로움’을 누리는 것”이라고 했다. 박완서 작가(1931∼2011)는 설악산에서 마주친 단풍과 석양을 보면서 느낀 순간의 감동을 아름다운 문장으로 남겼다. “예사로운 아름다움도 살날보다 산 날이 많은 어느 시기와 만나면 깜짝 놀랄 빼어남으로 빛날 수 있다는 신기한 발견을 올해의 행운으로 꼽으며 1982년이여 안녕.” 배움의 즐거움과 일상 속 경외감을 통해 지적으로, 정서적으로 보다 풍요로워질 2023년 계묘년을 기대한다.신수정 DBR 교육컨벤션팀장 crystal@donga.com}

    • 2023-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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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신수정]제품만으로 평가받던 시대는 끝났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는 매년 연말 치열한 토론을 거쳐 올해의 비즈니스 케이스 스터디를 선정해 소개하고 있다. 눈에 띄는 성과를 낸 긍정적인 케이스들도 있지만 기업의 신뢰도와 평판에 악영향을 준 아쉬운 케이스들도 다룬다. 올해는 평판과 리스크 관리에서 취약점을 드러낸 일부 기업들이 케이스에 포함됐다. 제빵 공장에서 발생한 20대 근로자 사망 사고를 계기로 불매 운동까지 벌어진 SPC, 플랫폼 독점 이슈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카카오 먹통 사태, 700억 원대 횡령 사건이 벌어진 우리은행 등이다. 전문가들은 기업 평판은 단 하나의 사건으로 형성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SPC는 이번 사망 사고 전에도 여러 번 기업 평판에 악영향을 끼친 사건들로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다. 가맹점을 압박하고 원재료 시장을 봉쇄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SPC는 2020년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일감 몰아주기’ 혐의로 과징금 647억 원을 부과받았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명성을 쌓는 데는 수십 년의 세월이 걸리지만 그것을 무너뜨리는 데는 5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고 했다. 올 10월 발생한 카카오 먹통 사태는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혁신의 아이콘’으로 평가받던 카카오는 이 사건으로 ‘돈만 밝히는’ 이미지로 전락했다. 모바일 전환 생태계의 최대 수혜자로 지난 10년간 고속 성장했지만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기본인 서비스 안정화에 실패하면서 고객들을 실망시켰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23 세계 대전망’에서 “지정학과 경제 환경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하던 시기는 팬데믹을 기점으로 막을 내렸다”며 “오늘날 세계는 강대국 경쟁과 팬데믹의 여진, 경제 대변동, 기상 이변, 기술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동요하고 있어 훨씬 더 불안정하다”고 분석하면서 ‘예측 불가능성이 뉴노멀(새로운 기준)인 시대’라고 정의했다.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질 때 기업에 수반되는 리스크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요즘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기업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건 사고들이 실시간으로 주주와 투자자는 물론이고 고객과 대중에게도 빠르게 전파된다. 새로운 혁신 기술이나 제품 개발 못지않게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넷포지티브’의 저자인 앤드루 윈스턴 작가는 “젊은 세대 소비자들은 양극화와 같은 사회 문제에 분노하며 이를 해결해 주는 기업이나 인물을 지지하기 시작했다”며 “기업 오너뿐만 아니라 실무를 맡고 있는 중간관리자 모두가 자신이 영위하는 비즈니스 활동이 세상에 줄 수 있는 효과와 충격에 책임질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했다. 비단 젊은 세대 소비자들만은 아닌 것 같다. 요즘 소비자들은 환경, 인권 등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지켜야 할 가치에 관심이 많다.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더러운 기술(dirty tech)’로 만들어졌거나 비윤리적인 기업에서 만든 제품은 피하고 싶어 한다. 기업에 대한 사회적 기대가 점점 높아지는 가운데 지속가능한 가치에 관심을 두고 노력하는 기업만이 미래 시장에서도 고객들의 신뢰와 지지를 얻어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신수정 DBR 교육컨벤션팀장 crystal@donga.com}

    • 2022-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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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 한 해 당신에게 영감을 준 아이디어는?[광화문에서/신수정]

    “개인적인 커리어와 회사 성공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아이디어가 무엇인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가 올해 창간 100주년을 기념해 글로벌 기업의 전현직 최고경영자(CEO) 8명에게 물어본 질문이다. 스테판 방셀 모더나 CEO는 미래에서 현재로 역행하며 비전을 세운 것을 꼽았다. 앞으로 5년에서 10년 뒤 미래를 생각한 다음 이 ‘영화’를 거꾸로 감아 보면서 현 시점에서의 좁은 사고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그는 2011년 모더나 창업자 겸 CEO로 활동하면서 이러한 역행적 사고를 경영에 적극 활용했다. 당시 스타트업이었던 모더나는 기댈 만한 성과나 실적이 없었고, 그는 10년 뒤 회사 모습을 야심 찬 비전을 갖고 그렸다. 전임상연구용 로보틱스 개발, 메신저RNA 생산 기술의 상용화가 이때의 비전이었고 모더나는 이를 실현시켰다. 그는 “시간을 역행하는 방법은 모든 기업에 유용한 경영 수단이 될 수 있다”며 “이는 사고의 제약을 무너뜨려 시장을 바꾸는 위대한 아이디어를 끄집어낼 수 있다”고 했다. 인도 마힌드라그룹의 아니시 샤 CEO는 이 질문에 1945년 11월 마힌드라가 창립 한 달을 맞이했을 때 인도에서 가장 큰 영어 일간지 타임오브인디아에 실은 광고를 떠올렸다. 이 광고에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내용은 없었고 마힌드라 운영의 근본 원칙이 실려 있었다. ‘가장 큰 이익을 볼 사람들, 즉 대중의 협력을 반드시 구해야 한다’ ‘피부색도, 교리도, 카스트도 일터의 화합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등의 내용이다. 그는 “1945년 이후 지금까지 마힌드라는 광고에서 밝혔던 원칙을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고 ‘긍정적인 변화를 촉발해 모두가 비상(飛上)할 수 있게 하라’는 지금의 모토에 이르렀다”며 “이 모토 때문에 내가 마힌드라에 합류했고 여전히 남아 있다”고 했다. 로즈 브루어 월그린 부츠 얼라이언스 CEO는 경청하기를 들었다. 그는 과거 리테일 기업의 임원으로 일하면서 항상 일선 지점을 방문해 고객과 부하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어떤 문제가 생겨 해결책을 찾았을 때도 꼭 해당 지점 매니저를 만나 그 해결책을 보여주며 “이 해결책이 맞는 것 같나요? 괜찮으면 받아들이고, 아니면 찢어버리셔도 좋은데 어떤지 말해 주세요. 꼭 듣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경영학자들이 지난 10년 동안 HBR에 기고한 글을 보면 리더십은 대화”라며 “경청하기는 리더의 가장 유용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나와 회사의 성공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다양한 답이 나온 가운데 HBR는 이를 두 가지로 정리했다. 하나는 갈수록 역동적으로 변하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혁신하고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목표와 비전의 중요성이었다. 어느덧 올해를 마무리하고 내년을 계획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유례없는 전염병으로 잃어버렸던 일상들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지만 경기 침체, 전쟁으로 인한 불안, 극단적인 기후 변화 등으로 내년은 힘든 한 해가 될 것 같다. 어느 때보다 미래의 나 또는 조직의 모습을 그려 보며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신수정 DBR교육컨벤션팀장 crystal@donga.com}

    • 2022-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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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BR]“촉각-후각까지 느끼는 가상공간… 예술-기술의 경계 넘는 경험해보세요

    기후 변화로 지구 곳곳에서는 지금까지 겪어 보지 못한 자연 재해가 벌어지고 있다. 척박하게 바뀐 환경 속에서 발레리나는 춤출 곳을 잃어버렸다. 고글과 장갑을 낀 관객들은 가상공간 안에서 발레리나를 만나게 되고, 위기에 처한 발레리나를 구해낸다. 이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아트앤테크놀로지랩(AT랩)이 포항공대 연구팀과 함께 만든 신기술 융합 메타버스 콘텐츠 ‘발레 메타니크(Ballet Metanique)’의 스토리라인이다. 발레 메타니크는 발레라는 클래식 예술에 최첨단 기술을 접목한 융합예술 작품으로 9월 오스트리아 린츠에서 열린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 2022’ 캠퍼스 부문에 초청됐다. 올해 43주년을 맞이한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은 미디어 아트 분야에서 권위 있는 축제로 매년 20만 명이 넘는 이들이 관람한다. 한예종 AT랩의 소장을 맡고 있는 이승무 한예종 교수(영상원 영화과)는 “기존에 존재하지 않는 창작물을 만들거나 경계를 넘어서려고 할 때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다”며 “예술가 입장에서는 기술이 ‘물감’인데 예술가가 물감을 못 만들기 때문에 기술을 가진 이들과의 협업이 중요하다”고 했다. 발레 메타니크에는 최승문 포항공대 교수(컴퓨터공학과) 팀이 연구하는 햅틱 기술이 적용돼 작품의 몰입감을 높였다. 최 교수는 “최근 가상공간에서 시각이나 청각을 느끼게 하는 기술은 많이 발전했지만 상대적으로 촉각과 후각을 재현하는 기술이 아쉬웠다”며 “햅틱 기술을 활용해 촉각을 최대한 구현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발레 메타니크 관객들은 고글 외에 햅틱 조끼, 열감과 냉감을 느낄 수 있는 장갑을 착용한다. 소리에 반응해 진동하는 햅틱 기술이 잘 적용돼 관객들에게 예술과 기술의 경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발레 메타니크는 한국콘텐츠진흥원 부설 문화체육관광기술진흥센터가 주관하는 ‘문화콘텐츠 R&D 전문인력 양성 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됐다. 첨단기술과 문화콘텐츠 장르의 융합 기술 개발 지원을 통해 고급 문화기술 전문 인력을 길러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업이다. 이 교수는 “일정 거리를 두고 보는 영화와 책과 달리 가상현실(VR)로 대표되는 몰입형 콘텐츠를 즐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며 “참여형 몰입형 콘텐츠를 만들려면 예술과 기술의 결합이 필수적이며 이러한 미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융·복합 인재 양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예종과 포항공대는 내년 말까지 메타버스의 핵심 콘텐츠 분야의 창작과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내년에는 인공지능(AI) 배우를 활용한 공연을 선보이기 위해 준비 중이다. 최근 K콘텐츠로 각광받는 한국의 미디어 아트 미래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마르틴 혼치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 디렉터는 “한국 예술가들은 매우 독특한 색을 갖고 있고 수준 있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며 “예술과 기술이 결합된 미디어 아트 창작에서 한국은 높은 잠재력을 갖고 있는 혁신적인 국가”라고 평가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 2022-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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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신수정]눈앞에 직면한 경기 침체, 성장의 기회로 활용하라

    “재계가 내년도 사업 계획의 키워드를 ‘위기 관리’와 ‘내실’로 잡았다. 세계 경기 침체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자 무리하게 몸집을 불리기보다는 사업 규모를 안정적으로 성장시키는 데 주력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미래에 기업을 먹여살릴 신(新)성장동력에 대한 투자는 지속할 계획이다.” 이는 2012년 10월 8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기사의 일부분이다. 날짜가 적혀 있지 않으면 10년 전 기사가 아니라 요즘 기사로 읽힐 만큼 상황이 비슷하다. 매년 이맘때쯤 재계는 내년도 경영 전략을 세우느라 분주하다. 특히 다가올 2023년 대내외 경영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험난할 것이란 전망이 많아 기업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이번 경기 침체는 인플레이션, 공급망 붕괴, 지정학적 리스크가 미국, 유럽 등 전 세계에서 동시에 진행된다는 점에서 과거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충격이 클 것이란 전망이 많다.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당장 비용 절감에 나선 기업들이 많다. 연구개발(R&D)과 마케팅, 직원 교육에 들어가는 지출을 줄이고, 신규 채용을 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허리띠를 졸라매는 대응이 침체기를 준비하는 최선의 전략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있다. 비제이 고빈다라잔 미국 다트머스대 교수는 최근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경기 침체기는 성장을 위한 자원을 확보하기에 최적의 시기”라며 “경쟁사가 감축과 절감으로 대응할 때 확장을 모색해 경쟁 업체를 따돌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침체기 때 차별화된 전략으로 승자가 된 기업으로 삼성을 꼽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삼성은 반도체, LCD, 휴대전화에 집중하고 해당 제품군에서 글로벌 리더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고빈다라잔 교수는 “품질 낮은 제품은 침체기에 오래 버티지 못한다는 생각에 고품질에 집중한 것”이라며 “삼성은 R&D와 마케팅 지출을 늘리고 최고의 인재들을 영입했고, 그 결과 해당 제품군에서 누구도 함부로 대적할 수 없는 기업으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경영 전략 컨설팅 회사인 베인앤드컴퍼니는 경기 침체에 대비하기 위한 대응 전략으로 선제적 인수합병(M&A) 기회를 모색하라고 조언했다. R&D 중단, 마케팅 비용 삭감 등의 임시 방편식 비용 절감만으로는 침체기 이후에 승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베인앤드컴퍼니 분석에 따르면 과거 경기 침체 시 기업 가치는 20∼30% 정도 떨어졌고, 이때 사들인 기업 투자는 이후에 2∼4배 수익으로 되돌아왔다. 이미 국내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다가오는 위기 속에서 적극적인 성장 전략을 주문하고 있다.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은 지난달 “최근 불황과 경기 위축 시기가 더 좋은 투자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며 적극적인 투자를 당부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1일 손자병법에 나오는 ‘이우위직 이환위리(以迂爲直 以患爲利·근심을 이로움으로 삼는다는 뜻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듦을 이르는 말)’를 인용하며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한 전략을 만들라고 주문했다. 한국 기업들이 위기 속에서 움츠러들기보다는 성장의 해법을 찾아 더 크게 도약하기를 기대한다.신수정 DBR교육컨벤션팀장 crystal@donga.com}

    • 2022-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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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콘텐츠진흥원-KISTI, 14일 업무협약 체결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과 ‘문화체육관광 연구개발 기술사업화 촉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14일 체결했다. 두 기관은 데이터 기반 기술사업화 지원 플랫폼인 ‘Smart K2C+’를 활용해 문화체육관광 분야 기술사업화 촉진에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Smart K2C+는 기업의 기술사업화 역량 진단에서부터 제품의 시장경쟁력 평가에 기반한 해외시장 진출까지 기술사업화 전 과정을 KISTI가 보유한 데이터와 분석모델 등을 통해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콘진원은 해당 플랫폼을 ‘문화체육관광 기술사업화 촉진 프로그램’ 전체 참가사를 대상으로 활용해 기업이 가진 가치와 역량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사업화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계획이다. 콘진원 조현래 원장은 “문화체육관광 연구개발 사업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상황과 업계 수요를 고려한 기술사업화가 중요하다”며 “KISTI의 진단 프로그램 도입으로 문화체육관광 분야 기업들의 시장진출 성공률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콘진원은 본 사업과 관련한 참가사를 21일까지 모집한다. 문화체육관광 연구개발 사업을 수행한 경험이 있는 기업은 신청 가능하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 연구개발정보관리시스템(ctrd.kocca.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 2022-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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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디서든 일할 수 있다… 확산되는 원격근무와 워케이션 [광화문에서/신수정]

    글로벌 여가 플랫폼 기업 야놀자는 지난해 6월부터 상시 원격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야놀자는 전체 1500여 명의 임직원 중 연구개발(R&D) 인력이 40%에 달한다. 기술력을 통해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테크 올인(Tech All-in)’ 비전을 발표하면서 원격 근무제, 거점오피스, 워케이션 등을 도입했다. 기업 문화와 일하는 방식을 과감히 바꿔 유연한 근무환경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외에서 우수한 R&D 인력을 적극 영입하기 위해서다. 배달 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내년 1월부터 근무 장소를 선택해서 일할 수 있게 했다. 연말까지는 주 1회 사무실 출근을 유지한다. 내년부터는 사무실과 집 외에 근무 여건을 갖춘 기타 장소와 해외도 무관하다. 우아한형제들 김범준 대표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근무환경에 대한 구성원들의 생각과 니즈가 점점 변화해가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팬데믹이 재촉한 원격 근무가 엔데믹 이후에도 지속되고 있다. 최근엔 원격 근무의 한 종류인 ‘워케이션(Worcation)’을 도입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워케이션은 일(work)과 휴가(vacation)가 합쳐진 신조어로 휴가지에서 일과 휴가를 함께 즐기는 업무 방식이다. 네이버, 카카오, 한화생명, CJ ENM 등 국내 일부 대기업들은 워케이션 제도를 운영 중이다. 기업들이 팬데믹 이후에도 원격 근무제를 유지하고 워케이션을 도입하는 이유는 다양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특히 워케이션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인재 확보를 위한 필수적인 복지 혜택으로도 여겨지고 있다. 워케이션을 도입해서 운영 중인 곳들의 내부 평가는 긍정적이다. 워케이션을 통해 일상적인 업무보다는 기존 사무실에서 해결하지 못한 신사업이나 신상품 기획 같은 창의적 업무를 보다 효과적으로 할 수 있었다는 반응이 많았다. 모바일 메신저 라인 운영사인 라인플러스는 지난해 7월 국내 휴가지에서 한 달 이상 일할 수 있게 한 ‘하이브리드 워크 1.0’을 운영해본 결과 생산성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올해 7월부터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근무할 수 있도록 제도를 확대했다. 프랭크 도빈 하버드대 교수 등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최근호에 기고한 ‘워라밸 지원의 놀라운 효과’ 아티클에서 이제 기업들은 워라밸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번거로움이나 비용을 걱정해야 할 것이 아니라 워라밸 지원 정책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을 때의 리스크를 걱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 잘하는 직원의 이탈, 대체 인력을 찾고 훈련하는 비용, 다양한 인재를 발굴하는 경쟁에서의 패배가 그것들이다.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불고 있는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 신드롬도 근무의 유연성을 높여 업무 만족도를 높이는 기업 문화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직장에서 최소한의 일만 하겠다’는 조용한 사직의 배경에는 업무에 대한 불만족이 크기 때문이다. 기업의 생산성에 긍정적 효과를 줄 수 있는 새로운 일터를 만들기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신수정 DBR교육컨벤션팀장 crystal@donga.com}

    • 2022-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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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신수정]혁신은 엉뚱한 질문에서… 호기심 많은 사람 키우자

    “왜 청소기에는 먼지봉투가 있어야 할까?” “로켓을 재사용하면 어떨까?” 첫 번째 질문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그 유명한 다이슨 청소기다. 다이슨은 1993년 세계 최초로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를 선보였고 지금은 많은 기업들이 다이슨을 따라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를 만들고 있다. 두 번째 질문은 로켓 비용을 줄여 인류가 우주여행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서게 했다. 스페이스X는 실패를 거듭한 끝에 2015년 마침내 우주로 쏘아 올렸던 로켓을 다시 착륙시켜 재사용하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게임의 룰을 바꿀 수 있는 혁신의 출발점은 최초의 도전적 질문이다. 이정동 서울대 교수는 4월 펴낸 ‘최초의 질문―기술 선진국의 조건’에서 “혁신적 기술과 상품은 예외 없이 조금 황당하고 불확실한 최초의 질문에서 출발한다”며 “그 질문을 자기 검열 없이 주장하고, 조금씩 개선하고, 응용 분야를 바꿔 가며 살아남기 위해 애쓰다 좋은 환경을 만나면 마침내 꽃을 피우는 것”이라고 했다. 기업들이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 경쟁력과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호기심을 갖고 질문을 던지는 인재는 꼭 필요하다. 프란체스카 지노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기고한 ‘회사에 호기심 많은 인재가 필요한 이유’에 따르면 호기심은 대안을 찾는 동력을 제공하기 때문에 호기심이 자극되면 의사결정을 내리기 전에 더 깊고 합리적으로 생각한다. 호기심 많은 리더가 부하 직원들에게 더 많이 존경받고 조직의 협업을 증진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자신의 관점에만 집중하기보다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에도 관심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업에서 리더급으로 올라갈수록 주어진 질문에 답을 찾는 것을 넘어 한 차원 높은 경영적 질문을 던져야 하는 역할을 요구받는다. 주요 기업의 핵심 인재나 임원 교육은 강사가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기보다는 서로 간의 활발한 대화나 토론을 통해 자기만의 생각과 통찰을 얻게 하는 방식이 많다. 비틀스 이후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영국 브랜드로 평가받는 다이슨을 창업한 제임스 다이슨(75)도 질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가 5월 개최한 교육 서밋에서 “한 번의 시험으로 16∼18세 학생들의 잠재력을 평가하고 진로를 결정하는 교육 제도를 증오했다”며 “정답을 잘 맞히는 교육보다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창의적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때론 가장 멍청한(stupid) 질문이 가장 뛰어난(brilliant) 질문이 된다”며 “집단에 똑똑한 사람이 많을 필요는 없지만 천진난만한(naive) 질문을 하는 사람들은 꼭 있어야 한다. 그것 역시 학교에서 가르쳐야 할 점”이라고 강조했다. 폴라로이드 카메라 발명에 영감을 준 건 세 살짜리 아이의 질문이었다. “사진을 보려면 왜 기다려야 하나요?”라는 딸의 질문에 미국의 물리학자이자 발명가인 에드윈 랜드는 즉석 카메라를 고안해냈다. 학교와 기업에서 자유롭게 질문하는 이들이 많아지도록 우리 사회가 호기심을 북돋아 줬으면 한다. 신수정 DBR교육컨벤션팀장 crystal@donga.com}

    • 2022-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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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황에 거세진 ESG 역풍 구호 아닌 성과를 보여줘야[광화문에서/신수정]

    “ESG는 돈 낭비가 될 수 있으며 실제로 사회에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 있다.”―애스워드 다모다란 미국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 “ESG는 사기(scam)다. 엉터리 사회 정의 전사들에 의해 무기화됐다.”―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 기업 이익과 주주 가치를 중시하던 기존 자본주의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된 ESG는 친환경(E), 사회적 책임(S), 투명한 지배구조(G)를 제대로 수행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비교하기 위해 평가 기준을 만들어 점수를 매기고 있다. ESG라는 용어가 등장한 것은 20년 가까이 되었지만 글로벌 경영 화두로 주목받기 시작한 지는 몇 년 되지 않았다. 전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이 2020년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연례 서한에서 “ESG를 투자의 기준으로 삼겠다”고 하자 판도가 달라졌다. 여기에 매년 심각해지는 기후변화와 빈부 격차, 환경과 사회정의에 민감해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등장으로 ESG를 신경 쓰지 않는 기업은 ‘착하지 않은 기업’으로 인식되면서 기업들은 앞다퉈 ESG 경영을 도입했다. 최근 몇 년간 무섭게 영향력을 끼쳐온 ESG가 경기 침체, 투자 위축,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난이 심해지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당장 ‘ESG 전도사’였던 블랙록부터 태도를 바꿨다. 블랙록은 6월 “투자한 기업들의 다음 주주총회에서 기후변화 대책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겠다”며 “과도한 기후변화 대책은 고객사들의 재무적 이익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최근호에서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모두 평가해 점수를 매기는 방식을 비판했다. 평가 항목이 너무 광범위하고 기준도 ESG 평가회사들마다 제각각이어서 그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기업 신용평가회사들은 서로 간에 상관관계가 99%인 데 반해 ESG 평가회사들 간의 상관관계는 50%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ESG가 서로 충돌하는 목표를 한꺼번에 점수로 매김에 따라 실질적인 기업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5월 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테슬라의 인종차별과 열악한 근로 환경을 지적하며 ESG 지수에서 테슬라를 제외시켰다. 머스크는 “(석유 기업) 엑손은 ESG 지수에서 세계 10위 안에 들었다. ESG는 사기”라고 반발했다. 일각에서는 테슬라가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엉망일 수 있지만 전기차를 대중화시켜 환경에는 도움을 주지 않았냐며 머스크의 주장에 공감하고 있다. ESG가 지속되려면 실질적인 기업 성장을 돕는 경영 활동임을 보여줘야 하는 시기가 온 것 같다. 기업 가치 평가 분야의 석학으로 꼽히는 다모다란 교수는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ESG 경영이 기업 가치를 증가시킨다고 말하려면 이를 뒷받침하는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며 “좋은 일에 대한 이야기는 줄이고 이를 반영하는 행동을 더 많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들도 ESG 경영이 기업 경쟁력을 저해하고 있지는 않은지, 성장을 이끌 수 있도록 설계돼 있는지 고민해야 할 때다.신수정 DBR교육컨벤션팀장 crystal@donga.com}

    • 2022-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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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리더에게 가장 필요한 건 기술보다 사람을 다루는 능력[광화문에서/신수정]

    지난달 16일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 대강당에서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박사가 진행하는 ‘마음 상담 토크 콘서트’가 열렸다. 800명의 현대차 직원들은 인간관계와 소통, 세대 간 갈등, 일과 삶의 균형 등 동료들의 다양한 사연을 경청하며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참석해 2시간여 동안 직원들과 함께했다. 정 회장은 마지막 질문자로 참여해 세대 간극을 해소할 방안과 바람직한 소통 방식을 물었다. 요즘 가장 모시기 어려운 유명인 중 한 명인 오은영 박사를 초청해 직원들을 위한 토크 콘서트를 열고, 이 자리에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참석했다는 뉴스는 많은 주목을 받았다. 정 회장은 콘서트를 마치고 “직원들이 각자 행복하고, 가정과 회사에서도 행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 목표”라고 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최근 발간된 7-8월호에서 CEO 직무에 대한 요구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조명했다. 라파엘라 사둔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 등은 ‘C-레벨 최고경영진에게 가장 중요한 스킬’ 아티클에서 그 어느 때보다 요즘 리더는 사람을 잘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임원 헤드헌팅 회사에서 수집한 5000개의 직무 설명서를 분석해 최근 기업들은 리더의 기술적 노하우나 재무 관리 지식보다 ‘소셜 스킬’을 우선하고 있다고 결론 내렸다. 소셜 스킬은 높은 수준의 자기 인식, 잘 듣고 소통하는 능력, 다양한 유형의 사람 및 집단과 협력하는 능력,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 등을 말한다. HBR는 사람을 잘 다루는 리더가 필요한 배경으로 과거에 비해 기업 규모가 커지고 복잡해졌으며, 기술 의존도가 높아졌다는 점을 들었다. 운영이 복잡한 조직에서 CEO가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사내는 물론이고 국가 정부와 비정부기구(NGO)까지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효과적인 의사소통이 생산성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즘 대부분의 회사는 구글, 아마존 같은 동일한 기술 플랫폼에 의존하면서 자동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비슷한 환경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은 컴퓨터가 못하는 판단력, 창의력, 인지력에서 나오며 이러한 역량은 소셜 스킬을 가진 리더가 이끄는 조직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사람에게 집중하는 리더십은 위기 상황에서 더욱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쓰러져 가던 미국의 전자제품 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를 8년 만에 회생시킨 위베르 졸리 전 베스트바이 CEO는 최근 펴낸 ‘하트 오브 비즈니스’에서 기업이 생사의 기로를 헤맬 때 기업에 소속된 사람들이야말로 성공적인 기업 회생의 열쇠라고 했다. 그는 직원을 줄이는 대신 ‘항상 사람으로 시작해 사람으로 끝나고 인간 에너지를 만든다’는 경영 원칙 아래 사람들을 회생 작업에 참여시키고 그들에게 활력을 불러일으켜 매출을 일으키는 방법을 택했다.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등 경제 전반에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많은 리더들이 사람에게 집중하고 이들의 에너지를 한데 모으는 리더십으로 어려운 시기를 잘 넘어갔으면 한다.신수정 DBR교육컨벤션팀장 crystal@donga.com}

    • 2022-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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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4회 ‘2022 아시안 사이언스 캠프’ 한국대표 참가자 뽑는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7월 24~30일 대전 유성구 IBS 본원에서 열리는 ‘2022년 아시안 사이언스 캠프(Asian Science Camp·ASC)’에 참가할 한국대표 학생을 5월 20일까지 모집한다. 올해 14회를 맞는 ASC는 한국에서 열리며 30여 개 아시아 국가에서 과학에 관심과 흥미가 높은 300여 명의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이 참여한다. 올해는 노벨상 수상자인 팀 헌트 영국 케임브리지대 명예교수(2001년 노벨생리의학상), 제라르 무루 프랑스 에콜 폴리테크니크 명예교수(2018년 노벨물리학상), 슈테판 헬 독일 막스플랑크 생물물리화학연구소장(2014년 노벨화학상)이 참여해 강연을 진행한다. IBS 노도영 원장은 “ASC 2022는 한국의 우수한 기초과학 연구환경을 소개하고 미래 우수 인재를 육성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IBS는 ASC 한국 사무국으로 서류심사, 필기시험, 면접전형의 3단계 심사를 거쳐 30여 명의 한국대표 학생들을 선발할 예정이다. 이전에 ASC에 참가한 경험이 없고 영어로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가능한 고교 2, 3학년과 대학 1, 2학년은 지원 가능하다. 고등학생은 수학 및 과학 교사의 추천, 대학생은 학과장의 추천을 받아야 지원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IBS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 2022-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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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이슈/신수정]사회 지도층의 ‘내로남불’ 방역

    “여러분은 이 모든 것을 함께하고 있습니다(YOU’RE all in this together).”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미국 사람들은 “우리는 이 모든 것을 함께하고 있습니다(We‘re all in this together)”라며 서로를 격려했다. 봉쇄령 속에서 방역수칙을 위반한 지도층이 속속 나오자 미국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은 “‘우리는’이 아니고 ‘여러분은’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많다”며 “규칙 위에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지도층들이 공중보건을 위태롭게 하는 위선(hypocrisy)으로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방역으로 가장 위기에 몰린 사람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57)다. 영국 총리실 직원들은 지난해 12월 방역수칙을 어기고 크리스마스 파티를 즐긴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비판을 받고 있다. 존슨 총리 본인이 크리스마스 파티에 참여해 퀴즈를 진행했다는 의혹도 제기돼 비난의 목소리는 더 커지고 있다. 영국 매체 데일리미러는 최근 존슨 총리가 지난해 12월 사무실에서 크리스마스 퀴즈를 진행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당시 영국 런던은 2단계 방역 조치가 시행되던 때로 실내에서는 가족이 아닌 타인과의 만남이 금지됐던 시기다. 총리실 대변인은 존슨 총리가 팬데믹 기간 직원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기 위해 “화상으로 진행하는 퀴즈에 참여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현지 언론들은 소식통을 인용해 사무실에 6명으로 구성된 팀 4개가 있었고 이들은 와인과 맥주 등을 마셨다고 전했다. 제1야당인 노동당은 “수많은 파티와 모임이 있었고 심지어 총리도 퀴즈에 참여했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비판했다. 총리실의 방역수칙 위반 사실이 알려지자 총리 지지율은 재임 기간 중 최저 수준인 24%로 추락했다. 뉴욕타임스는 13일 “존슨 총리가 오미크론 파도가 몰려오고 있다고 했는데 그 파도가 총리의 정치적 미래마저 삼킬 판”이라고 전했다. 세계 최연소 총리인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36)는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은 데다 해명 과정에서 말을 바꿔 비판을 받고 있다. 마린 총리는 4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관료와 밀접 접촉한 직후 나이트클럽에서 5일 오전 4시까지 춤을 췄다. 핀란드에서는 백신 2차 접종까지 마치면 확진자와 접촉해도 의무 격리를 하지 않아도 되지만 본인의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거리 두기를 해야 한다. 그는 격리할 필요가 없다는 연락을 받아 클럽에 갔다고 했지만 곧 “외출 당시 업무용 휴대전화를 집에 두고 와서 사회적 접촉을 피하라는 권고 메시지를 뒤늦게 확인했다”고 말을 바꿨다. 그는 “더 나은 판단을 했어야 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개빈 뉴섬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53)는 내로남불 방역으로 주민소환 투표까지 진행됐다. 뉴섬 주지사는 지난해 코로나19가 확산되자 강도 높은 방역지침을 시행하면서 정작 자신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자리에 마스크를 쓰지 않고 호화 파티를 즐기는 모습이 포착돼 비난 여론이 일었다. 분노한 주민들은 주지사 소환 청원을 시작했고 150만 명 이상이 서명해 소환 투표가 실시됐다. 민주당 텃밭인 곳이어서 주지사 자리를 지키긴 했지만 그에게는 ‘리무진 리버럴’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리무진 리버럴이란 겉으로는 서민을 위하지만 본인은 부자 동네에 살면서 리무진을 타고 자녀들은 비싼 사립학교에 보내는 진보 정치인들의 위선과 가식을 꼬집는 용어다. 워싱턴포스트는 “방역수칙을 만든 사람들이 이를 지키지 않는 것을 보며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며 “팬데믹 기간 동안 지도층의 규칙 위반, 대중들의 비난, 공식적인 사과 또는 사임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고 AP통신은 “위선도 유행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다가오는 새해에도 코로나19와 함께해야 할 것 같은데 ‘여러분’이 아닌 ‘우리’의 고통에 공감하고 솔선수범하는 지도층을 보고 싶다. 신수정 국제부 차장 crystal@donga.com}

    • 2021-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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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이슈/신수정]늘어나는 독재자들, 퇴조하는 민주주의

    이달 7일 중미 국가인 니카라과에서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76)은 4연임에 성공했다. 1985∼1990년 대통령을 지냈고 2007년 재집권한 그는 2027년까지 20년 연속 집권하게 됐다. 그의 부인이자 현 부통령인 로사리오 무리요(70)는 2017년 대선에서 남편의 러닝메이트로 출마해 당선됐다. 이번에도 부부는 함께 선거에 나서 ‘남편 대통령, 아내 부통령’ 통치가 5년 더 연장됐다. 과거 반(反)독재 운동에 앞장섰던 오르테가는 권력을 잡게 되자 독재자로 변했다. 그는 선거 전에 유력한 야권 인사들을 대거 체포해 선거에 못 나오도록 했다. 투표가 끝난 뒤에는 개표 현황도 공개하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르테가가 4연임에 성공함으로써 중남미에서 쿠바와 베네수엘라에 이어 세 번째 독재국가가 등장했다고 전했다. WSJ는 정치 전문가들을 인용해 중남미의 정치 지형이 동유럽, 터키, 필리핀처럼 서구식 민주주의에서 이탈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베네수엘라는 최근 몇 년 사이에 민주주의가 무너졌고 브라질, 멕시코, 엘살바도르에서도 대중 인기에 영합한 독재자들이 나오고 있다. ‘밀레니얼 독재자’로 불리는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40)은 갱단 범죄와 부패 척결을 향한 강한 의지를 나타내며 2019년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청바지와 가죽 재킷을 즐겨 입는 젊은 포퓰리스트는 점차 독재자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대법원을 압박해 대통령 연임 금지에 관한 헌법 규정을 무효화시켜 2024년 대선에서 연임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9월에는 트위터 계정의 자기소개를 ‘엘살바도르의 독재자’로 바꿨다. 암호화폐 비트코인을 법정 통화로 채택한 것을 비판한 이들을 겨냥해 쓴 것이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부켈레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보다 더 걱정스러운 속도로 민주주의를 해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66)과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68)은 부정부패와 경제난에 시달려 온 국민들을 상대로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하고 있다. 이들은 민주적 선거를 통해 집권했지만 권력을 잡은 후에는 권위주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여론조사기구 ‘라티노바로메트로’가 지난해 10∼12월 중남미 17개국에서 실시한 조사에서 ‘가장 선호하는 정부의 형태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49%가 ‘민주주의’라고 답했다. 2010년 조사에서 이 비율은 63%였다. 중남미에서 가장 큰 나라인 브라질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지지는 40%에 그쳤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자신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주기만 한다면 비민주적 정부가 들어서도 괜찮다고 답했다. 라티노바로메트로는 중남미 국가들의 민주주의를 지탱해 온 주요 인구 집단이 민주주의에 대한 지지를 거두고 무관심층으로 돌아서거나 권위주의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팬데믹은 권위주의 성향이 강한 스트롱맨(강력한 지도자)을 세계 곳곳에서 나오게 했다. 유럽 최후의 독재자로 불리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67),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69),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68)은 거대한 위기 속에서 더욱 강력한 권력을 가지면서 장기 집권의 길을 걷고 있다.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의 저자인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건 잘 설계된 헌법 같은 제도가 아니라 성문화되지 않은 규범이라고 주장했다. 규범 중에서도 자신과 다른 집단의 의견을 인정하는 ‘상호작용’과 주어진 법적 권리를 신중하게 행사하는 ‘제도적 자제’를 핵심으로 봤다. 퇴임을 앞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67)는 지난달 독일 통일 기념식에서 “민주주의를 당연시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는 그냥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매일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주의 제도에서는 국민의 선거로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을 뽑는다. 이들이 상식적인 규범을 가져야 민주주의는 유지될 수 있다. 정치에 무관심한 국민들이 늘수록 권력의 중앙 무대에 올라서는 스트롱맨과 포퓰리스트는 많아질 수밖에 없다. 신수정 국제부 차장 crystal@donga.com}

    • 2021-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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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이슈/신수정]“부패한 리더는 싫다”… 낙마하는 지도자들

    2017년 ‘유스퀘이크(youthquake·젊음이 일으킨 지진)’ 열풍을 이끌며 최연소 국가수반이 되었던 제바스티안 쿠르츠 전 오스트리아 총리(35)가 부패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가 이달 9일 사임 의사를 밝혔다. 민주적 절차로 선출된 전 세계 국가수반 중 최연소였던 쿠르츠 전 총리는 17세에 집권 국민당에 입당했고 27세 때 외교장관이 됐다. 훤칠한 키와 외모, 젊은 이미지로 주목받은 그는 2017년 선거에서 자신의 반(反)이민 정책으로 국민당이 승리하자 극우 자유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해 31세 나이로 총리가 됐고 지난해 1월 재집권에 성공했다. 현재 그는 2016, 2017년 재무부 자금을 사용해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조사가 이뤄지도록 조작하고 이런 조사 결과와 함께 우호적인 기사가 보도되도록 한 언론사에 돈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재무부 예산 120만 유로(약 16억6000만 원)에 대한 청구서가 조작됐는지를 조사 중이다. 이 건 외에도 그는 의회에서 허위 진술을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정계의 저스틴 비버’로 불릴 만큼 높은 인기를 누렸던 젊은 정치인이 스스로 물러난 데는 야당뿐 아니라 그가 속한 국민당의 연립정부 파트너인 녹색당마저 등을 돌린 게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의 혐의가 불거지자 녹색당의 지그리트 마우러 원내대표는 “그런 사람이 더는 공직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은 매우 명백하다”고 비판하며 “현 연정을 계속 이끌어 나갈 흠결 없는 인물을 후임자로 지명해 달라”고 국민당에 요구했다. 부패 혐의로 궁지에 몰린 것은 쿠르츠 전 총리만이 아니다.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67)는 최근 치러진 총선에서 야당 연합에 패배했다. 체코 2위 대기업 아그로페르트를 운영하던 바비시 총리는 2012년 긍정당(ANO2011)을 만들어 정계에 입문했다. 기업가 출신으로 기존 정치인의 부패와 특권 등을 비판하고 나선 그에게 사람들은 열광했다. 부패 척결을 외치며 기존 정치에 실망했던 유권자들의 마음을 잡았던 그에게 국민들이 등을 돌리게 된 건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부패 때문이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미국 워싱턴포스트, 영국 BBC방송, 프랑스 르몽드, 일본 아사히신문 등 117개국의 150개 언론사와 함께 탐사 취재해 3일 내놓은 ‘판도라 문건(Pandora Papers)’에는 그가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2200만 달러(약 260억 원)를 빼돌리고 프랑스에 호화 별장을 매입한 의혹이 담겨 있었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72)은 자녀들이 소유한 광산기업 ‘도밍가’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의혹이 불거져 탄핵의 궁지에 몰려 있다. 이 기업은 2010년 피녜라 대통령과 가까운 사업가에게 1억5200만 달러(약 1792억 원)에 팔렸는데 계약 당시 ‘도밍가가 광산을 운영하는 지역에 (정부는) 환경보호구역을 설정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붙었다. 실제로 당시 피녜라 정부는 해당 지역을 환경보호구역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논란이 커지자 칠레 검찰은 뇌물이나 조세 범죄 가능성을 두고 공식 수사를 시작했다. 칠레 야권 의원들은 “개인 사업을 위해 공직을 이용했다”며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에 돌입했다. 저널리스트인 세라 체이스가 10여 년간 미국 공영라디오(NPR) 특파원으로 아프가니스탄에 머물며 주목한 것은 나라를 나락으로 떨어뜨린 아프간 정부 관료들의 부패상이었다. 그는 2018년 펴낸 ‘부패권력은 어떻게 국가를 파괴하는가’에서 아프간에 체포된 탈레반 수감자들의 이야기를 전하며 “이들이 탈레반에 가입한 가장 큰 동기는 아프간 정부의 부패 때문”이라고 했다. 부패가 일상화된 현실을 바로잡으려면 비폭력적 방법으로는 힘들기 때문에 탈레반에 가입했다는 것이다. 정치 불신을 넘어 정치 혐오가 심화되는 요즘, 국민들은 리더의 도덕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부패 없는 리더십’을 요구하며 크건 작건 흠결이 있는 지도자들의 사퇴를 요구하는 이유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신수정 국제부 차장 crystal@donga.com}

    • 2021-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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