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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았구나. 군자는 새해에 그 마음가짐과 행동을 새롭게 해야 한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새해를 맞을 때마다 일 년 동안 무슨 공부를 할 것인가를 미리 계획했다.” 이는 다산 정약용(1762∼1836)이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 내용이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다산처럼 공부를 목표로 세운 이들이 많을 것 같다. 특히 조직을 이끌고 있는 리더라면 새로운 지식을 흡수하려는 노력이 더욱 필요한 시기이다. 글로벌 복합 위기 속에서 중요한 의사 결정을 내리고 낯선 문제를 해결하려면 잘 알고 있는 분야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공부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총장을 지내고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의 이사회 의장으로 있는 존 헤네시는 ‘어른은 어떻게 성장하는가(Lessons from My Journey)’에서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것은 주요 투자를 둘러싼 의사 결정을 내리는 데서 반드시 필요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관련 이야기를 나누고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필수적”이라며 “나는 지금까지도 책에 욕심이 많은데 배움은 삶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자세는 젊음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1920년생으로 올해 103세인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정신적으로 늙지 않는 비결을 묻는 질문에 공부를 제일 첫 번째로 꼽았다. 그는 “신체가 늙는 건 어떻게 할 수 없지만 정신적으로 늙는 건 자기 책임인 것 같아요. 뭐든지 배워야 해요. 공부가 따로 있나요? 독서하는 거고 취미 활동 하는 거죠”라고 했다. 매일 반복되는, 약간은 지루하게 느껴지는 일상이 불만족스럽다면 일상 속에서 경외감을 느끼는 순간을 자주 만들어 보는 것을 새해 계획으로 세워도 좋을 것 같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대커 켈트너 교수는 최근 발간한 저서 ‘Awe(경외감)’에서 ‘내가 세계에 대해 현재 이해하는 바를 초월하는 거대한 무언가의 존재 속에 있는 느낌’이라고 정의했다. 그간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그랜드캐니언, 오로라 등의 장엄한 자연 앞에서 경외감을 느끼지만 지극히 일상적인 순간에서도 특별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경외감을 느끼면 더 차분하고 친절해지고, 창의성이 높아지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에번 해럴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시니어 에디터는 HBR 신년호에 게재한 칼럼에서 이를 일상 속 경외감의 힘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일상 속에서 경외감을 발견하는 새로운 시각을 가지면 일상의 따분함을 피할 수 있다”며 “이는 극작가 크리스토퍼 말로가 묘사한 ‘작은 방의 무한한 풍요로움’을 누리는 것”이라고 했다. 박완서 작가(1931∼2011)는 설악산에서 마주친 단풍과 석양을 보면서 느낀 순간의 감동을 아름다운 문장으로 남겼다. “예사로운 아름다움도 살날보다 산 날이 많은 어느 시기와 만나면 깜짝 놀랄 빼어남으로 빛날 수 있다는 신기한 발견을 올해의 행운으로 꼽으며 1982년이여 안녕.” 배움의 즐거움과 일상 속 경외감을 통해 지적으로, 정서적으로 보다 풍요로워질 2023년 계묘년을 기대한다.신수정 DBR 교육컨벤션팀장 crystal@donga.com}

동아비즈니스리뷰(DBR)는 매년 연말 치열한 토론을 거쳐 올해의 비즈니스 케이스 스터디를 선정해 소개하고 있다. 눈에 띄는 성과를 낸 긍정적인 케이스들도 있지만 기업의 신뢰도와 평판에 악영향을 준 아쉬운 케이스들도 다룬다. 올해는 평판과 리스크 관리에서 취약점을 드러낸 일부 기업들이 케이스에 포함됐다. 제빵 공장에서 발생한 20대 근로자 사망 사고를 계기로 불매 운동까지 벌어진 SPC, 플랫폼 독점 이슈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카카오 먹통 사태, 700억 원대 횡령 사건이 벌어진 우리은행 등이다. 전문가들은 기업 평판은 단 하나의 사건으로 형성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SPC는 이번 사망 사고 전에도 여러 번 기업 평판에 악영향을 끼친 사건들로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다. 가맹점을 압박하고 원재료 시장을 봉쇄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SPC는 2020년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일감 몰아주기’ 혐의로 과징금 647억 원을 부과받았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명성을 쌓는 데는 수십 년의 세월이 걸리지만 그것을 무너뜨리는 데는 5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고 했다. 올 10월 발생한 카카오 먹통 사태는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혁신의 아이콘’으로 평가받던 카카오는 이 사건으로 ‘돈만 밝히는’ 이미지로 전락했다. 모바일 전환 생태계의 최대 수혜자로 지난 10년간 고속 성장했지만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기본인 서비스 안정화에 실패하면서 고객들을 실망시켰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23 세계 대전망’에서 “지정학과 경제 환경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하던 시기는 팬데믹을 기점으로 막을 내렸다”며 “오늘날 세계는 강대국 경쟁과 팬데믹의 여진, 경제 대변동, 기상 이변, 기술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동요하고 있어 훨씬 더 불안정하다”고 분석하면서 ‘예측 불가능성이 뉴노멀(새로운 기준)인 시대’라고 정의했다.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질 때 기업에 수반되는 리스크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요즘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기업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건 사고들이 실시간으로 주주와 투자자는 물론이고 고객과 대중에게도 빠르게 전파된다. 새로운 혁신 기술이나 제품 개발 못지않게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넷포지티브’의 저자인 앤드루 윈스턴 작가는 “젊은 세대 소비자들은 양극화와 같은 사회 문제에 분노하며 이를 해결해 주는 기업이나 인물을 지지하기 시작했다”며 “기업 오너뿐만 아니라 실무를 맡고 있는 중간관리자 모두가 자신이 영위하는 비즈니스 활동이 세상에 줄 수 있는 효과와 충격에 책임질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했다. 비단 젊은 세대 소비자들만은 아닌 것 같다. 요즘 소비자들은 환경, 인권 등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지켜야 할 가치에 관심이 많다.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더러운 기술(dirty tech)’로 만들어졌거나 비윤리적인 기업에서 만든 제품은 피하고 싶어 한다. 기업에 대한 사회적 기대가 점점 높아지는 가운데 지속가능한 가치에 관심을 두고 노력하는 기업만이 미래 시장에서도 고객들의 신뢰와 지지를 얻어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신수정 DBR 교육컨벤션팀장 crystal@donga.com}

“개인적인 커리어와 회사 성공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아이디어가 무엇인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가 올해 창간 100주년을 기념해 글로벌 기업의 전현직 최고경영자(CEO) 8명에게 물어본 질문이다. 스테판 방셀 모더나 CEO는 미래에서 현재로 역행하며 비전을 세운 것을 꼽았다. 앞으로 5년에서 10년 뒤 미래를 생각한 다음 이 ‘영화’를 거꾸로 감아 보면서 현 시점에서의 좁은 사고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그는 2011년 모더나 창업자 겸 CEO로 활동하면서 이러한 역행적 사고를 경영에 적극 활용했다. 당시 스타트업이었던 모더나는 기댈 만한 성과나 실적이 없었고, 그는 10년 뒤 회사 모습을 야심 찬 비전을 갖고 그렸다. 전임상연구용 로보틱스 개발, 메신저RNA 생산 기술의 상용화가 이때의 비전이었고 모더나는 이를 실현시켰다. 그는 “시간을 역행하는 방법은 모든 기업에 유용한 경영 수단이 될 수 있다”며 “이는 사고의 제약을 무너뜨려 시장을 바꾸는 위대한 아이디어를 끄집어낼 수 있다”고 했다. 인도 마힌드라그룹의 아니시 샤 CEO는 이 질문에 1945년 11월 마힌드라가 창립 한 달을 맞이했을 때 인도에서 가장 큰 영어 일간지 타임오브인디아에 실은 광고를 떠올렸다. 이 광고에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내용은 없었고 마힌드라 운영의 근본 원칙이 실려 있었다. ‘가장 큰 이익을 볼 사람들, 즉 대중의 협력을 반드시 구해야 한다’ ‘피부색도, 교리도, 카스트도 일터의 화합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등의 내용이다. 그는 “1945년 이후 지금까지 마힌드라는 광고에서 밝혔던 원칙을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고 ‘긍정적인 변화를 촉발해 모두가 비상(飛上)할 수 있게 하라’는 지금의 모토에 이르렀다”며 “이 모토 때문에 내가 마힌드라에 합류했고 여전히 남아 있다”고 했다. 로즈 브루어 월그린 부츠 얼라이언스 CEO는 경청하기를 들었다. 그는 과거 리테일 기업의 임원으로 일하면서 항상 일선 지점을 방문해 고객과 부하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어떤 문제가 생겨 해결책을 찾았을 때도 꼭 해당 지점 매니저를 만나 그 해결책을 보여주며 “이 해결책이 맞는 것 같나요? 괜찮으면 받아들이고, 아니면 찢어버리셔도 좋은데 어떤지 말해 주세요. 꼭 듣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경영학자들이 지난 10년 동안 HBR에 기고한 글을 보면 리더십은 대화”라며 “경청하기는 리더의 가장 유용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나와 회사의 성공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다양한 답이 나온 가운데 HBR는 이를 두 가지로 정리했다. 하나는 갈수록 역동적으로 변하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혁신하고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목표와 비전의 중요성이었다. 어느덧 올해를 마무리하고 내년을 계획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유례없는 전염병으로 잃어버렸던 일상들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지만 경기 침체, 전쟁으로 인한 불안, 극단적인 기후 변화 등으로 내년은 힘든 한 해가 될 것 같다. 어느 때보다 미래의 나 또는 조직의 모습을 그려 보며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신수정 DBR교육컨벤션팀장 crystal@donga.com}

기후 변화로 지구 곳곳에서는 지금까지 겪어 보지 못한 자연 재해가 벌어지고 있다. 척박하게 바뀐 환경 속에서 발레리나는 춤출 곳을 잃어버렸다. 고글과 장갑을 낀 관객들은 가상공간 안에서 발레리나를 만나게 되고, 위기에 처한 발레리나를 구해낸다. 이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아트앤테크놀로지랩(AT랩)이 포항공대 연구팀과 함께 만든 신기술 융합 메타버스 콘텐츠 ‘발레 메타니크(Ballet Metanique)’의 스토리라인이다. 발레 메타니크는 발레라는 클래식 예술에 최첨단 기술을 접목한 융합예술 작품으로 9월 오스트리아 린츠에서 열린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 2022’ 캠퍼스 부문에 초청됐다. 올해 43주년을 맞이한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은 미디어 아트 분야에서 권위 있는 축제로 매년 20만 명이 넘는 이들이 관람한다. 한예종 AT랩의 소장을 맡고 있는 이승무 한예종 교수(영상원 영화과)는 “기존에 존재하지 않는 창작물을 만들거나 경계를 넘어서려고 할 때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다”며 “예술가 입장에서는 기술이 ‘물감’인데 예술가가 물감을 못 만들기 때문에 기술을 가진 이들과의 협업이 중요하다”고 했다. 발레 메타니크에는 최승문 포항공대 교수(컴퓨터공학과) 팀이 연구하는 햅틱 기술이 적용돼 작품의 몰입감을 높였다. 최 교수는 “최근 가상공간에서 시각이나 청각을 느끼게 하는 기술은 많이 발전했지만 상대적으로 촉각과 후각을 재현하는 기술이 아쉬웠다”며 “햅틱 기술을 활용해 촉각을 최대한 구현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발레 메타니크 관객들은 고글 외에 햅틱 조끼, 열감과 냉감을 느낄 수 있는 장갑을 착용한다. 소리에 반응해 진동하는 햅틱 기술이 잘 적용돼 관객들에게 예술과 기술의 경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발레 메타니크는 한국콘텐츠진흥원 부설 문화체육관광기술진흥센터가 주관하는 ‘문화콘텐츠 R&D 전문인력 양성 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됐다. 첨단기술과 문화콘텐츠 장르의 융합 기술 개발 지원을 통해 고급 문화기술 전문 인력을 길러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업이다. 이 교수는 “일정 거리를 두고 보는 영화와 책과 달리 가상현실(VR)로 대표되는 몰입형 콘텐츠를 즐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며 “참여형 몰입형 콘텐츠를 만들려면 예술과 기술의 결합이 필수적이며 이러한 미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융·복합 인재 양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예종과 포항공대는 내년 말까지 메타버스의 핵심 콘텐츠 분야의 창작과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내년에는 인공지능(AI) 배우를 활용한 공연을 선보이기 위해 준비 중이다. 최근 K콘텐츠로 각광받는 한국의 미디어 아트 미래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마르틴 혼치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 디렉터는 “한국 예술가들은 매우 독특한 색을 갖고 있고 수준 있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며 “예술과 기술이 결합된 미디어 아트 창작에서 한국은 높은 잠재력을 갖고 있는 혁신적인 국가”라고 평가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재계가 내년도 사업 계획의 키워드를 ‘위기 관리’와 ‘내실’로 잡았다. 세계 경기 침체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자 무리하게 몸집을 불리기보다는 사업 규모를 안정적으로 성장시키는 데 주력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미래에 기업을 먹여살릴 신(新)성장동력에 대한 투자는 지속할 계획이다.” 이는 2012년 10월 8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기사의 일부분이다. 날짜가 적혀 있지 않으면 10년 전 기사가 아니라 요즘 기사로 읽힐 만큼 상황이 비슷하다. 매년 이맘때쯤 재계는 내년도 경영 전략을 세우느라 분주하다. 특히 다가올 2023년 대내외 경영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험난할 것이란 전망이 많아 기업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이번 경기 침체는 인플레이션, 공급망 붕괴, 지정학적 리스크가 미국, 유럽 등 전 세계에서 동시에 진행된다는 점에서 과거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충격이 클 것이란 전망이 많다.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당장 비용 절감에 나선 기업들이 많다. 연구개발(R&D)과 마케팅, 직원 교육에 들어가는 지출을 줄이고, 신규 채용을 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허리띠를 졸라매는 대응이 침체기를 준비하는 최선의 전략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있다. 비제이 고빈다라잔 미국 다트머스대 교수는 최근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경기 침체기는 성장을 위한 자원을 확보하기에 최적의 시기”라며 “경쟁사가 감축과 절감으로 대응할 때 확장을 모색해 경쟁 업체를 따돌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침체기 때 차별화된 전략으로 승자가 된 기업으로 삼성을 꼽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삼성은 반도체, LCD, 휴대전화에 집중하고 해당 제품군에서 글로벌 리더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고빈다라잔 교수는 “품질 낮은 제품은 침체기에 오래 버티지 못한다는 생각에 고품질에 집중한 것”이라며 “삼성은 R&D와 마케팅 지출을 늘리고 최고의 인재들을 영입했고, 그 결과 해당 제품군에서 누구도 함부로 대적할 수 없는 기업으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경영 전략 컨설팅 회사인 베인앤드컴퍼니는 경기 침체에 대비하기 위한 대응 전략으로 선제적 인수합병(M&A) 기회를 모색하라고 조언했다. R&D 중단, 마케팅 비용 삭감 등의 임시 방편식 비용 절감만으로는 침체기 이후에 승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베인앤드컴퍼니 분석에 따르면 과거 경기 침체 시 기업 가치는 20∼30% 정도 떨어졌고, 이때 사들인 기업 투자는 이후에 2∼4배 수익으로 되돌아왔다. 이미 국내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다가오는 위기 속에서 적극적인 성장 전략을 주문하고 있다.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은 지난달 “최근 불황과 경기 위축 시기가 더 좋은 투자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며 적극적인 투자를 당부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1일 손자병법에 나오는 ‘이우위직 이환위리(以迂爲直 以患爲利·근심을 이로움으로 삼는다는 뜻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듦을 이르는 말)’를 인용하며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한 전략을 만들라고 주문했다. 한국 기업들이 위기 속에서 움츠러들기보다는 성장의 해법을 찾아 더 크게 도약하기를 기대한다.신수정 DBR교육컨벤션팀장 crystal@donga.com}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과 ‘문화체육관광 연구개발 기술사업화 촉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14일 체결했다. 두 기관은 데이터 기반 기술사업화 지원 플랫폼인 ‘Smart K2C+’를 활용해 문화체육관광 분야 기술사업화 촉진에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Smart K2C+는 기업의 기술사업화 역량 진단에서부터 제품의 시장경쟁력 평가에 기반한 해외시장 진출까지 기술사업화 전 과정을 KISTI가 보유한 데이터와 분석모델 등을 통해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콘진원은 해당 플랫폼을 ‘문화체육관광 기술사업화 촉진 프로그램’ 전체 참가사를 대상으로 활용해 기업이 가진 가치와 역량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사업화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계획이다. 콘진원 조현래 원장은 “문화체육관광 연구개발 사업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상황과 업계 수요를 고려한 기술사업화가 중요하다”며 “KISTI의 진단 프로그램 도입으로 문화체육관광 분야 기업들의 시장진출 성공률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콘진원은 본 사업과 관련한 참가사를 21일까지 모집한다. 문화체육관광 연구개발 사업을 수행한 경험이 있는 기업은 신청 가능하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 연구개발정보관리시스템(ctrd.kocca.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글로벌 여가 플랫폼 기업 야놀자는 지난해 6월부터 상시 원격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야놀자는 전체 1500여 명의 임직원 중 연구개발(R&D) 인력이 40%에 달한다. 기술력을 통해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테크 올인(Tech All-in)’ 비전을 발표하면서 원격 근무제, 거점오피스, 워케이션 등을 도입했다. 기업 문화와 일하는 방식을 과감히 바꿔 유연한 근무환경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외에서 우수한 R&D 인력을 적극 영입하기 위해서다. 배달 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내년 1월부터 근무 장소를 선택해서 일할 수 있게 했다. 연말까지는 주 1회 사무실 출근을 유지한다. 내년부터는 사무실과 집 외에 근무 여건을 갖춘 기타 장소와 해외도 무관하다. 우아한형제들 김범준 대표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근무환경에 대한 구성원들의 생각과 니즈가 점점 변화해가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팬데믹이 재촉한 원격 근무가 엔데믹 이후에도 지속되고 있다. 최근엔 원격 근무의 한 종류인 ‘워케이션(Worcation)’을 도입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워케이션은 일(work)과 휴가(vacation)가 합쳐진 신조어로 휴가지에서 일과 휴가를 함께 즐기는 업무 방식이다. 네이버, 카카오, 한화생명, CJ ENM 등 국내 일부 대기업들은 워케이션 제도를 운영 중이다. 기업들이 팬데믹 이후에도 원격 근무제를 유지하고 워케이션을 도입하는 이유는 다양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특히 워케이션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인재 확보를 위한 필수적인 복지 혜택으로도 여겨지고 있다. 워케이션을 도입해서 운영 중인 곳들의 내부 평가는 긍정적이다. 워케이션을 통해 일상적인 업무보다는 기존 사무실에서 해결하지 못한 신사업이나 신상품 기획 같은 창의적 업무를 보다 효과적으로 할 수 있었다는 반응이 많았다. 모바일 메신저 라인 운영사인 라인플러스는 지난해 7월 국내 휴가지에서 한 달 이상 일할 수 있게 한 ‘하이브리드 워크 1.0’을 운영해본 결과 생산성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올해 7월부터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근무할 수 있도록 제도를 확대했다. 프랭크 도빈 하버드대 교수 등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최근호에 기고한 ‘워라밸 지원의 놀라운 효과’ 아티클에서 이제 기업들은 워라밸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번거로움이나 비용을 걱정해야 할 것이 아니라 워라밸 지원 정책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을 때의 리스크를 걱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 잘하는 직원의 이탈, 대체 인력을 찾고 훈련하는 비용, 다양한 인재를 발굴하는 경쟁에서의 패배가 그것들이다.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불고 있는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 신드롬도 근무의 유연성을 높여 업무 만족도를 높이는 기업 문화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직장에서 최소한의 일만 하겠다’는 조용한 사직의 배경에는 업무에 대한 불만족이 크기 때문이다. 기업의 생산성에 긍정적 효과를 줄 수 있는 새로운 일터를 만들기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신수정 DBR교육컨벤션팀장 crystal@donga.com}

“왜 청소기에는 먼지봉투가 있어야 할까?” “로켓을 재사용하면 어떨까?” 첫 번째 질문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그 유명한 다이슨 청소기다. 다이슨은 1993년 세계 최초로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를 선보였고 지금은 많은 기업들이 다이슨을 따라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를 만들고 있다. 두 번째 질문은 로켓 비용을 줄여 인류가 우주여행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서게 했다. 스페이스X는 실패를 거듭한 끝에 2015년 마침내 우주로 쏘아 올렸던 로켓을 다시 착륙시켜 재사용하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게임의 룰을 바꿀 수 있는 혁신의 출발점은 최초의 도전적 질문이다. 이정동 서울대 교수는 4월 펴낸 ‘최초의 질문―기술 선진국의 조건’에서 “혁신적 기술과 상품은 예외 없이 조금 황당하고 불확실한 최초의 질문에서 출발한다”며 “그 질문을 자기 검열 없이 주장하고, 조금씩 개선하고, 응용 분야를 바꿔 가며 살아남기 위해 애쓰다 좋은 환경을 만나면 마침내 꽃을 피우는 것”이라고 했다. 기업들이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 경쟁력과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호기심을 갖고 질문을 던지는 인재는 꼭 필요하다. 프란체스카 지노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기고한 ‘회사에 호기심 많은 인재가 필요한 이유’에 따르면 호기심은 대안을 찾는 동력을 제공하기 때문에 호기심이 자극되면 의사결정을 내리기 전에 더 깊고 합리적으로 생각한다. 호기심 많은 리더가 부하 직원들에게 더 많이 존경받고 조직의 협업을 증진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자신의 관점에만 집중하기보다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에도 관심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업에서 리더급으로 올라갈수록 주어진 질문에 답을 찾는 것을 넘어 한 차원 높은 경영적 질문을 던져야 하는 역할을 요구받는다. 주요 기업의 핵심 인재나 임원 교육은 강사가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기보다는 서로 간의 활발한 대화나 토론을 통해 자기만의 생각과 통찰을 얻게 하는 방식이 많다. 비틀스 이후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영국 브랜드로 평가받는 다이슨을 창업한 제임스 다이슨(75)도 질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가 5월 개최한 교육 서밋에서 “한 번의 시험으로 16∼18세 학생들의 잠재력을 평가하고 진로를 결정하는 교육 제도를 증오했다”며 “정답을 잘 맞히는 교육보다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창의적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때론 가장 멍청한(stupid) 질문이 가장 뛰어난(brilliant) 질문이 된다”며 “집단에 똑똑한 사람이 많을 필요는 없지만 천진난만한(naive) 질문을 하는 사람들은 꼭 있어야 한다. 그것 역시 학교에서 가르쳐야 할 점”이라고 강조했다. 폴라로이드 카메라 발명에 영감을 준 건 세 살짜리 아이의 질문이었다. “사진을 보려면 왜 기다려야 하나요?”라는 딸의 질문에 미국의 물리학자이자 발명가인 에드윈 랜드는 즉석 카메라를 고안해냈다. 학교와 기업에서 자유롭게 질문하는 이들이 많아지도록 우리 사회가 호기심을 북돋아 줬으면 한다. 신수정 DBR교육컨벤션팀장 crystal@donga.com}

“ESG는 돈 낭비가 될 수 있으며 실제로 사회에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 있다.”―애스워드 다모다란 미국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 “ESG는 사기(scam)다. 엉터리 사회 정의 전사들에 의해 무기화됐다.”―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 기업 이익과 주주 가치를 중시하던 기존 자본주의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된 ESG는 친환경(E), 사회적 책임(S), 투명한 지배구조(G)를 제대로 수행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비교하기 위해 평가 기준을 만들어 점수를 매기고 있다. ESG라는 용어가 등장한 것은 20년 가까이 되었지만 글로벌 경영 화두로 주목받기 시작한 지는 몇 년 되지 않았다. 전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이 2020년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연례 서한에서 “ESG를 투자의 기준으로 삼겠다”고 하자 판도가 달라졌다. 여기에 매년 심각해지는 기후변화와 빈부 격차, 환경과 사회정의에 민감해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등장으로 ESG를 신경 쓰지 않는 기업은 ‘착하지 않은 기업’으로 인식되면서 기업들은 앞다퉈 ESG 경영을 도입했다. 최근 몇 년간 무섭게 영향력을 끼쳐온 ESG가 경기 침체, 투자 위축,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난이 심해지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당장 ‘ESG 전도사’였던 블랙록부터 태도를 바꿨다. 블랙록은 6월 “투자한 기업들의 다음 주주총회에서 기후변화 대책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겠다”며 “과도한 기후변화 대책은 고객사들의 재무적 이익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최근호에서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모두 평가해 점수를 매기는 방식을 비판했다. 평가 항목이 너무 광범위하고 기준도 ESG 평가회사들마다 제각각이어서 그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기업 신용평가회사들은 서로 간에 상관관계가 99%인 데 반해 ESG 평가회사들 간의 상관관계는 50%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ESG가 서로 충돌하는 목표를 한꺼번에 점수로 매김에 따라 실질적인 기업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5월 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테슬라의 인종차별과 열악한 근로 환경을 지적하며 ESG 지수에서 테슬라를 제외시켰다. 머스크는 “(석유 기업) 엑손은 ESG 지수에서 세계 10위 안에 들었다. ESG는 사기”라고 반발했다. 일각에서는 테슬라가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엉망일 수 있지만 전기차를 대중화시켜 환경에는 도움을 주지 않았냐며 머스크의 주장에 공감하고 있다. ESG가 지속되려면 실질적인 기업 성장을 돕는 경영 활동임을 보여줘야 하는 시기가 온 것 같다. 기업 가치 평가 분야의 석학으로 꼽히는 다모다란 교수는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ESG 경영이 기업 가치를 증가시킨다고 말하려면 이를 뒷받침하는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며 “좋은 일에 대한 이야기는 줄이고 이를 반영하는 행동을 더 많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들도 ESG 경영이 기업 경쟁력을 저해하고 있지는 않은지, 성장을 이끌 수 있도록 설계돼 있는지 고민해야 할 때다.신수정 DBR교육컨벤션팀장 crystal@donga.com}

지난달 16일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 대강당에서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박사가 진행하는 ‘마음 상담 토크 콘서트’가 열렸다. 800명의 현대차 직원들은 인간관계와 소통, 세대 간 갈등, 일과 삶의 균형 등 동료들의 다양한 사연을 경청하며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참석해 2시간여 동안 직원들과 함께했다. 정 회장은 마지막 질문자로 참여해 세대 간극을 해소할 방안과 바람직한 소통 방식을 물었다. 요즘 가장 모시기 어려운 유명인 중 한 명인 오은영 박사를 초청해 직원들을 위한 토크 콘서트를 열고, 이 자리에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참석했다는 뉴스는 많은 주목을 받았다. 정 회장은 콘서트를 마치고 “직원들이 각자 행복하고, 가정과 회사에서도 행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 목표”라고 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최근 발간된 7-8월호에서 CEO 직무에 대한 요구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조명했다. 라파엘라 사둔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 등은 ‘C-레벨 최고경영진에게 가장 중요한 스킬’ 아티클에서 그 어느 때보다 요즘 리더는 사람을 잘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임원 헤드헌팅 회사에서 수집한 5000개의 직무 설명서를 분석해 최근 기업들은 리더의 기술적 노하우나 재무 관리 지식보다 ‘소셜 스킬’을 우선하고 있다고 결론 내렸다. 소셜 스킬은 높은 수준의 자기 인식, 잘 듣고 소통하는 능력, 다양한 유형의 사람 및 집단과 협력하는 능력,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 등을 말한다. HBR는 사람을 잘 다루는 리더가 필요한 배경으로 과거에 비해 기업 규모가 커지고 복잡해졌으며, 기술 의존도가 높아졌다는 점을 들었다. 운영이 복잡한 조직에서 CEO가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사내는 물론이고 국가 정부와 비정부기구(NGO)까지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효과적인 의사소통이 생산성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즘 대부분의 회사는 구글, 아마존 같은 동일한 기술 플랫폼에 의존하면서 자동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비슷한 환경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은 컴퓨터가 못하는 판단력, 창의력, 인지력에서 나오며 이러한 역량은 소셜 스킬을 가진 리더가 이끄는 조직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사람에게 집중하는 리더십은 위기 상황에서 더욱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쓰러져 가던 미국의 전자제품 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를 8년 만에 회생시킨 위베르 졸리 전 베스트바이 CEO는 최근 펴낸 ‘하트 오브 비즈니스’에서 기업이 생사의 기로를 헤맬 때 기업에 소속된 사람들이야말로 성공적인 기업 회생의 열쇠라고 했다. 그는 직원을 줄이는 대신 ‘항상 사람으로 시작해 사람으로 끝나고 인간 에너지를 만든다’는 경영 원칙 아래 사람들을 회생 작업에 참여시키고 그들에게 활력을 불러일으켜 매출을 일으키는 방법을 택했다.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등 경제 전반에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많은 리더들이 사람에게 집중하고 이들의 에너지를 한데 모으는 리더십으로 어려운 시기를 잘 넘어갔으면 한다.신수정 DBR교육컨벤션팀장 crystal@donga.com}

기초과학연구원(IBS)은 7월 24~30일 대전 유성구 IBS 본원에서 열리는 ‘2022년 아시안 사이언스 캠프(Asian Science Camp·ASC)’에 참가할 한국대표 학생을 5월 20일까지 모집한다. 올해 14회를 맞는 ASC는 한국에서 열리며 30여 개 아시아 국가에서 과학에 관심과 흥미가 높은 300여 명의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이 참여한다. 올해는 노벨상 수상자인 팀 헌트 영국 케임브리지대 명예교수(2001년 노벨생리의학상), 제라르 무루 프랑스 에콜 폴리테크니크 명예교수(2018년 노벨물리학상), 슈테판 헬 독일 막스플랑크 생물물리화학연구소장(2014년 노벨화학상)이 참여해 강연을 진행한다. IBS 노도영 원장은 “ASC 2022는 한국의 우수한 기초과학 연구환경을 소개하고 미래 우수 인재를 육성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IBS는 ASC 한국 사무국으로 서류심사, 필기시험, 면접전형의 3단계 심사를 거쳐 30여 명의 한국대표 학생들을 선발할 예정이다. 이전에 ASC에 참가한 경험이 없고 영어로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가능한 고교 2, 3학년과 대학 1, 2학년은 지원 가능하다. 고등학생은 수학 및 과학 교사의 추천, 대학생은 학과장의 추천을 받아야 지원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IBS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여러분은 이 모든 것을 함께하고 있습니다(YOU’RE all in this together).”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미국 사람들은 “우리는 이 모든 것을 함께하고 있습니다(We‘re all in this together)”라며 서로를 격려했다. 봉쇄령 속에서 방역수칙을 위반한 지도층이 속속 나오자 미국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은 “‘우리는’이 아니고 ‘여러분은’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많다”며 “규칙 위에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지도층들이 공중보건을 위태롭게 하는 위선(hypocrisy)으로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방역으로 가장 위기에 몰린 사람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57)다. 영국 총리실 직원들은 지난해 12월 방역수칙을 어기고 크리스마스 파티를 즐긴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비판을 받고 있다. 존슨 총리 본인이 크리스마스 파티에 참여해 퀴즈를 진행했다는 의혹도 제기돼 비난의 목소리는 더 커지고 있다. 영국 매체 데일리미러는 최근 존슨 총리가 지난해 12월 사무실에서 크리스마스 퀴즈를 진행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당시 영국 런던은 2단계 방역 조치가 시행되던 때로 실내에서는 가족이 아닌 타인과의 만남이 금지됐던 시기다. 총리실 대변인은 존슨 총리가 팬데믹 기간 직원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기 위해 “화상으로 진행하는 퀴즈에 참여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현지 언론들은 소식통을 인용해 사무실에 6명으로 구성된 팀 4개가 있었고 이들은 와인과 맥주 등을 마셨다고 전했다. 제1야당인 노동당은 “수많은 파티와 모임이 있었고 심지어 총리도 퀴즈에 참여했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비판했다. 총리실의 방역수칙 위반 사실이 알려지자 총리 지지율은 재임 기간 중 최저 수준인 24%로 추락했다. 뉴욕타임스는 13일 “존슨 총리가 오미크론 파도가 몰려오고 있다고 했는데 그 파도가 총리의 정치적 미래마저 삼킬 판”이라고 전했다. 세계 최연소 총리인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36)는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은 데다 해명 과정에서 말을 바꿔 비판을 받고 있다. 마린 총리는 4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관료와 밀접 접촉한 직후 나이트클럽에서 5일 오전 4시까지 춤을 췄다. 핀란드에서는 백신 2차 접종까지 마치면 확진자와 접촉해도 의무 격리를 하지 않아도 되지만 본인의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거리 두기를 해야 한다. 그는 격리할 필요가 없다는 연락을 받아 클럽에 갔다고 했지만 곧 “외출 당시 업무용 휴대전화를 집에 두고 와서 사회적 접촉을 피하라는 권고 메시지를 뒤늦게 확인했다”고 말을 바꿨다. 그는 “더 나은 판단을 했어야 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개빈 뉴섬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53)는 내로남불 방역으로 주민소환 투표까지 진행됐다. 뉴섬 주지사는 지난해 코로나19가 확산되자 강도 높은 방역지침을 시행하면서 정작 자신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자리에 마스크를 쓰지 않고 호화 파티를 즐기는 모습이 포착돼 비난 여론이 일었다. 분노한 주민들은 주지사 소환 청원을 시작했고 150만 명 이상이 서명해 소환 투표가 실시됐다. 민주당 텃밭인 곳이어서 주지사 자리를 지키긴 했지만 그에게는 ‘리무진 리버럴’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리무진 리버럴이란 겉으로는 서민을 위하지만 본인은 부자 동네에 살면서 리무진을 타고 자녀들은 비싼 사립학교에 보내는 진보 정치인들의 위선과 가식을 꼬집는 용어다. 워싱턴포스트는 “방역수칙을 만든 사람들이 이를 지키지 않는 것을 보며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며 “팬데믹 기간 동안 지도층의 규칙 위반, 대중들의 비난, 공식적인 사과 또는 사임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고 AP통신은 “위선도 유행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다가오는 새해에도 코로나19와 함께해야 할 것 같은데 ‘여러분’이 아닌 ‘우리’의 고통에 공감하고 솔선수범하는 지도층을 보고 싶다. 신수정 국제부 차장 crystal@donga.com}

이달 7일 중미 국가인 니카라과에서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76)은 4연임에 성공했다. 1985∼1990년 대통령을 지냈고 2007년 재집권한 그는 2027년까지 20년 연속 집권하게 됐다. 그의 부인이자 현 부통령인 로사리오 무리요(70)는 2017년 대선에서 남편의 러닝메이트로 출마해 당선됐다. 이번에도 부부는 함께 선거에 나서 ‘남편 대통령, 아내 부통령’ 통치가 5년 더 연장됐다. 과거 반(反)독재 운동에 앞장섰던 오르테가는 권력을 잡게 되자 독재자로 변했다. 그는 선거 전에 유력한 야권 인사들을 대거 체포해 선거에 못 나오도록 했다. 투표가 끝난 뒤에는 개표 현황도 공개하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르테가가 4연임에 성공함으로써 중남미에서 쿠바와 베네수엘라에 이어 세 번째 독재국가가 등장했다고 전했다. WSJ는 정치 전문가들을 인용해 중남미의 정치 지형이 동유럽, 터키, 필리핀처럼 서구식 민주주의에서 이탈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베네수엘라는 최근 몇 년 사이에 민주주의가 무너졌고 브라질, 멕시코, 엘살바도르에서도 대중 인기에 영합한 독재자들이 나오고 있다. ‘밀레니얼 독재자’로 불리는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40)은 갱단 범죄와 부패 척결을 향한 강한 의지를 나타내며 2019년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청바지와 가죽 재킷을 즐겨 입는 젊은 포퓰리스트는 점차 독재자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대법원을 압박해 대통령 연임 금지에 관한 헌법 규정을 무효화시켜 2024년 대선에서 연임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9월에는 트위터 계정의 자기소개를 ‘엘살바도르의 독재자’로 바꿨다. 암호화폐 비트코인을 법정 통화로 채택한 것을 비판한 이들을 겨냥해 쓴 것이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부켈레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보다 더 걱정스러운 속도로 민주주의를 해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66)과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68)은 부정부패와 경제난에 시달려 온 국민들을 상대로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하고 있다. 이들은 민주적 선거를 통해 집권했지만 권력을 잡은 후에는 권위주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여론조사기구 ‘라티노바로메트로’가 지난해 10∼12월 중남미 17개국에서 실시한 조사에서 ‘가장 선호하는 정부의 형태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49%가 ‘민주주의’라고 답했다. 2010년 조사에서 이 비율은 63%였다. 중남미에서 가장 큰 나라인 브라질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지지는 40%에 그쳤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자신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주기만 한다면 비민주적 정부가 들어서도 괜찮다고 답했다. 라티노바로메트로는 중남미 국가들의 민주주의를 지탱해 온 주요 인구 집단이 민주주의에 대한 지지를 거두고 무관심층으로 돌아서거나 권위주의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팬데믹은 권위주의 성향이 강한 스트롱맨(강력한 지도자)을 세계 곳곳에서 나오게 했다. 유럽 최후의 독재자로 불리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67),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69),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68)은 거대한 위기 속에서 더욱 강력한 권력을 가지면서 장기 집권의 길을 걷고 있다.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의 저자인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건 잘 설계된 헌법 같은 제도가 아니라 성문화되지 않은 규범이라고 주장했다. 규범 중에서도 자신과 다른 집단의 의견을 인정하는 ‘상호작용’과 주어진 법적 권리를 신중하게 행사하는 ‘제도적 자제’를 핵심으로 봤다. 퇴임을 앞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67)는 지난달 독일 통일 기념식에서 “민주주의를 당연시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는 그냥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매일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주의 제도에서는 국민의 선거로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을 뽑는다. 이들이 상식적인 규범을 가져야 민주주의는 유지될 수 있다. 정치에 무관심한 국민들이 늘수록 권력의 중앙 무대에 올라서는 스트롱맨과 포퓰리스트는 많아질 수밖에 없다. 신수정 국제부 차장 crystal@donga.com}

2017년 ‘유스퀘이크(youthquake·젊음이 일으킨 지진)’ 열풍을 이끌며 최연소 국가수반이 되었던 제바스티안 쿠르츠 전 오스트리아 총리(35)가 부패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가 이달 9일 사임 의사를 밝혔다. 민주적 절차로 선출된 전 세계 국가수반 중 최연소였던 쿠르츠 전 총리는 17세에 집권 국민당에 입당했고 27세 때 외교장관이 됐다. 훤칠한 키와 외모, 젊은 이미지로 주목받은 그는 2017년 선거에서 자신의 반(反)이민 정책으로 국민당이 승리하자 극우 자유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해 31세 나이로 총리가 됐고 지난해 1월 재집권에 성공했다. 현재 그는 2016, 2017년 재무부 자금을 사용해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조사가 이뤄지도록 조작하고 이런 조사 결과와 함께 우호적인 기사가 보도되도록 한 언론사에 돈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재무부 예산 120만 유로(약 16억6000만 원)에 대한 청구서가 조작됐는지를 조사 중이다. 이 건 외에도 그는 의회에서 허위 진술을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정계의 저스틴 비버’로 불릴 만큼 높은 인기를 누렸던 젊은 정치인이 스스로 물러난 데는 야당뿐 아니라 그가 속한 국민당의 연립정부 파트너인 녹색당마저 등을 돌린 게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의 혐의가 불거지자 녹색당의 지그리트 마우러 원내대표는 “그런 사람이 더는 공직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은 매우 명백하다”고 비판하며 “현 연정을 계속 이끌어 나갈 흠결 없는 인물을 후임자로 지명해 달라”고 국민당에 요구했다. 부패 혐의로 궁지에 몰린 것은 쿠르츠 전 총리만이 아니다.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67)는 최근 치러진 총선에서 야당 연합에 패배했다. 체코 2위 대기업 아그로페르트를 운영하던 바비시 총리는 2012년 긍정당(ANO2011)을 만들어 정계에 입문했다. 기업가 출신으로 기존 정치인의 부패와 특권 등을 비판하고 나선 그에게 사람들은 열광했다. 부패 척결을 외치며 기존 정치에 실망했던 유권자들의 마음을 잡았던 그에게 국민들이 등을 돌리게 된 건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부패 때문이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미국 워싱턴포스트, 영국 BBC방송, 프랑스 르몽드, 일본 아사히신문 등 117개국의 150개 언론사와 함께 탐사 취재해 3일 내놓은 ‘판도라 문건(Pandora Papers)’에는 그가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2200만 달러(약 260억 원)를 빼돌리고 프랑스에 호화 별장을 매입한 의혹이 담겨 있었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72)은 자녀들이 소유한 광산기업 ‘도밍가’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의혹이 불거져 탄핵의 궁지에 몰려 있다. 이 기업은 2010년 피녜라 대통령과 가까운 사업가에게 1억5200만 달러(약 1792억 원)에 팔렸는데 계약 당시 ‘도밍가가 광산을 운영하는 지역에 (정부는) 환경보호구역을 설정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붙었다. 실제로 당시 피녜라 정부는 해당 지역을 환경보호구역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논란이 커지자 칠레 검찰은 뇌물이나 조세 범죄 가능성을 두고 공식 수사를 시작했다. 칠레 야권 의원들은 “개인 사업을 위해 공직을 이용했다”며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에 돌입했다. 저널리스트인 세라 체이스가 10여 년간 미국 공영라디오(NPR) 특파원으로 아프가니스탄에 머물며 주목한 것은 나라를 나락으로 떨어뜨린 아프간 정부 관료들의 부패상이었다. 그는 2018년 펴낸 ‘부패권력은 어떻게 국가를 파괴하는가’에서 아프간에 체포된 탈레반 수감자들의 이야기를 전하며 “이들이 탈레반에 가입한 가장 큰 동기는 아프간 정부의 부패 때문”이라고 했다. 부패가 일상화된 현실을 바로잡으려면 비폭력적 방법으로는 힘들기 때문에 탈레반에 가입했다는 것이다. 정치 불신을 넘어 정치 혐오가 심화되는 요즘, 국민들은 리더의 도덕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부패 없는 리더십’을 요구하며 크건 작건 흠결이 있는 지도자들의 사퇴를 요구하는 이유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신수정 국제부 차장 crystal@donga.com}

“공동부유(共同富裕)는 사회주의의 본질적 요구로서 중국식 현대화의 중요한 특징이다. 소수의 번영은 옳지 않으며 질 높은 발전 속에서 공동부유를 촉진해야 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17일 공산당 핵심 지도부가 모두 참석한 가운데 열린 중앙재경위원회 회의에서 한 말이다. 중국 공산당은 이날 공동부유 실현을 위해 부유층과 기업이 차지하는 몫을 줄여야 한다는 방향도 제시했다. 일각에서는 시 주석의 공동부유 강조가 마오쩌둥(毛澤東) 시절로의 회귀가 아니냐고 우려하지만 이보다는 중국몽(夢) 달성을 위한 계획된 패러다임 전환으로 보는 시각이 더 많다. 1997년 9월 공산당 15대 회의에서 언급된 100년 목표는 1단계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풍족하게 생활하는 것) 사회, 2단계 대동(大同) 사회였다. 대동 사회는 2017년 10월 공산당 19대 회의에서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으로 수정됐다. 올해 7월 1일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행사에서 시 주석은 샤오캉 사회를 실현했다고 밝혔다. 올해부터는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목표로 진입한 상황이다. 지금까지는 성장을 중시했지만 앞으로는 분배를 보다 강조하는 쪽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가운데 공동부유가 나왔다는 것이다. 시 주석의 공동부유 강조는 자신의 장기 집권 기반을 공고히 하려는 의도도 있다.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약 40년간 분배보다 성장을 우선시하면서 중국은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올라섰지만 심각한 소득 불균형이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중국의 상위 1% 부자가 전체 부의 31%를 갖고 있다는 통계가 이를 잘 보여준다. 14억 명 중국 인구 가운데 6억 명은 한 달 수입이 1000위안(약 18만 원)에 불과하다. 특정 계층에 부의 쏠림이 계속되면 소득 하위 계층에서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고 이는 공산주의 체제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시 주석의 계속된 통치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확고히 하기 위해 사회적 평등을 보다 적극 촉진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올해 들어 중국은 알리바바, 디디추싱 같은 빅테크를 시작으로 사교육, 게임, 연예계 등 돈이 몰리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산발적으로 보이는 규제 강화의 배경에도 공동부유가 있다. 지난달 17일 시 주석이 공동부유를 강조한 다음 날 중국 최대 게임회사 텐센트는 9조 원을 기부하겠다고 했고 알리바바는 약 18조 원을 들여 공동부유 10대 행동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사교육과 연예계를 향한 규제도 불평등 해소를 위한 조치로 보는 시각이 있다. CNN은 “연예인의 호화 생활과 이를 갈망하는 팬덤 문화가 빈부격차를 줄이고 함께 잘살자는 시 주석의 공동부유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전했다. 중국 공산당이 각종 규제를 쏟아내며 추진하려는 공동부유는 성공할 수 있을까. 일각에서는 과도한 규제가 중국 내 기업가 정신을 무디게 해 성장을 저해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기술 업계의 거물 여러 명이 그들의 회사와 공적인 업무에서 물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국이 자국 빅테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알리바바 창업주 마윈은 사실상 무대에서 사라졌고 젊은 창업자들도 줄줄이 회사를 떠나고 있다. 전자상거래 기업 핀둬둬 창업자인 황정(41)은 최고경영자(CEO)직에 이어 이사회 의장직까지 내려놓으며 3월 은퇴했고 바이트댄스 창업자 장이밍(38)과 징둥그룹 창업자 류창둥(48)도 CEO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공산당이 전략적으로 기업을 통제해 나가면서 성장과 분배를 함께 추구하는 강화된 국가 자본주의 모델을 보여줄 것이란 전망도 있다. 공산당은 규제 확대에 따른 시장의 우려를 의식한 듯 “공동부유는 획일적인 균등주의가 아니다. (경제) 발전 능력을 강화해야만 공평함을 추구하는 조건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몽을 향한 시 주석의 공동부유가 시험대에 올랐다. 신수정 국제부 차장 crystal@donga.com}

“탈레반은 북베트남군(월맹군)이 아니다. (베트남전 때처럼) 아프가니스탄의 미국대사관 지붕에서 사람들을 헬리콥터로 대피시키는 광경을 볼 일은 없을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8일 아프간 철군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 가진 기자회견에서 아프간 철군으로 1975년 남베트남 사이공(현 호찌민) 함락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이같이 말했다. 미국은 2001년 당시 아프간 집권세력인 탈레반이 9·11테러 배후인 오사마 빈라덴을 비호한다는 이유로 2001년 10월 아프간을 침공한 뒤 20년간 병력을 주둔시켜 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4월 아프간의 미군 작전을 종료한다며 9·11테러 20주년에 맞춰 미군 철수를 끝내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5월부터 철군 작업을 시작해 현재 주둔군의 90%가 아프간을 빠져나갔다. 최대 군사 거점인 바그람 공군기지에서도 철수해 철군 작업은 사실상 마무리 단계다. 미국을 도와 2001년부터 아프간에 있었던 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도 병력 대부분을 철수시켰다. 바이든 대통령은 탈레반이 아프간 전역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했지만 상황은 그의 말과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탈레반은 미군 철수가 본격화된 이후부터 아프간 곳곳에서 테러를 일으키며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미군이 완전히 철수하면 현재 친미 성향의 아프간 정부가 무너지고 탈레반이 다시 정권을 잡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많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 정보기관들을 인용해 아프간 정부가 미군 철수 이후 6개월∼1년 안에 무너진다고 예측했다. 미군은 1973년 3월 남베트남(월남)에서 철수했고 월맹군은 약 10개월 후에 평화조약을 깨고 공격을 시작해 미군 철수 이후 2년 1개월 만에 사이공을 점령했다. 미국과 탈레반은 지난해 2월 주요 도시를 공격하지 않는다는 내용 등을 담은 평화조약을 맺었다. 탈레반은 미군의 철수가 완전히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평화조약을 깨고 4월부터 공격을 시작했다. 현재 탈레반은 점령지를 점차 넓혀 아프간 영토 절반 이상을 장악했고 국경 지역도 손에 넣은 것으로 전해졌다. 탈레반은 이제 주요 도시 탈환을 목표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2일 “현재의 악화된 상황은 미국의 갑작스러운 철군 결정 때문”이라며 “탈레반은 지난 20년 동안 더 잔인해졌고 더 공격적으로 변했다. 그들은 평화, 번영, 발전을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미국이 아프간을 떠나면서 가장 고통받고 있는 이들은 아프간 주민들이다. 특히 여성들과 미군에 협력했던 이들은 탈레반에 심한 공포를 느끼고 있다. 탈레반은 1994년 결성된 극단주의 정치세력으로 1996년부터 2001년 미국의 침공 전까지 아프간을 지배했다. 탈레반은 여성 교육과 취업을 금지하는 등 강압 통치를 해왔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최근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프간 여성과 소녀들은 아주 잔혹한 사람들에게 학살당할 위협에 남겨졌다”면서 미국의 철군 결정을 ‘실수’라고 비판했다. 탈레반을 피해 아프간을 떠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아프간 정부 재난관리부의 굴람 바하우딘 자일라니 부장관은 지난달 AFP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한 달 반 동안 26개 주에서 3만2384가구가 집을 떠났다”고 했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현재 아프간 난민은 25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탈레반이 재집권하면 난민 수는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국가 건설을 위해 아프간에 간 것이 아니다. 미래와 국가를 어떻게 운영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아프간 국민의 권리이자 책임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간에서 미군의 임무가 8월 말 종료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한 말이다. 미국이 2001년 아프간을 공격할 당시의 작전명이었던 ‘항구적 자유(Enduring freedom)’가 아프간에 정착하는 건 2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어도 요원해 보인다. 신수정 국제부 차장 crystal@donga.com}

세계 곳곳이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최근까지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에서는 평균 기온이 섭씨 45∼50도에 육박하면서 폭염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늘고 있다. 캐나다 태평양 연안의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는 6월 마지막 주 일주일간 719명이 돌연사해 평상시보다 3배 이상 많았다. 당국은 ‘살인적 더위’가 사망자 수를 늘린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오리건주와 워싱턴주에서도 같은 기간 각각 95명, 30여 명이 폭염으로 사망했다. 이 지역들은 여름에도 선선한 기후여서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은 가정이 많아 이번 극단적 더위로 피해가 더욱 컸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폭염을 “100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기록적 폭염”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폭염은 북미 서부 지역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BBC는 캘리포니아주와 네바다주 등 미국 남서부 지역도 올해 사상 최고 기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10일 보도했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는 지난달 23일 34.8도로 6월 기온으로는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뉴질랜드도 지난달 평균 기온이 10.6도로 지난 30년간 기록된 6월 평균치보다 2도나 높았다. 인도는 평균 기온이 40도를 넘어 평상시보다 7도나 높은 상태다. 지난달 중동 일부 지역에서는 한때 기온이 52도까지 올라 철로가 휠 정도였다.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등 스칸디나비아 3국도 이례적인 폭염으로 사상 최고 기온을 찍었다. AFP통신에 따르면 6일 핀란드의 최고 기온은 34도로 핀란드 국립기상연구소가 1844년부터 기온을 측정한 이래 6월 최고치였다. 지구촌을 강타한 폭염의 원인으로는 ‘열돔(heat dome)’ 현상이 꼽힌다. 열돔은 찬 공기와 따뜻한 공기를 섞어주는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지열로 데워진 공기가 한곳에 머무는 현상을 말한다. 캐나다 환경부 선임 기후연구관인 데이비드 필립스는 NYT에 “한여름도 아닌 이른 시기에 강한 폭염이 지속적으로 발생한 것은 지구온난화가 원인으로 보인다”고 했다. 과학자들은 올해 기록적인 폭염을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의 결과로 보고 있다. 산업화 이전에 북미 서부 지역의 6월 말 기온이 45∼50도로 치솟는 일은 없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지금처럼 계속 온실가스가 배출되면 이례적인 폭염은 더 자주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프린스턴대 연구진을 포함한 국제 연구팀은 기후변화가 폭염이 일어날 확률을 최소 150배 이상 높인 연구 결과를 내놨다. 연구팀은 “앞으로 이 같은 속도로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돼 기온이 0.8도 더 오르면 올해 같은 기록적 폭염이 5∼10년마다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달 23일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다음에 세계적으로 대규모 사망을 부를 수 있는 것은 폭염”이라고 보고서에서 경고했다. 팬데믹과 함께 인류에 닥친 재앙이 기후변화라는 것이다. 보고서에는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2, 3도 올라 육지와 바다 생물 종의 최대 54%가 멸종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경고도 담겼다. 실제로 매년 많은 사람이 이상기후로 목숨을 잃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000∼2019년 연간 평균 500만 명이 기후변화로 인한 비정상적 추위나 더위로 사망했다. 이는 20년간 세계 사망자 수의 9.4%에 해당한다. 최근 유엔 세계기상기구는 아르헨티나의 에스페란사 연구소가 측정한 지난해 2월 남극 최고 기온 18.3도를 공식 승인했다. 앞서 2015년 3월 에스페란사가 측정한 남극 최고 기온 17.5도보다 0.8도 높은 수치로 6년 만에 최고 기온을 경신한 것이다. 산업화 이후 지난 20년간 온난화 가속으로 지구의 평균 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3도 이상 올랐다. 기후변화가 가져올 재앙을 피할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신수정 국제부 차장 crystal@donga.com}

“다섯 살 때부터 우주여행을 꿈꿨다. 가장 위대한 도전을 가장 친한 친구와 함께.” 아마존 창업주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이조스(57)가 7일(현지 시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다음 달 20일 남동생 마크 베이조스와 우주여행을 갈 것이라고 밝혔다. 7월 20일은 인류의 첫 유인(有人) 달 착륙선인 아폴로 11호가 달에 내린 지 52주년이 되는 날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베이조스는 자신이 2000년 설립한 우주탐사기업 ‘블루오리진’의 첫 우주관광 로켓 ‘뉴셰퍼드’를 타고 우주여행에 나선다. 베이조스는 지구 표면에서 약 100km 떨어진 카르만 라인(K´arm´an Line)까지 올라가 수분 동안 무중력을 체험하면서 우주에서 지구를 내려다보게 된다. 카르만 라인은 국제협약에 의해 지정된 지구와 우주의 경계선이다. CNN은 이번에 발표한 계획이 실행되면 베이조스는 우주를 다녀온 최초의 백만장자로 기록될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우주 개발 트렌드인 ‘뉴 스페이스’를 이끌고 있는 이들은 정부가 아닌 민간이다. 특히 미국의 정보기술(IT) 기업 수장들이 앞다퉈 우주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IT산업에서 거대한 부를 창출한 이들의 관심이 우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베이조스는 블루오리진에 투자하기 위해 그동안 10조 원이 넘는 아마존 주식을 팔았다. 일론 머스크(50) 테슬라 창업주 겸 CEO는 화성에 인간이 살 수 있는 도시를 건설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 2002년 ‘스페이스X’를 설립했다. 머스크는 2024년 첫 유인 화성 탐사선을 발사해 2050년까지 화성에 수만 명이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4월 스페이스X는 2024년에 인류를 달에 보내는 미 우주항공국(NASA·나사)의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서 민간 달 착륙선 사업자로 선정됐다. 미국에 베이조스와 머스크가 있다면 영국엔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71)이 있다. 그는 2004년 우주여행 사업을 위해 ‘버진갤럭틱’을 설립했다. BBC에 따르면 버진갤럭틱은 지난달 22일 유인 우주선의 우주 궤도 비행에 성공했다. 외신에 따르면 브랜슨 회장은 베이조스에 앞서 7월 4일 버진갤럭틱의 ‘VSS유니티’를 타고 우주여행을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 여행을 위해서는 미 연방항공국(FAA)의 사업자면허를 받아야 해서 실제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우주산업은 2040년 약 1000조 원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유망 산업이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우주산업 시장 규모가 2017년 3240억 달러에서 2040년 1조100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주산업 중에서도 우주를 여행할 수 있는 우주여행 산업은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블루오리진과 스페이스X, 버진갤럭틱은 이미 우주여행 상품을 내놨다. 버진갤럭틱이 한 장에 20만∼25만 달러에 판매할 예정인 우주여행 티켓은 이미 600여 명이 예약했다. 베이조스와 다음 달 함께 우주여행을 갈 수 있는 티켓은 최근 전화를 통한 경매로 팔렸다. 480만 달러로 시작한 티켓은 159개국에서 약 7600명이 뛰어들어 7분 만에 마감됐다. 가격은 무려 2800만 달러(약 313억 원)다. 세계 최고 부자들의 우주개발 경쟁을 보면서 누가 승자가 될지도 궁금하지만 이보다는 일반인들이 우주여행을 갈 수 있는 날이 언제가 될지 더 궁금하다. 블룸버그는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 등 민간 우주개발 업체가 경쟁하면서 우주여행은 현실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쟁을 통해 기술이 발전하면 보다 많은 사람들을 한꺼번에 우주로 보낼 수 있게 되고, 가격도 떨어질 것이다. 실제로 재사용 로켓을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위성 발사 비용이 크게 줄었다. 베이조스는 경매 전 공개된 동영상에서 “지구를 우주에서 보는 일은 당신을 변화시킨다. 그것은 이 행성, 그리고 인류와 당신과의 관계를 바꾼다”고 했다. 백만장자가 아니어도 우주여행을 즐길 수 있는 그날이 빨리 왔으면 한다. 신수정 국제부 차장 crystal@donga.com}

전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굳게 닫혔던 국경의 빗장이 조금씩 열리고 있다. 일부 국가들은 관광객들의 입국 후 격리 의무를 면제해주기 시작했다. 이탈리아는 16일(현지 시간)부터 백신 접종 증명서나 코로나19 음성 확인증을 가진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과 솅겐 협약(역내 인적·물적 이동의 자유를 보장한 협약) 26개 가입국, 영국, 이스라엘 관광객에 한해 격리 의무를 해제했다. 조치 시행 첫날, 로마 밀라노 베네치아 나폴리 등 이탈리아 주요 도시에는 관광객들이 몰려들었다. 스페인 계단, 트레비 분수, 콜로세움 등 주요 관광지는 오랜만에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리스도 15일(현지 시간)부터 한국을 포함해 미국, EU 회원국 등 53개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입국 후 격리 의무를 면제했다. 해당 국가 관광객들은 코로나19 음성 확인증이나 백신 접종 확인서를 제출하면 그리스 입국 뒤 열흘간의 자가 격리를 안 해도 된다. 로이터는 조치 첫날 수도 아테네에 입국한 관광객들이 마냥 신이 난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이날 미코노스섬을 비롯한 남쪽 에게해의 섬 4곳에는 스웨덴 독일 카타르 등에서 출발한 국제선 항공편 32편이 도착했다.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을 비롯한 주요 전시관들은 수개월 만에 문을 열었다. 미국 플로리다에서 온 한 관광객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드디어 여기에 왔다. 코로나19 유행 기간 동안 매일 이날만을 꿈꾸며 기다렸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면서 세계 곳곳에서 억눌렀던 해외여행 수요가 터져 나오는 듯한 모습이다. ‘백시케이션(Vaxication)’이란 신조어도 등장했다. 이는 백신(Vax)과 휴가(Vacation)를 합친 말이다. 블룸버그는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면서 여행사들의 예약 문의도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백신 접종 속도가 빠른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여행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여행업체 트립어드바이저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67%가 6∼8월에 여행을 계획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질문에 대한 3∼5월 때의 답변보다 17%포인트나 증가한 수치다. 미국여행협회 조사에서도 올여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는 미국인은 72%로 지난해 같은 기간 37%에서 크게 늘었다. 미국 내 늘어나는 여행 수요는 항공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 델타항공은 최근 일부 주말 비행편의 중간 좌석을 개방했다고 밝혔다. 델타항공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자 거리 두기를 위해 중간 좌석을 차단해 왔지만 이를 푼 것이다. 미국 교통안전청(TSA)에 따르면 이달 들어 미국 항공 여객 수는 일일 100만 명을 넘었다. 백신 접종에 속도가 붙은 국가에 사는 사람들은 올여름 휴가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상당수 국가에 사는 이들에게 해외여행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했다고 평가받던 대만, 싱가포르, 태국 등에서는 최근 연이어 감염자들이 나오면서 국경의 문이 닫혔다. 대만은 19일부터 한 달간 외국인의 대만 입국을 금지한다고 밝혔고, 홍콩과 싱가포르 간 여행 시 검역을 완화하는 트래블버블도 무기한 보류됐다. 백신 격차가 여행 격차로 이어지고 있음을 느끼는 요즘이다. 코로나19 시대에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드는 여행을 하려면 이젠 여권과 함께 백신 접종을 증명하는 백신 여권도 있어야 한다. 지난해 10월 인천공항공사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10명 중 7명은 백신이 개발되면 해외여행을 가고 싶다고 답했다. 특히 한국인의 89.1%는 백신 접종 이유로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누구 못지않게 여행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국내 백신 접종이 보다 속도를 내서 많은 사람들의 여행 갈증이 해소되길 기대한다. 신수정 국제부 차장 crystal@donga.com}

“백신 관련 노하우와 기술은 공유돼야 한다. 이를 통해 전 세계 백신 공급량을 크게 늘릴 수 있다.” 14일(현지 시간)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 헬렌 클라크 전 뉴질랜드 총리 등 각국 전직 정상 60명 이상,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석좌교수 등 100명 이상의 노벨상 수상자들은 공동으로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백신 관련 지식재산권(지재권) 적용을 한시적으로 중단해달라고 바이든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이들은 공동으로 보낸 서한에서 “코로나19 백신 지재권 유예 조치는 코로나19 대유행을 종결시킬 필수 불가결한 조치”라며 “지재권 적용을 중단하면 백신 제조 속도를 높여 빈곤국 등에서 팬데믹에 더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백신 지재권을 일시적으로 면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작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선진국 제약사들의 백신 특허권을 한시적으로 무시하고 세계 여러 나라에서 백신을 생산하도록 해 백신 공급 속도를 높이자는 주장이다. 지난해 10월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세계무역기구(WTO)에 지식재산권협정(TRIPs) 관련 조항의 일시적 면제를 통해 어느 나라든 특허 걱정 없이 백신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하자고 요구했다. 이 제안은 백신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개발도상국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경없는의사회(MSF)도 이들과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코로나19 백신을 ‘공공재’라고 부르며 언론 브리핑 때마다 지재권 면제를 촉구하고 있다. 그는 2월 브리핑에서 “공평하게 백신을 공급하지 못하면 우리는 코로나19를 이길 수 없다”며 “지금이 지재권을 면제할 시간이 아니라면 언제 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이러한 목소리에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제약사를 둔 미국과 영국, 일부 유럽연합(EU) 국가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백신 개발에 막대한 돈을 들였는데 지재권을 보호해주지 않는다면 앞으로 어떤 제약사가 나서서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나서겠냐는 것이다. 이들은 특수한 상황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제약사들에 ‘일방적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미 상공회의소는 지난달 “지재권 면제 제안은 세계가 직면하게 될 미래의 유행병에 대한 백신 및 치료제를 신속하게 개발하고 배포하는 데 더 큰 어려움을 발생시킬 것”이라며 백신 지재권 보호를 강조하는 입장의 성명을 발표했다. 실제로 그동안 많은 감염병이 전 세계를 휩쓸었지만 지재권을 제한하는 강제실시권이 발동된 적은 1990년대 말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이 창궐했을 때 정도다. 이때도 치료제 개발 제약사가 다른 제조사에 비독점 사용권을 주는 방식으로 하는 등 지재권 면제는 극히 제한적으로만 이뤄졌다. 코로나19 백신 지재권 면제를 둘러싼 찬반 목소리가 팽팽한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는 아직 명확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이 지연될 경우 전 세계적으로 집단 면역이 형성되는 시기는 점점 늦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은 지금껏 그 어떤 전염병 백신보다 빨리 개발됐지만 그 백신은 현재 일부 국가에만 편중된 채 공급 속도가 더딘 편이다. 많은 국가들이 백신 공급 속도를 높여줄 지재권 면제를 바라며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백신 접종률 2%에 그치는 한국도 백신이 절실하다. 바이든 대통령이 백신 지재권 면제 요구를 받아들일지 많은 국가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신수정 국제부 차장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