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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사거리 한 모퉁이를 돌아서자 ‘동아일보 사옥’이라 쓰인 비(碑)가 보였다. 김승옥 작가(79)는 손짓으로 “이곳이 50년 전 SF소설을 의뢰받은 건물”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눈에는 1970년과 2020년이 겹쳐 보이는 듯했다. 26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 옛 사옥(현 일민미술관)에서 김 작가를 만났다. 소설 ‘무진기행’(1964년) 등으로 1960년대 문단의 기린아로 떠오른 김 작가는 1970년 4월 창간 50주년을 맞은 동아일보에 단편소설 ‘50년 후 디 파이 나인(D.π.9) 기자의 어느 날’을 실었다. 50년이 지나, 젊은 작가들은 이 소설을 오마주한 소설집 ‘SF 김승옥’(아르띠잔)을 펴냈다. 김 작가는 이들을 만나 이야기하고 싶다며 현재 살고 있는 전남 순천에서 4시간 넘게 무궁화호 기차를 타고 올라왔다. 동아일보 옛 건물이 보고 싶다고 했다. 50년 전 그가 쓴 소설은 1990년생 동아일보 기자 ‘준’이 2020년을 사는 모습을 그렸다. 26일 그와 인터뷰한 기자 역시 1990년생이다. 김 작가는 준과 대화하듯 편안하게 이야기를 풀어냈다. 자리에 함께한 후배 작가가 “준은 네 살짜리 딸이 있는 기혼자인데 지금 만 30세는 결혼할 생각도 안 한다”고 농담하자 그는 웃음을 터뜨렸다. 김 작가는 1970년 3월 평소 친분이 있던 동아일보 기자에게서 SF소설을 써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마감 기한은 단 이틀. 김 작가는 “사옥 근처 호텔방에 갇혀 밤새워 가며 썼다”면서 “써보지도 않은 SF소설을 쓰다 보니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며 웃었다. 당시 국내에 SF소설은 흔치 않았다. 한국 작가의 SF소설을 읽을 기회가 없던 탓에 그는 해외 SF소설과 각종 문헌을 뒤져가며 미래를 상상해 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김 작가의 예측은 놀라울 정도다. 소설에서 준은 얼굴을 보고 통화하는 ‘수상(受像) 전화기’로 상사에게 보고하고, 정자와 난자를 결합시켜 ‘인공 자궁’으로 임신한다. 영상통화와 시험관 시술이 보편화된 현재를 꿰뚫어본 듯하다. 김 작가는 “50년 후면 한국과 중국 관계가 좋아질 것 같아 소설에 비행기를 타고 중국 푸저우로 여행하는 장면도 넣었다”고 했다. 소설에는 자율주행자동차도 나온다. 심지어 준의 자율주행차 이름은 ‘귀요미19’다. 현재 일부 국어사전에 ‘예쁘거나 애교가 있어 사랑스러운 사람’이라고 표제어로 올라있는 귀요미는 인터넷이 상용화된 2000년대 나타난 신조어다. ‘귀요미19’라는 명칭은 코로나19가 유행하는 지금 의미심장하게 읽힌다. 김 작가는 “귀요미는 ‘귀염둥이’라는 뜻으로 지은 단어”라며 “당시 한국에서 출시되는 자동차도 영어 이름을 많이 썼는데, 한국어 이름을 지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았다”고 했다. ‘서울, 1964년 겨울’처럼 현실을 그리던 김 작가가 SF소설을 택한 건 당시 정치적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그는 “암울한 시절이라 당대의 이야기를 쓰면 주제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며 “미래를 얘기하는 척하며 현실을 이야기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소설 곳곳에는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식 풍자가 숨어 있다. 대통령은 TV 프로그램 ‘대통령과 아침을’에 나와 국민과 담소하지만 이는 재선을 위한 포석으로 묘사된다. 국민은 노이로제를 치료하는 알약을 먹으며 우울한 현실을 외면한다. 그는 “암울한 시대에 작품을 쓰면서도 미래의 사람들은 더 힘든 삶을 살아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때도, 지금도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 김 작가에게 인터뷰는 그의 소설 ‘무진기행’ 속 안개 가득한 무진을 걷는 것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2003년 갑작스레 뇌중풍(뇌졸중)을 겪은 뒤 자신의 의사를 말과 글로 표현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그는 기자의 입을 보며 질문을 이해했고 메모지에 글을 써서 답했다. 이날 오후 느지막이 인터뷰를 끝낸 김 작가는 홀로 기차를 타고 자신만의 ‘무진’, 순천문학관으로 돌아갔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홀로코스트(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만큼 수없이 말해지는 이야기가 있을까. ‘안네의 일기’ ‘쉰들러 리스트’ ‘인생은 아름다워’ ‘피아니스트’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이야기는 쉼 없이 나왔지만 여전히 홀로코스트 피해자들은 더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어떤 이야기도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 벌어진 일이라면 쉽게 잊혀져선 안 되기에. 저자는 평범한 치과의사였다. 하지만 아우슈비츠에 갇힌 이후엔 더 이상 평범하지 못했다. 1941년 5월 5일 나치에 끌려간 뒤 1945년 5월 3일 해방을 맞기까지 4년간 ‘아우슈비츠의 치과의사’로 살았다. 유대인이자 141129번 수용자인 저자는 천천히 마음속 깊이 숨겨놓았던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아우슈비츠는 단순히 유대인을 죽이는 공간이 아니었다. 유대인에게 노동력을 짜내려면 가능한 한 건강한 상태로 관리돼야 했다. 저자는 나치의 강요에 의해 그 역할을 수행했다. 붕대, 진통제를 가지고 성한 곳 없는 유대인들의 몸을 돌봐야 했다. 나치 장교들 역시 치료해야 했다. 더 필요한 수용자였기 때문에 ‘특혜’도 받았다. 더 많은 음식을 배식 받았고, 노동은 최소한만 했다. 그 때문에 죄책감에 시달렸다. 풀려난 후에도 저자는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여전히 과거의 기억에 몸서리치고 분노하듯, 저자 역시 거대한 비극의 흔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기억을 꺼내는 일은 물론 어렵다. 저자는 50년이 지난 1995년에서야 이 회고록을 냈다. 9년 후인 2004년 1월 조용히 숨을 거뒀다. 이야기를 털어놓은 뒤에도 저자는 행복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나는 이 책에서 가장 덜 중요한 사람”이라는 고백은 여전히 그늘 아래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드러낸다. 그럼에도 진실을 제대로 남기기 위해선 써야 했다. “(아우슈비츠의) 화장터가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수많은 관광객이 그곳에서 수백만 명이 살해당했다고 적힌 안내문을 읽고 있었다. 그것은 진짜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았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다음 작품은 네이버시리즈나 카카오페이지에 연재하시는 게 어때요? 선인세도 드릴 수 있습니다.” 한 웹소설 작가는 최근 어떤 콘텐츠기업(CP)으로부터 이런 제안을 받았다. 문피아 같이 작가가 직접 소설을 올릴 수 있는 ‘1차 플랫폼’에 주로 연재하던 그에게 특정 작가만 연재할 수 있는 ‘2차 플랫폼’에 글을 올리자는 ‘헤드 헌팅’이 들어온 것. 이 작가는 “웹소설이 인기지만 여전히 스타 작가를 제외하곤 처우가 좋지 않다”며 “플랫폼을 옮기면 몸값이 뛰는 경우가 많아 고민이다”라고 했다. 13일 KT가 콘텐츠 전문 자회사 스토리위즈를 통해 웹소설 등에 1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정보기술(IT) 공룡들의 웹소설 경쟁이 치열해졌다. 이미 네이버와 카카오는 10여 년 전부터 2차 플랫폼을 키워 국내 최대 웹소설 플랫폼인 문피아와 함께 3대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이 때문에 웹소설 업계 2차 플랫폼에 뛰어드는 IT기업들은 CP를 통해 엄선된 작가들을 공급받으려 한다. CP는 작가와 플랫폼의 가교 역할을 한다. 웹소설 시장이 커지면서 출판사들이 새로 CP부서를 만들거나 장르소설, 라이트노벨 출판사들이 CP로 업종을 바꿨다. 기획에 능한 광고업계 종사자들이 웹소설 시장을 유망하게 보고 CP를 차린 경우도 있다. 특히 인기 웹소설이 다양한 장르로 재생산되면서 원천소스인 작가 섭외에 열을 올린다. 누적 조회 수 1억 회를 기록한 웹소설 ‘전지적 독자 시점’이 웹툰으로 성공하고 영화화까지 진행되면서 좋은 작가를 섭외하면 무궁무진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한 웹소설 업계 관계자는 “CP는 작가와 함께 스토리라인을 짜고 캐릭터 성격까지 설정하는 경우도 많다”며 “작가와 CP는 보통 7 대 3으로 수익을 나눈다”고 말했다. CP는 1차 플랫폼에서 인기를 끌거나, 눈여겨보던 작가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일을 기획의 우선순위로 삼는다. 작가들의 대학 같은 과 선후배나 지인을 통해 의사를 타진하거나 직접 e메일을 보내기도 한다. “제대로 된 작품을 기획해서 2차 플랫폼에 진입하자”는 CP의 제안을 작가가 받아들이면 일러스트레이터를 섭외하고 작품 제목을 지은 뒤 2차 플랫폼과 접촉한다. 2차 플랫폼 측과 작가 사이에서 고료와 연재시기를 조율하며 작품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매니지먼트 역할도 한다. 10여 년 전 웹소설 초창기에는 전문 CP가 부족해 1차 플랫폼 측에서 작가에게 직접 연락해 글을 쓰게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최근엔 대부분의 계약이 CP를 통해 이뤄진다. 카카오페이지 관계자는 “(1차 플랫폼에서 활동하던 작가와 일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작가들이 어떤 작품을 연재하고 싶은지”라며 “작가들이 (2차 플랫폼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1차 플랫폼은 다양한 작가를 키워내고 2차 플랫폼은 전체 웹소설 시장의 성장을 주도하는 역할을 한다고 분석한다. 웹소설 업계 관계자는 “1차 플랫폼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가들이 2차 플랫폼에 진입해 대중의 사랑을 받는 일이 늘고 있다”며 “CP를 통하든 직접 2차 플랫폼에 연락을 취하든 결과적으로 작품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선생님에게 사사 받았다, 이건 평생 따라다녀! 선생 이름은 제자 이름과 같이 높아진다는 거 명심하고.” 20일 종영한 SBS 클래식 음악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는 노교수가 제자들 앞에서 다른 교수를 치켜세우며 이같이 말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사제지간은 절대적이고, 스승과 제자가 운명공동체인 클래식 음악계의 현실을 단적으로 드러낸 대사다. 이 드라마는 서울대 음대를 졸업한 류보리 작가의 장편 데뷔작. 시청자들 사이에서 ‘웰메이드’ 드라마로 평가받고 있다. 방송과는 거리가 먼 직종에서 일하다 드라마를 쓰는 전직(轉職) 작가들이 뜨고 있다. 수년간의 보조 작가 생활을 거쳐 방송국에 입성해 고진감래 격으로 성공신화를 쓴 기존 드라마 작가들과 달리 전직 작가들은 데뷔작부터 ‘대박’을 터뜨리기도 한다. 시청자들은 “전문성 높은 서사와 현실감 있는 대사 덕에 신인 작가라는 점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라고 입을 모은다. 대표 주자는 ‘정치극 전문’ 정현민 작가다. 정 작가는 10여 년간 국회에서 의원 보좌관으로 일하다 2009년 KBS 극본 공모에 가작으로 당선하면서 활동을 시작했다. 정치사극(史劇) ‘정도전’(2014년), 여야 정쟁을 다룬 ‘어셈블리’(2015년), 동학농민운동을 다룬 ‘녹두꽃’(2019년)을 연달아 성공시키며 스타 작가로 발돋움했다. 독특한 직업을 가져야만 전직 작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흔히 만날 수 있지만 속내까진 들여다보이지 않던 직업 출신의 작가들도 직업세계를 섬세하게 다룬다. 회사원 출신의 차해원 작가는 VIP 고객을 관리하는 회사원의 애환이 녹아있는 ‘VIP’(2019년)로 직장인들의 마음을 빼앗았다. 교사였던 박주연 작가는 초년 교사의 고군분투 적응기인 ‘블랙독’(2019년)으로 사회 초년생들의 공감을 얻어냈다. 기존 드라마 작가 중에는 덕후(일본어 오타쿠를 발음에 가깝게 표기한 우리말 조어) 출신이거나, 덕후에 가깝게 집요한 취재로 성가를 드높이는 작가도 있다. 프로야구단을 다룬 ‘스토브리그’(2019년)의 이신화 작가는 온라인 야구 커뮤니티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야구 마니아다. 검찰 내부의 치열한 분위기를 그려낸 ‘비밀의 숲 2’(2020년)의 이수연 작가는 꼼꼼한 취재와 고증으로 시청자의 눈높이를 맞췄다. 이 같은 전직 작가 성공시대는 특정 직업세계를 그리는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의 기대가 높아진 덕을 톡톡히 봤다. 과거 의사 검사 정치인 같은 전문직의 세계를 다룬 드라마를 보다 ‘옥에 티’를 발견해도 실수라 생각해 용인했다면, 최근 시청자들은 작품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한다. 드라마의 주 시청자인 여성이 직업세계의 오류를 바로잡아 낸다는 지적도 있다. 이영미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 여성들은 과거에 비해 사회생활 경험이 많기 때문에 현실성이 떨어지는 드라마를 보면 바로 알아챈다”고 지적했다. 보조 작가로 고생하느니 ‘글 쓰는’ 직장인으로 살겠다는 드라마 작가 지망생들이 공모전을 통한 데뷔라는 현실적 선택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요즘 시청자는 멜로나 가족극 서사 말고도 다양하고 전문적인 이야기를 원하고 있다. 드라마도 이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면전에서 못한다는 말을 듣는 것과 그런 말을 들으면서도 침착함을 유지하려고 하는 건… 정말 가혹해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블랙핑크: 세상을 밝혀라’에서 4인조 걸그룹 블랙핑크 멤버 제니는 연습생 시절 겪었던 혹독한 경쟁을 떨리는 목소리로 설명했다. 다른 멤버들도 카메라를 응시하며 “행복한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평균 5년의 연습생 시절을 토로했다. 이 다큐는 14일 공개 직후 넷플릭스 글로벌 영화 2위에 올랐다. 최근 케이팝 아이돌을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가 인기를 끌고 있다. 걸그룹 트와이스가 올해 4월부터 유튜브에 9편으로 나눠 공개한 ‘트와이스: 시즈 더 라이트’는 1회 조회수만 500만 회를 넘겼고 나머지 회차도 비슷한 수준이다. 방탄소년단(BTS)을 담은 ‘브레이크 더 사일런스’는 BTS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자체 플랫폼인 위버스에 올해 5월 공개돼 폭발적인 관심을 모았다. 과거에도 아이돌의 매력을 영상에 담으려는 시도는 있었으나 대부분 영화 제작에 그쳤다. 슈퍼주니어가 주연을 맡은 코미디 영화 ‘꽃미남 연쇄 테러 사건’(2007년), H.O.T.가 출연한 판타지 영화 ‘평화의 시대’(2000년) 등이다. 2010년대 이후 아이돌의 소소한 일상을 보여주는 브이로그가 인기를 끌었지만, 장편 다큐로 담아내는 건 최근 흐름이다. 아이돌 다큐가 각광받는 건 팬들이 스타들의 화려한 모습 너머 무대 뒤편의 진솔한 심경까지 느끼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멤버 개개인이 어떤 유년시절을 보냈는지, 왜 아이돌이 되기를 결심했는지, 어떤 고난을 거쳐 성공했는지를 보여주면서 인간적인 울림을 끌어냈다는 것이다. 팬들은 “매번 완벽하고 반짝이는 무대를 선사하는 블랙핑크가 두려움과 압박감을 자주 느끼는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BTS가 월드투어 후 백스테이지와 호텔 방 안에서 힘들었던 기억을 진솔하게 얘기하는 것을 보고 위로를 많이 받았다”는 반응이다. 아이돌의 삶을 솔직하게 담아낼 수 있었던 건 감독의 독립성이 보장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빠듯한 스케줄에 몸이 망가져 괴로워하다가도 무대 위에서는 티를 내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 등 생생함을 확보하려면 소속사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는 게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블랙핑크 다큐를 찍은 캐롤라인 서 감독은 YG엔터테인먼트나 넷플릭스 소속이 아니라 독립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창작자의 의도가 최대한 반영된 만큼 소속사로서는 꺼릴 수 있는 연습생 시절 이야기까지 구체적으로 다뤄 ‘홍보용 영상’으로 전락하지 않았다는 평이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블랙핑크 멤버들도 (기획 의도를 받아들여) 자신의 솔직한 면을 보여주고 싶어 했다”며 “가수로서의 성공은 물론 아티스트로서의 삶과 쉬는 시간에 무엇을 하는지 두루 담았다”고 했다. 영화관에서 흥행하기 쉽지 않은 다큐 영화가 넷플릭스 유튜브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활로를 찾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영화관에서 개봉했을 땐 팬들 위주로 관람하는 데 그쳤지만, 이젠 누구나 스마트폰이나 TV로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OTT를 통해 아이돌 다큐가 성공하면서 다큐 영화의 유통 사례를 만들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침체된 영화계에도 활력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와우! 16화까지 못 볼 줄 알았는데 인간의 심리를 완벽히 묘사한 작품이다. 엄청난 각본, 환상적인 연출, 최고의 출연진에게 찬사를 보낸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파울루 코엘류(73·작은 사진)가 18일(현지 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한국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이미지를 올리며 이 같은 글을 썼다. 이 트윗은 19일 기준 리트윗 6400회에 4700회 넘게 인용됐다. 이 글에는 “최고의 드라마” “내가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 등의 댓글이 달리고 있다. ‘나의 아저씨’는 tvN에서 2018년 3월부터 5월까지 방영된 16부작 드라마다. 올 6월부터 넷플릭스에 공개되면서 해외 시청자들에게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코엘류 역시 넷플릭스를 통해 이 드라마를 접한 것으로 보인다. 코엘류는 케이팝, 드라마, 웹툰 같은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자주 표시했다. 올 8월 트위터에 방탄소년단(BTS)을 언급하며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밴드 방탄소년단을 비난하는 모든 이들에게: 영상 몇 개만 봐 달라. 당신의 생각이 바뀔 거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지난달 13일에는 웹툰 ‘아는 여자애’ 중 여자 주인공이 “이 책 오랜만이네”라며 자신의 대표작인 소설 ‘연금술사’를 집어든 모습을 캡처해 올렸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면전에서 못한다는 말을 듣는 것과 그런 말을 들으면서도 침착함을 유지하려고 하는 건… 정말 가혹해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블랙핑크: 세상을 밝혀라’에서 4인조 걸그룹 블랙핑크 멤버 제니는 연습생 시절 겪었던 혹독한 경쟁을 떨리는 목소리로 설명했다. 다른 멤버들도 카메라를 응시하며 “행복한 분위기는 아니다”며 평균 5년의 연습생 시절을 토로했다. 이 다큐는 14일 공개 직후 넷플릭스 글로벌 영화 2위에 올랐다. 최근 케이팝(K-POP) 아이돌을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가 인기를 끌고 있다. 걸그룹 트와이스가 올해 4월부터 유튜브에 9편으로 나눠 공개한 ‘트와이스: 시즈 더 라이트’는 1회 조회수만 500만 회를 넘겼고 나머지 회차도 비슷한 수준이다. 방탄소년단(BTS)을 담은 ‘브레이크 더 사일런스’는 BTS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자체 플랫폼인 위버스에 공개돼 폭발적인 관심을 모았다. 과거에도 아이돌의 매력을 영상에 담으려는 시도는 있었으나 대부분 영화 제작에 그쳤다. 슈퍼주니어가 주연을 맡은 코미디 영화 ‘꽃미남 연쇄 테러 사건’(2007년), H.O.T.가 출연한 판타지 영화 ‘평화의 시대’(2000년) 등이다. 2010년대 이후 아이돌의 소소한 일상을 보여주는 브이로그가 인기를 끌었지만, 장편 다큐로 담아내는 건 최근 흐름이다. 아이돌 다큐가 각광받는 건 팬들이 스타들의 화려한 모습 너머 무대 뒤편의 진솔한 심경까지 느끼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멤버 개개인이 어떤 유년시절을 보냈는지, 왜 아이돌이 되기를 결심했는지, 어떤 고난을 거쳐 성공했는지를 보여주면서 인간적인 울림을 끌어냈다는 것이다. 팬들은 “매번 완벽하고 반짝이는 무대를 선사하는 블랙핑크가 두려움과 압박감을 자주 느끼는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BTS가 월드투어 후 백스테이지와 호텔방 안에서 힘들었던 기억을 진솔하게 얘기하는 것을 보고 위로를 많이 받았다”는 반응이다. 아이돌의 삶을 솔직하게 담아낼 수 있었던 건 감독의 독립성이 보장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빠듯한 스케줄에 몸이 망가져 괴로워하다가도 무대 위에서는 티를 내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 등 생생함을 확보하려면 소속사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는 게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블랙핑크 다큐를 찍은 캐롤라인 서 감독은 YG엔터테인먼트나 넷플릭스 소속이 아니라 독립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창작자의 의도가 최대한 반영된 만큼 소속사로서는 꺼릴 수 있는 연습생 시절 이야기까지 구체적으로 다뤄 ‘홍보용 영상’으로 전락하지 않았다는 평이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블랙핑크 멤버들도 (기획 의도를 받아들여) 자신의 솔직한 면을 보여주고 싶어 했다”며 “가수로서의 성공은 물론 아티스트로서의 삶과 쉬는 시간에 무엇을 하는지 두루 담았다”고 했다. 영화관에서 흥행하기 쉽지 않은 다큐 영화가 넷플릭스 유튜브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활로를 찾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영화관에서 개봉했을 땐 팬들 위주로 관람하는데 그쳤지만, 이젠 누구나 스마트폰이나 TV로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OTT를 통해 아이돌 다큐가 성공하면서 다큐 영화의 유통 사례를 만들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침체된 영화계에도 활력소가 될 것”이라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남자는 정말 여자보다 길을 잘 찾을까. 남녀의 능력이 다른지 논쟁이 벌어지면 언제나 등장하는 질문이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이 질문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객관적이고, 차분하게 여태까지 진행된 연구를 소개한 책을 읽는다면 우리의 논쟁은 좀 더 생산적으로 변하지 않을까. 뉴욕타임스 네이처 같은 유수 언론 기고로 유명한 저자는 ‘뇌과학’이라는 키워드로 이 논쟁을 풀어나간다. 책은 기본적으로 뇌과학을 기반으로 하되 구불구불한 뇌의 틈새 너머 지구의 역사와 사회 현상까지 곳곳을 탐험한다. 각종 사건과 논쟁을 예로 들어가며 인류의 길 찾기 본능을 쉽고 효과적으로 설명해 나간다. 무엇보다도 객관적 시선이 눈에 띈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연구 결과를 소개하면서 다양한 가능성을 소개한다. 먼저 저자는 타고난 사냥꾼이었던 호모사피엔스부터 들여다본다. 과거 호모사피엔스에게 ‘길 찾기’란 가장 큰 무기였다는 것. 먹잇감의 위치를 파악하고 지형지물을 파악해 전략적으로 사냥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인류는 이후에도 길 찾기 능력을 바탕으로 문명을 일궈왔다. 위대한 탐험가들의 길 찾기 능력은 신대륙을 찾아내 문명을 확대시켰다. 인류의 역사 자체가 인간이 새로운 길을 찾아낸 과정일지도 모른다고 저자는 말한다. 길을 찾는 과정에서 뇌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 왜 우리는 길을 잃어버리는지, 길을 잃어버린 사람은 어떤 공포에 빠지는지 등의 논쟁도 풀어나간다. 이어 인류가 GPS를 껐을 때 어떤 것을 얻을 수 있을까 질문을 던진다. 호모사피엔스는 가졌으나 현재의 인류는 잃어버린 것을 묻는다. 저자는 지도에서의 길 찾기의 과정을 인생의 길 찾기라는 존재론적 논쟁으로 확장해 나간다. “나는 어디에 있는가? 나는 어느 곳에 속할까? 나는 어디로 가는가? 어떻게 하면 거기에 갈 수 있을까? 이러한 것들은 존재와 생존에 관한 원초적 질문이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오래전에 나는 상처 입었다. 내가 산 것은 나의 복수를 위해서…(Long ago, l was wounded. I lived to revenge myself…).’ 9일 트위터에는 올해 노벨 문학상을 받은 미국 시인 루이즈 글릭(77·그림)의 대표 시(詩) ‘첫 기억(First Memory)’의 한국어 번역본이 올라왔다. 이 시를 번역한 사람은 전문 번역가가 아니지만 번역된 시는 50차례 이상 공유되며 트위터에 퍼졌다. 글릭의 노벨 문학상 수상이 공식 발표된 8일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개인들이 번역한 글릭의 시가 여기저기 올라오고 있다. 글릭은 12권의 시집과 여러 수필집을 냈지만 한국에서는 그의 시 ‘눈풀꽃’ ‘애도’ 등만이 시선집(詩選集) 두 종에 포함돼 번역돼 있을 뿐이다. 번역과 출간에 한 달 이상 걸리는 상황을 기다리지 못한 한국 독자들이 스스로 그의 시를 번역해 공유하면서 함께 감상하고 있는 것이다. 한 온라인 문학 커뮤니티에는 ‘고난의 끝자락에/출구가 있었다(At the end of my suffering/there was a door)’로 시작하는 그의 시 ‘야생 붓꽃(The Wild Iris)’ 번역본이 올라왔다. 이 시를 번역한 글쓴이는 “저의 주관적인 해석이다. 원문을 각자 자기 방식으로 받아들이면 좋겠다”고 했다. 이 커뮤니티를 찾은 사람들은 “덕분에 잘 읽었다” “어느 출판사도 하지 않는 노력”이라며 적극 호응했다. 한 블로거는 ‘시월(October)’을 번역해 자신의 블로그에 공개했다. 이 블로거는 “(시에서) 마침표 없이 이어지는 질문은 알 수 없는 상황에 처한 화자의 황망한 심리 상태를 잘 나타낸다”며 “우리는 화자가 무슨 일을 당한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고 해석까지 적극적으로 풀어냈다. SNS에서는 번역본뿐만 아니라 글릭의 시 원전을 공유하며 감상을 나누고 있다. 영문학계에서는 일반 독자들이 글릭의 시 번역에 나설 수 있는 데는 간결한 문체의 덕도 작지 않다고 보고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를 정도의 영어 실력만 있으면 전문적인 해석이 없어도 이해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 독자에게 생소한 제3세계 문학이 아니라 영문학이라는 점에서 번역본과 원문을 대조해 읽기 쉽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문학이 출판사가 아닌 독자 주도적으로 소비되는 흐름의 지표로서 의미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방탄소년단(BTS)이 노래와 랩에 참여한 ‘Savage Love(새비지 러브)’ 리믹스 버전이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 1위를 기록했다. BTS는 2위를 지키고 있는 ‘Dynamite(다이너마이트)’와 함께 핫100 1, 2위에 함께 오르는 이례적인 성과를 거뒀다. 빌보드는 12일(현지 시간) BTS, 조시685, 제이슨 데룰로가 함께 참여한 ‘새비지 러브’ 리믹스가 최신 핫100 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새비지 러브’는 뉴질랜드 출신 프로듀서 조시685가 만든 비트에 미국 가수 데룰로가 보컬을 더한 곡이다. 원곡은 발표 후 핫100 차트에서 8위를 기록했다. 이어 BTS가 참여한 리믹스 버전이 이달 2일 발매된 것에 힘입어 이번 주에는 핫100 1위로 뛰어오른 것이다. BTS는 리믹스 버전에서 후렴구와 랩 파트에서 감성적인 느낌을 더하는 데 주력했다. 특히 BTS에게 첫 핫100 1위의 영예를 안겨준 다이너마이트가 영어 가사로만 구성돼 있는 데 비해 새비지 러브엔 한국어 가사가 상당수 포함돼 있다. “사랑이란 어쩌면 순간의 감정의 나열/조건이 다들 붙지 난 뭘 사랑하는가” 등 한국어 랩이 들어있다. ‘새비지 러브’는 이번 핫100 집계 기간(2∼8일) 미국에서 1600만 회 스트리밍됐고 7만6000건 다운로드 판매됐다. 다운로드는 전주보다 814%나 증가했다. 이달 5일부터 11일까지 7060만 명의 라디오 청취자에게 노출됐다. 빌보드는 “음원 판매량은 대부분 BTS 리믹스 버전에 힘입었고 전체 스트리밍 양은 BTS가 참여한 버전과 참여하지 않은 버전이 비슷하게 나뉘었다”며 “집계 기간 이 곡의 소비량은 BTS 참여 버전이 우세하기 때문에 BTS가 공식적으로 (핫100 1위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BTS 팬클럽 아미의 열성적 후원이 새비지 러브의 1위 달성에 큰 영향을 미친 셈이다. 역대 핫100에서 1, 2위를 동시에 차지한 듀오 또는 그룹은 5팀뿐이다. 블랙아이드피스(2009년), 아웃캐스트(2003, 2004년), 비지스(1978년), 비틀스(1964년)의 반열에 BTS가 오른 것이다. BTS의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미국에서는 협업에 참여한 가수가 단순 서포터 역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곡에 대해 충분한 책임과 권리를 갖는다”고 밝혔다. BTS는 트위터를 통해 “변함없는 사랑과 관심을 보내주시는 아미 여러분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다만 BTS가 메인 아티스트로서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차지했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앞서 2017년 ‘Despacito’가 같은 차트 정상을 장기간 차지했고 대표 버전은 저스틴 비버가 참여한 리믹스 곡이었지만 루이스 폰시와 대디 양키의 곡으로 인식된다. 한편 빅히트는 BTS를 테마로 한 팝업스토어 ‘BTS 팝업: 맵 오브 더 솔(BTS POP-UP: MAP OF THE SOUL)’을 23일부터 한국 일본 동남아시아 미국 유럽 등 세계 5개 권역에서 순차적으로 개설한다. 온라인으로 의류 팬시 생활용품 등 300여 종의 상품을 판매한다. 서울 도쿄 싱가포르에서는 오프라인 쇼케이스를 운영한다. 서울 쇼케이스(강남구 가로수길)의 경우 16일부터 ‘네이버 예약’에서 사전 예약을 받는다.이호재 hoho@donga.com·임희윤 기자}
유튜브 예능 ‘가짜사나이’ 등에 출연하며 인기를 끈 이근 전 대위가 성추행 혐의로 벌금 200만 원 판결을 확정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전 대위는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공중 밀집장소에서의 추행 혐의로 벌금형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도 확정됐다. 이 전 대위는 2017년 11월 26일 새벽 서울 강남구의 한 클럽 지하 2층 물품보관소 앞 복도에서 만 24세 여성의 엉덩이를 한 차례 움켜쥔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손을 들어줬다. 1심은 “(피해 여성의) 진술이 허위라고 의심할 만한 객관적 사정을 찾을 수 없다”고 했다. 이 전 대위는 13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글을 올려 처벌 받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저는 명백히 어떠한 추행도 하지 않았다. 오직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이 단 하나의 증거가 되어 판결이 이루어졌다”고 주장했다.유원모 onemore@donga.com·이호재 기자}

유튜브 예능 ‘가짜사나이’ 등에 출연하며 인기를 끈 이근 전 대위가 성추행 혐의로 벌금 200만 원 판결을 확정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전 대위는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 혐의로 벌금 200만 원을 확정 받았다. 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도 확정됐다. 이 전 대위는 2017년 11월 26일 새벽 서울 강남구의 한 클럽 지하 2층 물품보관소 앞 복도에서 만 24세 여성의 신체 특정부위를 한 차례 움켜쥔 혐의로 기소됐다. 피해 여성은 “반대 방향으로 걷고 있던 이 전 대위와 우연히 마주쳤는데, 왼쪽 옆으로 지나가며서 갑자기 손으로 허리에서부터 타고 내려와 오른쪽 엉덩이를 움켜잡았다”며 “곧바로 이 전 대위의 손을 낚아챈 다음 ‘뭐 하는 짓이냐’고 따졌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손을 들어줬다. 1심은 “(피해 여성의) 진술이 허위라고 의심할 만한 객관적 사정을 찾을 수 없고, 추행을 당하게 된 경위 및 당시의 정황에 관한 피해자의 진술 내용이 구체적으로 자연스럽다”고 했다. 당시 이 전 대위는 “범행을 한 바 없고 추행의 고의도 없었다”며 항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전 대위는 13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글을 올려 “(법원) 처벌을 받은 적 있다. 당시 저는 어떤 여성분의 엉덩이를 움켜쥐었다라는 이유로 기소됐고 벌금 200만 원을 선고 받았으며, 항소했으나 기각됐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명백히 어떠한 추행도 하지 않았다. 오직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이 단 하나의 증거가 되어 판결이 이루어졌다”고 주장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조선시대 성리학 전파와 교육을 담당했던 서원(書院)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1주년 기념행사가 약 한 달간 열린다. 문화재청은 3일부터 31일까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서원 9곳이 있는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등재 1주년을 기념해 다양한 행사를 펼치는 ‘세계유산축전-한국의 서원’을 연다고 30일 밝혔다. 세계유산위원회(WHC)는 지난해 7월 제43차 회의에서 한국의 서원을 세계유산 중 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국내에 있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가치와 의미를 널리 알리기 위해 문화재청이 올해 열고 있는 세계유산축전의 이번 주제는 ‘서원, 세계의 꽃이 되다’이다. 전국 9곳의 서원에서는 공연과 재현 행사, 템플스테이처럼 서원에서 머물며 책향(冊香)에 빠지는 서원스테이, 전통무예 공연, 서예 대회와 과거시험, 한시 백일장, 제향(祭享) 등이 펼쳐진다. 해당 서원은 1543년 주세붕(1495∼1554)이 경북 영주에 ‘백운동서원’이라는 이름으로 세운 조선의 첫 서원인 소수서원을 비롯해 경북 경주 옥산서원, 안동 도산서원과 병산서원, 대구 달성 도동서원, 경남 함양 남계서원, 전북 정읍 무성서원, 전남 장성 필암서원, 충남 논산 돈암서원 등이다. 개막식은 3일 도산서원에서 열린다. 퇴계 이황(1501∼1570)의 이야기를 담은 상황 무대극이 펼쳐진다. 이어 국악 실내악, 전통 타악 공연이 열린다. 음악회에서는 퇴계가 말년에 도산서원을 세우고 생활하면서 느낀 감흥을 읊은 ‘도산 12곡’ 합창 무대가 펼쳐진다. 국악과 서양 음악을 어우른 연주가 합창을 떠받친다. 4일 소수서원에서는 ‘향사(鄕祠) 제향’이 진행된다. 소수서원은 조선시대 서원 가운데 국가가 공인한 최초의 사액서원이다. 학문이나 정치 등에 크게 이바지한 인물을 추모하는 사당인 향사에서 ‘제향으로 올리는 사은(師恩)’이라는 주제로 이뤄진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성리학의 본거지인 서원의 본래 가치를 다시 한번 되새기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학생들이 직접 공개한 사진이라도 교수가 이를 동의 없이 공유하면서 외모를 평가하는 표현을 썼다면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6부(부장판사 이창형)는 서울의 한 사립대 조교수 A 씨가 “징계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A 씨에게 패소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A 씨는 2016년 8월부터 이 대학 조교수로 재직하면서 여학생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놓은 전신사진을 동의 없이 공유하면서 영어로 ‘Charming Girl(매력적인 소녀)’이라는 제목을 붙이고, 동의 없이 학생들을 뒤에서 껴안거나 어깨와 손을 만졌다는 이유로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A 씨는 ‘징계가 부당하다’며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 심사를 청구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 씨가 학생의 전신사진을 무단으로 게재하면서 여성 외모를 평가하는 표현의 문구를 함께 기재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A 씨가 교수이고 피해자가 학생인 상황에서 여성의 신체적 특징을 묘사하는 행위는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평균적인 사람이라면 성적 굴욕감을 느낄 정도의 성적 언동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아들이 며느리와 이혼해도 다섯 살 난 손자를 볼 수 있게 해주세요.” 60대 여성 A 씨는 최근 아들의 이혼을 상담하고 있는 변호사에게 찾아가 이같이 요청했다. 아들 부부가 맞벌이인 탓에 주중에 아들네 집에서 먹고 자며 손자를 키워온 A 씨는 손자 양육권을 며느리가 갖더라도 주말엔 아들 없이 혼자서 손자를 만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A 씨는 “아들만큼 애지중지하며 키운 손자다. 해외 출장이 잦은 아들이 바빠서 못 가면 내가 대신 가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맞벌이 부부 증가로 조부모가 손주를 직접 키우는 황혼육아가 흔해지면서 ‘조부모 면접교섭권’을 요구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자신의 아들, 딸이 이혼한 뒤 사위나 며느리가 손주를 키우더라도 손주를 만날 수 있는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해 달라는 것이다. 최유나 이혼 전문 변호사는 “조부모들이 육아하는 경우가 많아지다 보니 이혼 소송에서 쟁점으로 다뤄지거나 협의 이혼 시 할아버지, 할머니가 면접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사례가 많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면접교섭권은 이혼한 부모와 자녀가 서로 만나거나 전화통화 등을 할 수 있는 권리로,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허용된다. 우리나라는 2007년 12월부터 부모의 의사뿐 아니라 자녀의 의사도 반영해 면접교섭권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면접교섭권 범위를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2016년 12월 ‘예외적 상황’에 한해 조부모의 면접교섭권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민법 개정이 이뤄졌다. 현행 민법 제837조 2의 2항은 ‘부모 한쪽이 사망했거나 질병, 외국 거주, 그 밖에 불가피한 사정’에 한해 조부모가 손주와 면접교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 황혼육아가 늘면서 조부모들이 폭넓게 면접교섭권을 요구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한 이혼 전문 변호사는 “조부모 면접교섭권을 허용한 민법의 ‘불가피한 사정’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면서 이혼 절차를 밟다 서로 다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조부모의 면접교섭권을 허용할지는 부부가 이혼조건을 합의하는 ‘협의이혼’ 때 대부분 논의된다. 하지만 이혼 절차에서 조부모의 면접교섭권이 화두가 되면서 소송에서 별도로 다투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B 씨는 2012년 자신의 딸이 손자를 낳다 사망하자 사위와 함께 거주하면서 손자를 돌봤다. 재혼하기로 마음먹은 사위가 손자를 데리고 따로 살면서 손자를 양육하자 “손자를 만나게 해달라”며 면접교섭 허가 청구 소송을 냈다. 1, 2심은 모두 B 씨의 면접교섭권을 허용하라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조부모와 손자녀 사이에는 자연적 혈연관계에 기초한 끈끈한 애정관계가 존재하고 있다”며 “애착관계가 있었던 조부모로부터 받는 무제한적인 사랑과 관심은 손자녀의 건강한 성장과 정서적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부모 면접교섭권이 예외적으로나마 민법에 명시된 지 4년이 채 되지 않아 아직 판례는 많지 않다. 부부의 맞벌이가 일찍부터 자리 잡은 프랑스 미국 영국 등에선 조부모 면접교섭권을 폭넓게 인정하는 편이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지난달 29일 38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 이천시 물류센터 화재 참사와 흡사했던 2008년 이천 냉동창고 화재와 관련해 재판에 넘겨졌던 관련자들은 징역형의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선고받는 가벼운 처벌에 그쳤다. 피해자 유족이 처벌을 원치 않는다거나 범죄 전력이 없는 초범이라는 등의 이유에서였다. 40명의 사망자가 나온 2008년 1월 이천 냉동창고 화재 사고와 관련해 같은 해 7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 기소된 냉동창고 시공회사 대표 공모 씨는 벌금 2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현장소장 정모 씨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방화관리자 김모 씨는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또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시공회사 냉장공무팀 김모 팀장과 김모 차장에게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각각 선고됐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46)이 남편을 때려 상처를 입힌 혐의로 벌금 300만 원의 약식명령을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단독 인진섭 판사는 최근 상해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부사장에게 이같이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약식명령은 피고인이 서면 심리만으로 벌금 등의 처분을 내리는 것으로 7일 이내에 정식재판의 청구를 하지 않으면 벌금형이 그대로 확정된다. 조 전 부사장의 남편 박모 씨(46)는 지난해 2월 조 전 부사장을 경찰에 고소했다. 박 씨는 고소장을 통해 조 전 부사장이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구속 수감됐다가 풀려난 2015년 5월 이후부터 목을 조르거나 태블릿PC를 집어 던져 엄지 발가락을 다치게 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박 씨가 제출한 동영상과 사진 등의 증거자료를 확인한 뒤 지난해 6월 조 전 부사장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지난달 11일 조 전 부사장을 상해 혐의로 벌금 300만 원에 약식 기소했다. 다만 검찰은 조 전 부사장이 부부 싸움 도중 쌍둥이 아들에게 수저를 던지거나 폭언해 자녀를 학대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했다. 조 전 부사장 부부는 초등학교 동창 사이로 2010년 10월 결혼했다. 2018년 4월부터 이혼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임신한 여성이 열악한 근무 환경에서 일하다 태아 건강에 손상이 생겼다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모체(母體)와 태아는 ‘한 몸’이기 때문에 태아에게 생긴 건강 손상도 임신한 여성(근로자)에게 발생한 산업재해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29일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A 씨 등 4명의 간호사가 “요양급여 신청 반려 처분을 취소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제주의료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4명은 모두 2009년에 임신했고 이듬해 출산했는데 아이들이 모두 선천성 심장질환을 갖고 태어났다. 이 중 3명의 간호사는 임신 중 유산증후가 있었다. 소송을 낸 4명을 포함해 제주의료원 간호사 중 15명이 2009년에 임신했는데 이 중 6명만 정상아를 출산했다. 5명은 유산했다. 2011년 서울대 산학협력단 역학조사 결과 제주의료원 간호사들은 음식물을 삼키기 힘든 중증의 고령 환자를 위해 하루에 400∼600정의 알약을 빻아 가루로 만들었다. 알약엔 임신부와 태아에게 치명적인 약품 54종이 포함돼 있었다. 간호사들은 작업 중 마스크, 장갑 등 보호장구를 지급받지 못했다. A 씨 등은 이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임신 초기 유해 요소에 노출돼 태아의 심장에 손상이 생겼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청구했는데 거절당하자 소송을 냈다. 1심은 간호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1심 법원은 “선천성 심장질환은 임신 초기 태아의 건강손상이 원인이고 태아의 건강 손상과 (간호사들의) 업무 사이에 인과관계를 넉넉하게 인정할 수 있다”며 “모체와 태아는 단일체이므로 태아의 건강 손상은 임신한 근로자에게 생긴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고 했다. 2심의 판단은 달랐다. 2심 법원은 “출산아의 선천성 질병은 출산아의 질병일 뿐 간호사들의 질병이 아니다”라며 “출산아와는 별도의 인격체인 간호사들을 출산아의 선천성 질병과 관련된 산재보험급여의 수급권자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재해는 ‘근로자 본인’의 부상이나 질병 장해 사망을 의미하기 때문에 출산아는 이 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1심과 같이 판단했다. 대법원은 “임신한 여성 근로자의 업무가 원인이 돼 발생한 ‘태아의 건강손상’은 여성 근로자의 노동능력에 미치는 영향 정도와 관계없이 업무상 재해에 포함된다”며 “모체와 태아는 본성상 단일체로 여겨지고 여성 근로자는 모체에서 분리된 출산아의 선천성 질병 등에 관해 요양급여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또 “‘국가는 모성의 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하고, 여성의 근로는 특별히 보호받도록 한 헌법과 산재보험제도의 취지를 종합하면 여성 근로자와 태아는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업무상 유해 요소로부터 충분히 보호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부산시 여성 공무원을 성추행했다고 시인한 뒤 사퇴한 오거돈 부산시장(72)은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법조계에선 오 시장에게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인해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해 위계나 위력으로 추행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른바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사건 당시 많은 피고인에게 이 조항이 적용됐다. 오 시장은 특정 업무에 대해 가르쳐 달라면서 피해 여성을 시장 집무실로 불렀기 때문에 ‘업무’ 상황이었다고 볼 수 있다. 서울지역의 한 판사는 “성추행이 집무실이라는 업무 공간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장은 부산시 공무원에 대해 ‘위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로 볼 수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9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5·수감 중) 상고심 선고 때 안 전 지사와 수행비서 김지은 씨(35) 사이를 위력이 미치는 관계라고 봤다. ‘위력’이란 폭행, 협박뿐 아니라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인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것도 포함된다는 것이다. 피해 여성이 오 시장의 지위에 눌려 저항하지 못했다면 그 자체로 위력이 작용된다고 보는 것이다. 업무상 위력 관계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강제추행’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형법상 강제추행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만약 피해 여성이 저항했는데 이를 오 시장이 물리적으로 막았다면 형법상 폭행죄나 감금죄가 함께 적용될 수 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교사가 정치단체 결성에 관여하거나 가입하는 행위를 금지한 국가공무원법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3일 현직 교사 9명이 “국가공무원법 제65조 1항 등이 정당 설립 및 가입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심판에서 재판관 6 대 3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국가공무원법 제65조 1항은 ‘공무원은 정당이나 그 밖의 정치단체의 결성에 관여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헌재는 이 중 초·중등교원에 대해서 판단을 내렸다. 헌재는 ‘그 밖의 정치단체’라는 표현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돼 교사들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 및 결사의 자유를 침해당했다고 했다. 헌재는 “해당 조항은 그 밖의 정치단체라는 불명확한 개념을 사용하고 있어 헌법이 요구하는 명확성 원칙의 엄격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다만 교원의 정당 가입이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정당법 제22조 1항은 합헌 결정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