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정보기술(IT) 세계적 기업인 트위터의 미국 본사에서 근무하는 김창옥 씨(31), 샌프란시스코에서 세무 전문가로 활약 중인 이종덕 씨(37), 실리콘밸리에 인접한 대표 관광지 ‘하프문베이’에 위치한 리츠칼턴 호텔에서 인턴을 하는 양아론 씨(26). 동아일보가 지난달 말에 만난 이 3명은 공통점이 있다. 스펙이 화려한 것도 아니고 심지어 영어마저 지독히 못했지만 미국 실리콘밸리의 유명한 기업에 취업하거나 인턴이 됐다. 부산 동아대를 졸업한 김 씨가 해외 유학을 준비했을 때 토익 점수는 990점 만점에 315점에 불과했다. 경주대 외식조리학과를 다니는 양 씨는 구체적인 토익 점수를 밝히지 않았지만 “첫 성적이 내 신발 사이즈와 똑같았다”고 했다. 1998년 한국체대 체육학과에 입학했다가 1년 만에 그만두고 미국으로 건너간 이 씨는 당시 영어를 거의 못해 ‘과묵한 청년’으로 불렸다. 평범해 보이는 그들이 어떻게 미국 명문대 출신이 즐비한 실리콘밸리 입성에 성공했을까. 출신 대학이나 스펙을 따지기보다 개인의 능력과 의지를 샅샅이 살피는 것이 실리콘밸리의 채용 방식이다. 필답고사에만 능숙한 우등생보다 오히려 학교 성적은 좀 떨어져도 끼와 열정을 가진 학생이 종종 실리콘밸리에서 취업에 성공하는 이유다. 그래서 오늘도 세계 젊은이들은 새로운 기회를 찾아 실리콘밸리행 비행기를 탄다. “한국에선 엔지니어가 취업하기 위해 기를 씁니다. 하지만 미국 실리콘밸리에선 회사가 엔지니어를 찾으려고 기를 씁니다.” 지난달 2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마켓가(街)에 있는 세계적 정보기술(IT) 기업인 트위터 본사. 반팔과 반바지 차림에 노트북PC를 든 김창옥 씨(31)는 최근 실리콘밸리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2012년 트위터에 엔지니어로 입사한 후 지금까지 헤드헌터로부터 셀 수 없이 많은 이메일을 받았다. 그들은 ‘언제 퇴사할 것인가’ 물으며 더 좋은 기업을 소개해 주겠다고 했다. 실제 트위터를 떠나는 동료도 많다. 남은 이들은 박수 치며 진심으로 축하해 준단다. 세계적인 불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미국 실리콘밸리는 구인난이다. 혁신 기업이 지속적으로 탄생하고 투자금이 몰리면서 실리콘밸리에는 사람을 구하려는 기업들의 수요가 끊이질 않는다. 이 지역의 실업률은 4% 내외로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다. 특히 스템(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전공자들은 시장에 나오자마자 높은 몸값에 스카우트된다. 최근 IT 전공자는 물론이고 금융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인재가 각광받으면서 한국 청년들의 도전도 활발해지고 있다. 미국을 앞마당으로 여기는 겁 없는 젊은이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주의 관광 명소인 ‘하프문베이’. 태평양과 접한 절벽 바로 옆에 리츠칼턴 호텔이 들어서 있다. 누구든 한눈에 ‘최고급 호텔’임을 알 수 있다. 지난달 25일 그 호텔에서 동양인 한 명이 걸어 나왔다. 기자와 인터뷰를 하러 나온 양아론 씨(26)였다. 주위엔 온통 백인들뿐이어서 양 씨는 쉽게 눈에 띄었다. 그는 지난해 7월부터 1년 동안 이 호텔 주방에서 인턴을 하고 있다. “고교 때 양식과 일식 조리사 자격증을 땄습니다. 대학도 외식조리학과에 들어갔어요. 그런데 양식 조리사 자격증을 따자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양식을 만들면서 서양에 한 번도 안 가봐도 되나 하는 생각요.” ‘단지’ 그런 이유 때문에 양 씨는 ‘서양을 경험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 그의 첫 토익 점수는 200점대(만점 990점). 주위 친구들은 “헛고생 하지 말라”고 말렸다. 하지만 목표가 뚜렷하니 영어 성적이 꾸준히 올랐다. 지난해 리츠칼턴의 셰프가 인턴을 구하러 한국에 왔을 때 양 씨는 기회를 거머쥘 수 있었다. 권보경 씨(24·여)도 실리콘밸리 내 중심 도시인 새너제이에 있는 시스코시스템스에서 지난해 7월부터 인턴을 하고 있다. 8개월에 걸쳐 서류 제출과 두 차례 전화 인터뷰를 거쳐 인턴 기회를 잡았다. 회사는 비자 발급, 항공권 및 숙소 제공까지 해줬다. 권 씨는 “실리콘밸리의 IT 기업에서 인턴을 하는 기회를 얻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도전정신’인 것 같다”며 “높은 자질을 갖추고도 스스로를 과소평가하거나 너무 겸손하면 기회를 잡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인턴을 마치면 시스코시스템스에 정직원으로 지원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언어연수와 여행을 위해 해외를 자주 오가는 요즘 청년들은 기성세대와 달리 해외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자신을 드러내는 데도 적극적이다. 이 같은 ‘용감성’ 유전자(DNA)가 한국 청년들의 해외 진출을 활성화하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인턴’ 경험이 취업의 핵심 무기 트위터에 입사한 지 약 3년 반이 지난 김창옥 씨는 최근 사원을 뽑기 위해 수차례 면접을 봤다. 그는 “한국인 지원자들은 이력서 가장 위에 출신 대학부터 적는다. 하지만 미국 기업은 지원자가 어떤 대학을 졸업했는지보다 필요한 업무능력을 얼마만큼 갖췄는지를 훨씬 중요하게 본다. 그 때문에 미국 지원자들은 출신 대학을 이력서 가장 아래에 적거나 아예 안 적는다”고 말했다. ‘출신 대학이 그 사람의 업무능력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 씨는 “토론 면접으로 업무능력을 파악할 수 있다”고 답했다. 예를 들면 ‘동굴에 고드름이 맺혔는데 그 고드름을 모두 다 감쌀 수 있도록 상자를 만들어야 한다. 어떻게 소프트웨어를 짤지 설명해보라’는 문제를 낸다. 지원자가 그 문제에 어떻게 접근하는지를 보면 내공이 드러난단다. 객관식 시험에 익숙한 한국인 지원자는 토론 때 만족스러운 해답을 제시하기가 힘들다. 김 씨는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곧바로 트위터에 입사하는 경우는 한 번도 보지 못했다. 하지만 미국 유학을 하지 않았던 벨라루스와 슬로베니아 출신은 곧바로 채용된 경우가 있다”며 “다른 나라와 달리 유독 한국인만 미국 유학을 한 인재들이 미국 기업에 취업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실무 경험 부족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벨라루스 출신은 대학을 다니며 원격으로 트위터에서 인턴을 했다. 슬로베니아 출신은 대학 시절 트위터가 필요로 하는 기술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수십 차례나 했다. 김 씨는 “트위터가 천재를 뽑으려고 하는 게 아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을 같이 할 수 있는 동료를 뽑는다. 인턴 경험이 있으면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미국 금융회사인 캐피털원에서 산업디자이너로 근무하는 김영교 씨(28)는 인턴 경험을 자신의 무기로 만든 좋은 사례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아카데미 오브 아트 유니버시티’를 다니며 그는 실리콘밸리에 있는 미국 부동산 정보 회사 질로, 삼성, 캐피털원 등 3곳에서 2년 동안 인턴을 했다. 오른쪽 팔에 실리콘밸리 지도를 그려 넣고 자신이 인턴한 곳에 ‘X’ 표시를 할 정도로 열심이었다. 그 결과 올해 대학 졸업과 동시에 캐피털원에 사용자경험(UX) 디자이너로 채용됐다. 김 씨는 “한국인 유학생이 미국 현지 학생보다 앞설 수 있는 것은 인턴 등의 현장 경험뿐”이라며 “실리콘밸리 기업에 취업하길 원하는 한국 청년들에게 더 많은 인턴 경험을 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한국 취업준비생들은 어느 정도 준비되기 전까지 인턴 지원을 안 하는 것 같다”며 “준비가 다 됐을 때는 그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 배우면서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나가는 걸 두려워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도 통하는 ‘한국 스타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세무 전문가로 일하고 있는 이종덕 씨(37). 그는 캘리포니아대 중 하나인 UC데이비스에서 회계학을 전공한 뒤 샌프란시스코의 세무법인인 로보텀에 취업했다. 하지만 2008년 미국 전문취업비자(H-1B)를 발급받지 못하면서 그는 퇴사해야만 했다. 미국 체류를 연장하기 위해 골든게이트대에서 회계학 석사 과정을 밟았고 미국 공인회계사 시험에도 합격했다. 그는 2010년 로보텀에 다시 지원했다. 회사는 기꺼이 그를 받아줬고 H-1B 비자도 받으면서 미국에 정착할 수 있었다. 이 씨는 로보텀에 재취업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뜻밖에도 ‘한국적인 근무 태도’를 꼽았다. 그는 “입사 초기 밤새 근무하기도 했다. 그저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에 그렇게 한 것인데 성실하다는 인상을 주면서 비자 문제가 있었던 나를 회사가 2년 동안이나 기다려줬다”고 말했다. 프랑스 명품 루이뷔통 모에에네시(LVMH) 그룹 계열 중에 베네핏 코스메틱스라는 화장품 기업이 있다. 본사가 위치한 곳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지난달 28일 베네핏 본사에서 만난 이솔 씨(32·여)는 2011년 베네핏 한국 지사 홍보담당으로 입사했다가 지난해 8월 본사 홍보담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샌프란시스코 본사에 온 후 이 씨는 한국인의 경쟁력에 대해 새삼 놀랐다. “대형 이벤트의 경우 한국 미국 프랑스 등 여러 국가에서 동시에 행사를 합니다. 한국 지사는 행사가 끝나면 항상 보고서를 본사에 보냈어요. 그런데 제가 여기서 근무하면서 살펴보니 한국처럼 보고서를 보내는 지사가 하나도 없었어요.” 이 같은 모습을 경험한 베네핏 본사 임직원들은 한국 지사와 이 씨에 대해 ‘성실하다’ ‘꼼꼼하다’고 느꼈다는 것이다. 한국인이라는 사실 자체도 이 씨에게 힘이 됐다. 최근 LVMH의 뷰티 담당 임원이 미국에 와 ‘올해 주목해야 할 글로벌 뷰티 동향’을 발표했는데 그가 1위로 꼽은 것이 ‘K뷰티를 주목하라’는 것이었다. 이 씨는 “그때 일제히 나를 쳐다보던 직원들의 눈빛이 잊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인정받는 한국의 경쟁력이 이 씨가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하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만족도 높은 실리콘밸리 기업 분위기 실리콘밸리 취업자들은 전반적으로 이곳의 기업문화에 만족도가 높은 편이었다. 자유로운 창업 분위기가 기업으로까지 퍼지면서 근무 환경이 유연하다는 점을 특히 높이 평가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디자이너로 근무하는 김준식 씨(31)는 “이곳이 첫 직장이지만 정말 만족하고 있다. 특히 나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김 씨는 “5월에 새너제이에서 디자인 대회가 4일 동안 열리는데 회사가 참가비 1200달러(약 137만 원)를 대 주고 다녀오도록 했다”며 “업무와 관련된 자기 계발이 필요하다고 하면 거의 허용해 주는 편”이라고 말했다. 김영교 씨는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미국 기업의 장점으로 손꼽았다. 캐피털원은 지난해까지 5년 연속 미국 포천지가 선정하는 ‘일하기 좋은 기업 100’에 이름을 올렸다. 김 씨는 “나 같은 신입 직원도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상사에게 이야기할 수 있고 직원들이 내놓은 아이디어는 대부분 경영에 반영된다”며 “상향식 의견 수렴이 한국의 조직보다 미국이 더 잘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회사에만 있는 특수한 제도도 있다. 자신이 아는 인재를 회사에 추천하는 ‘리퍼(refer)’ 제도다. 김 씨는 “임원급이 아니라 말단 직원들도 인재 추천을 할 수 있다”며 “회사 입장에서는 인재를 찾아내는 데 드는 시간을 줄이고 추천된 사람 역시 면접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실제 추천받은 지원자가 입사하면 회사는 추천한 직원에게 격려금을 지급하기도 한다. 베네핏의 한국 지사와 미국 본사를 모두 경험한 이솔 씨는 양측 근무환경의 뚜렷한 차이를 느꼈다. 그는 “미국 본사에선 주어진 일을 잘 해내는 게 평가 기준이어서 얼마나 오래 근무했는지를 따지지 않아 좋다”고 하면서도 “개인적인 문화가 강해 팀원이 다함께 공동 목표를 향해 가는 느낌이 별로 없다. 때로는 외롭기도 하다”고 말했다. 바뀌는 취업 트렌드 미국 실리콘밸리 지역의 취업 트렌드는 계속 바뀌어 왔다. 1939년 컴퓨터 제조업체인 HP가 이 지역에서 창업한 이래 반도체 회사 인텔(1968년), 컴퓨터 회사 애플(1976년) 등 실리콘밸리의 주력은 IT 제조업체였다. 이에 따라 한국인 취업자 역시 하드웨어 엔지니어 위주로 실리콘밸리에 진출했다. 그러던 것이 1990년대 인터넷 붐이 일어난 이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수요가 크게 늘었다. 애플과 같은 제조업체가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방향을 튼 것도 영향을 미쳤다. 2000년부터 실리콘밸리 지역에서 근무한 강준 마그나칩 반도체 마케팅매니저는 “2000년대 초반 소위 ‘닷컴 버블’이 붕괴된 이후 오히려 소프트웨어 인력 수요가 더 늘었다”며 “관련 분야를 전공한 한국인 석사 박사라면 미국 기업에서 무조건 채용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한국인 디자인 전공자의 실리콘밸리 진출이 늘고 있다. 아이폰 등 IT 기기가 UX를 중시하면서 디자인을 사업 성패의 주요 요인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IT 기업들도 능력 있는 디자이너 채용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실리콘밸리 디자이너들 사이에선 “스티브 잡스가 디자이너 연봉을 끌어올렸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이 때문에 샌프란시스코 지역 디자인스쿨에 유학 오는 한국인 학생도 늘어나는 추세다.새너제이·샌프란시스코=박형준 lovesong@donga.com/에머리빌=박재명 기자}

지난달 25일 오후 7시.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중심부의 개인 간 거래(P2P) 대출기업 ‘렌딩클럽’ 본사 건물로 20, 30대 한국인 청년 50여 명이 모였다. 미리 준비한 피자로 저녁을 때운 젊은이들 중 6명이 곧바로 발표에 나섰다. 주제는 대부분 미국 정보기술(IT) 기업의 사용자경험(UX) 디자인을 공유하는 내용이었다.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할 때 애니메이션 용량을 어떻게 줄일까요” 등 실무적인 질의가 이어진 모임의 참석자는 대부분 실리콘밸리 기업에서 근무하거나 창업에 나선 IT 디자이너들이다. 금요일 저녁 시간까지 써 가며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디자이너들이 한데 모인 이유가 뭘까. 모임을 주최한 렌딩클럽 직원 노영숙 씨(39·여)는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네트워크는 인도나 중국계에 비해 턱없이 약하다”며 “조금이라도 인적 네트워크를 쌓기 위해 6개월에 한 번 모임을 연다”고 말했다.실리콘밸리에선 사람이 가장 큰 자산 미국에서 창업하거나 취업한 한국인들은 하나같이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 ‘네트워크’를 꼽았다. 한국어로는 ‘인맥’으로 해석되지만 뉘앙스는 많이 다르다. “사람을 많이 아는 게 실리콘밸리에선 강점이에요. 모두가 비슷한(IT) 직종에 종사하다 보니 전에 함께 일하던 동료, 학창시절 친구가 나중에 어떤 도움을 줄지 몰라요. 자신이 아는 걸 알려 주는 게 실리콘밸리의 문화라 사람이 가장 큰 자산이에요.” 샌프란시스코에서 인사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에치’ 창업자 문아련 씨(32·여)의 설명이다. 한국식 인맥인 ‘빽’이 아니라 창업에 실질적 도움을 주고받는 것이 바로 실리콘밸리의 네트워크다. 이날 렌딩클럽 모임에는 IT 디자인과 상관없는 직장인 익명 게시판 앱인 ‘블라인드’ 관계자들도 참여했다. 이 회사 미국 지사장인 앨릭스 신 씨(29)는 “유능한 한국인 디자이너를 채용하기 위해 모임에 처음 참여했다”고 말했다. 네트워크의 확장이 곧 사업의 확장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한국인의 실리콘밸리 진출 역사가 30년을 맞았지만 한국계 내부의 네트워크 확대는 좀처럼 이뤄지지 않았다. 유대인과 인도인, 중국인 등이 각자 내부의 끈끈한 네트워크로 실리콘밸리의 ‘주류(主流)’로 떠오른 것과는 대조되는 현상이다. 도메인 등록업체인 고대디(godaddy)에 근무하는 하대웅 씨는 “재미 한인 1세대는 한국 출신이라 한국 문화에서 부정적 인상을 풍기는 인맥 쌓기를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 같은 성향 때문에 내부적으로 끌어주고 밀어주는 인도나 중국인에 비해 창업기업 수도 적다”고 분석했다. 한국인들은 실리콘밸리 곳곳에서 매일 밤 열리는 네트워크 모임인 ‘미트업(meet up)’ 참석에도 소극적인 편이다. 한 실리콘밸리 창업자는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도 실리콘밸리 네트워크를 형성하지 못해 결국 사업을 접고 한국으로 철수하는 스타트업도 많다”고 전했다. 네트워크 강화에 나서는 실리콘밸리 한국인 이 같은 상황이 문제라는 인식이 퍼지며 최근에는 한국계 네트워크 모임도 활발하게 열리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실리콘밸리 내 한국인 전문가 모임인 ‘베이 에어리어 K그룹’(이하 K그룹)이다. 이곳은 2007년 초기 멤버 20명으로 시작했다. 실리콘밸리 지역의 과학, 공학 분야 종사자들이 인도계와 중국계 못지않은 네트워크 구축을 목표로 만들었다. 모임의 취지에 공감하는 한국인이 늘면서 지금은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공학자는 물론이고 경영학 관련자, IT 디자이너 등의 소그룹이 여럿이다. 회원도 3700명으로 늘어났다. 강준 K그룹 회장은 “실리콘밸리 자체가 자신이 가진 네트워크를 핵심 자산으로 삼아 작동하는 곳”이라며 “모임 참석자끼리 교류를 통해 하고 있는 일에 영감을 받거나 공동 창업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곳을 매개로 만들어진 한국계 실리콘밸리 창업 기업은 20여 곳에 이른다. 한국인들이 좀처럼 진출하지 못했던 창업자를 위한 벤처캐피털(VC) 분야에도 속속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빅베이슨캐피탈’ 창업자 윤필구 대표(42)다. 그는 미국 대형 VC에서 근무하다 2013년 직접 VC를 차렸다. 윤 대표는 지난달 2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호 펀드로 150억 원을 모았는데 한국 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회사 경영이념에도 ‘한국 기업 중심으로 투자한다’고 못 박았다”고 말했다. 그가 투자하는 13개 기업 중 한국 회사가 8곳이다. 실리콘밸리에서 VC가 활동하기 시작한 것은 수십 년 됐지만 한국계 VC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이다. 알토스벤처스, 트랜스링크캐피털, KTB벤처스, 스톰벤처스, 매버릭캐피털 등이 한국인이 이끄는 실리콘밸리 VC다. 일부 한국계 VC는 한국 법인을 운영하기도 한다. 한국 현지에서 유망한 기업을 직접 발굴하겠다는 의미다. 윤 대표는 “내가 1차로 한국 회사에 투자한 뒤 그 회사의 주주 구성, 회사 시스템 등을 선진적으로 바꾸는 것이 목표”라며 “이를 통해 다른 실리콘밸리 VC로부터 후속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새너제이=박재명 jmpark@donga.com·박형준 기자}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400점 만점에 155점을 받은, 한국의 ‘문제아’였던 저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기회를 잡았습니다.”(이종덕 씨·회계사·37) 많은 청년들에게 한국은 답답한 나라다. 대입 시험 한 번에 인생이 결정되고, 실패한 이의 ‘패자부활전’이 쉽지 않다. 10여 년 전 한국에서 좌절하고 “영어를 못합니다(I can‘t speak English)”라는 문장만 외워 미국 땅에 온 이 씨는 여기서 벤처 기업가 등을 돕는 회계사의 꿈을 이뤘다. 울산의 대학생 최윤석 씨(25)는 올해 2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아이디어 하나만 갖고 실리콘밸리에 왔다. 벤처기업 ‘메탈헤드’를 창업한 그는 “한국에서는 투자자나 다른 개발자와 아이디어를 토론할 기회가 없었는데 여기서는 업계 고수도 만나자고 하면 선뜻 만나준다”며 기뻐했다. ‘한국은 비좁다’며 과감하게 세계무대로 진출하는 청년이 늘고 있다. 그중에서도 세계 스타트업의 메카인 미국 실리콘밸리는 풍부한 자본과 일자리로 청년들을 끌어들인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남단에서 새너제이까지, 제주도 2배 넓이인 실리콘밸리(3884km²)의 벤처기업들에 투자된 금액만 지난해 273억 달러(약 32조 원). 정보기술(IT) 인재는 늘 부족하고 실업률은 4.3%로 완전고용에 가깝다. 괴짜들을 내치기보다 환영하는 이곳에선 방금 창업한 스타트업도 언젠가 ‘스타 기업’이 되리라는 꿈을 꾼다. 실제로 멀리는 인텔, 야후, 애플부터 최근엔 구글, 페이스북까지 이곳에서 창업해 세계 IT 시장을 지배하는 거대 기업으로 자랐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의 ‘본령’인 스타트업 창업이나 IT 취업 분야에서 한국의 비중은 여전히 작다. 현재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스타트업은 60여 곳으로, 전체 2만3000곳의 0.3%에 불과하다. 실리콘밸리가 한국 청년들의 더 많은 도전을 기다리는 이유다.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는 지난달 29일 실리콘밸리에 청년드림캠프를 개설해 KOTRA 및 글로벌혁신센터(KIC)와 함께 한국 청년들의 실리콘밸리 도전을 지원한다. 미국 뉴욕, 중국 베이징, 일본 도쿄 캠프를 중심으로 해외 각지에서 젊은이들의 취업과 창업을 지원하는 사업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계속한다. 4·13총선을 앞두고 선거운동이 본격화됐지만 한국 경제는 우울하기만 하다. 성장률이 떨어지고 청년실업률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고 이대로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다. 동아일보는 청년들과 함께 새로운 희망을 찾아가는 대장정을 시작한다. 국내외에서 청년들이 일자리를 잡을 기회를 늘리고, 숨은 강소기업들과 청년들을 이어주며,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 나쁜 규제와 관행들을 고치는 데 앞장설 것이다.새너제이=박형준 lovesong@donga.com /샌프란시스코=박재명 기자}

《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젊은 창업자들은 매일 ‘피칭(pitching)’한다. 야구에서 투수가 공을 던지는 행위를 뜻하는 피칭이 이곳에선 창업자가 투자자를 만나 아이디어를 설명한다는 용어로 더 많이 쓰인다. 투수의 피칭은 게임 종료와 함께 끝나지만 스타트업 창업자의 피칭은 24시간 계속된다. 아이디어에 자금을 대줄 만한 투자자를 만나거나 업계의 ‘고수’를 만났을 때, 심지어 친구와 술잔을 기울일 때조차 피칭에 나선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근무하는 김준식 씨(31)는 “실리콘밸리는 창업에 미친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고 말했다. 한국 청년들도 이곳에서 ‘제2의 구글’을 꿈꾸며 창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미국인들에 비해 서툰 영어도, 빈약한 주머니 사정도 청년들의 아이디어와 열정을 가로막진 못한다. 》 ○ 애송이 창업가도 꿈을 실현하는 곳 “솔직히 이건 마음에 듭니다. 한번 사 보고 싶은데요.” 지난달 24일 오후 9시.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새너제이의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에서 한일 양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기업을 대상으로 열린 ‘피칭 대회’에서 일본 측 심사관이 한 말이다. “학생 수준의 아이디어”라거나 “혁신이 없다”는 식의 날카로운 비판을 서슴지 않는 피칭 대회에서 보기 드문 호평이다. 발표 제품은 한국 스타트업 리플버즈의 ‘귀로 말하는 이어폰’. 통화용 마이크를 선으로 연결해야 하는 기존 이어폰과 달리 양쪽 귀에 작은 이어폰만 꽂으면 자유롭게 듣고 말할 수 있다. 제품을 내놓은 김승현 씨(39)는 “사람이 말할 때 귀에서 나오는 작은 소리를 이용해 만든 제품”이라며 “이어폰 안에 스피커와 마이크를 동시에 넣어 5개국 특허도 받았다”고 설명했다. 2012년 설립된 리플버즈는 지난해 5월 미국 법인을 세웠다. 기업의 설명 자료엔 미국 샌프란시스코가 본사, 한국이 연구개발(R&D) 센터다. 김 씨는 “처음부터 글로벌 진출을 염두에 두고 1년 전 실리콘밸리에 법인을 만들어 미국에서부터 제품을 출시했다”고 말했다. 리플버즈는 이어폰 제품을 미국의 정보기술(IT)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에 선보여 전체 2위를 차지하며 총 30만 달러(약 3억5100만 원) 이상을 모금했다. 모든 한국 기업이 리플버즈처럼 당장 출시할 수 있는 제품을 들고나오지는 않는다. 오히려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아이디어만 갖고 미국 땅을 밟는 경우가 더 많다. 아쿠엘을 창업한 남윤혜 씨(24·여)는 실리콘으로 만든 방수 밴드를 내놨다. 통상 일회용으로 쓰고 버리는 방수 밴드와는 달리 여러 차례 씻어도 접착력이 떨어지지 않는 제품이다. 식품영양학과 출신의 남 씨는 방수 밴드 아이디어로 대학생 창업경진대회에서 우승한 후 실리콘밸리의 창업 문을 두드리고 있다. 남 씨는 “실리콘밸리는 창업과 관련된 모든 투자와 노하우가 모인 곳”이라며 “아이디어의 기술적 문제나 사업성을 매일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의 스타트업 보육 액셀러레이터와 인큐베이터 기관만 200곳 이상에 이른다. 대표적인 액셀러레이터인 ‘500스타트업’은 한국의 스타트업을 선별해 투자하기도 한다. 아무리 설익은 아이디어라도 가능성만 있다면 보완해서 키울 수 있는 곳이 바로 실리콘밸리다.○ 실패에 관대한 문화 한국 젊은이들이 머나먼 미국 땅 실리콘밸리에서 창업에 도전하는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실리콘밸리가 50년 전부터 세계 IT 업계의 ‘수도(首都)’이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의 한 회계 전문가는 “여기선 100만 달러 이상의 자금을 수십 개 스타트업에 쪼개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가 적지 않다”며 “그중 하나만 제2의 우버로 성장해도 수백 배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무명 스타트업 창업자라도 벤처캐피털(VC)에 이메일을 보내면 쉽게 만날 수 있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스타트업 수만 2만3000여 개에 이르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 샌프란시스코에서 채용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에치’의 창업자 재스퍼 손 씨(36)는 “워낙 벤처기업이 많으니 투자자 입장에서도 자신이 투자를 거절한 기업에서 ‘대박’이 터지는 경우가 있다”며 “어떤 원석이 숨어 있을지 모르니 일단 만나 보는 것이 이곳의 문화”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9일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만난 한국계 캐나다인 제시카 고 씨(34·여)는 2014년 글로벌 기업 구글을 그만두고 부동산 중개 스타트업인 ‘오픈도어’의 디자인 총괄 자리를 수락했다. 고 씨는 “구글은 정말 좋은 직장이었지만 나이를 먹으면 스타트업을 시도할 수 없을 것 같아 사직했다”며 “언제든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과감히 그만둘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IT 기업 직원이 창업가로 변신하며 스타트업 도전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지역 창업 열기를 지피는 원동력이 된다. 고 씨는 “이미 검증된 직원이 다시 돌아오는 것을 싫어하는 실리콘밸리 기업은 없다”며 “한국에서는 그런 행동을 ‘배신’으로 간주한다는데 이는 이해하기 어려운 문화”라고 말했다. 실패에 관대한 분위기도 창업 활성화에 중요한 요소다. 이곳에선 오히려 실패한 경험이 있는 사람을 더 신뢰한다. 속칭 ‘FF펀드’(Family-Friend 펀드·가족 및 친구의 지원금)까지 끌어모아 “이번에 안 되면 죽겠다”는 다짐으로 시작하는 한국식 창업과는 거리가 있다. 에치의 공동 창업자인 이정규 씨(26)는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공대를 졸업하고 바로 스타트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실패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간단한 답을 내놨다. “다시 창업하면 되죠.” 실리콘밸리에서는 10번 이상 창업에 나서는 사람이 흔하다. 3000달러(약 351만 원) 정도면 법인 설립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 에치 창업자 중 한 명인 문아련 씨(32·여)는 “샌프란시스코 시내 커피숍에서 일하는 스타트업 창업자가 적지 않다”며 “주로 IT 관련이니만큼 노트북 하나만 있으면 어디든 근무처가 된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 투자자들은 실패 경험이 없는 ‘초짜’ 창업자를 오히려 싫어한다. 우버, 에어비앤비 등 최근의 ‘스타 기업’들은 모두 수많은 실패를 양분 삼아 자랐다.○ 갈 길 먼 한국 스타트업 실리콘밸리에서 한국인은 아직 주류(主流)로 자리 잡지 못했다. 미국인 못지않게 많은 스타트업 기업을 만든 인도계, 중국계와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미국 코프먼 재단이 2006∼2012년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외국 이민자 수를 조사한 결과 인도인이 전체의 32.0%에 달했다. 2위권인 중국인과 영국인은 5% 안팎이었다. 한국인은 러시아 등에 뒤처진 8위에 그쳤다. 지난해 실리콘밸리에 도전장을 낸 리플버즈의 김승현 씨는 “아직 한국인은 실리콘밸리의 비주류”라며 “결국 성패는 실리콘밸리 주류와의 네트워킹에서 판가름 나는 만큼 한국인과 어울리기보다 미국인 인도인 등을 만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샌프란시스코 새너제이=박재명 jmpark@donga.com·박형준 기자}

봄은 어디서부터 올까. 사람들이 떠올리는 ‘봄의 시작’은 제각기 다를 것이다. 십수 년 전 졸업한 모교의 담장에서 피어난 하얀 목련꽃에서 봄을 느끼는 이도, 멀리 섬진강변에서 피어난 연분홍 벚꽃을 바라보면서 ‘봄이 왔다’는 사실을 느끼는 이도 있을 것이다. 황사가 시작되면서 누렇게 변한 도심의 낮 풍경에서 봄을 체감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봄의 시작을 느끼는 계기는 모두 다르지만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주위를 둘러싼 색깔의 변화다. 흰 목련꽃도, 연분홍 벚꽃도, 노란 황사먼지도 모두 색(色)을 바꾸며 봄을 알린다. 그런 의미에서 봄은 건물 안에서 시작할 수도 있다. 외관은 비록 칙칙한 회색 건물이지만, 그 안에서 온갖 색상의 향연이 펼쳐지는 곳이 있다면 그 곳이 바로 봄이 시작되는 장소다. 경복궁 담장 바로 서쪽에 위치한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대림미술관은 당신이 올봄의 시작을 맞기에 적당한 장소 중 하나다. 이곳은 지난달부터 8월까지 색상으로 세상을 들여다보는 ‘컬러 유어 라이프(Color Your Life)’ 전시를 시작하고 있다. 음식과 인물, 풍경, 사물 등 우리의 일상 곳곳에 숨겨진 색상을 드러내고 관람객들에게 “봐 달라”며 손짓하는 전시다. 이번 전시는 다양한 아티스트 및 기업과 함께 진행한다. 대림미술관은 이전에도 여러 산업 브랜드와 손잡고 대중에게 다가가는 전시를 진행한 바 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해 특유의 발랄한 색상을 보여준 프랑스 가방 브랜드 ‘리뽀’, 그리고 미술관과 산업 브랜드가 함께 해 온 협업 역사를 중점적으로 점검해 본다.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침대를 살 때 가장 중요한 요소가 뭘까. 침대는 현대인들이 하루 평균 7시간 정도 누워서 지내는 장소다. 자신의 몸에 꼭 맞춘 듯한 편안함이 선택의 중요한 요인일 수밖에 없다. 침대 매트리스, 그중에서도 스프링이 뛰어나야 편안한 숙면이 가능하다. 미국의 침대 회사인 ‘씰리침대’는 스프링 분야에 강점을 지닌 브랜드다. 1950년 정형외과 의사들과 함께 숙면을 위한 최적의 자세를 연구해 ‘포스처피딕 스프링’을 선보였다. 씰리침대와 함께 스프링 개발에 나섰던 사람은 미국통증학회 회장을 지낸 로버트 애디슨 노스웨스턴대 정형외과 교수다. 씰리침대의 포스처피딕 스프링은 시대 변화에 따라 계속 개량됐다. 1969년 5회전 더블 오프셋 스프링, 1984년 7회전 트리플 오프셋 스프링, 1986년 씰리 포스처텍 스프링이 개발됐다. 1998년부터는 침대 스프링에 티타늄 소재를 도입했다. 내구성이 뛰어날 뿐 아니라 신체 굴곡 및 미세한 움직임에 잘 반응하는 소재라 스프링 개량에도 속도가 붙었다. 2014년에는 씰리침대 티타늄 소재 스프링의 결정판인 ReST 티타늄 스프링이 출시됐다. 씰리침대는 다가오는 4월 한 달 동안 전국 백화점 매장에서 그동안 내놓은 스프링의 ‘원형’인 포스처피딕 스프링 출시 66주년 기념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씰리침대는 가정에서 특급 호텔 침대와 같은 안락한 휴식을 취하기 위한 방법으로 ‘투 매트리스’를 제안하고 있다. 바닥에 하단 매트리스 프레임을 설치한 다음 상단에 포스처피딕 매트리스를 올리는 방식이다. 씰리침대 관계자는 “투 매트리스를 설치하면 잠을 잘 때 몸을 움직이더라도 매트리스의 충격이 하단 매트리스로 흡수된다”며 “외관상으로도 깔끔한 침대 인테리어를 연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하단 매트리스를 설치하면 기존에 사용하던 상단 매트리스의 사용 수명이 늘어나는 효과도 생긴다. 호텔에서처럼 투 매트리스를 설치하는 가정도 늘고 있는 추세다. 씰리침대 마케팅팀 관계자는 “지난해 하단용 매트리스 판매량이 2014년보다 20% 늘었다”며 “올해 들어서도 1월 한 달의 판매 증가율이 40%에 이를 정도”라고 전했다. 씰리침대는 투 매트리스 설치에 최적화된 ‘세미플렉스’ 하단 매트리스도 판매하고 있다. 격자 형태로 배치된 스프링이 움직일 때 발생하는 소음을 방지하고 상단 매트리스를 안정적으로 지지해 주는 효과를 낸다. 씰리침대 측은 “기존에 사용하던 매트리스 아래에 하단 매트리스와 헤드만 추가하면 쉽게 투 매트리스를 만들 수 있다”며 “투 매트리스를 설치하면 기존보다 훨씬 편안하게 숙면을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똑같은 상황이지만 180도 다른 전략을 택했다. 인구구조 변화와 온라인 유통의 도약에 국내의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기존 유통채널은 장기 침체를 겪고 있다. 이 상황에서 유통업계의 양대 기업인 롯데와 신세계가 택한 불황 타개책은 전혀 달랐다. 신세계는 ‘쇼핑 테마파크’란 형식의 더 큰 쇼핑몰을 만들어, 시민들의 놀거리와 함께 더 많은 쇼핑 공간을 넣는 방식을 택했다. 반면 롯데는 특정 소비 계층을 공략하는 ‘소규모 전문점’에 공들이기로 했다. 장기 저성장 시대, 유통업계의 ‘판’이 흔들리고 있다.○ 신세계 정용진 “테마파크와 경쟁하는 쇼핑몰” 신세계는 23일 올해 9월 개장할 복합쇼핑몰인 경기 하남시 ‘스타필드 퍼스트 하남’의 세부계획을 발표했다. 개장을 지휘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앞으로 유통업의 경쟁 상대는 테마파크나 야구장이 될 것”이라며 “이곳을 고객이 ‘찾는 이유’가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타필드’라는 신설 복합쇼핑몰 이름도 정 부회장이 직접 지었다. 스타필드 퍼스트 하남 내부에는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트레이더스 등 기존 쇼핑시설 외에 농구와 클라이밍 등 각종 운동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다. 스파 시설도 들어선다. 쇼핑과 놀이, 휴식을 한 공간에서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여기에 든 비용만 1조 원에 이른다. 이곳은 지하 4층, 지상 4층 규모의 건물에 연면적 45만9498m²로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연면적 41만7304m²)를 뛰어넘는 국내 최대 복합쇼핑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는 내년 상반기(1∼6월)에 경기 고양시 삼송지구, 그 이후에는 인천 청라지구와 경기 안성시에 추가 스타필드 쇼핑몰을 건설할 계획이다. 신세계는 대규모 복합쇼핑몰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본다. 지난해 국내 백화점 매출은 29조2023억 원 규모로 2014년보다 0.4% 줄었다. 이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초대형 쇼핑몰을 여러 개 건설하는 것은 모험일 수 있다. 하지만 신세계 관계자는 “유통 선진국인 미국은 전체 소매매출 가운데 50%, 일본은 30%가 복합쇼핑몰에서 나온다”며 “한국에서도 복합쇼핑몰 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여기에 주5일제 도입과 휴가 문화 확산 등에 따라 교외에서 ‘즐기는’ 쇼핑을 하는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국내 출점이 한계에 달한 상황에서 교외형 초대형 복합쇼핑몰 건설을 신세계가 새로운 기회로 보고 있는 이유다.○ 백화점 사이 ‘빈틈’ 공략… 전문점 늘리는 롯데 롯데 역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의 출점이 사실상 벽에 부딪혔다는 사실에 공감한다. 하지만 전혀 다른 방식에서 해법을 찾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이날 패션 전문점인 ‘엘큐브’를 25일 서울 마포구 홍익로에서 출점한다고 밝혔다. 엘큐브는 젊은이들이 모이는 서울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앞에 20, 30대가 관심을 가질 만한 패션 브랜드를 여럿 입점시킨 의류 편집매장이다. 총 21개 브랜드가 입점한다. 롯데백화점 측은 “유통업의 장기 저성장과 백화점 포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문점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규모를 늘린 신세계와 반대로 작은 규모의 점포를 여럿 늘리는 것이다. 롯데백화점은 앞으로 백화점이 없는 지역을 중심으로 전문점을 개설할 예정이다. 우선 올해 안에 서울 홍익대 인근에 엘큐브 2호점을 추가로 출점한다. 향후 상권 분석을 통해 생활용품, 화장품 등을 판매하는 전문점 브랜드를 새로 도입할 계획이다. 이미 6종류의 전문점을 113곳에서 운영하는 일본 백화점 업계 1위 미쓰코시 이세탄 백화점의 사례를 따라 ‘소형화’에서 길을 찾는 것이다. 한국유통학회장인 안승호 숭실대 경영대학원장은 “장기 불황에 대처하는 롯데와 신세계의 대응이 완전히 상반된 상황”이라며 “결국 소비자들에게 더 큰 ‘쇼핑의 재미’를 줄 수 있는 곳이 최종 승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명 jmpark@donga.com·백연상 기자}

어른 두 명이 겨우 앉을 만한 공간은 핑크빛으로 가득 찼다. 의자와 쿠션, 사다리, 선반까지 농도의 차이가 있지만 방 전체가 분홍으로 물들어 있다.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대림미술관 건물 바로 옆 공간인 D라운지의 ‘슈팅 스튜디오’ 내부 모습이다. 이곳은 프랑스 가방 브랜드인 ‘리뽀(Lipault)’가 대림미술관의 ‘컬러 유어 라이프’ 전을 후원하기 위해 설치했다. 슈팅 스튜디오는 이름 그대로 관람객들이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도록 만든 곳이다. 본전시는 아니지만 관객들과 예술의 접점을 찾는 장소다. 촬영 장소 뒤에 붙은 리뽀의 브랜드 팻말과 곳곳에 전시된 가방 제품만 없었다면 그저 아기자기한 스튜디오라고 착각할 정도였다. 리뽀 관계자는 “대림미술관의 올해 첫 전시가 생활 속 색상과 관련된 것이라 다양한 색상 구현에 관심이 큰 리뽀가 후원에 나섰다”며 “화사한 봄날에 미술관 나들이를 나온 관람객들이 따로 찾아오기 좋은 장소”라고 설명했다. 대림미술관의 본전시는 성인 5000원(미취학 아동 2000원)의 관람료를 내야 하지만 리뽀가 운영하는 슈팅스튜디오는 무료로 찾아갈 수 있다. 화사한 분홍빛 스튜디오 안에서 기념사진을 찍어 자신의 이메일로 바로 받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가방 브랜드의 문화 마케팅 리뽀의 이번 후원처럼 패션 브랜드가 미술관, 예술가와 협업하는 것은 이제 보기 드문 사례가 아니다. 리뽀는 2005년 프랑스의 디자이너인 프랑수아 리포베스키가 설립한 브랜드다. 생동감 넘치는 색상과 감각적인 디자인을 추구하면서 미국과 유럽 등지의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이번 대림미술관 전시는 2014년 리뽀를 인수한 쌤소나이트가 후원했다. 쌤소나이트 코리아 관계자는 “문화 마케팅을 통해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겠다는 것이 쌤소나이트 코리아의 생각”이라며 “전시의 테마가 우리의 상품과 잘 맞는다고 판단될 경우엔 어떤 예술가, 미술관과도 협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쌤소나이트 코리아는 2011년 소나무 연작으로 유명한 사진작가 배병우 씨와 협업하면서 ‘아트 컬래버레이션’을 시작했다. 2014년에는 디자이너 이상봉 씨와 함께 윤동주 시인의 시 작품인 ‘별 헤는 밤’을 가방 제품에 새겨 넣었다. 지난해엔 매화 그림을 20년 동안 그린 동양화가 문봉선 씨의 매화 작품을 자사 베스트셀러 여행 가방 중 하나인 ‘코스모라이트’에 넣어 출시하기도 했다. 제품에 바로 도입할 수 있는 유명 아티스트와의 협업뿐 아니라 신진 작가 지원에 나서기도 한다. 쌤소나이트 코리아는 지난해 신진 예술작가를 후원하는 ‘2015 어포더블 아트페어 서울’(AAF 서울)을 후원하고 자체적으로 경쟁 전시회도 열었다. ‘쌤소나이트 디자이너가 되어 보세요(Be a Samsonite Designer)’라는 제목으로 열린 해당 전시회에서는 다양한 가방에 적용될 수 있는 디자인을 받아 최종적으로 신진작가 6명의 작품이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가방 브랜드가 예술가 지원에 나서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쌤소나이트 코리아 측은 “쌤소나이트는 여행 가방을 만드는 회사이며 ‘여행’을 주제로 제품을 만든다”며 “여행이라는 테마는 예술가들의 영감을 자극하기도 하는 만큼 협업하기 쉬운 편”이라고 설명했다. 예술 부문으로부터 끊임없이 제품과 관련된 영감을 수혈받을 수 있는 만큼 기업 입장에서 문화 마케팅이 필수적인 요소라는 설명이다. 산업을 만난 미술관 대림미술관은 다양한 기업과 함께 협업 전시를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단순히 기업들의 제품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 예술의 차원에서 산업 생산물을 전시하는 것이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제품 속에 녹아든 문화적 함의를 쉽게 짚으면서 미술관의 문턱이 높다고 느끼는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11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인 ‘하이브로우’와 함께 진행한 팝업(임시) 전시다. 해당 전시는 미술관에서 즐기는 캠핑을 테마로 일상에서 쉽게 즐길 수 있는 예술 전시를 지향했다. 미술관의 별관에 해당하는 D하우스 1층에 전시와 관련된 벼룩시장을 열기도 했다. 올해 2∼8월에 진행되는 대림미술관 컬러 유어 라이프 전에도 산업체 전시를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우선 색상이라는 테마에 맞춰 필립스의 조명 기기가 등장했다. 필립스는 3월 한 달 동안 매주 목요일 오후 6∼8시 대림미술관 D라운지에서 ‘컬러 나잇’ 전시를 한다. 관람객들은 필립스가 판매하는 조명 제품인 ‘휴(hue)’ 체험을 통해 다양한 색상을 감상하고 김사월, 오지은, 이아립 등 여성 인디 싱어송라이터들의 공연도 감상할 수 있다. 이 밖에 페인트 생산기업인 듀럭스, 핀란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이딸라 등은 미술관 본 전시 안에 자신들이 만든 제품을 오브제로 제공하기도 했다. 기업 차원의 전시는 아니지만 대림미술관은 2011년 럭셔리 브랜드인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카를 라거펠트의 사진전 ‘워크 인 프로그레스(Work in progress)’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 밖에 지난해 1월에는 매일유업 후원으로 비틀스 멤버 폴 매카트니의 사별한 부인인 고 린다 매카트니의 사진전 ‘생애 가장 따뜻한 날들의 기록’ 전시를 열었다. 대림미술관 관계자는 “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미술관이 될 수 있도록 그동안 사진과 패션, 디자인 등의 분야에서 기업 및 브랜드와 연계된 전시를 해 왔다”며 “미술관에 대한 관객들의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앞으로도 이 같은 활동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한국 소비자들이 온라인 구매를 망설이는 품목 중 하나가 바로 과일과 채소, 수산물 등 신선식품이다. PC 화면에 뜬 설명만으로는 제품의 신선도를 확인하기 어려워 가전제품이나 의류 등과 달리 온라인 판매가 쉽지 않다. 하지만 제품을 소개할 때 생산자 이름과 사진을 넣는 간단한 방식만으로도 소비자의 신뢰를 높일 수 있다는 매출 조사 결과가 나왔다. 온라인 쇼핑몰 옥션은 올해 1, 2월 신선식품 전문관인 ‘파머스토리’의 매출을 집계한 결과 전년 같은 기간보다 55% 늘어났다고 21일 밝혔다. 과일(140%)과 수산물(62%) 등 신선도 유지가 중요한 품목이 증가세를 이끌었다. 파머스토리는 농어민 170여 명이 입점해 자신이 생산한 농·수·축산물을 판매하는 옥션 내 전문관이다. 지난해와 달라진 것은 제품을 소개하는 코너에 판매자 이름과 사진을 넣은 것. 예를 들어 딸기 1kg을 판매하는 코너에는 경남 산청군 농민인 권무근 씨의 실명과 함께 그가 딸기를 수확하는 사진을 넣었다. 생산자 스스로가 “산청군은 일교차가 커 딸기 당도가 높고 색상이 선명하다”는 식의 홍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생산자들의 이야기는 단지 제품 설명에 그치지 않는다. 생강을 판매하는 전북 완주군의 임권민 씨는 “농산물을 남에게 맡기지 말라는 아버님의 가르침대로 하나하나 확인하면서 4대째 생강 농사를 짓고 있다”며 자신의 ‘농사 철학’을 강조하기도 했다. 옥션 파머스토리에 소개된 농어민 사진은 옥션 식품 매니저가 직접 현장을 방문해 찍은 것만 게재했다. 옥션 측은 “현장을 찾아가 상품 품질을 확인한 제품만 실명 및 사진 게재를 허용했다”며 “해당 제도를 시행한 이후 입점을 요청하는 농어민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온라인을 통한 신선식품 판매가 활발한 선진국의 경우를 보면 대부분 판매한 제품에 대한 이력을 철저하게 공개한다”며 “한국 역시 온라인몰이 ‘신뢰 마케팅’을 통해 신선식품 판매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한국 소비자들이 온라인 구매를 망설이는 품목 중 하나가 바로 과일과 채소, 수산물 등 신선식품이다. PC 화면에 뜬 설명만으로는 제품의 신선도를 확인하기 어려워 가전제품이나 의류 등과 달리 온라인 판매가 쉽지 않다. 하지만 제품을 소개할 때 생산자 이름과 사진을 넣는 간단한 방식만으로도 소비자의 신뢰를 높일 수 있다는 매출 조사 결과가 나왔다. 온라인 쇼핑몰 옥션은 올해 1, 2월 신선식품 전문관인 ‘파머스토리’의 매출을 집계한 결과 전년 같은 기간보다 55% 늘어났다고 21일 밝혔다. 과일(140%)과 수산물(62%) 등 신선도 유지가 중요한 품목이 증가세를 이끌었다. 파머스토리는 농어민 170여 명이 입점해 자신이 생산한 농·어·축산물을 판매하는 옥션 내 전문관이다. 지난해와 달라진 것은 제품을 소개하는 코너에 판매자 이름과 사진을 넣은 것. 예를 들어 딸기 1kg을 판매하는 코너에는 경남 산청군 농민인 권무근 씨의 실명과 함께 그가 딸기를 수확하는 사진을 넣었다. 생산자 스스로가 “산청군은 일교차가 커 딸기 당도가 높고 색상이 선명하다”는 식의 홍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생산자들의 이야기는 단지 제품 설명에 그치지 않는다. 생강을 판매하는 전북 완주군의 임권민 씨는 “농산물을 남에게 맡기지 말라는 아버님의 가르침대로 하나하나 확인하면서 4대째 생강 농사를 짓고 있다”며 자신의 ‘농사 철학’을 강조하기도 했다. 옥션 파머스토리에 소개된 농어민 사진은 옥션 식품 매니저가 직접 현장을 방문해 찍은 것만 게재했다. 옥션 측은 “현장을 찾아가 상품 품질을 확인한 제품만 실명 및 사진 게재를 허용했다”며 “해당 제도를 시행한 이후 입점을 요청하는 농어민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온라인을 통한 신선식품 판매가 활발한 선진국의 경우를 보면 대부분 판매한 제품에 대한 이력을 철저하게 공개한다”며 “한국 역시 온라인몰이 ‘신뢰 마케팅’을 통해 신선식품 판매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롯데그룹은 빠르게 바뀌는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그룹의 미래사업에 중점 투자하고 있다. 유통과 화학, 관광 서비스 부문 등 주요 계열사별로 미래 먹거리 창출에 집중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유가 하락과 경기 불확실성 등 비우호적인 경제 환경에도 불구하고 화학 부문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삼성그룹으로부터 삼성SDI 케미컬 부문,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등 화학 계열사를 일괄 인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인수가 3조 원을 넘는 국내 화학업계 최대의 ‘빅딜’이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10월 우즈베키스탄 수르길에 가스전 화학단지를 완공하고 올 초부터 상업 생산에 들어갔다. 롯데케미칼 등 국내 컨소시엄과 우즈베키스탄 국영 석유가스 회사가 5 대 5로 합작한 해당 단지는 가스 판매부터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폴리프로필렌(PP) 생산을 할 수 있는 복합단지다. 이 밖에 미국, 말레이시아 등 세계 곳곳에서 주요 생산 공장을 설립하고 있다. 관광 서비스 부문도 투자를 강화한다. 올해 말 완공되는 롯데월드타워(123층·555m) 건설이 대표적이다. 롯데면세점은 국내에서 쌓은 면세점 노하우를 활용해 3월 중 일본 도쿄(東京)의 긴자 거리에 시내 면세점을 연다. 태국 방콕에서도 면세점 입점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호텔은 지난해 뉴욕 맨해튼 중심지의 ‘더 뉴욕 팰리스’ 호텔을 인수해 ‘롯데 뉴욕 팰리스’ 호텔로 운영하고 있다. 2017년에는 미얀마 양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중국 선양(瀋陽)과 옌타이(煙臺) 등에 롯데호텔을 추가 건설할 계획이다. 그룹의 본업인 유통 부문에서는 ‘옴니채널’ 구축을 올해 주요 추진 사업으로 삼았다. 옴니채널은 온라인 오프라인 모바일 등 소비자를 둘러싼 모든 쇼핑 채널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것을 뜻한다. 그룹 내 주요 유통사인 롯데백화점, 롯데쇼핑, 롯데닷컴 등이 옴니채널 구축을 공동 추진하고 있다. 올 초부터 미래전략센터 내에 ‘롯데 이노베이션 랩’을 설립해 옴니채널 서비스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해외 파트너와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인도네시아 최대 기업인 살림그룹과 함께 인도네시아 전자상거래 시장에 진출하기로 하고 2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중국 선양, 청두(成都), 베트남 호찌민 등에서 복합쇼핑몰 개발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롯데그룹은 22일부터 올해 상반기(1∼6월) 신입사원 공개 채용을 시작한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공채 선발 인원은 신입사원 800명과 하계 인턴 400명 등 총 1200명이다. 롯데그룹은 이번 공채에서 여성 40% 선발 원칙을 지킬 계획이다. 여성 지원자가 많은 유통 및 서비스 직군뿐 아니라 건설·제조·석유화학 등의 계열사에서도 여성 채용을 확대한다. 전역 장교, 여군 등 국가에 기여한 사람이나 장애인에 대한 특별 채용도 별도로 진행한다. 롯데그룹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 공채에서 직무와 관련 없는 항목을 입사지원서에서 제외했다. 사진, 수상 경력, 정보기술(IT) 활용 능력 등은 롯데그룹 지원서에 기재할 필요가 없다. 필요한 직무를 제외하면 어학 점수와 자격증 유무도 제출하지 않게 했다. 상반기 공채 일정은 신입 공채서류 접수(22∼31일)를 시작으로 하계 인턴서류 접수(4월 27일∼5월 6일)가 이뤄진다. 서류 심사 이후에 인적성 검사(L-TAB)와 면접 전형을 거쳐 5월 말 최종 합격자를 발표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경기 둔화로 신규 고용의 어려움은 있었지만 경제 활성화와 기업 지속 성장을 위해 채용 규모를 전년과 동일한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롯데그룹은 22일부터 올해 상반기(1~6월) 신입사원 공개 채용을 시작한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공채 선발 인원은 신입사원 800명과 하계 인턴 400명 등 총 1200명이다. 롯데그룹은 이번 공채에서 여성 40% 선발 원칙을 지킬 계획이다. 여성 지원자가 많은 유통 및 서비스 직군 뿐 아니라 건설·제조·석유화학 등의 계열사에서도 여성 채용을 확대한다. 전역 장교, 여군 등 국가에 기여한 사람이나 장애인에 대한 특별 채용도 별도 진행한다. 롯데그룹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 공채에서 직무와 관련 없는 항목을 입사지원서에서 제외했다. 사진, 수상 경력, 정보통신(IT) 활용 능력 등은 롯데그룹 지원서에 기재할 필요가 없다. 필요한 직무를 제외하면 어학 점수와 자격증 유무도 제출하지 않게 했다. 상반기 공채 일정은 신입 공채서류 접수(22~31일)를 시작으로 하계 인턴서류 접수(4월 27일~5월 6일)가 이뤄진다. 서류 심사 이후에 인적성 검사(L-TAB)와 면접 전형을 거쳐 5월 말 최종 합격자를 발표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경기 둔화로 신규 고용의 어려움은 있었지만 경제 활성화와 기업 지속성장을 위해 채용 규모를 전년과 동일한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스키와 기업 경영은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는 데서 일맥상통한다.” 평소 스키에서 기업 경영철학을 찾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1)이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에 ‘통 큰 후원’을 결정했다. 롯데그룹이 16일 강원 강릉시 라카이 샌드파인 리조트에서 평창 겨울올림픽 조직위원회와 600억 원 규모의 후원 협약을 체결하고 공식 후원사가 된 것이다. 유통업이 주력인 롯데그룹이 겨울올림픽 후원에 나선 것은 그룹 수장인 신 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대한스키협회장인 신 회장은 여섯 살 때부터 스키를 배워 일본 아오야마가쿠인(靑山學院)대를 다닐 때 스키 선수로 활약했다. 신 회장의 스키 실력은 지금도 수준급이다. 그는 지난달 7일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스키장의 상급 슬로프를 세라 루이스 국제스키연맹(FIS) 사무총장과 함께 활강했다. 1988년 캘거리 겨울올림픽에 참가했던 루이스 사무총장은 신 회장을 “뛰어난 스키어”라고 평했다. 신 회장은 2014년 대한스키협회장에 취임한 이후 한국 설상 종목의 첫 올림픽 금메달 획득을 당면 목표로 삼았다. 올해 2월 노르웨이 릴레함메르에서 열린 2016 겨울청소년올림픽 크로스컨트리 크로스 프리 종목에서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긴 김마그너스 선수(18) 영입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신 회장은 자신의 스키 지식을 토대로 선수들에게 구체적으로 당부하기도 한다. 그는 1월 정선 알파인경기장의 스키점프장을 찾아 “일본의 가사이 노리아키 선수는 마흔네 살이지만 지금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며 “한국의 30대 중반 선수들도 체력과 기술 훈련을 계속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좋은 성적을 내는 데는 선수의 기술뿐 아니라 장비 수준이 큰 영향을 끼친다”며 스키 장비에 칠해 미끄럼을 돕는 ‘왁스’를 바르는 전문 코치를 고용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회장이 그룹사 업무 못지않게 대한스키협회 활동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며 “매달 스키협회 업무 보고를 받으면서 직접 협회 일을 챙기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지난해 초 기자는 동아일보의 2015년 연중 기획 시리즈인 ‘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에 참여했다. 우리 사회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 총 250회에 걸쳐 연재한 장기 기획물이었던 만큼 독자를 비롯해 동아일보 편집국 기자들, 사회 각계각층의 명사들로부터 다양한 아이디어를 받았다. 그때 두 건 이상의 개선 제안이 나왔지만 쓰지 못한 아이템이 하나 있다. 바로 ‘화장실 휴지통’ 문제다. 한 편집국 기자는 “외국인이 한국에서 가장 놀라는 문화가 바로 뚜껑 없는 휴지통”이라며 “변기 옆 휴지통이 악취의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외국 근무를 오래한 고위공무원 역시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혐오문화 중 하나가 화장실 휴지통”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아이템은 지면에 실리지 않았다. 아침에 독자들이 읽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또 화장실 휴지통이 화장실 관리를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도 만만찮게 제기됐다. 하지만 전 세계인이 사용하는 구글 검색창에서 ‘한국 화장실(Korean Toilet)’을 검색하면 더러운 한국 화장실 사진만 등장한다. 대부분 변기 옆에 파란색 뚜껑 없는 휴지통이 놓여 있는 사진이다. 한국인이 자주 찾는 일본 오사카(大阪)의 한 화장실에는 한글로 “부탁! 사용 후 화장지는 변기에 넣어 흘려보내 주세요”라는 종이까지 붙었다. 화장지를 그냥 변기에 흘려버리면 배수 문제가 생긴다고 아는 사람이 많다. 화장지 제조사인 유한킴벌리에 물어 보니 “화장실에서 쓰는 소위 두루마리 화장지는 ‘화장실용 화장지’라는 별도 품명으로 판매한다”며 “20초 만에 물에 풀어지는 만큼 변기에 흘려버려도 배관 막힘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변기 옆에 왜 휴지통을 놓을까. 기자가 자주 찾는 서울 중구 일대의 사무실 4곳의 화장실을 조사해 보니 2곳에 변기 옆 휴지통이 있었다. 환경미화원 아주머니에게 휴지통을 유지하는 이유를 묻자 “휴지통이 없으면 더 귀찮아진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각종 위생용품과 스타킹, 물티슈 등을 변기에 버려 배관이 자주 막히는 문제 때문에 휴지통을 없앴다가 다시 만든 곳도 있었다. 한국에 첫 화장실용 화장지가 선보인 것은 1971년. 그 이전까지는 신문지나 공책 등 다양한 종이를 화장실에서 썼다. 당연히 휴지통에 모아 버려야 했다. 그때의 습관이 45년이 지난 지금까지 남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유한킴벌리가 2013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사용한 화장지를 변기에 바로 흘려버리는 비율은 응답자의 51%에 그쳤다. 그동안 우리가 화장실을 이용하면서 익숙해진 표어가 바로 ‘휴지는 휴지통에’다. 사람들은 으레 뒤처리를 끝낸 화장지를 휴지로 생각해 휴지통에 버렸다. “화장실에 휴지통이 없으면 불안하다”는 사람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시민들의 고정관념을 바꿔야 할 때다. 최근 남미 지역에서도 변기 옆 휴지통 없애기 캠페인이 시작됐다고 한다. ‘화장지는 변기에,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정도의 표어를 화장실마다 부착하는 건 어떨까. 중요한 볼일을 보면서 휴지통에서 흘러나오는 타인의 냄새를 맡는 문화는 이제 바꿀 때가 됐다.박재명 소비자경제부 기자 jmpark@donga.com}

“구글 역시 저희 고객이라 조심스럽지만 저 역시 인류의 한 사람으로서 이세돌 9단을 응원했습니다.” 9일부터 진행된 이세돌 9단과 구글 알파고의 바둑 대국을 줄곧 바로 옆에서 지켜본 루보쉬 바타 포시즌스호텔 서울 총지배인(46·사진)은 이렇게 말했다. ‘세기의 대국’으로 불린 이번 행사는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포시즌스호텔 서울에서 열렸다. 전 세계의 관심이 이곳에 집중되며 세간에서는 지난해 10월 문을 연 포시즌스호텔이 환산할 수 없이 막대한 홍보 효과를 얻었다는 말이 나왔다. 바타 총지배인은 1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포시즌스호텔 위치를 모르던 서울의 택시운전사들이 ‘이세돌 호텔’이라고 하면 다 알게 됐다”며 “우리 호텔뿐 아니라 서울이라는 도시를 전 세계 여행객들에게 각인시켜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번 대국은 철저한 보안 속에 진행됐다. 바타 총지배인은 “석 달 전쯤 (구글 측이) 아무런 정보 없이 제3자 이름으로 예약 요청을 해 왔다”며 “행사가 열리기 한 달 전에야 인간과 인공지능의 바둑 대결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설명했다. 구글 측은 12일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창업자의 깜짝 방문도 며칠 전에서야 호텔 측에 귀띔했다. 그는 구글이 대국 장소를 포시즌스호텔로 잡은 이유에 대해 “서울 한복판에 있고, 최신 기술 기반을 갖춘 호텔이기 때문에 구글이 정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포시즌스호텔 서울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분의 60%를 가지고 있으며 캐나다계 글로벌 호텔 체인인 포시즌스호텔&리조트가 운영한다.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16일 기획재정부가 여는 면세점 제도 개선 공청회를 앞두고 지난해 서울시내 면세점 신규 특허를 받은 5개 회사 대표가 모여 서울 시내에 추가 특허를 줄 수 있다는 정부 방침을 비판했다. 정부는 면세점 특허 기간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고 시내 면세점 1, 2곳에 신규 면허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개 신규 면세점 대표들은 14일 서울 중구 명동길 은행연합회에서 회의를 열고 “신규 면세점이 문을 연 뒤 1년 정도 지켜본 다음 시장이 커질 때 신규 업체의 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의에는 권희석 SM면세점 회장, 양창훈 HDC신라면세점 사장, 황용득 한화갤러리아 사장, 성영목 신세계DF 사장, 이천우 ㈜두산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요즘 시장 상황이 신규 면세점들에 결코 좋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권희석 회장은 “면세점 수를 늘리면 물건을 채우지 못한 면세점들이 병행수입을 하거나 소위 ‘짝퉁’을 파는 경우까지 생길 수 있다”면서 “한국 면세점 산업이 전체적으로 추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참석자들은 특히 지난해 사업권 심사에서 탈락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이 다시 특허를 받는 상황에 대해 우려했다. 시내 면세점 사업 여건이 나빠진 상태에서 이들이 다시 시장에 진입할 경우 면세점 공급과잉이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국내 시내 면세점 중 매출액 3위인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올해 6월, 워커힐면세점은 5월에 영업을 중단해야 한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4일 서울 영등포구 양평로 롯데제과 본사 대강당. 신동빈 그룹 회장을 비롯한 롯데그룹의 모든 계열사 대표 등의 임원 150여 명이 이곳에 모였다. 일본의 대표적인 민간 싱크탱크인 노무라종합연구소(NRI)가 올해 세계경제 전망을 이야기하는 자리였지만 세부 사항으로 인도 시장 공략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NRI는 이 자리에서 현지 유망기업의 인수합병(M&A)과 엘리트 인도인 사원 채용을 롯데의 ‘인도 공략책’으로 제시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임에도 신 회장이 4시간 동안 진행된 강연을 지켰다”며 “인도에 대한 그룹 차원의 관심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백화점과 마트, 제과, 호텔 등 소비재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롯데그룹이 인도와 파키스탄 등의 범인도권에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잇따른 현지 기업 M&A에 이어 복합쇼핑몰 등으로 직접 진출하는 방안도 타진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1990년대 말 과자 등 제품 수출을 시작으로 인도 시장에 발을 들여놨다. 2004년에는 인도 현지 제과업체인 ‘패리스’를 인수했고 2010년 남인도 첸나이, 지난해 북인도 뉴델리 지역에 초코파이 공장을 만들었다. 현재 롯데는 인도 초코파이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파키스탄에서도 2010년 현지 2위 제과업체인 ‘콜손’을 인수했고 지금은 펩시의 파키스탄 보틀링 기업인 ‘라호르 펩시코’ 지분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롯데그룹이 적극적으로 인도 시장을 공략하는 데는 신 회장의 의지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 회장은 최근 임원 회의에서 인도 시장 진출을 요구하며 “인도는 젊은 인구가 많아 우리가 반드시 진출해야만 하는 곳”이라며 “다른 회사가 나서기 전에 먼저 진출해 인도인의 입맛을 ‘롯데의 맛’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과 분야가 롯데그룹의 인도 진출 ‘선봉’에 선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인도(약 12억3600만 명)와 파키스탄(약 1억9600만 명), 방글라데시(약 1억6600만 명) 등 범인도권을 합치면 인구가 16억 명에 달한다. 이는 중국의 공식 인구(약 13억5000만 명)보다 많다. 여기에 파키스탄은 전체 인구 중 14세 이하 비중이 37%에 달한다. 큰 시장 규모 외에도 젊은층이 많은 만큼 조기 진출이 해법이라는 공감대가 그룹 내에 형성된 것이다. 롯데그룹은 향후 그룹의 ‘본업’인 유통 분야에서도 인도권 직접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신 회장은 지난해부터 3차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만났다. 신 회장은 지난해 8월 모디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는 한국에서 기차역 개발에 성공한 사례를 소개하며 뉴델리 등의 복합역사(驛舍) 개발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바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현재 철도시설공단, 한국철도공사와 함께 민관 합동으로 인도 뉴델리의 복합역사 개발 사업 진출을 추진하는 중”이라며 “앞으로도 그룹 각 계열사가 범인도권 진출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삼성그룹이 14일부터 대졸 신입사원 공채에 돌입한다. 이달 초 현대자동차그룹, SK그룹, LG그룹 등을 시작으로 막이 오른 올 상반기(1∼6월) 대졸공채 시즌이 삼성의 가세로 하이라이트에 접어들었다. 각 대기업들은 어려워진 경영환경 속에서도 채용규모를 지난해보다 조금 많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할 방침이다.○ 채용규모는 대부분 ‘유지’ 1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SDS, 삼성중공업, 호텔신라, 제일기획 등 삼성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은 14∼21일 그룹 채용사이트 ‘삼성 커리어스’ 홈페이지(careers.samsung.co.kr)에서 대졸 신입사원(3급) 원서를 접수한다. 이 회사들은 22∼29일 지원자들이 제출한 서류와 에세이 등을 대상으로 직무적합성평가를 진행한다. 삼성은 지난해 상반기까지 모든 지원자가 삼성직무적성검사(SSAT)를 볼 수 있도록 했지만 같은 해 하반기(7∼12월)부터 직무적합성평가 통과자에게만 적성검사(올해부터 GSAT로 이름이 바뀜) 기회를 주고 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대졸 및 고졸 신입사원과 경력사원을 모두 합쳐 1만4000명 안팎을 채용했다. 올해 전체 채용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삼성은 지난해 삼성테크윈, 삼성정밀화학 등 화학·방산 계열사 7개를 한화그룹과 롯데그룹에 매각하면서 그룹 전체 채용규모가 다소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그룹 관계자는 “경영여건이 어렵고 계열사 수도 줄었지만 채용규모를 최대한 지난해 수준과 가깝게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올해 신규 채용을 지난해(9500명)보다 다소 늘려 1만 명 이상으로 목표를 잡았다. ‘맏형’인 현대차는 14일 원서접수를 마감하고, 나머지 계열사들은 추후 공채 일정에 들어간다. SK그룹은 올해 채용규모를 지난해(8000명)보다 5% 정도 늘린 8400명으로 잡았다. 상·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도 지난해 2500명에서 올해는 2600명으로 늘려 잡았다. 1차 서류전형 통과자들은 다음 달 하순 필기전형을 치른 뒤 5월 중 면접을 거쳐 그달 하순 최종 합격 여부를 통보받는다. 이달 2일 채용을 시작한 LG그룹은 계열사별로 날짜가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3월 23일 이전에 원서접수를 마감한다. LG그룹도 연간 채용규모가 지난해 1만2000명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현대중공업과 포스코 등도 각각 올해 2000여 명, 6400여 명으로 지난해 수준의 채용규모를 유지한다. 한화그룹의 채용규모는 지난해보다 다소 줄어든다. 한화는 지난해 한화큐셀 진천·음성 공장 신설과 면세점 사업 진출에 대응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1500여 명을 추가로 선발하면서 총 6900명을 채용했지만 올해는 5100여 명의 채용계획을 세웠다. 한진그룹의 올해 채용규모도 지난해보다 500명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무스펙 전형 강화 기업들은 올해도 지원자들의 스펙보다는 직무역량 평가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다. SK그룹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부터 입사지원서 기재 내용 중 스펙 관련 항목을 대부분 없앴다. 또 학력, 전공, 학점 등 기본 정보까지 아예 밝히지 않고 오직 자기소개서와 오디션(면접)만으로 선발하는 ‘바이킹 챌린지’ 전형을 올해도 이어 나간다. 바이킹 챌린지 전형은 다음 달 초부터 지방을 순회하며 진행될 예정이다. 포스코도 신입사원 채용절차를 직무역량 중심으로 대폭 개편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대학의 학부전공 통합 추세를 반영하고 융합형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올해부터는 전공 제한 없이 직군별로 신입사원을 모집한다”고 밝혔다. CJ그룹은 올해부터 아예 온라인 방송을 통한 ‘직무상담’을 진행한다. CJ그룹 채용 담당자가 CJ E&M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1인 방송채널 ‘DIA TV’를 통해 지원자들의 질문을 받고 이에 답하는 방식이다. 한국사 역량은 올해도 일부 기업에 취업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GS그룹에서 GS칼텍스 등 일부 계열사는 2, 3년 전부터 인·적성검사에 한국사 문항을 포함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나머지 계열사들도 적어도 면접과정에서 한국사와 관련한 질문을 하는 등 그룹 전체적으로 한국사 역량 평가를 확대하는 추세를 보인다. LG그룹도 적성검사에서 한국사나 한자 문제를 다수 출제하고 있다. 2013년 ‘역사에세이’를 도입한 현대차그룹에 취업하기 위해서도 한국사는 필수 과목으로 분류된다. 롯데그룹은 올해 신입 공채의 약 40%를 여성으로 선발하기로 해 눈길을 끈다. 여성 채용이 많았던 유통 서비스 분야뿐만 아니라 석유화학, 건설 등 다양한 계열사의 여성 채용비율을 늘리기로 한 것이다. 공채 방식도 장애인 특별채용, 여군장교 특별전형, 아이디어 공모전 등으로 다양화할 예정이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정민지·박재명 기자}

《 2년 전 120만 원짜리 여행사 패키지 상품으로 중국을 여행한 강윤숙 씨(41·여)는 “비슷한 스케줄로 훨씬 싸게 다녀왔다”는 주변 사람들을 만난 뒤 기분이 나빠졌다. 다른 사람들과 숙박한 호텔, 체류 기간 중 먹은 식사의 수준 등을 비교해 봤지만 별 차이가 없었다. 지난해 해외로 나간 내국인 여행자는 1931만 명으로 해외 여행객 수는 10년 전에 비해 2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이렇게 해외 여행객이 늘었지만 여전히 강 씨처럼 적절한 가격에 해외여행을 다녀왔는지 찜찜해하는 여행객이 많다. 》 10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여행 날짜와 항공편, 숙박시설 등을 동일하게 맞춘 상태에서 여행사들의 해외여행 가격을 비교했다. 한국여행업협회가 조사한 2013년 기준 한국인 관광객 해외 송출 실적 상위 10개 여행사(하나투어 모두투어 노랑풍선 여행박사 온라인투어 참좋은여행 롯데관광개발 내일투어 KRT 한진관광)에 지난달 29일 같은 여행 상품을 의뢰했다. 패키지여행은 업체마다 구성이 다를 수 있어 필리핀 세부로 떠나는 항공편(아시아나항공)과 숙박시설(세부 샹그릴라 리조트)만 공통적으로 이용하는 이른바 ‘에어텔’ 상품으로 예약했다. 해당 지역 상품 자체가 없는 롯데관광개발과 한진관광을 제외한 8개 여행사가 제각각 다른 가격을 내놨다. 가장 싼 곳은 모두투어로 1인 기준 88만9000원이었고 가장 비싼 곳은 노랑풍선(124만9000원)이었다. 노랑풍선 측은 “필리핀 현지 항공을 이용하면 1인당 요금이 109만9000원이지만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하면 15만 원이 추가된다”고 설명했다. 두 상품의 가격 차는 36만 원(40.5%)이나 됐다. 차이가 나는 이유가 궁금해 세부 견적을 문의했지만 여행사들은 “알려줄 수 없다”고 답했다. A여행사 관계자는 “상품 구성을 알려달라는 것은 호텔 예약가나 항공편 가격을 세부적으로 알려달라는 이야기”라며 “스마트폰으로 따지면 ‘부품별 가격을 알려 달라’고 하는 원가 공개 요구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통상 여행지가 해당 여행사의 주력 여행지인지, 관계가 좋은 항공사를 이용하는지 등에 따라 이 같은 가격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 때문에 여행 전문가들은 같은 여행 상품이라도 여러 여행사에 문의해 비교하라고 조언한다. 설령 예전에 저렴한 상품을 이용한 적이 있는 업체라도 목적지에 따라 다른 업체보다 가격이 비쌀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항공권 값이 싼 시기에 예약을 하는 것도 노하우다. 몇 개월 전에 예약을 해 두는 ‘얼리버드’ 상품을 이용하거나 출발 직전에 ‘땡처리’로 파는 항공권을 사야 가격 폭탄을 피할 수 있다. 전혜진 한양사이버대 교수(호텔관광경영학과)는 “항공사의 가격 책정은 소비자들이 알 수 없는 자체 시스템을 통해 이뤄진다”며 “같은 등급의 바로 옆 좌석이라도 예약 날짜에 따라 가격 차이가 날 수 있어 철저한 비교는 필수”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여행상품의 가격을 소비자들이 쉽게 비교해 볼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이는 자칫 여행 상품의 ‘원가 공개’와 같은 효과가 나타나 시장의 경쟁을 침해하고 소비자들의 편익을 줄일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가격 차이가 나더라도 정부 당국이 여기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최대한 소비자들이 여행 관련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가격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손가인 gain@donga.com·박재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