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쇼핑테마파크 vs 초미니 백화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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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롯데百, 엇갈린 불황 타개책

신세계가 올해 9월 경기 하남시에서 문을 여는 ‘스타필드 퍼스트 하남’ 조감도. 신세계는 해당 복합쇼핑몰에 쇼핑공간을 비롯해 각종 운동시설과 스파시설 등을 넣어 ‘쇼핑 테마파크’로 만들 계획이다. 신세계 제공
신세계가 올해 9월 경기 하남시에서 문을 여는 ‘스타필드 퍼스트 하남’ 조감도. 신세계는 해당 복합쇼핑몰에 쇼핑공간을 비롯해 각종 운동시설과 스파시설 등을 넣어 ‘쇼핑 테마파크’로 만들 계획이다. 신세계 제공
똑같은 상황이지만 180도 다른 전략을 택했다. 인구구조 변화와 온라인 유통의 도약에 국내의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기존 유통채널은 장기 침체를 겪고 있다. 이 상황에서 유통업계의 양대 기업인 롯데와 신세계가 택한 불황 타개책은 전혀 달랐다.

신세계는 ‘쇼핑 테마파크’란 형식의 더 큰 쇼핑몰을 만들어, 시민들의 놀거리와 함께 더 많은 쇼핑 공간을 넣는 방식을 택했다. 반면 롯데는 특정 소비 계층을 공략하는 ‘소규모 전문점’에 공들이기로 했다. 장기 저성장 시대, 유통업계의 ‘판’이 흔들리고 있다.

○ 신세계 정용진 “테마파크와 경쟁하는 쇼핑몰”

신세계는 23일 올해 9월 개장할 복합쇼핑몰인 경기 하남시 ‘스타필드 퍼스트 하남’의 세부계획을 발표했다. 개장을 지휘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앞으로 유통업의 경쟁 상대는 테마파크나 야구장이 될 것”이라며 “이곳을 고객이 ‘찾는 이유’가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타필드’라는 신설 복합쇼핑몰 이름도 정 부회장이 직접 지었다.

스타필드 퍼스트 하남 내부에는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트레이더스 등 기존 쇼핑시설 외에 농구와 클라이밍 등 각종 운동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다. 스파 시설도 들어선다. 쇼핑과 놀이, 휴식을 한 공간에서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여기에 든 비용만 1조 원에 이른다. 이곳은 지하 4층, 지상 4층 규모의 건물에 연면적 45만9498m²로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연면적 41만7304m²)를 뛰어넘는 국내 최대 복합쇼핑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는 내년 상반기(1∼6월)에 경기 고양시 삼송지구, 그 이후에는 인천 청라지구와 경기 안성시에 추가 스타필드 쇼핑몰을 건설할 계획이다.

신세계는 대규모 복합쇼핑몰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본다. 지난해 국내 백화점 매출은 29조2023억 원 규모로 2014년보다 0.4% 줄었다.

이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초대형 쇼핑몰을 여러 개 건설하는 것은 모험일 수 있다. 하지만 신세계 관계자는 “유통 선진국인 미국은 전체 소매매출 가운데 50%, 일본은 30%가 복합쇼핑몰에서 나온다”며 “한국에서도 복합쇼핑몰 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여기에 주5일제 도입과 휴가 문화 확산 등에 따라 교외에서 ‘즐기는’ 쇼핑을 하는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국내 출점이 한계에 달한 상황에서 교외형 초대형 복합쇼핑몰 건설을 신세계가 새로운 기회로 보고 있는 이유다.

○ 백화점 사이 ‘빈틈’ 공략… 전문점 늘리는 롯데


롯데백화점이 25일 개장하는 서울 마포구 홍익로 ‘엘큐브’ 1호점 전경. 롯데백화점은 앞으로 젊은층을 겨냥한 의류 편집매장인 엘큐브 외에 생활용품과 화장품 등을 판매하는 전문점을 신규 출점할 계획이다. 롯데백화점 제공
롯데백화점이 25일 개장하는 서울 마포구 홍익로 ‘엘큐브’ 1호점 전경. 롯데백화점은 앞으로 젊은층을 겨냥한 의류 편집매장인 엘큐브 외에 생활용품과 화장품 등을 판매하는 전문점을 신규 출점할 계획이다. 롯데백화점 제공
롯데 역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의 출점이 사실상 벽에 부딪혔다는 사실에 공감한다. 하지만 전혀 다른 방식에서 해법을 찾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이날 패션 전문점인 ‘엘큐브’를 25일 서울 마포구 홍익로에서 출점한다고 밝혔다.

엘큐브는 젊은이들이 모이는 서울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앞에 20, 30대가 관심을 가질 만한 패션 브랜드를 여럿 입점시킨 의류 편집매장이다. 총 21개 브랜드가 입점한다.

롯데백화점 측은 “유통업의 장기 저성장과 백화점 포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문점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규모를 늘린 신세계와 반대로 작은 규모의 점포를 여럿 늘리는 것이다. 롯데백화점은 앞으로 백화점이 없는 지역을 중심으로 전문점을 개설할 예정이다.

우선 올해 안에 서울 홍익대 인근에 엘큐브 2호점을 추가로 출점한다. 향후 상권 분석을 통해 생활용품, 화장품 등을 판매하는 전문점 브랜드를 새로 도입할 계획이다. 이미 6종류의 전문점을 113곳에서 운영하는 일본 백화점 업계 1위 미쓰코시 이세탄 백화점의 사례를 따라 ‘소형화’에서 길을 찾는 것이다.

한국유통학회장인 안승호 숭실대 경영대학원장은 “장기 불황에 대처하는 롯데와 신세계의 대응이 완전히 상반된 상황”이라며 “결국 소비자들에게 더 큰 ‘쇼핑의 재미’를 줄 수 있는 곳이 최종 승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명 jmpark@donga.com·백연상 기자
#테마파크#백화점#쇼핑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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