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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들, 행랑채에서 춘 모든 춤을 무대화해서 정리한 분.”(국수호) “100여 가지 전통춤을 집대성하고 현대무용 창작의 시발점을 제공했다.”(김매자) ‘근대 전통춤의 거장’ 한성준(1874∼1941)에 대한 평가다. 올해 한성준 선생 탄생 140주년을 맞아 한국춤문화유산기념사업회는 선생의 업적과 예술정신을 조명하는 대한민국전통무용제전을 창설한다. ‘위대한 유산, 한성준의 춤’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제1회 전통무용제전에서는 공연, 국제학술심포지엄, 영상물 상영의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충남 홍성의 세습무가 출신으로 8세 때 춤, 장단, 줄타기를 익힌 한성준은 당대 최고의 명고수가 됐다. 또 조선음악무용연구소를 만들어 후진을 양성하고 태평무, 승무, 살풀이, 학춤 등의 전통춤을 집대성해 무대공연에 맞게 창안했다. 그의 문하에서 손녀딸 한영숙을 비롯해 강선영 김천흥 이동안 장홍심이 배출됐다. 최승희 조택원도 그 영향을 받았다. 개막식은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12일 열린다. 공연은 15일까지 이어진다. 국수호 김매자 이애주 조흥동 같은 우리 춤의 명인이 나선다. 13일에는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한성준의 업적을 재조명하는 국제학술심포지엄을 연다. 9월에는 한성준의 고향인 홍성에서도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성기숙 한국춤문화유산기념사업회장(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은 “한 선생은 근현대 한국 전통춤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은 선구자”라며 “이번 행사는 선생의 춤이 지닌 문화유산적 가치를 재발견하고 한국 전통춤이 현대적으로 계승된 지형을 탐색하는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3만 원. 02-741-2808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유니버설발레단(UBC) ‘지젤’ 공연유니버설발레단(UBC)이 화려한 군무와 강렬한 드라마로 유명한 ‘지젤’을 공연한다. 이고르 콜브 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주원 전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를 비롯해 황혜민 김나은 이승현 강미선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UBC 수석무용수가 출연한다. 13∼17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5000∼10만 원, 070-7124-1737■ 이 시대 마지막 예기(藝妓)인 장금도(86), 유금선(83), 권명화(80) 명인 DVD ‘해어화(解語花)’이 시대 마지막 예기(藝妓)인 장금도(86), 유금선(83), 권명화(80) 명인이 지난해 9월 함께 공연한 영상을 담은 DVD ‘해어화(解語花)’가 제작됐다.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은 “건강 문제 때문에 세 명인이 더이상 한무대에 설 수 없게 돼 마지막 공연을 기록하기 위해 DVD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세 명인의 생애를 기록한 124쪽의 해설집도 수록됐다. 3만 원, 02-730-0990■ 어린이뮤지컬 ‘프랭키와 친구들’다디단 마녀빵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어린이뮤지컬 ‘프랭키와 친구들’. 무엇이든 잘 먹는 프랭키 앞에 어느 날 마녀빵이 나타난다. 프랭키는 마녀빵에 반한 나머지 친구에게 거짓말까지 하고 크게 다투게 되는데…. 8월 24일까지, 서울 정동극장, 3만5000원, 02-585-4772}

“크게 실패하거나 크게 성공하거나, 둘 중 하나일 거라 예상했어요. 30년 넘게 전 세계에서 이토록 사랑받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답니다.” 1981년 뮤지컬 ‘캣츠’ 초연부터 지금까지 연출과 안무를 맡고 있는 ‘캣츠의 어머니’ 조앤 로빈슨(64)은 ‘캣츠’의 성공에 스스로도 놀라워했다. 무용을 전공한 로빈슨은 ‘캣츠’ 초연 때 연출가 트레버 넌, 안무가 질리언 린과 함께 협력 연출가 겸 안무가로 작업했다. 30개국 300여 개 도시를 돌며 7300만 명이 넘는 관객과 만난 장수 고양이 ‘캣츠’는 화려한 이력만큼이나 숨겨진 이야기도 많다. 6년 만의 내한공연을 앞두고 한국을 방문한 캣츠의 어머니가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6월 13일∼8월 24일, 서울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5만∼14만 원, 1577-3363꼬리는 고양이 몸짓에 익숙해졌을때 달아 길고 탐스러운 고양이 꼬리를 가지려면 고양이의 몸짓에 익숙해져야 해요. 매일 본격적인 연습을 하기 전 2시간가량 ‘고양이 흉내 내기’ 시간을 가져요. 고양이가 자고, 걷고, 몸을 쭉 펴는 모습 등을 배우들이 흉내 내죠. 고양이 몸짓과 비슷해졌다고 판단되면 제가 배우에게 꼬리를 준답니다. 배우는 자신의 캐릭터에 맞게 꼬리를 꾸며요. 극장고양이 거스는 꼬리에 셰익스피어 작품의 문구를 써 넣기도 했답니다. 참, 이 꼬리는 리허설용 의상의 꼬리예요.분장은 배우 스스로… 변신 의식 거행하듯 단장 배우가 30명가량 돼 초연 때 메이크업 전문가가 일일이 분장을 해 줄 수 없었거든요. 1980년대 공연 초기엔 분장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배우가 양쪽으로 머리만 질끈 묶고 무대에 서기도 했어요. 배우들은 전문가에게 분장하는 법을 배워서 자기 얼굴에 맞는 고양이의 모습을 찾는 거지요. 현실적인 이유로 배우가 스스로 분장하게 됐지만 지금은 배우들이 고양이로 변하는 일종의 의식으로 여기고 있답니다.캐릭터별로 안무 위해 ‘세 가지 형용사’ 귀띔 저는 배우들에게 안무를 일일이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아요. 배우에게 캐릭터를 설명해줄 뿐이죠. 이때 배우에게 해당 캐릭터와 배우가 지닌 특징을 고려해 세 가지 형용사를 살짝 귀띔해줘요. 이 형용사가 뭔지 다른 사람에게 절대 얘기해서는 안 돼요. 동료 배우도 알 수 없답니다. 캐릭터별 세 개의 형용사가 무엇인지는 관객들의 상상에 맡길게요!인터미션 중 관객과 장난칠 때도 문화차이 존중 ‘캣츠’는 인터미션 때 배우들이 관객에게 장난치는 것으로도 유명하죠. 자유롭게 장난을 치되 고양이의 행동에서 벗어나지는 않아요. ‘야옹’ 하고 울기는 해도 말을 하진 않죠. 단, 문화적 차이는 존중한답니다. 영국이나 미국에선 관객의 머리를 긁을 때도 있지만 태국에서는 절대 관객의 머리를 만지지 않아요. 태국은 다른 사람의 머리를 만지는 걸 금기시하니까요.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형, 여기 서울역인데 엄마가 없어졌어.” “엄마가 없어져? 그게 무슨 소리야?” “아버지가 지하철 타다가 잃어버리셨대. 미안해. 내가 나갔어야 했는데.” 6월 7일 공연되는 연극 ‘엄마를 부탁해’ 연습이 진행되고 있는 28일 서울 중구 남산창작센터 연습실. 한진섭 연출가가 앉아있는 테이블 위에 연두색 보자기에 싸인떡 상자가 다소곳이 놓여 있었다. 떡을 들고 온 이는 원작 소설 ‘엄마를 부탁해’를 쓴 작가 신경숙 씨. 이날 배우와 제작진을 응원하기 위해 찾아왔다. 》‘엄마…’에 이어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가 영어로 출판돼 신 씨는 6월 2일 미국 뉴욕으로 출국해 8월에 돌아온다. 그는 “공연장에서 연극을 보지 못하는 게 많이 서운해 연습이라도 보고 싶어서 왔다”고 했다. ‘엄마…’는 2010년 초연 이후 세 번째 공연. 어머니 역의 손숙 씨와 약사 역의 이동근 씨를 빼고 모두 새로 합류했다. 아버지 역은 전무송 씨, 장녀 역은 예지원 씨가 맡았다. 장독대가 올망졸망 자리 잡은 무대에서는 여자도 배워야 한다며 딸도 서울로 보내고, 살림에 지쳐 홍어 껍질을 벗기지 않고 제사상에 올리겠다고 선언하는 엄마와 가족들의 모습이 펼쳐졌다. 신 씨는 1시간 반가량 진행된 리허설을 뚫어질 듯 바라보다 간간이 미소를 지었다. 그는 “글로 표현된 내용이 세밀하게 재현돼 가슴 깊이 스며들어온다”고 말했다. 연습이 끝난 후 손숙 전무송 씨가 신 씨에게 대본을 들고 와 사인을 요청했다. 신 씨가 “아휴, 제가 어떻게 선생님들께 사인을 해드려요”라며 사양하자 손 씨는 “원작자에게 사인 받는 게 의미가 있죠”라며 웃었다. 신 씨는 ‘손숙 선생님 멋졌어요♡’ ‘전무송 선생님 아버지 역할 잘 봤습니다^^’라고 수줍게 사인했다. 다른 배우들도 대본을 들고 와 줄지어 사인을 받았다. 신 씨는 “손숙 선생님이 어머니로 나오신 연극은 다 봤는데, 이번 작품은 업히는 장면도 있고 움직임이 제일 많은 것 같다. 공연 내내 또렷한 목소리를 유지하시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에너지가 넘치신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손 씨는 웃으며 “작품이 워낙 유명해서 다들 상당한 부담을 갖고 연기하고 있다”고 답했다. 여기저기서 배우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 씨는 “아내에게 잘해 주지 못한 데 대해 깊은 회한을 가진 아버지의 마음을 활자로 표현되지 않은 부분까지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감정을 절제해서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 어머니도 생활인으로서의 모습이 많이 묘사됐다. 한진섭 연출가는 “참고 인내만 하는 엄마가 아니라 화나면 소리 지르고 농담도 하는, 한 인간으로서의 엄마를 그리고자 했다”고 말했다. 신 씨는 “원작자는 뒤에 있는 사람”이라며 “연극은 찬란한 순간이 모여 슬픔과 감동을 주고 마음을 치유해 준 뒤 사라진다. 그 소멸성을 끝까지 감내하는 배우들이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소설엔 4개의 목소리가 나오는데 연극은 배우들이 각자 목소리를 내면서 새롭게 탄생했다. 소설을 읽은 분들도 연극을 새롭게 느끼실 것 같다”고 말했다. 6월 7∼29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3만∼6만 원. 02-577-1987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큰 성공을 거둔 창작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연출가 왕용범과 주연배우 이건명(42) 한지상(32)이 나란히 한 작품으로 이동했다. 6월 25일 시작하는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다. 찰스 디킨스가 쓴 동명 소설을 뮤지컬로 만든 작품으로 방탕하게 살던 변호사 시드니 칼튼이 사랑에 눈뜨면서 한 여성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던진다는 내용이다. ‘두 도시…’는 세 번째 공연이지만 ‘프랑켄슈타인 트리오’의 가세로 어떤 작품이 나올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칼튼 역의 두 배우를 2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연습을 끝낸 직후였지만 이들은 피곤한 기색 없이 활기가 넘쳤다. ▽이건명(이하 이)=초연 때 본 후 꼭 하고 싶었어요. ‘프랑켄슈타인’이 격정적이었다면 ‘두 도시…’는 감성을 천천히 쌓으면서 나아갈 수 있죠. 음악적 힘도 좋고요. ▽한지상(이하 한)=‘두 도시…’는 남자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목숨까지 던지는 순애보예요. 칼튼의 ‘미친 짓’이 이해돼요. 프랑스혁명으로 모든 것이 요동치는 상황이라 내 사람을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이 더 커지지 않았을까요. ▽이=맞아요. 남자가 강해지고 싶은 이유는 자기 것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하잖아요. 지상이는 대사를 뱉는 것만으로도 청년의 기운이 느껴져요. 에너지가 넘치는 칼튼이죠. ▽한=건명 형은 순수해요. 형이 ‘내 인생이 이렇게 달콤했었나’라는 칼튼의 대사를 하는데 격동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순수한 남자에게서 풍기는 섹시함이 느껴지더라고요. ▽이=요즘 무대에 설 때마다 예전 생각이 많이 나요. 데뷔 19년 차인데 초창기에는 뮤지컬 배우라고 하면 ‘고생이 많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거든요. 한번은 친구가 제 손에 용돈을 쥐여주고는 후다닥 가버린 적도 있어요. 친구에게 ‘야, 이거 뭐야? 너 거기 안 서!’라고 소리를 지르면서도 다리는 전혀 움직이지 않는 거예요.(웃음) ▽한=저는 2005년 ‘그리스’에서 조정석 씨의 커버(해당 배우가 공연하지 못할 때 대신하는 배우)를 맡았어요. 어느 날 새벽 인터넷으로 스케줄 표를 보니 제 이름이 사라진 거예요. 연기를 못한다고 빼버린 거죠. 어머니에게 달려가 ‘제 이름이 없어졌어요!’라며 울먹였던 기억이 생생해요. 그 뒤 매일 공연장에 가서 모니터링하고 연습했어요. 제 이름 석 자가 없어지지 않게 해야겠다고 다짐했죠.(웃음) ▽이=할 줄 아는 게 연기, 노래, 춤뿐이라 다른 길을 생각도 하지 않았어요.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 잡듯 뮤지컬만 붙잡았어요. 지푸라기 잡던 그 손의 힘으로 버텨왔죠. 커튼콜 때 뜨거운 박수를 받으면 가슴이 터질 것처럼 행복해요. 요즘처럼 계속 행복하길 기원하고 있어요. ▽한=진심을 표현하는 것도 기술이더라고요. 진심을 적재적소에 어떻게 버무릴지 고민하고 있어요. 관객의 돈, 시간, 공연 보는 에너지를 아깝지 않게 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칼튼 역으로는 두 배우와 서범석이, 연인 마네뜨 역은 김아선 최현주가 출연한다. 6월 25일∼8월 3일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2만∼13만 원. 1577-3363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정치는 타인에 대한 공포심을 조작해 권력을 가집니다. 낯선 것에 공포가 아닌 편안함을 느끼고, 정치가 만든 공포에 대항하는 힘을 갖게 만드는 것이 축제의 목적입니다.” 빈 페스티벌 예술감독인 프리 라이젠(64·사진)은 공연축제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다. 벨기에 출신의 라이젠은 유럽 현대 공연예술계의 대모. 유럽 문화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에라스뮈스상의 올해 수상자로 선정됐다. 라이젠은 “승자만을 강요하는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하게 만들고 싶다”며 “이를 위해 사회를 비판적으로 분석해 비전을 도출하는 예술가를 발굴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이젠은 유럽뿐만 아니라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예술가를 초청해 다양한 시각을 조명하는 데도 주력해왔다. 그는 예술가도 작품을 관객과 공유하려 애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라이젠은 “지난 수십 년간 현대예술은 지적인 것에만 집중한 결과 너무 난해해져 지식인들의 전유물이 돼 버렸다”며 “머리와 이성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본능과 감성으로도 즐길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1951년 시작된 빈 페스티벌은 연극, 클래식 음악, 미술, 무용, 영화 등 다양한 장르의 40여 개 프로그램이 5, 6월 펼쳐지는 세계적 종합 예술 축제다. 페스티벌 기간에 빈을 찾는 관람객은 20여만 명에 이른다.빈=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붉은색 승복을 입은 현장법사가 길이 8m, 폭 4m의 하얀 종이 위에서 잠잔다. 목탄을 든 미술가는 종이에 거미를 그리기 시작한다.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거미줄을 내뿜는 거미를 스무 마리 그린 후 미술가는 갑자기 목탄으로 종이를 모두 새카맣게 덮어 버린다. 세계적 예술 축제인 빈 페스티벌에서 16일 공연된, 대만의 유명 영화감독이자 공연연출가인 차이밍량(蔡明亮·57)이 만든 ‘당나라의 승려’는 시간이 정지된 듯 고요한 가운데 현장법사가 인도로 불경을 구하러 간 과정을 명상하듯 묘사했다. 올해 빈 페스티벌은 속도, 물질, 권력을 추구하는 현대 사회를 비판하며 느림, 삶의 가치를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 많았다. 형식을 파괴하고 연극 음악 영상 무용 등 여러 장르를 융합하는 경향은 더 강해졌다. ‘당나라의 승려’는 차이밍량의 페르소나(예술적 분신)인 리캉성(李康生·46)이 현장법사 역을 맡아 기나긴 고행 과정을 여백이 많은 동양화처럼 펼쳐냈다. 물을 마시고, 사과 한 개를 먹고, 자라난 머리카락을 다듬은 후 천천히 걷고 또 걸었다. 차이밍량은 “쫓기듯 사는 삶 속에서 느림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프랑스 출신 현대연극의 거장 클로드 레지(91)가 일본 시즈오카 극단과 만든 ‘인테리어’는 20분간 벌어진 일을 70분 동안 늘려서 보여줬다. 한 여성의 죽음을 알려야 하는 마을 사람과 여성의 가정에서 평온하게 벌어지는 일을 현실과 다른 시간의 속도로 구현한 것. 배우들은 모래가 깔린 무대에서 슬로모션을 하듯 천천히 움직였다. 서 있다 앉는 데만 수십 초가 걸렸다. 유럽 창작그룹 ‘FC 베르흐만’이 여우에 대한 서양의 전설을 다룬 ‘판 덴 보스’에서는 바다, 절벽 등 무대에서 구현하기 힘든 장소에서 벌어진 일이 중간중간 영상으로 소개됐다. 실내악단이 음악을 연주하고 배우들은 때로 노래하고 춤추며 몽환적인 무대를 선사했다. 싱가포르 연출가인 호추니엔(38)의 ‘만 마리의 호랑이들’은 아시아 호랑이에 대한 전설을 전구와 구형 라디오, 축음기가 설치된 무대에서 풀어냈다. ‘당나라의 승려’와 ‘만 마리의 호랑이들’ 공동 제작에는 광주 아시아예술극장이 참여했다. 두 작품은 내년 하반기에 문을 여는 아시아예술극장의 개관작으로 국내에도 소개될 예정이다. 김성희 아시아예술극장 예술감독(48)은 “아시아 지역에서 공동 제작을 추진하고 다양한 동시대(컨템퍼러리) 공연을 소개해 아시아예술극장을 동시대 공연예술의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빈=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대형 창작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이 18일 막을 내렸다. 충무아트홀이 개관 10주년을 맞아 제작비 40억 원을 들여 만든 이 작품은 3월 11일부터 89회 공연되며 관객수 8만 명을 기록했다. 뮤지컬계에선 “영화로 치면 ‘1000만 관객’ 급 대박”이라는 평도 나온다. 창작 뮤지컬은 초연에 제작비만 회수해도 성공이라고 보는데 ‘프랑켄슈타인’은 수억 원의 수익까지 냈다. 중국, 일본 등으로 수출도 예정돼 있다. 이는 프랑켄슈타인이 삶과 죽음, 인간의 존재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동시에 빠른 이야기 전개와 화려한 무대 미술을 선보이며 재미도 놓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처럼 흥행과 완성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프랑켄슈타인의 성공 비결은 뭘까? 영리한 창작자와 실력파 배우들의 결합이 그 열쇠였다. ‘삼총사’ ‘잭 더 리퍼’ 등 라이선스 뮤지컬을 통해 경험을 쌓은 왕용범 연출가는 널리 알려진 소재를 재창작해 새로운 재미를 선사했다. 류정한 유준상 이건명 박은태 한지상은 탄탄한 기량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주목할 부분은 중구청 산하 공공극장인 충무아트홀이 개관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어 대형 창작 뮤지컬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국내에서는 뮤지컬 공연 기간이 대개 2∼3개월로 짧아 검증되지 않은 창작 뮤지컬에 민간 자본이 대규모로 투자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창작 뮤지컬은 막강한 티켓 파워를 가진 스타 배우를 기용하지 않는 한 대부분 중소규모 작품에 머물고 있다.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여건만 주어진다면 한국에서도 잘 만든 대형 창작 뮤지컬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이런 시도가 민간 자본에서도 나올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 가요가 불러일으킨 한류 열풍을 창작 뮤지컬이 가속화시킬 수 있다. 그 첫 테이프를 ‘프랑켄슈타인’이 끊었다. 뒤를 이을 후속 주자가 나와야 한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모차르트의 광기와 천재성, 괴팍함을 더 도드라지게 표현할 겁니다. 완전히 무너지고 미쳐볼 거예요. 내가 느낀 모차르트 그대로요.” 서울 용산구 한 카페에서 만난 임태경(41)에게서는 ‘새삼스런’ 흥분과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는 다음 달 14일 막을 올리는 뮤지컬 ‘모차르트!’의 주연을 맡았다. 2010년 초연 이후 네 번째 만나는 모차르트. 하지만 영국 출신 연출가인 에이드리언 오스먼드가 새로 맡아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요리’”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무대 디자인도 모두 다시 만들었다. ‘모차르트!’는 모차르트의 천재성보다는 인간으로서의 고뇌와 방황에 초점을 맞춰 록과 팝, 재즈 등 다양한 음악으로 풀어낸 뮤지컬. 모차르트 역엔 그와 박은태, 가수 박효신이 트리플 캐스팅됐다. “이번 공연에선 모차르트가 자신을 고용한 콜로레도 대주교와 대립하는 내용이 강화됐어요. 노래도 음정 가사 박자 모두 원곡에 충실하게 조금씩 바뀌었고요.” 그는 조금씩 바뀐 곡을 부르는 게 새롭게 노래를 배우는 것보다 열 배는 더 어렵다며 ‘엄살’을 부렸다. “이전의 노래가 자꾸 튀어나와요. 미치겠어요. 초연부터 함께 공연한 박은태 씨와 둘이서 이번에 처음 합류한 가수 박효신 씨를 부러워한다니까요.” 그는 인물 분석이 필요 없을 정도로 모차르트가 너무나 잘 이해된다고 했다. “제가 공학을 전공했는데, 모차르트의 음악은 수학적으로 매우 잘 표현돼 있어요. 분석하다 보면 정말 재미있어요. 방정식처럼 짜여져 여기에 2를 더하면 이런 느낌이겠구나 싶은 음악이 딱딱 나오죠.” 미성에 폭발적인 가창력을 지닌 그는 스스로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가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이 때문에 맡은 인물 자체가 되도록 스스로를 세뇌시킨다. “‘황태자 루돌프’를 할 때는 황태자처럼 행동했죠. 동료들에게 수시로 ‘밥차를 쏴서’ 밥값만 1700만 원을 썼다니까요(웃음). 요즘은 연습실 구석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요. 인사도 잘 안 하게 되고요. 처음 보는 사람들은 재수 없다고 생각할 거예요. 이미 저의 모차르트는 시작됐어요.” 수재들의 모임 멘사 가입이 가능한 아이큐를 지닌 그는 뭐든 분석한다. 운동을 할 때도 어떤 심박수에서 칼로리 소모가 극대화되는지, 근육을 키우는 데 효과적인지 파악했다. 카지노에서는 20달러로 7000달러를 딴 적도 있다. 확률을 파악한 덕분이다. 대학 때 부전공으로 성악에 법학까지 공부할 정도로 효율을 극대화하는 삶이 몸에 배어 있다. “중학교 때 백혈병을 앓았어요. 의사가 부모님에게 장례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대요. 의식이 돌아온 뒤 회복됐고 내가 왜 살아났을까 생각을 많이 했어요. 하루하루가 보너스 같았죠. 치열하게 몰입하는 건 당연했고요.” 하지만 사는 건 만만치 않았다. 2011년 목소리가 안 나왔다. 감기에 걸려도 노래가 가능했던 그였지만 말소리조차 안 나왔다. 이후 스페인 독일 미국을 다니며 발성 코치를 만나 치료하고 목을 다치지 않게 소리 내는 법을 배웠다. 목소리를 찾았지만 그는 인생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제 노래를 통해 사람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길 바라며 무대에 섰어요. 그런데 그건 오만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지속적인 행복은 다른 사람이 줄 수 있는 게 아니더군요. 어떤 길을 가야 할지 다시 찾아야 해요. 어디로 튈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하하.” 6월 14일∼8월 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3만∼13만 원, 02-6391-6333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어머니와 딸. 누구보다 가깝지만 때때로 서로를 구속한다. 어머니와 딸의 관계를 격정적이면서도 그로테스크하게 풀어낸 폴란드 연극이 국내 관객을 만난다. 16, 17일 서울 강남구 논현로 LG아트센터에서 국내 초연되는 연극 ‘아버지 나라의 여인들’은 홀로코스트의 참상을 겪은 뒤 딸에게 상처를 쏟아내는 유대계 폴란드인 어머니와 그 굴레에서 벗어나려는 딸의 이야기를 다뤘다 연극 강국인 폴란드의 대표적인 연출가 얀 클라타(41)가 자국 소설가 보제나 케프의 동명 작품을 연극으로 만들었다. 클라타는 최근 e메일 인터뷰에서 “자신의 아픔과 희생을 딸에게서 보상받으려는 어머니와 속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딸을 통해 국가와 개인,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의 갈등을 조명했다”고 말했다. 미리 공개한 작품 영상에서 검은 원피스에 빨간 하이힐을 신은 어머니와 딸은 탯줄처럼 머리카락이 연결된 채 반대 방향으로 달린다. 6명의 배우들은 고정된 배역을 맡는 대신 작품 도중 어머니 역 배우가 딸을 연기하기도 하고, 딸 역할의 배우가 어머니 역을 맡기도 한다. 어머니도 한때 딸이었음을, 딸도 결국 어머니가 된다는 것을 독특한 형식을 통해 표현했다. 배우들은 노래하듯 대사를 뱉어내고 대사를 하듯 노래를 부른다. 오페라, 가스펠 음악도 활용해 다양한 장르를 아우른다. 사회적 이슈를 파격적이면서도 도발적으로 풀어내는 클라타 특유의 감성을 맛볼 수 있다. 영화 ‘에일리언’ ‘반지의 제왕’ ‘툼 레이더’의 캐릭터와 대사도 등장한다. 어머니가 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퍼부어대면 딸은 “죽음의 늪을 조심하세요, 프로도 나리!”라며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대사를 외친다. 클라타는 “어머니가 쏟아내는 말을 자신에게 달려드는 괴물처럼 느낀 딸이 영화 속 환영들이 출몰하는 늪지대인 ‘죽음의 늪’에 빗대 현대의 언어로 되받아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국과 희생을 강조하는 민족주의에 저항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 클라타는 “당연히 그래야만 한다고 여기는 것들을 비판하고 싶었다. 세계적으로 팽배하고 있는 무의미한 애국주의에 대해 의심하고 국가를 위한 개인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3만∼7만 원. 02-2005-0114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코리아타임스 ▽편집국 △국차장 박윤배 △경제부장 겸 금융팀장(부국장) 조재현 △정치부장(부국장대우) 심재윤 △편집위원(부장) 김지수 △사회부장직대 나정주 △뉴미디어부장〃 김동형 △문화부장〃 도지혜 △경제부 산업팀장 김태규 △경제부 IT〃 김유철 △체육〃 김태종}

한동원 언론중재위원회 초대 사무총장(사진)이 3일 별세했다. 향년 81세. 고인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서울신문 편집국장대우, 한국언론연구원장,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등을 지냈다. 유족으로 부인 하귀선 씨와 아들 승윤(삼성엔지니어링 수석), 준열 씨(개인사업)가 있다. 빈소는 경기 고양시 일산백병원, 발인은 9일 오전 7시. 031-910-7444}

세월호의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의 계열사 대표를 맡고 있는 원로 탤런트 전양자(본명 김경숙·72·사진) 씨가 출연 중인 MBC 드라마에서 하차한다. MBC 일일드라마 ‘빛나는 로맨스’ 제작진은 7일 이 드라마에 출연 중인 전 씨가 사전 촬영한 녹화분이 방송될 예정인 16일 99회 차를 마지막으로 드라마에서 하차시키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녹화한 내용을 편집해 드라마 전개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전 씨 배역을 빼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전 씨는 유 전 회장 일가의 계열사로 알려진 국제영상과 노른자쇼핑, 금수원(경기 안성의 구원파 수련원)의 대표를 맡고 있다. 유 전 회장 일가의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은 출국 금지된 전 씨를 조만간 소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살아오면서 절정의 순간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 기다림과 절정의 의미를 그린 연극이 무대에 오른다.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 산울림소극장에서 8일부터 공연되는 2인극 ‘챙!’이다. 중견배우 손봉숙(58) 한명구 씨(54)가 호흡을 맞추는 이 신작은 이강백 씨가 극본을 쓰고 임영웅 심재찬 씨가 연출을 맡았다. ‘챙!’은 교향악단 심벌즈 연주자 함석진이 비행기 사고로 실종된지 1년 후 그의 아내와 교향악단 지휘자가 만나 함석진과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두 배우를 2일 산울림소극장에서 만났다. 》▽손봉숙=명구 씨와 같은 무대에 서는 게 두 번째네요. 첫 작품이 ‘동지섣달 꽃 본 듯이’(1991년)였으니까 그게 벌써 23년 전이군요! ▽한명구=‘동지섣달…’도 이강백 선생님이 쓰셨죠. 재미있는 인연이에요.(웃음) ‘챙!’은 대본을 받아들고는 순식간에 읽었어요. ▽손=저도 한 호흡에 읽었어요. 삶의 희로애락을 밝고 경쾌하게 풀어낸 작품이에요. 아내 이자림이 20대에 함석진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인생을 돌아보잖아요. 함석진은 순수하고 따뜻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한=미술을 전공했지만 재능이 없다는 걸 깨닫고 부모님의 유학 권유를 거부한 이자림은 현실적이고 현명해요. 부모님의 반대에도 함석진과의 결혼을 밀어붙이는 강단도 있고요. ▽손=동감이에요. 극중 명구 씨가 지휘하는 장면이 있잖아요. 그걸 보면서 명구 씨가 참 재주가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지휘는 어떻게 배웠어요? ▽한=동영상을 보고 독학했어요. 정명훈 씨가 라벨의 ‘볼레로’를 지휘하는 걸 보니 매우 부드럽고 화려하대요. 그러면서도 음악을 잘 이끌어내고요. 저는 음악에 맞춰 춤춘다는 생각으로 지휘해요.(웃음) ▽손=‘챙!’은 내용이 쉬우면서도 철학적이에요. ▽한=인생과 심벌즈 연주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죠. 심벌즈 연주자는 묵묵히 정확하게 박자를 세면서 심벌즈를 칠 순간을 기다리잖아요. ▽손=‘인생이란 오케스트라의 심벌즈 연주와 같다. 박자를 세면서 기다려라. 반드시 ‘챙’ 하고 울릴 순간이 온다’는 대사는 들을 때마다 찡해요. 명구 씨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절정이라고 여겨진 순간이 있었나요? ▽한=글쎄요. 마지막에 가야 절정을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죽을 때 ‘씨익’ 웃을 수 있으면 그게 절정이 아닐까요. 선배는요? ▽손=저는 절정을 기다려요. 기쁨도 슬픔도 지금까지 겪었던 것보다 더한 것이 올 수 있으니까요. ▽한=함석진의 시신은 결국 못 찾잖아요. 요즘 같은 상황에서 실종자 얘기를 하는 게 조심스러워요. 하지만 저는 ‘함석진 씨는 없는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가 보지 못할 뿐이다’는 대사가 가슴에 많이 와 닿아요. 심벌즈를 후임자에게 넘기는 건 함석진이 계속 이어진다는 걸 의미하잖아요. 죽음은 육신의 문제일 뿐 정신은 면면히 이어지는 거죠. ▽손=단 한 사람만 그 사람을 생각해도 그는 죽은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함께 보낸 시간, 공간에서 그 사람은 여전히 살아있다고 봐요. 명구 씨가 심벌즈를 치는 장면에서는 왜 그렇게 눈물이 쏟아지던지…. 작품을 하면서 스스로 치유되는 기분이 들었어요. 보시는 분들도 가슴속 아픔을 풀고 가면 좋겠어요. 8일∼6월 8일. 3만 원. 02-334-5915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보유자인 성우향 명창(본명 성판례·사진)이 1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79세. 동편제 대가인 고인은 춘향가로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가 됐으며 여성 명창으로는 드물게 굵고 우렁찬 소리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았다. 후진 양성에 힘써 판소리연구소를 운영하며 100명이 넘는 명창을 배출했다. 전주대사습놀이전국대회 판소리 장원을 했으며 KBS국악대상 판소리상과 대상을, 방일영국악상을 각각 수상했다. 옥관문화훈장을 받았다. 한국판소리보존회 이사장을 지냈다. 서울 강동경희대병원, 발인 3일 오전 5시 반, 02-440-8912}

지난해 동아연극상 작품상과 희곡상 연기상(남명렬) 3관왕에 오른 ‘알리바이 연대기’가 앙코르 공연에 들어갔다. 연출가 김재엽 씨(41)가 아버지와 가족의 실제 이야기를 희곡으로 쓰고 연출한 작품이다.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으로 17∼20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됐을 때 보조석까지 매진됐다. 현재 서울 용산구 청파로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 중으로, 벌써 다섯 회 차 공연이 매진된 상태다. ‘알리바이 연대기’는 개인의 삶을 통해 한국 현대사를 촘촘히 그려낸다. 시종일관 웃음과 따뜻함을 잃지 않으면서 찡한 울림을 준다. 연극의 화자는 김재엽 자신이다. 광복과 6·25전쟁, 5·16 격동의 현장에서 주동자가 아닌 관찰자로 살았던 아버지 김태용(남명렬)의 인생을 추적한다. 83학번인 형(이종무)과 92학번인 재엽(정원조)을 통해 1980, 90년대 학생운동의 단면도 담아낸다. 이야기는 100% 사실에 토대를 뒀다. 경북 구미가 고향인 아버지가 젊은 시절 동향 선배에 같은 포병장교 출신인 박정희(지춘성)와 마주친다. 아버지가 박정희의 선글라스를 껴보겠다며 장난치는 것도 실제 있었던 얘기라고 한다. 무대에 등장하는 아버지의 군대 시절 사진, 가족사진도 진짜다. 아버지는 애지중지 모은 책을 모교인 경북대에 기증했고, 경북대는 도서관에 아버지 이름을 딴 서가 ‘태용문고’를 만들었다. 무대는 이를 그대로 재현했다. 무대 위 아버지의 서재에 꽂힌 책(상당 부분은 사진이다)도 ‘태용문고’ 사진을 썼다. 김재엽 씨는 “개인사와 현대사를 함께 조망했는데 개인사를 허구로 만들면 이야기의 힘이 약해져 역사에 묻힐 것 같았다”고 말했다. 5월 11일까지. 1만∼3만 원. 02-745-4566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지킬 앤 하이드’(이하 ‘지킬’)와 ‘헤드윅’. 국내에서 폭발적인 사랑을 받으며 뮤지컬계에 이정표를 세운 작품이다. ‘지킬’(2004년 초연)은 올해로 만 10주년을 맞는다. ‘헤드윅’(2005년 초연)은 올해 10년 차에 접어든다. 대극장 공연인 ‘지킬’은 지금까지 900여 회 공연되며 누적 관객 90여만 명을 기록했다. 중소극장 공연인 ‘헤드윅’은 1400여 회 공연돼 누적 관객 40여만 명을 자랑한다. ‘헤드윅’은 다음 달 13일부터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백암아트홀에서 공연한다. ‘지킬’은 올해 11월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블루스퀘어 공연을 준비 중이다. 10년을 이어온 두 작품이 뮤지컬계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 스타 배우 시대 시작 “흥신소를 운영하다 노란 집으로 갑니다.” 올해 2월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마지막 공연에서 조승우가 남긴 암호 같은 인사말에 객석 여기저기서 “꺄악∼!” 하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SBS 드라마 ‘신의 선물’에서 흥신소를 운영하는 전직 형사 역을 맡은 후 노란색 건물인 백암아트홀에서 ‘헤드윅’을 공연한다는 의미였다. 조승우는 이에 대해 “헤드윅을 통해 많은 걸 느끼고 성장했다”며 “작품 속에서 보물 같은 감정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아마도 ‘헤드윅’은 이번이 마지막일 것 같다”고 설명했다. 두 작품 모두 초연 무대에 선 조승우는 ‘조드윅’ ‘조지킬’로 불리며 매진 신화를 만들었다. 뮤지컬 배우의 티켓 파워가 본격화한 기점이 됐다. 두 작품은 스타급 배우의 등용문이었다. 오만석 엄기준 조정석 김다현 송용진이 ‘헤드윅’을 통해 스타덤에 올랐다. 홍광호 김우형은 ‘지킬’을 통해 톱스타로 떠올랐다. 두 작품은 남자 배우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됐다. 김수현은 “‘헤드윅’ 무대에 서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김준수도 “‘헤드윅’과 ‘지킬’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엄기준은 e메일 아이디를 ‘jekyll666’으로 쓸 정도로 ‘지킬’을 고대했다.○ 회전문 관객-스릴러 확산 같은 공연을 반복해서 보는 ‘회전문’ 관객도 두 작품을 통해 생겨났다. ‘헤드윅’ 제작사인 쇼노트의 송한샘 이사는 “초연 때 ‘뒥(헤드윅) 다방’ 쿠폰을 만들어 10번 관람하면 무료 공연 쿠폰 1장을 제공했는데 14장을 모은 관객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상업성 논란을 불러왔지만 배우 4명을 주연으로 내세운 ‘쿼드러플 캐스팅’도 등장했다. ‘헤드윅’ 초연 당시 조승우 송용진 오만석 김다현을 발탁한 것. 박병성 더 뮤지컬 편집장은 “더블 캐스팅 정도만 있었던 당시 뮤지컬계에서 4명을 동시에 발탁하는 경우는 처음이었다”며 “이후 주연을 3명 이상 캐스팅하는 현상이 확산됐다”고 말했다. ‘헤드윅’에 최다(314회) 출연한 송용진은 “공연 내내 무대에 서는 데다 즉흥 연기가 많이 들어가, 배우에 따라 작품이 완전히 달라진다”며 “배우별 공연을 모두 보러 오는 관객이 많다”고 말했다. 두 작품은 뮤지컬 소재를 스릴러, 동성애로 확산시켰다. 이유리 청강문화산업대 교수는“‘지킬’의 성공 이후 ‘잭 더 리퍼’ ‘셜록홈즈’ ‘프랑켄슈타인’ 등 스릴러가 주요 장르로 자리 잡았고 동성애 코드가 등장하는 ‘쓰릴 미’ ‘마마 돈 크라이’ ‘풍월주’는 ‘헤드윅’의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헤드윅’은 5월 13일∼9월 28일, 5만∼6만9000원. 02-749-9037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결혼을 통해 현실 탈출을 꿈꾸는 여성은 늘 있었다. 1897년 경상도 보조개골에서 태어난 섭섭이도 그랬다. 아들이 아니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이름조차 갖지 못했다. 그에게 글을 가르쳐주고 보배라는 의미의 ‘진(珍)’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선생님을 통해 섭섭이는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뜬다. 하지만 그럴수록 현실은 더욱 숨 막힐 뿐이었다. 기회가 왔다.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하던 조선인 남성이 진이의 사진을 보고 신부로 맞기로 한 것. 그렇게 수많은 조선의 여성들이 ‘사진신부’가 돼 하와이로 갔다. 하지만 길에 금이 깔린 파라다이스는 없었다. 기다리고 있는 건 남편의 폭력뿐. 진이는 남편에게서 도망쳐 홀로서기를 감행한다. 집창촌에서 바느질을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삶의 길목마다 예상치 못한 고비가 이어지지만 진이는 묵묵히 헤쳐 간다. 미국인이 쓴 소설이지만, 조선의 풍속을 세밀하게 묘사해 읽는 재미를 준다. 하와이에서 벌어지는 인종 갈등과 소수민족이 처한 현실도 밀도 있게 짚어냈다. 인생의 폭풍우를 뚫고 조금씩 나아가는 진이의 모습이 담백한 문장을 통해 속도감 있게 그려진다. 100년이 지난 지금,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국으로 시집온 외국인 여성에게서 ‘사진신부’의 모습이 겹쳐진다. 그러기에 진이의 인생은 과거가 아닌 현재의 이야기로 다가온다. 한국에서 힘겹게 뿌리내리고 있는 수많은 진이에게 보내는 응원 같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예측하기 힘든 열정과 사랑의 속성을 깊이 이해한 작품이에요. 인간의 상상력이 가진 창의성과 위험도 동반하고 있죠.” 25∼27일 공연되는 셰익스피어 연극 ‘한여름 밤의 꿈’을 연출한 톰 모리스(50)는 이 작품의 매력을 이렇게 소개했다. 모리스는 ‘워 호스’ ‘제리 스프링어: 더 오페라’ 등으로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영국 연출가다. 모리스의 ‘한여름 밤…’은 2월 영국 런던을 시작으로 세계 투어를 하고 있으며 한국에서 마무리된다. 지난달 국내에 영상으로 선보였던 ‘워 호스’에 이어 ‘한여름 밤…’ 티켓도 일찌감치 매진됐다. 모리스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 ‘한여름 밤…’은 현실 세계와 요정 세계가 겹친 숲에서 연인들과 요정이 벌이는 소동을 그린 작품이다. 모리스는 이 작품에 인형을 등장시켜 더욱 몽환적인 세계를 그려냈다. ‘워 호스’에도 인형이 등장했다. 두 작품 모두 남아프리카공화국 극단 ‘핸드스프링 퍼펫 컴퍼니’와 함께 작업한다. “‘워 호스’는 1차 세계대전의 이면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려 했기 때문에 말과 거위를 실제 크기로 만들었어요. 반면 ‘한여름 밤…’은 요정의 숲에서 일어나는 소동이기 때문에 캐릭터의 상징성을 높이기 위해 디테일을 생략하고 실루엣만 남겨뒀어요.” 자신의 작품이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사람들이 인형에 매력을 느끼기 때문인 것 같아요. 무대에 등장한 사물을 ‘퍽’이라는 요정이라고 상상한다면 그건 이미 하나의 생명을 창조한 거예요. 인형이 가진 특별한 힘이죠. 잊고 있었던 어릴 적 순수함이 깨어납니다.” 그의 작품은 무대 장치가 간소하다. ‘워 호스’에서는 막대기 몇 개만으로 농장, 마시장 등 다양한 장소를 표현했다. ‘한여름 밤…’ 역시 커튼과 막대기로 만든 간단한 장치뿐이다. 그는 “빈 공간은 관객에게 상상의 여지를 선물한다”고 했다. 모리스의 작품은 모험적이며 창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에서 많은 영감을 얻는다고 말했다. ‘헨리 5세’에 나온 문장은 영감의 원천 가운데 하나다. ‘우리들의 미흡함은 여러분의 상상으로 채워주십시오. 한 사람의 배우가 등장하면 천군만마가 등장한 것으로 상상해주십시오. 우리가 말이라는 대사를 할 때, 그 말들이 자랑스럽게 말발굽을 대지에 찍으며 달려가는 모습을 상상해주십시오.’ 그는 요즘 월드컵에 관한 연극을 뮤지컬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뉴욕에서 오페라 ‘데스 오브 클링호퍼’의 재공연도 준비하고 있다. 좋은 연출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신의 상상력을 믿으세요. 자신의 아이디어가 천천히 발전해 나가는 걸 두려워하지 마세요. 아름다운 아이디어는 마치 크리스털처럼 천천히 세공되기 마련이거든요.” 그는 한국 관객에게 마음껏 상상하고 즐기라고 당부했다. 그러고는 그가 좋아하는 ‘한여름 밤…’ 대사를 소개했다. ‘강력한 상상력은 너무도 교묘한 마력을 지니고 있어서 어떤 즐거움을 맛보고 싶다고 생각하면 바로 그 즐거움을 가져다줄 어떤 실체를 생각해낸단 말이오.’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4만∼5만 원. 02-2280-4114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연극 ‘푸르른 날에’ 5·18 민주화항쟁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은 민호는 고문 후유증으로 정신이상을 겪다 결국 불가에 귀의한다. 세월이 흘러 딸 운화의 결혼 소식을 들은 민호는 끊을 수 없는 인연에 가슴 아파한다. 고선웅 연출. 김학선 정재은 정승길 이영석 호산 이명행 조윤미 출연. 26일∼6월 8일. 서울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2만 5000원. 02-577-1987■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6·25전쟁 중 국군대위 한영범은 부하 신석구와 함께 배로 인민군 포로를 이송하다 폭풍으로 무인도에 고립된다. 배를 수리할 수 있는 인민군 병사 순호가 악몽에 시달리자 영범은 순호를 달래기 위해 여신이야기를 들려주는데…. 박소영 연출. 진선규 최대훈 김종구 정문성 윤석현 이지숙 주민진 출연. 26일∼7월 27일.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5만∼7만 원. 1544-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