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혁신성장 전략회의’가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이 소득주도 성장과 함께 경제 정책의 한 축으로 제시했던 ‘혁신성장’의 구체화된 내용들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혁신성장 전략회의에는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이하 청와대 주요 참모진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주요 부처 장관들이 총출동할 예정이다. 회의에서는 각 부처가 혁신성장을 실현할 정책들을 발표하고, 문재인 정부의 첫 업무보고 때처럼 난상토론이 진행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10월 4차산업혁명위원회 발족식을 통해 혁신성장의 방향과 기조에 대해 밝힌 바 있다. 국내외 경제여건이 심상치 않은 가운데, 소득주도 성장론을 뒷받침할 수 있는 실질적 성장정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혁신성장의 큰 비전에 비해 구체성이 떨어지고 각 부처의 후속 대책들이 속도감 있게 제시되지 못했다. 당초 기재부 등 경제부처 중심으로 11월까지 7대 후속대책이 발표될 예정이었지만 22일 현재 2개밖에 발표되지 못했다. 정부는 혁신성장의 후속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와 차별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와 경제부처 간 신경전도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소기업, 벤처기업의 육성을 통한 혁신성장에 방점을 찍은 청와대와 대기업까지 살펴야 하는 기재부의 인식 차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직접 전략회의를 주재하는 것도 경제부처들의 미온적 대처에 대한 압박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장하성 실장과 김동연 부총리가 혁신성장의 기조를 두고 적지 않은 신경전을 펼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번 전략회의에서는 부처 간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는 각 부처 간 혁신성장 후속대책을 평가해 발표 기회를 차등 부여하는 등 경쟁을 유도할 방침이다. 또 혁신성장을 통한 각 부처의 일자리 창출 계획에 대한 평가도 진행될 예정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각 부처가 구상한 혁신성장의 구체적 내용들이 비교 평가되면서 후속 대책의 윤곽이 잡혀 나가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유근형 noel@donga.com / 세종=박희창 기자}

지난해 대기업 일자리가 1년 만에 9만 개 가깝게 사라진 것으로 나타나면서 고용한파 체감도가 극대화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스타트업 및 벤처기업의 일자리가 전통 제조업에서 줄어드는 일자리의 대안이 돼야 하지만,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규제 일변도의 정부 정책이 일자리 창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한 많은 분야에서 국제 경쟁력이 갈수록 약해지는 것도 일자리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 등 친(親)노동 정책에 앞서 기업이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제대로 된 투자 환경을 조성하는 게 일자리 창출의 지름길이라고 입을 모은다. ○ 조선업에서 큰 타격 2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사라진 대기업 일자리 9만 개 중 5만 개는 조선업이 포함된 기타·운송장비 분야에 속해 있었다. 지난해부터 가속화된 조선업 구조조정이 대기업 일자리 수에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실제로 국내 최대 조선사인 현대중공업은 2015년 직원이 2만7409명이었지만 지난해에는 2만3077명으로 감소했다. 현대중공업의 고용절벽은 현재진행형이다. 이 회사의 수주잔량은 254억 달러에 불과해 최고치이던 2014년(535억 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만큼 직원을 줄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다른 분야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본보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매출액 기준 상위 20개 대기업 중 지난해 일자리가 300개 이상 사라진 기업은 현대중공업을 포함해 삼성전자(3698개), 삼성물산(1831개), 삼성디스플레이(1206개), LG디스플레이(485개), 포스코(461개) 등 6곳이었다. 지난해보다 수출이 크게 증가하고 전반적인 경기가 개선된 올해에도 고용한파는 극복되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이 많이 포함돼 있는 300명 이상의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월별로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했을 때 1월에 4만6000명이 줄어든 데 이어 3월을 제외하곤 7월까지 매달 감소세를 보였다. 8월부터는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회복세는 미약하다.○ 대기업 일자리 환경 갈수록 악화 이처럼 양질의 일자리가 감소 추세에 있지만, 돌파구는 뚜렷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일부 정책이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정부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노동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정부는 공공기관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면서 민간기업의 동참을 촉구하고 있다.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6.4% 올리면서 인건비 부담도 커질 상황이다. 일자리 창출은커녕 외국투자 기업이 한국을 떠나려는 상황까지 나타나고 있다. 한국GM이 대표적이다. 한국GM 창원공장에서 노조가 사내하청 직원들의 총고용을 요구하는 가운데, GM 본사 측이 인건비 상승 등을 이유로 공장을 철수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고용상황에 대해 이달 초 “상품시장과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완화하는 구조개혁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람을 채용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덜어줘야 기업이 일자리 창출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제조업의 선두국가인 독일은 좋은 상황에서도 개혁의 고삐를 놓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게 제조업과 정보기술(IT) 융합을 골자로 하는 ‘인더스트리 4.0’ 전략이다. 이를 통해 생산과 연구개발(R&D) 거점을 마련해 국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2009년부터 ‘제조업 부흥을 위한 기틀’ ‘리더십 확보를 위한 첨단 제조업 구상’ 등 체계적인 계획안을 수립해 추진 중이다. 완전고용에 다가서고 있는 일본은 2013년 ‘산업경쟁력회의’를 설치해 경쟁력 확보에 힘쓰고 있다. 반면 한국은 기업 활력 정책보다는 대기업을 규제하는 정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국제 흐름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현재는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져 있어 기업들이 비용구조 변화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투자를 잘 하지 못하고, 이는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세종=김준일 jikim@donga.com·박희창 기자}

조선업 구조조정 등으로 지난해에만 대기업에서 일자리 9만 개 가까이가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매출액 상위 20개 기업에서만 1년 전보다 일자리가 8000개 넘게 감소했다. 구직자들이 선호하는 대표적인 양질의 일자리가 점점 줄어들면서 이들이 피부로 체감하는 구직난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2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일자리 행정통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대기업에서 새로 생겨난 일자리는 17만7000개에 그쳤고, 없어진 일자리는 26만2000개로 집계됐다. 지난해 전체 일자리가 21만8000개 늘어난 가운데 대기업에서는 오히려 8만5000개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일자리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구조조정이다. 제조업 일자리가 14만 개 줄어든 게 이를 보여준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작년에는 수출도 좋지 않았고, 구조조정도 가속화되면서 대기업 채용시장이 위축됐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자리 감소는 상위 기업에서 두드러진다. 본보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매출액 기준 상위 20개 기업의 직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이 기업들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전년보다 8573명 줄어들었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3%를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일자리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근로자 300명 이상 기업의 취업자 수는 올해 2분기(4∼6월)에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 감소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대형 조선 3사에서만 올 3분기 정규직 근로자 3000명이 회사를 떠났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직원 수를 늘린 삼성전자 등 일부 정보기술(IT) 회사를 제외하면 일자리 한파는 계속되고 있다. 세종=박희창 ramblas@donga.com·김준일 기자}
적폐청산을 내세우며 과거 국세청 세무조사를 점검한 ‘국세행정 개혁 태스크포스(TF)’가 2008년 진행됐던 태광실업 세무조사에 대해 조사권을 남용했다고 판단했다. 태광실업 세무조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로 이어졌고 이는 결국 노 전 대통령 서거의 단초가 됐다. TF는 국세청장에게 공소시효 등을 검토해 관련자에 대한 검찰 수사를 의뢰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밝혔다. 국세행정 개혁 TF는 20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과거 세무조사 중간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TF는 “국회와 언론 등에서 논란이 제기된 67건의 세무조사에 대해 올해 8월부터 점검을 실시했고 이 중 5건에서 일부 중대한 문제점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점검 대상은 1997년 이후 진행된 세무조사였다. TF가 지적한 5건은 태광실업 및 관련 기업 세무조사 2건, 연예인 김제동 씨 소속사 다음기획 세무조사(2009년) 1건, 최순실 씨 단골이었던 김영재의원의 중동 사업 진출에 부정적 의견을 낸 컨설팅업체 대원어드바이저리 관련 세무조사(2015년) 2건 등이다. 특히 ‘박연차 게이트’로 이어진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는 조사 선정 및 착수 단계에서부터 표적 조사가 의심된다고 봤다. 국세청은 동일 업종의 탈루 혐의를 분석한 후 태광실업과 정산개발 등 2곳만 교차 조사를 신청했다. TF는 “정산개발은 박연차 전 회장의 형 가족이 운영하는 기업으로 특정 일가에 대한 표적 세무조사라는 의심이 제기될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법에 중복 조사가 금지돼 있는데도 일부 관련 기업에 대해 중복 조사를 실시했고 조사가 끝나기도 전에 검찰에 고발한 점도 일반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TF가 조사권 남용 문제가 있다고 본 5건 모두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이뤄진 세무조사다. 이 때문에 이번 점검이 정치적으로 편향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명준 국세청 기획조정관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실시된 세무조사도 포함됐지만 문제가 있다고 나온 건 없다”고 밝혔다. “다만 일반적으로 문서 보존 기간이 최대 10년이기 때문에 그 이전 세무조사에 대해선 현재 남아 있는 전산 자료를 토대로 절차상 위법 등을 점검했다”고 덧붙였다.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연간 급여가 3000만 원 이하인 근로자 가운데 일용직 근로자의 세 부담이 상용직 근로자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비·교육비 공제 등 연말정산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일용직 근로자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보고서 ‘재정포럼 현안분석: 일용근로자 800만 시대, 과세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연 급여 2000만 원 초과∼3000만 원 이하인 일용직 근로자의 평균 소득세 부담액은 14만 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상용직 근로자가 낸 세금은 평균 12만5000원이었다. 일용직 근로자 수는 2015년 기준 800만 명에 달한다. 일용직이 세금 차별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상용직이 받는 인적공제나 의료비·교육비 공제 등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소득공제는 근로자가 지출한 비용을 일부 보전하는 성격을 갖고 있다. 지속적으로 일하는 상용직은 연 1회 합산해 공제하는 게 가능하지만 일용직처럼 매일 혹은 매주 급여가 지급되면 현행 제도 아래에선 연말정산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용직 세금 산출 시 기준이 되는 일급(日給)은 매년 늘고 있지만 소득공제액은 2008년 개정 이후 10년째 변하지 않은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 때문에 1000만 원 이하의 일용직 근로자는 평균 6500원을 원천징수로 납부하지만 상용직은 세금을 내지 않는다. 1000만 원 초과∼2000만 원 이하의 경우에도 일용직은 4만8000원을 원천징수액으로 냈다. 하지만 상용직은 그보다 3만1500원 적은 1만6500원을 소득세로 부담하는 데 그쳤다. 총급여 3000만∼5000만 원에선 상용직이 더 많은 세금을 내고 있지만 2015년 일용직의 세 부담은 상용직의 59%로 2012년(41%)보다 18%포인트 상승했다. 김재진 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용직에 대한 소득공제나 세액공제의 범위를 확대하고 세율을 인하하거나 상용직과 같이 여러 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항목을 신설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이낙연 국무총리는 19일 “늦어도 설 대목에는 농축수산인들이 실감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며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에 대한 개정 의지를 밝혔다. 이 총리는 이날 서울 서초구 양재하나로클럽을 방문해 “정부는 농축수산물 예외 적용에 관한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을 논의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국민권익위원회는 16일 식사비와 선물 금액 상한을 올리는 내용이 담긴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해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 보고했다. 개정안에는 식사비 상한액을 3만 원에서 5만 원으로 인상하고 선물은 쌀 쇠고기 과일 등 1차 농축수산물에 한해 5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안 등이 담겼다. 이에 따라 정부가 내놓을 최종 개정안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동안 정부에서는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시행령의 ‘3·5·10’(식사 접대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 제한) 규정 개정을 적극적으로 요구해왔다. 이 총리도 ‘수정 필요성’을 여러 차례 제기한 바 있다. 권익위의 개정안에 대해 농식품부 장관과 해수부 장관은 “10만 원 상향으로는 부족하다”고 밝혔고 이 총리는 검토가 더 필요하다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농산물 수확기를 맞아 농산물 가격과 수급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하나로클럽을 찾은 이 총리는 “농산물 가격은 생산량 변동에 따라 끊임없이 등락해 농민들에게는 가격 안정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관계기관은 수급과 가격 안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해 달라”고 강조했다.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연간 급여가 3000만 원 이하인 근로자 가운데 일용직 근로자의 세 부담이 상용직 근로자보다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19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보고서 ‘재정포럼 현안분석: 일용근로자 800만 시대, 과세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연 급여 2000만 원 초과~3000만 원 이하인 일용직 근로자의 평균 소득세 부담액은 14만 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상용직 근로자가 낸 세금은 평균 12만5000원이었다. 일용직 근로자는 고용 기간이 3개월 미만으로 새벽 인력시장에서 하루 단위로 채용되는 건설업 종사자가 대표적이다. 일용직 근로자 수는 2015년 기준 800만 명에 달한다. 일용직 근로자는 벌이가 적고 채용 안정성도 낮지만 세금은 오히려 더 많았다. 1000만 원 이하의 일용직 근로자는 평균 6500원을 원천징수로 납부하지만 상용직은 세금을 내지 않는다. 1000만 원 초과~2000만 원 이하의 경우에도 일용직은 4만8000원을 원천징수액으로 냈다. 하지만 상용직은 그보다 3만1500원 적은 1만6500원을 소득세로 부담하는 데 그쳤다. 총급여 3000만~5000만 원에선 상용직이 더 많은 세금을 내고 있지만 2015년 일용직의 세 부담은 상용직의 59%로 2012년(41%)보다 18%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일용직이 내는 세금을 산출할 때 근거가 되는 일급(日給)은 매년 늘고 있지만 소득공제액은 2008년 개정 이후 10년째 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용직에 대해선 하루 일당에 상관없이 무조건 10만 원을 일급에서 공제한 뒤 세율을 적용한다. 이로 인해 일급이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법 개정이 없으면 일용직의 소득세 부담은 매년 증가할 수밖에 없다. 또 일용직은 상용직처럼 인적공제, 의료비·교육비 공제 등도 받을 수 없다. 김재진 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용직에 대한 소득공제나 세액공제의 범위를 확대하고 세율을 인하하거나 상용직과 같이 여러 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항목을 신설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희창 기자ramblas@donga.com}
정부가 경북 포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절차에 착수하고 지진으로 피해를 본 이들에겐 세금 납부기한을 최장 9개월 뒤로 미뤄주기로 했다. 시중은행 등 금융권은 특별 대출을 지원하고 이자를 깎아준다. 16일 국세청은 “포항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납세자에게 종합소득세, 부가가치세, 법인세 신고 및 납부 기한을 9개월까지 연장해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업용 자산 등을 20% 이상 손해봤다면 소득세 또는 법인세 세액을 일부 깎아준다. 신한 KB국민 우리 IBK기업은행 등 시중은행은 지진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에 기업 1곳당 최대 3억 원을 대출해주고 일부 은행은 최대 1%포인트의 금리를 깎아준다. 피해를 입은 개인에게는 최대 3000만 원 한도 내에서 긴급자금을 빌려준다. 보험사들은 지진 피해에 대한 보험금을 신속히 지급하고 보험료 납입을 일부 유예해주기로 했다. 16일로 예정됐던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보기 위해 외출, 외박, 휴가 등을 나간 군 장병들에게는 장병들이 휴가 일수를 손해보지 않도록 연가를 최대 4일의 공가(公暇)로 변경하고 휴가 기간 추가 연장 등도 보장한다. 대한항공, 진에어 등 국내 8개 항공사는 수능 수험생 및 가족이 수험표 사본 및 가족관계 증빙 서류를 제출하면 항공권 취소 및 환불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했다. 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 편집국 종합}

한국 경제가 반도체 슈퍼사이클(초장기 호황)을 등에 업고 수출 호조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단일 제품 의존도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어났고 약점으로 지적돼 온 중국 시장 의존도 개선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수출의 온기가 좀처럼 내수로 퍼지지 않으면서 ‘취업 빙하기’가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5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1∼9월 누적 수출 금액이 4301억9000만 달러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5% 증가한 수치. 1∼3분기 누적 금액 기준으로 종전 최고 기록인 2014년의 4250억 달러를 넘어선 역대 최대다. 이에 따라 2014년 이후 3년 만에 수출과 수입을 합친 교역액 1조 달러 복귀가 유력해졌다. 산업부에 따르면 올해 1∼10월 수출(4752억 달러)과 수입(3926억 달러) 금액을 합친 교역액 잠정치는 8678억 달러. 산업부는 올해 교역 규모 예상치를 1조300억 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의 수출 강세는 사실상 반도체가 주도했다. 반도체 수출 금액은 지난해보다 53.9% 늘어난 692억2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2∼4위 품목군인 일반기계(362억 달러), 선박(355억 달러), 석유화학제품(336억 달러)과 차이가 크게 난다. 반도체가 전체 수출 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6.1%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반도체 의존은 주식시장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15일 종가 기준 삼성전자(357조2155억 원)와 SK하이닉스(59조6962억 원), 삼성전자 우선주(40조1148억 원) 등 3개 종목이 유가증권시장 전체 시가총액(1634조9630억 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28%에 이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38조5000억 원과 9조3000억 원을 기록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525개사(금융업 제외)의 전체 누적 영업이익의 32.0%, 7.7%에 이르는 규모다. 반도체에 의존한 수출은 내수 회복에 한계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반도체 산업은 국내 고용과 부가가치 창출에 미치는 효과가 가장 작다. 수출은 살아나는데 내수가 침체되는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취업자 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7만9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체 취업자 증가 폭이 한 달 만에 다시 20만 명대로 떨어진 것이다. 청년층(15∼29세)의 고용 한파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청년층 실업률은 8.6%로 10월 기준으로 1999년 이후 가장 높았다. 체감실업률은 1년 전보다 0.6%포인트 오른 21.7%로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한국 수출의 중국 의존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중국은 한국을 상대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을 진행해 한국 기업이 큰 피해를 봤다. 그럼에도 올해 1∼9월 전체 수출 금액의 23.6%가 중국 시장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아세안 지역(16.5%) 및 미국(12.1%)보다 크게 앞선 수치다. 이에 대해 산업부 측은 “중국 의존도가 가장 높았던 2013년(26.1%)보다는 줄어들고 있어 개선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이건혁 gun@donga.com·박희창 / 박성민 기자}

회사원 유도영 씨(34)는 올해 추석 연휴에 가족과 스페인으로 여행을 가려 했다가 숙박비 250만 원만 고스란히 날리고 여행을 가지 못했다. 회사에서 갑자기 7월부터 4개월간 미국 파견근무를 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4월에 숙소를 예약했던 유 씨는 한 달 뒤 예약을 취소했지만 호텔예약 사이트 측은 약관 조항을 들며 환불을 거부했다. 유 씨는 “여행을 4개월이나 남겨둔 때였는데도 업체는 환불불가 상품이라는 말만 하고 한 푼도 돌려주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아고다, 부킹닷컴, 호텔스닷컴, 익스피디아 등 해외 호텔예약 사이트 사업자 4곳에 약관의 환불불가 조항을 시정할 것을 권고했다고 14일 밝혔다. 배현정 공정위 약관심사과장은 “숙박 예정일까지 상당한 기간이 남아 있는 경우 고객이 예약을 취소하더라도 해당 객실이 재판매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업체 손해는 거의 없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현재 이들 사이트에선 예약 취소 시점에 상관없이 환불이 일절 불가능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공정위는 판매 상품 중 절반가량이 환불불가 상품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배 과장은 “호텔스닷컴과 익스피디아와는 현재 시정안을 협의 중이지만 나머지 업체 두 곳은 아직 연락이 없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환불 방법은 업체가 자율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시정권고 조치가 내려진 뒤 회사가 60일 이내에 약관을 고치지 않으면 공정위는 시정명령을 내린다. 또다시 60일의 시간이 주어지고 이에도 응하지 않으면 검찰에 고발한다. 법에는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공정위는 올해 9월 불공정 약관에 대한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은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를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공정위가 이번에 함께 적발한 7개 유형의 불공정 약관 조항에 대해선 업체들이 지적 사항을 반영해 늦어도 12월 1일까지 시정하기로 했다. 특히 아고다의 경우 앞으로 업체의 잘못이 있으면 일정 금액이 넘어도 배상책임을 지며 손해배상청구 기간도 법률에 따르도록 바뀐다. 현재는 업체가 250달러까지만 손해배상책임을 지고, 고객의 손해배상청구가 늦어지면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부킹닷컴과 호텔스닷컴은 사이트에 올라온 부정확한 정보에 대해서 지금까지 그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았다. 업체들은 이 약관을 ‘관련 법령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로 수정한다. 또 호텔스닷컴은 최저가 보장 제도와 관련해 최저가를 비교하는 시간과 대상을 업체가 임의로 변경할 수 있었던 것을 예약 체결 시점으로 바꾼다.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김영문 관세청장(52)은 “앞으로 국내 기업이 무역 거래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자금을 해외에 은닉하는 행위에 대해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여행자 휴대품 면세한도(현행 600달러) 상향 조정에 대해서는 난색을 보이며 “어떤 식으로든 면세한도 준수 여부에 대한 검사를 강화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청장은 3일 정부대전청사 집무실에서 동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언급했다. 관세청은 지난 정부의 면세점 인허가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감사원 지적을 받고 2대 청장이 물러난 1978년 이후 39년 만에 검사 출신 수장을 맞이했다. 울산 출신인 김 청장은 서울중앙지검과 대구지검에서 부장검사를 역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던 2005년에 사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며 문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특정 업체에 면세점 허가를 내주는 방식의 현행 제도를 등록제 등으로 바꾸자는 주장이 나오는데….“어떤 방식도 다 좋다. 관세청이 면세점 운영과 관련된 모든 권한을 내려놓고 아무런 관여도 하지 않겠다는 게 내 생각이다. 관세법이 정해 놓은 고유 권한하에서 단순히 관리만 할 생각이다. 12월 롯데면세점 코엑스점 후속 사업자 선정을 할 때도 모두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모든 것을 결정할 것이다.” ―면세점 인허가 문제가 왜 이렇게 불거졌을까. “사실 면세점 관리는 관세청 전체 행정 중에서 지극히 일부분에 불과한 작은 일이었다. 중국인 관광객이 늘고 이들이 한국 면세점 물품에 신뢰를 보내면서 면세점 시장이 ‘대박’이 터졌다. 그런데도 관세청이 관행적으로 대처하다 보니 국민이 불신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5년에 한 번씩 면허를 거둬들이는 현행 제도가 옳을까. “일장일단이 있다고 생각한다. 법 취지 자체는 괜찮았다. 행정에는 정답이 없다. 면세점 사업을 키운 업계 입장에선 현행 제도가 억울할 수 있는데 결국 대립되는 가치들 사이에서 기준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의 문제라고 본다.” ―현행 600달러인 면세한도가 너무 적다는 의견이 있다.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다고 1000달러로 높이려고 법을 고친다고 나서면 국회에서 다 반대할 것이다. 또 해외여행의 기회가 많을수록 더 많은 면세 혜택을 누리게 돼 사실상 ‘역진세’의 성격을 띠어 반대하는 여론도 크다. 완화하거나 폐지하기 어려운 법이라면 우리가 할 일은 어떻게든 법을 준수하도록 하는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세관 검사를 강화할 계획이다.” ―국제거래 조사팀을 확대한 이유는…. “국내에서 이뤄지는 거래가 투명해지면서 나라 안에서 비자금을 만드는 게 어려워졌다. 이제는 외국 거래에서 비자금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 상대 기업과 짜고 100원짜리를 500원에 샀다고 해 400원을 챙기는 식이다. 이를 집중 단속하기 위해 인력을 확충했다. 특히 방위산업 관련 비리를 들여다보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한국의 마약 청정국 지위가 흔들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일부 주의 마리화나 합법화가 한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부유층 자제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관세청은 심하다 심을 정도로 강력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다.” ―아직도 내년 울산시장 후보라는 말이 나오는데…. “지금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이름만 얻고 바로 자리를 옮기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재 있는 곳에서 내가 하고 싶었던 행정이 똑바로 되어 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대전=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글로벌 컨설팅회사 매킨지는 2013년에 한국 경제를 ‘서서히 뜨거워지는 냄비 속 개구리’로 평가했다. 다가오는 주변 환경 변화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경제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뜻에서 이런 비유를 했다. 4년 전에 나온 이 평가에 대학교수와 연구원, 대기업 간부 등 경제 전문가 대다수가 여전히 공감한다고 한 데에는 정부와 기업 모두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기술과 환경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저출산, 고령화도 경제 성장을 제약할 것으로 전망된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더욱 적극적인 규제 개혁이 해법이지만 정치권과 경제계 모두 규제 개혁에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냄비 탈출 남은 시간 5년” 3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규제연구센터가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0.4%는 ‘뜨거운 냄비’를 탈출할 수 있는 남은 시간을 5년 이내로 평가했다. 1년에서 3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답한 비율이 63.34%로 절반을 넘었고, 4∼5년이라고 답한 경우는 27.15%였다. “이미 골든타임이 지났다”고 평가한 경우도 전체의 5.56%로 세 번째로 많았다. 김준경 KDI 원장은 “반도체 등 일부 산업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활력이 저하됐다. 어려운 경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올해 한국 경제의 주요 지표는 긍정적이다. 9월 생산, 소비, 설비투자 등은 모두 한 달 전보다 늘어나는 ‘트리플 성장’을 보였고, 10월 수출액도 12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는 반도체 호황에 따른 착시 현상이다. 올해 3분기(7∼9월) 경제성장률 1.4%의 ‘깜짝 성장’에서 순수출의 기여도는 60%를 넘는데,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반도체다. 10월 반도체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38억9100만 달러 증가했는데 이는 10월 전체 수출 증가분인 30억 달러보다도 많다. 반도체가 부진하면 한국 경제 전체가 휘청한다는 뜻이다.○ 20년 전 산업구조 지금도 ‘그대로’ 20년째 변함없는 수출, 제조, 대기업 위주의 정책도 위기 요인으로 꼽힌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는 “미국에선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같은 회사가 쏟아져 나오는 동안 한국에선 새롭게 성장한 기업이 몇 개 되지 않는다. 삼성 등 기존 기업들이 잘하니까 경제가 좋은 것처럼 보이지만 역동성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경제학)는 “1997년 한국 경제를 이끌던 산업이 반도체, 자동차 등이었는데 지금도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갈수록 심해지는 저출산, 고령화는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이다. LG경제연구원은 올해 3월 “10년 내에 노동력 부족 현상이 성장을 제약하는 주요인이 될 것”이라며 “현재 65만 명 수준의 유휴 인력을 모두 투입할 수 있다고 해도 다가올 청년 인력 감소를 감당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전망했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은 “저출산으로 수년 내 한국의 성장률이 0%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 속에 중국이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한국을 밀어내고 있다”고 했다.세종=박희창 ramblas@donga.com·박재명 / 한우신 기자}

법정 근로시간을 주당 40시간으로 단축한 ‘주5일 근무제’가 2004년 도입된 이후 국내 제조업체의 노동생산성이 연평균 1% 넘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1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근로시간 단축이 노동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노동시간이 줄어들면서 근로자 10인 이상 제조업체(1만1692개)의 노동생산성은 연평균 1.5% 증가했다. 20인 이상 기업체로 분석 대상을 한정하면 노동생산성 증가 폭은 1.9%로 확대됐다. 영세업체보단 일정 규모 이상의 업체에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효과가 더 컸다. 노동생산성 증대 효과는 과거 근로시간이 길었던 업체일수록 두드러졌다. 주당 40시간 이상 일했던 음식료품, 가죽·가방·신발, 석유제품 등의 기업체는 노동생산성이 연평균 2.1% 증가했다. 근로시간 40시간 미만 기업체에서는 0.4% 늘어났다. 박우람 KDI 연구위원은 “근로시간 단축 이전에 장시간 근로로 인한 비효율이 존재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근로시간이 단축되더라도 노동생산성이 높아지면서 총생산량이 오히려 더 증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현재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줄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재 근로기준법이 규정한 주당 근로시간은 40시간이지만 연장근로 등을 포함해 실질적으로는 최대 68시간까지 가능하다. 보고서는 “근로시간 및 연장근로 임금 할증에 대한 법적 불명확성을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투입(근로시간)보다는 산출(생산량)에 따라 보상해 짧고 효율적으로 일하는 것이 유리하도록 임금 체계를 개편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은 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경제’라는 단어를 39번 언급하고, 그중에서도 ‘사람중심 경제’라는 말을 8차례나 반복하면서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새 정부가 표방하는 사람중심 경제는 결코 수사(修辭)가 아니다. 우리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이 바로 변화의 적기라고 믿는다”며 임기 초 한국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예산 증액의 핵심은 사람중심 경제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강조해 온 사람중심 경제는 △일자리 늘리기 △가계소득 증대 △혁신성장 등 세 가지로 요약된다. 문 대통령은 연설 도입부에 1997년 외환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았던 일을 거론했다. 문 대통령은 “정확히 20년 전의 외환위기는 불쑥 날아든 해고 통지였고 가장의 실직이었으며 구조조정과 실업의 공포”라고 말했다. 이어 “그 후유증으로 저성장과 실업이 구조화되고 국민의 삶이 무너졌다”고 언급했다. 나랏돈을 투입해 일자리를 확충하고 가계소득을 늘려주는 정책이 외환위기 이후 시작된 무한 경쟁 사회의 해법이라는 의미다. 정부는 일자리 늘리기에 예산을 크게 투입했다. 내년에 19조2000억 원을 일자리 확충에 배정하면서 올해(17조1000억 원)보다 12.3% 늘렸다. 정부는 이 돈으로 공무원 3만 명, 사회서비스 일자리 1만2000명 등 정부 일자리를 늘린다. 군 부사관(4000명), 경찰(3500명), 근로감독관 등 생활 밀접 분야 공무원(6800명) 등을 뽑고 어린이집 보육교사와 노인 요양인도 각각 7000명, 5000명 늘린다. 가계소득 증대는 예산을 풀어 국민의 주머니를 채워주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5세 이하 어린이에게 월 10만 원씩 주는 아동수당(1조1000억 원), 65세 이상 노인에게 월 25만 원씩 주는 기초연금(9조8000억 원) 등이 대표적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시간당 7530원)이 16.4% 늘어나면서 정부가 소상공인에게 보조로 지원해 주는 3조 원 역시 가계소득 증대 예산으로 분류된다. 문 대통령은 “내년 예산안에 대한 국회의 협조를 부탁하고자 이 자리에 섰다”며 이들 예산의 삭감 없는 원안 통과를 당부했다. ○ 국회의 여야 ‘격전’ 예고 문 대통령은 “경제가 성장해도 가계소득이 줄어들고 경제적 불평등이 커지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 양극화를 개선해야 국민의 삶과 국가에 미래가 있다”고 말했다. 또 “재벌 대기업 중심 경제는 놀라운 경제 발전을 가능하게 했지만 더 이상 우리의 미래를 보장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3당은 일제히 “공무원 늘리기는 일자리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예산을 책정해 최저임금 3조 원을 보전하는 문제도 “시장경제 국가에서 예를 찾아볼 수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국회는 이날 대통령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종합정책질의(6, 7일)와 부별심사(8∼13일)를 거쳐 다음 달 2일 예산안을 본회의에서 의결할 예정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사람중심 경제는 인적 자원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방향 자체는 나쁘지 않다”며 “다만 그 투자가 ‘퍼주기’에 그치지 않고 경기 진작과 성장동력 확보 등 실제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박희창 기자}
법정 근로시간을 주당 40시간으로 단축한 ‘주5일 근무제’가 2004년 첫 도입된 이후 국내 제조업체의 노동생산성이 12년 사이 1% 넘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1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근로시간 단축이 노동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노동시간이 줄어들면서 10인 이상 제조업체(1만1692개)의 노동생산성은 1.5% 증가했다. 노동생산성이란 일정 시간 투입된 노동량과 그 성과(생산량)의 비율을 가리킨다. 노동시간이 적거나 성과가 클 때 노동생산성이 증가한다. 20인 이상 기업체로 분석 대상을 한정하면 노동생산성 증가 폭은 1.9%로 확대됐다. 영세업체보단 일정 규모 이상의 업체에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효과가 더 컸다. 노동생산성 증대 효과는 과거 근로시간이 길었던 업체일수록 두드러졌다. 주당 40시간 이상 일했던 음식료품, 가죽·가방·신발, 석유제품 등의 기업체는 노동생산성이 2.1% 증가했다. 근로시간 40시간 미만 기업체에서는 0.4% 늘어났다. 박우람 KDI 연구위원은 “근로시간 단축 이전에 장시간 근로로 인한 비효율이 존재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노동생산성이 높아지면서 총생산량이 오히려 더 증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현재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줄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재 근로기준법이 규정한 주당 근로시간은 40시간이지만 연장근로 등을 포함해 실질적으로는 최대 68시간까지 가능하다. 보고서는 “근로시간 및 연장근로 임금 할증에 대한 법적 불명확성을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투입(근로시간)보단 산출(생산량)에 따라 보상해 짧고 효율적으로 일하는 것이 유리하도록 임금 체계를 개편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9월 국내 소비, 설비투자와 생산이 일제히 한 달 전보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3대 지표가 동시에 늘어난 ‘트리플 성장’은 지난해 6월 이후 15개월 만이다. 국내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6년 만에 다시 5%대로 상승했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민간 소비를 뜻하는 소매판매는 8월보다 3.1% 늘었다. 올해 2월(3.2%) 이후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소매판매액지수도 125.5로 1995년 통계를 작성한 이후 가장 높았다. 소비가 늘어난 데는 10월 초 추석 연휴와 신규 스마트폰 출시가 큰 영향을 미쳤다. 어운선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출시, 선택약정 할인 상향 등으로 통신기기 판매가 전달보다 17.8% 늘었고, 추석을 앞두고 명절 선물 등을 구입하면서 음식료품 판매도 7.9% 증가했다”고 말했다. 두 달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던 설비투자는 주요 반도체 업체가 추가 증설에 나서며 한 달 전보다 5.5% 증가했다. 8월에 마이너스였던 전체 산업생산은 수출 호조 등에 힘입어 0.9% 늘며 플러스로 돌아섰다. 특히 9월 자동차 수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57.6% 늘어 생산 증가세를 견인했다. 정부는 이런 성장 지표를 근거로 올해 경제성장률이 목표치인 연 3%를 무난하게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0월 1∼20일 수출액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6.9% 증가했고 추석 연휴 기간 국내 소비도 예상보다 좋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국내 기업의 수익성은 한 해 전보다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2016년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전국 61만5316개 기업(금융사 제외)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5.5%로 집계됐다. 영업이익률은 2011년부터 계속 4%대에 머물렀다. 2010년 이후 매년 하락했던 매출액 증가율도 2.6%를 보이며 처음으로 반등했다. 다만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기업 비중은 30.5%였다. 빚이 있는 기업의 3분의 1가량은 여전히 수익으로 이자를 갚지 못할 정도로 부실하다는 의미다.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중소기업에 세금을 깎아주고 있지만 정작 이를 활용해 실제로 지원을 받은 곳은 납세 기업의 0.1%에도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기획재정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세액공제를 받은 중소기업은 150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법인세를 납부한 중소기업(28만8479곳)의 0.05%다. 시행 첫해인 2014년 17개 기업이 받은 것과 비교하면 늘었지만 여전히 0.1%도 안 되는 셈이다. 현재 중소기업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근로자 1명당 700만 원을 법인세에서 깎아준다. 중소기업의 임금 인상을 독려하기 위해 만든 근로소득 증대세제도 참여율이 저조한 건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근로소득 증대세제로 세액공제를 받은 중소기업은 132곳으로 전체의 0.046%에 불과했다. 중견기업과 대기업을 포함해도 세액공제를 받겠다고 신청한 기업은 전체 33만9184곳 가운데 262곳으로 0.08%였다. 김 의원은 “중소기업의 경영 상태가 좋지 않았던 데다 기업들이 구체적인 지원 내용을 잘 몰라 혜택을 받은 기업이 극히 드물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관련 제도의 혜택을 확대하는 세법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는 만큼 이를 조속히 통과시키고 쉽게 세액공제를 신청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올해 세법개정안에는 중소기업이 직전 3년간 평균 임금 증가율을 초과해 임금을 올려주면 임금 증가분의 10%를 법인세에서 빼주던 근로소득 증대세제를 20%로 확대하는 방안 등이 담겨 있다.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정부가 2022년까지 공무원 17만4000명을 늘리겠다고 한 가운데 공무원이 퇴직할 때까지 받는 누적 소득이 민간 기업에 근무하는 경우보다 최대 7억5923만 원 많다는 분석이 나왔다. 29일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공무원 시험이 퇴직 전 누계 소득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7, 9급 및 정부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공무원으로 정년을 마치면 일반 민간기업에 입사해 정년퇴직할 때보다 누계 소득이 최대 7억5923만 원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가 포기하고 민간기업으로 간 경우에는 기회비용으로 인해 소득 차가 7억8058억 원으로 더 벌어졌다. 보고서는 누적 소득의 이런 민관(民官) 격차는 공무원의 안정적인 정년 보장, 기업보다 높은 임금인상률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처우 개선 등을 포함한 공무원의 평균 임금 인상률은 7%대 수준으로 근로자 1000명 이상인 대기업(6.2%)보다 높다. 평균 퇴직 연령도 공무원은 56∼59세인 반면 대기업은 52세다. 민간기업 중 대기업에 취업했을 때만 공무원으로 정년퇴직할 때보다 소득이 더 많았다. 대기업의 경우 누계 소득은 공무원보다 6875만 원 더 많았다. 그러나 근로자 300명 이상∼ 1000명 미만인 중견기업에 근무하면 공무원보다 최대 4억8756만 원 적었다. 윤상호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는 공무원이 직장의 안정성뿐만 아니라 금전적인 면에서도 민간기업보다 선호될 수밖에 없는 직종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민간기업에 비해 과도하게 설정된 정부의 보수 체계를 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이 국회예산정책처에 의뢰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공무원 증원, 아동수당 도입,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해 2020년 국가채무는 905조6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46.6%에 해당하는 규모다. 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청와대와 경제부처 고위 관료들의 평균 예금액이 5억 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원회 간부들의 경우에는 순자산이 지난해 국내 가계 평균의 12배가 넘었다. 29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3월과 8, 9월에 공개된 청와대와 경제부처 재산공개 대상자 101명의 평균 예금은 4억9571만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기준 가계의 예금 총액은 580조7260억 원이고 이를 지난해 전체 가구 수(1983만7665 가구)로 나눈 가구당 평균 예금은 2927만3000원이다. 따라서 경제 정책을 담당하는 고위 관료의 평균 예금이 국내 가구의 16배를 넘는 셈이다. 부처별로는 금융위 관료의 평균 예금이 9억2600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기획재정부(5억9400만 원), 대통령비서실(4억7100만 원)이 뒤를 이었다. 재산공개 대상자에는 박근혜 정부 인사 61명, 문재인 정부 인사 40명이 포함됐다. 청와대 소속이 75명으로 최다였고 기재부 12명, 국토교통부 7명, 금융위 5명, 국세청 2명 등이었다.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도 고위 관료가 국내 가계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지난해 국내 가계의 평균 순자산은 2억9533만 원이었다. 반면 금융위 관료의 평균 자산과 부채는 각각 39억3580만 원, 2억7409만 원으로 순자산은 36억6171만 원에 달했다. 국내 가계 평균의 12.4배에 이른다. 순자산이 가장 적은 국세청(11억9200만 원)도 가계 평균의 4배였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위가 다른 기관보다 평균 예금과 순자산이 많은 이유는) 최근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김학균 전 상임위원 때문”이라고 말했다. 올해 3월 김 전 위원이 신고한 재산액은 97억6892만 원이다. 또 금융위의 예금이 다른 부처보다 훨씬 많은 데는 직원의 주식 투자를 금지한 정책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 한편 이들 분석 대상자가 보유한 아파트, 오피스텔 등 주택은 모두 129채이고 이 중 서울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 3구’에 45채(34.9%)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한 다음 날인 7월 20일 대통령비서실이 정부기관에 공문을 발송했다. ‘적폐청산을 위한 TFT 구성 현황과 향후 운영 계획’을 회신하라는 지시였다. 동아일보가 국무총리실과 감사원, 18개 전(全) 부처를 포함한 정부기관 28곳을 전수조사한 결과 적폐TF를 운영 중인 정부기관은 모두 19곳으로 집계됐다.○ 적폐, 개선, 개혁, 혁신… 이름부터 중구난방 적폐청산 기구 중 적폐라는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곳은 국방부의 ‘군 적폐청산위원회’가 유일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부는 각각 블랙리스트와 국정 교과서에 기구의 역량을 집중했다. 국가정보원은 청와대 공문 발송 한 달여 전인 6월 19일 ‘개혁발전위원회’를 발족했다. 이 기관들은 그나마 공문 취지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법무부가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처음 제안한 TF의 목적은 국정 농단 실태를 분석하고 기소된 사건의 공소 유지를 철저히 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사정(司正)기관이 아닌 정책 부처는 ‘제도개선’ ‘문화개선’ ‘행정개혁’ ‘혁신’ ‘국정과제’ 등의 이름을 내걸고 회의 안건을 아직 찾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적폐청산은 제도나 처벌로 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조직문화나 공직기강 등과 연결된 것이기 때문에 문화개선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국무총리실, 기획재정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행정안전부, 농림축산식품부,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국가보훈처 등 9곳은 관련 기구가 없다. 정부 부처와는 별도로 감사원도 청와대가 공문을 발송하기 하루 전 ‘감사혁신·발전위’ 첫 회의를 열었다. 감사원은 독립성 논란 탓인지 ‘권력기관의 감사 기능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2014년 ‘혁신위’와 다르다고 강조했다.○ 셀프 조사, 문건중계 등 위법, 월권 논란 정부기관은 ‘VIP(대통령) 국정운영 5개년 계획발표’를 기구 설립 근거로 들었다. 당시 100대 국정과제 중 첫 번째가 ‘적폐의 철저하고 완전한 청산’이었다. 하지만 법령 정비 전에 기구가 먼저 출범해 위법, 월권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인권운동가와 시민단체 출신이 외부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경찰에서는 이들이 점령군 노릇을 한다는 불만이 있다. 인권 침해 여부를 확인한다며 범죄첩보분석시스템(CIAS) 등 경찰 내부정보망 10여 개를 열람하겠다고 나섰기 때문. 경찰 내부에선 “(위원회 활동을 보며) 20년 경찰 생활하면서 가장 참담한 순간이다”라는 불만과 “수사권만 준다면 뭐든 다 내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정원도 최근 외부위원들이 비밀취급인가를 얻기 전에 두 달 동안이나 비밀자료를 열람한 사실이 최근 본보 보도로 드러났다. 문체부의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는 해당 사건의 피해자가 위원으로 참여해 가해자를 조사하는 점, 검사 1명을 파견받아 사실상 수사를 하는 점 등이 쟁점이다. 문체부 훈령에는 조사위가 기관장의 자문이나 조정, 협의, 심의 의결 등의 권한뿐이어서 월권 아니냐는 것이다. 올해 초까지 국정 교과서 현장 적용을 밀고 나갔던 교육부 직원들은 내부에서 ‘부역자’가 아닌 ‘징용자’로 불린다고 한다. 정권 교체 이후 입장이 뒤바뀐 교육부는 자체 조사로 직원을 고발하면서 ‘셀프 조사’ 비판에 직면해 있다. 국정원과 국군기무사령부의 내부 문건이 외부에 중계되다시피 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표적’ 세무조사를 조사 중인 국세청은 중간 논의 과정은 공개하지 않고 최종 결과만 공개하기로 첫 회의 때 합의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사회적 갈등만 키울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 활동 시한도 쟁점…총리실 컨트롤기구 구성 논의 활동 기간 연장 여부도 불투명하다. 국방부 군 적폐청산위는 연말까지만 활동한다. 익명을 요구한 군 관계자는 “사실상 군 전반의 모든 문제를 총망라하고 있는데 2개월 만에 어떻게 해결이 되겠나. 저 많은 문제를 다루려다 보면 결국 명목상의 위원회로 끝날 것 같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올해 안에 최종 보고서를 내고 마무리할 계획이다. 한 위원은 “언제까지나 예전 일을 들여다보고 있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내부 사정을 전했다. 회의 횟수나 출범 시기는 더 제각각이다. 6월에 출범한 경찰청은 분과위만 44차례 열었는데 복지부는 외부인사를 섭외하기 위해 11월 초로 첫 회의가 미뤄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처음 청와대가 주문했을 때부터 방향과 구성이 구체적이지 않아 혼란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총리실은 컨트롤타워 같은 기구를 아직까지 운영하지 않고 있다. 최병환 국무조정실 1차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부 차원의 적폐청산 작업은 부처별 TF가 자율적으로 하는 것이 기본이다. 어느 정도 적폐청산 성과가 나면 이를 종합하는 역할이 필요할 수 있고, 차후 성과가 나면 더 구체화된 기구 논의가 있을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최영진 중앙대 교수(정치국제학)는 "불법적인 일은 사법부가 담당하는게 맞지만 행정부는 미래지향적인 일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는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혁백 고려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부처별 기구 대신) 청와대 직속하에 포괄적인 ‘전환기 정의 세우기’를 해야 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유근형 noel@donga.com·조동주 / 세종=박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