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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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에 입사해 사회부 경제부 정치부 등을 거쳤습니다.

취재분야

2025-11-21~2025-12-21
칼럼100%
  • 덕혜옹주 ‘눈물 맺힌 저고리’ 日서 귀환

    대한제국 초대 황제 고종의 고명딸인 덕혜옹주(1912∼1989·사진)가 일본에 머물 때 남긴 복식 7점이 한국에 반환됐다. 덕혜옹주의 복식을 소장해온 일본 문화학원 복식박물관의 오누마 스나오(大沼淳) 이사장은 24일 일본 도쿄(東京) 주일한국문화원에서 나선화 문화재청장과 복식 기증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기증품은 이날 한국으로 옮겨져 국립고궁박물관에 보관됐다. 기증품은 덕혜옹주가 입었던 당의(唐衣·저고리 위에 덧입는 여성용 예복), 홍색 스란치마, 진분홍 저고리 등이다. 나 청장은 기증식 후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덕혜옹주의 옷이 국내에 한 벌도 남아 있지 않아 역사적으로 중요한 자료”라며 “조만간 특별전 등을 통해 일반에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증은 서울의 초전섬유·퀼트박물관 김순희 관장이 오랜 교분이 있는 오누마 이사장을 설득해 이뤄졌다. 덕혜옹주는 고종이 환갑에 얻은 딸로 황실과 국민의 사랑을 듬뿍 받았지만 나라를 빼앗긴 탓에 13세에 일본으로 강제유학을 떠났다. 이후 신경쇠약에 시달리다 19세에 일본 쓰시마(對馬) 번주 가문의 소 다케유키(宗武志) 백작과 정략결혼을 했다. 딸까지 낳았으나 정신질환이 악화돼 병원에 입원했고, 설상가상으로 딸이 실종된 후 1955년 이혼까지 당했다. 1962년 귀국한 뒤 창덕궁에서 지내다 1989년 외롭게 세상을 떠났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5-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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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덕혜옹주 日 머물때 남긴 복식 7점 한국에 반환…일반 공개는?

    대한제국 초대 황제 고종의 고명딸인 덕혜옹주(1912~1989)가 일본에 머물 때 남긴 복식 7점이 한국에 반환됐다. 덕혜옹주의 복식을 소장해 온 일본 문화학원 복식박물관의 오누마 스나오(大沼淳) 이사장은 24일 일본 도쿄(東京) 주일한국문화원에서 나선화 문화재청장과 복식 기증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기증품은 이날 한국으로 옮겨져 국립고궁박물관에 보관됐다. 기증품은 덕혜옹주가 입었던 당의(唐衣·저고리 위에 덧입는 여성용 예복), 홍색 스란치마, 진분홍 저고리 등이다. 나 청장은 기증식 후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덕혜옹주의 옷이 국내에 한 벌도 남아 있지 않아 역사적으로 중요한 자료”라며 “조만간 특별전 등을 통해 일반에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증은 서울의 초전섬유·퀼트박물관 김순희 관장이 오랜 교분이 있는 오누마 이사장을 설득해 이뤄졌다. 덕혜옹주는 고종이 환갑에 얻은 딸로 황실과 국민의 사랑을 듬뿍 받았지만 나라를 빼앗긴 탓에 13세에 일본으로 강제유학을 떠났다. 이후 신경쇠약에 시달리다 19세에 일본 쓰시마(對馬) 번주 가문의 소 다케유키(宗武志) 백작과 정략결혼을 했다. 딸까지 낳았으나 정신질환이 악화돼 병원에 입원했고, 설상가상으로 딸이 실종된 후 1955년 이혼까지 당했다. 1962년 귀국한 뒤 창덕궁에서 지내다 1989년 외롭게 세상을 떠났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5-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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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제’단어는 안쓰되 강제성 알릴 문구로

    구체적인 문안 23일 3차협의서 조율홈피-안내판 등 기재 놓고 막판 협상한일 양국이 일본 근대산업 유적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와 관련해 유적 안내문에 ‘강제’라는 표현은 쓰지 않되 ‘강제성’이 충분히 드러날 수 있는 문구를 넣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 정부는 지난주 “국교 50주년(22일) 기념식이 끝난 이후 이달 28일부터 독일에서 열리는 세계문화유산위원회에서 양국이 유산 등재를 놓고 표결까지 해 가며 얼굴을 붉히는 최악의 사태만은 피해야 한다”며 견해차를 좁혔다. 당초 일본 정부는 조선인 강제징용 사실을 안내문에 반영하기 힘들다는 입장이었다. 유산 등록 후보지 상당수가 기업 소유물인 데다 현재 강제징용 소송에 연루돼 있다 보니 법적 책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예를 들어 논란이 되고 있는 나가사키(長崎) 현의 미쓰비시 나가사키조선소는 미쓰비시중공업이, 후쿠오카(福岡) 현 기타큐슈(北九州)의 야하타(八幡)제철소는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이 각각 소유하고 있는데, 두 회사 모두 강제징용 손해배상 청구 소송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21일 열린 외교장관 회담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은 ‘강제’라는 단어에 매달리는 대신에 누가 보더라도 인정할 수 있도록 강제성을 충분히 표현하는 문구를 넣는 선에서 타협점을 찾았다. 구체적인 문구는 23일 도쿄(東京)에서 열린 3차 협의에서 양국 협상단이 조율했으며 조만간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은 합의된 문구를 홈페이지, 안내 자료, 안내판 등에 넣는 방안을 두고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날 절충점을 찾은 데 대해 “정말 잘된 일”이라며 “관계 개선의 움직임을 살려 일한 정상회담에 연결해 양국의 관계를 개선·발전시켜 가고 싶다”고 말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5-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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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日 ‘미래’로 한발씩 내딛다

    3년간 이어져온 최악의 한일 관계가 해빙기를 맞았다.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2일 각각 자국에서 열린 상대국 정부 주최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한일 정상이 직접 만난 것은 아니지만 서로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을 희망하는 내용의 축사를 교환해 한일 관계의 새로운 전기(轉機)를 마련한 것이다. 한일 관계는 2012년 8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및 일본 국왕 사죄 촉구 발언과 아베 내각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및 과거사 부정 발언 등이 맞물려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양국 정상이 상대국 행사에 교차 참석한 것은 2005년 1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한일 우정의 해’ 개막식에 참석한 이후 10년 만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일본 정부 주최로 열린 기념행사에서 “국교정상화 50주년인 올해를 한일 양국이 새로운 협력과 공영의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전환점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이는 후세에 대한 우리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도 이날 도쿄 셰러턴미야코호텔에서 한국 정부 주최로 열린 기념행사에서 “50년간 우호 발전의 역사를 돌이켜보고 앞으로 50년을 내다보며 함께 손을 잡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자”며 “박 대통령과 힘을 합쳐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양국 정상이 한일 관계의 ‘새로운 50년’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과거사 문제를 놓고는 여전히 간극이 컸다. 박 대통령은 “가장 큰 장애 요소인 과거사의 무거운 짐을 화해와 상생의 마음으로 내려놓을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양국이 그런 시작을 할 때 새로운 미래를 함께 열어 나가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한 일본 정부의 성의 있는 조치를 거듭 요구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 축사에서 과거사와 관련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한국과 일본의 협력 강화, 한미일 3국의 협력 강화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전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양국 정상의 ‘교차 참석’을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될지 주목된다. 최대 관건은 8월 15일 예정된 아베 총리의 종전(終戰) 70주년 특별담화에 어떤 내용이 담기느냐다. 박 대통령은 아베 총리에게 과거사에 대한 사과를 담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제 한일 정상은 한일 관계 개선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 2015-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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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尹외교, 아베 부친 사진 ‘깜짝 선물’

    22일 오전 11시 10분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 구 일본 총리관저에 검은색 차를 타고 도착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옅은 미소를 띤 채 차에서 내려 수행원들과 함께 관저로 입장했다. 윤 장관은 사진기자들의 플래시 세례를 받으면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접견장에 들어섰다. 아베 총리는 6분 후 만면에 미소를 지으면서 입장했다. 윤 장관은 아베 총리와 악수를 나눈 뒤 가져간 선물을 꺼냈다. 아베 총리의 아버지인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郞) 전 외상이 1984년 한국 방문 때 이원경 당시 외무부 장관과 회담하면서 찍은 사진을 액자에 담아 전달한 것. 아베 총리는 약간 놀라는 표정을 짓더니 크게 웃으며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아베 총리는 모두발언에서 “양국 사이에 여러 과제와 문제가 있을수록 대화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양국 국민을 위해, 다음 세대를 위해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다음 반세기를 향해 관계를 개선, 발전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회동은 이후 비공개로 전환됐으며 정해진 15분을 지나 25분 동안 이어졌다. 윤 장관은 이후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비공개 회동에서 ‘아버지인 아베 전 외상이 한일관계를 위해 많이 노력했던 것처럼 아베 총리께서도 한일관계를 진전시킨 지도자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한일관계 개선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박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5-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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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베 “의회 결산심사 도중 달려왔다”

    주일 한국대사관이 22일 일본 도쿄(東京) 셰러턴미야코호텔에서 개최한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식’에는 일본 정계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비롯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 나카타니 겐(中谷元) 방위상 등이 참석했다. 모리 요시로(森喜朗),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등 전직 총리만 3명이 참석했고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로 잘 알려진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중의원 의장도 자리를 지켰다.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장녀인 캐럴라인 케네디 주일 미국대사 등 외교사절을 포함해 참석자가 1000명에 육박했다. 아베 총리는 “국회 결산위원회가 진행 중이지만 늦지 않도록 야당의 양해를 얻어 행사에 참석했다”며 “일한 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여야가 완전히 같은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건배사를 한 모리 전 총리가 “오늘 정말로 기쁘다. 이 맥주 한 잔으로 여러분의 노고를 한번에 날렸으면 좋겠다”고 말한 뒤 단번에 들이켜자 박수가 쏟아졌다. 이날 리셉션 직후 소프라노 조수미 씨의 공연이 이어졌다. 일본 우체국은 수교 50주년 기념우표를 발행했다. 서울 중구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주한 일본대사관 주최 기념식도 성황이었다. 대사관 관계자는 “당초 300명 정도를 예상했으나 700명이 참석해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서청원 한일의원연맹 회장, 김성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 정치권 인사와 마크 리퍼트 주한 미대사를 포함한 주한 외국사절도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양국의 내일을 상징하는 한일 어린이들의 합창으로 막을 열었다. 서울일본인학교 어린이들과 서울 소년소녀합창단이 동요 ‘고향의 봄’ 등 5곡을 한국어와 일본어로 함께 불렀다. 벳쇼 고로(別所浩郞) 주한 일본대사가 한국어로 국교정상화 50주년 표어인 ‘함께 열어요, 새로운 미래를’이라고 외칠 때는 박 대통령도 박수를 쳤다. 아베 총리의 축사를 대독한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 특사는 축사에서 “한국은 일본과 민주주의와 자유주의, 그리고 시장경제라는 공통의 가치와 전략적인 이익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일본이 외교청서에서 ‘(한국과) 가치관을 공유한다’는 표현을 삭제한 것을 우회적으로 사과한 것이다. 당초 행운을 기원하는 의미로 술독의 뚜껑을 깨는 ‘가가미비라키(鏡開き)’ 퍼포먼스도 있을 예정이었으나 동선과 시간문제로 진행되지 않았다.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 2015-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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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베 ‘불참→참석’ 선회에 靑도 화답… 정상회담 추진 탄력

    한일 정상의 고민은 깊었다. 22일 각각 자국 수도에서 개최되는 ‘수교 50주년 기념식’ 교차 참석 결정은 행사 하루 전날에서야 전격적으로 결정됐다. 막판까지 여론 동향을 주시했다는 얘기로 그만큼 한일 양국 간 불신은 깊고, 관계 회복의 불씨를 살리기 힘들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일본, 박 대통령 축사 수위에 촉각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측은 이달 초부터 한국대사관 행사 참석을 두고 한국과 협의해 왔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상응 조치(일본대사관 주최 서울 기념식 참석)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그래서 한동안 아베 총리가 불참할 것이라는 관측이 돌았다. 일본은 불참 사유에 대해 “국회 일정이 빠듯하다”는 핑계를 댔다. 실제로 아베 총리는 자신이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집단 자위권’과 관련된 안보 법안이 야당과 시민단체들의 반대로 ‘여름 내 통과’를 낙관하기 어려워지자 국회 일정에 매달려 왔다. 하지만 지난 주말을 거치며 참석 쪽으로 기류가 급변했다. 청와대도 21일 오후까지 주한 일본대사관 주최 행사 참석과 관련해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렇지만 불참하겠다는 것은 아니어서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행사 참석 여부는 물론이고 행사에 참석했을 경우 메시지 수위를 놓고 막판까지 고심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아베 총리의 행사 참석이 확정되면서 청와대도 박 대통령의 일본대사관 행사 참석 계획을 발표했다. 박 대통령은 22일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기로 했다. 일본 측은 박 대통령이 기념식에 참석해 ‘일본군 위안부 해결 촉구’ 등 강경 메시지를 내놓을지 막판까지 촉각을 곤두세웠다고 한다.○ 한일, 정상회담 필요성은 공감 21일 도쿄에서는 한일 외교장관회의도 열렸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일본을 방문한 것은 장관 취임 후 2년 반 만에 처음이다. 윤 장관은 22일 아베 총리를 예방해 박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할 계획이다. 아베 총리의 메신저는 특사 자격으로 22일 한국을 방문하는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 일한의원연맹 회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박 대통령을 예방할 것으로 보이는 누카가 회장이 특사 자격으로 아베 총리의 친서를 갖고 올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일 양국이 △대사관 행사 교차 참석 △정상 메시지 교환을 한 뒤엔 실무 채널을 통해 정상회담의 성사 가능성을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 한일 양국은 정상회담 개최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사전 정지작업이 중요하다. 윤 장관도 21일 기자들과 만나 “정상회담이 성공적인 회담이 되려면 여러 정지작업이 필요하다. 양국관계 개선을 막는 몇 가지 장애물이 빨리 제거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유흥수 주일대사는 20일 보도된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이) 정상회담의 전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아베 총리의 8·15 담화가 관건 한일 정상회담은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이 열리는 기회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열쇠는 아베 총리의 행보다. 한중 양국은 8월 발표되는 종전 70주년 담화(아베 담화) 내용부터 지켜보면서 정상회담 개최를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은 일본의 과거사 왜곡 등 우경화 문제로 2012년 이후 중단됐다. 하지만 중일은 지난해 11월 중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올해 4월 말레이시아의 아시아-아프리카회의(반둥회의)에서 두 차례 정상회담을 했다. 일본이 얼마나 한국의 기대에 부응하느냐에 따라 한중일-한일 연쇄 정상회담의 성사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중일 정상회담의 의장국을 한국이 맡고 있어 회의 주최 장소와 날짜도 한국이 주도적으로 결정하게 된다. 하지만 한일 간 최대 현안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큰 진전이 없는 상태다. 양국이 8차례 국장급 협의를 가졌음에도 일본 측이 책임 인정보다 △위안부 피해자를 성노예라고 부르지 말 것 △위안부 소녀상 철거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 소식통은 “지난해까지 일본은 ‘무조건 한일 정상회담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었지만 두 차례 중일 정상회담 이후 ‘굳이 한국과의 정상회담이 필요한가’라는 다소 여유 있는 태도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다만 21일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서 ‘연내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가 합의된 만큼 이에 부합하는 일본의 행보가 나올지 주목된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 2015-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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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제징용’ 어떻게 표시할지 과제로

    21일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두 장관은 일본 근대산업 유적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와 관련해 ‘일본이 강제징용 관련 사실을 표기하는 대신 한국은 유네스코 등재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은 좋은 협력 사례를 통해 다른 문제에 있어서도 선순환되는 방향으로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은 “일본이 신청한 일본 근대산업 유적과 한국이 신청한 백제의 역사지구 등 두 안건이 함께 등록되도록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기시다 외상이 언급한 백제 역사지구는 △공주 공산성 △부여 나성 △익산 미륵사지 등 백제의 역사를 나타내는 유적으로 최근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로부터 등재 권고를 받았다. 일본 근대산업 유적에 강제징용 사실을 어떻게 표기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조만간 열리는 차관보급 3차 회의에서 정하기로 했다. 다만 일본 측은 법적인 책임 등을 우려해 ‘강제’라는 단어를 넣는 것에 거부감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별도 표지판을 세우는 방안과 관련해서는 사유지가 많아서 정부가 직접 나서기 힘들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세부 방안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총회(6월 28일∼7월 8일) 전까지 합의되지 않으면 일단 한국 측 주장을 반영하겠다고 약속하고 등재하는 방안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한국은 총회 전까지 어느 정도 구체적인 합의가 나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국 장관은 또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행사에 양국 정상이 교차 참석하는 것을 계기로 고위 인사 간 교류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두 장관은 또 앞으로 국제회의가 열리는 장소에서 외교장관 회담을 정례화하는 것도 합의했다. 한편 회담장 주변에서는 우익단체 회원 30여 명이 일장기가 들어간 군복을 입고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이름) 수호’ ‘일한 국교 단절’ 등의 깃발을 들고 확성기를 통해 구호를 외쳤고 경찰은 저지선을 만들어 삼엄한 경비를 펼쳤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5-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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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日정상, 22일 수교 기념식 교차참석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는 22일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상대국 대사관이 주최하는 기념행사에 교차 참석한다. 이를 계기로 역대 최악이던 한일관계 개선의 불씨를 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22일 주한 일본대사관이 서울에서 개최하는 일본 정부의 기념 리셉션에 참석해 축사를 한다. 박 대통령이 집권 이후 일본 정부 주최 행사에 직접 참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베 총리는 주일 한국대사관이 도쿄(東京)에서 개최하는 한국 정부 주최 리셉션에 참석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21일 “한일 두 나라 정상의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 리셉션 참석은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주일 한국대사관 주최 행사에 참석하는 최고위급 일본 인사다. 당초 한일은 양국 정상의 축하 메시지만 전달하는 방향으로 논의했으나 아베 총리 측이 참석에 적극적이었다. 한때 일본 정치권 일정을 이유로 불참 가능성이 돌았지만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참석 쪽으로 분위기가 반전됐다. 청와대는 21일 오후까지 박 대통령의 동선에 대해 “결정된 바가 없다”고 했다가 이날 밤 아베 총리의 참석을 확인한 뒤 박 대통령의 참석을 공식 발표했다. 이를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이날 한일 외교장관은 일본 근대산업시설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 과정에서 조선인 강제징용 사실을 반영한다는 데 사실상 합의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도쿄에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과 만난 뒤 “협의를 통해 원만하게 타결하자는 공통 인식을 갖고 이 문제를 긴밀히 협의키로 했다”고 밝혔다. 기시다 외상도 일본 기자들과 만나 “서로 추천한 안건이 함께 등록되도록 협력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두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첫 정상회담을 여는 방안도 논의했다고 한다. 회담 시기는 8월에 아베 총리의 전후 70주년 담화가 나온 이후인 9∼11월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 2015-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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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요판 커버스토리]질병관리본부 해부

    “늑장 대응으로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보다는 과잉 대응으로 욕먹는 게 낫다. 지금 즉시 국방부에 군 병력 투입을 요청해 달라.” 신종 바이러스 발생을 보고받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센터장의 행보엔 거침이 없다. 매뉴얼에 따라 군사작전에 버금갈 정도로 신속하게 역학조사관을 투입한다. 이때부터 모든 바이러스와 환자 정보는 미국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 위치한 CDC 상황실로 모인다. 국방부 재무부 환경부 연방재난청 등 정부 각 부처는 협력 인원을 즉시 파견한다. 센터장은 전권을 가지고 방역작전을 진두지휘한다. 9·11테러 당시 뉴욕지역 소방대장이 작전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 것과 흡사하다. 감염병 위기 단계를 격상하거나 군대 파견 및 지역 통제 여부를 판단하는 것도 센터장의 몫이다. 센터장이 대통령 또는 보건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상황실을 나서는 경우는 거의 없다. 국방장관이 펜타곤에서 전쟁을 지휘하듯 말이다. 상부 보고는 대개 ‘선(先)조치 후(後)보고’로 이뤄지고, 그것도 대면보고가 아니라 서면보고가 대부분이다. ‘특수 영역은 전문가에게 맡긴다’는 미국 사회의 인식이 고스란히 시스템에 녹아 있는 것이다. 국민들에게 정확한 상황을 알리기 위해 수차례 언론 브리핑에 나서는 것도 센터장의 몫이다. 반면 대한민국의 질병관리본부는 이번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서 초라한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첫 환자 발생 후 수일간은 의사 출신 질병관리본부장 주도로 방역작전이 진행됐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장관이 해외 순방에서 돌아온 23일 이후에는 비전문가인 행정관료들을 이해시키고, 지원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쏟아야 했다. 충북 청주시 오송읍 질병관리본부 상황실보다는 서울 충정로의 장관 집무실, 세종시 복지부 청사, 국회에 머문 시간이 더 많았을 정도다. 급기야 환자가 급증한 이후에는 본부장이 주요 의사결정에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들과 대면하는 일일 브리핑에서도 본부장의 얼굴은 볼 수 없었다. 전문가가 껍데기 역할밖에 할 수 없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CDC에서 6년 동안 근무했던 탁상우 미 국방부 수석역학조사관은 “톰 프리든 미국 CDC 센터장은 지난해 에볼라 환자가 늘면서 비난 여론에 시달렸지만, 미국 정부는 그에게 국민들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는 기회를 줬다”며 “하지만 한국 정부는 질병관리본부장에게 충분한 권한을 주지도 않았다. 국민들이 정부를 불신하게 만든 원인 중 하나가 됐다”고 지적했다.   ▼ 지휘-인사권-예산-전문성 ‘4無 본부’… 수술없인 또 당한다 ▼“메르스가 종식되더라도, 현 조직 체계로는 다른 신종 감염병에 또 당할 수밖에 없다.” 메르스 사태는 한국 보건 시스템의 후진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국내 1% 수재집단인 의료인들이 여러 벽에 막혀 전문성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전문가를 중심으로 즉각대응팀을 만들어 전권을 부여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메르스대책본부, 청와대 내 메르스긴급대책반, 국민안전처 산하 범정부메르스대책지원본부 등 이미 행정관료 중심의 태스크포스(TF)가 양산돼 전문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감염병 통제의 중심이 돼야 할 질병관리본부의 역할이 유명무실했다는 것이다.본부장 차관급 격상 없이는 문제 계속 현재 질병관리본부장은 1급(실장급)이다. 그 위치로는 각 부처의 역할을 조정하고 적재적소에 자원을 투입하면서 위기상황에 대응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질병관리본부장이 병원 봉쇄, 강제 격리 등 선제적 격리 조치에 나서야겠다는 판단을 해도 경찰, 지방자치단체의 협조 없이는 이행이 어렵다. 군의관, 간호장교 등 군 인력 차출이 필요할 때도 마찬가지다. 선제적 조치보다는 기존 매뉴얼을 수동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얘기다. 보건당국이 ‘환자와 2m 이내에서 1시간 이상 접촉해야 감염된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지침을 무비판적으로 따른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탁상우 미 국방부 수석역학조사관은 “신종 바이러스는 위험도를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최고 수준의 대응을 준비해야 하는데, 한국의 질병관리본부장은 책임지지 못할 수준의 선제적 조치에 절대 나설 수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질병관리본부가 메르스 통제의 중심에 서지 못한 것이 초기 역학조사 부실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종 감염병은 살인사건처럼 초기 역학조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장은 현장에 전념하기 어려웠다는 게 중론이다. 연금 전문가로 보건 분야가 생소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주로 사회복지 업무를 담당했던 장옥주 차관을 보좌하기 위해 대책반에 불려 들어오는 경우가 잦았기 때문이다. 대책반을 지휘하는 장차관을 이해시키고 설득하고 대응지침을 받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면서 상황이 지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불려가서 보고를 하는데도 너무 많은 시간을 썼다는 지적도 나온다. 살인현장을 누비고 연구실에서 퍼즐을 맞추는 데 시간을 보내야 할 사람들이 현장보다는 과외 업무에 더 치중할 수밖에 없는 국내 시스템이 근본적인 문제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차관급으로 격상해 청으로 독립시키거나, 보건복지부 내 보건2차관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보건 요직 행시 출신 장악 질병관리본부에 우수한 보건행정 인력이 모이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감염병 발생 초기 데이터를 수집하고 조직해 문제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유능한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장은 사실상 본부 인사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인사과장을 지낸 한 고위 관료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사를 하고, 남은 인원을 산하로 보낸다. 그래서 잘나가는 보건복지부 관료는 질병관리본부로 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를 지휘하는 보건복지부의 보건 분야 요직을 비전문가가 수행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현 보건복지부의 실장급(1급) 4명 중 의사 출신은 단 1명도 없다. 보건의료정책실 소속 국장(2급) 3명 중 보건 전문가는 공공보건정책관 1명뿐. 심지어 건강증진기금을 운영하는 건강정책국장도 비보건 전문가다. 질병정책과, 응급의료과 등 전문 분야도 비의료인 출신이 맡고 있다. 보건 없는 보건복지부라는 말은 이래서 나온다. 질병관리본부의 요직을 지낸 한 보건 전문가는 “의약분업 이후 이해당사자가 업무를 맡으면 안 된다는 논리로 의사 출신들을 전문 업무에서 배제시켰는데, 지금은 그 부작용이 심하다”며 “행시 출신 보건복지부 관료들은 병원에 대한 영향력, 보건소에 대한 예산권이 있는 보건 분야를 놓지 않으려 할 것이다”고 말했다.연구 역량, 비정규직에 의존 질병관리본부의 보건행정 능력뿐만 아니라 연구인력의 역량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가 우수한 정규 인원을 충원해주지 않다 보니 질병관리본부는 연구비, 사업비로 비정규 연구원을 채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 결과 비정규 직원이 269명으로 정규직(156명)보다 많다. 더 큰 문제는 비정규직이 석·박사 학위를 가진 경우가 많아 정규직보다 능력과 스펙이 더 뛰어난 경우가 많다는 것. 이종구 서울대 의대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 소장은 “석·박사 출신 비정규직들이 자신보다 스펙은 떨어지는데 권한은 더 많은 정규직 직원들과 함께 생활하다 보니 조직이 불안정하다”며 “게다가 질병관리본부가 서울에서 충북 청주시 오송으로 이전하면서 우수한 정규직 확보가 더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의사 인력을 보충하기 위해 특수 수당 등 유인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전병률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박정희 대통령이 KAIST를 만들 때 선제적으로 외국 박사들을 스카우트했다. 질병관리본부의 역량을 키워 미래 감염병에 대처하려면 우수한 의사 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 파견인력이 부족해 세계적 감염병 추세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병원 내 감염 관리 조직 없어 질병관리본부에 ‘병원 내 감염’을 관리하는 전담 조직이 없는 것도 문제다. 2003년까지는 세균질환부 산하에 병원감염과가 있었지만 2004년 질병관리본부 출범 이후 사라졌다. 이종구 소장은 “당시 병원감염과의 명칭을 약제내성과로 바꿨다. 병원감염 관리를 하지 않고 항생제 내성만 관리하는 과로 축소시킨 것이다”며 “인력이 부족해도 의지를 가지고 해당 과를 발전시켰다면 메르스 사태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감염병관리과가 존재하지만 급성전염병 관리, 곤충매개 전염병 관리에 치우쳐 있다. 그뿐만 아니라 감염병관리과장은 홍보 업무도 겸하고 있어 ‘병원 내 감염 관리’ 업무까지 집중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국내 메르스 확진환자의 대부분은 병원 안에서 나온 것을 감안하면 심각한 구조적 결함이 아닐 수 없다. 200병상 이상 병원은 감염관리실을 운영하게 돼 있지만 이 제도는 메르스 앞에서 사실상 유명무실했다. 보건당국의 병원 감염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셈이다. 실제로 전국병원감염감시체계(KONIS)에 따르면 2013년 7월부터 2014년 6월까지 400병상 이상의 94개 병원 166개 중환자실에서 총 2843건의 병원감염이 발생하기도 했다. 감염병 발생 후에야 뒷북 예비비 투입 땜질식 예산 처방도 신종 감염병을 막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보건복지부의 감염병 관련 예산은 총 4024억 원이지만 고정비 비중이 높아 신규 사업을 펼치기 어려운 실정이다. 신종 전염병 대응체계 강화 사업 예산은 2007년 153억 원에서 올해 34억 원으로 급감했다. 국가격리시설 운영사업비도 2013년 11억2900만 원에서 올해 9억1200만 원으로 줄었다.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도 정부는 16일 505억 원을 예비비로 긴급 지원해야 했다. 큰 문제가 터지고 국가적인 이슈로 부상한 이후 부랴부랴 ‘예비비’ 등으로 뒷수습을 하는 행태가 재연된 것이다. 예산 부족은 신종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과감한 선제적 조치를 하기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강제 격리조치를 할 경우 생계비 등 피해보상 청구가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보건당국으로선 향후 예산 마련의 어려움 때문에 강력한 격리 조치를 머뭇거리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재해를 대비해서 농산물 매입과 농가 보전 비용을 예산에 포함시키는 것과는 대조적이다.질병관리본부 어떤 일 하나‘질병 예보관.’ 질병관리본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국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질병 현황을 수집하고 분석해 위험도를 국민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마치 기상청이 매일 날씨 정보를 수집해 발표하는 것과 흡사한 역할이다. 뇌염모기 주의보 등을 발령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질병 예보는 예방접종 확대 등 후속 조치로 이어진다. 해외에서 발생하는 신종 감염병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국내 유입에 대비하는 것도 질병관리본부 역할이다. 이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 세계 각국의 보건당국과 직접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업무는 전 세계에서 발생한 질병이 국내로 유입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국 13개 공항과 항구의 국립검역소에 330명의 검역관이 일하고 있다.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시작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도 질병관리본부의 레이더망에 걸려 있었지만 끝내 국내 유입을 막지는 못했다. 이 밖에도 질병관리본부 산하 국립보건연구원에서는 다양한 생명 관련 연구개발(R&D)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에서는 현실적인 제약으로 백신 개발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 美 센터장 아래 4각 편대… 부처 지휘-軍동원 요청권까지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프랑스의 국립보건통제센터(INvS), 일본의 국립감염증연구소 등 외국의 기관들은 한국의 메르스 사태에 초긴장 상태다. 전염병이 돌 때 이 기관들은 탄탄한 조직력을 기반으로 신속한 의사 결정과 강력한 초동 대처를 해왔다.세계의 전염병 경찰, 미국의 CDC 미국 CDC는 2013년 7월부터 메르스가 미국에 상륙할 것에 대비해 의심환자를 처리하는 절차와 점검 사항을 매뉴얼로 만들어 미국 각지의 병원에 보냈다. 이 매뉴얼은 미국에서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던 지난해 5월 위력을 발휘했다. 첫 메르스 의심환자가 들렀던 인디애나 주 먼스터의 한 지방 병원은 응급실이 아닌 격리 진료실에서 초동 진료를 하는 등 매뉴얼대로 처리했다. 확진 판정이 나온 즉시 의료진 50여 명도 격리됐다. 그 결과 2차 감염자가 나오지 않았다. 이처럼 기민한 병원의 대응은 CDC가 선도했다. 캐서린 대니얼 CDC 커뮤니케이션실장은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만일 메르스가 미국에서 또 발생한다면 ‘호흡기 질환 센터’를 축으로 신속대응팀을 구성하고 연방 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CDC의 신속대응팀은 전염병 대책본부를 주축으로 유관 조직들을 동원하는 태스크포스(TF)다. CDC는 전염병 대책본부를 포함해 보건위생본부, 비전염성 질병 대책본부, 보건대책 지원본부 등 크게 4개의 본부로 구성되어 있다. 4개 본부는 토머스 프리든 CDC 소장이 직접 지휘한다. 대니얼 실장은 “국가적 수준의 보건 위험 요소에 대응하도록 조직이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에볼라에 이어 메르스를 조기에 수습하기까지 CDC 인력은 중추 역할을 해왔다. 1946년 말라리아를 퇴치하기 위해 처음 설립된 CDC는 세계보건기구(WHO)보다도 2년 먼저 설립됐다. 세계 최초의 대규모 전염병 퇴치 기구인 셈이다. 계약직까지 합쳐 1만5000여 명이 근무하는 CDC에서 3000명은 각 분야의 전문성을 검증받은 의사 출신이다. 이들은 미국을 넘어 세계의 전염병 경찰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에서 전염병 환자가 발생하면 CDC는 24시간 안에 역학조사팀을 파견한다. 역학조사팀은 다른 나라에도 나간다. 메르스, 조류인플루엔자, 원숭이천연두 같은 새로운 질병이 발생하는 곳이면 당사국의 요청을 받아 24시간 내에 역학조사관을 보낸다. 세계 어디든 갈 수 있게 대기하고 있는 역학조사팀의 인력만 300명이 넘는다. 2004년 사스가 발병했을 때도 CDC는 사스를 정확히 진단할 수 있는 진단법을 완성해 세계의 병원에 배포하기도 했다. CDC는 전염병이 돌지 않는 평상시에도 24시간 가동하는 비상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 센터는 메르스 의심환자를 진료하는 병원들로부터 비상 연락을 받는다. 또 메르스 같은 전염병 의심환자의 경우 CDC가 마련한 ‘감염 기준표’를 참고해 감염 여부를 판단해 달라는 당부를 수시로 병원에 전파한다. 한국의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CDC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중심으로 각종 방역 대책과 매우 구체적인 대응 프로그램 및 매뉴얼을 공개하며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이 같은 활동에는 보건 기구로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된다. 올해 CDC 예산은 66억700만 달러(약 7조3300억 원)다. CDC 산하 기구인 독성물질·질병등록(ATSDR) 프로그램까지 합치면 전체 예산은 113억 달러(약 12조5000억 원) 선이다. 이는 WHO의 연간 예산(40억 달러)의 3배에 가깝다. 예산은 펀드 형식으로 모으기도 한다. 올해 예산 중 ‘질병예방 공중보건 펀드’로 8억1000만 달러를, ‘공중보건 서비스 평가 펀드’로 3억9700만 달러를 조성했다. 이런 예산을 쓰는 CDC에 미국은 질병 컨트롤타워의 임무를 계속 맡겨왔다. 지난해 10월 15일 에볼라 환자를 치료하던 간호사 2명이 양성 판정을 받자 프리든 소장은 “지금까지 주 정부와 보건기관에 일임했던 방역 대책을 이 순간부터 CDC 주도하에 국가 차원으로 격상시키겠다”고 밝혔다. CDC가 컨트롤타워가 되면서 미국은 에볼라 사태 발발 후 43일 만에 에볼라 사태 종료를 선언했다. 에볼라 감염 환자 11명 중 2명이 사망했지만 9명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살아 나갈 수 있었다. 세계 주요국은 새로운 전염병 창궐에 대비해 CDC를 벤치마킹한 조직을 창설해왔다. 중국의 경우 2002년 CDC를 본떠 중국질병통제센터(CCDC)를 만들었다. CCDC에는 현재 4000여 명의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CDC는 2004년 CCDC와 공동으로 에이즈 발병률이 높은 허난, 안후이, 헤이룽장 성 등 중국 10개 지방에서 에이즈 감시와 환자치료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신속 소통, 결정을 모토로 삼는 INvS 프랑스는 1998년 광우병 위기 이후에 INvS를 창설했다. 메르스, 광우병, 에볼라, 식품 오염, 열대성 질병에 대한 경보를 내리고 비상사태에 질병을 통제하며 바이러스를 추적하는 역할을 하는 정부기관이다. INvS의 상황실은 공무원이 아닌 전문 의료진이 모든 통제의 책임을 진다. 또한 전국 각지의 병원 의사들 및 감염 전문가들과 신속히 정보 교류를 하며, 응급구조대(SAMU)에서 올라오는 각종 정보도 즉각 전달된다. 상황실 근무자가 메르스 의심사례에 대한 신고를 접수하면 상황실의 전문가들은 짧은 토론을 거쳐 격리조치 같은 즉각적인 결정을 내린다. INvS는 지역의 감염예방 전문가 및 현장 의사들과 끊임없이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2013년 5월에 첫 메르스 환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체류하다가 귀국한 65세의 환자가 북부 도시 릴의 한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던 도중 한 달 만에 숨졌다. 확진 판정을 받기 전에 병실을 같이 썼던 다른 50대 환자도 감염됐다. INvS는 즉시 확진환자를 격리하고, 이 병원에서 접촉했던 모든 사람을 추적했다. 이후 같은 해 10월까지 메르스 의심환자들을 추적하고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벌여 결국 확진환자는 2명에 그쳤다. 첫 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하자마자 INvS에는 위기대책상황실이 설치됐다. 24시간 가동되는 상황실에는 모든 포스트에 팀원을 2배로 늘렸다. 또한 수십 명의 감염 질병 관련 전문가가 소집돼 컴퓨터와 전화기를 앞에 두고 새로운 발생경로를 최대한 빨리 찾아내기 위한 합동 작전을 벌였다. 당시 소집된 전문가들에는 호흡기 감염뿐만 아니라 열대질병, 광우병 등을 연구해온 전문가들도 포함됐다. 전국적 비상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당시 상황실의 현장을 생생하게 소개하는 기사를 실었다. INvS의 감염예방 책임자 브뤼노 쿠아냐르 박사는 당시 “상황실에서 전문가들이 의심 사례 분류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교환하고 의사 결정은 빠르게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 아롤드 노엘 박사는 “전국의 병원과 투명하고 신속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질병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상황실 근무자들은 “열나는 아이를 집에서 돌봐도 되느냐”는 등 사소한 질문에도 응답했다.대책 수립 기관인 일본의 국립감염증연구소 일본에서 메르스 같은 질병이 발생하면 후생노동성이 국립감염증연구소와 함께 전면에 나선다. 후생노동성 산하 연구소인 국립감염증연구소는 1947년 설립된 국립예방위생연구소를 전신으로 하며 직원은 300명가량이다. 이 연구소는 결핵 장티푸스 일본뇌염 인플루엔자 등 각종 감염증 질환을 연구하고 항생제와 백신을 개발하고 관리하는 곳이다. 또 해당 질병이 일본 내에 들어오는지를 감시하고 후생노동성과 함께 예방 대책을 수립하기도 한다. 메르스의 경우에도 연구소는 약 2년 전부터 감염 사례를 분석해 어느 정도 위험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10여 차례에 걸쳐 자료를 공개하고 수정해왔다. 또 WHO와 같은 외국의 질병 정보를 제공하고 지방 위생연구소 등이 정보를 찾아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메르스 사태에서도 연구소는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후생노동성에서 발표한 메르스 대책에 따르면 의심환자 사례가 지역 보건소에 접수될 경우 즉시 지정 의료기관에 옮기고 채취한 검체를 지방 위생연구소에 보내도록 했다. 검체는 이후 국립감염증연구소 바이러스 제3부로 옮겨지고 연구소는 양성 여부를 후생노동성에 보고해야 한다. 오이시 가즈노리(大石和德) 국립감염증연구소 감염증역학센터장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전염병 정보를 수집해 위험도를 평가하고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연구소의 역할”이라며 “메르스의 경우 국민들에게 어떤 상태이며 한국 여행을 해도 되는지 등의 정보를 적극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유근형 noel@donga.com·이샘물 / 이진한 기자·의사 / 워싱턴=이승헌 / 파리=전승훈 / 도쿄=장원재 특파원}

    • 2015-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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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제동원 언급없이 금전보상만 홍보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6월 22일)을 앞두고 일본 공영방송 NHK가 19일 한일 양국 간 최대 쟁점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하지만 일본이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한 내용과 성과만 부각시켜 논란이 되고 있다. NHK는 이날 오후 10시부터 50분 동안 ‘NHK스페셜 전후 70년 일본의 초상’ 시리즈의 외교편인 ‘신뢰 회복의 길’을 내보냈다. 방송은 일본이 전후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한 내용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위안부 관련 내용도 주요하게 다뤄졌는데 자신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였음을 처음으로 증언한 김학순 할머니의 영상과 과거 인터뷰 내용이 소개됐다. 이를 계기로 일본군 위안부 강제 동원을 인정한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관방장관의 ‘고노 담화’(1993년 발표)가 나왔고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기 위해 아시아여성기금이 출범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이는 일본 정부가 나름대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책임을 인정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는 점을 시청자들에게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시아여성기금에 대해 한국이 반대했다는 내용이 잠깐 언급됐지만 방송은 아시아여성기금에서 제공한 보상금과 함께 일본 총리의 사과 편지를 받아들인 네덜란드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사연을 상세하게 전했다. 한국의 위안부 피해자 단체들은 아시아여성기금이 정부가 아닌 민간 주도로 추진된 점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방송은 이어 일본에 아버지를 잃은 네덜란드 여성이 나가사키(長崎) 평화공원에서 전쟁의 비참함을 체감하고 지금의 일본이 예전의 일본과 다르다는 걸 알게 됐다는 내용으로 마무리됐다. 일본이 주변국과 위안부 피해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한 점과 성과만 강조하고 남겨진 현안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모미이 가쓰토(인井勝人) NHK 회장은 지난해 1월 “전쟁을 했던 어떤 나라에도 위안부는 있었다”고 말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5-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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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계개선 열쇠는… 韓 “사죄와 보상” 日 “경제-기술 협력”

    이번 공동 여론조사에서는 한국 경제에 대한 일본인들의 경계심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서도 한일 경제 협력을 양국 관계 개선의 열쇠로 꼽는 일본인들도 늘었다. 일본에서 한류 붐은 점차 식어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이 일본과 경제적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한국인은 22%, 일본인은 26%만 ‘그렇다’고 답했다. 5년 전 조사(한국인 41%, 일본인 47%)와 비교할 때 한국 경제에 대한 평가가 낮아진 것이다. 이는 아베노믹스로 주가가 배 이상으로 오르며 오랜 침체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는 일본과 성장률이 낮아지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는 한국 상황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그런 한편으로 한국 경제에 대한 일본인들의 경계심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 경제적으로 파트너인가, 라이벌인가’라는 질문에 일본인의 64%가 ‘라이벌’이라고 답했다. ‘파트너’라는 답변은 18%였다. 이는 한국 일부 기업이 점차 일본 기업과 맞먹는 실적을 내고 있는 현실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보인다. 일본인들은 최근 삼성과 같은 한국 기업들이 소니 등 일본 기업을 제치고 글로벌 기업으로 올라선 것을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또 일본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목을 매고 있는 사이 한국이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거대 경제권과 차례로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어가며 경제영토를 넓힌 것도 수출 품목이 겹치는 일본으로서는 위기감을 느낄 만한 대목이다. 일본인들은 악화된 한일 관계를 풀 수 있는 열쇠로 경제 협력을 우선 꼽았다. ‘한일 양국이 상호 이해를 높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으로 일본인의 27%가 ‘경제와 기술 협력’을 든 것. 한국 경제가 부쩍 성장한 것은 경계할 일이지만 한일 경제 협력이 양국 모두에 이익을 줄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읽힌다. 한일 양국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기업의 제3국 진출이나 투자에서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이익을 공유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관계 개선 해법으로 ‘사죄와 보상 문제 재검토’라고 응답한 비율이 높아 일본인들과 인식 차가 뚜렷했다. 한일 모두 두 번째로 많은 답변은 ‘역사 공동연구’였다. 일본인들은 ‘유학 등 인적 교류’(17%)나 ‘문화 스포츠 교류’(16%)로 한일 관계를 풀자는 답변도 상당수 내놓았지만 한국인들은 최대 현안인 역사 문제를 풀지 않으면 한일 관계가 좋아질 수 없다고 인식했다.  ▼ “한드 안봐” 40%… 5년전보다 7%P↑… 한국 선호도, 음식-영화·드라마順 ▼일본에서 한류가 식어가는 현실이 이번 조사에서도 다시 확인됐다.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어느 정도 보느냐’는 질문에 ‘자주 본다’고 답한 일본인이 9%에 불과했던 것. ‘가끔 본다’는 사람도 20%에 그쳤다. ‘전혀 보지 않는다’는 답도 2010년 6월 조사 때와 비교하면 33%에서 40%로 늘었다.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주로 시청한다고 답한 일본인들의 연령대와 성별은 ‘50, 60대 여성’으로 나타났으며 전혀 보지 않는다고 답한 연령대와 성별이 가장 높았던 층은 ‘20∼40대 남성’이었다. 한국에 대해 가장 좋아하는 것을 묻는 질문에는 ‘음식’이 첫손에 꼽혔고 영화 및 드라마, 역사와 전통, 케이팝(K-pop)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케이팝’이라는 답변은 젊은 여성들에게서 특히 많이 나왔다. 그러나 ‘한국 음식을 자주 또는 가끔 먹는다’고 답한 일본인은 40%에 그쳐 5년 전에 비하면 7%포인트 줄었다. 전반적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식은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연령대와 성별로 보면 20대 여성 60%가 ‘한국 음식을 먹는다’고 답한 반면에 70대 이상 남성 80%가 ‘거의 먹지 않거나 전혀 먹지 않는다’고 답했다. 한편 한국인 하면 떠오르는 사람으로는 박근혜 대통령(21%)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배용준(19%), 김연아(7%), 김대중 전 대통령(5%) 순이었다. 5년 전에는 배용준(23%)이 가장 높았고 김연아(11%), 김 전 대통령(10%), ‘겨울연가’의 여주인공 최지우(5%) 순이었다. 특이한 점은 박 대통령을 떠올린 이들 중에 ‘한국이 싫다’고 답한 사람들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이다. 이른바 ‘고자질 외교’ 등 원색적인 표현으로 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주간지 및 우익 언론들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 북핵 대응, 韓은 대화-日은 제재 주문… 韓 58% “통일된다” 日 80% “안될 것” ▼한반도 통일 전망 조사에서도 한일 간 인식 차이가 뚜렷했다. 한국인은 절반을 넘긴 58%가 ‘통일이 될 것’이라고 답했으며 통일 가능성에 부정적인 의견은 35%에 그쳤다. 연령별로는 40, 50대에서 통일에 대한 희망적 견해가 많았다. 반면 일본인들은 ‘통일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답이 80%로 압도적이었다. 통일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본 의견도 15%에 불과했다. 통일을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일본인들의 비율은 5년 전(67%)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왔다. 북한 핵개발에 대한 일본 측의 우려는 여전했다. 절반이 넘는 일본인(53%)이 ‘불안을 크게 느낀다’고 답했다. ‘어느 정도 느낀다’를 포함하면 불안을 느낀다는 이들이 열 명 중 아홉 명이었다. 5년 전에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북한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처 방법을 둘러싸고도 의견이 갈렸다. 일본인의 54%는 ‘경제 제재 등 강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20대를 제외한 전 연령에서 강경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반면 한국인 중에서는 ‘외교 노력으로 대화를 심화해야 한다’며 유화책을 요구한 이들이 47%로 더 많았다. 한국에서는 스스로를 보수라고 평가한 국민 중에 강경책을 요구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 “日 과거사 피로감 증폭… 韓에 냉담해져” ▼니시노 준야 日게이오대 교수가 본 설문 결과이번 공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역사문제에 대한 양국민 인식 격차가 5년 전보다 더 커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두 번에 걸친 조사에서 모두 90% 이상이 역사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일본의 사죄는 불충분하다고 본 반면에 일본에서는 해결됐다는 응답이 39%에서 49%로, 충분히 사죄했다는 답변 역시 10%포인트 오른 65%가 됐다. 2011년 8월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후 한국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측의 성의 있는 조치를 요구하고 있지만 일본 국내에서는 공감이 아니라 ‘피로감’을 낳는 현실을 반영한 결과다. 한국인 하면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답변이 많았는데, 이는 여성 대통령이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점에 더해 일본 정치 지도자의 역사인식을 반복적으로 비판한 것이 연일 보도됐기 때문이다. 이번 결과를 보면 한국 이상으로 일본이 과거보다 한일관계를 냉담하고 부정적으로 보게 된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한일 국민의 ‘인식’을 일치시킬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그러나 양국민은 조사결과에 나타난 인식 차이를 제대로 이해할 때가 됐다. 그동안의 추이를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상대에 대해 통찰력을 발휘해야 한다. 국교 50년은 절호의 기회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5-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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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자민 “침략 인정한 도쿄재판 검증” 戰後질서 부인 조짐

    일본의 집권 자민당이 올해 제2차 세계대전 패전 70주년을 맞아 자국의 A급 전범을 심판한 도쿄재판(극동국제군사재판)은 물론이고 평화헌법이 만들어진 과정을 검증하기로 해 논란이 예상된다. 2차 대전 직후 일본을 점령 통치한 미국 주도의 연합국이 만든 전후 질서에 도전하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아울러 평화헌법의 문제점을 의도적으로 부각시킴으로써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이 추진하는 개헌 작업에 정당성을 부여하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산케이신문은 16일 패전 직후 일본을 통치한 연합군최고사령부(GHQ)의 점령 정책, 도쿄재판, 현행 헌법 성립 과정 등을 검증하는 새 조직을 설치하려는 논의가 자민당 내에서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조직은 도쿄재판이 일본의 침략 전쟁을 인정한 배경을 검증하는 역할을 맡는다. 일본의 전쟁 범죄를 심판하기 위해 1946년에 실시된 도쿄재판은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전 일본 총리 등 28명을 A급 전범으로 기소해 심리 도중 사망한 3명을 제외한 25명 전원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일본 우익 일각에서는 전승국 측이 일방적으로 구성한 법정에서 패전국 일본의 죄상을 논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도쿄재판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자민당의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정조회장은 올 2월 기자회견에서 “도쿄재판이 무효라는 건 아니지만 (판결에) 나와 있는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제대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자민당의 검증 조직은 또 GHQ가 점령 통치 중 여러 신문에 ‘태평양 전쟁사’를 연재하는 등 전승국의 역사관을 주입하기 위해 ‘워 길트 인포메이션 프로그램(War Guilt Information Program)’이라는 조직적 선전 정책을 추진했다는 주장도 검증할 방침이다. 특히 현행 평화헌법이 만들어진 과정에 대한 검증은 상당한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아베 신조 총리는 평화헌법에 대해 “GHQ의 문외한들이 8일 만에 만들었다”고 낮게 평가한 바 있다. 자민당의 검증 조직이 현행 헌법 제정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결론을 내릴 경우 개헌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지만 개헌 반대 세력의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해 8월 아사히신문이 요시다 세이지(吉田淸治·2차 대전 때 제주에서 다수의 여성을 강제로 연행해 위안부로 삼았다고 증언한 인물)의 발언 보도를 취소한 것과 관련해 이 보도가 미친 영향을 검증 중인 자민당 내 ‘일본의 명예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특명위원회’는 이르면 이달 중 중간 보고서를 내놓을 예정이다. 도쿄재판과 평화헌법을 다루는 검증 조직이 특명위원회의 뒤를 이어 이 부분을 계속 검증한다는 방침이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5-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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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제출국 신은미, 총련 지원받아 日서 행사

    16일 오후 6시. 일본 도쿄(東京) 호쿠토피아 15층 페가수스 홀. “언론으로부터 마녀사냥식 종북몰이를 당했다. 이후 가족 친지들로부터 ‘집에 오지 마라’, ‘결혼식 돌잔치에 오지 마라’라는 카톡이 왔다. 남한에는 가족애보다도 반공이 최고의 가치로 존재한다.” 북한에 다녀온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에서 토크콘서트를 열다 종북 논란에 휩싸여 강제 출국된 신은미 씨(51·여). 이번에는 일본 도쿄(東京)로 무대를 옮겨 토크 콘서트를 열었다(사진). 콘서트 이름은 ‘재미동포 아줌마 일본에 오다’. 이 행사를 주최한 6·15 공동선언실천 일본지역위원회는 북한과 가까운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단체다. 신 씨는 이날 콘서트에서 자신이 가 본 북한 사회를 긍정적으로 그려냈다. 그는 “그들(현지인)이 해 주는 말 그대로 보이는 것 그대로 전달한 것뿐이다. (북한의) 대동강맥주가 그저 그렇더라고 말했어야 하는데 아주 맛있었다고 한 게 고무찬양이 됐다. 국가보안법이야말로 천하의 악법 중 악법”이라며 한국 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김정은 시대를 맞은 북한에 대해 “새로운 지도자에 대한 기대감에 차 있고 희망에 차 있는 것이 보였다고 해 문제가 됐는데 어느 나라든 새로운 지도자가 되면 기대하고 희망에 차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그는 “제게 편지를 보내 온 탈북자 중 70∼80%가 고향(북한)이 (다시) 받아준다면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북에서 가졌던 절대적 빈곤보다 남에서의 상대적 빈곤감에서 오는 상실감, 모욕감, 자괴감이 크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신 씨는 가나가와, 교토, 오사카, 효고 등 일본의 각 지방을 돌며 20일까지 토크콘서트를 열 예정이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5-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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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자민당, A급 전범 심판한 도쿄재판 검증 추진 논란

    일본의 집권 자민당이 올해 제2차 세계대전 패전 70주년을 맞아 자국의 A급 전범을 심판한 도쿄재판(극동국제군사재판)은 물론 평화헌법이 만들어진 과정을 검증하기로 해 논란이 예상된다. 2차 대전 직후 일본을 점령 통치한 미국 주도의 연합국이 만든 전후 질서에 도전하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아울러 평화헌법의 문제점을 의도적으로 부각시킴으로써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이 추진하는 개헌 작업에 정당성을 부여하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산케이신문은 16일 패전 직후 일본을 통치한 연합군최고사령부(GHQ)의 점령정책, 도쿄재판, 현행 헌법 성립 과정 등을 검증하는 새 조직을 설치하려는 논의가 자민당 내에서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조직은 도쿄재판이 일본의 침략전쟁을 인정한 배경을 검증하는 역할을 맡는다. 일본의 전쟁 범죄를 심판하기 위해 1946년에 설치된 도쿄재판은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전 일본 총리 등 28명을 A급 전범으로 기소해 심리 도중 사망한 3명을 제외한 25명 전원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일본 우익 일각에서는 전승국 측이 일방적으로 구성한 법정에서 패전국 일본의 죄상을 논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도쿄재판에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자민당의 이나다 토모미(稻田朋美) 정조회장은 올 2월 기자회견에서 “도쿄재판이 무효라는 건 아니지만 (판결에) 나와 있는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제대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자민당의 검증 조직은 또 GHQ가 점령통치 중 여러 신문에 ‘태평양 전쟁사’를 연재하는 등 전승국의 역사관을 주입시키기 위해 ‘워 길트 인포메이션 프로그램’(War Guilt Information Program)이라는 조직적 선전 정책을 추진했다는 주장도 검증할 방침이다. 특히 현행 평화헌법이 만들어진 과정에 대한 검증은 상당한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아베 총리는 평화헌법에 대해 “GHQ의 문외한들이 8일 만에 만들었다”고 낮게 평가한 바 있다. 자민당의 검증 조직이 현행 헌법 제정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결론을 내릴 경우 개헌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지만 개헌 반대 세력의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해 8월 아사히신문이 요시다 세이지(吉田淸治·제2차 세계대전 때 제주에서 다수의 여성을 강제로 연행해 위안부로 삼았다고 증언한 인물)의 발언 보도를 취소한 것과 관련해 이 보도가 미친 영향을 검증 중인 자민당 내 ‘일본의 명예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특명위원회’는 이르면 이달 중 중간 보고서를 내놓을 예정이다. 도쿄재판과 평화헌법을 다루는 검증 조직이 특명위원회의 뒤를 이어 이 부분을 계속 검증한다는 방침이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5-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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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베의 헌법무시 정치는 독재”

    “지금 아베 내각이 헌법을 무시하고 정치하는 것은 독재의 시작이다. 정말 걱정하고 있다.” 일본의 저명한 헌법학자인 고바야시 세쓰(小林節·사진) 게이오(慶應)대 명예교수는 15일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 구 일본기자클럽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이달 초 국회에 민주당 추천 참고인으로 출석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골자로 한 안보법제 제정 및 개정은 헌법 9조에 반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일본 헌법 9조는 전쟁 포기, 군대 보유 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고바야시 교수는 “국제법상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이를 행사하려면 당연히 헌법 9조를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헌법 해석을 바꿔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려는 아베 정권의 ‘꼼수’를 지적한 것이다. 그는 “우리는 헌법 전문가인 만큼 헌법에 관해서는 우리 얘기를 들어줬으면 좋겠다”며 “이렇게 명백한 논리를 내밀어도 통하지 않는다. 마치 벽하고 얘기하는 기분”이라고 비판했다. 자민당 추천 참고인으로 국회에 가서 안보법제 변경은 위헌이라는 소신을 밝혀 화제가 된 하세베 야스오(長谷部恭男) 와세다(早稻田)대 교수도 기자회견에서 “현 정부의 논리는 이미 파탄났다”며 목소리를 높였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5-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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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朴대통령 위안부발언 모르는 얘기”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한일 일본군 위안부 협의가 ‘마지막 단계(final stage)’에 와 있다고 밝힌 것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외교부는 대통령 발언 이후 입을 닫았지만 일본은 “뜬금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당사자인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도 한일 협의의 진전 내용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협의 진전을 묘사해 달라’는 WP의 질문에 “막후교섭들(behind-the-scenes discussions)이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답변하지는 않았지만 외교부 국장급 협의 외에 별도의 협상 창구에서 진척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동안 정부가 “결국 정치적 결단으로 풀 수밖에 없는 문제”라고 말해 온 것에 비춰볼 때 대통령이 결단을 내릴 만큼 협의가 진전됐다는 뜻으로도 읽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14일 “여전히 한일은 같은 사안을 다르게 보고 있는 상태”라며 “인식 간극이 크다”고 말했다. 다른 소식통도 “대통령의 발언(의미 있는 국교 50주년이 될 것으로 기대)은 해결을 위해 노력한다는 의미이지, 한일 수교 50주년이 되는 22일까지 위안부 문제가 해결된다는 의미가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그동안 8차례 국장급 협의에서 다양한 방안이 나왔지만 일본이 이를 모두 받아들인다고 할 수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일본의 조치에 대해 ‘피해자가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신권 나눔의 집(위안부 피해자 거주시설) 소장은 1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4월 이후 정부 당국자가 접촉해 온 일이 없다”며 “한국이 일본에 어떤 제안을 했거나 제안을 일본에서 받았다는 언급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박 대통령의 인터뷰에 대해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요미우리신문은 13일 외무성 간부가 박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구체적인 진전이 없는데 무엇을 가리켜 진전이라고 말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아사히신문도 “어떤 인식에서 말한 것인지 모르겠다”는 외무성 간부의 발언을 소개했다.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 2015-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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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메르스 상륙도 안했는데…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발생을 공식으로 확인하지 않은 일본이 이웃 나라 사태와 관련해 비상한 관심을 갖고 연일 대응책을 점검하고 있다. 이는 초기 대응에 실패해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퍼진 한국을 ‘반면교사’로 삼겠다는 의지라고 볼 수 있다. 일본은 메르스가 유입될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해 확산을 조기에 차단하겠다면서 대응책을 연일 내놓으며 수시로 점검하고 있다. 1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국립감염증연구소는 최근 메르스 상륙을 대비해 새 검사법을 도입했다. 일본은 지방 등에서 의심환자가 발생하면 지정 병원에서 검체를 채취해 연구소로 보내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연구소에서는 최근 민간기업의 특허를 활용해 30분 만에 바이러스 유무를 알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신문은 “검사 대상에서 검체를 채취했을 때부터 계산하면 4시간 만에 결과를 알 수 있는데, 이는 기존 방법보다 1시간 반가량 빠른 것”이라고 전했다. 검진 결과가 빨리 전달되면 그만큼 빨리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복잡한 온도 관리가 필요했던 기존 방법과 달리 누구나 쉽게 다룰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일본의 지방정부 중에도 대비에 나서는 곳이 늘고 있다. 도쿄(東京)도는 지자체 중 처음으로 전문 설비를 갖춘 감염증 전용 구급차를 올해 안에 2대 배치하기로 했다. 미야기(宮城) 현은 이달 24일 도호쿠(東北)대와 함께 의료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메르스 관련 세미나를 열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매일 언론을 통해 국민들에게 대응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한국에 있는 일본 국민들을 위해서는 최근 가쿠 고키(加來浩器) 일본 방위의과대 교수를 서울과 부산에 보내 대처 방법을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일본 국민들이 너무 과민하다”는 말까지 나온다. 마이니치신문은 이날 일본에서 1개에 1만 엔(약 9만 원)가량인 고가 마스크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아이치(愛知) 현 도요하시(豊橋) 시의 중소기업인 ‘구레바’는 바이러스에 특화된 마스크를 생산하고 있다. 회사 측은 “최근 20일 사이 주문량이 10배 이상 늘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마스크는 메르스 바이러스를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는지 검증되지 않은 제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가와카미 겐타(川上憲太) 일본 핸드볼협회 전무이사는 이달 25일부터 인천에서 열리는 16세 이하 여자배구 한일 교류대회에 선수단 파견을 연기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일본 소니는 직원들에게 한국 출장을 자제할 것을 지시했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5-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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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한국인에 ‘메르스 낙인’… 진료 거부하기도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중국 베이징(北京) 차오양(朝陽) 구 왕징(望京)에 사는 40대 주부 A 씨는 최근 감기 몸살로 열이 나 병원에 갔다가 진료를 받지 못할 뻔했다. 병원에서 한국인이라고 알려지자 접수창구의 직원이 “다른 지정 병원에서 메르스 검사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되돌려 보내려 한 것이다. A 씨는 여권을 보여주며 “한국을 다녀온 적이 없다”고 밝혀 진료를 받기는 했다. 중국 내 한국 유학생들 사이에서는 “방학 때 한국에 다녀오면 9월 시작되는 학기에 등록을 받아주지 않는 것 아니냐”는 근거 없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일부 한인도 “한국에 다녀오면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자가 격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메르스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베이징 한국국제학교는 8일부터 한국에 다녀온 학생이 조금이라도 이상 증세가 있다고 보건 담당 교사가 판단하면 일주일간 자율적으로 집에 머물며 상태를 지켜보도록 조치했다. 일본에서도 한국 출장 자제 등 메르스 확산 방지에 나서고 있다. 일본 전자업체 오므론은 10일 전 사원에게 한국 출장을 자제할 것을 통보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1일 보도했다. 한국에 자회사가 있는 린나이는 한일 사원 왕래를 8일부터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한국자회사는 체육대회를 취소하도록 했다. 일본 나고야(名古屋) 시는 10일 메르스 모의 훈련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다녀온 30대 남성이 발열 증상 등을 호소하며 보건소에 상담하러 왔다는 가정하에 치러졌다. 한편 말레이시아 정부는 한국 내 메르스 사태에 관계없이 한국인 관광객의 자국 방문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11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나즈리 아지즈 관광문화부 장관은 10일 의회에서 “(해외에서) 메르스 발병이 처음 있는 일도 아니고 말레이시아는 이런 문제에 대처하는 데 능숙하다”며 “한국인 여행객의 말레이시아 방문을 막는 아무런 권고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공항에서 입국자에 대한 검역 조치를 철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베이징=구자룡 bonhong@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 2015-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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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 고객을 모셔라”… 日 캡슐호텔의 변신

    그동안 남성 전용으로 여겨졌던 일본의 캡슐호텔들이 여성 고객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호텔 객실 요금이 오르자 저렴한 숙소를 찾는 여성들이 캡슐호텔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캡슐호텔은 침대 하나와 TV 등 최소한의 시설을 갖춘 일본 특유의 1인용 숙박공간이다. 10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 구의 캡슐호텔 ‘퍼스트캐빈 아키하바라’는 149개 객실 중 50개가 여성 전용이다. 남성용 객실과 여성용 객실은 호텔 입구부터 분리돼 있고 카드 키가 있어야 오갈 수 있다. 객실 크기는 2.5m²가량. 여성들이 이용하는 공중목욕탕에는 화장수 등 여성에게 필요한 물품이 비치돼 있으며 파우더룸도 이용할 수 있다. 요금은 1박에 5000∼6000엔(약 4만5000∼5만4000원). 도쿄 도심에 위치한 것을 고려하면 저렴한 편이다. 호텔 측은 “여성용 방의 가동률이 더 높다”며 “출장이나 여행을 온 여성이 많이 이용하는데 다시 찾는 이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취직을 위해 오사카(大阪)에서 왔다는 한 여대생은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터넷을 보고 찾아왔는데 싸고 지내기 좋다”고 말했다. 이 호텔은 일본 전국에 6개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전체 객실의 3분의 1가량이 여성용이다. 또 다른 캡슐호텔인 ‘나인아워스’도 지난해 나리타(成田)점의 문을 열면서 여성 전용 방을 대폭 늘렸다. 객실 요금도 1박에 4900엔(약 4만4000원)으로 비교적 저렴해 인기를 끌고 있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5-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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