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 인터넷 삭제 요청’ 범죄자의 잊혀질 권리, 인정해야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일 16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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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가 인권 침해를 이유로 자신의 이름이 나온 기사를 인터넷 검색 결과에서 빼 달라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 일본 법원이 범죄자의 주장을 받아들여 논란이 되고 있다.

2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사이타마지방법원은 지난달 말 원조교제를 한 남성이 체포될 때 보도된 실명 기사를 구글 검색 결과에서 빼라는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아사히신문은 “근거가 불확실한 기사를 삭제하라고 한 적은 있어도 체포된 사실 자체를 지우라는 가처분 결정은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이 남성은 2011년 여고생에게 돈을 주고 원조교제를 한 혐의로 체포됐으며 매춘 및 아동 포르노 금지법 위반으로 50만 엔(약 450만 원)의 벌금을 냈다. 하지만 실명과 대략적인 주소가 포함된 기사가 게시판에 계속 올라오고 몇 년이 지나도 구글로 검색되자 ‘검색 결과에서 빼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다.

남성 측은 “잘못을 반성하고 새로운 삶을 살려고 하는데 지장을 받고 있다. 인격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구글은 “성적 욕구를 위해 아동을 이용한 악질 범죄로 부모들의 관심이 크다”고 맞섰다. 결국 법원은 “죄가 경미해 범죄사실을 계속 공표할 공익성이 없다. 공인이 아니고 일반인이며 벌금을 내고 속죄한 만큼 체포 이력을 공개하지 않아야 사회의 일원으로 복귀할 수 있다”며 신청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구글에 검색 결과에 표시된 링크 49개를 지우라고 지시했다.

이에 대해 구글 측은 “표현의 자유와 이용자의 알 권리를 침해한 결정”이라며 불복하고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범죄자의 ‘잊혀질 권리’를 인정한 이번 판결을 두고 전문가 사이에서도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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