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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베이징(1박 2일)→17일 서울(1박 2일)→18일 시애틀에서 5시간 보낸 후 워싱턴 귀경…. 지난 주말 중국과 한국을 ‘번개’처럼 방문해 양국 정상을 만나고 다시 미국 워싱턴 주 시애틀로 이동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사진)의 살인적인 출장 스케줄이 화제다. 미 국무장관이란 자리가 ‘세계의 외교장관’이라 불리며 대통령 부통령 하원의장에 이어 미 정부 서열 4위여서 해외 출장이 잦은 편이었지만 케리는 역대 어느 장관보다 해외 출장이 많다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평이다. 18일 미 국무부에 따르면 케리 장관은 2013년 2월 취임 후 2년 3개월 동안 출장지에서 보낸 날이 장관 재직일의 40%가 넘는 353일이며 방문국은 65개국이다. 총 비행 거리는 81만 마일(약 130만4000km)로 지구를 32바퀴 이상 돈 셈이다. 이대로라면 재임 4년 동안 82만 마일(112개국 방문)을 비행해 해외 방문을 많이 한 걸로 유명한 힐러리 클린턴 전임 국무장관 기록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케리 장관이 비행기에서 보낸 시간만 따져도 약 1770시간으로 74일에 해당한다. 이번 달만 해도 아프리카 및 중동 출장(5월 1∼8일)을 다녀온 뒤 사흘 쉬고 러시아, 터키(5월 11∼13일)를 방문한 데 이어 사흘간 워싱턴에서 업무를 본 뒤 이번 서울 방문에 나섰다. 4월에도 이란 핵협상 타결을 위해 스위스에 간 것을 비롯해 네 차례나 출국했다. 그러면서도 케리 장관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주재하는 주요 외교안보 회의에는 대부분 참석하고 있다. 국무부의 한 관계자는 “케리 장관은 젊은 직원들도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로 체력이 좋다. 워낙 바빠 비서실의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가 장관 일정 짜는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72세의 케리 장관이 아무리 베트남전에 참전해 은성무공훈장까지 받은 강철 체력이라 해도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지난달 28일 백악관에서 열린 오바마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공동기자회견에 배석한 케리 장관이 피곤함을 이기지 못하고 하품을 하는 장면이 언론에 포착되기도 했다. 그는 회견 사흘 전 캐나다 출장을 다녀왔다. 출장이 잦다 보니 비행기 사고도 발생하고 있다. 케리 장관은 20년 넘은 보잉 757 기종의 전용기를 타고 다니는데 지난해 10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려다 기체 결함으로 민항기를 타고 오기도 했다. 민항기를 탈 경우에는 직통 보안 전화를 사용할 수 없다. 당시 케리 장관은 비행시간 동안 업무를 못 보는 것에 답답함을 호소했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아프가니스탄 등 위험 지역에 갈 때는 적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전용기 대신 C-130 등 군수송기 짐칸에 몸을 싣기도 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16일 베이징(1박2일)→17일 서울(1박2일)→18일 시애틀에서 5시간 보낸 후 워싱턴 귀경…. 지난 주말 중국과 한국을 ‘번개’처럼 방문해 양국 정상을 만나고 다시 미국 워싱턴 주 시애틀로 이동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의 살인적인 출장 스케줄이 화제다. 국무장관이란 자리가 ‘세계의 외교장관’이라 불리며 대통령 부통령 하원의장에 이어 미 정부 서열 4위여서 역대 국무장관들도 해외 출장이 잦은 편이었지만 케리는 역대 어느 장관보다 해외출장이 많다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평이다. 18일 미 국무부에 따르면 케리 장관은 2013년 2윌 취임 후 2년 3개월 동안 출장지에서 보낸 날이 장관 재직일의 40%가 넘는 353일이며 방문국은 65개국이다. 총 비행 거리는 81만 마일(130만4000km)로 지구를 32바퀴 이상 돈 셈이다. 이대로라면 재임 4년 동안 82만 마일(112개국 방문)을 비행해 해외 방문 많이 한 걸로 유명한 힐러리 클린턴 전임 국무장관기록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케리 장관이 비행기에서 보낸 시간만 따져도 약 1770시간으로 74일에 해당한다. 이번 달만 해도 아프리카 및 중동 출장(5월1일~8일)을 다녀온 뒤 사흘 쉬고 러시아, 터키(5월11일~13일)를 방문한 데 이어 사흘 간 워싱턴에서 업무를 본 뒤 이번 서울 방문에 나섰다. 4월에도 이란 핵협상 타결을 위해 스위스에 간 것을 비롯해 네 차례나 출국했다. 그러면서도 케리 장관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주재하는 주요 외교안보 회의에는 대부분 참석하고 있다. 국무부 한 관계자는 “케리 장관은 젊은 직원들도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로 체력이 좋다. 워낙 바빠 비서실의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가 장관 일정 짜는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72세의 케리 장관이 아무리 베트남 전에 참전해 은성무공훈장까지 받은 강철 체력이라 해도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지난달 28일 백악관에서 열린 오바마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공동기자회견에 배석한 케리 장관이 피곤함을 이기지 못하고 하품을 하는 장면이 언론에 포착되기도 했다. 그는 회견 사흘 전 캐나다 출장을 다녀왔다. 출장이 잦다보니 비행기 사고도 발생하고 있다. 케리 장관은 20년 넘은 보잉 757 기종의 전용기를 타고 다니는데 지난해 10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려다 기체 결함으로 민항기를 타고오기도 했다. 민항기를 탈 경우에는 백악관과의 직통 보안 전화를 사용할 수 없어 당시 케리 장관은 비행시간 동안 업무를 못 봐 답답함을 호소했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아프가니스탄 등 위험 지역을 갈 때는 적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전용기 대신 C-130 등 군수송기 짐칸에 몸을 싣기도 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앞으로 미국 경찰들은 시위 진압 과정에서 장갑차, 수류탄 발사기 등 군용 장비들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또 폭발물 등을 활용한 일부 시위 진압 기구는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미 백악관은 18일 경찰 시위진압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확정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비무장 흑인 청년이 백인 경찰에게 사살된 퍼거슨 사태 발생 이후 경찰이 군용 장비를 사용하는 게 민간인 시위대와 과도한 긴장을 형성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보고 백악관 내 관련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제도 개선 검토를 지시한 바 있다. 미 연방정부는 지금까지 물자 절약 및 자원의 선순환 차원에서 경찰이 군에서 사용하던 장비를 물려받아 시위 진압에 사용해 왔다. 미 경찰은 이와 함께 시위 진압 시 몸에 부착하는 카메라(보디캠) 착용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보디캠을 착용하면 경찰의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보다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게 된다. 미 정부는 이를 위해 향후 3년간 7500만 달러(약 814억9000만 원)를 들여 보디캠 5만 대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후 뉴저지 주 캠던 시를 방문해 이런 내용을 직접 발표한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15일 오후 미국 유타 주 솔트레이크시티의 철도센터 내 특설 링. 2012년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68)가 붉은색 가운과 반바지 차림으로 권투 글러브를 휘두르며 등장했다. 이내 가운을 벗어던지고 웃통을 드러내며 연신 주먹을 뻗었다. 전 세계복싱협회(WBA) 헤비급 챔피언인 흑인 복싱 스타 에반더 홀리필드(53)와 시각장애인 돕기 자선 복싱 경기에 나서기 위한 것이다. 팝송 ‘아이 윌 서바이브(I Will Survive·난 살아남을 거야)’를 배경 음악으로 호기롭게 등장한 롬니 전 주지사는 1회가 시작되자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탄탄한 몸매와 빠른 발놀림을 선보여 객석을 열광시켰다. 종종 잽을 던졌고 오른손 스트레이트를 터뜨리기도 했다. 이에 맞선 홀리필드는 가벼운 주먹에 주저앉는 ‘할리우드 액션’을 선보이는 등 여유를 보였다. 팽팽할 것 같았던 경기는 2회로 들어서자 롬니 전 주지사의 발걸음이 급격히 무거워졌고 일일 트레이너로 등장한 아내 앤 롬니 여사가 기권을 뜻하는 흰 수건을 던지면서 싱겁게 끝났다. 경기 후 롬니 전 주지사는 “홀리필드가 내 벨트 위로만 주먹을 날렸다는 게 다행이다. 정치에서는 (그런 규칙이) 잘 지켜지지 않을 때가 있다”고 농담을 던졌다. 그는 이날 경기로 100만 달러(약 10억9000만 원)를 모금했다. 모금액은 전액 개발도상국 시각장애인 수술을 후원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일흔을 앞둔 전직 대선 후보의 이례적인 이벤트에 미국 여론은 박수로 화답했다. 민주, 공화당의 날카로운 대립으로 종종 정상 기능을 상실하는 워싱턴 정치권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장면이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얼마 전 세기의 대결로 기대를 모았다가 졸전으로 끝난 ‘파키아오 대 메이웨더’ 경기보다 더 좋았다” “오랜만에 정치인에게 감동받았다”는 누리꾼들의 댓글이 이어졌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15일 오후 미국 유타 주 솔트레이크시티의 철도센터 내 특설링. 2012년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68)가 붉은색 가운과 반바지 차림으로 권투 글러브를 휘두르며 등장했다. 이내 가운을 벗어던지고 웃통을 드러내며 연신 주먹을 뻗었다. 전 세계권투협회(WBA) 헤비급 세계 챔피언인 흑인 복싱 스타 에반더 홀리필드(53)와 시각장애인 돕기 자선 복싱 경기에 나서기 위한 것이다. 팝송 ‘아이 윌 서바이브(I Will Survive·난 살아남을 거야)’를 배경 음악으로 호기롭게 등장한 롬니 전 주지사는 1회가 시작되자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탄탄한 몸매와 빠른 발놀림을 선보여 객석을 열광시켰다. 종종 잽을 던졌고 오른손 스트레이트를 터뜨리기도 했다. 이에 맞선 홀리필드는 가벼운 주먹에 주저앉는 ‘할리우드 액션’을 선보이는 등 여유를 보였다. 팽팽할 것 같았던 경기는 2회로 들어서자 롬니 전 주지사의 발걸음이 급격히 무거워졌고 일일 트레이너로 등장한 아내 앤 롬니 여사가 기권을 뜻하는 흰 수건을 던지면서 싱겁게 끝났다. 경기 후 롬니 전 주지사는 “홀리필드가 내 벨트 위로만 주먹을 날렸다는 게 다행이다. 정치에서는 (그런 규칙이) 잘 지켜지지 않을 때가 있다”고 농담을 던졌다. 그는 이날 경기로 100만 달러(약 10억9000만 원)를 모금했다. 모금액은 전액 개발도상국 시각장애인 수술을 후원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일흔을 앞둔 전직 대선 후보의 이례적인 이벤트에 미국 여론은 박수로 화답했다. 민주, 공화당의 날카로운 대립으로 종종 정상 기능을 상실하는 워싱턴 정치권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장면이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얼마 전 세기의 대결로 기대를 모았다가 졸전으로 끝난 ‘파키아오 대 메이웨더’ 경기보다 더 좋았다” “오랜만에 정치인에게 감동받았다”는 누리꾼들의 댓글이 이어졌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보수당이 영국 총선에서 예상 밖의 압승을 거두면서 복지보다는 경제 활성화에 대한 서구 유권자의 선호 현상이 표심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미국에서 잇달아 나오고 있다. 미국내 민주당 성향의 브루킹스연구소는 최근 영국 총선의 의미를 분석한 보고서를 내고 “당분간 서구 민주주의 국가에서 민심이 복지 이슈 등 좌편향으로 급격히 쏠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연구소의 리처드 리브스 선임연구원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각 정부가 복지 정책 등을 추진했지만 오히려 계층 간 격차가 더 늘어났다. 경제 활성화가 중산층과 저소득층에 더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이어 정당의 정책보다는 정치 지도자의 리더십과 비전 제시 능력이 민심의 향배를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리브스 연구원은 “지금까지 정당이 노선에 따라 정책을 제시하면 전통적 지지층들이 따라왔지만 정치 환경이 더 복잡해지면서 정치 지도자 개인의 능력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기류는 2016년 대선을 앞둔 미국 정치권에서도 감지된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오바마 케어’ 등 복지정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파열음으로 피로감을 느낀 민심이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손을 들어준 것 아니겠느냐. 민주당의 대선 전략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ddr@donga.com}

12일 오전 11시 반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인근 조지타운대 개스턴 홀. 빈곤 극복을 주제로 열린 ‘가톨릭 복음주의 리더십 회의’에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다른 참석자들과 함께 박수를 받으며 들어섰다. 이날은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연설하는 자리가 아니라 전문가 2명과 함께 ‘동등한’ 발언권을 가진 패널로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진보 성향의 로버트 퍼트넘 하버드대 교수와 함께 정부에 비판적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아서 브룩스 소장이 대통령과 나란히 앉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회의 시작과 동시에 빈곤 퇴치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관련 정책을 추진하는 데 공화당이 발목을 잡고 있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우리는 가난한 사람을 구제하기 위해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문제는 우리가 과연 그러한 정치적 동기가 있느냐는 것이다. 공화당 등 보수층은 빈곤 퇴치라는 주제에는 동의하면서도 정작 구체적인 방법론에 들어가면 반대만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보수 성향의 미디어인 폭스뉴스를 거론하며 “그 뉴스를 보면 (각종 폭행 사건 등으로) 당신을 화나게 하는 가난한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된다. 도대체 어디서 그런 사람들만 찾는지 모르겠다”며 부자 편향적인 의제 설정 기능을 비판했다. 잠자코 듣던 브룩스 소장이 입을 열었다. 그는 먼저 대통령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더니 “진보 진영은 가난을 극복하려는 보수 진영의 방책들을 무조건 무시해서는 안 된다. ‘부자가 가난한 사람들을 약탈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특히 문제”라고 쏘아댔다. 평소 오바마 대통령이 월스트리트 금융인들이 지나치게 많은 수익을 올려 빈부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한 것을 겨냥한 말이었다. 오바마 대통령도 지지 않았다. 그는 “보수 진영엔 (늘 가난한 사람들은 있게 마련이라는) 냉소주의가 있다”고 한 뒤 “내가 부자 증세를 추진하려 하자 월가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나를 ‘히틀러’라고 불렀다. 하지만 그들에게 좀 적당히 투자해 돈을 챙기라고 말하지 못하면 이런 대화도 그저 쇼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시간 반 동안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 이날 토론회는 주요 경제 현안에 대한 미국의 진보와 보수의 입장 차를 재확인한 자리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신선했던 것은 대통령이 다른 패널들과 동등한 발언권을 가진 패널로 토론에 참여한 모습이다. 자신의 뜻에 맞는 측근들만 모아 놓고 그 앞에서 일장 연설을 하는 것보다 이렇게 반대자들을 직접 만나 자신의 철학을 가감 없이 보여 주는 행위 자체가 고도의 국정 홍보 같아 보였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 대통령이 진보와 보수가 빈곤 퇴치만큼은 함께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12일 오전 11시 반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인근 조지타운대 개스턴 홀. 빈곤 극복을 주제로 열린 ‘카톨릭 복음주의 리더십 회의’에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다른 참석자들과 함께 박수를 받으며 들어섰다. 이날은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연설하는 자리가 아니라 전문가 2명과 함께 ‘동등한’ 발언권을 가진 패널로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진보 성향의 로버트 푸트넘 하버드대 교수와 함께 정부에 비판적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아서 브룩스 소장이 대통령과 나란히 앉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회의 시작과 동시에 빈곤 퇴치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관련 정책을 추진하는 데 공화당이 발목을 잡고 있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우리는 가난한 사람을 구제하기 위해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문제는 우리가 과연 그러한 정치적 동기가 있느냐는 것이다. 공화당 등 보수층은 빈곤 퇴치라는 주제에는 동의하면서도 정작 구체적인 방법론에 들어가면 반대만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보수성향의 미디어인 폭스 뉴스를 거론하며 “그 뉴스를 보면 (각종 폭행 사건 등으로) 당신을 화나게 하는 가난한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된다. 도대체 어디서 그런 사람들만 찾는지 모르겠다”며 부자 편향적인 의제설정 기능을 비판했다. 잠자코 듣던 브룩스 소장이 입을 열었다. 그는 먼저 대통령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더니 “진보 진영은 가난을 극복하려는 보수 진영의 방책들을 무조건 무시해서는 안 된다. ‘부자가 가난한 사람들을 약탈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특히 문제”라고 쏘아댔다. 평소 오바마 대통령이 월스트리트 금융인들이 지나치게 많은 수익을 올려 빈부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한 것을 겨냥한 말이었다. 오바마 대통령도 지지 않았다. 그는 “보수 진영엔 (늘 가난한 사람들은 있게 마련이라는) 냉소주의가 있다”고 한 뒤 “내가 부자 증세를 추진하려하자 월가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나를 ‘히틀러’라고 불렀다. 하지만 그들에게 좀 적당히 투자해 돈을 챙기라고 말하지 못하면 이런 대화도 그저 쇼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시간 반 동안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 이날 토론회는 주요 경제 현안에 대한 미국의 진보와 보수의 입장 차를 재확인한 자리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신선했던 것은 대통령이 패널로 참석해 다른 패널들과 동등한 발언권을 갖고 토론에 참여한 모습이었다. 자신의 뜻에 맞는 측근들만 모아놓고 그 앞에서 일장 연설을 하는 것보다 이렇게 반대자들을 직접 만나 자신의 철학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행위자체가 고도의 국정홍보 같아 보였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 대통령이 진보와 보수가 빈곤 퇴치만큼은 함께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ddr@donga.com}

《 정부가 세계적으로 제조업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공장 없는(무공장) 제조기업’ 지원에 나섰다. 공장 없는 제조기업이란 애플이나 나이키, 다이슨처럼 본사에서는 제품의 기획과 설계 등 지식재산권 관련 역량에 집중하고 부품이나 완제품 조립은 외부 생산시설에 아웃소싱하는 기업을 말한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정부의 철저한 검증과 중장기적 지원이 어우러져 이런 산업 형태가 벤처 성공의 원동력으로 꼽히기도 한다. 시장 수요에 맞춰 새롭고 혁신적인 제품을 재빨리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인 고용환경 악화 속에서 창업 과정의 단순화로 이른바 ‘창업가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대규모 제조시설이 없어도 번뜩이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제품을 만들고 창업할 수 있는 기회도 점차 늘고 있다. 본보가 걸음마를 뗀 국내의 공장 없는 제조기업과 한국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원조 격인 미국 메릴랜드 주 ‘테드코(TEDCO)’를 찾아 창조경제의 길을 모색했다. 》 7일 경기 안산시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내의 창업보육센터. 이곳의 66m² 남짓한 공간에 여러 개의 전기제품을 하나에 꽂아 쓸 수 있는 박스형 멀티탭 상품인 ‘박스탭(boxtap)’을 만드는 에이블루가 입주해 있다. 여러 장의 특허증이 붙은 벽면 옆의 화이트보드에는 판매처와의 협의 일정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이곳 직원들은 마치 대학 연구실처럼 모니터만을 바라보며 생산 및 판매 등 경영 전반을 체크한다. 제조설비가 전혀 없지만 제품을 생산해 판매하는 이 업체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무공장 제조업체’다. 지난해부터 외부에서 제품을 양산해 약 8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매출 15억 원을 예상하는 에이블루는 중국 진출을 앞두고 중국 현지 공장의 생산도 검토하고 있다. ○ 첫걸음 뗀 국내의 ‘무공장 제조업’ 회사를 창업한 이명욱 에이블루 대표(38)는 쉽게 엉키고 꼬이는 콘센트 전선을 깔끔하게 정리해줄 상품 아이디어만을 갖고 2012년 5월 창업에 뛰어들었다. 알음알음 지인들을 수소문해 아이디어를 제품화해줄 공장을 찾아다녔지만 마땅한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는 “찾아간 공장들은 일단 단가를 높게 부르는 데다 자신들이 원래 만드는 제품을 다 만들고 남는 시간에 우리 제품을 만들다 보니 처음에는 원하는 품질의 70% 정도밖에 나오지 않아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자신과 비슷한 시기에 창업한 업체 상당수가 여전히 아이디어가 있어도 마땅한 제조 공장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 같은 상품기획업체가 믿을 수 있는 생산업체(공장)를 찾을 수 있는 시스템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제조업 혁신 위해 지원 나선 정부 최근 정부도 이 같은 창업 추세를 반영해 무공장 제조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였다. 12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의 ‘2015년도 공장 없는 제조기업 성장 지원 사업’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국내 중소기업 중 생산 분야의 아웃소싱 자문을 하려는 기업에 조언과 소요비용을 지원하고 제조기업과의 연결도 주선할 계획이다. 다만 생산 지역은 국내로 국한된다. 중소기업청도 지난달 21일 ‘무공장 제조기업 지원을 위한 간담회’를 열고 정부 조달 사업에 참여할 때 필요한 ‘직접 생산 증명제도’를 완화하기로 했다. 당초 이 제도는 중소기업들이 스스로 제품을 생산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싼값에 물건을 들여와 유통만 하는 기업이 정부 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마련됐다. ○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미국에서는 공장 없는 제조기업이 이미 산업의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애플 나이키 다이슨 등은 외부에 생산을 맡기고 아이디어와 디자인 역량만으로 세계적인 기업이 됐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대 기업 중 제조업체 수는 2002년 239개에서 225개로 줄었지만 공장 없는 제조업체는 67개에서 105개로 크게 늘었다. 제조역량이 뛰어난 공장을 찾는 벤처기업가가 늘다 보니 미국에서는 2012년 벤처기업과 우수 제조기업을 연결해 주는 매칭사이트(메이커스 로·Maker’s row)도 생겨났다. 이곳에는 생활잡화 가구 액세서리 등 5000여 개 제조공장이 등록돼 있어 의뢰인이 원하는 공장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무공장 제조업체들이 성장하면서 국내보다 해외 생산을 늘리면 국내 제조업체들의 일감이 없어지는 ‘제조업 공동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부가 무공장 제조업 지원 방안을 마련하면서 아웃소싱 지역을 국내로 제한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박필재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미국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지만 변화하는 산업 추세를 반영해 제조업이 진화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라고 말했다.▼ “30분내 창업 투자자 설득하라”… 금융-기술 전문가가 송곳 검증 ▼대기업-선배 中企들이 멘토 자청작년 300곳 창업… 5억달러 매출“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다른 업체들과는 어떻게 차별화를 할 겁니까?” 6일 미국 메릴랜드 주 소도시인 컬럼비아 시내 간판도 없는 한 적갈색 건물 2층 회의실. 연단에 선 30대 초반의 한 기업인이 진땀을 흘려가며 자신의 제품을 홍보하자 앉아있는 사람들이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메릴랜드 주정부가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만든 비영리기관 테드코(TEDCO·Technology Development Corporation)’에서 열린 투자 결정을 위한 최종 면접 모습이다. 1998년 설립된 테드코는 지난해에만 약 300개 중소기업의 창업과 시장 개척을 도와 5억6500만 달러(약 6190억 원)의 매출을 올리게 한 미국판 ‘창조경제혁신센터’이다. 캘리포니아 텍사스 등 다른 주에서도 이곳 노하우를 서로 알려달라고 할 정도로 벤처기업의 요람으로 불린다. 사무실 곳곳에는 ‘START UP(창업)→FUNDING(투자)→NETWORKING(네트워킹)’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풀라 거셀 커뮤니케이션실장은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철저히 검증하고 ‘혁신 생태계’를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소개했다. 현장에서 보고 들은 비법은 크게 3가지였다.○ 투자 전에 철저한 검증부터 테드코는 약 30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조직이다. 이곳이 운영하는 15개 창업지원 프로그램 중 가장 지원 규모가 큰 ‘기술 상업화 펀드’의 경우 대학에서 생화학을 전공한 경영학 석사(MBA) 출신의 헨리 안 총괄실장을 주축으로 각 분야 6명의 전문가가 검증과 투자 결정을 맡는다. 매달 초 투자 지원 신청을 받으면 자격 심사→서류 심사 및 사업 현장 방문→평판 조회 등을 거쳐 최종 면접을 통해 투자를 결정한다. 최종 면접 시간은 총 30분이지만 사업 모델의 타당성, 투자금 환수 계획 등에 대해 속사포 같은 질문과 답변이 이어진다. 안 실장은 “투자자인 우리를 설득하지 못하는데 소비자를 어떻게 설득하겠느냐”고 했다. 투자 후 이뤄지는 평가도 치밀하다. 기업들은 분기별 매출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고 투자 후 직원 임금 체계 변화. 세금 납부 실적까지 내야 한다. ○ 대기업과 중소기업 이어주는 기능이 핵심 테드코는 투자를 결정한 중소기업에 대해선 대기업의 노하우와 인적 네트워크를 연결해주는 ‘E2E(Entrepreneur to Entrepreneur)’ 역할에 집중한다. 2011년부터 매년 말 혁신기업과 대기업을 이어주는 ‘E2E 엑스포’를 개최하는 게 대표적이다. 지난해 11월 엑스포에선 ‘존슨앤드존슨’ 등 세계적 대기업 관계자와 ‘선배 혁신 중소기업’들이 대거 참여해 미래 혁신기업들의 멘토를 자청했다. 금융인 출신인 롭 로젠바움 이사장은 “엑스포에선 대기업들이 성공할 수 있는 구체적인 노하우를 전수한다”고 말했다. 올해 2월 테드코의 주요 결정을 담당하는 13명의 이사 중 한국계로는 유일하게 선임된 매슈 리(한국명 이경석) ‘FASTECH’ 회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은 정부가 강제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라며 “대기업은 정보와 사업 활로를 제공하고 중소기업은 혁신적 아이디어를 공급해야 ‘혁신 생태계’가 조성된다”고 말했다.○ 단기 성과 집착 말고 중장기적으로 투자 ‘오큘리스’라는 보안업체는 눈동자 움직임으로 신분을 확인하는 원천 기술이 있었지만 상용화엔 연거푸 실패했다. 하지만 9·11테러 이후 테드코는 10만 달러(약 1억1000만 원)의 초기 투자를 결정했다. 이는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한동안 이익이 나지 않더라도 투자 결정 책임을 묻지 않는 테드코 특유의 문화에 따른 것. 그후 오큘리스는 ‘카멜레온’이라는 신분인식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로젠바움 이사장은 “이익이 나지 않아도 기다릴 줄 알아야 애플이나 구글 같은 혁신 기업을 키울 수 있다. 거창한 이벤트를 몇 번 한다고 성공하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안산=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컬럼비아(메릴랜드)=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1.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미국 방문 직후인 이달 초 중국은 워싱턴 인근 알링턴에 중-미관계연구소(ICAS)를 세웠다. 미국 내에 설립된 첫 중국 전문 연구기관인 이 연구소는 겉으로는 ‘하이난 난하이 연구재단’이 설립한 비영리 학술기관이지만 중국 정부 산하기구인 ‘남중국해 국가연구소’가 세웠기 때문에 사실상 중국 정부의 싱크탱크라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대체적인 평이다. 이 연구소는 지난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소프트파워를 강화하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싱크탱크를 설립할 것을 지시한 이후 만들어진 첫 기관으로 알려지고 있다. #2. 아베 총리가 일본 총리로는 처음으로 미 연방 상하원 합동 연설을 한 지난달 29일 워싱턴에서 가장 비싼 호텔 중 하나인 포시즌 호텔에선 사사카와 평화재단 주최로 미일 동맹 강화 관련 심포지엄이 열렸다. 일정 전체가 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인터넷으로도 생중계된 이날 심포지엄에서 아베 총리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확인한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의 당위성과 특히 일본 정부의 ‘보통 국가화(전쟁 가능 국가화)’의 필요성을 일본어로 설명했다. 재단 이사장은 미 최고 정보기관인 국가정보국장(DNI)을 지낸 데니스 블레어가 맡고 있어 미국의 전현직 외교 안보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하는 등 호텔 로비까지 인산인해를 이뤘다. 한국 외교가 미국 일본 중국의 틈바구니에서 길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미국 내 여론을 움직이는 오피니언 리더 시장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감지되고 있다. 일본과 중국이 국익을 위해 각종 싱크탱크를 앞세운 여론전을 전개하고 있지만 한국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워싱턴엔 2009년 5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한국 관련 연구 전담자인 한국석좌(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 자리가 처음 개설된 데 이어 지난해 6월 SK그룹이 200만 달러, 한국국제교류재단이 100만 달러를 출연해 브루킹스연구소에 한국석좌(캐서린 문 웰즐리대 교수)를 만들었다. 하지만 최근 두 싱크탱크에서 한국의 이익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세미나가 열린 경우는 사실상 없다. 올해 2월 CSIS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룬 세미나 정도가 고작이다. 동아시아 전문가인 래리 닉시 CSIS 연구원은 최근 기자에게 “박근혜 대통령이 6월 워싱턴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기 전 한국의 주요 싱크탱크가 먼저 워싱턴에 와서 한국 관련 어젠다를 던지고 이를 공론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외교란 복잡하면서도 시간이 많이 걸리는 두뇌 싸움이다. ‘실용 외교’의 전제는 기존의 틀을 넘어서는 유연한 상상력에 상대국의 마음을 사는 여론전이라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는 요즘이다. 이승헌·워싱턴특파원 ddr@donga.com}
미국프로미식축구(NFL) 슈퍼볼에서 세 차례나 최우수선수로 선정된 당대 최고의 쿼터백 톰 브래디(38·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가 경기 중 바람 빠진 공을 사용했다는 ‘디플레이트 게이트(deflategate)’에 휩싸였다. ‘바람이 빠진’이라는 의미의 디플레이트와 추문을 뜻하는 게이트를 합친 말이다. NFL 사무국의 지명을 받아 관련 의혹을 조사해온 테드 웰스 변호사는 6일(현지 시간) ‘디플레이트 게이트’ 조사 보고서를 통해 브래디가 올 1월 인디애나폴리스 콜츠와의 아메리칸풋볼콘퍼런스(AFC) 챔피언십에서 “바람 빠진 공을 사용한 사실을 적어도 알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에서 바람을 빼지 않았고 규정을 어기지도 않았다”고 한 브래디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인디애나폴리스는 1월 경기 중 공에 바람이 빠진 것 같다고 심판에 이의를 제기했고, 사무국은 이를 받아들여 조사를 진행해왔다. 미식축구 공에 바람이 빠진 게 문제가 되는 이유는 공이 물렁물렁할수록 주고받기 쉽기 때문이다. 브래디가 맡고 있는 쿼터백은 공격수 등에게 공을 공급하는 핵심 포지션으로 공의 압력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번 조사 결과 문제의 경기 당일 사용한 공의 공기압은 기준치인 12.5∼13.5psi(1제곱인치당 파운드를 뜻하는 압력 단위)보다 최대 16%가량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NFL 간판스타인 브래디가 ‘불법 플레이’를 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자 미 언론은 일제히 긴급 뉴스로 전했다. CNN은 논란이 된 경기 중 브래디가 쥔 공의 표면을 확대해 공이 평소보다 움푹 들어갔다며 조사 결과를 옹호했다. NFL 사무국은 조만간 브래디에 대한 징계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 브래디의 ‘디플레이트 게이트’가 논란이 되는 것은 그가 흑인 선수와의 경쟁에서 갈수록 밀리고 있는 백인 스포츠 스타의 자존심으로 통하기 때문. 실력 못지않게 잘생긴 외모에 명문 미시간대를 졸업해 스포츠계의 ‘엄친아’로 통하는 브래디는 브라질 출신의 세계적인 모델 지젤 번천의 남편이기도 하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미국프로미식축구(NFL) 슈퍼볼에서 세 차례나 최우수선수로 선정된 당대 최고의 쿼터백 톰 브래디(38·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가 경기 중 바람 빠진 공을 사용했다는 ‘디플레이트 게이트(deflategate)’에 휩싸였다. ‘바람이 빠진’이라는 의미의 디플레이트와 추문을 뜻하는 게이트를 합친 말이다. NFL 사무국의 지명을 받아 관련 의혹을 조사해 온 테드 웰스 변호사는 6일(현지시간) ‘디플레이트 게이트’ 조사 보고서를 통해 브래디가 올 1월 인디애나폴리스 콜츠와의 아메리칸풋볼컨퍼런스(AFC) 챔피언십에서 “바람 빠진 공을 사용한 사실을 적어도 알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에서 바람을 빼지 않았고 규정을 어기지도 않았다”고 한 브래디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인디애나폴리는 1월 경기 중 공에 바람이 빠진 것 같다고 심판에 이의를 제기했고, 사무국은 이를 받아들여 조사를 진행해 왔다. 미식축구 공에 바람이 빠진 게 문제가 되는 것은 공이 물렁물렁할수록 주고받기 쉽기 때문. 브래디가 맡고 있는 쿼터백은 공격수 등에 공을 공급하는 핵심 포지션으로 공의 압력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번 조사 결과 문제의 경기 당일 사용한 공의 공기압은 기준치인 12.5~13.5psi(pounds per square inch·1 제곱인치 당 파운드를 뜻하는 압력 단위)보다 최대 16% 가량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NFL 간판스타인 브래디가 ‘불법 플레이’를 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자 미 언론은 일제히 긴급 뉴스로 전했다. CNN은 논란이 된 경기 중 브래디가 쥔 공의 표면을 확대해 공이 평소보다 움푹 들어갔다며 조사 결과를 옹호했다. NFL 사무국은 조만간 브래디에 대한 징계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 브래디의 ‘디플레이트 게이트’가 논란이 되는 것은 그가 흑인 선수와의 경쟁에서 갈수록 밀리고 있는 백인 스포츠 스타의 자존심으로 통하기 때문. 실력 못지않은 외모에 명문 미시간대를 졸업해 스포츠계의 ‘엄친아’로 통하는 브래디는 브라질 출신의 세계적인 모델 지젤 번천의 남편이기도 하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실타래처럼 얽힌 미국 중국 일본 등과의 외교관계 속에서 방향타를 잃었다는 지적을 받는 한국 외교가 다시 신발 끈을 고쳐 매고 ‘신(新)실용외교’ 노선으로 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국 미국 중국 일본의 외교 전문가들은 정권 차원의 치밀한 검토와 전략 설정을 통해 한국의 지정학적 이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① 敵과 손잡은 키신저처럼… 안보협력엔 감정 배제해야 한일 과거사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많은 전문가들은 한국 외교가 보다 이성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은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인권 민주주의를 내세우면서도 때로는 인권 탄압국과도 손을 잡았다”며 “국익만을 생각하는 철저한 현실주의적 외교가 바로 실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인 만큼 감정을 누그러뜨리고 ‘드라이(이성적)’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브루스 클링너 미 헤리티지재단 한반도 담당 선임연구원은 “그동안 박근혜 정부가 과거사 문제에만 중점을 두어 미국이 현재의 (동아시아 지역 내) 안보 위협에 더 나은 대응을 하는 데 결과적으로 방해가 된 점을 부인할 수 없다“며 “이는 워싱턴을 실망시키고 서울의 고립감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일 과거사 이슈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한국의 안보, 경제, 외교적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② ‘과거사 넓은 시각 접근’ 내부 공감대부터 박근혜 정부 특유의 원칙주의가 시시각각 변하는 외교 분야에는 오히려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많았다. 미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낸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 부소장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년 전만 해도 별로 탐탁지 않게 생각하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이번 방미 기간 국빈급의 환대를 받은 이유는 미국인들도 깜짝 놀랄 정도로 바뀐 일본의 유연함과 순발력 덕도 있었다”며 “한국 외교도 고민해볼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사도 아키히로(佐道明廣) 주쿄(中京)대 종합정책학부 교수는 “한국인들에게 역사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지만 지금은 유연성을 잃었다. 국민들이 역사를 고집하면 정부가 ‘좀 더 넓은 시야로 보자’고 설득해야 하는데 지금은 오히려 반대”라며 “미국, 유럽을 대상으로 일본의 역사인식 문제를 꺼내 드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았다”고 했다. 대북 문제에서도 새로운 접근으로 남북대화의 물꼬를 트자는 지적도 많았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장은 “막혀 있는 남북 간 대화 통로를 ‘역사적 공조’로 뚫는 기회의 장으로 삼아보면 어떻겠느냐”며 “남북한 피해 할머니들이 공동 집회를 갖거나 양쪽이 갖고 있는 기록과 자료 교환도 추진해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③ 뜬구름 외교 말고 전략과 목표 분명하게 한국 외교의 핵심 전략 목표가 두루뭉술하고 추상적이라며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많았다. 예를 들어 한일관계 개선과 관련해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송민순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우선 각료급 회담을 통해 일상적 관계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정상회담의 경우에는 일본이 과거 합의와 선언을 분명히 준수하겠다는 의지 표명을 분명히 한 뒤에 해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박 대통령의 방미 때에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등 한반도 정세 해결의 구체적 방안에 대한 한미 간 합의에 초점을 맞추고, 이에 기초해 대일 외교를 전개하라고 조언도 했다. 어떻든 목표와 일정을 구체적으로 정한 뒤 밀고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었다. 해외 전문가들도 비슷한 지적을 했다. 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 도쿄대 교수는 “대일 외교뿐만 아니라 대중, 대미 외교에서도 한국 정부가 뭘 하려고 하는 것인지 전략이 잘 안 보인다. 대북관계도 신뢰프로세스에 따라 통일준비위원회 등 조직을 만들었지만 거기서 어떤 전략이 나왔는지 아직까지는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④ 유연성 발휘하되 美-中간 균형 유지해야 외교 전략을 유연하고 구체적으로 가져가되 큰 틀의 균형은 잃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은 중국 전문가들 사이에서 많았다. 왕이저우(王逸舟) 베이징(北京)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부학장)은 “한국으로서는 아태지역에서 독특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라며 완전히 미일에 의존하는 형국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후지핑(胡繼平) 현대국제관계연구원 일본연구소장은 “중국을 배제한 듯한 한미일 3각 동맹은 한중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신중한 대응을 주문했다. ⑤ 총성없는 여론戰, 민간단체 적극 활용을 공식 외교 라인뿐 아니라 각종 민간단체를 활용하는 것도 한국 외교에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래리 닉시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은 “아베 총리 방미 기간 워싱턴에서 사사가와평화재단 등 주요 싱크탱크가 일본 관련 심포지엄을 개최하면서 자연스럽게 여론 시장에 일본 관련 이슈들이 넘쳐났다”며 “박근혜 대통령 방미를 앞두고도 한국의 주요 싱크탱크가 워싱턴에 한국의 어젠다를 선제적으로 제시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지적했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 김정안 기자}
‘마침내 IS가 미국 본토를 공격했다(First attack on US soil).’ CNN은 5일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텍사스 주 무함마드(마호메트) 만평 전시장 총격 사건을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자 이런 제목으로 긴급 뉴스를 보도했다. IS가 지난달부터 ‘제2의 9·11테러’를 예고해온 상황에서 이번 일을 시작으로 IS의 미 본토 공격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스티브 킹 하원의원(공화·아이오와)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파리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처럼) 유럽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장차 미국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며 IS의 미 본토 테러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소말리아의 친(親)IS 성향 테러단체 조직원이 이번 사건에 핵심 역할을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 지역방송인 WCCO는 소말리아 테러 단체이자 최근 IS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알샤밥의 조직원으로 활동 중인 미니애폴리스 출신 무자히드 미스키(25)가 이번 테러를 선동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무함마드 압둘라히 하산이 본명인 미스키가 이번 테러의 범인 중 한 명인 엘턴 심프슨(30)과 트위터에서 테러 관련 글을 주고받았다고도 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미스키는 트위터에서 자신의 계정이 폐쇄될 때마다 새 계정을 만들어 미국 내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분자)를 향해 테러를 선동해왔으며 4월 23일 트위터에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 만평을 그린 샤를리 에브도에 테러를 감행한 형제들은 그들의 임무를 수행했다. 이제는 미국의 형제들이 나설 차례’라고 썼다. 현장에서 사살된 심프슨은 당시 “그들은 언제쯤 (테러 시도를) 알게 될까. 그들은 텍사스에서 무함마드 만평 전시회를 열어 출품작 중 최고작을 고르려 한다”고 답했다. 심프슨이 언급한 ‘그들’은 무함마드 만평 전시회를 개최한 미국자유수호단(AFDI)이라는 반이슬람 성향의 단체인 것으로 알려졌다. IS는 5일부터 자신들과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트위터 계정들을 통해 “미국 15개 주에 훈련된 전사 71명이 명령만 기다리고 있다. 이들 중 23명은 일요일(무함마드 만평 전시장 총격 사건)과 같은 임무를 수행하기로 서명했다”고 주장했다. IS는 자신들의 목표는 패멀라 겔러 AFDI 대표라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이날 IS의 최고위급 간부로 알려진 압드 알라흐만 무스타파 알까둘리와 대변인 아부 무함마드 알아드나니 등 IS 지도자 4명에 대해 2000만 달러(약 216억2000만 원)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한편 프랑스 하원은 이날 테러 예방을 위해 정보·수사 당국의 감시 기능을 대폭 강화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당국이 법원의 승인을 받지 않아도 전화 감청과 e메일, 문자메시지, 메신저를 들여다보며 테러 용의자를 감시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달 말 상원에서 가결되면 대통령이 공포할 수 있지만 사생활 침해 논란도 예상된다. 캐나다 하원도 경찰이 테러 용의자를 영장 없이 체포 및 구금하고 정보기관의 정보 수집 기능을 강화한 반테러법 ‘C-51’을 6일 표결한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마침내 IS가 미국 본토를 공격했다(First attack on US soil).’ CNN은 5일 이슬람 무장단체 IS가 텍사스 주 모하마드 만평 전시장 총격 사건을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자 이런 제목으로 긴급 뉴스를 보도했다. IS가 지난달부터 ‘제2의 9·11 테러’를 예고해 온 상황에서 이번 일을 시작으로 IS의 미 본토 공격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스티브 킹(공화·아이오와) 연방 하원의원은 CNN과 인터뷰에서 “(파리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처럼) 유럽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장차 미국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며 IS의 미 본토 테러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소말리아의 친 IS 성향 테러단체 조직원이 이번 사건에 핵심 노릇을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 지역방송인 WCCO는 소말리아 테러 단체이자 최근 IS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알샤바브의 조직원으로 활동 중인 이 지역 출신 무자히드 미스키(25)가 이번 텍사스 주 테러를 선동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모하메드 압둘라히 하산이 본명인 미스키가 이번 테러의 범인 중 한 명인 엘턴 심프슨과 트위터에서 테러 관련 글을 주고받았다고도 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미스키는 트위터에서 자신의 계정이 폐쇄될 때마다 새 계정을 만들어 미국 내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분자)를 향해 테러를 선동해왔으며 4월 23일 트위터에 ‘이슬람 선지자 모하메드 만평을 그린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에 테러를 감행한 형제들은 그들의 임무를 수행했다. 이제는 미국의 형제들이 나설 차례’라고 썼다고 한다. 현장에서 사살된 범인 심프슨은 당시 “그들은 언제쯤 (테러 시도를) 알게 될까. 그들은 텍사스에서 모하마드 만평 전시회를 열어 출품작 중 최고작을 고르려 한다”고 응답했다. 심프슨이 언급한 ‘그들’은 모하마드 만평 전시회를 개최한 미국자유수호단(AFDI)이라는 반 이슬람 성향의 단체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무부는 IS의 최고위급 간부로 알려진 아브드 알라흐만 무스타파 알카둘리와 대변인으로 활동 중인 아부 모하메드 알아드나니 등 IS 지도자 4명에 대해 2000만 달러(216억2000만 원)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한편 프랑스 하원은 이날 테러 예방을 위해 정보·수사 당국의 감시 기능을 대폭 강화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당국이 법원의 승인을 받지 않아도 전화 감청과 e메일, 문자메시지, 메신저를 들여다보며 테러 용의자를 감시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달 말 상원에서 가결되면 대통령이 공포할 수 있지만 사생활 침해 논란도 예상된다. 캐나다 하원도 경찰이 테러 용의자를 영장 없이 체포·구금하며 정보기관의 정보 수집 기능을 강화한 반 테러법 ‘C-51’을 6일 표결한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이유종 기자 pen@donga.com}
5일 오후 아프리카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 공항에 비행기 한 대가 착륙했다. 이어 긴장한 표정의 한 중년 신사가 기관총 등으로 중무장한 경호원들의 보호를 받으며 비행기를 내려섰다. 미국의 외교 사령탑인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아프리카 내전의 상징인 소말리아에 발을 딛는 순간이었다. 지난 1993년 미군 특수부대 소속 블랙호크 헬리콥터 2대가 소말리아 모가디슈에서 격추돼 미군 18명이 전사한 ‘블랙호크다운’ 사건 발생 이후 미 국무장관의 소말리아 방문은 20여 년 만에 처음이다. 20년 넘게 종족 간 분쟁 등에 휘말렸던 소말리아는 지금도 내전 탓에 치안이 불안하다. 대낮에도 모가디슈 거리를 다니기 어려울 정도. 때문에 케리 장관은 그나마 치안이 보장된 모가디슈 공항 안에서만 3시간가량 머문 뒤 다음 행선지인 지부티로 떠났다. 하산 셰이크 모하무드 대통령과의 면담도 공항 회의실에서 진행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케리 장관은 면담에서 “다음 방문 때는 모가디슈 거리를 걸어 다닐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모하무드 대통령은 “케리 장관의 방문은 ‘위대한 순간’”이라며 “모가디슈 시내의 치안은 이전과 비교해서는 나아지고 있다”고 화답했다. 케리 장관의 이날 ‘깜짝 방문’은 이슬람 무장단체 알샤바브와 내전을 벌이고 있는 소말리아 정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둔 소말리아가 무난히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현 정부를 돕는 게 동아프리카 및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대체적인 해석이다. 케리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알샤바브와 싸우는 소말리아 정부를 돕는 2만2000여 명의 아프리카연합 소말리아임무단(AMISOM)에 병력을 파견한 부룬디, 지부티, 에티오피아, 케냐, 우간다 정부에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미국은 소말리아와 외교 관계를 단절한 적은 없지만, 시아드 바레 정권 전복에 이어 종족 간 유혈 분쟁으로 빠져든 1991년 모가디슈 주재 대사관을 폐쇄했다. 2년 뒤 1993년에는 모가디슈에서 ‘블랙호크다운’ 사건까지 발생해 양국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그런 뒤 현 모하무드 대통령이 2012년 9월 정권을 잡자 미국은 새 정부를 공식 인정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올해 9월 임기를 마치는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 후임에 조지프 던퍼드 현 해병대사령관(사진)을 임명키로 했다고 미 언론이 4일 일제히 보도했다.아프가니스탄 주둔 사령관 등을 지낸 던퍼드 사령관은 효과적인 IS 격퇴를 위해 지상군 투입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미국 방문을 마치고 3일 귀국하자마자 워싱턴에서 일본 바람이 불고 있다. 주요 싱크탱크를 중심으로 이번 방미 기간 강화된 미일 동맹의 주요 이슈를 점검하는 세미나와 심포지엄이 잇따라 열리면서 일본에 우호적인 여론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 특히 이번 세미나를 위해 관련 학자 뿐만 아니라 일본 정관계 인사들이 이를 위해 대거 워싱턴을 방문할 예정이어서 일본 정부 차원의 치밀한 사전 준비가 있었음을 짐작케하고 있다. 진보성향의 브루킹스연구소는 4일 워싱턴에서 ‘미일동맹의 진전’이라는 주제의 심포지엄을 개최해 이번 미일 정상회담과 아베 총리의 미 의회 상하원 합동 연설의 의미를 점검했다. 일본 정부는 이 자리에 아베 총리의 최측근 중 한 명인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일본 내각 부대신을 보내 이번 방미 성과에 대한 일본의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의회에서는 민주당 겐바 이치로(玄葉光一郞), 우에다 이사무(上田勇) 공명당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날 심포지엄을 주관한 제프리 베이더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미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이 경제분야부터 글로벌 안보까지 다양한 협력이 가능하다는 게 확인됐다”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주요 의제를 둘러싼 이슈를 점검해 정상회담의 성과를 이어가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군사·안보 분야 전문 싱크탱크인 카네기평화연구재단은 7일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과 관련해 ‘미일 동맹을 위한 새로운 군사 기술’이라는 주제의 세미나를 열어 미일 군사동맹 강화 방안을 논의한다. 미 국방부 동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낸 제임스 소프 카네기재단 연구원, 일본의 군사기술 전문가인 아키야마 마사오 박사 등이 참석해 가이드 개정을 계기로 본격 확대될 일본의 군사력과 향후 미일 간 기술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보수성향의 헤리티지재단도 이달 중 미일동맹 강화 방안을 논의하는 심포지엄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의 과거사 이슈에 비판적이었던 미국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의 이같은 여론 정지 작업에는 대체적으로 우호적인 편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관련 전문가인 래리 닉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은 동아일보 기자에게 “아베 총리 방문 기간에 대표적인 친일 싱크탱크인 사사가와평화재단이 워싱턴에서 미일 관련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등 일본은 꾸준히 자신들의 생각을 알리려 노력해왔고 아베 총리 귀국 후 열리는 미국 싱크탱크들의 세미나 움직임도 그 연장선상”이라며 “자신을 알리고 이해시키겠다는 이런 적극적인 노력을 나쁘게 보는 미국인들은 그리 많지 않다”고 말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에드 로이스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공화)이 연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과거사 물타기’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로이스 위원장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한미일 의원협의회 참석차 방미 중인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워싱턴 의사당에서 만나 “아베 총리가 이번 의회 연설을 역사 문제와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는 기회로 삼지 못한 데 대해 매우 실망했다”고 말했다. 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처럼 역사를 정직하게 직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로이스 위원장은 이어 “이제는 8월의 종전 70주년 기념일이 (아베 총리가 역사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는) 다음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잘못된 과거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는 미래로 올바르게 나아갈 수 없는 만큼 과거 (제국주의 일본의) 침략전쟁 기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직시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우리가 모두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아베 총리에 대한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이날 면담에는 새누리당 황진하 국방위원장과 새정치민주연합 김성곤 의원 등이 함께 참석했다. 이에 앞서 로이스 위원장은 아베 총리가 지난달 29일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에 대해 사과를 하지 않자 “매우 실망스럽다”는 성명을 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북한과 이란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미국 동부지역에 미사일방어(MD) 체계를 설치하기 위한 예산이 내년 미 국방예산안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미 의회 하원 군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동부 MD 구축계획 수립과 우크라이나 정부군 훈련지원 등을 담은 ‘2016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 법안’을 찬성 60, 반대 2로 가결했다. 지금까지 미국 국방부는 캘리포니아 주와 알래스카 주 등 서부 지역에 지상 MD 기지를 설치했지만 동부 지역 MD 구축 계획에 대해서는 예산 문제를 이유로 그동안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하원 군사위는 MD 기지 배치를 위한 기본 계획과 기지 설계 등의 예산으로 3000만 달러(약 322억 원)를 배정했다. 이와 관련해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은 올 2월 미 의회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미 본토를 위협할 가능성에 대비해 본토 방어에 필요한 MD 체계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윌리엄 고트니 미군 북부사령관도 지난달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 KN-08을 배치했고 핵무기를 이 미사일의 탄두에 장착할 정도로 소형화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KN-08의 사거리는 최대 1만2000km로 워싱턴과 미 본토 중부권까지를 사정권에 두고 있는 것을 분석되고 있다. 하원 군사위 법안에 반영된 전체 국방비는 6119억 달러(약 657조 원)다. 한편 이날 가결된 국방수권법안에는 우크라이나 정부군 훈련 지원비로 2억 달러가 배정됐고, 해외비상작전(OCO) 예산으로는 822억 달러가 할당됐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