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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 대표 김모 씨(53·여)가 개에게 물린 지 엿새 만에 패혈증으로 숨지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동물에게 물린 상처 자체를 꿰매도 감염에 따른 쇼크가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은 개에게 물리면 우선 생리식염수나 수돗물로 상처 부위를 씻으라고 조언했다. 개의 타액을 통해 각종 바이러스, 곰팡이, 세균이 옮아 2차 감염 질환으로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피가 계속 나면 붕대 등으로 상처를 누른 뒤 병원에 들러 꿰매야 한다. 특히 들개 등 광견병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것으로 의심되는 개에게 물렸다면 상처가 얕아도 꼭 병원에서 광견병 감염 여부를 검사해야 한다. 문제는 응급실에서 상처를 봉합하고 항생제를 투여해도 패혈증 위험을 완전히 막을 수 없다는 점이다. 패혈증은 상처로 들어간 미생물뿐 아니라 개에게 물려 외상이 생기거나 화상을 입었을 때 발생한 염증 탓에도 악화할 수 있다. 환자의 기존 건강상태 역시 패혈증에 영향을 준다. 감염에 의한 패혈증의 경우 건강한 사람이라면 조기에 항생제와 수액만 투여하면 사망 위험을 10% 이내로 낮출 수 있다. 반면에 이미 당뇨병이나 폐렴, 갑상샘과다증 등을 앓고 있는 상태라면 면역력이 나빠 일반적인 처치로는 패혈증을 막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환자가 겉으로는 큰 이상을 보이지 않더라도 여러 종류의 항생제를 한꺼번에 투약하고 혈압과 산소포화도, 혈중 젖산 농도 등을 측정하며 이상 반응이 나타나는지 관찰해야 한다. 하지만 환자가 호흡이 가빠지거나 혈압이 떨어지는 등 패혈증 증상을 보여도 주위에서 이를 다른 질환으로 오해해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한 국내 연구에 따르면 패혈증에 대해 알고 있는 국민은 35% 수준으로, 뇌중풍(뇌졸중·96.9%)이나 심근경색(94.3%)보다 훨씬 낮았다. 동물 행동 전문가는 길에서 대형견을 만났을 때 눈을 마주치거나 쓰다듬는 행동을 삼가라고 조언한다. 최희웅 동아보건대 애완동물학부 교수는 “특히 불도그, 핏불테리어 등 아래턱이 발달한 개는 투견 종류일 가능성이 높으니 쳐다보지도 않고 지나가길 권한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한국인 최초로 세계모발이식학회장이 된 황성주 털털한피부과 원장(47)은 20일 인터뷰 자리에서 대뜸 기자(32)의 앞머리부터 들춰봤다. ‘M자’ 모양으로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고 있는 이마가 드러났다. 하지만 뜻밖에도 황 원장은 “모발이식을 하면 안 되는 대표적인 유형”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모발이식 후에도 탈모가 진행되면 이마에 심은 머리카락만 외로이 남는 ‘더듬이형’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황 원장은 자타 공인 세계 최고 수준의 모발이식 전문가다. 그의 진료실엔 세계모발이식학회가 2006년 전 세계 모발이식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업적을 남긴 의사에게 주는 ‘백금모낭상’ 상패가 있다. 2011년엔 한국인 중 처음으로 아시아모발이식학회장에 올랐다. 하지만 웬만해서는 환자에게 모발이식 수술을 권하지 않는다. 자칫하면 이식 후에도 다른 부위의 탈모가 계속 진행돼 2차, 3차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황 원장은 “내 가족이어도 권할 것인지 스스로 물어본 뒤 결정한다”고 말했다. 1994년 경북대 의대를 졸업한 그는 2000년 경북대병원 모발이식센터에서 임상강사로 활동하던 시절 “모발은 심은 부위의 영향을 받아 자라나는 형태가 달라진다”는 ‘수여부영향설’을 입증했다. 모발을 머리가 아닌 다른 부위에 이식하면 원래 자리에 있을 때만큼 잘 자라지 않는 점에 주목했다. 이는 모낭을 어디로 옮겨 심든 원래 성질을 유지한다는 통설을 뒤집은 것으로, 2003년 미국의 모발이식 교과서에도 실렸다. 이야기 도중 황 원장은 윗옷을 올렸다. 당시 스스로 인체실험의 피험자를 자처해 등에 옮겨 심었던 모발을 보이기 위해서였다. 그의 등 한복판에는 15∼20가닥의 털이 10cm 길이로 자라 있었다. 최근 세계 모발이식 학계의 ‘대세’는 ‘모공 단위 이식술’이다. 기존엔 피부를 한꺼번에 들어내 이식하는 ‘피판술’이 많았지만 흉터가 남고 머리카락이 자라는 모양도 부자연스러웠다. 모낭을 2, 3개씩 1개의 모공 단위로 나눠 이식하는 모공 단위 이식술은 흉터가 점처럼 남아 머리를 짧게 깎아도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게 황 원장의 설명이다. 황 원장은 어릴 적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대한적십자사 등으로부터 장학금을 받아 중고교를 졸업했다. 2012년에 문득 ‘주위의 도움 덕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있구나’라고 깨닫고, 국제어린이양육기구 컴패션을 통해 개발도상국 어린이 100명을 후원하기 시작했다. 10대인 두 딸도 용돈을 모아 후원금으로 낸다고 했다. 황 원장은 모발이식을 급하게 결정하지 말고 꼭 피부과 전문의와 상의하라고 당부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저도 탈모 유전자를 타고났습니다. 언젠가는 모발이식 수술을 받아야 하죠. 하지만 서두를 필요는 없어요. 불필요하게 여러 번 수술 받는 일을 피하려면 신중히 결정하는 게 좋습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19일 서울 중구에서 만난 나탈리아 카넴 유엔인구기금(UNFPA) 사무총재(63)는 17가지 색상으로 칠한 옷핀을 가슴에 달고 있었다. 빈곤 퇴치, 질병 극복 등 유엔이 국제사회 발전을 위해 채택한 지속가능발전 목표 17개를 상징하는 장식이다. 카넴 총재는 “이 중 다섯 번째인 ‘양성평등 및 여성역량 강화’가 한국이 겪는 저출산 문제의 열쇠”라고 강조했다. 그는 보건복지부 주관 ‘2017 국제인구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 왔다. 30년간 인구 문제를 연구한 카넴 총재의 결론은 “여성이 일과 자녀 양육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나라는 예외 없이 출산율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여성의 고용 불안정성 △직장의 육아 무관심 △국가의 보육 지원 부재가 아이 갖기를 포기하는 부부를 늘린다는 뜻이다. 반면 여성이 장래를 불안해하지 않고 아이를 언제, 몇 명을 낳을지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국가에선 출산율이 반등했다. 이는 여성에게 출산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야근문화 개선과 보육지원 확대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아이 낳기 좋은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최근 인구학계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그가 꼽은 최선의 투자는 새로 태어난 아이들을 잘 가르쳐 창의력을 키우는 것이다. 한국처럼 기대수명이 긴 사회일수록 양질의 인재가 노인이 된 이후에도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교육에 공을 들이는 게 ‘비용 대비 효과’를 가장 높이는 정책이라는 얘기다. UNFPA는 이런 방안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 국내 연구기관과 함께 연구하기 위해 내년에 서울에 지역사무소를 설치할 예정이다. 카넴 총재는 1976년 미국 하버드대를 졸업한 뒤 워싱턴대에서 의학박사 과정을 마쳤다. 뉴욕 시 할렘 지역에서 조기 사망률을 조사하면서 ‘환자 한 명을 돌보는 것보다 삶의 격차가 천차만별인 지역사회를 살리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에 인구 전문가로 거듭났다. 1992년부터 13년간 포드 재단에서 여성 건강 문제를 다뤘고, 2014년 UNFPA 탄자니아 사무소장을 거쳐 이달 3일 사무총재로 취임했다. UNFPA는 각국이 처한 인구 문제 해결을 돕기 위해 1967년 설립됐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한중일 3개국이 저출산 고령화 문제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협의체를 구성한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마쓰야마 마사지(松山政司) 일본 ‘1억 총활약 담당상’(인구 문제 전담 장관)은 1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7 국제인구콘퍼런스’에서 이 같은 내용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최근 20∼30년간 공통적으로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진 세 국가가 서로 인구정책을 비교해 좋은 정책을 벤치마킹하기 위해서다. 한중일은 가족 윤리와 직장문화가 유사해 저출산 정책을 따라하기 용이하다. 복지부는 실무진 협의를 거쳐 이르면 다음 달 중국에서 열리는 제10차 한중일 보건장관회의 때 협의체 설립을 확정할 예정이다. 일본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은 2005년 1.26명으로 바닥을 쳤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1.17명)과 비슷하다. 한국은 10년 격차를 두고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는 셈.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향후 50년간 인구를 1억 명 이상 유지하자는 취지에서 2015년 10월 인구 문제를 전담하는 1억 총활약 담당상을 신설했다. 마쓰야마 담당상은 “일본이 10년 전으로 시계를 돌릴 수 있다면 자녀의 보육 및 교육 부담을 줄이는 문제뿐 아니라 결혼을 회피하려는 현상을 하루빨리 해결하려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혼 적령기의 청년이 결혼을 망설이면서 평균 결혼 연령이 30대 중후반으로 늦춰졌고, 이는 첫째 아이를 가질 용기를 내지 못하게 만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일본은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미혼 남녀의 맞선을 주선하고 결혼자금을 지원하고 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2003년 9월 태풍 ‘매미’가 휩쓸고 간 경남 김해시 한림면은 전쟁터와 다를 바 없었다.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강력했던 태풍에 낙동강 제방이 무너져 집마다 물이 허리까지 들어찼다. 망연자실한 수재민을 구한 ‘영웅’은 자원봉사자였다. 이들은 물에 잠긴 집에서 가재도구를 꺼내 말리고 뜨끈한 국을 끓여 피해자들에게 대접했다. 그중엔 김경희 김해시자원봉사회장(59·여)이 있었다. 1995년 봉사활동을 시작한 김 회장은 평소엔 홀몸노인 가정에 반찬 배달 봉사를 하다가 재난이 발생하면 어디든 달려간다. 2007년 충남 태안군 기름유출 사고 현장,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독감) 방역 현장에도 그가 있었다. 보건복지부와 KBS,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제6회 대한민국 나눔국민대상’ 시상식을 19일 열고 김 회장에게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여한다고 18일 밝혔다. 48년간 35억 원을 기부한 허천구 전 코삭 회장(78)에게는 국민훈장 목련장이, 자원봉사와 장기 기증으로 이웃 사랑을 실천한 개인과 단체 153명(곳)에는 국민포장과 대통령표창 등이 수여된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코에 영양관과 산소공급기를 주렁주렁 매단 환자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병상 옆에서 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가 하면, 백발 환자에게 자기가 쓰는 립스틱을 발라주는 간병인이 있다. 17일 서울 종로구 ‘사진위주 류가헌’ 갤러리에선 이처럼 호스피스 병동의 일상을 담은 사진 50점이 걸렸다. 이 사진전은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가 18일 제5회 호스피스의 날 기념식을 앞두고 개최했다. 사진가 성남훈 씨(전주대 객원교수)가 인천 서구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과 강원 춘천시 춘천기독의원의 호스피스병동에 100일간 머물며 찍은 사진에는 병실의 일상이 생생히 담겨 있다. 이별을 앞둔 환자와 가족, 의료진이 슬퍼하는 모습뿐 아니라 먹고 자고 웃는 모습도 그대로 보여주려 했다는 게 주최 측의 설명이다. 전시는 29일까지 계속된다. 복지부는 8월 시행된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가정에서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질환을 말기 암에서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만성폐쇄성호흡기질환, 만성간경화로 넓혀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다. 가정형 호스피스 이용 환자는 하루 최소 4210원(간호사만 방문)에서 최대 1만2610원(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 방문)만 내면 된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간경변증 환자인 60대 초반 A 씨는 복수가 차오르고 온몸이 붓자 5월 31일 경기도의 한 종합병원을 찾았다. 의료진은 이뇨제와 혈액대체제를 써서 혈압을 되돌리려 했지만 A 씨는 이틀 만에 숨졌다. 사망진단서에 기록된 사망 원인은 ‘간경변증에 따른 호흡 부전’. 하지만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중재원)이 A 씨의 의료기록을 검토해보니 진짜 사망 원인은 자발성 세균성 복막염이 악화한 ‘패혈증’이었다. 환자의 맥박, 호흡, 혈압이 하나같이 패혈증 진단 기준에 맞아떨어졌지만 의료진이 엉뚱한 약만 처방한 것. 이민호 중재원 상임감정위원(한양대 의대 명예교수)은 최근 3개월간 접수된 패혈증 사망 사건 20건을 분석한 결과 A 씨처럼 최초 사망진단서에 사망 원인이 패혈증 대신 다른 것으로 기록된 사례가 13건이었다고 16일 밝혔다. 통계청이 집계한 지난해 패혈증 사망자는 3596명으로 전체 사망 원인 중 12위다. 하지만 이처럼 숨겨진 사망자를 포함하면 당뇨병 사망자(9807명) 수치와 비슷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패혈증은 ‘피(血)가 썩는다(敗)’는 뜻으로 상처나 종기로 미생물이 들어가거나 화상으로 전신에 염증 반응이 나타나 여러 장기가 빠르게 나빠지는 상태를 말한다. △횡설수설하고 의식이 몽롱해지는 등 정신 상태가 변하거나 △호흡이 분당 22회 이상으로 가빠지고 △수축기 혈압이 100mmHg 아래로 떨어지면 패혈증을 의심해야 한다. 첫 증상을 보인 지 3시간이 지나기 전에 수액과 항생제를 맞으면 사망 위험을 10% 내로 낮출 수 있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선 패혈증 신호를 오해해 환자가 숨질 때까지 원인을 못 찾거나 발병 원인을 방치해 재발하는 경우가 잦다. 정신 상태의 변화를 정신질환으로 해석해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했다가 저혈압을 악화시키는 일도 있다. 이는 패혈증이 전신에 나타나기 때문에 깊이 연구하는 진료과가 드문 데다 내과와 외과의 협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2월 서울의 한 대학병원을 찾은 패혈증 환자는 담당 내과 의료진이 외과적 발병 원인인 소장 괴사를 닷새 후에야 발견해 끝내 숨졌다. 패혈증을 방치하면 패혈성 쇼크로 악화돼 한 달 내 사망할 가능성이 30% 수준으로 치솟는다. 뇌졸중(뇌중풍·9.3%)이나 급성심근경색(9.6%)보다도 높은 사망률이다. 이 위원이 2007년 5월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방광조영촬영술을 받다가 숨진, 책 ‘몽실언니’의 작가 권정생 씨(당시 70세)의 의료기록을 검토한 결과 의료진은 권 씨가 사망 한 달 전 패혈증 의심 증상으로 응급실을 찾았을 때 혈중 젖산 농도 등 필수적 검사를 실시하지 않고 흉부 X선 촬영만 네 차례나 한 정황이 나타났다. 패혈증 환자를 중재원조차 놓친 사례가 있다. 자유한국당 성일종 의원이 올해 2월 한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숨진 B 씨(90·여)의 감정서를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중재원은 6월 “의료진 과실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가 2개월 만에 재감정을 통해 “패혈증 치료 조치가 미흡했다”고 정정했다. B 씨가 숨지기 두 달 전 당뇨병 탓에 괴사한 오른발 일부를 잘라낸 뒤부터 패혈증 의심 증상을 보였지만 의료진이 제대로 치료하지 않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각 병원의 패혈증 대응 수준을 평가해 건강보험 수가 등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 뉴욕주는 2012년 농구 경기 중 팔을 다쳐 응급실을 찾았다가 퇴원한 로리 스타운턴 군(당시 12세)이 이튿날 패혈증으로 숨진 것을 계기로 의료진의 패혈증 조기 진단을 의무화하는 ‘로리 규정’을 만든 바 있다. 정은영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특정 질환 사망자가 발생하면 당국에 보고하도록 한 ‘의료사고 주의보’ 제도에 패혈증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국내 환자가 30만 명으로 추정되지만 병원에서 치료받는 비율은 5%가 되지 않는 질환이 있다. 2015년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의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 사건으로 알려진 C형 간염이다. 올해 6월 전수감시 대상이 된 뒤 매달 1000명 안팎의 환자가 신고되고 있지만 비싼 약값 탓에 여전히 치료를 망설이는 이들이 많다. 20일 ‘간의 날’을 앞두고 변관수 대한간학회 이사장(고려대구로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을 만나 C형 간염의 증상과 치료법을 알아봤다. ―C형 간염엔 어떻게 걸리나. “C형 간염 바이러스를 지닌 사람이 쓴 주사기를 돌려쓰거나 수혈할 때 옮을 수 있다. 감염되면 열에 여덟은 만성화하고, 이 중 20∼30%가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이어진다. 국내 간암 발병 원인 1위가 B형 간염, 2위가 C형 간염이다.” ―어떤 증상으로 알 수 있나. “피로감, 소화불량, 황달 등 증세가 대표적이지만 이를 통해 알아차리긴 어렵고, 혈액 검사로 걸러내는 게 현실적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내세운 ‘2030년 C형 간염 박멸 계획’에 발맞춰 우리도 40세 국가검진 대상에 이 질환을 포함시키면 10∼20년 내에 신규 환자를 현재의 10% 이하로 낮춰 사실상 퇴치 단계에 이를 것으로 기대한다.” ―치료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12주간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면 95%의 성공률로 치료된다. 약값 1000만∼2000만 원 중 건강보험 지원액을 제외한 환자의 본인부담금이 300만∼750만 원 정도다. 소득 수준에 따라 연간 150만∼500만 원을 초과한 본인부담금을 돌려주는 ‘본인부담 상한제’를 이용하면 부담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 방치하면 간암 등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높으니 조기에 치료하는 게 가장 좋다.” ―외국인 환자가 싼값에 치료하러 한국에 온다는데…. “중국과 몽골은 C형 간염 유병률이 한국의 2∼10배이고, 실제로 많은 중국 동포가 우리 병원(고려대구로병원)을 찾고 있다. 공중보건학적 관점으로 보면 장기 체류자는 한국인과 똑같이 치료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다만 건강보험 적용 조건을 현행(건보료 3개월 치 납부)보다 강화해 치료만을 목적으로 입국하는 단기 체류자를 걸러낼 필요는 있다고 본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복지급여를 부정 수급한 사람이 5년간 57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유한국당 송석준 의원은 13일 사회보장정보원으로부터 기초생활 및 차상위 급여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2013년부터 올해 7월까지 57만4777명이 소득과 재산을 허위로 신고해 급여를 받다가 적발됐다고 밝혔다. 부정수급으로 환수가 결정된 금액은 2013년 76억 원에서 2014년 103억 원, 2015년 154억 원, 지난해 212억 원으로 급상승했고, 올해는 7월까지 125억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 중 환수한 금액의 비율은 2012년 73.2%, 2013년 68.3%, 2014년 68.7%, 2015년 62.5%, 지난해 55.9% 등으로 곤두박질했다. 송 의원은 “부정수급자를 제대로 확인해 재정이 새지 않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서울 영등포구 새길병원에서 허리 자기공명영상(MRI)을 한 번 촬영하면 16만 원이 청구된다. 서울지구병원 등 국군병원(25만787원)보다도 저렴하다. 반면 경희대병원에선 78만3180원, 삼성서울병원에선 77만1000원을 내야 한다. 병원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MRI 촬영 가격을 각각 책정하면서 가격이 천차만별이 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이 12일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전국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722곳의 MRI 진단비’ 자료를 분석한 결과 병원 간 MRI 비용은 최대 8배 차이가 났다. 가장 차이가 큰 것은 뇌혈관 MRI였다. 전국 평균은 42만4430원이었지만 전남 화순성심병원 등 6곳은 10만 원, 경기 안양시 메트로병원은 80만 원으로 격차가 컸다. 뇌 MRI는 가장 저렴한 곳(새길병원)과 비싼 곳(인천성모병원)의 차이가 5.2배(67만 원)였고, 목 MRI는 4.9배(63만 원)였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내년 7월부터 아동수당을 받게 될 5세 이하 아동 가운데 1만여 명이 평균 1700만 원대의 주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상당수는 부모가 세금을 적게 내려고 자식 이름으로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급격한 복지비용 증가 속에 이런 아동에게도 아동수당을 지급해야 하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자유한국당 김명연 의원이 12일 한국예탁결제원에서 받은 ‘상장법인 개인주주 연령별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5세 이하 개인 주주는 1만610명으로, 이들이 보유한 주식 평가액은 모두 1818억4610만 원으로 집계됐다. 1인당 평균 1714만 원의 주식을 보유한 셈이다. 이 중 생후 12개월이 지나지 않은 498명의 1인당 평균 보유액은 885만 원이었다. 연령에 따라 주식 보유액도 늘어 만 5세 주주 2780명은 1인당 평균 2217만 원의 주식을 보유했다. 이는 전형적인 편법 증여 수법이다. 증여세와 상속세는 기간과 액수에 따라 누진 부과되는데, 어릴 때부터 조금씩 물려받으면 부과를 피할 수 있다. 주식은 부동산과 달리 매매 차익에 따른 양도소득세도 없다. 주식 가치가 수십 배로 높아진 뒤 팔아도 수익에 따른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뜻이다. 정부 계획대로 5세 이하 모든 아동(253만4473명)에게 월 10만 원을 지급하면 이 ‘어린 주주들’에게도 연간 127억3200만 원의 예산을 줘야 한다. 이는 내년도 여성 장애인 출산·교육 지원 예산(28억4200만 원)의 4배가 넘는다. 이 때문에 야권에서는 ‘보편적 아동수당’을 폐기하고 소득분위별 선별, 예외 지급 조항을 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 대선 당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소득하위 50%에게,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80%에게 아동수당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김 의원은 “아동수당이 육아에 따른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민생정책인 만큼 세금 회피가 의심되는 ‘주식 부자’와 같은 고소득층에게 지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이 넥타이가 더 점잖아 보일까?’ 2015년 7월 29일 저녁 홍우기 씨(68)는 닷새 앞으로 다가온 아들 윤길 씨(당시 33세)의 결혼 상견례를 준비하며 장롱을 뒤지고 있었다. 그때 ‘쿵’ 소리가 들렸다. 윤길 씨가 방에 쓰러져 있었다. 그때부터 일어난 모든 일이 홍 씨는 아직도 꿈만 같다. 구급차에 실려 간 아들, 수술실에서 나오며 “뇌출혈이 심해 이미 늦었다”고 고개를 가로젓는 의사들, 다섯 달 뒤 며느리가 될 아들의 여자친구가 목메어 우는 모습…. 뇌사에 빠진 아들 곁을 지키던 홍 씨는 20년 전 세상을 떠난 자신의 친동생을 떠올렸다. 홍 씨의 동생은 평소 “내가 뇌사상태에 빠지면 장기를 나눠 달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하지만 현실로 닥치자 홍 씨 가족은 “멀쩡한 시신의 배를 가를 수 없다”며 기증을 거부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홍 씨는 후회가 커졌다. ‘동생의 부탁을 들어줬더라면 그의 일부가 이 세상 어딘가에 살아있을 텐데….’ 결국 홍 씨는 아내와 상의해 아들의 장기를 기증하기로 결심했다. 윤길 씨의 심장과 간, 콩팥 2개는 이튿날 20∼40대 환자 4명에게 각각 전달돼 새롭게 태어났다. 안구 2개도 시각장애인 2명이 이식받아 새 빛을 찾았다. 윤길 씨는 장기기증을 서약한 적이 없지만 헌혈의집이 보일 때마다 소매를 걷었고 봉사활동에 기꺼이 나섰다. 9일 서울 도봉구 도봉동 홍 씨 자택. 한쪽 벽에 아들 윤길 씨의 사진이 갓난아기 때부터 취업 후 찍은 것까지 빼곡히 붙어 있었다. 홍 씨가 입은 옷도 아들이 즐겨 입던 것이었다. 홍 씨는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잊혀지기는커녕 점점 커져 아무것도 버릴 수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홍 씨의 생활은 2년 전 그날 이후로 180도 달라졌다. 평생 해온 자동차 부품 유통업을 그만두고 장기기증 홍보에 몸을 던졌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온라인 게시판에 올라온 장기기증 관련 문의 글에 일일이 답변을 적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기증 서약을 망설이는 이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서약 절차가 복잡하지 않으냐’는 글에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전화번호(1577-1458)를 댓글로 달아주거나 뇌사가 무엇인지 묻는 글에 ‘뇌가 사망해 2주 안에 심장사로 이어지지만 다른 장기는 살아있는 상태’라고 알려주는 식이다. 지금까지 홍 씨가 단 댓글은 900건에 이른다. 그는 장기기증자 유가족 모임인 인터넷 카페 ‘생명을 잇는 사람들’을 운영하는 한편 유가족 합창단 ‘생명의 소리’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유가족들이 서로 위안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만들면 기증자가 늘어날 거란 기대에서다. 언론에 소개된 이식 수혜자들의 사연은 전부 모아둔다. 가장 안타까운 일은 뇌사자가 장기기증을 서약했는데도 가족이 반대해 기증이 이뤄지지 않을 때다. 홍 씨는 “시신을 그대로 두는 게 가족에게 잠시는 위안이 될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소원을 들어주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더 커진다”며 고인의 뜻을 따라줄 것을 당부했다. 질병관리본부는 11, 12일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 장기기증 독려 메시지를 담은 조형물 ‘생명 이은 집’을 설치해 전시한다. 장기기증은 뇌사 기증자의 일부가 새롭게 살아갈 집(이식 수혜자의 몸)을 선물하는 일이라는 뜻으로 이제석광고연구소가 실제 주택과 비슷한 크기로 만들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느닷없이 출판사를 차리더니 전공과 무관한 한글 관련 책을 펴내는 대학병원 교수가 있다. 8일 서울 종로구 옥인동의 인문학 공간 ‘북성재’에서 만난 유은실 서울아산병원 병리과 교수(60·여)가 주인공이다. 그는 대뜸 “세종대왕이 쓴 ‘훈민정음’을 읽어본 적 있느냐”고 물었다. ‘의사 유은실’은 없고 영락없는 한글학자가 앉아 있는 모습이었다. 그는 571돌 한글날을 맞아 동료들과 함께 ‘한글, 자연의 모든 소리를 담는 글자’라는 한글 해설서를 펴냈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만든 까닭과 모음과 자음을 이루는 음양(하늘, 땅, 사람) 및 오행(물, 나무, 불, 흙, 쇠)의 원리를 문답으로 정리한 책이다. 책 왼쪽에는 한국어가 적혀 있고, 오른쪽 옆면에는 영어나 중국어, 프랑스어, 일본어 등 외국어로 번역돼 있다. 유 교수는 “한글에 흥미를 느낀 외국인도 읽을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1982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1989년 서울아산병원 병리과 교수가 됐다. 하지만 인문학에 대한 관심은 식을 줄 몰랐다. 2005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 참가했을 때 외국인들이 한글의 원리에 관심을 갖는 데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가 ‘한글 전도사’로 나선 이유다. 하지만 외국인은 물론이고 우리나라 사람에게조차 한글의 우수성을 알려주는 책이 별로 없었다. 지인인 한의사 김명호 씨(70)가 ‘한글을 만든 원리’라는 책을 썼지만 출판사를 찾지 못한 점도 안타까웠다. 유 교수는 2006년 직접 출판사 ‘허원미디어’를 설립하며 본격적인 ‘외도’에 나섰다. 그는 “많은 국민이 ‘가장 내세울 만한 우리의 문화유산’으로 한글을 꼽지만 정작 쉽고 체계적으로 정리된 한글 해설서가 없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유 교수의 전공 분야인 병리학은 세포와 유전자 등을 관찰해 병의 원리를 파헤치는 학문이다. 훈민정음을 이루는 원리를 밝히는 것이 병리학과 비슷하다는 게 그의 지론. 한글은 발성기관을 글자 모양으로 흉내 낸 ‘상형’과 복잡한 소리일수록 획을 더하는 ‘가획’의 원리가 음양오행을 본뜨고자 한 세종대왕의 철학과 맞물려 어느 문자보다 과학적이다. 유 교수는 병의 원리를 파헤치듯 우리글의 낱소리를 하나하나 구분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몇 해 전부터 같은 병원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교수와 학생들에게 틈틈이 한글의 창제 원리를 가르치고 있다. 유 교수는 “한글을 곱씹는 기쁨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 조만간 독일어와 스페인어 등으로도 해설서를 번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적잖은 보건소가 의약품 안전 당국의 경고를 무시하고 임신부와 태아에게 해로울 수 있는 의약품을 처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은 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경고 현황을 분석한 결과 보건소가 지난해 약 처방 직후 ‘임산부 금기’ 경고를 받고도 처방을 바꾸지 않은 사례가 93.8%에 이른다고 밝혔다. 심평원은 전국 병·의원과 보건소가 환자에게 두 가지 이상의 의약품을 한꺼번에 처방할 때 나이 및 임신 여부에 따른 적합성과 부작용 여부 등을 판단해 문제가 우려되면 DUR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으로 경고 메시지를 띄운다. 지난해 DUR 경고를 받고 실제 처방을 변경한 비율은 △종합병원 13% △의원 11.4% △상급종합병원 8.8% △병원 8.5% △보건소 7.6% 순이었다. 이 비율을 제외하면 경고 메시지에도 문제의 기존 처방을 바꾸지 않았다는 의미다. 특히 태아 기형, 태아 독성 등 위해가 우려되는 성분을 임신부에게 처방할 땐 특별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데, 보건소가 이 경고를 받고 처방을 바꾼 비율은 6.2%로 전체 평균(13.2%)의 절반에 그쳤다. 전 의원은 “심평원은 보건소의 DUR 운영 실태를 파악해 의약품 부작용 사고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어머니는 아버지처럼 보내고 싶지 않았어요.” 추석 연휴를 맞아 어머니에게 간을 기증한 ‘효녀’의 사연이 알려져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주부 목영숙 씨(36)는 2일 이 병원에서 간암 투병 중인 어머니 이덕분 씨(63)에게 자신의 간 일부를 기증하는 수술을 받았다. 30대에 B형 간염에 걸린 이 씨는 간암으로 진행돼 2015년 간 절제술과 항암 치료를 받았지만 상태가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간 이식만이 유일한 치료법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처음에 이 씨는 두 딸과 아들에게 이 사실을 숨겼지만 곧 가족 모두 알게 됐다. 자녀들은 어머니 몰래 전부 기증자 검사를 받았다. 하지만 장녀와 막내인 목 씨는 간이 작다는 이유로, 아들은 어머니와 같은 B형 간염 보균자라는 이유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뇌사자의 기증은 오랜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지난해 국내 이식 대기자는 3만286명이었지만 실제 이식 수술은 4658건(15.4%)에 불과했다. 한국의 인구 100만 명당 뇌사 기증자(2015년 기준)는 10명으로 미국(28.5명) 이탈리아(22.5명) 등보다 훨씬 적다. 결국 목 씨는 의료진을 찾아가 다시 한번 검사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의료진은 고심 끝에 재검사를 한 뒤 적합 판정을 내렸다. “7년 전 아버지가 간암으로 돌아가실 때 늦게 발견하는 바람에 손을 쓸 수가 없었어요. 다시는 그런 일을 겪고 싶지 않아 (간 기증을) 전혀 고민하지 않았어요.” 이 씨처럼 B형 간염 보균자였던 목 씨의 아버지는 공무원으로 일하다가 2010년 간암 말기 판정을 받은 뒤 별다른 치료도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목 씨는 “그때 아버지께 아무것도 해드리지 못한 게 늘 마음에 걸렸다”고 했다. 이 씨는 “딸과 사위, 손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며 “잘 회복해 오래오래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모녀는 이날 오전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문덕복 교수팀이 집도하는 생체 간 이식 수술을 받으러 수술실로 들어가며 두 손을 꼭 잡았다. 유성열 ryu@donga.com·조건희 기자}

“할망 있수꽈?”(“할머니 계세요?”의 제주 사투리) 추석 명절을 앞둔 2일 ‘휴무’ 표시등을 켠 택시에서 내린 송수빈 씨(49)가 제주 제주시 오등동의 한 주택 문을 두드리자 김모 할머니(92)가 미처 신발도 신지 않은 채 달려 나왔다. 웃음을 머금은 눈가엔 주름이 가득 잡혔다. “아이고…. 잘도 반갑수다게(매우 반갑습니다).” 택시 운전사 송 씨는 2주에 하루 김 할머니처럼 혼자 사는 노인에게 밑반찬을 배달한다. 올해로 13년째다. 이날 송 씨는 밑반찬 말고도 선물을 준비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제주종합사회복지관과 함께 모은 후원금으로 산 전통시장 상품권이다. 연휴가 길수록 상대적으로 외로움을 타는 홀몸노인들을 위로하기 위해서다. 송 씨는 “나도 어린 시절 가난 탓에 김밥은커녕 주먹밥도 먹지 못한 어린이날, 소풍날이 유난히 더 서러웠다”며 “명절을 앞두고 봉사자를 이렇게 반기는 어르신들을 보니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어린 송 씨의 집은 기초생활 수급자(당시 영세민)로 분류될 정도로 형편이 어려웠다. 정부가 지원해 주는 쌀과 생필품에 항상 감사한 마음을 안고 살았지만 문제는 학비였다. 고교 시절 성적은 상위권이었지만 대학 등록금을 마련할 수 없었다. 결국 그는 고교 졸업 후 곧장 생활전선에 뛰어들었고, 1996년 3월부터 택시를 몰기 시작했다. 밤낮없이 일한 덕에 2005년 개인택시를 갖게 됐다. ‘그동안 주변으로부터 받았던 도움을 베풀 때다.’ 송 씨는 그 길로 홀몸노인 반찬 배달 봉사에 참여했다. 택시로 제주 곳곳을 누벼온 운전 솜씨를 살려 갑자기 쓰러져도 돌볼 사람이 없는 홀몸노인의 안부를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게 목표였다. 처음엔 반찬을 전해 주는 게 전부였지만 만남이 잦을수록 정이 붙었다. 보름 전까지만 해도 정정했던 어르신이 어느 날 세상을 떠나는 일도 적지 않았다. 그럴수록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더 전하겠다’는 각오를 새겼다. 송 씨의 나눔은 대를 이어 계속되고 있다. 봉사 때마다 조수석에 태우고 다닌 첫째 아들 근휘 군(17)이 어느덧 고교 2학년생이 돼 주말마다 장난감도서관에서 장난감을 소독하고 정리하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송 씨는 “(어르신을 만나러 다니는 일이) 대단하거나 힘들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오히려 봉사활동을 하면 기분도 좋아지고 손님도 더 많아지는 기분이 든다”며 “숨이 붙어 있는 한 내가 가진 것을 나누며 살고 싶다”고 했다. 어린이재단 콜센터(1588-1940)나 홈페이지()에서 송 씨의 나눔 정신에 동참할 수 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365mc병원은 “한 분야에 1만 시간을 투자하면 탁월한 경지에 오른다”는 ‘1만 시간의 법칙’에 따라 지방흡입 수술을 3000건(1만 시간에 해당) 이상 집도한 의사에게 ‘마스터’ 칭호를 붙인다. 이 칭호를 6차례나 받은 대전 365mc 비만클리닉·지방흡입센터의 이선호 대표원장(47·사진)은 지방흡입술(1만8000여 건)의 대가다. 1일 이 원장에게서 365mc병원과 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함께 개발한 지방흡입 인공지능(AI) 시스템에 대해 들어 봤다. 지방흡입 AI 시스템은 지난달 12일 공개됐다. 이 원장을 비롯한 365mc병원의 의료진이 시행해 온 지방흡입 수술 12만 건과 비만 진료 400만 건의 정보를 학습시켜 분석한 뒤 수술 중 잘못된 동작이 나타나 부작용이 우려되면 실시간으로 의료진에 경고하는 방식이다.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는 새 시스템의 핵심은 ‘감’에 의존해야 했던 수술 동작을 정밀한 수치로 변환하는 것. 피하지방층에 귤 알갱이처럼 흩어져 있는 지방 세포를 빨아들이려면 주삿바늘 모양의 흡입기(캐뉼라)를 끊임없이 움직이는 ‘스트로크’ 동작의 숙련도가 매우 중요하다. 이 동작이 섬세하면 세포가 균일하게 빠져나와 수술이 성공하지만, 반대의 경우 피부조직이 엉겨 붙거나 바늘이 내장을 뚫어 환자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새 AI 시스템 개발에는 두 가지 첨단 기술이 이용됐다. 첫 번째는 한국전자부품연구원(KETI)과 함께 개발한 ‘모션캡처’ 센서. 이 센서는 캐뉼라에 부착돼 피부를 찌르는 깊이, 속도, 좌표 등 궤적 정보를 기록한다. 두 번째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플랫폼 ‘애저’다. 지방흡입 수술 1회당 의사가 반복하는 수백∼수천 차례의 스트로크 동작 정보를 수치로 변환해 수술 결과와 대조시키는 데엔 딥러닝(자가학습) 기술이 필요하다. 각각의 지방흡입 수술을 통해 환자가 지방 세포를 얼마나 감량했는지, 멍이나 염증 등 부작용이 나타났는지, 수술 만족도가 어느 정도였는지 등을 AI가 분석하면 어떤 스트로크 동작이 바람직한 결과를 낳는지 가려낼 수 있다는 게 이 원장의 설명이다. 의료진이 ‘직관’과 ‘숙련도’로 치부해 왔던 수술 동작을 하나하나 평가할 수 있게 된다는 것. 이 원장은 △마취전문의 실명제 △가상현실(VR) 기기를 이용한 지방흡입 수술법 교육 시스템 △지방흡입 환자 맞춤형 식사 일기 애플리케이션 개발 등 365mc병원의 공격적인 연구 및 시도가 AI 시스템의 개발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12월 지방흡입 AI 시스템을 수술 현장에 도입하고, 대전 서구에 연면적 6585m²(약 1992평)의 ‘지방이타워’를 준공해 연구소와 교육센터를 만들 계획”이라며 “비만에서 비롯되는 각종 질병까지 연구하는 세계적인 ‘비만 연구 허브’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한국인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국민 중 가장 자주 병원에 간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스웨덴 국민의 5배 수준이다. 병·의원 접근성이 높은 이유가 있지만, 가벼운 질환에도 무조건 의사를 찾아가는 ‘과잉 진료’ 문화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OECD는 ‘2017년 건강 통계’에서 회원국 국민 1명당 의사에게 외래 진료를 받은 횟수를 2015년 기준으로 비교한 결과 한국인이 연평균 16회로 1위를 차지했다고 1일 밝혔다. 일본(12.7회) 헝가리(11.8회) 등 2, 3위와 격차가 클 뿐 아니라 OECD 평균(7회)의 2배가 넘는다. 하위권인 스웨덴(2.9회) 미국(3.4회) 노르웨이(4.3회) 국민이 병원에 한 번 갈 동안 한국인은 3∼5번 정도 병원 문턱을 넘는 셈이다. 한국이 이 조사에 처음 참여한 1999년엔 1인당 8.8회로 일본(14.5회) 등에 이어 5위였다. 하지만 진료 횟수가 점차 늘어 2012년 14.3회로 일본(12.9회)을 역전했고, 그 뒤 줄곧 1위를 유지하고 있다. 2015년 기준 입원 환자 1명이 병원에 머무르는 평균 기간도 16.1일로 일본(29.1일)에 이어 2위였으며, OECD 평균(8.2일)의 배에 가까웠다. 이처럼 한국인이 병원을 자주 찾는 일차적인 이유는 병·의원을 찾기 쉽고 건강보험 진료비가 낮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인구 1000명당 병상 수는 한국이 11.5개로 OECD 회원국 중 일본(13.2병상) 다음으로 많았고, 평균(4.7개)보다 2.4배로 많았다. 전 국민 중 공적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는 사람의 비율에서도 한국은 1989년 이후 줄곧 100%에 가깝게 평가돼 독일(89.2%), 칠레(73.2%)보다 높았다. 하지만 의료계에선 한국인이 실제보다 자신의 건강 상태를 나쁘게 평가하는 ‘건강 염려증’ 때문에 과잉 진료가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15세 이상 한국인 중 자신의 건강이 좋다고 답한 비율(주관적 건강률)은 32.5%로 OECD 회원국 중 최하위였다. 여기에 진료비 원가보다 낮은 건강보험 수가 때문에 ‘박리다매’ 진료를 일삼는 병·의원의 행태가 합쳐져 불필요한 진료가 많아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대학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정부가 수가를 비현실적으로 낮게 책정해, 의료계 일선에서는 꼭 병원에 다시 오지 않아도 되는 환자를 2, 3차례 더 불러 손실을 메우려는 경향이 생겼다”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정부가 ‘생리대 위해성’ 논란과 관련해 초경을 시작한 12세 여자아이가 평생 동안 생리대를 사용해도 건강에 이상이 없다고 공식 발표했다. 어린이 기저귀도 교체 주기만 잘 지키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이동희 바이오생약국장은 28일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평가한 결과 모두 인체에 무해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주요 내용을 Q&A로 정리했다. Q. 생리대는 정말 안전한가. A. 국내에서 제조되거나 수입된 생리대뿐만 아니라 해외 직구 가능한 생리대까지 666종을 모두 수거해 조사했다.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84종 중 검출량이 가장 많고 인체 위해성이 큰 10종만 우선 조사한 결과 모든 생리대에서 극히 소량만 검출됐다. 가장 많은 VOCs가 검출된 생리대를 평생 사용하더라도 인체에 흡수되는 VOCs 양은 독성을 나타내는 양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Q. 면역력이 약한 청소년들은 위험한 것 아닌가. A. VOCs의 위해성은 △인체 흡수율이 높고 △생리대 사용량이 많고 △체중이 적게 나갈수록 높아진다. 통상 VOCs의 인체 흡수율은 20%다. 여성은 월평균 21개의 생리대를 사용하고 생리를 하는 연령대(15∼54세) 여성의 평균 체중은 57kg이다. 하지만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자 VOCs가 가장 많이 검출된 생리대를 체중 43kg인 12세 여아가 월평균 52.5개씩 평생 사용하고 VOCs의 인체 흡수율을 100%라고 가정해 위해성 평가를 진행했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Q. 김만구 강원대 교수의 시험과는 어떻게 다른가. A. 김 교수는 체온과 같은 36.5도로 유지된 밀폐 장치에 생리대를 3시간동안 걸어두고 공기 중으로 휘발되는 VOCs만을 측정했다. 이 방식으로는 생리대에 들어있지만 휘발되지 않는 VOCs를 측정할 수 없다. 반면 식약처는 생리대를 액화질소로 얼렸다가 분쇄한 뒤 밀폐 장치에 넣고 가열해 VOCs를 측정했다. 공기 중으로 나오는 양과 휘발되지 않고 생리대에 남아있는 VOCs까지 모두 측정한 것이다. 11개 제품만 조사한 김 교수와 달리 식약처는 시중에 유통되는 생리대를 전수조사했고 실제 사용량 등을 고려해 위해성 평가까지 진행했다. 또 김 교수의 시험 결과는 다른 연구자의 검증을 거치지 않았지만 식약처는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생리대안전검증위원회’와 식약처 공식 자문기구인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의 검증을 거쳤다. Q. 아직 조사하지 않은 VOCs 74종이 위험할 수 있지 않나. A. VOCs는 공기 중에서 쉽게 휘발되는 유기화합물이다. 벤젠, 톨루엔 같은 유해물질도 있지만 나무에서 나오는 피톤치드처럼 인체에 유익한 물질도 있다. VOCs 84종 중 인체 위해성이 큰 10종을 우선 검사했다. 여기에는 벤젠, 트리클로로에틸렌 등 1군 발암물질과 톨루엔, 스티렌 등 생식독성물질이 모두 포함돼 있다. 나머지 74종은 검출량이 매우 적거나 인체 위해성이 낮은 물질이다. Q. 어린이 기저귀도 안전한가. A. 어린이가 월평균 기저귀 사용량(180개)의 2배인 360개를 사용하고 VOCs가 100% 흡수된다고 가정해 조사했다. 생리대처럼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그 결과 생리대보다 인체 위해성이 낮았다. 다만 시중에 유통되는 어린이 기저귀 376개 중 시장점유율이 높은 10개 제품만 우선 검사했다. 나머지 제품의 위해성 평가는 올해 안에 발표할 예정이다. Q. 탐폰과 생리컵 제품은 왜 검사에서 빠졌나. A. 탐폰과 생리컵은 일반 생리대와 달리 여성의 질 속에 삽입해 사용한다. 위해성 평가도 이런 차이점을 고려해 진행해야 해 이번 조사에서 제외했다. 향후 위해성 평가를 진행할 계획이다. 탐폰을 장시간 사용 시 치명적인 ‘독성쇼크증후군’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사항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Q. 향후 생리대 안전관리 강화 대책은…. A. 식약처와 한국소비자원, 여성환경연대에 들어온 생리대 부작용 신고 3050건에 대한 역학조사를 실시한다. 나머지 VOCs 74종에 대한 위해성 평가는 올해 안에 발표한다. 이번 논란으로 생리대 생산을 중단한 ‘깨끗한나라’ 등 제조업체들은 식약처 발표를 반기며 공장 재가동에 들어갔다. 일각에선 여성환경연대와 김 교수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시험 결과로 국민 불안을 부추겼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생리대 제품별 자세한 VOCs 검출량과 위해성 평가 결과는 식약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청주=김호경 kimhk@donga.com / 조건희 기자}

서울대병원이 ‘식사 30분 후’였던 기본 의약품 복용 기준을 ‘식사 직후’로 바꾼다고 27일 밝혔다. 자체 약사위원회의 논의 결과 기존 복용법이 의학적 근거가 없는 데다 환자가 복약 자체를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아 이같이 조정하기로 했다는 것.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의약품 복용법은 종류와 성격에 따라 ‘식사 후’, ‘식사 전’, ‘취침 전’ 등으로 나뉜다. 식후 복용을 권하는 경우는 의약품을 음식물과 함께 섭취할 때 효과가 높아지거나 위 점막을 보호해 약에 의한 속 쓰림을 예방할 필요가 있을 때다. 서울대병원은 “‘여러 약을 복용할 때 식후 30분을 일일이 재기 어렵다’는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자체 약사위원회에서 기준을 변경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약사위원회는 ‘식후 30분’이라는 기준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약품 허가사항에 나와 있지 않은 데다 환자가 30분간 기다리다가 복약을 잊는 경우가 잦은 점, 해외에서도 ‘하루 ○회’ 등 복용 횟수만 표기한다는 점 등을 고려해 ‘식사 직후’가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조윤숙 서울대병원 약제부장(약사)은 “이번 조치로 처방과 복약이 단순해져 환자의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