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지 패러 “치매는 시한폭탄… 미리 대응 안하면 재앙”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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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보스턴대 의대 패러 교수 경고
조선대치매연구단과 공동 연구… ‘치료 주권’ 위해 연구투자 늘려야

이 질환은 ‘티킹 타임 봄(시한폭탄)’이다. 미국은 이 질환에 대처하기 위해 이미 암, 심장병,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보다 더 많은 연구 예산을 배정했다. 25일 서울 용산구에서 만난 린지 패러 보스턴대 의대 석좌교수(59·사진)가 경고한 이 질환은 ‘치매’다. 그는 “고령화가 심한 한국 등에서는 정부가 치매 연구에 미리 투자하지 않으면 재앙이 찾아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패러 교수는 미국 알츠하이머병 유전학 컨소시엄(ADGC)의 연구책임자로 조선대 치매국책연구단이 진행 중인 치매 조기 예측 소프트웨어 개발에 참여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 그가 활동 중인 ADGC는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노화연구소가 2008년 설립한 치매 유전자 전담 연구 컨소시엄이다. 의료기관 15곳이 수집한 치매 환자 등 3만여 명의 유전체 정보와 진료기록을 관리해 치매 진단 및 치료 기술을 개발하는 게 목표다. 미 연방정부로부터 매년 500만 달러(약 56억 원) 이상을 지원받는다.

패러 교수는 국내 연구진이 한국인 1000명의 뇌 자기공명영상(MRI) 자료로 개발 중인 진단 소프트웨어에 대해 “흥분된다(excited)”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환자의 인종에 따라 치매의 발병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각각 다른데 ‘맞춤형 치료제’를 개발하려면 해당 유전자를 규명하고 변이 과정을 파악하는 게 필수이기 때문이다. 패러 교수는 “치매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특정 유전자 변이는 백인보다 동아시아인에게서 10배 이상 자주 발견되기도 한다”며 “조선대와 ADGC가 협력해 서로의 데이터를 대조하면 큰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각국의 치매 연구가 곧 ‘치매 치료 주권’으로 연결된다는 점을 암시했다. 미국과 유럽은 치매 유전자와 그에 맞춘 치료 기술을 개발할 때 백인 환자의 유전체를 중심에 두기 때문에 한국인 등 동아시아인을 위한 연구는 후순위로 밀린다는 얘기다. 실제로 ADGC는 백인과 히스패닉 인구의 유전자 특성 연구에 집중하다가 최근에야 흑인과 동아시아인의 표본을 확보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다음 달부터 실시할 ‘치매 국가 책임제’가 성공하려면 치료 및 돌봄 인프라뿐 아니라 연구에도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패러 교수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를 졸업한 뒤 인디애나대에서 의학박사 과정을 마쳤다. 그 후 하버드대 초빙교수를 거쳐 현재 보스턴대 의생명유전학과장을 맡고 있다. 그는 ‘네이처’ 등 최상급 학술지에 논문 400여 편을 발표해 치매 분야의 최고 수준 권위자로 꼽힌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린지 패러#치매#치매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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