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흡입 수술, AI가 돕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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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mc병원-한국마이크로소프트… 수술 12만건-비만진료 400만건 분석
지방흡입 인공지능 시스템 개발

365mc병원은 “한 분야에 1만 시간을 투자하면 탁월한 경지에 오른다”는 ‘1만 시간의 법칙’에 따라 지방흡입 수술을 3000건(1만 시간에 해당) 이상 집도한 의사에게 ‘마스터’ 칭호를 붙인다. 이 칭호를 6차례나 받은 대전 365mc 비만클리닉·지방흡입센터의 이선호 대표원장(47·사진)은 지방흡입술(1만8000여 건)의 대가다. 1일 이 원장에게서 365mc병원과 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함께 개발한 지방흡입 인공지능(AI) 시스템에 대해 들어 봤다.

지방흡입 AI 시스템은 지난달 12일 공개됐다. 이 원장을 비롯한 365mc병원의 의료진이 시행해 온 지방흡입 수술 12만 건과 비만 진료 400만 건의 정보를 학습시켜 분석한 뒤 수술 중 잘못된 동작이 나타나 부작용이 우려되면 실시간으로 의료진에 경고하는 방식이다.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는 새 시스템의 핵심은 ‘감’에 의존해야 했던 수술 동작을 정밀한 수치로 변환하는 것. 피하지방층에 귤 알갱이처럼 흩어져 있는 지방 세포를 빨아들이려면 주삿바늘 모양의 흡입기(캐뉼라)를 끊임없이 움직이는 ‘스트로크’ 동작의 숙련도가 매우 중요하다. 이 동작이 섬세하면 세포가 균일하게 빠져나와 수술이 성공하지만, 반대의 경우 피부조직이 엉겨 붙거나 바늘이 내장을 뚫어 환자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새 AI 시스템 개발에는 두 가지 첨단 기술이 이용됐다. 첫 번째는 한국전자부품연구원(KETI)과 함께 개발한 ‘모션캡처’ 센서. 이 센서는 캐뉼라에 부착돼 피부를 찌르는 깊이, 속도, 좌표 등 궤적 정보를 기록한다. 두 번째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플랫폼 ‘애저’다. 지방흡입 수술 1회당 의사가 반복하는 수백∼수천 차례의 스트로크 동작 정보를 수치로 변환해 수술 결과와 대조시키는 데엔 딥러닝(자가학습) 기술이 필요하다.

각각의 지방흡입 수술을 통해 환자가 지방 세포를 얼마나 감량했는지, 멍이나 염증 등 부작용이 나타났는지, 수술 만족도가 어느 정도였는지 등을 AI가 분석하면 어떤 스트로크 동작이 바람직한 결과를 낳는지 가려낼 수 있다는 게 이 원장의 설명이다. 의료진이 ‘직관’과 ‘숙련도’로 치부해 왔던 수술 동작을 하나하나 평가할 수 있게 된다는 것.

이 원장은 △마취전문의 실명제 △가상현실(VR) 기기를 이용한 지방흡입 수술법 교육 시스템 △지방흡입 환자 맞춤형 식사 일기 애플리케이션 개발 등 365mc병원의 공격적인 연구 및 시도가 AI 시스템의 개발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12월 지방흡입 AI 시스템을 수술 현장에 도입하고, 대전 서구에 연면적 6585m²(약 1992평)의 ‘지방이타워’를 준공해 연구소와 교육센터를 만들 계획”이라며 “비만에서 비롯되는 각종 질병까지 연구하는 세계적인 ‘비만 연구 허브’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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