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아

조은아 차장

동아일보 경제부

구독 106

추천

경제 기사를 쉽게 풀어드립니다. 은퇴재테크 서적 ‘지금 당장 금퇴 공부’를 펴냈습니다.

achim@donga.com

취재분야

2025-11-16~2025-12-16
칼럼31%
사회일반14%
국제정세14%
인사일반7%
유럽/EU7%
국제일반7%
미국/북미7%
사고7%
국제정치3%
러시아3%
  • 푸틴, 예비군 30만명 전쟁 동원…핵공격 시사

    최근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으로 수세에 몰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군 동원령을 발동했다. 예비군 30만 명이 징집될 예정이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서방이 핵무기로 위협하며 모든 선을 넘었다”고 강도 높게 비난하며 “가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핵무기 사용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쟁이 아니라 ‘특수군사작전’이라고 주장했던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넘어 서방을 상대로 사실상 확전을 선언한 것이다. 핵 위기가 고조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중대 고비를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대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유엔(UN) 총회 연설에서 러시아를 향해 “대놓고 말하자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 이웃 국가를 침공하고 주권국을 지도에서 지우려 했다”며 “러시아는 부끄러움도 없이 유엔 헌장의 핵심을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TV 연설에서 “러시아와 러시아의 주권, 영토 보전을 위해 부분적 동원을 추진하자는 국방부와 총참모부의 제안을 지지한다”며 “이미 해당 대통령령에 서명했으며 동원 조치는 오늘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는 푸틴 대통령 발표 직후 예비군 30만 명이 동원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3월만 해도 예비군 동원령이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던 푸틴 대통령이 돌연 입장을 바꾼 것. 특히 푸틴 대통령은 “서방이 러시아에 핵 협박을 하고 있다”며 “(러시아의) 영토 보전이 위협받으면 러시아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가능한 수단을 동원할 것이다. 단지 허풍이 아니다”라고 했다. “핵무기로 우리를 협박하려는 자들은 바람이 그들을 향해 방향을 틀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앞서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인 동부의 가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 루한스크인민공화국과 남부의 자포리자주, 헤르손주 등 4곳 행정부가 러시아와의 합병을 위한 주민투표 시행을 결정한 것도 지지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연설한 지 몇 시간 뒤에 한 미국 뉴욕 유엔본부 기조연설에서 시작부터 “전쟁은 한 사람에 의해 시작됐다”며 푸틴 대통령을 겨냥했다. 이어 “바로 오늘 그는 유럽을 핵무기로 위협했다”며 “핵무기 비확산이라는 책임을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푸틴 대통령이 군 동원령을 선포한 것에 대해서는 “이제 러시아는 더 많은 장병을 징집하고 있다”며 “또 크렘린은 우크라이나 영토를 합병하기 위해 사기 선거를 조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푸틴의 핵공격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브리짓 브링크 주우크라이나 미국 대사는 “러시아의 나약함과 실패를 의미하는 신호”라고 말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로이터통신에 “전쟁과 악화한 경제 상황에 대한 책임을 서방에 전가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푸틴 대통령이 핵공격을 위협하며 사실상 확전 선언을 하기 하루 전인 20일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군 점령지 행정부 4곳은 23~27일 러시아와의 합병을 위한 주민투표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동부의 가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 루한스크인민공화국과 남부의 자포리자주, 헤르손주 4곳이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대반격을 통해 일부 러시아 점령지를 수복하며 진격하고 있다. 이 때문에 푸틴 대통령이 동원령을 발표하면서 이곳들의 주민투표를 지지한다고 밝히고 “러시아 영토가 위협 받으면 모든 가용한 수단을 사용할 것이다. 허풍이 아니다”라고 강조한 배경이 주목된다. 주민투표로 해당 지역을 러시아 영토로 병합한 뒤 우크라이나의 공격을 받을 경우 “영토 위협”이라며 실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푸틴 대통령이 수세에 몰릴 경우 우크라이나에서 전술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푸틴 대통령은 이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들이 러시아를 겨냥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고 주장하면서 핵무기 협박의 방향이 바뀔 수 있다“며 서방의 핵위협을 핑계로 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꺼내 들었다. 미 CNN은 ”러시아가 (실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의 발언은 20일 뉴욕에서 시작된 유엔 총회에서 서방 정상들이 잇따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는 가운데 나왔다. CNN은 ”푸틴 대통령이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및 화상으로 진행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연설을 앞두고 연설을 발표했다“고 했다. 서방은 비판과 우려를 내놓았다. 질리언 키건 영국 외교부 장관은 ”상황이 통제되지 않고 있다.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일“이라며 ”푸틴 대통령이 통제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유럽연합(EU)은 ”푸틴 대통령이 절망을 드러냈다. 매우 위험한 핵 게임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러시아 주변국은 긴장 속에 대비 태세를 강화했다. 러시아와 갈등 중인 리투아니아는 신속대응군 경계를 상향했다. 핀란드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 외교부는 푸틴 대통령의 동원령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대화를 통한 휴전“을 촉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푸틴 대통령의 핵 위협에 ”미친 짓“이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의 동원령에 러시아 내부에서도 동요하는 조짐이 나타났다. 푸틴 대통령의 동원령 발표 직후부터 러시아에서 출국하는 편도 항공편이 급속도로 팔려 나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동원령 대상자인 젊은 러시아 남성들이 출국이 금지될 것을 우려해 서둘러 항공권을 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achim@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 2022-09-21
    • 좋아요
    • 코멘트
  • 우크라, 고교 교과서에 ‘한강의 기적’ 싣는다

    ‘1950∼1953년 6·25전쟁.’ ‘한국 민주화 경험과 경제 기적.’ 7개월째 이어지는 러시아의 침공으로 국토 상당 부분이 초토화된 우크라이나의 고교 정규 교과서에 한국 관련 주제가 실린다. 6·25전쟁 이후 이뤄진 한국의 경제 성장을 가리키는 ‘한강의 기적’이 우크라이나 교과서에 소개되는 셈이다. 20일(현지 시간) 주우크라이나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교육과학부는 한국의 발전상을 교과서에 싣도록 10학년(한국 고교 2학년) ‘세계지리’, 11학년 ‘세계역사’ 교육 과정 가이드라인을 변경하고 이를 홈페이지에 최근 공지했다. 내년 9월 가을학기부터 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집필된 교과서가 수업에 활용될 예정이다. 기존 우크라이나 교과서 가이드라인은 아시아 국가 가운데 중국 일본 인도 관련 내용만 규정했지만 내년 9월부터는 처음으로 한국 관련 내용이 들어간다. 한국 관련 내용 비중도 다른 아시아 3개국과 동일하게 다뤄질 예정이다. 이번에 변경된 10학년 세계지리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서울은 싱가포르 홍콩 도쿄 두바이 상하이와 함께 아시아 최대 금융 중심지로 소개된다. 부산은 아시아 최대 항구 중 하나로 지도에 표시된다. 11학년 세계역사 가이드라인은 한국의 발전상, 민주화 경험, 경제 기적 관련 내용을 교과서에 싣도록 했다. 주우크라이나 한국대사관은 우크라이나 교과서에 한국이 제대로 소개되지 못하는 현실을 알고 전쟁 전인 지난해 우크라이나 교육과학부에 한국 관련 내용 게재를 제안했다. 우크라이나도 한국을 배울 필요성에 공감해 교과서 게재를 위한 구체적인 논의에 들어갔다. 김형태 주우크라이나 대사는 “이번 가이드라인 변경은 우크라이나 국민 사이에 일고 있는 한국을 배우려는 움직임과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는 종전 이후 국가 재건 모델로 유럽 선진국과 함께 한국을 꼽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7월 발표한 재건 계획에는 ‘기업 친화적인 제도 개선’과 관련해 한국이 주요 사례로 포함됐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2-09-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한국에게 배울 것”…재건 앞둔 우크라, 교과서에 ‘한강의 기적’ 싣는다

    ‘1950~1953년 6·25전쟁’ ‘한국 민주화 경험과 경제 기적’ 7개월째 이어지는 러시아의 침공으로 국토 상당 부분이 초토화된 우크라이나 고교 정규 교과서에 한국 관련 주제가 실린다. 6·25전쟁 이후 이뤄진 한국의 경제 성장을 가리키는 ‘한강의 기적’이 우크라이나 교과서에 소개되는 셈이다. 20일(현지 시간) 주우크라이나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교육과학부는 한국 발전상을 교과서에 싣도록 10학년(한국 고교 2학년) ‘세계지리’ 11학년 ‘세계역사’ 교육 과정 가이드라인을 변경하고 이를 홈페이지에 최근 공지했다. 내년 9월 가을학기부터 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집필된 교과서가 수업에 활용될 예정이다. 기존 우크라이나 교과서 가이드라인은 아시아 국가 가운데 중국 일본 인도 관련 내용만 규정했지만 내년 9월부터는 처음으로 한국 관련 내용이 들어간다. 한국 관련 내용 비중도 다른 아시아 3개국과 동일하게 다뤄질 예정이다. 이번에 변경된 10학년 세계지리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서울은 싱가포르 홍콩 도쿄 두바이 상하이와 함께 아시아 최대 금융 중심지로 소개된다. 부산은 아시아 최대 항구 중 하나로 지도에 표시된다. 학생은 ‘세계와 아시아 지역에서 한국의 위상’ ‘수출 지향적 경제 모델’ ‘특화 산업’ ‘우크라이나와의 관계’를 공부하고 평가받는다. 탐구학습 연구 주제로는 ‘한국 경제발전에서 디지털 기술의 중요성’이 제시된다. 11학년 세계역사 가이드라인은 한국 발전상, 민주화 경험, 경제 기적 관련 내용을 교과서에 싣도록 했다. 주우크라이나 한국대사관은 우크라이나 교과서에 한국이 제대로 소개되지 못하는 현실을 알고 전쟁 전인 지난해 우크라이나 교육과학부에 한국 관련 내용 게재를 제안했다. 우크라이나도 한국을 배울 필요성에 공감해 교과서 게재를 위한 구체적인 논의에 들어갔다. 김형태 주우크라이나 한국 대사는 “이번 가이드라인 변경은 우크라이나 국민 사이에 일고 있는 한국을 배우려는 움직임과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정부 가이드라인과 무관하게 처음으로 한국 발전 내용을 담은 9학년 지리 교과서가 올해 정식 교재로 선정된 바 있다. 하지만 전쟁에 따른 예산 부족으로 교육 일선에 배포되지 못하고 있다. 주우크라이나 한국대사관이 일부 인쇄비용을 지원했지만 워낙 예산이 부족해 배포까지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우크라이나는 종전 이후 국가 재건 모델로 유럽 선진국과 함께 한국을 꼽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7월 발표한 재건 계획에는 ‘기업친화적인 제도 개선’ 관련 한국이 주요 사례로 포함됐다. 파리=조은아 특파원achim@donga.com}

    • 2022-09-20
    • 좋아요
    • 코멘트
  • “밤새 줄서며 우린, 퀸과 함께 더 단단해졌다”

    “우린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밤을 새웠어요. 함께 줄을 서며 단단해졌습니다(tighten).” 샤론 스태플래튼 씨는 19일(현지 시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식이 열리기 전 추모 기간에 런던 템스강변에서 이틀이나 줄을 선 뒤 웨스트민스터 홀에 안치된 여왕의 관에 참배했다. 영국 에식스에 사는 스태플래튼 씨는 템스강변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밤샘 줄서기’의 감동을 전했다. 그는 얼굴에 피곤이 묻어났지만 “이곳에서 너무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우린 모든 것을 함께하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전직 왕실 군인이었던 존 스톡스 씨는 템스강변에서 줄을 서며 주변 사람들과 끊임없이 대화했다. 그는 “슬프지만 사람들과 같이 슬퍼하면서 치유됨을 느꼈다”고 했다. 여왕에 대한 저마다의 기억을 나누면서 동질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8일 서거한 여왕의 장례식이 열린 19일까지 영국인들은 12일간 쌀쌀해진 날씨와 비바람에도 최장 24시간 줄을 서며 추모의 시간을 보냈다. 시민들은 “세상은 급변하지만 여왕은 한결같았다”는 말을 많이 했다. 세계가 분열하고 파편화되면서 굳건한 여왕의 리더십이 더 그리워졌다고 했다. 이례적인 “대기 행렬(The Queue)”에 대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통일됨을 보여주는 국가의 의식 같다”며 “(여왕을 기리는) 영국인의 행렬은 독특한 문화적 현상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평했다. 생전 특유의 겸손과 유머, 탈권위,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영국과 영연방 국가를 하나로 묶었던 여왕은 서거 뒤에도 12일간 영국인들이 연대하게 만드는 힘이 됐다. 19일 여왕의 장례식은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 전 세계에서 집결한 정상 500여 명을 비롯한 2000명의 주요 인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엄수됐다. 여왕의 관은 장례식에 앞서 왕립 해군 142명이 끄는 포차(砲車)에 실려 웨스트민스터 홀을 떠났다. “여왕은 수많은 사람들 안에 존재”… 96회 빅벤 타종 속에 작별96년 여왕 생애 기린 장례식“여왕, 헌신하겠다는 약속 지켜” 추모객들, 기부-봉사 통해 뜻 이어스코틀랜드-아일랜드 군인 합주…찰스-윌리엄 등 포차 행렬 동행런던 명물 빅벤, 1분마다 타종…윈저성의 남편 필립공 옆에 영면 “여왕은 너무나 많은 사람들 안에 존재했고 수많은 삶에 감동을 안겼습니다.” 19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국장(國葬)으로 진행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식에서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는 설교를 통해 “봉사하는 자들은 존경받고 기억될 것이지만 권력과 특권에 매달리는 이들은 잊혀질 것”이라며 “여왕이 (자신의) 약속처럼 모든 삶을 영국과 영연방 국가들에 헌신”했다고 말했다. “(여왕처럼) 자신의 약속을 훌륭하게 지킬 수 있는 지도자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여왕의 이런 뜻을 기리려는 듯 장례식장 주변에서는 각종 지역사회 봉사자들이 소속 단체 이름이 적힌 조끼를 입고 기다림에 지친 추모객들에게 간식과 음료를 선물했다. 주요국 정상 등 일부 귀빈만 장례식장에 입장할 수 있어 사원에 들어가지 못한 100만 명 이상의 추모객들이 주변 도로의 펜스 뒤편에 몰려들어 스마트폰 등으로 엄숙하게 장례식 생중계를 함께 지켜봤다.○ 스코틀랜드-아일랜드 군인들 합주이날 오전 11시 40분 여왕의 관이 안치됐던 웨스트민스터 홀에 국왕 장례 포차가 모습을 드러냈다. 해군 142명이 성인 남성 키 크기의 바퀴 4개가 달린 검은 포차를 이끌었다. 포차는 국왕의 장례식으로는 1952년 여왕의 부친 조지 6세 전 국왕 장례 이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여왕의 장남 찰스 3세 국왕과 윌리엄 왕세자, 해리 왕자 등이 행렬과 함께했다. 영국을 구성하는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연대와 영국 공군 소속 군악대 200여 명은 포차를 둘러싼 채 이동하며 스코틀랜드 전통 악기 파이프와 드럼 등을 연주해 화합의 하모니를 연출했다. 이후 붉은 제복의 왕실 근위대 8명이 붉은색 휘장으로 덮인 관을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운구했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은 1953년 여왕이 대관식을 치르고 1947년 남편 필립 공과 결혼식을 올린 곳이다. 장례식 후반부에는 화려한 나팔 소리가 울려 퍼진 뒤 2분간 묵념이 이어졌다. 런던의 상징인 빅벤이 1분에 한 번씩 여왕을 추모하는 조종을 울렸다. 여왕의 96년 생애를 기리기 위해 96회 타종했다. 그러자 시민들이 “여왕에게 축복이 있기를!”이라고 외쳤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을 떠난 여왕의 관은 생전 여왕의 집무실이던 버킹엄궁을 지났다. 궁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이 근무 복장 그대로 여왕을 맞이했다. 관은 버킹엄궁을 지나 하이드파크 코너에 있는 웰링턴아치까지 천천히 이동하며 런던 곳곳에 작별을 고했다. 오후 1시경 여왕의 관은 운구차에 실려 도로를 따라 여왕이 유년 시절을 보내 가장 좋아하는 거처로 알려진 윈저성으로 출발했다. 런던에서 떠나는 여왕을 향해 시민들은 각자 준비한 붉은 장미, 흰 장미를 운구차 쪽으로 던지며 추모했다. 여왕은 윈저성의 세인트조지 예배당 내에 있는 남편 필립 공 옆에 묻혔다.○ 인파 통제 경찰-군인에게도 “힘내라” 박수추모객들은 8일 여왕의 서거 이후 19일 장례식 때까지 12일간 곳곳에서 연대와 통합의 정신을 느끼며 여왕을 기렸다고 했다. 템스강변에서 만난 브라이턴 시민 레슬리 오해라 씨는 “여왕은 좋을 때나 나쁠 때나 항상 그 자리에 있던 연속성의 상징”이라며 “앞으로 이런 분을 만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템스강변에서 긴 줄을 서던 추모객들은 인파를 통제하는 경찰과 군인들이 대거 줄지어 지나갈 때마다 환호하며 기립 박수를 보냈다. 레슬리 브라운 씨는 AP통신에 “함께 줄을 섰던 사람들과 얼싸안았다”며 “행렬이 잘 조직됐고 경찰을 포함해 모두 정말 친근했다”고 말했다. “항상 다른 사람을 도우려 했던 여왕의 선의”를 기억하는 추모객들은 추모의 의미로 기부에 나섰다. 스테프 에번스 씨는 영국 BBC에 “결국 죽게 될 꽃을 바치는 대신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자원봉사 활동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런던=조은아 특파원achim@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 2022-09-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오늘 여왕 장례식, 英일상 멈춘다… 백화점 닫고 공항 이착륙 중단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식은 19일 오전 11시(현지 시간) 열리지만 영국 전역에서는 일찍부터 장례식 분위기가 감돌았다. 장례식장인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는 왕실 초청 인사만 출입할 수 있지만 그 앞에는 장례식 나흘 전인 15일부터 시민들 줄이 생겼다. 사원 앞에서 만난 크리스틴 위트비 씨는 친구와 함께 슬리핑백과 음식물을 담은 배낭을 길에 쌓아둔 채 간이 의자에 앉아 “장례식장에 들어갈 순 없지만 가까운 곳에서 함께하고 싶어 나흘 전에 왔다”고 말했다. 찰스 3세 국왕은 귀빈맞이를 시작했다. 세계 주요국 정상과 왕실 가족을 비롯한 귀빈 약 2000명이 모이는 만큼 보안은 강화되고 있었다. 영국 언론은 이번 장례식이 한자리에 모이기 힘든 귀빈을 모아 국장(國葬)으로 치러지는 만큼 ‘세기의 장례식’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장례식엔 100만 명 넘게 운집할 수 있다고 당국은 추산했다. 이날 하루 영국 전역이 사실상 일상을 멈추고 여왕의 장례식을 지켜볼 것으로 전망된다. 히스로공항은 국장이 진행되는 동안 항공기 100여 편의 이착륙을 중단한다. 정부는 “기업이나 기관이 문을 닫을 의무는 없다”고 했지만 주요 슈퍼마켓과 백화점은 19일 휴무를 공지했다. 영국 정부는 웨스트민스터 사원 내부로 들어가지 못하는 영국인을 위해 이날 런던 하이드파크, 에든버러 홀리루드파크, 북아일랜드 콜레인 타운홀 같은 전국 공원이나 광장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했다. 영화관 125곳에서도 장례식이 생중계된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보도했다. 장례식은 19일 오전 6시 반 웨스트민스터 홀에 안치된 여왕의 관 조문을 종료하는 것으로 사실상 시작된다. 오전 8시 웨스트민스터 홀 옆의 웨스트민스터 사원 문이 개방돼 세계 주요 귀빈들의 입장이 시작된다. 오전 10시 44분 여왕의 관은 웨스트민스터 홀을 출발해 사원으로 이동한다. 1952년 여왕의 아버지 조지 6세 장례식 이후 70년 만에 대대적인 장례 행렬이 선보인다. 영국 왕립 해군 142명이 관을 실은 포차(砲車)를 앞뒤에서 호위한다. 이 자리에는 찰스 3세 왕과 아들 윌리엄 왕세자, 해리 왕자도 동행한다. 오전 11시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장례식이 거행된다. 55분간의 장례 뒤 짧은 나팔소리가 울리면 영국 전역은 2분간 묵념에 잠긴다. 장례가 종료되면 운구 행렬은 사원을 출발해 여왕 집무실이던 버킹엄궁과 하이드파크 부근 웰링턴아치를 거쳐 런던을 떠난다. 이어 여왕이 유년 시절을 보낸 윈저성으로 향한다. 오후 3시 윈저성 근처에 운구 행렬이 도착하면 왕실 근위대가 여왕의 관을 운구한다. 오후 4시부터 45분간 윈저성 세인트조지 교회에서 열리는 장례 예배에는 왕실 유족을 비롯한 800여 명만 참석할 예정이다. 오후 7시 반 여왕은 세인트조지 교회 내 지난해 4월 별세한 남편 필립 공이 잠든 자리 옆에 영면한다.런던=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2-09-1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美-EU 통상대표, 獨서 양자회담 “전기차 보조금 계속 논의”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한국처럼 불이익을 받게 된 유럽연합(EU)과 미국 통상 담당 대표가 회동하는 등 EU는 대미(對美) 외교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EU 통상담당 수석 부집행위원장은 14일(현지 시간) 독일에서 캐서린 타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양자 회담을 갖고 IRA의 전기차 세액공제(보조금 지급) 논의를 지속하는 데 합의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5일 보도했다. 두 사람이 회동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IRA 시행에 따라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 유럽산 전기차 문제와 해결 방법을 구체적으로 논의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U는 지난달 한국과 함께 IRA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상충하며 외국산 자동차에 대한 차별 조치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지난달 서명한 IRA 법안에 따르면 한국과 EU처럼 북미 지역이 아닌 국가에서 생산된 전기차는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 북미산 전기차라 하더라도 전기차의 배터리 부품이나 핵심 원료의 일정 비율이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된 국가에서 생산돼야 보조금이 나온다.‘메이드 인 아메리카’ 정책의 파장은 한국뿐 아니라 유럽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IRA에 따른 배터리 생산 보조금을 받기 위해 독일 베를린 기가팩토리 인근에 배터리 생산 시설을 건설하려던 투자 계획을 보류하고 대신 미국에 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2-09-1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에너지난’ EU, 발전-석유업체에 ‘횡재세’ 194조원 징수 추진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서방 제재에 대응해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중단하면서 에너지 위기에 처한 유럽 국가들이 기업에서 ‘횡재세(windfall tax)’ 194조 원을 거두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게 된 에너지기업 돈으로 에너지난을 해결해 보겠다는 취지다. 횡재세는 그동안 프랑스 등 유럽 일부 국가가 자체적으로 도입을 논의하다 기업들의 반발과 시장경제를 훼손한다는 비판에 중단했다. 하지만 난방이 중요한 겨울철이 다가오며 에너지난이 심각해지고 경제마저 침체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자 유럽연합(EU) 차원에서 강경책을 밀어붙인 것으로 풀이된다.○ 일정 수익 초과한 이익, 세금으로 징수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14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EU 의회 연례 연설을 통해 EU 에너지가격 급등에 대응한 소비자 부담 경감 대책 관련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이 입수한 법안 초안에 따르면 최근 가격이 급등한 가스보다 저렴하게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및 원자력발전 사업자는 발전 수익이 전력 1MWh(메가와트시)당 180유로(약 25만 원) 이하로 제한된다. 이는 최근 유럽 평균 전력 가격의 절반 수준이다. 180유로를 초과한 이익은 횡재세로 징수한다는 것이다. 석유 석탄 같은 화석연료 발전 사업자는 2022년 회계연도부터 과세 대상 잉여이익의 33%를 횡재세로 내야 한다. 이 같은 방식으로 걷히는 세금 총액이 약 194조 원으로 추산된다는 것. 이 밖에 에너지 사용 피크시간대 사용량을 5% 감축해 10% 절전 효과를 거두자는 제안도 담겼다. 횡재세는 기업이 단순한 대외 여건 변화로 얻게 된 이익에 물리는 세금이다. 에너지기업이 최근 얻은 이익을 에너지가격 급등으로 인한 횡재로 볼지, 그동안 투자와 경영을 잘한 결과로 볼지에 따라 횡재세 부과 여부가 결정되는 셈이다. EU 회원국들은 30일 임시 이사회에서 이 법안을 심의하기로 했다.○ “러시아, 유럽과 에너지-경제 전쟁”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로 에너지난에 시달리고 있다.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은 독일을 통해 유럽 국가로 흐르는 가스관 노르트스트림-1의 가스 공급을 지난달 31일부터 사흘간 중단한 뒤 재개하려던 계획을 뒤집고 계속 중단하고 있다. 프랑스에 대한 가스 공급도 이달부터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국제 가스 가격은 물론이고 가스 대체재 석탄 값까지 올라 소비자 가계 부담과 기업 비용 부담이 불어나고 있다. 이런 추세는 겨울철 난방 수요가 폭증하면서 더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날 “우리는 러시아산 가스 의존을 없애야 한다”며 “러시아산 가스 수입은 이미 지난해 40%에서 현재 9%로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벌이고 있는 전쟁은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EU) 에너지 공급과 경제 가치 미래를 상대로 한 전쟁”이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실패하고, 유럽이 용기와 연대를 기반으로 결국 승리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힘줘 말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우크라이나를 EU 시장에 진입시키기 위해 EU 무료 로밍 지역에 우크라이나를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학교 재건에는 1억 유로(약 1390억 원)를 지원하기로 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2-09-1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EU, 에너지기업 초과이익에 ‘횡재세’ 부과 추진… 194조 걷는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서방 제재에 대응해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중단하면서 에너지 위기에 처한 유럽 국가들이 기업에서 ‘횡재세(windfall profits tax)’ 194조 원을 거두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게 된 에너지기업 돈으로 에너지난(難)을 해결해보겠다는 취지다. 횡재세는 그동안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일부 국가가 자체적으로 도입을 논의하다 기업들 반발과 시장경제를 훼손한다는 비판에 중단했다. 하지만 난방이 중요한 겨울철이 다가오며 에너지난이 심각해지고 경제마저 침체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자 유럽연합(EU) 차원에서 강경책을 밀어붙인 것으로 풀이된다.● 일정 수익 초과한 이익, 세금으로 징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14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EU 의회 연례 연설을 통해 EU 에너지가격 급등에 대응한 소비자 부담 경감 대책 관련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이 입수한 법안 초안에 따르면 최근 가격이 급등한 가스보다 저렴하게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및 원자력발전 사업자는 발전 수익이 전력 1MWh(메가와트시)당 180유로(약 25만 원) 이하로 제한된다. 이는 최근 유럽 평균 전력 가격의 절반 수준이다. 180유로를 초과한 이익은 횡재세로 징수한다는 것이다. 석유 석탄 같은 화석연료 발전 사업자는 2022년 회계연도부터 과세 대상 잉여이익의 33%를 횡재세로 내야 한다. 이 같은 방식으로 걷히는 세금 총액은 약 194조 원으로 추산된다는 것. 이밖에 에너지 사용 피크시간대 사용량을 5% 감축해 10% 절전 효과를 거두자는 제안도 담겼다. 횡재세는 기업이 단순한 대외 여건 변화로 얻게 된 이익에 물리는 세금이다. 에너지기업이 최근 얻은 이익을 에너지가격 급등으로 인한 횡재로 볼지, 그동안 투자와 경영을 잘한 결과로 볼지에 따라 횡재세 부과 여부가 결정되는 셈이다. EU 회원국들은 30일 임시 이사회에서 이 법안을 심의하기로 했다.● “러시아, 유럽과 에너지-경제 전쟁”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로 에너지난에 시달리고 있다.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은 독일을 통해 유럽 국가로 흐르는 가스관 노르트스트림-1의 가스 공급을 지난달 31일부터 사흘간 중단한 뒤 재개하려던 계획을 뒤집고 계속 중단하고 있다. 프랑스에 대한 가스 공급도 이달부터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국제 가스가격은 물론이고 가스 대체제 석탄 값까지 올라 소비자 가계 부담과 기업 비용 부담이 불어나고 있다. 이런 추세는 겨울철 난방 수요가 폭증하면서 더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날 “우리는 러시아산 가스 의존을 없애야 한다”며 “러시아산 가스 수입은 이미 지난해 40%에서 현재 9%로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벌이고 있는 전쟁은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EU) 에너지 공급과 경제 가치 미래를 상대로 한 전쟁”이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실패하고, 유럽이 용기와 연대를 기반으로 결국 승리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힘줘 말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우크라이나를 EU 시장에 진입시키기 위해 EU 무료 로밍 지역에 우크라이나를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학교 재건에는 1억 유로(약 1390억 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 2022-09-15
    • 좋아요
    • 코멘트
  • “여왕 관 보려면 30시간 기다릴수도”… 템스강변에 작별인사 행렬

    “나라를 위해 오랫동안 많은 일을 한 분이잖아요. 마지막 인사는 직접 찾아와서 해야죠.” 14일 영국 런던에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관을 보기 위해 버킹엄궁 앞 긴 줄에 서 있던 대학생 찰스 로블도트 씨는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차로 1시간가량 떨어진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온 그는 “어젯밤 여왕의 관이 버킹엄궁으로 왔을 때부터 이곳을 지켰다”며 “여왕이 영면할 윈저성도 따라갈 것”이라고 했다. 스코틀랜드에서 휴가를 보내던 8일 서거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관은 13일 밤 집무실이던 런던 버킹엄궁에 도착했다. 여왕의 관은 다음 날 웨스트민스터 홀로 이동해 처음으로 추모객들을 맞았다. 영국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추모객이 모여들었다. 기자가 이들에게 줄을 선 이유를 묻자 “여왕의 마지막을 볼 역사적 순간이다”, “여왕에 대한 예의다”라고 입을 모았다.○ 밤 밝힌 ‘투명 운구차’로 버킹엄궁 귀환12일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성자일스 대성당에 안치됐던 여왕의 관은 에든버러 공항에서 영국 공군기 편으로 13일 오후 7시경 런던 노솔트 군공항에 착륙한 뒤 버킹엄궁으로 운구됐다. 운구차 6대가 버킹엄궁 앞 원형 광장을 돌며 궁으로 향하자 궁 앞을 꽉 채운 군중은 “편히 쉬소서” “만세”라고 환호하며 박수를 보냈다. 여왕의 관은 아들인 찰스 3세와 부인인 커밀라 왕비 등 왕실 일가가 지켜보는 가운데 왕실 근위대 의장대의 도열 속에 버킹엄궁 보 룸에 안치됐다. 운구차는 측면과 지붕이 모두 투명 유리로 제작돼 있어 컴컴한 밤에 내부 조명을 받은 여왕의 관이 더욱 돋보였다. 왕실과 재규어랜드로버가 함께 제작한 이 차는 공식 왕실 차량과 동일한 ‘로열 클라레’ 색상이다. 여왕은 생전에 재규어랜드로버 차량을 즐겨 탔다. 여왕의 관은 14일 오후 2시 반경 버킹엄궁을 떠나 웨스트민스터 홀에 도착했다. 이날 오후 5시경부터 일반인들이 여왕의 관을 직접 보며 조문했다. 추모객들은 하루 전인 13일 오전부터 줄을 서기 시작했다. 줄은 웨스트민스터 홀에서 템스강변을 따라 이어졌다. 일부 추모객들은 밤을 새운 듯 점퍼를 입고 슬리핑백을 갖춘 채 간이 의자에 앉아 대기했다. 엘리자베스 2세의 사진과 여왕을 의미하는 영어 약자 ‘EIIR’(Elizabeth II Regina) 등 각종 상징물이 담긴 배지들을 부착한 조문객들도 있었다. ○ 관 직접 보려면 30시간 기다릴 수도추모객들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 대해 “앞으로 다시 보기 힘든 어른”이라고 했다. 이날 휴가를 내고 온 스테퍼니 허드슨 씨는 “여왕은 전쟁이 일어나든, 총리가 마음에 안 들든, 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기든 항상 자리를 지켰다”며 “요즘 정치인들은 변하고 정세도 뒤바뀌지만 그녀는 한결같았다”고 했다. 주부 루신다 로블도트 씨는 “여왕은 친척이 아일랜드군의 폭탄에 죽었지만 북아일랜드에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며 “화해와 용서의 상징”이라고 했다. 여왕의 서거 소식을 듣자마자 비행기 표를 끊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날아온 신시아 큐리얼 씨는 “나는 영국인은 아니지만 여왕의 헌신에 경의를 표하고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여왕의 관을 직접 보려는 조문객들은 공항에서 하는 수준의 보안 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관계 당국은 대기 시간이 30시간에 달할 수 있고, 줄이 8km 이상 길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19일 여왕의 장례식에는 전 세계에서 귀빈 500여 명이 참석해 의전이 매우 까다로울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런던=조은아 특파원achim@donga.com}

    • 2022-09-1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존슨 “여왕, 서거 이틀전까지 직무 집중”… 추모 100만명 몰릴듯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영면에 들기 이틀 전인 6일 스코틀랜드 밸모럴성(城). 보리스 존슨 전 총리가 리즈 트러스 신임 총리 임명을 앞두고 여왕에게 사직서를 제출하기 위해 방문했다. 엘리자베스 2세의 열네 번째 총리였던 존슨 전 총리는 12일 BBC방송에 “그날 여왕은 병색이 확연해 보였지만 총기 있는 태도로 대화에 집중했다”며 “여왕의 책임감에 감동받았다”고 회상했다. 여왕으로서 마지막 의무를 다한 엘리자베스 2세가 눈을 감은 지 나흘이 지났지만 영국 국민의 추모 열기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이날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세인트자일스 대성당에 도착한 관이 공개되자 수많은 시민이 여왕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여왕 관 보러 런던에 100만 명 운집할 듯밸모럴성에서 출발한 여왕의 관은 스코틀랜드 의회를 거쳐 이날 세인트자일스 대성당에 도착하며 스코틀랜드 여정을 마무리했다. 거리는 ‘세기의 운구 행렬’을 맞이하러 이른 아침부터 나온 추모객으로 가득했다. 새벽부터 성당 앞 거리가 철야 추모객으로 붐비자 구세군은 따뜻한 음료를 제공했고 화장실과 급수대도 배치했다. 스코틀랜드 정부는 “경의를 표한 뒤에는 줄이 빠르게 줄어들 수 있도록 바로 출입구에서 벗어나 달라”고 안내했다. 백파이프 연주 속에 운구 행렬이 성당에 들어온 뒤 찰스 3세 국왕과 커밀라 왕비를 비롯한 왕실 일가가 장례 예배에 참석했다. 오후 5시 반경 일반 대중에게 관이 공개됐다. 관은 13일 왕실 군용기로 런던 버킹엄궁으로, 이튿날 웨스트민스터홀로 다시 옮겨진 뒤 장례식 당일인 19일 오전 6시 30분까지 대중에게 공개된다. 영국 언론은 최대 100만 명 이상이 여왕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몰릴 것으로 내다봤다. 여왕의 관을 보려면 20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자 인근 템스강변에는 12일부터 길게 줄이 늘어섰다. 영국 정부는 “미리 줄을 서거나 (기다리면서) 텐트를 치면 이동하라고 요구하겠다”며 자제를 요청했다.○ “국민 빈곤한데 호화 장례식” 비판도영국 군주제와 새 국왕 찰스 3세의 리더십에 대한 비판 여론도 커지고 있다. 런던 직장인 벤저민 호드게이스 씨는 10일 동아일보 기자에게 “여왕은 새 총리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임명하는) 형식적인 역할만 했다”며 “여왕은 워낙 아이콘 같은 인물이었지만 찰스 3세의 영향력은 그보다 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시민은 “(찰스 3세보다) 아들인 윌리엄 왕세자의 리더십이 더 기대된다”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젊은 세대일수록 군주제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올 5월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영국 국민 중 군주제 찬성 비율은 65세 이상에서는 74%였지만 18∼24세에서는 24%에 불과했다. 글로벌 복합위기로 전국이 경제난에 시달리는데 장례 절차에 천문학적 비용을 쓰는 것에도 비판이 인다. 변호사이자 시민운동가인 숄라 모스쇼그바미무는 자신의 트위터에 “수천만 명이 집 없이 살고 수백만 명이 물가 위기에 시달리고 있는데 여왕의 죽음에 수백만 파운드가 든다”고 비판했다. 옛 식민국가에서는 과거 영국이 약탈한 재물을 돌려달라는 요구도 확산되고 있다. 인도에서 발굴돼 1849년 영국으로 넘어가 왕관 한가운데 박힌 105.6캐럿 코이누르 다이아몬드에 대해 인도에서는 “오래전에 인도로 돌아왔어야 했지만 여왕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미 CNN방송이 전했다.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 칼럼니스트 하워드 프렌치는 “많은 국가를 순방한 여왕은 과거사를 비판하거나 사과하지 않으면서 유능하게 국가와 체제를 홍보했다”고 지적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런던=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2-09-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우크라, 하루새 러軍 점령지 20곳 탈환… 국경까지 진격

    우크라이나가 이달 러시아 점령지 가운데 6000km² 이상 국토를 탈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이 사방으로 도망쳤다”는 탈환 지역 주민들의 증언이 잇따랐다. 미국 정부는 “지금이 전쟁의 분수령이라고 확언할 수는 없다”면서도 전세(戰勢) 변화를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러시아는 13일 “모든 전선에서 대규모 공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2일(현지 시간) 심야 화상 연설에서 “9월 들어 우리 전사들이 우크라이나 남부와 동부에서 6000km² 이상을 해방시켰다”며 “우리 군의 진격은 계속된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로부터 되찾은 지역은 서울 면적(605km²)의 10배에 해당한다. 전날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탈환한 영토 면적이 3000km²라고 밝혔는데 하루 만에 2배로 늘어난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도 12일 전쟁연구소 분석 결과를 인용해 “지난주 우크라이나가 탈환한 면적은 약 8806km²로 러시아가 지난 5개월간 점령한 5180km²보다 넓다”고 보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24시간 동안 러시아군 점령지 20곳을 손에 넣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날 “우크라이나군이 북쪽으로 진격해 마을들을 탈환하며 러시아 국경까지 접근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군이 점령했던 지역에서 해방됐다는 주민들의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탈환 지역 주민인 올렉산드르 베르비츠키 씨는 미 CNN방송에 “(해방이) 이렇게 빠를 줄 몰랐다”며 “상점에 갔다 돌아오니 모두 달아나고 있었다. 러시아인들이 차를 타고 묘지를 통과했다”고 말했다.“러軍, 탄약고 버려둔채 도주-집단투항”… 美 “인상적 전세 변화” 우크라, 러 점령지 탈환 美서 지원한 기동로켓 ‘하이마스’와 공대지 미사일 ‘HARM’ 결정적 활약우크라 피란민들은 속속 귀환러 지방의원 47명, 푸틴 사퇴 촉구… 러軍은 “모든 전선서 대대적 반격” 우크라이나군 정보당국은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러시아 점령군이 우크라이나군 진격에 압박을 느껴 너무나 빠르게 달아나는 바람에 탄약고 전체를 놔두고 갔다”며 “이걸 적과 싸우는 데 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한 주 우크라이나가 동부 전선에서 탈환한 영토 면적이 러시아가 5개월간 점령했던 면적보다 1.7배 많을 정도로 탈환 속도가 빠르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 점령 지역을 탈환하며 피란 갔던 거주민들이 최전선이던 마을로 12일 기쁘게 돌아오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우크라군, 러 국경까지 접근”일부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국경 인근까지 파죽지세로 진격한 반면 러시아군은 전쟁 장기화로 인한 병력 부족과 극심한 피로에 직면해 집단 투항을 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우크라이나 정보국 대변인은 12일 “러시아가 황급히 철수하면서 남겨진 병사들이 집단 투항하고 있다”며 “러시아 전쟁포로가 너무 많아 이들을 수용할 공간마저도 부족하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에 대해 존 커비 미 백악관 전략소통조정관은 12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오늘 중요한 분수령이 왔다고 말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우크라이나의 탈환 소식이) 확실히 인상적인 군사 보고임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미 군사 당국자는 “우크라이나가 탈환한 동북부 하르키우에서 퇴각한 러시아군 다수가 러시아로 철수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전쟁의 전환점(turning point)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대반격에 성공하기까진 서방이 지원한 최첨단 무기가 역할을 했다. 미국이 지원한 고속기동포병로켓체계 ‘하이마스(HIMARS)’와 ‘고속대(對)레이더미사일(HARM)’이 게임체인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대 사거리가 84km에 달하는 하이마스는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 지역과 동부 이줌 지역 탈환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보도했다. 현재까지 하이마스가 파괴한 목표물은 40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동북부 하르키우 수복 작전에서는 HARM의 역할이 컸다고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12일 보도했다. HARM은 공대지 미사일로, 최장 145km 떨어진 곳의 레이더파 발신지도 추적해 정밀 타격한다. ○ 러 “모든 전선에서 대대적 공격”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으로 점령지를 빼앗기자 러시아는 13일 “모든 전선에서 대대적 공격을 가했다”며 재반격에 나섰다.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방송은 전선이 밀리는 데 대해 “정밀하게 계획된 병력 재편성”이라고 말했다. 미군 고위 관료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급속한 반격에도 전쟁에 대한 단기 전망이 근본적으로 바뀌진 않았다. 우크라이나는 힘든 전쟁을 계속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는 흔들리고 있다고 NYT가 12일 보도했다.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콜피노 등의 지방 의원 47명은 이례적으로 푸틴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세메놉스키 지역 의원인 크세니아 토르스트렘은 12일 “푸틴의 행동은 러시아와 러시아 국민의 미래에 해롭다”며 사임을 요구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 2022-09-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위기마다 확신 준 퀸’… 나라를 하나로 묶은 겸손-탈권위 리더십

    “여왕은 영국이 어려울 때마다 확신을 주는 존재(assuring presence)였다.” 9일(현지 시간) 서거한 영국의 여왕 엘리자베스 2세에 대해 영국 지역신문 기자인 멜라니 맥도널드 씨는 동아일보 기자를 만나 “여왕은 영국이라는 한 국가가 지속될 수 있음을 보여준 존재였다”며 이렇게 말했다. 대부분의 영국인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없는 세상을 살아본 적이 없다. 그는 70년 재위 기간 동안 영국 왕실이 과거처럼 위에 군림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며 국민 앞에 개방적이고 겸손한 태도를 유지해 왔다고 외신들이 평가했다. 미국 ABC 방송은 “겸손함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진짜 강점”이라고 했다. 이런 성품을 바탕으로 영국 국민에게 흔들리지 않는 안정된 리더십에 대한 믿음을 주면서 영국을 지탱한 구심점이 됐다는 것이다. 실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 대해서는 군주제 반대론자들도 존중을 표시할 때가 많다. 6월 여왕 즉위 70주년 행사에서 본보 기자와 만난 런던 시민 테일러 씨는 “왕실이 아닌 여왕이 국민의 구심점이다. 100세까지 군주 자리를 지켜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 여왕은 “(국민이) 보여준 호의에 힘을 얻었다”며 70년 재위의 공을 국민에게 돌렸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는 “여왕은 군주제 지지자와 군주제 철폐를 요구하는 공화주의자 양쪽에서 모두 존경받았다”고 평가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격변하는 세계 속에서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존재였다”고 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는 “바위처럼 든든한 존재”라고 여왕을 기렸다. 정치가 분열을 부추기고 위기를 극복할 해답을 제시하는 지도자가 보이지 않는 한국에 여왕의 리더십이 주는 시사점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 군에 자원입대 ‘노블레스 오블리주’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즉위 전 스무 살 되던 1945년 아버지 조지 6세에게 “조국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밝힌 뒤 영국 여자국방군에 자원입대했다. 군번 ‘230873’을 달고 군용트럭 운전사로 복무했다. “믿음을 얻으려면 (자신을) 보여야 한다.” 왕실이 국민 위에 군림할 수 없다고 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1969년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던 다큐멘터리 ‘로열패밀리’를 통해 왕실의 일상을 소탈하게 보여주며 군주제에 비판적이던 영국 국민의 인식을 바꾸려 했다. 2012년 런던 여름올림픽에서 ‘본드걸’로 영상에 출연하거나 올해 재위 70주년 기념식 영상에서 영국의 ‘국민 캐릭터’인 곰 인형 패딩턴 베어와 함께 출연해 화제가 됐다. 그러면서도 정치 현안에 대해서는 공개적인 발언을 삼가며 ‘정치 불개입’ 전통을 고수했다. 특히 즉위 직후부터 시대 변화에 맞게 고압적인 태도 대신 탈권위적이고 개방적인 발언과 행보를 보이며 주목받았다. 1961년 가나를 방문해 ‘아프리카 독립운동의 아버지’로 불리던 콰메 은크루마 초대 대통령과 춤을 추던 모습이 가장 대표적이다. 테러 우려에도 가나를 방문한 여왕은 카메라 앞에서 은크루마 대통령에게 춤을 먼저 제안했다. 군주인 백인 여성과 탈식민지 운동을 주도한 흑인 남성이 손을 잡고 춤을 추는 장면은 전 세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2011년 여왕이 100년 만에 아일랜드를 방문한 것이 1922년 아일랜드가 독립한 뒤 양국 간 깊은 갈등을 조금이나마 씻어내는 화해의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당시 BBC는 닐 암스트롱의 달 착륙에 빗대 “여왕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두 나라의 역사에는 위대한 순간”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 英 총리들도 속내 보이며 절대 신뢰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정치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삼가면서도 영국 총리들의 고민을 경청했다. 1992년 그는 한 다큐멘터리에서 “총리들은 내게 속내를 보이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털어놓곤 한다”며 “일종의 스펀지가 된 듯한 느낌을 받는데, 오히려 좋다”고 말했다. 존 메이저 전 영국 총리는 “여왕에게는 심지어 무분별할 만큼 완전히 솔직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런던=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2-09-1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70년 내내 헌신적 결단… 바위 같던 여왕 그립다”

    “런던 브리지가 실제 무너졌습니다(London Bridge Is Down).” 영국 런던에서 25년째 살고 있는 택시 운전사 모하메드 카릴 씨는 기자가 런던에 도착한 9일(현지 시간) 택시에 올라 “버킹엄궁으로 가달라”고 하자 이같이 말했다. ‘런던 브리지가 무너졌다’는 표현은 여왕의 서거를 의미하는 영국 왕실 코드명이다. 여왕의 서거가 런던 브리지 붕괴처럼 영국에 엄청난 충격을 주는 사건이란 뜻이 내포돼 있다. 현지에서 만난 영국인들은 코드명처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에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시민들은 여왕을 “정신적 지주”라고 불렀다. 어린아이를 유모차에 태운 채 버킹엄궁까지 온 37세 로티 씨는 “여왕이 끊임없이 결단을 내렸던 역사적 순간들과 타인을 항상 도우려 했던 선의가 기억에 남는다”며 울먹였다. 에너지난, 고물가 등 총체적 난국 속에 여왕이 세상을 떠난 데 대한 불안감도 드러냈다. 런던 지역신문 기자인 멜라니 맥도널드 씨는 기자에게 “(스캔들로) 총리가 바뀌더니 (여왕의 서거로) 국왕까지 바뀌었다. 이 모든 일이 한 주 안에 일어나 참 혼란스럽다”며 “어려운 시기라서 우린 여왕이 더욱 많이 그리울 것”이라고 했다. 리즈 트러스 신임 영국 총리는 8일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 앞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바위처럼 든든한 존재였다. 그 위에서 현대 영국이 건설됐다”고 말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96세의 나이로 8일 휴가를 보내던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에서 서거했다. 1926년 태어나 1952년 왕좌에 오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이자 영국의 최장수 군주로 영국인들의 존경을 받았다. 70년 재위 기간 동안 무너져가는 왕실의 중심을 바로잡고 격변의 현대사를 겸손하고 개방적인 태도로 영국인들과 함께하면서 흔들리지 않는 리더십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경제난 속에 여왕마저 떠나”… 英시민들, 헌화-손편지 행렬 영국 추모 현장 르포 고물가-에너지난 총체적인 난국“총리-왕 한주새 다 바뀌어 불안감”“마지막까지 최선, 고마웠어요”19일 국장에 75만명 이상 모일듯 “(가진 돈으로) 난방을 해야 할지, 먹을 걸 사야 할지(heating or eating) 선택해야 할 난국에 국가의 상징인 여왕까지 떠났어요….” 9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도심에서 만난 한 30대 여성은 이렇게 말하며 근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는 정부 관련 기관에서 일하기 때문에 인터뷰가 조심스럽다며 익명을 요청했다. 이어 “새 군주든 총리든 이 난국을 해결할 강력한 리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영국 전직 의원이었던 앤서니 쿰스 씨는 9일 버킹엄궁에 헌화를 하며 “우리는 한 시대를 떠나보내고 있다. 여왕은 국모였기 때문”이라며 “여왕은 끝까지 많은 일을 하며 최선을 다했다”고 회고했다. 이른바 ‘파티 게이트’와 거짓말 논란으로 물러난 보리스 존슨 전 총리 후임으로 리즈 트러스 신임 총리가 6일 취임한 지 이틀 만에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서거하자 영국인들은 추모 열기와 함께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혼란에 빠진 모습이었다. 서거 다음 날인 이날 평일임에도 양복을 입은 직장인부터 유모차를 끌고 온 주부, 백발의 노년층까지 폭우를 견디며 버킹엄궁 앞에 모여들었다. 1시간이 넘도록 긴 줄을 선 뒤 추모의 뜻이 담긴 꽃과 “마지막 날까지 최선을 다해줘 고맙다” “견고함(steadfastness)의 미덕을 보여줘 감사하다”는 손편지를 남기고 갔다. 아이와 함께 버킹엄궁에 온 로티 씨는 “한 시대가 가고 새 시대가 온다”고 말했다. 영국인들은 “총리와 국왕이 한 주 안에 다 바뀌었다”며 “영국이 불확실성에 내몰렸다”고 입을 모았다. 영국은 40년 만에 최고로 치솟은 물가, 에너지난으로 인한 에너지 요금 폭등 우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 가능성에 총리 교체라는 총체적 난국을 맞은 상태다. 기자와 만난 회사원 네이선 씨는 “불확실성이 커져 많은 사람들이 괴롭다”며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를 안타까워하던 시민 맷 콜 씨는 “트러스 총리가 에너지난 대책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제대로 할지 누가 알겠나”라며 “대책이 나오든 안 나오든 경제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영국 왕실이 ‘유니콘 작전’으로 명명한 계획에 따라 11일 여왕의 관이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에서 영국 런던을 향해 떠나며 영면을 위한 ‘마지막 여정’이 시작됐다. 여왕의 관은 12일 성자일스 대성당으로 이동해 장례 예배 후 24시간 동안 대중을 맞이한다. 특히 여왕의 참나무관이 이목을 끌었다. 밸모럴성의 꽃으로 만들어진 화환 아래 스코틀랜드 왕기로 덮인 관은 영국 왕실 협력업체가 30여 년 전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요즘은 구하기 힘든 고가의 영국산 참나무로 만들어졌고 왕실 장식을 부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관은 13일 공군기 편으로 런던 버킹엄궁으로 이동한 뒤 14일 웨스트민스터 홀로 옮겨져 일반 시민들에게 공개된다. 공휴일로 지정된 19일 오전 11시 국장이 엄수될 예정이다. 이날 장례식엔 75만 명 넘는 인파가 운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12일 보도했다. 찰스 3세 국왕의 전 부인인 다이애나 왕세자빈이 1997년 숨졌을 당시 조문객 규모와 맞먹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런던=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2-09-1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74세에 왕이 된 찰스 3세 “어머니처럼 헌신”

    영국 즉위위원회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서거 이틀 만인 10일(현지 시간) 장남 찰스 3세를 국왕으로 공식 선포했다. 찰스 3세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서거한 당일(8일) 자동으로 왕위를 계승했고 9일 리즈 트러스 신임 총리를 접견하며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찰스 3세는 첫 대국민 연설에서 “여왕이 변함없이 헌신했던 것처럼 나도 내게 허락된 시간 동안 충성심과 존경, 사랑으로 국민을 섬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국 역사상 최고령(74세)으로 국왕에 올랐다. 영국은 왕과 관련된 상징물을 모두 교체할 예정이다. 군주가 머무는 곳에 거는 왕실 깃발 ‘로열 스탠더드’, 영국 관공서 깃발에 있는 엘리자베스 2세 상징 문장과 영어 약자인 ‘EIIR’(Elizabeth Ⅱ Regina)가 찰스 3세의 것으로 바뀐다. 영국 국가인 ‘하느님, 여왕을 지켜 주소서(God Save the Queen)’의 제목과 가사에 나오는 ‘여왕(Queen)’은 ‘왕(King)’으로 바뀐다. 여왕의 얼굴이 새겨진 영국 파운드화 지폐와 동전도 새로 찍는다. 영국 BBC는 찰스 3세에 대해 “수줍음이 많고 예민한 영혼을 가진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바쁜 어머니와 엄한 아버지(필립 공) 아래서 살가운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자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청중 앞에서 자신을 낮추는 농담으로 분위기를 띄우고, 어린이들에게 해리포터 시리즈를 구연동화처럼 읽어주는 자상한 면모도 가졌다. 그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처럼 영국인에게 사랑받는 군주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찰스 3세의 현 부인인 커밀라 파커 볼스 왕비는 2005년 재혼한 배우자다. 1981년 다이애나 왕세자빈과 결혼했으나 유부녀였던 커밀라 왕비와 불륜 관계를 유지하다가 1996년 다이애나와 이혼했다. 1년 뒤 다이애나가 프랑스 파리에서 파파라치의 추격을 피하다가 교통사고로 숨지자 찰스 3세는 국민적 비난을 받았다. 찰스 3세가 10일 즉위식에서 보인 태도도 논란이 됐다. 그가 즉위 선언문에 서명하기 전 탁자 위 쟁반이 거슬리는 듯 얼굴을 찌푸리며 미는 시늉을 하자 수행원이 황급히 쟁반을 치웠다. 조금 뒤에는 잉크통을 보고 치우라는 듯 손을 내저었다. 이 장면은 영국 전역에 생중계됐다. 영국 가디언 등은 “여왕이었다면 직접 옮겼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11일 옥스퍼드와 에든버러에서는 시위대가 “누가 찰스를 국왕으로 뽑았느냐”고 외치며 항의하다가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런던=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2-09-1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한식이 유럽인 입맛에 오래 남으려면 [특파원칼럼/조은아]

    프랑스 파리에 최근 문을 연 한식당들을 취재하며 현지인 손님이 대부분이란 사실에 놀랐다. 프랑스인에게 생소할 법한 김밥, 떡볶이를 파는 분식점에는 좌석 14개가 한인이 아닌 유럽인들로 가득했다. 한식 치킨집은 올해 5월 개업 때는 한인 손님이 70%가량이었는데 이젠 현지인 비율이 절반을 넘어섰다. 한인 마트가 아닌 프랑스 대형마트 ‘프랑프리’나 현지인 골목 상점에서도 짜파구리, 불닭볶음면, 불고기 양념 등을 흔히 볼 수 있다. 한식당에서 만난 프랑스인들은 유튜브 레시피를 보고 집에서 한식을 해 먹는다고 했다. 이런 모습을 보니 한국 정부가 한식세계화추진단을 신설하며 ‘한식을 8년 안에 세계 5위권에 진입시키겠다’고 선포했던 2009년이 떠오른다. 그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5월 17일 자에는 ‘한식’과 ‘일본 벤또(도시락)’에 대한 기사가 나란히 실렸다. 벤또 기사에는 ‘이 박스들은 너무나 아름다워서 이를 먹는다는 건 범죄였다’란 식의 찬미가 가득했다. 반면 당시 FT 서울 특파원이 한국 정부의 한식 세계화 정책을 다룬 칼럼 도입부는 ‘전 세계 낙지들은 떨고 있어야 한다. 한국 요리사들이 글로벌화할 것이기 때문이다’라는 비아냥거림으로 시작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은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식당을 찾은 프랑스인들은 ‘요즘은 일식보다 한식’이라고들 했다. 파리 교민신문인 한위클리에 따르면 파리의 한식당은 2000년대 이전까진 40여 개였지만 2020년에 120여 개까지 늘어 외형적으로 성장했다. 한식의 성장은 한국에 대한 호감을 높이는 민간 외교의 역할은 물론이고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에 교역을 늘리는 기회가 된다. 올해 상반기(1∼6월) 유럽 국가에 수출된 한국 농·식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 동기 대비 무려 49.6%가 늘었다. 한식이 성장하기까진 정부의 노력과 K팝 K드라마의 인기가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여러 요인 중에서도 젊은 한식업 창업가들의 열정과 끈기를 높이 사고 싶다. 기자가 만난 30, 40대 창업가들은 대개 5, 6년의 준비 기간을 갖고 어학원을 다니면서 현지인의 식문화와 요식업을 익히려 파리의 식당 아르바이트를 뛰었다. 이들에게선 MZ세대(밀레니얼+Z세대) DNA가 묻어났다. 이들은 ‘난 다르게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한국의 멀쩡한 직장과 사업 기반을 접고 파리로 향했다. ‘색다른 사업을 하겠다’는 의지로 안전한 전통 한식 메뉴를 벗어나 실패 가능성이 높은 분식집 치킨집을 열었다. 하지만 이들의 열정을 뒷받침할 정부의 지원 정책은 부족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한식 정책은 여전히 한식을 널리 알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제는 한식이 어느 정도 널리 알려졌으니 창업 현실을 분석해 세밀하게 지원하는 데 집중해야 할 때다. 한식당 창업자들과의 대화에서 발견한 대표적 문제는 인력 부족이다. 한식과 한국 문화를 잘 이해하고 손님에게 음식을 제대로 설명할 인력이 희귀하다고 한다. 정부가 해외 곳곳에 뿌리 내릴 한식 셰프를 더 적극적으로 육성하면서 인턴 제도 등으로 한식당 인력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정부나 노하우가 집약된 대기업이 한식 스타트업을 발굴해 키웠으면 좋겠다. 유럽은 법률과 행정이 너무 달라 창업자들이 가게를 열기까지 많은 난관을 넘어야 한다. 개업 뒤에 건물주와의 분쟁 등으로 폐업 위기에 직면한 경우도 있다. 정부와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육성하듯 인큐베이팅 과정에서 법률 및 행정 자문 등을 지원하면 한식이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조은아 파리 특파원 achim@donga.com}

    • 2022-09-1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찰스 3세 즉위 “여왕처럼 헌신”…국민 반감도 적지 않아

    영국 즉위위원회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서거 이틀 만인 10일(현지 시간) 장남 찰스 3세를 국왕으로 공식 선포했다. 찰스 3세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서거한 당일(8일) 자동으로 왕위를 계승했고 9일 리즈 트러스 신임 총리를 접견하며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찰스 3세는 첫 대국민 연설에서 “여왕이 변함없이 헌신했던 것처럼 나도 내게 허락된 시간 동안 충성심과 존경, 사랑으로 국민을 섬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국 역사상 최고령(74세)으로 국왕에 올랐다. 영국은 왕과 관련된 상징물을 모두 교체할 예정이다. 군주가 머무는 곳에 거는 왕실 깃발 ‘로열 스탠더드’, 영국 관공서 깃발에 있는 엘리자베스 2세 상징 문장과 영어 약자인 ‘EIIR’(Elizabeth Ⅱ Regina)가 찰스 3세의 것으로 바뀐다. 영국 국가인 ‘하느님, 여왕을 지켜 주소서(God Save the Queen)’의 제목과 가사에 나오는 ‘여왕(Queen)’은 ‘왕(King)’으로 바뀐다. 여왕의 얼굴이 새겨진 영국 파운드화 지폐와 동전도 새로 찍는다. 교체 대상인 화폐의 액면가를 합하면 110조 원 규모에 달해 교체 작업에 최소 2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영국 BBC는 찰스 3세에 대해 “수줍음이 많고 예민한 영혼을 가진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바쁜 어머니와 엄한 아버지(필립 공) 아래서 살가운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자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청중 앞에서 자신을 낮추는 농담으로 분위기를 띄우고, 어린이들에게 해리포터 시리즈를 구연동화처럼 읽어주는 자상한 면모도 가졌다. 그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처럼 영국인에게 사랑받는 군주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찰스 3세의 현 부인인 커밀라 파커볼스 왕비는 2005년 재혼한 배우자다. 전 부인은 생전 영국 국민들의 ‘슈퍼스타’로 통했던 다이애나 스펜서 왕세자비. 찰스 3세는 1981년 다이애나와 결혼했으나 당시 유부녀였던 커밀라 왕비와 불륜 관계를 유지하다 1996년 다이애나와 이혼했다. 1년 뒤 다이애나가 프랑스 파리에서 파파라치의 추격을 피하다 교통사고로 숨지자 찰스 3세는 국민적 비난을 받았다. “왕위 계승 서열에서 그를 빼야 한다”는 요구까지 일었다. 현재도 찰스 3세에 대한 반감이 적지 않다. 런던에서 만난 택시 운전사 카릴 씨는 본보에 “새 국왕이 옛날에 다이애나를 버리고 카밀라와 재혼했기 때문에 다들 싫어한다. 다이애나가 살아있다면 오히려 그녀가 여왕이 될 만했다”고 말했다. 11일 옥스퍼드와 에딘버러에서는 시위대가 “누가 찰스를 국왕으로 뽑았느냐”고 외치며 항의하다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런던=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2-09-12
    • 좋아요
    • 코멘트
  • 英 새 내각 톱4에 ‘백인 남성’ 없어… 사상 처음

    6일 취임한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측근들로 내각 요직을 채워 ‘측근을 중시하다 스캔들에 휘말린 보리스 존슨 전 총리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내각 ‘톱 4’에는 처음으로 백인 남성이 없고, 부총리도 여성이 지명됐다. 트러스 총리는 이날 취임 연설에서 “함께 폭풍우를 헤치고 경제를 재건하며 멋진 현대 영국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면서 경제, 에너지, 국민보건서비스(NHS) 의료 문제를 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에너지 요금 및 미래 에너지 공급원 확보에 관한 조치를 이번 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트러스 총리는 연설을 마치고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에서 부총리, 재무, 외교, 내무장관 등 이른바 톱 4 장관을 발표했다. 트러스 총리의 오랜 정치적 동지 테리즈 코피가 부총리 겸 보건복지장관에 올랐다. 재무장관에는 존슨 전 총리 내각에서 산업 장관을 맡은 쿼지 콰텡이 임명됐다. 콰텡 장관 부모는 가나 출신으로 1960년대 영국으로 이주했다. 그는 명문 사립 이튼칼리지와 케임브리지대를 거쳐 금융권에서 일했다. 외교장관에는 제임스 클레벌리 전 교육장관이 임명됐다. 어머니가 시에라리온 출신인 그는 영국 첫 흑인 외교장관이 됐다. 내무장관은 당 대표 경선에 나왔던 수엘라 브래버먼 법무장관이 맡게 됐다. 브래버먼 장관 부모도 각각 케냐와 모리셔스 출신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트러스 총리는 테리사 메이 전 총리와는 다르지만 존슨 전 총리와 비슷하게 자신에게 충성스러운 사람들로 완벽히 둘러싸인 것 같다”고 첫 내각을 평가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트러스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취임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러스 총리는 양국의 특별한 협력 관계를 재확인하며 더욱 연대 관계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2022-09-0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파리 한복판에 韓분식집, 런던엔 포장마차… 현지인들 방문 인증샷[글로벌 현장을 가다]

    《‘김밥 12유로, 라면 11유로, 떡볶이 14유로….’ 5일 오후 1시경 프랑스 파리 15구 한 골목 가게 앞.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분식집 메뉴판이 서 있다. 일반적인 한식당 메뉴에 등장하는 불고기 김치찌개 같은 전형적인 음식 품목 없이 분식만 파는 순수 분식점 ‘동네’. 작은 가게를 남녀노소 14명이 앉아 가득 채우고 입구 밖으로도 5명이 줄을 섰다. 생소한 한국 분식을 찾은 손님 가운데 아시아인은 보이지 않았다. 헬멧을 쓴 배달원 서너 명이 가게를 들락날락하고 입구 옆 탁자 위엔 배달을 기다리는 종이주머니 서너 개가 항상 줄지어 있었다. 이 가게 단골 플로리앙 씨는 “김밥은 기름지지 않고 건강에 좋은 편이라 많이 먹는다”며 “요즘 한인마트가 아닌 프랑스마트에서도 한식 재료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한식이 비빔밥 불고기로 대표되는 시대는 지났다. 유럽에서는 한국 분식과 디저트가 대중화되고 있다. 유럽인에게 낯설 법한 칼칼한 고추맛 소스와 물컹거리는 떡의 질감까지 까다로운 이들 입맛을 파고들었다. 한국 분식이 잘 팔린다는 소문에 중국계 자영업자들까지 떡볶이와 한국식 치킨을 팔기 시작했다.‘홍대 포차’도 영국에 수출 요즘 유럽에 새로 문을 여는 한식당은 백화점식이 아니다. 한두 가지 ‘킬러’ 메뉴로 승부한다. 한식이 그만큼 세분화, 차별화하고 있다. 파리 분식집 동네는 유럽인이 선뜻 먹고 싶어 할 것 같지 않아 보이는 떡볶이와 김밥을 주요 상품으로 내세웠다. 2020년 1월 개업한 동네는 올해 8월까지 매출이 1년 전에 비해 30%가량 늘었다. 포장과 배달까지 합해 하루 200∼250인분이 팔린다. 최현진 대표는 “처음에는 떡볶이가 뭔지, 김밥이 스시(초밥)와 어떻게 다른지 오는 손님마다 매번 설명해야 했는데 이제는 그리 많이 설명하지 않는다. 손님들이 잘 알고 오신다”고 말했다. 올 5월 파리 14구에 문을 연 한식당 ‘올리브치킨’도 치킨에만 집중한다. 간판조차 달지 못한 채 개업했는데도 입소문을 타 지난달 매출은 개업 첫 달보다 2배 넘게 올랐다. 하루 평균 60∼100건 주문이 들어온다. 해외에서 뜬 식품 브랜드가 한국에 진출하는 것이 예전 흐름이었다면 요즘은 반대다. 한국에서 뜬 점포 형태가 유럽으로 수출되기도 한다. 한국 홍익대 거리에서 인기를 모은 ‘홍대 포차’는 영국 런던에 올 5월 진출했다. 일반적인 홍대 거리의 ‘포차 문화’를 옮겨왔다. 벽 낙서, 옛 영화 포스터 같은 인테리어와 ‘쏘맥(소주+맥주 폭탄주)’, 막걸리 같은 메뉴가 현지인에게 이색적이고 이국적인 매력을 주고 있다. 유럽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던 분식이 주목받기까진 인스타그램, 틱톡을 비롯한 뉴미디어가 큰 역할을 했다. 파리 분식집 동네에서 떡볶이를 주문한 대학생 켄자 씨는 “이 식당을 틱톡에서 봤는데 여러 음식이 너무 맛있어 보여서 왔다”며 “한국 드라마를 볼 때 이런 음식을 먹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던 참이었다”고 했다. 독특한 공간이나 음식 사진을 경쟁적으로 올리는 인스타그램 이용자들은 이색적인 한국 분식집, 치킨집을 방문하고 찍은 ‘인증 샷’을 즐긴다. 유럽인에게 한국 분식이 과거에는 시도하기 꺼려지는 메뉴였다면 이제는 자신을 색다르게 표현하는 유용한 도구가 된 셈이다.중국인이 한국 분식 치킨 팔아 동네에서 만난 파리 시민들은 분식의 ‘단짠(달고 짠)’ 매력은 물론이고 음식이 신속하게 나오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분식이 더 확산될 가능성도 점쳤다. 파리 음식 관련 잡지사에서 일하는 그자비에 씨는 분식을 먹으며 “프랑스 지방에서 베트남식당이 널리 퍼졌듯 한식당은 리옹 마르세유 툴루즈 같은 지역에서도 잘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 분식이 잘 팔린다는 소문이 나자 중국계 자본이 ‘한국 분식’ ‘한국 치킨’ 간판을 걸고 장사를 시작하기도 했다. 음료만 팔던 중국계 버블티 브랜드 ‘디알리’는 올 5월부터 파리 13구 점포에서 떡볶이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김신현 올리브치킨 대표는 “치킨 인지도가 워낙 높아지면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계 외국인들이 ‘치맥’ ‘한국 치킨’을 강조하며 치킨을 팔기 시작해 놀랐다”고 전했다.‘디저트의 나라’서 인기 韓디저트 분식뿐이 아니다. 디저트의 나라 프랑스에서 한국식 디저트가 세련된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5일 찾은 파리 5구 한국식 카페 ‘플러스82’ 입구 앞에는 파리 사람들이 줄을 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빙수 전문인 이곳에서는 팥빙수 망고빙수 녹차빙수 등을 한국식 그대로 선보인다. 이곳에서 만난 파리 시민들은 미숫가루, 유자같이 한국 디저트에 쓰이는 음식재료를 익히 알고 있었다. 마카롱 크레프 같은 디저트 본고장인 프랑스 사람들이 한국 디저트를 찾는 데에는 빙수처럼 얼음을 주로 사용한 디저트가 신선하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많았다. 이 카페를 네 번째 방문한다는 대학생 모르간 씨는 녹차빙수를 먹으며 “으깬 얼음과 녹차를 활용한 디저트는 처음 본다”며 “우리가 많이 쓰지 않는 재료로 만들어 새롭다”고 말했다. 프랑스 디저트보다 덜 달고 덜 느끼해 건강한 느낌을 준다는 의견도 있다. 미숫가루를 좋아한다는 메허 씨는 “한국 디저트는 설탕이 적절하게 들어가 지나치게 달지 않다”고 했다. 전통 한식 외에 분식 디저트류 등의 판매가 늘면서 한국 음식자재 수출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파리지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유럽 국가에 수출된 한국 농·식품은 4억2644만 달러(약 5900억 원)어치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2%,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 동기에 비해 무려 49.6% 늘었다. 한국 식품기업도 시장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투자를 늘리고 있다. CJ제일제당은 2027년까지 유럽시장 매출을 5000억 원으로 늘리겠다고 7월 발표했다.“유럽에 기회가 있다” 한인타운을 중심으로 한 전통 한식당들은 유럽에 오랫동안 뿌리내린 교포들이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분식, 디저트카페같이 최근 문을 연 한식당은 유럽 창업을 목표로 아예 한국에서 건너온 젊은이들이 주축이다. 이들은 한국에서는 요식업이 포화상태지만 유럽에서는 기회가 있다고 말한다. 최현진 동네 대표는 “프랑스에선 한국보다 음식 재료는 저렴한데 서비스 비용은 높아 이윤이 상대적으로 더 날 수 있는 구조라고 판단했다”며 “프랑스인들은 초기에 접근하기 어렵지만 장기적으로는 충성도가 높아 단골이 많다”고 소개했다. 한국에서 은행에 다니던 최 대표는 입사 5년 차 무렵인 2016년 파리에서 분식집을 열겠다는 꿈을 안고 파리를 찾았다. 프랑스어를 몰라 어학원을 다니면서도 각종 한식당 아르바이트를 하며 현장을 익혔다. 프랑스에 온 지 6년 만에 창업 아이디어를 구체화해 지인들과 치킨집을 연 김신현 올리브치킨 대표는 “지금이 한류로 한식이 주목받는 시기인데 한국에선 흔한 치킨을 이곳 사람들은 신선하게 본다”며 “이곳에 기회가 있다”고 힘줘 말했다. 조은아 파리 특파원 achim@donga.com}

    • 2022-09-0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獨-佛, 전기-가스 나눠쓰기로… 英 새 총리 “에너지요금 동결 검토”

    러시아가 유럽 가스 공급을 중단하자 가스 값이 33% 폭등하고 유로화 가치는 20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급락했다.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자 유럽 국가들은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독일과 프랑스는 전기와 가스를 나눠 쓰기로 하고 유럽연합(EU)에 “고유가로 막대한 이윤을 거둔 에너지 기업에 ‘횡재세’를 걷자”고 압박했다. 리즈 트러스 신임 영국 총리는 10월 가계 에너지요금 80% 인상을 취소하고 요금 동결을 검토하고 있다.○ 佛·獨, “유럽 국가 모두 횡재세 걷자”지난 주말 러시아가 추가 가스 공급 중단 조치를 발표하면서 프랑스에 이어 독일에도 가스 공급을 끊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유럽 가스 가격의 기준이 되는 네덜란드 TTF 10월 인도분 가스 선물(先物) 가격은 5일 장중 1MWh(메가와트시)당 전 거래일 대비 33% 뛴 284유로까지 치솟았다. 가스 수급난이 유럽 경제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며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는 이날 장중 전장 대비 0.70% 하락한 0.9884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2002년 12월 이후 약 20년 만의 최저치라고 AFP통신은 전했다. 같은 날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 DAX지수는 전 거래일 종가 대비 2.22%, 파리 증시 CAC40지수는 1.20% 하락했다. 앞서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은 3일 독일을 통해 유럽으로 향하는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의 가스 공급을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당초 지난달 31일∼이달 2일 노르트스트림1 공급을 중단했다가 재개할 계획이었지만 이를 뒤엎었다. 가스프롬은 프랑스에 대해서도 이달 1일부터 가스 공급을 끊었다. 유럽 주요국은 비상 대응에 나섰다. 독일과 프랑스는 에너지 위기 국면에 전기와 가스를 서로 나눠 쓰기로 했다. 프랑스는 독일에 가스를 보내고, 독일은 전기를 프랑스에 보내는 방식이다. 또 에너지 값 급등으로 막대한 이익을 얻게 된 에너지기업들에서 세금을 받는 ‘횡재세’ 도입을 추진한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5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의 화상회의에서 “횡재세 적용을 요구하는 독일을 지지하며 EU가 이 정책에 동의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숄츠 총리는 전날 650억 달러(약 89조 원) 규모의 에너지난(難) 지원책을 발표하며 에너지기업에 횡재세 부과 방침을 밝혔다.○ 英 신임 총리, 에너지가격 동결 검토트러스 영국 총리는 7일 발표할 가계 에너지 위기 대책으로 에너지 요금 동결을 검토 중이라고 로이터통신과 BBC방송이 보도했다. 다음 달 표준가구 기준 연 3549파운드(약 564만 원)로 약 80% 오를 것으로 전망되는 전기 및 가스요금을 인상 전 요금 그대로 적용하겠다는 얘기다. 유럽 주요국은 올겨울 에너지 가격 상승에 대비해 가계와 기업을 지원하는 데 재원을 투입하고 있다. 유럽 싱크탱크 브뤼헐 분석에 따르면 유럽 각국의 지원액은 최소 3760억 유로(약 514조 원)에 달한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EU도 에너지 위기 추가 대응에 나선다. 러시아산 원유 및 석유 가격상한제를 합의한 EU는 러시아산 가스 값 상한제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6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입수한 EU 문건에는 EU 집행위원회 산하 에너지위원회가 회원국에 러시아산 가스 도매가에 긴급 상한제 적용을 제안하는 내용이 담겼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2-09-0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횡재세 걷자” “에너지 요금 동결 검토”…유럽, 가스값 급등에 비상

    러시아가 유럽 가스 공급을 중단하자 가스 값이 33% 폭등하고 유로화 가치는 20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급락했다.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자 유럽 국가들은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독일과 프랑스는 전기와 가스를 나눠 쓰기로 하고 유럽연합(EU)에 “고유가로 막대한 이윤을 거둔 에너지 기업에 ‘횡재세’를 걷자”고 압박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신임 총리는 10월 가계 에너지요금 80% 인상을 취소하고 요금 동결을 검토하고 있다.● 佛·獨, “유럽 국가 모두 횡재세 걷자”지난 주말 러시아가 추가 가스 공급 중단 조치를 발표하면서 프랑스에 이어 독일에도 가스 공급을 끊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유럽 가스 가격 기준이 되는 네덜란드 TTF 10월 인도분 가스 선물(先物) 가격은 5일 장중 1메가와트시(MWh)당 전 거래일 대비 33% 뛴 284유로까지 치솟았다. 가스 수급난이 유럽 경제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며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는 이날 장중 전장 대비 0.70% 하락한 0.9884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2002년 12월 이후 약 20년 만의 최저치라고 AFP통신은 전했다. 같은 날 독일 프랑크푸르트 중시 DAX지수는 전 거래일 종가 대비 2.22%, 파리 증시 CAC40지수는 1.20% 하락했다. 앞서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은 3일 독일을 통해 유럽으로 향하는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의 가스 공급을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당초 지난달 31일∼이달 2일 노르트스트림1 공급을 중단했다가 재개할 계획이었지만 이를 뒤엎었다. 가스프롬은 프랑스에 대해서도 이달 1일부터 가스 공급을 끊었다. 유럽 주요국은 비상 대응에 나섰다. 독일과 프랑스는 에너지 위기 국면에 전기와 가스를 서로 나눠 쓰기로 했다. 또 에너지 값 급등으로 막대한 이익을 얻게 된 에너지기업들에서 세금을 받는 ‘횡재세’ 도입을 추진한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5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의 통화에서 “횡재세 적용을 요구하는 독일을 지지하며 EU가 이 정책에 동의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숄츠 총리는 전날 650억 달러(약 89조 원) 규모 에너지난(難) 지원책을 발표하며 에너지기업에 횡재세 부과 방침을 밝혔다.● 英 신임 총리, 에너지가격 동결 검토리즈 트러스 영국 신임 총리는 7일 발표할 가계 에너지 위기 대책으로 에너지 요금 동결을 검토 중이라고 로이터통신과 BBC방송이 보도했다. 다음달 표준가구 기준 연 3549파운드(약 564만 원)로 약 80% 오를 것으로 전망되는 전기 및 가스요금을 인상 전 요금 그대로 적용하겠다는 얘기다. 유럽 주요국은 올겨울 에너지 가격 상승에 대비해 가계와 기업을 지원에 재원을 투입하고 있다. 유럽 싱크탱크 브뤼헐 분석에 따르면 유럽 각국 지원액은 최소 3790억 유로(약 518조)에 달한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EU도 에너지위기 추가 대응에 나선다. 러시아산 원유 및 석유 가격상한제를 합의한 EU는 러시아산 가스 값 상한제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6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입수한 EU 문건에는 EU 집행위원회 산하 에너지위원회가 회원국에 러시아산 가스 도매가에 긴급 상한제 적용을 제안하는 내용이 담겼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2-09-06
    • 좋아요
    • 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