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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할수록 병에 많이 걸린다는 추정과 달리 소득이 높은 계층이나 지역의 주민이 암을 비롯한 중증질환에 더 시달린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심장, 뇌혈관, 암, 희귀난치성 질환 등 4대 질환이 특히 심했다. 본보가 건강보험 전체 가입자의 10년 치 질병정보(2002∼2011년)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함께 빅데이터 기법으로 분석한 결과다. 건강보험 가입자는 4900만 명(전 국민의 97%·2011년 기준)이다. 소득과 지역에 따른 차이는 암이 두드러졌다. 소득 수준을 상위(0∼25%) 중위(25∼75%) 하위 계층(75∼100%)으로 나눠 인구 1000명당 환자를 비교했더니 2011년의 발생률이 △상위 26.15명 △중위 17.95명 △하위 17.53명이었다. 상위계층이 중·하위 계층보다 30%가량 많다. 심장 및 뇌혈관 질환은 상위→하위→중위 계층의 순이었다. 심장질환은 △상위 28.63명, △중위 19.40명, △하위 20.43명, 뇌혈관질환은 △상위 21.79명, △중위 16.43명, △하위 17.56명. 지역별로 비교해도 ‘부자 동네’에서의 암 발생률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인구 1000명당 암 환자는 전국 평균이 21.15명. 하지만 서울의 서초구(32.95명) 강남구(31.19명), 경기 성남시의 분당구(33.58명)는 10명 이상 많다. 서울의 용산구(28.99명) 송파구(28.68명), 경기의 과천시(29.94명)도 마찬가지. 이에 대해 양동훈 서울아산병원 교수(소화기 내과)는 “발생률과 발견율 측면에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고소득자의 경우 육식 위주의 서구형 식습관, 과로 및 과음, 과도한 스트레스에 노출된 생활이 질병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선진국병이라 불리는 유방암, 전립샘암, 대장암 환자는 서울 등 대도시에서, 또 서울에서는 강남 3구(서초 강남 송파)에서 환자 발생률이 높았다. 하지만 건강에 대한 관심과 정보가 많고, 수준이 높은 의료기관의 건강검진을 적극 이용했기에 질병을 더 많이 발견했을 가능성도 있다. 암 환자는 10년 사이에 2배가량 늘었다. 지역별로는 울산(8.25→21.52명)의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광주(9.45→23.32명) 대구(9.50→22.77명) 대전(10.44→24.93명) 부산(9.23→21.07명)이 뒤를 이었다. 이지은·이샘물 기자 smiley@donga.com}

“보건의료 정책의 패러다임이 질병 치료에서 예방과 건강 증진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가능한 일입니다.” 김종대 건보공단 이사장(사진)은 6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공단은 전 국민의 건강검진과 진료기록뿐 아니라 소득 정보까지 갖고 있다. 이처럼 방대하면서도 구체적인 자료를 확보한 국가는 한국과 대만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공단은 ‘국민건강 표본DB’를 최근 구축했다. 모든 대상자를 성별 연령별 소득수준별로 구분한 뒤 100만 명을 추출해서 만들었다. 질병 정보와 진료 명세를 토대로 고려대 의대 산학협력단과 함께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작업했다. 김 이사장은 “보건의료 정책에 필요한 과학적인 자료를 만들고, 맞춤형 건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추진했다”고 밝혔다. 어느 지역에는 어떤 환자가 많고, 소득 수준에 따라 환자 수가 어떻게 차이 나는지를 분석하는 일이 가능해졌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빅데이터는 위염 환자가 어느 곳에 많이 살며, 소득수준이 어디에 속하는지를 보여준다. 또 비만 환자 중에서 대사증후군에 걸릴 위험이 높은 그룹은 어떤 특징이 있는지도 알려준다.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정부는 질병 예방에 필요한 의료정책을 마련하면 된다. 시도 또는 시군구는 주민을 위한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중병에 걸리고 나서 환자는 환자대로 고생하고, 정부는 정부대로 막대한 재정을 쏟는 현실을 개선하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가입자의 부담을 낮추거나, 보험료를 올리지 않아도 건강보험 혜택을 늘리는 방법이기도 하다. 김 이사장은 “정부가 보건의료 정책을 수립하거나 학계가 연구할 때 활용하도록 표본DB를 공개하겠다. 또 심포지엄을 열어 DB의 정확성을 검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직장이 어린이집을 운영하면 여성 근로자가 출산 후 일터에 복귀하는 비율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김정호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의 논문(직장보육시설과 여성의 고용안전)에 따르면 여성 근로자가 출산 36개월 뒤 노동시장에 돌아오는 비율은 직장어린이집이 있는 곳이 그렇지 않은 곳보다 4.3%포인트 높았다. 이번 연구는 직장어린이집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사업장(상시근로자 수 500인 이상)에 다니는 여성 근로자의 고용보험 자료를 토대로 진행됐다. 2001∼2007년 출산휴가 급여를 받은 여성이 분석 대상이다. 2010년 직장어린이집을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 사업장 833곳 가운데 실제로 어린이집을 둔 곳은 312곳(37.5%)에 그쳤다. 208곳(25%)은 보육수당 지급으로, 58곳(7%)은 위탁 운영으로 대체했다. 그러나 255곳(30.6%)은 아무런 대안을 제공하지 않았다. 직장어린이집이 있는 회사에 다니는 여성은 그렇지 않은 직장에 다니는 여성보다 육아휴직을 이용하는 비율도 10.7%포인트 높았다. 여성은 출산 후 2년 이내에 육아휴직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출산 후 12개월 이내에 집중됐다. 김 교수는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면 유능한 여성 인력을 확보하기 쉽다. 이직률까지 낮아져 인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직원의 직무만족도와 애사심, 책임의식이 높아져 기업 생산성도 향상된다는 지적이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 “일부 병원의 1인실은 호텔 숙박비보다 비싸다. 6인실은 건강보험이 적용돼 비용이 저렴한데, 대부분의 대학병원에서는 좀처럼 구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비싼 비용을 감수하고 1, 2인실에 들어갔다가 자리가 나면 6인실로 옮기는 환자가 많다. 이런 불편을 줄이도록 개선해 줬으면 한다.”(한국신장암환우회 회원 김모 씨·46) 》대학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는가. 큰 대학병원에는 수술 경험이 많고 의료 기술이 뛰어난 의사가 많다. 환자가 몰리는 이유다. 큰 수술을 앞두고 대학병원에 입원하려는 환자는 병상이 비기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그러나 오랜 기다림 끝에 나오는 병상은 대개 1, 2인실. 환자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비싼 상급 병실에 들어갔다가 6인실로 옮긴다. 이처럼 대학 병원에서 6인실을 곧장 이용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6인실은 일단 이용료가 저렴하다. 보통 ‘일반 병실’이라 부른다. 정부가 이를 ‘기준병상’으로 정했기 때문에 기본입원료 외에 별도의 병실 비용을 내지 않는다. 입원료는 병·의원 규모에 따라 하루 2만5160∼3만4230원이다. 건강보험에 가입한 환자라면 실제 부담하는 돈은 이 금액의 20% 정도. 그러나 1∼5인실에 입원하면 비용이 크게 오른다. 이런 병실을 쓰면 ‘상급 병실료 차액’이 부과된다. 환자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 게다가 상급 병실료 차액은 병원이 자체 책정하는 비급여 항목.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병원에 따라 1인실은 8만∼48만 원, 2인실은 5만∼21만5000원이다. 김 씨는 3년 전 장인이 대장암 판정을 받아 서울의 대학병원을 찾았다. 빈 병상이 없었다. 일단 집에 돌아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며칠 뒤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병실에 자리가 났다는 소식. 그런데 1인실이었다. 6인실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결국 김 씨는 하루 30만 원이 넘는 상급 병실료 차액을 부담하기로 하고 장인을 1인실에 모셨다. 얼마 후 6인실에 자리가 생겨 병실을 옮기긴 했지만 씁쓸했다. 한국신장암환우회에서 활동했던 김 씨는 이런 사례를 많이 봤다. 그는 “큰 병원에 입원한 환자의 80∼90%는 비슷한 경험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0년을 기준으로 일반 병상 비율이 상급종합병원(대형 대학병원)의 경우 65.6%, 종합병원은 72.2%였다. 건강보험 혜택을 받는 병실은 60∼70%밖에 되지 않는다. 규정상 병원은 기본입원료만 청구하는 일반 병상을 50% 이상 갖춰야 한다. 새로 병원을 짓거나 병상을 늘리면 일반 병상을 70% 이상 만들어야 한다. 병원이 이런 규정을 어기지는 않았지만 환자 부담을 줄이려면 일반 병상을 좀 더 늘려야 한다는 얘기가 많다. 김 씨는 “병원이 일반 병상을 늘리지 않는 이유는 1, 2인실에서 훨씬 많은 수익을 내기 때문 아니냐”고 꼬집었다. 그는 6인실을 이용하고자 하는 환자가 얼마나 되는지 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자의 수요에 맞춰 1, 2인실과 6인실 비율을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 또 병원별로 병실 정보를 인터넷에 공개하는 방안도 좋을 것이라고 했다. 면역력이 떨어지거나 전염성 또는 화상으로 격리치료를 받는 환자는 1인실을 이용할 때 상급 병실료 차액을 지원한다. 무균치료나 방사선치료 역시 마찬가지다. 김 씨는 이런 지원 대상을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임종을 앞둔 환자처럼 홀로 병실을 이용해야 하는 환자에게도 건강보험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답변 상급 병실이 꼭 필요한 환자에겐 법적인 기준에 따라 지원한다. 의학적 타당성과 비용 대비 효과를 따져 건강보험을 적용한다. 기준을 벗어나면 지원이 어렵다. 재원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 대한병원협회 답변 현재 규정으로는 기준 병상을 50% 이상 갖추면 되지만 68∼90%까지 운영하는 곳도 있다. 기준 병상 비율이 더 높아지면 병원 운영에 문제가 된다. 사생활 노출을 피하기 위해 특실을 요구하는 환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기준 병상의 비율은 현재 수준이 가장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나춘균 보험위원장)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전국 가구 5곳 중 4곳은 개인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은 이런 경향이 특히 심했다. 3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5732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패널조사’에서 개인연금 가입률은 6.7%에 그쳤다. 개인연금으로 전환이 가능한 종신보험 가입률은 11.5%였다. 조사 대상자의 78.4%가 어디에도 가입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개인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비율을 연도별로 보면 2006년 83.2%, 2007년 78.8%, 2008년 81.3%, 2009년 79.0%, 2010년 79.8%, 2011년 78.8%이다. 중위소득의 60% 이하인 저소득층은 가입률이 더 낮았다. 지난해 이들의 개인연금 가입률은 1.1%, 종신보험 가입률은 2.8%에 불과했다. 아무것에도 가입하지 않은 비율은 95.9%나 된다. 중위소득은 소득을 기준으로 모든 가구를 한 줄로 세웠을 때 한가운데 지점을 말한다. 이처럼 저소득층의 개인연금 가입률이 낮은 이유는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서다. 소득의 상당 부분을 기본생활비와 교육비에 지출하다 보니 노후를 준비하지 못한다. 이런 계층은 나이가 들어서 빈곤층으로 전락할 소지가 더욱 높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직장이 어린이집을 운영하면 여성 근로자가 출산 후 일터에 복귀하는 비율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김정호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의 논문(직장보육시설과 여성의 고용안전)에 따르면 여성 근로자가 출산 36개월 뒤 노동시장에 돌아오는 비율은 직장어린이집이 있는 곳이 그렇지 않은 곳보다 4.3% 포인트 높았다. 이번 연구는 직장어린이집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사업장(상시근로자 수 500인 이상)에 다니는 여성 근로자의 고용보험 자료를 토대로 진행됐다. 2001~2007년에 출산휴가 급여를 받은 여성이 분석 대상이다. 2010년 직장어린이집을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 사업장 833곳 가운데 실제로 어린이집을 둔 곳은 312곳(37.5%)에 그쳤다. 208곳(25%)은 보육수당을 지급하는 식으로 대체했다. 그러나 255곳(30.6%)은 아무런 대안을 제공하지 않았다. 직장어린이집이 있는 회사에 다니는 여성은 그렇지 않은 직장에 다니는 여성보다 육아휴직을 이용하는 비율도 10.7% 높았다. 여성은 출산 후 2년 이내에 육아휴직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출산 후 12개월 이내에 집중됐다. 김 교수는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면 유능한 여성인력을 확보하기 쉽다. 이직률까지 낮아져 인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직원의 직무만족도와 애사심, 책임의식이 높아져 기업 생산성도 향상된다는 지적이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박모 씨(58)는 2009년부터 매달 63만670원의 조기노령연금을 받는다. 그는 22년 5개월간 연금 보험료를 납부했다. 가입기간과 납부액을 고려하면 매달 58만2900원을 받아야 하지만 4만7770원을 추가로 받는다. 2010년 셋째를 낳고, 입양도 1명 했다는 이유에서다. 박 씨처럼 둘째 이상 자녀를 낳거나 입양하면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추가로 인정받는다. 다자녀 가정에 더 많은 연금을 주는 ‘출산 크레디트’ 제도.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2008년 이후 103명이 혜택을 받고 있다. 이 중 자녀가 이미 있는데도 추가로 아동을 입양해 혜택을 받은 가입자는 5명이다. 출산 크레디트는 2008년 이후에 아이를 낳거나 입양을 했을 때만 적용된다. 연금보험료 납부자가 둘째 자녀를 낳으면 가입기간 12개월이, 셋째 자녀 이상을 낳으면 아이 한 명당 18개월이 추가로 산정된다. 최대 50개월까지 추가로 인정한다. 연금을 적게 받는 가입자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박모 씨(62)의 경우 그동안 납부한 보험료 액수가 적어 매달 30만6050원밖에 받을 수 없었다. 셋째 자녀를 낳고, 아동 1명을 입양하면서 36개월을 추가로 인정받았다. 현재 그는 매달 6만1190원이 더해진 36만7240원을 받는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다른 건 아무것도 바라지 않습니다. 딸 얼굴을 가끔씩이라도 보고 싶을 뿐….” 강원 삼척시에 사는 전모 씨(44)는 “이대로 가다간 딸을 영원히 잃어버릴 것 같아 두렵다”면서 입을 열었다. 이달로 늦둥이 딸(4)의 얼굴을 못 본 지 1년 6개월째. 키르기스스탄 출신 아내(26)가 몰래 딸을 데리고 본국으로 돌아간 이후부터다. 외동아들인 그는 2009년 부모님의 권유로 국제결혼을 했다. 젊은 시절 실연의 상처로 인해 독신으로 살려다가 마음을 바꿨다. 처음 아내를 보면서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가 곧 호감으로 발전했다. 결혼에 골인하자 부모님은 무척이나 기뻐했다. 전 씨는 딸을 낳은 뒤 회사를 그만두고 용접 일을 새로 시작했다.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서다. 지방을 오가면서 일하느라 며칠씩 집을 비우기도 했다. 아내는 집에서 딸을 돌보며 살림을 했다. 전 씨의 아버지가 “돈 관리는 여자가 해야 한다”고 조언한 까닭에 아내 명의로 통장도 만들고 돈도 차곡차곡 모았다. 2011년 9월 지방에서 일하던 그는 여느 때처럼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가 되지 않았다. 불길한 기분. 돌아와 보니 아내와 딸은 사라지고 없었다. 시가 700만 원 상당의 패물, 5000여만 원이 저축된 통장까지 몽땅 없어졌다.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연락하고 나서야 아내가 딸을 데리고 키르기스스탄으로 출국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철렁하는 마음에 키르기스스탄에 가서 처가에 전화를 걸었지만 장모는 “자네와 살기 싫다고 한다. 찾아오면 경찰에 신고해 교도소에 보내겠다”고 했다. 처가에 찾아갔다가 봉변을 당할까봐 두려웠다. 교민단체와 영사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그후 전 씨는 딸을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절망에 빠져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시도했다. 술도 많이 마셨다. 울기도 많이 울었다. 전 씨처럼 국외로 빼앗긴 아이를 찾을 수 있는 길이 부분적으로나마 열린다. 다음 달 1일부터 발효되는 ‘헤이그 국제아동탈취협약’이 적용된다면 아이를 만날 길이 열린다. 이 협약은 16세 미만 아동이 국외로 불법 이동된 경우 해당 아이를 본국에 반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아동을 뺏겼다는 증명서류를 제출하면 정부가 협약국에 아동소재를 파악해 반환을 요청한다. 정부는 우리사회에 다문화가정이 증가하면서 발생하는 아동인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12월에 협약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다. 다만 당장은 아이를 되찾을 수 없다. 협약은 가입한 88개 국가에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가입국 목록에는 키르기스스탄이 빠졌다. 한국인과 국제결혼을 많이 하는 베트남 캄보디아 우즈베키스탄이 모두 빠져 있다. 전 씨는 “아내의 국가는 협약에 가입이 안 돼있어 협약이 발효되더라도 아무 소용이 없어 답답하다. 딸을 만나는 게 인생의 유일한 희망인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국내 대다수 다문화가정에는 이 협약이 무용지물인 셈. 국제결혼피해센터 관계자는 “자녀를 일방적으로 해외로 빼앗긴 뒤 얼굴조차 못 본다는 사례가 최근 늘었다.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에 대해서는 정부가 별도의 외교적인 통로로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최성재 서울대 명예교수(67)는 한국 사회복지학계의 대표적인 원로 학자다. 1994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를 지냈다. 한국노년학회와 세계노년학회 회장을 맡는 등 노인복지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2010년 12월에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에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이때 이른바 ‘박근혜표 복지’로 불리는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정책’의 밑그림을 그렸다. 이어 새누리당 대선기구인 국민행복추진위원회 편안한삶추진단장,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고용복지분과 간사를 맡으면서 박 당선인의 복지공약을 총괄했다. 이에 따라 기초연금 도입, 어르신 간병비용 지원, 노인장기요양보험 강화 등 새 정부의 노인복지 정책을 정착시키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내정자 발표 직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도 “(우리나라가) 이제 한국형 복지국가로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현금을 나눠줘 어려운 사람을 돕는 방식의 전통적인 복지 시스템을 선호하지 않는다. 이런 복지 철학은 박 당선인과 아주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정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서도 “당선인이 평소에 ‘한국형 복지국가를 이룩하겠다고 한 깊은 철학에 매우 찬성하고 (이 철학을) 감명 깊게 받아들여 돕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소득 계층 간 이동이 어려워지는 가운데 특히 빈곤층에서 탈출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사회연구원이 19일 발표한 ‘한국복지패널 심층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05∼2009년 5637가구를 분석한 결과 가처분소득을 기준으로 빈곤 탈출률은 2006년 35.4%, 2007년 33.2%, 2008년 31.1%, 2009년 31.3%로 낮아지는 추세다. 연구팀은 전체 가구를 소득 수준에 따라 5개의 계층으로 나눴다. 이어 소득을 기준으로 모든 가구를 한 줄로 세웠을 때 한가운데 지점인 ‘중위소득’의 50%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를 빈곤층으로 정했다. 빈곤 탈출률은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이 기준 이하에서 이상으로 옮긴 비율을 말한다. 최근으로 올수록 소득 계층의 변화가 적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가구 소득이 전년도와 비슷한 정도(상관계수)가 2006년에는 0.646이었지만 2009년 0.841로 높아진 것. 2005년 소득과 2006년 소득이 비슷한 확률보다 2008년과 2009년의 소득이 비슷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말이다. 특히 최저 소득계층과 최고 소득계층이 다른 계층으로 이동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2005년 최저 소득계층에 속한 가정의 73%가 2009년에도 같은 계층에 속했다. 최고 소득계층의 79.9% 역시 같은 기간에 제자리를 지켰다. 보건사회연구원은 “빈곤가구가 가난에서 탈출하는 비율이 점차 낮아지는 현상은 빈곤이 반복적이고 장기적으로 계속되는, 다시 말해 빈곤이 고착화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새 정부가 기초생활보장수급자와 비슷한 방식으로 지원할 차상위계층을 지금보다 2배 정도 늘리는 방안을 사실상 확정했다. 17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차상위계층(최저생계비의 100∼120%) 기준을 중위소득의 50% 이하로 확대한다. 중위소득은 소득을 기준으로 모든 가구를 한 줄로 세웠을 때 한가운데 지점을 뜻한다. 이 경우 차상위계층은 2010년을 기준으로 72만 가구(165만 명)에서 151만 가구(296만 명)로 늘어난다. 복지부와 인수위는 이와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복지체계 개편안을 사실상 확정하고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내년 하반기부터 새 지원방안을 시행할 예정이다. 여기에 추가로 필요한 예산은 연간 1조 원 정도로 추산된다. 개편안에 따르면 차상위계층은 기초생활보장수급자처럼 7가지 복지혜택(생계·주거·교육·의료·해산·장례·자활급여) 중에서 필요한 항목을 맞춤형으로 지원받는다. 지금은 기초수급자가 아니면 아무런 혜택이 없다. ‘통합 복지급여’ 체계를 ‘맞춤형’으로 전환하는 방식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이기도 하다. 기초수급자의 소득인정액(최저생계비)을 아슬아슬하게 넘는 가구는 차상위계층으로 구분돼 복지혜택에서 제외됐다. 차상위계층이 되느니 기초수급자로 남는 게 더 낫다는 불만이 나온 이유다. 정부지원을 받으려고 기초수급자로 남으려는 빈곤층이 적지 않아 자활의지를 꺾는다는 비판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이를 ‘복지의 역설’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이번 개편안에서는 절대소득에 관계없이 중위소득 50% 이하를 모두 ‘상대적 빈곤층’으로 규정하기로 했다. 기초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의 구분이 사실상 사라지는 셈. 다만 생계급여(현금)는 기초수급자에게만 준다. 복지부 관계자는 “복지 혜택이 기초수급자에게 집중된 문제점을 개선해 빈곤층의 자활을 돕기 위해 개편안을 만들었다. 급여 항목별로 구체적인 선정기준을 곧 만들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지원대상을 늘리되 맞춤형 복지체계로 바꿔 복지정책을 효율적으로 시행하자는 취지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 국립암센터 자료에 따르면 암 환자의 80%가 통증을 호소한다. 암 환자들이 겪는 고통은 신체적인 부분뿐 아니라 심리적인 문제로 인한 아픔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환자의 절반은 이런 증상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 환자의 신체적인 고통을 관리하려면 진통제를 적절하게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약물치료 외에도 스스로 다양한 방법을 이용해 아픈 증세를 완화할 수 있다. 마사지나 찜질을 받거나 심호흡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우울 불안 같은 정신적인 괴로움을 조절하기 위해 음악을 듣거나 텔레비전을 보면서 증상을 잊는 것도 한 방법이다. 어떤 암 환자들은 통증을 조절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 실천하며 삶의 활기를 찾는다. 암에 걸렸다고 해서 자포자기하고 병상에 누워 고통스러운 세월을 보내지는 않는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암에 맞서는 사람들의 자기관리 방법을 살펴본다. 》○ 매일 운동이 건강과 입맛 북돋워 “다리에 힘이 풀려서 제대로 일어나지 못했어요. 병든 소가 일어서다 넘어지는 것처럼….” 자궁암을 앓고 있는 배모 씨(53·여)는 항암치료를 받은 뒤의 증세를 이렇게 표현했다. 지난해 9월 암을 진단받은 그는 이달로 항암치료를 받은 지 4개월이 됐다. 암 선고를 받을 때 의사는 “암이 10∼15년은 진행된 것 같다”며 “암이 온몸에 전이돼 손을 쓸 수가 없다”고 했다. 배 씨는 좀 더 큰 병원으로 옮겨 항암치료를 시작했다. 치료는 매번 고통스러웠다. 손발이 마비되는 느낌이 났고 헛구역질도 자주 했다.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어지러울 때도 많았다. 입맛이 없어 식사를 거르기도 했다. 배 씨는 이대로 포기하고 주저앉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의지를 다졌고 식욕이 없더라도 야채와 현미밥을 꼭 챙겨먹기 시작했다. 입원해 있으면서 규칙적인 생활도 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안마기로 1시간 동안 안마를 받았다. 족욕도 매일같이 했다. 항암치료로 인한 통증을 조금이라도 완화하기 위해서다. 하루에 1시간씩 산책을 하는 습관도 들였다. 처음에는 걷는 것조차 힘들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모래주머니를 찬 것같이 다리가 무겁게 느껴졌다.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계속 부어서 산책을 한 뒤에 마사지를 받기도 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활동을 안 하면 소화가 안 돼요. 입맛도 없는데 말이죠. 먹기 위해서라도 운동을 했어요.” 조금씩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느새 1시간은 거뜬히 걷게 됐다. 도보로 1시간 반 거리에 있는 우체국에도 직접 걸어서 다녀올 수 있을 정도였다. “암 치료의 50%는 스스로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포기하지 말고 암과 싸워서 이겨야 해요. 운동을 하니 몸도 가벼워지고 희망도 보이더라고요.”○ 환우 교류도 정신적 고통 완화에 도움 “처음 유방암 진단을 받았을 때 굉장히 우울해지고 예민해졌어요. 이전에는 남편과 한 번도 싸운 적이 없었는데 암에 걸린 뒤로 사소한 말에도 상처를 받으며 갈등이 생겼죠.” 김모 씨(41·여)는 지난해 처음 암을 진단받았을 때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암 환자의 가족은 서로가 예민해져 있다는 걸 인정하고 배려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씨는 수술을 받은 뒤부터 병동에서 환자들과 함께 지내고 있다. 아프지 않은 사람들 틈에서 지낼 땐 주변 사람들이 무심코 던지는 말도 거슬릴 때가 많았다. 비슷한 처지의 환자들끼리 모여서 대화를 하다 보면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이라고 했다. 그는 일주일에 3, 4번씩 필라테스를 배운다. 복식호흡을 하면서 스트레칭을 하면 몸이 이완되고 운동효과도 더 높아진다고 한다. “항암치료를 받다 보니 근육이 없어졌는지 몸에 힘도 없고 축 처지게 되더라고요. 몸과 마음이 굳어져 있을 때 필라테스가 딱 적합한 운동이었죠.” 수술 직후에는 손이 퉁퉁 붓고 저리면서 아프기도 했다. 손이 부어 주름이 다 없어질 정도였다. 그럴 때마다 그는 15∼20분씩 손발 마시지를 받았다. 그러면 통증이 호전됐다. 김 씨와 같은 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유방암 환자 강모 씨(50·여)는 비슷한 증세를 앓는 환우들을 만나는 것도 마음의 통증을 완화한다고 말했다. 강 씨는 얼마 전 암 투병을 했던 환자들이 연 음악회를 관람했다. 이 환자들은 공연과 함께 자신들이 어떻게 암을 이겨냈고 음악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는지도 이야기했다. 강 씨와 함께 공연을 보던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환우들은 서로가 비슷한 경험을 해 각자의 마음을 이해하기가 쉬워요.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힘도 나고 각자에게 필요한 정보도 공유할 수 있어요. 이런 활동이 암을 이기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고재연 인턴기자 고려대 독문학과 4학년}
■ 고려대병원은 21일 오후 2시 본원 8층 중회의실에서 ‘유방암 환자를 위한 운동요법’을 주제로 건강강좌를 연다. 이진혁 스포츠의학센터 운동처방사가 강연한다. 누구나 참석할 수 있다. 참가비는 무료. 02-920-6569■ 건국대병원은 18일 오전 9시 본원 지하 1층 피아노광장에서 ‘유방암과 갑상샘암 환자를 위한 식단전시회’를 연다. 유방암 수술 후 먹으면 좋은 음식 80여 가지가 소개된다. 오전 10시에는 유방암·갑상샘암센터의 유영범 박경식 교수가 유방암과 갑상샘암의 최신 치료방법에 대해 강의한다. 유정아 영양팀장은 환자들의 식사요법을 알려준다. 02-2030-7063■ 삼성서울병원은 최근 응급실 시스템 개선 작업에 들어갔다. 공사가 끝나는 6월까지 응급실에서는 중증 응급환자와 추적 관찰이 필요한 환자를 중심으로 진료한다. 응급환자를 좀 더 빠르고 정확하게 치료할 수 있도록 응급실 환경을 선진화하기 위한 공사라는 게 병원 측 설명. 02-3410-3039}

맞벌이주부 노모 씨(34·여)는 보육료나 양육수당을 신청하는 웹사이트 ‘복지로(bokjiro.go.kr)’에 4일 접속했다. 0∼5세 자녀가 있는 가정에는 소득과 관계없이 3월부터 주는 지원금을 신청하기 위해서다. 웹사이트엔 ‘3만8952명의 대기자가 있다. 사용자가 많아 재접속하면 대기시간이 더 길어진다’는 문구가 떴다. 한참을 기다리던 노 씨는 결국 신청을 다른 날로 미뤄야 했다. 노 씨는 2세, 5세 남매를 키운다. 지난해엔 지원금을 하나도 받지 못했다. 지난해 4세였던 첫째는 어린이집에 다녔지만 소득이 하위 70%에 속하지 않아서 보육료를 받지 못했다. 1세였던 둘째는 집에서 키웠지만 차상위 계층이 아니란 이유로 양육수당 지원대상이 아니었다. 올해부터는 다르다. 베이비시터를 고용해 집에서 키우는 둘째(2)를 위해 양육수당 15만 원이 나온다. 곧 영어유치원에 다니는 첫째(5)에게는 보육료 10만 원이 나온다. 그는 “적은 돈이지만 그래도 받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이처럼 다음 달부터 0∼5세의 보육료나 양육수당을 받기 위한 첫 신청일(4일)에 복지로 사이트 접속이 폭주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10시까지 25만2000명이 접속했다. 같은 시간대 평소 접속자(7000∼1만 명)의 25배가 넘는다. 이 숫자가 오후 9시에는 122만7000명이나 됐다. 그러나 지원신청을 마친 이용자는 1만4677명에 불과했다. 접속자 대다수가 허탕을 친 셈이다. 서버가 다운되진 않았지만 한동안 접속이 느려져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양육수당과 보육료는 이달 안으로 신청하면 3월분부터, 다음 달에 신청하면 4월분부터 지원된다. 이날 접속자가 크게 늘어난 이유는 되도록이면 빨리 신청해 3월부터 지원금을 받으려는 부모가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부 학부모 사이에서는 신청을 빨리하지 않으면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루머가 돌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3월분 보육료와 양육수당은 이달 말까지만 신청하면 문제없이 지원받을 수 있다”며 웹사이트 접속이 원활하지 않으면 다른 날에 신청하도록 당부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고재연 인턴기자 고려대 독문학과 4학년 }

주변 사람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 단순히 낯을 가려서 그럴까, 자폐증일까? 아이가 2세 이상이라면 자가 진단이 가능하다. 세브란스병원이 사용하는 진단법을 활용해 보자. 자폐증이 있다면 타인과 의사소통을 잘하지 못한다. 타인과 눈을 잘 마주치지 않는다. 사회성이 부족해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이 적고 주변 사람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지낸다. 관심사는 몇 개로 한정되고 몰입 정도가 아주 강하다. 예를 들어 장난감을 갖고 놀 때도 한 부분에만 집착하거나, 색깔이나 크기가 같은 장난감만 갖고 노는 식이다. 자신의 감정을 극단적으로 표현하거나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소리, 맛, 접촉과 같은 자극에 지나치게 민감하거나 둔감하다. 손을 퍼덕이는 등 비정상적인 행동을 반복적으로 할 때도 있다. 이런 증상이 아이에게서 나타난다면 대수롭지 않게 넘겨서는 안 된다. 채정호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유아자폐증은 소아기에 나타날 수 있는 정신장애 중 가장 심각한 병이다. 빨리 의사에게 데리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래보다 발달이 더딘 아이는 대개 3세 이전에 문제점이 노출된다. 주로 말이 늦는 게 이상해 병원을 찾았다가 자폐증을 발견한다. 부모가 관심을 덜 가지면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까지도 모르고 지나갈 수 있다. 자폐증 진단에는 어떤 검사가 필요할까. 김효원 서울아산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뇌파 검사와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해야 한다. 때로는 의사와 여러 번 면담해야 한다”고 했다. 자폐증은 치료나 수술로 완치할 수 없다. 짧은 시간에 치료되기를 기대해서도 안 된다. 장기 치료가 필요하다. 특수교육과 언어치료, 행동치료를 한다. 약물 복용도 중요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사회성과 언어능력을 키우고 부적응 행동을 최소화해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하는 게 치료의 목표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병원에 의약품을 싼값으로 공급하지 못하게 막은 한국제약협회가 검찰에 고발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의약품 도매상들의 저가 입찰을 방해한 한국제약협회에 과징금 5억 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한다고 3일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도매상들의 파행적인 이중가격 책정 관행에 정당성을 부여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국에 5개 보훈병원을 거느린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은 지난해 6, 7월 의약품 1311종을 입찰했고 입찰에 참여한 35개 도매상은 84개 품목을 1원에 낙찰 받았다. 병원에서 처방하는 원내처방 의약품의 경우 1원으로 낙찰 받더라도 약국 등 원외처방을 통해 이윤을 남길 수 있다는 게 도매상들의 계산이었다. 병원이 약을 싸게 사는 만큼 약국에서 약을 사는 사람들이 나머지 약값을 고스란히 떠안는 셈이다. 하지만 저가 낙찰로 약값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 한국제약협회는 곧장 임시운영위원회를 열고 이들 도매상에 의약품을 공급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를 어긴 제약사는 협회에서 제명한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이 결과 ‘1원 낙찰’을 받았던 35개 도매상 중 20곳은 공단과의 계약을 전부 또는 일부 파기해야 했고, 공단 측은 재고 부족으로 일부 환자에게 투약이 늦어지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공정위 측은 “제약협회의 행위는 경쟁을 통한 약값 인하를 막아 환자와 건강보험재정에 부담을 줬다”면서 “투약 지연 등 환자 불편까지 초래한 점에 비춰 볼 때 엄중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제약협회는 3일 “‘1원 낙찰’ 등 비상식적인 실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는 공정위 입장을 존중한다면서도 1원 입찰은 분명 문제라며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김철중·이샘물 기자 tnf@donga.com}
“어떤 인간관계에서도 폭력이 허용돼서는 안 된다는 것은 사람이라면 누구도 거부하지 못하는 상식이며 이상이다.” 한국여성의전화 창립취지문의 일부다. 여성에게 비인간적인 삶을 강요하는 모든 제도나 관습, 인습을 없애기 위해 생긴 이 단체가 6월 11일로 창립 30돌을 맞는다. 1983년 이후 조직이 계속 커져 현재는 전국 25개 지부, 회원 1만여 명의 국내 최대 여성 인권 단체가 됐다. 가정폭력과 성폭력 위기에 처한 여성이 정당하게 스스로를 보호할 권리를 처음 주장한 것도 여성의전화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성폭행범의 혀를 깨문 주부 변모 씨 사건. 변 씨는 1988년 9월 귀갓길에 자신에게 달려드는 성폭행범의 혀를 물어뜯었다. 과잉방어 혐의로 구속됐고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다. 당시 판결문에는 ‘앞길이 구만리 같은 청년의 혀를 잘라’라는 표현이 들어 있었다. 판결 하루 전날 여성의전화는 ‘강간에 대한 정당방위도 죄인가’라는 주제로 공청회를 열었다. 변 씨의 무죄 판결을 촉구하는 항의문도 채택했다. 이후 여성의전화를 비롯한 여성단체가 6개월간 구명운동을 펼쳐 변 씨의 무죄 판결을 이끌어냈다. 여성의전화는 성폭력특별법, 가정폭력방지법, 성매매방지법 등 이른바 ‘3대 인권법’ 제정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1991년에는 성폭력 관련법에 대한 공청회를, 1994년에는 가정폭력방지법을 추진하기 위한 공개토론회를 열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여성의전화는 1999년 ‘부부재산 공동명의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 노력으로 이혼소송 시 여성이 얻을 수 있는 재산분할 비율도 30%에서 50%로 올랐다. 매년 5월이 되면 가정폭력 없는 평화의 달 행사를, 11월에는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 행사를 열었다. 2006년 이후에는 여성 관련 공익광고도 만들고 여성인권영화제도 개최했다. 여성의전화는 몽골, 필리핀, 일본, 베트남, 캄보디아와 ‘여성폭력 근절을 위한 아시아여성네트워크’를 2009년 공식 출범시켰다. 이런 공로로 대통령상과 시민인권상, 시민운동대상을 받았다. 여성의전화는 올 6월 전현직 활동가와 회원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대회를 열고 창립 30주년을 축하할 예정이다. 이 단체의 역사와 여성 인권에 대한 쟁점을 담은 책을 발간하고 기념 영상도 만든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겨울철에는 축농증을 앓는 환자가 이비인후과에 많이 몰려온다. 누런 콧물이 코 안에 가득하고 코가 막혀 입으로 숨을 쉬고 기침을 자주 하는 게 특징이다. 급성축농증은 감기 비염의 합병증으로 발생한다. 또 대기오염이나 비위생적인 생활환경으로 인해 생길 수도 있다. 두통과 피로 증상이 나타나고 만성적인 기침을 동반한다. 누런 콧물이 목 뒤로 넘어가기도 한다. 이때 분비물을 자주 삼키면 소화불량이 생길 수 있다. 축농증을 일으키는 가장 큰 병은 감기다. 따라서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하는 게 중요하다. 감기에 걸렸다면 술 담배를 끊고 위생상태를 청결하게 유지하는 한편 충분히 휴식을 취해야 한다. 실내환경은 온도 18도, 습도 50∼60%가 적정하다. 축농증은 코 안에 고여 있는 분비물을 빼내고 약물 처방을 하는 식으로 치료한다. 증상이 좋아지면 처방받은 약을 다 먹지 않기 쉽다. 이는 항생제 내성을 키우는 지름길이다. 약을 남용하는 것 아니냐라는 걱정을 하지 말고 항생제는 다 복용해야 한다. 처방일수는 증상에 따라 3일에서 2주일까지 다양하다. 항생제 말고도 항히스타민제, 혈관수축제, 소염진통제나 점액용해제를 처방하기도 한다. 이런 약은 증상을 완화시킨다. 가령 혈관수축제는 부어 있는 콧속의 점막을 수축시켜 코로 숨을 쉬도록 한다. 단, 어떤 혈관수축제는 며칠간 지속적으로 사용하면 점막이 손상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치료를 꾸준히 했는데도 축농증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면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내시경을 이용해 콧속을 확대해서 직접 들여다본다. 이어 병이 생긴 조직이나 물혹을 찾아내 제거한다. 일반적으로 이 수술 후에는 심각한 합병증이나 후유증이 생기기 않는다. 수술 후 2주가 지나면 불편감이나 출혈은 사라진다. 3주 안에는 매주 한두 번 담당 의사를 찾아 콧속의 분비물과 피딱지를 제거해야 한다. 드문 경우이긴 하지만 콧속이 다시 막히면 재수술이 필요하다.(도움말=이봉재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김창훈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주부 신모 씨(39)는 지난달 아이(2)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9일간 겨울방학을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가정보육기간’이라는 명목이었다. 사실은 어린이집이 일방적으로 정한 휴원 기간이다. 이런 일은 처음이 아니다. 어린이집은 지난해 여름에도 일주일간의 방학을 통보했다. 궂은 날씨를 이유로 보육시간을 마음대로 줄인 적도 적지 않다. 맞벌이 부부였던 신 씨는 이럴 때마다 휴가를 내거나 조퇴를 했다. 그러다보니 직장 일도 엉망이었다. 결국 지난달 28일 회사에 사표를 낼 수밖에 없었다. 회사원 김모 씨(34·여)도 얼마 전 아이(2)가 다니던 어린이집으로부터 겨울방학 얘기를 들었다. 어린이집은 학부모들에게 방학에 동의하는가를 묻는 ‘동의서’를 보내기는 했다.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지만 원장은 전화를 걸어 김 씨를 설득했다. “다른 어린이집은 모두 방학을 한다. 아이 한 명만 있어도 교사와 조리사가 나와야 한다. 그러면 추가 월급도 줘야 하는데, 당신 아이 하나 때문에 그렇게 해야 되느냐….” 김 씨는 겨울방학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가 어린이집 교사들의 눈 밖에 날까봐 두려워서였다. 직장을 다니던 시어머니가 어렵사리 휴가를 내 아이를 돌봤다. 이런 사례는 모두 법에 어긋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어린이집은 공휴일을 제외한 날은 모두 운영해야 한다. 보육교사가 휴가를 가면 대체교사가 아이들을 돌봐야 한다. 휴일이 아닌데 문을 닫으면 영유아보육법 위반에 해당한다. 학부모의 동의서를 받았다 해도 소용없다. 이 경우 1차 시정명령을 받고, 시정하지 않으면 운영정지 1년에 처해진다. 또다시 위반하면 시설 폐쇄 처분을 받는다. 많은 부모가 이런 사실을 모른다. 어린이집이 마음대로 겨울방학을 통보하면서 맞벌이 부부만 손해를 보는 셈이다. 맞벌이를 하는 조모 씨(37·여)는 “어린이집이 휴원하는 바람에 발을 동동 구르는 부모가 주변에 많다”며 “정부가 어린이집에 보육료만 지원할 게 아니라 이런 사태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어린이집 교사 A 씨(39·여)는 “국공립 어린이집은 방학이 없는데, 대부분 민간 어린이집은 방학을 한다. 워킹맘은 어떻게 하라는 건지 내가 봐도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아이 둘을 키우는 교사 김모 씨(30·여)는 “민간 어린이집이 방학을 할 때 아이를 맡아 줄 사람이 없으면 1주일에 30만 원씩 주고 단기 베이비시터를 고용해야 한다. 고액 연봉자가 아니면 상당히 부담스러운 금액”이라고 말했다. 올해 복지부의 보육예산은 4조1778억 원. 지난해(3조999억 원)보다 34.8% 늘었다. 그러나 마음대로 휴원하는 어린이집에도 꼬박꼬박 예산을 지원한다. 복지부는 이런 사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아이들 반 편성을 새로 해야 하는 2월 하순에 일부 어린이집에서 봄방학을 한다는 건 들어봤지만, 다른 때에도 임의로 방학을 한다는 건 처음 듣는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이르면 3월 말부터 지자체를 통해 어린이집을 점검한다. 이 관계자는 “단속을 강화해도 한계가 있다. 엄마들이 직접 지자체나 보건복지콜센터(129) 등에 민원을 제기하면 해당 불법행위가 적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이를 맡기는 ‘을’의 입장인 맞벌이 엄마들이 민원을 제기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고재연 인턴기자 고려대 독문학과 4학년 }
■고려대 스마트 메디컬 스쿨 연구회는 30일 오후 2시 고려대 의대 본관 40회 강의실에서 ‘의학, 국제건강표준 그리고 행복’을 주제로 공개 세미나를 연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01년 발표한 국제건강표준(ICF)을 활용한 다양한 사례를 발표하고 앞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를 논의한다. 02-920-5364■중앙대병원 심장혈관센터와 미국 메이요클리닉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중앙-메이요 심장혈관치료 국제협력회의 CHORUS 2013’이 다음 달 1, 2일 서울 JW메리어트호텔과 중앙대병원에서 열린다. 순환기내과와 흉부외과 의료진이 한자리에 모여 새로운 심장혈관 치료법을 공유하고 의견을 나눈다. 02-6299-13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