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멋대로 방학, 맞벌이부부 분통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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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이외 문닫으면 보육법 위반인데…

주부 신모 씨(39)는 지난달 아이(2)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9일간 겨울방학을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가정보육기간’이라는 명목이었다. 사실은 어린이집이 일방적으로 정한 휴원 기간이다.

이런 일은 처음이 아니다. 어린이집은 지난해 여름에도 일주일간의 방학을 통보했다. 궂은 날씨를 이유로 보육시간을 마음대로 줄인 적도 적지 않다. 맞벌이 부부였던 신 씨는 이럴 때마다 휴가를 내거나 조퇴를 했다. 그러다보니 직장 일도 엉망이었다. 결국 지난달 28일 회사에 사표를 낼 수밖에 없었다.

회사원 김모 씨(34·여)도 얼마 전 아이(2)가 다니던 어린이집으로부터 겨울방학 얘기를 들었다. 어린이집은 학부모들에게 방학에 동의하는가를 묻는 ‘동의서’를 보내기는 했다.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지만 원장은 전화를 걸어 김 씨를 설득했다.

“다른 어린이집은 모두 방학을 한다. 아이 한 명만 있어도 교사와 조리사가 나와야 한다. 그러면 추가 월급도 줘야 하는데, 당신 아이 하나 때문에 그렇게 해야 되느냐….”

김 씨는 겨울방학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가 어린이집 교사들의 눈 밖에 날까봐 두려워서였다. 직장을 다니던 시어머니가 어렵사리 휴가를 내 아이를 돌봤다.

이런 사례는 모두 법에 어긋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어린이집은 공휴일을 제외한 날은 모두 운영해야 한다. 보육교사가 휴가를 가면 대체교사가 아이들을 돌봐야 한다.

휴일이 아닌데 문을 닫으면 영유아보육법 위반에 해당한다. 학부모의 동의서를 받았다 해도 소용없다. 이 경우 1차 시정명령을 받고, 시정하지 않으면 운영정지 1년에 처해진다. 또다시 위반하면 시설 폐쇄 처분을 받는다.

많은 부모가 이런 사실을 모른다. 어린이집이 마음대로 겨울방학을 통보하면서 맞벌이 부부만 손해를 보는 셈이다.

맞벌이를 하는 조모 씨(37·여)는 “어린이집이 휴원하는 바람에 발을 동동 구르는 부모가 주변에 많다”며 “정부가 어린이집에 보육료만 지원할 게 아니라 이런 사태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어린이집 교사 A 씨(39·여)는 “국공립 어린이집은 방학이 없는데, 대부분 민간 어린이집은 방학을 한다. 워킹맘은 어떻게 하라는 건지 내가 봐도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아이 둘을 키우는 교사 김모 씨(30·여)는 “민간 어린이집이 방학을 할 때 아이를 맡아 줄 사람이 없으면 1주일에 30만 원씩 주고 단기 베이비시터를 고용해야 한다. 고액 연봉자가 아니면 상당히 부담스러운 금액”이라고 말했다.

올해 복지부의 보육예산은 4조1778억 원. 지난해(3조999억 원)보다 34.8% 늘었다. 그러나 마음대로 휴원하는 어린이집에도 꼬박꼬박 예산을 지원한다. 복지부는 이런 사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아이들 반 편성을 새로 해야 하는 2월 하순에 일부 어린이집에서 봄방학을 한다는 건 들어봤지만, 다른 때에도 임의로 방학을 한다는 건 처음 듣는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이르면 3월 말부터 지자체를 통해 어린이집을 점검한다. 이 관계자는 “단속을 강화해도 한계가 있다. 엄마들이 직접 지자체나 보건복지콜센터(129) 등에 민원을 제기하면 해당 불법행위가 적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이를 맡기는 ‘을’의 입장인 맞벌이 엄마들이 민원을 제기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고재연 인턴기자 고려대 독문학과 4학년  
#어린이집#방학#맞벌이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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