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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로셴코 대통령, 우리 깨끗하게 결투로 해결하는 게 어떻겠소.” 우크라이나 반군 지도자인 루간스크인민공화국의 이고리 플로트니츠키 대통령(50)이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49)에게 일대일 결투를 신청하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반군이 점령한 지역에서 자체 선거로 선출된 플로트니츠키는 19일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피 흘리는 사태를 끝내기 위해 슬라브족과 코샤크족 지도자들의 오랜 전통에 따라 우리 둘만 결투를 해 승자를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내가 이기면 모든 전투를 중단하고 반군 장악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을 철수시키며 협상을 시작하자”고 말했다. 이어 “각 측에서 참관인 10명, 언론인 10명을 대동하고 결투를 벌이자”면서 “원하면 TV를 통해 결투 장면을 생중계해도 좋다”고 덧붙였다. 이 제안에 대해 우크라이나 외교부 대변인은 “플로트니츠키에겐 우크라이나 법정과의 결투만이 남아있다”고 응수했다. 플로트니츠키의 제안이 알려지자 인터넷에선 실제 결투를 하면 누가 이길지가 화제로 떠올랐다. 플로트니츠키는 옛 소련군에서 장교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 하지만 역시 소련군에서 복무한 포로셴코 대통령에게도 소련 시절 유도와 삼보 선수로 사관학교 생도 4명을 쓰러뜨린 무용담이 있다. 이 때문에 누리꾼들은 권총으로 하는 결투에선 플로트니츠키가, 맨몸 결투에선 포로셴코 대통령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다고 얘기하고 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한국에 처음 와서 밤늦게까지 독수리 타법으로 타자 연습을 하던 때가 어제 같은데 벌써 12년이 흘렀다. 방에 틀어박혀 혼자 인터넷을 배운다고 씨름하다 컴퓨터가 다운된 날에는 멀리 보이는 ‘컴퓨터 크리닝’이란 간판을 용케 찾아내 배낭에 본체를 둘러메고 찾아가기도 했다. ‘컴퓨터를 청소해주는 곳’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빨래만 잔뜩 걸려 있어 이상하다 싶었다. 하지만 세탁소일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못하고 사장에게 기어코 메고 온 컴퓨터를 고쳐 달라고 말했다.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난다. 첫 휴대전화를 중고폰으로 구입한 날에는 사용법을 익히느라 밤을 새웠다. 그때 나는 흡사 타임머신을 타고 30년 뒤 미래 세계에 뚝 떨어진 사람 같았다. 그래도 지금은 타자가 일상인 기자란 직업을 얻었고, 빠르게 변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흐름에도 올라타 방문자가 6200만 명이 넘는 블로그도 운영하고 있으니 타임머신 타고 온 것치곤 잘 적응한 것 같다. 하지만 최신 변화를 따라가긴 여전히 숨 가쁘다. 요즘 북쪽을 건너다 보면 저쪽은 나보다 더 정신없는 것 같아 안쓰럽다. 보위부 쪽 이야기를 전해 들으니 돌아버릴 정도라 한다. 내가 북에서 살 때는 비디오테이프 플레이어만 있어도 부잣집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북한에서도 액정표시장치(LCD) TV, 스마트폰, 태블릿PC를 어렵지 않게 살 수 있으니 북쪽 사람들은 최근 10여 년 새 30년을 훌쩍 건너뛴 셈이다. 밀려드는 첨단 기기의 홍수 속에 보위부가 수십 년 쌓아 왔던 통제 노하우도 물거품처럼 밀려가고 있다. 2000년대 초반 CD 플레이어가 북한에 급속도로 퍼져 한국 드라마를 빠르게 확산시키자 보위부는 집집마다 다니며 CD 플레이어에 검열 딱지를 붙이기에 바빴다. 급기야 2004년 ‘109상무’라는 불법 동영상 단속 전담 특수조직을 만들고 몇 년 뒤엔 ‘109연합지휘부’란 거창한 이름으로 승격까지 시켰다. 2005년 이후 CD와 휴대용 저장장치(USB)를 동시에 쓸 수 있는 데다 배터리가 장착돼 전기가 없어도 동영상을 볼 수 있는 MP4(일명 노트텔)가 퍼지자 보위부엔 비상이 걸렸다. 증거를 잡기가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CD룸엔 북한 영화를 넣고, 한국 영화는 USB를 꽃아 보다가 단속반이 뜨면 USB를 숨기고 북한 영화를 보았다고 우겨댔다. 이걸 단속하느라 정신없는 사이 요샌 더 골치 아픈 MP5라는 태블릿PC와 유사한 기기가 새롭게 등장했다. 이 기기에 장착되는 마이크로SD칩은 영화 수십 편을 저장할 수 있지만 손톱만 한 크기여서 최악의 경우 삼켜버리면 된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아예 블루투스 기능을 활용해 동영상이나 불륜 소설을 서로 전송해 주고받는다. 단속에 걸릴 것 같으면 삭제해버리면 그만이다. 보위부는 흘러간 과거가 그리울 것이다. 옛날엔 어쩌다 전기가 들어온 아파트 단지에 불시에 쳐들어가 전기 차단기를 내리고 집집마다 뒤지면 됐다. 한국 드라마를 보던 사람들은 멈춘 기기에서 테이프나 CD를 꺼낼 수 없어 꼼짝 못하고 잡혔다. 하지만 지금은 확실한 심증을 갖고 몸수색을 해도 증거물을 찾기 어렵다. 김정은이 스마트폰 생산을 독려하는 세상인지라 최신 기기를 무작정 빼앗겠다고 선포하기도 쉽지 않다. 그랬다간 보위원의 자식들부터 반동이 될지 모른다. 결국 보위부는 대세에 굴복해 최근 노트텔 사용을 합법적으로 인정하고 말았다. 올 10월 초까지 집집마다 다니며 조사를 한 뒤 승인된 기기만 쓰라고 엄포를 놓았다. 하지만 사람들이 노트텔 2대를 구입해 하나만 승인 받고, 하나는 숨겨놓고 몰래 본다면 방법이 딱히 없다는 것쯤은 자기들도 안다. MP5도 지금은 무조건 몰수하지만 나중엔 결국 노트텔처럼 사용이 허용될 것이다. 고위 간부들부터 앞다퉈 구매하는 LCD TV도 정말 골칫거리다. 평양에서 한국 방송을 직접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평양에서 살다 온 탈북자는 한국 방송을 집에서 봤다고 했다. 보위부 전파감독국 사람들은 남쪽에서 강한 출력으로 TV 전파를 쏘고 있어 막기 어렵다고 하소연한단다. 북한은 평양 주변에 안테나를 여러 곳에 세우고 시내를 향해 강한 방해 전파를 쏘고 있지만 잦은 고장과 전력난 때문에 방해 전파를 쏠 수 없을 때가 많다. 반면 평양엔 거의 모든 집에 축전기가 다 있다. 국가엔 막을 전기가 없지만, 개인에겐 몰래 볼 전기가 있는 것이다. 평양도 막기 어려운 판이니 남포를 비롯한 서해안 지역에선 한국 TV를 얼마든지 볼 수 있다. 특히 통제에도 불구하고 인기리에 밀매되는 휴대용 LCD TV를 갖고 산에 오르면 맘 편히 한국 TV를 볼 수 있다. 북한에서 볼 수 있는 한국 채널은 KBS를 위주로 SBS, MBC 프로그램이 두루 섞인 것이라 한다. 삐라에 거품을 무는 북한이 TV 송출에 대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는 것이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한국 정부가 삐라도 못 막아준다고 하는 판이니 어차피 말해봐야 본전도 못 찾을 것이라 판단한 걸까, 아니면 이런 프로그램 정도는 양호하다고 판단한 걸까. 만약 북한에 채널A의 ‘이제 만나러 갑니다’와 같은 프로그램을 송출한다면 그래도 침묵을 지킬 수 있을지 정말 궁금하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페이스북이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링크드인 등에 대항하는 새로운 웹사이트를 비밀리에 개발 중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넷판이 17일 보도했다. ‘페이스북 앳 워크(Facebook at Work)’라는 이름의 이 웹사이트는 동료와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직업상의 연줄을 연결해주는 기능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얼핏 페이스북과 매우 유사해 보이지만 이용자들이 휴가 중 찍은 사진이나 정치적 불평, 재미있는 동영상 같은 개인적 관심사나 신상정보를 직업적 신분과 구분해 보관할 수 있도록 했다. 새 웹사이트가 서비스를 시작하면 매달 9000만 명이 이용하는 비즈니스 인맥 연결 사이트 링크드인의 시장을 일정 부분 잠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구글의 클라우드 저장·공유 사이트인 구글 드라이브나 MS의 아웃룩 e메일 서비스, 사무용 프로그램 오피스와도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미국의 최신 무인기(드론)를 복제하는데 성공했다." "이란에서나 통하는 말일 뿐 어림도 없다." 이란이 2011년 12월 자신들이 유인해 추락시켰다는 미국의 'RQ-170' 드론의 정보를 복원해 똑같은 무인기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히자 미국이 이를 무시하고 나섰다, 이란 당국은 10일 자신들이 미국의 드론을 본뜬 이란판 무인기를 제조해 시험비행까지 성공했다며 시험 비행장면을 곧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스티브 워런 미 국방부 대변인은 12일 "어떻게 만들던지 미국의 기술을 따라올 방법은 없다"며 "복제판이란 말은 이란에서나 통하는 단어"라고 대꾸했다. 드론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신경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이란이 미국 드론을 유인해 자국 영토에 추락시켰다고 보도한 뒤 드론의 데이터를 복원하겠다고 밝히자 미국은 드론의 보안시스템이 견고해 이란이 복원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이란은 최근 드론의 데이터를 복원해 동영상을 방송했다. 동영상 기록은 드론 밑에 설치된 카메라가 찍은 것인데 여기에는 착륙하려던 드론이 담은 당시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 기지 주변 풍경이 담겨져 있었다. 이런 와중에 최근 이란 상공을 지나던 한 여객기의 승객이 우연히 여객기 아래에 지나가는 수상한 괴비행체를 발견하고 이를 촬영해 공개한 동영상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34초짜리 영상에 담긴 비행체는 백색의 구형으로 날개가 확실히 없는 전형적인 UFO의 모습이었다. 이 괴비행체가 이란이 새로 개발해 시험 가동했다는 드론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이번 UFO 논란에 대해 이란 정부는 어떤 성명도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중국 최고 부자인 것은 행복한 일이 아닙니다.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된다면 엄청 고통스러울 것입니다.” 개인 자산 240억 달러(약 26조4000억 원)로 중국 최고 부호에 등극한 마윈(馬雲·50·사진) 알리바바그룹 회장이 11일 미국 CNBC방송 인터뷰에서 ‘부자로 사는 괴로움’을 토로했다. 중국의 최대 쇼핑대목인 ‘싱글즈 데이’(11월 11일)를 맞아 알리바바가 하루 매출 571억 위안(약 10조2000억 원)이란 신기록 금자탑을 세운 날에 창업주는 “행복하지 않고 고통스럽다”고 고백한 것이다. 마 회장은 세상 사람들의 인식에 공감하면서도 자신의 독특한 부자 철학을 설명했다. 그는 “사람들은 ‘부자인 건 좋은 거야’라고 말하는데 부자인 게 좋은 것은 맞다. 하지만 중국 최고 부자인 것은 행복한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마 회장은 “돈을 버는 것보다 쓰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며 “(세계 최고 부호인) 빌 게이츠와 나의 경쟁은 더 나은 자선활동을 위해 누가 돈을 더 효과적으로 쓰는가가 될 것”이라고 자선 경쟁을 제안했다. 한편 마 회장은 이날 알리바바의 ‘싱글즈 데이’ 할인행사가 끝나기 전인 오후 10시 37분경 저장(浙江) 성 항저우(杭州) 시 본사에 나타났다. 매출 증가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대형 전광판 앞에 선 그는 알리바바 자회사인 온라인 쇼핑 거래대금 지불시스템 ‘즈푸바오(支付寶·Alipay)’를 상장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그는 “즈푸바오는 A주(중국 내국인 전용 주식)시장에 상장해 더 많은 사람이 전자상거래가 가져다주는 이익을 누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평양에서 김정은 암살 시도가 있었던 날은 2년 전인 2012년 11월 3일이었다. 이날 김정은의 일정은 완공을 앞둔 평양 문수거리 복합편의시설 류경원과 인민야외빙상장, 롤러스케이트장을 시찰하는 것이었다. 이 시설들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몇십 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하지만 당일 아침 한 남성이 류경원 인근의 누운 향나무 아래에 교묘하게 숨겨져 있던 장전된 기관총을 발견해 즉시 보위부에 신고했다. 명백한 김정은 암살 시도였다. 암살자는 김정은이 세 곳을 걸어서 둘러보는 기회를 노렸던 것으로 추정됐다. 그럼에도 김정은이 예정대로 류경원을 찾은 것은 대단한 용기였다. 범인은 끝내 잡히지 않았다. 그러나 최고 극비인 김정은의 동선을 미리 알 수 있는 사람이 극히 적은 데다 세계에서 총기가 가장 엄격하게 통제되는 평양에 해외에서 기관총을 밀수해 올 수 있는 사람이라면 배후에 거물이 있는 게 분명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곧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이 지목됐다. 김정은이 시찰한 시설도 장성택 휘하의 인민보안부 내무군이 건설한 것이었다. 현장에서 김정은을 영접한 사람들도 내무군 장성들이었다. 하지만 무턱대고 장성택을 체포할 수는 없는 일. 이때부터 은밀하고도 끈질긴 미행이 시작됐다고 한다. 그래서였을까. 이후 장성택은 갑자기 모습이 사라졌고 남쪽에선 숙청설까지 나왔다. 모습을 다시 드러낸 이후에도 이듬해 4월 중순까지 불과 열세 차례만 언론에 나타났다. 2012년엔 김정은의 시찰을 무려 102회나 따라다녔던 그였다. 김정은 암살미수는 지금까지도 북에서 극소수만 아는 철저한 극비 사안이다. 기자 역시 오래전에 정보를 받고도 정보원의 안전 때문에 지금까지 보도하지 않았다. 이 사건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격을 주지만 이후 북한에서 나타났던 비정상적 행태를 설명해주는 핵심 퍼즐이라는 점에서도 중요한 사건이다. 사건 직후 김정은 관저와 별장을 비롯한 전용 시설 30여 곳에 장갑차 100여 대가 새로 배치됐다. 한 달 뒤 우리 당국도 수상한 낌새를 챘다. 12월 초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전과 달리 최근 김정은이 현지시찰을 하면 중무장한 경호원이 등장하고 행사장 주변에 장갑차까지 출동한다”며 “북한에서 큰 시위가 있었거나 인사에 불만을 품은 사람이 나타나는 것 아닌가 추정된다”고 말했었다. 이런 분위기는 당시 북한 매체의 보도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이전에는 김정은 시찰 시에 경호원이 노출되는 일이 거의 없었다. 무장도 권총뿐이었다. 하지만 암살 시도 이후에는 자동총을 메고, 헬멧까지 쓴 김정은 경호원들이 노골적으로 사진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골프 가방이나 기타 가방을 멘 경호원들도 사진에 등장했다. 가방 안에는 기관총이나 저격총, 수류탄 등 중무장이 들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불안해진 김정은은 11월에 국가안전보위부를 두 차례나 방문해 적대분자 숙청을 지시했다. 같은 달 갑자기 ‘전국 분주소장 회의’와 ‘전국 사법검찰일꾼 열성자 대회’가 3일 간격으로 잇따라 열렸다. 분주소장 회의는 13년 만에, 사법간부 회의는 30년 만에 열린 것이었다. 김정은은 이 대회에 “소요·동란을 일으키기 위해 악랄하게 책동하는 불순 적대분자와 속에 칼을 품고 때가 오기를 기다리는 자들을 모조리 색출해 가차 없이 짓뭉개 버려야 한다”고 지시했다. 동시에 ‘불순분자 소탕 캠페인’이 시작됐다. 모든 기관들은 수시로 ‘불순분자 검거 실적’을 제출할 것을 요구당했다. 탈북자들은 당시 내부 공포 분위기가 극에 이르렀다고 증언했다. 북한은 이듬해에는 1월부터 준전시 상태를 선포하면서 4월 말까지 대내외의 긴장 상태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암살 시도 이후 김정은 경호 반경도 두 배로 늘었다. 과거엔 저격 가능 범위를 2km로 보고 그 안에 개미 한 마리도 얼씬거리지 못하게 했다면 암살미수 사건 이후엔 집중경호 구간이 4km로 늘었다. 휴대용 미사일을 날릴 수 있다고 보는 2차 경호 범위도 20km에서 40km로 늘었다. 암살 시도가 김정은에게 큰 정신적 충격을 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후 김정은의 군부에 대한 불신도 극에 달해 군 수뇌부가 수시로 물갈이 됐다. 이듬해 7월까지 북한 군단장의 절반 이상이 교체됐다. 북한 장성들의 계급장 널뛰기가 시작된 것도 이때쯤부터였다. 요즘 김정은의 전용기 애용을 두고 남쪽에선 자신감의 표출이라고 분석하지만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차량 이동은 경로가 길고 시간이 많이 걸려 일정을 미리 알고 폭발물을 숨겨놓으면 막기 어렵다. 반면 전용기는 공항과 관계자 몇 명만 통제하면 된다. 물론 남쪽의 레이더엔 김정은 전용기가 포착된다. 하지만 김정은이 한국군 코앞에서 목선을 타고 다니는 것을 보면 그는 미국이나 한국이 자신을 암살함으로써 ‘북한 붕괴’라는 혼란스러운 사태를 만들지 않을 것이란 확신을 가진 듯하다. 반면 활발한 대외 활동을 하고 있는 김정은이 3년 넘게 북한 절반이 넘는 지역을 방문하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오히려 내부를 더 두려워하는 것 같다. 김정은 암살 시도자가 장성택이었는지, 그의 숙청이 이 사건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장성택이 처형되고 난 뒤 생전의 그가 김정은 옆에서 뒷짐을 진 사진이 남쪽 언론에 오르내렸다. 이렇게 오만했으니 눈 밖에 났다는 식이었다. 그게 바로 2012년 11월 3일자 사진이다. 그날 장성택은 무슨 생각이었을까. 이젠 영영 땅에 묻혀 알 길이 없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서아프리카 에볼라 바이러스 진원지이자 최대 감염국인 라이베리아에서 확산일로였던 감염자 증가율이 줄어들고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가 처음으로 나왔다. 브루스 에일워드 세계보건기구(WHO) 사무부총장은 2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라이베리아에서 에볼라 감염률이 며칠째 줄어들고 있으며 진료소들에 비어있는 병상들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추세가 지속된다면 12월 1일쯤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이 에볼라 억제 목표를 수월하게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감염률이 줄고 있다는 것과 에볼라를 통제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은 의미가 다르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이런 발표가 에볼라를 통제할 수 있다고 받아들여지는 것은 ‘애완 호랑이가 잘 길들여져 있다’는 말처럼 어리석은 일일 것”이라며 “시신 매장 한 구만 잘못돼도 다시 바이러스가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한풀 꺾인 데는 감염자와 접촉한 사람들의 행적을 추적하고 관찰하는 노력과 안전한 장례 캠페인이 실질적 효과를 발휘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WHO는 27일 기준으로 전 세계 에볼라 감염 사망자가 4920명이라고 밝혔다. 또 에볼라 감염자는 나흘 전인 23일의 1만141명에서 3000여 명 늘어난 1만3703명이지만 신규 감염자가 아니라 누락된 기존 감염자가 합산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를 토대로 산출한 에볼라 감염자의 치사율은 35.9%였다. 전체 8개 발병국 중 최다 감염자가 발생한 나라는 라이베리아(6535명)이며 시에라리온(5235명), 기니(1906명)가 뒤를 이었다. 전체 감염자 중 27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이 3개국 감염자이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진품이 아니라는 경매회사의 말을 믿고 헐값에 그림을 팔았던 영국인 남성이 나중에 작품이 1100만 파운드(약 186억 원)짜리 진품이라는 말에 화가 나 소송을 냈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랜슬럿 드와이츠 씨는 자신의 가문이 소장하던 16세기 이탈리아 화가 카라바조의 작품(사진)을 2006년 소더비를 통해 4만2000파운드(약 7100만 원)에 팔았다. 소더비는 경매에 부칠 당시 이 그림이 카라바조의 작품 ‘카드사기꾼’을 위조한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그림을 사들인 영국의 저명 예술 수집가인 데니스 마흔 경은 나중에 이 그림이 진품이라며 1100만 파운드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화가 난 드와이츠 씨는 최근 소더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소더비 측은 “최고의 감정사들이 그림을 평가했다”며 위작이란 판단에 변함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어느 쪽의 말이 맞는지는 아직 알 수는 없지만 드와이츠 가족은 1950년에도 카라바조의 그림 한 점을 뉴욕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 팔았던 사실이 있어 진품일 가능성이 높다. 이탈리아 초기 바로크 시대의 대표적 화가인 카라바조는 빛과 그림자의 대비를 잘 표현한 화가로 17세기 유럽 회화의 선구자로 평가되고 있다. 그가 남긴 작품은 현재 50여 점에 불과해 가치가 매우 높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진품이 아니라는 경매회사의 말을 믿고 헐값에 그림을 팔았던 영국인 남성이 나중에 작품이 1100만 파운드(약 186억 원)짜리 진품이라는 말에 화가 나 소송을 냈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랜슬럿 드와이츠 씨는 자신의 가문이 소장하던 16세기 이탈리아 화가 카라바조의 작품(사진)을 2006년 소더비를 통해 4만2000파운드(약 7100만 원)에 팔았다. 소더비는 경매에 부칠 당시 이 그림이 카라바조의 작품 ‘카드사기꾼’을 위조한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그림을 사들인 영국의 저명 예술 수집가인 데니스 마흔 경은 나중에 이 그림이 진품이라며 1100만 파운드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화가 난 드와이츠 씨는 최근 소더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소더비 측은 “최고의 감정사들이 그림을 평가했다”며 위작이란 판단에 변함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어느 쪽의 말이 맞는지는 아직 알 수는 없지만 드와이츠 가족은 1950년에도 카라바조의 그림 한 점을 뉴욕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 팔았던 사실이 있어 진품일 가능성이 높다. 이탈리아 초기 바로크 시대의 대표적 화가인 카라바조는 빛과 그림자의 대비를 잘 표현한 화가로 17세기 유럽 회화의 선구자로 평가되고 있다. 그가 남긴 작품은 현재 50여 점에 불과해 가치가 매우 높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남미의 맹주이자 세계 경제규모 7위 브라질을 이끌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는 대선 결선투표가 26일 실시됐다. 집권 노동자당(PT) 후보로 나선 중도좌파 지우마 호세프 현 대통령과 중도우파 성향 브라질사회민주당(PSDB)의 아에시우 네베스 후보 중 누가 승리하느냐에 따라 브라질의 국정 운영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현직 프리미엄을 누리는 호세프 대통령이 앞서 나갔으나 투표일이 다가오면서 초접전 양상을 띠고 있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마지막 TV토론에서 네베스 후보가 선전하면서 막판 맹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2일 현지 여론조사기관인 이보페가 투표 전날인 25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호세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53%, 네베스 후보는 47%로 나타났다. 같은 날 또 다른 여론조사기관인 다타폴라의 조사에서는 호세프 52% 대 네베스 48%였다. 두 조사 모두 오차범위가 ±2%포인트다. 반면 여론조사회사 MDA가 같은 날 발표한 조사 결과에서는 네베스 후보가 50.3%의 지지율로 49.7%에 그친 호세프 대통령을 앞섰다. 이번 투표는 오후 8시(한국 시간 27일 오전 7시)에 마감되며 개표 시작 몇 시간 만에 당선자가 발표될 예정이다. 1억4000만 명의 유권자가 등록한 이번 선거의 결과는 중산층의 표심이 어느 쪽으로 기우느냐에 달려 있다고 BBC는 전했다. 현재 빈곤층은 복지 정책을 강조하는 호세프 대통령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고 부유한 계층과 기업들은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며 친기업적인 네베스 후보를 밀고 있다. 한편 이웃 우루과이에서도 26일 대선이 진행됐다. 여당인 중도좌파 타바레 바스케스 전 대통령과 야당인 중도우파 루이스 라카예 포우가 경쟁하는 우루과이 대선은 50% 이상을 득표한 후보가 없으면 결선투표를 다시 치르게 된다.주성하 기자zsh75@donga.com}

북한이 김정일 생가라고 주장하는 ‘백두산 밀영(密營)’ 인근에 최근 산불이 발생하자 주민 6만 명을 총동원해 필사적으로 진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두산이 위치한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2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12일 김정일 생가에서 멀지 않은 삼지연에서 산불이 발생하자 북한 당국이 총동원령을 내렸다”며 “인근 삼지연군과 백암군은 물론이고 멀리 혜산에서까지 주민을 실어와 불길을 막게 했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도 이날 “김정일 생가 인근 지역에 산불이 발생한 것으로 안다”며 “구체적인 피해 규모를 파악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대형 산불이 발생한 곳은 북한이 백두혈통의 뿌리이자 혁명전통의 고향이라고 주장하는 양강도 삼지연군 소백수특별구. 소백수특별구에는 김정일 생가가 위치한 정일봉을 중심으로 항일유격대 밀영 유적들이 다수 남아 있다. 또 유격대원들이 나무껍질을 벗기고 김일성 부자를 칭송하는 글을 써 놓았다는 이른바 ‘구호나무’도 1000여 그루가 있다. 북한 당국은 성지와도 같은 이곳을 화마로부터 지키기 위해 주민 6만여 명을 동원했다. 주민들은 불길이 생가 쪽으로 넘어오지 못하도록 정일봉 주변의 땅 수백 m를 삽으로 파헤치는 등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였고 인근에서 양수기 수십 대를 뜯어오기도 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삼지연 일대 산불은 17일경 진화된 것으로 알려졌다.주성하 zsh75@donga.com·윤완준 기자}

4일 인천공항에 내린 최룡해의 얼굴은 황병서 김양건에 비해 밝지 못했다. 기자의 질문에도 고개를 끄덕이며 건성으로 받았다. 경호 속에 앞서 가는 황병서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최룡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불과 5개월 전만 해도 황병서가 갖고 있는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군 총정치국장 직함은 최룡해의 것이었다. 왕별이 번쩍이는 차수 군복까지…. 하지만 지금은 다 빼앗기고 황병서가 북한의 실세임을 전 세계에 과시하는 마당에 끌려와 들러리 서는 굴욕적 신세가 됐다. 황병서 김양건은 지난해 11월 말 김정은과 함께 백두산 삼지연특각에 은밀히 모여 장성택 제거 작전을 모의했던 ‘어제의 동지들’이었다. 그때만 해도 권세가 하늘을 찌르는 장성택만 제거하면 최룡해의 세상이 열릴 줄로 믿었다. 하지만 최룡해 천하는 불과 반년으로 끝났다. 최룡해는 한직으로 밀렸고, 북한은 조직지도부가 거머쥐었다. 조직이 없는 최룡해의 한계였다. 최룡해의 파벌은 1990년대 말 김정일에 의해 숙청됐다. 김정일은 생전에 군부와 장성택의 노동당 행정부, 국가안전보위부라는 3개 조직의 상호 견제 시스템을 이용해 북한을 통치했다. 이 중 ‘선군정치’를 업은 군부 파워가 제일 셌다. 늙고 무식한 장성들은 김정일이 엉덩이를 두드려주면 아낌없이 충성을 바쳤다. 하지만 이 구도는 김정일 사망 반년 만에 장성택의 선공으로 무너졌다. 2012년 7월 군부파 수장인 이영호가 숙청됐고 노동당 행정부가 모든 권력을 움켜쥐었다. 하지만 1년 반 뒤 장성택이 숙청되고선 지금은 ‘組(조)피아 세상’ ‘만사組통’ 시대가 시작됐다. 이 그림을 그린 책사는 조직지도부 1부부장인 조연준이다. 노회한 조연준은 군부를 꺾을 땐 장성택을, 행정부를 제거할 땐 최룡해를 밀었다. 나중엔 뿌리 없는 최룡해를 손쉽게 뽑아내고 최후의 승자가 됐다. 구호탄랑(驅虎呑狼) 이이제이(以夷制夷) 이호경식(二虎競食) 같은 삼국지의 계략들에 도통한 듯하다. 조연준에게 여한이 있다면 올해 77세로 늙었다는 것이다. 그것이 오른팔인 65세 황병서를 얼굴마담으로 내세우고 자신은 그림자 실세로 남은 까닭일 것이다. 최근 황병서에 대한 김정은의 신임이 날로 두터워지곤 있다지만 여전히 ‘어미새’ 조연준의 파워는 넘지 못하고 있다. 혹여 황병서가 배신한다 해도 조직지도부라는 뿌리에서 떨어져나간 줄기를 자르는 것쯤은 조연준에겐 일도 아닐 터이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오늘날 조연준은 각종 주요 비공개 회의를 주재하며 국가 정책까지 좌지우지하고 있다. 김정은은 그가 올리는 서류엔 무조건 서명한다고 한다. 후계구도에서 멀어져 있던 자신을 왕으로 밀어준 그보다 더 믿을 만한 사람을 찾긴 어려웠을 것이다. 김정은의 문고리를 틀어쥐고 권력을 행사하는 조연준을 보면 역사 속 ‘환관정치’가 환생한 듯하다. 조 씨를 비롯한 조직지도부의 ‘환관’들은 김정은 유일체제의 수호자로 자처하지만 사실상의 최대 수혜자이다. 장성택이 거머쥐었던 권력과 경제적 이권도 조직지도부에 빠르게 집중되고 있다. 한때 내로라하던 최룡해와 김양건을 황병서의 들러리로 세워 남쪽에 내려 보낼 정도다. 최룡해는 장성택 숙청에 가담했던 자신의 업보를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다. 그는 판이 이렇게 돌아갈 줄 몰랐을 것이다. 조연준보다 머리가 나빴던 것이 죄라면 죄다. 삼지연에서 함께 음모를 꾸몄던 보위부장 김원홍의 후회는 최룡해보다 몇 배로 더 클지 모른다. 군 보위사령관이던 김원홍은 장성택을 등에 업고 2012년 4월 보위부의 실세였던 우동측 1부부장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타고 앉았다. 그때만 해도 조직지도부는 김원홍의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하지만 김원홍은 불과 3년 만에 목 떨어지는 날을 피 마르게 기다리는 신세가 됐다. 조직지도부가 군부에서 최룡해를 몰아내고 황병서를 올려 세웠듯이 보위부 수장도 조직지도부 아무개로 바뀌는 것은 시간문제가 됐다. 벌써 조직지도부는 김원홍의 아들 뒷조사를 하면서 압박해오고 있다 한다. 지금 김원홍이 할 수 있는 일은 기세등등한 조직지도부 환관들의 눈치를 살피는 푸들이 돼 자비를 구하는 것뿐이다. 물론 김원홍이 손에 쥐고 있는 황병서를 비롯한 조직지도부 실세들의 개인비리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정은의 문고리를 그들이 틀어쥐고 있는 한 잘못 건드렸다간 김원홍 3대가 멸족할 수 있다. 조직지도부는 김일성대 출신이 다수인 북한 최고의 엘리트 집단이다. 이들은 앞으로 라이벌 세력의 등장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이대로라면 김정은은 조직지도부에 조종당하는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김정은은 이대로 쭉 잡혀 살 것인가, 아니면 반전을 만들어 자신의 유일천하를 만들 것인가. 피바람이 분 뒤 강호에는 이제 김정은과 조직지도부 단둘이 남았다. 지금은 김정은이 조직지도부에 업힌 형국이다. 조직지도부가 제일 경계하는 점은 김정은이 보위부와 호위사령부를 동원해 자신들을 하루아침에 제거하는 시나리오일 것이다. 그땐 판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과거 환관들은 위태로워지면 궁중반란도 서슴지 않았다. 김정은은 당분간 환관들의 득세를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허나 그가 훗날을 도모하려는 생각이 있다면 김원홍의 목은 지켜줘야 할 것이다. 그게 목전의 승부처가 됐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시에라리온에서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돼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회복된 영국인 남자 간호사가 다시 아프리카의 봉사현장으로 달려갔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윌리엄 풀리(29·사진)라는 이름의 이 남성은 시에라리온 수도 프리타운의 코노트병원에서 의료봉사를 계속하기 위해 20일 영국을 출발했다. 풀리 씨는 “서아프리카에선 위급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현장에 돌아가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모든 힘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부모님이 걱정하시기는 하지만 의료봉사야말로 내가 해야 하는 일임을 아시기 때문에 지지해 주신다. 병에서 회복된 뒤 다시 일에 복귀하게 돼 매우 기쁘다”고 밝혔다. 풀리 씨는 에볼라에 감염된 첫 영국인이다. 그는 8월 프리타운에서 간호사로 일하던 중 에볼라 감염 진단을 받고 런던 로열프리병원으로 옮겨져 실험단계의 에볼라 치료제인 ‘Z맵’을 투여 받고 회복했으며 이달 3일 퇴원했다. 그는 완치된 이후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을 위해 자기 혈액을 기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풀리 씨가 에볼라 면역력을 확실히 갖게 됐는지, 면역력이 있으면 얼마나 지속되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BBC는 전했다. 현재 시에라리온의 바이러스 대처 상황은 그가 떠날 때보다 더 악화돼 있다. 지금까지 아프리카에서 에볼라로 사망한 사람은 4500명을 넘어섰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태국의 세계적 휴양지 푸껫에서 관광객을 태운 스피드보트가 대형 어선과 충돌해 한국인 관광객 2명이 실종됐다고 방콕 포스터 등 태국 현지 언론들이 19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반경 관광객과 승무원 47명을 태운 스피드보트 ‘퀸스타’호가 피피 섬 관광을 마치고 돌아오던 중 해변에서 약 8km 떨어진 해상에서 어선과 충돌했다. 이 사고로 한국인 남성 고모 씨(31)와 여성 안모 씨(28)가 가라앉은 보트와 함께 실종됐다. 함께 탔던 또 다른 한국인 유모 씨(31)와 이모 씨(26·여)는 구조됐다. 실종된 한국인 남녀가 커플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보트에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주로 타고 있었으며 한국인은 4명이 탑승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충돌사고로 관광객 27명이 부상당했지만 한국인 실종자 2명을 제외한 나머지 관광객들은 인근 어선에 전원 무사히 구조됐다. 부상자 중 10명은 위독한 상태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언론에 따르면 사고 당시 폭우로 시야가 잘 확보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실종자 수색 작업을 계속하는 한편 선장을 체포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외국 관광객이 많은 태국 해변 휴양지에서는 과속, 운항 과실 등으로 쾌속정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편이다. 지난해 4월에도 파타야에서 한국인 관광객 20여 명을 태운 쾌속정이 다른 선박과 충돌해 10여 명이 부상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10대를 중심으로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미국의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인 스냅챗에서 이용자들이 은밀하게 주고받은 사진 20만 장이 대량 유출됐다. 상당수는 10대들이 찍은 사진이며 신체 노출이 매우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비즈니스인사이드’는 10일 해커가 스냅챗의 데이터에 접속할 수 있는 서드파티앱을 활용해 이용자가 올린 사진을 빼낸 뒤 인터넷 커뮤니티인 ‘4챈(4Chan)’을 통해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스냅챗 메신저는 받는 사람이 메시지를 읽으면 메시지가 몇 초 뒤 사라지기 때문에 ‘은밀한 사진’을 주고받으려는 청소년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스냅챗 사용자 50%는 13∼17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유출에 대해 스냅챗은 불법적인 서드파티앱을 사용한 이용자의 보안 불감증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서드파티앱은 메시지를 받는 사람이 보낸 사람은 모르게 스냅챗 사진을 저장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앱. 스냅챗 측은 “우리 서버는 해커에게 뚫리지 않았다”며 “개인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금지했던 서드파티앱을 사용했던 이용자들이 이번에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미국에서 처음으로 에볼라 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았던 환자가 9일 만에 숨졌다. CNN은 라이베리아 출신 남성 토머스 에릭 덩컨 씨(42·사진)가 8일 오전 7시 50분경 격리 치료 중이던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 시의 텍사스건강장로병원에서 사망했다고 전했다. 덩컨 씨는 지난달 28일 이 병원에 입원해 4일부터 실험 약물치료를 받아왔다. 덩컨 씨는 가족을 만나기 위해 지난달 19일 비행기 편으로 라이베리아를 출발해 다음 날 미국에 도착했다. 확진 판정을 받기 전 그와 접촉했던 사람 중에도 에볼라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환자가 발생해 미 당국은 비상 경계태세에 들어간 바 있다. 하지만 덩컨 씨와 접촉한 이들 중 추가 감염자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아프리카 대륙 이외에서 처음으로 에볼라에 감염된 환자가 발생한 스페인에서는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 3명을 격리했다. 스페인 보건당국은 7일 에볼라 감염이 확인된 여성 간호사의 남편과 에볼라 환자를 치료한 다른 간호사, 나이지리아를 여행하고 돌아온 남성 등 3명을 격리했다고 밝혔다. 앞서 병원에서 에볼라 환자를 치료하다 감염된 간호사는 전날 격리됐다. 이 간호사는 에볼라 환자를 치료하던 중 병균에 오염된 장갑으로 자기 얼굴을 만져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간호사의 남편은 아직까지 특이 증상이 발견되지 않았고 또 다른 간호사는 설사증상을 보이지만 열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격리된 남성의 상태는 알려지지 않았다. 스페인 보건당국은 또 감염확산 방지 차원에서 에볼라에 감염된 간호사가 기르던 애완견을 안락사시키기로 결정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첫 에볼라 환자가 발생한 유럽에서 앞으로 감염자가 더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하고 있다. 주전너 자카브 WHO 유럽 담당자는 7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유럽과 아프리카의 감염국가들 사이의 잦은 왕래를 감안하면 추가 감염자 발생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편 유럽연합(EU)은 이날 에볼라 퇴치를 위해 시에라리온에 100t의 구호물자를 긴급 지원한다고 밝혔다. 영국도 치료시설 설치를 위해 100명 안팎의 병력을 다음 주 시에라리온에 파견한다.박희창 ramblas@donga.com·주성하 기자}

카타르에 간 북한 건설노동자 이북남(가명) 씨. 수만 리 타향에서 땀을 비 오듯 흘리며 그가 하루 14시간씩 고된 노동을 버티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다. 북한에서 간부가 되면 뇌물로 더 많은 돈을 챙길 수는 있지만 아무나 간부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승진의 희망을 버린 북한 남성에겐 외국에 노동자로 나가는 것이 새로운 꿈이 됐다. 북한에선 남성에 대한 조직통제가 심한 데다 장마당에 앉아 장사하기도 여의치 않다. 해외 파견자도 출신 성분이 좋아야 한다. 그래서 주로 평양 출신이 많이 발탁된다. 이 씨가 소속된 대외건설지도국은 산하에 18개의 건설사업소를 갖고 있으며 종업원의 30%가 해외에 파견돼 있다. 해외에 나가면 국가계획이란 명목으로 돈을 벌어 바쳐야 한다. 건설 노동자는 1년 국가계획이 6000∼7000달러 정도다. 그 이상 추가 수입은 자기 몫이다. 북에선 “3년 동안 중동에 나갔다 오면 3만 달러, 러시아에서는 1만 달러를 벌어온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사업소가 수주한 공사장에서 열심히 일만 하면 절대 그렇게 벌 수 없다. 개별적으로 또는 끼리끼리 주택 수리, 건설, 청소 등 현지인의 청부 작업을 닥치는 대로 따내야 목돈을 벌 수 있다. 집단생활에서 벗어나 청부 작업에 나가려면 파견 나온 보위원에게 뇌물을 상납해야 한다. 고급 기술자나 숙련공은 다른 노동자에 비해 더 많이 벌 수 있다. 이런 사람은 3년 뒤 소환돼 들어갔다가도 대개 뇌물을 주고 다시 나온다. 오래 지낼수록 현지에 인맥이 쌓여 청부 작업을 따내기가 수월해진다. 보위원도 돈을 많이 벌어오는 기술자의 장기 외출은 쉽게 승인한다. 10년 이상 나와 있는 북한 기술자는 특히 러시아 연해주에 많다. 중동보다 벌이는 적지만 그 대신 통제가 약하고 일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날씨, 음주를 포함한 음식문화, 작업 강도와 시간도 중동보다 낫고 가끔 집에 다녀올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한번 해외 물을 먹은 사람이 또다시 나오려고 기를 쓰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북한에서만큼 조직생활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고 일한 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해외의 선진적인 삶을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 대신 해외 무역기관 책임자로 파견 나오면 더 좋다. 무역기관 대표 정도면 국가계획 과제가 일반적으로 월 1만 달러에 이른다. 하지만 이 과제를 수행하긴 매우 어렵다. 그래서 보통 계획의 절반만 하고 대신 소환 권한을 틀어쥔 간부들에게 1000달러 정도 뇌물을 주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남는 장사다. 다른 대표들도 피차일반이라 남보다 크게 뒤지지만 않으면 된다. 아프리카에 파견된 의사는 국가계획을 수행하고도 3년 동안 5만 달러를 벌어올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유학생으로 뽑히는 것도 돈을 벌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유럽이 제일 선호되는데 해당 국가가 유학생에게 주는 월 1000∼1500달러 수준의 생활비를 아껴 남긴다. 유럽에 유학 가면 연평균 5000달러를 남길 수 있다고 알려졌다. 중국 가는 유학생은 제일 불쌍하다. 중국 정부에서 월 2000위안을 주지만 북한대사관에 이런저런 명목으로 빼앗기고 나면 연 1000달러를 저축하는 것이 쉽지 않다. 과거엔 해외 파견 근로자 대다수가 남성이었지만 최근엔 여성도 중국에 노동자로 많이 나간다. 가장 흔한 직업은 피복공장 재봉공이다. 중국에 나온 여성은 계획을 다 해야 월 80∼100달러를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여성 노동자의 목표는 1년에 1000달러 모으는 것이다. 중국의 유학생과 비슷한 수준이긴 하지만 남성 건설 노동자의 10∼30%밖에 안 된다. 청부 작업을 거의 할 수 없어 책임자가 국가에 계획 금액을 바치고 난 뒤 나눠주는 돈밖에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해외에 나오려는 여성은 줄을 섰다. 중국의 북한 식당 접대원은 피복 노동자에 비해 두 배 수준인 연 2000달러를 벌 수 있다. 하지만 접대원은 미모와 젊음, 예능이 뒷받침돼야 하며 경쟁도 심하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최근 북한이 해외에서 번 돈은 빼앗진 않는다는 것이다. 외화 다발을 보면 세관에서 이런저런 트집을 걸어 까다롭게 굴긴 하지만 뇌물을 좀 주면 통과할 수 있다. 현재 해외에 파견된 북한 근로자는 5만 명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해외에서 얼마나 벌어 가는지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그것이 오랜 취재를 통해 이 칼럼을 쓰게 된 이유다. 열사(熱沙)의 땅에서, 시베리아의 동토에서 이들이 피땀 흘리며 벌어온 외화는 오늘날 북한 주민의 삶을 떠받치는 기둥으로, 장마당으로 표현되는 시장경제의 윤활유가 되고 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나부터 빗자루를 들고 거리에 청소하러 나가겠다. 공무원들도 자기 사무실과 화장실은 스스로 청소하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전국 공무원들에게 ‘청소 총동원령’을 내렸다. 마하트마 간디 전 총리의 생일이자 국경일인 2일 집에서 빈둥댈 시간에 사무실로 나와 건물 구석구석을 쓸고 닦으라는 것. 공무원 사회에선 당장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휴일에 쉬지 못하게 됐다는 점은 둘째 치고 지금까지 대다수 공무원은 청소를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계층을 가르는 ‘카스트 제도’가 수천 년 동안 이어져온 인도에선 청소란 최하층민의 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총리의 지시를 거부하긴 어려운 터라 공무원들은 2일 거리에 나와 청소를 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됐다. 현지 언론들은 이번 지시가 카스트 제도 철폐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5월 취임한 모디 총리는 이달 초 ‘깨끗한 인도’를 자신의 최우선 목표로 내걸었다. 그는 깨끗한 인도의 첫걸음으로 화장실 문화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인도에선 노상방뇨를 하는 인구가 6억 명으로 추산된다. 거리와 마을엔 분뇨가 넘치지만 이를 치우는 것은 사회의 최하층인 ‘불가촉천민’ 몫이다. ‘닿기만 해도 부정해진다’는 생각 때문에 이렇게 불리는 이들은 인도인 신분제도에서도 빠져 있다. 가장 낮은 수드라에도 속하지 않는다. 모디 총리는 간디 탄생 150주년인 2019년까지 전국에 1억1000만 개의 화장실을 세울 계획이다. 그는 “자기 쓰레기는 자기가 치우며 화장실도 스스로 청소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겠다고 밝혔다. 그의 개혁이 신분제 철폐로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10억 달러(약 1조400억 원)의 자산을 보유한 ‘빌리어네어’는 전 세계적으로 몇 명이나 될까. 싱가포르 자산정보업체 ‘웰스엑스’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0.0003%인 2325명에 불과하다. 백만장자를 넘어 일반인들에겐 까마득한 구름 위에 사는 것처럼만 느껴지는 이들의 삶은 어떨까. 보고서에 따르면 빌리어네어들의 재산 총액은 7조3000억 달러로 1인당 평균 31억 달러를 소유하고 있다. 이 중 6억 달러는 현금으로 갖고 있고 지금까지 개인적 호화생활에 평균 1억6000만 달러를 지출했다. 또 한 명당 평균 4채의 저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63세로 90%가 결혼을 했으며 평균 두 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주로 사는 도시는 미국 뉴욕(103명), 러시아 모스크바(85명), 홍콩(82명), 영국 런던(72명) 등의 순이었다. 많은 사람은 빌리어네어가 상속을 통해 부를 획득했다고 생각하지만 빌리어네어 남성의 87%는 자기 스스로 돈을 번 사람들이다. 10억 달러를 버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45년. 전체의 12%(286명)를 차지하는 여성 부호는 35%만이 스스로 돈을 번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또 빌리어네어가 훌륭한 교육을 받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35%는 대학을 나오지 못했다고 밝혔다. 지난 한 해 동안 155명이 빌리어네어 명단에 새로 이름을 올렸다. 이들 중 57명이 북미에서, 52명이 아시아에서 나왔다. 빌리어네어가 가장 많은 대륙은 여전히 유럽이지만 부의 추가 급격히 이동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어느 각도에서 보아도 물체가 감쪽같이 사라져 보이는 기술을 미국 뉴저지 주 로체스터대에서 연구하는 한인 과학자가 최초로 개발했다. 지금까지 개발된 ‘투명망토’ 기술은 정면에서 볼 때만 물체가 보이지 않을 뿐이었지만 이번 기술은 앞과 뒤, 위에서 보아도 모두 물체가 보이지 않는다. ‘로체스터의 망토’라는 이름이 붙은 이 기술은 렌즈를 4개 겹쳐 만든 것으로 빛을 굴절시켜 사물을 보이지 않게 해준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로체스터대 대학원생 조지프 최 씨(사진)는 미국 유타 주와 한국에서 성장한 과학자이다. 최 씨는 “3차원으로 사물을 안 보이게 하는 기술은 사상 최초이며 병원이나 군대, 대형 트럭, 인테리어 디자인 등에서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대학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로체스터의 망토’가 지닌 강점은 제작에 드는 비용이 적다는 것이다. 규칙만 알면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렌즈 4개를 조합해 누구나 ‘투명 망토’를 만들 수 있다. 이번 연구의 지도교수인 존 하월 로체스터대 교수는 “연구에 든 비용은 1000달러(약 104만 원) 남짓이었으며 상용화되면 비용을 더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