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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자체 핵보유 가능” 발언과 관련해 한국이 핵개발에 나설 경우 기술적 과정과 소요 기간 등에 관심이 쏠린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는 “한국은 이미 핵보유국 수준의 재처리, 농축기술을 갖고 있다”며 “결단만 하면 6개월내 20kt(킬로톤·kt는 TNT 1000t의 폭발력)급 시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2019년 가동 중단된 월성 원전 1호기와 현재 운용 중인 20여기의 원전에 보관된 폐연료봉을 재처리하면 플루토늄이 나온다. 서 교수는 “고급 기술자 500명을 하루 3교대로 투입하면 6개월 내 6kg의 플루토늄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기간 레이저 농축 기법으로 우라늄까지 생산하면 핵무기 3기 분량의 핵물질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00년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연구 차원에서 레이저 농축 방식으로 무기급 우라늄의 생산실험에 성공했다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기도 했다. 군 소식통은 “기폭장치도 1년 내 제작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제품은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시뮬레이션으로 핵실험 없이도 성능 검증이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서 교수는 “시제품 완성 후 2~3년이면 50~60kg까지 소형화한 전술핵을 양산해 전투기나 현무 미사일 등에 장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하지만 자체 핵무장 카드는 현실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한국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깨고 핵개발에 나설 경우 경제·외교적 손실과 한미관계 파탄 등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국이 NPT 체제에서 핵무장을 시도하면 경제재재로 경제가 망가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2일 “정부가 NPT 체제를 준수한다는 대원칙에 변함이 없다”며 “그럼에도 북핵 위협이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단호한 의지를 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대사(사진)는 9일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규제와 관련해 “일본과 네덜란드뿐만 아니라 한국과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일본 네덜란드는 대(對)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협정을 추진 중이다. 이매뉴얼 대사는 이날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13일 열릴 미일 정상회담에 대해 “미일 양국은 광범위한 안보 문제 관련 공동성명을 내놓을 예정이지만 반도체 수출 규제 협정은 아직 작업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국은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 네덜란드와도 일해야 한다”며 “모든 당사자가 협상 테이블에 있고 각자 반도체 산업의 다른 측면을 갖고 있다”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10월 인공지능(AI) 및 슈퍼컴퓨터 관련 최첨단 반도체와 고성능 메모리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대책을 발표했다. 현재 반도체 장비·소재 분야 핵심 국가인 일본 네덜란드에도 별도 수출 규제 도입을 요청하며 논의 중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10일 이매뉴얼 대사의 발언에 대해 “미 본국 정부로부터 관련된 요청을 받은 바도, 진행되는 논의도 없다”고 말했다. 한국은 반도체 생산 설비를 수출하는 나라가 아니고 수입해서 조립·생산을 하고 있기 때문에 네덜란드나 일본처럼 아직까지 별다른 요청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중국 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메모리반도체 공장에 대한 신규 장비 반입은 미국에서 이미 1년 유예 조치를 받았다. 이에 이번 발언의 배경을 두고 이매뉴얼 대사가 미국 반도체 규제에 대한 동맹의 광범위한 동참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한국을 언급했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본 내에서는 미국의 규제에 동참하는 것에 대한 반도체 장비·소재 업계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일본 네덜란드가 별도의 반도체 장비·소재 수출 규제를 도입할 경우 중국에 진출해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신규 장비 반입 시 두 나라로부터 유예 조치를 다시 받아야 하는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일 수도 있다. 일본에 국내 반도체 기업에 대한 수출 통제 해제를 요구하는 정부로서는 외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중국이 10일 한국인에 대한 단기비자 발급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이 중국인 여행객의 단기비자 발급을 제한하고 중국발(發) 입국자들의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의무화한 데 대한 보복 조치다. 우리 정부는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중국은 이날 일본에 대해서도 단기비자 발급 수속을 정지했다. 주한 중국대사관은 이날 오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위챗 공식 계정을 통해 “중국 국내 지시에 따라 오늘부터 주한 중국대사관 및 총영사관은 방문, 상업무역, 관광, 의료 및 일반 개인 사정을 포함한 한국 국민의 중국 방문 단기비자 발급을 중단한다”며 “상기 사항은 한국의 중국에 대한 차별적인 입국 제한 조치 취소 상황에 따라 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사관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상호주의 원칙에 따른 ‘무기한’ 조치”라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의 방역 강화 조치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근거에 입각해 내린 것”이라며 “이번 조치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中, 한국發 입국자 격리하더니… 韓의 자국민 입국제한에 보복 中, 한국인 단기비자 발급 중단 “외교보다 방역” 주장하며 전원 격리한국 방역 강화엔 “객관적 조치를”정부 “中여행객 제한 완화 안할 것” 10일 중국의 한국인에 대한 단기비자 발급 중단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전날 주중 한국대사관은 특파원 정례브리핑에서 “한국 정부가 중국인 입국 제한 조치를 실시하는 것에 대해 중국의 ‘상응 조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시점은 언제가 될지 모른다”고 했다. 한국대사관이 전날까지도 모를 정도로 속전속결이었던 것이다.○ 中 외교부장 발언에서 드러난 조짐9일 저녁 친강(秦剛) 중국 신임 외교부장과 박진 외교부 장관의 통화는 심상치 않았다. 친 부장은 중국발(發) 입국 규제에 우려를 표명하며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태도를 취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 조치가 비과학적이라고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취임 축하 인사를 겸한 양국 외교장관 첫 통화에서 입장이 엇갈리는 민감한 사안을 언급하고 이 내용을 중국 외교부가 발표문에 포함한 것은 이례적이다. 친 부장의 발언 직후 조치가 나온 것으로 미뤄 ‘보복 성격’이 짙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은 이날 일본에 대해서도 비자 발급 수속을 정지했다. 일본 여행업계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이날 일본 국내 여행사에 비자 발급을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중국은 대상국을 명시하지 않은 채 “소수 국가의 중국인에 대한 차별적 제한 조치에 대한 상응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본은 중국 본토에서 오는 입국자에 대해서 출국 전 72시간 이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음성확인서 제출을 의무화하는 등 방역 조치를 강화했을 뿐 비자 제한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중국 당국의 조치가 비례성의 원칙에 맞지 않고 자의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의 초강수는 최근 중국발 여행자 입국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 흐름을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가기 위한 노림수로 풀이된다. 중국인이 많이 찾는 태국은 당초 코로나19 백신을 2차 이상 접종받은 사람만 입국시키려 했지만 10일 이를 철회했다. 베이징 소식통은 “한국에 초강수를 둔 것은 다른 나라에 경고를 보내는 동시에 태국 등에서 나타난 중국에 유리한 여론 변화를 극대화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번 조치는 중국이 2020년 2∼3월 내세운 “방역과 외교 분리” 방침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중국은 한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확진 여부와 관계없이 중국에 오는 한국인을 모두 격리 조치했다. 한국 정부가 항의하자 중국은 “방역이 외교보다 우선”이라며 두 사안은 분리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정부 “중국발 여행객 방역 완화 계획 없어”정부는 “예상했던 시나리오”라면서도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다만 현재 대(對)중국 방역 조치를 완화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현재 중국인 여행객에 대한 단기비자 발급을 제한하고 입국 후 유전자증폭(PCR) 검사 및 입국 전 48시간 이내 발급받은 PCR 검사 음성확인서나 24시간 이내 신속항원검사 음성확인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중국에서 춘제 연휴(21∼27일) 이후 유행이 반등할 수 있는 만큼 1, 2주 상황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31일까지로 예정된 단기비자 발급 제한 조치를 연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입국 규제에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9일 중국에서 들어온 단기체류 외국인 401명을 검사한 결과 5.5%인 22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10일 밝혔다. 중국발 단기체류 외국인의 코로나19 양성률은 4일 입국자 기준 31.5%까지 치솟았으나 입국 전 음성확인서 제출이 의무화되면서 6분의 1 수준으로 낮아졌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호세 페르난데스 미국 국무부 경제성장·에너지·환경 담당 차관이 10일 “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한 한국의 우려를 진지하게 받아들였다”면서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새해 들어 처음으로 방한한 미 측 고위 인사가 한국의 우려사항을 잘 아는 만큼 IRA와 관련해 협력해 나가겠단 의사를 전한 것. 우리 정부는 향후 미 측 인사들과 적극적으로 협의해 미 재무부가 3월경 발표할 IRA 세부규정(가이던스)에 우리 기업이 주로 광물을 조달하는 국가가 핵심 광물 비율로 인정받는 원산지에 포함되도록 설득할 계획이다. 페르난데스 차관은 이날 이도훈 외교부 2차관과의 한미 경제차관 협의 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IRA는 글로벌 공급망 회복력 증진에 일조하고 포용적 경제성장을 도모하는 게 목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차관도 “미 재무부의 하위규정 진행 상황을 평가했다”며 “우리 기업에 대한 차별적 상황을 완화하는 노력을 계속해 나간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29일 미 재무부의 IRA 가이던스에 리스(임대) 친환경차도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한 바 있다. 이어 3월에는 핵심 광물·배터리 부품 등과 관련해 발표될 2차 가이던스에 우리 기업들이 주로 들여오는 인도네시아와 아르헨티나 광물들이 보조금 대상이 될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 차관은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조금 더 (미 측의) 추가 조치가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페르난데스 차관은 이날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과도 만나 핵심 광물 분야 투자 촉진을 위한 다자협력체 ‘핵심 광물 안보 파트너십(MSP)’에 대한 입장 등을 공유했다. 박 차관은 IRA와 반도체지원법 시행 과정에서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혜택 방안을 협의하자고 요청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10일 중국의 한국인에 대한 단기비자 발급 중단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전날 주중 한국대사관은 특파원 정례브리핑에서 중국발(發) 입국자를 대상으로 방역 조치를 강화한 우리 정부의 조치에 대해 “중국의 ‘상응 조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시점은 언제가 될지 모른다. 기다려야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한국대사관이 전날까지도 모를 정도로 속전속결이었던 것이다.● 中외교부장 발언에서 드러난 조짐9일 저녁 친강(秦剛) 중국 신임 외교부장과 박진 외교부 장관의 통화는 심상치 않았다. 친 부장은 중국발 입국 규제에 우려를 표명하며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태도를 취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 조치가 비과학적이라고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취임 축하 인사를 겸한 양국 외교장관 첫 통화에서 입장이 엇갈리는 민감한 사안을 언급하고 이 내용을 중국 외교부가 발표문에 포함한 것은 이례적이다. 친 부장의 발언 직후 단기비자 발급 중단 조치가 나온 것으로 미뤄 ‘보복 성격’이 짙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은 이날 일본에 대해서도 비자 발급 수속을 정지했다. 일본 여행업계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이날 일본 국내 여행사에 비자 발급을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한국과 일본에 대한 비자 발급 중단 배경에 대해 “소수의 국가들이 과학적 사실과 자국의 전염병 상황을 외면하고 여전히 중국을 겨냥해 차별적 입국 제한 조치를 고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인에 대한 차별적 제한 조치를 단호히 반대하며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초강수는 최근 중국발 여행자 입국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 흐름을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가기 위한 노림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인이 많이 찾는 태국은 당초 코로나19 백신을 2차 이상 접종한 사람만 입국시키려 했지만 10일 이를 철회했다. 베이징 소식통은 “한국에 초강수를 둔 것은 다른 나라에 경고를 보내는 동시에 태국 등에서 나타난 중국에 유리한 여론 변화를 극대화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번 조치는 중국이 2020년 2~3월 내세운 “방역과 외교 분리”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당시 중국은 한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확진 여부와 관계없이 중국에 오는 한국인을 모두 격리 조치했다. 한국 정부가 항의하자 중국은 “방역이 외교보다 우선”이라며 두 사안은 분리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정부 “중국발 여행객 방역 완화 계획 없어”정부는 “예상했던 시나리오”라면서도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다만 현재 대(對)중국 방역 조치를 완화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중국에서 춘제 연휴(21~27일) 이후 유행이 반등할 수 있는 만큼 1, 2주 상황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31일까지로 예정된 단기비자 발급 제한 조치를 연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 현재 중국인 여행객에 대한 단기비자 발급을 제한하고 입국 후 유전자증폭(PCR) 검사 및 입국 전 48시간 이내 발급받은 PCR 검사 음성 확인서나 24시간 이내 신속항원검사 음성확인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다. 정부는 입국 규제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9일 중국에서 들어온 단기체류 외국인 401명을 검사한 결과 5.5%인 22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10일 밝혔다. 중국발 단기체류 외국인의 코로나19 양성률은 4일 입국자 기준 31.5%까지 치솟았으나 입국 전 음성확인서 제출이 의무화되면서 6분의 1 수준으로 낮아졌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친강(秦剛·57) 중국 신임 외교부장이 9일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최근 한국이 중국발 입국자에 대해 취한 조치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다”고 주장했다. 친 부장은 이날 취임 뒤 박 장관과 첫 통화에서 “한국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태도를 유지하기를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밝혔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최근 우리 정부의 방역조치는 과학적 근거에 따라 취해졌다”고 설명했다. 한국 외교부는 두 장관이 “코로나 상황 안정, 경제회복 등 다양한 지역·글로벌 이슈 해결을 위해 서로 소통,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정부는 중국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해 2일부터 중국발 입국자 모두에 대해 코로나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의무화했다. 중국발 항공기 도착은 모두 인천으로 일원화했고, 중국 단기비자 발급도 제한했다 왕이 외사공작위 판공실 주임의 후임으로 지난해 12월 30일 외교수장에 임명된 친 신임 부장은 ‘늑대처럼 싸운다’는 중국 전랑(戰狼)외교의 대표적인 인물로 통한다. 친 부장은 주미 대사 시절 대만과 남중국해, 신장 문제 등과 관련해 미중 간 무력 충돌 가능성을 경고하는 등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호세 페르난데스 미 국무부 경제성장·에너지·환경차관이 9일 방한했다. 페르난데스 차관은 2박 3일간 한국에 머물면서 정부 관계자들과 한미 기업인 등을 만나 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규정, 공급망 관리 등 경제안보 사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한다. 우리 정부는 페르난데스 차관과 협의를 통해 3월경 발표될 IRA 세부규정(가이던스)에 핵심 광물 비율을 인정하는 원산지에 우리 기업이 주로 광물을 조달하는 국가가 포함되도록 설득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페르난데스 차관은 이도훈 외교부 2차관과 10일 오전 협의를 갖고 양국 경제현안을 전방위적으로 논의한다. 지난달 12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제7차 한미고위급 경제협의회(SED) 이후 한 달 만에 열리는 이번 대면 회의에서는 공급망 생태계 강화, 핵심·신흥 기술 공동연구개발 협력 강화, 투자심사 및 수출통제 관련 조율 등 지난달 채택한 공동성명 후속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특히 우리 정부와 기업들의 관심사는 IRA 관련 논의다. 일단 지난해 12월 29일 미 재무부는 친환경차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상업용 차 범위에 ‘리스(임대) 차량’을 포함시키기로 추가지침을 공개했다. 이에 우리로선 숨통이 트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정부는 여기에 더해 미국이 배터리 부품 및 광물 원산지 등에 대한 세부규정을 3월에 발표할 때 우리가 주로 광물을 들여오는 인도네시아와 아르헨티나 등까지 포함시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도 8일 KTV와의 대담프로그램에 출연해 “배터리 핵심 광물 보조금과 관련해 우리가 주로 광물을 가져오는 인도네시아와 아르헨티나도 보조금 대상이 될 수 있도록 미국에 제안을 설득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현재 IRA는 친환경차 세액공제 조건으로 광물의 40%(2023년 기준, 이후 연도별 단계적 상승) 이상을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가공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다만 미 재무부는 기업들에 배포한 백서에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서 추출한 광물이라도 FTA 체결국에서 가공해 절반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면 FTA 체결국산(産)으로 간주하겠다고 전한 바 있다. 외교소식통 및 산업계에 따르면 페르난데스 차관은 방한 중 반도체 및 배터리 제조업체 등 국내기업들과의 면담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페르난데스 차관은 미국이 핵심광물 분야에서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주도한 핵심광물 다자 협력체 ‘핵심 광물안보파트너십(MSP)’에 깊숙하게 관여했던 인물이다. 그런 만큼 페르난데스 기업들로부터 이번 면담에서 공급망 관련 민원사항을 접수하고 미국과의 협력사업을 구축하는 방안 등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박진 외교부 장관이 “정치체제와 이념이 다른 중국과의 협력은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국제 규칙과 규범을 지키는 책임 있는 역할을 할 때 우리와 가까워질 수 있다고 중국에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8일 KTV ‘국민이 묻고 장관이 답하다’ 대담프로그램에 출연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의 한국 외교에 대해 “어려움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장관은 “민주주의와 법치, 인권을 중요시하는 미국과는 70년 동안 동맹이 유지됐다”면서 “중국은 그동안 경제적 발전을 많이 이룩했지만 우리와 차이가 있어 협력에 한계가 있다”며 “국제관계에서 질서를 지키는 역할을 할 때 우리와 가까워질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했다. 박 장관의 발언은 한국이 추구하는 국제 규칙, 규범을 중국도 존중해야 중국과 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원칙을 제시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28일 정부가 발표한 ‘자유·평화·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 최종 보고서에서 9개 추진과제 중 첫 번째로 제시한 ‘규범과 규칙에 기반한 질서를 구축’하겠다고 한 기조와도 연결된다. 직접 중국에 규칙을 지키라고 주문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눈길을 끈다. 박 장관은 “중요한 것은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라며 “중국과 미국을 같은 선상에 놓고 어느 쪽에 가까워질 것이냐가 아니라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서 어느 국가와 더 협력할 것인지, 어느 국가에 규칙과 질서와 규범을 지키라고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인태전략은 중국 등 특정 국가를 배제하는 것이 아닌 ‘포용적 전략’임을 거듭 강조했다. 박 장관은 전기차 세액공제 차별화 논란을 부른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관련해 “미 재무부에서 만들고 있는 하위 규정을 바꿔서 한국 기업들이 차별당하지 않도록 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밝혔다. 아울러 “배터리 핵심 광물 보조금과 관련해 우리가 주로 광물을 가져오는 인도네시아와 아르헨티나도 보조금 대상이 될 수 있도록 미국에 제안을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해 외교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세일즈 외교, 수출 외교, 수주하는 외교를 추진하겠다”며 원자력발전소와 방위산업 수출 등에 적극 뛰겠다고 의지를 다졌다.신나리기 자 journari@donga.com}

문재인 정부 때 ‘집값 통계 조작’ 의혹을 감사 중인 감사원이 당시 한국부동산원 조사원들이 입력한 서울 아파트값 수치와 부동산원이 이를 종합·집계한 수치 간 차이가 비정상적으로 컸음을 확인하고 추가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일 감사원에 따르면 부동산원 통계 담당 직원 PC의 디지털포렌식(전자감식) 및 당시 부동산원·국토부 관계자 진술 등을 토대로 조사원들이 입력한 서울 아파트값 수치와 부동산원이 종합·집계한 수치 차이가 크다는 점을 파악했다. 수치 차이가 커서 의심스럽다고 감사원이 지목한 대표적인 시점은 2018년 9월이다. 실제 그해 9월 10일의 경우 전주 대비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민간기관인 KB부동산 통계가 1.20%였던 반면 부동산원의 상승률은 0.45%로 0.75%포인트가 낮았다. 문재인 정부 전반적으로는 두 기관 간 격차가 0.10%포인트 미만인 경우가 많았음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감사원은 2018년 9월을 포함해 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 최소 4차례 부동산원 집계와 부동산원 조사원들이 입력한 수치 차이가 크게 났던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공식통계기관인 부동산원은 조사원들이 탐문 방식으로 현장을 돌며 가격을 입력하면 일정한 보정을 거쳐 이를 종합·집계한다. 부동산원은 아파트값을 종합·집계한 수치는 실제 거래된 가격 외에도 매물의 호가, 시장 분위기 등을 조사자가 종합해서 판단하는 통계이기에 입력한 수치와 다소 다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감사원은 이런 수치 차이가 정상적인 범위를 넘어섰다고 판단했고, 국토교통부가 이와 관련해 부동산원에 지시한 정황도 확인해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박근혜 정부 통계청장을 지낸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은 “(부동산원이) 조작을 하지 않는 한 아무리 오차 범위를 인정해도 부동산원 집계가 민간 통계와 그 정도 차이가 날 순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부동산원과 국토교통부는 감사원 감사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피감기관으로서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만 밝혔다. 통계조작 의혹 감사 부동산대책 발표직후가 3차례감사원, 상부 지시여부 조사 가능성부동산원 “통계 방식상 다를수 있어” 집값 통계 조작 의혹을 감사 중인 감사원은 한국부동산원 통계 중 매매가격지수 변동률 추이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매매가격지수는 주택 표본이 정해지면 실거래 가격과 시장에서 실제 거래 가능한 가격 등을 종합해 이 표본들의 시세를 집계한 뒤 시계열 보정 등 통계기법을 더해 산출된다. 이 지수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여주는 통계가 바로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이다. 특히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 임기(2017년 5월∼2022년 5월) 동안 부동산원과 민간기관인 KB부동산의 주간 서울지역 아파트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을 비교했다. 이를 통해 변동률 차이가 두드러진 지점을 중심으로 부동산원 통계 담당 직원 PC를 디지털 포렌식(전자감식)하는 방식 등으로 집중 조사했다. 그 결과 감사원은 부동산원 조사원들이 입력한 서울 아파트값 수치와 부동산원이 이를 종합·집계한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다르게 나온 대표적인 지점으로 4개 구간을 우선적으로 지목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8년 8·27대책 발표 직후 △2018년 9·13대책 발표 직후 △2020년 6·17대책 발표 직후 △2020년 7월 중순 등이다. 이 구간들은 부동산원이 집계한 아파트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이 KB부동산의 같은 지수보다 0.4%포인트 안팎 낮았던 시점이기도 하다. 2018년 8월 20일의 경우 부동산원 집계는 KB부동산보다 0.35%포인트 낮았다. 하지만 그해 8·27대책 발표 이후인 9월 3일에는 0.48%포인트까지 벌어졌다. 같은 해 9·13대책 발표 직후인 9월 17일에도 격차는 0.43%포인트로 높은 편이었다. 이 당시 정부가 발표한 대책들은 집값을 잡기 위해 투기과열지구를 확대하고 종합부동산세를 인상하고 다주택자 등에 대해 강도 높은 대출 규제를 시행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전주 대비 서울 아파트값은 KB부동산에 따르면 이런 대책에 상관없이 꾸준히 증가했다. 감사원은 이 구간들 외에도 문재인 정부 때 부동산원 소속 조사원들이 입력한 아파트값 수치와 부동산원이 이를 종합·집계한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다른 적이 또 있는지 조사 중이다. 감사원은 국토부에 대한 조사가 끝난 뒤 당시 청와대가 국토부에 관련 내용을 지시했는지 등으로 조사 범위를 넓힐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와 한국부동산원 실무자들은 정부 통계인 주택가격동향조사는 실거래가를 그대로 반영하는 통계가 아니기 때문에 KB 통계와 차이 나는 것은 통계 특성상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정부 통계는 주택 시장 흐름을 표현하는 통계로, 실거래가 외에도 매물 호가, 시장 분위기 등을 종합해 ‘거래 가능한 가격’을 판단하는 통계라는 것. 이 통계는 조사원들이 매매가를 시스템에 입력하면 부동산원 각 지점 조사자와 총괄 담당자, 본부 담당자 등이 3차에 걸쳐 함수분석을 하는 등의 ‘데이터 에디팅’을 거쳐 나온다. 반면 KB 통계는 현장 중개사들이 매매가를 입력하면 이를 서로 교차 확인하고 KB 내 전문직원들이 검증해 집계한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4일 “북한이 다시 우리 영토를 침범하는 도발을 일으키면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지난해 12월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과 같은 도발이 다시 일어나면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체결한 9·19 남북 군사합의를 4년 3개월 만에 전격 중단시킬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윤 대통령은 또 “스텔스 무인기(드론)를 연내 생산할 수 있도록 개발에 박차를 가하라”라며 “신속하게 (드론을 잡는) 드론 킬러 체계를 마련하라”고도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2월 말 노동당 전원회의 보고에서 “남조선(한국)은 명백한 적”이라며 신년 ‘강 대 강’ 대치를 예고하자 윤 대통령이 강수로 맞받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윤 대통령은 오전 비공개회의에서 국가안보실에 이같이 지시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김은혜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윤 대통령은 회의에서 북한의 도발에 대한 비례적 수준을 넘는 압도적 대응 능력을 국군에 주문한 것”이라고 전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9·19 군사합의 위반이 사실상 일상화되는 비정상적인 나날이 지속됐다”면서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검토)는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행정수반이자 국군 통수권자로서의 결단”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7차 핵실험에 나서도 9·19 군사합의를 멈춰 세울 수 있다”고 밝혔다. 군사합의 효력 정지 기준이 영토 침범에 국한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군은 이날 합동드론사령부 조기 창설 계획을 발표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스텔스 무인기 개발은) 연내 남은 시간 동안 해볼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전했다. 北 석달새 9·19합의 15차례 위반에… 尹 ‘효력정지’ 최후통첩 9·19합의 4년3개월만에 존폐 기로MDL 사격훈련-정찰 맞불 가능성정부 “美 우리 의견 전적으로 존중”野 “군 미필 대통령이 긴장 높여” 윤석열 대통령이 4일 9·19남북군사합의 ‘효력 정지’ 가능성까지 시사한 건 최근 소형 무인기가 한국 영공까지 침범한 북한의 도발이 선을 넘었다고 보고 사실상 ‘최후통첩’을 날린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앞서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탄도미사일을 날린 데 이어 동·서해 완충구역 내 무차별 포격으로 9·19합의를 무력화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경고장까지 날린 만큼, 향후 북한이 영토를 침범하거나 7차 핵실험 등에 나설 경우 9·19합의는 4년 3개월 만에 존폐의 기로에 설 것으로 보인다.○ 北의 합의 위반, 지난해 10월 이후 집중윤 대통령의 ‘효력 정지’ 언급은 향후 9·19합의 유지 여부가 전적으로 북한의 행동에 달려 있다고 압박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군 관계자는 “우리는 정권 교체 후에도 9·19합의를 준수했다”면서 “북한이 무인기 침투 등 ‘레드라인(금지선)’을 넘는 도발로 화를 자초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지난해 12월 26일 소형 무인기 5대를 군사분계선(MDL) 이남으로 내려 보낸 것은 9·19합의 위반이다. 합의에 따르면 MDL 기준으로 서부지역은 10km, 동부지역은 15km에서 무인기 비행을 금지하고 있다. 9·19합의는 2018년 9월 19일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평양 정상회담을 계기로 체결된 남북 간 군사분야 합의서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의 9·19합의 위반이 급증했다는 점도 윤 대통령의 강경 주문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군에 따르면 2018년 9·19합의 체결 이후 북한이 명시적으로 합의를 위반한 사례는 총 17건이다. 이 가운데 완충구역 내 연쇄 포격 및 무인기 침투 등 15건이 지난해 10월 이후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다만 윤 대통령은 이날 ‘합의 파기’까진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이 남측에 긴장 고조의 책임을 떠넘기는 사태를 막고, 북한이 연이은 도발로 9·19합의를 존폐 기로에 내몬 주범임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군 당국자도 “합의 자체를 없애자는 파기가 아니다”라고 했다. 법률적으로 합의 파기가 불가능하다는 점도 고려됐다. 남북관계발전법 23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남북관계의 중대한 변화 발생, 국가안보 등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남북합의서’ 효력의 전부나 일부를 정지시킬 수 있다. 대통령에게 파기 권한 자체가 없다는 뜻이다.○ “영토 침범 땐 대북 정찰·사격 훈련 재개 수순”윤 대통령의 경고에도 북한이 MDL, NLL 일대에서 영토를 침범하는 도발에 나설 경우 정부는 9·19합의 효력 정지 선언과 함께 육해공 완충구역에서 대북 정찰 및 사격 훈련 등을 재개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영토 침범은 물론이고 핵실험 등 중대 도발에 나설 때도 9·19합의를 중단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정부 고위 관계자가 밝혔다. 이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미국도 9·19합의 문제에 대해선 전적으로 우리 의견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9·19합의 효력이 정지되면 군은 MDL 인근 사격장과 NLL 인근 해상에서 전차와 야포, 함정 등의 실사격 훈련과 함께 유·무인 정찰기의 근접 비행 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군 소식통은 “북한이 ‘맞불 도발’로 나올 경우 9·19합의는 사실상 파기 수순에 돌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북한 도발에 분노하는 것은 모두 마찬가지지만 9·19합의 파기 가능성을 밝힌 것은 전략적으로 잘못됐다”며 “북한이 남한에 적대행위를 할 수 있도록 여지를 주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군 미필 대통령의 안보 무지와 무책임한 선동이 국민을 불안에 빠뜨린다”고 주장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2018, 2019년 두 차례 북-미 정상회담을 이끌었던 리용호 전 북한 외무상(사진)이 지난해 처형된 것으로 보인다고 4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숙청 시기는 지난해 여름과 가을 사이라고 전했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리 전 외무상 처형을 전후로 북한 외무성 관계자 4, 5명이 잇달아 처형됐다는 정보도 흘러나왔다. 숙청 이유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리 전 외무상을 비롯해 처형된 여러 명이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처형 배경에 주영 북한대사관과 관련한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2016년 주영 북한대사관 태영호 공사(현 국민의힘 의원)가 한국으로 망명했다. 리 전 외무상은 ‘미국통’으로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보좌했다. 당시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하노이 담판’이 결렬되자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북측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2019년 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경질됐으며 이듬해 4월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3차 회의에서는 국무위원에서도 파면됐다. 이후 북한 매체는 리 전 외무상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다. 통일부 당국자는 “2020년 4월 이후 북한 매체에서 보도되지 않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처형 여부 등에 대해서는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탈북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리용호의 부친은 3층 서기실의 실장으로, 우리나라로 치면 대통령의 총무비서관 자리이고 김정일 가정의 집사 자리”라면서 “그런 리용호마저 처형됐다면 많은 북한 엘리트층이 더 이상은 김정은과 갈 수 없을 거라 속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2018, 2019년 두 차례 북-미 정상회담을 이끌었던 리용호 전 북한 외무상이 지난해 처형된 것으로 보인다고 4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숙청 시기는 지난해 여름과 가을 사이라고 전했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리 전 외무상 처형을 전후로 북한 외무성 관계자 4, 5명이 잇달아 처형됐다는 정보도 흘러나왔다. 숙청 이유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리 전 외무상을 비롯해 처형된 여러 명이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처형 배경에 주영 북한대사관 관련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2016년 주영 북한대사관 태영호 공사(현 국민의힘 국회의원)가 한국으로 망명했다. 북한 외무성 관계자와 가까운 일부 해외 공관 외교관은 자신도 숙청될 수 있다는 우려를 주변 사람들에게 토로하는 등 동요가 확산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 당국은 국외에서 근무하는 외교관이 동요해 망명하지 않도록 감시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리 전 외무상은 ‘미국통’으로 북핵 6자 회담 북측 수석대표를 역임했다.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보좌했다. 당시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하노이 담판’이 결렬되자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북측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2019년 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경질됐으며 이듬해 4월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3차 회의에서는 국무위원에서도 파면됐다. 이후 북한 매체는 리 전 외무상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다. 통일부 당국자는 “2020년 4월 이후 북한 매체에서 보도되지 않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처형 여부 등에 대해서는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북한이 지난해 12월 31일과 1월 1일 동해상으로 잇달아 발사한 초대형방사포(KN-25) 4발은 모두 경북 성주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를 ‘타깃’으로 삼은 것으로 나타났다. 개전 시 초기에 한미 군의 핵심 방공망을 전술핵을 장착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로 깨뜨리겠다는 위협을 노골화한 것. 또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핵우산(확장 억제)을 겁내지 않는다는 경고 메시지로 한미 당국은 보고 있다.○ “방사포 방향 남으로 돌리면 사드 기지”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황해북도 중화군 일대에서 발사된 초대형방사포 3발은 약 350km를 날아가 동해상에 낙하했다. 다음 날인 새해 첫날 새벽 평양 용성 일대에서 발사된 1발도 약 400km를 비행한 뒤 동해상에 떨어졌다. 4발의 비행 방향을 남쪽으로 돌리면 거의 정확히 경북 성주의 사드기지에 닿는다. 군 관계자는 “위치를 바꿔가면서 이틀 연속으로 사드 기지를 사실상 정조준해서 초대형방사포의 타격 능력을 테스트한 것”이라고 했다. 초대형방사포의 지름은 600mm급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괴물 방사포’로 불린다. 속도와 포물선 궤도 등 비행제원을 볼 때 사실상 SRBM으로 한미 당국은 평가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해 12월 31일 초대형방사포 3발을 ‘검수 사격’ 한 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증정식까지 가졌다고 2일 보도한 바 있다. 1일 새벽엔 서부지구의 한 장거리포병부대에서 인도된 초대형방사포 1발을 사격했다고도 했다. 군 소식통은 “(북한이) 이전에도 KN-25로 사드 기지와 대북 킬체인(선제타격)의 핵심인 F-35A 스텔스전투기가 배치된 청주 공군기지 등을 표적으로 삼아서 시험발사를 했다”면서 “이번엔 실전배치 직전과 직후에 연거푸 사드 기지를 정조준해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주한미군 사드 기지가 초대형방사포의 ‘최우선 표적’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의미다. 특히 김 위원장이 증정식에서 “(초대형방사포는) 남조선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전술핵 탑재까지 가능하다”고 언급한 것은 사드 기지에 대한 선제 핵타격 가능성까지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연말과 새해 초 주한미군의 사드 기지를 전술핵 장착이 가능한 초대형방사포로 조준한 것은 미국의 대북 확장 억제를 두려워하지 않을 정도로 핵무력이 고도화됐다는 경고장을 조 바이든 미 행정부에 직접 날린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평양서 1만3500명 병력 열병식 준비”북한은 열병식 준비도 한창 진행 중이다. 평양 미림비행장을 촬영한 2일 자 위성사진 분석 결과 최대 1만3500여 명이 열병식 준비를 위해 운집한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3일 보도했다. 지난해 12월 20일 자 위성사진에서 1만2000명가량의 병력이 포착된 이래 꾸준히 병력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 VOA는 특히 이 일대에 주차된 병력 수송용 차량이 늘어난 정황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평양 김일성광장에 응원 연습을 하기 위해 대규모 주민들이 동원된 움직임은 보이지 않아 아직 개최시기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26∼31일 개최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6차 전원회의에서 정주년(5, 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을 맞이한 일부 기념일을 언급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이 올해 주요 기념일을 계기로 국방력 과시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는 이달 8일 김 위원장의 생일이나 다음 달 8일 인민군 창건 75주년을 앞두고 북한이 열병식 준비에 나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북한 열병식 준비 동향과 관련해 합참은 “지난해 말부터 해당 지역 일대에서 식별된 인원 및 차량에 대해 한미 정보당국이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북한의 풀뿌리 시장경제 장마당이 위기다. 3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국경 봉쇄로 시장 자체가 직격탄을 맞은 데다 지난해 말부터 북한 당국이 장마당에서의 양곡 판매를 금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1990년대 대규모 기근이 발생한 ‘고난의 행군’ 당시 식량 부족으로 배급이 끊기자 북한 주민들은 장마당에서 밀수입 식량을 사고팔며 자생했다. 그렇게 몸집을 키워온 장마당은 심각한 식량난 속 또다시 위기 상황을 맞았다.》 ○ 곡물 생산·유통 통제 강화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상무회의는 지난해 12월 8일 농장법 등 곡물 생산 및 유통과 관련한 법령을 개정했다. 앞서 9월 25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곡물 수매와 양곡 유통 비리 척결 방안을 논의한 지 약 두 달 만에 법령까지 개정한 것이다. 당국이 곡물 생산 및 유통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지난해 9월 국가정보원은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에서 쌀 생산량과 관련해 수확량에 대한 허위 보고가 많아 이를 근절하기 위해 ‘허풍방지법’을 제정했다”고 밝혔다. 이후 북한은 장마당 대신 당국이 운영하는 양곡판매소에서만 식량을 구매할 수 있도록 통제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지난해 12월 20일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가 발간한 ‘한반도 정세 2022년 평가 및 2023년 전망’에서 “일부 지역에서는 장마당에서 식량 매대를 없앴다”면서 “직장에 다니는 일부 주민은 직장에 등록한 가족 수만큼 일종의 ‘식량공급카드’를 받아 양곡판매소에서 식량을 구매하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곡판매소에선 국가가 정한 한도 내에서 시장 가격보다 좀 더 저렴하게 판매하되, 초과분에 대해선 시장 가격으로 판다고도 했다. 북한 지도부의 의도는 명확해 보인다. 농민들에게 식량을 자율적으로 처분할 수 있도록 준 권한을 축소해 국가 장악력을 높이고, 식량을 더 거둬들이겠다는 의지다. 한마디로 생산부터 유통까지 느슨해진 양곡 관리의 고삐를 바짝 조이겠다는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5년 포전(구획을 나눠 놓은 경작지) 담당책임제를 실시하면서 농민들에게 국가가 정한 몫을 달성하면 초과분은 개인이 자율적으로 팔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비료 수입도 변변치 않고 관개시설과 농자재가 부족한 상황에서 주민들은 할당량을 채우기도 버거웠다. 이 때문에 추수가 끝날 무렵 산이나 땅속에 곡식을 숨기거나 따로 보관했던 쌀을 장마당에 비싼 값으로 팔았고, 자연스레 사재기나 매점매석 등 시장 왜곡이 빚어졌다. 코로나19로 식량난이 가중되자 북한 당국은 지난해 11월 3만 t 규모의 쌀을 중국에서 들여왔다. 국경 봉쇄 후 최대 수입량이었지만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엔 턱 없이 모자랐다. 북한 전문매체 데일리NK가 격주로 조사하는 물가동향에 따르면 2021년 1월 초 kg당 3500원이던 평양 쌀값은 지난해 7월 하순 6280원으로 고점을 찍었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12월 25일에는 5700원 선에 거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2년 만에 62.8%나 뛰어오른 것. 평양과 신의주, 혜산 등 3개 도시는 지난해 7월 말부터 8월 말까지 모두 쌀값이 6000원을 넘어섰는데 3개 도시가 모두 쌀 가격이 6000원대를 넘어선 것은 2017년 이후 처음이다. ○ 김정은 ‘장마당 딜레마’ 봉착 장마당 양곡판매금지 조치 등이 실효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포전 담당제 덕분에 농업 생산성이 그나마 올라갔는데 식량이 부족해지자 반대로 국가 통제력을 강화해야 하는 딜레마적 상황에 봉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양곡판매소에 들어오는 식량은 질도 낮고 지속적으로 판매도 안 된다”면서 “장마당 기능을 완전히 마비시키면 결국 식량 공급체계에 혼란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뛰는 당국 위에는 나는 주민들이 있다. 장마당에서 시장을 경험하고 자본주의 근육을 키운 주민들이 순순히 양곡판매소로 향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양 교수는 “장마당을 폐쇄하고 쌀 매대를 없앤다고 상인들이 가만 앉아 굶어 죽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집에서 은밀히 사고팔고, 단속하러 나온 당국자에겐 약간의 뇌물을 쥐여주는 식으로 시장의 음성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고난의 행군을 거듭 경험하며 국가가 식량 부족과 생계난을 책임져 주지 않음을 이미 학습한 주민들이 제2, 제3의 장마당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또 북한 당국 역시 이러한 조치의 한계를 알고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미 2000년대 초 당국이 시중 식량을 모두 장악해 식량공급소에서 곡식을 시장가격보다 싸게 주는 양곡전매제를 도입했지만 식량 가격이 오른 전례도 있다. 이번 조치도 당국이 모두 사들이는 국가 수매까진 가지 않고, 위기 상황에서 일단 통제력부터 강화하겠단 신호만 시장에 주는 데 의의를 둘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北, 체제 이완에 노심초사지난해 11월 통일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 당국이 승인한 북한 전역의 공식 장마당만 414곳에 달한다. 2016년과 비교하면 시장 수(411개)는 큰 차이가 없지만 그동안 신규, 폐쇄, 이전, 확장 및 축소 등 시장 변동은 119건으로 활발한 편이었다. 시장 1곳당 인구는 6년 전보다 평균 4138명씩 증가했다. 가장 많은 인구를 관할하는 평양의 경우 시장 1곳당 11만5090명의 생활을 책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북한 추계 인구의 약 4.7%인 114만4068명이 장마당에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지도부 입장에서 장마당은 딜레마다. 장마당을 활성화하면 계획경제의 비효율성이 해소되지만, 또 완전히 시장의 문을 열면 노동당의 경제 독점권이 사라지기 때문. 2009년 화폐개혁이나 현재의 양곡판매금지 조치 등은 당국의 통제권이 지나치게 약화될 때 장마당에 가하는 충격요법이다. 다만 반시장적인 정책이 길어지거나 강도가 세지면 환율과 물가가 치솟는 부작용이 더욱 커질 수 있다. 민심 이반 역시 북한 당국 입장에선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국경을 봉쇄하면서 극심해진 경제난을 시장 통제로 해결하려다 당국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북한은 체제 수호를 위한 고육지책으로 장마당 통제에 나섰다. 올해 양곡판매금지 조치로 시작된 중앙 통제력 강화가 다른 분야로 확산될지도 관심사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장마당은 단순히 경제적 교류의 장일 뿐 아니라 남한 소식이나 물건 등이 오고 가는 정보 유통의 장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먹고살기가 팍팍해 민심이 안 좋은 상황인 만큼 김 위원장은 당분간 장마당 통제를 더욱 강화해 자본주의의 ‘나쁜 물’을 빼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나리 정치부 기자 journari@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국을 “의심할 바 없는 명백한 적”으로 규정하고 “(한국을 겨냥한) 전술핵무기 다량 생산이 중요해지고 필요해졌다. 핵탄두탄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라”고 지시했다고 1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북한은 이날 600mm급 초대형 방사포 30문을 신규 생산·배치한 사실을 공개하며 전날 3발, 이날 새벽 1발을 연달아 발사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초대형 방사포 증정식에 참석해선 “남조선(한국)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전술핵 탑재까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26∼31일 진행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우리 핵무력은 전쟁 억제와 평화안정 수호를 제1의 임무로 간주하지만 억제 실패 시 제2의 사명도 결행하게 될 것”이라며 “제2사명은 분명 방어가 아닌 다른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선제 핵타격을 포함한 ‘핵무력 법제화’를 밝힌 김 위원장이 선제 핵타격의 대상이 한국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 이날 김 위원장의 발언이 공개된 뒤 윤석열 대통령은 김승겸 합참의장 등 육해공군 및 해병대 지휘관들과의 화상통화에서 “일전을 불사한다는 결기로 적의 어떤 도발에도 확실히 응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방부는 “북한이 핵사용을 기도하면 김정은 정권은 종말에 처하게 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김정은 “南전역 핵 사정권”… 尹 “일전불사 결기로 적 도발 응징” 초대형방사포, 31일-1일 연속도발김정은 “남조선은 명백한 적”대남 전술핵 선제타격 노골적 위협고체연료 기반 ICBM 공개 가능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2월 31일 초대형 방사포(KN-25) 증정식에 참석해 “남조선(한국)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전술핵 탑재까지 가능한 공격형 무기”라고 노골적인 위협에 나서면서 새해 첫날부터 한반도 긴장 수위가 고조되고 있다. 북한은 KN-25를 이날과 새해 첫날 잇따라 동해로 발사하며 김 위원장의 위협이 빈말이 아님을 입증했다. 김 위원장은 핵 선제공격 가능성은 물론이고 군사정찰위성 등 전략무기 개발 의지까지 분명히 밝혔다. 지난해 신년을 앞두곤 핵 개발과 관련해 ‘전략적 침묵’을 택했던 김 위원장은 올해는 새해 첫날부터 “남조선은 명백한 적”이라며 한국을 겨냥한 전술핵 공격 위협을 높이면서 남북 간 강 대 강 대치를 예고했다.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 지하벙커의 국가위기관리센터를 찾아 김승겸 합참의장 등 지휘관들에게 “일전을 불사하는 결기로 적의 어떤 도발도 확실하게 응징하라”고 지시했다. 북한은 지름 600mm KN-25로 도발을 감행했다. 지난해 12월 31일 오전 8시부터 황해북도 중화군 일대에서 발사된 KN-25 세 발은 350여 km를, 1일 오전 2시 50분 평양 용성 일대에서 발사된 KN-25 한 발은 400여 km를 비행했다. 1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포 30문(門)을 노동당에 증정했다’며 특정 무기체계와 관련해 이례적으로 증정식까지 열었다. 증정식에 참석한 김 위원장이 “우리 무력의 핵심적인 공격형 무기”라고 평가한 KN-25의 ‘실전 배치’ 사실을 알린 것. 2017년 이후 북한이 개발해온 신형 탄도미사일 중 실전 배치된 첫 기종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10월 하순부터 실전 배치를 목표로 이틀에 한 문씩 만들어내는 등 생산에 박차를 가했다. KN-25는 2019년 첫 시험 발사 이후 거듭된 발사로 발사 간격은 초기 19분에서 2020년 20초로 단축됐다. 요격이 어려운 저고도 비행 기술까지 증명했다. 전방에 보조날개 4개가 달려 저고도 비행 중 급상승하는 ‘변칙기동’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남조선 전역 사정권’과 ‘전술핵 탑재 가능’까지 강조했다. 1일 북한이 동해상으로 발사한 KN-25의 경우 남쪽 방향으로 틀면 3군 본부가 있는 계룡대는 물론이고 오산·군산 공군기지도 타격 거리에 포함된다. 군사분계선(MDL)에서 쏘면 부산까지 닿을 수도 있다. 북한이 향후 자신들의 후방지역에 이 KN-25를 배치해 사거리가 짧은 우리 군 방사포 전력을 무력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수도권 겨냥용으로 휴전선 일대에 배치해놓은 장사정포보다 KN-25를 적극 활용할 경우 남한 전역의 주요 시설에 대한 동시다발적인 타격까지 가능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미 당국은 북한이 지름 600mm 안팎인 핵탄두를 개발할 정도로 핵탄두 소형화 기술이 진전됐다고 보고 있다. 그런 만큼 KN-25에 전술핵무기가 탑재되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분석도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26∼31일 진행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신속한 핵 반격 능력을 기본 사명으로 하는 또 다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체계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연료 주입 시간이 짧아 대남 기습 타격이 가능한 고체연료 기반의 ICBM 개발에 매진하겠다는 것. 이에 향후 북한이 열병식에서 신형 ICBM을 공개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최단기간 내에 첫 군사위성을 발사하겠다”고도 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한국과 일본 정부가 상반기 중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를 즉시 공유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양국 간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만으론 집중 도발 중인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쉽지 않다고 보고, ‘실시간’ 미사일 정보 공유에 나서겠다는 것. 정부는 이달 중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만나 공개토론회를 여는 등 배상 해법을 찾기 위해 속도도 내고 있다. 한일 양국이 강제징용 배상 문제 해법 제시 과정에서 안보협력 강화를 또 다른 축으로 상반기 중 관계 개선을 위한 돌파구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정부 핵심 당국자는 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일 미사일 경보 정보 공유와 관련해 “봄 이후 상반기 중에는 실시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한국과 미국, 일본은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3국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자”고 합의한 바 있다. 이 당국자는 또 “북한 미사일 위협이 크게 늘었고, 올해도 당분간 남북 간 강한 대치가 예상된다”며 “미사일 정보 공유는 북한 도발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차원에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사일 경보 정보를 공유하면 북한이 쏜 미사일의 정체, 비행 고도 및 거리, 발사체 수 등과 관련해 오차를 줄일 수 있어 보다 빨리, 정확하게 미사일을 탐지해 대응할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의미다. 이어 “지소미아가 잘 굴러가고 있지만 이것만으론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도 했다. 지소미아는 북한 미사일 정보와 관련해 ‘사후 교환’에 방점을 찍는 만큼 한계가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당국자는 구체적인 정보 공유 방식에 대해 “기술적인 부분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양국 간 협의체를 가동해 몇 가지 안을 두고 논의한 뒤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레이더 시스템을 미국의 인도태평양사령부를 경유해 일부 연결하는 방안이 한일 간 정보 공유 방안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를 놓고 양국 간 논의도 가속화되고 있다. 정부는 배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통해 우리가 먼저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한다고 발표한 뒤 일본 정부의 호응 조치를 얻어내겠다는 방침이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이날 한국 정부가 이르면 이달 중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한 해결책을 발표하겠다는 의향을 일본 측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와 관련해 정부 당국자는 “시기가 정해진 건 아니다”라고 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일본 집권 자민당과 연립정권을 구성하는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사진) 대표가 29일 방한해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접견했다. 접견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북한 도발에 맞서 양국이 긴밀한 안보 공조를 해야 한다”며 “이와 함께 한일관계 현안이 조속히 해결되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고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 한일관계 현안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의미하는 것으로, 야마구치 대표는 접견 뒤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일한(한일) 관계에 대해 가장 좋았던 시기로 조기에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며 관계 개선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일본 정계 거물의 방한으로 강제징용 피해자 해법 마련에 속도가 붙을지도 관심사다. 2010년부터 공명당을 이끌고 있는 야마구치 대표는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 시에도 면담한 바 있다. 이번 방한은 2017년 11월 이후 5년 만이다. 2박 3일간 머무는 야마구치 대표는 30일에는 박진 외교부 장관과 국회 인사 등을 만날 예정이다. 그는 28일에는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회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한일 정부의 협의를 지지해 진전을 도모하고 싶다”고 했고, 기시다 총리는 야마구치 대표에게 “현안 해결을 위해 외교당국 협의가 진행 중인 만큼 한국 측에 이해와 지지를 부탁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정부는 28일 독자적인 인도태평양전략을 발표하면서 중국을 “인태지역의 번영과 평화를 달성하는 데 있어 주요 협력국가”로 규정했다. 앞서 5월 한미 정상회담 직후 정부가 인태전략 수립에 나선 이후 가장 큰 관심사였던 대중(對中) 관계와 관련해 일단 견제보단 협력에 방점을 찍은 것. 다만 중국 견제 의도로 해석되는 부분도 곳곳에 넣었다. 이날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고위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미국은 글로벌 전략으로부터 인태전략으로 초점을 좀 좁히는 것이라면 우리는 한반도에 머물렀던 외교안보전략을 인태지역으로 확대시키는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높은 무역량 등을 고려할 때 중국과의 협력을 거부한다는 것은 현실과 상당히 거리가 있다”고도 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이날 “제일 중요한 원칙이 포용성”이라며 “특정 국가를 전혀 배제하는 것이 아닌 다 같이 아우르는 노력을 선도해 나간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기조는 확실히 미국 등 앞선 국가들의 전략과는 차이가 있다. 미국은 앞서 2월 발표한 전략에서 중국을 13번 언급하며 “최대 장기적 위협세력”으로 규정했다. 일본은 이번 달 발표한 국가안전보장전략에서 중국을 겨냥해 “전에 없던 최대의 전략적 도전”이라고 했다. 캐나다도 지난달 “점점 더 파괴적인 글로벌 파워”라고 중국을 지칭했다. 물론 정부는 “국제규범과 규칙에 입각해” 한중 관계를 구현해 나가겠다는 등 이번 인태전략에서 중국 견제 의도도 숨기지 않았다.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 항행 및 상공비행의 자유가 존중돼야 한다”는 등 표현 등도 중국을 겨냥한 대목이다. 이날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성명을 내고 “한국의 새로운 인태전략은 법치와 인권 같은 보편적 가치를 수호하려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국 국민의 의지를 보여 준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배타적인 소그룹에 반대하는 것이 (인태지역의)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며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북한은 무인기를 침투시켜 서울까지 헤집고 다닌 다음 날인 27일, 이 도발과 관련해 침묵했다. 그 대신 무인기를 날린 26일 개막한 노동당 전원회의 확대회의 소식을 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 회의를 주재하며 “더욱 격앙되고 확신성 있는 투쟁 방략(전략)을 세우라”고 지시했다. 북한의 이번 무인기 무력시위는 그동안 미사일 시험발사에 집중한 도발의 스펙트럼을 넓혀 대남 위협 수위를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비난 담화 후 도발을 집중한 전례가 많은 만큼 이번 도발에 그치지 않고 연말연초 도발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앞서 20일 김여정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정상 각도’ 발사 가능성과 관련해 “곧 보면 알게 될 일”이라고 밝히는 등 한미에 경고장을 날린 바 있다. ○ 무인기 날려 도발 스펙트럼 넓힌 北북한의 무인기 도발은 소규모 저비용으로 우리 군의 허술한 대응태세를 시험했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첨단 전력의 열세를 재래식 도발로 비틀어 한국의 허점을 건드린 것. 정부 소식통은 “2017년 우리 군은 추락한 소형 무인기를 뒤늦게 탐지했다”면서 “북한 입장에선 5년 뒤 우리 군이 그와 비슷한 무인기를 탐지는 했지만 격추를 못 할 경우 또 얻게 될 혼란을 즐기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9월 25일부터 북한은 신형 ICBM, 단거리탄도미사일 등 상당한 고비용 구조로 도발을 시도했다”면서 “계속 끌고 가기에는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번에 무인기로 찔러본 북한은 한반도 긴장을 조성하고 남한을 괴롭힐 만한 효과적인 방법을 또 하나 찾아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외교안보센터 부연구위원도 “북한은 1년 내내 핵 사용을 전제로 한 다양한 협박을 해왔지만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며 “무인기 도발은 (ICBM처럼) 군사적 우월성을 보여주진 못해도 남한을 언제든 괴롭힐 방법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강조했다. 정부 안팎에선 북한이 한반도 긴장 국면을 조성해 존재감을 거듭 과시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미국과 중국 등 한반도 주변국들을 자극해 북핵 문제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게 1차적 목표라는 설명이다. 우리 군 대응을 지속적으로 유도해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한반도 군사적 긴장의 책임이 남한에 있다는 식으로 ‘물타기’를 하려는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일각에선 이번 도발이 지난해 1월 북한이 제8차 당 대회에서 밝힌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개발 5개년 계획’의 한 과정이란 해석도 있다. 전략무기 부문 최우선 5대 과업 가운데 정찰위성자산 개발을 공언한 만큼 이를 수행하려는 목적으로 무인기를 띄웠다는 것이다. ○ 김정은 “확신성 있는 투쟁 전략 세워야”이날 북한 관영 매체들은 전날 개최된 전원회의 소식을 전하면서 이례적으로 향후 논의될 전원회의의 5가지 의정까지 구체적으로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사업총화보고가 계속된다고도 했다. 한동안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김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곤란 속에서 모든 것을 인내하며 실제적 전진을 이룩한 사실을 소중한 바탕으로 하여 더욱 격앙되고 확신성 있는 투쟁 방략을 세우자”고 밝혔다. 북한은 통상 전원회의가 종료되는 시점에 김 위원장이 군사·국방, 대외 정책, 경제와 사회 등 각 분야에 대해 발언한 내용을 공개해왔다. 김 위원장의 신년사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회의 연설로 대체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최근 집중 도발을 이어간 김 위원장이 강경한 대남(對南) 메시지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북한 무인기가 26일 우리 영공을 침범해 서울 북부 상공까지 침투했다. 군사분계선(MDL) 이남으로 북한 무인기가 침투한 것은 2017년 6월 이후 5년 6개월 만이다. 지난달 2일 휴전 이후 처음으로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북한의 대남 도발이 한층 대범해지고 있다. 우리 군의 최전방 대응 태세를 떠보는 동시에 아군의 대응을 유도한 뒤 군사적 긴장 고조 책임을 물어 향후 고강도 도발 명분을 쌓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 김포·파주 등 경기 일대 MDL ‘연쇄 침범’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25분경부터 오후까지 총 5시간여 동안 북한 무인기 5대가 MDL을 잇달아 침범해 활동했다. 무인기들은 경기 김포·파주와 인천 강화도 일대로 넘어왔고, 그중 1대는 서울 상공까지 진입했다가 빠져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군에 가장 먼저 포착된 무인기 1대는 김포 전방 한강하구 중립 수역 사이로 들어와서 서울 방향으로 직선으로 내려왔다가 3시간 이상 비행 후 북한으로 복귀했다. 나머지 4대는 오후에 인천 강화군 교동도 인근에서 수십 분 간격으로 추가로 남하해 비행했는데 우리 군의 주의를 분산시키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합참 관계자는 “오후에 4대가 넘어온 다음에 (서울에 진입했던) 1대가 이북으로 올라갔다. 나머지 4대는 순차적으로 레이더에서 포착됐다가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군은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을 실시한 뒤 전투기와 공격헬기 등을 긴급 출동시켜서 대응 작전에 나섰다. 이날 군에 포착된 무인기는 2m 이하 소형 무인기였다. 이 중 북한으로 복귀한 1대는 글라이더 형태였다. 강화도 일대를 비행한 나머지 4대는 레이더로 포착돼 형태가 파악되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식별할 수는 없지만 5대의 출발지는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북한 무인기들은 MDL을 지나 우리 민간인과 마을이 있는 상공까지 한참을 내려와 해당 지역에서 좌우 또는 유턴 형태로 비행하는 등 다양한 항적을 보였고 우리 탐지자산에서 관측됐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 무인기들은 2014년 서해 백령도 등에서 발견된 기종과 유사한 크기”라며 “일부는 (출동한 전투기 등에서) 육안으로 식별했다”고 말했다. 고성능 카메라 등 정찰용 광학 장비의 장착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다.○ 최전방 정찰 외에 폭탄 탑재 후 테러 가능성도이날 수도권 일대를 헤집은 북한의 무인기는 주로 대남 정보 파악 및 감시·정찰을 위해 운용되지만 언제든 군사적 도발 수단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협적이다. 무인기에 폭탄을 실어 국지 도발에 나서거나 생화학 무기를 탑재해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군에 따르면 북한은 300∼400대에서 많게는 1000대 정도로 무인기 전력을 운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군 당국이 2014년 남측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 3대를 복원해 비행시험을 한 결과 3∼4kg의 폭탄도 장착할 수 없고 400∼900g 정도의 수류탄 1개를 겨우 달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8년이나 흐른 만큼 성능이 개량됐을 수 있다. 북한의 무인기 침투는 최우선적으로 우리 군의 최전방 대비 태세를 염탐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윤석열 정부의 대북 강경 기조하에서 MDL 인근 우리 군의 주요 부대와 전력의 배치 운용 실태를 정탐하려는 의도라는 의미다. 2017년처럼 우리 군의 감시망을 따돌려 무인기를 남쪽으로 침투시킨 뒤 F-35A 스텔스전투기와 현무 계열 탄도미사일 등 킬체인(선제타격)의 핵심 전력이 배치된 이남 지역까지 내려보내 항공 정찰을 시도하려 했을 개연성도 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