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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들의 무덤 위에 지어진 하늘의 도시’ ‘바닷물보다 낮은 땅 위에 지어진 비행기 제국’ ‘1916년에 지어져 100년 역사를 넘긴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공항’ ‘개항 100년째인 지난해 이용객 7000만 명에 달하는 세계 톱10 규모의 공항’.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관문 스키폴 국제공항입니다. 공항 이름인 ‘스키폴-schiphol’은 ‘배들의 무덤’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또 이 공항의 해발고도는 -4m입니다. 이 큰 공항이 최근 규모만큼이나 큰 결정을 했습니다. “2020년부터는 풍력 발전으로 생산된 전기만으로 공항의 모든 전기시설을 가동하겠다”는 친환경 에너지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내년인 2018년 새해부터 시작됩니다. 점차 풍력발전 비중을 높여서 2020년에는 100% 풍력발전기로 만들어진 전기만 쓰겠다는 계획입니다. 이 공항이 한 해 소비하는 전력량은 200GWh입니다. 같은 기간 약 6만 가구가 쓸 수 있는 양입니다. 전기 사용량만 보면 공항은 말 그대로 작은 도시 하나인 셈입니다. 스키폴 공항은 도시 한 곳이 쓰는 전기를 모두 풍력발전으로 충당하겠다고 선언한 셈입니다. 공항에서 쓰는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스키폴 공항은 에너지 회사인 에네코(Eneco)와 손을 잡았습니다. 이 회사는 네덜란드의 비안넨(Vianen)이라는 지역에 ‘바람 농장(Wind Farm)’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일단 올해 말까지 3메가와트급 풍력발전기 3대를 설치하는 것을 시작으로 계속해서 ‘농장’ 크기를 늘려 나간다는 계획입니다. 스키폴 공항은 이 같은 정책을 통해 공항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걸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2015년 스키폴 공항에서 발생된 온실가스 총량은 9만8635톤으로 승객 1명 당 1.71kg이었습니다. 다음 해에는 배출 총량은 10만2195톤으로 오히려 늘었지만 승객 1명 당 배출량은 1.56kg으로 줄었습니다. 스키폴 공항은 풍력발전 100% 정책으로 배출 총량을 혁신적으로 줄일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탈원전 정책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겁습니다. 하지만 현실적 문제에 대한 논의이고 친환경 에너지 비중이 높아져야 한다는 대전제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이런 점에서 네덜란드는 천혜의 환경을 가진 나라입니다. 국토 전체에 산은 고사하고 언덕조차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도로를 따라 끊임없이 늘어서 있는 풍력발전기는 풍차와 함께 네덜란드의 큰 볼거리 중 하나입니다. 풍력 발전에 이로운 지형적 이점을 잘 알고 있는 네덜란드는 풍력발전 규모를 키우는 데 많은 힘을 쏟고 있기도 합니다. 네덜란드의 2016년 풍력발전 설비용량은 총 4328메가와트로 1년 전에 비해 25.7% 늘어났습니다. 네덜란드는 2015년에도 전년 대비 22% 설비용량을 늘린 바 있습니다. 공항과 비행기 이용객은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환경 파괴의 주범이라는 시선도 분명 있습니다. 스키폴 공항의 실험을 전 세계 항공사와 공항이 주목하고 있습니다.이원주기자 takeoff@donga.com}

《 북한의 핵개발과 잇따른 미사일 도발 때문일까요. 23일 실시된 올해 첫 전국 규모 민방위 훈련은 여느 때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벌어진 민방위 훈련 모습과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생각을 모았습니다. 》 훈련은 실전처럼 “여기 화천은 전방이라 민방위 훈련도 실전처럼 해요. 이번엔 트럼프와 김정은 사이의 긴장 때문에 방독면까지 착용하라더군요. 근데 주민 100명 중 절반 이상이 80대라 이제는 훈련받기도 많이 힘들어했어요.”―정병록 씨(71·강원 화천군 아2리 이장) “올해 한반도 분위기가 아슬아슬했잖아요. 그래서인지 외국계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나눠 주겠다며 재난 배낭(정수필터 정수알약 비상식량 등이 든 배낭)을 단체 주문하는 곳이 많았어요. 화생방 방독면은 공급이 부족해 주문이 밀린 상태예요.”―조세진 씨(40·산업안전용품 판매업체 가자안전센터 부장) “직장이 123층인 롯데월드타워입니다. 폭격에 대비해 22층에 마련된 피난안전구역으로 대피하는 훈련을 했는데, 실제 폭격을 받으면 과연 훈련처럼 안전구역에서 참을성 있게 기다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더군요.”―권효림 씨(28·롯데월드타워 근무) “훈련에서 심폐소생술을 연습했어요. 얼굴이랑 몸통만 있는 인형 가슴을 힘껏 눌렀는데 팔만 아프고 잘 안 눌러졌어요. 그래도 친구를 일어나게 하려면 쉬지 않고 30번을 눌러야 한대요.”―허율 양(5·서울 용산구 소재 어린이집 원아) “최근 영국과 두바이 고층 건물에서 잇따라 큰불이 났지요. 그 때문에 담당 직원이 모두 평소보다 훨씬 더 큰 주의를 기울여 가면서 훈련을 준비했습니다. 훈련 준비로 당일 새벽 4시에 퇴근할 정도였죠. 훈련을 하며 셔츠가 완전히 젖을 정도로 땀을 흘렸지만 그래도 훈련 성과가 성공적이어서 뿌듯했습니다.”―고영섭 씨(38·롯데물산 소방안전팀 대리) “집에서 아이들과 놀이하듯 안전 교육을 합니다. 누가 먼저 탁자 아래에 숨는지 내기를 하거나 방석을 머리에 뒤집어쓰기도 하죠. 그랬더니 아이가 어느 날 탁자 밑에 인형을 (지진 대피할 때처럼) 가득 숨겨뒀더라고요.(웃음)”―손아름 씨(37·직장인) 대피소가 어디죠? “스마트폰으로 가까운 대피소를 검색할 수 있다는 ‘안전 지킴이’ 앱을 내려받았어요. 정부에서 만든 앱인데, 민방위 훈련 도중 사용하려고 했더니 작동이 안 되더군요. 훈련에 적극 참여하라면서 관련 앱은 불통이고 황당하지 않나요? 민방위 훈련 다음 날 열어보니 그제야 업데이트를 완료했는지 검색이 되더라고요. 완전 뒷북이죠.”―이모 씨(37·회사원) “핵 공격이나 화학 테러에 대비하려면 공기 정화 시설을 갖춘 방공 대피호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피소는 대부분 지하철이나 건물 지하의 임시 피난처예요. 모든 종류의 테러에 대비할 수 있는 대피소 건설비용은 15억 원 정도로 추산되는데, 국가에서 지원받더라도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 지방자치단체에서 엄두를 못 내는 상황입니다.”―김태환 씨(58·용인대 경호학과 교수·한국재난정보학회 부회장) “시민들에게 방독면 착용법을 가르치고 싶지만 비용이 걸림돌입니다. 방독면 가격이 5만∼6만 원인 데다 일회용이기 때문이죠. 몇 개만 활용해 교육을 하려고 해도 남이 쓴 방독면을 다시 쓰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 때문에 어렵습니다.”―윤모 씨(민방위 담당 공무원) 어릴 때부터, 반복 또 반복 “교육 효과는 아이들이 어른보다 훨씬 높습니다. 가장 중요한 두세 가지 요점을 강조하고 반복 연습을 시키는 게 중요하죠. 실제로 약 2년 전 울산의 한 어린이집에서 불이 났는데 교육을 받은 3∼6세 유아 30여 명이 1분 만에 모두 안전하게 탈출했어요.”―박준희 씨(47·서울시 민방위 강사) “일본에선 ‘재난의 날’마다 대피 교육을 받아요. 비상시 머리 보호 모자로 변형되는 방석을 쓰고 신속히 운동장으로 대피하죠. 일본 학교는 대부분 이 방석을 쓰거든요. 회사에도 식수와 식량, 개인 헬멧은 기본으로 다 구비돼 있어요.”―와타나베 무쓰미 씨(33·회사원·한국 7년 거주 경험자) “2014년 민방위대에 응급처치 방법을 가르치던 중 갑자기 대원 한 명이 쓰러졌어요. 곧바로 뛰어가 심폐소생술을 실시해 몇 분 만에 의식을 되찾았죠. 위기의 순간에 힘을 발하는 건 역시 평소 익혀둔 응급처치예요.”―반미순 씨(54·민방위대 강사) “지난해 경북 지역에서 규모 5.8의 강진이 발생한 후 재난 대비 교육을 강화했습니다. 경북 의성에는 안전체험관을 짓고 있어요. 2019년 7월경 완공되면 지진 체험, 화재 진압 훈련, 자동차 전복 탈출 체험 등 14개 훈련을 할 수 있게 됩니다.”―강정진 씨(51·경북교육청 교육안전단 사무관) 재난 배낭 준비는 필수 “재난 배낭은 재난 조건과 생존 기간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내용물이 다릅니다. 지진은 한 곳에서 버텨야 하는 경우가 많아 물, 정수필터, 비상식량, 의약품 등이 들어가고, 전쟁의 경우엔 보온용품, 이동식 변기 등이 들어가지요. 가장 큰 풀세트 배낭은 15만 원 안팎인데 15가지 물품이 들어갑니다. 하나쯤은 준비해 두는 게 필요합니다.”―김종도 씨(41·회사원·생존전문가) “민방위 기본법상 원래 모든 국민이 민방위 훈련에 참가해야 합니다. 공공기관이나 민간 기업뿐만 아니라 일반 가정에서도 대피 훈련에 참가해야 하는 거죠. 하지만 처벌 조항이 없고 현실적으로 관리 감독이 불가능하다 보니 공공기관이나 기업 위주로 훈련이 진행되고 있습니다.”―허성윤 씨(행정안전부 민방위과 서기관) “민방위 훈련은 1990년대까지는 공습에 대비한 훈련 위주였죠. 2000년대 초반 남북 화해 무드 속에서 한때 폐지까지 검토됐지만 휴전 중이라는 점을 감안해 명맥을 이어가다가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등이 발생하면서 사고나 재난 발생 대피훈련 쪽에 무게가 실리기 시작했습니다.”―이정술 씨(61·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전 국민안전처 안전총괄기획관) 남모르게 대비하는 사람들 “재난 관련 인터넷 카페를 10년 넘게 운영하고 있는데, 최근 회원 가입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관련 물품에 대한 문의도 급증했고요. 전쟁이 나면 전기 가스 수도가 끊기기 때문에 방수포, 탄통스토브, 휴대용 변기, 냄새흡수응고제, 정수필터, 핫팩 등이 중요하겠죠. 쿠킹포일과 랩 등은 용도가 다양해 준비해둘 만하고요.”―이종택 씨(59·네이버 카페 ‘서바이벌리스트’ 매니저) “야산이나 시골 땅을 산 뒤 컨테이너를 활용해 개인 대피소를 짓는 프레퍼족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심지어 수백 명이 야산 하나를 통째로 사서 집단 대피소를 만들기도 합니다. 서울에서 차로 한두 시간 거리에 산장을 가장한 지하 대피소를 짓는 거죠. 같은 종교를 믿는 이들끼리 준비한다는 소문도 있고, 워낙 은밀하게 일을 진행해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김모 씨(50대·재난카페 회원) “라면은 비상식량으로 적합하지 않아요. 유통기한이 5개월밖에 되지 않거든요. 차라리 2년 이상 보관 가능한 소면을 추천합니다. 비상식량이 구비된 스타렉스를 시골 모처에 준비해 두는 사람도 봤고, 안방에 딸린 화장실에 대비용품을 잔뜩 쌓아두는 경우도 흔합니다.”―우승엽 씨(44·도시재난연구소장) “남편이 전쟁·재난 분야에 관심이 많아요. 500원도 허투루 쓰지 않던 사람이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자 재난용품 50만 원어치를 지르더군요. 전쟁이 나면 순식간이라던데 이런 준비가 의미 있나요? 게다가 ‘냉장고 파먹기’만 해도 두 달 이상 버틸 수 있는데….”―김세나 씨(40·회사원) “비상시 탄통스토브는 필수예요. 나뭇잎, 나뭇가지 등 적은 땔감으로 강한 화력을 낼 수 있거든요. 흡수응고제는 배설물을 흡수하고 응고시켜 냄새를 없애줘요. 물을 깨끗이 만드는 정수 알약과 샤워 대신 몸을 닦을 일회용 타월도 구비해두면 좋습니다. 쿠킹포일은 그릇을 만들거나 피부를 보호할 수 있죠.”―김모 씨(60대)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손유경 인턴기자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4학년}

태풍이라도 온 듯 한 비바람이 몰아쳤다. 그러면서도 후텁지근한 여름 날씨가 피부를 축축하게 했다. 8월 둘째 주 이후 더위가 때 이르게 물러갔지만 마치 장마철 같던 최근 며칠 날씨가 아직 8월이 다 가지 않았음을 실감나게 했다. 23일부터 24일 오후 3시 반까지 내린 비는 총 45mm. 이 정도 비면 한여름이라도 약간은 시원함이 느껴지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이날 날씨는 습하고 더웠다. 심지어 서울에는 24일 새벽 최저기온이 26.2도를 기록해 16일 만에 열대야가 다시 나타났다. 비가 오는 데 왜 이렇게 더웠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태평양 더운 공기가 잔뜩 우리나라로 퍼올려졌기 때문이다. 여름철 강한 비가 오는 전형적인 경우는 이렇다. 남쪽 바다에서 습한 공기가 우리나라로 다가오고, 때마침 북쪽 높은 하늘에서 찬 공기가 내려와 우리나라에서 만나면 비가 온다. 지난 20일 서울에 많은 비가 왔을 때도 비슷한 현상이었고 이번 비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20일 서울은 22도까지 기온이 떨어졌고 24일에는 27도 가까이 기온이 올랐다. 24일이 더웠던 이유는 비가 온 이유 중 ‘덥고 습한 공기’의 세력이 좀 더 강했기 때문이다. 제주도 남쪽 일기도를 보면 오른쪽엔 북태평양 고기압이, 왼 쪽엔 홍콩을 강타했던 제13호 태풍 ‘하태’의 잔재가 각각 위치해 있다. 고기압은 시계방향으로 바람을 만들고 태풍 등 저기압은 반시계방향으로 바람이 분다. 이 두 고기압과 저기압 사이에서 남쪽 바다 더운 공기가 마치 청소기에 빨려오듯 빨려 올라와 우리나라를 뒤덮었다. 반면 20일에는 북쪽 찬 공기의 세력이 좀 더 강했다. 이 때는 우리나라 5.5km 상공 전역이 영하 6~9도 차가운 공기로 뒤덮였다. 이 상황에서 1.5km 상공에서 습기를 머금은 따뜻한 공기가 지나가면서 많은 비가 왔다. 상대적으로 ‘차가운 공기’의 세력이 강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기습 장마’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하나는 한국의 여름을 지배하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아직 건재함을 과시한다는 뜻이고, 또 하나는 하지만 이제 그럴 날이 길지 않았다는 뜻이다. 지난해 24일 서울의 최고기온은 32.9도였다. 올해는 28.1도다. 아직 여름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25일 서울의 최저기온은 21도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여름의 끝이 머지 않았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더위는 한풀 꺾였지만 숙제는 한 무더기 남았다. 집중호우와 폭염은 끈질기게 기상청을 괴롭혔다. 더 이상 ‘옛날식’ 장마와 더위 기록에 의존할 수 없게 됐다. 기상청이 6월 말 문을 연 폭염연구센터는 이런 ‘사람 잡는 여름’을 좀 더 정확하게 분석하고 예측해보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그 중심에 이명인 초대 센터장(울산과학기술원·UNIST 도시환경공학부 교수·47)이 있다. “최근 30년 사이 고온 데이터를 살펴보면 확실히 여름이 길어지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6월 초순부터 폭염이 나타나거나 계절상 여름으로 치지 않는 9월에도 폭염이 나타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거든요.” 최근 싱가포르 학회 출장에서 돌아오자마자 동아일보 기자를 만난 이 센터장은 “폭염은 해가 갈수록 더욱 심각한 재앙이 되고 있는데 예측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왜 어려울까. 봐야 할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 센터장은 “단순히 우리나라의 기상 정보뿐만 아니라 전 지구적 기후변화 형태와 유라시아의 토양 형태와 습기, 북극 해빙, 북태평양 해수면 온도 등 지구의 모든 것을 봐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모든 것을 한 사람이나 연구기관 한곳에서 다 고려하기는 어렵다”면서 “이 때문에 UNIST 외에도 경북대 광주과학기술원 부경대 전남대 등과 함께 주력 분야를 나눠 연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 외에 일본 미국 기상청이나 미국항공우주국(NASA)과도 협력을 준비하고 있다. 폭염연구센터의 궁극적인 목표는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폭염 예측’이다. 같은 상황이라도 도시와 농촌의 기온이 다르고 도시에도 가로수가 많은 도로와 없는 도로는 한낮 온도에서 큰 차이가 난다는 것이 이 센터장의 설명이다. 그는 이 같은 요소를 모두 고려해 야외 근로자와 보행자들이 실질적으로 참조할 수 있는 수준의 상세한 폭염 예측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서울대 대기과학과를 졸업하고 기후변화 예측을 주로 연구하던 이 센터장은 2003년 유럽 대륙을 덮친 폭염을 계기로 폭염 연구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본격적으로 폭염 연구를 시작한 이후 한낮 땡볕에 열화상 카메라를 들고 무더위 속으로 뛰어드는 일이 잦아졌다. 그는 “연구실은 24시간 돌아가는 슈퍼컴퓨터를 보호하기 위해 추울 정도로 에어컨이 돌아간다”면서도 “더위 연구자가 더위를 체감하지 못하면 실감이 안 나기 때문에 일부러 밖으로 나가서 땀을 흘려볼 때도 있다”며 웃었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쉽지 않다는 것은 이 센터장도 잘 알고 있다. 기상 예보는 맞히면 본전, 틀리면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는 일이다. 일선 기상청 예보관들은 이런 스트레스 때문에 두통이나 치통을 달고 사는 일도 흔하다. 하지만 이 센터장은 “부담이 되는 관심이지만 응원이라고 생각하고 일하겠다”고 말했다. “알아보니 전 세계적으로 ‘폭염’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곳은 없더군요. 폭염을 주제로 장기간 연구하는 건 우리나라가 처음이라는 뜻입니다. 위성 같은 인프라도 넉넉지 않고 시간도 걸리겠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열심히 해볼 계획입니다.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도 기억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그나마’ 나았다. 시원했단 뜻이 아니라 덜 더웠다는 뜻이다. 7일 새벽 최저 기온은 서울 기준 26.4도. 하루 전인 6일 뿌려준 단비 덕분인지 밤 기온이 하루 전에 비해 떨어졌다. 바람 한 점 없이 ‘고열대야’를 보였던 6일이 일요일이었던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6일 새벽 최저기온은 28.2도였다. 녹아내릴 것 같던 지난해 여름에도 볼 수 없었던 최저기온이다. 서울 최저기온이 이보다 높았던 날은 2014년 8월 2일 기록된 28.7도였다. 그러니까 지난 주말 서울 사람들은 1101일 만에 가장 더운 밤을 보낸 셈이다. 1981년부터 8월 기온을 모두 살펴봐도 이 때보다 최저기온이 높았던 날은 딱 두 번 밖에 되지 않는다. 폭염이 역대 최고로 맹위를 떨치던 1994년 8월 15일 최저기온은 28.8도. 그 뒤로 2012년 8월 4일에 28.2도가 기록된 적이 있다. (즉, 6일 새벽은 1908년 서울에서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후 3번째로 더운 8월 밤이었다는 뜻이다.)이쯤 되면 ‘이제나 저제나 좀 시원해질까’ 하는 희망고문에 시달리게 된다. 이 때 보게 되는 게 최저기온이다. 밤사이 기온은 사실상의 ‘여름 끝물’을 정의하는 ‘민간 척도’ 역할을 한다. 완연한 가을에도 햇볕이 쨍쨍하면 낮 기온은 30도를 훌쩍 넘기는 날이 적지 않아 여름 끝물을 이야기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어서다. 그럼 대체, 언제쯤 시원해질까. “8월 15일이 지나면 밤더위는 한 풀 꺾인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정말일까. 위 표를 가지고 8월 여름 평균기온을 그래프로 그렸다. 푸른 색 선으로 그려진 36년 평균 최저기온을 보면 8월 15일에 23.1도로 떨어진다. 이후에는 확연하게 기온이 낮아진다. 최근 10년 (2007~2016년) 최저기온은 36년 평균보다 1도 가까이 높지만 역시 15일이 되면 23도 근처로 떨어지면서 가을을 준비한다. 20일 경 한 번 정도 ‘최후의 발악’을 한다는 점 정도만 다를 뿐 추이는 비슷하다.역대 가장 더운 여름으로 기록됐던 1994년은 어땠을까. 그해 8월 15일 수은주는 역대 가장 더운 밤으로 기록된 28.8도를 찍었다. 하지만 그 다음날부터 밤 기온은 말 그대로 ‘드라마틱하게’ 떨어졌다. 하루에 1, 2도씩 예사로 떨어지며 결국 19일 이후 최저기온 23도 이하로 떨어졌다. 역대급 더위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자연의 섭리 앞에서는 무기력했다. 하지만 지난해는 달랐다. 밤 기온 26도를 넘나드는 열대야가 24일까지 지속됐다. 원인은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동쪽 오호츠크해에 강하게 자리 잡은 키 큰 고기압 때문이었다. 동쪽 고기압이 뜨거운 공기를 계속 몰고 왔는데 서쪽으로 빠져나갈 공간이 막히면서 한반도가 마치 사우나처럼 사방이 막힌 뜨거운 공간이 돼 버렸던 것. 오호츠크해의 고기압을 밀어내 길을 터주고 한반도에 비도 뿌려 더위를 끝낸 것은 유난히 희한한 경로로 움직였던 지난해 제10호 태풍 ‘라이언록’이었다.열대야가 마지막으로 기승을 부렸던 지난해 8월 24일의 우리나라 주변 5.5km 상공 일기도. 왼 쪽 아래 자리잡은 고기압 때문에 밀려온 더운 공기가 오른 쪽에 자리잡은 고기압 때문에 빠져나가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여름 더위를 얘기할 때 최고기온을 많이 본다. 하지만 낮엔 덥더라도 밤이 시원하면 푹 잘 수 있고 체력도 상대적으로 빠르게 회복된다. 밤이 더우면 피로가 풀리지 않고 집중력도 떨어지고 소화불량까지 덤으로 찾아온다. 그렇다고 에어컨을 틀고 자면 여름 감기에 걸리기 쉽다. ‘더위 끝’을 이야기할 때 낮 기온만큼이나 밤 기온이 떨어지는 시기가 체감 상 크게 다가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경험으로 보나 데이터로 보나 무더위는 어지간해도 8월 셋째 주를 넘기지 않았다. 8월 둘째 주가 시작됐다. 앞으로 두 주만 더 참으면 선선한 바람을 맞을 수 있다. ‘이 또한 지나간다.’ 그럼 밤이 시원해지는 ‘여름 끝’이 아닌 ‘진짜 가을’은 언제 찾아올까. 아래 기사에 답이 있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이 글은 먼저 <이 글>을 읽고 보시면 조금 더 재미있습니다.※ 관련기사: ‘데이터 비키니’에서 언급한 것처럼 비행기가 한 번 뜨면 16시간도 문제없이 날아가는 시대지만 소위 ‘발 묶인’ 비행기들도 적지 않습니다. 아래 사례를 한 번 보시죠. 2015년 8월 31일 아메리칸 항공 소속 AA 31편이 LA를 출발해 하와이 호놀룰루로 날아갑니다. 이날 비행에 쓴 비행기는 에어버스에서 만든 A321 항공기. 약 180명을 태울 수 있는 소형 비행기입니다.LA에서 호놀룰루까지 거리는 약 4200km. A321로는 조금 빠듯하긴 해도 충분히 날아갈 수 있는 거리입니다. 아메리칸항공은 이 노선에 보잉 757기를 투입했다가 13일 전인 8월 13일부터 A321 기종을 투입하기 시작했고 비행기는 아무 문제없이 승객을 실어 날랐습니다. 하지만 31일 하와이로 날아간 비행기는 착륙 직후 ‘돌아오지 못하는 비행기’가 됐죠. 정확하게는 승객을 태우지 못한 채 비행기를 텅텅 비워 본토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미 연방 항공청(FAA)이 안전 규정 위반을 이유로 승객 탑승을 막았기 때문이죠. 이날 비행한 비행기(등록번호 N137AA)는 심지어 당시 새로 만든 지 두 달 밖에 되지 않은 ‘새 비행기’였는데도 말입니다.FAA가 아메리칸 항공에 걸고 넘어진 안전 규정은 ‘회항 시간 증가 인증’ 규정입니다. 영어로는 EDTO(Extended Diversion Time Operation)이라고 부르죠. 얼마 전까지 미국 FAA에서는 ETOPS(ExTended OPerationS), 유럽항공안전청(EASA)에서는 LROPS(Long Range OPerationS)라고 다르게 불렀습니다. 구주과 미주에서 다르게 불리고 운영되던 규정을 2012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통합하면서 EDTO로 이름이 바뀐 겁니다. 현재는 EDTO와 ETOPS 용어를 섞어 사용합니다. 여기서는 최신 용어인 EDTO를 쓰겠습니다. EDTO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비행기가 고장 났을 때 긴급하게 착륙할 수 있는 시간에 대한 규정’입니다. 비행기가 날다가 한 쪽 엔진에 말썽이 생기면 몇 분 안에 근처 공항에 착륙할 수 있도록 비행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항공사는 각 비행기에 대해 EDTO 인증을 받아야 합니다. 인증을 받은 항공기는 EDTO-120, EDTO-180 등의 ‘등급’이 매겨집니다. 숫자는 ‘분(分)’을 의미합니다.조금 복잡합니다. 예를 들어보죠. EDTO-120 인증을 받은 항공기에 문제가 생기면 이 비행기는 ‘무슨 일이 있어도’ 120분 안에 근처 공항에 착륙해야 합니다. ICAO가 비행기의 모든 점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해당 비행기가 고장 났을 때 120분까지 안전하게 버틸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EDTO-180은 고장이 나도 3시간(180분)까지 날 수 있습니다. 인증을 받지 않은 비행기는? 기본적으로 EDTO-60 등급이 부여됩니다. 요즘 비행기는 1시간 정도는 무조건 버틸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는 뜻이죠. EDTO 인증은 왜 받을까요. 한 마디로 ‘돈을 아끼기 위해서’입니다. EDTO 등급이 낮은 비행기는 긴급 착륙할 수 있는 공항을 항상 주변에 두고 비행해야 합니다. 대양 횡단은 꿈도 못 꾸고 항상 육지 위나 해안선을 따라 비행해야 합니다. 비행 거리는 극단적으로 길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EDTO 등급이 높아지면 그만큼 비상 착륙 공항을 덜 찾아도 됩니다. 비행기는 최단거리로 날 수 있고, 그만큼 연료도 절약할 수 있습니다.실제 항공사들이 체감하는 느낌은 어떨까요. 세상에 EDTO-60 항공기만 있을 경우 우리는 민항기를 타고 하와이에 갈 수 없습니다. ‘반지의 제왕’ 고향인 뉴질랜드도, ‘모아이’로 유명한 칠레 이스터섬도 모두 갈라파고스가 됩니다. 하지만 EDTO-180인 항공기가 나서면, 여러분은 그 비행기를 타고 전체 지구의 95%를 날아다닐 수 있게 됩니다. 나머지 5%는 아무 것도 없는 바다 한복판입니다. 비행기가 내릴 수 있는 공항이 있다면 내릴 수 있습니다. 아메리칸항공 사례로 돌아가 보죠. 이 항공사가 2015년 8월 31일 LA-호놀룰루 노선에 투입한 비행기는 이 EDTO 인증을 받지 않은 항공기였습니다. 당연히 등급은 60분. 하와이는커녕 미국 서부 해안선도 제대로 벗어날 수 없는 항공기로 승객을 실어 날랐던 겁니다. 아무 사고가 없었기에 망정이지 만약 바다 한 복판에서 결함이 생겼다면 큰일 날 뻔 한 상황이었죠. EDTO 인증은 어떻게 받을까요. 한 마디로 ‘비행기와 항공사의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내려집니다. 보잉, 에어버스로 대표되는 비행기 제작사들의 제작 기술, 엔진을 만드는 엔진 제작사들의 제작 기술, 그리고 항공사의 운영·정비 노하우와 승무원들에 대한 내용까지 모두 평가됩니다. 같은 항공사가 가진 같은 비행기라고 해서 같은 등급을 받지 않죠.한국 국적기를 포함해 대륙간 노선을 운영하는 대형 항공사들은 대형기(복도가 두 개인 광동체기)를 중심으로 높은 EDTO 등급을 받기 위해 애를 씁니다. 최근 상업운항이 시작된 최신 기종 A350의 경우에는 EDTO-370 등급을 받기도 했죠. ‘6시간 10분’. 비행기가 한반도 상공에서 문제가 생기더라도 싱가포르까지 날아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실제로 이렇게 하진 않습니다.) 기술은 좋아지고, 비행기의 안전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휴가철입니다. 이번 여름 여러분들의 목적지는 어느 공항인가요.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비행기 이코노미 좌석 넓어질까. 비행기 여행은 설레지만 비좁은 이코노미 좌석에서 몇 시간씩 날아가는 경험은 그리 즐겁지만은 않습니다. 몸 한 번 뒤척이기도 쉽지 않고, 통로석에 앉지 않았다면 화장실 한 번 가기 위해 곤히 자는 옆 사람을 깨워야 하는 경험 한 번쯤은 해봤을 텐데요. 전 세계 많은 항공사들이 같은 비행기에 조금 더 많이 승객을 태우기 위해 좌석 간격을 좁혀 왔습니다. 미국의 경우 1970년대 평균 35인치(약 89cm)이던 이코노미석 앞뒤 간격이 현재는 약 31인치(약 79cm)까지 줄어들었습니다. 좌석의 좌우 폭은 18인치(약 46cm)에서 16.5인치(약 42cm)로 좁아졌습니다. 중형차인 소나타와 준중형차인 아반떼의 2017년형 축간 거리(앞바퀴와 뒷바퀴의 중심 사이 거리·실내공간 비교의 척도) 차이가 불과 10cm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그동안 이코노미석 공간이 얼마나 좁아졌는지 대략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이윤을 중시하던 항공사의 이런 행태에 제동이 걸릴 전망입니다. 미국 콜롬비아특별구 연방항소법원이 지난달 말 경 미 연방 항공청(FAA)에 이코노미석 좌석 간격에 대한 적절한 기준을 마련하라고 결정했기 때문이죠. 연방항소법원은 우리의 고등법원에 해당하지만 미국 연방대법원이 1년에 처리하는 민원 건수가 매우 적은 점을 감안해 미국에서는 매우 중한 일이 아닐 경우 항소법원 결정을 사실상 최종이라고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연방 법원은 미국의 항공 관련 비영리 단체인 ‘플라이어스 라이트(Flyers Rights)’가 낸 청원을 수용했습니다. 이코노미 좌석이 끝을 모르고 좁아지는 걸 막아달라는 내용입니다. 물론 이 단체만 이 같은 주장을 한 것은 아닙니다. 미국 민주당 소속 연방의회 의원인 스티브 코헨 역시 동료 의원들과 함께 FAA가 좌석 간격 기준을 마련하고 항공사들은 좌석 규격을 공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올해 3월 발의했습니다. 시민단체와 국회의 주장을 미국 법원이 수용한 가장 큰 이유는 ‘안전’입니다. 체형은 커졌는데 좌석은 오히려 작아지면서 위험한 상황이 생길 경우 안전하게 탈출하기 어려워졌다는 주장을 받아들였죠. 미국 질병관리본부 통계를 보면 1971년 대비 2002년 미국 성인 키는 남자가 0.5인치, 여자가 0.4인치 커졌습니다. 몸무게는 남자가 8kg, 여자가 9kg 증가했네요. 미국 연방항소법원은 커진 몸뿐만 아니라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이라 불리는 앉은 자세 부동 혈전색전증(다리 혈관 속 피가 응고돼 통증이 생기거나 혈관이 손상되는 질병)이 생기기 쉽다는 건강 이슈도 눈여겨 들여다보았습니다. 도화선도 있었습니다. 올해 4월 유나이티드항공이 아시아인 의사를 폭행하고 억지로 끌어내는 등 미국 항공사들이 잇따른 ‘막장 행보’를 보인 점도 법원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습니다. FAA는 미국의 항공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미국 내 정부 기관입니다. 하지만 미국의 항공 산업이 워낙 규모가 크고 국제적 영향력이 세다보니 FAA의 결정은 사실상 전 세계 항공업계의 ‘표준’이 되는 경우가 많죠. ‘삼성 갤럭시노트7 사용 규제’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FAA는 지난해 9월 기내에서 휴대전화에 불이 붙는 사고를 막기 위해 △갤럭시노트7을 기내에서 충전하거나 전원을 켜고 사용하지 말고 △수하물로 이 휴대전화를 부쳐서는 안 된다는 임시 규제를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이 규제는 미국에 취항하지 않는 우리나라 항공사 노선에도 적용됐죠. FAA가 “미국에 입항하는 모든 비행기는 FAA 기준을 따라야 한다”는 조건을 붙일 경우 피해갈 수 있는 항공사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럼 우리나라 항공사는 이코노미석 간격을 얼마나 넓게 만들어 두었을까요. 양대 풀서비스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33인치 안팎으로 미국보다 넓게 좌석을 만들어 뒀습니다. 항공여행이 고급 여행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보니 국적기는 미국에 비해 좌석도 좀 더 넓고 서비스도 훌륭합니다.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저가항공사들은 31~32인치가 많습니다. 양대 항공사에 비해 다소 좁네요. 다만 좌우 폭은 대부분 항공사가 19인치 전후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수치는 같은 항공사라도 비행기 기종에 따라 다르고, 같은 기종이라도 좌석 배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납니다. 최근에는 외국 항공사에서 운영하던 ‘프리미엄 이코노미’ 서비스도 국내에 속속 도입되고 있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도입한 신기종 A350에 ‘이코노미 스마티움’이라는 좌석을 도입했습니다. 일반 이코노미석보다 7~10cm 공간을 넓혀 조금 더 편한 여행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국내 저가항공사로는 유일하게 대형기인 보잉 777기를 가지고 있는 진에어도 이에 앞서 큰 덩치를 이용해 앞쪽 공간에 ‘지니 플러스 시트’라고 불리는 좌석을 팔고 있습니다. 좌우 폭은 그대로지만 앞뒤 간격이 최대 37인치(약 94cm)까지 넓어진 좌석입니다. 다만 개인별로 최대 15만 원은 더 내야 합니다.이원주기자 takeoff@donga.com}

7월 19일 일본 도쿄 서남서쪽 태평양 한 복판에서 발생한 제5호 태풍 ‘노루’ 경로가 불안하다. 어디로 튈지 모르게 뱅뱅 돌더니 1일 오전에는 남해 쪽으로 향할 가능성이 있다는 예측이 나왔다. 1일 새벽 한 때 중심기압이 935헥토파스칼, 최대풍속 초속 49m까지 부는 매우 강한 태풍으로 발전해 있는 상태라 주의가 필요하다. 얼마 전까지 일본으로 향할 것 같던 태풍이어서 조금 더 주의해 지켜볼 필요가 있다.일반적으로 태풍은 남쪽으로 내려가는 일이 없다. 꾸준히 북쪽으로 올라간다. 동, 서만 바뀌는데, 처음에는 북서쪽으로 움직이다가 북위 30도 정도에서 동쪽으로 방향을 바꿔 나중에는 북동쪽으로 올라간다. 태풍의 진로를 선으로 그리면 대체로 포물선이 된다. 북위 30도를 기준으로 남쪽에서는 동풍이, 북쪽에서는 서풍이 부는 까닭이다. (풍향은 불어오는 쪽이 기준이다.)하지만 태풍 노루는 태어나자마자 서쪽으로 움직이더니 U턴을 하며 다시 동쪽으로 움직였다가 또 반시계 방향으로 원을 그리면서 일본 도쿄 정남쪽까지 내려갔다. 여기서 방향을 또 틀어서 이제 다시 일본 간사이(關西) 지방을 향해 북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제멋대로 깡충깡충 뛰어다니는 노루처럼 경로도 제멋대로다.비슷한 사례는 작년에도 있었다. 지난해 10번째로 발생한 태풍 ‘라이언록’의 경로도 독특하기로는 ‘노루’에지지 않는다. 처음엔 남서쪽으로 가면서 일본에서 멀어지더니 그러다 S자를 그린 후 다시 U턴을 해서 일본 도쿄 쪽으로 날아갔고, 결국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생을 마감했다. 이 때까지만 태풍 3개가 본토를 덮쳤던 일본은 울상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라이언록’은 홍콩에 있는 바위산 이름이다. 1990년대까지 항공기 조종사로 근무했던 사람들에게는 악명 높았다. 1998년까지 홍콩 관문 역할을 한 ‘카이탁 국제공항’은 해변가에 있었는데, 활주로 연장선상에 이 라이언록(Lion Rock)이 떡하니 버티고 있어 홍콩에 착륙하는 비행기는 직선으로 내리지 못했다. 결국 비행기들은 공항을 오른 쪽에 두고 라이언록을 바라보며 홍콩 도심을 가로질러 접근하다가 착륙 직전 급하게 방향을 틀어 활주로에 내려앉아야 했다. 과거 홍콩 홍보 영상에 지붕 위로 손에 잡힐 것처럼 낮게 나는 비행기가 자주 등장했던 이유도 바로 이 라이언록 때문이었다. 비행기 경로를 비틀어놓은 라이언록이라는 이름이 태풍에 붙으면서 태풍 경로도 비틀어져 버렸다.※1990년대 홍콩 카이탁 국제공항에 급선회하며 착륙하는 비행기들. 자료 : 유튜브 영상이렇게 태풍이 진로를 제멋대로 비틀면서 이동하면 태풍이 살아있는 기간도 길어진다. 한여름 따뜻하게 덥혀진 바다에서 증발하는 수증기가 태풍의 힘을 키우는 먹이다. 바다 위에서 태풍이 오래 살아남으면 힘도 세 진다는 뜻이다. 올해 들어 가장 최근 발생한 제10호 태풍 ‘하이탕’이 만 이틀 만에 생을 달리한 반면 ‘노루’는 지금까지 12일을 살아남았고 앞으로도 약 3~4일 정도는 더 위용을 떨칠 기세다.그렇다고 태풍의 이름과 특성에 연관성이 있는 건 아니다. 태풍 이름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태풍위원회에 속한 14개 회원국에서 제출한 이름을 돌려가며 쓴다. 우리나라에서 노루, 개미, 나리 등 10개를 제출했다. 북한에서도 기러기, 종다리, 민들레 등 10개를 제출하면서 한국어 이름 비중이 늘어났다. ‘라이언록’ 이야기를 하면서 비행기를 잠깐 언급했는데, 태풍과 비행기 사이에 닮은 점이 하나 있다. 막대한 피해를 주면 이름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2003년 극심한 피해를 입혔던 ‘매미’는 이름이 사라지고 ‘무지개’로 대체됐다. 2005년 ‘나비’ 역시 일본에 큰 피해를 준 후 ‘독수리’로 바뀌었다. 비행기의 경우 인명피해가 큰 사고가 발생하면 해당 비행기의 편명을 더 이상 쓰지 않는 관례가 있다. 1997년 괌 안토니오 B.원 팻 국제공항에 착륙하려다 2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한 KE801편도, 2014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안타까운 인명 피해를 냈던 OZ214편도 사고 이후 모두 편명이 바뀌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이번 평창 겨울올림픽은 정신과 전문의와 심리학자들이 상주하면서 선수단과 코치진에 상시로 의학적 심리상담을 해 주는 첫 올림픽입니다.” 평창 겨울올림픽과 패럴림픽의 최고의료책임자(CMO)인 이영희 연세대 원주의료원장은 최근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역대 겨울·여름 올림픽을 통틀어 상시 심리상담을 해주는 올림픽은 평창이 처음”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선수들의 심리는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스포츠 선진국에서는 국가대표 의료진에 심리상담 전문가를 반드시 포함시킬 정도다. 하지만 대부분 여건이 되지 않아 올림픽 선수단 중 상당수가 ‘심리상담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게 현실이다. 개최국에서 심리상담을 해 주는 서비스는 지난해 브라질 리우 올림픽에서 처음 실시했다. 하지만 전문 의료진이나 심리상담가가 아닌 비전문가가 민원을 접수하는 수준에 그쳤다. 그럼에도 상담 신청이 줄을 잇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이 원장에게 평창에 상담 전문가를 배치해 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이 원장은 1998년 나가노 겨울패럴림픽 때부터 국가대표 선수단 주치의로 국제 스포츠계에 발을 들였다. 한국이 겨울올림픽 유치에 뛰어든 2001년부터 평창 올림픽의 의료지원 제안서를 만드는 역할도 했다. 스포츠의료 분야에 쌓아놓은 글로벌 인맥이 넓은 이 원장이 평창 겨울올림픽의 CMO를 맡은 건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결과다. “이왕 하는 거 한국의 최고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세계에 자랑하고 싶었죠. 전 세계인들이 주목하고 있잖아요.” 준비 과정에서 이 원장은 경험이 있는 해외 의료진에 응급의료지원을 위탁하는 게 낫겠다는 제안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이 원장은 이를 단호히 거절하고 우리가 할 수 있다고 버텼다. 한국 스포츠의료계에 귀한 경험이 될 기회를 그냥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 강원 정선에서 열렸던 국제스키연맹(FIS) 주최 월드컵 경기가 한국 의료지원단의 능력을 시험하는 무대가 됐다. “경기를 준비하다 보니 앞이 막막했습니다. 한국에서는 그때까지 올림픽 조건을 충족하는 국제 설상(雪上)대회가 한 번도 열린 적이 없었거든요.” IOC는 경기 도중 부상 선수가 생길 경우 초동조치는 10분 내에 하고, 병원까지는 1시간 안에 이송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종합병원까지 거리가 멀고 경사도 매우 급한 현장 특성을 고려해 헬기를 띄워 선수를 이송하는 연습을 했는데, 헬기 바람에 경기장 입간판과 시설물이 모조리 무너져 버리는 어려움도 겪었다. 이 원장은 “수많은 국제경기를 따라다니면서 배웠지만 실전은 완전히 달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원장이 이끄는 의료지원단은 대회 기간에 실제로 부상을 당한 프랑스 선수를 54분 만에 원주의료원까지 이송해 냈다. 이 원장은 올림픽을 치르면서 의료 분야에서도 ‘올림픽 유산’이라고 불릴 만한 성과를 내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가 주목하는 사례는 2012년 런던이다. “런던 올림픽 때 긴급상황에 대비해 1000명을 대상으로 인공호흡법을 가르쳤어요. 결과가 어땠냐고요? 병원 밖에서 발생한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이 올림픽 후 약 10%포인트 증가했습니다. 의료기관 사정이 열악하고 면적이 넓은 강원도에도 이런 수준의 업적이 필요하지 않을까요?”원주=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이달 상순경 작고 예쁜 새 한 마리가 신문과 인터넷 뉴스 사이트를 장식한 적이 있다. 멸종위기종인 팔색조가 새끼에게 먹이로 줄 작은 뱀을 물고 있는 모습이 사진으로 찍힌 것. 문헌에는 있었지만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실제로 발견된 적이 없었던 장면이다. 이 사진을 찍은 사람은 공무원도 조류 전문가도 아닌, 그저 새가 좋아서 사진을 찍는 애호가였다. 경남 남해군에 사는 장성래 씨(61)가 그 주인공이다. “올해 가뭄이 심했잖아요. 팔색조는 지렁이를 주로 잡아먹는데 날이 가물다 보니 먹이가 바뀌겠다는 생각을 하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죠.” 장 씨가 우리나라 최초로 찍은 사진이 우연이 아니라 지식과 경험에서 나온 결과물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장 씨는 새 사진을 찍기 위해 도감 등을 읽어가며 새의 생태를 철저히 공부한다. 한 번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 산속에 위장망을 치고 열흘이 넘도록 해 뜰 때부터 해 질 때까지 꼼짝 않고 매복하는 일도 흔하다. 장 씨는 “관심이 있어서 공부하고 사진을 많이 찍다 보니 지역 신문에 연재도 하고 책도 쓰게 됐다”며 “지금은 조류학자인 윤무부 경희대 명예교수와도 자주 통화하며 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씨의 ‘새 사랑’은 40여 년 전 바다 한가운데서 싹텄다. 남해군에서 나고 자란 장 씨는 배를 좋아했다. 1976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원양어선에 올라 25년 젊음을 갑판에서 보냈다. 그때 타던 원양어선에 날아와 앉는 새들을 유심히 바라본 것이 시작이었다. “새에 관심이 생기고 나서 내 고향에는 어떤 새가 살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시작했죠. 그러다가 남해에 희귀종이나 천연기념물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요.” 장 씨는 새를 봤는데, 얘기해도 사람들이 믿어주지 않으니 사진을 찍게 됐다. 사진가들 사이에서도 최고 난도로 꼽히는 새 사진을 찍기 위해 촬영 기술을 익히면서 고가 장비에도 손대게 됐다. 지금 가진 카메라와 렌즈 등의 장비 가격은 모두 1000만 원 이상. 무게로 따지면 10kg이 훌쩍 넘는 장비들과 위장망까지 짊어지고 장 씨는 수시로 산에 오른다. 식구들이 혹시 싫어하거나 걱정하진 않는지 묻자 “술 담배를 안 해서 점수를 땄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다행히 식구들도 환경이나 자연에 관심이 많아요. 새 사진을 찍고 돌아오면 같이 보고 가족들과 이야기하고 지냅니다.” 새 사진 중에서도 장 씨는 팔색조 전문이다. 그는 “알록달록한 깃털 색이 너무 예뻐 처음 사진을 찍을 때는 셔터를 어떻게 눌렀는지도 생각나지 않는다”며 “지금은 7년째 팔색조에게 빠져 있다”고 전했다. 그런 장 씨가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남해군의 환경을 보존하면서 그곳에 팔색조가 많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는 것이다. 그는 “남해군은 산 중턱에 유기비료를 뿌리고 농사를 짓던 논밭이 많아 팔색조의 먹이인 지렁이가 풍부한 환경”이라면서 “남해군이 아름다운 새 팔색조가 많은 아름다운 고장으로 전국에 알려졌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오늘 아침 서울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은 모처럼 편히 잤을 듯 하다. 최저기온 24.3도로 ‘열대야’는 없었다. 가시거리도 20km를 넘어 파란 가을 하늘 같은 날씨가 펼쳐졌다. 열대야 기준(최저 25도)은 아니더라도 불쾌지수는 높을 수 있다. 하지만 지난 밤은 제법 쾌적했다. 이유는 습도에 있다. 25일 밤과 26일 아침의 습도는 65% 안팎으로 6월 초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많은 비가 내린 23일 일요일부터 24일 밤까지의 습도는 80%를 훌쩍 넘겼다. 습도가 높으면, 즉 공기 중에 수증기가 많으면 한여름 달아오른 열기를 수증기가 붙잡아 가둔다. 수증기가 이 열을 해가 진 밤 사이 천천히 내뱉는다. 이 때문에 해가 지고 한 밤중이 되어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습도가 낮으면, 해가 지면서 기온이 떨어지기 쉬운 조건이 된다. 실제 서해안과 동해안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지방에서 25일에 비해 26일의 아침 기온이 떨어진 걸로 나타났다. 기온이 같더라도 습도가 낮으면 더 편안한 밤을 보낼 수 있게 된다. 체온 조절에 유리해서다. 습도가 높으면 몸에서 난 땀이 제대로 증발하지 못해 체온을 효율적으로 내려주지 못한다. 불쾌지수도 습도에 비례해서 높아진다. 체온 조절과 감정 조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습도 하나로 잡을 수 있다. 지난 밤은 왜 습도가 낮았을까. 여름철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이 일시적으로 많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일기예보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는 한반도 5.5km 상공에서 확인할 수 있다. 26일 아침 북태평양 고기압은 남쪽으로 크게 밀려나고 뚝뚝 끊어져 있었다. 태평양 곳곳에서 발생한 작은 태풍들도 거대한 북태평양 고기압의 힘을 뺀 모양이다. 약해지고 밀려난 틈새로 차고 건조한 바람이 우리나라 높은 하늘을 흐르고 지나갔다. 높은 하늘의 공기 흐름은 날씨의 ‘추이’에 영향을 미친다. 결과적으로 한반도, 특히 중부지방이 조금 건조해지고 조금 시원해졌다. ‘한여름에 찾아온 선물’ 같은 초가을 날씨는 그리 오래 가지는 못할 전망이다. 당장 26일 오후 북태평양 고기압은 다시 하나로 뭉쳤다. 이번 주 주말에는 다시 북태평양 고기압이 중부지방까지 밀려온다. 그 가장자리에 장마전선이 있다. 곳곳에 떨어질 수 있는 물폭탄 집중호우도, 그 뒤에 이어질 찜통더위도 마음먹고 대비해야 한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남극 횡단도 의미 있지만 더 의미 있는 것은 태양열, 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만 사용해 횡단한다는 점이죠.” 남극 탐험가이자 환경보호운동가인 영국인 로버트 스완 씨(61)는 12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11월 중순부터 약 두 달간 아들 바니 스완 씨(23)와 함께 친환경 에너지만 사용해 남극 대륙을 도보로 횡단할 계획이다. 남극 횡단은 기후변화와 환경 파괴에 대한 전 지구적인 관심을 일깨우기 위해 계획됐으며, 이 같은 취지를 전 세계에 알리는 일환으로 최근 한국을 방문했다. 그가 남극 대륙 1000km를 횡단하며 사용하는 에너지는 태양과 바람뿐. 보통 남극 탐험가들은 음식을 만들고 물을 마시기 위해 에너지로 항공유를 사용한다. 영하 40도까지 떨어지는 날씨 탓에 일반 기름은 쉽게 얼기 때문이다. 항공유는 극저온에서도 얼지 않는 특성이 있다. 하지만 스완 씨 부자는 이번 남극 횡단에서 태양열로 냄비를 가열하는 장비를 사용한다. 취침용 보온기구나 스마트폰 등 통신장비도 휴대용 풍력발전기나 태양전지 등을 활용해 사용한다. 이 행사를 주관하는 글로벌 자연보전 구호기관 W재단은 “해당 기구는 모두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극한 환경에서도 작동하도록 제작한 것”이라고 전했다. 아버지 스완 씨는 과거 극지방을 탐험하던 중 신체에 생긴 변화를 보면서 환경운동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피부가 심하게 상하고 짙은 파란색이던 눈동자가 연한 하늘색으로 변해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니 오존층 파괴로 인해 자외선을 직접 쬐었기 때문이라는 것. 극지방을 탐험할 때마다 목격한 녹고 갈라진 얼음층도 그의 환경운동에 영향을 끼쳤다. 그는 한국을 찾은 이유에 대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가 앞으로 기후변화와 환경 보전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역이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제사회에서 정치 경제적 영향력이 빠르게 커지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이 환경 보호에도 그만큼 관심을 기울이면 파급력이 결코 작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아들 스완 씨는 “7세 때부터 아버지와 함께 남극에 갔는데 이번에는 탐험 과정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올려 더 많은 사람과 환경 보전의 필요성을 공유할 계획”이라며 “더 많은 사람이 환경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 나의 탐험 목표”라고 말했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케냐는 전력 공급은 불안정하고 오토바이는 널린 나라였죠. 이 ‘오토바이 백신 냉장고’는 케냐 사정에 맞게 만든 물건입니다.” 수업을 듣느라 약속 시간에 늦었다며 헐레벌떡 달려온 서울대 기계공학과 대학원생 유종하 씨(26)의 양손에는 작은 아이스박스만 한 상자가 들려 있었다. 서울대 사회공헌단에서 운영하는 ‘착한 공방’에서 만든 백신 보관 냉장고다. 오지 마을 어린이들이 맞을 백신을 운반할 때 오토바이 전원에 선을 연결하면 백신 보관에 적절한 2∼8도를 유지한다. 백 씨는 “약 3년 전 스티로폼으로 처음 냉장고를 만들었고 여러 번 성능을 개선했다”며 “지금은 3D프린터를 이용해 주요 부품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착한공방은 도움이 필요한 해외 지역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제품이나 시스템을 직접 개발해 기부하는 봉사 단체다. 주로 공대생들이 학교에서 제공한 고성능 3D 프린터나 레이저 절단기 등을 사용해 기증할 물건을 직접 만든다. 유 씨와 함께 착한공방에서 활동하는 김지용 씨(23·기계항공공학부 재학)는 올해 초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남쪽으로 800km 떨어진 빈딘 성의 한 학교에 빗물 정수 시스템을 설치하고 왔다. 거의 유일한 수원(水源)인 빗물을 마실 수 있는 수준으로 걸러 주는 시스템이다. 김 씨는 “빗물 정수 시스템을 가동하기 위한 태양광 발전 설비까지 같이 설치하면서 이 학교에서 오히려 전력사정이 나아졌다는 인사를 들었다”고 덧붙였다. 공부와 병행하는 봉사인 만큼 부담이 되기도 한다. 유 씨는 “냉장고 부품 하나를 3D 프린터로 만들려고 12시간 동안 기다리기도 한다”며 “케냐에 가기 직전에는 조금이라도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연구실에서 자정이 넘도록 매달린 날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배우는 게 더 많아요. 연구 자체가 수업과 연계되다보니 전공 공부도 되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행복한 표정을 짓는 현지인들을 만나며 감사하는 마음도 배우는 거죠.” 졸업을 앞둔 김 씨는 “그동안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착한공방에 참여하면서 고가의 정밀기기들을 직접 다뤄볼 수 있어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김 씨는 8월 한 번 더 베트남을 찾는다. 그때는 올해 초에 봤던 열악한 학교 화장실을 고쳐주고 싶어서 교내에서 모금 활동도 벌였다. 그리고 모금에 참여해준 학생들에게 3D 프린터를 이용해 직접 만든 스마트폰 스피커를 나눠주기도 했다. 그는 “단순한 구조의 스피커 하나를 만드는 데도 3개월 동안 설계를 수십 번 바꿔 가며 만들었다”며 “전공 공부를 더 깊이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안상훈 서울대 글로벌사회공헌단장(사회복지학과 교수)은 “착한공방은 학교가 가진 최고 장점인 지식을 활용해 수준 높은 사회공헌활동을 진행하자는 취지”라며 “학생들에게는 지식을 이윤 창출이 아닌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드는 데 쓸 수 있도록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전 세계에서 유니세프 본부 직속 사무소가 배치된 도시는 벨기에 브뤼셀과 일본 도쿄(東京), 그리고 서울 단 3곳뿐입니다. 그만큼 유엔 내에서 공여국으로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의미죠.” 1993년 문을 닫았던 유니세프 서울사무소가 지난달 11일 다시 문을 열었다. 당시에는 한국 아동을 돕기 위한 업무를 했지만 이제는 위상이 180도 바뀌었다. 새로 문을 연 서울사무소는 해외 아동을 도와주기 위해 한국이 할 수 있는 일을 논의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현재 한국은 193개 재정기여국 중 12위 수준의 원조를 하고 있다. 개소 한 달을 채워가는 즈음, 초대 소장인 김수현 소장(사진)을 서울 종로구 서린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우리나라는 원조의 양도 크게 늘었지만 원조를 하는 방식도 다른 나라에서 선례가 없던 방식을 창의적으로 도입하고 있다”며 “유니세프가 서울사무소를 차린 이유는 그 ‘창의적인 공여 방식’을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니세프로 모인 기부금 등 공여 재원을 어떻게 하면 잘 활용할 수 있을지를 연구하는 ‘글로벌 이노베이션 센터’가 있어요. 필립스 등 글로벌 기업이 주로 참여하는데 한국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정부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가진 기술과 혁신 인프라의 능력을 유니세프에서 인정한 것이죠.” 유니세프가 김 소장에게 준 임무도 이 같은 ‘혁신적 펀딩’을 더 활발하게 할 수 있도록 한국 정부와 적극적으로 논의하라는 것이다. 2000년 22세의 나이로 외무고시에 합격해 10년간 외교부에서 근무하다 2010년 유엔으로 자리를 옮긴 김 소장은 이 업무의 최적임자로 꼽혔다. 그는 외교부 근무 때도 많은 외교관이 선호하는 안보나 국익 업무 대신 개발원조 업무를 자청해 맡았다. “외교관이셨던 아버지를 따라 중고교 때 네팔에서 4년을 살았어요. 저는 좋은 환경에 있었지만 문 밖에는 늘 어렵게 지내는 또래들이 있었죠. 현지 또래들과 어울리고 봉사활동을 하면서 자연히 개발원조라는 일에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그가 유엔에서 주로 맡았던 일들도 시리아, 네팔, 차드 등의 원조 구호 업무였다. 모두 내전이나 자연재해로 국민들이 최소한의 안전 보장조차 받기 힘든 나라들이다. 시리아가 국제뉴스에 수시로 언급되는 요즘 김 소장은 요르단-레바논-터키 남부 가지안테프 지역을 통해 시리아에 인도지원 물품을 보내는 업무를 담당했던 기억이 수시로 떠오른다. 그는 “서울사무소장 임기를 잘 마친 후에는 다시 긴급구호가 필요한 현장으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화살을 든 남성 기호(♂)는 힘과 폭력성을, 거울을 든 여성 기호(♀)는 외모 중심주의를 떠올리게 만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남성·여성 기호를 똑같은 모양으로 만들고 이것을 이어 붙여 ‘평등’을 표현했죠.” 세계적 디자이너 홍성민 씨(49)가 구상한 남성·여성 기호는 모양이 똑같다. 남성 기호를 뒤집으면 여성 기호가, 여성 기호를 뒤집으면 남성 기호가 되는 식이다. 이것을 사방으로 이어 붙여 포용과 평등을 상징하는 상자를 만들었다. 홍 씨는 ‘약속 큐브’라고 이름 붙인 이 기호를 주제로 3일부터 서울 종로구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에서 전시회를 연다. “양성 평등 의식은 배우는 게 아니라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접하고 익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번 전시회도 어린 학생들을 주 대상으로 잡고 준비했죠.” 홍 씨가 막연히 양성 평등을 생각하게 된 것도 어릴 때다. 경제적으로 어렵던 어린 시절, 일을 해서 집안 생계를 책임지던 어머니를 보면서 남성과 여성의 역할에 대해 늘 고민해 왔다는 것. 보석 디자이너로 성공한 뒤에는 2006년 여성의전화와 함께 가정폭력 피해 여성 쉼터를 짓기 위한 기금 마련에 재능기부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이 운동에 뛰어들게 됐다. 양성 평등 운동을 하는 만큼 홍 씨는 지난해 5월 서울 서초동에서 벌어진 ‘강남 화장실 살인 사건’ 이후 극심해진 성별 대립 분위기를 안타까워하고 있다. “남녀가 정말 평등해지려면 서로가 서로를 먼저 이해하고 배려하는 분위기가 함께 조성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한 상태에서 이뤄지는 양성 평등은 안정적으로 지속되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홍 씨의 사회운동 이력은 오래됐다. 1995년 동아마라톤(현 서울국제마라톤)에서 처음 시작해 지금은 마라톤 기부의 대명사가 된 ‘1m 1원’ 기부 운동도 처음부터 참여했다. 서울 롯데백화점 본점 앞 환경시계도 홍 씨가 디자인한 작품이다. 앞으로 형편이 어려운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위한 학교를 만들어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고 싶다고 밝혔다. “다문화가정 자녀들에게 예술을 가르치는 학교를 만들고 싶어요. 예술가들에게는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아이들에게는 일반적인 학교에서 접할 수 없는 배움의 기회를 주면 세상이 좀 더 아름다워지지 않을까요.”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산을 좋아하니까 막연히 히말라야를 가 보고 싶어서 비행기 표를 산 게 시작이었어요. 규모가 이렇게 커질 줄은 솔직히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황금연휴에 접어든 지난달 28일, KAIST 경영대학원에 다니는 최민성 씨(37·대림산업 근무)를 비롯해 이 학교 학생 10명이 네팔 카트만두행 비행기에 올랐다. 대부분 30대 이상의 회사원이다. 수하물에는 현지 아이들에게 나눠줄 책가방과 문구류가 가득 찼다. 교내에서 모금행사를 벌여 모은 기부금 1200만 원도 소중히 품에 안았다. 이들은 8박 9일간 카트만두에서 40km 떨어진 오지마을 마하데브베시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학교 이름으로 책 3000권을 기증해 도서관을 만들 예정이다. 출국 직전 최 씨와 이 봉사활동 원정대의 명예지도교수인 윤여선 교수를 서울 동대문구 회기로 KAIST 경영대학원 캠퍼스에서 만났다. “처음에는 그냥 히말라야 트레킹이었어요. 제 인생 버킷리스트였거든요. 1년 전부터 비행기 표를 사 놓고 친한 친구들에게 같이 가자고 했죠. 소식을 듣고 10명이 모인 거예요.” 하지만 함께 모여 짜던 트레킹 일정은 누군가 “지구 가장 높은 곳에 가는 김에 가장 낮은 곳도 봐야 하지 않겠냐”는 말을 던지면서 뒷전이 돼 버렸다. 네팔에서 가장 어려운 곳을 찾아 책을 기증하고 봉사활동을 하자고 의기투합이 되면서 모두 이 준비에 매달리게 된 것. 트레킹 일정은 조정됐고 관광은 아예 일정에서 빠졌다. 학생들이 기존에 지원을 받던 곳 외에 정말 도움이 필요한 곳을 찾기 위해 네팔 현지에 있는 선교사나 교민들과 수없이 연락을 주고받으며 선정한 곳이 마하데브베시다. 2015년 4월 네팔에서 발생한 규모 7.9 대지진으로 마을 전체가 쑥대밭이 됐지만 워낙 오지라 구호의 손길이 잘 미치지 못한다는 얘기를 듣고 지원을 결정했다. 최 씨는 “이곳 아이들이 계곡에서 굴러온 돌을 주워 깨서 건축 자재로 팔아 하루 1000원 남짓한 생활비를 벌고 있다고 들었다”며 “아이들 손에 돌 대신 책을 쥐여 주고 싶어서 도서관을 만들어 주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봉사단은 지난달 중순부터 약 열흘간 교내 곳곳에 포스터를 붙이고 기부금을 모았다. 누군가는 포스터에 나온 네팔 학생들이 입은 옷을 똑같이 입고 나타나 모금에 열을 올렸다. 윤 교수는 “봉사활동 준비를 하기 위해서라면 수업에 들어오지 않아도 된다”며 학생들을 격려했다. “강의실 안에서 경영학을 배우는 것보다 넓은 세상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길을 현장에서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성원은 학교 안팎에서 뜨거웠다. 자녀가 있는 학생들 중에는 아이들 이름으로 중복 기부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KAIST 경영대학원에서는 네팔 학생들에게 선물할 책가방을 기부했다. 최 씨가 다니는 대림산업에서도 이 소식을 듣고 대림미술관을 통해 학용품 세트 1100개를, 또 다른 학생의 직장인 삼성물산에서는 비누 등 위생용구 세트를 쾌척했다. 최 씨는 “비행기를 탈 때 짐 무게 때문에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면 기쁘게 내겠다”며 도와준 학생들과 회사에 감사를 표했다. 윤 교수는 “흘려 넘길 수 있는 제안을 실행에까지 옮긴 학생들의 추진력에 감탄했다”며 “최 씨의 후배들이 이 행사를 이어받아 ‘히말라야 16좌’를 모두 밟아볼 때까지 봉사와 기부가 계속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미·중은 지금 한반도정세를 6·25전쟁후 가장 위험한 단계로 보고 있다. 북한이 6차실험까지 저울질 하고 있어 폭군 김정은의 핵광기가 한반도를 어디로 하이잭킹할까 불안에 휩싸였다. 먼저 연속적 유엔제재에도 북한이 붕괴하지 않는 원인을 살펴야 한다. 수많은 유엔제재와 한·미·일 EU 등의 제재에도 붕괴하지 않는 이유는 ①우상화 ②유일영도체계 10대원칙③정치범수용소 ④공개처형과 암살 ⑤ 전인민에 대한 전인민적 감시체제⑥태생적 허위 기만술책⑦중국의 보호 ⑧햇볕정책 등이다. 유일영도체계는 김일성일가의 3대세습체제를 위해서 2,500만 주민들의 목숨을 담보로 하고 있다. 인명이 물건과 짐승처럼 수단화 도구화 됐다. 김일성의 목 뒤 혹만 언급해도 ‘말반동’으로 찍혀 정치범수용소로 직행한다. 정치범수용소에 연좌제로 끌려간 온가족들은 수감기간중 강제노동과 기아로 대부분 죽는다. 굶주린 수감자들은 지렁이와 개구리 뱀 쥐로 배를 채우고 수용소는 기아와 강제노동, 고문, 불법처형으로 시산시해(屍山屍海)를 이룬다. 강철환은 수용소 내 뱀 한 마리는 소 한 마리만큼 큰 횡재라고 ‘수용소의 노래’에서 털어놓았다. 허위 기만 술책은 70여년간 이어온 3대세습 폭정의 속성이다. 김인룡 주유엔 북한차석대사는 지난 2월 북한 공작원들이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범한 김정남 독살을 북한 체제 전복을 노리고 미국과 한국이 꾸며낸 ‘정치적 조작소동’이라고 음해를 했다. 그는 암살에 사용된 VX맹독가스도 한국이 반입했을 것이라면서 적반하장식 책임전가를 했다. 요즘 종편TV에 자주 출연하는 강명도,강철환,고영환과 신동혁 등 탈북자들과 북한을 다녀온 전문가들 수기와 증언록을 모두 정독했다. 결론은 북한은 노예집단이었다. 태영호 전 북한공사도 자식들에게 노예의 사슬을 끊어주기 위해 탈북했다고 했다. 정치범수용소 경험자들은 짐승보다 못한 한 맺힌 ‘노예생활’을 피눈물로 증언했다. 작년 미국 공화당 강령은 북한을 “김정은 일가의 노예국가”로, 민주당 강령은 “가학적 독재자가 통치하는 지구상에서 가장 억압적 정권”이라고 규정했다. 작년 5월 유럽연합(EU) 외교위원회 카티 피리 의원(네덜란드 노동당)은 북한 해외 노동자들을 ‘현대판 노예’라고 낙인했다. 프랑스 인권운동가 피에르 리구로는 지난 1월 벨기에 일간지 ‘라 리브르 벨지크’ 기고에서 김정은을 국제형사재판에 회부하는 것 만이 노예상태의 북한주민들을 구출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했다. 히틀러와 스탈린은 각각 12년, 32년간 정치범수용소를 운영했다. 이들 정치범수용소는 두 독재자의 사망과 함께 당대로 막을 내렸지만 김일성 일가의 정치범수용소는 70년간 3대세습을 통해 60여년간 계승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일부 정치인들의 몰지각한 표퓰리즘적 친북언행과 한미동맹을 폄훼하는 안보불감증은 백척간두에 선 대한민국호에 큰 파장을 몰고올까 두렵다. 대권주자들은은 북한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진상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 핵개발비를 대준 햇볕정책 세력이 탄핵으로 폐허가 되다시피한 보수의 궤멸을 헤집고 정권을 다 잡은듯 경거망동하는 것은 나라의 운명을 더욱 위태롭게 할뿐이다.이원주기자 takeoff@donga.com}

“미세먼지 주범으로 무조건 노후 경유차를 꼽는 것은 행정편의주의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건 정확한 측정 시스템을 도입해 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차를 골라내는 겁니다. 연식이 오래됐다고 무조건 폐차를 유도하면 오히려 더 많은 오염물질이 배출될 수 있어요.” 공기가 탁한 날이 늘어나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노후 경유차 운행을 제한하는 정책도 강조한다. 하지만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사무실에서 만난 임기상 ‘자동차 10년 타기 시민연합’ 대표(59)는 ‘노후 경유차 책임론’에 단호하게 이의를 제기했다. 임 대표는 “노후 자동차가 내뿜는 미세먼지나 오염물질의 양보다 새 차를 만들 때 배출되는 양이 훨씬 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유럽에서는 새 차 한 대를 만들 때 배출되는 공기 오염물질의 양이 차를 약 6년 반 동안 운행할 때 나오는 양보다 더 많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임 대표는 “노후차 환경 대책이 성과를 보려면 폐차 지원금을 주고 새 차를 사도록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 검사 때 시행하는 배기가스 측정 방식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는 배기가스에 포함된 온실가스나 미세먼지 양을 ‘적합’과 ‘부적합’으로만 구분합니다. 하지만 영국에서는 이 등급을 세부적으로 나눠서 상태가 많이 안 좋은 차량에 대해 교체를 유도합니다. 이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어요.” 그러면서 그는 “요즘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들은 보통 100만 km까지 탈 수 있도록 튼튼하게 제작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정비만 잘 받는다면 오래 타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실제 그가 지금 타고 있는 차량도 2000년에 만들어진 소형 ‘베르나’ 차량이다. 옛 차주가 폐차하려던 차량을 냉큼 인수한 뒤 3년째 타고 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새 차를 사 본 적이 없다는 임 대표는 자동차 검사 결과지까지 내보이며 “연식이 17년이나 됐지만 문제도 불편도 없다”고 강조했다. 올해는 임 대표가 자동차 10년 타기 운동을 한 지 20년이 되는 해다. 1998년 서울 문래동에서 자동차 정비업소를 운영하던 임 대표는 정비소 고객들이 차를 고치는 비용을 아까워하면서 새 차 구입을 고려하는 모습을 보고 운동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자료를 찾아보니 당시 전체 차량 중 10년이 넘은 차량 비율은 3%밖에 안 되더군요. 제 수명을 반도 못 쓰고 버려지는 차들이 아까워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20년간 눈에 띄는 성과도 있었다. 당시 3% 수준이던 ‘10년 차’ 비율은 지금은 30%를 넘겼다. 차를 오래 탈수록 자동차세를 최대 50%까지 감면해주는 정책도 임 대표가 주도해 이끌어냈다. 지속적으로 동일한 결함이 발견되는 차량이 있으면 앞장서서 리콜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자동차 제조업체에서 싫은 소리도 많이 들었지만 그는 지금까지 캠페인을 계속하고 있다. 지금은 전국 자동차 정비업체에 노후 차를 저렴한 가격에 정비할 수 있는 노하우를 전하고 있다는 임 대표는 “환경을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안전하게 준법 운전을 하겠다는 운전자의 인식”이라고 강조했다. “동아일보에서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는 ‘시동 꺼 반칙운전’ 캠페인을 응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환경도 사람이 지키고 새로운 자동차 문화도 사람이 만들어가는 것이니까요.”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제가 출연한 영화 ‘겨울 나그네’ 마지막에 주인공 민우가 자살하는 장면이 나오죠. 그때 흐르는 곡이 데미스 루소스 목소리의 ‘Follow Me’입니다. 이 곡의 원곡이 클래식 기타 협주곡으로 유명한 로드리고의 ‘아란후에스 협주곡 2악장 아다지오’죠. 이 곡을 들을 때마다 스스로 세상을 등진 이 영화의 곽지균 감독이 생각나네요.” 우리에게 영화배우와 탤런트로 잘 알려진 방송인 강석우 씨(60)가 최근 ‘강석우의 청춘 클래식’이란 제목의 책을 냈다. 이 책은 2년 전부터 CBS 라디오에서 클래식과 가곡을 소개하는 ‘아름다운 당신에게’(오전 9시)를 진행하고 있는 강 씨가 프로그램에서 들려준 자신의 생각이나 추억을 클래식 음악과 함께 실은 것이다.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던 형식의 방송이죠. 클래식은 어렵고 경건하게 들어야 한다는 편견을 깨고 편하게 듣고 즐기는 방송을 만들고 싶습니다.” 이 책은 보기에 따라 그 자신의 일기장이자 에세이이기도 하다. 중학생 때 음악을 좋아했지만 형편이 여의치 않아 쇼윈도 너머 진열된 악기를 하염없이 바라만 봤던 사연, 인기 모바일 게임 ‘포켓몬고’ 열풍을 보면서 아버지와 자식 간의 세대 차를 느낀 사연 등 지극히 평범한 내용들을 담았다. 그리고 자신이 생각하기에 그 느낌에 가장 맞다고 생각하는 클래식 음악과 음반을 수록했다. 글의 느낌이 사라지기 전에 휴대전화로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QR코드도 덧붙였다. “클래식도 다른 음악과 똑같이 즐기고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느낀 감성, 생각들과 맞는 곡들을 소개하고 스마트폰으로 바로 들을 수 있도록 한 거죠. 옛일을 추억하면서 클래식을 듣다가 곤한 단잠에 빠져들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생각으로요.” “내 클래식 지식은 바다에 무릎을 담근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그가 이 프로그램에 들인 노력은 작지 않다. 수년 전부터 공부한 일본어로 일본 클래식 서적과 웹사이트를 매일같이 뒤진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도 시간만 나면 클래식 정보를 찾았다. 공부는 머리에만 그치지 않았다. 베토벤 교향곡 6번 ‘전원’의 느낌을 보다 잘 느끼기 위해 아예 귀가 잘 안 들린 베토벤처럼 귀를 막고 거리를 걷기도 했다. 그는 영화배우, 탤런트, DJ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데 대해 “무대에서 쓰러지고 싶다며 한 우물만 파는 선후배들도 있지만 나는 여러 우물을 파면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인 것 같다”며 “배우도 하고, DJ도 하고, 책도 쓰면서 변해 가는 삶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어떤 면에서는 연기를 위해 인내를 해야 하는 배우 생활보다 지금이 훨씬 좋은 것 같기도 하다”며 웃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한국 땅에서 한국인에게 39년간 허락되지 않던 자리가 있다. 그리고 39년 만에 금한(禁韓)의 벽을 깬 사람이 있다. 서울 중구 소월로 그랜드 하얏트서울 호텔이 개관한 이후 첫 한국인 셰프로 지난달 부임한 하형수 페이스트리 셰프(45)가 그 주인공이다. “셰프직 제안을 받고 소화불량에 걸릴 정도로 부담이 됐었습니다.” 최근 초콜릿 향과 과일 향이 어우러진 호텔 페이스트리 코너에서 만난 하 셰프는 “처음이라는 자부심과 함께 새로운 길을 잘 열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도 느낀다”며 이같이 말했다. 하얏트를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호텔을 운영하는 다국적 브랜드는 한식당을 운영하는 곳을 제외하면 한국인 셰프를 잘 두지 않는다. 세계 어디에서도 동일한 수준의 접객 서비스와 음식 맛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신선한 현지 식재료가 음식 맛을 좌우하는 다른 요리 분야에 비해 제과 부문은 요리사의 능력이 훨씬 더 부각되는 분야라서 더욱 엄격하다. 하 셰프는 이런 ‘유리벽’을 어떻게 깼을까. 스스로는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것에 도전해 온 것이 좋은 결과를 보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요리사 길을 걷기 시작한 것부터 도전이었습니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성악을 전공했어요. 하지만 노래를 부르고 무대에서 내려올 때마다 알 수 없는 허무함을 느꼈죠.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창의적인 분야에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여러 길을 찾다 대학 전공을 식품공학과로 하면서 요리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제과 분야를 택한 이유도 밀가루와 물, 달걀과 우유 등 가루와 액체로 창의적인 작품을 만드는 제과제빵 분야에 매력을 느껴서라고 하 셰프는 설명했다. 하지만 처음 요리에 발을 디딘 1990년대에는 ‘한국 사람은 제 맛을 낼 수 없다’는 편견이 지금보다 강했다. 조리복을 입은 지 10년째 되던 2002년 하 셰프는 유학을 결심했다. 결혼 이틀 만에 신혼여행도 생략한 채 아내와 함께 프랑스 리옹으로 떠났다. “프랑스에서 10대 중반인 현지인들과 함께 급여도 거의 없는 스타주(수련 요리사)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프랑스어도 전혀 몰랐어요. 언어 장벽, 문화 장벽에 세대차까지 느끼며 힘들게 공부했습니다. 아내가 유일한 위로였어요.” 하루 15시간 넘게 조리대 앞을 떠나지 않았다. 다리에 무리가 와서 하지정맥류 수술까지 받아야 했지만 실력은 빠르게 늘었다. 4년 만에 한국 땅을 다시 밟았을 때는 이곳저곳에서 영입 제안이 들어왔다. 하 셰프는 주로 새로 개관하는 호텔에서 일했다. “새로운 시도를 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제과 분야 요리사에게 새로운 시도란 뭘까. 질문을 던지자 하 셰프는 “잠시만 기다리라”며 주방으로 들어가더니 10여 분 만에 접시에 디저트 요리를 하나 담아 나왔다. 처음에는 어른 주먹 크기만 한, 하얀 생크림이 덮인 뭔가로 보였다. 하지만 숟가락으로 요리를 탁 치자 ‘바삭’ 하는 경쾌한 소리를 내며 겉껍질이 깨지고 안에 숨어 있던 화사한 색깔의 디저트가 드러났다. “화이트데이 때부터 새로 내놓을 디저트입니다. 예쁜 모양과 맛은 이제는 당연한 거잖아요. 먹을 때 손님들도 직접 참여하면서 맛, 멋 외에 다른 요소까지 즐길 수 있는 디저트를 만들어야죠.” 39년 만의 한국인 셰프에게 사람들은 ‘한국적인 디저트’도 기대하고 있지는 않을까. 그는 ‘감’에 주목하고 있다. “감이라는 과일을 의외로 해외에서 잘 모르더라”며 “감의 단맛을 이용한 디저트 등 우리나라 과일을 사용한 디저트를 시작으로 세계에서 통할 ‘우리 맛’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약 2시간 동안 주방의 요리사들과 매장의 직원들은 정신없이 움직였다. 하 셰프는 이런 자신의 ‘부하’들에게 시종일관 존댓말을 쓰며 온화한 얼굴로 대했다. 드라마 속 ‘까칠하고 고집 센 셰프’와는 다른 인상이었다. 그런 드라마 속 셰프와 다른 것 같다고 마지막으로 물었다. “5년 전까지는 호통을 많이 쳤습니다. 하하. 그런데 저도 기분이 안 좋으면 요리에 그게 드러나더군요. 손님과 후배들은 어떻겠어요. 지금은 혹 직원들에게 지적을 하더라도 반드시 웃으며 푸는 시간을 가집니다. 디저트는 그래야 달콤해지니까요.”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