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태

이윤태 기자

동아일보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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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의 반대는 허위가 아닌 망각.

oldsport@donga.com

취재분야

2026-04-21~2026-05-21
정치일반32%
선거18%
정당13%
국회11%
인사일반5%
사회일반5%
미국/북미5%
행정5%
인물3%
국제정세3%
  • 버스 멈춘 순간 5층건물 와르르…주민들 “평소에도 불안”

    “‘펑’하는 소리가 나더니 갑자기 건물이 와르르 무너지더라고요. 땅 전체가 울리는 느낌이었어요.” 9일 오후 4시 22분경 광주 동구 학동에서 철거 공사 중인 5층 건물이 무너졌다. 사고 당시 맞은 편 인도를 걸어가던 A 씨는 당시만 생각하면 아직도 온몸이 떨리고 불안감이 밀려든다. 건물이 내려앉으면서 폭음과 함께 건물 잔해가 가림막을 밀어내고 도로 쪽으로 쏟아졌다. 도로 옆 버스 정류장에 승객을 태우기 위해 멈춰 있던 ‘54번’시내버스를 순식간에 덮쳤다. 버스는 종잇장처럼 찌그러졌다.● 도로 쪽으로 잔해 쏟아져 피해 키워 건물 붕괴 현장 앞을 지나던 시민 3명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며 황급히 현장을 벗어났다. 주변을 지나던 차들은 줄줄이 급제동하며 멈춰 섰고, 일부 운전자는 추가 붕괴를 우려했는지 다급히 차량을 후진하기도 했다. 사고 현장에서 철거작업을 하던 공사 관계자 1명이 흙먼지를 덮어쓰고 허겁지겁 뛰쳐나왔고 주변을 살핀 후 급히 사고 현장을 떠났다. 기울어지듯 건물이 붕괴하면서 잔해는 왕복 7차로 도로의 절반 이상을 가로막는 등 도로의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사고 당시 아찔했던 순간은 현장을 비추고 있던 건너편 상점 폐쇄회로(CC)TV에 고스란히 담겼다. 이날은 건물 주변 정리를 한 뒤 철거 작업을 시작한 지 이틀 째 되는 날이었다. 5층 건물 맨 위에 굴착기를 올려 한 개 층씩 철거하며 내려가는 방식이었다. 건물 안쪽부터 바깥 방향으로 건물 구조물을 조금씩 부숴갔다. 현장에는 굴착기 1대와 작업자 2명이 있었고 현장 주변에는 신호수 2명이 근무 중이었다. 갑자기 건물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자 작업자 4명은 무너진 건물에서 극적으로 피했다. 사고 당시 건물 안에는 작업자가 없었다. 피해자 대부분은 버스를 타고 있던 승객이었다.버스 안에는 운전사를 포함해 17명이 타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버스가 완전히 흙더미에 매몰되면서 정확한 인원을 파악하기 힘들었다. 오후 10시 현재 9명이 사망했고 8명이 크게 다친 채 구조됐다. 대부분 버스 뒤쪽에서 발견됐다. 건물이 도로 쪽으로 붕괴되면서 피해도 컸다.● 주민들, 평소에도 불안감 느껴 사고 현장은 학동4구역 재개발사업 구역으로 사업면적은 12만6433㎡다. 재개발사업은 낡은 상가와 주택을 철거하고 지상 29층, 지하 2층 아파트 19개 동 2282채를 새로 짓기 위해 철거를 하던 중이었다. 주민들은 평소에도 사고 현장을 지날 때 불안감을 느꼈다고 한다. 한 주민은 “철거공사를 한다는데 보기에도 너무 허술했다. 저러다 무너지겠다 싶었다”고 혀를 찼다. 사고 직후 학동에서 화순 방면 도로 운행이 전면 통제됐다. 퇴근 시간대와 겹치면서 일대에는 교통 대란을 빚었다. 소방당국은 날이 저물고 사고 현장에 잔해가 많아 구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버스가 가스로 연료를 사용해 폭발 위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거 방식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또 다른 주민은 “철거한 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건물이 무너진 것을 보면 건물의 주요 부분을 건드린 것 아닌가 싶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광주시소방본부 관계자는 “철거 중에 건물이 붕괴했다는 것 외에는 현재로서는 원인을 예단하기 어렵다”며 “구조 작업을 마친 후 합동 조사를 통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광주=이형주 기자peneye09@donga.com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 2021-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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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밤10시 넘자 강남역 앞은 ‘야외 클럽’…술자리-즉석만남

    “몇 명이서 오셨어요? 방 잡아뒀는데 같이 한 잔 더 해요.” 토요일이던 5월 29일 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 2명이 대뜸 또래 여성들에게 말을 걸었다. 여성들은 거절 의사를 내비쳤지만 계속 함께 술을 마시자며 채근했다. 여성들이 재빨리 지나쳐가자 이들은 개의치 않는다는 듯 다른 여성들에게 향했다. 젊은이들이 자주 찾는 클럽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다. 이들이 즉석 만남을 시도한 장소는 서울 강남구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 큰길이었다. 이때는 오후 10시 15분경으로 방역수칙에 따라 주점이나 음식점들이 문을 닫은 시점이었다. 최근 주말이나 휴일 심야에 서울 강남 등 번화가 거리들이 대형 클럽을 방불케 하는 ‘야외 용광로’로 바뀌고 있다. 오후 10시 이후 유흥시설의 영업금지 조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젊은이들이 몰려나와 북새통을 이룬다. 마땅히 갈 곳이 없다 보니 길에 모여드는 것이지만, 일부는 5명 이상 모여 술을 마시는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수칙을 어기는 경우도 있었다. 온라인에서 ‘가장 핫(hot)하다’고 지목한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 거리는 지난달 28일 오후 10시 이후 인파가 많아 쉽게 지나가기도 어려웠다. 강남역에서 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까지 500m 정도 되는 길이 축제라도 열린 듯 시끌벅적했다. 한쪽에선 승용차 스피커로 크게 음악을 틀어놓은 채 젊은 남녀 20∼30명이 거리낌 없이 춤을 추고 있었다. 인근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모 씨(32)는 “주말엔 차를 가져와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추는 이들이 자주 보인다. 거리 전체가 울릴 정도”라고 전했다. 혼란한 분위기 속에서 방역수칙은 다소 뒷전인 모습도 보였다. 마스크를 내린 채 캔 맥주를 들고 담배를 피우는 이들이 많았고, 골목 곳곳에서 예닐곱 명씩 모여 술을 마시고 있었다. 밤 12시가 넘어가도 뜨거운 분위기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한 20대 남성은 “친구랑 셋이서 놀러 왔다. 10시까지만 마시게 하니까 아쉬워서 좀 더 시간을 보내다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클럽 등에서 벌어지는 즉석 만남 시도도 끊이지 않았다. 대체로 “숙박업소를 예약해뒀으니 함께 가서 술을 마시자”는 제안이었다. 마스크를 끼고 있다가도 즉석 만남을 시도할 땐 마스크를 내리는 이들이 많았다. 대학생 이모 씨(21)는 “파티 룸 형태로 된 방을 하나 빌렸다. 10시 이후 말을 걸면 성공률이 높다”고 말했다. 김모 씨(21·여)도 “10시에 술집은 문을 닫았지만 더 놀고 싶어서 (같이 놀 사람들을) 살펴보고 있다”며 웃었다. 거리에서 만난 20대들에 따르면 이들은 ‘에어비앤비’ 같은 숙박 공유 서비스를 애용한다고 한다. 모텔 등 상주직원이 있는 숙박업소는 방역수칙 탓에 단체로 빌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유 숙박은 소유주와 직접 소통해서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것. 한 20대 남성은 “앱에선 ‘4인 이하 가능’이라 표기해두지만 실제로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직장인 은모 씨(28)는 “약속을 마치고 집에 가는데 술 취한 이들이 마구잡이로 다가와 2차를 제안했다. 갑자기 마스크까지 내리고 가까이 다가와 불편했다”고 전했다. 인근 빌딩에서 경비 업무를 맡고 있는 이모 씨(84)는 “벌써 이런 지 꽤 됐다. 방역수칙을 어기는 모습을 자주 보지만 다들 혈기왕성한 데다 술에 취해 제지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한 구청 관계자는 “야외 음주 현장은 민원 신고가 들어올 때마다 방역기동반이 나가서 계도 활동을 하고 있다”며 “다만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상시 순찰이 어려워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조응형 yesbro@donga.com·이윤태 기자}

    • 2021-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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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정민씨 친구 폰 포렌식…경찰, ‘그날’ 상황 파악 나서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손정민 씨(22)와 술을 마셨던 A 씨의 휴대전화가 실종 당일 사라진 지 35일 만에 발견됐다. A 씨가 “술에 취해 착각해서 손 씨의 휴대전화를 가져갔다”고 주장한 뒤 경찰과 민간잠수부 등은 해당 휴대전화를 찾기 위해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벌여왔다. 서울경찰청은 “30일 오전 11시 29분경 한강공원 반포안내센터 직원이 ‘한 환경미화원이 습득해 제출한 휴대전화가 있다’며 서초경찰서에 신고했다. 확인 결과 A 씨의 휴대전화가 맞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전원이 꺼진 상태로 발견된 A 씨의 휴대전화는 충전 뒤 정상 작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 씨가 알려준 비밀번호를 입력해 A 씨의 것임을 확인했다고 한다. 휴대전화의 발견 시점은 신고가 들어온 30일보다 이전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휴대전화는 조만간 디지털 포렌식 작업과 지문 감식 등을 통해 당시 상황과 관련된 내용이 있는지 확인할 예정이다. 서초경찰서 측은 “휴대전화를 습득한 60대 환경미화원을 불러 대면 조사를 벌였다. 기억이 명확하지 않아 습득 시점과 장소에 대해 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전했다. A 씨의 휴대전화는 손 씨의 실종 때부터 행방이 묘연했다. A 씨는 당일 술을 마신 뒤 손 씨의 휴대전화를 가지고 혼자서 귀가했다. 이후 사라진 A 씨의 휴대전화에 당시 상황을 파악할 정보가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경찰 등은 휴대전화를 찾기 위해 공원 주변은 물론이고 한강 아래까지 수색했다. 휴대전화 발견 전날인 29일 A 씨 측 법률 대리를 맡고 있는 정병원 변호사는 입장문을 내고 “A 씨는 손 씨와 술을 마시기 시작한 시점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블랙아웃’을 겪어 7시간가량 기억이 거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A 씨는 손 씨를 만나기 전 다른 술자리에서도 술을 마신 것으로 전해졌다. A 씨가 술자리에서 입었던 티셔츠를 버린 것에 대해서는 “해당 티셔츠는 2장에 1만 원 정도 하는 옷이다. 신발과 마찬가지로 오래 입어 낡은 상태였고 토사물까지 묻어서 버렸을 뿐이다. 당시엔 이렇게 중요한 문제가 될 줄 몰랐다”고 설명했다. 손 씨의 아버지 손현 씨(50)는 같은 날 경찰 수사에 대해 또 다른 의문을 제기했다. 손 씨는 “경찰이 발표한 수사 진행 상황 가운데 일부 내용은 우리가 들은 목격자의 제보와 다르다”고 주장했다. 손 씨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실종 당일 아들과 A 씨의 사진을 촬영한 목격자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목격자는 “경찰이 사진을 ‘A 씨가 손 씨를 깨우는 장면’이라고 발표했는데, 전혀 깨우려는 느낌이 아니었다. 경찰에 정확하게 진술했는데 전달이 잘못됐다”고 썼다. 손 씨는 “증인 진술이 경찰 발표에서 어떻게 왜곡되는지 알 수 있다”며 불신을 드러냈다. 경찰은 이에 대해 “목격자 조사에서 확인된 내용”이라고 답했다.이윤태 oldsport@donga.com·김윤이 기자}

    • 2021-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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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견된 故손정민 친구 폰 정상작동…미스터리 풀릴까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 숨진 채 발견된 손정민 씨(22)와 술을 마셨던 A 씨의 휴대전화가 실종 당일 사라진 지 35일 만에 발견됐다. A 씨가 “술에 취해 착각해서 손 씨의 휴대전화를 가져갔다”고 주장한 뒤 경찰과 민간잠수부 등은 해당 휴대전화를 찾기 위해 대대적인 수색 작업을 벌여왔다. 서울경찰청은 “30일 오전 11시 29분경 한강공원 반포안내센터 직원이 ‘한 환경미화원이 습득해 제출한 휴대전화가 있다’며 서초경찰서에 신고했다. 확인 결과 A 씨의 휴대전화가 맞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A 씨의 휴대전화는 사건 초기부터 손 씨 사망 사건과 관련해 큰 관심을 받아왔다. 실종 당일 A 씨는 술을 마신 뒤 손 씨의 휴대전화를 가지고 혼자서 귀가했다. 이후 행방이 묘연한 A 씨의 휴대전화에 당시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가 남아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경찰 등이 휴대전화를 찾기 위해 공원 주변은 물론 한강 아래까지 수색을 벌였다. ‘휴대전화 기종이 다른데 어떻게 잘못 가져갈 수 있느냐’ 등의 관련 의혹들도 쏟아졌다. 경찰에 따르면 되찾은 A 씨의 휴대전화는 충전 뒤 정상 작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휴대전화의 디지털 포렌식 작업과 지문 감식 등을 통해 당시 상황과 관련된 내용이 있는지 확인할 예정이다. 경찰 측은 “아울러 환경미화원이 언제 어떻게 해당 휴대전화를 습득했는지 등에 대해서도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휴대전화가 발견되기 전날인 29일 A 씨 측 법률 대리를 맡고 있는 정병원 변호사는 입장문을 내고 “A 씨는 손 씨와 술을 마시기 시작한 시점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블랙아웃’을 겪어 7시간가량 기억이 거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A 씨는 손 씨를 만나기 전 다른 술자리에서도 술을 마신 것으로 전해졌다. A 씨가 술자리에서 입었던 티셔츠를 버린 것에 대해서는 “해당 티셔츠는 2장에 만 원 정도 하는 옷이다. 신발과 마찬가지로 오래 입어 낡은 상태였고 토사물까지 묻어서 버렸을 뿐이다. 당시엔 이렇게 중요한 문제될 줄 몰랐다”고 설명했다. 손 씨의 아버지 손현 씨(50)는 같은 날 경찰 수사에 대해 또 다른 의문을 제기했다. 손 씨는 “경찰이 발표한 수사 진행상황 가운데 일부 내용은 우리가 들은 목격자의 제보와 다르다”고 주장했다. 손 씨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실종 당일 아들과 A 씨의 사진을 촬영한 목격자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목격자는 “경찰이 사진을 ‘A 씨가 손 씨를 깨우는 장면’이라고 발표했는데, 전혀 깨우려는 느낌이 아니었다. 경찰에 정확하게 진술했는데 전달이 잘못됐다”고 썼다. 손 씨는 “증인 진술이 경찰 발표에서 어떻게 왜곡되는지 알 수 있다”며 불신을 드러냈다. 경찰은 이에 대해 “목격자 조사에서 확인된 내용”이라고 답했다.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 2021-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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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주 챙기느라… 할머니들 ‘돌봄 감옥살이’

    “‘감옥살이’ 하는 것 같아. 출소 날짜만 기다리는.” 맞벌이하는 딸 부부를 대신해 손자들을 보살피는 할머니 조민경 씨(68)는 요즘 온몸에 파스로 도배를 하고 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손자 돌봄을 오롯이 책임지면서 노동의 강도가 극도로 심해졌다. 고등학생이 된 손녀딸은 그나마 낫다. 9세 손자는 끼니는 물론 온갖 놀이도 같이 해줘야 한다. 낯선 컴퓨터 원격수업까지 챙기고 나면 머리가 띵할 정도.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손자들이지만 하루 종일 붙어 있다 보니 갈수록 지쳐간다. “친구들 못 본 지는 1년이 다 돼가는 것 같아. 노래교실이나 등산 같은 취미생활도 못 해본 지 오래됐지. 애들 수업 들을 땐 물 한 잔 마시러 가는 것도 발소리를 죽여야 해. 감옥이 따로 있나. 꼼짝달싹 못 하니 이게 감옥이지.” 서울대 국제이주와 포용사회센터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아동 돌봄 가중으로 피해를 입은 또 다른 주인공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다. 만 12세 이하 자녀를 둔 부모의 약 38%가 “교육·보육시설의 휴원 휴교 기간에 조부모의 지원을 받았다”고 답했다. 연령별로는 60대가 71.1%였으며, 70대 이상도 23.6%나 됐다. 돌봄을 도와준 조부모는 아무래도 할머니(93.7%)로 할아버지(6.3%)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하루 종일 집에 있는 손자들을 돌보는 건 할아버지 할머니에겐 신체적으로도 과도한 업무다. 10세 손녀를 돌보는 할머니 김자옥(가명·75) 씨는 1년 동안 체중이 5kg 이상 빠졌다고 한다. 김 씨는 “원래도 무릎이 안 좋은데 코로나19 이후 통증이 더 심해졌다”며 “외출도 못 하고 운동도 못 하다 보니 무릎이 시큰거려 서 있기도 힘들 정도”라고 털어놨다.유채연 ycy@donga.com·이윤태 기자}

    • 2021-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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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1년, 육아-라이프 밸런스 ‘육라밸’이 무너졌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1년이 넘어가니 번아웃(Burnout·소진)이 왔어요. 회사에도 애들한테도 죄책감이 들고…. 우울증 진단까지 받았네요.”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 박지연(가명·44) 씨는 1년째 코로나19 감염의 두려움보다 더 큰 고통에 시달렸다. 바로 ‘자녀 돌봄’이다. 맞벌이인 박 씨는 재택근무 덕에 돌봄 공백은 겨우 면했지만 몸과 정신이 남아나질 않았다. 코로나19 이후 그의 하루는 쉴 틈이 없다. 눈뜨자마자 아이들 끼니 챙기다 보면 해가 저물었다.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인 아이들은 종일 엄마 곁만 맴돌았다. “엄마, 이것 좀.” “엄마, 심심해.” 컴퓨터 앞에 앉기가 무섭게 보채는 아이들. 회사 일이 제대로 될 리 없었다. 언제부터일까. 박 씨는 점점 신경이 곤두섰다. 아이들에게 내는 짜증도 잦아졌다. 자영업자인 남편은 코로나19로 힘겨운 상황. 새벽에 출근했다 밤 12시쯤 들어와 곯아떨어졌다. 결국 박 씨는 버티다 못해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다. “우울증 치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박 씨는 지난달 휴직을 신청했다. 코로나19 1년. 출구가 보이지 않는 터널 속에서 우리네 엄마 아빠들이 지쳐 쓰러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장기화로 자녀 돌봄의 한 축인 학교 등 교육·보육 시설이 휴원, 휴교를 반복하며 부모의 돌봄 책임이 절대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서울대 국제이주와 포용사회센터(CTMS)’가 한국갤럽과 함께 만 0∼12세 자녀를 둔 전국의 부모 201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엄마의 주중 평균 돌봄 시간이 전업주부는 14시간 37분, 맞벌이는 5시간 18분이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아빠 역시 주중 평균 2, 3시간씩 부담이 증가했다. 이로 인해 직장을 가진 엄마는 52.4%가 “돌봄 부담에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아빠 역시 3명 가운데 1명꼴(33.4%)로 회사를 관둬야 할지 고민했다. 실제로 설문에 응한 직장인 엄마의 20.2%가 코로나19 이후 직장을 관뒀으며, 이들 가운데 49.2%가 ‘자녀 돌봄을 위해서’라고 답했다. 엄마 32.2%와 아빠의 19.6%는 “코로나19가 더 길어질 경우 휴직하겠다”고 응답했다. 국내에서 코로나19 관련 자녀 돌봄의 고충을 심층 조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CTMS 센터장인 은기수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코로나19로 사회의 아이 돌봄 기능이 중단되며 가정이 붕괴에 내몰렸다”고 분석했다. ‘돌밥돌밥’ 미로에 갇힌 엄마… 전업주부 육아 하루 8→11시간 급증[코로나 1년, 무너진 육라밸]휴교로 늘어난 돌봄 부담은 엄마 몫휴교 자녀에 나흘내내 삼시세끼… 잔소리 늘어 자녀와 관계도 나빠져직장맘 52% 재택근무때도 육아… 아빠 참여 늘었지만 18% 수준돌봄 맡길 사람 못구한 맞벌이는… 아이들만 집에 있는 상황 벌어져“전업주부인 친구가 ‘돌밥돌밥’이라더니, 애들 끼니 챙기는 게 이렇게 힘들 줄 몰랐어요.” 인천에 사는 워킹맘 김경아 씨(44)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재택근무에 들어간 뒤 ‘돌봄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느꼈다. ‘돌아서면 밥 차리고, 돌아서면 밥 차린다’를 줄인 돌밥돌밥은 주부들이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쓰는 신조어. 김 씨도 요즘 “잠깐 자리에 앉아 허리를 펼라치면 밥할 시간이 돌아온다”며 한숨지었다. “초등학생 2명이 같이 등교하는 날이 딱 하루만 겹쳐요. 나흘 내내 세 끼를 집에서 다 해야 하는 거죠. 새벽부터 서둘러도 아침에 일에 집중할 시간이 1, 2시간밖에 안 나요. 정말 엄마들이 왜 여기저기가 아픈지 알 거 같아요.” 자녀들과의 관계도 이전보다 더 나빠진 느낌이다. 온라인수업을 받다 보니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학습 태도에 잔소리만 늘어갔다. 김 씨는 “그나마 실시간 원격수업은 곧잘 듣고 있는데, 영상만 틀어주는 수업은 애들이 딴짓하기 일쑤”라며 “일을 하다가도 몇 번씩 들어가서 꾸중을 하다 보니 애들도 힘들어한다”고 털어놨다. 재택근무를 하는 입장에서 계속 애들만 챙길 수도 없는 노릇. 김 씨는 결국 최근 아이들을 오후엔 ‘학원 뺑뺑이’를 돌리고 있다. 김 씨는 “코로나19 이전보다 사교육비가 2배 이상 늘어난 거 같다”며 “신체적 피로는 둘째 치고 경제적 정신적 부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했다.○ 아이를 돌보는 건 여전히 엄마의 몫서울대 국제이주와 포용사회센터(CTMS)가 올해 3월 전국 만 0∼12세 자녀를 둔 부모 2016명(남성 1014명, 여성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코로나19와 한국의 아동 돌봄’에서는 부모들의 자녀 돌봄 고충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특히 여전히 아이를 키우는 책임의 무게추가 엄마 쪽으로 기울어진 한국 사회에서 코로나19는 엄마의 어깨를 무겁게 짓눌렀다. 실제로 자녀의 교육·보육시설이 문을 닫았을 때 ‘낮 시간에 누가 아이를 돌봤느냐’는 질문에 전업주부의 89.2%가 ‘본인’이라고 답했다. 맞벌이인 경우에도 엄마의 32.7%가 자녀를 챙겨야 했다. 맞벌이의 경우 아빠는 11%, 외벌이인 경우엔 아빠의 3%만이 아이를 돌봤다고 말한 것과 큰 차이를 보였다. 물론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할 경우엔 아빠의 돌봄 참여가 확실히 늘어났다. 17.6%가 아이를 돌봤다고 답했다. 하지만 재택근무를 한 직장인 엄마의 52.4%가 아이를 돌봤다고 답한 것과 여전히 격차가 크다. 재택근무마저 할 수 없는 맞벌이 부부는 더욱 고통스러웠다. 경기 고양시에서 다섯 살 쌍둥이를 키우는 최주현(가명·36) 씨는 지난해부터 남편과 매주 돌아가며 연차를 써야 했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지방에 사는 데다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이모님’도 고용할 수 없었다. 최 씨는 “어린이집은 긴급돌봄을 신청하면 휴원해도 등원시킬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눈치가 보여 쉬운 일이 아니었다”며 “애들을 집에만 내버려둘 수도 없어 주중에 3일은 긴급돌봄 등원하고, 2일은 남편과 내가 연차를 내 아이들을 봤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서울대 조사에서 직장인 부모들의 73%는 사회적 거리 두기에 계속해서 직장에 출근했다고 답했다. 재택근무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82%가 “직장에서 재택근무를 실시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아이 홀로 두고 CCTV 켜놓고 출근” 이렇다 보니 가정에서 보호자도 없이 만 0∼12세의 아동들만 집에 있는 일까지 자주 벌어졌다. 설문조사에 응한 부모의 약 40%가 “최근 3개월 사이에 아이들이 어른 없이 1시간 이상 있었던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물론 대부분 초등학생 이상이긴 했지만, 하루 평균 7시간 이상 아이들끼리만 있었던 경우도 14.2%나 됐다.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키우는 엄마 서은미(가명) 씨도 집안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고 아이를 집에 홀로 뒀다고 한다. 서 씨와 남편 모두 아침 일찍 직장에 출근하는 데다 따로 돌봄을 맡길 친척도, 사람도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어쩔 수 없이 출근길에 나서지만 줄곧 CCTV만 바라보며 마음을 졸인다. 서 씨는 “부부가 먼저 출근하다 보니 아이가 홀로 등교 준비를 한다. 오후에도 애가 집에 혼자 있는데,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이러고 있나 싶어서 운 적이 많다”고 했다. 전업주부의 스트레스도 극심하다. 전업주부는 기존에도 자녀 돌봄의 부담이 집중돼 힘겨웠지만, 코로나19 이후 돌봄 시간이 절대적으로 늘었을 뿐 아니라 일의 강도도 훨씬 커졌다. 설문에 응한 전업주부는 돌봄 시간이 1일 평균 약 3시간씩 늘어 총 11시간에 이르렀다. 아이 셋을 키우는 전업주부 주은혜(가명·45) 씨는 “학교는 긴급돌봄이 맞벌이 부부만 가능하다고 제한한다. 남편은 일에 바빠 육아는 모르쇠로 일관한다”며 “애들한텐 미안하지만 그나마 학원에 가 있을 때가 유일하게 숨을 쉴 수 있는 시간”이라고 하소연했다. 돌봄노동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이토 펭 캐나다 토론토대 사회정책학과 교수는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 상황에선 직장은 부모들이 자녀를 돌보도록 재택근무와 출퇴근 시간 조정 등 유연한 업무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며 “가족을 돌보는 직장인이 일터에서 차별이나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정책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손주 챙기느라… 할머니들 ‘돌봄 감옥살이’ “조부모가 돌봄 지원” 38% 달해외출도 못해 건강 나빠지기 일쑤 “‘감옥살이’ 하는 것 같아. 출소 날짜만 기다리는.” 맞벌이하는 딸 부부를 대신해 손자들을 보살피는 할머니 조민경 씨(68)는 요즘 온몸에 파스로 도배를 하고 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손자 돌봄을 오롯이 책임지면서 노동의 강도가 극도로 심해졌다. 고등학생이 된 손녀딸은 그나마 낫다. 9세 손자는 끼니는 물론 온갖 놀이도 같이 해줘야 한다. 낯선 컴퓨터 원격수업까지 챙기고 나면 머리가 띵할 정도.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손자들이지만 하루 종일 붙어 있다 보니 갈수록 지쳐간다. “친구들 못 본 지는 1년이 다 돼가는 것 같아. 노래교실이나 등산 같은 취미생활도 못 해본 지 오래됐지. 애들 수업 들을 땐 물 한 잔 마시러 가는 것도 발소리를 죽여야 해. 감옥이 따로 있나. 꼼짝달싹 못 하니 이게 감옥이지.” 서울대 국제이주와 포용사회센터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아동 돌봄 가중으로 피해를 입은 또 다른 주인공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다. 만 12세 이하 자녀를 둔 부모의 약 38%가 “교육·보육시설의 휴원 휴교 기간에 조부모의 지원을 받았다”고 답했다. 연령별로는 60대가 71.1%였으며, 70대 이상도 23.6%나 됐다. 돌봄을 도와준 조부모는 아무래도 할머니(93.7%)로 할아버지(6.3%)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하루 종일 집에 있는 손자들을 돌보는 건 할아버지 할머니에겐 신체적으로도 과도한 업무다. 10세 손녀를 돌보는 할머니 김자옥(가명·75) 씨는 1년 동안 체중이 5kg 이상 빠졌다고 한다. 김 씨는 “원래도 무릎이 안 좋은데 코로나19 이후 통증이 더 심해졌다”며 “외출도 못 하고 운동도 못 하다 보니 무릎이 시큰거려 서 있기도 힘들 정도”라고 털어놨다.아빠도 안팎 고통… 아내는 “당신만 버냐” 상사는 “네가 애 보냐”[코로나 1년, 무너진 육라밸]“자녀돌봄 애썼는데” 억울한 아빠맞벌이 아빠 육아시간 18% 늘어… “일과 병행 너무 힘들다” 토로직장인 아빠 70% “가정에 미안”… 아빠 64% “피곤”- 47% “화 늘어”엄마보다 낮지만 무시못할 수준… 전문가 “남성 육아휴직 확대해야” “어디 가서 말은 못 하지만 솔직히 좀 억울하죠.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터진 뒤엔 육아도 집안일도 많이 하거든요. 최선을 다하는데도 뭐라 그러니….” 6세 딸을 키우는 아빠 안정훈(가명) 씨는 최근 부인의 “좀 더 적극적으로 육아에 참여하라”는 원망에 울컥 서운했다. 안 씨는 지난해 여름부터 줄곧 주 2, 3회씩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집에 있는 날에는 매일 출근하는 부인을 대신해 온종일 자신이 딸을 돌본다. 안 씨는 “코로나19 이전은 몰라도 지금은 가사 일도 많이 한다”며 “서로 힘들다 보니까 자꾸 다툴 일이 느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사정을 모르는 친구들은 ‘재택근무해서 편하겠다’고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아이는 놀아 달라, 챙겨 달라 칭얼대고, 회사는 회사대로 집에서 노는 것 아니냐며 눈치를 준다. 중간 관리자 급이라 할 일은 태산인데 어디에도 제대로 집중을 못 하는 것 같아 스스로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애한테도 미안하죠. 하다못해 놀이터라도 가서 놀아줘야 하는데 집에만 있으니 얼마나 답답하겠어요. 괜히 저도 와이프나 애한테 신경질을 부리고 있더라고요. 코로나19는 언제 끝날지도 모르겠고, 성격만 버리고 가족 관계만 해치는 게 아닌가 걱정됩니다.” ○ 직장인 아빠 70% “코로나로 가정에 미안” 한국 사회에서 ‘보통 아빠’는 가사나 자녀 문제에서 엄마에게 미안하다. 같이 맞벌이를 해도 아무래도 엄마의 부담이 크다. 하지만 자녀 돌봄에서 아빠 역시 자유롭지는 않다. 특히 코로나19로 부모의 돌봄 책임이 커지며 아빠의 부담도 적지 않게 늘어났다. 서울대 국제이주와 포용사회센터(CTMS)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아빠의 70.7%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2020년 12월∼2021년 2월) 동안 일과 육아의 병행이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맞벌이 아빠의 주중 평균 자녀 돌봄 시간은 코로나19 이전보다 18.4%, 외벌이 아빠도 19.5%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맞벌이인 아빠 박정규(가명·46) 씨는 코로나19 이후에 이전보다 2시간 이른 오전 5시에 일어나 출근하고 있다. 일찍 출근해 일을 하면 일찍 퇴근할 수 있는 ‘유연근로제’를 이용하기 위해서다. 부인이 가게를 하기 때문에 등교가 들쑥날쑥하는 초등학교 2학년 딸을 돌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박 씨는 “그래봤자 하루 한두 시간 더 애를 보는 거지만 주말까지도 ‘혼자만의 시간’이 확 줄어드니 체감하는 힘겨움은 확실히 크다”고 털어놨다. 자녀 돌봄에 제대로 기여하지 못하는 외벌이 아빠도 마냥 편하지는 않다. CTMS 설문조사에서도 직장인 아빠의 70%가 “코로나19 상황에서 가족과 자녀에게 더 신경 쓰지 못해 미안했다”고 토로했다. 두 아이를 키우는 직장인 아빠 김현수(가명) 씨도 마찬가지였다. 회사 정책상 지난해도 올해도 재택근무를 거의 한 적이 없다. 결국 전업주부인 부인이 1년 넘게 홀로 자녀를 돌보다시피하는 ‘독박 육아’를 감당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퇴근했더니 부인이 불 꺼진 방에서 홀로 울고 있는 걸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김 씨는 “나도 나름 힘들다는 생각에 아내와 다툼이 늘었는데, 이 정도 심각한지 몰랐던 스스로가 너무 한심했다. 너무 미안해서 함께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전했다.○ “남성의 육아 위한 사회적 대책 마련해야” 이렇다 보니 아빠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스트레스가 엄마만큼 크게 늘어났다. 설문에 응한 아빠들은 64.4%가 ‘코로나19로 평소보다 피곤하다’고 답했다.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는 경우가 더 늘었다’가 46.6%였으며, ‘어디서도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대답도 38.4%나 됐다. 각각 엄마보다는 10∼20% 정도 낮았지만 무시해도 좋을 수치는 아니었다. 자녀 돌봄을 위해 육아휴직이나 재택근무를 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상황인 아빠들도 적지 않았다. 노승철(가명) 씨는 지난해 말 태어난 아이를 위해 육아휴직을 신청하려 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회사 분위기 탓에 말도 꺼내기 어려웠다. 노 씨는 “한 동료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더니 ‘아이는 와이프가 낳았는데, 왜 당신이 휴직하느냐’는 핀잔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전지원 서울대 국제이주와 포용사회센터 책임연구원은 “아빠의 돌봄 참여는 돌봄 휴가나 육아휴직을 쓸 때 회사에서 대체 인력을 마련하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며 “남성 육아휴직이 공기업이나 일부 대기업에 국한되지 않도록 세심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젊은 아빠들 휴직에 이직까지MZ세대 “육아도 공정하게 분담을”2030아빠 39%만 “육아는 엄마 몫” “육아에 지친 아내도 돕고,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어요.” 11년 차 직장인인 김동길 씨(38)는 지난달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지친 부인의 돌봄 부담을 덜어주고 싶어서다. 게다가 부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좀 더 가족을 제대로 챙겨보자고 뜻을 모았다. 김 씨는 “이것저것 재다가 언제 아이들과 함께하겠냐 싶어 휴직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자녀 돌봄 시간이 늘면서 육아와 가사에 대한 아빠들의 가치관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서울대 국제이주와 포용사회센터의 설문조사에서 ‘아이는 주로 엄마가 돌봐야 한다’는 문항에 20, 30대 아빠들은 39%가 그렇다고 답했다.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40대(50%)나 50대(62%)보다 확실히 나아진 수치다. 코로나19로 힘겨운 시간이지만 아빠들이 나름대로 노력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맞벌이 아빠의 1일 평균 돌봄 시간은 코로나19 이전 3시간 8분에서 이후 3시간 42분으로 늘었다. 외벌이 아빠도 2시간 28분에서 2시간 57분으로 증가했다. 엄마와 비교하면 한참 부족하지만 개선의 가능성이 엿보인다. 적극적인 공동육아에 나서며 오히려 일을 줄이는 아빠들도 있다. 전업주부로 나선 문희곤 씨(34)는 “한 명은 아이를 돌봐야 하는데 아내 급여가 더 높아 내가 주로 집안일을 담당하기로 했다”며 “육아와 가사는 돕는 게 아닌 함께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용인에서 아빠 육아모임을 이끄는 정보기술(IT) 개발자 최대훈 씨(39)도 “코로나19로 커진 돌봄 부담을 아내와 공평하게 나누려 한다. 최근 잔업이 적은 회사로 이직을 했다”고 말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기성세대는 양육의 불공정을 바로잡는 데 적극적이지 못했다. 공동육아는 MZ세대의 ‘공정성’ 중시가 젠더 측면에서도 드러나는 것”이라고 했다.이윤태 oldsport@donga.com·유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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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밥돌밥’ 미로에 갇힌 엄마… 전업주부 육아 하루 8→11시간 급증

    “전업주부인 친구가 ‘돌밥돌밥’이라더니, 애들 끼니 챙기는 게 이렇게 힘들 줄 몰랐어요.” 인천에 사는 워킹맘 김경아 씨(44)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재택근무에 들어간 뒤 ‘돌봄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느꼈다. ‘돌아서면 밥 차리고, 돌아서면 밥 차린다’를 줄인 돌밥돌밥은 주부들이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쓰는 신조어. 김 씨도 요즘 “잠깐 자리에 앉아 허리를 펼라치면 밥할 시간이 돌아온다”며 한숨지었다. “초등학생 2명이 같이 등교하는 날이 딱 하루만 겹쳐요. 나흘 내내 세 끼를 집에서 다 해야 하는 거죠. 새벽부터 서둘러도 아침에 일에 집중할 시간이 1, 2시간밖에 안 나요. 정말 엄마들이 왜 여기저기가 아픈지 알 거 같아요.” 자녀들과의 관계도 이전보다 더 나빠진 느낌이다. 온라인수업을 받다 보니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학습 태도에 잔소리만 늘어갔다. 김 씨는 “그나마 실시간 원격수업은 곧잘 듣고 있는데, 영상만 틀어주는 수업은 애들이 딴짓하기 일쑤”라며 “일을 하다가도 몇 번씩 들어가서 꾸중을 하다 보니 애들도 힘들어한다”고 털어놨다. 재택근무를 하는 입장에서 계속 애들만 챙길 수도 없는 노릇. 김 씨는 결국 최근 아이들을 오후엔 ‘학원 뺑뺑이’를 돌리고 있다. 김 씨는 “코로나19 이전보다 사교육비가 2배 이상 늘어난 거 같다”며 “신체적 피로는 둘째 치고 경제적 정신적 부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했다.○ 아이를 돌보는 건 여전히 엄마의 몫서울대 국제이주와 포용사회센터(CTMS)가 올해 3월 전국 만 0∼12세 자녀를 둔 부모 2016명(남성 1014명, 여성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코로나19와 한국의 아동 돌봄’에서는 부모들의 자녀 돌봄 고충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특히 여전히 아이를 키우는 책임의 무게추가 엄마 쪽으로 기울어진 한국 사회에서 코로나19는 엄마의 어깨를 무겁게 짓눌렀다. 실제로 자녀의 교육·보육시설이 문을 닫았을 때 ‘낮 시간에 누가 아이를 돌봤느냐’는 질문에 전업주부의 89.2%가 ‘본인’이라고 답했다. 맞벌이인 경우에도 엄마의 32.7%가 자녀를 챙겨야 했다. 맞벌이의 경우 아빠는 11%, 외벌이인 경우엔 아빠의 3%만이 아이를 돌봤다고 말한 것과 큰 차이를 보였다. 물론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할 경우엔 아빠의 돌봄 참여가 확실히 늘어났다. 17.6%가 아이를 돌봤다고 답했다. 하지만 재택근무를 한 직장인 엄마의 52.4%가 아이를 돌봤다고 답한 것과 여전히 격차가 크다. 재택근무마저 할 수 없는 맞벌이 부부는 더욱 고통스러웠다. 경기 고양시에서 다섯 살 쌍둥이를 키우는 최주현(가명·36) 씨는 지난해부터 남편과 매주 돌아가며 연차를 써야 했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지방에 사는 데다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이모님’도 고용할 수 없었다. 최 씨는 “어린이집은 긴급돌봄을 신청하면 휴원해도 등원시킬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눈치가 보여 쉬운 일이 아니었다”며 “애들을 집에만 내버려둘 수도 없어 주중에 3일은 긴급돌봄 등원하고, 2일은 남편과 내가 연차를 내 아이들을 봤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서울대 조사에서 직장인 부모들의 73%는 사회적 거리 두기에 계속해서 직장에 출근했다고 답했다. 재택근무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82%가 “직장에서 재택근무를 실시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아이 홀로 두고 CCTV 켜놓고 출근” 이렇다 보니 가정에서 보호자도 없이 만 0∼12세의 아동들만 집에 있는 일까지 자주 벌어졌다. 설문조사에 응한 부모의 약 40%가 “최근 3개월 사이에 아이들이 어른 없이 1시간 이상 있었던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물론 대부분 초등학생 이상이긴 했지만, 하루 평균 7시간 이상 아이들끼리만 있었던 경우도 14.2%나 됐다.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키우는 엄마 서은미(가명) 씨도 집안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고 아이를 집에 홀로 뒀다고 한다. 서 씨와 남편 모두 아침 일찍 직장에 출근하는 데다 따로 돌봄을 맡길 친척도, 사람도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어쩔 수 없이 출근길에 나서지만 줄곧 CCTV만 바라보며 마음을 졸인다. 서 씨는 “부부가 먼저 출근하다 보니 아이가 홀로 등교 준비를 한다. 오후에도 애가 집에 혼자 있는데,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이러고 있나 싶어서 운 적이 많다”고 했다. 전업주부의 스트레스도 극심하다. 전업주부는 기존에도 자녀 돌봄의 부담이 집중돼 힘겨웠지만, 코로나19 이후 돌봄 시간이 절대적으로 늘었을 뿐 아니라 일의 강도도 훨씬 커졌다. 설문에 응한 전업주부는 돌봄 시간이 1일 평균 약 3시간씩 늘어 총 11시간에 이르렀다. 아이 셋을 키우는 전업주부 주은혜(가명·45) 씨는 “학교는 긴급돌봄이 맞벌이 부부만 가능하다고 제한한다. 남편은 일에 바빠 육아는 모르쇠로 일관한다”며 “애들한텐 미안하지만 그나마 학원에 가 있을 때가 유일하게 숨을 쉴 수 있는 시간”이라고 하소연했다. 돌봄노동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이토 펭 캐나다 토론토대 사회정책학과 교수는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 상황에선 직장은 부모들이 자녀를 돌보도록 재택근무와 출퇴근 시간 조정 등 유연한 업무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며 “가족을 돌보는 직장인이 일터에서 차별이나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정책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윤태 oldsport@donga.com·유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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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젊은 아빠들 휴직에 이직까지

    “육아에 지친 아내도 돕고,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어요.” 11년 차 직장인인 김동길 씨(38)는 지난달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지친 부인의 돌봄 부담을 덜어주고 싶어서다. 게다가 부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좀 더 가족을 제대로 챙겨보자고 뜻을 모았다. 김 씨는 “이것저것 재다가 언제 아이들과 함께하겠냐 싶어 휴직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자녀 돌봄 시간이 늘면서 육아와 가사에 대한 아빠들의 가치관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서울대 국제이주와 포용사회센터의 설문조사에서 ‘아이는 주로 엄마가 돌봐야 한다’는 문항에 20, 30대 아빠들은 39%가 그렇다고 답했다.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40대(50%)나 50대(62%)보다 확실히 나아진 수치다. 코로나19로 힘겨운 시간이지만 아빠들이 나름대로 노력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맞벌이 아빠의 1일 평균 돌봄 시간은 코로나19 이전 3시간 8분에서 이후 3시간 42분으로 늘었다. 외벌이 아빠도 2시간 28분에서 2시간 57분으로 증가했다. 엄마와 비교하면 한참 부족하지만 개선의 가능성이 엿보인다. 적극적인 공동육아에 나서며 오히려 일을 줄이는 아빠들도 있다. 전업주부로 나선 문희곤 씨(34)는 “한 명은 아이를 돌봐야 하는데 아내 급여가 더 높아 내가 주로 집안일을 담당하기로 했다”며 “육아와 가사는 돕는 게 아닌 함께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용인에서 아빠 육아모임을 이끄는 정보기술(IT) 개발자 최대훈 씨(39)도 “코로나19로 커진 돌봄 부담을 아내와 공평하게 나누려 한다. 최근 잔업이 적은 회사로 이직을 했다”고 말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기성세대는 양육의 불공정을 바로잡는 데 적극적이지 못했다. 공동육아는 MZ세대의 ‘공정성’ 중시가 젠더 측면에서도 드러나는 것”이라고 했다.이윤태 oldsport@donga.com·유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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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빠도 안팎 고통… 아내는 “당신만 버냐” 상사는 “네가 애 보냐”

    “어디 가서 말은 못 하지만 솔직히 좀 억울하죠.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터진 뒤엔 육아도 집안일도 많이 하거든요. 최선을 다하는데도 뭐라 그러니….” 6세 딸을 키우는 아빠 안정훈(가명) 씨는 최근 부인의 “좀 더 적극적으로 육아에 참여하라”는 원망에 울컥 서운했다. 안 씨는 지난해 여름부터 줄곧 주 2, 3회씩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집에 있는 날에는 매일 출근하는 부인을 대신해 온종일 자신이 딸을 돌본다. 안 씨는 “코로나19 이전은 몰라도 지금은 가사 일도 많이 한다”며 “서로 힘들다 보니까 자꾸 다툴 일이 느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사정을 모르는 친구들은 ‘재택근무해서 편하겠다’고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아이는 놀아 달라, 챙겨 달라 칭얼대고, 회사는 회사대로 집에서 노는 것 아니냐며 눈치를 준다. 중간 관리자 급이라 할 일은 태산인데 어디에도 제대로 집중을 못 하는 것 같아 스스로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애한테도 미안하죠. 하다못해 놀이터라도 가서 놀아줘야 하는데 집에만 있으니 얼마나 답답하겠어요. 괜히 저도 와이프나 애한테 신경질을 부리고 있더라고요. 코로나19는 언제 끝날지도 모르겠고, 성격만 버리고 가족 관계만 해치는 게 아닌가 걱정됩니다.” ○ 직장인 아빠 70% “코로나로 가정에 미안” 한국 사회에서 ‘보통 아빠’는 가사나 자녀 문제에서 엄마에게 미안하다. 같이 맞벌이를 해도 아무래도 엄마의 부담이 크다. 하지만 자녀 돌봄에서 아빠 역시 자유롭지는 않다. 특히 코로나19로 부모의 돌봄 책임이 커지며 아빠의 부담도 적지 않게 늘어났다. 서울대 국제이주와 포용사회센터(CTMS)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아빠의 70.7%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2020년 12월∼2021년 2월) 동안 일과 육아의 병행이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맞벌이 아빠의 주중 평균 자녀 돌봄 시간은 코로나19 이전보다 18.4%, 외벌이 아빠도 19.5%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맞벌이인 아빠 박정규(가명·46) 씨는 코로나19 이후에 이전보다 2시간 이른 오전 5시에 일어나 출근하고 있다. 일찍 출근해 일을 하면 일찍 퇴근할 수 있는 ‘유연근로제’를 이용하기 위해서다. 부인이 가게를 하기 때문에 등교가 들쑥날쑥하는 초등학교 2학년 딸을 돌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박 씨는 “그래봤자 하루 한두 시간 더 애를 보는 거지만 주말까지도 ‘혼자만의 시간’이 확 줄어드니 체감하는 힘겨움은 확실히 크다”고 털어놨다. 자녀 돌봄에 제대로 기여하지 못하는 외벌이 아빠도 마냥 편하지는 않다. CTMS 설문조사에서도 직장인 아빠의 70%가 “코로나19 상황에서 가족과 자녀에게 더 신경 쓰지 못해 미안했다”고 토로했다. 두 아이를 키우는 직장인 아빠 김현수(가명) 씨도 마찬가지였다. 회사 정책상 지난해도 올해도 재택근무를 거의 한 적이 없다. 결국 전업주부인 부인이 1년 넘게 홀로 자녀를 돌보다시피하는 ‘독박 육아’를 감당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퇴근했더니 부인이 불 꺼진 방에서 홀로 울고 있는 걸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김 씨는 “나도 나름 힘들다는 생각에 아내와 다툼이 늘었는데, 이 정도 심각한지 몰랐던 스스로가 너무 한심했다. 너무 미안해서 함께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전했다.○ “남성의 육아 위한 사회적 대책 마련해야” 이렇다 보니 아빠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스트레스가 엄마만큼 크게 늘어났다. 설문에 응한 아빠들은 64.4%가 ‘코로나19로 평소보다 피곤하다’고 답했다.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는 경우가 더 늘었다’가 46.6%였으며, ‘어디서도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대답도 38.4%나 됐다. 각각 엄마보다는 10∼20% 정도 낮았지만 무시해도 좋을 수치는 아니었다. 자녀 돌봄을 위해 육아휴직이나 재택근무를 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상황인 아빠들도 적지 않았다. 노승철(가명) 씨는 지난해 말 태어난 아이를 위해 육아휴직을 신청하려 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회사 분위기 탓에 말도 꺼내기 어려웠다. 노 씨는 “한 동료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더니 ‘아이는 와이프가 낳았는데, 왜 당신이 휴직하느냐’는 핀잔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전지원 서울대 국제이주와 포용사회센터 책임연구원은 “아빠의 돌봄 참여는 돌봄 휴가나 육아휴직을 쓸 때 회사에서 대체 인력을 마련하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며 “남성 육아휴직이 공기업이나 일부 대기업에 국한되지 않도록 세심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유채연 ycy@donga.com·이윤태 기자}

    • 2021-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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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카오톡 먹통 2시간 만에 정상화…백업 파일 사라져 ‘분통’

    카카오톡이 5일 밤 접속되지 않거나 모바일 메시지 수신이 불가능한 오류가 발생한 지 2시간 만에 복구됐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이 먹통이 되자 이용자들은 혼란을 겪었다. 카카오는 6일 오전 12시 20분경 공식 트위터를 통해 “5일 밤 9시 47분부터 6일 오전 12시 8분까지 일부 사용자들의 카카오톡 메시지 수신이 원활하지 않고 PC버전 로그인이 실패하는 장애가 있었다”며 “현재는 긴급 점검이 완료돼 정상적으로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불편을 겪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5일 오후 10시7분경에는 트위터를 통해 “현재 일부 사용자들의 카카오톡 로그인 실패, 메시지 수신이 원활하지 않아 긴급 점검 중”이라고 알렸다. 카카오톡 이용자들은 전날 오후 10시경부터 카카오톡 PC버전의 접속과 메시지 송·수신에 대한 불편을 호소했다. 한 누리꾼은 ‘카카오톡 먹통’을 알리는 기사 댓글을 통해 “(카톡으로) 중요한 업무 연락 중이었는데 갑자기 먹통이 돼 백업을 한 뒤 지웠다 다시 깔았더니 백업 파일도 없어졌다. 아무리 공휴일이라지만 긴급점검을 2시간 넘게 하는 게 말이 되나”며 분통을 터트렸다. 또 다른 누리꾼은 “포털 실검(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이 없으니 나만 카톡이 안 되는 줄 알고 몇 번이나 폰을 껐다 켜며 한참을 씨름했다”고 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카카오톡이 멈추자 대한민국도 멈췄다” “긴급 상황이 터졌을 때 카카오톡이 안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아찔하다”와 같은 반응이 쏟아졌다. 월간 이용자가 5000만 명에 이르는 SNS 카카오톡에 이 같은 광범위한 장애가 발생한 것은 지난해 3월 17일 이후 약 1년 2개월 만이다. 이 때도 약 33분 간 카카오톡 메시지 송·수신이 원활하지 않아 이용자들의 불편을 겪었다. 이윤태기자 oldsport@donga.com}

    • 2021-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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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대북전단금지법 이후 첫 살포 엄정 처리”

    경찰이 최근 발생한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사건을 엄정히 수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이 3월 30일 시행된 뒤 첫 전단 살포 사례가 나오자 경찰이 강경 대응 입장을 밝힌 것이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2일 최근 자유북한운동연합이 대북전단을 살포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엄정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김 청장은 한미 정상회담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대북전단 살포가 남북 간의 불필요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음에도 경찰의 초동조치가 미온적이고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질책과 함께 담당 부서에 이 같은 지시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지난달 25∼29일 비무장지대(DMZ)와 인접한 경기도와 강원도 일대에서 두 차례에 걸쳐 대북전단 50만 장, 소책자 500권, 미화 1달러 지폐 5000장을 대형 풍선 10개에 담아 북한으로 날려 보냈다고 지난달 30일 발표했다. 탈북민인 박 씨가 이끄는 자유북한운동연합은 통일부가 최초로 집계한 2010년 이후 지난해까지 60여 차례 대북전단을 날렸다. 이 사건을 조사 중인 서울경찰청 안보수사대는 박 씨가 공개한 전단 살포 영상의 촬영 시점과 장소, 날려 보낸 전단의 수량 등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가담자 규모도 파악할 방침이다. 대북전단금지법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 전단 살포 등의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법 위반 시 최대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지거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경찰은 “대북전단금지법 시행으로 대북전단 살포를 제지할 명확한 근거가 생겼다”며 “위법행위가 사실로 확인되면 법대로 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 2021-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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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대선 ‘신속 PCR 검사’… 검체 채취 95분만에 “음성”

    23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자연대 강의실험연구동 앞 지상 주차장에 설치된 조립식 구조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검체 채취부터 채취한 검체를 곧바로 분석할 수 있는 시설이 한자리에 모인 신속 분자진단 검사소가 있는 곳이다. 26일 검사소 정식 오픈을 앞두고 서울대는 23일 교직원 30여 명을 대상으로 시범 검사를 진행했다. 기자가 직접 서울대에서 실시하는 검사를 받았다. 우선 검사소 입구에 적힌 안내에 따라 문진표를 작성하고 체온을 측정했다. 의료진이 길이 15cm 면봉을 비인두(콧구멍 가장 깊은 안쪽) 부위까지 넣어 검체를 채취했다. 여기까지는 현재 보건소 등에서 일반적으로 받는 유전자증폭(PCR) 검사와 동일했다. 일반 PCR 검사는 채취한 검체를 외부 진단시설로 보내 분석한다. 하지만 서울대의 신속 분자진단 검사에선 검체 채취와 분석이 같은 장소에서 ‘원스톱’으로 이뤄지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또 가열과 냉각의 온도 변화를 통해 유전자를 증폭하는 기존 PCR 방식과 달리 같은 온도에서도 유전자를 증폭할 수 있는 신기술 ‘등온핵산증폭법’을 적용해 분석 시간을 단축했다. 기자는 채취한 검체를 담은 시약통을 채취소 바로 뒤 검체 보관함에 넣었다. 그러자 곧 검체 보관함과 연결된 조립식 컨테이너에서 의료진이 시약통을 꺼내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자 추출 작업을 시작했다. 검사소 관계자는 “검체를 현장에서 바로 분석해 1, 2시간 안에 검사 결과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검사를 완료하고 95분 뒤 ‘음성’을 확인하는 문자메시지가 왔다. 선별검사소에서 검사를 받은 뒤 결과를 알기까지 짧게는 5, 6시간부터 길게는 하루가 걸리는 일반 PCR 검사와 비교하면 매우 빠른 속도였다. 시범 검사에 참여한 서울대 교직원 유혜영 씨(40·여)는 “코로나19 검사는 처음인데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학내에서 주기적인 검사로 음성을 확인할 수 있으면 훨씬 안심하고 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서울대는 26일부터 1학기 종강일인 6월 14일까지 학부생을 제외한 자연대 소속 대학원생 및 교직원 등 구성원 2700명을 대상으로 학내 신속 분자진단 검사를 도입한다. 국내 대학 중에선 서울대가 처음이다. 서울대는 동일 집단에 대한 주기적인 검사로 확진자를 조기에 선별해 확산을 최소화함으로써 대면 활동을 점차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이현숙 서울대 연구처장은 “지난해 팬데믹 상황에서 비대면 수업을 이어가며 학교 정상화를 위한 단계적 출구 전략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원스톱 시스템 도입 취지를 설명했다. 검사소를 방문해 검사 과정을 지켜본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코로나19 신속 분자진단 검사가 자연대 외에 다른 단과대까지 확대되길 기대하고 있다”며 “서울대가 아닌 다른 기관으로도 확산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대면 실험·실습이 필수적인 예체능과 공과대, 15인 이하 토론 수업 등으로 검사 확대를 검토 중이다.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 2021-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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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대, 26일부터 ‘신속 진단검사’ 실시

    서울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해 학내에서 ‘신속 분자진단 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대학은 물론 전체 교육 현장에서 처음이다. 서울대는 “최근 인천국제공항에서 코로나19 검사센터를 운영한 신속 진단 업체를 선정해 26일부터 신속 진단 검사를 실시한다”고 19일 밝혔다. 서울대는 20일까지 검체 채취 및 분석 설비 장치를 설치하고, 21∼23일 시스템 점검 및 시범 운영을 한다. 검사소는 주중 오전 9시 반부터 오후 4시 반까지 열 방침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캠퍼스 정상화를 위해 이번 주 준비를 마친 뒤 종강일인 6월 14일까지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검사 대상은 자연과학계열 대학원생 및 교직원 2700여 명이다. 자발적 참여로만 진행하며, 원하면 주 1회 이상 검사받을 수 있다. 학부생은 포함되지 않는다. 하반기(7∼12월) 나머지 단과대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일부 단과대는 신속 검사가 “정확성에 한계가 있다”며 참여를 유보했다고 한다. 신속 분자진단 검사는 면봉으로 코 안 검체를 채취하는 방식은 같지만 한두 시간 안에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서울대 관계자는 “(신속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즉시 격리하고 관악구보건소에서 정식 선별 검사를 받게 할 것”이라고 전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3일 “초중고교와 대학에서 신속 진단키트를 활용하자고 국무회의에서 건의했다”고 말했다. 방역당국도 “보조 수단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 2021-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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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대 “26일부터 신속 분자진단 검사…한 시간 내로 결과 확인”

    서울대가 26일부터 캠퍼스 정상화를 위해 학내 신속 분자진단 검사를 실시한다. 국내 대학 중에선 서울대가 처음이다.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이 “초중고교 및 대학 등에서 신속진단키트를 활용하자”고 건의한 가운데 서울대의 신속 분자진단 검사 방식이 교육 현장 전체로 확대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대는 최근 신속 진단 업체를 선정하고 학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양성자 선별을 위한 절차를 진행해왔다. 서울대 관계자는 “캠퍼스 운영 정상화를 위해 이번 주 중으로 남은 준비 과정을 마친 뒤 26일부터 6월 14일까지 신속 진단 검사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대는 지난달 주기적인 학내 신속 진단 검사 도입을 통해 확진자를 가려내고 대면 수업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19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내 자연과학대학 앞 지상 주차장에는 신속 분자진단 검사를 위한 시설이 설치되고 있다. 서울대는 20일까지 검체 채취 및 분석 설비를 설치한 뒤 21~23일 시스템 점검 및 시범운영을 거쳐 26일부터 정식으로 검사소를 운영할 계획이다. 검사소는 주중 오전 9시 반부터 오후 4시 반까지 운영된다. 서울대 관계자는 “학내 신속 진단 검사를 진행할 업체는 인천국제공항에서 신속 진단 검사를 진행한 경험과 기술이 있는 곳으로 1시간 내로 검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대상은 자연과학계열 대학원생 및 교직원 2700여명이다. 학교는 주1회 이상 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검사는 자발적인 참여로만 진행된다. 다만 이번 검사 대상에 학부생은 포함되지 않았다. 서울대는 이번 검사 결과에 따라 2학기에는 예체능, 공과대 등 학부로 확대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신속 분자진단 검사는 면봉으로 코 안 검체를 채취하는 방식은 같지만 1~2시간 내에 검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일각에선 신속 진단 검사가 일반 검사에 비해 진단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대 관계자는 “(신속 진단 검사 결과) 양성 반응이 나올 경우 즉시 격리 조치돼 관악구 보건소에서 정식 선별검사를 받게 된다”며 보조 수단이라는 점을 강조했다.이윤태기자 oldsport@donga.com}

    • 2021-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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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권위 찾은 이용수 할머니 “위안부 문제, ICJ 회부가 마지막 수단”

    “30년 동안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봤습니다. 이제는 국제사법재판소(ICJ)에 가서 죄가 없다고 하는 이들(일본)의 죄를 하나하나 빠짐없이 모두 밝혀야 합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93)의 목소리에는 간절함이 묻어났다. 할머니는 26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를 찾았다. 최영애 위원장을 직접 만나 “위안부 문제의 ICJ 회부 제안을 지지하는 성명을 채택해 달라”고 요청하기 위해서다. 할머니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ICJ 회부 추진위원회’ 대표를 맡고 있다. 추진위에 따르면 할머니는 최 위원장에게 “여러 방법을 찾아 봤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ICJ 회부 제안을 검토하고 지지해달라”고 최 위원장에게 호소했다. 또 “이제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인권위가 위안부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주길 바란다”고도 했다. 이에 최 위원장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노력하겠다. 성명서 발표도 관련 절차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할머니는 최 위원장을 만나기 전 기자들 앞에서 “미국, 일본, 한국에서도 재판을 받았고 이제는 할 거 다 했다. 명예와 인권을 회복하기 위해서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ICJ에 가서 이 문제를 밝히려고 여기에 왔다”고 말했다. 일본을 향해서도 날선 비판을 했다. “일본은 (일제 강점기 때)칼을 들고 와 마구 가져가고 뺏어갔다. 어린 여자아이었던 나를 끌고 갔다”며 “일본은 식민지 무법천지일 때 하던 행동을 지금도 그대로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을 하라는 한국 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ICJ 제소는 국가만 할 수 있다. 할머니는 이달 초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 정의용 외교부 장관을 만나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한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서라도 일본 정부를 ICJ에 회부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8일에는 최 위원장에게 공개 영상메시지를 보내 인권위가 위안부 문제의 ICJ 회부 제안을 지지해 줄 것을 촉구했다.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 2021-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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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법 주정차… 인도 없는 등굣길… 어린이 교통안전 여전히 위협

    18일 오전 8시 반경 서울 마포구에 있는 A초등학교 앞. 학교 주변은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으로 지정돼 있지만, 인근 시장을 드나드는 트럭 여러 대가 학교와 맞닿은 좁은 도로를 빠른 속도로 지나다녔다. 일부 구간은 차도와 인도의 구분이 따로 없어 등교하는 아이들이 차량 옆을 아슬아슬하게 지나갔다. 이 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김모 씨(36)는 “안 그래도 도로가 좁은데 거칠게 운전하는 차들이 많아 항상 조마조마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25일은 일명 ‘민식이법(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 1주년을 맞는 날이다. 2019년 9월 충남 아산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김민식 군(당시 9세)을 계기로 스쿨존 교통사고 처벌 기준을 강화한 해당 법이 2020년 3월 25일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아이들을 위한 교통안전 강화는 여전히 갈 길이 멀었다. 서울시는 이달 2일부터 19일까지 시·구·경찰합동단속반 250명을 투입해 스쿨존 집중 단속을 진행했다. 동아일보가 합동단속반과 동행해 둘러본 현장은 아쉬운 대목이 적지 않았다. 특히 불법 주정차와 차도·인도 구분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였다. 서울의 B초교 스쿨존 역시 무단으로 세워진 차량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단속반은 스쿨존에 주차한 차량에 과태료를 부과하고 차량을 모두 견인 조치했다. 시 관계자는 “이번 집중 단속 기간에만 스쿨존 주정차로 과태료를 부과한 사례가 1만3077건에 이른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맘 편히 걸어 다닐 수 있는 ‘안전한 인도 확보’도 무엇보다 시급하다. 19일 서대문구에 있는 C초교 앞 도로는 폭이 좁은데도 양방향으로 차량 통행이 가능했다. 이러다 보니 서로 피해가려는 차들이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인도 쪽까지 수시로 침범했다. 인근에 있는 D초교 스쿨존은 인도가 아예 구분돼 있지도 않고, 스쿨존 노면 표시도 식별이 어려울 정도로 흐릿했다. 지난해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통학로 안전지수’를 개발한 허억 가천대 국가안전관리전공대학원 교수는 “보차혼용도로라면 인도를 구분할 수 있는 경계석이라도 설치해야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 2021-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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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식이법’ 시행 1년에도…여전히 갈 길 먼 스쿨존 안전

    18일 오전 8시 반경 서울 마포구에 있는 A초등학교 앞. 학교 주변은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으로 지정돼 있지만, 인근 시장을 드나드는 트럭 여러 대가 학교와 맞닿은 좁은 도로를 빠른 속도로 지나다녔다. 일부 구간은 차도와 인도의 구분이 따로 없어 등교하는 아이들이 차량 옆을 아슬아슬하게 지나갔다. 이 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김모 씨(36)는 “안 그래도 도로가 좁은데 거칠게 운전하는 차들이 많아 항상 조마조마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25일은 일명 ‘민식이법(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 1주년을 맞는 날이다. 2019년 9월 충남 아산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김민식 군(당시 9세)을 계기로 스쿨존 교통사고 처벌 기준을 강화한 해당 법이 2020년 3월 25일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아이들을 위한 교통안전 강화는 여전히 갈 길이 멀었다. 서울시는 이달 2일부터 19일까지 시·구·경찰합동단속반 250명을 투입해 스쿨존 집중 단속을 진행했다. 동아일보가 합동단속반과 동행해 둘러본 현장은 스쿨존에서 속도를 낮추는 차량들도 상당했지만, 아쉬운 대목이 적지 않았다. 특히 불법 주정차와 차도·인도 구분은 시급해 해결해야 할 과제였다. 서울의 B초교 스쿨존 역시 무단으로 세워진 차량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단속반은 스쿨존에 주차한 차량에 과태료를 부과하고 차량을 모두 견인 조치했다. 시 관계자는 “이번 집중 단속 기간에만 스쿨존 주정차로 과태료를 부과한 사례가 1만3077건에 이른다”며 “스쿨존은 무조건 주정차가 불법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맘 편히 걸어 다닐 수 있는 ‘안전한 인도 확보’도 무엇보다 시급하다. 19일 서대문구에 있는 C초교 앞 도로는 폭이 좁은데도 양방향으로 차량 통행이 가능했다. 이러다보니 서로 피해가려는 차들이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인도 쪽까지 수시로 침범했다. 해당 도로는 스쿨존을 알리는 빨간색 페인트가 선명하게 칠해져 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인근에 있는 D초교 스쿨존은 인도가 아예 구분돼 있지도 않고, 스쿨존 노면 표시도 식별이 어려울 정도로 흐릿했다. 지난해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통학로 안전지수’를 개발한 허억 가천대 국가안전관리전공대학원 교수는 “스쿨존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아이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인도 확보”라며 “보차혼용도로라면 인도를 구분할 구 있는 경계석이라도 설치해야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윤태기자 oldsport@donga.com}

    • 2021-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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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서울대, 복수전공-부전공 선택 폭 확 넓힐것”

    서울대가 2031년까지 학과 중심 교육과정을 통합 교육과정으로 전면 개편한다. 학생들이 원하는 강의를 자유롭게 수강할 수 있도록 ‘다(多)전공’에 제한을 두는 제도도 없앨 방침이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사진)은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제는 평생 직업을 서너 번은 바꿔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라며 “학생들이 이 같은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남은 임기 동안 집중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Inno-Edu 2031’ 프로젝트를 통해 앞으로 10년에 걸쳐 매년 10% 남짓한 학과의 교육과정을 개편할 예정이다. 2031년이면 모든 학과의 커리큘럼이 전면 리뉴얼된다. ‘학생설계전공’을 활성화하기 위해 복수전공, 부전공, 연합전공의 선택에 대한 제도적 제한이 사라져 선택 폭이 크게 넓어진다. 서울대는 이르면 4월부터 자연과학계열 실험실 대학원생 등 1800여 명을 상대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신속 분자진단 검사를 시험 도입하기로 했다. 오 총장은 “실험과 실습이 필수적인 자연과학계열 대학원생을 시작으로 노하우가 쌓이면 예체능과 공과대, 소규모 세미나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 2021-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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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서울대, 내달부터 코로나 신속 검사…대면강의 앞당길 것”[파워인터뷰]

    《“대학의 근본적인 역할이 무엇인가 고민했다. 인터넷 강의로 지식 전달은 가능했지만 대학은 사회적인 교류도 중요하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68)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캠퍼스 정상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2019년 2월 총장직에 취임한 오 총장은 취임사에서 “서울대가 새롭게 도약하기 위한 초석을 놓겠다”고 했다. 18일 서울대 총장실에서 만난 그는 인터뷰 내내 ‘융합’과 ‘창의’, 그리고 ‘독창성’을 강조했다.》 ―4년 임기 중 절반이 지났다. “제가 취임하기 전에 서울대가 비정상적인 상태였다. 첫해엔 정상화를 시키는 게 가장 큰 목표였고, 정상적으로 학교가 운영돼 뭐 좀 하려고 했더니 코로나 사태로 정신없었다.” ―코로나19 신속 분자진단 검사를 시험 도입한다고 들었다. “지난해에는 워낙 갑작스러워 학내에서 감염이 발생하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1년이 지나고 나니 대학의 역할이 무엇인가 고민하게 됐다. 대학은 사회적인 교류도 중요하다. 학생들이 모여서 토론도 하고 동아리 활동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었다. 올해는 방역 지침을 지켜가면서 그런 기회를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신속 분자진단 검사를 4월부터 도입할 예정이다.” ―검사는 어떻게 진행되나. “전문 의료진이 면봉으로 코 안 검체를 채취하는 방식은 같다. 하지만 신속 분자진단 검사 방식은 일반 검사와 달리 1, 2시간 내로 현장에서 검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험실을 써야 할 때 2시간 일찍 학내 임시 검사소에 와서 검사를 받고, 음성이면 시설을 이용하면 된다. 신속 진단 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입찰 공고도 냈다. 관악구 보건소, 서울대병원에서 의료진을 파견 받는다. 국내 대학은 처음 시도하는 것이다.” ―검사의 정확성은 검증됐나. “질병관리청으로부터 이미 승인을 받았다. 문제는 코로 하는 기존 검사 방식은 전문 의료진이 반드시 필요해 하루에 채취할 수 있는 검체의 수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타액(침)을 통한 검사는 분석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지만 질병청은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승인을 거부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타액 검사, 셀프 검체 채취도 허용하고 있다. 서울대는 기존 검사와 함께 타액 검사를 실시해 관련 데이터를 질병청에 제출할 예정이다.” ―언제쯤 대면 강의가 가능할까. “시험 도입은 현장 실험 실습이 필수적인 자연과학계열 대학원생 및 교직원 1800여 명이 대상이다. 검사 노하우와 데이터가 쌓이면 예체능, 공과대, 15인 이하 토론 수업 등 소규모 세미나로 확대할 생각이다. 2학기에는 대면 강의가 가능하지 않을까. 검체 채취 및 검사가 얼마나 쉬워지느냐에 따라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 다른 대학, 초중등학교까지 확대되면 좋겠다.” ―서울대가 질적으로 탁월한 연구가 부족하다며 근본적이고 독창적인 연구를 강조했다. “서울대 하면 딱 기억나는 연구 분야가 없다. 그런 논문을 쓰려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남이 안 하는 분야를 해야 한다. 그래서 교수 평가에서도 논문 개수보다 질적인 면을 따진다. 최장 3년까지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특별연구년제’를 이번 달부터 시범 시행 중이다. 6년에 1년씩 주는 안식년을 발전시킨 것으로 교수들이 시간적 여유를 갖고 독창적인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학생 교육에 있어서 융합을 강조해 왔다. “앞으로 전공 하나로 졸업해서 평생 먹고사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직업을 서너 번은 바꿔야 살아남을 수 있다. 서울대는 학과 중심의 교육과정에서 벗어나 통합적 교육과정으로 전면 개편할 방침이다. ‘Inno-Edu 2031’ 프로젝트를 통해 매년 10% 내외 학과의 교육과정을 개편해 2031년까지 전(全) 학과 커리큘럼을 리뉴얼할 것이다. 학생들의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 학생 스스로 자신의 전공을 설계하도록 지원하는 ‘학생 설계 전공’과 융합교육 활성화를 위해 복수전공, 부전공, 연합전공 선택이 자유롭도록 제도적 제한을 없애고 학생들이 원하는 강의를 언제든 수강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남은 임기 동안 집중해서 추진할 부분이다.” ―입시제도에서 정시 확대에 부정적 입장이었는데…. “지금 수능은 문제를 틀리지 않게 훈련시키는 것에 그친다. 몇 개의 ‘킬러 문제’로 변별력을 주고 있다. 정시를 아예 없앨 순 없겠지만 전체 입학 정원의 40% 정도가 최대치라고 생각한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대한 공정성 시비 논란도 있다. “학종이 공정성에 시비 논란이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학종은 학생이 관심 분야를 탐구하는 과정을 살펴본다. 반면 정시는 결과만을 반영한다. 결과만 보면 학생들이 학교 수업을 안 듣고 학원에서 공부한다. 결과적으로 교실이 망가진다. 2023년도 정시에 내신을 ‘교과평가’로 반영하는 것도 이를 막기 위해서다. 학생이 학교 수업을 등한시하지 않게 하자는 취지다.” ―올해가 법인화 10주년이다. 서울대의 장기발전 계획은…. “법인화 취지 중에는 서울대가 정부에만 의존하지 않고 재정적 자립을 하라는 것도 있다. 서울대 1년 예산이 연구비를 제외하면 약 8000억 원 수준이다. 세계적인 대학이 되려면 재정 규모가 두 배는 돼야 한다. 하지만 정부 지원금이나 등록금을 늘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올해 ‘SNU홀딩스’ 지주회사를 만들었다. 지주회사를 통해 벤처기업 창업을 돕고 대가로 기업 주식을 받는다. 회사가 커서 상장하면 주식이나 로열티 등을 팔아 이익을 실현하는 구조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실리콘밸리, 중국 칭화대의 베이징 중관춘(中關村)을 모델로 삼았다.” ―지역 상생모델로 ‘관악S밸리’ 사업을 추진 중인데…. “학교 인근인 대학동, 낙성대동 일대를 창업 생태계로 활성화하고 벤처 창업도시를 조성할 예정이다. 이미 대학동에 창업공간을 마련했다. 문화관을 리모델링해 서울대 구성원만 쓰는 공간이 아닌 관악구민, 나아가 서울시민들의 복합 문화공간으로 만들려고 한다.” ―어떤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나. “이번 학기부터 신임 교수 연구정착금을 실험과 실습 분야 1억 원(기존 4000만 원), 이론 분야 5000만 원(기존 3000만 원)으로 확대했다. 이전에는 막 부임한 젊은 교수들이 샘솟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연구를 하려고 해도 실험 장비 갖추는 데만 수년을 허비했다. 노벨상이 아이디어는 20, 30대에 나와서 10년 넘게 연구를 하고, 20년 동안 다른 학자들이 검증을 해서 60대 넘어 받는 게 대부분이다. 그만큼 젊을 때의 아이디어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젊은 교수들이 마음껏 연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68)△서울대 물리학과 졸업△미국 스탠퍼드대 물리학 박사△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서울대 자연과학대학장△한국연구재단 이사장△기초과학연구원 초대 원장△제20대 국회의원(2016년 5월∼2018년 10월)△제27대 서울대 총장(2019년 2월∼)정리=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 2021-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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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공정” 각계 반발에…서울시, 외국인 코로나 검사 의무화 철회

    서울시가 외국인 근로자에게 내렸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검사 의무화 행정명령을 이틀 만에 철회했다. 서울시는 외국인 근로자 대상 코로나19 진단검사 의무화 행정명령을 고위험 사업장에 대한 검사 권고로 변경한다고 19일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외국인 근로자 진단검사 명령을 철회해 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서울시는 “올 1~3월 코로나19 확진자 가운데 외국인 비율이 지난해 말과 비교해 3배 가까이로 급증했다”며 지역사회 내 감염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17일 행정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서울시의 행정명령을 두고 각계의 반발이 이어졌다. 사이언 스미스 주한 영국대사는 18일 “불공정하고 과하며 효과적이지 않다”고 비판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했다. 다음날 오전 인권위는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 명의로 “이주민을 배제하거나 분리하는 정책은 이주민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차별을 야기할 수 있다. 신속하게 차별과 인권침해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내놨다. 외국인 교수 등이 100여 명 있는 서울대도 철회를 요구했다. 서울대 인권센터는 “집단감염 발병의 근본 원인은 밀집 밀접 밀폐로 감염에 취약한 노동 조건과 열악한 주거환경이지 근로자의 국적에 있지 않다”는 의견서를 냈다. 논란이 확산되자 서울시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이 우려되는 ‘3밀(밀접 밀집 밀폐)’ 고위험 사업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이달 31일까지 진단검사를 받도록 권고했다. 같은 사업장에 고용된 한국인에게도 같은 권고가 내려졌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이윤태기자 oldsport@donga.com}

    • 2021-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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