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효주

손효주 기자

동아일보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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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손효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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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로커’, 12분 기립박수에도… “엉터리” “뛰어난 휴머니스트” 엇갈린 반응

    “일본영화 아닌가요? 이게 어느나라 영화죠?” 26일(현지시간) 저녁 제75회 칸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칸의 뤼미에르 대극장 앞. 프랑스인 조단 루이스 씨는 이날 공개되는 영화 ‘브로커’의 ‘국적’을 헷갈려했다.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브로커’는 2018년 일본영화 ‘어느 가족’으로 칸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2013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로 심사위원상을 받은 세계적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만든 첫 한국영화. 그러나 이날 극장을 찾은 이들 중엔 이 영화를 일본영화로 알고 온 이들도 많았다. K콘텐츠의 세계적 인기로 콘텐츠 제작 방식 역시 외국 감독과의 협업 등으로 다양화되면서 전통적인 한국영화의 틀이 깨지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고레에다 감독은 그간 ‘어느 가족’ 등 다양한 일본영화를 통해 여러 형태의 가족 이야기를 담는데 천착해왔다. 그런 그가 한국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만난 만큼 그의 영화세계가 어떤 형태로 변주됐을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다. 고레에다 감독은 전날 현지에서 가진 한국 기자들과의 차담회에서 “‘브로커’는 유사가족보다는 한 생명을 둘러싸고 선의와 악의가 얽히면서 전개되는 이야기”라며 전작들과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이날 2300여 석 규모의 대극장에서 베일을 벗은 ‘브로커’는 그의 전작들과 같은 듯 달랐다. 상현(송강호)과 동수(강동원)는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를 몰래 빼돌려 정식 입양절차를 밟기 어려운 부모들에게 팔아넘기는 브로커. 이들은 소영(아이유)이 베이비박스 아래 바닥에 놓고 간 아들 우성을 빼돌렸다가 소영이 다시 나타나자 당황한다. 이들은 소영에게 우성에게 가장 좋은 부모를 찾아주는 한편 입양 중개비도 나눠주기로 하고 소영과 함께 부모 찾기 여정에 오른다. 이 과정에서 동수가 살던 보육원의 8세 소년 해진도 동행한다. 이들은 추적을 피하기 위해 가족 행세를 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가족처럼 가까워진다. 관객들은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여러 번 웃음을 터뜨리고 박수를 쳤다. 영화가 끝난 뒤 환호성과 박수가 쏟아졌고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가고 극장 내 불이 켜지자 기립박수가 시작됐다. 박수가 이어진 시간은 12분. 칸영화제에서 공개된 한국영화 역사상 가장 길었다. 티에리 프리모 칸 영화제 집행위원장이 현장에서 박수를 유도한 까닭에 마지막까지 극장에 남은 관객도 많았다. 고레에다 감독은 감격한 얼굴로 “식은땀이 났는데 드디어 끝났다”며 “팬데믹으로 영화 촬영이 매우 힘들었다.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고 했다. 그러나 극장 분위기와 외신 반응은 온도차가 컸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별 다섯 개 만점에 2개를 준 뒤 “이 영화는 근본적으로 어리석고 피곤할 정도로 피상적”이라며 “감독은 아기 유괴범 2명을 사랑스러운 불량배로 만들려는 단순함을 보여준다”고 혹평했다. 영국 텔레그래프 역시 별점 2점을 주며 “보기 드문 엉터리 드라마”라며 “칸 경쟁부문에서 가장 실망인 영화”라고 했다. 미국 할리우드 리포트가 “세계 영화계의 뛰어난 휴머니스트는 언제나 통한다”라고 평가하는 등 호평도 다수 나왔지만 전례 없이 수위 높은 혹평이 나오면서 수상권에서 거리가 멀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영화에선 극중 소영이 “태어나줘서 고마워”라고 상현과 동수 등 모두에게 말하는 장면 등 한국적 신파가 가미된 장면이 다수 있어 아쉬움을 더했다. 그간 고레에다 감독은 전작에서 가족과 유사가족의 모습을 섬세한 시선으로 들여다보면서도 신파와는 철저히 거리를 두며 냉철한 직시를 유지해 호평받아왔다.칸=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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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말 한국적인 소재에도 외국관객 눈물… 작은 이야기라도 누군가는 귀 기울여줘”

    25일(현지 시간) 오후 제75회 칸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칸 현지 에스페이스 미라마르 극장. 콜센터에서 현장 실습을 하는 특성화고 학생이 겪는 가혹한 현실을 정면으로 그린 한국영화 ‘다음 소희’ 상영이 막바지로 접어들자 객석에선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눈물을 닦는 현지인들의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영화를 연출한 정주리 감독은 이날 현지에서 한국 취재진과 가진 인터뷰에서 “정말 한국적인 이야기여서 외국 관객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너무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보편성 아니겠나. 그 어린아이가 겪은 힘듦을 다 함께 이해해준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정 감독은 첫 장편영화 ‘도희야’로 2014년 칸영화제 비경쟁부문인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됐고, 두 번째 장편 ‘다음 소희’도 올해 비평가주간 폐막작으로 초청됐다. 두 장편영화가 모두 칸의 선택을 받은 것. 특히 한국영화가 비평가주간 폐막작으로 선정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이번 영화도 초청돼 많이 놀랐다”며 “첫 영화를 만든 뒤 아무리 작은 이야기라도 열심히 하면 어디선가 누군가는 귀 기울여 준다는 믿음이 생겼다. 이번 영화도 그런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다음 소희’에서 춤을 좋아하던 특성화고 3학년 소녀 소희(김시은)는 인터넷, IPTV 등 통신사 상품 관련 상담을 하는 콜센터에 취직하며 꿈에 부푼다. 진심을 담아 “사랑합니다, 고객님”을 외쳐본다. 그러나 설렘도 잠시, 대기업 ‘하청의 하청업체’인 이 콜센터는 최고 수위의 감정 노동과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실적 압박을 버텨야 하는 지옥 같은 공간이다. 실습생인 고3 학생은 싼값에 고강도 노동을 시킬 수 있고 별다른 대응 방법도 몰라 몰아붙이기 쉬운 먹잇감일 뿐이다. 정 감독은 콜센터 상담사로 현장실습을 나갔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고3 소녀 이야기를 추적한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본 뒤 시나리오를 썼다. 사실상 ‘사회적 타살’이었다. 그는 “영화를 만들려고 취재를 하는데 기가 막혔다. 어떻게 내가 이렇게 모르고 있었나 싶었다”며 “이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나서도 또 비슷한 일이 벌어지는 걸 봤을 때 마음이 무너졌다”고 했다. 영화에선 형사인 유진(배두나)이 이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하면서 어른들의 이기심이 만들어낸 착취의 실체가 하나둘 드러난다. 제목이 ‘다음 소희’인 이유는 뭘까. 그는 “비단 소희만의 이야기만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관객들이 분노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영화 속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마음에 남았으면 합니다.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영화 밖에서 이뤄지길 바라고요. 그래야 조금이라도 희망이 보이지 않을까요.”칸=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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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극 줄인 ‘어른스러운’ 사랑이야기 영화에 담았죠”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이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23일(현지 시간) 세계 최초로 공개된 뒤 공통적으로 나온 반응은 “전작과 확실히 다르다”는 것이었다.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아가씨’ ‘박쥐’ 등 그의 대표작에선 수위 높은 정사신과 극단적이고 잔인한 폭력신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선 그런 장면이 거의 없다. 박찬욱의 영화 세계가 새로운 단계로 진화했다는 평가다. 이로 인해 24일 프랑스 칸 현지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과 인터뷰에선 ‘전작과의 거리 두기’에 나선 이유를 묻는 질문이 그에게 쏟아졌다. “(전작과 달라야겠다는) 의식을 했던 건 맞아요. 자극적인 면을 좀 줄이자고 생각했죠.” 박 감독은 자신의 전작들을 두고 스스로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영화”라고 표현했다. 박 감독은 “감각적으로 강하게 자극하는 영화, 이를 통해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를 만드는 게 목표라는 말을 해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번엔 목표를 다른 방향으로 틀었다. ‘어른스러운 사랑 이야기의 원형’에 가까운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는 “어른을 위한, 어른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싶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정말 엄청난 정사신이 나오나 봐’라고 하더라. (그런 반응이라면) 반대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주연배우 박해일은 “이 작품이 또 완전히 무해한 영화는 아니지 않느냐”라며 “박 감독은 스스로 진화와 변화를 갈망하는 분”이라고 말했다. 박 감독은 “관객들 스스로가 더 들여다보고 싶게 만드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너무 들이대면 (관객들이) 뒤로 물러나게 되지만 조금 보여주면 다가오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죠.” 영화가 공개되자 외신은 “마법 같은 연출력” “눈부시게 아름다운 영화” 등의 극찬을 쏟아냈다. 28일로 예정된 시상식에서 칸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004년 ‘올드보이’로 심사위원대상을, 2009년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받는 등 칸 경쟁부문에 4번이나 초청돼 ‘칸느 박’이란 수식어가 붙은 감독인 점도 수상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높인다. 반면 이번 영화가 다소 어렵고 불친절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강력계 형사 해준(박해일)이 남편 사망 사건 용의자로 서래(탕웨이)를 수사하게 되면서 서로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는 큰 줄거리는 얼핏 단순해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영화에는 두 사람의 관계가 미묘하게 변해 가는 과정을 세공하기 위한 은유와 상징이 촘촘히 담겼다. 대사를 통한 직접적인 감정 표현이 거의 없는 데다 전개도 빨라 몰입하지 않으면 이야기의 흐름을 놓칠 수 있다. 박 감독은 “영화에는 관객이 금방 알아챌 수 있는 대사나 표현이 없고 주인공들이 진심을 숨기는 순간이 많다”면서 “처음 몇 분 동안엔 답답할 수 있겠지만 오히려 관객이 능동적으로 들여다보는 관람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말할 때 도발하는 눈빛, 자극하는 한마디, 작은 미소 이런 것으로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그런 걸 표현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외신의 호평이 쏟아지는 것에 대해선 “나한테 와서는 다들 (영화 좋다는) 좋은 얘기만 하지 않겠냐”며 겸손한 모습을 보인 뒤 “(첫 상영 당시) 관객들이 더 자주 웃어줬으면 좋았을 거란 아쉬움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주연배우들은 박 감독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탕웨이는 “박 감독님을 사랑한다. 첫 상영 직후 ‘당신은 제 인생의 한 부분을 완성해 줬어요’라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또 “콘티가 너무 정확하고 좋아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감독님이 표현하고자 하는 걸 이해 못할까 봐 걱정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며 “박 감독님은 어떤 나라 누구와 작품을 같이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박해일은 “감독님은 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낯설거나 조금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방식으로 작업하는 창작자”라며 “(박 감독과의 작업은) 마법 같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칸=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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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칸에선, ‘K콘텐츠’ 판권 구매 경쟁

    23일(현지 시간) 프랑스 칸에서 제75회 칸영화제와 함께 열리고 있는 ‘칸 필름마켓’ 현장. 세계 최대 규모의 필름마켓인 만큼 각국에서 몰린 영화 관계자들로 북적였다. 프랑스 파리에서 온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 직원 크리스토프 미넬 씨는 한국영화 배급사 NEW의 자회사인 콘텐츠판다 부스에서 다음 달 국내에서 개봉하는 영화 ‘마녀2’의 프로모션 영상을 보고 있었다. ‘마녀2’는 최근 아시아 국가의 상영 판권 판매가 모두 끝나는 등 바이어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미넬 씨는 “‘마녀2’의 판권을 사고 싶은데 우리 입장에선 좀 비싼 편이라 아쉽다”며 “한국영화는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이다. 특히 장르영화가 기발해 최대한 한국작품을 구매하려 한다”고 했다. 영화 ‘기생충’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연달아 세계무대에서 큰 성공을 거둔 데 힘입어 올해 칸 필름마켓은 세계 각국 바이어들의 ‘K콘텐츠 판권 사들이기’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팬데믹으로 지난 2년간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던 칸 필름마켓이 올해부터 정상화되면서 바이어들의 발길이 분주해졌다. 올해 마켓에는 세계 각국 영화사 및 관계기관이 약 350개 부스를 마련해놓고 콘텐츠 판권 판매 상담을 이어갔다. 한국영화 배급사 및 콘텐츠 판매사 부스는 총 8곳으로 콘텐츠판다, CJ ENM, 롯데엔터테인먼트,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화인컷 등이다. 롯데엔터테인먼트도 7월 국내 개봉 예정인 ‘한산: 용의 출현’의 판권 판매에 주력하고 있었다. 영화 ‘브로커’와 ‘헤어질 결심’을 올해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시킨 CJ ENM 부스에는 특히 바이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브로커’ 광고물을 보던 일본의 한 영화사 관계자는 “‘브로커’를 사고 싶었는데 일찌감치 다 팔려서 살 수가 없다. 빨리 다른 한국작품을 확보하러 가야 한다”며 발길을 돌렸다. ‘브로커’가 26일 칸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되기도 전인 23일, ‘브로커’의 판권은 171개국에 판매됐다. 박찬욱 감독의 6년 만의 장편영화 복귀작으로 주목받는 ‘헤어질 결심’ 역시 192개국에 판매됐다. 종전 한국영화 판권 판매 최고 기록은 205개국에 팔린 ‘기생충’이었다. ‘기생충’은 2019년 5월 칸 필름마켓이 열릴 당시까지는 192개국에서 판매됐고, 이후 황금종려상 등을 잇달아 수상하며 판매국이 늘었다. 이날 콘텐츠판다 부스를 찾은 말레이시아의 영화 제작 및 배급사 직원 모하마드 샤히르 술라이만 씨는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좀비물 중에서도 한국에서 만든 좀비물에 가장 열광한다”며 “상영 판권만 사는 게 아니라 아예 한국에 가서 직접 영화를 찍을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바이어들과 상담하던 이정하 콘텐츠판다 본부장은 “‘오징어게임’이 글로벌 히트를 친 후 K콘텐츠의 지위가 올라간 분위기가 확실히 느껴진다”며 “약속도 잡지 않고 곧바로 부스에 오는 해외 바이어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칸=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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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어질 결심’ 박찬욱에 빠진 칸… “티켓 구함” 즐거운 기다림

    “박찬욱 감독 영화는 ‘복수 3부작’(‘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부터 시작해 모두 봤어요. 오늘 표를 못 구하면 내일도 와서 기다릴 거예요.” 프랑스 니스의 한 대학에서 영화학을 전공하는 일리나 니야 씨는 23일(현지 시간) 제75회 칸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뤼미에르 극장 앞에서 2시간째 땡볕 아래 서 있었다. 그가 든 팻말에는 박 감독 영화 ‘헤어질 결심’의 영어 제목 ‘Decision to leave’가 적혀 있었다. 티켓을 구한다는 의미다. 박 감독이 ‘아가씨’(2016년) 이후 6년 만에 내놓은 장편영화 ‘헤어질 결심’이 세계에서 처음 공개된 이날 극장 앞은 그의 ‘빅팬’을 자처하는 현지인들과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한글로 ‘헤어질 결심’이라고 쓴 팻말을 들고 티켓을 구하던 회사원 애나벨 퓨더 씨는 “박찬욱은 사회 현상을 세련되게 뒤틀 줄 아는 최고의 감독”이라고 말했다. 2000여 석 규모의 극장은 턱시도와 드레스를 차려입은 세계 각국 관객들로 가득 찼다. ‘칸이 사랑하는 감독’으로 불리는 박 감독의 칸 경쟁부문 4번째 진출작 ‘헤어질 결심’은 전작들과 확연히 달랐다. 그는 22일 한국 기자들과의 현지 차담회에서 “전작들에 비해 자극적이지 않아 심심할 수도 있다”며 “우아한 고전적인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영화는 강력계 형사 해준(박해일)과 중국인 여성 서래(탕웨이)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서래 남편이 절벽에서 떨어져 사망하자 해준은 서래를 용의자로 특정해 수사한다. 서래는 그저 침착하다. “(남편이) 산에 가서 안 오면 걱정했어요. 마침내 죽을까봐”라며 어색한 한국말을 읊조릴 뿐. 탕웨이는 ‘색,계’(2007년)에서 증명했듯 속을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농밀한 연기를 소화해낸다. 눈빛으로 긴장감 수위를 미세하게 조절해내는 연기는 세계 최고 수준. 해준은 서래를 감시하려고 잠복근무를 하지만 망원경으로 서래를 관찰하는 눈빛은 걱정과 애정이 담긴 밀착 관찰에 가깝다. 감독은 줌인과 줌아웃의 반복적인 사용과 독창적인 카메라 앵글을 통해 두 사람의 관계와 심리가 변해가는 과정을 세밀화 그리듯 담아냈다. 산과 바다를 배경으로 변사사건을 풀어낸 영화는 예측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전개된다. ‘미장센의 천재’로 불리는 박 감독답게 귀퉁이 소품 하나도 허투루 쓰지 않으려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을 영상화한 듯 안개가 낀 듯한 화면은 고전미를 더한다. 박 감독은 상영 전 “어른스러운 영화를 목표로 했다”며 ‘품위’를 강조했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디트가 모두 올라간 다음 5분 안팎의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경쟁부문 월드 프리미어 시사회치고는 짧았다. 감독과 배우 모습을 스크린을 통해 보여주는 방송 장비가 작동하지 않아 관객들이 이들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었던 영향도 있었다. 박 감독은 “길고 지루한 구식 영화를 환영해주셔서 감사하다”며 관객들에게 인사했다. 관객 반응은 엇갈렸다. 영화적 미학 면에선 세계 최고라는 극찬과 함께 이야기가 난해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영화사에서 일하는 데이비드 리트백 씨는 “영화 속 모든 묘사가 생생하면서 아름다웠다”며 “모든 게 조화롭게 모여들며 마무리됐다”고 했다. 프랑스 관객 알투 밀러 씨는 “박 감독이 보여주는 미장센은 최고지만 너무 많은 이야기와 장면이 담겨 복잡했다. 이야기가 갈수록 난해해진다”고 했다. 외신은 호평이 다수인 가운데 무반응에 가까운 평가를 낸 경우도 있었다. 미국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는 “기술적 문제가 발생하기 전부터도 반응은 조용했다”며 기립박수가 5분에 그친 데 초점을 맞췄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별 다섯 개를 주며 “긴장과 음모, 감정적 대립, 맛깔 나게 조작한 플롯 뒤틀기는 매우 히치콕스럽다”며 호평했다. 칸영화제 공식소식지인 스크린데일리는 경쟁부문 진출작 21편 가운데 24일(현지 시간) 오후 1시까지 공개된 12개 작품 중 ‘헤어질 결심’이 영화전문기자 등 전문가들로부터 평점 3.2점을 받아 가장 높았다고 보도했다. 이번 영화제에는 ‘헤어질 결심’과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만든 한국영화 ‘브로커’까지, 2편이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브로커’는 26일 처음 공개된다. 이미 한 차례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감독인 만큼 ‘브로커’가 황금종려상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높다. 여기에 정주리 감독의 ‘다음, 소희’, 배우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 ‘헌트’, 문수진 감독의 단편 애니메이션 ‘각질’까지 한국영화는 모두 5편이 초청돼 K콘텐츠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분위기다. 칸=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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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할리우드 특명 “한국 극장가 선점하라”

    4일 개봉한 마블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한국의 두꺼운 마블 팬덤에 엔데믹 특수가 더해져 16일 누적 관객 500만 명을 돌파했다. 팬데믹 국면이던 2020년부터 이달까지 개봉한 영화 중 최단시간에 500만 명을 넘어서는 기록을 세웠다. 엔데믹을 맞은 극장가에서 할리우드 대작 중 가장 먼저 개봉해 한국 관객 잡기에 성공한 닥터 스트레인지에 이어 다른 할리우드 대작들도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세계 최초로 다음 달 1일 국내에서 개봉한다. 북미 개봉일은 10일이다. 유니버설픽처스는 이 영화를 북미보다 이틀 빠른 8일 국내에서 개봉하려다 일주일 더 앞당겼다. 4년 만에 나온 쥬라기 시리즈 후속편을 한국에서 먼저 개봉해 분위기를 띄운 다음 세계적인 붐으로 이어지게 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지난달부터 ‘한국 최초 개봉’을 집중적으로 홍보하며 한국 관객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개봉 첫날은 지방선거로 휴일인 만큼 최대한 많은 관객을 모은 뒤 관련 굿즈 증정 등 다양한 이벤트로 6일 현충일까지 관객몰이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영화는 1993년 시작한 쥬라기 시리즈의 마지막 편. 2018년 개봉한 전편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은 개봉 첫날 한국에서 118만 명이 관람했다. 이는 국내 영화 역사상 개봉 첫날 기준 최고 기록이었다. 이번에는 ‘한국 최초 개봉’이 더해진 만큼 어떤 기록을 세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올 12월 개봉하는 ‘아바타: 물의 길’은 상영 7개월 전부터 눈도장 찍기에 나섰다. 이달 3일 국내 영화관에서 1분 분량 예고편을 이례적으로 시사회까지 열어 선보이며 한국 관객 선점에 시동을 건 것. 전편인 ‘아바타’(2009년)는 한국 관객 1334만여 명을 모아 역대 박스오피스 8위에 오르며 아바타 열풍을 일으킨 바 있다. 그 후속편인 만큼 월트디즈니는 한국 관객들의 관심을 일찌감치 붙들어 두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배급사는 약 7개월간의 장기 마케팅으로 한국 관객들이 ‘아바타: 물의 길’이 개봉한다는 사실을 모를 수 없게 만드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세계 굴지의 영화 배급사들이 한국 시장에 공을 들이는 건 한국에서의 성공이 아시아는 물론이고 세계에서의 흥행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여러 번 증명됐기 때문”이라며 “한국이 영화 시장에서 그만큼 중요한 국가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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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맥그리거, 17년만에 ‘오비완 케노비’로 귀환

    이완 맥그리거가 영화 ‘스타워즈: 에피소드3―시스의 복수’(2005년) 이후 17년 만에 스타워즈 시리즈로 돌아온다. 다음 달 8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공개되는 시리즈 ‘오비완 케노비’를 통해서다. 맥그리거는 19일 열린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오비완 케노비에 대해 더 고찰할 수 있었다. 배우로서 행복하다”며 복귀 소감을 밝혔다. 맥그리거는 1999년 영화 ‘스타워즈: 에피소드1―보이지 않는 위험’에서 오비완 케노비 역을 맡은 후 ‘시스의 복수’까지 총 3편에서 이 역할로 활약했다. 오비완은 1977년 스타워즈 첫 작품부터 등장한 캐릭터다. 은하공화국의 정의수호자 집단 제다이 중에서도 외교, 전술 등 모든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지녀 존경받는 인물. 이번 시리즈에서 오비완은 가족 같았던 제자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악의 화신 다스 베이더가 된 후 은둔해 살아가던 중 제다이 사냥꾼들과 맞서 싸우기 위해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맥그리거는 “이번 촬영은 우리가 사랑하는 캐릭터 오비완의 다른 면을 보여주기 위한 작업이었던 만큼 특별했다”며 “정신적으로 많이 망가지는 등 큰 변화를 겪는 인물을 그리는 건 흥미로웠다”고 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데버라 초우 감독은 “스타워즈의 앞선 작업을 존중하면서도 이번 시리즈만의 오리지널리티를 갖고 새로운 장을 열고 싶었다”고 밝혔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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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완 맥그리거 “오비완의 다른면 보여줄 것”…17년만에 ‘스타워즈’ 귀환

    이완 맥그리거가 영화 ‘스타워즈: 에피소드3-시스의 복수’(2005년) 이후 17년 만에 스타워즈 시리즈로 돌아온다. 다음 달 8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공개되는 시리즈 ‘오비완 케노비’를 통해서다. 맥그리거는 19일 열린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오비완 케노비에 대해 더 고찰할 수 있었다. 배우로서 행복하다”며 복귀 소감을 밝혔다. 맥그리거는 1999년 영화 ‘스타워즈: 에피소드1-보이지 않는 위험’에서 오비완 케노비 역을 맡은 후 ‘시스의 복수’까지 총 3편에서 이 역할로 활약했다. 오비완은 1977년 스타워즈 첫 작품부터 등장한 캐릭터다. 은하공화국의 정의수호자 집단 제다이 중에서도 외교, 전술 등 모든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지녀 존경받는 인물. 이번 시리즈에서 오비완은 가족 같았던 제자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악의 화신 다스 베이더가 된 후 은둔해 살아가던 중 제다이 사냥꾼들과 맞서 싸우기 위해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맥그리거는 “이번 촬영은 우리가 사랑하는 캐릭터 오비완의 다른 면을 보여주기 위한 작업이었던 만큼 특별했다”며 “정신적으로 많이 망가지는 등 큰 변화를 겪는 인물을 그리는 건 흥미로웠다”고 했다. 제다이 기사들의 주무기인 광선검(라이트세이버)을 사용한 액션도 다시 선보인다. 그는 “복싱선수가 링에 올라가면 모든 걸 다 쏟아내듯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쏟아부었다”고 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데보라 초우 감독은 “스타워즈의 앞선 작업을 존중하면서도 이번 시리즈만의 오리지널리티를 갖고 새로운 장을 열고 싶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시리즈는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정정훈 촬영감독이 참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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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의 미나리’ 꿈꾼다… 할리우드 한국계 감독 영화 러시

    《한국계 미국인 감독이 제작한 할리우드 영화들이 국내 관객을 만난다. 지난해 개봉한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처럼 미국 문화에 한국이나 동양문화를 접목한 작품들이어서 관심이 쏠린다.》 다음 달 1일 개봉하는 ‘애프터 양’은 애플TV플러스 드라마 ‘파친코’를 연출한 코고나다 감독의 작품이다. 그는 ‘파친코’에서 한국문화와 역사를 세련되게 담아내 세계적 호평을 받았다. 신작은 중국계 딸 미카를 입양한 부부가 딸이 자신의 뿌리를 기억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중고로 구입한 인공지능(AI) 로봇 ‘양’ 이야기를 다룬다. 양은 미카의 오빠 역할을 하며 가족으로 살아간다. 한국계 미국인 배우 저스틴 민이 양 역할을 맡았다. 영화는 갑자기 양이 작동하지 않게 된 이후의 일에 초점을 맞춘다. 미카의 아빠 제이크(콜린 패럴)는 양의 기억 저장장치를 돌려본다. 여기에는 양이 미카에게 오기 전 살던 집에서 겪은 상실의 기억과 미카 가족과의 행복한 기억이 담겨 있다. 제이크가 미처 보지 못했던 집으로 들어오는 햇살과 미카의 쓸쓸한 뒷모습, 찻잎이 우러나는 순간까지…. AI 로봇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이고 섬세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제이크 가족이 중국옷을 입고 지내는 장면 등 동양적 요소도 눈에 띈다. 한국계 감독이 미국에서 자라며 품었을 법한 고민도 담겼다. 양은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미카에게 접붙임 중이거나 접붙임에 성공한 나무를 보여주며 말한다. “굉장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이 가지는 다른 나무에서 왔지만 이 나무의 일부가 됐지. 두 나무 모두 중요해.” 코고나다 감독은 기존 공상과학(SF) 장르 문법에 동양의 정서를 토대로 한 드라마를 더해 이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해냈다. 기존 할리우드 영화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스파이더맨’ 시리즈와 ‘닥터 스트레인지2’를 연출한 샘 레이미 감독이 제작자로 참여한 영화 ‘UMMA(엄마)’도 한국계 미국인 감독 아이리스 심이 연출했다. 11일 개봉한 이 영화의 주인공 아만다 역은 한국계 캐나다인 샌드라 오가 맡았다. 영화는 미국의 한 시골마을에서 딸과 둘이 살며 양봉업을 하는 아만다에게 한국으로부터 엄마의 유골 함이 도착한 뒤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아만다의 엄마는 과거 어린 딸에게 전기고문을 하는 등 학대를 일삼은 인물. 유골 함을 받은 후 아만다는 한복을 입은 엄마의 환영에 쫓기는 등 기이한 일을 겪는다. 영화에는 ‘엄마’ ‘제사’ ‘한복’ 같은 한국어가 여러 번 등장한다. 한국어 대화 장면도 많다. ‘미나리’, ‘파친코’에 이어 ‘애프터 양’이 최근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섬세한 연출력으로 호평을 받은 것과 달리 ‘UMMA’는 혹평을 받고 있다. K콘텐츠의 세계적 인기에 편승해 한국문화나 한의 정서에 대한 이해 없이 한복 같은 전통 소품과 설정만 피상적으로 갖고 왔다는 것. 다른 할리우드 영화와의 차별화에는 성공했지만 일종의 ‘괴작’이 돼버렸다는 평가다. 일부 관객들은 “한국인이라면 제사를 잘 지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냐”며 비판하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한국계 미국인 감독은 색다른 시각으로 접근함으로써 기존 장르의 문법을 변주해 이색적인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강점이 있다”며 “하지만 한국문화나 역사, 소재에 대한 철저한 고증이나 이해 없이 기존 할리우드 장르에 이를 얹을 경우 어설픔만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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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 영화감독의 눈에 비친 여성의 아픔

    “만날 저 구석에 앉아서 뭐 쓴다고 끄적거리고 그랬는데…. 홍일점이었어. 그때는 여자가 거의 없었거든.” 서울 을지로에서 오래된 다방을 운영하는 한 노인이 흑백 사진 속 여성을 가리키며 말한다. 사진 속 여성은 1960년대 충무로에서 활약한 홍은원 감독(1922∼1999). 중년 여성 감독 김지완(이정은)은 1세대 영화감독인 홍 감독의 영화 ‘여판사’를 복원하는 작업을 맡은 것을 계기로 그의 흔적을 찾아 나선다. 당시 그의 영화가 상영됐지만 지금은 폐쇄된 영화관, 시나리오를 쓰던 다방엔 여성 감독이 희귀하던 시절을 살았던 홍 감독의 인생이 지금도 남아 있다. 26일 개봉하는 영화 ‘오마주’는 현재의 여성 감독이 과거 여성 감독의 영화 인생을 되짚어보는 이야기다. 영화를 연출한 감독 역시 중년 여성인 신수원 감독(55). 그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남성 중심이었던 과거의 영화계에서 버틴 용감한 여성 감독 이야기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보석처럼 빛났던 사람들 이야기이기도 하다”라고 했다. 배우 이정은은 이 영화로 장편영화 첫 단독 주연을 맡았다. 그는 세 번째 영화를 만들었지만 흥행에 참패하면서 차기작을 기약하기 어렵게 된 여성 감독으로 나온다. 실제 홍 감독은 3번째 영화인 1966년 ‘오해가 남긴 것’을 끝으로 메가폰을 잡지 못했다. 이정은은 “나도 1세대 여성 영화인이 있는지 잘 몰랐다. 이 영화는 영화계 모든 분에게 격려를 보내는 작품”이라고 했다. 여성 감독의 시선에서 여성들이 겪는 어려움과 아픔을 깊이 있게 그려낸 작품은 또 있다. 다음 달 개봉하는 ‘경아의 딸’이다. 김정은 감독(30)이 연출한 이 영화는 고교 교사 연수(하윤경)가 주인공. 연수의 전 남자친구는 연수가 그를 만나주지 않자 둘만의 은밀한 영상을 연수 엄마와 연수 친구들에게 유포한다. 영상은 음란물 사이트에까지 유포되고 연수의 공포는 극에 달한다. 영화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 여성이 겪게 되는 일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여성들과 연대해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도 그린다. 감독은 주인공을 과도하게 꿋꿋하거나 좌절에 빠져 허우적대는 캐릭터로 그리지 않는다. 영상이 퍼져나가며 여성이 겪는 상황들을 별다른 과장 없이, 섬세하게 그려낼 뿐이지만 관객은 공포스러운 감정을 느끼게 된다. 김 감독은 “같은 여성으로서 여성들이 한국사회에서 맞닥뜨리는 고민과 불안을 다각도로 그려내려 노력했다”라고 했다. 섬세하고 절제된 연출력이 돋보이는 이 영화는 7일 폐막한 전주국제영화제에서 CGV아트하우스상 배급지원상과 왓챠가 주목한 장편상을 받았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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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용을 갖고 싶으신가요? 유전자 가위로 만들어 보세요!

    그리스 신화의 ‘드라콘’을 비롯해 세계 각국 신화에는 단골손님처럼 용이 등장한다. 신화 속 모습은 제각각이지만 대체로 용 하면 거대한 몸집과 온몸을 뒤덮은 큰 비늘,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 상공에서 위용을 뽐내는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저자는 ‘나만의 용’을 만드는 레시피를 제시한다. ‘나만의 파스타’ 만드는 법을 알려주듯 가볍게 말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세포생물학을 가르치는 교수인 그는 말한다. “용이 꼭 갖고 싶으니 직접 만들어야겠다”고. 현재의 과학기술로 상상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총동원된다. 코모도는 현존하는 가장 큰 도마뱀. 그런 만큼 크고 무시무시한 용을 만들기 위한 시작점이 될 동물로 소개한다. 평균 몸무게 80kg, 최대 166kg에 달하는 코모도를 날게 하는 게 가능할까. 그러려면 코모도 뼈를 가볍게 하거나 근육계를 간결하게 만들어야 한다. 결국 유전자를 편집하는 등 유전자에 손을 대야 한다. 용이 불을 뿜게 하려면 연료가 필요하다. 메탄가스를 많이 생산하는 소의 특수한 소화관 반추위(反芻胃)를 용에게 적용해 용이 메탄가스를 만들어 내는 걸 생각해 볼 수 있다. 인간을 따를 수 있을 정도의 적당한 지능을 가진 용의 뇌를 만들기 위해 특정 유전자군을 조작하거나 뇌 줄기세포를 제거하는 아이디어도 소개한다. “대체 용을 왜 만들어?” 하는 근원적 의문이 따라다니지만 추상적인 상상을 구체적인 과학기술에 적용해 보는 과정이 흥미로워 계속 읽게 된다. 반전은 저자가 ‘용 레시피’를 소개하는 목적이 “용 만드는 일을 막기 위해서”라는 것. 생명윤리에 어긋나는 방법을 마구잡이로 사용해 상상 속 동물을 만드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를 묻고자 유전자 조작이 얼마든지 가능한 과학기술의 현주소를 보여 주고 경각심을 갖게 한다. 특정 유전자에만 결합하는 효소를 이용해 원하는 DNA 부위를 정확히 자르는 유전체 교정 기술인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기술’을 집중적으로 설명하며 이 기술이 무분별하게 사용됐을 때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제시한다. 독자가 과학적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재미를 주는 동시에 생명윤리에 대한 엄격한 경고장을 날리는 저자의 ‘밀당’ 솜씨가 돋보인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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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상의 별로 한국영화 계속 비춰주오”

    7일 향년 56세로 별세한 배우 강수연 씨의 영결식이 11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열렸다. 동료 배우, 감독 등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영화인장으로 치러진 영결식에선 고인을 월드스타로 만든 영화 ‘씨받이’ ‘아제 아제 바라아제’를 연출한 임권택 감독이 추모사를 낭독했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수연아”라고 부른 뒤 “친구처럼 딸처럼 동생처럼 네가 곁에 있어 늘 든든했는데 뭐가 그리 바빠 서둘러 갔느냐”며 울먹였다. 장례위원장인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도 “21세에 월드스타라는 왕관을 쓰고, 멍에를 지고 당신은 참으로 힘들게 살아왔다. 당신은 천상의 별로 한국 영화를 비추면서 끝까지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며 추모했다. 설경구 문소리 등 후배 배우들과 유작이 된 영화 ‘정이’를 연출한 연상호 감독의 추모사도 이어졌다. 연 감독은 “선배님의 새 영화를 많은 사람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끝까지 동행하겠다”고 했다. 그는 여러 번 말을 잇지 못하고 울먹였다. 영결식을 진행한 배우 유지태는 “실감이 안 난다. 영화 속 장면이었으면 했다”며 비통해했다. 장례위원회가 ‘별보다 아름다운 별’로 칭했던 고인은 경기 용인추모공원에 안치됐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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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한 포스터에 갇힌 걸작 ‘씨받이’[무비줌인/손효주]

    배우 고 강수연 씨의 대표작인 영화 ‘씨받이’를 오해해 왔다. 오해는 시간이 흘러 사실처럼 각인됐다. 해묵은 오해가 풀린 건 불과 며칠 전이다. 고인이 5일 뇌출혈로 쓰러진 뒤에야 그를 월드스타로 만든 ‘씨받이’를 제대로 봤다. 그는 열일곱 천방지축 ‘옥녀’로 나온다. 옥녀는 대갓집 종손 신상규(이구순)의 대를 잇기 위한 씨받이가 되고, 그와 사랑에 빠져 고초를 겪는다.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성애 영화’가 난립하던 1980년대에 나온 비슷한 유의 야한 영화로 여겼다. 1987년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고인이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역사적 작품이라는 사실도 오래전 각인된 영화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진 못했다. 필자처럼 30대부터 40대 초반 중엔 ‘씨받이’를 지금도 에로영화로 아는 이들이 많다. 이 영화를 볼 수 있는 어른이 된 뒤에도 보지 않은 영향도 있다. ‘씨받이’를 오해하게 하고 볼 생각이 없게 만든 데는 포스터의 영향이 컸다. 1987년 개봉 당시 ‘씨받이’ 포스터는 여러 버전이 있다. 그중 대표적인 건 고인이 소복 저고리를 풀어헤친 뒤 윗가슴 일부를 드러내고 앉아있는 버전. 드문드문 드러난 다리 맨살과 속이 비치는 얇은 소복, 뒷배경인 강렬한 빨간색의 조합은 한 장에 응축해낸 에로티시즘이었다. 1980, 90년대 미성년자였던 필자는 당시 비디오케이스에 인쇄된 글자 ‘씨받이’만 봐도 주춤했다. 거친 어감의 직설적인 제목과 야릇한 사진은 ‘어른 중에서도 진짜 어른만 보는 영화’라고 말하는 듯했다. 이 포스터들은 상상력을 날뛰게 만드는 기폭제가 됐다. 급기야 “상상력을 총동원해도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야할 것”이라는 생각을 굳히기에 이르렀다. 실제로 본 ‘씨받이’는 한(恨)의 결정체였다. 영화를 관통하는 씨받이의 아픔을 그리는 과정에서 에로티시즘은 거들 뿐이다. 맥락 없는 성애 장면이나 노출은 없다. 당시 스무 살에 불과하던 고인이 “내 새끼 내 놓으라”며 몸부림치는 장면은 그가 왜 일찌감치 전설적 배우가 됐는지 알게 한다. 옥녀가 “난 새끼 낳아주는 짐승이 아니란 말이야”라며 절규하고 옥녀 모친(김형자)이 “우리가 어떻게 사람이냐”며 한탄하는 장면은 이 영화가 여성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아픔을 직시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임권택 감독은 파격적인 카메라 앵글로 충격적인 마지막 장면을 담아내며 인습을 비판하고 인본주의를 강조한다. 영화의 사회적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당시 고인이 작품을 고르는 눈이 얼마나 높았는지 알 수 있다. 결국 영화의 부차적 요소인 야릇함만 담은 ‘낚시용 포스터’가 ‘씨받이’를 야한 영화 프레임에 가둬 버린 것. 포스터는 당시 한국 영화 체질 개선에 큰 역할을 한 이 영화에 대한 논의가 더 확장되지 못하게 한 장애물이 됐다. 오해를 부르는 포스터에 잠식당한 걸작은 비교적 최근에도 있었다. 영화 ‘끝까지 간다’(2014년)는 최근 넷플릭스가 프랑스판으로 리메이크 해 스트리밍 순위 세계 1위를 기록했다. ‘끝까지 간다’는 이야기의 참신함과 배우들의 열연으로 호평 받은 액션스릴러물. 2014년 칸영화제 감독주간에도 초청됐다. 그러나 포스터만 보면 경찰이 주인공인 뻔한 B급 액션코미디 영화 같다. “증거가 다 있는데 왜 수사를 못 하게 하는 겁니까”라고 소리치는 ‘좌충우돌 열혈 형사’와 서장실에서 난을 닦으며 “위에서 안 된다고 하잖아”라고 말하는 서장이 떠오른다. ‘못 말리는’ 열정으로 권력형 범죄를 해결한 형사가 1계급 특진하며 윙크를 날리는 것으로 끝나는 클리셰 뒤범벅 영화가 연상되는 것이다. ‘김씨 표류기’ ‘지구를 지켜라’도 비슷하다. ‘김씨 표류기’는 해외에서 대학 영화 교재로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을 만큼 명작이다. ‘지구를 지켜라’는 사회 부조리를 만화 같은 엉뚱한 이야기를 통해 풍자한 걸작이다. 그러나 포스터는 웃음을 쥐어짜내려고 온갖 무리수를 두는 저예산 코미디 영화로 확신하게 만든다. 두 영화 모두 흥행에 실패했다. 고인은 생전 한 방송에 출연해 ‘씨받이’가 에로영화로 치부되는 것에 대해 “이 영화를 찍을 때 야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슬프다고 생각했지…”라며 영화 개봉 직후 상처를 많이 받았다고 했다. 7일 고인이 별세한 뒤 20대 중에 그를 모르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 ‘씨받이’ 포스터를 본 적이 없는 이들도 많았다. 꽤나 충격적이었지만 한편으론 다행인 듯도 하다. 영화의 메시지와 분위기를 함축해내기는커녕 애먼 부분만 부각한 ‘호객용 포스터’에 압도돼 영화를 보기도 전에 영화나 배우를 오해하는 일은 적어도 없을 테니 말이다. 손효주 문화부 기자 hjson@donga.com}

    • 2022-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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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강호, 日거장 고레에다 ‘브로커’로 ‘칸’ 품에 안을까

    팬데믹 여파로 3년 가까이 스크린에서 볼 수 없었던 한국 대표 배우 송강호가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한국 영화로 돌아온다. 17일 개막하는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영화 ‘브로커’를 통해서다. 국내에선 다음 달 8일 개봉된다. 송강호는 10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고레에다 감독은 오래전부터 존경해온 예술가다. 작품 출연 제의가 영광스러웠다”고 말했다. 일본 도쿄에서 화상으로 보고회에 참석한 고레에다 감독은 “7년 전쯤 한국 배우들과 영화를 해보자고 생각하다가 신부 옷을 입은 송강호가 아이를 안고 있는 장면이 떠오르더라”며 송강호와 함께 영화를 찍게 된 계기를 밝혔다. 그는 2015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송강호를 만났을 당시 일찌감치 ‘브로커’ 출연을 제안했다. 영화는 ‘베이비박스’를 둘러싼 이야기다.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이를 양부모와 연결해주는 자칭 ‘선의의 입양 브로커’ 상현(송강호)과 그의 조력자 동수(강동원),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버렸다가 다시 찾으러 오는 소영(아이유·이지은), 이들을 쫓는 형사 수진(배두나)과 이형사(이주영)가 주인공이다. 이날 강동원은 “보육원에서 자란 동수는 아이는 가정에서 크는 게 좋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입양에 나서는 인물”이라며 “보육원 출신인 분들을 만나 그들의 마음을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영화는 각자의 사연을 풀어내며 이들이 가족처럼 가까워지는 여정을 다룬다. 고레에다 감독은 2018년 칸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어느 가족’에서도 각자의 사연을 가진 이들이 ‘유사 가족’처럼 한집에 사는 이야기를 그리며 가족의 진짜 의미를 물었다. 송강호는 “감독님 작품은 차가운 이야기로 시작해 따뜻한 휴머니즘으로 끝난다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이와 달리) 이번엔 현실에 대한 냉철한 직시가 돋보였다”고 말했다. 영화에 이지은이 출연한 데는 팬데믹이 큰 역할을 했다. ‘브로커’는 이지은이 출연한 첫 장편영화다. 고레에다 감독은 “팬데믹 탓에 집콕하면서 스트리밍 서비스로 한류 드라마를 보는 데 빠져 있었다”며 “(이지은 주연의)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보고 빅팬이 됐다. 드라마 후반엔 이지은만 나오면 울었다”고 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어느 가족’으로 황금종려상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로 2013년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는 등 칸영화제에만 8번이나 초청된 세계적 거장이다. 그런 그도 한국 영화 첫 데뷔를 앞두고는 크게 긴장했다. 그에게 조언을 해준 이는 또 다른 거장 봉준호 감독이었다. 고레에다 감독은 “봉 감독이 ‘외국에서 영화를 찍으니 불안하겠지만 촬영이 시작되면 무조건 송강호에게 맡기면 된다. 송강호는 태양 같은 존재여서 현장을 밝힐 것’이라고 조언해줬다”고 말하며 웃었다. 영화는 부산에서 시작해 경북 포항 울진, 강원 강릉 등을 거쳐 서울로 도착하는 로드무비다. 한국의 비경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할 것으로도 기대된다. 영화 ‘박쥐’ ‘기생충’ 등에 이어 올해 7번째로 칸 레드카펫을 밟는 송강호가 이 영화로 남우주연상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송강호는 “영화제는 축제여서 스포츠처럼 어떤 결과를 얻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인정받으면 고마운 일이지만 그것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라고 했다. 영화 촬영 중 송강호에게서 연기로 극찬을 받았다는 이지은은 “칸에 가면 살면서 또 이런 날이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배우고 오겠다”고 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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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의리있고 당당했던 ‘깡수연’

    “기력이 있는 한 배우를 하고 싶어요. 75세가 됐을 때 영화 ‘집으로…’의 할머니 같은 역할을 하면 정말 좋겠어요.”(2010년 동아일보 인터뷰) 7일 오후 3시경 향년 56세로 별세한 한국 최초의 ‘월드 스타’ 강수연은 늘 그랬듯 영화에 오롯이 헌신하고자 했다. 올해 공개하는 넷플릭스 영화 ‘정이’로 복귀한 뒤 연기를 본격적으로 재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뇌출혈에 따른 심정지로 5일 쓰러진 그는 결국 병상에서 일어서지 못했다.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을 8일 찾은 임권택 감독은 “좋은 연기자를 만난 행운 덕분에 내 영화가 더 빛날 수 있었다. 워낙 영리한 배우라 숱한 세월을 함께했음에도 촬영에 지장을 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감사한 배우”라며 비통해했다. 봉준호 감독은 “영정사진이 영화 촬영 소품같이 느껴질 정도로 실감이 안 난다”고 말했다. 고인이 걸어온 길은 한국 영화사와 맥을 같이한다. 1969년 세 살 때 길거리 캐스팅으로 데뷔한 후 초등학생 때 어린이 드라마 ‘똘똘이의 모험’(1976년)과 ‘정의의 번개돌이’(1978년)에 출연하며 아역 스타로 떠올랐다. 고교 시절인 1982년 영화 ‘깨소금과 옥떨매’, 1983년 드라마 ‘고교생 일기’에 출연하며 TV와 스크린을 넘나들었다. 정식 영화 데뷔작은 1976년 ‘핏줄’이다. 이후 영화 ‘별 3형제’(1977년), ‘어딘가에 엄마가’(1978년)에 아역으로 출연했다. 1985년 김수형 감독의 ‘W의 비극’, 배창호 감독의 ‘고래사냥2’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본격적인 도약을 예고했다. 배 감독은 “아역 시절부터 재능이 특출해 눈여겨봤는데 성인이 돼서도 그 참신함이 여전하더라. 발랄하고 매사에 적극적이던 모습이 생생하다”고 회고했다. 20대 초반에 ‘젊은 거장’ 배우가 된 데에는 임권택 감독의 공이 컸다. 고인은 1987년 임 감독의 ‘씨받이’에서 주인공 ‘옥녀’ 역을 맡아 그해 베니스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한국 배우가 세계 주요 영화제에서 수상한 건 처음이었다. 1989년 임 감독의 ‘아제 아제 바라아제’로 모스크바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명실상부한 ‘월드 스타’로 떠올랐다.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조직위원회 집행위원장은 “1997년 인도 트리반드룸에서 열린 영화제에 참석했는데 현지인들이 ‘영화 ‘씨받이’를 봤다. 강수연 연기가 정말 좋았다’고 말해 깜짝 놀랐다”며 “고인은 한국영화와 한국 배우를 세계에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말했다. 고인은 2011년 방송에서 “당시 모두가 노출 연기에만 관심을 가져 큰 상처를 받았다. 상을 타고 나니 갑자기 다들 ‘너 어쩌면 그렇게 연기를 잘하느냐’고 물어 상처가 싹 치유됐다”고 했다. 영화 ‘우리는 지금 제네바로 간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경마장 가는 길’ ‘그대 안의 블루’ 등 1980, 90년대 화제작에 다수 출연했다. 특히 1990년대에는 ‘처녀들의 저녁식사’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등 여성의 성적 주체성을 강조하거나 여성이 겪는 차별을 들여다본 작품에 출연했다. 2000년대 드라마 ‘여인천하’(2001∼2002년)의 주인공 정난정 역으로 압도적인 연기를 펼쳐 연기대상을 받았다. 공개되지 않은 ‘정이’를 제외하면 가장 최근작은 2013년에 개봉한 단편영화 ‘주리’다. 시드니국제영화제 심사위원(2013년),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심사위원(2012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2015∼2017년)을 역임하며 국내외 영화계 발전에도 기여했다. 고인은 영화에 대해 “끊임없이 답을 안 주는 짝사랑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쓰러지기 3주 전까지 ‘정이’ 후시녹음을 하며 한순간도 영화를 손에 놓지 않았다. 장례는 영화인장으로 치른다. 김동호 전 위원장이 장례위원장을, 임 감독과 배우 김지미 박중훈 안성기 박정자 등이 장례 고문을 각각 맡았다. 10일 오후 10시까지 조문을 받은 뒤 11일 오전 영결식을 한다. 영결식은 영화진흥위원회 유튜브 채널로 생중계한다. 영화 ‘베테랑’ 명대사의 원작자스태프 챙기는 인간적인 면모 유명비구니역 삭발-겨울 얼음물 입수 등“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는 배우”“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어?” 영화 ‘베테랑’(2015년)에서 형사 서도철(황정민)이 내뱉은 이 대사의 원작자는 배우 강수연 씨다. 스태프를 챙길 때나 사석에서 이 말을 자주 한 고인은 류승완 감독과 만나 농담처럼 말했다. 이 말이 ‘베테랑’에 나오며 돈의 유혹에도 자존심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뜻의 명대사로 회자되고 있다. 고인은 의리 있고 인간적인 면모로 유명했다. 그를 월드 스타에 오르게 한 임권택 감독에 대해서는 특히 각별했다. 2008년 부산 동서대가 임권택영화예술대학을 출범시키자 고인은 특강 강사들을 다 섭외했다. 임 감독은 2010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강사료로) 몇백만 원은 줘야 하는 배우나 스태프들을 수연이가 다 데려온다”고 했다. 카리스마 있고 불의 앞에서 단호히 행동해 ‘깡수연’으로도 불렸다. 과거 제작자가 나쁜 의도로 그를 호텔에 불렀을 때 주저 없이 뺨을 때렸다. 그는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함부로 하는 건 나이와 지위를 막론하고 못 받아들인다”라고 잘라 말했다. ‘말술’로도 잘 알려져 있다. 영화계 유명한 애주가들도 그를 술로 이겨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삭발 투혼’은 뗄 수 없는 단어. 영화 ‘아제 아제 바라아제’에서 비구니 역을 위해 삭발하던 모습은 한국영화사의 역사적인 장면으로 꼽힌다. 고인은 당시 “머리는 또 자라는 법”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드라마 ‘여인천하’(2001∼2002년)에선 얇은 소복만 입고 한겨울 얼음물에 장시간 들어가 화제가 됐다. 배우 손숙은 “강수연이야말로 배우다. 다른 수식어가 없다. 오롯이 인생을 거기에 바친 사람”이라고 했다. 고인은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고등학교 때부터 사실상 가장 역할을 했다. 이에 “가정환경 때문에 결혼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자주 받았다. 그는 “독신주의자는 절대 아니다”라며 “결혼해서 아이도 낳고 싶지만 결혼은 인연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라고 답했다. 당당함은 고인을 표현하는 말이었지만 그 이면엔 여린 모습이 있었다. 고인은 “언제 가장 외롭냐”는 질문에 “당당한 척할 때, 그때가 가장 외롭다”고 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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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수연 유작된 ‘정이’… 연상호 감독 “강 선배 출연 거절하면 영화 접으려 했다”

    배우 강수연의 별세로 유작이 된 공상과학(SF) 영화 ‘정이’는 임권택 감독의 ‘달빛 길어올리기’(2011년) 이후 고인이 11년 만에 출연한 장편영화다. 최고 여배우의 복귀작인 데다 제작비가 200억 원 넘게 투입된 대작으로 화제가 된 ‘정이’는 지난해 크랭크인 단계부터 주목 받았다. 고인은 영화 ‘부산행’과 드라마 ‘지옥’을 통해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연상호 감독과 손잡고 ‘정이’ 주인공을 맡은 것을 계기로 영화 인생의 새로운 막을 열 예정이었다. ‘정이’는 극심한 기후변화로 인류가 더 이상 지구에서 살기 힘들어진 22세기를 배경으로 한다. 인류가 만든 피난처 ‘셸터’에서 일어난 내전에서 이기기 위해 전설의 용병 ‘정이’의 뇌를 복제한 로봇을 제작하려는 이들의 고군분투를 담았다. 고인은 뇌 복제와 인공지능(AI)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소 팀장 서현 역을 맡아 열연했다. 정이 역은 김현주가, 연구소장 상훈 역은 류경수가 각각 연기했다. 연 감독은 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이’는 구상 단계부터 강수연 선배님을 염두에 두고 시작한 영화”라며 “선배님이 출연을 거절했다면 이 영화를 아예 안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선배님이 한창 영화 활동을 할 당시 단연 최고의 배우로 각인된 데다 드라마 ‘여인천하’를 접하며 그 아우라를 익히 알고 있었다”며 “한국영화를 상징하는 분이 영화의 중심을 잡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SF 영화인 만큼 신작에는 컴퓨터 그래픽 이미지(CGI)가 많이 들어간다. SF 영화 출연이 처음인 데다 1980, 90년대 영화에 주로 출연한 고인으로서는 촬영 환경이 낯설 수 있는 상황이었다. 연 감독은 “거의 처음 접하는 새로운 환경에도 선배님은 스태프들이 전혀 힘들지 않도록 많이 배려해주셨다”고 말했다. 고인은 약 3주 전 연 감독을 만나 후시녹음을 하는 등 후반 작업에 참여했다. 그때 고인은 연 감독에게 “CGI 작업이 된 장면이 보고 싶다”고 요청했다고 한다. 연 감독은 “CGI가 어떻게 들어갔는지 궁금해하셨고 매우 보고 싶어 하셨는데 작업이 진행 중이어서 중간 완성본을 못 보여드렸다. 그게 가슴에 한이 된다”고 했다. 넷플릭스는 연내 ‘정이’를 190여 개국에 동시 공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50대 중반인 강수연의 원숙한 연기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터뷰 중 여러 번 말을 잇지 못한 연 감독은 “남은 사람들이 최선을 다해 선배님의 마지막 작품을 마무리하겠다. 많은 분들이 선배님을 기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넷플릭스도 7일 공식 인스타그램에 “항상 현장에서 멋진 연기, 좋은 에너지를 보여주신 고 강수연 님과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좋은 작품을 위해 최선을 다해 주신 배우 강수연 님의 모든 순간을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추모 글을 올렸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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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스타 부담 내려놓고… 임종때 처음으로 평화로워”

    한국 영화를 세계에 알린 원조 ‘월드스타’ 고 강수연 씨의 장례가 11일까지 나흘간 영화인장으로 치러진다. 8일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는 조문이 이어졌다. 고인을 월드스타로 만든 영화 ‘씨받이’와 ‘아제 아제 바라아제’를 연출한 임권택 감독은 부인 채령 씨와 한걸음에 달려왔다. 전날도 빈소를 찾은 임 감독은 내내 굳은 표정이었다. 임 감독은 “더 활동할 수 있는 나이인데 세상을 떠나 아깝다”라며 비통해했다.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조직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전날에 이어 이날 오전 9시 반쯤 가장 먼저 빈소를 찾아 자리를 지켰다. 이날 그는 자필편지를 통해 “청천벽력이라는 말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압구정동 만둣국 가게에서 점심을 나누고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눈 것이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스물한 살부터 ‘월드스타’라는 멍에를 짊어지고 살았다. 어쩌면 수연 씨의 숙명이었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어 “응급실에 누워 있을 때, 임종할 때, 세파에 시달렸고 어렵게 살아왔던 수연 씨가 처음으로 평화로운 모습으로 누워있는 것을 목도했다. 명복을 빈다”고 애도했다. 갑작스러운 비보에 영화계 인사들은 비통해했다. 배창호 감독은 “10대 때부터 배우로 성장하는 과정을 쭉 지켜봤고, (고인이) 더 무르익은 연기를 보여줄 때가 됐는데 우리 곁을 떠나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장호 감독은 “고인은 톱스타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노력했고 참을성 있게 연기에 임했다”고 밝혔다.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은 “부산국제영화제를 같이 만들어 여기까지 오게 한 분”이라고 애도했다. 고인과 함께 연기한 배우들도 안타까워했다. 배우 박정자 씨는 “영화 ‘웨스턴 애비뉴’(1993년)를 같이 하며 본 강수연은 아주 똑 부러지는 배우였다”며 “지나치게 잘나서 많이 외로웠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배우 김학철 씨는 “영화 ‘지독한 사랑’을 같이 촬영했다. 늘 고마웠고 꼭 한 편 더 좋은 영화를 함께 찍고 싶었다”며 울먹였다. 배우 김혜수 이미연 김윤진 문근영 한지일, 영화감독 윤제균 봉준호 김태용 박정범 임순례를 비롯해 가수 노영심도 빈소를 찾았다. 온라인에서도 추모가 이어졌다. 고인의 유작이 된 영화 ‘정이’를 연출한 연상호 감독은 이틀 연속 빈소를 찾은 데 이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편히 쉬세요. 선배님과 함께한 지난 1년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겁니다”라고 추모했다. 영화감독 겸 배우인 양익준은 인스타그램에 “누나 같았고 따뜻했고 사랑스러웠던 분”이라며 “누나라고 한번 불러봤어야 했는데”라고 썼다. 정치권에서도 추모가 이어졌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학창 시절 강수연 님의 연기를 보며 성장했다. 명연기를 평생 기억하겠다”고 애도했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정부가 올겨울에 고인에게 훈장을 추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인은 1987년 ‘씨받이’로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후 옥관문화훈장을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김부겸 국무총리,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박찬욱 감독, 배우 엄앵란 안성기 전도연 이병헌 송강호 강동원, 박기용 영화진흥위원장은 조화를 보내 고인을 추모했다. 영결식은 11일 오전 10시에 열린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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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정치 등 각계 인사들 애도…강수연 빈소에 조문 행렬

    ‘영화계 원조 월드스타’ 고 강수연의 장례가 나흘간 영화인장으로 치러진다. 별세 이틀째인 8일 배우 강수연 씨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는 영화인 등 각계 인사들의 조문 발길이 이어졌다. 고인이 평소 아버지처럼 따랐던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조직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전날에 이어 이날 오전 9시 반쯤 가장 먼저 빈소를 찾아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위원장은 “(고인은) 영화계 최초의 ‘월드 스타’로서 전 세계에 한국을 알리는 역할을 했고, 그 뒤에 부산국제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으면서 영화계와 한국 영화산업에도 크게 기여한 사람”이라고 고인을 평가했다. 배우 강수연을 월드스타로 만들어준 영화 ‘씨받이’ ‘아제아제 바라아제’를 연출한 임권택 감독도 아내 채령씨와 함께 한걸음에 달려왔다. 전날도 빈소를 찾았던 임 감독은 거동이 불편해 지팡이를 짚고 부인의 부축을 받으며 내내 굳은 표정을 지었다. 임 감독은 “(너무 슬퍼) 할말이 없다”면서도 “살면서 더 활동할 수 있는 나이인데 먼저 세상을 떠나 아깝다. 워낙 영리한 배우라 숱한 세월을 함께 했음에도 영화 촬영 과정에서 지장을 준적이 한번도 없었다. (강수연이라는) 좋은 배우를 만나 내 영화가 좀 더 빛날 수 있었다. 감사한 배우”라고 회고했다. 빈소를 찾은 봉준호 감독은 “몇 달 전에도 만나 뵀는데 실감이 안난다”며 “종종 뵙고 이야기도 길게 나누곤 했다. 그래서인지 빈소의 영정사진도 영화촬영 소품같이 느껴질 정도로 실감이 안난다”며 애통해 했다. 장례위원회 고문을 맡은 배우 박정자는 “과거 영화 ‘웨스턴 애비뉴’란 작품을 같이 출연하며 본 강수연은 아주 똑부러지는 배우였다”며 “지나치게 똑소리나고 잘나서 많이 외로웠을 것 같다. (떠나는 그를) 많이 응원하고 또 사랑해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빈소를 찾아 고인을 애도했다. 황 장관은 “강수연 씨의 존재감이 너무 컸기에 (사망 소식이) 너무 충격적이었다”며 “앞으로도 대한민국 영화사에 크게 역할을 하실 분인데 너무 일찍 가셔서 안타깝다. 정부는 올 겨울에 훈장을 추서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온라인에서도 추모가 이어졌다. 고인의 유작이 된 영화 ‘정이’를 연출한 연상호 감독은 전날 빈소를 찾은데 이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선배님 편히 쉬세요. 선배님과 함께한 지난 1년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겁니다”라고 애도했다. 영화 ‘경마장 가는 길’에서 상대 배우로 출연한 배우 문성근은 “강수연 배우, 대단한 배우, 씩씩하게 일어나기를 기도했는데 너무 가슴 아픕니다. 명복을 빕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배우 김규리는 2015년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고인을 만난 일화를 전하며 “저희에게, 저에겐 등대 같은 분이셨습니다. 빛이 나는 곳으로 인도해주시던 선배님을 아직 어떻게 보내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라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김부겸 국무총리,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배우 엄앵란 안성기, 박기용 영화진흥윈원장 등은 조화를 보내 고인을 추모했다. 영화인장으로 치러지는 고인의 장례식의 장례위원장은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조직위원집행위원장이 맡았고 동료 영화인 강우석 강제규 봉준호 설경구 등 49명이 장례위원으로 참여했다. 영결식은 11일 오전 10시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거행될 예정으로, 영화진흥위원회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생중계될 예정이다.손효주기자 hjson@donga.com김태언 기자beborn@donga.com}

    • 2022-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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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집으로’ 할머니 역 하고 싶다”던 강수연…미개봉 ‘정이’가 유작

    “기력이 있는 한 배우를 하고 싶어요. 75세가 됐을 때 영화 ‘집으로’의 할머니 같은 역할을 하면 정말 좋겠어요.” 7일 오후 3시 별세한 배우 강수연 씨(56)가 생전 했던 말이다. 고인은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남은 생도 영화에 오롯이 헌신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노년의 배우로서 연기하는 그의 모습은 끝내 볼 수 없게 됐다. 뇌출혈에 따른 심정지로 5일 쓰러진 그가 쾌유하길 많은 이들이 간절히 염원했지만 그는 끝내 병상에서 일어서지 못했다. 원조 ‘월드 스타’였던 고인이 눈감았다는 소식에 영화계와 팬들은 황망해하고 있다.고인은 1987년 임권택 감독의 영화 ‘씨받이’로 한국 배우 최초로 당시 세계 4대 영화제 중 하나인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영화계 변방이었던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데 큰 공을 세웠다. 1989년엔 또 다른 세계 4대 영화제였던 모스크바영화제에서도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한국영화의 위상을 또 한 번 끌어올리는 등 한국영화사에 큰 획을 그었다. 고인은 올해 1월 말 넷플릭스 영화 ‘정이’ 촬영을 마치고 최근까지도 후반작업을 하는 등 1969년 데뷔한 이후 50년이 지났음에도 영화와 연기에 대한 열정을 그대로 간직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임권택 감독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2011년) 이후 11년만에 출연한 장편영화 ‘정이’ 출연을 계기로 공식 활동을 재개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유작이 된 ‘정이’를 연출한 연상호 감독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건강에 전혀 문제가 없어 보였다. 정말 밝고 활발했다. 연출부도 얼마나 잘 챙겨줬는지 모른다”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고인과 함께 1980, 90년대 영화계에서 활동한 이장호 감독은 “최근까지도 아주 건강했다”며 “너무나 좋은 배우, 너무나 아까운 배우가 이렇게 가버렸다”라고 말했다. 고인이 걸어온 길은 한국 영화사와 맥을 같이 한다. 고인은 1969년 세 살 때 길거리캐스팅으로 데뷔한 이후 초등학교 때 어린이 드라마 ‘번개돌이’ ‘똘똘이의 모험’에 출연하며 아역 스타가 됐다. 고교 시절인 1982년 영화 ‘깨소금과 옥덜매’ 1983년 드라마 ‘고교생 일기’에 출연하는 등 TV와 스크린을 넘나들며 임예진 이덕화 전영록 등의 ‘얄개 1세’ 배우들에 이어 ‘얄개 2세’를 대표하는 하이틴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고인에게 ‘최고의 여배우’라는 수식어가 붙게 해준 분야는 단연 영화계였다. 그의 정식 영화 데뷔작은 1976년 ‘핏줄’. 이후 ‘별 3형제(1977년)’ ‘어딘가에 엄마가(1978년)’ 등 여러 영화에 아역으로 출연하며 연기 내공을 다졌다. 1985년 김수형 감독의 ‘W의 비극’, 배창호 감독의 ‘고래사냥2’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성인 역할을 맡으며 한국 최고 배우로의 도약을 예고했다. 배창호 감독은 “아역 시절부터 재능이 특출해 눈여겨보던 배우였는데 성인이 돼서도 그 참신함이 여전하더라. 그래서 내가 직접 캐스팅했다. 발랄하고 매사에 적극적이던 모습이 생생하다”라고 회고했다. 고인이 20대 초반에 ‘어린 거장’ 배우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에는 임권택 감독의 공이 컸다. 고인은 1987년 개봉한 임 감독 작품 ‘씨받이’에서 주인공 ‘옥녀’ 역을 맡았다. 그는 이 역할로 그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한국배우가 세계 주요 영화제에서 수상한 건 고인이 최초였다. 당시 본보는 고인의 수상 소식을 전하며 “강수연의 수상은 한국영화 60년 사상 첫 쾌거”라며 “이번 수상은 한국 영화 발전의 신기원을 이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보도했다. 뒤이어 1989년에는 임 감독의 ‘아제 아제 바라 아제’로 모스크바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명실상부한 ‘월드 스타’로 떠올랐다. 한국 최고 여배우 지위도 일찌감치 굳혔다. 당시 모스크바영화제는 칸국제영화제, 베를린국제영화제, 베니스국제영화제와 함께 세계 4대 영화제로 꼽혔다.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조직위원회 집행위원장은 “1997년 인도 남부 지역에 있는 도시 트리반드룸에서 열린 인도영화제에 강수연 씨, 임권택 감독과 함께 참석했는데 현지 주민들이 ‘씨받이를 봤다. 강수연 연기가 정말 좋았다’고 말해 깜짝 놀랐다”라며 “한국영화와 한국배우를 전 세계에 알리는데 그만큼 큰 기여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생전 고인이 “내 인생의 어른”이라며 아버지라고 불렀던 임 감독은 2010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한국영화 시스템이 요즘만 같았어도 강수연은 더 큰 스타가 됐을 것”이라고 했다. 임 감독은 말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의 큰 충격을 받았다. 임 감독의 아내 채령 여사는 “수연이는 우리 부부의 딸이나 마찬가지다. 최근 우리 부부를 찾아왔기에 임 감독이 ‘너 왜 요즘 작품 안하냐’고 장난처럼 나무랐는데, ‘연상호 감독과 작품한다’며 밝게 말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라고 했다. 영화 ‘우리는 지금 제네바로 간다’ ‘감자’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경마장 가는 길’ ‘그대 안의 블루’ 등 1980, 90년대 많은 영화에 출연했다. 특히 1990년대에는 ‘처녀들의 저녁식사’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등 여성의 성적 주체성을 강조하거나 여성이 겪는 차별 문제를 들여다보는 등 여성에 대한 사회적 변화를 작품을 통해 보여줬다. 드라마 ‘여인천하’(2001~2002)에서 주인공 정난정 역을 맡아 대중을 압도하는 연기를 선보여 연기대상을 받는 등 2000년대엔 다시 드라마에서도 활약했다. 2007년엔 드라마 ‘문희’의 문희 역으로 열연하며 연기 내공을 과시했다. 대종상영화제 및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등을 받았다. 시드니 국제영화제 심사위원(2013년), 제10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심사위원(2012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2015~2017)을 역임하며 국내외 영화계 발전에도 큰 기여를 했다. 가장 최근 출연한 영화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정이’를 제외하면 2013년 단편영화 ‘주리’다. 마지막 장편영화는 임권택 감독의 101번째 작품으로 2011년 개봉한 ‘달빛 길어올리기’였다. 고인은 영화에 대해 “끊임없이 답을 안 주는 사랑 같은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영화에 온 마음과 힘을 바쳤고 마지막까지 영화를 놓지 않은 진실한 영화인이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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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던 강수연, 그녀가 걸어온 길

    배우 강수연 씨가 뇌출혈로 쓰러져 치료를 받던 중 7일 오후 3시경 별세했다. 향년 56세. 고인은 5일 뇌출혈로 쓰러져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후송된 후 뇌사 판정을 받았고 7일 숨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강 씨는 5일 오후 5시 14분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자택에서 두통 등 통증을 호소하다 가족 신고로 출동한 소방대원들에게 심정지인 상태로 발견됐다. 의료진이 수술을 해도 호전될 가능성이 낮고 위험이 있다고 진단을 내리자 강 씨의 가족은 수술을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강 씨는 의식이 없는 상태로, 인공호흡기를 단 채 6일 새벽 응급실에서 중환자실로 옮겨졌지만 결국 눈을 감았다. 고인과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정이’ 관련해 작업을 한 연상호 감독은 “최근까지도 후시 녹음 등 ‘정이’ 후반 작업을 위해 만났다. 건강했고 평소처럼 엄청 밝은 모습이었는데 믿을 수 없다. 갑작스럽게 비보를 듣게 돼 당황스럽다”고 했다. 강 씨는 최근 ‘정이’ 연출부 스태프에게 밥을 사며 “촬영하느라 고생이 많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조직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지난달 함께 점심을 먹고 차도 마셨는데 매우 밝은 모습이었다. 다만 건강이 좋지 않아 대학병원을 계속 다니고 있어 ‘정이’를 찍는다고 했을 때 걱정됐다”고 말했다. 이장호 감독은 “지난해 10월 강릉영화제에서 만났을 때 아주 건강했다. 너무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세 살 때 길거리 캐스팅으로 데뷔한 고인이 걸어온 길은 한국 영화사와 맥을 같이 한다. 초등학교 때 어린이 드라마 ‘번개돌이’ ‘똘똘이의 모험’에 출연하며 아역 스타로 떠올랐다. 영화 데뷔작은 1976년 ‘핏줄’이다. 1987년 임권택 감독의 ‘씨받이’에 옥녀 역으로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며 한국배우 최초로 세계 주요 영화제에서 수상하는 기록을 세웠다. 1989년 임 감독의 ‘아제 아제 바라 아제’로 모스크바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명실상부한 ‘월드 스타’로 떠올랐다. 당시 모스크바영화제는 칸영화제, 베를린국제영화제, 베니스국제영화제와 함께 세계 4대 영화제로 꼽혔다. 1985년 영화 ‘고래사냥2’를 함께 작업한 배창호 감독은 “아역 배우 때부터 엄청난 재능을 가진 배우였고 성인이 돼서도 참신한 모습이 여전해 직접 캐스팅했다”라며 “대단한 가능성을 보였고 항상 발랄했던 배우였다”라고 말했다. 고인에게 아버지 같은 존재인 임 감독은 “통이 크고 의리가 있고 최선을 다하는 배우”라고 했다. 영화 ‘우리는 지금 제네바로 간다’ ‘감자’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경마장 가는 길’ 등 1980, 90년대 많은 영화에 출연했다. 드라마 ‘여인천하’(2001년)의 정난정 역, 2007년 드라마 ‘문희’의 문희 역으로 열연했다. 대종상영화제 여우주연상,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등을 받았다. 시드니 국제영화제 심사위원(2013년), 제10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심사위원(2012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2015~2017년)을 맡아 국내외 영화계 발전에도 큰 기여를 했다. 가장 최근 출연한 영화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정이’를 제외하면 2013년 단편영화 ‘주리’다. 마지막 장편영화는 임권택 감독의 101번째 작품인 ‘달빛 길어올리기’(2010년)였다. 고인은 생전 의리 있고 인간적인 면모로 유명했다. 불의 앞에서는 상대의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고 당당하고 단호하게 처신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특히 그를 월드 스타 반열에 오르게 해준 임권택 감독에 대한 의리를 지켜왔다. 2008년 부산 동서대는 임권택영화예술대학을 출범시켰다. 당시 임 감독을 위해 고인이 특강강사들을 다 섭외했다고 한다. 임 감독은 2010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한 번 (강사로) 불러오려면 몇 백 만 원은 줘야하는 배우나 스태프들을 수연이가 다 데려온다. 특강료는 대학에 다 기부하고… 참 재주도 좋다”라고 말했다. 고인이 ‘깡수연’으로도 불린 건 카리스마 넘치는 행동 덕분이었다. 과거 영화 제작자가 나쁜 의도를 가지고 그를 호텔에 불렀을 때 주저 없이 뺨을 때렸다고 한다. 그는 이 같은 사실에 대해 부인하지 않은 뒤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함부로 하는 건 나이와 지위를 막론하고 못 받아들인다”라고 잘라 말한 바 있다. 영화 ‘베테랑’(2015년)에서 주인공 황정민이 내뱉는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나”라는 대사의 원작자는 고인이다. 과거 류승완 감독을 만나 농담처럼 한 말인데 영화 대사로 쓰이면서 돈 등 각종 유혹 앞에서도 자존심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뜻을 담은 명대사로 회자되고 있다. 고인은 ‘말술’로도 잘 알려져 있었다. 과거 남녀 배우, 제작자, 감독들과 어우러져 술을 마시면 늘 고인만 살아남았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영화계의 유명한 애주가들도 고인에게 술로 이겨본 적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삭발 투혼’은 고인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단어. 고인을 월드스타로 만든 ‘아제 아제 바라 아제’에서 비구니 역을 하기 위해 삭발을 하던 모습은 한국영화사를 상징하는 역사적인 장면으로 손꼽힌다. 고인은 당시 “머리는 또 자라는 법”이라는 말도 남겼다. 삭발 장면은 2016년 열린 ‘한국영화 100년 사진전’ 등에 여배우의 열정을 상징하는 모습으로 전시되는 등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고인은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고등학교 때부터 사실상 가장 역할을 하며 살았다. 이 때문에 고인에겐 생전 “가정 환경 때문에 결혼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따라다녔다. 그는 그때마다 “독신주의자는 절대 아니다”라며 “나도 결혼해서 아이도 낳고 싶지만 결혼은 인연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라고 답하곤 했다. 생전 고인은 “기력이 있는 한 배우를 하고 싶다. 75세가 됐을 때 영화 ‘집으로’의 할머니 같은 역할을 하면 정말 좋겠다”고 말했다. 세계에 한국 영화를 알리고 한국 영화사에 빛나는 자취를 굵고 깊게 남긴 고인은 마지막 순간까지 영화와 함께 한 영화계의 진정한 별이었다. 영화계는 영화인장으로 장례를 치를 예정이다. 김동호 전 이사장을 위원장으로 장례위원회를 꾸리기로 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조문은 8일부터다. 발인은 11일.영화배우 강수연이 걸어온 길1966년 서울 출생1969년 동양방송 전속 아역배우 데뷔1987년 영화 ‘씨받이’로 베니스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옥관문화훈장,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 미미 역1989년 영화 ‘아제 아제 바라 아제’로 모스크바영화제 여우주연상, 영화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윤주 역1991년 영화 ‘경마장 가는 길’ J역1992년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1995년 영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혜완 역2001년 드라마 ‘여인천하’ 정난정 역2007년 드라마 ‘문희’ 문희 역2012년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심사위원2013년 시드니국제영화제 심사위원2015~2017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2022년 영화 ‘정이’ 서현 역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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