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효주

손효주 기자

동아일보 정치부

구독 140

추천

안녕하세요. 손효주 기자입니다.

hjson@donga.com

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대통령35%
국방29%
정치일반9%
남북한 관계9%
산업6%
사고3%
역사3%
칼럼3%
인물/CEO3%
  • 액션-폭발신 등 볼거리 풍성…日영화로 리메이크 된 ‘시그널’

    일본 내각정보조사실(한국 국가정보원격) 고위관료와 운전기사가 차량 추락 사고로 사망한다. 그런데 단순 교통사고가 아니다. 누군가 차량에 맹독성 가스를 주입했던 것. 두 사람은 추락 전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문제의 가스는 2001년 도쿄 도심에서 21명의 목숨을 앗아간 테러에 쓰인 것과 같은 독극물로 밝혀진다. 정부는 당시 테러 조직은 모두 소탕됐고 가스도 전량 압수했다며 사건이 완전히 종결됐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과거 발표와 달리 20년 만에 같은 가스를 사용한 테러가 발생한 것이다. 일본영화 ‘극장판 시그널’은 2016년 tvN에서 방영한 김은희 작가의 드라마 ‘시그널’을 2시간 분량으로 영화화한 것이다. 2018년 일본 드라마로 리메이크된 데 이어 이번엔 일본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들이 나오는 영화로 제작됐다. 영화는 러닝타임 제약 탓에 드라마처럼 아동 유괴사건, 연쇄 살인사건 등 여러 미제사건을 촘촘히 다루진 못한다. 대신 맹독성 가스를 사용한 고위관료 연쇄 살인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데 온전히 집중한다. 현재의 미제사건수사팀 형사 사에구사(사카구치 켄타로)와 2009년의 형사 오야마(키타무라 카즈키)는 무전기로 현재의 정보와 과거의 정보를 주고받으며 시간을 초월한 공조수사를 벌인다. 드라마는 범죄 수사, 현재와 과거 형사들의 깊은 인연을 보여주는 드라마를 두 축으로 이를 적절히 안배하는 식으로 전개된다. 그러나 영화는 시간 제약으로 주인공들의 인연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각기 다른 시공간에 있는 이들이 어떤 이유로 무전기로 연결돼 미제 사건을 공조수사하게 됐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드라마를 보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각각의 캐릭터나 설정을 이해하기가 다소 어려울 수 있다. 영화는 버릴 건 버리는 대신 범죄수사물과 오락물의 공식을 충실히 따른다. 사에구사의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과 차량 추격신, 총격신, 차량 추락 및 폭발신 등 볼거리가 풍성하다. 액션에 방점을 찍고 한 사건에 집중해 원작을 변주한 만큼 드라마 팬들은 새로운 확장판을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방탄소년단 멤버 정국이 작곡에 참여한 영화 주제곡 ‘Film Out’도 또 다른 관람 포인트다. 31일 개봉.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3-24
    • 좋아요
    • 코멘트
  • ‘국적 모호’ 영화? “호기심 자극해 다국적 관객 노린다”

    빨간 벽돌집이 늘어선 주택가와 남대문시장, 서울 명동거리와 도심의 경찰서까지…. 영화 속 배경은 모두 한국이다. 주인공을 포함해 굵직한 배역 대부분을 유연석 예지원 최무성 등 한국배우들이 꿰찼다. 30일 개봉하는 영화 ‘배니싱: 미제사건(이하 배니싱)’은 언뜻 한국영화 같지만 한국영화가 아니다. 드니 데르쿠르 감독 작품으로 국내 영화사가 수입한 프랑스 영화다. 배니싱은 형사 진호(유연석)가 심하게 훼손된 변사체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프랑스 법의학자 알리스(올가 쿠릴렌코)에게 자문을 구하면서 일어나는 일을 다룬다. 알리스는 심포지엄에 참석하려 한국에 왔다. 그 결과 잇달아 발견되는 변사체는 장기 밀매 조직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두 사람은 사건 해결을 위해 의기투합한다. 영화는 100% 한국에서 촬영됐다. 서구권 영화가 모든 장면을 한국에서 촬영한 건 이례적이다. 데르쿠르 감독은 시나리오 작업 단계에서 한국 촬영과 한국배우 출연을 염두에 두고 ‘추격자’ ‘살인의 추억’ 등 한국의 대표 범죄스릴러 영화를 참고했다고 한다. 데르쿠르 감독은 “한국은 영화에 대한 인식이 높아 관객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곳”이라며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만큼 한국에서 작업하는 건 모든 감독들이 꿈꾸는 일”이라고 밝혔다. 배니싱처럼 국적이 헷갈리는 영화는 또 있다. 현재 개봉시기를 저울 중인 ‘브로커’다.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감독을 맡아 일본영화라 생각하기 쉽지만 ‘베이비박스’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한국영화다. 출연 배우도 송강호 배두나 강동원 이지은(아이유)으로 한국의 대표적인 스타들이다. 고레에다 감독은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넘어 ‘무엇을 전달하고 공유할 수 있을 것인가’를 깊이 모색해 보고자 한다”며 연출 배경을 밝혔다. 과거엔 한국 스타 감독들이 해외로 진출해 현지 배우들과 현지 영화를 만드는 것이 대세였다.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 김지운 감독의 ‘라스트 스탠드’가 대표적이다. 두 영화는 모두 미국영화다. K콘텐츠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이런 흐름은 조금씩 반대로 바뀌는 분위기다. 외국 감독이 한국에서 자국 영화를 찍거나 아예 한국영화를 만드는 식이다. 이에 따라 콘텐츠의 국적이 모호해지고 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한국배우들이나 한국 제작 환경이 그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활용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우 윤여정에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의 영예를 안겨준 영화 ‘미나리’나 그의 차기작으로 25일 공개되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애플TV플러스 드라마 ‘파친코’ 역시 한국 콘텐츠로 여기게 만드는 미국 작품이다. 파친코에는 한국인 또는 한국계 배우들이 대거 나온다. 코고나다 감독과 저스틴 전 감독, 시나리오 작가 수 휴 모두 한국계 미국인이다. 콘텐츠의 모호한 국적은 다국적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해 이들을 영화관 등으로 이끄는 유인책이 될 수 있다. 배니싱 배급사도 이 영화가 프랑스 국적임을 내세우는 대신 ‘글로벌 프로젝트’라는 점을 앞세워 마케팅 전략을 펴고 있다. 박기수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작품이 결국 한국 관객이나 시청자들과 얼마나 정서적인 교감을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정서적·문화적 장벽을 허물 수 있다면 ‘국적 모호’ 콘텐츠는 마케팅 측면에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3-2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팬데믹 경영악화 속 새로 문 여는 영화관 증가, 왜?

    지난해 1월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에 39석 규모의 작은 영화관 ‘라이카시네마’가 문을 열었다. 팬데믹으로 영화관 산업이 존폐 위기에 내몰린 상황에도 새로 영화관을 연 것. 이곳에선 주로 독립·예술영화가 상영된다. 서기분 라이카시네마 대표는 21일 “어려운 시기지만 청춘들의 창작 활동에 보탬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팬데믹 이후 고강도 방역대책의 영향으로 다중이용시설인 영화관이 고사 직전에 내몰렸지만, 지난해 영화관 수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영화관은 542개로 2020년(474개)에 비해 14.3%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영 악화로 영화관 수가 대폭 줄어들었을 것이란 예상이 빗나간 것이다. 지난해 늘어난 영화관 가운데 2020년 팬데믹 여파로 폐관했다가 사업 주체를 바꿔 재개관한 경우를 빼고 말 그대로 신규 개관한 곳이 39개나 된다. 경북 의성군의 ‘의성작은영화관’도 새로 문을 연 영화관 중 하나다. 작은영화관주식회사가 의성군으로부터 위탁받아 지난해 7월부터 운영 중이다. 작은영화관주식회사는 “영화 관람비가 7000원으로 저렴해 군민들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문화 향유 같은 대의를 갖고 개관한 일부 영화관들을 제외하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신규 개관한 경우가 상당수다. 지난해 전국 CGV 영화관 수는 190개로 전년 대비 11개 늘었다. 롯데시네마도 지난해 전년 대비 10개 늘어난 143개였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은 팬데믹을 이유로 최대한 개관 시기를 미루다 건물 입점 계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문을 연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 때문에 극장 수만 늘었을 뿐 업계가 경영 악화로 인한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건 여전하단 분석이 나온다. 업체들이 영화관 수를 줄이는 건 팬데믹이 끝난 후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영화관 업계 관계자는 “멀티플렉스 영화관도 중소 위탁 극장주가 운영하는 비율이 40%가량 된다”며 “방역지침 조정으로 인한 피해 보상금 같은 지원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앞으로 영화관이 줄줄이 폐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3-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아카데미인지 오카데미인지… 난 그냥 윤여정”

    “달라진 거 하나도 없어요. 아카데미인지 오카데미인지를 30, 40대에 탔으면 둥둥 떠다녔겠죠. 내 나이에 감사해본 건 처음입니다.(웃음)” 지난해 영화 ‘미나리’로 한국 배우 사상 첫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75)은 18일 “상은 나를 변화시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냥 나로 살다가 죽을 거다”라며 웃었다. 세계적 배우로 우뚝 선 윤여정이 글로벌 드라마 ‘파친코’로 1년 만에 돌아온다. ‘미나리’에선 ‘순자’였는데 이번엔 ‘선자’다. 이날 미국 로스앤젤레스 현지에서 화상을 통해 한국 기자들과 만난 윤여정은 “이름은 비슷해도 순자와 선자의 이야기는 전혀 다르다”라고 말했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애플TV플러스에서 25일 공개되는 8부작 드라마 ‘파친코’는 한국계 미국인 작가 이민진의 동명 소설을 영상화한 작품이다. 일제강점기 부산에서 선자가 태어날 때부터 시작해 1989년에 이르기까지 약 80년에 걸친 이야기를 담았다. 선자를 중심으로 4대에 걸친 한국인 이민자 가족이 한국, 일본, 미국을 오가며 억척스럽게 생존한 과정을 다룬 대서사극이다. 윤여정은 또다시 이민자 이야기를 택한 것에 대해 한국계 미국인인 두 아들 이야기를 꺼냈다. “한국에 와도 이상하고 미국에서도 생김새가 다르니까…. 젊은 한국계 미국인들은 국제고아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미나리 때도 한국계 미국인인 정이삭 감독을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다 우리 아들인데’ 하는 마음에 이런 프로젝트를 하는 것 같아요.” ‘파친코’의 코고나다 감독과 저스틴 전 감독, 선자의 손자로 나오는 배우 진하 역시 한국계 미국인이다. 이날 코고나다 감독은 “윤여정 얼굴은 한국의 역사가 담긴 지도 같다. 그의 표정과 연기에 정말 감탄했다”고 극찬했다. 윤여정은 “나이가 많아서 그런 것”이라며 웃었다. “자이니치(在日·재일 한국인)에 대해 잘 몰랐는데 이번에 제대로 알고 그분들에게 미안했어요. 이 작품으로 역사를 많이 배웠죠. 봉준호 감독 말처럼 자막이라는 1인치의 벽만 넘으면 더 많은 역사를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3-1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윤여정 “‘파친코’ 선자, ‘미나리’ 순자와 전혀 다른 이야기”

    “달라진 거 하나도 없어요. 아카데미인지 오카데미인지를 30, 40대에 탔으면 둥둥 떠다녔겠죠. 내 나이에 감사해본 건 처음입니다.(웃음)” 지난해 영화 ‘미나리’로 한국 배우 사상 첫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75)은 18일 “상은 나를 변화시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냥 나로 살다가 죽을 거다”라며 웃었다. 세계적 배우로 우뚝 선 윤여정이 글로벌 드라마 ‘파친코’로 1년 만에 돌아온다. ‘미나리’에선 ‘순자’였는데 이번엔 ‘선자’다. 이날 미국 로스앤젤레스 현지에서 화상을 통해 한국기자들과 만난 윤여정은 “이름은 비슷해도 순자와 선자의 이야기는 전혀 다르다”라고 말했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애플TV플러스에서 25일 공개되는 드라마 ‘파친코’는 한국계 미국인 작가 이민진의 동명소설을 영상화한 작품이다. 일제강점기 부산에서 선자가 태어날 때부터 시작해 1989년에 이르기까지 약 80년에 걸친 이야기를 담았다. 선자를 중심으로 4대에 걸친 한국인 이민자 가족이 한국, 일본, 미국을 오가며 억척스럽게 생존한 과정을 다룬 대서사극이다. 젊은 선자는 배우 김민하가, 노년의 선자는 윤여정이 연기한다. 윤여정은 또다시 이민자 이야기를 택한 것에 대해 한국계 미국인인 두 아들 이야기를 꺼냈다. “한국에 와도 이상하고 미국에서도 생김새가 다르니까…. 젊은 한국계 미국인들은 국제고아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미나리 때도 한국계 미국인인 정이삭 감독을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다 우리 아들인데’ 하는 마음에 이런 프로젝트를 하는 것 같아요.” ‘파친코’의 코고나다 감독과 저스틴 전 감독, 선자의 손자로 나오는 배우 진하 역시 한국계 미국인이다. 이날 코고나다 감독은 “윤여정 얼굴은 한국의 역사가 담긴 지도 같다. 그의 표정과 연기에 정말 감탄했다”고 극찬했다. 윤여정은 “나이가 많아서 그런 것”이라며 웃었다. 스스로를 “노배우”라고 소개한 윤여정이 가장 우려하는 건 이 작품에 회상장면이 많다는 점이다. “내가 나이가 많아서 그런지, 그런 게 걱정”이라고 했다. 드라마는 1900년대 초반부터 1989년에 이르기까지 현재와 과거를 수시로 오간다. 그러나 그의 걱정과 달리 공간적 배경이 명확히 구분돼 시청자들이 헷갈려할 만한 부분은 없다. “자이니치(在日·재일 한국인)에 대해 잘 몰랐는데 이번에 제대로 알고 그분들에게 미안했어요. 이 작품으로 역사를 많이 배웠죠. 봉준호 감독 말처럼 자막이라는 1인치의 벽만 넘으면 더 많은 역사를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3-18
    • 좋아요
    • 코멘트
  • 소설가 천명관 영화감독 데뷔작… “똥밭서 투쟁하는 남자 이야기”

    약 30년 전, 서른 즈음에 충무로에 들어섰다. 연출을 해보겠다고 직접 써서 들고 다닌 시나리오는 10여 편. 그를 감독으로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거듭된 실패 끝에 충무로를 떠났다. 이후 20년 가까이 소설가로 살았다. “내가 소설가라고?” 스스로도 믿을 수 없었던 소설가의 인생을 살았더니 유명 작가가 됐다. 하지만 영화감독의 꿈은 청춘이 한참 지나서도 포기할 수 없었다. 환갑을 목전에 두고 마침내 그 꿈을 이뤘다. “함께 영화계에 있던 또래들은 거장이 되거나 은퇴했거든요. 제가 신인으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게…. ‘인생 재밌다’ 싶어요.” ‘고래’, ‘고령화 가족’으로 잘 알려진 소설가 천명관(58·사진)이 영화감독이 됐다. 그의 첫 영화 ‘뜨거운 피’가 23일 개봉한다. 김언수 작가(50)가 2016년 출간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천 감독은 17일 화상 인터뷰에서 “(김 작가 작품을 택한) 이유는 하나다. 이야기가 너무 재밌으니까. 영화로 만들면 근사하겠다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뜨거운 피’의 무대는 부산 변두리 가상의 작은 포구 ‘구암’. 1993년을 배경으로 구암을 장악한 손영감(김갑수)과 그의 수족 희수(정우) 이야기가 주축이다. 건달 생활을 해온 희수는 빚에 시달리며 산동네 낡은 집에서 비루한 삶을 산다. 성인오락기 납품으로 큰돈을 번 뒤 구암을 떠나는 것이 그의 목표다. 그러나 영도파 건달들이 구암을 노리기 시작하면서 치열한 생존싸움이 시작되고 희수의 계획도 틀어진다. 언뜻 그간 숱하게 나온 조폭 영화들과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천 감독은 “보통 조폭 영화에는 거대한 조직과 검은 양복을 입은 멋진 남자들이 나온다”며 “이 영화는 조직이랄 것도 없이 근근이 먹고사는, 똥밭 같은 곳에서 치열하게 투쟁하는 남자들의 이야기”라며 차별 점을 강조했다. 배우 정우 역시 “어깨에 힘을 주는 게 아니라 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치열하게 고민했다”고 말했다. 천 감독이 영화 작업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2시간 내외의 제한된 시간에 이야기를 몰아넣는 일이었다. 천 감독은 “나는 길게 쓰는 편이니까 소설에선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할 수 있지만 영화는 시간이 정해진 장르더라. 그 점을 뼈저리게 깨달았다”라고 말했다. 폼이라고는 나지 않는 밑바닥 건달들의 세계를 날것 그대로 보여준 점은 호평할 만하다. 허름한 세탁공장을 운영하는 건달들 모습은 전에 없이 극사실적이다. 그러나 개연성 없이 튀는 카메라 앵글, 경상도 출신이 들어도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 부산 사투리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천 감독은 “이제 성적표를 받아들 시간만 남았다. 성적이 어떻든 내가 이 과정을 다 해냈구나 싶어서 기분이 좋다”라고 말했다. 영화감독의 삶은 계속된다. 그가 2016년 출간한 소설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를 원작으로 한 영화를 연출할 계획이다. 하지만 자신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 작업을 더 할 생각은 없다. 그의 대표작 ‘나의 삼촌 브루스리’와 ‘고래’는 현재 각각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 중이다. 그에게 연출과 각본을 맡아 달라는 제안이 왔지만 거절했다. “소설을 쓰느라 엄청 많은 시간을 들였는데 이걸 다시 영상화하겠다고 붙잡고 시간을 또 보내는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 제 소설이 아닌 새로운 이야기로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3-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종교분쟁 영화를 보는데 왜 미소가 번지지?

    유혈의 종교분쟁을 다룬 영화를 보는데 관객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아홉 살 소년 버디(주드 힐)가 치아를 드러내고 웃을 때는 관객도 긴장을 풀고 환하게 웃게 된다. 23일 개봉하는 영화 ‘벨파스트’의 배경은 1969년 북아일랜드 수도 벨파스트. 버디는 벨파스트 골목에서 동네 아이들과 칼싸움을 하며 뛰어노느라 신이 났다. 늘 아이들 웃음이 넘치고 어른들은 매일 축제처럼 어우러진다. 서로의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벨파스트의 이웃들은 가족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평화는 이내 공포로 바뀐다. 개신교의 극단주의자들이 천주교 신자들의 집에 화염병을 던지는 등 테러를 저지르기 시작한 것. 마을에 무장병력이 배치되고 철조망을 두른 바리케이드가 쳐진다. 영화는 극단적인 대립으로 연일 사상자가 발생한 당시의 종교분쟁을 버디의 시선으로 되살려낸다. 버디는 테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짝사랑하는 아이에게 어떻게 말을 붙일지 고민하는 등 순수한 아홉 살 일상을 이어나간다. 사랑하는 가족들은 버디가 순수함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힘의 원천이다. 하지만 버디는 분쟁이 심해질수록 벨파스트를 떠나는 문제를 놓고 더 자주 다투는 부모님을 보게 되고 불안을 느끼게 된다. 작품엔 영화를 연출한 케네스 브래너 감독의 유년 시절이 담겼다. 벨파스트 출신인 그가 위기 속에서도 가족들과 극장에서 영화를 보며 꿈을 키우던 모습도 그려진다. ‘벨파스트’는 흑백영화이지만 버디가 보는 스크린 속 영화는 컬러다. 감독의 어린 시절 총천연색 꿈을 컬러 영화로 은유한 듯하다. 영화에 빠진 버디의 반짝이는 눈빛은 꿈 그 자체다. 영화는 27일(현지 시간)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등 7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있다. 흑백으로 재현한 1960년대 벨파스트는 컬러보다 더 생생하다. 벨파스트 출신 뮤지션 밴 모리슨이 만들어낸 음악과 다소 거칠게 담아낸 음향은 오래된 추억을 꺼내 보는 듯한 느낌을 배가시킨다.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88세 노배우 주디 덴치의 절제된 연기도 관람 포인트. 오랜 세월의 질감을 살려 유년 시절을 되살려낸 덕에 영화를 보고 나면 어린 시절 살던 동네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3-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유혈 낭자한 종교분쟁… 소년은 그 속에서도 꿈을 꾼다

    유혈의 종교분쟁을 다룬 영화를 보는데 관객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아홉 살 소년 ‘버디’(주드 힐)가 치아를 드러내고 웃을 때는 관객도 긴장을 풀고 환하게 웃게 된다. 23일 개봉하는 영화 ‘벨파스트’의 배경은 1969년 북아일랜드 수도 벨파스트. 버디는 벨파스트 골목에서 동네아이들과 칼싸움을 하며 뛰어노느라 신이 났다. 늘 아이들 웃음이 넘치고 어른들은 매일 축제처럼 어우러진다. 서로의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벨파스트의 이웃들은 가족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평화는 이내 공포로 바뀐다. 개신교도 중 극단주의자들이 천주교도들 집에 화염병을 던지는 등 테러를 시작한 것. 마을엔 무장병력이 배치되고 철조망을 두른 바리케이드가 쳐진다. 영화는 극단적인 대립으로 연일 사상자가 발생한 당시의 종교분쟁을 버디의 시선으로 되살려낸다. 버디는 테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짝사랑 하는 아이에게 어떻게 말을 붙일지 고민하는 등 순수한 아홉 살 일상을 이어나간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부모님 등 늘 그를 지지해주는 가족들은 버디가 순수함을 잃지 않게 하는 힘의 원천이다. 그러나 버디는 분쟁이 격화될수록 벨파스트를 떠나는 문제를 놓고 더 자주 다투는 부모님을 보게 되고 불안함을 느끼게 된다. 영화엔 영화를 연출한 케네스 브래너 감독의 유년시절이 담겼다. 벨파스트 출신인 그가 위기 속에서도 가족들과 극장에서 영화를 보며 꿈을 키우던 모습도 그려진다. ‘벨파스트’는 흑백영화이지만 버디가 보는 스크린 속 영화는 컬러다. 감독의 어린시절 총천연색 꿈을 컬러 영화로 은유한 듯하다. 영화에 빠진 버디의 반짝이는 눈빛은 꿈 그 자체다. 영화는 27일(현지시간)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등 7개 부문 후보에 올라있다. 흑백으로 재현한 1960년대 벨파스트는 컬러보다 더 생생하다. 벨파스트 출신 뮤지션 밴 모리슨이 만들어낸 음악과 다소 거칠게 담아낸 음향은 오래된 추억을 꺼내 보는 듯한 느낌을 배가시킨다.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88세 노배우 주디 덴치가 가족애를 표현하는 절제된 연기도 관람 포인트. 오랜 세월의 질감을 살려 유년시절을 되살려낸 덕에 영화를 보고 나면 어린시절 살던 동네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3-16
    • 좋아요
    • 코멘트
  • [책의 향기]‘논픽션’으로 그려낸 ‘SF 거장’의 일생

    한 남성이 욕실 문턱에서 전등 켜는 줄을 찾으려고 허우적댄다. 어둠 속에서 한참 손을 휘저어도 줄은 잡히지 않는다. 남성은 곧 애초에 줄이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는 존재하지도 않는 줄을 오랫동안 사용해 온 물건처럼 찾고 있었다. 그는 자문한다. ‘도대체 내가 언제부터 전등 줄 잡아당기는 습관을 갖게 된 걸까?’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미국 SF 문학의 거장으로 불리는 필립 K 딕(1928∼1982). 저자는 딕이 SF 작가로 유명해지기 전 일화를 소개한 뒤 말한다. “이런 일 앞에서 대부분은 ‘거참 이상하군’ 하고 지나쳐버린다. 하지만 그는 아무 의미도 없을 것 같은 일에서 어떤 의미와 대답을 찾는 사람이었다.” 별것 아닌 상황에 대한 딕의 집요한 질문과 상상은 창작의 밑거름이었다. 일상적인 상상에서 출발한 그의 작품은 사후 20세기 SF 영화의 전설 ‘블레이드 러너’는 물론이고 ‘토탈 리콜’ ‘마이너리티 리포트’ 등 수많은 명작 SF 영화의 원작이 됐다. 그가 ‘SF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유다. 프랑스 소설가이자 전기 작가인 저자는 이 평전에서 천재 작가가 태어난 순간부터 심장마비로 사망하던 순간까지의 일대기를 써내려간다. 전등 줄 찾기 에피소드처럼 딕이 일상의 평범한 일을 포착해 SF 소재로 키워가는 주요 장면들은 소설처럼 묘사한다. 핵전쟁으로 파괴된 지구 주위를 도는 우주비행사가 되는 상상 등 딕의 머릿속을 채웠던 수많은 이야기도 생생하게 펼쳐낸다. 강박증, 공황장애 등 각종 정신질환에 시달리며 평생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아야 했던 사실, 다섯 번 결혼하고 모두 이혼하는 등 그의 작품 세계에 영향을 미친 이야기들이 빼곡히 담겼다. 장편소설 36편, 단편소설 100편 이상을 발표하고도 생활고를 겪어야 했던 천재 작가의 불운한 일생과 성격적 결함을 포함한 약점까지…. 별다른 미화 없이 담백하고 폭넓게 삶을 담아낸 솜씨가 돋보인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3-1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英 부커상 후보에 소설가 박상영-정보라 올라

    소설가 박상영(34), 정보라(46)가 영국의 세계적인 문학상인 부커상(옛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후보에 올랐다. 한국 작가 2명이 이 상의 후보에 오른 건 처음이다. 10일(현지시간) 부커재단에 따르면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1차 후보 13편에 박상영의 소설집 ‘대도시의 사랑법’과 정보라의 SF소설 ‘저주 토끼’가 이름을 올렸다. 13편엔 2018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의 ‘더 북스 오브 야곱’을 비롯해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이 포함됐다. 최종 후보 6편은 다음달 7일, 수상자는 5월 26일 각각 발표한다.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은 소설가 한강(52)이 2016년 ‘채식주의자’로 한국 작가 최초로 수상했다. 부커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3-11
    • 좋아요
    • 코멘트
  • ‘낙태금지 시절의 낙태’… 적나라한 묘사에 모두 얼어붙은 ‘체험’

    문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안’(아나마리아 바르톨로메이)은 같은 과 친구들이 “공부를 가르쳐 달라”고 할 정도로 똑똑하다.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할 것으로 예상되는 그는 부모와 교수 등 주변인의 기대를 받고 있다. 장밋빛 미래를 그리는 안에게 의사가 난감한 표정으로 말한다. “임신입니다.” 안이 벌떡 일어난다. “그럴 리 없어요.” 얼마 뒤 임신확인서가 기숙사로 날아온다. 10일 개봉한 프랑스 영화 ‘레벤느망’은 안이 의도치 않게 임신을 한 뒤 낙태하기까지의 과정을 다룬다. 영화의 배경인 1963년은 프랑스에서 낙태를 법으로 금지하고 여성을 처벌하던 시기다. 안은 확고하다. “계속 공부하고 싶어요. 언젠가 아이를 갖고 싶지만 인생과 바꾸긴 싫어요.” 영화는 ‘5주 차’ 등의 자막으로 시간의 경과를 알린다. 흐르는 시간에 비례해 안의 불안감은 고조된다. 친한 친구들마저 “감옥 가고 싶냐”며 그를 외면한다. 안은 고군분투한다. 그가 낙태를 시도하는 과정은 관객의 몸을 얼어붙게 할 정도로 사실적으로 묘사된다.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날것 그대로 담긴 탓에 관객들은 안처럼 초조해진다. 관객의 몰입을 끌어올리는 데는 촬영 기법이 큰 몫을 했다. 안을 중앙에 두고 주로 버스트숏(가슴 위를 촬영하는 기법)이나 클로즈업으로 담아내는 식으로 안의 표정과 눈빛에 온전히 집중하게 한 것. 카메라는 안과 한 몸처럼 움직인다. 고요한 가운데 안의 호흡만 담아낸 장면들은 그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게 만든다. 영화는 지난해 9월 베니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최고 영예인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당시 심사위원장이었던 봉준호 감독은 “심사위원들이 이 영화를 정말 사랑한다”고 극찬했다. 원작은 현대 프랑스 문학의 거장 아니 에르노의 에세이 ‘사건’이다. 1960년대에 에르노가 목숨을 걸고 시도한 낙태 경험을 담은 책이다. 그는 영화사에 보낸 편지에서 “이 영화는 안의 시점에서 몸짓, 침묵 등을 통해 갑작스러운 비극을 그려낸다”고 평가했다. 충격적인 장면들에 대해선 “오드리 디완 감독은 잔혹한 현실을 보여줄 수 있는 용기를 가졌다”고 했다. 디완 감독은 영화에서 낙태에 대한 의견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다만 한 여성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주고 남녀 모두가 낙태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 영화를 보고 나면 안처럼 고통스러워지는 동시에 심사위원들이 이 작품을 극찬한 이유를 알 수 있다. 감독은 영화사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장면을 설명하기보다 시대나 성별을 초월한 신체적 경험으로 바꾸고 싶었다. 영화가 관객에게 하나의 체험이 되길 바란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3-1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막내린 한국영화, 다시 보니 월클”… 전세계서 리메이크 열풍

    지난달 26일부터 닷새간 넷플릭스 영화 부문 세계 1위를 차지한 프랑스 영화가 있다. ‘레스틀리스(Restless)’가 그 주인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인 이 작품은 지난달 25일 공개된 뒤 단숨에 1위에 오르며 관심을 모았다. 세계 1위 단골인 할리우드 영화들을 제치고 정상에 오른 이 프랑스 영화가 주목받은 또 다른 이유는 원작이 한국 영화란 점이다. ‘레스틀리스’는 2014년 개봉한 이선균 조진웅 주연의 영화 ‘끝까지 간다’를 리메이크한 작품. ‘끝까지 간다’는 비리 경찰 고건수(이선균)가 하필이면 어머니 장례식날 비리 관련 내사를 받게 되는 데다 실수로 사람을 치는 교통사고까지 내는 등 최악의 상황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끝까지 간다’는 2017년 중국에서도 궈푸청(郭富城·곽부성) 주연의 영화 ‘파국’으로 리메이크된 바 있다. ‘레스틀리스’는 교통사고 은폐 장면의 카메라 앵글까지 거의 그대로 재현하는 등 마지막 장면 일부를 축약한 것을 제외하곤 원작을 충실히 옮겼다. 또 다른 비리 경찰 박창민(조진웅)이 관객의 예상을 깨고 기습 등장하며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장면을 프랑스판으로 보는 것도 관람 포인트. 조진웅 등장신은 영화 ‘관상’의 수양대군(이정재), 영화 ‘늑대의 유혹’의 정태성(강동원)과 함께 누리꾼들 사이에서 ‘한국 영화 3대 등장신’으로 회자되는 명장면이다. ‘오징어게임’을 비롯한 K콘텐츠의 글로벌 흥행에 더불어 ‘레스틀리스’와 같은 K콘텐츠 리메이크 작품 역시 좋은 성적을 내면서 K콘텐츠의 위상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레스틀리스’ 외에도 세계 각국에서 K콘텐츠 리메이크가 속속 진행되며 K콘텐츠의 저력을 보여주는 데 한몫하고 있다. 2016년 개봉한 영화 ‘부산행’은 할리우드에서 ‘라스트 트레인 투 뉴욕(Last Train to New York)’이라는 이름으로 리메이크가 진행 중이다.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를 포함한 현지 언론은 지난해 말 이 영화가 2023년 4월 개봉할 예정이며 유명 공포영화 ‘쏘우’와 ‘컨저링’을 연출한 제임스 완 감독이 제작에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김옥빈 신하균 주연의 영화 ‘악녀’의 판권 역시 지난해 미국 아마존에 팔리면서 리메이크에 시동이 걸렸다. 이 외에도 지난해 영화 ‘7번방의 선물’과 ‘박수건달’ 판권이 각각 스페인과 인도에 판매됐고, ‘싱크홀’ 판권 역시 중국에 팔렸다. 리메이크 판권 판매가 잇따르며 지난해 한국 영화 리메이크 판권 수출액은 23억8000만 원으로 최근 5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0년(12억2300만 원)에 비해 2배 가까이로 늘었다. ‘오징어게임’ ‘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 등 K콘텐츠의 연이은 메가 히트로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면서 올해 한국 영화 리메이크 판권 수출액은 더욱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과거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았지만 글로벌 유통 플랫폼을 만나지 못해 내수용으로 묻혀버린 ‘끝까지 간다’와 같은 숨은 보석을 찾으려는 해외 제작사들의 경쟁 역시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박기수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K콘텐츠의 매력은 거칠고 독특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세계인이 공감할 만한 보편성을 끌어내 균형을 잘 잡는다는 점”이라며 “K오리지널 콘텐츠가 주력이 되고 리메이크작이 이를 받쳐주는 구도가 굳어지면서 K콘텐츠가 세계 시장에서 갖는 브랜드 파워는 더 막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3-0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재건축 이후… 그 많던 ‘아파트 고양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재건축을 앞두고 이주가 시작된 대단지 아파트. 낡은 아파트 곳곳에 설치된 사다리차의 사다리가 연신 이삿짐을 실어 내린다. 단지 내 길고양이들은 불안한 눈빛으로 이를 지켜본다. 각동 출입 현관에 빨간색 ‘×’자가 그려지고 불도저가 오가며 굉음을 내자 갈 곳 없어진 고양이들은 우왕좌왕하기 시작한다. 17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고양이들의 아파트’의 주무대는 1980년 완공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다. 2017년 이주가 시작됐고 2020년 초 철거가 마무리된 곳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재건축 단지로 잘 알려져 있다. 영화는 이 아파트 이야기를 다루며 재건축으로 아파트를 떠나야 했던 또 다른 존재에 렌즈의 초점을 맞춘다. 대를 이어 이 아파트에서 살아온, 아파트 생태계의 일부가 된 고양이들이다. 자신들에게 이름을 붙여 불러주는 주민들과 어우러져 살며 단지 내 생활에 익숙하다. 길고양이와 집고양이 중간쯤에 있는 ‘아파트 고양이’들이다. 정재은 감독은 4일 기자간담회에서 “2016년 아파트를 방문했는데 고양이들이 도시 길고양이들과 달리 나를 굉장히 반갑게 맞이해줬다. 주민들 사랑을 받으며 살아온 게 보였다. 재건축이 시작되면 이 고양이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하는 질문이 생겨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2001년 갓 스무 살이 된 청춘들의 일상과 고민을 깊이 있게 그려내 호평을 받은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로 이름을 알렸다. 당시 영화에서 고양이는 조연이었지만 이번에는 주연이다. 정 감독은 “20년 전엔 고양이가 한국 사회에서 굉장히 먼 존재였지만 지금은 고양이가 정말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재건축으로 인해 이주해야 하는 ‘아파트 고양이’는 250마리 안팎. 밥을 챙겨주던 주민들도, 거처가 돼주던 건물과 수풀도 모두 사라져 황무지가 돼버린 광활한 공간은 더 이상 고양이들이 있을 곳이 못 된다. 캣맘을 비롯한 동네 주민들은 고양이들의 이주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모임 ‘둔촌냥이’를 만든다. 고양이들은 사람들 계획대로 아파트 단지를 떠나 새 보금자리에서 안착할 수 있을까. 정 감독은 주민들 이주가 시작되기 직전인 2017년 5월부터 촬영을 시작해 아파트가 모두 허물어지기까지 2년 반 동안 촬영을 이어갔다. 동물보호 활동가들이 고양이들의 이주 과정과 이주 방법을 결정하기 위해 논의를 이어가는 등 동물과 인간이 공존으로 향하는 과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서울 재건축 대장주라 불린 아파트의 재건축 과정을 고양이의 시선으로 담아낸 시도는 참신하다. 정 감독은 “고양이들의 이주를 기록하는 것과 더불어 아파트가 사라지는 과정에 연출의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영화는 특정 아파트에서 촬영했지만 특정 아파트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닙니다. 재개발 재건축되는 도시 안에서 길고양이의 생존 문제는 가장 보편적인 이슈니까요. 영화는 고양이 이야기이지만 우리들 이야기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네요.”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3-0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당신만을 위한 특별한 영화관”… 프리미엄 상영관, 팬데믹-OTT 공격에도 선방

    박상준 씨(41)는 1일 영화 ‘더 배트맨’을 보려고 아내와 함께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을 찾았다. 그가 선택한 상영관은 ‘스카이박스’. 일반 상영관과 스크린은 공유하지만 관람석은 상영관 최고층의 독립된 부스 안에 있는 형태로 프리미엄 상영관이다. 거실 또는 서재 콘셉트로 꾸민 부스 내엔 리클라이닝 소파와 스타일러 신발살균기 냉장고 안마의자 등이 설치돼 있다. 병음료와 집에 가져갈 수 있는 마카롱, 팝콘 같은 간식을 주는 등 각종 서비스도 제공한다. 최대 4인이 이용할 수 있는 이 상영관의 예매 비용은 20만원. 혼자 이용해도 20만 원을 내야 한다. 박 씨는 “팬데믹 이후부터는 스카이박스만 이용하고 있다”며 “7개월 된 아기를 키우는 만큼 안전이 중요해 독립된 관람석을 찾게 된다”고 했다. 이어 “팬데믹으로 영화관에 오는 횟수가 크게 줄어 한 번씩 스카이박스를 이용하더라도 연간 영화 관람비는 팬데믹 전과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팬데믹에도 프리미엄 관람은 선방3년째 이어지고 있는 팬데믹에 영화관 업계는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1인당 연평균 영화 관람 횟수는 지난해 기준 1.17회로 2019년 4.37회에 비해 크게 줄었다. 관객 발길이 끊긴 전례 없는 위기에도 ‘스카이박스’ 같은 프리미엄 상영관은 상대적으로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내 영화관의 좌석 판매율은 8.5%. 팬데믹 이전인 2019년 21.2%였던 것에 비하면 60% 가까이 급락했다. 반면 스카이박스 좌석판매율은 같은 기간 39.9%에서 38.5%로 줄어드는 데 그쳤다. 기존 매출을 거의 유지한 것이다. 침대에 누워 영화를 볼 수 있는 ‘템퍼시네마’(1인 4만5000원)를 비롯해 골드클래스(1인 3만5000원) 등 CGV 내 전체 프리미엄 상영관 좌석판매율 감소 폭 역시 같은 기간 36%로 전체 좌석판매율 감소 폭에 비해 비교적 양호한 편이었다. 일반관 좌석에 비해 넓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어 감염 우려가 덜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2년 만에 극장을 찾았다는 장우진 씨(38) 부부가 택한 상영관 역시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 내에 있는 프리미엄 상영관 ‘시네패밀리’였다. CGV의 스카이박스처럼 독립부스 형태인 이곳의 이용 비용은 4인 부스 기준 1∼4인 15만 원이다. 장 씨는 “팬데믹 이후 처음 영화관에 온 만큼 감염 우려가 덜한 안전한 환경에서 영화를 보고 싶어 프리미엄 상영관을 택했다”고 말했다. ○ 보다 안전하게 보다 특별하게‘더 배트맨’의 개봉으로 모처럼 영화관에 활기가 넘쳤던 1일 하루 CGV 용산아이파크몰의 전체 좌석판매율은 35.5%였지만 스카이박스는 90%, 템퍼시네마는 83%에 달했다. 이날 스카이박스와 템퍼시네마에서 상영된 영화가 ‘더 배트맨’이어서 높은 판매율을 기록한 것도 있지만 입장권이 고액인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준이다.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 역시 이날 전체 좌석판매율은 36%였지만 샤롯데는 70%, 샤롯데 프라이빗은 85%에 달해 프리미엄 관람석 판매율이 눈에 띄게 높았다. 이날 오후 CGV 용산아이파크몰 템퍼시네마를 찾은 관객들은 일반관에서 ‘더 배트맨’을 볼 수 있음에도 고액을 내고 해당 상영관을 찾은 이유로 ‘편안함’에 더해 ‘안전함’을 꼽았다. 프리미엄 관람석 선호 현상은 팬데믹의 영향은 물론이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확산, 가정용 TV의 대형화로 영화관 방문이 과거 일상적인 일에서 연례행사처럼 바뀐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큰 스크린에서 볼 가치가 있는 영화가 개봉했을 때에 한해 영화관을 찾는 방식으로 방문 횟수를 줄이는 대신에 안전한 환경에서 프리미엄 서비스를 누리는 ‘특별한 경험’을 하기 위해 고액 지불도 주저하지 않는 ‘선택과 집중’ 관람으로 소비 형태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팬데믹과 OTT의 전방위 공격에 노출된 영화관이 살아남으려면 프리미엄 전략을 확대해 영화관을 관객에게 좀 더 특별한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고정민 홍익대 문화예술경영대학원 교수는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관객들은 영화관을 OTT에 없는 서비스를 누리고 고급 문화를 향유하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며 “영화관은 참신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리미엄 상영관을 늘리는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생존 전략을 발 빠르게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3-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촬영하며 스스로 치유돼… 한국 관객도 그럴것”

    “이 영화가 한국에서 개봉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제가 출연한 다른 작품들로 한국 관객들을 만날 수 있다는 건 뜻 깊은 일입니다.” 대만 여배우 커자옌(柯佳연·37·사진)은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출연한 영화 ‘유어 러브 송(Your Love Song)’이 16일 개봉하는 데 대해 “정말 기쁘고 소중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9년 대만에서 방영된 타임슬립 로맨스 드라마 ‘상견니(想見니)’가 아시아 시장에서 크게 흥행하며 대만 대표 스타배우로 떠올랐다. 국내에서도 넷플릭스 등을 통해 인기를 끌며 한국 팬들이 생겼다. 한국판 리메이크도 진행 중이다. ‘유어 러브 송’에서 그는 결혼을 앞두고 바람을 피운 남자친구와 헤어진 뒤 대만 지방도시 화롄에서 피아노 교습소를 운영하며 사는 위징 역을 맡았다. 영화는 위징과 고교 기간제 교사 싱즈위안이 학생 리동숴가 이끄는 고교생 밴드의 오디션 참가를 함께 준비하며 음악을 통해 각자의 상처를 치유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그는 “위징 역할을 제안받았을 때만 해도 확신을 갖지 못했지만 영화를 촬영하며 내 삶을 돌아볼 수 있었고 삶의 탈출구도 찾았다”고 했다. “이 역할을 하며 스스로 많이 치유됐고 촬영 후 많이 밝아진 걸 느꼈다”고. 그는 이 작품이 ‘용기에 관한 영화’라고 했다. “자신이 상실한 것, 그리고 내면에 숨겨둔 감정과 마주할 용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힐링 영화”라는 것. “누구에게나 눈을 감았을 때 떠오르는 ‘사랑 노래’가 있지 않나요? 이 영화가 다루는 이야기는 간단해 보이지만 영화를 보면 자신을 돌아보고 발견하고 치유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3-0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종교계도 러시아 비판 동참… “증오는 결국 자신을 향하는 총칼”

    조계종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입장문과 발원문을 내는 등 종교계도 러시아 비판과 전쟁 종식 촉구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2일 입장문을 내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자신들의 이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벌이고 있는 명분 없는 전쟁”이라며 “상대를 향한 적개심과 증오는 결국 자신을 향하는 총칼이 될 것으로 잔혹한 총칼을 즉시 거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루속히 전쟁이 종식돼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밝혔다. 조계종은 이날 ‘우크라이나 평화를 위한 발원문’을 통해 “중생의 아픔이 곧 부처님의 아픔이듯 우크라이나인들의 아픔은 우리 모두의 아픔”이라며 “모든 인류가 희망의 등불을 밝히고 진정한 생명평화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간절히 바란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지난달 28일에는 종교 지도자 모임인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가 성명을 내고 “전쟁과 총칼로는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며 “대화를 통한 협상으로 우크라이나 사태가 극복되기를 희망한다”고 촉구했다. 원불교도 같은 날 나상호 원불교 교정원장 명의의 성명을 내고 전쟁 종식을 촉구했다. 나 교정원장은 “러시아 정부는 즉각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력 사용을 중지하고 대화와 협상으로 공포에 떨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세계인들의 호소에 화답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형은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대표회장도 성명을 내고 “러시아의 침공은 기독교 신앙 가치관으로 볼 때 책망 받을 일이자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비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3-02
    • 좋아요
    • 코멘트
  • 우울한 히어로 ‘배트맨’의 탐정 활약기

    영화 ‘더 배트맨’(사진)을 보려면 ‘중대 결심’이 필요하다. 러닝타임은 176분, 무려 3시간에 달한다. 하지만 일단 상영관에서 작품을 마주하면 걸작을 담아내기에 3시간은 다소 짧다는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1일 개봉하는 ‘더 배트맨’은 브루스 웨인이 부패한 도시 ‘고담시’에서 히어로로 활약한 지 2년이 된 시점에서 출발한다. 새로운 배트맨을 맡은 배우 로버트 패틴슨은 그간의 여러 배트맨 중 가장 우울하고 고독한 캐릭터로 나온다. 억만장자에 바람둥이인 웨인과 진지한 정의의 사도 배트맨이라는 완벽히 분리된 이중자아를 아직은 구축하지 못한 상태. 이 때문에 배트맨일 때나 웨인일 때나 매사에 진지하고 쓸쓸하다. 어린 시절 부모가 살해당한 트라우마와 범죄자에 대한 분노로 분노조절을 못하는 등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는 모습도 보인다. 영화의 관람 포인트는 미완성 히어로 배트맨의 성장기를 들여다보는 것에 더해 탐정으로서의 배트맨 활약상을 보는 것에 있다. 1930년대 배트맨이 처음 만화에 등장할 당시 그의 역할은 탐정이었다. 영화 속 연쇄 살인마 ‘리들러’(폴 다노)는 고담시장을 살해한다. 뒤이어 경찰청장을 살해하고, 검사의 몸에 폭탄을 묶어 고담시장 장례식장으로 돌진하게 한다.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부패한 권력층 엘리트라는 것. 리들러는 살해 현장마다 배트맨에게 단서를 남긴다. 배트맨이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아직은 어리바리한 악당 ‘펭귄’(콜린 패럴)과 배트맨의 최대 조력자 ‘캣우먼’(조이 크래비츠) 등 배트맨 시리즈를 대표하는 인물도 등장한다. 패럴은 ‘펭귄’이 되기 위해 하루 4시간이 걸리는 특수분장을 받았다. 그의 본모습이 조금도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펭귄 그 자체가 된 패럴의 모습은 할리우드 특수분장 기술에 박수를 보내게 만든다. ‘혹성탈출’ 시리즈의 명감독 맷 리브스가 창조한 고담시도 관람 포인트다. 그가 만든 고담시는 그간 나온 배트맨 시리즈 중 가장 음울하다. 그러나 리브스 감독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다운 액션과 추격 신으로 영화의 무거움을 시시때때로 떨쳐낸다. 특히 펭귄이 탄 차를 추격하던 배트카가 화염을 뚫고 등장하는 모습은 압권이다. ‘다크나이트’ 시리즈로 히어로물 사상 최대 걸작을 탄생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무거운 바통을 이어받은 리브스 감독은 고담시와 초창기 배트맨을 가장 어둡게, 그러나 가장 세련되게 세공해냈다. 때로는 엄청난 부담감이 걸작을 만드는 긍정적인 동력이 된다는 말을 영화를 보고 나면 실감할 수 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3-0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오겜’ 이정재-정호연 美무대 남녀주연상… K배우, 세계 호령

    “오오오 세상에….” 30년 차 배우 이정재가 신인배우처럼 얼어붙었다. 무대 위에 선 그의 표정은 굳었다가 풀어지길 반복했다.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모니카에서 열린 제28회 미국배우조합(SAG)상 시상식 현장. 드라마 시리즈 부문 남자연기상 수상자로 ‘오징어게임’의 이정재가 호명됐다. 이정재는 입이 떡 벌어졌다. 이정재는 이날 ‘오징어게임’에 함께 출연한 정호연과 한국 배우 최초로 SAG 남녀주연상을 받았다. 1995년 SAG상 시상식이 시작된 이래 비영어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가 이 부문 후보에 오른 것도, 상을 받은 것도 사상 처음이다. 오영수가 올해 1월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TV드라마 부문 남우조연상을 받으며 골든글로브에서 수상한 첫 한국 배우가 된 데 이어 SAG상까지 ‘오징어게임’ 출연 배우가 수상하며 한국 드라마 역사를 다시 썼다. 이정재는 무대에 올라 방송 진행용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등 긴장감이 역력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너무 큰일이 벌어졌다”며 입을 열었다. 슈트 상의 안주머니에서 감사 인사 명단을 적어온 쪽지를 꺼낸 뒤 “많이 써왔는데 다 읽지를 못 하겠다”며 종이를 다시 넣자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는 “오징어게임을 사랑해주신 세계 관객 여러분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정재와 경쟁한 후보는 골든글로브 시상식 당시 같은 부문에서 그를 제치고 남우주연상을 받은 ‘석세션 시즌3’의 제러미 스트롱을 포함해 브라이언 콕스 등 쟁쟁한 세계적 스타들이었다. 기적은 계속됐다. 뒤이어 드라마 시리즈 부문 여자연기상 수상자로 ‘오징어게임’의 정호연이 호명된 것. 정호연은 이름이 불린 뒤에도 어리둥절해하며 한참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그와 경쟁한 배우는 ‘더 모닝 쇼’의 제니퍼 애니스턴, 같은 드라마의 리스 위더스푼 등 ‘스타들의 스타’였다. 그는 무대에 올라 “여기 계신 배우분들을 TV와 스크린에서 보며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을 꿨다”며 울먹였다. “이 자리에 와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라고 말한 뒤 고개를 돌려 눈물을 훔치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오징어게임’이 후보에 올랐던 시상식 최고상인 드라마 시리즈 부문 ‘앙상블연기상’은 ‘석세션 시즌3’에 돌아갔다. 최고의 캐스팅과 연기 조합을 보여준 작품에 수여되는 상이다. 2020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외국어영화 최초로 영화 부문 앙상블상인 최고의 캐스팅상을 수상했다. ‘오징어게임’팀은 시상식이 시작되기 전 한국 드라마 최초로 TV 시리즈 부문 ‘스턴트앙상블상’ 수상자로 선정되며 다관왕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상은 최고의 액션 연기를 선보인 작품에 수여된다. ‘오징어게임’이 제친 작품들은 디즈니플러스의 ‘팔콘과 윈터 솔져’ ‘로키’ 등 할리우드 최고의 액션팀이 참여한 작품이었다. ‘오징어게임’은 3관왕을 차지하며 이날 시상식에서 가장 많은 상을 받은 작품이 됐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이번 수상은 ‘석세션…’의 콕스와 스트롱 등을 제친 결과”라고 보도했다. SAG는 영화배우, 스턴트맨 등 16만 명이 가입된 미국 최대의 배우조합으로 영화와 TV에서 활약 중인 배우들을 대상으로 매년 시상식을 진행한다. 배우들이 직접 수상자를 뽑는 만큼 의미가 크다. 지난해에는 영화 ‘미나리’의 배우 윤여정이 영화 부문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아시아 배우 최초로 이 시상식 영화 부문 개인연기상 수상자가 되는 영예를 안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정재 정호연님의 수상을 매우 축하한다. 비영어권 드라마 배우로는 사상 최초라는 것이 더욱 자랑스럽다”고 밝혔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3-0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이정재 “오 세상에”-정호연 “진심 영광” 눈물…SAG 휩쓴 ‘오겜’

    “오오오 세상에…” 30년차 관록의 배우 이정재가 신인배우처럼 얼어붙었다. 표정은 굳었다가 풀어지길 반복했다. 27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모니카에서 열린 제28회 미국배우조합(SAG)상 시상식 현장. TV드라마 부문 남자연기상 수상자로 ‘오징어게임’의 이정재가 호명됐다. 이정재는 입이 떡 벌어졌다. 1995년 SAG상 시상식이 시작된 이래 비영어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가 연기상을 수상한 건 사상 처음. ‘깐부 할아버지’ 오영수가 올해 1월 미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TV드라마 부문 남우조연상을 받으며 골든글로브에서 수상한 첫 한국 배우가 된 데 이어 SAG상까지 ‘오징어게임’ 출연 배우가 수상하며 한국드라마의 역사를 다시 쓴 것이다. 국내 시상식에선 여유 넘치는 모습을 보여온 이정재는 이날 무대에 올라 방송 진행용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등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그는 “너무 큰 일이 저한테 벌어졌다”라고 입을 열었다. 슈트 상의 안주머니에서 감사 인사를 할 명단을 적어온 쪽지를 꺼낸 뒤 “뭐 예 뭐…많이 써왔는데 다 읽지를 못하겠다”라며 종이를 다시 넣었다. 객석에선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는 “오징어게임을 사랑해주신 세계 관객 여러분에게 감사하다”며 수상 소감을 마쳤다. 이정재와 경쟁한 후보는 골든글로브 시상식 당시 같은 부문에서 이정재를 제치고 남우주연상을 받은 ‘석세션 시즌3’의 제레미 스트롱을 포함해 같은 드라마의 브라이언 콕스 등 쟁쟁한 세계적 스타들이었다. 기적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번엔 TV드라마 부문 여자연기상 수상자로 ‘오징어게임’의 정호연이 지목된 것. ‘오징어게임’이 시상식을 휩쓰는 분위기였다. 정호연은 이름이 불린 직후 어리둥절해하며 한참을 일어나지 못했다. 그가 제친 배우는 ‘더 모닝 쇼’의 제니퍼 애니스톤, ‘더 모닝 쇼’의 리즈 위더스푼 등 스타들의 스타로 손꼽히는 배우들이었다. 그는 무대에 올라 “여기 계신 많은 배우분들을 TV에서 스크린에서 보며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을 꿨었다”라며 울먹였다. “이 자리에 와있다는 것 자체가 진심으로 영광이다”라고 말한 뒤 고개를 돌려 눈물을 훔쳤다. 관객석에서는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정호연의 수상 소감에 이날 영화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제시카 차스테인(‘디 아이즈 오브 타미 페이’)이 객석에서 눈물을 삼키는 모습도 포착됐다. ‘오징어게임’이 후보에 올랐던 시상식 최고상인 TV드라마 부문 ‘앙상블연기상’은 ‘석세션 시즌3’에 돌아갔다. 이 상은 최고의 캐스팅과 연기 조합을 보여준 작품에 수여된다. 2020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이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 최초로 영화 부문 앙상블상인 최고의 캐스팅상을 수상했다. 이날 ‘오징어게임’팀은 시상식이 시작되기 전 TV 시리즈 부문 ‘스턴트앙상블’ 수상자로 선정되며 ‘오징어게임’이 후보에 오른 4개 부문 중 다관왕에 오를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상은 최고의 액션 연기를 선보인 팀에게 수여된다. ‘오징어게임’이 제친 작품들은 디즈니플러스의 ‘팔콘과 윈터 솔져’ ‘로키’ 등 할리우드 최고의 액션팀이 참여한 작품이었다. ‘오징어게임’은 3관왕을 차지하며 이날 시상식에서 가장 많은 상을 받은 작품이 됐다. 외신도 이같은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이번 수상은 ‘석세션’의 브라이언 콕스와 제리미 스트롱 등을 제친 결과”라고 보도했다. SAG상은 영화배우, 스턴트맨 등 약 16만 명이 가입된 미국 최대의 배우조합으로 영화와 TV에서 활약 중인 배우들을 대상으로 매년 시상식을 진행한다. 배우들이 직접 수상자를 선정하는 만큼 의미가 크다. 지난해에는 영화 ‘미나리’의 배우 윤여정이 영화 부문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아시아 배우 최초로 이 시상식 영화 부문 수상자가 되는 영예를 안았다.손효주기자 hjson@donga.com}

    • 2022-02-28
    • 좋아요
    • 코멘트
  • [책의 향기]여성과 성소수자들이 겪는 차별과 아픔… 추리소설에 담다

    일본 대학에서 강의하는 연구자 설영에게 메일이 도착한다. 한때 함께 산 절친 ‘셜록’이 보낸 메일이다. 서울 강남 성형외과에 고용된 의사 연정에게도 셜록이 보낸 쪽지가 온다. 연정은 과거 셜록을 수술한 인연이 있다. 실종된 지 수년이 지나 생사를 알 수 없는 그가 메시지를 보낸 것. 그가 보낸 메일과 쪽지의 내용은 같다. ‘죽은 마녀’ 등 이해할 수 없는 문구가 암호문처럼 담겼다. 설영은 연정을 만나 셜록 찾기에 나선다. 얼핏 보면 이 책은 ‘사라진 셜록을 찾아라’라는 부제가 어울리는 추리소설 같다. 그러나 셜록을 찾는 서사는 부가 장치일 뿐이다. 저자는 셜록과 설영, 연정의 3인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동시에 여성과 성소수자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제기한다. 설영과 함께 사는 일본인 성소수자 남성 신바를 내세워 이들이 겪는 차별과 아픔을 이야기한다. 이들은 이용만 당하고 버려지기 일쑤다. 청소년 성소수자인 연정의 딸에겐 그의 성정체성을 조롱하는 또래 남성들의 잔인한 폭력이 가해진다. 과거 셜록은 박사과정을 밟던 중 논문을 쓰기 위해 설영과 함께 빨치산 여성 생존자들을 만난다. 생존자들이 당시 겪은 성폭력 이야기와 피해자이면서도 남녀 모두로부터 비난받은 세월, 가해자 남성들의 이율배반적 모습에 초점을 맞춘다. 마릴린 먼로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언급된다. ‘남성들이 가장 추앙했고, 가장 멸시했던’ 먼로는 권력자인 남성들이 만든 잘못된 프레임 탓에 남녀 모두에게 비난을 받은 인물로 묘사된다. 소설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여성과 성소수자들에게 가해진 성폭력과 차별을 다루며 가해자로 남성을 지목한다. 소설 속 남성 대부분이 가해자 프레임에 묶여 있다. 여성과 성소수자는 선, 남성은 악으로 보는 듯한 단편적 구도는 아쉬운 대목이다. 다만 추리소설 형식을 빌려 약자의 이야기를 하는 발상은 참신하다. 주류 역사가 삭제한 이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삶을 소설 서사에서 만나게 하겠다는 저자의 시도는 박수를 보낼 만하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2-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