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때 찍은 영화 ‘낙동강’ 70년만에 부산서 부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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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서 첫 공개
실제 전투장면 참상 그대로 담아
음향-영상 유실 없어 가치 높아
작곡가 故윤이상이 영화음악 지어

6·25전쟁 당시 모습을 담은 촬영 화면으로 영화에 삽입됐다. 한국영상자료원 제공
6·25전쟁 당시 모습을 담은 촬영 화면으로 영화에 삽입됐다. 한국영상자료원 제공
6일 저녁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영화 ‘낙동강’이 최초로 대중에 공개됐다. 44분 분량으로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당시 한국을 대표하던 예술인들이 임시수도 부산에서 제작했고, 이듬해 개봉한 영화다. 한국영상자료원은 최근 자료원 보존고에 있던 영화 원본 필름을 발굴해 복원에 성공했다.

전창근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6·25전쟁 당시 제작된 한국 극영화 14편 중 2013년 ‘태양의 거리’(1952년), 2020년 ‘삼천만의 꽃다발’(1951년)에 이어 세 번째로 발굴됐다. 앞서 발굴된 두 편에 비해 음향과 영상 유실이 거의 없어 기록적 가치가 높다.

영화는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뒤이어 소복을 입은 여성 무용가 조용자 선생이 강변에 나와 춤사위를 선보인다. 이때 흐르는 노래는 ‘낙동강’. “보아라 가야 신라 빛나는 역사”로 시작되는 노래로 낙동강의 역사와 6·25전쟁 당시 낙동강에서 일어난 참상을 함축했다.

6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대중에게 처음 공개된 영화 ‘낙동강’ 상영 이후 자료를 발굴하고 복원한 한국영상자료원의 김홍준 원장(사진 가운데) 등이 관객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6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대중에게 처음 공개된 영화 ‘낙동강’ 상영 이후 자료를 발굴하고 복원한 한국영상자료원의 김홍준 원장(사진 가운데) 등이 관객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흑백 유성 영화로 전반부는 벌거벗은 채 낙동강에 뛰어들어 노는 아이들 모습 등 낙동강 일대 주민들의 평화로운 일상을 보여준다. 주인공 일령(이택균)이 낙동강의 역사를 설명하는 모습도 나온다. 1950년 8월 북한군이 낙동강 모든 전선에서 공세를 시작하자 일령은 조국을 지키겠다며 참전한다. 실제 전투 장면을 곳곳에 삽입해 전쟁의 참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후반부는 재건의 희망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날 상영에 참석한 김홍준 한국영상자료원 원장은 “전쟁의 아픔을 겪은 이들에게 큰 위로와 희망을 전한 영화”라고 했다.

복원 과정에서 영화음악을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이 만든 사실도 밝혀졌다. 그가 생전 유일하게 참여한 영화음악인 것. 윤이상은 이 영화 원작이기도 한 이은상 시인의 동명 시에 세 가지 버전의 곡을 붙여 만든 주제곡 ‘낙동강’ 중 영화에서 첫 번째로 나오는 노래를 작곡했다. 영화에 깔리는 관현악곡은 1956년 윤이상이 작곡한 ‘낙동강의 시’의 원형으로 분석된다.


부산=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낙동강#부산 국제 영화제#6·25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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