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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진짜 소경인가, 아니면 소경 흉내를 내는가.” 북한이 ‘화성-14형’을 중거리탄도미사일(IRBM)로 평가하는 러시아에 ‘소경’이란 표현까지 쓰며 맹비난했다. 북한 국제문제연구원의 리철호 연구사가 9일 “우리의 대륙간탄도로켓(ICBM) 발사 성공을 대양 건너 미국도 받아들이고 있는 사실이 어떻게 되어 (북한의) 턱밑에 러시아에만은 중거리탄도로켓으로 비치고 있는가”라며 비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전했다. “국제사회가 한결같이 공인하는 엄연한 현실을 러시아만은 눈도 귀도 다 틀어막고 생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달 28일 성명을 통해 “(미사일 공격경고 시스템으로 추적한 결과) 화성-14형이 고도 681km까지 날아올라 732km를 비행했다”며 북한의 주장과 달리 중거리미사일로 정의했다. 미국과 한국 등은 북한의 미사일을 고도 3700km, 비행거리 1000km인 ICBM급으로 추정했다. 리 연구사는 “유엔 ‘제재 결의’ 채택에 제동을 걸 듯이 객기를 부리던 러시아가 돌연 미국의 배에 뛰어올라 트럼프의 ‘감사’까지 받은 것을 보고는 중거리탄도로켓이라고 우기는 그들의 진짜 속심을 짐작하고도 남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러시아가 북한 미사일 기술을 낮춰 평가해 미국의 동아시아 개입을 지연시키거나, 북한을 지렛대로 삼아 미국과 협상하려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엔 “대국이면서도 대국으로서의 대접을 받지 못하는 오늘의 현실이 영원히 숙명으로 될 것”이라고 러시아에 저주를 퍼붓기도 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을 꼭 집어 하루 만에 신속히 되받아쳤다. 북한이 수시로 트위터 메시지를 발신하는 트럼프에 맞춰 ‘성명 속도전’에 나선 듯하다. 조선중앙통신은 10일 오전 조선인민군 전략군사령관 김락겸 대장의 발표를 인용해 “(트럼프가) ‘화염과 분노’요 뭐요 하는 망령 의사를 또다시 늘어놓아 우리 화성포병(탄도미사일 부대)들의 신경을 더욱 날카롭게 자극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는 트럼프의 ‘화염과 분노’ 발언 후 하루가 조금 지난 26시간 만에 나온 반응이다. 또 트럼프가 “미국의 핵무기가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고 트위터를 날린 이후 9시간 만이기도 하다. 북한이 북-미 이슈에 대해선 며칠간 분석 후 성명을 내놨던 것에 비하면 매우 빠른 것이다. 이에 앞서 북한은 9일 총참모부 성명에서 트럼프의 “전쟁을 해도 저쪽(한반도)에서 하고, 수천 명이 사망해도 거기일 것”이라는 발언을 비판했는데 이는 해당 발언 후 8일 만에 나왔다. 통신은 10일 “미국에 알아들을 만큼 충분한 경고를 하였음에도 (미국 뉴저지주) 골프장에 처박혀 있던 미군 통수권자는 정세 방향을 전혀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전날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김정은이 외교적 언어를 모른다”고 하자 유사한 표현으로 맞받아친 것이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북한이 “괌 포위사격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지 하루 만인 10일 상세한 도발 계획을 공개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한 정권의 종말(end of its regime)’을 언급하며 김정은을 정조준하는 성명을 낸 지 4시간 반 만에 나온 액션 플랜이었다. 북-미 간 군사적 긴장이 실제 충돌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전방위 외교와 더불어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군 전략군사령관 김락겸은 이날 오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중장거리전략탄도로켓 ‘화성-12형’ 4발의 동시 발사로 진행하는 괌 포위사격 방안을 심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어 “‘화성-12형’은 일본의 시마네(島根)현, 히로시마(廣島)현, 고치(高知)현 상공을 통과하게 되며, 사거리 3356.7km를 1065초간(17분45초) 비행한 후 괌 주변 30∼40km 해상 수역에 탄착되게 될 것”이라며 “8월 중순까지 괌 사격 방안을 최종 완성하여 총사령관(김정은)에게 보고드리고 명령을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영토인 괌을 겨냥해 구체적인 도발 시점, 방식을 적시하며 실제 군사행동 준비에 들어갔음을 공표한 것이다. 이에 앞서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이날 새벽(현지 시간 9일) 성명을 내고 “북한은 정권의 종말과 자국민을 파멸로 이끄는 행동에 대한 그 어떤 고려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날 트럼프의 ‘화염과 분노’ 발언에 이어 이번엔 국방장관이 북한을 겨냥해 ‘종말과 파멸’을 언급하며 경고에 나선 것.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6월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정권교체, 적대정책, 군사적 공격, 인위적 한반도 통일 가속화를 하지 않겠다는 ‘4노(No) 원칙’에 합의한 바 있지만 이를 뒤집고 군사 옵션을 적극 검토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미 NBC방송은 복수의 미군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괌에 배치된 장거리전략폭격기 B-1B(죽음의 백조)를 동원해 북한 미사일 기지 20여 곳을 선제 타격하는 내용의 작전계획을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청와대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북한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정부가 대화의 문을 열고 긴장 해소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적극 전개하기로 했다”고 밝혀 북-미 간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해 북한을 겨냥한 한미 무력시위의 강도 조절 가능성 등을 내비쳤다.문병기 weappon@donga.com·황인찬 기자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조사 시작이 당장 두 달 앞으로 다가왔는데 600만 달러 지원하나요?”(기자) “아직 결정 안 났습니다. 다만 지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입장엔 변함이 없습니다.”(통일부 관계자) 통일부가 북한에 600만 달러를 건네는 것을 두고 답답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북한이 올해 초 유엔인구기금(UNFPA)을 통해 우리 정부에 “인구 총조사에 쓰겠다”며 해당 금액을 요청해 왔는데 6개월 넘도록 지원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UNFPA는 경색돼 가는 한반도 상황을 고려해 “이해한다”는 입장을 전해 왔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처분’만을 기다리고 있는 불편한 상황이다. 북한은 자금과 전문적인 인력, 조사 장비의 미흡 등으로 자력으로 인구 총조사를 펼치지 못하고 UNFPA의 도움을 받아 인구 조사를 해왔다. 10년 전인 2007년 10월 시행한 인구 시범조사에 정부는 400만 달러를 지원했다. 북한 통계는 우리에게도 유용하기 때문이다. 해당 금액은 조사 전문가를 고용하고, 차량과 컴퓨터 등 집기를 마련하는 데 사용됐다. 올해 10월에도 북한의 인구 시범조사가 예정돼 있다. 북한은 이번엔 200만 달러 늘어난 총 600만 달러 지원을 우리 정부에 요청한 상태다. 문제는 10년 전과 지금 상황이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2007년 노무현 정권이 지원을 약속했을 때는 2차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이었다. 남북 간의 교류가 활발하고, 남북 정상의 한반도 평화와 공동 발전에 대한 공감대가 무르익었을 때다. 이런 상호 이해의 노력들은 10·4 남북공동선언으로 결실을 맺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문재인 정부의 ‘베를린 구상’에 이은 남북 군사회담, 적십자회담 제의를 북한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지난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두 차례 쏘며 도발 강도를 높인 북한은 이제는 “남한 곳곳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폭언에 이어 “미군의 괌 기지에 미사일을 쏘겠다”며 핏대를 세우고 있다. 국제사회가 유엔의 강력한 대북제재 결의에 뜻을 같이하며 도발 자제를 요구했지만 이를 보란 듯이 걷어차고 있는 형국이다. 문제는 북한의 도발이 거세지고, 유엔 제재 결의마저 나온 현 상황에서도 여전히 통일부의 “긍정 검토”라는 입장이 바뀌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관계자들은 “북한이 아닌 UNFPA에 지원하는 것”이라든가 “대북 지원이 아닌 통일부 내부 사업”이라는 납득하기 힘든 논리를 대기도 했다. 심지어 “사실 지원 금액이 얼마 안 되지 않냐”며 막말을 하는 직원이 있기에 기자가 “수십억 원이 적은 돈이냐”고 반박한 적도 있다. 정부가 결정을 미루고 있는 것이 북한에 대화와 압박을 병행하는 가운데 선택한 ‘전략적 모호함’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북한의 연이은 도발에도 “이번엔 지원금 못 준다”고 단호히 얘기하지 못하는 우유부단한 모습으로도 비친다. 돈을 주겠다는 사람보다 받겠다는 사람이 당당한 것처럼 보여서야 되겠는가. 다가오는 10·4 남북공동선언 10주년 기념일을 전후해 인구 시범조사가 예정돼 있다.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이번 기념일은 조용히 넘어가는 게 맞다. 기념일 선물처럼 은근슬쩍 600만 달러를 지원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이제라도 지원 철회를 선언하며 ‘공짜는 없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전해도 좋을 것이다.황인찬 정치부 기자 hic@donga.com}
북한은 9일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미국의 대북 군사 옵션들인 ‘예방전쟁’ ‘참수작전’ ‘비밀작전’ ‘선제타격’ 등을 일일이 열거하며 강하게 비난했다. 해당 작전들에 1∼4로 번호까지 매겼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날 ‘화염과 분노’를 언급하며 어느 때보다 대북 군사 조치 가능성을 높인 만큼, 김정은 정권이 실질적인 두려움을 느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어느 때보다 ‘막말’을 대거 동원한 게 그렇다. “트럼프를 비롯한 미 당국자들의 북침 핵전쟁 광란이 위험계선을 넘어 극히 무모하고 분별없는 실전 행동 단계까지 이르렀다” “(이를) 짓뭉개버릴 단호한 입장을 내외에 천명한다” 등이 대표적이다. 북한은 ‘B-52’ ‘B-1B’ ‘B-2’ 등 전략폭격기, 핵추진 항공모함과 잠수함뿐만 아니라 지상군인 제82공수사단, 제25보병사단, 제10산악사단 등 미군의 훈련 상황까지 상세히 짚었다. 그만큼 미국의 대북 군사적 카드를 오래전부터 들여다보고 대비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성명은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5일 언급한 ‘예방전쟁’을 거론하며 “정의의 전면전쟁으로 대응하겠다. 예방전쟁의 ‘징조’가 나타나면 미국 본토를 핵전쟁마당으로 만들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겨냥한 ‘참수작전’에도 예민하게 반응했다. 북한은 “참수작전으로 미국이 당하게 될 재난의 참혹상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 특공대가 북한에 침투해 내부를 혼란시키고, 심리전용 전단을 대량 살포하는 ‘비밀작전’에도 마찬가지였다. 지난달 캘리포니아주에서 미 공군 B-52H 전략폭격기가 전단 6만 장을 뿌리는 전단 투하 훈련을 한 것에 대해 “300만 소년단원과 500만 청년단원을 포함한 전체 인민의 반미항전으로 짓부숴 버릴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자신들도 미국처럼 얼마든지 선제타격에 나설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미국의 무모한 선제타격 기도가 드러나는 그 즉시 서울을 포함한 1, 3야전군 지역(강원, 중부)의 모든 대상들을 불바다로 만들고 남반부(남한) 전 종심(중심)에 대한 동시타격과 함께 태평양의 미군 기지들을 제압하는 전면적인 타격이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뿌옇다. 한반도 주변 정세가 우리 의지와는 상관없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격랑 속에 빠져들고 있다. 미국과 북한은 9일 하루 동안 ‘화염과 분노’ ‘괌 포위사격’ ‘핵무기 현대화’ 등 전례 없이 강도 높은 공격성 발언을 주고받았다. 북한의 ‘8월 말(末) 9월 초(初)’ 추가 도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북한과 미국이 양보 없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현지 시간 8일) 휴가 중인 뉴저지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은 미국을 더는 위협하지 않는 게 최선일 것”이라며 “(그러지 않으면) 세계가 경험하지 못한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정은은 정상 상태를 넘어 매우 위협적”이라고도 했다. 이는 트럼프가 1월 취임 후 김정은 정권을 향해 내놓은 가장 강도 높은 표현이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미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할 수 있는 소형 핵탄두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미 정보당국이 지난달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미 당국의 판단대로 북한이 ICBM에 장착할 500kg급 소형 핵탄두 개발에 성공했다면 트럼프 행정부가 설정한 북핵 ‘레드라인’을 넘어선 것이자 명실상부한 동북아 안보지형의 ‘게임 체인저’라는 지적이다. 트럼프는 이 보고서에 대한 입장을 묻자 작심한 듯 ‘화염과 분노’ 발언을 한 것이다. 그러자 북한은 트럼프 발언 2시간 반 만에 성명을 내고 미군의 태평양 핵심 군사기지인 괌을 폭격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북한은 조선인민군 전략군 대변인 성명을 통해 “앤더슨 공군기지를 포함한 괌의 주요 군사기지들을 제압·견제하고 미국에 엄중한 경고 신호를 보내기 위하여 중장거리전략탄도로켓 ‘화성-12형’으로 괌 주변에 대한 포위사격을 단행하기 위한 작전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위협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다시 9일 오전(현지 시간) 트위터에 “내 첫 번째 명령은 (ICBM 등) 우리의 핵무기를 개조하고 현대화하는 것이었고 지금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 우리가 이 힘을 결코 사용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북한을 겨냥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북한이 우리 군이 펼친 서해 군사작전을 비난하며 “서울이 불바다가 될 수 있다”고 협박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7일 밤 “태평양 건너의 미 본토 전역을 타격권에 둔 우리 군대는 코흘리개들의 불장난질 같은 괴뢰들의 포사격 훈련 따위에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며 “백령도나 연평도는 물론 서울까지도 불바다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함부로 날뛰지 말아야 한다”며 위협했다. “우리(북한)는 언제 어디서라도 도발자들에게 선군조선의 강위력한 불벼락 맛을 톡톡히 보여줄 만단의 준비가 되어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북한의 이런 원색적 비난은 이날 오후 백령도 주둔 해병대 6여단과 연평도 주둔 해병대 연평부대가 북한의 해안포를 정밀타격할 수 있는 지대지 미사일 ‘스파이크’ 등의 훈련을 한 뒤에 나왔다. 역대 가장 강력한 유엔 대북제재를 받게 된 북한이 우리 군의 국지전 대비 훈련에 ‘서울 불바다’까지 운운하며 날선 반응을 보인 것이다. 북한은 8일자 노동신문 1면을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를 비난하는 성명들로 빼곡히 채웠다. 한편 대함순항미사일 2기를 장착한 북한군 초계정 2척이 최근 동해를 순찰하는 정황이 미 정보기관 소속 첩보위성에 포착됐다고 미국 폭스뉴스가 7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북한 초계정은 연안 경비를 담당한 수백 t급 함정으로 보통 대함 미사일을 장착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한미가 이달 중순경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등을 한반도 인근 해역에 전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만큼 북한이 해상에서 새로운 도발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황인찬 hic@donga.com·주성하 기자}
북한이 끝내 벼랑 끝 ‘강대강(强對强) 전술’을 선택했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단결된 압박, 한미일 3국의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굳건한 대북 공조로 수세에 몰린 북한이 ‘정부 성명’이란 최고 권위의 발표 형식을 통해 “유엔 결의를 전면 배격한다”는 김정은의 의중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북한이 공개적인 대결 카드를 집어 들면서 조만간 6차 핵실험 등 추가 도발에 나설 것이라는 ‘8말(末) 9초(初) 위기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한 리용호 외무상 등 북한 대표단은 중국, 러시아 등과 연쇄회담,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하며 국면 전환을 노렸지만 국제적 압박의 칼끝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 北 “美에 천백 배로 결산할 것” 북한은 7일 오후 3시경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 성명’을 통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 대북제재 결의(2371호)를 전면 배격한다”며 “우리 국가와 인민을 상대로 저지르고 있는 미국의 극악한 범죄의 대가를 천백 배로 결산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유엔 안보리 결의가 나온 지 하루 반,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한에 최대한의 압박과 제재를 가하겠다”고 통화한 지 6시간 만에 북한의 공식 대응이 나온 것이다. 북한은 1993년 이후 7번째인 ‘정부 성명’이란 중대발표 형식을 통해 한미일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압박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외길을 택했다. 성명은 “단호한 정의의 행동으로 넘어갈 것”이라든가 “그 어떤 최후 수단도 서슴지 않고 불사할 것”이라며 추가 도발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북한을 계속 몰아붙였다. 한미일 외교장관은 이날 ARF에서 만나 “지속적인 대북제재 강화를 통해 북한의 태도 변화를 압박함으로써 비핵화를 위한 진지한 대화의 단초를 마련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성명을 내고 “안보리 제재 결의가 한반도와 지역의 평화·안정을 유지하고, 비핵화 과정을 추진하며 국제 핵무기 확산을 방지한다는 목표에 부합한다”며 북한을 외면했다. ARF 회원국들은 이르면 8일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 이행을 촉구하는 공동성명 채택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8말 9초 위기설 현실로? 북한과 국제사회의 대치 국면이 이어지면서 북한의 향후 추가 도발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아지게 됐다. 21일로 예정된 한미 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과 다음 달 9일 북한 정권수립일 전후 도발론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두 차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쏜 북한이 이번에는 6차 핵실험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도발을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높다. ARF 기간 내내 극도로 말을 아끼던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7일 오후 본회의에서 도발의 민낯을 드러냈다. 리 외무상은 “미국의 적대시 정책과 핵 위협이 근원적으로 청산되지 않는 한 우리는 그 어떤 경우에도 핵과 탄도로케트를 협상탁(테이블)에 올려놓지 않을 것”이라며 추가 도발을 공개적으로 시사했다. 8쪽에 걸쳐 준비해 온 연설문을 읽은 리 외무상은 “우리가 선택한 핵무력 강화의 길에서 단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핵보유국들은 (미국의) 군사적 공격을 받은 일이 없지만 핵을 못 가진 그라나다 파나마 아이티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리비아 소말리아 등은 미국의 군사적 침공을 받아 정권 교체를 당했다”고도 했다. 리 외무상은 이어 “우리는 책임 있는 핵보유국, 대륙간탄도로케트(미사일) 보유국”이라며 “미국의 반공화국 군사행동에 가담하지 않는 한 미국을 제외한 그 어떤 나라에 대해서도 핵무기를 사용할 의도가 없다”고 밝혔다. 핵미사일을 오로지 미국만 겨냥하겠다는 것으로 대미 협상력을 높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오후 북한 측의 기자회견 계획 소식이 알려지자 리 외무상 숙소인 뉴월드 마닐라베이호텔은 회견 시작 2시간 전부터 200여 명의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ARF 연설을 마치고 리 외무상이 도착하자 현지 경찰이 서서 지키던 포토라인마저 와르르 무너졌다. 리 외무상의 연설에 대해 참석자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황인찬 hic@donga.com / 마닐라=신나리 / 김수연 기자 ● 북한 ‘정부 성명’정확한 명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 성명’이다. 북한의 여러 발표 형식 중 최고 수준의 권위와 무게를 갖는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1993년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시작으로 역사적인 변곡점마다 정부 성명 형식을 통해 입장을 내놨다. 7일 나온 성명은 지난해 1월 4차 핵실험 이후 1년 7개월 만이자 역대 북한의 7번째 정부 성명이다.}

6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선 첫날부터 한미, 한중, 북-중, 미중 등 숨 가쁜 양자회담이 이어졌다. 아세안 외교장관들이 일치된 의견으로 낸 공동성명과 그 직후 만장일치로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 2371호까지 표면적으로 북한은 옴짝달싹할 수 없는 형국이다. 얼마 전까지 국제사회의 북핵 패러다임 구도였던 ‘북중러 대 한미일’ 대결구도조차 흔들리는 모양새다. 하지만 나라별로 들어가면 북핵 해법을 둘러싼 각국의 이해가 미묘하게 엇갈리고 있어 이를 조정해낼 외교력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경화 외교부장관,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개최지인 필리핀 마닐라에서 6일 만나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대북제재와 한미 안보태세 확립을 강조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이 통과된 지 9시간 만이었다. 양국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조속한 시일 내에 김정은 지하 벙커 타격 등 대북 군사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탄도미사일 탄두 중량을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 ‘미사일 지침 개정’ 협상을 조속히 개시하기로 했다. 한 당국자는 “구체적으로 시기를 정하지는 않았지만 가능한 한 빨리 지침을 개정하자고 한미 양국이 발표한 만큼 관심을 갖고 협력해 나가자는 데 두 장관이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틸러슨 장관은 또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에 대해 ‘implement(이행하다)’라는 표현 대신 ‘enforce(집행)’라는 단어를 쓰며 강력한 집행 의지를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최고위급 인사가 대북 제재안과 관련해 공식석상에서 비외교적 표현인 ‘enforce’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석유회사 엑손모빌 최고경영자 출신으로 ‘외교 문외한’이었던 그는 2월 취임 후 각종 한미 회의에서 주로 ‘청취자 모드’였지만, 이날은 적극적으로 강 장관과 대화를 주고받으며 강력한 대북 압박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1일 “북한과 대화를 나누길 원한다”고 밝혔다가 백악관이 반박하는 등 한바탕 홍역을 치른 틸러슨 장관은 이날 회담에선 북한과의 직접 대화에 신중한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강 장관은 회담 후 기자들을 만나 “틸러슨 장관에게 안보리 결의가 성공적으로 채택되는 데 긴밀히 협의해준 것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은 중국과 러시아의 동참을 이끄는 과정에서 겪은 ‘밀고 당기기’ 에피소드와 소회를 전한 뒤 “단순히 (각국에 제재안 실행을) 맡기는 게 아니라 이행 상황을 모니터하고 필요하면 이행 확보를 위한 추가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배석한 외교부 당국자는 설명했다. 틸러슨 장관은 어떤 대북 선언이나 정책적 발표보다는 일단 북한의 도발을 끊는 게 중요하며, 이를 위한 구체적 행동 마련이 중요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는 것이다. 틸러슨 장관은 또 북한을 변화시키려면 중국과 러시아의 도움이 필요하고, 이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힘은 강력한 한미일 동맹에서 나온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틸러슨 장관은 “한미일 동맹이 바위처럼 단단할 때(rock solid) 중국과 러시아도 오판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했으며 중국과 러시아를 어떻게 대북제재에 동참시킬지 한미 외교장관이 상당 시간을 할애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교부 당국자는 “한미가 구체적으로 (대북) 대화조건을 합의하거나 어떤 일정에 따라 협의하자고 한 부분은 없지만 적어도 최근 긴장된 (한반도)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관련자들이 인식할 정도의 상황이 되어야 할 것 같다”고 회담 분위기를 전했다.마닐라=신나리 journari@donga.com / 황인찬 기자}

지난달 28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2차 시험발사 이후 8일 만에 유엔이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2371호)를 전격 채택한 것은 국제사회가 그만큼 북의 도발을 엄중하게 보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이번 결의는 북한의 핵심 외화벌이 수단인 석탄, 철, 납 같은 광물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해외 노동자의 고용을 동결해 평양으로 흘러 들어가는 ‘돈줄’을 막는 데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의 ‘생명줄’이자 핵 도발을 막기 위한 핵심 제재 수단인 원유 공급 제한은 중국의 반대로 이번에도 빠져 북한의 즉각적인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北 석탄 수출 ‘전면 금지’ 이번 결의에선 북한의 석탄 수출을 전면 금지한 것이 단연 눈에 띈다. 북한의 주요 수출품목인 석탄은 북이 도발을 이어갈 때마다 제재 카드로 거론됐다. 하지만 중국 등이 “북한 주민들의 생계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며 지난해 3월, 11월 두 차례 채택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서는 민생 목적의 수출은 허용하거나 연간 수출액을 제한하는 ‘부분적 제재’에 그쳤다. 하지만 이번 석탄의 전면 수출 금지로 4억 달러(약 4500억 원)의 수출액 감소가 예상된다. 또 석탄과 함께 철, 철광석, 납, 납광석 등 주요 광물 자원의 수출도 전면 금지돼 북한의 광업계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와 미국의 독자적 대북제재 품목이었던 북한 수산물을 이번에 유엔 차원에서 전면 수출 금지시킨 것도 주목할 만하다. 광물과 수산물의 수출길이 막혀 북한이 총 10억5000만 달러(약 1조1800억 원)의 수출액이 감소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이는 약 28억 달러로 추정되는 북한 총수출액의 3분의 1이 넘는 수치다. 북한의 신규 노동자 수출을 금지한 것도 새로 포함됐다. 지난해 11월 결의(2321호)에서 우려 표명에 그쳤던 것이 이번에 구체적인 액션으로 이어진 것이다. 현재 러시아 동유럽 중동 등 해외에 나가 외화벌이를 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는 40여 개국 최소 5만 명으로 추산된다. 지금까지 대북 해법을 놓고 ‘한미일’ vs ‘북중러’의 대결 양상을 보였지만 북한의 ICBM급 미사일 도발로 인해 중국 러시아가 이번 유엔 제재 결의에 동조해 만장일치로 채택한 것도 의미가 있다. 외교부는 “이번 안보리 결의는 국제사회 전체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다시 한번 표명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 원유 공급 중단 이번에도 빠진 이유는? 가장 강력한 제재 수단이자 김정은 정권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대북 원유 공급 중단은 이번에도 결의에 포함되지 못했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과 중국 모두 파국을 막기 위해 한 발씩 양보할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중국과 러시아가 결사적으로 반대한 원유 공급 중단 조치가 빠졌다”고 설명했다. 북한 원유의 90%를 공급하는 중국의 석유 봉쇄는 북-중 관계의 파탄이자 북한에 대한 마지막 레버리지(지렛대)를 놓게 된다는 의미가 있어 쉽게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원유 공급이 중단되면 당장 북한은 군 장비의 가동이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북한 경제에도 치명적 타격을 줄 수 있다. 이에 이번 결의가 역대 가장 강력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여전히 ‘결정적 한 방’은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영태 동양대 통일군사연구소장은 “원유 공급 중단이 없는 대북제재는 북한을 움직이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제재가 잘 이행돼 수출액이 10억 달러가 줄더라도 북한은 또 그에 맞춰 100일 전투, 200일 전투 하며 주민들을 수탈하면서 버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이번에도 유엔의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위성락 전 러시아대사는 “김 위원장의 이름을 포함시키면 제재를 하는 입장에서 상징성을 얻을 수는 있겠지만 결국 나중에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기 위한 레버리지를 미리 사용해버리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2006년 유엔의 첫 대북제재 결의 이후 이번에 북한에 대한 8번째 결의가 나오면서 결의의 한계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결의만으로는 ICBM 완성을 코앞에 둔 김정은의 핵 폭주를 막기 어렵다는 것.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유엔 결의는 사실 지키지 않아도 제재가 없고, 북-중 접경에서 제재를 위반한 거래가 이뤄져도 유엔 차원의 실사단을 파견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결국 미국이 중국과의 빅딜을 통해 대북 원유를 차단해야 북한이 진짜 압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북한 이슈를 담당하는 정부 부처에 지난 한 달은 시련의 시간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 제안을 전후해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두 차례 시험 발사하며 한반도의 긴장을 크게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각에서 베를린 구상 무용론이 제기되는 상황에서도 인내심을 갖고 북한의 대화 재개 응답을 기다리고 있다. 북한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김정은 정권을 유지하고, 국제사회의 성원으로 인정받는 것인데, 결국 이는 남북 대화를 통해서 얻을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6일 독일 쾨르버재단 초청 연설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포괄적으로 타결하기 위한 베를린 구상을 공개했다. 북한 붕괴나 흡수통일을 배제한 채, 북 핵·미사일 동결을 시작으로 비핵화와 함께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의 최종 목표를 향해 나아가겠다는 것이다. 다만 문 대통령은 “담대한 여정을 시작한다”는 말로 앞으로 많은 난항과 함께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임을 예고했다. 그러나 북한은 베를린 구상 발표 이틀 전인 지난달 4일 화성-14형 1차 발사라는 기습 도발로 재를 뿌렸고, 이후엔 우리 측 제안에 화답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17일 베를린 구상의 후속 조치로 남북 군사회담(지난달 27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1일)을 제안했지만 북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폐기가 우선”이라며 철저한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이 우리 정부의 대화 제안은 무시하고 미사일 도발을 강행하니 무력감이 생기는 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한 여건은 좋지 않지만 정부는 북한의 연이은 도발 속에서도 ‘대화와 압박 병행’이라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북한의 화성-14형 2차 발사 직후 심야에 긴급 소집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이번 미사일 발사는 동북아 안보 구도에 근본적 변화가 될 가능성도 있다”면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4기 추가 배치를 지시하는 강수(强手)를 뒀다. 그러면서도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단호하게 대응하면서 베를린 구상의 동력이 상실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북의 기습도발로 긴장이 고조됐지만 “대화는 필요하다”는 원칙을 유지한 것이다. 정부는 최근 미중 갈등이 극대화되자 또 다른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북중러 vs 한미일’의 갈등이 심해질수록 대북 이슈에서 우리가 ‘운전대’를 잡을 일이 없어진다. 특히 미국이 “북한은 미국 본토에 닿을 수 있는 미사일을 개발했다”는 최종 판단을 내릴 경우 강력한 제재뿐만 아니라 직접 대화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문 대통령의 ‘운전자론’은 급격히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커진다. 외교부의 한 당국자는 “베를린 구상 실현의 기본 요건인 긴밀한 한미 공조를 바탕으로 북한을 남북 간 대화의 틀로 이끌어 낼 방안 마련에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황인찬 hic@donga.com·신진우 기자}
국가정보원이 2011년 10·26 재·보궐선거 직후 야당 후보자 및 지지자를 대상으로 엄정한 수사와 처벌을 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는 3일 원세훈 전 원장의 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한 문서와 내용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2011년 11월 3일 원 전 원장은 회의에서 “선거사범을 최단 시간 내 처리하라”고 지시했고 이후 검찰, 경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담당하는 국내정보 담당관(IO)들이 첩보를 종합해 이튿날 ‘10·26 재·보선 선거사범 엄정처벌로 선거 질서 확립’이란 3쪽짜리 보고서를 작성했다. 해당 보고서는 결재라인을 거쳐 그해 11월 7일 청와대에 보고됐다. 적폐청산 TF는 “해당 보고서에는 야당 후보자 및 지지자를 대상으로만 검경 지휘부에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와 처벌을 독려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적폐청산 TF는 이와 함께 일부 언론이 제기한 ‘SNS의 선거 영향력 진단 및 고려사항’(2011년 10월 작성) 등 총 8건의 국정원 정치 개입 의혹 문건이 모두 국정원이 작성한 것이라고 확인했다. 원 전 원장 취임 이후 국정원 내 심리전단에서 2009년 5월∼2012년 12월 알파(α)팀 등 민간인으로 구성된 ‘사이버 외곽팀’을 운영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들은 네이버 등 4대 포털 사이트와 트위터에 친정부 성향의 글을 올리는 작업 등을 했다. 2009년 5월 포털 9개 팀으로 시작해 2011년 8월에는 24개 팀으로 확대됐다. 2011년 3월에는 트위터 4개 팀이 개설됐고, 2012년 4월 6개 팀으로 늘어 외곽팀은 총 30개 팀으로 확대됐다. 팀원들은 대부분 별도 직업을 가진 예비역 군인, 회사원, 주부, 학생, 자영업자 등으로 보수·친여 성향이 많았고 개인 자유 시간에 활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2009년 5월∼2012년 3월 원 전 원장의 발언 중 삭제된 채 검찰에 제출된 녹취록 36곳 중 18곳이 복구됐다. 복구된 내용은 보수단체 지원, 언론보도 통제 등이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국정원) 댓글 작업에 사용된 아이디가 현재 파악된 것만 3000개”라며 “다만 한 사람이 여러 아이디를 썼을 가능성이 있어 가담자 수는 그보다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북한이 최근 미국 상원에서 통과된 ‘북한·러시아·이란 제재 패키지법’에 대해 “깡패 행위”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일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와의 문답을 통해 “최근 미 국회에서 우리나라와 러시아, 이란을 목표로 한 새 제재법안이 채택된 데 대한 국제적 반발이 커가고 있다”면서 “세계 여러 나라를 상대로 벌어지고 있는 미국의 제재 소동은 저(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실현하기 위한 파렴치한 수단”이라고 비난했다. 노동당 외곽기구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는 2일 대변인 논평을 통해 “(미국에는) 대조선 적대시 정책에서 전환하여 ‘본토를 포함한 미국 전체의 안전을 보장받겠는가’, 아니면 ‘우리와 끝까지 대결하다가 전대미문의 핵 참화 속에 아메리카제국의 비참한 종말을 맞겠는가’ 하는 두 길 외에 다른 선택이란 있을 수 없다”며 미국에 양자선택을 강요했다. 정부는 북한의 추가 도발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이달 말 시작되는 한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군사연습과 북한 정권수립일(9월 9일) 전후로 도발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보당국의 공통된 판단”이라고 말했다. 2015년 목함지뢰 도발도 UFG 훈련 직전이었다. 정부 소식통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할 가능성이 매우 높고, 국지도발 시나리오도 염두에 둬야 하는 아슬아슬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비한 한미 군 당국의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미 공군 제30우주비행단은 2일(현지 시간) 오전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태평양상 콰절레인 환초를 향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3’를 발사해 성공했다. 미니트맨3 발사 실험은 2월과 4월, 5월에 이어 올해 4번째다. 미사일은 6800km 떨어진 표적을 정확히 맞혔다. 한미 양국 군은 이달 말부터 실시되는 UFG 군사연습을 전후해 미 항공모함 2척을 한반도 인근에 배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요코스카(橫須賀) 기지의 미 7함대 소속 로널드레이건함과 지난달 샌디에이고항을 출항해 서태평양으로 이동 중인 칼빈슨함이 전개될 것으로 알려졌다. 두 항모전단을 호위할 핵추진 잠수함도 함께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북한 ICBM급 도발 직후 B-1B 전략폭격기의 한반도 출격에 이은 대한(對韓) 확장억제 강화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두 항모는 5, 6월에도 한반도 주변에서 한일 해군과 각각 연합훈련을 했다. 이번에도 한국 해군과 대잠훈련 등 대북 무력시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군 당국자는 “김정은이 한미 UFG 군사연습을 겨냥해 추가 도발을 하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미 위스콘신 주방위군 소속 F-16 전투기 12대와 운용인원 200여 명도 이달 중순 전북 군산기지의 미8전투비행단에 전진 배치될 계획이다. 이 전력은 4개월 동안 한국 및 주한 미 공군과의 연합훈련을 통한 대북 억지력 유지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주한미군 관계자는 “한반도와 역내 평화 안정을 위한 미 공군전력의 순환 배치 차원으로 주한 미 공군의 전력증강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한미일 3국은 2일 화상회의를 열어 북한의 ICBM급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황인찬·위은지 기자}
문재인 정부의 남북 적십자회담 제안이 끝내 무산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1일 “정부가 지난달 17일 적십자회담과 군사당국회담을 북한에 제안했지만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당시 군사회담(지난달 27일), 적십자회담(1일)을 동시에 제안했지만 북한은 지난달 2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2차 발사로 대화의 판을 깨버렸다. 올 추석(10월 4일) 이산가족 상봉도 어려워지는 분위기다. 민간 교류가 막힌 1차적 책임은 북한에 있지만 우리 정부의 자세가 안일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김건중 대한적십자사 사무총장은 적십자회담 제안일 하루 전인 지난달 31일에야 정부서울청사에서 처음 만났다. 김 사무총장은 회담 남측 수석대표다. 20여 분간 이어진 둘의 만남은 회담 무산에 따른 후속 조치를 논의하기보다는 상견례 자리였다고 한다. 성사 시 이산가족상봉단장을 맡게 되는 김선향 대한적십자사 회장 직무대행(부회장)과 통일부 장관의 만남은 아직 이뤄지지도 않았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북한이 내년 인구 총조사를 앞두고 유엔인구기금(UNFPA)을 통해 우리 정부에 600만 달러(약 67억 원)의 지원을 요청한 것에 대해 정부가 결정을 연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정은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미사일 도발을 추가 감행한 상황에서 북한에 어떤 식으로든 자금이 흘러가선 안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 사실상 지원이 무산될 공산도 커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3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현 정치 상황과 관련해 지원 여부에 대한 결정이 미뤄졌다. (지원을)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UNFPA도 우리 정부의 판단을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0월부터 북한 현지에서 시범 조사에 들어가는 UNFPA는 정부의 답을 기다려 왔다. 통일부는 올 초부터 UNFPA와 북한 지원 문제를 협의해왔으며,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해왔다. 우리 정부의 지원 비율은 전체 조사비용의 3분의 1가량으로 우리가 지원을 거부하면 사실상 북한에 대한 인구 조사는 불가능해진다. 일각에선 대치 국면이 완화되면 다시 지원 여부를 검토한다는 말도 나오지만 소수론에 그치고 있다. 우리 정부는 2008년에도 같은 이유로 400만 달러를 지원한 적이 있지만 당시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차 남북 정상회담을 막 마친 직후여서 지금과는 상황이 전혀 달랐다.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엔 5가구당 1명의 선전요원을 배치해 이웃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5호담당제’가 있는데 국제기구의 지원을 받아 별도로 인구 조사를 펼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라며 “지원해봤자 북한이 결국 지원금을 다른 용도로 쓸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북한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2차 시험발사 성공 연회를 평양에서 열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1일 보도했다. 통신은 당 중앙위원회와 중앙군사위원회가 지난달 30일 평양 목란관에서 마련한 성대한 연회에 김 위원장이 부인 리설주와 함께 참석했다고 전했다. 연회에는 28일 시험발사 성공에 기여한 리만건 당 군수공업부장, 리병철 당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 김락겸 전략군사령관, 김정식 정승일 당 군수공업부 부부장 등이 초대됐다. 미사일 개발 총책임자인 리만건 부장은 연사로 나서 “(4일 화성-14형 1차 시험발사 후) 불과 20여 일 만에 대륙간탄도로켓의 장쾌한 불뢰성을 또다시 터뜨린 것은 위대한 김정은 시대에 눈부시게 비약하는 주체적 로켓 공업의 발전 속도와 막강한 잠재력, 영웅 조선의 불패의 기상을 웅변으로 실증한 세계적 사변”이라고 주장했다. “사회주의 조선을 축으로 새로운 세계정치 구도가 펼쳐지고 있다”고 강조한 그는 1차 발사를 ‘7·4혁명’으로 부르기도 했다. 같은 날 인민극장에서는 모란봉악단, 공훈국가합창단이 2차 미사일 발사 성공을 경축하는 합동공연을 열었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미사일 도발 전후 1박 2일 동안 두 개의 ‘운명의 책상’에 앉았다. 한 번은 평양의 평온한 서재였고, 다른 한 번은 지붕도 없는 자강도의 야전 지휘소였다. 조선중앙TV는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의 전날 발사 모습과 함께 김 위원장의 활동 모습을 영상과 사진으로 전했다. 앞선 4일 발사 때처럼 이번에도 ‘북한의 입’으로 불리는 아나운서 리춘희(74)를 통해서였다. 10분 41초짜리 관련 보도에서 김 위원장은 두 개의 서로 다른 책상에 앉았다. 먼저 27일 평양에서 찍은 것으로 보이는 사진에서 김 위원장은 서재 책상에 앉아 발사 승인 문서에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휘갈기듯 서명했다. 흰색 반팔 셔츠에 안경을 낀 김 위원장의 표정은 비교적 차분해 보였다. 책상 위 서류와 필기구도 가지런히 정리돼 있었다. 하지만 다음 날 자강도 미사일 발사대 인근에서 찍힌 김 위원장의 모습은 사뭇 달랐다. 한미 정보당국의 눈을 피해 건물의 옥상이나 베란다로 보이는 공간에 마련된 야전 지휘소에는 지붕조차 없었다. 책상 위에는 지휘봉과 지도, 쌍안경, 그리고 재떨이가 놓여 있었다. 김 위원장은 긴장한 표정이었고, 미사일 발사 후에는 관계자들과 함께 모니터를 뚫어지게 응시했다. 하지만 발사 성공을 보고받은 뒤 자리를 털고 일어나 웃으며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매일매일 현황을 보고받고, 발사 당일 현장을 찾았다”(조선중앙통신 29일)는 김 위원장은 긴장이 한순간에 풀린 듯했다. 한 관계자가 오른손 주먹을 쥐고 파이팅하는 ‘다소 무례한’ 자세를 취했지만 김 위원장이 너털웃음을 짓는 장면도 잡혔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북한이 28일 밤 기습 감행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2차 시험발사가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9일 “우리 당과 국가, 군대의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의 직접적인 지도 밑에 7월 28일 밤 대륙간탄도로켓 ‘화성-14’형 2차 시험발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어 “김정은 동지께서 현지에 나오시여 시험발사를 지도하시였다”고 전했다. 통신은 이번 시험발사가 “대형중량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로켓 ‘화성-14형’의 최대사거리를 비롯한 무기체계의 전반적인 기술적 특성들을 최종 확증하자는 데 목적을 두고 진행했다”고 밝혔다. 또 북한 서북부지대에서 발사된 ‘화성-14형’은 최대고도 3724.9㎞까지 상승해 거리 998㎞를 47분12초간 비행해 공해상에 설정된 수역에 정확히 탄착됐다고 상세히 전했다. 통신은 이를 통해 “지난 1차 시험발사(4일)에서 확증된 발사대 이탈 특성, 계단 분리 특성, 구조체계 특성 등이 재확증됐고 최대사거리 보장을 위해 늘어난 발동기들의 작업특성들과 개선된 유도, 안정화 체계의 정확성과 믿음성이 확증됐다”고 말했다. 또 “실제 최대 사거리 비행조건보다 더 가혹한 고각 발사체제에서의 재돌입 환경에서도 전투부의 유도 및 자세조종이 정확히 진행됐으며 수천℃의 고온조건에서도 전투부의 구조적 안정성이 유지되고 핵탄두 폭발조종장치가 정상 동작하였다는 것을 확증했다”고도 했다. 현장에서 발사를 지도한 김 위원장은 “미국의 전쟁 나발이나 극단적인 제재위협은 우리를 더욱 각성 분발시키고 핵무기 보유 명분만 더해주고 있다”며 “국가방위를 위한 강한 전쟁억제력은 필수불가결의 전략적 선택이며 그 무엇으로써도 되돌려 세울 수 없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전략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시험발사를 통해 대륙간탄도로켓 체계의 믿음성이 재확증되고 임의의 지역과 장소에서 임의의 시간에 대륙간탄도로켓을 기습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이 과시되었으며 미 본토 전역이 우리의 사정권 안에 있다는 것이 뚜렷이 입증되었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28일 오후 11시41분 자강도 무평리 인근에서 ICBM 급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1기를 발사했다.황인찬기자 hic@donga.com}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보름 만에 공개 석상에 나타났다. 미사일 도발 가능성이 최고조에 이른 정전협정 체결 64주년 기념일(27일)에 김 위원장이 평안북도 구성의 발사장 인근에 있을 것으로 관측됐으나 당일 평양에 머물렀던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은 28일 정전협정 체결 기념일을 맞아 김 위원장이 평양 ‘조국해방전쟁 참전열사묘’를 참배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김정은 동지께서 위대한 조국해방전쟁 64돌에 즈음해 7월 27일 조국해방전쟁 참전열사묘를 찾으시고 인민군 열사들에게 경의를 표시하셨다”고 보도했다. 보통 북한 매체는 김 위원장의 동정을 전하면서 시점을 특정하지 않지만, 이번엔 ‘7월 27일’로 날짜를 밝힌 데 이어 참배 모습을 담은 사진을 함께 공개했다. 김 위원장의 공개 활동(보도 시점 기준)은 13일 북한 매체에 공개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미사일 발사 관계자에 대한 표창 수여식 이후 15일 만이다. 이와 관련해 북한이 당초 관측과는 달리 27일 미사일 도발에 나서지 않은 것은 일종의 기만전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평북 구성 지역에 이동식발사차량(TEL), 레이더를 비롯한 미사일 발사장비뿐만 아니라 김정은 전용차량까지 미 정찰위성에 고의로 노출시켜 긴장 수위를 높인 뒤 한미 양국의 대응 수위를 떠보려고 했다는 것이다. 군은 여전히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군 당국자는 “기상 조건도 변수지만 북한은 기습 효과를 극대화하는 시기를 택해 추가 미사일 도발에 나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북한이 정전협정 체결 64주년인 27일 현대아산의 방북 신청을 거절한다고 통보했다. 현대아산은 고 정몽헌 전 회장의 추도식을 금강산에서 열기 위해 21일 북한 측에 방북을 타진했었다. 북한이 정 전 회장 추모 행사를 위한 현대아산의 방북 신청을 거절한 것은 처음이다. 현대아산은 이날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가 팩스를 통해 한 장짜리 문서를 보내왔다. 이번에는 방북이 어렵다는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현대아산은 이번 주말까지 북측의 답장을 기다리려고 했는데 북한이 예상보다 빨리 불가 입장을 밝힌 것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현대아산이 다음 주초까지만 방북 동의를 받아도 방북을 진행하는 데는 물리적으로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북한이 현대아산의 정 전 회장 추도식을 위한 방북을 처음으로 불허한 것은 정전협정 체결일에 맞춰 우리 정부에 보낸 메시지이기도 하다. 이날은 정부가 군사회담을 열자고 제안한 뒤 북한의 답변을 기다린 마지막 날이다. 북한이 당초 관측과는 달리 이날 미사일 도발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현대아산의 방북을 전격 불허하며 우리 정부에 “대화는 없다”는 의사를 전하려 했다는 것이다. 통일부는 남북 간의 냉기류 속에서도 현대아산의 방북 가능성을 비교적 높게 봤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3년 정 전 회장 사망 이후 해마다 방북한 현대아산은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현정은 회장을 비롯한 28명이 방북했었다. 개성공단이 폐쇄됐던 지난해엔 현대아산 스스로 방북 신청을 하지 않았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