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의제, 남북정상회담 테이블에… 北 “南과 논의” 첫 표명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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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방중 이후]‘비핵화-평화체제-관계개선’ 의제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다음 달 27일 판문점 우리 측 평화의집에서 여는 ‘2018년 남북 정상회담’의 포괄적 의제에 한반도 비핵화 문제가 포함됐다. 우리와 비핵화를 논의하겠다는 북측의 입장이 공개적으로 전해진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북한이 5월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논의를 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한 우리 정부의 ‘중재자’ 역할에 다시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 北, “한국과도 비핵화 논의하겠다”

북한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핵 문제는 미국과 상대할 일이라며 한국을 철저히 배제했다. “핵무기는 남한을 겨냥한 게 아니다”라는 궤변도 일삼았다. 5일 우리 특사단이 김 위원장을 만난 뒤 공개한 발표문에도 “북측은 비핵화 문제 협의 및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용의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29일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고위급회담 후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남과 북은 2018년 남북 정상회담이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 평화 정착, 남북 관계 발전에 갖는 중대한 역사적 의미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비핵화의 의제 포함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는 “의제 부분에 ‘비핵화를 앞으로 정상 간에 논의해 나가자’라는 서로 간에 그런 얘기는 있었다”면서 “앞으로 정상회담에서도 (비핵화가) 중점 의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우리와도 비핵화를 논의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매우 이례적이고, 사실상 처음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런 태도 변화는 북한이 결국 미국과의 비핵화 담판에 앞서 한국을 통해 여러 협상 조건들을 사전에 점검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또 최근 외교안보 라인을 매파로 교체하며 강하게 북한을 압박하는 미국에 대해 비핵화에 대한 적극적 태도를 보이면서 북-미 정상회담을 실제 열기까지의 ‘대화 모멘텀’을 확보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외교소식통은 “김정은이 중국에 가서 ‘단계별 비핵화 방법’이란 살라미 카드를 꺼낸 뒤 여전히 일괄 타결 입장을 굽히지 않는 미국과의 이견을 좁히기 위해 한국을 이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남북 정상회담까지 남북은 연락채널을 통한 문서 교환 형식으로 두 정상이 회담장에서 읽을 비핵화 관련 ‘합의문’ 문구 마련을 위해 치열한 의견 교환을 할 것으로 보인다. 조 장관은 “필요하다면 4월 중 후속 고위급회담을 통해서 의제 문제를 계속 협의해 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게다가 조 장관은 이날 회담 결과 브리핑을 하며 이번 회담을 ‘2018년 남북 정상회담’이라고 4번 언급했다. ‘3차 정상회담’이란 표현은 없었다. 앞서 1, 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약속한 대북 경제 지원 등과는 다소 거리를 두려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첫 남북 정상회담에 나서는 김정은과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자는 의도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먼저 제안한 ‘2018년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네이밍에 북한도 별다른 거부감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한다.

○ 정상회담, 왜 4월 27일인가

우리 대북 특사단이 5일 김 위원장을 만나 4월 말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한 이후 정부는 검토를 통해 ‘4월 넷째 주 평일 개최(23∼27일)’로 기간을 좁혔다. 28, 29일은 토, 일요일이고, 30일 회담을 열 경우 준비 과정이 주말에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달 중순 정상회담 취재를 위한 내외신 프레스센터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 두기로 하면서 23∼27일 사용하기로 가계약까지 맺었다. 그러나 이 가운데 25일은 조선인민혁명군 창건일(옛 북한군 창건일)로 북한의 휴일이어서 가능성이 낮았다.

이번에 정부가 후보일 중 가장 마지막 날을 회담일로 정한 것은 비핵화 등 핵심 의제에 대해 북한과 논의할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한 정부 당국자는 “회담일과 관련해 북한이 크게 무엇을 요청하거나 기피한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회담은 두 차례 전체회의, 세 차례 대표 접촉 등 모두 5차례 남북이 만났다. 하지만 총 회담 시간이 91분에 그칠 정도로 빠르게 ‘합의하고 점검하는’ 식으로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판문점=통일부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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