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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 나라에서 더 이상의 무슬림을 원치 않는다. 구더기는 이제 그만!” 트위터에 이 같은 게시물을 올린다면 어떻게 될까. 앞으로 이처럼 특정 집단을 향한 혐오발언이 포함된 게시물은 트위터에 신고하면 삭제될 수 있다. ‘여성은 오로지 성관계할 때만 좋다’와 같은 성차별적 발언도 마찬가지다. 위 두 문구는 트위터가 대표적인 규제 대상 문구라며 든 예시다. 트위터는 지난달 25일 본사 웹사이트를 통해 혐오 표현 규제 정책을 개정할 예정이라며 새로운 규제 정책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새 정책에 대한 이용자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9일까지 설문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예시로 보여준 문구들에 대한 규제가 적절한지 묻고, 더 적절한 문구나 추가할 내용을 이용자들로부터 제안 받는 식이다. 이렇게 수집된 이용자들의 의견을 분석해 새로운 정책을 수립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도 소수자나 사회적 약자 등을 겨냥한 혐오 표현을 금지해야 한다는 여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나날이 커지는 영향력을 고려할 때 SNS도 혐오 표현 금지 규정을 마련해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전 세계 2700만 명 이상이 사용하는 동성애자 소개팅 앱 ‘그라인더(Grindr)’는 지난달 인종차별, 특정 성 혐오 발언을 강력하게 규제하는 무관용 원칙을 선언했다. 소개팅 앱의 특성상 ‘아시아인 안 됨’, ‘뚱뚱한 사람 싫음’, ‘백인만’ 등의 차별적 표현이 자주 등장했었는데 앞으론 이 같은 표현을 사용하는 이용자를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랜던 줌월트 그라인더 대표는 “그라인더는 소개팅 앱의 리더로서 이 같은 주제(혐오 표현 금지)에 대해 대중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영국인 10명 중 4명이 소개팅 앱을 사용한다”며 소개팅 앱에 만연한 혐오 표현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반면 페이스북은 혐오 표현 규제에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고전 중이다. 지난달 23일 영국 방송인 존 올리버는 자신이 진행하는 프로그램 ‘라스트 위크 투나이트’에서 미얀마 군부의 로힝야족 탄압을 언급하며 “페이스북은 화장실보다도 더 더럽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로힝야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확산에는 혐오 표현이 담긴 게시물의 유통을 규제하지 않은 페이스북의 영향이 컸다는 유엔 인권위원회 보고서 내용을 인용한 것이다. 페이스북은 또 이용자의 신고를 받고서도 혐오 표현이 담긴 게시물에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BBC에 따르면 지난달 한 페이스북 이용자는 무슬림과 난민에 대한 혐오 표현이 담긴 게시물을 업로드하는 팔로어 5만여 명의 페이지를 본사에 신고했다. 이 이용자는 페이스북으로부터 ‘삭제했다’는 통보를 받았지만 실제로는 페이지와 게시물 모두 삭제되지 않았다. 페이스북은 BBC에 시스템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하며 “이번 사건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중국의 인권운동가이자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劉曉波)의 부인 류샤(劉霞·57·사진)가 중국 인권 토론회 참석을 위해 미국 땅을 밟았다. 7월 가택연금 8년 만에 자유의 몸이 돼 중국에서 독일 베를린으로 건너간 이후 첫 공식 일정이다. 27일(현지 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25일 뉴욕에 도착한 류샤는 26, 27일 이틀간 미국 인권단체 바츨라프 하벨 도서관재단의 행사에 참석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자동차에 시동이 걸리는 소리나 경적 소리 대신 새가 지저귀는 소리, 혹은 사람들이 커피잔을 휘저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만이 울려 퍼지는 곳이 있다. 도시 소음 때문에 소리를 지르며 말할 필요가 없는, 스페인 북서부의 ‘차 없는 도시’ 폰테베드라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최근 미국의 자선단체 록펠러재단과 함께 ‘걸을 수 있는(walkable) 세계 도시들’을 소개했다. 세계 주요 도시의 거리를 차량이 점령한 상황에서 몇몇 도시들이 보행자 친화적인 거리 만들기에 나섰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한 해 평균 27만여 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차량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거리를 걷다가 숨지는 것이다. 1999년부터 차 없는 도시 만들기 계획에 착수한 폰테베드라는 도시 중심부의 도로를 없애고 이곳에 차량을 주차할 수 없도록 했다. 도로가 깔려 있는 도시 외곽에서도 시속 30km 이하로 주행하게 해 교통사고를 줄였다. 시내 중심부 지하에 차량 1686대를 무료로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이곳에 차를 두고 도시 내부에서는 걸어 다니도록 유도했다. 효과는 상당했다. 1996∼2006년 10년간 30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거리에서 2007∼2016년 사이엔 단 3명만이 사고로 숨졌다. 도시의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70% 줄었다. 영국의 맨체스터는 올해 초 총 1000마일(약 1600km)에 이르는 1400개 걷기 좋은 길을 만드는 ‘비라인(beelines·직선도로)’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차량보다 많은 보행인구와 자전거 이용자, 벤치와 공원 같은 충분한 휴식 공간이 걷기 좋은 길의 기준이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자전거 선수 크리스 보드먼이 제안한 이 사업은 인도 옆으로 양방향에 자전거 도로가 뻗어 있다는 게 특징이다. 뉴질랜드 오클랜드시는 ‘보행인구가 경제 활성화에 더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보행자 친화적 거리 만들기를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퀸스트리트 같은 쇼핑 중심지에선 교통체증으로 한 해 1170만 뉴질랜드달러(약 86억4922만 원)의 비용이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를 1월 발표한 이후 오클랜드의 포트스트리트에 차도와 인도의 구분을 없앤 공유거리를 조성했다. 사실상 도로의 대부분을 보행자가 이용할 수 있는 이 거리에서는 과거에 비해 보행자가 54% 늘었고 소비자들의 지출액도 47% 늘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3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감사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연설에서 “‘로켓맨’이 자살행위를 하고 있다”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맹비난했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태도로 북한을 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유엔총회 연단에 올라 “우리는 오늘 이 자리에 있는 많은 나라의 지지 속에서 분쟁의 망령(specter of conflict)을 담대하고 새로운 평화를 위한 노력으로 바꾸기 위해 북한과 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약 35분의 연설 중 2분 정도를 북한에 할애했다. 그것도 연설 초반에 배치해 북한 문제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커졌음을 시사했다. 올해 연설에선 북한에 대한 톤과 내용이 지난해에 비해 훨씬 유화적으로 바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유엔총회 연설에선 북한을 ‘불량정권(rogue regime)’이자 ‘악(惡·wicked few)’으로 규정한 뒤 “미국과 동맹국을 방어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totally destroy)해버리는 수밖에 없다”며 약 5분간 맹비난했다. 하지만 올해 연설에선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자신이 해낸 성과를 강조하는 데 치중했다. 그는 “정상회담 이후 거의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많은 고무적인 조치를 이미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사일과 로켓은 어느 방향으로도 날아다니지 않고 있다. 핵실험은 중단됐다. 일부 (북한) 군사시설은 이미 해체됐다. 억류자들은 풀려났다. 약속대로 쓰러진 영웅들의 유해가 고국으로 돌아와 미국 땅에서 쉬게 됐다”고 성과를 과시했다. 북한 인권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해 연설에선 “우리는 북한에서 미국으로 돌아온 지 얼마 안 돼 사망한 오토 웜비어와 국제공항에서 신경무기에 살해당한 독재자의 형(김정남), 그리고 일본에서 13세의 나이로 납북된 일본 소녀(요코타 메구미)를 목격했다”며 희생자들의 이름을 조목조목 열거하며 북한 인권 문제를 거론한 바 있다. 세계 정상들이 참석한 유엔 무대에서 김 위원장에게 보인 예우도 지난해와 판이하게 달라졌다. 지난해 “로켓맨이 자살행위를 하고 있다”며 김 위원장을 맹비난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는 김 위원장의 이름을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발음하며 “해야 할 많은 일이 남아 있지만 나는 김 위원장이 보여준 용기와 취한 조치에 감사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도 특별한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하지만 북한 비핵화에 대해서는 단호했다. 그는 “제재는 비핵화가 일어날 때까지 유지될 것”이라며 북한 비핵화 이전에 제재 완화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 앞서 유엔본부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우리는 언론에서 이해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진전을 이루고 있다”며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 세계를 위해 좋은 일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 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오찬을 하며 “작년 연설에서는 북한에 대한 톤이 지금과는 약간 달랐다”고 인정했다. 북한도 미국과의 긴장이 고조됐던 지난해와 달리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유엔총회 직전 부임한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는 이날 총회장 뒤편 지정 좌석에 앉아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끝까지 들었다. 옆자리의 북한 실무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받아 적었다. 지난해에는 자성남 당시 대사가 트럼프 대통령이 연단에 나올 무렵 실무자를 남기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 연설을 보이콧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전채은 기자}

“저는 요즘 너무나도 행복합니다. 치매안심센터에 와서 다른 사람들과 캠페인에 참여하는 일이 즐겁습니다.” 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18 치매극복의 날’ 행사 연단에 선 조금숙 씨(75)는 돋보기안경에 의지해 A4 용지 세 장 분량의 수기를 막힘없이 낭독했다. 이날을 위해 안경도 새로 장만했다. 무대에서 내려온 그에게 “많이 긴장하셨느냐”고 묻자 그제야 웃으며 “손주 키울 때 두 줄짜리 그림 동화책이나 읽었지 이렇게 큰 무대에서 글을 읽은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조 씨는 자신의 경도인지장애 극복 노력을 담은 수기 ‘지금이 행복한, 조금숙입니다’로 이달 서울시가 주최한 2018 치매극복수기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경도인지장애는 치매와 정상 노화의 중간 단계에 있는 질환으로, 정상 노화 노인에 비해 기억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경도인지장애를 앓는 환자 중 절반 이상이 치매에 걸린다. 조 씨가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은 건 올해 1월. 노인 일자리를 얻기 위해 받은 치매 검사에서 경도인지장애라는 결과가 나왔다. 그때서야 해야 할 일들을 금방 잊어버리곤 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친정어머니도 12년간 치매를 앓다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누구보다 치매의 무서움을 잘 알았다. 조 씨는 “당시 진단을 받은 뒤 다리가 후들거리고 아무 생각이 안 났다”며 “그 후 3주 동안은 엄마처럼 될까 봐 무서워 밤마다 울기만 했다”며 악몽 같았던 순간을 떠올렸다. 6년 전부터 꾸준히 치매안심센터를 찾으며 남들보다 더 열심히 치매에 대비해왔기에 정신적 충격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조 씨는 2010년 남편의 사망에 이어 믿었던 두 아들이 조 씨가 남편과 함께 살던 집을 팔아 돈을 나눠 갖자 우울증에 걸렸다. 원치 않지만 용산에 작은 집을 구해 홀로 살아가고 있다. 응급실을 제 집처럼 드나들며 수면유도제 없이는 잠도 들지 못하던 중 간호사의 추천으로 치매안심센터를 찾아갔다. 센터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치매예방프로그램에 참여해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우울증을 극복했다.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은 뒤 자신감이 급속도로 떨어졌다. 조 씨는 “한 번은 치매안심센터 관계자가 ‘나는 뜨개질할 때 코(매듭) 잡는 걸 잘 못한다’며 자신의 신발끈을 풀어 나에게 가르쳐달라고 한 적이 있다”며 “평소 같았으면 가르쳐 줬을 텐데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은 뒤라 ‘저 사람이 나를 무시하나’ 싶어 화를 낸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조 씨가 다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던 건 자신이 여전히 쓰임새가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준 주변사람들 덕분이었다. 치매안심센터 직원들은 조 씨가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은 뒤에도 변함없는 지지와 격려를 보냈다. 치매예방활동에서 그린 그림이 삐뚤삐뚤해도 ‘잘하셨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치매 검사를 받은 뒤 노인 일자리 활동으로 시작한 홀몸노인 도시락 배달도 오히려 조 씨에게 힘을 줬다. 일주일에 3번 조 씨가 들고 오는 도시락을 받는 홀몸노인들에게 조 씨는 더 없이 소중한 존재였다. 조 씨는 “집 안에 있을 땐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느껴졌던 내가 밖에선 그 반대로 느껴졌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조 씨는 병마와 싸우기 위해 집으로 숨기보다는 세상으로 나가는 방법을 택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다. 조 씨가 가장 좋아하는 활동은 치매안심센터에서 매월 2회 개최하는 ‘메모리데이 캠페인’이다. 센터 직원들과 함께 직접 거리에 나서 행인들을 만나 치매 인식개선 활동을 하고 주기적인 치매 검사가 필요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간단한 치매 이해 게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조 씨는 “경도인지장애를 앓고 있는 내가 직접 노인들을 만나니 더욱 설득력이 있다”며 웃었다. 노인성 치매에 대해 걱정하면서도 실제로 치매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될까 봐 치매 검사를 꺼리는 노인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르신도 깜빡깜빡 하세요? 저도 그래요”라며 노인들의 처지에 공감하고 “(치매 검사는) 어려운 문제를 푸는 게 아니라 물어보는 것에 대답만 하시면 돼요”라고 설득하는 게 조 씨만의 노하우다. 조 씨는 올해 서울시의 치매 인식개선 캠페인인 ‘기억다방’에 할머니 바리스타로도 활동하고 있다. 경도인지장애, 경증 치매장애를 앓고 있는 노인들이 이동식 카페 바리스타로 나서 직접 손님의 주문을 받고 음료를 서빙한다. 조 씨는 “손님이 유자차와 콜라를 주문하면 하나는 생각이 나는데 다른 하나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며 “음료를 잘못 갖다 줘도 손님들이 잘했다고 말해준다. 그럴 때면 ‘나도 이렇게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구나’ 싶어 용기가 난다”고 말했다. 조 씨는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은 뒤에도 꾸준히 사회의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 7년째 치매안심센터에서 뜨개질 봉사를 해 온 조 씨는 요즘도 매주 목요일 코바늘로 수세미를 만들어 ‘아름다운가게’에 기부하고 있다. 조 씨의 다음 목표는 소박하다. 다음 달에도 자식들의 주소와 전화번호를 잊지 않는 것이다. ‘잊지 않는 것’은 많은 치매 환자들의 목표이기도 하다. 6년 전부터 조 씨를 담당하고 있는 용산구 치매안심센터 김윤경 복지사는 “밖에 나갔다 남한테 폐를 끼칠까 걱정이 되고 건강도 좋지 않다 보니 치매 노인들은 집에만 있으려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을 격리시키기보다는 이들이 갖고 있는 능력을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중요하다”며 “지역사회가 치매 노인을 포용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푸틴 대통령요? 제 공연에도 종종 늦습니다.” 세계적 비올리스트이자 러시아 공훈 지휘자로 활동 중인 유리 바시메트(65)는 국제사회에서 ‘지각대장’이라는 별명이 붙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러시아 국립청소년교향악단의 첫 내한 공연을 위해 한국을 찾은 그는 18일 본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전차군단 같은 강한 이미지의 푸틴 대통령이지만 그는 딸들을 음악 레슨 장소에 차로 데려다주는 따뜻한 아버지”라며 푸틴 대통령의 인간적인 모습을 전했다. 바시메트는 1990년대 중반에 푸틴 대통령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푸틴 대통령은 당시 상트페테르부르크 부시장이었다. 바시메트는 “그날따라 속이 좋지 않아 내내 복통을 앓다가 결국 그 앞에서 먹은 음식을 모두 토하고 말았다”며 “그때 내가 결례를 했던 정치인이 러시아 대통령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첫 만남 당시를 떠올렸다. 바시메트는 이제 푸틴 대통령과 음악적 견해뿐 아니라 외교적 고민도 함께 나누는 사이가 됐다. 바시메트는 “자세히는 밝힐 수 없지만 한반도에 대한 푸틴 대통령의 관심은 대단히 높다”며 “러시아 국립청소년교향악단이 아시아 첫 방문국으로 한국을 선택한 것도 푸틴 대통령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뉴욕 필하모닉이 (2008년 2월) 평양에서 공연한 것처럼 러시아와 남북한 아이들이 함께 연주하는 무대를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푸틴 대통령에게)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17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이번 내한공연에서 러시아 국립청소년교향악단은 선화예술고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아리랑 판타지’를 연주했다. 바시메트는 “하나의 보면대를 사이에 놓고 음악이라는 언어로 대화하는 것만큼 문화장벽을 낮추는 좋은 방법이 또 있겠느냐”며 “앞으로는 개성이나 금강산에서 (남북한 학생들과) 협연할 방법을 알아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이토록 참혹하고 규모가 큰 범죄 현장은 지금껏 본 적이 없다.” 미얀마 군부의 로힝야족 ‘인종 청소’ 문제를 조사해 온 유엔 진상조사단 마르주키 다루스만 대표는 18일 유엔 인권위원회에 최종 보고서를 제출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440쪽에 이르는 보고서를 제출한 진상조사단은 “미얀마 군부가 국제법상 중범죄에 속하는 제노사이드(집단학살)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1880년대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고 있던 미얀마에 유입된 이슬람 소수민족 로힝야족은 미얀마 독립 이후 ‘불법 이민자’로 박해를 받아 왔다. 진상조사단이 1년 3개월 동안 미얀마를 탈출한 로힝야족 875명을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작성된 이 보고서에는 로힝야족에게 자행된 미얀마군의 반인권적 행태들이 상세히 담겼다. 보고서는 로힝야족 탄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해 8월부터 두 달간 최소 1만 명 이상의 로힝야족이 미얀마 군부에 의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산했다. 미얀마군은 로힝야족을 담뱃불로 고문하고 어린아이들을 불타고 있는 집 안으로 밀어 넣기도 했다. 조사단은 “보고서에 첨부된 위성사진을 보면 로힝야족 마을 400개가 지도에서 사라졌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또 로힝야족 여성을 상대로 벌어지고 있는 성폭력이 ‘악독하고 반복적인 특징’을 띤다고 지적했다. 여성들을 나무에 묶어 둔 채 성폭행하는 행태도 보고서를 통해 드러났다. 보고서는 이 같은 잔혹한 행위에 대해 미얀마 군인들의 개인 일탈이 아니라 미얀마 군부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약 100만 명에 이르는 로힝야족 대부분이 사는 라카인주에 주둔하는 군대에는 로힝야족에 대한 인권 유린을 용인하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는 것이다. 조사단은 “지난해의 재앙에 가까운 인권 유린은 계획됐던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제형사재판소(ICC)는 18일 미얀마군의 로힝야족 탄압 문제와 관련해 예비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ICC는 예비조사 결과에 따라 공식 수사 착수 여부를 결정하고 이후 미얀마군 지휘권자 등을 기소할 수도 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지중해에서 난민구조 활동을 펼치던 비정부기구(NGO) 구조선들이 일부 유럽 국가의 강력한 반난민 행보로 지난달 26일 이후 모습을 감춘 것으로 나타났다. 지중해에서 NGO 구조선 활동이 보름 이상 중단된 것은 난민구조 작업이 시작된 2015년 이후 처음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중해에서 18일간 NGO 구조선 활동이 벌어지지 않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지중해에서 활동하던 10척의 NGO 난민 구조선 중 3척은 몰타의 발레타 항구에 억류돼 있다. 또 다른 구조선인 오픈암스와 아쿠아리스호가 이탈리아와 몰타의 입항 거부로 지중해를 떠나는 등 NGO 구조선들은 지중해에서의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지난해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에 도착한 난민은 10만308명이고 지중해를 건너다 사망한 난민은 2383명이다. 올해는 9월 현재까지 2만319명의 난민이 지중해를 통해 이탈리아 땅을 밟았지만 사망자가 1130명 발생했다. 지중해를 통해 유럽으로 향하던 중 목숨을 잃은 난민 비율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이다. NGO 난민 구조선 활동이 없었던 6월 28일부터 7월 8일까지 11일 동안에도 300명이 넘는 난민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중해 바닷길이 막히자 육로를 통해 유럽으로 들어가려는 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IOM에 따르면 올해 9월 현재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들어간 난민은 7만45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2만9000명에 비해 크게 줄었다. 반면 육로를 통해 유럽으로 간 난민은 1만8000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1만2000명보다 많아졌다.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민간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의 로켓을 타고 민간인 최초로 달 여행을 하게 될 인물은 일본의 억만장자 마에자와 유사쿠(42·사진)다. 17일(현지 시간) AP 등 외신에 따르면 스페이스X를 창립한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 스페이스X 본사에서 이 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2023년으로 예정된 달 여행에서 마에자와는 스페이스X의 우주선 ‘BFR(Big Falcon Rocket)’를 타고 4, 5일 정도 달을 관광하게 된다. 우주선에서 내려 달 표면을 직접 밟지는 않는다. 마에자와는 일본 최대 온라인 패션상품 판매회사인 조조타운 설립자다. 자산이 30억 달러(약 3조3705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그는 일본에서 18번째 가는 자산가다. 머스크는 정확한 액수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마에자와가 이번 여행을 위해 큰돈을 지불했다”고 밝혔다. 이날 머스크의 소개를 받으며 무대에 등장한 마에자와는 “나는 이 환상적인 경험을 혼자서만 즐기고 싶지 않다”며 “전 세계 예술가와 건축가, 디자이너 6∼8명을 초대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앤디 워홀이나 장미셸 바스키아 같은 예술가들이 우주를 여행한다면 어떤 작품이 나올지를 상상하며 즐거워한 적이 많았다”며 “그들이 달을 가까이에서 보고 지구 전체의 모습을 본 이후 그들의 경험을 작품에 반영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뛴다”고 덧붙였다. 최초로 우주여행을 한 민간인은 미국의 사업가 데니스 티토로 2001년 러시아 우주선을 타고 국제우주정거장에 다녀왔다. 스페이스X는 2010년 민간 기업 최초로 화성에 우주선을 발사하기도 했다. 이 우주선은 무사히 궤도에 올라 화성을 탐사한 뒤 지구로 돌아왔다. 2012년에는 민간기업 최초로 우주정거장에 음식을 공급하는 미션을 수행했다.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TIME)’이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 세일즈포스닷컴의 창업자 부부에게 팔렸다. 17일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세일즈포스닷컴 최고경영자(CEO) 마크 베니오프(사진)와 그의 아내가 1억9000만 달러(약 2144억 원)에 타임을 인수했다. 1923년부터 발간된 타임은 정치, 경제, 문화 등 여러 영역에서 깊이 있는 기사를 써내며 글로벌 잡지로 자리매김한 정통 시사 주간지다. 타임은 올해 1월 타임사의 다른 간행물인 포천, 머니,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 등과 함께 미국의 미디어그룹 메러디스코퍼레이션에 28억 달러(약 3조1586억 원)에 인수된 바 있다. 베니오프 부부는 이 중 타임만 따로 인수하기로 했다. 베니오프는 “(타임 인수는) 회사와는 관계없는 개인 차원의 투자”라며 “편집권과 영업 등에는 절대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베니오프의 자산은 67억 달러(약 7조5482억 원)에 이른다. 억만장자의 주요 언론 매체 인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3년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는 워싱턴포스트를 2억5000만 달러에 사들였고 바이오업계 사업가 패트릭 순시옹도 올해 초 로스앤젤레스타임스를 5억 달러에 인수했다.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미국의 제재로 외화 수입이 줄어든 북한이 미국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실체가 불분명한 회사를 내세워 외화벌이를 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북한의 이 같은 행적은 중국 선양(瀋陽)에서 활동하는 기업인 ‘리광원’을 통해 드러났다. 리광원이 운영하는 기업은 SNS에 계정을 만들고 ‘업워크’ 등 미국의 구직사이트를 통해 외부 프로그래머들을 고용했다. 미국의 기업용 메신저 ‘슬랙’을 통해 메시지를 주고받고 미국 전자상거래 결제기업 ‘페이팔’을 이용해 거래하는 방식으로 국제사회의 감시망을 피했다. 이 기업은 프로그래머들이 개발한 모바일 게임, 애플리케이션 등을 팔아 돈을 벌었다. 프로그래머들에게 임금은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 WSJ는 리광원이 선양 지역에서 활동하는 북한의 핵심 인물로 보인다고 전했다. 북한의 활동을 추적해 온 전문가는 WSJ에 북한이 이 같은 수법으로 수백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광원의 존재는 지난해 2월 말레이시아에서 발생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WSJ는 당시 말레이시아 경찰에 체포됐다가 추방된 한 북한 요원의 컴퓨터와 휴대전화에서 리광원의 이메일과 중국 전화번호를 찾았냈다. 이를 인터넷에서 검색하자 50개 이상의 가짜 SNS 계정과 웹사이트가 나타났다. WSJ는 이 북한 요원과 리광원이 북한 방언을 사용해 대화를 나눴고 리광원의 중국 번호로 전화를 걸자 한 남성이 한국인 억양의 중국어로 자신을 리광원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고대로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 전체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최대 550만 개의 중국 내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나왔다. 미국계 투자은행 JP모건은 11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이 5000억 달러(약 564조2500억 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 전체에 25% 관세를 매기고 이에 중국이 보복관세로 대응할 경우 중국에서 일자리 550만 개가 없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이 경우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3%포인트 감소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현재 500억 달러(약 56조4000억 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으로 수입되는 중국 상품 전체에 관세를 부과할 수도 있다고 7월에 경고한 바 있다. JP모건은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 2000억 달러(약 225조6000억 원)어치에만 25%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이 위안화 5% 절하와 보복관세로 맞설 경우에는 중국 내 일자리 70만 개 이상이 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수천 개의 미국 기업들은 미중 간 무역갈등이 전면전으로 치닫자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부과 정책에 반대하는 단체를 결성하기에 이르렀다. 12일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미국인’이라는 단체를 조직한 이 기업들은 ‘관세가 (국가의) 심장부를 해친다’는 관세 반대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다.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당신이 겪은 가장 큰 실패는 무엇입니까?” 심사위원이 물었다. “실패라는 단어는 우습다고 생각합니다.” 미스 플로리다인 테일러 타이슨(23)이 받아쳤다. “저는 수없이 많은 좌절을 겪었지만 그것들은 실패가 아닌 디딤돌이었기 때문입니다.” 타이슨의 대답에 관객들 사이에서는 탄성이 나왔다.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시대에는 미인 선발대회 모습도 달랐다. 9일 막을 내린 ‘2019 미스 아메리카’에서 이런 장면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주최 측이 대회 98년 역사상 처음으로 수영복 심사를 없애고 그 대신 압박 면접 형식의 무대 인터뷰를 평가 항목에 추가했기 때문이다. 대회 취지를 외모 평가에서 재능과 지성 평가로 전환하겠다며 새로운 버전이라는 의미를 담은 ‘2019 미스 아메리카 2.0’이라는 이름까지 내걸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는 게 유리한 상황이 되면서 참가자들의 자기소개 방식에도 변화가 보였다. 참가자들은 대개 ‘○○(지역)에서 온 ○○(이름)’로 자신을 소개했지만 미스 미시간 에밀리 시오마(24)는 달랐다. 시오마는 “미국 담수 중 84%가 있지만 정작 거주자가 마실 물은 없는”이라고 운을 떼 눈길을 끈 뒤에야 “미스 미시간 에밀리 시오마입니다”라고 이름을 밝혔다. 4년 전부터 미시간주 플린트 주민을 괴롭히고 있는 플린트 수질 악화에 대한 문제의식을 보여 준 것이다. 미스 아메리카의 변화는 다른 평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악기 연주나 노래, 웅변 등 비교적 고전적인 퍼포먼스가 주를 이뤘던 재능 평가에서 다소 파격적인 마이클 잭슨의 ‘문워크’ 가 등장했다. 심사위원들에게 문워크와 탭댄스를 보여준 미스 코네티컷 브리짓 오이(22)는 2위를 했다. 이날 미스 아메리카의 영광은 대회 내내 ‘균등한 기회와 교육’을 위해 힘쓰겠다고 강조한 미스 뉴욕 니아 이마니 프랭클린(25)에게 돌아갔다. 심사위원들은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교육 기회 확대를 위해 쓰겠다는 프랭클린의 주장에 높은 점수를 줬다. 이처럼 달라진 미스 아메리카를 모두가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미스 아메리카의 시초가 수영복 미인 선발대회인 만큼 그동안 수영복 심사는 대회 상징처럼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미국 51개 주 중 46개 주 지방대회 주최 측은 ‘미국적 요소를 없앴다’며 전국대회 주최 측 관계자들의 사임을 요구하고 있다. 1989년 미스 아메리카 출신이자 이번 대회 조직위원장이기도 한 그레천 칼슨은 작년 대회 조직위원회 고위 관계자들이 과거 수상자들의 외모와 성생활을 조롱한 사실이 드러나 새롭게 위원장을 맡게 되면서 이 같은 변화를 주도했다.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워터게이트’ 특종 기자 밥 우드워드의 신간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의 내용 중에 올해 초 북한과 미국이 핵문제를 두고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가족들에게 한국을 떠나라는 ‘트위터 소개령’을 내리려고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9일(현지 시간) 신간을 인용해 북한의 핵 위협이 고조됐던 올해 초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가족 2만8500여 명에게 한국을 떠나라는 트윗을 올리려고 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백악관 국가안보보좌진은 ‘공황 모드’에 빠졌다. ‘트위터 소개령’은 결국 내려지지 않았다. 텔레그래프는 그 까닭을 설명하지 않았으나,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의 강력한 반대가 있었던 점을 지적했다. 북-미 갈등이 한창이던 시기에 주한미군 가족 소개령이 검토되고 있다는 소문은 이전부터 언론 보도를 통해 나온 바 있다. 소개령 트윗 계획은 트럼프 행정부 내 관리들이 하루하루를 어떻게 고전하는지 보여주는 가장 충격적인 사례 가운데 하나라고 이 신문은 설명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를 검토했던 시기는 지난해 8월인 것으로 드러났다. 9일 블룸버그는 신간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8월 한미 FTA 폐기와 세계무역기구(WTO),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을 모두 탈퇴하려고 했다고 보도했다. 신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게리 콘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등 참모들의 만류 끝에 NAFTA 탈퇴 의사는 철회했다. 하지만 한미 FTA를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은 뒤집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5일 한미 FTA 공식 폐기 문서를 직접 손에 들고 나타나기도 했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는 한미 FTA 폐기 서한은 콘 전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 몰래 치워 발송되지 않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WTO에 대해선 여전히 탈퇴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현직 고위 관계자가 트럼프 행정부 내부의 혼란상을 고발하는 기고문을 뉴욕타임스(NYT)에 익명으로 실은 가운데 기고자의 정체를 둘러싼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다. 백악관은 의심되는 인물을 좁혀 나가며 기고자의 ‘자수’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용의 선상에 오른 백악관 인사들을 두고 기고자일 가능성이 있는 이유와 그렇지 않은 이유를 분석해 보도했다. 7일 노스다코타 주를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지역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기고자로 추정되는 인물에 대해 “4명이나 5명 정도를 생각해볼 수 있다”며 “대부분 내가 좋아하지 않거나 존경하지 않는 이들”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 기고자로 의심되는 인물들을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들의 이름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그 인물(기고자)의 신원은 결국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루 뒤인 8일 캘리엔 콘웨이 백악관 선임 고문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오늘 (기고자는) 국가 안보 라인 중 한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사이가 안 좋거나 갈등을 겪은 인물 중 국가 안보와 관련된 일을 하는 인사로 한 번 더 폭을 좁힌 것이다. 콘웨이 고문은 “NYT 익명 기고문을 쓴 사람이 백악관 인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 사람은 앞으로 나와 자신을 밝히고 사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고자의 신원은 미국 내 언론에게도 큰 관심이다. WP는 7일 “누가 ‘레지스탕스’ 익명 기고문을 썼나?”라는 제목의 분석 기사에서 백악관 주변 인사 26명을 두고 이들이 용의 선상에 오를 수 있는 이유와 기고자가 아닐 수 있는 이유를 분석해 보도했다. 이 목록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 외교 안보 관련 인사도 포함됐다. 현재까지 백악관이 내 놓은 ‘익명 기고자의 조건’에 따르면 가장 가능성이 높은 인물은 매티스 국방장관이다. 매티스 장관은 국가 안보 라인의 핵심 인물 중 하나인데다 트럼프 행정부의 난맥상을 낱낱이 드러낸 WP 언론인 밥 우드워드의 신간에서 평소 트럼프 대통령을 “5학년이나 6학년생”과 비교한다는 내용이 폭로됐기 때문이다. 다만 WP는 매티스 장관이 군인으로서 군 통수권자의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내 놨다. 볼턴 보좌관은 국가 안보와 관련된 핵심 인물이기는 하지만 백악관 합류가 오래되지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불화설도 없는 인물이라고 분석했다. 폼페이오 장관에 대해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정책에 깊이 개입하고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의심해 볼 여지가 있지만 평소 트럼프 대통령에게 강한 충성심을 보여 왔기 때문에 기고자가 아닐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펜스 부통령에 대해선 그가 평소 연설 등에서 사용해온 단어 ‘북극성(lodestar)’이 이번 기고문에 등장했다는 이유로 유력한 후보로 꼽혔지만, 차기 대통령 후보 중 하나인 펜스 부통령이 과연 이 같은 논란을 만들었을지는 의문이라고 WP는 전했다. 펜스 부통령은 9일 CBS에 출연해 우드워드의 신간이 폭로한 ‘트럼프 대통령 탄핵 논의’에 대해 “절대로 아니다”고 강하게 부인하기도 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에게도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WP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불륜설이 보도되고 남편의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던 멜라니아 여사도 용의선상에 올렸다. 다만 NYT가 멜라니아 여사를 ‘고위 관계자’로 칭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전망을 내 놨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미국이 2014년 소니픽처스 해킹 사건 등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 대한 제재에 나선다. 미 정부가 북한의 사이버 공격 행위에 제재를 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법무부가 북한 정찰총국을 대리해 소니픽처스를 해킹한 혐의로 북한 국적의 박진혁 씨를 기소할 예정이라고 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북한은 2014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희화화한 영화 ‘인터뷰’의 제작사인 소니픽처스를 해킹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은 2015년 1월 이 사건의 배후로 북한 정부를 지목하며 북한 정찰총국을 제재대상으로 하는 고강도 대북 제재를 담은 행정명령을 발동한 바 있다. WP에 따르면 박 씨는 북한의 해킹 부대인 ‘라자러스 그룹(Lazarus group)’과도 연결돼 있다. ‘라자러스 그룹’은 2016년 미국 뉴욕 연방은행의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계좌 해킹 사건과 지난해 150개국의 컴퓨터 230만 대 이상을 감염시킨 ‘워너크라이’ 랜섬웨어 공격돠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그룹이다. WP는 재무부도 이날 중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 대한 제재를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6일(현지 시간) “지난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핵화 달성을 위해 했던 약속을 충족하려면 할 일이 여전히 산적해 있다”고 말했다. 인도를 방문 중인 폼페이오 장관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북한이 그동안 핵무기 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핵 시설의) 전략적 전환을 위한 작업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핵 개발 중단 징후가 없다는 미국 정부의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다. 이 발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방북한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사절단과의 회동에서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한 것에 대해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행동에 나서라’고 촉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언론은 김정은이 방북한 특별사절단과의 회동에서 구체적으로 비핵화 시간표까지 제시한 점에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김정은이 비핵화 시점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나 김정은의 비핵화 언급이 말로만 그칠 뿐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아가기는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내놓았다. 뉴욕타임스는 김정은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내 비핵화 실현’ 언급에 대해 “미국으로부터 종전선언을 얻어내기 위해 구애하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행정부 내 강경파 참모들로부터 떨어뜨려 놓기 위한 의도적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CNN은 18∼20일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북-미가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남북관계가 개선되는 것은 오히려 한미 관계마저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CNN은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이 무산되는 등 진전이 없는 북-미 관계를 지적하며 “남북 정상회담은 다시 남한을 운전석에 앉혔다”고 분석했다. 이어 분석가들의 말을 인용해 “남북 관계 개선은 트럼프 대통령을 본래의 적대적인 태도로 돌려놓을 수 있으며, 의도치 않게 서울과 워싱턴 사이의 틈을 더 벌려 놓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 전채은 기자}
“대통령은 멍청하다(idiot). 그는 궤도를 이탈했고, 우리는 미친 세상(crazytown)에 있다. 비서실장직은 내 인생 최악의 직장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바로 옆에서 보좌하는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은 사적 모임에서 지나치게 충동적인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스타일과 막말 행태를 지적하며 이같이 답답함을 토로했다고 밥 우드워드의 신간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는 전했다. 켈리 비서실장의 불만은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들에 대한 조롱과 비난 수준이 도를 넘어섰다’는 것. 정식 판매 전 신간을 먼저 입수한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윌버 로스 상무장관, 허버트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겨냥한 인신공격성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그는 특히 자신을 겨냥한 ‘러시아 스캔들’ 수사와 관련해 세션스 장관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세션스는) 정신 지체가 있다. 그는 ‘벙어리’ 남부 사람이다”라면서 남부 억양까지 흉내 내며 비꼬았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 경질된 맥매스터 전 국가안보보좌관을 두고는 “(저렴한 정장을 입은) 맥주 판매상 같다”고 조롱했고, 자신(72세)보다도 고령(81세)인 로스 장관에 대해선 “당신 전성기는 끝났다. 더 이상 협상을 진행하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참모들은 일제히 책 내용이 허위라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트위터에 “책은 사기극이다”라며 “(저자가) 혹시 민주당 요원이 아닌가?”라고 적었다. 켈리 실장도 성명을 통해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행정부의 성공을 가리려는 형편없는 시도”라고 반박했다. 이에 우드워드는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과 가졌던 통화 내용 전체를 WP에 공개했다. 통화에서 우드워드는 책을 쓰기 위해 대통령을 직접 인터뷰하려 했으나 회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아무도 나에게 말하지 않았다”라고 했다가 우드워드가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을 통해 말했다고 하자 “그가 빠르게 언급한 적은 있다”고 말을 바꿨다. 백악관이 책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인터뷰를 거부한 정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추방됐던 가해자 남성(루이 CK)은 돌아왔고, 피해자 여성(아시아 아르젠토)은 가해자가 됐다.’ 지난해 10월 미국 할리우드에서 거물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추행이 폭로되며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시작된 지 약 1년. 현재 상황을 요약해 보자면 이렇다. 이 같은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미투 운동이 원동력을 잃을 것이라는 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지만 미투 운동이 비로소 본질을 찾아 가고 있다는 긍정론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추방됐다가 돌아온 가해자는 미국의 유명 코미디언 루이 CK(51)다. 지난달 28일 뉴욕타임스(NYT)는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돼 코미디 극장에서 하차한 루이 CK가 다시 무대에 오르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1월 루이 CK는 코미디언 등 여성 5명으로부터 성추행 사실을 폭로 당한 뒤 잘못을 시인하고 활동을 전면 중단했다. 하지만 루이 CK는 9개월 만에 사전 예고도 없이 지난달 26일 뉴욕에 있는 극장 ‘코미디 셀러’의 무대에 등장했다. 대다수 관중은 슬그머니 무대로 돌아온 그에게 박수갈채를 보냈다. 일부 관람객들만이 “만약 그가 나오는 줄 알았다면 티켓을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극장 측에 항의했다. 그런가 하면 와인스틴의 성폭력 폭로에 앞장섰던 피해자 아르젠토(43)는 1년 만에 가해자 위치에 서게 됐다. 미국의 배우이자 뮤지션인 지미 베넷(22)은 지난달 19일 이탈리아 배우이자 영화감독인 아르젠토가 2013년 당시 17세 미성년자였던 자신을 성폭행하고 입막음용 돈을 줬다고 폭로했다. 아르젠토는 지난해 10월 와인스틴의 성추행을 폭로한 배우들 중 하나다. 아르젠토는 “성관계를 가진 것은 인정하지만 베넷이 미성년자라는 것을 몰랐고 이후 베넷이 이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준 것”이라고 변명했다. 지난달 13일엔 유명 철학자인 아비털 로넬 뉴욕대 교수(66·여)가 남성 제자 님로드 라이트먼(34)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로 피소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라이트먼은 자신이 거절 의사를 보이면 로넬 교수가 함께 연구하기를 거부하는 등 불이익을 가했다고 주장하며 교내 성평등법 위반 혐의로 로넬 교수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자 미투 운동이 원동력을 상실하고 대중의 지지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배리 와이스 NYT 칼럼니스트는 최근 칼럼에서 “페미니스트들이 ‘아르젠토 사건’과 같은 일들에 침묵으로 일관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여성 피해자만이 아니라 베넷과 같은 남성 피해자들의 목소리에도 힘을 실어줘야만 미투 운동의 영역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미투 운동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낙관론도 있다. 그동안의 미투 운동이 ‘가해자 남성과 피해자 여성’이라는 구도에서 성별 간 대결 양상을 띠었다면, 이제는 성별 장벽을 넘어 ‘권력형 성범죄 고발’이라는 본질에 더욱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허핑턴포스트는 지난달 23일 칼럼을 통해 “미투 운동의 핵심은 부패한 권력과 강자에게 유리한 시스템을 폭로하는 것”이라며 “아르젠토 사건이 바로 그 사례”라고 밝혔다. 권력형 성범죄에서 중요한 것은 성별이 아니라 위계의 존재라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위기관리 컨설팅업체 테민이 올해 6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성폭력 혐의가 제기된 인물들 중에서 해고나 보직이동 등 후속 조치가 이뤄진 비율은 지난해 10월 20%대에서 꾸준히 증가해 올해 5월 38%까지 상승했다. 보고서는 “권력형 성폭력이 폭로에 그치는 게 아니라 가해자 처벌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채은 chan2@donga.com·구가인 기자}

“저는 루시입니다. 강아지 농장에서 구조됐지요. 이 끔찍한 거래를 막는 데 동참해주세요.” ‘루시의 법 캠페인’에 사용된 포스터엔 이렇게 적힌 문구 위에 커다란 귀가 조그마한 머리를 얌전히 덮은 ‘캐벌리어 킹 찰스 스패니얼’ 종 강아지 사진이 붙어 있다. 루시는 2013년 영국의 한 강아지 농장에서 구조된 번식견이다. 열악한 환경의 강아지 농장에서 6년 동안 반복된 출산에 고통받던 루시는 세상 밖으로 나와 18개월간의 짧은 행복을 누리다가 2015년 눈을 감았다. 하지만 루시가 이룬 변화는 작지 않았다. 영국 정부는 22일 생후 6개월 미만의 강아지와 고양이의 제3자를 통한 거래를 올가을부터 금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른바 ‘루시의 법’이다. 이 법이 시행되면 생후 6개월 미만의 강아지와 고양이는 펫숍을 거치지 않고 어미의 사육자가 직접 분양해야 한다. 개와 고양이에 한해서라도 직접 기른 동물만 분양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 어미의 사육 환경을 공개한다는 게 이 법의 취지다.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게 하는 강아지 농장의 비윤리적인 사육 방식에 어느 정도는 제동이 걸릴 것으로 기대된다. 사육자가 생후 6개월이 지나 동물들을 펫숍에 양도할 수도 있지만 반년간의 사육비는 사육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이 법이 루시의 법으로 불리는 이유는 법안 도입을 위한 움직임이 바로 루시로부터 시작됐기 때문이다. 루시는 2013년 발견 당시 반복적인 출산으로 척추가 심하게 휘고 엉덩이가 짓물러 있는 상태였다. 루시를 입양한 영국인 리사 가너 씨는 ‘구조된 스패니얼 루시’라는 페이스북 계정을 만들어 매일 조금씩 달라지는 루시의 사진을 올렸다. ‘강아지 농장이 중단되길 원한다면 이 게시물을 공유해 주세요’라는 문구도 함께 게재했다. 루시의 사진은 개, 고양이의 제3자 판매 금지 법을 제정하자는 ‘루시의 법 캠페인’으로 이어졌다. 이 캠페인에는 약 15만 명이 서명했다. 일부 애견인은 자신이 키우고 있는 강아지와 ‘루시를 지지한다’는 취지의 문구를 함께 촬영한 사진을 올려 지지를 나타냈다. 루시가 숨진 지 3년 만에 루시의 법이 제정된다는 소식에 가너 씨는 “이 놀라운 소식과 끊임없는 지지에 감사한다”고 말했다.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