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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는 좌하 귀에서 73의 자리로 붙이는 수단을 완화시키고자 둔 수. 흑이 뒤로 물러서 주면 좋은데 흑 65, 67로 반발해 백이 원하는 대로 둬주지 않는다. 흑 69로 따내는 것이 이 국면의 포인트. 그래야 73의 맥이 계속 남는다. 물론 백 70으로 둬서 패가 나지만 흑이 충분히 버틸 수 있다. 흑 73이 정말 기분 좋은 수. 팻감일 뿐 아니라 지금 상황에선 백 74로 물러서도록 하는 일석이조의 수. 만약 흑 73 때 백이 참고 1도처럼 패를 해소한다면 흑 2로 귀의 한 점이 잡히는 것이 너무 크다. 백 5, 7로 흑 한 점을 잡아도 손실을 만회하기 어렵다. 결국 백은 76으로 패를 양보한다. 참고 2도 백 1 같은 팻감을 쓰면 좀 더 버틸 순 있지만 흑 4부터 팻감 공장이 있어 어차피 패를 이길 수 없다. 패를 양보한 대가로 백 78의 공격을 얻었는데, 이게 얼마나 위협적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72=○, 75=○.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한일문화교류회의는 9일 오후 5시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제5회 한일합동공연 ‘동행’을 개최한다. 남궁연(크리에이터)이 연출하는 1부에선 ‘K 비트 앙상블’이 한일 동요와 한국 전통 민요인 뱃노래, 스티비 원더의 ‘하이어 그라운드(Higher Ground)’를 재해석해 연주하고 일본 측에선 18세기 중반 작곡된 일본 고전 명곡인 ‘야치요지시(八千代獅子)’를 무용과 함께 소개한다. 국수호 디딤무용단장이 총감독을 맡은 2부에선 한일의 북춤 경연이 펼쳐진다. 한국에선 밀양북춤 버꾸춤 음양천고 등 전통 및 창작 북춤을 선보이고 일본에선 고렌다키, 사키가케 북춤과 야마다 준페이 열향타악 팀의 공연 등을 올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주한 일본대사관이 후원하는 이 공연은 무료다. 044-203-2573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백 ○는 의외로 가볍고 탄력이 좋은 돌이어서 공격이 쉽게 듣지 않는다. 이럴 땐 긁어 부스럼을 만드느니 차라리 손 빼는 편이 낫다. 흑 55로 하변을 지킨 것이 가장 큰 곳. 그런데 이세돌 9단은 백 ○가 은근히 신경 쓰인다. 당장 달아나는 건 체면이 서지 않으니 백 56으로 멀리서 응원한다. 하변 흑 세력의 확장을 저지하는 뜻도 있다. 그러나 백 56은 이 9단의 생각과는 달리 그답지 않게 너무 위축된 수였다는 평가가 내려졌다. 백 ○는 내버려 두고 A로 귀를 지켜 실리의 균형을 맞춰야 했다. 하변 흑 세 역시 크게 부풀어날 모양이 아니다. 당장 흑이 57로 귀에 파고들자 실리 면에서 흑이 앞서기 시작한다. 이전까지는 흑이 좋다는 게 느낌일 뿐이었는데 이제는 눈에 보인다. 흑 63까진 흔한 행마인데 백의 고민이 또 한 번 이어진다. 생각 같아서는 참고도 백 1로 좌하 흑을 계속 추궁하고 싶은데 흑 2로 귀로 붙이는 맥이 있다. 백 3으로 저항하면 4, 6의 기막힌 2차 맥이 기다린다. 그렇다면 흑 2 때 뒤로 물러서야 하는데 이건 너무 굴복하는 꼴. 참고도를 방지하기 위해 백은 64를 선수 하려고 하는데 흑이 호락호락 받아줄까.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로 우상 백을 우변 백과 연결하는 건 문제가 없다. 하지만 백은 공배만 두고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이세돌 9단은 백 44의 버팀 수를 들고 나온다. 깔끔하게 연결하기 위해 백 A로 두면 흑도 여유가 생긴다. 백 44 때 흑도 당장 A의 패를 결행할 순 없다. 팻감이 부족하기 때문. 그래서 흑 45로 귀를 지키고 백 46(◎의 곳)으로 따내 보강할 때 흑 47로 상변을 지키는 것이 실용적이다. 백 48은 우변 뒷맛을 말끔히 해소한 수. 발이 느려 보이지만 이곳에 골칫거리를 놔두고는 앞으로 행마가 편안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백이 엷음을 해소하려고 두텁게 두는 사이 흑은 47, 49로 반면의 큰 자리를 차지하며 저만치 앞서 나간다. 백 50, 52의 끝내기는 어차피 흑 귀에 뒷맛이 없기 때문에 서둘러 해치운 것. 당연한 백의 권리라고 방치하다가 역으로 흑에 빼앗길 수도 있다. 이 9단은 백 54의 깊숙한 침입으로 시동을 건다. 자신 있는 수읽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시도하기 힘든 게릴라전이다. 참고도 흑 1로 공격하는 건 신통치 않다. 백 2∼6의 간단한 탈출로가 마련돼 있다. 날랜 기동력을 갖춘 백 한 점을 흑은 어떻게 공격할까.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9월 27∼30일 중국 백두산 부근 농심 백산수 공장에서 열린 제18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1라운드에서 한국 팀이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1국에서 이세돌 9단이 나섰는데 일본의 이치리키 료 7단에게 반집으로 아깝게 졌다. 2국에선 이치리키 7단이 중국의 판팅위 9단에게 패했고, 3국에서 이동훈 7단 역시 판 9단에게 무릎을 꿇었다. 판 9단은 4국에서 일본의 장쉬 9단마저 눌러 3연승을 기록했다. 2라운드는 11월 25일부터 부산 농심호텔에서 열리는데 강동윤 9단이 판 9단의 대항마로 나선다. 이세돌 9단의 선택은 역시 백 30. 여기를 놓치면 전체적으로 백이 엷어진다. 그 대신 흑 31부터의 공격은 감수해야 한다. 백 32로 머리를 내밀어도 흑 33으로 봉쇄한다. 이쪽은 어차피 백이 빠져나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다만 백 36으로 귀의 흑 진에 약점을 남기려는 것. A로 잇는 것은 너무 나약하기 때문에 흑 37로 강력하게 버틴다. 여기서 백이 참고도 1도 1로 막는 것은 흑 2로 끈끈하게 버티는 수가 있다. 백 5가 유일한 타개 수단인데 흑 12까지 백의 수습이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백 38은 불가피한데 과연 백이 무사히 넘어갈 수 있을까.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국방부 결정에도 불구하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실제로 배치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경북 성주군에 일부 반대 여론이 남아 있는 데다 김천 지역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정지와 가까운 원불교의 반대 목소리도 크다. 30일 성주군의 분위기는 급박했다. 성주군은 국방부 설명회 개최를 수용했지만 공식 반응은 자제했다. 초전면 롯데스카이힐 성주컨트리클럽(롯데골프장) 인근 지역과 일부 반대 주민의 여론을 의식해서다. 성주군 관계자는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주민 화합을 이끌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김항곤 군수는 이날 국방부 설명회를 들은 뒤 언론 접촉을 자제하고 말을 아꼈다. 성주군의 한 간부는 “일단 여론 변화를 지켜본 뒤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주군과 온건파 중심의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는 1일부터 군청 일대에서 더 이상 집회를 열지 않기로 합의했다. 각종 단체와 개인 명의의 사드 반대 관련 현수막과 천막도 모두 철거할 계획이다. 주민 김모 씨(65·성주읍)는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가 지역 간 갈등을 해소하고 경제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강경파를 중심으로 반대 분위기는 여전하다. 강경파 투쟁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초전면도 성주이기 때문에 반대 투쟁을 성주 10개 읍면으로 확대하고 김천과도 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천 지역에서는 강경 투쟁 분위기가 급격히 고조되고 있다. 이날 오전 국방부 설명회도 취소됐다. 박보생 김천시장은 사드배치반대 김천시민대책위원회와 설명회 수용을 두고 의논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국방부 관계자 10여 명은 반대 주민들을 피해 경찰의 안내에 따라 시청을 빠져나갔다. 김천대책위는 성명을 내고 “사드를 반대하는 모든 세력과 연대해 오늘부터 진정한 반대 운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원불교 성주성지수호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한은숙 교정원장)는 성명을 내고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사무여한(死無餘恨)의 정신으로 정부의 부당한 결정에 맞서 가장 단호하게 맞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원불교 대책위는 “그동안 여러 경로로 원불교 (2대 종법사인) 정산 종사의 생가 등이 있는 성주 성지 근처에 사드 배치는 절대 안 된다고 밝혔는데도 배치를 강행한 건 (원불교를) 철저히 무시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원불교 성주 성지는 정산 송규 종사(1900∼1962)의 탄생지 등이 있는 곳으로 골프장 입구에선 500m, 사드 배치 예정지와는 1km 정도 떨어져 있다.성주=장영훈 jang@donga.com / 서정보 기자}

아직은 유연한 포석이다. 백 22의 들여다보는 수에 흑 23으로 반발하는 건 가볍고 발 빠르게 두는 현대 바둑의 특성을 반영한 수. 그냥 잇는 것은 무겁다는 뜻이다. 흑 25도 마찬가지 의미. 과거에는 참고 1도 흑 1로 받는 것이 정석으로 여겨졌다. 실전처럼 26으로 뻗게 해 주는 것은 손해라고 여겼기 때문. 참고 1도면 흑 17까지 대형 정석이 나타난다. 하지만 백이 통통한 실리를 확보한 데다 흑으로선 백 12, 14가 언제든지 준동 가능한 눈엣가시다. 여기에 선수마저 놓쳐 백 18을 당하면 흑이 한 일이 없다. 흑 25는 선수를 잡는다는 의미도 크다. 흑 27로 우상 백 한 점을 공략해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백 28을 손 빼고 다른 큰 곳에 둘 수 있지만 이세돌 9단에게 그런 식의 타협은 없다. 바로 움직여 한판 붙자고 한다. 흑 29 다음 수가 갈림길. 백 두 점이 탈출하려면 참고 2도 백 1로 둬야 하는데 흑 2가 급소. 이 9단이라면 이렇게 둘 리가 없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로마 교황이 1333년 고려 충숙왕(1294∼1339)에게 보낸 서한의 필사본을 바티칸 교황청 수장고에서 확인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다큐멘터리 영화 ‘금속활자의 비밀들’을 제작하는 우광훈 감독은 “8월 바티칸 비밀문서 수장고에서 교황 요한 22세가 고려 27대 충숙왕에게 보낸 서한 필사본을 확인해 촬영했다”고 29일 밝혔다. 교황청은 공식 서한을 쓸 때 이를 보존하기 위해 원본 외에 필사본을 남긴다. 이 서한 필사본은 라틴어로 작성돼 있으며 ‘존경하는 고려인들의 국왕께’로 시작된다. 편지 내용에는 “왕께서 그곳(고려)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잘 대해 주신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무척 기뻤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가톨릭은 18세기에 처음 전해졌다는 것이 기존 학설이다. 이 서한의 내용이 맞는다면 가톨릭 전래 시기는 고려 시대로 400년 이상 앞당겨지고 유럽인이 한반도에 온 시기도 빨라진다. 우 감독은 “지금까지는 1594년 임진왜란 때 스페인 출신 세스페데스 신부가 한반도에 온 최초의 유럽인으로 기록돼 있지만, 이 서한에 따르면 유럽과 한국의 교류사를 261년 이상 앞당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서한의 전달은 당시 니콜라스라는 사제가 맡았지만 베이징으로 향하는 도중 실종돼 편지가 실제 충숙왕에게 전달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한편 전북 전주에 본부를 두고 가톨릭 개신교 불교 원불교 등 4대 종단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세계종교평화협의회도 6월 말 바티칸 수장고 고문서 담당인 엔리코 플라이아니 박사를 통해 같은 서한을 확인하고 2장짜리 사본을 확보한 상태다. 세계종교평화협의회 최의령 기획팀장은 “지난달 바티칸에서 우편으로 서한의 사본을 전달받았다”며 “서신 내용은 현재 번역 중이며 앞으로 가톨릭계와 협의해 올해 안에 내용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40년 전 도난당한 경남 고성군 옥천사 ‘시왕도(十王圖)’ 중 한 폭이 프랑스에서 환수됐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옥천사 시왕도 중 ‘제2초강대왕도(第二初江大王圖)’를 프랑스의 개인 소장자로부터 최근 환수해 23일부터 서울 종로구 불교중앙박물관에서 보관 중이라고 28일 밝혔다. 옥천사 명부전에 봉안됐던 시왕도는 10폭으로 구성된 불화로, 1744년 효안(曉岸) 스님의 주도로 그려졌다. 그러나 ‘제1진광대왕도’와 ‘제2초강대왕도’는 1976년 11월 도난돼 8폭만 남아 있는 상태였다. 남아 있는 시왕도 8폭은 명부전 내 ‘지장보살도’와 함께 2010년 보물 제1693호로 지정됐다. 이번에 돌아온 제2초강대왕도는 한 프랑스인이 1981년 인사동 고미술상으로부터 구입한 뒤 프랑스로 가져갔다. 이 그림의 존재는 35년 만인 올 5월 프랑스 국립기메박물관이 파악해 문화재청에 이 사실을 알렸고 조계종은 도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문화재청 조계종 옥천사가 협력해 소장자를 설득해 기증 사례비를 주고 돌려받는 것에 합의했다. 환수된 그림은 구입 당시와 똑같이 보일 정도로 보존이 잘돼 있다. 불교중앙박물관은 상태를 조사한 뒤 안정화 기간을 거쳐 옥천사로 옮길 예정이다. 환수된 그림도 보물로 지정될 것으로 보인다. 시왕도는 지옥을 다스리는 10대 왕의 역할을 담은 경전인 ‘불설예수시왕생칠경(佛說預修十王生七經)’을 바탕으로 제작된 그림으로, 조선시대에 시왕 신앙이 크게 유행하면서 많이 제작됐다. 옥천사 시왕도는 상단에 시왕 1명이 용머리 장식 의자에 좌정한 채 권속들을 거느리고 있으며 하단에 채색된 구름 문양으로 화면을 구획한 뒤 각 시왕이 관리하는 지옥의 상황을 묘사했다. 이번에 환수된 제2초강대왕도의 초강대왕은 죽은 후 14일째 만나는 왕으로 목마른 사람에게 물을 주지 않거나 헐벗은 사람에게 옷을 주지 않은 자가 펄펄끓는 무쇠솥에 빠져 고통을 받는 지옥을 다스린다. 조계종은 옥천사의 도난 불교문화재를 2014년과 올 8월 나한상 2점씩, 총 4점을 환수했다.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조한승 9단이 2-1로 앞선 상황에서 맞이한 4국. 조 9단이 이기면 3연패를 달성한다. 51, 52기에서 우승했던 이세돌 9단은 휴직으로 타이틀을 반납한 이후 첫 도전이다. 유리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아직까진 조 9단에게 이끌려가고 있다. 백 6의 걸침은 가장 많이 두는 수. 백 8의 벌림은 흑 9의 침입을 유도하는 것. 이 9단은 반상을 복잡하게 만들어 자신의 장기인 전투로 승부를 보려는 듯하다. 그렇다고 해서 조 9단은 흑 9의 침입을 꺼리지 않는다. 승부 이전에 기세에서 눌릴 수 없다는 뜻이다. 흑 11로는 참고 1도 흑 1처럼 둘 수도 있다. 이건 선수를 잡겠다는 뜻. 하지만 실전보다 백이 활발한 모양이고 지금 서둘러야 할 곳이 딱히 눈에 띄지 않는다. 흑 15까지 흑은 견고하게 우하 귀의 실리를 지켰고 백은 선수를 잡아 16으로 좌하에 선착했다. 두터움과 스피드의 대결 양상. 백 16으로 참고 2도 1, 3으로 달아나는 것은 흑 4로 씌워 답답한 느낌.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불법은 세간에 있고 세간을 떠난 깨달음은 없다. 세간을 떠나 도를 찾는 것은 흡사 토끼 뿔을 구하는 것 같다.” ‘불법재세간 불리세간각 이세멱보리 흡여구토각(佛法在世間 不離世間覺 離世覓菩提 恰如求兎角).’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 의장과 두 차례 총무원장을 지낸 월주 스님(81)이 가장 좋아하는 화엄경 구절이다. 그는 30여 년 전 한 스님의 서예 전시회에서 이 구절을 본 뒤 잊은 적이 없다. 불교계에선 그를 이판(理判·수행을 위주로 하는 승려)보다는 사판(事判·종단 일을 주로 하는 승려)으로 분류한다. 그래서 이판, 사판이 따로 없다는 이 구절이 더 가슴에 와 닿았을지 모른다. 26일 스님이 조실(祖室·사찰의 큰 어른)로 있는 전북 김제 금산사에서 만난 그는 팔순을 넘겼지만 여전히 목소리가 카랑카랑했다. “이판과 사판이 어디 있고, 세간과 출세간이 따로 있느냐. 이판이 아니면 사판 역할도 제대로 못하고 사판을 하지 않으면 이판도 의미 없다.” 이날 자리는 그가 최근 펴낸 회고록 ‘토끼뿔 거북털’의 기자간담회. 책은 그가 2011년 11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동아일보에 연재한 ‘나의 삶 나의 길-토끼의 뿔과 거북의 털을 구하러 다녔소’를 바탕으로 했다. 당시 신문에는 1950, 60년대 불교 정화운동, 1980년 신군부에 의한 10·27법난(法難), 1994년 종단 개혁 등 불교 현대사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그의 증언과 청담·성철 스님, 역대 대통령과 총리 등 인연을 맺은 사람에 대한 회고가 담겼다. 이번 회고록에는 1990년대 사회 활동과 인물 회고 등을 추가해 분량이 두 배로 늘었다. 회고록과 함께 사진집 ‘태공’(월주 스님의 법호)과 법문집 ‘세간과 출세간이 둘이 아니다’도 펴냈다. ―‘세간과 출세간이 둘이 아니다’는 의미를 구체적으로 언제 느꼈나. “1960년대 초 금산사 주지로 있을 때 온몸이 아팠다. 그때 ‘이뭣꼬’ 화두를 3개월간 줄기차게 들면서 깨달음이 있었다. 몸도 나았고 머리로만 이해하던 금강경의 뜻도 가슴에 들어왔다. 중심이 서니까 주지 일도 더 잘됐다. 그때 ‘마음이 부처’라는 걸 새삼 느꼈다.” ―1980년 10·27법난으로 인생에서 큰 분기점을 맞았다. “법난은 국가권력이 불교에 개입해 교권을 유린한 대표적 사례다. 노태우 정부 때 강영훈 총리가 종단 인사들을 초청해 사과했지만 아직도 진상규명과 보상이 완결되지 않았다. 개인적으론 법난 이후 3년간 해외에 나갔다온 것이 큰 도움이 됐다. 당시 태국 미얀마 등의 불교 종단도 복지와 봉사에 힘쓰고 있었는데 우리 불교는 기복적이고, 가람 수호에만 힘썼다는 자괴감이 들었다. 1990년대부터 ‘나눔의집’이나 ‘지구촌공생회’ 등 비정부기구(NGO) 활동을 하는 계기가 됐다.” ―책에서 오도송(悟道頌·깨달은 뒤 내놓는 게송), 임종게(臨終偈·입적 전 내놓는 게송)의 남발을 비판했는데…. “1970년대 청담 스님이 입적했을 때 주위에서 임종게를 내자고 했다. 그래서 내가 ‘청담 스님 살아오신 것 자체가 임종게인데 별도의 임종게가 왜 필요하냐’며 내지 않았다. 어설픈 오도송, 임종게를 내선 안 된다. 나의 임종게도 내가 살아온 모습이다.” ―행복이란 어떤 것인가. “자기가 하는 일에 만족하는 것이 행복이다. 아무리 높은 지위에 있더라도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라면 피곤하고 불행하다. 장관이 아니고 면장을 하더라도 주민 복리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게 즐겁다고 느끼면 행복한 거다.” ―1990년대 나눔의집을 세워 위안부 할머니를 위한 안식처를 마련했다. 최근 한일 양국의 위안부 합의를 어떻게 평가하나. “역대 정권에서 위안부 할머니 보상 문제 등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가 역대 다른 정권보다도 일본에 가장 강하게 얘기하고 합의까지 이끌어낸 점은 평가할 만하지만 내용은 미흡하다. 소녀상 이전은 정부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 그 문제는 더 지켜보겠다.” ―앞으로 계획은…. “지구촌공생회를 통해 빈곤국가에 2300여 개의 우물을 파서 깨끗한 물을 먹도록 지원했는데 아직도 16억 명이 식수 부족 상태다. 해외 봉사 시 1인당 하루 식대를 10달러 이하로 제한하는 등 기부금을 헛되이 낭비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있다. 우선 목표는 미수(米壽·88세)까지 지금 하던 일을 계속하는 것이다. 내 인생은 현재진행형이다. 3년 뒤에는 이 회고록 증보판도 내려고 한다. 아직도 못한 얘기가 많다. 허허.” 김제=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조한승 9단은 55∼57기 국수전 3연패를 하는 동안 최철한 9단을 2번, 이세돌 9단을 1번 물리쳤다. 객관적 성적으로는 조 9단이 불리했으나 특유의 방패로 최강의 전투력을 가진 두 기사를 꺾은 것. 58기 국수전 도전기에 국내 랭킹 1위 박정환 9단이 올라오자 바둑계에선 박 9단의 우세를 점치면서도 국수전에 유독 강한 조 9단의 저력도 은근히 기대했다. 그러나 조 9단의 저력보다는 박 9단의 기세가 더 강렬했다. 1승 2패로 뒤진 상황에서의 4국. 하지만 조 9단은 참고 1도와 같이 매끈한 행마 대신 백 52, 54 같이 둔탁한 행마를 하면서부터 서서히 몰락하기 시작했다. 또 백 92의 가벼운 응수 타진도 흑 93의 반격으로 화를 부른 셈이 됐다. 졸지에 우변에서 수상전이 벌어졌는데 참고 2도 백 1이었으면 백도 버틸 수 있었으나 백 104 탓에 우변 백이 함몰됐다. 박 9단이 3-1로 국수위를 처음 안았다. 151=85, 153=144. 173수 끝 흑 불계승.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불법은 세간에 있고 세간을 떠난 깨달음은 없다. 세간을 떠나 도를 찾는 것은 흡사 토끼 뿔을 구하는 것 같다.'(佛法在世間 不離世間覺 離世覓菩提 恰如求兎角·불법재세간 불리세간각 이세멱보리 흡여구토각) 2번의 조계종 총무원장과 중앙종회의장 등을 지낸 송월주 스님(81)이 가장 좋아하는 불교 화엄경 구절이다. 그가 30여 년 전 한 스님의 서예 전시회에서 본 이 구절이 가슴에 콱 와 닿았다. 불교계에선 그를 이판(수행을 위주로 하는 승려)보다는 사판(종단 일을 주로 하는 승려)으로 분류하지만 '이판과 사판의 구별이 없다'는 그의 심경을 대변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26일 전북 김제 금산사에서 만난 그는 "이판과 사판이 어디 있고, 세간과 출세간이 따로 있느냐. 이판이 아니면 사판도 제대로 못하고 사판을 하지 않으면 이판도 의미 없다. 나는 세간에서 여러 일을 하지만 시간 날 때마다 '이뭣꼬' 화두를 들며 출세간의 수행을 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이날 자리는 그가 최근 펴낸 회고록 '토끼뿔 거북털'의 기자간담회. 그의 불교계 내 위상을 반영하듯 20여개 중앙 언론사와 지역 언론사가 모였다. 이 회고록은 그가 2011년 11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동아일보에 연재한 '나의 삶 나의 길-토끼의 뿔과 거북의 털을 구하러 다녔소'를 바탕으로 내놓은 것. 출가 이후 1950~60년대 불교 정화운동, 1980년 신군부에 의한 10·27법난, 1994년 종단 개혁 등 굵직한 불교현대사에서 핵심역할을 해온 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또 청담 성철 법정 스님 등을 비롯해 역대 대통령과 총리 등 그와 인연을 맺은 사람 70여 명에 대한 회고도 담겼다. 회고록과 함께 사진집 '태공'(월주 스님의 호)과 법문집 '세간과 출세간이 둘이 아니다'도 펴냈다. 다음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세간과 출세간이 둘이 아니다라는 의미는 무엇인가. "1960년대 초 금산사 주지로 내려왔을 때 온 몸이 아파 약을 먹어도 안 들었다. 그 때 '이뭣꼬' 화두를 3개월간 줄기차게 들면서 깨달음이 있었다. 몸도 낫고 눈으로만 익혔던 금강경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일을 해도 중심이 생겨 일이 더 잘됐다. 그 때 '마음이 부처'라는 걸 새삼 느꼈다." -1980년 10·27법난으로 인생에서 큰 분기점을 맞았는데. "법난은 국가권력이 불교에 개입해 교권 유린을 한 대표적 사례다. 노태우 정부 때 강영훈 국무총리가 종단 인사 30명 초청해 사과했지만 아직 제대로된 진상규명과 보상은 완결되지 않았다. 개인적으론 법난 이후 3년 간 해외에 나갔다온 것이 큰 도움이 됐다. 미국을 거쳐 동남아 등을 돌았는데, 태국 미얀마 인도 등 그 때 우리보다 못살던 나라들의 불교 종단 모두 복지에 힘쓰고 있었는데 우리 불교는 미흡했다. 그래서 내가 귀국 후 종단 일보다 지구촌공생회나 나눔의집 같은 NGO 활동에 매진하게 됐다." -책에 오도송이나 임종게를 남발하는 것에 대해 비판했는데. "1970년대 청담 스님이 돌아가셨을 때 주위에서 임종게를 내자고 했다. 그래서 내가 '청담 스님 살아오신 것 자체가 임종게인데 별도의 임종게가 왜 필요하냐'며 내지 않았다. 깨닫지도 못한 사람들이 어설픈 오도송 임종게를 내는 것은 지금도 반대한다. 나? 나도 내가 살아온 게 있으니 그 모습 보고 평가해달라." -요즘 종교가 자꾸 사람들에게 배척되는 경우가 있다. 종교의 역할을 말씀하신다면. "종교는 사회의 소금과 빛이 돼야 한다. 제대로 못하면 신뢰를 잃는 것은 당연하다. 불교계 용어로 위법망구(爲法忘軀), 즉 법을 위해선 내 몸을 잊는 정신이 필요하다. 만약 종교가 미흡한 점이 있으면 계속 반성하고 고쳐야 한다. 공자가 일일삼성(一日三省·하루에 세 번씩 반성)이라고 하지 않았나. -행복이란 어떤 것인가. "자기가 하는 일에 만족해 하는 것이 행복이다. 저도 지구촌공생회 활동을 위해 해외에 나가게 되면 비행기 타기 전부터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아무리 높은 지위에 있더라도 그게 피곤하면 불행하다.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것은 자신의 행복이 될 수 없다. 하는 일에 정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만족감 느낄 때가 진정 행복이다. 총리 장관이 아니고 면장을 하더라도 주민 복리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게 즐겁다고 느끼면 행복한 거다." -불교 역사의 산증인이기도 하지만 한국 현대사의 산증인이기도 하다. 특히 나눔의집을 세워 위안부할머니 안식처를 마련했는데 최근 한일 양국 합의에 대해 말씀해주신다면. "우리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토대로 건국한 것은 올바른 선택이었다. 위안부 할머니 문제는 24년 전 김학순 할머니가 위안부 실태 폭로한 것을 계기로 나눔의집을 세워 할머니들의 쉼터를 마련해드렸다. 하지만 역대 정권에서 위안부 할머니 보상 문제 등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가 역대 정권 중에선 가장 세게 얘기하고 합의까지 이끌어낸 점은 평가한다. 하지만 소녀상 이전은 정부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 그 문제는 더 지켜보겠다." 그는 2004년부터 지구촌공생회를 만들어 빈곤국가에 식수용 우물을 파주고 학교를 지어주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해외에 나가면 1인당 식대를 10달러 이하로 정해놓고 그 이상을 넘지 못하게 한다. 또 호텔도 싼 호텔이 없어 예산을 초과하면 자비로 부담한다. 지구촌공생회의 한 관계자는 "그만큼 독지가들이 후원한 돈을 아껴 쓰는 것이 체질화된 분"이라며 "신뢰 속에서 일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말씀을 늘 하신다"고 말했다. -앞으로 계획은. "많은 일을 했지만 아직도 부족하다. 지구촌공생회를 통해 빈곤국가에 2300여개의 우물을 파 깨끗한 물을 공급해주려고 했는데 아직도 16억 명의 인구가 식수 부족 상태다. 지금 하던 일을 더 노력할 수밖에 없다. 우선 목표는 미수(88세)까지 이 일을 하는 거고 그 뒤에도 건강이 허락한다면 계속 노력하겠다. 3년 뒤에는 이 회고록 증보판도 내려고 한다. 아직도 못한 얘기가 많다. 허허."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흑 ○가 결정타. 백 중앙의 두터움이 거의 사라졌다. 이젠 전혀 희망이 없는 백은 62로 조용히 끝낼 준비를 한다. 백 62는 원래 참고 1도 백 1로 선수하는 것이 정수. 실전 흑 63의 급소를 막기 위해 필요하다. 하지만 이를 모를 리 없는 조한승 9단이 백 62(참고 1도 백 3)를 먼저 둔 것은 여기서 바둑을 끝내 달라는 뜻이다. 즉, 돌을 던질 명분을 달라는 것. 박정환 9단도 조 9단의 뜻을 금세 알아차렸다. 그는 주저함 없이 흑 63으로 찔러 들어간다. 이후 수순은 두 대국자가 예상한 대로다. 흑 69까지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진행이다. 백이 완벽하게 걸려들었다. 흑 73 때 백이 더 둔다면 참고 2도. 이렇게 된다면 20집 이상 차이가 나는 형세가 된다. 조 9단은 돌은 거두며 가벼운 한숨을 내쉰다. 3연패한 국수위가 그의 품에서 떠나는 순간이다. 당시 세계기전 LG배를 우승한 박 9단의 진격을 막기에는 그의 기세가 너무 거셌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43이 준비된 수. 이어 흑 45부터 회돌이 수법을 쓰자 백이 괴롭기 그지없다. 만약 참고 1도 백 1로 이으면 흑 6까지 오히려 흑이 주도권을 잡게 된다. 하변 백이 아직 미생. 조한승 9단은 고심 끝에 단수를 잇지 않고 백 52로 되단수했고, 좌변에서 흘러나온 흑 대마는 백 석 점을 따내며 완생했다. 백 54가 까다로운 변화구지만 흑 55로 끊어 수상전을 벌인 것이 침착한 대응. 참고 2도 흑 1로 뚫고 나오는 것은 백의 장단에 맞춰주는 꼴. 백 8까지 사건이 터진다. 백 58까지 조임을 당했지만 흑은 손해가 없다. 백이 중앙 쪽에서 조이면서 우상귀에서 조이는 수가 사라져 실리로는 약간 손해를 봤다. 더구나 백은 중앙 쪽에서 얻은 두터움을 활용할 길이 마땅치 않다. 백 60은 흑이 먼저 들여다보는 것을 방비한 건데 흑 61이 결정타에 가깝다. 백이 수순 등을 비틀면서 흑을 유인해 보려고 하는데 흑의 견실한 방비에 오히려 손해가 더 커지고 있다. 51=●, 53=44.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는 유리한 상황에서 지나친 과신이 담긴 행마가 아니었을까. 백 32, 34로 나와서 끊는 수가 한눈에 보이는데 말이다. 그러나 박정환 9단은 이미 준비해 둔 듯 흑 35로 끼운다. ‘아하∼’라는 감탄이 절로 나오는 맥점. 흑 ●는 흑 35를 믿고 둔 수였다. 조한승 9단은 맥이 풀리는 듯한 표정으로 서둘러 흑 41까지 교환했다. 백은 하변 흑을 크게 공격해 역전의 실마리를 잡아 보려 했다. 하지만 흑은 35의 맥을 바탕으로 백 한 점을 잡고 쉽게 살아 버렸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다. 백 36 대신 참고 1도 백 1처럼 오른쪽에서 단수하는 건 어떨까. 백 3으로 이으면 흑 4, 6으로 둔다. 한눈에 봐도 수상전에서 흑보다 백이 불리하고, 흑 ‘가’로 나가는 뒷맛도 있다. 참고 2도 역시 흑 8까지 백 두 점이 잡혀 실전보다 더 좋지 않다. 흑 ‘나’로 끊는 뒷맛도 남아 있다. 조 9단은 백 42로 최후의 시도를 해보는데 어딘지 힘이 빠져 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한국 팀이 3년 연속 중국에 빼앗겼던 농심신라면배 우승컵을 되찾아올 수 있을까. ‘한국 중국 일본의 바둑 삼국지’인 제18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본선 1차전이 27∼30일 중국 지린(吉林) 성 안투(安圖) 현에 위치한 농심 백산수 신공장에서 열린다. 백두산 자락인 이곳은 농심의 생수 브랜드인 백산수를 생산하는 공장이다. 농심신라면배는 한중일 기사 5명씩 출전해 이기는 기사가 계속 두는 연승제 방식으로 우승을 가리는 단체전. 한국 팀원 5명 가운데 강동윤 9단은 세계대회 우승자(LG배) 자격으로 시드를 받았다. 박정환 김지석 9단, 이동훈 8단은 국내 선발전을 통과했다. 박 9단은 선발전 결승에서 무서운 신예 신진서 6단을 꺾어 국내 랭킹 1위의 위용을 보여줬다. 이세돌 9단은 2년 연속 와일드카드를 받았다. 국내 바둑계에선 최근 수년간 출전한 한국 팀 중에서 가장 강하고 신구 조화가 잘 이뤄진 라인업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 대회 역대 전적만 봐도 강 9단 9승 4패, 박 9단 5승 3패, 김 9단 9승 5패, 이 9단 7승 2패로 제 몫을 톡톡히 해왔다. 14회에 이어 두 번째 본선 진출인 이 8단만 유일하게 1패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삼성화재배에서 중국 강자인 스웨 9단과 퉁멍청 5단을 누르고 16강에 진출하는 등 좋은 컨디션을 보이고 있어 호락호락 물러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이번에 우승하면 12번째 우승이다. 4연패를 노리는 중국 라인업 역시 만만찮다. 지난 대회 최종국에서 이세돌 9단을 꺾고 중국 우승을 확정지은 커제 9단이 시드를 받았고 퉈자시 판팅위 9단, 롄샤오 7단, 판윈뤄 5단이 선발전을 통과해 본선에 올랐다. 최근 컨디션이 좋은 천야오예, 탕웨이싱 9단이 빠져 전력 누수가 있다. 일본 역시 전관왕 이야마 유타 9단을 비롯해 장쉬, 고노 린 9단과 무라카와 다이스케 8단, 이치리키 료 7단 등 최정예 선수들을 내보냈다. 1999년 출범한 농심신라면배는 17회 대회부터 우승 상금을 국내외 최고 수준인 5억 원으로 인상했다. 2차전은 부산에서 11월 25∼29일, 3차전은 중국 상하이에서 내년 2월 21∼25일 열린다.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우변 백말이 꼼짝 못한 채 흑 진에 갇혀 숨을 거뒀다. 그 대가로 얻은 것은 하나도 없다. 프로기사끼리의 대국에선 좀처럼 나오지 않는 모양이다. 백 18이 조한승 9단의 마지막 승부수. 좌하 흑 두 점을 공략해서 큰 이득을 보지 못하면 승부도 끝난다. 백 22, 24는 좋은 수순. 흑 25 대신 참고 1도 흑 1로 반발했다간 승부가 미궁으로 빠진다. 흑은 29까지 백이 하자는 대로 다 받아준다. 유리해서 고분고분 받아도 상관없다는 점도 있지만 힘을 비축하는 측면도 있다. 백 30으로 흑은 하변에서 두 집을 낼 수 없는 상황. 이제 중앙으로 도망쳐야 한다. 하지만 중앙 흑이 두터워 탈출에는 큰 문제가 없다. 예를 들어 참고 2도 흑 1로 한 칸 뛰면 흑 7까지 중앙 흑과 쉽게 연결한다. 박정환 9단 눈에는 이 그림이 불만이다. 그의 젊은 피는 이런 안정적인 수에는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흑 31로 비튼다. 마치 ‘나 잡아 봐라’ 하는 식이다. 백 A로 나와 끊으면 곤란해 보이긴 하는데….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최근 일요일 오전에 찾은 서울 종로3가 서울기원엔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휴일에 이곳에서 보자고 한 이는 서효석 편강한의원 원장(70). 토요일까지 진료 예약이 꽉 차 있어 바둑 둘 시간조차 없다는 것이었다.프로에게 2점으로 버틸 정도의 실력이라는 사실을 미리 한국기원 관계자에게서 입수한 기자는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다.명불허전(名不虛傳), 기자가 흑을 들고 시작한 바둑은 시종 복잡하고 난해했다.바둑은 엎치락뒤치락했으나 흑이 덤을 내기 힘들었다. 이 코너에서 처음으로 계가까지 한 결과 기자가 3집반 차로 패했다. 졌지만 차이가 크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서 원장은 아버지가 바둑 둘 때 어깨너머로 사활(死活)을 익혔다. 책은 보지 않고 실전 위주로 실력을 닦은 그는 경희대 한의대 다닐 때 이미 아마 5단이었다. 아마 강자의 대열에 합류한 건 전북 전주에서 개업한 뒤였다. “당시 환자가 없어 한가했어요. 늦게 방위로 근무하던 세미프로급 한의사와 처음엔 6점을 접고 뒀는데 1년 만에 2점으로 이길 정도로 기력이 쑥쑥 늘었지요.” 한국기원 지부 등이 개최하는 동네 바둑대회에서도 여러 번 우승할 정도로 ‘짱짱한’ 실력을 갖게 된 것. “한의사와 약사 바둑대회에서 결승전에 나갔는데 제가 축을 잘못 읽어 초반부터 패색이 짙었어요. 상대의 멀쩡한 대마를 잡으러 갈 수밖에 없었는데, 당시 관전하던 조남철 선생(2006년 작고)께서 ‘동정이 가는 수’라고 할 정도로 가능성이 없었어요. 그런데 상대의 방심을 틈타 끝까지 쫓아가 대마 잡고 이겼습니다.” 그의 바둑에선 ‘집요’라는 단어가 느껴졌다. 이번 바둑에서도 그랬다. 그의 표현대로 ‘가도 가도 떨어져나갈 기미가 없는’, 아무리 불리해도 끝까지 따라붙는 바둑이었다. 그를 한의사계에서 유명하게 만든 편강탕 개발 과정에도 이런 집요함이 있었다. 편강탕은 편도선염을 비롯해 비염 천식 폐질환 아토피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편도선이 자주 붓는 체질이었던 그는 견디지 못할 정도로 아플 때 양방 병원을 찾아가야 했다. ‘내 병도 못 고치는 의사’라는 자괴감이 들었다. “나를 임상시험 대상으로 삼아 밤낮으로 한의원에 있는 약재를 수백 번 배합한 끝에 편강탕을 개발할 수 있었죠.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최근엔 편강환도 만들어 보급하고 있습니다.” 그의 건강 이론은 ‘청폐(淸肺), 즉 폐가 깨끗해야 편도선(편도샘)이 튼튼해지고 면역력이 좋아져 장수한다는 것이다. 그가 요즘 두드리고 있는 시장은 중국. 우선 북미 지역의 화교를 상대로 마케팅을 하고 있다. 지난해 북미 지역에 35만 달러(약 4억 원)를 수출했는데 올해는 5배가량 많은 150만 달러가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엔 500만 달러까지 내다본다. 서 원장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 때 한국 바둑 대표팀 주치의로 활약했고 2011년부턴 편강한의원이 후원하는 온라인 바둑대회를 여는 등 바둑 사랑이 남다르다. 얼마 전 끝난 ‘편강-신동아배 월드바둑 챔피언십’(총상금 1억200만 원)에선 중국의 퉁멍청 5단이 우승했다. “편강배에서 우승한 기사는 곧 이어진 기전에서 우승하는 선례가 있어요. 안성준 6단과 커제 9단이 그랬어요. 퉁 5단도 최근 열린 삼성화재배 16강에 무난히 올랐으니 우승 가능성이 있죠. 하하.” ●나의 한수○ “끝날 때까진 끝내지 마라” 한 판의 바둑과 인생 모두 힘겨운 고비를 맞을 때가 있다. 끝나서 지는 게 아니라 포기해서 진다. 아직 가능성이 있다면 지레 끝내지 않고 마지막 힘을 모아 시도해 본다. 생각지도 못한 길이 열릴 수 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전보 마지막 수인 백 ○에 대해 검토실이 계속 아쉬워한 이유는 뭘까. 검토실은 백 ○로는 15의 곳에 둬야 했다고 지적했다. 수상전은 삶과 죽음의 갈림길이어서 돌의 모양과 상관없이 무조건 이기는 수를 찾아야 한다. 백 ○는 세련되긴 했지만 사문(死門)으로 들어가는 수였다. 조한승 9단은 아마 백 ○를 놓은 직후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을 것이다. 하지만 백 ○가 놓이면 백 14까지는 필연적인 수순. 다른 우회로가 없다. ‘적의 급소는 나의 급소’라는 격언처럼 흑 15가 수상전을 끝내버리는 급소. 1선에 내려뻗은 흑 11이 톡톡히 제 몫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로 인해 백의 수가 확 줄어들었다. 흑은 다섯 수 만에 잡히는데 백은 아무리 용을 써도 네 수를 벗어나지 못한다. 만약 백이 15의 곳을 차지하고 있었다면 수상전은 백의 승리였다. 따라서 흑은 전보에서 보여줬던 참고도처럼 중간에 수순을 틀어서 타협해야만 했다. 백 16으로 안간힘을 쓰며 버텨보려고 하지만 흑 17이 패의 여지마저 없애는 정확한 급소. 이후 참고도 백 1로 잇는 것이 최선인데 흑 2의 치중이 백의 저항을 무력화시킨다. 흑 8까지 백이 한 수 부족이다. 우변 백이 별다른 대가를 얻지 못한 채 몰살해선 흑 우세가 결정적이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