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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 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여성 인권 시계는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지 하루 만에 20년 전 탈레반 집권기(1996∼2001년)의 암흑시대로 되돌아갔다. 이날 카불의 여성들은 탈레반에 구타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 외출을 삼가며 거리에서 거의 사라졌다. 그 대신 집 안에 숨어, 교육을 받고 공직에 나가며 사업을 벌였던 삶의 기록들을 처형의 공포 속에 몰래 불태웠다. 카불의 한 여대생은 “탈레반은 이제 내 삶을 마음대로 할 것”이라며 “노예가 될 것 같다”고 영국 가디언에 토로했다. 아프간 현지 매체 톨로뉴스는 이날 “카불에서 평소 흔하던 여성들의 모임이 사라졌다”며 “공공에서 여성의 존재감이 눈에 띄게 희미해졌다”고 전했다. 신체 일부라도 노출된 여성이 등장한 광고는 철거됐다. 총을 든 탈레반 대원들이 검문소를 통제하며 순찰했고 상점과 관공서, 사무실은 대부분 문을 닫았다. 거리에는 음악이 끊겼고 TV에서는 탤런트 선발 프로그램과 해외 연속극, 뉴스 대신 종교 프로그램만 이어졌다. 카불의 여성 정치인은 가택 연금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한 여성 정치인은 16일 탈레반 조직원들이 집에 들이닥쳐 경호원을 무장해제하고 집 밖에 나가지 못하도록 지키기 시작했다고 했다. 또 다른 여성은 남편과 머무는 호텔 방에 들이닥친 탈레반 대원들에게 폭행당했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탈레반이 점령지에서 여성들에게 외출 시 몸 전체를 가리는 부르카 착용을 강요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르카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탈레반이 한 점령지에서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대원들과 강제로 결혼시킬 12∼45세 미혼 여성 및 남편을 잃은 여성 명단을 작성하고 있다는 보고가 나왔다고 프랑스24는 전했다. 아프간 여성들은 탈레반 집권기의 억압과 폭력이 돌아올 것이라는 공포에 떨고 있다. 탈레반은 당시 거리에서 여성이 신체 일부를 노출하면 마구 폭행하거나 채찍질을 했다. 여학생은 중학교부터 다니지 못하게 했다. 1999년 아프간에서 중학교를 다니는 여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고 초등학교에도 9000명에 불과했다. 영국 가디언은 15일 아프간 명문 카불대에 재학 중인 한 여대생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이 학생은 이날 탈레반이 카불에 진군하자 고교 졸업증명서를 숨겼다. 그는 “24년간 인생에서 이뤘던 모든 것들을 불태워야 했다”며 “몇 년간 따려고 노력했던 학위도 이제 불가능해졌다”고 했다. 또 다른 20대 여성 공무원은 탈레반 대원들이 아파트 입구에 모인 것을 보고 문을 잠근 뒤 정부에서 일한 것을 드러내는 자료를 전부 불태웠다. BBC에 따르면 탈레반이 장악하기 전 아프간에서는 여학생 350만 명이 학교를 다녔고 대학생 중 3분의 1이 여성이었다. 여성 22%가 직업이 있었고 공직자의 20%가 여성이었다. 그러나 탈레반의 아프간 점령으로 이 모든 숫자가 다시금 ‘0’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카불의 분위기는 급속히 극도로 보수화되고 있다. 카불의 한 여대생은 “15일 집에 돌아가고 싶었지만 ‘여자를 태웠다’는 이유로 처벌받을 것을 우려한 택시운전사들이 우리를 거부했다”고 했다. 이어 “길거리의 남자들은 우리의 공포를 비웃었다”며 “그들은 우리에게 ‘부르카를 다시 써라’ ‘오늘이 길거리에 나갈 수 있는 마지막 날’이라며 조롱했다”고 전했다. 이 여대생은 “그들이 탈레반의 편에서 힘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성 인권운동을 벌였던 이들은 죽음을 예감한다고 했다. 아프가니스탄 최초의 여성 시장인 자리파 가파리 씨(29)는 “탈레반이 찾아와 나를 죽일 테지만, 어디로 가겠나”라고 했다고 영국 아이뉴스가 15일 전했다. 가파리 씨는 2018년 마이단 와르다크주에서 시장이 됐다. 탈레반은 과거 정치적 영향력이 있는 여성 인사들을 살해하겠다고 되풀이해 밝힌 바 있다. 탈레반 대변인은 15일 “여성도 히잡(스카프의 일종)만 쓴다면 교육과 일자리에 접근할 수 있고, 혼자 집 밖에 나가는 것이 허용된다”고 했다. 탈레반은 또 “모두에게 사면령을 선포했으니 신뢰를 갖고 일상을 시작하라”며 “탈레반은 여성이 희생자가 되길 바라지 않는다. 샤리아법에 따라 그들은 정부 구성에 참여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약속이 그대로 지켜질 것으로 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에 따르면 탈레반 통제 지역에서 사춘기가 지난 여학생이 학교에 다니도록 허용하는 사례는 극소수였다. 탈레반이 장악한 농촌지역 두 곳에서만 여학생 6000명이 학교에서 쫓겨났다. 탈출 인파가 몰리면서 아수라장이 됐던 카불 하미드카르자이 국제공항은 16일 오후 11시경 운영을 재개했다고 미군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밝혔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 관계자는 공항 관제 업무를 미국이 맡고 있으며, 공항에 머무는 사람들의 안전이 유지되는 한 되도록 많은 사람을 아프간에서 데리고 나오겠다고 밝혔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알라가 반역자를 처벌할 것이다. 그의 유산은 우리 역사에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장악한 15일 당일 해외 도피를 선택한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72)에 대한 국민 공분이 고조되고 있다. 2014년부터 집권했던 그는 탈레반의 카불 진입이 가시화하자 곧바로 대통령궁을 떠났다. 특히 이 와중에 현금 다발까지 챙겨 도피했다는 보도가 나와 민심이 들끓고 있다. 인도 주재 아프가니스탄 대사관은 16일 트위터에 가니를 격하게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가 삭제했다. 대사관 측은 트윗에서 “가니가 나라를 망쳐놓고 사기꾼 부하들과 함께 도망쳤다. 이런 자를 위해 일한 우리 모두 수치심에 떨고 있다”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이날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 또한 그가 탈출 당시 현금으로 가득한 차량 4대를 대동하고 탈출용 헬리콥터가 있는 곳까지 갔다고 보도했다. 아프간 주재 러시아대사관 관계자는 “모든 차량에 현금이 가득했다. 가니 측이 이 돈을 탈출용 헬리콥터에 실으려 했지만 (무게 때문에) 다 실을 수가 없어 일부는 활주로에 남겨둬야 했다”고 전했다. 그는 아직 자신이 있는 곳을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알자지라는 그가 부인, 측근과 함께 이웃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에 있다고 보도했다. 그는 지난달 타슈켄트에서 샵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과 만나 양국 협력을 논의하는 등 긴밀한 관계를 맺었다. 인디아투데이는 그가 당초 또 다른 인접국 타지키스탄의 수도 두샨베로 향했지만 비행기 착륙을 거부당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카불대 총장으로 재직 중이던 2005년 지식 콘퍼런스(TED) 동영상 강연에서 고질적인 정정 불안으로 많은 국민이 불안에 떨고 있다며 “아프간 남성의 91%가 하루에 3개 이상의 라디오 채널을 들을 정도로 세계 동향에 관심이 많다. 그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세계로부터 버려지는 것”이라고 했다. 정작 자신은 16년 후 빛의 속도로 국민을 버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반면 암룰라 살레 부통령은 15일 트위터로 “절대 탈레반에게 굴복하지 않겠다. 탈레반과 같은 하늘 아래 있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대비를 이뤘다. 가니 대통령은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해외 도피는 더 큰 유혈 사태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설득력 없는 주장을 펼쳤다. 탈레반이 자신에 대한 공격 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자신이 아프가니스탄에 계속 머물렀다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많은 애국자가 숨지고 카불 또한 망가졌을 것이란 궤변이다. 1949년 동부 로가르에서 태어난 가니는 미국 오리건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문화인류학으로 박사 학위를 땄다. 존스홉킨스대,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세계은행에서도 근무했다. 2001년 9·11테러 직후 미국이 아프간을 침공해 탈레반을 몰아내자 2002년 귀국해 정계에 입문했고 재무장관 등을 지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총장으로 뽑혔던 2006년에는 유엔 사무총장 도전 의사도 밝혔다. 그는 2014년 대통령에 올랐고 5년 후 재선에 성공했지만 고질적인 부정부패, 종족 갈등 등을 수습하지 못하고 사태를 더 악화시키기만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와 대선에서 경쟁했던 압둘라 압둘라 전 외교장관은 가니의 해외 도피 직후 곧바로 그를 ‘전 대통령’으로 칭하며 “신이 이런 상황에서 수도를 버린 것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비난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알라가 반역자를 처벌할 것이다. 그의 유산은 우리 역사의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장악한 15일 당일 해외 도피를 선택한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72)에 대한 국민 공분이 고조되고 있다. 2014년부터 집권 중인 그는 탈레반의 카불 진입이 가시화하자 곧바로 대통령궁을 떠나 큰 충격을 안겼다. 주(駐)인도 아프가니스탄 대사관은 16일 트위터에 가니를 격하게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가 삭제했다. 대사관 측은 트윗에서 “가니가 나라를 망쳐놓고 사기꾼 부하들과 함께 도망쳤다. 이런 자를 위해 일한 우리 모두 수치심에 떨고 있다”고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이날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 또한 주아프간 러시아대사관 관계자를 인용해 가니가 탈출 당시 현금으로 가득한 차 4대와 함께 아프간을 빠져나갔다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4개 차량에 모두 현금이 가득했다. 가니 측이 이 돈을 탈출용 헬리콥터에 실으려 했지만 (무게 때문에) 다 실을 수가 없어 일부는 활주로에 남겨둬야 했다”고 전했다. 알자지라는 현재 그가 부인, 측근과 함께 이웃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에 있다고 보도했다. 가니 대통령은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해외 도피가 더 큰 유혈 사태를 막기 위함이었다고 주장했다. 탈레반이 자신에 대한 공격 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자신이 아프가니스탄에 계속 머물렀다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많은 애국자가 숨지고 카불 또한 망가졌을 것이란 궤변이다. 2014년부터 7년간 대통령을 지낸 최고권력자의 믿을 수 없는 처신에 많은 사람이 큰 실망을 표하고 있다. 1949년 동부 로하르에서 태어난 가니는 미국 오리건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문화인류학으로 박사학위를 땄다. 존스홉킨스대, 캘리포니아버클리대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세계은행에서도 근무했다. 2001년 9.11 테러 직후 미국이 아프간을 침공해 탈레반을 몰아내자 2002년 귀국해 정계에 입문했고 외무장관 등을 지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총장으로 뽑혔던 2006년에는 사무총장 선거 출마 의사도 밝혔다. 그는 2014년 대통령에 올랐고 5년 후 재선에 성공했지만 아프간의 고질적인 부정부패, 종족 갈등 등을 수습하지 못하고 사태를 더 악화시키기만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와 대선에서 경쟁했던 압둘라 압둘라 전 외교장관은 가니의 해외도피 직후 곧바로 그를 ‘전 대통령’으로 칭하며 “신이 이런 상황에서 수도를 버린 것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4일 대만 공군의 주력 전투기인 ‘미라주 2000’ 4대가 대만 상공에 출격했다. 대만 전투기 출격은 주로 중국 전투기가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했을 때 대응 성격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도쿄 올림픽에 참가한 대만 선수단이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두고 대만 국적기인 중화항공의 비행기로 돌아오는 것을 환영하기 위한 출격이었다. 대만 전투기들은 올림픽 귀국 항공기가 대만 영공에 진입하는 순간부터 양옆에 따라붙었다. 전투기들은 선수단이 볼 수 있도록 항공기 양쪽에서 폭죽처럼 플레어(섬광탄)까지 쏘면서 환영했다. 이 항공기에는 배드민턴 남자복식 금메달리스트인 리양(李洋)과 왕치린(王齊麟)도 타고 있었다. 리양-왕치린 조는 지난달 31일 열린 남자복식 결승에서 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따며 대만의 국민적 영웅으로 부상했다. 이날 전투기를 출격시키고 섬광탄까지 터뜨리며 선수단을 환영하도록 한 것은 모두 차이잉원(蔡英文·65) 대만 총통의 지시였다. 세계 최강 중국 배드민턴을 꺾으며 금메달을 거머쥔 선수들에 대해 최상의 예우를 갖추도록 한 것이다. 중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우며 대만에 대한 압박 수위를 갈수록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배드민턴 경기를 통해 대만이 중국과 다른 독립국가임을 세계에 알렸기 때문이다. 독립 성향이 강한 차이 총통 입장에서는 도쿄 올림픽에 참가하면서 중국의 압력 때문에 국호를 ‘대만’이 아닌 ‘차이니스 타이베이(Chinese Taipei)’라고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한 통쾌한 복수이기도 했다. ‘대만의 매운 언니’라는 뜻의 ‘라타이메이(辣台妹)’라고도 불리는 차이 총통은 이런 스타일이다.○ 곳곳서 드러나는 차이 총통 반중 정서 대만 첫 여성 총통인 차이잉원의 반중 독립 성향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중국의 대만 침공을 가정한 대만 최대 군사훈련인 한광(漢光·Chinese Glory) 훈련이다. 이 훈련은 1984년 이후 매년 진행되고 있지만 차이 총통 집권 2기(2020∼2024년)에 들어서면서 더 강화되고 있다. 올해부터 훈련 기간이 5일에서 13일로 대폭 늘어났다. 지난해까지는 5일 동안 지휘소 훈련(CPX), 기동 훈련, 상륙저지 훈련 등을 한꺼번에 진행했지만 올해는 상반기에 이미 8일 동안 CPX 훈련을 별도로 진행했다. 이는 지난해부터 중국이 대만 ADIZ에 공군기를 자주 진입시키는 데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 9월 진행할 예정인 5일 동안의 훈련을 합하면 총 13일 동안 훈련을 하게 되는 것으로 훈련 기간만 두 배 이상 늘어났다. 훈련의 강도도 세지고 있다. 올해 훈련에서는 중국군의 침공으로 대만 공군 기지가 파괴된 상황을 가정해 대만 공군기가 비상활주로에서 이착륙하는 훈련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의 최신 스텔스 초계함 타장함도 이번 훈련에 처음으로 참가한다. 타장함은 대만이 자랑하는 최신 함정으로 중국군 항공모함이나 상륙강습함 저지가 최대 목표다. 타장함은 초음속 대함 미사일, 3차원(3D) 방공레이더, 단거리 방공미사일, 76mm 함포와 벌컨포 등으로 무장했다. 차이 총통은 지난해 재선에 성공하면서부터 ‘반중친미’ 노선을 분명히 했다. 압도적 표차로 재선에 성공한 이후 올해 1월 가진 취임 연설에서 “베이징이 일국양제(一國兩制·1국가 2체제)로 대만을 왜소화하고, 대만이 사실상 독립된 주권을 누리고 있는 대만해협의 현상을 파괴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만은 이미 독립국가”라면서 대만 독립을 인정하지 않는 중국을 향해 ‘현실을 직시하라’고 지적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는 ‘책임 있는 자세’와 ‘대등한 대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여기에 미국의 중국 견제 전략인 인도태평양 전략에 적극 동참할 뜻을 밝혔다. 그는 “기동, 반격, 비전통의 비대칭 전력에 역점을 두고 발전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대칭 전력은 핵무기, 생화학무기, 탄도미사일 등 대량살상이 가능한 무기를 포함한다. 중국과 군사력에서 큰 차이가 나는 대만은 차이 총통 취임 이후 미국으로부터 대량의 무기들을 수입하고 있다. 그는 중국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을 향해 “내정 간섭”이라며 관여하지 말라는 홍콩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홍콩의 민주화시위를 공개 지지한 데 이어 홍콩 시민을 돕겠다고 선언해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홍콩인의 대만 이주와 취업 등을 지원하는 작업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 혈통부터 대만 독립 지향 차이 총통의 독립 성향은 그의 혈통에서부터 드러난다. 차이 총통은 1956년 대만 타이베이에서 태어났다. 그의 조상은 청나라 때 대만으로 이주해 온 본성인(本省人) 출신이다. 본성인은 수백 년 이상 대만에서 살아온 사람들을 말한다. 대만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본성인은 대만 남부지역에 많이 거주하며 현 집권 민진당의 지지 기반이기도 하다. 야당인 국민당 지도자들은 대부분 국공내전 후 대륙에서 건너온 외성인(外省人) 출신이 많다. 차이 총통은 본성인 중에서도 객가인(客家人)의 혈통을 갖고 있다. 객가인은 ‘타향에 사는 사람들’이란 뜻이다. 객가인은 중국에서 명청 교체기인 17세기에 중국 북부 지방이나 중원에 살던 한족들이 재난을 피해 남부로 이주하면서 형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차이 총통은 이런 객가인 지지자들로부터 ‘객가의 딸’로 불리기도 했다. 차이 총통의 친할머니는 대만의 산악지역에서 거주해 온 원주민 파이완(排灣)족 출신이다. 이처럼 그의 조상은 수백 년 이상을 대만에 거주해 온 사람들로 대만의 중국 종속화에 대한 거부감이 강할 수밖에 없다.○ 유복한 집 막내딸 차이 총통은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어머니가 아버지의 네 번째 부인이다. 그는 11명의 형제자매 중 막내다. 객가인 출신인 아버지는 차량 수리업을 통해 집안을 일으켰고 숙박업, 부동산 투자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객가인들은 ‘중국의 유대인’으로 불릴 정도로 경제적 수완이 좋은 사람이 많다. 네 번째 부인의 딸인 차이 총통은 어린 시절 아버지를 미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버지에 대한 반발심으로 가출한 적도 있다. 하지만 아버지가 어머니를 잘 돌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부터 관계가 좋아졌다. 그는 1974년 명문 대만대 법학과에 입학했다. 같은 해 대만대 법대 1등 졸업생은 천수이볜(陳水扁) 전 총통이었다. 차이 총통은 1978년 대학 졸업 후 미국 코넬대로 유학을 떠나 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런던정경대(LSE)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땄다. 대만에 돌아와 1984년부터 대만 국립정치대 법대 교수를 지냈다. 그는 1990년대 초반 국민당 리덩후이(李登輝) 총통 시절 행정원 경제부에서 국제경제조직수석법률 고문을 맡았다. 이때 대만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위한 수석교섭대표를 지냈다. ○ 대만 독립 모든 이론 확립에 관여 그는 1994년 행정원 대륙위원회의 자문위원에 위촉되면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됐다. 1999년에는 국가안전회의 자문위원으로 위촉됐다. 이때 대만 독립을 핵심으로 하는 ‘양국론’ 작성 작업에 참여했다. 리덩후이 총통은 같은 국민당이지만 이전에 대만을 다스렸던 장제스(蔣介石), 장징궈(蔣經國) 부자(父子)와는 달랐다. 그는 대만에서 태어난 인물이었고 대만 독립을 꿈꾸기 시작했다. 대만 독립을 선호하는 인물들을 발탁해 정치적으로 양성하기 시작했는데 차이잉원도 이 같은 배경으로 정부 자문위원에 발탁된 것이다. 2000년 대만 독립을 지향하는 민진당의 천수이볜이 총통에 당선됐을 때 양국론 작성에 참여했던 차이잉원의 재능을 아낀 천 총통은 당시 44세인 차이잉원을 대륙위원회 주임위원(위원장·장관급)으로 파격 발탁했다. 차이는 이때 일변일국론(一邊一國論)이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일변일국론은 중국과 대만이 별개의 독립된 국가라는 게 핵심이다. 대만독립론의 핵심인 양국론과 일변일국론 모두 차이의 손을 거쳐 만들어진 셈이다. ○ 민진당 이끌며 ‘선거의 여왕’으로 등극 천수이볜이 재선에 성공했던 2004년 차이잉원은 대륙위원회 주임위원을 사직한 후 정식으로 민진당에 입당해 정치인으로서의 본격 행보를 시작했다. 그해 총선에서 민진당의 비례대표 순위 6번으로 입법위원(국회의원)에 당선됐다. 2006년에는 행정부 부원장(부총리)으로 올라서며 승승장구했다. 2008년 대선에서 국민당의 마잉주(馬英九) 후보가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되며 민진당 정권이 막을 내렸다. 기존 인물들이 민진당 주석 자리를 모두 고사하면서 정치 신인이지만 국민적 신망이 높은 차이잉원이 주석을 맡게 됐다. 이후 3년간 각종 선거에서 집권 국민당에 7차례나 승리하며 차이에게는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는 2012년 대선에서 민진당 후보로 나섰지만 마잉주 국민당 후보에게 80만 표 차로 아깝게 패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주석에서 물러났던 그는 2014년 5월 93%가 넘는 당내 경선 지지율을 얻으며 주석으로 복귀했다. 그는 민진당 대선후보로 선출됐고 2016년 1월 총통선거에서 압도적인 표 차로 국민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대만 최초 여성 총통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미혼인 차이 총통은 독서를 즐기고 와인을 마시며 고양이와 시간 보내길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리스마가 부족한 실무형 정치인이란 평가도 있지만 모든 면에서 준비가 철저하고 소신이 강하다는 점은 장점으로 꼽힌다. 그는 2004년 정치에 입문한 이후 단 한 번도 부패스캔들을 일으키지 않았다. 외모가 청아하고 항상 단발머리인 그는 중화권에서 유명한 김용(金庸)의 무협소설 ‘신조협려’에 나오는 소룡녀(小龍女)의 이미지와 비슷해 ‘대만의 소룡녀’라는 별명도 있다. 차이 총통은 유학 경험 때문인지 역대 민진당 지도자들보다 글로벌 마인드도 강하다. 자신이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 비유되는 것을 좋아하고 실제 롤모델도 메르켈 총리라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 단호함과 뚝심으로 무장한 차이 총통의 리더십은 메르켈 총리와 닮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대만은 미중 갈등의 소용돌이 속에서 국제정치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만과의 통일을 중국 공산당의 남은 과업으로 여기는 시 주석에게 맞서 반중 노선을 분명히 하고 있는 차이 총통이 이끄는 대만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델타 팬데믹’… 세계 확진 2억명, 증가속도 2배 빨라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세계 하루 신규 확진자(일주일 평균)가 3일 60만5052명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고 정점을 찍었던 올해 4월 29일(82만8254명) 대비 약 73% 수준까지 다시 올라온 것이다. 하루 신규 확진자는 6월 21일 36만 명(정점 대비 43%)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전파력 높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세계적 유행과 함께 다시 빠르게 늘고 있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세계 누적 확진자는 4일 오후 7시 현재 2억41만698명으로 세계 인구(약 77억9000만 명)의 약 2.6%에 이르렀다. 2019년 12월 31일 중국 우한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 환자가 처음 보고된 지 1년 7개월여 만에 2억 명을 넘은 것이다. 첫 환자가 나온 지 약 1년 1개월 만인 올 1월 25일 1억 명을 넘었고, 6개월여 만에 다시 1억 명이 늘었다. 누적 사망자는 426만2651명이다. 국제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이달 2일까지 백신을 1회 이상 맞은 사람은 세계 인구의 28.6%, 접종 완료자는 14.8%다. 델타 변이 유행의 여파로 미국, 이스라엘 등 백신 접종 선진국도 방역의 고삐를 다시 죄고 있다. 미국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주요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백신 접종을 사실상 강제하고 있다. 뉴욕시는 이달 중순부터 음식점 등에 들어가려면 백신을 맞았다는 사실을 증명하도록 했다. 이스라엘은 이달 8일부터 시민들에게 악수와 포옹, 키스 자제를 권고하는 새 거리 두기 지침을 시행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델타 변이 확산 탓에 빈국에 백신과 의료용 산소 등을 지원하는 데 115억 달러(약 13조2000억 원) 규모의 긴급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델타 폭증에 美 일부병원 “응급수술外 연기”… 日 구급 이송 차질 세계 누적 확진 2억명 넘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 변이는 최근까지 132개국에서 발견됐다. 최근 영국과 미국 신규 감염의 각각 99%, 93%가 델타 변이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 밖에도 호주 중국 덴마크 인도 인도네시아 이스라엘 포르투갈 러시아 등에서 델타 변이는 신규 감염의 7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말 밝혔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로 인한 입원 환자 폭증은 각국의 의료 시스템마저 위협하고 있다. 미국은 하루 확진자 수(일주일 평균)가 6월 말 1만1000명대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9만1000명대로 늘었다. 입원 환자도 급증했다. CNN은 보건당국 자료를 인용해 2일(현지 시간) 기준 코로나19 입원 환자가 5만625명으로 집계됐다며 이는 대유행이 심각하던 올해 2월 수준이라고 3일 전했다. 입원 환자는 플로리다주와 텍사스주 등 남부 지역에서 크게 늘고 있다. 일부 병원들은 환자 폭증으로 응급환자가 아닌 경우 수술을 연기하고 있다. 최근 확진자가 매일 약 1만 명씩 나오는 일본에서도 응급의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4일 일본 총무성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일까지 일주일간 일본에서는 소방당국이 환자를 받아줄 병원을 찾지 못해 30분 이상 지체되는 구급 이송 곤란 사례가 2376건 있었다. 지난해 같은 시기의 2배 이상이다. 일본은 4일 하루 신규 확진자가 1만4207명으로 코로나19 발생 후 가장 많았다. 도쿄 역시 이날 4166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델타 변이는 ‘백신 접종 모범국’들이 완화했던 방역 규제를 다시 강화하도록 만들었다. 접종 완료 비율이 인구의 62.2%에 이르는 이스라엘은 최근 하루 신규 확진자가 4000명에 육박하면서 새로운 사회적 거리 두기 방침을 승인했다. 이스라엘은 100명 이상이 모이는 야외에서는 8일부터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백신 접종 여부 등이 기록된 ‘그린 패스’도 모든 실내 공간에 입장할 때마다 제시해야 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뉴욕시에선 이달 16일부터 음식점이나 헬스장, 영화관 등에 들어가려면 백신 접종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백신을 맞지 않았으면 시설 안에 들어갈 수 없고 이를 어기면 음식점 등이 과태료를 내야 한다. 백신 접종 완료자만 실내 업소를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은 미국에서 뉴욕시가 처음이다. 백신 접종을 사실상 강제하는 분위기는 미국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델타 변이 확산 와중에도 백신은 사망 예방에 효과를 내고 있다. 백신 접종 선진국은 최근 확진자 수 급증에도 불구하고 사망자 수는 크게 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하루 확진자(일주일 평균)가 6월 9일 10명에서 이달 3일 2555명으로 늘었지만 같은 기간 하루 사망자(일주일 평균)는 1명에서 5명으로 늘었을 뿐이다. 이탈리아(백신 접종 완료율 53.3%) 역시 하루 신규 확진자가 7월 1일 727명에서 이달 3일 5476명이 돼 7배 이상으로 늘었지만 같은 기간 사망자 수는 21명에서 27명이 돼 별 차이가 없다. 미국은 6월 말 대비 최근 확진자가 8배 이상으로 많아졌지만 같은 기간 사망자 수는 250여 명에서 380여 명이 됐다. CNN은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료 분석 결과 백신 접종 완료 뒤 중증 코로나19에 걸릴 위험과 사망 위험은 각각 0.004% 미만, 0.001% 미만이었다고 2일 보도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한때 미국의 유력 대선주자로 거론되던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64·사진)의 잇단 성추행 의혹이 검찰에 의해 사실로 확인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같은 민주당 소속인 그의 주지사직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고 뉴욕주 의회는 탄핵을 검토하고 있다. 러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은 3일 공개한 165쪽 분량의 보고서에서 쿠오모 주지사가 전·현직 여성 보좌관 등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하거나 성희롱 발언을 일삼았다고 발표했다. 보고서로 확인된 피해자는 모두 11명에 이른다. 제임스 총장은 “쿠오모 주지사는 연방법과 주법을 위반해 주 공무원들을 성적으로 희롱했다”며 “수사 결과 그는 많은 젊은 여성들을 껴안거나 키스하고, 만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발표에서 지금까지 그에게 피해를 입었다고 밝힌 여성들의 주장이 대부분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보고서에는 쿠오모가 피해 사실을 공개한 여성에게 보복 조치를 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올 3월부터 진행된 이번 수사는 제임스 총장의 임명을 받아 한국계인 준 김 전 뉴욕남부지검장 대행과 앤 클라크 변호사가 지휘했다. 수사팀은 그동안 179명의 증인과 참고인을 조사하고 수만 장의 서류들을 검토해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김 전 지검장 대행은 “피해자 모두 굴욕감과 불편함을 느꼈고,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만 검찰은 쿠오모의 성추행 사건이 민사 성격이 있어서 그를 별도로 기소하진 않기로 했다. 쿠오모는 이날 검찰 수사 발표에 대해 “묘사된 부분이 사실과 많이 다르다”면서 “포옹하고 뺨에 입맞춤한 것은 친근감을 표시하기 위한 행동일 뿐이었다. 나는 부적절하게 누군가를 만지거나 성적 접근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브리핑에서 ‘그의 사퇴가 필요하냐’는 질문을 받고 “그렇다”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는 사퇴해야 한다. 주 의회에서 탄핵을 결정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어떤 선출직 공직자도 법 위에 있지 않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민주당)도 “앞에 나서서 진실을 말한 여성들을 성원한다”며 이에 동참했다. 쿠오모가 끝까지 사퇴를 거부하면 주 의회는 탄핵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전체 150석의 주 하원의원 중 과반이 찬성하면 탄핵안이 주 상원으로 넘어가고 63석의 상원에서 3분의 2가 동의하면 그의 주지사직은 박탈된다. 칼 헤스티 뉴욕주 하원의장은 “쿠오모는 하원 다수당(민주당)의 신뢰를 잃었다. 주지사직을 유지하면 안 된다”고 했다. CNN은 뉴욕주 상원의원 63명 중 최소 55명이 쿠오모의 탄핵에 투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쿠오모는 아버지 마리오 쿠오모(1983∼1994년 재임)에 이어 부자(父子)가 모두 뉴욕 주지사로 선출된 이탈리아계 정치 명문가 출신이다. 그의 남동생 크리스 쿠오모(51)는 CNN 방송의 유명 앵커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3일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크리스가 앵커 자리에서 퇴출될 위기에 놓였다고 보도했다. 검찰 조사에서 크리스가 형에게 성추행 혐의에 대응하는 방법을 조언하는 등 적극 관여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날 검찰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크리스는 형 앤드루가 꾸린 성추행 조사 대응팀에서 활동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75·사진)이 올해 상반기(1∼6월)에만 8200만 달러(약 943억 원)의 정치자금을 모아 6월 말 기준 누적 1억200만 달러를 보유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이 1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8200만 달러는 같은 기간 공화당전국위원회(RNC)가 모은 8400만 달러와 별 차이가 없어 ‘정치인 트럼프’의 영향력이 건재함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 자신의 추종자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이고 2024년 대선 출마까지 고려하는 그에게 든든한 실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월 퇴임 후 지지자들에게 소속 공화당에 기부하지 말고 자신에게 직접 기부해 달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대선 패배, 올해 1월 트럼프 지지자의 의회 난입 등의 대처 당시 공화당 수뇌부와 척을 진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금까지 모은 돈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각종 선거는 물론이고 자신이 직면한 각종 소송에 이 자금을 쓸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현재 뉴욕주 검찰은 탈세 등의 혐의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회사를 수사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본인 또한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중단시켰다는 이유로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75)이 올해 상반기(1~6월)에만 8200만 달러(약 943억 원) 의 정치자금을 모아 6월 말 기준 누적 1억200만 달러를 보유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이 1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8200만 달러는 같은 기간 공화당 전국위원회(RNC)가 모은 8400만 달러와 별 차이가 없어 ‘정치인 트럼프’의 영향력이 건재함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 자신의 추종자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2024년 대선 출마까지 고려하는 그에게 든든한 실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월 퇴임 후 지지자들에게 소속 공화당에 기부하지 말고 자신에게 직접 기부해달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대선 패배, 올해 1월 트럼프 지지자의 의회 난입 등의 대처 당시 공화당 수뇌부와 척을 진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금까지 모은 돈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각종 선거는 물론이고 자신이 직면한 각종 소송에 이 자금을 쓸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현재 뉴욕주 검찰은 탈세 등의 혐의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회사를 수사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본인 또한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중단시켰다는 이유로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아마존은 21세기 상거래의 타이탄(거인)이다.”지난달 15일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하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의 새 수장으로 취임한 파키스탄계 여성 리나 칸 위원장(32)이 2017년 1월 예일대 로저널에 게재한 논문의 첫 문장이다. 당시 예일대 로스쿨 재학생이었던 그는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Amazon‘s Antitrust Paradox)’이란 96쪽짜리 논문으로 일약 미 법조계의 스타가 됐다.그는 논문에서 “전통적 관점에서는 상품 가격에 영향이 없다면 특정 기업의 독점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아마존 같은 새로운 형태의 정보기술(IT) 기업에는 적합하지 않다”며 강도 높은 규제를 촉구했다. 대표적인 독점 폐해는 가격 담합 및 인상이므로 ‘최저가’와 ‘인수합병(M&A)’ 등으로 시장을 장악하는 아마존을 규제할 수 없다는 법조계의 기존 해석과 정면으로 대치된다. 이 논문은 온라인으로 발표되자마자 15만 명이 열람했고 칸 또한 ‘아마존 킬러’로 명성을 떨쳤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 소위 ‘빅테크 기업’의 독점, 개인정보 보호 소홀, 가짜뉴스 범람 방치, 중산층 일자리 침해 등을 문제 삼았다. 취임 후에는 빅테크를 겨냥해 “경쟁 없는 자본주의는 착취”라는 발언도 내놨다. 이런 그가 칸을 1914년 설립된 FTC 107년 역사상 최연소 위원장으로 발탁한 것은 집권 내내 빅테크와 전면전을 벌이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 어려서부터 권력 감시 주창칸은 1989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고 11세 때 미국에 왔다. 그는 10대 시절 기자를 꿈꿨다. 힘 있는 자를 감시하고 그들의 잘잘못을 따질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언론계에 종사하는 것이라고 여겼다. 미 북동부 매사추세츠주의 인문학 명문학교 윌리엄스칼리지에 진학한 칸은 학보사 기자로 활동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칸은 학생기자 시절 뉴욕 인근의 스타벅스 가게가 학생들이 지나치게 오랫동안 매장을 점유한다는 이유로 매장 내 착석을 금지하자 이를 질타하는 고발 기사를 썼다. 당시 스타벅스 측이 취재 요청을 거부하자 해당 매장의 직원을 일일이 인터뷰해가며 기사를 작성했을 정도로 열심이었다. 2011년 수도 워싱턴의 진보 싱크탱크 뉴아메리카재단 연구원이 된 후 미 거대 기업의 폐해를 연구했다. 시장을 지배하는 독점 기업 때문에 소비자가 얼마나 선택권의 제한을 받고 있는지, 온라인 마켓에서 아마존 같은 거대 플랫폼이 어떻게 소규모 판매상을 장악하는지 등이 주요 관심사였다. 2013년 10월 핼러윈 당시 칸이 시사매체 타임에 기고한 글은 미국식 자본주의에 대한 그의 문제의식을 잘 보여준다. ‘동네 마트에 갔는데 40여 개 브랜드의 사탕이 있었다. 거의 모두 허시, 마스, 네슬레 3개 회사가 만든 제품이었다. 핼러윈을 맞아 미 전역에서 발생하는 20억 달러(약 2조3000억 원)의 사탕 매출은 두세 개 기업의 금고로만 들어가는 셈이다.” 칸은 “과거에는 사람들이 각자 자기 마을에서 생산한 캔디를 먹을 정도로 미 전역에 다양한 종류의 캔디가 있었다. 하지만 이는 오래가지 못 했고, 큰 기업이 작은 경쟁 기업을 삼키기 시작했다”고 적었다. 대기업이 M&A를 통해 경쟁사를 속속 사들이면서 소비자의 선택권이 줄고 시장 독점의 폐해가 커진다고 질타했다.○ FTC 최연소 수장이 된 법률 신동 2014년 예일대 로스쿨에 진학한 칸은 3년 후 자신의 반독점 연구를 집대성한 반(反)아마존 논문을 출간했다. 칸은 아마존이 영위하는 수많은 사업을 나열한 뒤 개인 소매업자와 중소기업은 아마존 플랫폼을 쓰지 않으면 상품 판매가 불가능한데도 현재의 반독점 규제가 오로지 ‘가격’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마존이 최저가와 M&A를 무기로 주요 경쟁자를 모두 제거한 후 시장을 독점하면 굳이 가격을 인상하지 않아도 소비자를 상대로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데도 현재 법률로는 이를 규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소매업자는 아마존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으면 소비자와 만날 기회 자체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개별 국가를 넘어 전 세계를 장악한 IT 공룡기업의 확장 비결과 폐해를 신선하게 분석한 칸의 논문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NYT 등 주류 언론은 ‘법률 신동이 나타났다’ ‘수십 년간 굳어졌던 반독점법을 새로 정의했다’며 찬사를 보냈다. 칸은 아마존을 거의 이용하지 않지만 심장 전문의인 그의 남편 샤 알리는 ‘아마존 프라임’이란 유료 멤버십 회원이란 점도 주목받았다. 둘은 2018년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갔을 때 칸은 미 기업과 민주주의에 관한 책, 알리는 19세기 영국 소설가 제인 오스틴의 소설책을 들고 갔을 정도로 취향이 다르다. 2020년 7월 컬럼비아대 로스쿨 부교수가 된 칸은 당시 하원 법사위원회가 아마존 애플 구글 페이스북 4대 빅테크 수장을 청문회에 불러들였을 때 이들을 비판하기 위한 이론적 근거를 제공하며 워싱턴 정계에도 눈도장을 찍었다. 당시 법사위는 4대 빅테크가 록펠러, 카네기 등 19세기 미 경제를 좌우했던 소수의 석유 및 철도 재벌에 맞먹는다며 당시와 유사한 독점이 일어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칸의 반(反)아마존 논문을 그대로 옮긴 주장이다. 칸이 상원 인준 당시 전체 100명 중 69명의 지지를 얻어 FTC 수장에 오른 것은 50석을 차지한 집권 민주당은 물론이고 야당 공화당 의원들도 그의 빅테크 규제에 상당 부분 동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FTC는 주요 독점금지법의 실제 감사, 불공정 경쟁 방지, 과대광고 단속 등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1130명의 직원과 연 3억1100만 달러의 예산을 보유했다. 특정 기업의 M&A 때 반독점법 위반 여부를 검토한 후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연방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해서 이를 막을 수 있다. 이 M&A 저지에는 위원 5명의 합의가 필요하다. 현재 위원 5명은 칸을 포함해 민주당이 임명한 3명, 공화당이 임명한 2명으로 이뤄졌다. 특히 위원장은 직권으로 반독점 조사를 지시할 수 있다. ○ “MGM 인수 못 해” vs “아마존 심사 말아야” 칸은 취임 일성으로 “FTC는 불공정하고 기만적인 관행으로부터 소비자, 노동자, 정직한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임무를 다하겠다”며 빅테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아마존에 대한 첫 번째 공격은 영화 ‘007시리즈’로 유명한 할리우드 영화사 MGM 인수의 적정성 판별 작업이다. 앞서 5월 아마존은 84억5000만 달러에 MGM을 사들이겠다고 밝혔다. FTC는 아마존이 넷플릭스, 디즈니 등이 경쟁하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도 진출하기 위해 MGM을 노린 것으로 보고 계약의 적절성 여부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아마존의 반격 또한 거세지고 있다. 칸의 취임 15일 만인 지난달 30일 아마존은 FTC에 “칸이 아마존 사건을 맡으면 안 된다”며 직무집행 배제, 즉 ‘기피(recusal)’를 신청했다. 그간 칸이 반복적으로 아마존의 반(反)독점법 위반을 주장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가 공정하고 열린 마음으로 아마존 사안을 검토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달 14일에는 페이스북도 칸에 대한 기피 신청에 가세했다. 그간 FTC는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 등 주요 경쟁 소셜미디어를 속속 인수해 독점을 저질러왔다고 주장해왔다. 앞서 지난달 28일 수도 워싱턴 연방법원은 FTC가 페이스북에 제기한 반독점 소송을 법적 근거 부족으로 기각했다. 하지만 FTC가 다시 페이스북을 기소할 수 있는 만큼 칸이 개입할 여지를 차단하려는 의도에서 기피 신청에 가세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정 기업이 FTC 위원장에게 제기한 기피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진 사례는 많지 않다. 즉 칸이 자진해서 사건에서 손을 떼지 않으면 신청 자체가 효력을 발휘하긴 어렵다. 다만 대형 빅테크가 잇따라 FTC 수장에 대한 기피 신청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양측 대결이 격화될 것임을 예고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법원이 특정 기업의 FTC 위원장에 대한 기피 신청을 받아준 마지막 시점은 1966년이다. 당시 법원은 제약사 아메리칸사이나미드가 폴 딕슨 당시 FTC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제약사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FTC가 아메리칸사이나미드 항생제의 독점 문제를 조사하자 회사 측은 “딕슨 위원장이 과거 상원 법사위원회 고문으로 활동할 때 이번 사안과 비슷한 조사를 실시했다”고 주장했다. 그가 편견 없이 사안을 검토할 가능성이 낮으므로 손을 떼야 한다고 주장했고 받아들여졌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상원 재무위원장을 지낸 공화당 거물 오린 해치 전 상원의원,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FTC 수장을 지낸 조슈아 라이트 전 위원장 등은 칸을 ‘반독점 힙스터(hipster antitrust)’로 부른다. 힙스터는 ‘유행과 인기를 좇는 사람’이란 뜻으로 칸의 이론이 정통 경제학설이 아닌 반(反)기업을 구호로 내세우는 정치적 선동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담았다. 빅테크가 가져온 소비자 편익을 고려하지 않은 채 플랫폼 기업을 다 없애고 석기시대로 돌아가자는 식의 과격한 주장만 한다는 의미다. 아마존은 빅테크를 옹호하는 각종 논문에 대대적인 연구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 빅테크 전사 3인방바이든 행정부에는 칸 외에도 빅테크 규제에 힘을 보탤 두 명의 인사, 즉 팀 우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특별고문(49)과 조너선 캔터 법무부 반독점국장(47)도 있다. 대만계와 영국계 혼혈인 우 고문은 사용자, 통신장비, 전송 방식 등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인터넷에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망 중립성(net neutrality)’ 개념의 창시자로 유명하다. 그는 2018년 저서 ‘큰 것의 저주’를 통해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 인수를 강하게 비판했다. 20일 법무부 반독점국장에 지명된 캔터는 지역 맛집을 알려주는 소셜미디어 옐프 등이 구글을 상대로 제기한 반독점 소송의 변호사로 활동하며 ‘구글 저격수’로 이름을 날렸다. 세 사람은 한때 혁신의 상징이었던 빅테크가 갖가지 반(反)경쟁적 행위로 혁신의 장애물이 됐다고 비판한다. 미래 경쟁업체가 될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모조리 사들여 경쟁을 회피하고 시장지배력을 강화했으며, 경쟁업체의 싹을 자르기 위해 손실을 감수하고도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해 새로운 기업의 탄생을 막았다는 것이다. 또 자사 플랫폼에 입점한 업체에 자사의 또 다른 제품과 서비스를 강매하고, 공개되지 않은 소비자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활용해 자신들의 광고 매출 등을 늘린다는 점도 지적한다. 즉 자신들이 일부러 빅테크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미 자본주의를 더 부강하게 만들고 혁신과 기업가정신을 독려하기 위해 빅테크의 불공정행위를 문제 삼는다는 주장이다. 과연 이 3인방과 빅테크가 벌이는 전쟁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스리랑카 남부 라트나푸라의 보석상이 집 뒷마당에서 우물을 파다가 세계 최대 크기의 ‘스타사파이어’(원석 가공 후 빛을 받으면 별 모양이 생기는 사파이어) 원석을 발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고 영국 BBC 등이 27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횡재나 다름없는 발견 과정 때문에 이 원석에는 ‘세렌디피티(우연한 행운)’란 이름이 붙었다. 원석 길이와 높이는 각각 100cm, 50cm에 달한다. 무게는 510kg으로 약 250만 캐럿이며 가치는 1억 달러(약 1155억 원)로 추정된다. 당국은 “보석상이 8개월 전 원석을 발견했다. 성분 분석을 거쳐 보석감정협회의 인증을 받았다”고 공개했다. 이 보석상은 “우물을 파던 일꾼이 희귀한 돌이 나왔다고 알려줬다. 정말 우연히 발견했다”고 밝혔다. 현지 보석 전문가들은 최소 4억 년 전에 형성된 원석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수도 콜롬보에서 약 105km 떨어진 라트나푸라는 보석 산지로 유명하다. 2016년에도 ‘아담의 별’로 불리는 대형 스타사파이어 원석이 발견됐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스리랑카 남부 라트나푸라의 보석상이 집 뒷마당에서 우물을 파다가 세계 최대 크기의 ‘스타 사파이어(원석 가공 후 빛을 받으면 별 모양이 생기는 사파이어)’ 원석을 발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고 영국 BBC 등이 27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횡재나 다름없는 발견 과정 때문에 이 원석에는 ‘세렌디피티(우연한 행운)’이란 이름이 붙었다. 무게는 510kg로 약 250만 캐럿에 해당한다. 가치는 1억 달러(약 1155억 원)로 추정된다. 스리랑카 당국은 “보석상이 8개월 전 원석을 발견했다. 성분 분석을 거쳐 보석감정협회의 인증을 받았다”고 공개했다. 이 보석상은 “우물을 파던 일꾼이 희귀한 돌이 나왔다고 알려줬다. 정말 우연히 발견했다”고 밝혔다. 현지 보석전문가들은 최소 4억 년 전에 형성된 원석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수도 콜롬보에서 약 105km 떨어진 라트나푸라는 보석산지로 유명하다. 2016년에도 ‘아담의 별’로 불리는 대형 스타 사파이어 원석이 발견됐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그리스 알로니소스섬의 마스코트로 주민과 관광객에게 사랑을 받던 멸종위기종 바다표범 ‘코스티스’가 해안가에서 작살에 찔려 죽은 채 발견됐다고 26일 BBC 등이 보도했다. 코스티스의 죽음을 최초로 알린 현지 바다표범 보호단체는 “누군가 의도적으로 근거리에서 작살을 던져 코스티스를 죽였다. 인간의 악독함과 무지함은 끝이 없다”고 분노했다. 코스티스는 2018년 사이클론(열대성 저기압) ‘조르바스’가 그리스 전역을 강타할 당시 에게 해 인근 폴게라도 섬에서 어부 ‘코스티스’에 의해 구조됐다. 당시 생후 2주에 불과했고 어미와도 떨어져 생존 가능성이 희박했으나 사람들의 보살핌 속에 무사히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후 알로니소스 섬 해안가나 섬에 정박한 보트 위에서 낮잠을 자는 모습들이 자주 포착돼 지역 주민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코스티스는 지중해 몽크 바다표범(Mediterranean monk seal)에 속한다.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바다표범으로 꼽힌다. 2015년 기준 전 세계에 700여 마리가 생존해 있다. 김수현기자 newsoo@donga.com}

페이스북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37·사진)가 향후 5년 안에 페이스북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에서 ‘메타버스(Meta+Universe·3차원 가상세계)’ 기업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밝혔다. 저커버그는 22일(현지 시간) 미 정보기술(IT) 전문지 더 버지와의 인터뷰에서 “메타버스는 산업 전반에 걸쳐 많은 기업들이 함께 만들고 있는 ‘새로운 장(next chapter)’”이라며 “메타버스는 모바일 인터넷을 잇는 후계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메타버스는 가상공간에서 이용자들이 게임을 하거나 업무와 소통을 할 수 있는 온라인 세상을 말한다. 저커버그는 “2차원(2D) 앱이나 웹페이지에서 할 수 없었던 춤, 피트니스 등 다양한 경험을 메타버스를 통해 다른 장소에 있는 사람과 생생하게 즐길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제는 ‘작고 빛나는 사각형(휴대전화)’을 통해서만 살 필요가 없다”며 “미래에는 전화 대신 홀로그램으로 서로의 소파에 앉아서 소통하게 될 것이고, 나는 이것이 매우 강력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페이스북은 20억 달러를 들여 가상현실(VR) 제품을 개발하는 기업 오큘러스를 인수하는 등 메타버스와 관련된 기술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2019년에는 가상공간에서 아바타를 만들어 이용자들끼리 어울리고 채팅하는 ‘페이스북 호라이즌’을 출시했고, VR 기술을 활용해 일터를 만드는 ‘인피니트 오피스’를 개발 중이다.김수현기자 newsoo@donga.com}

2005년 11월 첫 집권 후 4선(選)에 성공해 지난 16년간 ‘전 세계의 지도자’, ‘각국 정상이 존경하는 정상’으로 불렸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67)가 9월 정계 은퇴를 앞두고 잇단 악재에 직면했다. 국내에서는 이달 중순 서유럽 전역을 강타한 유례없는 홍수로 독일에서만 최소 197명이 숨지자 치수(治水)와 재해 대응에 실패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나라 밖에서는 그가 독일 생명공학기업 바이오앤테크와 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공동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지식재산권 유예에 반대하고 있다며 “자국 이기주의를 탈피하라”는 압박이 들어온다. 이 와중에 메르켈의 뒤를 이어야 할 집권 기독민주당의 아르민 라셰트 대표(60)는 홍수 피해 현장에서의 부적절한 처신, 메르켈에 비해 빈약한 존재감과 인지도로 고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9월 독일 총선에서 기민당의 승리가 불투명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1989년 정계 입문 후 32년 정치 역정의 마지막에서 위기를 맞은 메르켈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홍수에 떠내려간 ‘무티 리더십’ 14일(현지 시간)부터 시작된 서유럽의 유례없는 폭우로 독일에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하자 언론은 메르켈 정권이 재난 대책을 수립하는 데 안이했다며 질타했다. 기상학자들이 이번 폭우가 대홍수로 번질 가능성을 경고했지만 연방정부가 대피 명령을 일찍 내리지 않는 등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人災)’란 비판이다. 독일과 국경을 맞댄 네덜란드에서는 철저한 사전 준비로 단 한 명의 사망자가 없었던 것과도 대조적이다. 시사지 슈피겔은 21일 “연방기상청과 지방정부 간 심각한 소통 문제가 있었다”며 국민들이 제때 경고를 받지 못해 피해가 커졌다고 지적했다. 메르켈은 18일 피해가 컸던 남서부 라인란트팔츠주 슐트를 찾았지만 이곳에서 한 발언 또한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메르켈은 거듭 “홍수는 기후변화 때문이며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22일 베를린 언론인과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임기 중 기후변화 대응에 다소 소홀했다. 대응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16년 집권 동안 매년 여름 이 기자회견을 가졌고 이날이 마지막 회견이다. 상당한 의미를 갖는 이런 자리에서조차 기후변화 대응을 강조한 셈이다. 여론은 ‘틀린 말은 아니지만 가족과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잃은 수재민 앞에서는 위로, 상세한 재건 계획, 재발 방지 대책 등을 내놓는 것이 먼저’라는 반응을 보인다.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로 평소 ‘무티(Mutti·엄마) 리더십’으로 불릴 만큼 남다른 포용력과 공감 능력을 자랑해온 그의 장점이 이번 위기에서는 발휘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간지 디벨트는 “후진국 수준의 재난 대응 체계가 드러났는데도 기후변화 타령만 한다”고 꼬집었다. 공영방송 DW는 “정부가 스마트폰을 통한 모바일 경보 체제를 구축했어야 했다”고 가세했다. 하지만 메르켈은 수해 현장에서 “휴대전화가 고장 나면 경보를 받지 못할 것이고 모바일 경보를 항상 신뢰할 순 없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 차기 구도 불확실 1월 기민당의 새 수장이 된 라셰트 대표 역시 미덥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메르켈은 2018년 12월 “네 번째 임기가 끝나는 2021년 9월 정계에서 은퇴하겠다”며 기민당 대표직을 내려놨다. 후임자였던 아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워 전 국방장관(59)은 한때 ‘포스트 메르켈’로 불렸고 2연속 여성 총리가 탄생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지난해 튀링겐주 지방선거 당시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과 손잡자 당 안팎에서 비판이 거셌다. 선거 승리를 위해 나치 추종자와 결탁한 사람은 지도자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결국 그는 대표직을 사퇴했고 총리직에도 도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후 기민당 수장에 오른 라셰트는 메르켈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17일 홍수의 주요 피해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에르프트슈타트를 방문한 자리에서 부적절한 행동으로 도마에 올랐다. 그는 독일 16개주 중 인구가 가장 많고 부유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의 현직 주지사이기도 하다. 라셰트는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이 희생자 애도 연설을 하는 동안 뒤편에 서서 옆 사람들과 농담을 주고받고 혀를 내밀고 웃음을 터뜨렸다. 이 장면이 전국에 생중계되자 제1야당 사회민주당은 즉각 “무례하고 소름 끼친다”고 비판했다. 영국 더타임스는 “라셰트의 잘못된 판단으로 그에 대한 불만이 확산됐다. 9월 총선에서 승리하려던 그의 계획 또한 차질을 빚고 있다”고 전했다. 기득권 백인 남성의 이미지가 강한 라셰트가 성(性)평등, 난민, 기후변화 등의 난제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지적도 나온다. 아날레나 베르보크 녹색당 대표(41)가 탄소중립 정책, 신선한 이미지 등을 앞세워 환경에 민감한 젊은 유권자를 집중 공략하는 것과 비교된다. 기민당이 홍수 피해를 어떻게 수습하느냐에 따라 9월 총선의 승자가 가려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 꼬인 독-미 관계 메르켈은 집권 중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조 바이든 등 4명의 미 대통령을 상대했다. 부시와 오바마는 재임 중은 물론 퇴임 후에도 수차례 메르켈에 대한 호감을 나타내고 그의 지도력을 호평했다. 하지만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동맹을 경시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관계는 최악이었다. “미국이 돌아왔다”며 다시 ‘동맹 복원’을 내세운 바이든 행정부는 겉으로는 독일을 최고 우방이라고 치켜세우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 지식재산권 유예 반대, 독일과 러시아의 가스관 협력사업 ‘노르트스트림2’ 등 독일의 주요 정책에 못마땅하다는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미국은 독일이 미국의 적성국인 러시아에 주요 에너지원을 의존하기 시작하면 미국과 독일의 관계도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2014년 자국 영토인 크림반도를 러시아에 강제로 뺏긴 후 러시아와 대립하고 있는 우크라이나도 노르트스트림2가 자국 가스관을 우회해 우크라이나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불만을 제기한다. 미 정치매체 더내셔널뉴스가 18일 “워싱턴과 베를린 사이에 틈이 생겼다”고 진단한 이유다. 미국은 독일의 대중(對中) 정책에도 못마땅하다는 심기를 표출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영국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중국의 신장위구르 인권탄압, 대만 압박 등을 질타하는 공동성명서 발표를 주도했다. 메르켈은 성명 발표 직후 “중국은 많은 문제에서 우리의 경쟁자지만 동시에 파트너이기도 하다”며 이번 성명을 무조건 ‘반중’으로 해석하면 안 된다는 뜻을 드러냈다. 미국 입장에서는 상당히 김이 빠지는 발언으로 비칠 수 있다. 미국의 다른 우방인 호주가 중국과의 투자협정까지 폐기하며 미국의 반중 노선에 동참하는 것과 달리, 독일이 애매한 태도를 취하는 이유는 중국이 독일의 최대 교역국이기 때문이다. 독일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중-독 교역 규모는 2129억 유로(약 288조5817억 원)로 미-독 교역(1715억 유로·약 232조4545억 원)보다 훨씬 많았다. 미 정치매체 더글로벌리스트의 슈테판괴츠 리히터 편집장은 “메르켈이 중국의 중요성만 반복적으로 언급한다. 특히 독일 자동차산업의 이익에만 몰두하는 것이 짜증 난다”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메르켈이 거듭 자국 기업의 코로나19 백신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한 미국 내 비판 여론 또한 상당하다. 15일 메르켈이 미 워싱턴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했을 때 미 시민단체들은 백악관 앞에서 ‘메르켈 반대 시위’를 열었다. 집권 민주당 의원들도 이 주장에 동조했다. 미 정치매체 아메리칸 프로스펙트는 “목사의 딸인 메르켈이 양심을 돌아봐야 한다. 미국 또한 메르켈 압박을 계속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모두 과거 메르켈이 미국 땅을 밟았을 때 찾아보기 어려웠던 광경이다.○ EU의 실질적 수장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메르켈이 21세기 국제사회에 중요한 이정표를 남긴 지도자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의 16년 집권의 공(公)을 제대로 기려야 하며, 그가 퇴임하면 독일은 물론 유럽연합(EU)과 국제사회 또한 그 정도의 영향력과 위상을 지닌 지도자를 만나기 어려울 것이란 평가도 꾸준히 나온다. 우선 메르켈은 ‘녹슨 전차’로 불리던 독일을 미국, 중국 등에 맞먹는 세계 최강대국으로 변화시켰다. 2005년 취임 당시 독일은 10%가 넘는 높은 실업률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사상 최대인 520만 명이 직장을 잃은 채 신음하고 있었다. 핵심 산업이던 자동차, 중공업 등도 일본 등 아시아 국가의 추격으로 경쟁력이 떨어졌고 경제성장률은 사실상 제로(0) 상태였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05년 2조8460억 달러(약 3271조 원)였던 독일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3조3780억 달러(약 3883조 원)로 늘었다. 미국 중국 일본에 이은 세계 4위다. 같은 기간 1인당 GDP도 3만4500달러(약 3966만 원)에서 4만6500달러(약 5345만 원)로 증가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의 종합주가지수(DAX)는 4,300에서 15,500으로 세 배 이상 뛰었다. 10.7%에 달하던 실업률 또한 3분의 1 수준인 3.3%로 떨어졌다. 부부 합계 출산율도 1.34명에서 1.57명으로 늘었다. 대외적으로도 그는 국제사회에서 주요 분쟁이 벌어질 때마다 ‘갈등 조정자’ 역할을 수행했다. EU 곳곳에서 갈등이 벌어질 때마다 이를 중재하며 유럽을 하나로 묶은 ‘EU의 정신적 지주’로 평가받는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2010년부터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 남유럽 재정위기가 발발했을 때 메르켈은 지원 대가로 강력한 긴축을 요구했다. 해당 국가가 거세게 반발했지만 끝까지 이를 관철시켜 유럽 전체의 경제회복 대책을 주도했다.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합병, 2015년 시리아 난민 유입 위기 당시 각종 대책을 마련하고 중재 회의를 주재한 사람도 메르켈이었다. EU 탄생 후 최대 위기로 꼽히는 2016년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 당시에도 그는 동조 탈퇴를 거론하는 일부 회원국을 설득했고 영국과의 이혼 협정, 즉 브렉시트 협상도 주도했다. 이런 그가 ‘EU의 실질적 수장’ ‘유럽 합중국 대통령’이라는 것에 이견을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다. 주요 외신이 그를 19세기 독일의 통일을 이끈 오토 폰 비스마르크 총리, ‘철의 여인’이라 불리는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에 빗대 ‘새로운 비스마르크’, ‘게르만 철의 여인’ 등으로 부르는 이유다. 14일 미 CNN은 “메르켈이 퇴임하면 미국은 앞으로 유럽 문제를 누구와 논의해야 할지 고민에 빠질 것”이라고 전했다. 16일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메르켈의 부재(不在)로 EU 또한 폭풍우 속에 표류하는 위험한 시기로 접어들었다”고 평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2005년 11월 첫 집권 후 4선(選)에 성공해 지난 16년간 ‘전 세계의 지도자’, ‘각국 정상이 존경하는 정상’으로 불렸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67)가 9월 정계 은퇴를 앞두고 잇단 악재에 직면했다. 국내에서는 이달 중순 서유럽 전역을 강타한 유례없는 홍수로 독일에서만 최소 197명이 숨지자 치수(治水)와 재해 대응에 실패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나라 밖에서는 그가 독일 생명공학기업 바이오앤테크와 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공동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지식재산권 유예에 반대하고 있다며 “자국 이기주의를 탈피하라”는 압박이 들어온다. 이 와중에 메르켈의 뒤를 이어야 할 집권 기독민주당의 아르민 라셰트 대표(60)는 홍수 피해 현장에서의 부적절한 처신, 메르켈에 비해 빈약한 존재감과 인지도로 고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9월 독일 총선에서 기민당의 승리가 불투명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1989년 정계 입문 후 32년 정치 역정의 마지막에서 위기를 맞은 메르켈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홍수에 떠내려간 ‘무티 리더십’14일(현지 시간)부터 시작된 서유럽의 유례없는 폭우로 독일에서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하자 언론은 메르켈 정권이 재난 대책을 수립하는 데 안이했다며 질타하고 있다. 기상학자들이 이번 폭우가 대홍수로 번질 가능성을 경고했지만 연방정부가 대피 명령을 일찍 내리지 않는 등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人災)’란 비판이다. 독일과 국경을 맞댄 네덜란드에서는 철저한 사전 준비로 단 한 명의 사망자가 없었던 것과도 대조적이다. 시사지 슈피겔은 21일 “연방기상청과 지방정부 간 심각한 소통 문제가 있었다”며 국민들이 제때 경고를 받지 못해 피해가 커졌다고 지적했다. 메르켈은 18일 피해가 컸던 남서부 라인란트팔츠주 슐트를 찾았지만 이곳에서 한 발언 또한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메르켈은 거듭 “홍수는 기후변화 때문이며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대대적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강조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가족과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잃은 수재민 앞에서는 위로, 상세한 재건 계획, 재발 방지 대책 등을 내놓는 것이 먼저라는 지적이다.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로 평소 ‘무티(Mutti·엄마) 리더십’으로 불릴 만큼 남다른 포용력과 공감능력을 자랑해온 그의 장점이 이번 위기에서 발휘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간지 디벨트는 “후진국 수준의 재난 대응 체계가 드러났는데도 기후변화 타령만 한다”고 꼬집었다. 공영방송 DW는 “정부가 스마트폰을 통한 모바일 경보 체제를 구축했어야 했다”고 가세했다. 하지만 메르켈은 수해 현장에서 “휴대전화가 고장 나면 경보를 받지 못할 것이고 모바일 경보를 항상 신뢰할 순 없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 차기 구도 불확실1월 기민당의 새 수장이 된 라셰트 대표 역시 미덥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메르켈은 2018년 12월 “네 번째 임기가 끝나는 2021년 9월 정계에서 은퇴하겠다”며 기민당 대표직을 내려놨다. 후임자였던 아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워 전 국방장관(59)은 한때 ‘포스트 메르켈’로 불렸고 2연속 여성 총리가 탄생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지난해 튀링겐주 지방선거 당시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과 손잡자 당 안팎에서 비판이 거셌다. 선거 승리를 위해 나치 추종자와 결탁한 사람은 지도자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결국 그는 대표직을 사퇴했고 총리직에도 도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후 기민당 수장에 오른 라셰트는 메르켈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17일 홍수의 주요 피해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에르프트슈타트를 방문한 자리에서 부적절한 행동으로 도마에 올랐다. 그는 독일 16개주 중 인구가 가장 많고 부유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의 현직 주지사이기도 하다. 라셰트는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이 희생자 애도 연설을 하는 동안 뒤편에 서서 옆 사람들과 농담을 주고받고 혀를 내밀고 웃음을 터뜨렸다. 이 장면이 전국에 생중계되자 제1야당 사회민주당은 즉각 “무례하고 소름 끼친다”고 비판했다. 영국 더타임스는 “라셰트의 잘못된 판단으로 그에 대한 불만이 확산됐다. 9월 총선에서 승리하려던 그의 계획 또한 차질을 빚고 있다”고 전했다. 기득권 백인 남성의 이미지가 강한 라셰트가 성(性)평등, 난민, 기후변화 등의 난제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지적도 나온다. 아날레나 베르보크 녹색당 대표(41)가 탄소중립 정책, 신선한 이미지 등을 앞세워 환경에 민감한 젊은 유권자를 집중 공략하는 것과 비교된다. 기민당이 홍수 피해를 어떻게 수습하느냐에 따라 9월 총선의 승자가 가려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 꼬인 독-미 관계메르켈은 집권 중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조 바이든 등 4명의 미 대통령을 상대했다. 부시와 오바마는 재임 중은 물론 퇴임 후에도 수차례 메르켈에 대한 호감을 나타내고 그의 지도력을 호평했다. 하지만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동맹을 경시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관계는 최악이었다. “미국이 돌아왔다”며 다시 ‘동맹 복원’을 내세운 바이든 행정부는 겉으로는 독일을 최고 우방이라고 치켜세우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 지식재산권 유예 반대, 독일과 러시아의 가스관 협력사업 ‘노르트스트림2’ 등 독일의 주요 정책에 못마땅하다는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미국은 독일이 미국의 적성국인 러시아에 주요 에너지원을 의존하기 시작하면 미국과 독일의 관계도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2014년 자국 영토인 크림반도를 러시아에 강제로 뺏긴 후 러시아와 대립하고 있는 우크라이나도 노르트스트림2가 자국 가스관을 우회해 우크라이나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불만을 제기한다. 미 정치매체 더내셔널뉴스가 18일 “워싱턴과 베를린 사이에 틈이 생겼다”고 진단한 이유다. 미국은 독일의 대중(對中) 정책에도 못마땅하다는 심기를 표출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영국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중국의 신장위구르 인권탄압, 대만 압박 등을 질타하는 공동성명서 발표를 주도했다. 메르켈은 성명 발표 직후 “중국은 많은 문제에서 우리의 경쟁자지만 동시에 파트너이기도 하다”며 이번 성명을 무조건 ‘반중’으로 해석하면 안 된다는 뜻을 드러냈다. 미국 입장에서는 상당히 김이 빠지는 발언으로 비칠 수 있다. 미국의 다른 우방인 호주가 중국과의 투자협정까지 폐기하며 미국의 반중 노선에 동참하는 것과 달리, 독일이 애매한 태도를 취하는 이유는 중국이 독일의 최대 교역국이기 때문이다. 독일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중-독 교역 규모는 2129억 유로(약 288조5817억 원)로 미-독 교역(1715억 유로·약 232조4545억 원)보다 훨씬 많았다. 미 정치매체 더글로벌리스트의 슈테판괴츠 리히터 편집장은 “메르켈이 중국의 중요성만 반복적으로 언급한다. 특히 독일 자동차산업의 이익에만 몰두하는 것이 짜증 난다”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메르켈이 거듭 자국 기업의 코로나19 백신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한 미국 내 비판 여론 또한 상당하다. 15일 메르켈이 미 워싱턴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했을 때 미 시민단체들은 백악관 앞에서 ‘메르켈 반대 시위’를 열었다. 집권 민주당 의원들도 이 주장에 동조했다. 미 정치매체 아메리칸 프로스펙트는 “목사의 딸인 메르켈이 양심을 돌아봐야 한다. 미국 또한 메르켈 압박을 계속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모두 과거 메르켈이 미국 땅을 밟았을 때 찾아보기 어려웠던 광경이다.● EU의 실질적 수장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메르켈이 21세기 국제사회에 중요한 이정표를 남긴 지도자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의 16년 집권의 공(公)을 제대로 기려야 하며, 그가 퇴임하면 독일은 물론 유럽연합(EU)과 국제사회 또한 그 정도의 영향력과 위상을 지닌 지도자를 만나기 어려울 것이란 평가도 꾸준히 나온다. 우선 메르켈은 ‘녹슨 전차’로 불리던 독일을 미국, 중국 등에 맞먹는 세계 최강대국으로 변화시켰다. 2005년 취임 당시 독일은 10%가 넘는 높은 실업률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사상 최대인 520만 명이 직장을 잃은 채 신음하고 있었다. 핵심 산업이던 자동차, 중공업 등도 일본 등 아시아 국가의 추격으로 경쟁력이 떨어졌고 경제성장률은 사실상 제로(0) 상태였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05년 2조8460억 달러(약 3271조 원)였던 독일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3조3780억 달러(약 3883조 원)로 늘었다. 미국 중국 일본에 이은 세계 4위다. 같은 기간 1인당 GDP도 3만4500달러(약 3966만 원)에서 4만6500달러(약 5345만 원)로 증가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의 종합주가지수(DAX)는 4,300에서 15,500으로 세 배 이상 뛰었다. 10.7%에 달하던 실업률 또한 3분의 1 수준인 3.3%로 떨어졌다. 부부 합계 출산율도 1.34명에서 1.57명으로 늘었다. 대외적으로도 그는 국제사회에서 주요 분쟁이 벌어질 때마다 ‘갈등 조정자’ 역할을 수행했다. EU 곳곳에서 갈등이 벌어질 때마다 이를 중재하며 유럽을 하나로 묶은 ‘EU의 정신적 지주’로 평가받는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2010년부터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 남유럽 재정위기가 발발했을 때 메르켈은 지원 대가로 강력한 긴축을 요구했다. 해당 국가가 거세게 반발했지만 끝까지 이를 관철시켜 유럽 전체의 경제회복 대책을 주도했다.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합병, 2015년 시리아 난민 유입 위기 당시 각종 대책을 마련하고 중재 회의를 주재한 사람도 메르켈이었다. EU 탄생 후 최대 위기로 꼽히는 2016년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 당시에도 그는 동조 탈퇴를 거론하는 일부 회원국을 설득했고 영국과의 이혼 협정, 즉 브렉시트 협상도 주도했다. 이런 그가 ‘EU의 실질적 수장’ ‘유럽 합중국 대통령’이라는 것에 이견을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다. 주요 외신이 그를 19세기 독일의 통일을 이끈 오토 폰 비스마르크 총리, ‘철의 여인’이라 불리는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에 빗대 ‘새로운 비스마르크’, ‘게르만 철의 여인’ 등으로 부르는 이유다. 14일 미 CNN은 “메르켈이 퇴임하면 미국은 앞으로 유럽 문제를 누구와 논의해야 할지 고민에 빠질 것”이라고 전했다. 16일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메르켈의 부재(不在)로 EU 또한 폭풍우 속에 표류하는 위험한 시기로 접어들었다”고 평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콜롬비아 라디오 방송 진행자들이 방탄소년단(BTS)에 ‘중국인’ ‘돈으로 성공을 샀다’ 등의 막말을 한 후 논란이 일자 욱일기 모양의 티셔츠를 입고 조롱하는 듯한 엉터리 사과를 해 더 큰 비판에 직면했다. 18일(현지 시간) 엘티엠포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9일 유명 라디오 프로그램 ‘엘마냐네로’의 진행자 4명 중 1명인 알레한드로 비야로보스(53)는 BTS의 신곡 ‘퍼미션 투 댄스’를 신청곡으로 들려준 후 BTS를 ‘이 중국인들(esos chinos)’이라고 칭했다. 비야로보스는 “이게 다 돈 때문이다. BTS는 (돈으로) 차트 상위권에 올랐고 그래미 시상식에도 갔다”며 “이 신청도 한국 대사관이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방송 직후부터 BTS 팬들의 항의가 쏟아지자 엘마냐네로는 13일 마지못해 사과 방송을 진행했지만 엉터리 사과로 팬들의 공분을 키웠다. 이날 방송에는 진행자 네 명 중 두 명만이 등장했다. 막말의 주범인 비야로보스는 없었다. 한 사람은 욱일기 모양의 티셔츠(사진)를 입었고 그의 동료는 일본 애니메이션 ‘드래곤볼’의 손오공 캐릭터를 상징하는 노란색 가발을 썼다. 둘은 “K팝의 공식 언어로 사과하겠다”며 애국가를 틀었지만 ‘셀카’를 찍는 등 시종일관 장난스러운 태도로 일관했다. 현지 소셜미디어에는 해당 방송과 진행자에게 진정한 사과를 요구하는 글이 넘쳐나고 있다. 일부 콜롬비아인은 트위터 등에서 한국어로 대신 사과 메시지를 올렸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중남미 콜롬비아 라디오방송 진행자들이 방탄소년단(BTS)에 ‘중국인’ ‘돈으로 성공을 샀다’는 등의 막말을 한 후 논란이 일자 욱일기 모양의 티셔츠를 입고 조롱하는 듯한 엉터리 사과를 해 더 큰 비판에 직면했다. 18일(현지 시간) 엘티엠포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9일 유명 라디오 프로그램 ‘엘마냐네로’의 진행자 4명 중 1명인 알레한드로 비야로보스(53)는 BTS의 신곡 ‘퍼미션 투 댄스’를 신청곡으로 들려준 후 BTS를 ‘이 중국인들(esos chinos)’이라고 칭했다. 비야로보스는 “이게 다 돈 때문이다. BTS는 (돈으로) 차트 상위권에 올랐고 그래미 시상식에도 갔다”며 “이 신청도 한국 대사관이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방송 직후부터 BTS 팬들의 항의가 쏟아지자 엘마냐네로는 13일 마지못해 사과 방송을 진행했지만 엉터리 사과로 팬들의 공분을 키웠다. 이날 방송에는 진행자 네 명 중 두 명만이 등장했다. 막말의 주범인 비야로보스는 없었다. 한 사람은 욱일기 모양의 티셔츠를 입었고 그의 동료는 일본 애니메이션 ‘드래곤볼’ 의 손오공 캐릭터를 상징하는 노란색 가발을 썼다. 둘은 “K팝의 공식 언어로 사과하겠다”며 애국가를 틀었지만 ‘셀카’를 찍는 등 시종일관 장난스런 태도로 일관했다. 심지어 번역기에 돌린 듯한 기계음의 한국어로 중남미 음식 엠파나다 등을 소개하는 진정한 사과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문장만 읽고 끝냈다. 현지 소셜미디어에는 해당 방송과 진행자에게 진정한 사과를 요구하는 글이 넘쳐나고 있다. 일부 콜롬비아인들은 트위터 등에서 한국어로 대신 사과 메시지를 올렸다.김수현기자 newsoo@donga.com}

미국, 캐나다 등에서 전례 없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독일, 영국 등 유럽 각국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에서는 물폭탄에 가까운 홍수가 잇따른다. 미 정치매체 더힐에 따르면 일부 기후 전문가들은 “극심한 폭염, 이로 인한 가뭄과 산불 등이 돌고 도는 ‘죽음의 악순환(death cycle)’에 갇혔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이상기후를 ‘끝나지 않는 전염병 대유행(팬데믹)’에 비유한다. 좀처럼 종식될 기미가 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처럼 계속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 유럽·아시아는 물폭탄 vs 북미는 열폭탄 유럽과 아시아 일부 지역은 최악의 홍수에 직면했다. 100년 만에 서유럽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최소 126명이 사망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와 라인란트팔츠주에서 각각 43, 60명이 목숨을 잃었고 벨기에에서도 최소 23명이 숨졌다. 확인된 사망자 외에 실종자도 수백 명에 달해 피해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영국 런던에서도 하루에 과거 한 달 치 비가 쏟아지며 도시 곳곳이 물에 잠겼다. 중국 후베이성에서는 최근 한 달 홍수 때문에 17명이 사망 또는 실종됐다. 수도 베이징에는 휴교령이 내려졌다.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광둥성 남동부에도 앞으로 예년보다 25% 더 많은 비가 쏟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3일 일본 시즈오카현에서도 폭우 뒤 대규모 산사태가 일어나 22명이 죽거나 실종됐다. 올여름 미국에서는 기록적 폭염과 사상 최악의 가뭄이 나타나고 있다. 11일 미 서부 캘리포니아주와 네바다주에 걸쳐 있는 데스밸리 국립공원에서는 기온이 섭씨 56도까지 올라갔다.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도 최고기온이 48도를 기록했다. 현재 캘리포니아의 3분의 1이 심한 가뭄을 겪고 있다. 미 국립기상청은 “드물고 위험하며 치명적인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폭염이 장기간 이어지는 ‘열파(heat wave)’ 현상도 두드러졌다. 기후과학자 크리스티나 달은 “정체된 열파를 다른 곳으로 배출하지 못하면 미 전역으로 폭염이 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지난달 미 서부 네바다주와 애리조나주 사이에 있는 인공호수 미드는 1930년 준설 이후 최저 수위를 기록했다. 현재 미드호에는 최대 담수량의 36%의 물만 있어 사실상 호수가 말라버린 상태다. 원래 강수량이 넉넉한 지역이었던 캘리포니아 북부도 사정이 비슷하다. 이 지역에서 두 번째로 큰 저수지 오로빌호는 2년 전보다 수위가 50m 낮아졌다. 지난달 27일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작은 마을 리턴에서는 기온이 섭씨 45도까지 올라갔다. 이후 마을에 산불이 났고 불과 며칠 만인 이달 초 마을의 90%가 불탔다. 현지 기후학자들은 ‘열사의 땅’으로 유명한 중동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보다 캐나다 서부가 더 뜨겁다고 우려했다. ○ 생태계 변화 뚜렷…전염병·식량위기 등 고조 기후변화는 생태계를 바꾸고 있다. 지난달 프랑스 알프스 고원에서는 흰 눈이 아닌 ‘빙하의 피’로 불리는 붉은색 눈이 관찰됐다. 그르노블알프스대 연구팀에 따르면 이는 붉은색을 띠는 미세조류 때문으로 밝혀졌다. 원래 물에서 사는 이 조류가 해발 1250∼2940m의 고지대 눈밭에서 증식하는 이유 또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영국 리즈대 연구팀은 이 미세조류가 햇빛을 흡수해 알프스 등 고지대의 눈을 녹이고 장기적으로 기후변화를 유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온난화가 전염병 위기를 부를 것이란 경고도 나온다. 최근 국제학술지 ‘랜싯 플래니터리 헬스’에 따르면 현재 속도로 탄소가 배출되고 지구가 뜨거워지면 열대 풍토병인 말라리아와 뎅기열 또한 더 빨리 퍼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2080년까지 약 84억 명이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살을 파먹는 육식 기생충’으로 불리는 리슈만편모충의 서식 지역 또한 기후변화로 점점 확대되고 있다. 미 공영라디오 NPR는 리슈만편모충이 원래 브라질, 멕시코 등 중남미에서 번식했지만 최근 미 텍사스 등에서 발견됐고, 2080년 캐나다 남부까지 번식할 것이라고 전했다. 식량 안보도 위협받고 있다. 미 캘리포니아에서는 전 세계 아몬드의 80%가량이 생산되는데 올해 가뭄으로 생산량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일부 지역 농가는 물 부족으로 키우던 아몬드를 직접 뽑아내며 올해 농사를 포기했다. 인근 유타에서도 가뭄으로 방목 농장에 풀이 자라지 않자 목장주들이 가축을 내다 팔고 있다. 이는 쇠고기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 커피, 초콜릿 등도 가뭄 때문에 생산량이 줄었다. 이로 인해 커피와 초콜릿 소비가 많은 유럽 각국에서는 수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회 약자 집중 피해…전쟁 유발 가능성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각국 저소득층과 사회적 약자에게 집중된다는 점도 문제다. 비영리단체 ‘우려하는 과학자의 모임’ 소속 호세 파블로 오르티스 파르티다 박사는 “폭염이 발생하면 식수 공급이 타격을 받고, 그 와중에 가뭄과 산불이 일어나면 대기 질이 악화된다. 이는 취약하고 불우한 지역의 사람들에게 주로 영향을 미친다”고 진단했다. 기후변화가 전쟁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일본은 13일 2021년 방위백서에서 기후를 안보 의제로 처음 언급하며 “기후변화가 국가 간 토지, 자원, 사회정치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군사작전 등 관련 조직의 재편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후변화의 후폭풍이 더 커질 것이란 경고도 나온다. 미 매사추세츠공대(MIT)는 현 수준의 폭염이 계속되면 중국에서 많은 인구가 살고 농업적으로도 중요한 화베이 평원 일대가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역으로 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매거진에도 “세계가 비정상적인 우기(雨期)를 끝내고 향후 몇 년, 혹은 몇 세기간 지속될 수 있는 비정상적인 건기(乾期)를 향해 가고 있다”는 연구가 등장했다. 패권 경쟁을 벌이는 주요국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함께 해결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4일 모스크바를 방문 중인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에게 “양국이 기후변화 대응에서 공통의 이해관계를 갖고 비슷한 접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케리 특사는 1월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후 러시아를 방문한 미 최고위 인사다. 올해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보고서 또한 “전 세계가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에 도달하겠다는 파리협정 목표가 비참하게 궤도를 이탈하고 있다”며 각국의 공동 대책을 주문했다.툭하면 이상기후… 불안한 한반도 2018년 살인적 폭염… 2020년 역대 최장 장마… 올해 39년만에 7월 장마전 세계가 이상 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다. 북미 서해안은 연일 기록적인 폭염을 기록 중이다. 중국 쓰촨(四川)성에서는 9일부터 내린 비로 80만 명 넘는 이재민이 나왔다. 올여름 한반도에서도 비슷한 이상 기후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을까. 기상청 정례브리핑에서 기상 현상의 원인을 분석하고 향후 날씨를 전망하는 우진규 예보분석관은 “몇 년 사이 한반도에서도 집중호우와 폭염의 강도가 더 강해지고, 예전에 없던 기상 현상이 자주 나타나고 있다”며 “우리도 이상 기후의 ‘안전지대’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게 장마다. 지난해는 역대 최장 장마가 이어졌지만 올해는 39년 만에 7월이 되어서야 장마가 시작됐다. 또 정체전선(장마전선)은 통상 남부지방에서 시작해 북상하는데, 올해는 이례적인 전국 동시 장마가 시작됐다. 우 예보분석관은 “올해는 장맛비를 내리는 정체전선 주변에 비구름이 모여들어 비가 오는 지역이 확대됐다”며 “이런 강우 형태는 예전에 거의 없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또 “장마가 끝나도 집중호우와 태풍이 이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는 장마를 따로 구분하기보다 여름 자체를 ‘우기(雨期)’로 봐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한반도 날씨는 전 세계 이상 기후 현상과 관련이 있다. 지난달 한반도 상공에 찬 공기가 머물며 소나기가 자주 내렸다. 이 때문에 장마전선의 북상이 지연됐다. 그 원인은 태평양 너머 북미 지역 폭염에서 찾을 수 있다. 우 예보분석관은 “한반도가 위치한 중위도 지역에는 편서풍이 분다”며 “대기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흘러가야 하는데, 바다 건너 미국에 뜨거운 고기압이 자리 잡고 움직이지 않으니 한반도 위의 찬 공기도 흘러가지 않고 머물렀다”고 설명했다. 올해 장마전선은 일본과 중국에서는 5월부터 세찬 비를 뿌렸지만, 한반도에는 7월이 되어서야 올라왔다. 최근 폭염이 시작되면서 올해 더위가 ‘사상 최악’으로 일컬어지는 2018년 폭염을 넘어설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폭우도 올여름 한반도를 위협하는 기상 요소다. 3일 시작한 장맛비는 시간당 최대 70mm 이상, 하루 300mm 이상의 많은 비를 뿌렸다. 폭염이 이어진 15일에도 돌풍을 동반한 집중호우가 전국 곳곳에서 내렸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해리 영국 왕손(37)의 부인 메건 마클 왕손빈(40)이 미국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 넷플릭스와 손잡고 12세 소녀 ‘펄(Pearl)’의 모험을 다룬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선보인다고 로이터통신이 1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제작자 겸 책임 프로듀서인 마클 왕손빈은 “펄은 일상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아를 발견하기 위해 나아가는 인물”이라며 이를 통해 역사 속에 다양하게 존재하는 위대한 여성들을 기리겠다는 제작 취지를 설명했다. ‘펄’ 시리즈는 왕손 부부가 설립한 아치웰 프로덕션이 넷플릭스에서 선보이는 두 번째 작품이다. 앞서 4월 아치웰은 해리 왕손이 상이군인을 위해 마련한 스포츠행사 ‘인빅터스 게임’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제작한다고 발표했다. 왕손빈은 지난달 남편과 아들 아치(2)로부터 영감을 얻어 쓴 동화책 ‘더 벤치’도 출간했다. ‘펄’ 시리즈에는 영국 유명 가수 엘튼 존의 동성 남편으로 영화 ‘로켓맨’ 등을 제작한 데이비드 퍼니시(59)도 공동 제작자로 참여한다. 존은 왕손 부부의 결혼식 피로연에서 공연할 만큼 왕손 부부와 가깝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 시간)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공중보건 전문가인 아툴 가완디(56·사진)를 국제개발처(USAID) 부처장으로 지명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지명이 상원 인준을 통과하면 가완디가 해외원조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국제 보건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USAID를 이끌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가완디는 USAID에서 코로나19 같은 전염병 대처 업무 외에 아동과 산모 사망 예방, 후천면역결핍증(AIDS·에이즈) 유행 통제 등의 업무를 맡을 것이라고 백악관은 설명했다. 하버드대 의대 외과 교수인 가완디는 저서 ‘어떻게 죽을 것인가(Being Mortal: Medicine and What Matters in the End)’의 저자로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다. 죽음을 늦추는 연명치료보다는 의미 있는 삶에 집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이 책은 2014년 뉴욕타임스의 ‘가장 주목할 만한 책’에 선정되기도 했다. 가완디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세계 보건 개발을 이끌 수 있는 자리에 지명된 것은 정말 영광이다. 코로나19의 위기를 끝내고 세계 전반의 공중보건 시스템을 다시 일으키는 데 도움을 줄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밝혔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