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

김민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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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국제부 기자입니다. 예술가의 이야기를 따로 모아 뉴스레터 '영감 한 스푼'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kimmin@donga.com

취재분야

2025-11-05~2025-12-05
미술55%
인사일반13%
문학/출판10%
연극10%
음악3%
역사3%
칼럼3%
문화 일반3%
  • “‘와글거림’ 지워냈다”…배윤환, 기존 스타일 벗어난 그림 공개

    11년 전 배윤환 작가(42)는 서울 종로구 인사미술공간에서 연 개인전에서 폭 50m 캔버스를 꽉 채운 그림의 ‘일부’를 공개한 적이 있다. 전시장이 50m 그림을 펼치기에 턱없이 작았던 탓이다. 전시장에서 관객은 절반인 25m만 볼 수 있고 나머지 절반은 말려 있는 상태였다. 이 무렵부터 배윤환은 거대한 스케일에 수많은 이야기가 ‘와글거리는’ 그림으로 기억되곤 했다.그런 그가 서울 강서구 스페이스K 서울에서 14일 개막한 개인전 ‘딥 다이버(Deep Diver)’에서 새로운 스타일의 그림을 공개했다. 12일 미술관에서 만난 배 작가는 “4, 5년 전부터 ‘와글거림’을 지워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엄두를 못 내다 이제서야 된 것 같다”고 말했다.“그런 그림을 한창 그릴 땐 단서를 숨겨 놓는 재미도 있었고, 새벽까지 몰두해서 그리면 그림 속 세상에 내가 살고 있는 느낌이 들 때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걸 못 벗어나면 내 그림자에 영원히 끌려다닐 것 같았습니다.”기존의 스타일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의 결과는 회화 ‘서커스’, ‘선크림’, ‘사이렌’, ‘두 번 내려쳐’ 연작으로 나왔다. ‘서커스’ 연작에선 인물이 달리거나 점프하는 듯한 모습을 통해 ‘역동성’을, ‘선크림’에선 얼굴에 크림을 바르는 행위를 담아 ‘촉감’을 내세웠다. ‘사이렌’은 시끄러운 확성기에서 들리는 ‘청각’이 중심이다. 줄줄이 이어지는 이야기 대신 한 순간의 강렬한 느낌을 포착했다. 전시장 가장 안쪽에는 좌우로 격하게 흔들리는 배를 묘사한 작품 ‘요람’과 함께 대형 벽화가 있다. 선과 도형, 문자로 벽을 채운 것도 이전의 그림과 다른 점이다.이번 전시 작품 대부분은 흑백 톤으로 색을 제한했다. 어두운 그림은 평범한 관객이나 컬렉터가 받아들이기에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면에서 과감한 선택이다. 이장욱 스페이스K 수석큐레이터는 “배 작가가 초기 검은 색조의 힘 있는 그림으로 주목을 받았는데, 색채를 쓰면서 미술시장에서도 반응을 얻었다”며 “미술관에서는 전업 작가로 생존한 작가의 예술적 역량을 다시금 보여주는 기회를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전시의 제목 ‘딥 다이버’는 마음 속의 깊은 심연으로 들어가 꺼내지 못한 것들을 풀어 놓는다는 의미를 담았다. 배 작가는 “목구멍에 걸려 있던 이야기를 가만히 맴돌며 관찰한다는 이미지를 상상하며 붙인 제목”이라고 했다.배 작가가 과거 스타일로 그린 작품도 볼 수 있다. 폭이 10m인 작품 ‘우린 잘 지내고 있어’는 동굴 속 광부들이 무언가를 긁고 파내고 부수는 과정을 복잡한 구성으로 담았다. 광부들은 끊임없이 움직이면서도 손에 트럼프 카드를 쥐고 있는데, ‘각자의 패를 쥐고 분투하는 사람들’이라고 작가는 표현했다. 그 옆 ‘두 번 내려쳐’ 연작은 무언가에 얻어맞은 듯한 광부들의 얼굴에서 금(金)이 나오는 모습을 묘사했다. 과거의 자신을 부숴야만 새로운 것을 얻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배 작가는 “유료 전시에서 작품을 보이는 건 처음”이라며 “입장료가 아깝지 않은 전시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11월 9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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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조선 어린이의 눈으로 본 일제강점기

    1937년 중일전쟁이 발발하고, 이듬해 조선에도 총동원령이 내려졌다. 일제는 “내선일체(內鮮一体·일본과 조선은 하나다)”를 외치며 ‘제3차 교육령’을 통해 일본어 교육을 더욱 강하게 밀어붙였다. 이 교육령을 계기로 조선에 사는 일본인과 조선인 소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한 글짓기 경연대회가 열렸다. 당시 글짓기 대회는 1938년부터 1944년까지 총 7회에 걸쳐 열렸다. 조선총독부 기관지였던 경성일보사의 일본어 어린이 신문 ‘경일소학생신문’이 주최했다. 조선총독부와 경성제국대, 경성일보 관계자들이 심사를 거쳐 우수작을 선정했다. 1, 2회 수상작은 ‘총독상 모범 문집’이라는 단행본으로 출판되기도 했다. 이때 어린이들이 쓴 글 중 일부를 모아 엮은 책이다. 저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영화와 연기를 배우기 위해 일본으로 갔다가 한일 관계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배우로 활동했던 그는 여배우의 역사를 연구하면서 1940년 개봉해 큰 반향을 일으킨 영화 ‘수업료’를 알게 된다. 이 영화의 원작이 제1회 조선총독상 글짓기 경연대회 수상작이다. 광주 북정공립심상소학교에 다니던 4학년 우수영 어린이가 쓴 글이었다. 이 ‘수업료’를 시작으로 책은 어린이들의 글을 소개하면서, 아이들 눈에 비친 군국주의와 제국 식민지 사회의 모습을 조명한다. 글 중엔 할머니와 둘이 사는 아이가 수업료를 부탁하러 먼 친척에게 가기 위해 아침부터 해가 질 때까지 걷는 얘기도 등장한다. 고양이를 기르고, 살림에 보탬이 될 돼지를 키우며, 방 정리를 안 했다가 혼나는 일상도 담겨 있다. 책은 이런 가운데서도 어떤 글이 수상작으로 선정됐으며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를 살핀다. 당시 초등교육 체계와 사회상에 대한 해설을 덧붙여 어린이들의 글에조차 전쟁과 제국주의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 있음을 보여준다. 해설을 따라 아이들 글의 행간을 읽다 보면 ‘어린이에게 어른이 만든 왜곡된 도덕적 기준, 사회적 약속을 강요하는 것은 인류 전체의 손실이자 악덕에 가까운 일’이라는 메시지가 강렬하게 느껴진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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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선일체’ 강요하던 때…조선 어린이들이 본 제국의 모습은?

    1937년 중일전쟁이 발발하고, 이듬해 조선에도 총동원령이 내려졌다. 일제는 “내선일체(內鮮一体·일본과 조선은 하나다)”를 외치며 ‘제3차 교육령’을 통해 일본어 교육을 더욱 강하게 밀어붙였다. 이 교육령을 계기로 조선에 사는 일본인과 조선인 소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한 글짓기 경연대회가 열렸다.당시 글짓기 대회는 1938년부터 1944년까지 총 7회에 걸쳐 열렸다. 조선총독부 기관지였던 경성일보사의 일본어 어린이 신문 ‘경일소학생신문’이 주최했다. 조선총독부와 경성제국대학, 경성일보 관계자들이 심사를 거쳐 우수작을 선정했다. 1∙2회 수상작은 ‘총독상 모범 문집’이라는 단행본으로 출판되기도 했다. 이때 어린이들이 쓴 글 중 일부를 모아 엮은 책이다.저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영화와 연기를 배우기 위해 일본으로 갔다가 한일 관계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배우로 활동했던 그는 여배우의 역사를 연구하면서 1940년 개봉해 큰 반향을 일으킨 영화 ‘수업료’를 알게 된다. 이 영화의 원작이 제1회 조선총독상 글짓기 경연대회 수상작이다. 전남 광주 북정공립심상소학교에 다니던 4학년 우수영 어린이가 쓴 글이었다.이 ‘수업료’를 시작으로 책은 어린이들의 글을 소개하면서, 아이들 눈에 비친 군국주의와 제국 식민지 사회의 모습을 조명한다. 글 중엔 할머니와 둘이 사는 아이가 수업료를 부탁하러 먼 친척에게 가기 위해 아침부터 해가 질 때까지 걷는 얘기도 등장한다. 고양이를 기르고, 살림에 보탬이 될 돼지를 키우며, 방 정리를 안 했다가 혼나는 일상도 담겨 있다.책은 이런 가운데서도 어떤 글이 수상작으로 선정되며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를 살핀다. 당시 초등교육 체계와 사회상에 대한 해설을 덧붙여 어린이들의 글에조차 전쟁과 제국주의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음을 보여준다. 해설을 따라 아이들 글의 행간을 읽다 보면 ‘어린이에게 어른이 만든 왜곡된 도덕적 기준, 사회적 약속을 강요하는 것은 인류 전체의 손실이자 악덕에 가까운 일’이라는 메시지가 강렬하게 느껴진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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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통 채색 기법으로 표현한 일상 속 모습들

    이진주 작가의 개인전 ‘불연속연속’이 13일 서울 종로구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에서 개막했다. 동양화를 전공한 이 작가는 일상 속 모습을 전통 채색 기법으로 표현한다. 이번 전시에선 ‘셰이프트 캔버스(Shaped Canvas)’ 연작, ‘블랙 페인팅(Black Painting)’ 연작 등 근작 54점을 선보인다. 셰이프트 캔버스 연작은 네모반듯한 모양의 캔버스를 벗어나 그림이 없는 여백 부분을 잘라낸 비정형의 캔버스 그림이다. 1층 전시장에 설치된 ‘슬픔과 돌’은 이번 전시 대표작이자 셰이프트 캔버스 연작 중 가장 큰 작품. 여섯 개 흰색 장막이 사선 방향으로 줄지어 놓인 가운데 바위와 인물, 식물, 사물이 그림 속에 뒤엉켜 있다. 이 밖에 섬세한 필치로 묘사한 얼굴, 손이 공중에 떠 있는 전시장 속 작품들이 시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10월 9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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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흑인 소녀가 입은 ‘성스러운 푸른색’

    양 갈래 머리를 한 흑인 소녀가 푸른색 티셔츠를 입고 오렌지를 들고 있다. 소녀의 셔츠는 물론 얼굴에도 조금씩 묻어 있는 푸른색은 보색 대비로 인해 오렌지의 노란빛과 소녀의 갈색빛 피부를 더 반짝이게 만든다. 그뿐만이 아니다. 푸른색은 역사적으로 종교화에서 성인이나 중요한 인물을 그릴 때 썼던 물감이다. 이 색을 평범한 흑인 소녀에게 입혔다는 점도 특별하다. 이 작품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 아트 갤러리가 사상 처음으로 소장한 흑인 작가 제라드 세코토(1913∼1993)가 그린 ‘오렌지를 든 소녀’다. 서울 세종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모네에서 앤디 워홀까지’전은 요하네스버그 아트 갤러리(JAG)의 소장품을 소개하는 전시. JAG 미술관은 영국계 귀족인 플로렌스 필립스(1863∼1940)가 수집한 작품을 토대로 지어졌다. 이 컬렉션은 인상파 등 유럽 미술계 작품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었는데, 1940년 미술관은 처음으로 흑인 작가의 작품을 소장한다. 바로 세코토가 그린 ‘노란 집들’이었다. ‘노란 집들’은 남아공 소피아타운 주택가의 한적한 풍경을 담은 그림이다. 세코토는 이 밖에도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거나 곡괭이질을 하는 사람들 등 일상의 모습을 캔버스에 담았는는데, 주인공은 모두 흑인이었다. 1940년 JAG 미술관이 세코토의 작품을 소장할 때는 당시 관장이 그의 그림 실력에 반했기 때문이었지만, 이제 이 그림들은 아파르트헤이트(인종 차별 정책)로 일상이 파괴되기 전 남아공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기록이 됐다. 세코토는 교사로 활동하다 1938년 미술 대회에서 입상하며 요하네스버그로 이주해 본격적으로 작가 활동을 했다. 갤러리 전시를 성공적으로 연 데 이어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되는 영광도 얻었지만 그의 남아공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남아공에서 인종 차별의 분위기가 고조되자 1947년 세코토는 프랑스 파리로 망명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1948년 백인 정권이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을 법률로 정하면서 유색 인종의 거주지 분리를 합법화했다. ‘노란 집들’ 그림 속 평화로운 주택가도 지금은 찾아볼 수 없게 된 것이다. JAG 미술관 역시 1940년 ‘노란 집들’을 소장한 뒤로 30여 년간 흑인 작가의 작품을 미술관에 들이지 않았다. ‘오렌지를 든 소녀’가 미술관 소장품이 된 건 적어도 1970년대 이후로 보인다. ‘모네에서 앤디 워홀까지’전의 마지막 전시장에 가면 세코토를 비롯해 이르마 스턴 등 20세기 남아공에서 활동했던 흑인 작가와 인종 차별 문제를 다룬 유명 현대 미술가 윌리엄 켄트리지의 드로잉도 만날 수 있다. 이 전시의 큐레이터 시모나 바르톨레나는 “인상파를 비롯한 유럽 작가들은 유명 미술관에서도 볼 수 있지만 남아공 작가들은 JAG 컬렉션에서만 볼 수 있기에 더욱 특별하다”며 “먼 남아공에서 온 작품들을 서울에서 감상한다는 의미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게 바로 마지막 전시장일 것”이라고 했다. ‘모네에서 앤디 워홀까지’전은 31일까지 열린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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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종차별 피해 망명한 흑인 작가, 이젠 남아공의 보물로

    제라드 세코토 ‘오렌지를 든 소녀’양갈래 머리를 한 흑인 소녀가 푸른색 티셔츠를 입고 오렌지를 들고 있다. 소녀의 셔츠는 물론 얼굴에도 조금씩 묻어 있는 푸른색은 보색 대비로 인해 오렌지의 노란빛과 소녀의 갈색빛 피부를 더 반짝이게 만든다. 그뿐만이 아니다. 푸른색은 역사적으로 종교화에서 성인이나 중요한 인물을 그릴 때 썼던 물감이다. 이 색을 평범한 흑인 소녀에게 입혔다는 점도 특별하다. 이 작품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 아트 갤러리가 사상 처음으로 소장한 흑인 작가 제라드 세코토(1913~1993)가 그린 ‘오렌지를 든 소녀’다.서울 세종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모네에서 앤디워홀까지’전은 요하네스버그 아트 갤러리(JAG)의 소장품을 소개하는 전시. JAG 미술관은 영국계 귀족인 플로렌스 필립스(1863~1940)가 수집한 작품을 토대로 지어졌다. 이 컬렉션은 인상파 등 유럽 미술계 작품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었는데, 1940년 미술관은 처음으로 흑인 작가의 작품을 소장한다. 바로 세코토가 그린 ‘노란 집들’이었다.‘노란 집들’은 남아공 소피아타운 주택가의 한적한 풍경을 담은 그림이다. 세코토는 이 밖에도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거나 곡괭이질을 하는 사람들 등 일상의 모습을 캔버스에 담았는는데, 주인공은 모두 흑인이었다. 1940년 JAG 미술관이 세코토의 작품을 소장할 때는 당시 관장이 그의 그림 실력에 반했기 때문이었지만, 이제 이 그림들은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정책)로 일상이 파괴되기 전 남아공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기록이 됐다.세코토는 교사로 활동하다 1938년 미술 대회에서 입상하며 요하네스버그로 이주해 본격적인 작가 활동을 했다. 갤러리 전시를 성공적으로 연 데 이어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되는 영광도 얻었지만 그의 남아공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남아공에서 인종 차별의 분위기가 고조되자 1947년 세코토는 프랑스 파리로 망명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1948년 백인 정권이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을 법률로 정하면서 유색 인종의 거주지 분리를 합법화했다. ‘노란 집들’ 그림 속 평화로운 주택가도 지금은 찾아볼 수 없게 된 것이다.JAG 미술관 역시 1940년 ‘노란 집들’을 소장한 뒤로 30여년간 흑인 작가의 작품을 미술관에 들이지 않았다. ‘오렌지를 든 소녀’가 미술관 소장품이 된 건 적어도 1970년대 이후로 보인다. ‘모네에서 앤디워홀까지’전의 마지막 전시장에 가면 세코토를 비롯해 이르마 스턴 등 20세기 남아공에서 활동했던 흑인 작가와 인종 차별 문제를 다룬 유명 현대 미술가 윌리엄 켄트리지의 드로잉도 만날 수 있다.이 전시의 큐레이터 시모나 바르톨레나는 “인상파를 비롯한 유럽 작가들은 유명 미술관에서도 볼 수 있지만 남아공 작가들은 JAG 컬렉션에서만 볼 수 있기에 더욱 특별하다”며 “먼 남아공에서 온 작품들을 서울에서 감상한다는 의미를 가장 살릴 수 있는 게 바로 마지막 전시장일 것”이라고 했다. ‘모네에서 앤디워홀까지’전은 31일까지 열린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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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가운 지하철 한편, 사람의 체온이…

    거칠게 그어 내린 푸른 선들 사이로 빨간 선의 남성이 떠오른다. 화가인 그가 분주하게 움직인 팔의 잔상이 그림 속에 남아 있고, 얼굴에는 눈 하나가 더 그려져 있다. 눈으로 보는 건 물론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도 그린다는 듯, 화가의 얼굴 옆엔 거꾸로 매달린 얼굴 하나가 더 있다. 서울 종로구 피비갤러리에서 7일 개막한 ‘서용선: 도시의 사람들’에서 볼 수 있는 서용선 작가의 대형 자화상이다. 이 전시는 서 작가가 최근 2년간 미국 뉴욕을 방문해 보고 그린 근작을 모았다. 가운데 있는 폭 2m가 넘는 대형 자화상이 전시장 전체를 지배하는 가운데, 뉴욕의 지하철과 거리에서 본 풍경들이 펼쳐진다. 작가는 격자무늬로 가지런하게 구획된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몸’에 주목한다. 그림 속에서 직선으로 그려진 지하철 의자나 손잡이, 보도블록은 납작하고 차갑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 안을 오고 가는 사람들은 표정은 없어도 따뜻한 색이나 부드러운 붓 터치로 체온이 전해진다. 빌딩 숲이 우거진 도시에서도 안으로 들어가 골목길에 들어서면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것처럼…. 이번 전시에서는 브루클린 지하철에서 본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지하철 대화’ ‘NY 지하철’과 그 풍경을 바라본 작가의 모습을 담은 자화상을 감상할 수 있다. 서 작가는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주로 개발과 변화의 중심지였던 서울의 모습과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왔다. 이후 1992년 처음 뉴욕을 방문한 뒤로 뉴욕 도시 풍경 연작을 그리고 있다. 이 밖에 단종에 얽힌 이야기를 비롯해 한국사를 주제로 한 연작도 작가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다음 달 13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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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없이 연약한 문명이여, 무너진 건물의 잔해처럼

    실에 꿰어 주렁주렁 매단 곶감처럼 콘크리트 덩어리들이 전시장 천장에 매달려 있다. 가까이서 보면 콘크리트를 매달고 있는 건 단단한 고리로 연결된 철근. 작품의 전체 무게는 1.6t에 이른다. 영국 미술가 모나 하툼이 2019년 처음 전시했던 ‘리메인즈 투 비 신(Remains to be Seen)’이다. 하툼은 낙후한 도시의 버려지거나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영감을 얻어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건물을 떠받쳤던 무거운 콘크리트 덩어리가 가볍게 떠 있는 것처럼 구현한 작가는 우리가 견고하다고 믿었던 문명이 한없이 연약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하툼의 작품을 포함해 국내외 작가 13인의 작품을 전시하는 기획전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이 제주 서귀포시 포도뮤지엄에서 9일 개막했다. 하툼의 설치 작품 뒤로는 가시가 뾰족한 철조망도 서 있다. 과거 인종 차별이 심각했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흑인들이 백인 거주 지역으로 오지 못하도록 세워졌던 것이다. 미국 작가 라이자 루는 남아공 인종차별 피해자인 줄루족 여성들과 함께 이 철조망을 수백만 개의 반짝이는 비즈로 뒤덮었다. 포도뮤지엄 기획전은 이처럼 폭력이나 분열, 갈등과 같은 사회적 문제를 다룬 작품으로 문을 연다. 첫 전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0∼2021년 트위터에 게시했던 글을 금속판에 새긴 제니 홀저의 설치 작품 ‘저주받은(Cursed)’ 등으로 이뤄졌다. 이어지는 두 번째 전시장은 ‘시간’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관객을 맞는다. 연필로 까맣게 칠한 신문 수백 장을 커튼처럼 이어 붙인 재일교포 3세 작가 수미 가나자와의 ‘신문지 위 드로잉’과 네덜란드 작가인 마르턴 바스가 손수 12시간 동안 시곗바늘을 지우고 그리는 모습을 촬영한 ‘리얼 타임 XL-아티스트 클락’, 이완 작가가 2017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에 전시했던 작품 ‘고유시’ 등이 펼쳐진다. 미국 작가 세라 제의 영상 설치 작품 ‘슬리퍼스’는 크고 작은 종이 조각들을 가느다란 실로 엮어 여러 크기의 스크린이 공중에 떠 있는 것 같은 효과를 보여줬다. 종이 위엔 잠든 사람의 얼굴, 도시의 불빛, 나뭇잎 등 서정적인 영상이 나타난다. 가장자리가 찢긴 종이 조각 뒤로 비치는 잔상과 바닥에 비치는 영상마저도 작품의 일부가 된다. 이번 기획전은 ‘광활한 우주 속 미약한 존재인 우리는 왜 끊임없이 갈등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1, 2전시장에서 이어지는 테마 공간 2개는 이런 문제를 한 발짝 떨어져 봄으로써 치유의 실마리를 찾는다는 의미를 담았다. 테마 공간 ‘유리 코스모스’는 전시장에 설치된 센서에 관객이 숨을 불어넣으면 유리 전구 수백 개가 차례로 불이 밝혀진다. 또 다른 공간인 ‘우리는 별의 먼지다’는 거울로 둘러싸인 반원형 공간의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을 통해 자연과 우주에 관한 영상을 상영한다. 무한히 확장되는 우주 앞에 먼지처럼 작지만 연결된 사람들의 모습을 담았다. 내년 8월 8일까지.서귀포=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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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 포도뮤지엄 기획전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

    실에 꿰어 주렁주렁 매단 곶감처럼 콘크리트 덩어리들이 전시장 천정에 매달려 있다. 가까이서 보면 콘크리트를 매달고 있는 건 단단한 고리로 연결된 철근. 작품의 전체 무게는 1.6t에 이른다. 영국 미술가 모나 하툼이 2019년 처음 전시했던 ‘리메인즈 투 비 신(Remains to be Seen)’이다.하툼은 낙후한 도시의 버려지거나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영감을 얻어 이 작품을 만들었다. 건물을 떠받쳤던 무거운 콘크리트 덩어리가 가볍게 떠 있는 듯한 모습을 통해 작가는 견고할 것이라 믿었던 문명이 한없이 연약할 수도 있다는 이미지를 표현했다. 하툼을 비롯해 국내외 작가 13인의 작품을 전시하는 기획전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이 제주 서귀포시 포도뮤지엄에서 9일 개막했다.하툼의 설치 작품 뒤편으로는 가시가 뾰족한 철조망이 서 있다. 인종 차별 문제가 심각했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흑인들이 백인 거주 지역으로 오지 못하도록 세워졌던 이 철조망을 미국 작가 라이자 루는 남아공 인종차별 피해자인 줄루족 여성들과 함께 수백만 개의 반짝이는 비즈로 뒤덮었다.전시는 이처럼 폭력, 분열, 갈등과 같은 사회적 문제를 다룬 작품으로 문을 연다. 첫 전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0~2021년 트위터에 게시했던 글을 금속판에 새긴 제니 홀저의 설치 작품 ‘저주받은’(Cursed) 등으로 이뤄졌다.이어지는 두 번째 전시장에서는 ‘시간’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관객을 맞는다. 연필로 까맣게 칠한 신문 수백 장을 커튼처럼 이어 붙인 재일교포 3세 작가 수미 가나자와의 ‘신문지 위 드로잉’, 네덜란드 작가인 마르텐 바스가 손수 12시간 동안 시곗바늘을 지우고 그리는 모습을 촬영한 ‘리얼 타임 XL-아티스트 클락’, 이완 작가가 2017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에 전시했던 작품 ‘고유시’ 등이 펼쳐진다.미국 작가 사라 제의 영상 설치 작품 ‘슬리퍼스’는 크고 작은 종이 조각들을 가느다란 실로 엮어 여러 크기의 스크린이 공중에 떠 있는 것 같은 효과를 만들었다. 종이 위엔 잠든 사람의 얼굴, 도시의 불빛, 나뭇잎 등 서정적인 영상이 보인다. 가장자리가 찢어진 종이 조각 뒤로 비치는 잔상과 바닥에 비치는 영상도 작품의 일부가 된다.이번 기획전 ‘광활한 우주 속 미약한 존재인 우리는 왜 끊임없이 갈등하는가?’라는 질문에서 비롯됐다. 1, 2전시장에서 이어지는 테마 공간 2개는 이런 문제를 한발짝 떨어져 봄으로써 치유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테마 공간 ‘유리 코스모스’는 전시장에 설치된 센서에 관객이 숨을 불어넣으면 유리 전구 수백 개에 차례로 불이 밝혀진다. 또다른 공간인 ‘우리는 별의 먼지다’는 거울로 둘러싸인 반원형 공간의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을 통해 자연과 우주에 관한 영상을 상영한다. 무한히 확장되는 우주 앞에 먼지처럼 작지만 연결된 사람들의 모습을 담았다. 내년 8월 8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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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줍음 없는 비너스의 정체 [영감 한 스푼]

    16세기 이탈리아 우르비노 공국 공작의 아들은 베네치아 최고 화가였던 티치아노의 작업실을 방문합니다.티치아노에게 초상화를 의뢰했기 때문입니다. 초상화를 위해 모델을 서고 있던 공작 아들, 작업실에 놓인 그림 한 점이 그의 눈에 들어옵니다.모델을 마치고 작업실을 떠난 그는 어머니와 주고받은 편지에서 이런 말을 남깁니다.“그 ‘여자 누드(donna nuda)’를 꼭 갖고 싶은데, 티치아노가 다른 사람한테 팔아 버리면 어떡하죠?”노심초사하던 공작 아들은 수개월 뒤 공작의 지위를 물려받고 마침내 그 그림을 손에 넣게 됩니다.이 그림은 티치아노의 대표작이자 이탈리아 우피치 미술관 하면 많은 사람이 떠올리는 작품, ‘우르비노의 비너스’입니다.직선 속 부드러움의 극치우르비노의 공작은 이 그림에서 무엇을 보고 반한 걸까요. 우선 진주 귀걸이를 하고 곱슬곱슬한 금발을 풀어 헤친 여인의 아름다움에 매료됐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그런데 단순히 여인의 외모가 예쁘다고 모든 그림이 아름다워 보일 수 있는 건 아니죠. 티치아노는 그림 속 몇 가지 장치를 통해 여인의 관능적인 모습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이 그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흰 시트에 비스듬히 기대 누워 있는 여인의 몸이 만들어내는 곡선입니다.이 곡선에 빼앗겼던 시선을 전체 그림의 구도로 옮겨 보면, 그림의 다른 곳은 똑바로 그은 직선이 지배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이를테면 침대 뒤로 펼쳐진 바닥에 그려진 격자무늬와 수납장, 벽지, 창문에 있는 기둥이 그러합니다.이런 여러 개의 직선 가운데 그려진 몸의 커다란 곡선은 혼자 굽이치고 있으니 더 눈에 띌 수밖에 없습니다.이 곡선과 맞닿은 직선 중 가장 강렬한 것은 뒤편 녹색 파티션이 만드는 선입니다. 이 파티션의 직선은 그림을 마치 절반으로 뚝 자른 듯 그려져, 여인의 얼굴과 상반신을 관객만 보는 것 같은 사적인 분위기를 고조시킵니다.게다가 커다란 곡선인 여인의 몸을 티치아노는 얇은 물감층을 겹겹이 쌓아 올려 반투명으로 티 없이 반짝이는 도자기처럼 그려내고 있습니다.꽃무늬가 그려진 푹신한 매트리스와 바삭거리는 흰색 시트, 그 위에 포근하게 꼬리를 말고 누워 있는 강아지와 매끈하게 묘사된 여성의 피부는 경직된 그림의 선들을 가로지르며 부드러운 느낌을 극대화합니다.수줍지 않은 비너스이 여인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몇 가지 단서를 통해 고대 신화 속 ‘비너스’를 표현했다는 해석이 제기되고, 그 덕분에 이 그림은 ‘우르비노의 비너스’라는 이름을 갖게 됐습니다. 그 단서 중 하나는 여인이 들고 있는 붉은 꽃, 장미입니다.장미는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사랑의 여신 비너스’를 뜻하는 주요 상징입니다. 열정적인 사랑, 쾌락, 육체미를 뜻하죠. 또 창가에 놓여 있는 머틀(myrtle) 화분 역시 고대부터 비너스와 연결되는 식물로 불멸의 사랑을 의미합니다.또 다른 단서는 포즈입니다. 그림 속 여인은 왼손으로 자신의 몸을 가리고 있는데, 이러한 모습은 고대 그리스 조각에서 자주 묘사된 자세로 ‘비너스 푸디카(Venus pudica)’라고 부릅니다.비너스 푸디카는 ‘수줍은 비너스’라는 의미인데, 여자가 자신의 몸을 가리는 모습을 표현해서 겸손, 순결, 부끄러움의 미덕을 상징했다고 합니다.그런데 이 그림 속 여인은 수줍기는커녕 관객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앞으로 쏟아질 듯 과감한 포즈를 취하고 있습니다. ‘수줍은 비너스’에서 모티프를 따왔지만 ‘수줍지 않은 비너스’인 것입니다.엘리트를 위한 핀업(pin-up)?이런 과감함 때문에 ‘우르비노의 비너스’는 언제나 역사 속에서 주목받는 그림이었습니다.당대에는 아름다운 누드로 공작이 탐내는 그림이었고, 디에고 벨라스케스 같은 후대 화가들이 이 그림을 변형해 또 다른 과감한 시도를 해내기도 했죠.18세기까지만 해도 감각적인 아름다움으로 주목받던 이 그림은 현대로 오면서 점차 다른 해석이 더해지게 됩니다.그중 하나는 ‘우르비노의 비너스’가 우르비노 공작 같은 소수 엘리트의 관음증적인 욕망을 위한 ‘핀업’(벽에 붙이는 매혹적인, 때로는 선정적인 여성의 이미지)이라는 해석입니다.영국의 미술사가이자 베네치아 화파 전문가인 찰스 호프는 우르비노의 비너스는 고전 신화나 심오한 의미를 담은 것이 아니라 ‘상류층 남성의 사적 공간에 거는 세련된 나체 이미지’라는 견해를 밝힌 바 있습니다.19세기 유명 예술가도 이런 시각을 그림으로 표현한 적이 있습니다. 바로 ‘우르비노의 비너스’를 모티프로 해서 ‘올랭피아’를 그린 에두아르 마네입니다.마네는 신화 속 여인을 가장한 비너스 대신 파리의 유명했던 고급 창부인 올랭피아의 누드를 그려 미술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죠.마네는 ‘올랭피아’를 통해 고전으로 여겨지는 르네상스 시대 비너스 그림이 사실은 관음증과 욕망에 관한 것이 아닌지 질문을 던졌습니다.그러나 최근에는 16세기 베네치아의 상황을 바탕으로, 티치아노의 표현이 오히려 여성의 주체적 시선을 표현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비너스 푸디카’의 수동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내며 관객을 똑바로 쳐다보는 ‘수줍지 않은 비너스’가 시대를 앞선 표현이었다는 이야기입니다.노골적인 시선의 대상, 아니면 매력을 과감하게 뽐내는 사람. 독자 여러분의 눈에는 ‘우르비노의 비너스’가 어떻게 보이나요?※ ‘영감 한 스푼’은 예술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창의성의 사례를 중심으로 미술계 전반의 소식을 소개하는 뉴스레터입니다. 매주 목요일 아침 7시 발행됩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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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늘로 떠난 딸에게… 그림으로 쓴 ‘러브레터’

    영국 작가 캐서린 안홀트(67)의 개인전 ‘러브 레터스(Love Letters)’가 서울 종로구 초이앤초이 갤러리에서 23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안홀트 작가가 딸을 갑작스럽게 떠나보낸 뒤, 그를 기억하고 추모하며 그린 연작 ‘러브 레터’를 공개한다. 이 연작과 함께 ‘사랑하는 이들에게 보낸 편지들’, ‘사랑과 아픔’ 등의 작품 등도 선보였다. 작가가 딸에게 보내는 절절한 편지이자 예술적 헌사이며, 같은 상처를 지닌 이들에게 보내는 위로와 공감의 메시지다. 안홀트 작가는 30여 년간 남편과 함께 동화책 200여 권을 제작하며 삽화가로도 활동해 왔다. 모성애와 가족, 자연 등을 주제로 자신의 삶과 예술적 여정을 작품에 담아내고 있다. 2년 전 한국에서 사랑과 인생, 상실 등 인간의 보편적 정서를 조망한 ‘삶, 인생, 상실(Love, Life, Loss)’전을 개최한 바 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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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줍음 없는 비너스의 정체[김민의 영감 한 스푼]

    16세기 이탈리아 우르비노 공국 공작의 아들은 베네치아 최고 화가였던 티치아노의 작업실을 방문합니다. 티치아노에게 초상화를 의뢰했기 때문입니다. 초상화를 위해 모델을 서고 있던 공작 아들, 작업실에 놓인 그림 한 점이 그의 눈에 들어옵니다. 모델을 마치고 작업실을 떠난 그는 어머니와 주고받은 편지에서 이런 말을 남깁니다. “그 ‘여자 누드(donna nuda)’를 꼭 갖고 싶은데, 티치아노가 다른 사람한테 팔아 버리면 어떡하죠?” 노심초사하던 공작 아들은 수개월 뒤 공작의 지위를 물려받고 마침내 그 그림을 손에 넣게 됩니다. 이 그림은 티치아노의 대표작이자 이탈리아 우피치 미술관 하면 많은 사람이 떠올리는 작품, ‘우르비노의 비너스’입니다.직선 속 부드러움의 극치 우르비노의 공작은 이 그림에서 무엇을 보고 반한 걸까요. 우선 진주 귀걸이를 하고 곱슬곱슬한 금발을 풀어 헤친 여인의 아름다움에 매료됐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단순히 여인의 외모가 예쁘다고 모든 그림이 아름다워 보일 수 있는 건 아니죠. 티치아노는 그림 속 몇 가지 장치를 통해 여인의 관능적인 모습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이 그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흰 시트에 비스듬히 기대 누워 있는 여인의 몸이 만들어내는 곡선입니다. 이 곡선에 빼앗겼던 시선을 전체 그림의 구도로 옮겨 보면, 그림의 다른 곳은 똑바로 그은 직선이 지배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이를테면 침대 뒤로 펼쳐진 바닥에 그려진 격자무늬와 수납장, 벽지, 창문에 있는 기둥이 그러합니다. 이런 여러 개의 직선 가운데 그려진 몸의 커다란 곡선은 혼자 굽이치고 있으니 더 눈에 띌 수밖에 없습니다. 이 곡선과 맞닿은 직선 중 가장 강렬한 것은 뒤편 녹색 파티션이 만드는 선입니다. 이 파티션의 직선은 그림을 마치 절반으로 뚝 자른 듯 그려져, 여인의 얼굴과 상반신을 관객만 보는 것 같은 사적인 분위기를 고조시킵니다. 게다가 커다란 곡선인 여인의 몸을 티치아노는 얇은 물감층을 겹겹이 쌓아 올려 반투명으로 티 없이 반짝이는 도자기처럼 그려내고 있습니다. 꽃무늬가 그려진 푹신한 매트리스와 바삭거리는 흰색 시트, 그 위에 포근하게 꼬리를 말고 누워 있는 강아지와 매끈하게 묘사된 여성의 피부는 경직된 그림의 선들을 가로지르며 부드러운 느낌을 극대화합니다.수줍지 않은 비너스 이 여인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몇 가지 단서를 통해 고대 신화 속 ‘비너스’를 표현했다는 해석이 제기되고, 그 덕분에 이 그림은 ‘우르비노의 비너스’라는 이름을 갖게 됐습니다. 그 단서 중 하나는 여인이 들고 있는 붉은 꽃, 장미입니다. 장미는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사랑의 여신 비너스’를 뜻하는 주요 상징입니다. 열정적인 사랑, 쾌락, 육체미를 뜻하죠. 또 창가에 놓여 있는 머틀(myrtle) 화분 역시 고대부터 비너스와 연결되는 식물로 불멸의 사랑을 의미합니다. 또 다른 단서는 포즈입니다. 그림 속 여인은 왼손으로 자신의 몸을 가리고 있는데, 이러한 모습은 고대 그리스 조각에서 자주 묘사된 자세로 ‘비너스 푸디카(Venus pudica)’라고 부릅니다. 비너스 푸디카는 ‘수줍은 비너스’라는 의미인데, 여자가 자신의 몸을 가리는 모습을 표현해서 겸손, 순결, 부끄러움의 미덕을 상징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그림 속 여인은 수줍기는커녕 관객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앞으로 쏟아질 듯 과감한 포즈를 취하고 있습니다. ‘수줍은 비너스’에서 모티프를 따왔지만 ‘수줍지 않은 비너스’인 것입니다.엘리트를 위한 핀업(pin-up)? 이런 과감함 때문에 ‘우르비노의 비너스’는 언제나 역사 속에서 주목받는 그림이었습니다. 당대에는 아름다운 누드로 공작이 탐내는 그림이었고, 디에고 벨라스케스 같은 후대 화가들이 이 그림을 변형해 또 다른 과감한 시도를 해내기도 했죠. 18세기까지만 해도 감각적인 아름다움으로 주목받던 이 그림은 현대로 오면서 점차 다른 해석이 더해지게 됩니다.그중 하나는 ‘우르비노의 비너스’가 우르비노 공작 같은 소수 엘리트의 관음증적인 욕망을 위한 ‘핀업’(벽에 붙이는 매혹적인, 때로는 선정적인 여성의 이미지)이라는 해석입니다. 영국의 미술사가이자 베네치아 화파 전문가인 찰스 호프는 우르비노의 비너스는 고전 신화나 심오한 의미를 담은 것이 아니라 ‘상류층 남성의 사적 공간에 거는 세련된 나체 이미지’라는 견해를 밝힌 바 있습니다. 19세기 유명 예술가도 이런 시각을 그림으로 표현한 적이 있습니다. 바로 ‘우르비노의 비너스’를 모티프로 해서 ‘올랭피아’를 그린 에두아르 마네입니다. 마네는 신화 속 여인을 가장한 비너스 대신 파리의 유명했던 고급 창부인 올랭피아의 누드를 그려 미술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죠. 마네는 ‘올랭피아’를 통해 고전으로 여겨지는 르네상스 시대 비너스 그림이 사실은 관음증과 욕망에 관한 것이 아닌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16세기 베네치아의 상황을 바탕으로, 티치아노의 표현이 오히려 여성의 주체적 시선을 표현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비너스 푸디카’의 수동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내며 관객을 똑바로 쳐다보는 ‘수줍지 않은 비너스’가 시대를 앞선 표현이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노골적인 시선의 대상, 아니면 매력을 과감하게 뽐내는 사람. 독자 여러분의 눈에는 ‘우르비노의 비너스’가 어떻게 보이나요?※뉴스레터 ‘영감 한 스푼’은 매주 목요일 오전 7시에 발송됩니다. QR코드를 통해 구독 신청을 하시면 e메일로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김민 문화부 기자 kimmin@donga.com}

    • 2025-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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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굴 저 너머… 존재의 흔들림-삶의 진실 포착

    분홍색 배경에 그려진 남자의 얼굴은 주먹으로 한 대 얻어맞은 듯 일그러진 모습을 하고 있다. 남자의 얼굴 오른쪽 손처럼 보이는 형상의 한가운데엔 어두운 구멍이 동그랗게 그려져 있고, 그 손에 닿은 볼은 움푹 패어 있다. 또 남자의 입과 코는 멍이 든 것처럼 보라색, 분홍색, 오렌지색이 덩어리처럼 얽혀 칠해졌다. 영국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1909∼1992)이 1967년에 그린 이 초상화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베이컨은 초상화를 그릴 때 친구나 연인, 또 자신이 자주 드나들던 런던 소호의 인물들을 자주 그렸다. 베이컨은 이들의 외형을 단순히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인물이 가진 감정이나 불안의 파동을 시각적으로 드러냈다. 베이컨은 이 그림에서도 보이듯 신체 일부를 흔들리듯 번지게 하거나, 때로는 비명을 지르듯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을 그려 넣어서 긴장감을 극대화했다. 디에고 벨라스케스가 그린 ‘인노켄티우스 10세의 초상’을 변형해서 그린 ‘비명을 지르는 교황’은 교황이 가진 권위와 내면의 절망이 교차하는 듯한 이미지를 통해 20세기의 시대적 불안과 갈등을 드러내 베이컨의 대표작으로 평가받는다. 그림을 직접 보면 베이컨의 뛰어난 색채 감각이 그가 그리는 소재의 폭력성이 불러일으키는 거부감을 덜어주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배경의 핑크와 어울리는 회색빛이 도는 검은색, 얼굴의 파스텔톤 보라색과 셔츠 깃에 칠한 파란색이 눈에 띈다. 베이컨은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태어나 1929년부터 실내 장식과 가구 디자인으로 돈을 벌기 시작해 런던 생활을 시작했다. 상업적으로 성공할 만큼 세련된 감각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감각을 넘어 베이컨의 회화에서는 인물의 얼굴 너머로 보이는 존재의 흔들림, 삶의 진실을 순간적으로 포착하려는 노력이 드러난다. 베이컨은 실제 인물뿐 아니라 신문에서 볼 수 있는 이미지나 사진을 조합하고 자신만의 즉흥적인 붓질로 역동성을 그림에 부여했다. 자화상에도 몰두하며 노화와 고독, 상실의 감정을 진솔하게 표현했다. 베이컨을 비롯해 서양미술사 주요 명작들을 만날 수 있는 서울 세종미술관 전시 ‘모네에서 앤디 워홀까지’는 1일 전국 누적 관람객 30만 명을 돌파했다. 이 전시는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시작해 부산문화회관, 제주현대미술관을 거쳐 서울로 순회전을 열고 있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 143점은 31일 전시가 종료되면 원래 소장처인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로 돌아갈 예정이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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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우스를 붓 삼아… 미디어 작가들, ‘OLED 스크린’ 수놓다

    55인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스크린 88대로 이뤄진 대형 화면에 살덩이 같은 형체들이 꾸물거리며 움직인다. 추수 작가가 ‘살의 정령’이라고 이름 붙인 이 형체들은 물속으로 퐁당 빠지거나 피부와 촉수를 서로 맞대며 미끄러진다. 눈으로만 보기에도 촉감이 생생히 느껴져 실물을 카메라로 촬영한 것 같은 착각이 들지만 사실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만든 3차원(3D) 그래픽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박스에서 열리는 프로젝트 ‘MMCA×LG OLED’ 시리즈의 첫 주인공 추수 작가의 전시 ‘아가몬 대백과: 외부 유출본’의 모습이다. 이 전시에는 미디어 작품뿐 아니라 영상 속 그래픽과 비슷한 형태의 조각 ‘아가몬’이 한가운데 놓여 있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실물 조각보다 영상 속 형체가 오감을 더욱 일깨운다. 시골 벌판에서 듣는 장작불 소리보다 고성능 마이크로 녹음한 장작불 ASMR이 더 실감 나게 귀에 꽂히는 것처럼….● 캔버스는 스크린, 붓은 마우스영상이 더 실감 나는 데엔 이유가 있다. 1992년생인 추수 작가는 현실보다 온라인이 더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다. 작가는 “어릴 때부터 게임을 즐겨 하고 홈페이지를 만들어 그림을 올리던 내게 디지털 매체는 모국어와 같다”고 했다. 작가는 작업을 시작할 땐 손으로 그림과 글을 쓰지만, 작품을 제작할 땐 전부 3D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스크린이 캔버스고 붓은 마우스인 셈이다. 화가가 사다리를 놓고 큰 캔버스와 씨름하거나, 조각가가 땀 흘리며 돌을 깎는 모습에 비교하면 책상과 모니터, 컴퓨터가 놓여 있는 미디어 작가들의 작업실은 건조하기 짝이 없다. 그렇지만 노동 강도는 전통 매체 작업보다 덜하지 않다. 추수 작가는 “컴퓨터 앞에 앉아 계속 작업을 하다 보니 어깨, 손목부터 골반까지 무리가 가서 차에 앉아 있는 것도 힘들거나 치아가 두 개 빠진 적도 있다”고 했다.미디어 작품들이 이렇게 정교한 노동과 기술을 더해 가면서, 세계적인 작가들이 원하는 색감과 움직임을 구현하는 ‘좋은 캔버스’를 마련하러 한국의 기술을 찾는 경우도 생긴다. 영국의 영상 예술 거장으로 기사 작위를 받은 존 아콤프라는 지난해 베니스비엔날레 영국관 전시를 준비하며 LG전자에 OLED 스크린을 사용하고 싶다고 먼저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OLED 기술은 자체적으로 빛을 내는 ‘셀플릿’ 입자 소자로 만들어 완전한 검은색과 미세한 그러데이션까지 표현이 가능하다. 아콤프라는 어두운 색감이나 흑백 영상을 자주 쓰기 때문에 ‘최대한 OLED 스크린을 많이 쓸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는 후문이다. OLED 스크린은 애니시 커푸어, 데이미언 허스트 같은 유명 현대 미술가들도 자주 사용한다. 오혜원 LG전자 MS경험마케팅 상무는 “예술가들이 좋은 기술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점에 착안해 ‘미디어 아티스트의 캔버스’로 LG OLED 스크린을 작가들에게 후원하고 있다”며 “미국 구겐하임 미술관이나 MMCA, 프리즈 아트페어 등 국내외 미술 기관과의 협업을 수년 전부터 확대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미디어 아트 기술, 보존 연구는 숙제 미디어 작품은 아날로그 매체에 비하면 제작 과정이나 전시, 보존 과정이 더욱 복잡하다. 유명 작가인 아콤프라가 한국 기업의 문을 두드렸던 것처럼, 스크린을 찾는 과정은 물론 작품을 소장하고 관리하는 데에도 비용과 에너지가 든다. 이를테면 ‘미디어 아트 창시자’ 백남준은 브라운관 모니터를 사용했는데, 기술 발전으로 더 이상 브라운관이 생산되지 않아 전시가 열리면 큐레이터들이 브라운관을 찾는 데 애를 먹는다. 2019년 영국 테이트모던 미술관 회고전에서도 담당 큐레이터가 영국 전역 고물상에 전화를 돌리고 이베이까지 뒤져 모니터를 찾아냈다. 전문가들은 수백 년 동안 사용된 물감과 캔버스에 대한 수복, 보존 연구가 이어진 것처럼 미디어 아트 작품에 사용되는 기술에 대해서도 기록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남희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은 “유화 물감의 경우 1600년대 개발이 되어서 1800년대에 정점을 찍고 그 후 200년간 보존 복원 연구가 활발히 이뤄졌다”며 “이에 비하면 기술 매체는 변화 속도가 무척 빨라 고정된 매뉴얼을 만들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백남준도 이런 상황을 예측하고 ‘내 작품은 영상 내용이 중요하니 모니터는 교체해도 된다’는 등의 의견을 남긴 바 있다”며 “현대 작가도 작품 전시 방식 등에 대한 기록을 꼼꼼히 남기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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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랜시스 베이컨의 뛰어난 색채감각…불안·갈등 탁월하게 드러냈다

    분홍색 배경에 그려진 남자의 얼굴은 주먹으로 한 대 얻어맞은 듯 일그러진 모습을 하고 있다. 남자의 얼굴 오른쪽 손처럼 보이는 형상의 한가운데엔 어두운 구멍이 동그랗게 그려져 있고, 그 손에 닿은 볼은 움푹 패어 있다. 또 남자의 입과 코는 멍이 든 것처럼 보라색, 분홍색, 오렌지색이 덩어리처럼 얽혀 칠해졌다.영국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1909~1992)이 1967년에 그린 이 초상화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베이컨은 초상화를 그릴 때 친구나 연인, 또 자신이 자주 드나들던 런던 소호의 인물들을 자주 그렸다. 베이컨은 이들의 외형을 단순히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인물이 가진 감정이나 불안의 파동을 시각적으로 드러냈다.베이컨은 이 그림에서도 보이듯 신체 일부를 흔들리듯 번지게 하거나, 때로는 비명을 지르듯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을 그려 넣어서 긴장감을 극대화했다. 디에고 벨라스케스가 그린 ‘인노켄티우스 10세의 초상’을 변형해서 그린 ‘비명을 지르는 교황’은 교황이 가진 권위와 내면의 절망이 교차하는 듯한 이미지를 통해 20세기의 시대적 불안과 갈등을 드러내 베이컨의 대표작으로 평가받는다.그림을 직접 보면 베이컨의 뛰어난 색채 감각이 그가 그리는 소재의 폭력성이 불러일으키는 거부감을 덜어주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배경의 핑크와 어울리는 회색빛이 도는 검은색, 얼굴의 파스텔톤 보라색과 셔츠 깃에 칠한 파란색이 눈에 띈다. 베이컨은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태어나 1929년부터 실내 장식과 가구 디자인으로 돈을 벌기 시작해 런던 생활을 시작했다. 상업적으로 성공할 만큼 세련된 감각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이런 감각을 넘어 베이컨의 회화에서는 인물의 얼굴 너머로 보이는 존재의 흔들림, 삶의 진실을 순간적으로 포착하려는 노력이 드러난다. 베이컨은 실제 인물뿐 아니라 신문에서 볼 수 있는 이미지나 사진을 조합하고 자신만의 즉흥적인 붓질로 역동성을 그림에 부여했다. 자화상에도 몰두하며 노화와 고독, 상실의 감정을 진솔하게 표현했다.베이컨을 비롯해 서양미술사 주요 명작들을 만날 수 있는 서울 세종미술관 전시 ‘모네에서 앤디 워홀까지’는 1일 전국 누적 관람객 30만 명을 돌파했다. 이 전시는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시작해 부산문화회관, 제주현대미술관을 거쳐 서울로 순회전을 열고 있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 143점은 31일 전시가 종료되면 원래 소장처인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로 돌아갈 예정이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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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디어 아트의 캔버스는 스크린…작품 위해 브라운관-OLED까지 수소문

    55인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스크린 88대로 이뤄진 대형 화면에 살덩이 같은 형체들이 꾸물거리며 움직인다. 추수 작가가 ‘살의 정령’이라고 이름 붙인 이 형체들은 물속으로 퐁당 빠지거나 피부와 촉수를 서로 맞대며 미끄러진다. 눈으로만 보기에도 촉감이 생생히 느껴져 실물을 카메라로 촬영한 것 같은 착각이 들지만 사실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만든 3D 그래픽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박스에서 열리는 프로젝트 ‘MMCA X LG OLED’ 시리즈의 첫 주인공 추수 작가의 전시 ‘아가몬 대백과: 외부 유출본’의 모습이다. 이 전시에는 미디어 작품뿐 아니라 영상 속 그래픽과 비슷한 형태의 조각 ‘아가몬’이 한 가운데 놓여 있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실물 조각보다 영상 속 형체가 오감을 더욱 일깨운다. 시골 벌판에서 듣는 장작불 소리보다 고성능 마이크로 녹음한 장작불 ASMR이 더 실감 나게 귀에 꽂히는 것처럼….● 캔버스는 스크린, 붓은 마우스영상이 더 실감 나는 데엔 이유가 있다. 1992년생인 추수 작가는 현실보다 온라인이 더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다. 작가는 “어릴 때부터 게임을 즐겨 하고 홈페이지를 만들어 그림을 올리던 내게 디지털 매체는 모국어와 같다”고 했다. 작가는 작업을 시작할 땐 손으로 그림과 글을 쓰지만, 작품을 제작할 땐 전부 3D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스크린이 캔버스고 붓은 마우스인 셈이다.화가가 사다리를 놓고 큰 캔버스와 씨름하거나, 조각가가 땀 흘리며 돌을 깎는 모습에 비교하면, 책상과 모니터, 컴퓨터가 놓여 있는 미디어 작가들의 작업실은 건조하기 짝이 없다. 그렇지만 노동 강도는 전통 매체 작업보다 덜하지 않다. 추수 작가는 “컴퓨터 앞에 앉아 계속 작업을 하다 보니 어깨 손목부터 골반까지 무리가 가서 차에 앉아있는 것도 힘들거나 치아가 두 개 빠진 적도 있다”고 했다.미디어 작품들이 이렇게 정교한 노동과 기술을 더해가면서, 세계적인 작가들이 원하는 색감과 움직임을 구현하는 ‘좋은 캔버스’를 마련하러 한국의 기술을 찾는 경우도 생긴다. 영국의 영상 예술 거장으로 기사 작위를 받은 존 아캄프라는 지난해 베니스비엔날레 영국관 전시를 준비하며 LG전자에 OLED 스크린을 사용하고 싶다고 먼저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OLED 기술은 자체적으로 빛을 내는 ‘셀플릿’ 입자 소자로 만들어 완전한 검은색과 미세한 그러데이션까지 표현이 가능하다. 아캄프라는 어두운 색감이나 흑백 영상을 자주 쓰기 때문에 ‘최대한 OLED 스크린을 많이 쓸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는 후문이다. OLED 스크린은 아니시 카푸어, 데이미언 허스트 같은 유명 현대 미술가들도 자주 사용한다.오혜원 LG전자 MS경험마케팅 상무는 “예술가들이 좋은 기술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점에서 착안해 ‘미디어 아티스트의 캔버스’로 LG OLED 스크린을 작가들에게 후원하고 있다”며 “미국 구겐하임 미술관이나 MMCA, 프리즈 아트페어 등 국내외 미술 기관과 협업을 수년 전부터 확대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미디어 아트 기술, 보존 연구는 숙제미디어 작품은 아날로그 매체에 비하면 제작 과정이나 전시, 보존 과정이 더욱 복잡하다. 유명 작가인 아캄프라가 한국 기업의 문을 두드렸던 것처럼, 스크린을 찾는 과정은 물론 작품을 소장하고 관리하는 데에도 비용과 에너지가 든다.이를테면 ‘미디어 아트 창시자’ 백남준은 브라운관 모니터를 사용했는데, 기술 발전으로 더 이상 브라운관이 생산되지 않아 전시가 열리면 큐레이터들이 브라운관을 찾는 데 애를 먹는다. 2019년 영국 테이트모던 미술관 회고전에서도 담당 큐레이터가 영국 전역 고물상에 전화를 돌리고 이베이까지 뒤져 모니터를 찾아냈다.전문가들은 수백 년 동안 사용된 물감과 캔버스에 대한 수복, 보존 연구가 이어진 것처럼 미디어 아트 작품에 사용되는 기술에 대해서도 기록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남희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은 “유화 물감의 경우 1600년대 개발이 되어서 1800년대에 정점을 찍고 그 후 200년간 보존 복원 연구가 활발히 이뤄졌다”며 “이에 비하면 기술 매체는 변화 속도가 무척 빨라 고정된 매뉴얼을 만들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백남준도 이런 상황을 예측하고 ‘내 작품은 영상 내용이 중요하니 모니터는 교체해도 된다’는 등의 의견을 남긴 바 있다”며 “현대 작가도 작품 전시 방식 등에 대한 기록을 꼼꼼히 남기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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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셀카 찍다 발견된 ‘호모 날레디’… ‘진화’를 흔들다

    우리는 인류의 조상이 호모 사피엔스라고 흔히 이해하고 있다. 호모 사피엔스라는 한 점에서 여러 인종이 방사선처럼 일직선으로 뻗어 나가는 형태가 인류 진화의 과정이라고. 그런데 이런 가정이 틀릴 수 있음을 입증하는 증거가 나타났다. 2013년 깊은 동굴에 묻혀 있던 새로운 인류 종, ‘호모 날레디’가 바로 그것이다. 책은 고인류학자이자 ‘호모 날레디’를 발견한 주역들인 저자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동굴에서 신인류를 발굴하게 된 프로젝트를 들려준다. 이야기는 프로젝트의 총책임자였던 저자 리 버거가 지휘본부의 컴퓨터 화면으로 발굴 과정을 지켜보기만 하다가 8년 만에 디날레디 동굴로 직접 들어가면서 시작된다. 강연에서 ‘좁은 동굴에 들어가기엔 내가 너무 크지 않느냐’는 농담을 해왔던 버거는 25kg을 감량하는 혹독한 다이어트 끝에 동굴로 향한다. 동굴 내부는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깜깜해 모든 탐사대원이 손전등과 장비에 의존해야 하고, 일부 구간은 18cm도 채 안 되는 틈으로 네발로 기어가거나 몸을 비틀어야만 통과할 수 있다. 피곤과 공포가 교차하는 상황에서 탐사대원들은 곳곳에 뼈와 유골이 흩어진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이것이 1500개 이상의 뼛조각과 최소 15명의 고인류 개체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이 화석들의 배열과 환경을 분석한 결과 25만 년 전 존재했던 ‘호모 날레디’가 일부러 시신을 동굴 깊은 곳에 매장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발견된 유구들은 단순히 던져지거나, 흙이나 퇴적물에 휩쓸려 동굴 깊숙한 곳에 온 것이 아니라 망자를 다루는 일관된 패턴이 드러나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 것이다. 또 어린이 유골의 손 근처에서는 도구(돌멩이)가 발견된다.호모 날레디는 인간과 흡사한 외형을 가졌지만 두뇌는 침팬지보다 약간 큰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불을 사용하거나 장례를 치르는 등 호모 사피엔스만의 것으로 여겨졌던 행동을 한 것이다. 동굴에 들어간 저자와 팀원들은 벽에 새겨진 무늬를 보고 “작은 뇌의 고인류가 인간의 행동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감탄한다. 탐사대원들의 발굴기는 단순한 모험담을 넘어 인류 진화의 모델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기존의 진화 모델이 한 점에서 여러 가지가 뻗어 나가는 ‘나무(계통수)’ 모델이었다면, 이제는 호모 사피엔스, 호모 날레디 등 여러 종이 무작위로 등장하고 사라지면서 진화를 거듭하는 ‘덤불(bush)’ 모델로 진화사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책은 진화 이론에 대한 이야기이면서도 딱딱한 연구서와 달리 동굴 속 흙먼지, 패닉과 땀 냄새 가득한 인간적인 목소리를 생생히 담았다. 팀원 중 한 명인 스티브가 암벽에서 셀카를 찍으려다 실수로 좁은 틈에 발을 헛디뎌 동굴을 발견한 이야기나 몇 시간 동안 눕지도 앉지도 못한 채 돌 틈을 지나가야 하는 극악한 상황 등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이 과정을 영상으로 제작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언노운: 뼈 동굴’의 원작이기도 하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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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네에서 앤디워홀까지’展 전국 누적 관람객 30만 돌파

    경주, 부산, 제주를 거쳐 서울 세종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모네에서 앤디워홀까지’ 전시가 누적 관람객 30만 명을 돌파했다. 전시를 공동 주최한 세종문화회관과 가우디움어소시에이츠는 1일 ‘모네에서 앤디워홀’ 서울 전시 관람객이 10만 명을 넘어, 경주예술의전당, 부산문화회관, 제주현대미술관을 순회한 전시의 전체 관람객이 30만 명을 넘겼다고 밝혔다.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 143점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있는 요하네스버그 아트 갤러리 소장품으로, 11월 남아공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담 기념 특별전을 위해 이달 말 서울 전시를 마치면 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모네에서 앤디 워홀까지’전은 흥행 성과를 넘어 경주를 시작으로 국공립 미술관을 중심으로 18개월간 이어진 순회 전시를 통해 서울 중심의 문화 소비를 지역으로 확장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또 국내 1호 도슨트 김찬용 전시해설가가 이번 전시 공식 오디오 해설을 맡아 관람객이 작품의 맥락을 쉽고 흥미롭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 서울 전시 현장에서는 김찬용 해설가의 도슨트 투어에 매 회차 100명 이상이 참여하며 뜨거운 반응이 이어졌다. 전시해설은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와 박우찬 미술 평론가가 집필했으며, 10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밀라논나가 서울 전시 앰배서더로 참여했다. ‘모네에서 앤디워홀까지’ 전은 31일까지 열린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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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용실 파마지-길거리 전단지, ‘아름다운 추상화’로 재탄생

    1990년대 30대였던 미국의 늦깎이 미대생 마크 브래드퍼드가 교수에게 작품 비평을 받을 때였다. 브래드퍼드는 평면 위에 미용실에서 쓰는 ‘파마지’를 붙이고 이렇게 말했다. “전 이게 회화라고 생각해요.” 교수는 브래드퍼드의 작품을 한 번 내려다보고 “그럴 수도 있겠네” 하더니 “그런데 이 길로 가면 네 커리어는 끝날 거야”라고 했다. 당시 추상 회화는 잭슨 폴록 같은 백인 남성 작가의 전유물이었고, 흑인이나 여성 작가는 자기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퍼포먼스나 설치 작품을 해야 한다고 사람들은 여겼다. 브래드퍼드는 생각했다. ‘왜 회화를 피해? 흑인은 추상을 하면 안 되나? 회화가 죽었다고? 그러면 뱀파이어가 되지 뭐!’ 미술사의 중심에 뛰어들어 크고 아름다운 추상화를 만든 브래드퍼드는 오늘날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이 됐다. 2017년 베니스비엔날레 미국관 대표 작가, 2019년 미국 예술과학 아카데미 회원으로 지명된 브래드퍼드의 개인전이 1일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개막한다. 방한한 작가를 지난달 30일 만났다.이번 ‘마크 브래드퍼드: 킵 워킹(Keep Walking)’전은 회화, 영상, 설치 등 40여 점을 선보인다. 화려한 색 띠가 바닥에 깔린 설치 작품 ‘떠오르다(Float)’와 미용실 파마지로 만든 회화 연작, 길거리 전단지를 모아 만든 ‘명백한 운명’ 등을 볼 수 있다. 이 작품들은 멀리서 보면 색감이 감각적이고 아름답지만, 가까이 가면 두껍게 쌓아 올린 재료를 깎고 불태우고, 뜯어낸 흔적이 너덜너덜하게 보인다. 브래드퍼드는 이를 두고 “원하는 것을 얻으려는 고군분투”라고 했다. “제가 미용사였잖아요. 곱슬머리 흑인이 찰랑이는 생머리를 가지려면 엄청난 노동과 고통이 필요해요. 손님한테 나무 조각을 입에 물게 하고 머리카락을 죽을힘을 다해 당겨야죠. 어떤 사람은 ‘원래 곱슬머리도 예쁜데 왜 그래?’라고 해요. 저는 ‘아니, 하고 싶으면 해야지!’라는 사람입니다.” 주어진 상황에 안주하지 않고 원하는 바를 이루는 것이 곧 브래드퍼드의 삶이었다. 로스앤젤레스(LA) 싱글맘의 아들로 태어난 브래드퍼드는 어머니와 함께 미용실을 운영한 소상공인이었다. 손님들의 옷에 적힌 대학 이름을 보고 학교를 알았고, 거기 가면 교사라도 할 수 있을까 싶어 미대에 입학했다. “예술가라는 꿈을 갖는 건 중산층이나 할 수 있는 사치였다”는 브래드퍼드에게 “그런 사람이 어떻게 추상화로 승부한다는 야심 찬 생각을 했느냐”고 물었다. “나는 권력이 사람들을 억누를 때 화가 나요. 가난하고 아버지가 없는 나는 늘 변두리에 밀려났지만, 절대 순응하지 않았죠. 중심에 비집고 들어가 버티는 거예요. ‘왜, 난 여기 앉으면 안 돼?’ 하면서요. 전 모두가 그래야 한다 생각해요.” 이런 행동은 변화를 일으키게 마련이다. 브래드퍼드가 한국 전시를 위해 만든 신작 ‘폭풍이 몰려온다’(2025년)는 허리케인 카트리나 사태와 미국 최초의 드래그 퀸인 윌리엄 도시 스완(1860∼1925)의 삶을 모티브로 활용했다. 스완은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누명을 쓰고 사회적 핍박을 받았지만 굴하지 않았던 인물. 무언가를 억지로 덮고 가리면 그것은 더 큰 힘으로 되돌아온다는 메시지를 회화 연작과 벽면 설치에 담았다. “이 작품을 뉴욕에서 하면 훨씬 쉬웠을 거예요. 처음엔 문화가 다른 한국에서 어떨까 걱정했지만, 폭풍은 예상 못 한 곳에서 부는 거니까. 카트리나, 스완, 그리고 나 마크가 서울에 폭풍을 가져올 수 있기를!” 전시는 내년 1월 25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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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주정신-예향 특색, 예술로 승화시키겠다”

    “‘광주 정신’과 ‘예향’이라는 단어로 대표되는 광주의 지역적 특색을 더욱 예술적으로 승화시키겠습니다.” 윤범모 신임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사진)가 28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그동안 광주비엔날레가 비엔날레 문화 정착과 국제 무대 진입에 방점을 찍었다면 이제부턴 우리 미술 문화의 정체성 구축에 힘써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국립현대미술관장을 지낸 윤 대표는 198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서 미술평론으로 등단해 평론가, 전시 기획자 등으로 활동했다. 1995년 광주비엔날레 창립 집행위원이자 특별전 큐레이터 등을 맡았다. 윤 대표는 광주비엔날레의 지난 30년간의 자료를 정리해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광주가 가진 지역적 특성을 예술적으로 승화시켜 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았다”며 “앞으로 광주비엔날레는 세계 현대미술의 흐름에 적극 동참하면서 우리의 비엔날레 문화로 차별화하는 ‘성격 있는 비엔날레’로 우뚝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비엔날레는 4월 싱가포르 출신 예술가 호추니엔을 ‘2026 제16회 광주비엔날레’ 감독으로 선임한 바 있다. 광주비엔날레재단은 올해부터 ‘2025 광주디자인비엔날레’까지 맡아 해마다 비엔날레를 열게 됐다. 디자인비엔날레를 다시 주최하는 것은 2013년 이후 약 12년 만이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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