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

김민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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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국제부 기자입니다. 예술가의 이야기를 따로 모아 뉴스레터 '영감 한 스푼'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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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08~2026-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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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섣부른 화해보다, 비극을 고민했다”… 그리스 신화 재해석 ‘안트로폴리스’

    “섣부른 화해와 구원보다, 비극다운 비극이 무엇일지 고민했습니다.”(윤한솔 연출) 고대 그리스 신화 속 테베 왕가의 비극을 탐구한 5부작 ‘안트로폴리스(Anthropolis)’가 10일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막을 올렸다. 독일 극작가 롤란트 시멜페니히가 쓴 작품으로, 윤한솔이 연출을 맡은 1부 ‘프롤로그/디오니소스’(10∼26일)에 이어 다음 달 6∼22일 같은 장소에서 김수정이 맡은 2부 ‘라이오스’가 상연된다. 3∼5부는 내년에 무대에 오른다. 김 연출은 16일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개최한 간담회에서 “어릴 때부터 존경했던 배우 전혜진의 상상하지 못했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부 ‘프롤로그/디오니소스’는 테베 왕가의 건국 과정과 디오니소스가 자신의 신성에 도전하는 자들을 벌하고 파멸에 이르게 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원작은 디오니소스가 자기를 신으로 인정하지 않는 펜테우스를 처벌하는 과정에서 보여지는 집단적 광기를 가감 없이 보여주면서 현대 사회의 야만성을 떠올리게 하는 연출로 호평을 받았다. 배우 18명이 무대에 오르는 대규모 프로덕션이란 점도 눈길을 끈다. 윤 연출은 “요즘은 사회적으로 아픔이나 상처에 대해 치유와 구원을 얘기하는 경우가 잦은데, 이것이 멜로드라마틱하게 느껴졌다”며 “지금 시대에 비극의 의미가 무엇인지 고민을 갖고 작업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왕 극의 제목을 ‘비극’이라 이름 붙인 마당에, 그런 결말로 넘어가기 이전의 상태에 대해 말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2부 ‘라이오스’는 1인극이다. 라이오스는 오이디푸스의 아버지로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인물이다. 5부작 중 유일하게 각색하지 않은 시멜페니히의 창작 희곡으로, 라이오스가 테베의 왕위에 오르기까지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해 독일에서 올해의 여배우, 연출상, 작품상을 휩쓴 작품으로 배우 전혜진이 주연을 맡아 18개 역할을 소화한다. 김수정 연출은 “전 배우는 미디어를 통해 많은 분이 접했던 것 외에도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며 “연습할 때도 경이로울 정도로 다면적인 모습을 보았고, 관객도 여기서 재미를 느낄 수 있으실 것”이라고 말했다. ‘안트로폴리스 5부작’은 독일 함부르크 도이체스 샤우슈필하우스에서 2023년 초연, 2024년 재연했다. 전체 5부작을 3일 동안 10여 시간에 걸쳐 마라톤 공연을 시도했다. 고대 그리스 신화를 통해 현대 사회의 권력, 세대 간 갈등, 도덕적 딜레마에 대한 질문을 던져 호평받았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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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스 비극의 재해석…국립극단 ‘안트로폴리스’ 5부작 막 올려

    “섣부른 화해와 구원보다, 비극다운 비극이 무엇일지 고민했습니다.”(윤한솔 연출)“어릴 때부터 존경했던 배우 전혜진의 상상 못 했던 모습을 보실 겁니다.”(김수정 연출)고대 그리스 신화 속 테베 왕가의 비극을 탐구한 5부작 ‘안트로폴리스(Anthropolis)’가 10일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막을 올렸다. 독일 극작가 롤란트 쉼멜페니히가 쓴 작품으로, 윤한솔이 연출을 맡은 1부 ‘프롤로그/디오니소스’(10~26일)에 이어 11월 6~22일 같은 장소에서 2부 ‘라이오스’가 상연된다. 3~5부는 내년에 무대에 오른다. 1, 2부의 연출가들이 16일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1부 ‘프롤로그/디오니소스’는 테베 왕가의 건국 과정과 디오니소스가 자신의 신성에 도전하는 자들을 벌하고 파멸에 이르게 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원작은 디오니소스가 자기를 신으로 인정하지 않는 펜테우스를 처벌하는 과정에서 보여지는 집단적 광기를 가감 없이 보여주면서 현대 사회의 야만성을 떠올리게 하는 연출로 호평을 받았다. 배우 18명이 무대에 오르는 대규모 프로덕션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윤 연출은 “요즘은 사회적으로 아픔이나 상처에 대해 치유와 구원을 얘기하는 경우가 잦은데, 이것이 멜로드라마틱하게 느껴졌다”며 “지금 시대에 비극의 의미가 무엇인지 고민을 갖고 작업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왕 극의 제목을 ‘비극’이라 이름 붙인 마당에, 그런 결말로 넘어가기 이전의 상태에 대해 말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2부 ‘라이오스’는 1인극이다. 라이오스는 오이디푸스의 아버지로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인물이다. 5부작 중 유일하게 각색하지 않은 쉼멜페니히의 창작 희곡으로, 라이오스가 테베의 왕위에 오르기까지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해 독일에서 올해의 여배우, 연출, 작품상을 휩쓴 작품으로 배우 전혜진이 주연을 맡아 18개 역할을 소화한다.김수정 연출은 “배우 전혜진은 미디어를 통해 많은 분이 접했던 것 외에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며 “연습할 때도 경이로울 정도로 다면적인 모습을 보았고, 관객도 여기서 재미를 느낄 수 있으실 것”이라고 말했다.‘안트로폴리스 5부작’은 독일 함부르크 도이체스 샤우슈필하우스에서 2023년 초연, 2024년 재연했다. 전체 5부작을 3일 동안 10여 시간에 걸쳐 마라톤 공연을 시도했으며, 고대 그리스 신화를 통해 현대 사회의 권력, 세대 간 갈등, 도덕적 딜레마에 대한 질문을 던져 호평받았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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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故전유성-김해숙-이병헌-지드래곤 문화훈장

    지난달 25일 별세한 개그맨 전유성(사진)이 배우 김해숙 이병헌, 가수 지드래곤(권지용) 등과 함께 문화훈장을 받는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3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2025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을 열고 문화예술인 31명(팀)에 대해 문화훈장과 표창을 수여한다”고 15일 밝혔다. 은관문화훈장은 배우 김해숙이 선정됐으며, 보관문화훈장은 배우 이병헌과 정동환이 수훈한다. 옥관문화훈장은 고 전유성과 성우 배한성, 가수 지드래곤이 받는다. 대통령 표창은 배우 김미경 이민호 이정은, 가수 동방신기 로제 세븐틴, 성우 김은영이 수상한다. 국무총리 표창은 배우 김지원 김태리 박보영 박해준 주지훈, 가수 에이티즈 트와이스, 연주자 최희선이 받는다. 문체부장관 표창은 배우 고윤정 변우석 지창욱 추영우, 가수 라이즈 르세라핌 아이들 제로베이스원, 개그맨 이수지, 안무가 베베가 선정됐다. 올해 16회를 맞는 대중문화예술상은 대중문화 예술인의 사회적 위상과 창작 의욕을 높이고, 대중문화 예술산업 발전에 이바지한 공을 기리고자 마련됐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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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故전유성 문화훈장 받는다…김해숙·이병헌·지드래곤도 수훈

    지난달 25일 별세한 개그맨 전유성이 배우 김해숙·이병헌, 가수 지드래곤 등과 함께 문화훈장을 받는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3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2025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을 열고 문화예술인 31명(팀)에 문화훈장과 표창을 수여한다”고 15일 밝혔다.은관문화훈장은 배우 김해숙이 선정됐으며, 보관문화훈장은 배우 이병현과 정동환이 수훈한다. 옥관문화훈장은 고 전유성과 성우 배한성, 가수 지드래곤(권지용)이 받는다. 대통령 표창은 배우 김미경·이민호·이정은, 가수 동방신기·로제·세븐틴, 성우 김은영이 수상한다. 국무총리 표창은 배우 김지원·김태리·박보영·박해준·주지훈, 가수 에이티즈·트와이스, 연주자 최희선이 받는다. 문체부 장관 표창은 배우 고윤정·변우석·지창욱·추영우, 가수 라이즈·르세라핌·아이들·제로베이스원, 개그맨 이수지, 안무가 베베가 선정됐다.올해 16회를 맞는 대중문화예술상은 대중문화 예술인의 사회적 위상과 창작 의욕을 높이고, 대중문화 예술산업 발전에 이바지한 공을 기리고자 마련됐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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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먹이 번진 자리, 기억의 풍경이 남았다

    장욱진 화백(1917∼1990)은 풍경이나 집, 가족이 등장하는 유화가 자주 전시됐다. ‘먹그림’은 그동안 좀처럼 볼 기회가 없었다. 경기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은 한 번도 전시된 적 없는 미술관 소장품을 포함해 그의 먹그림 40여 점을 모은 기획전 ‘번지고 남아 있는: 장욱진 먹그림’을 최근 개막했다. 미술관에 따르면 장 화백은 1980년경부터 먹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의 먹그림은 먹과 종이를 재료로 하지만, 전통 수묵화에 등장하는 상징적 소재를 내용과 형식면에서 재해석했다. 미술사가 최경현 씨는 “장욱진은 서양화와 동양화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지 않았다”며 “수묵으로 그린 자신의 그림을 수묵화가 아닌 새로운 장르인 ‘먹그림’으로 칭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선 그의 먹그림을 민화, 불교, 일상 등 세 가지 소재로 구분해 살펴본다. 이 소재들은 작품 속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장욱진의 세계관을 이해하는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전시에선 논밭과 시골 초가집이 펼쳐진 풍경화, 장 화백이 그린 뒤 가족에게 나눠 주었던 먹그림 8점을 병풍으로 표구한 작품 등을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개최한 개관 10주년 학술대회 ‘다시, 장욱진을 보다’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했다. 먹그림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고 작가 연구의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계영 미술관장은 “먹그림이 장욱진의 예술세계에 미친 영향을 집중 조명했다”며 “먹그림의 미술사적 가치와 고유한 아름다움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4월 5일까지. 이 미술관에서 함께 열리고 있는 상설전 ‘완전한 몰입’에서는 집중과 즐거움, 자아실현 등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장 화백의 회화와 조각, 드로잉 30여 점을 감상할 수 있다. 장 화백은 외부의 방해 없이 고요하고 고독한 상태에서 내면을 깊이 관찰하고 감각을 다스려 집중하는 ‘정관자(靜觀者)’가 되고 싶다는 글을 남겼다. 이 글처럼 그가 철저한 고요와 고립 속에서 비움과 단순함을 표현한 작품들을 모은 전시다. 상설전은 내년 2월 22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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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장품이 콘텐츠가 될 때… 미술관은 살아있다

    K팝, K드라마부터 K뷰티, K푸드까지. 한국의 대중문화는 미국 뉴욕을 비롯해 해외 곳곳에서 주목받고 있지만, ‘순수 예술’ 비중이 높은 K아트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순수 예술 분야에서 뉴욕은 풍성하고 서울에선 부족한 것은 무엇일까. 세심한 큐레이팅과 소장품 연구를 바탕으로 경계를 넘나드는 과감한 기획 전시를 선보이는 미술관들이야말로 K아트가 나아갈 방향에 좋은 나침반이 될 수 있다.● 새로운 시도에 열린 개방성 지난달 24일(현지 시간) ‘뉴욕현대미술관(MoMA)’에 들어서자 일본 도쿄의 소형 모듈형 주택 ‘캡슐’이 보였다. 이 캡슐 여러 개를 겹겹이 쌓아 만들었던 ‘나카긴 캡슐 타워’는 1972년 긴자에 세워졌던 주거 타워로 출퇴근하는 비즈니스맨을 위해 맞춤 제작된 것이었다. 2022년 해체된 이 건물의 한 캡슐을 MoMA는 통째로 가져와 내부를 1970년대 원형에 가깝게 복원했다. 캡슐 안으로 들어서자 당시 사용했던 오디오 장비, 전자 기기, 소니 컬러 TV 등이 비치돼 있었다. 관객은 뉴욕 한복판에서 1970년대 일본 건축가들이 실행한 독특한 주거 실험의 흔적을 생생히 감상할 수 있다. 이 전시의 큐레이터인 에반젤로스 코치오리스는 “나카긴 캡슐 타워는 도시 속 개인 공간에 대한 색다른 해석”이라며 “단순한 건축물이 아닌 시대와 사회 속의 ‘살아있는’ 유산으로 조명했다”고 설명했다.고대 유물부터 르네상스 걸작까지 폭넓은 컬렉션을 자랑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메트)’에선 초현실주의 작가 맨 레이의 사진과 설치 작품을 집중 조명하는 특별전 ‘맨 레이: 사물이 꿈꿀 때’가 열리고 있었다. 레이는 20세기 예술가로 메트보다 현대미술관에서 자주 전시되는 작가. 그런데 다양한 지역과 시대의 상설관을 갖춘 메트에서 전시된 덕에, 20세기 예술가들이 비서구권 미술에서 어떤 영향과 영감을 얻었는지 자연스럽게 체험할 수 있었다.● “정체성 살리는 전시 많아져야”맨해튼 어퍼 이스트 사이드의 작은 미술관인 ‘프릭 컬렉션’은 14∼19세기 유럽 회화와 조각, 고급 가구를 소장하고 있다. 렘브란트의 자화상 여러 점부터 프란시스코 고야, 윌리엄 터너, 에드가르 드가 같은 알짜 명품 컬렉션으로 유명하다. 이곳에서는 영국의 30대 화가인 플로라 유크노비치의 작품이 전시됐다.유크노비치처럼 젊은 화가의 이례적인 전시에는 나름의 맥락이 있다. 작가는 미술관이 소장한 프랑수아 부셰의 로코코 대표작 ‘사계절’을 모티프로 재해석한 작품을 제작했다. 이곳의 수석 큐레이터이자 부관장인 제이비어 살로몬은 “프릭 컬렉션에 신선한 현대적 목소리를 불어넣는 시도로 전통 미술과 현대 사이의 대화를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이처럼 뉴욕의 주요 미술관들은 ‘소장품’을 기반으로 각자의 정체성을 만들고, 이것을 새롭게 조명하고 재해석함으로써 관람객에게 신선한 시각적 경험과 통찰을 제공했다. 뉴욕에 사는 예술가들에게 창작의 자극과 확장된 시야를 부여하기도 한다.이런 전략은 최근 ‘미술관 건립 붐’이 일고 있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술관은 건물만 있어서 되는 게 아니라, 고유의 소장품과 연구를 바탕으로 하는 기관이 돼야 지속성이 있다는 걸 보여준다. 한 미술 관계자는 “국내 미술관은 세련된 건물이나 사진 찍기 좋은 장소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며 “국립중앙박물관의 관객이 매년 늘어나듯 미술관도 질 좋은 소장품과 깊이 있는 기획 전시를 갖춰 긴 호흡으로 운영을 이끄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뉴욕=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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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욕엔 많고 한국엔 부족한 ‘이것’…K아트 더 성장하려면?

    K팝, K드라마부터 K뷰티, K푸드까지. 한국의 대중문화는 미국 뉴욕을 비롯해 해외 곳곳에서 주목받고 있지만, ‘순수 예술’ 비중이 높은 K아트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순수 예술 분야에서 뉴욕은 풍성하고 서울에선 부족한 것은 무엇일까. 세심한 큐레이팅과 소장품 연구를 바탕으로 경계를 넘나드는 과감한 기획 전시를 선보이는 미술관들이야말로 K아트가 나아갈 방향에 좋은 나침반이 될 수 있다.● 새로운 시도에 열린 개방성 지난달 24일(현지 시간) ‘뉴욕현대미술관(MoMA)’에 들어서자 일본 도쿄의 소형 모듈형 주택 ‘캡슐’이 보였다. 이 캡슐 여러 개를 겹겹이 쌓아 만들었던 ‘나카긴 캡슐 타워’는 1972년 긴자에 세워졌던 주거 타워로 출퇴근하는 비즈니스맨을 위해 맞춤 제작된 것이었다. 2022년 해체된 이 건물의 한 캡슐을 MoMA는 통째로 가져와 내부를 1970년대 원형에 가깝게 복원했다. 캡슐 안으로 들어서자 당시 사용했던 오디오 장비, 전자 기기, 소니 컬러 TV 등이 비치돼 있었다.관객은 뉴욕 한복판에서 1970년대 일본 건축가들이 실행한 독특한 주거 실험의 흔적을 생생히 감상할 수 있다. 이 전시의 큐레이터인 에반젤로스 코치오리스는 “나카긴 캡슐 타워는 도시 속 개인 공간에 대한 색다른 해석”이라며 “단순한 건축물이 아닌 시대와 사회 속의 ‘살아있는’ 유산으로 조명했다”고 설명했다.고대 유물부터 르네상스 걸작까지 폭넓은 컬렉션을 자랑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메트)’에선 초현실주의 작가 만 레이의 사진과 설치 작품을 집중 조명하는 특별전 ‘만 레이: 사물이 꿈꿀 때’가 열리고 있었다. 만 레이는 20세기 예술가로 메트보다 현대미술관에서 자주 전시되는 작가. 그런데 다양한 지역과 시대의 상설관을 갖춘 메트에서 전시된 덕에, 20세기 예술가들이 비서구권 미술에서 어떤 영향과 영감을 얻었는지 자연스럽게 체험할 수 있었다.● “정체성 살리는 전시 많아져야”맨해튼 어퍼 이스트 사이드의 작은 미술관인 ‘프릭 컬렉션’은 14~19세기 유럽 회화와 조각, 고급 가구를 소장하고 있다. 렘브란트의 자화상 여러 점부터 프란시스코 고야, 윌리엄 터너, 에드가 드가 같은 알짜 명품 컬렉션으로 유명하다. 이곳에서는 영국의 30대 화가인 플로라 유크노비치의 작품이 전시됐다.유크노비치처럼 젊은 화가의 이례적인 전시에는 나름의 맥락이 있다. 작가는 미술관이 소장한 프랑수아 부셰의 로코코 대표작 ‘사계절’을 모티프로 재해석한 작품을 제작했다. 이곳의 수석 큐레이터이자 부관장인 자비에 살로몬은 “프릭 컬렉션에 신선한 현대적 목소리를 불어넣는 시도로 전통 미술과 현대 사이의 대화를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이처럼 뉴욕의 주요 미술관들은 ‘소장품’을 기반으로 각자의 정체성을 만들고, 이것을 새롭게 조명하고 재해석함으로써 관람객에게 신선한 시각적 경험과 통찰을 제공했다. 뉴욕에 사는 예술가들에게 창작의 자극과 확장된 시야를 부여하기도 한다.이런 전략은 최근 ‘미술관 건립 붐’이 일고 있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술관은 건물만 있어서 되는 게 아니라, 고유의 소장품과 연구를 바탕으로 하는 기관이 돼야 지속성이 있다는 걸 보여준다. 한 미술 관계자는 “국내 미술관은 세련된 건물이나 사진 찍기 좋은 장소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며 “국립중앙박물관의 관객이 매년 늘어나듯 미술관도 질 좋은 소장품과 깊이 있는 기획 전시를 갖춰 긴 호흡으로 운영을 이끄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뉴욕=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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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쪼그라드는 남자들… ‘HEAL’ 직업 진출 밀어주자”

    21세기에 남성은 어떤 난관에 봉착했을까? 현대 사회에서 남성들이 겪는 위기와 어려움을 심도 있게 탐구한 책이다.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이 교육과 노동, 가족, 정체성 등 여러 측면에서 남성들이 뒤처지고 고립되는 현실을 미국을 중심으로 데이터와 사례를 통해 분석하고 원인과 해법을 제시했다. 남성이 겪는 어려움은 통계로 드러난다. 책에 따르면 미국에서 15세 남학생이 읽기와 수학 기본 능력 시험에서 실패할 확률은 여학생보다 50% 높다. 또 캘리포니아주에서 15∼44세 남성의 자살률은 여성의 3배나 된다. 최근 캘리포니아 주지사 개빈 뉴섬이 “너무나 많은 젊은 남성과 소년이 공동체와 단절된 채 고통받고 있다”며 이들을 지원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책은 1, 2장에서 남성이 경제적 불안정, 정서적 고립에 빠지는 현상을 다룬다. 일부 남학생들이 뇌 발달 지연으로 겪는 학업 부진 문제, 일자리 감소를 제시한다. 특히 미 남성의 약 15%는 가까운 친구가 없고 외로움과 우울증에 빠지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극단적인 온라인 커뮤니티로 뒷걸음질을 치게 된다고 한다. 문제는 세상이 이러한 현상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해로운 남성성(toxic masculinity)’ 같은 단어로 프레임을 씌워 비난한다는 데 있다. 이 책에서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사회와 정치가 기존에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다뤄 왔는지를 살피는 한편 해결책을 제시하는 3∼5장이다. 3장에서는 남자아이들에게 역할 모델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흥미롭다. 미국에선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남교사 비율이 1980년대 초 33%에서 현재 24%로 떨어졌다. 남성 사회복지사 비율도 1980년 이후 18%에 불과하고, 심리학자도 부족하다. 그 탓에 남성들이 학교에서 어려움을 겪거나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을 때 편하게 상담할 남성이 부족하다고 한다. 4장은 미국의 양대 정당인 민주당과 공화당이 남성 문제 해결에 실패한 원인을 분석했다. 저자는 좌파 정책은 주로 여성을 중심으로 한 성평등과 급진적 페미니즘에 치중해 남성들이 마주한 어려움을 간과했다고 짚는다. 반면 우파 정책은 전통적 남성성 유지에만 집착하며, 교육 개혁이나 사회 복지 지원엔 소극적이다. 그 탓에 저소득층과 교육 수준이 낮은 남성들은 경제적 기회를 더 박탈당하게 됐다. 저자는 정치 이념을 넘어 교육 체제와 노동 시장, 사회 시스템이 남성과 소년들을 포함한 모든 성별에게 공정하고 적응 가능한 환경을 구축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 대안도 제시했다.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직업 내 여성 비율을 높이는 데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HEAL(건강, 교육, 행정, 문해력) 직군에 남성이 진출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등의 제안이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이 책을 여름휴가 때 읽을 추천 도서 중 하나로 꼽았다. 저자가 2017년 현대 미국의 계급 역학을 파헤친 ‘20 VS 80의 사회’는 한국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됐다. 국내에선 이달 1일 출범한 ‘성평등가족부’에 ‘성형평성기획과’가 신설돼 성별 불균형을 담당할 것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관련 이슈들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일독할 만한 책이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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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릴적 익힌 한국인 情이 힘… 휘트니-韓기업 교류 이끌어”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외벽에 조각을 설치했던 이불, 같은 미술관 그룹전 ‘괴물 같은 아름다움’에 출품한 이수경, 뉴욕 현대미술관(MoMA) PS1에서 11월부터 개인전을 열 예정인 김아영…. 최근 뉴욕에선 한국 현대미술가들의 활동이 눈에 띄게 두드러지는 가운데, 미술관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활약하는 한국인들도 늘고 있다. 그 가운데 휘트니미술관의 ‘살림꾼’으로 13년간 활약한 유니스 리(43)를 지난달 24일 휘트니미술관에서 만났다. 그는 이전엔 없던 직책인 ‘전략파트너십 디렉터’를 2019년부터 맡기도 했다. 방문 당시, 미술관은 이 디렉터가 주도한 현대자동차와 휘트니미술관의 파트너십으로 탄생한 ‘현대 테라스 커미션’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한국에서 태어난 이 디렉터는 2세 때 미국으로 이주해 로스앤젤레스카운티미술관(LACMA)을 거쳐 2012년부터 휘트니미술관에서 근무했다. 그는 한인 커뮤니티가 좀 더 활성화된 LACMA에서 한국 미술계, 기업과의 교류를 경험했던 것을 살려 휘트니미술관에서 기업 파트너십과 멤버십의 새로운 물꼬를 텄다. 이 디렉터는 “일본, 중국과 달리 한국은 새로운 것에 열려 있어 미국 미술관 후원도 일찍 시작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외벽 커미션(제네시스), LG 구겐하임 어워드(LG), MoMA 미디어 아트 전시(현대카드) 등 한국 기업들이 미술관과 다양한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이 디렉터는 “한국 기업의 후원 덕에 내게도 여러 좋은 기회가 생겨 자랑스럽고 감사하다”고 했다. 휘트니미술관은 풀 네임이 ‘휘트니 미국 미술관(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으로, 미국에서 학교를 다녔거나 일정 기간 활동한 작가만 전시할 수 있다. 때문에 이 디렉터가 처음 미술관에 왔을 때만 해도 한국과 접점은 거의 없었다. “백남준이 1993년 휘트니 비엔날레 전시를 한국에 가져갔지만, 중간에 인연이 끊긴 것 같다”고 한다. 하지만 이 무렵부터 이 디렉터는 당시 관장인 애덤 와인버그와 매년 한국을 찾았다. 한국의 관심과 환대에 반한 와인버그 관장은 광주 비엔날레, 서울미디어시티 비엔날레도 직접 찾았다. 2023년엔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를 서울시립미술관과 공동 기획했다. 이 디렉터는 이런 과정에서 “어릴 때부터 익힌 한국인의 섬세한 배려와 ‘정’이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부모님이 항상 저에게 ‘누군가의 집에 빈손으로 가지 마라’, ‘이렇게 행동하면 버릇이 없다’ 등 강조한 게 있어요. 그걸 기억해 관장님에게 ‘물건을 주고받을 땐 두 손으로 해야 한다’거나 ‘명함은 꼭 챙겨가야 한다’는 등의 팁을 드렸죠. 아무리 매너가 좋은 미국인이라도 알기 어려운 문화적 차이예요.” 최근 10년 사이 뉴욕 미술계에는 한국인이 무척 늘었다. 그들 사이의 네트워크도 끈끈하다. 이 디렉터는 “미국에서 자랐지만, 신기하게도 한국 사람을 만나면 정이 샘솟는다”며 “서로 돕고 알려주는 문화가 한국인의 힘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런 ‘배려’와 ‘정’의 힘은 말뿐만이 아니다. 이 디렉터는 휘트니에 근무하며 미술관 건물 신축 등 7억6000만 달러(약 1조800억 원) 규모의 예산 확보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현대자동차와 휘트니미술관의 10년 파트너십도 구상했다. 최근엔 휘트니 연례 갈라에서 600만 달러를 모금해 미술관 역사상 가장 많은 금액을 모았다. 이 디렉터는 “미술관에서 여러 크고 재밌는 일을 많이 했지만, 가장 소중한 기억은 한국과의 교류와 협업”이라고 강조했다. 이 디렉터는 이제 또 다른 도전에 나선다. 휘트니미술관이 미국인만 전시할 수 있다는 한계에 아쉬움을 느낀 그는 7일(현지 시간)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미술관의 최고사회공헌책임자(CPO·Chief Philanthropy Officer)로 선임됐다. 20일 샌프란시스코로 떠날 예정인 이 디렉터는 “한국 미술을 더 제대로 알리는 데 더욱 욕심을 내보고 싶다”고 다짐했다.뉴욕=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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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화 정족산사고지 특별전시관서 현대미술전 ‘시간’ 개최

    조선왕조실록과 왕실의 족보를 보관했던 강화 정족산사고지에 만들어진 특별 전시관에서 현대미술 전시가 열리고 있다. 4일 개막한 ‘시간’전은 한지를 재료로 하는 김문정 작가부터 사진을 주로 다루는 강홍구, 노순택, 수묵화가인 허달재를 비롯해 김이오 박동진 송명진 유별남 정원철 함명수 등 중견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한다.전시 장소인 정족산사고지 특별전시관은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했던 사고인 ‘장사각’이다. 이 건물 옆에는 왕실의 족보를 보관했던 ‘선원보각’이 있다. 두 건물은 1998년 복원한 것으로 옛 현판만 그대로 달았다. 이곳에 있던 기록들은 서울대 규장각에서 보존, 관리하고 있다. 현재 전시장에는 국가유산 보물인 묘법연화경 목판이 가운데에 설치되어 있고, 벽면에 예술 작품이 걸렸다.‘시간’전은 4일부터 12일까지 열리는 ‘삼랑성역사문화축제’와 맞물려 개최되는 전시로, 1년에 한 번 이 전시가 열릴 때 정족산사고 내부를 관람할 수 있다. 정족산사고 특별전시관에서 현대미술전은 올해로 18회째를 맞는다. 전등사에서는 현대미술가들이 참여해 2012년 만든 법당 ‘무설전’에서도 미술 작품을 전시한다. 전시 지원 공모를 통해 선정된 청년 작가 설진화의 개인전이 4~12일 열린다.삼랑성역사문화축제조직위원회 공동위원장인 장윤 스님(대한불교조계종 원로의원, 전등사 회주)은 “부처님의 사리를 나누어 모신 ‘탑’이 종교와 예술이 만나는 첫 지점이 되었듯, 전등사의 유서 깊은 장소인 정족산 사고지에서 예술가들의 정신적 사리라 할 수 있는 작품을 걸었다”며 “전시가 오랜 기간 이어지고 여러 사람이 그림을 관람해왔으니 이 자체가 자비 실천이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시간’전은 19일까지 열린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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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끊지 못하는 중독, 벗어나는 길은 ‘연결’

    술에 기대 살아온 문학 연구자와 담배를 끊지 못하는 정신과 의사가 주고받은 편지를 엮은 서간집이다. 두 사람은 각자 감춰온 중독의 이력과 트라우마를 솔직하게 풀어낸다. 어떻게 하면 중독을 끊을 수 있는지에만 관심이 쏠리는 요즘 시대에, 중독의 대상을 ‘기대는 것’이라고 접근해 신선하다. 이 책의 가장 독특한 관점은 중독을 ‘쾌락 추구’가 아니라 ‘고통의 경감’으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술, 담배, 약물, 도박부터 게임, 쇼핑, 소셜미디어까지 여러 중독을 임상적·사회적·철학적으로 해석한다. 단순히 끊는 것을 목표로 하기보다 ‘위험 감소’에 초점을 맞춘다. 중독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단절이 아닌 ‘연결’에서 가능하다고 저자들은 강조한다. 책에서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중독은 회복의 시작이며, 중요한 것은 내가 혼자가 아님을 아는 것.” 요코미치는 도벽, 성 중독, 과식, 알코올에 기대 살아온 자신의 경험을 풀어놓으면서 중독이 결코 남 얘기가 아님을 증명한다. 마쓰모토는 수많은 의존증 환자를 진료해 온 일본의 권위자. 익명 자조 모임, 가족 지원 프로그램, 민간 재활 시설을 종합적으로 설명하며 ‘회복 공동체’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두 사람의 문체는 때로 날것처럼 거칠게 다가오고 때로는 따뜻하게 마음을 파고든다. 책의 탄생 배경 또한 흥미롭다. 요코미치를 처음 만난 편집자는 그가 대낮부터 술병을 들고 나타나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이에 중독 치료 전문인 마쓰모토와 편지 교류를 제안한 게 이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된 계기라고 한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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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8년차 팝페라 테너 임형주, 눈물겨운 성공담

    ‘팝페라 전설’ 임형주는 평소 가족처럼 가까운 사이인 조혜련, 황광희를 초대해 추석에 어울리는 한 상을 대접하고 집과 공연장이 결합된 450평 규모의 4층 집을 전부 공개한다. 임형주는 12세라는 어린 나이에 데뷔해 성공하기까지의 과정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부모님이 가수가 되는 것을 반대해 16세에 여행 간다고 거짓말을 한 뒤 홀로 유학길에 올랐다. 햇빛 없는 차고에서 생활해 곰팡이 핀 청바지를 입고 오디션을 봤던 고생담으로 절친들을 놀라게 한다. 이후 17세 때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남성 성악가 최연소로 독창회 진행, 2015년 이탈리아 로마시립예술원을 졸업해 동양인 최초 석좌교수로 임명됐고, 2017년에는 팝페라 가수 최초로 그래미상 심사위원에 위촉됐다. 14년 지기 황광희는 임형주의 반전 일상을 폭로한다. 집에서 홀케이크 한 판을 해치운 뒤 다이어트 걱정을 하고, 계산할 때 통신사 할인받으며 ‘저 아시죠?’라고 셀프 어필을 한단다. 조혜련과 음악 선생님으로 만난 인연을 회상하며 임형주는 공연 중 조혜련이 무대에 난입해 함께 노래를 불렀다는 일화도 공개한다. 공연으로 바쁘게 지내느라 남들보다 늦게 ‘사십춘기’가 온 것 같다는 속마음을 드러낸 임형주는 1998년 ‘이소라의 프러포즈’ 데뷔 무대에서 울었던 기억에 아직도 그 무대를 보지 못한다고 고백한다. 데뷔 28년 차임에도 늘 자신을 채찍질한다면서 눈시울을 붉힌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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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잔·르누아르… 19세기 프랑스의 숨결을 만나다

    프랑스 파리 오랑주리미술관의 소장품을 한국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전시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지난달 20일 개막했다. 한국과 프랑스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는 ‘오랑주리-오르세 미술관 특별전: 세잔, 르누아르’는 오르세와 오랑주리미술관이 협력하고 예술의전당, 지엔씨미디어가 공동 주최했다. 이 전시는 19세기 프랑스 인상파 화가인 오귀스트 르누아르(1841∼1919)와 후기 인상파 화가 폴 세잔(1839∼1906)의 예술 세계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르누아르는 빛과 공기의 흐름을 따뜻하고 섬세한 색채로 표현하며 감각적 아름다움을 추구한 인상파 대표적 화가. ‘현대 미술의 아버지’로 불리는 세잔은 간결하면서도 기하학적인 구성을 통해 회화에 구조적 질서를 불어넣었다. 두 화가는 같은 시대를 살며 서로 교류했으며 인상주의에 뿌리를 둔 공통점을 지녔다. 하지만 회화를 바라보는 관점은 극명히 달랐다. 이들의 예술적 성과는 후대 파블로 피카소를 비롯한 20세기 작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고, 특히 세잔의 유산은 입체주의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전시는 두 작가의 작품 세계를 모두 6개의 섹션으로 나눠 비교 조망한다. 첫 번째 ‘야외에서’는 인상주의의 출발점이 된 자연과 빛의 탐구를 보여주며, 르누아르의 부드러운 붓질과 세잔의 구조적 필치가 대비를 이룬다. 두 번째 ‘정물에 대한 탐구’에서는 일상의 오브제를 두고 색채와 공간을 해석한 각기 다른 접근 방식을 감상할 수 있다. 세 번째 ‘인물을 향한 시선’에서는 따뜻한 인체 묘사로 친밀한 순간을 담아낸 르누아르와 구조적 일관성을 강조한 세잔의 작품이 나란히 전시된다. 네 번째 ‘폴 기욤의 수집’에서는 20세기 초 소장가인 폴 기욤이 구축한 컬렉션을 통해 당대 미술의 흐름에서 두 화가가 어떻게 자리매김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어 다섯 번째 ‘세잔과 르누아르’에서는 풍경·정물·인물 작품을 직접적인 비교 형식으로 제시, 두 화가가 평생 서로 어떤 자극을 주고받았는지, 차별성은 어떻게 유지했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마지막 ‘두 거장과 피카소’에선 세잔의 분석적 회화가 입체주의로, 르누아르의 색채와 선에 대한 탐구가 피카소의 고전적 시기로 이어진 과정을 추적한다. 내년 1월 25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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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에 찾아온 세잔·르누아르…佛오랑주리미술관 소장품 한국 첫선

    프랑스 파리 오랑주리미술관의 소장품을 한국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전시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지난달 20일 개막했다. 한국과 프랑스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는 ‘오랑주리-오르세 미술관 특별전: 세잔, 르누아르’는 오르세와 오랑주리미술관이 협력하고 예술의전당, 지엔씨미디어가 공동 주최했다.이 전시는 19세기 프랑스 인상파 화가인 오귀스트 르누아르(1841~1919)와 후기 인상파 화가 폴 세잔(1839~1906)의 예술 세계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르누아르는 빛과 공기의 흐름을 따뜻하고 섬세한 색채로 표현하며 감각적 아름다움을 추구한 인상파 대표적 화가. ‘현대 미술의 아버지’로 불리는 세잔은 간결하면서도 기하학적인 구성을 통해 회화에 구조적 질서를 불어넣었다.두 화가는 같은 시대를 살며 서로 교류했으며 인상주의에 뿌리를 둔 공통점을 지녔다. 하지만 회화를 바라보는 관점은 극명히 달랐다. 이들의 예술적 성과는 후대 파블로 피카소를 비롯한 20세기 작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고, 특히 세잔의 유산은 입체주의의 탄생으로 이어졌다.전시는 두 작가의 작품 세계를 모두 6개의 섹션으로 나눠 비교 조망한다. 첫 번째 ‘야외에서’는 인상주의의 출발점이 된 자연과 빛의 탐구를 보여주며, 르누아르의 부드러운 붓질과 세잔의 구조적 필치가 대비를 이룬다. 두 번째 ‘정물에 대한 탐구’에서는 일상의 오브제를 두고 색채와 공간을 해석한 각기 다른 접근 방식을 감상할 수 있다. 세 번째 ‘인물을 향한 시선’에서는 따뜻한 인체 묘사로 친밀한 순간을 담아낸 르누아르와 구조적 일관성을 강조한 세잔의 작품이 나란히 전시된다.네 번째 ‘폴 기욤의 수집’에서는 20세기 초 소장가인 폴 기욤이 구축한 컬렉션을 통해 당대 미술의 흐름에서 두 화가가 어떻게 자리매김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어 다섯 번째 ‘세잔과 르누아르’에서는 풍경·정물·인물 작품을 직접적인 비교 형식으로 제시, 두 화가가 평생 서로 어떤 자극을 주고받았는지, 차별성은 어떻게 유지했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마지막 ‘두 거장과 피카소’에선 세잔의 분석적 회화가 입체주의로, 르누아르의 색채와 선에 대한 탐구가 피카소의 고전적 시기로 이어진 과정을 추적한다. 내년 1월 25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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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60년대 성수동 공장 기숙사, 예술공간으로 탈바꿈

    1960년대 지어진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공장 기숙사를 리모델링한 예술 공간 ‘성수나무’가 개관했다. 성수나무는 중정(中庭)의 아흔 살이 넘은 나무를 오래된 건물이 둘러싸고 있는 형태의 공간이다. 노동자들이 머물렀던 방들과 부엌의 벽을 허물어, 1층의 절반을 전시 공간으로 만들었다. 지난달 11일 개관에 맞춰 선보인 전시는 박인성 작가의 개인전 ‘레지두(RESIDUE): 존재, 시간, 색, 기억의 파편’이다. 1층의 나머지 공간은 예술가들이 입주하는 작업실로 사용될 예정이다. 연말까지 시범 운영을 거친 뒤 내년부터 공모를 통해 입주 예술가를 선발한다. 성수나무를 운영하는 에이렌즈의 박민경 대표는 “1960년대 젊은이들이 각자의 꿈을 품고 상경해 공장 기숙사에 머물렀던 것처럼, 실력 있는 예술가가 성장하도록 돕고 해외로 연결되는 가교 역할도 하는 게 목표”라며 “예술가와 예술 커뮤니티가 이곳에서 나무처럼 견고하게 자랐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름을 성수나무라고 지었다”고 했다. 성수나무 주변에선 1960년대 공장에서 일했던 사람들 중 일부도 여전히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성수나무는 이들이 예술을 가까이서 경험할 수 있도록, 주민 대상 영화 상영 프로그램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박 작가의 전시는 27일까지 열린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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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벽한 유토피아는 없다… 그래서 아름답다[김민의 영감 한 스푼]

    17세기 이탈리아 신학자 토마소 캄파넬라의 책 ‘태양의 도시’는 이상적 도시 국가를 그립니다. 이불 작가는 이 책에서 영감을 얻어 설치 작품 ‘태양의 도시 Ⅱ’를 제작하죠. 그가 만든 태양의 도시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받침대 삼은 지도 모양의 판자들이 바닥에 펼쳐진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발을 잘못 디뎌도 작품을 망가뜨릴까 봐 불안한 마음으로 감상하게 되죠. 또 벽면에는 거울이 부착돼 있지만, 그 표면이 일그러져 ‘예쁜 인증샷’을 찍을 순 없고 희미한 자신의 모습만 비칩니다. 이불 작가는 인류가 오랫동안 꿈꿔왔던 수많은 ‘이상향’을 이처럼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지만 버티고 서 있는 아슬아슬한 모습으로 묘사해 왔습니다. 리움미술관에서 지난달 4일 개막한 ‘이불: 1998년 이후’전은 이런 이불 작가의 이상향에 관한 탐구를 담은 연작 ‘몽그랑레시(Mon gran recit)’를 중심으로 약 30년간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이 전시의 큐레이터인 곽준영 전시기획실장에게 전시 구성 과정부터 애착이 가는 작품까지 물어봤습니다. ―리움미술관은 왜 지금 이불 작가를 조명하게 됐나요? “올해 전시를 하겠다고 생각했던 건 아닙니다. 이불 작가는 오래전부터 리움에서 전시하고 싶은 작가 리스트에 있었죠. 다만 우리 미술관에서만 전시하기보다 국제 투어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홍콩 M+ 미술관과 공동 기획하여 해외 기관으로 투어 전시를 열게 됐습니다. 2002년 로댕갤러리 개인전 이후 23년 만에 삼성문화재단 산하 미술관에서 전시를 개최해 뜻깊습니다.” ―전시 장소가 미술관 내 블랙박스와 그라운드 갤러리입니다. 장소를 선정한 과정도 궁금합니다. “작품의 성격과 규모가 맞아떨어졌습니다. 이불 작가의 연작 ‘몽그랑레시’는 이상향을 꿈꾸었던 모더니즘 아방가르드 건축과 미술을 비판적으로 탐구하고 재해석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는데요. 블랙박스와 그라운드 갤러리는 렘 콜하스가 설계한 곳으로, 콜하스가 모더니즘 아방가르드 건축에서 자주 쓰인 콘크리트를 창의적으로 사용하고 여기에 유리를 접목했다는 특징이 ‘몽그랑레시’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블랙박스 공간 구성에선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했나요. “블랙박스에 어떤 작품을 전시할지는 일찍부터 결정됐습니다. 이불 작가는 이 공간에서 영화 ‘스페이스 오디세이’ 같은 공상과학(SF), 우주적 분위기를 상상했습니다. 그런 분위기를 지닌 ‘태양의 도시 Ⅱ’를 거대한 풍경으로 두고, 그 안에 1990년대 후반부터 발표된 초기작 ‘사이보그’ ‘아나그램’ ‘속도보다 거대한 중력 Ⅰ’ 등의 작품이 서로를 반사하며 혼란스러운 광경을 만들도록 했습니다. 전시의 멜랑콜리한 서곡과도 같은 곳입니다.” ―블랙박스에서 에스컬레이터로 내려가면 터널을 통과해야 아래 전시장이 보이는 구조가 흥미로웠습니다. “그 터널은 2012년 작품 ‘수트레인’인데요. 이 작품은 늘 전시장 입구에서 다른 세계로 연결되는 문처럼 설치됐습니다. 제목 ‘수트레인’이 프랑스어로 지하 혹은 감춰진 공간을 의미합니다. 이 작품은 지하 공간으로 안내하는 통로이며, 입구에서는 작품의 전체 구조와 외형을 파악할 수 없도록 한 것이 설치 의도입니다. 이 작품을 그라운드 갤러리 입구에 둔 것은 작품의 원래 의도를 살리기 위한 것입니다.” ―‘수트레인’을 빠져나오면 빈 공간이 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작품이 가득 차 있습니다. 이런 결정은 어떻게 하게 된 건가요. “‘가득 채우자’고 결정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2005년부터 전개된 ‘몽그랑레시’ 연작의 주요 작품들을 한곳에 모으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많은 작품을 선보이게 된 것입니다. 더불어 여러 작품이 벽면이 없이 서로 겹치고 겹치는, 중첩된 풍경은 이 연작의 특성을 살린 겁니다. ‘몽그랑레시’는 하나의 커다란 서사 대신, 다수의 파편적인 작은 서사들을 비선형적으로 연결하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들이 서로 겹치며 또 하나의 거대한 풍경을 만들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거나 애착이 가는 작품을 꼽는다면….“하나를 꼽기는 정말 어렵지만, 이번 전시에서 입구에 있는 ‘취약할 의향―메탈라이즈드 벌룬’과 지난해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메트)에 전시했던 ‘롱 테일 헤일로: CTCS #1’의 조합이 미술관의 건축과 정말 잘 어울리는 설치라고 생각합니다. 콜하스의 육중한 검은 콘크리트를 배경으로 거대하지만 불안정한 몸체를 드러내는 비행선, 검은 콘크리트로 빚어낸 듯한 조각이 함께 놓였을 때 희열과 감동이 생생합니다. ‘롱 테일 헤일로’는 메트에서 제시간에 올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는데 무사히 전시하게 되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1998년부터 올해까지 작품을 봤는데, 앞으로 이불 작가의 예술은 어떤 길을 가게 될 것 같나요. “이불 작가는 인류의 과거와 현재를 공부하고 가능한 미래에 대해 열린 사유를 해온 작가이지만, ‘규정’을 거부하는 사람이기에 예측이 어렵습니다. 끊임없는 호기심과 열정으로 앞으로도 시대를 성찰하는 작업을 지속할 거라는 것 이외에는….”※뉴스레터 ‘영감 한 스푼’은 매주 목요일 오전 7시에 발송됩니다. QR코드를 통해 구독 신청을 하시면 e메일로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김민 문화부 기자 kimmin@donga.com}

    • 2025-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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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60년대 공장 기숙사, 예술가들의 보금자리로

    1960년대 지어진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공장 기숙사를 리모델링한 예술 공간 ‘성수나무’가 개관했다.성수나무는 중정(中庭)의 아흔 살이 넘은 나무를 오래된 건물이 둘러싸고 있는 형태의 공간이다. 노동자들이 머물렀던 방들과 부엌의 벽을 허물어, 1층의 절반을 전시 공간으로 만들었다. 지난달 11일 개관에 맞춰 선보인 전시는 박인성 작가의 개인전 ‘레지두(RESIDUE): 존재, 시간, 색, 기억의 파편’이다.1층의 나머지 공간은 예술가들이 입주하는 작업실로 사용될 예정이다. 연말까지 시범 운영을 거친 뒤 내년부터 공모를 통해 입주 예술가를 선발한다. 성수나무를 운영하는 에이렌즈의 박민경 대표는 “1960년대 젊은이들이 각자의 꿈을 품고 상경해 공장 기숙사에 머물렀던 것처럼, 실력 있는 예술가가 성장하도록 돕고 해외로 연결되는 가교 역할도 하는 게 목표”라며 “예술가와 예술 커뮤니티가 이곳에서 나무처럼 견고하게 자랐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름을 성수나무라고 지었다”고 했다.성수나무 주변에선 1960년대 공장에서 일했던 사람들 중 일부도 여전히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성수나무는 이들이 예술을 가까이서 경험할 수 있도록, 주민 대상 영화 상영 프로그램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박 작가의 전시는 27일까지 열린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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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잎이 발길따라 흩날리고… 몰입형 K콘텐츠, 뉴욕 사로잡다

    2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의 맨해튼 서부. 허드슨 강변의 여객선 터미널을 리노베이션한 스포츠·엔터테인먼트 복합 단지 ‘첼시 피어’ 전시장에 들어서자 벽면을 가득 채운 바닷물이 쏟아질 듯 거센 파도를 일으켰다. 빔 프로젝터 영상이지만, 높은 화질과 정교한 컴퓨터그래픽(CG) 덕에 진짜 바다보다 더 실감 나게 다가왔다. 또 다른 전시장에선 벽면에 화려한 꽃들이 가득했고, 관객의 발자국을 따라 꽃잎이 흩날리기도 했다.한국 특유의 감각과 고도의 기술을 살린 몰입형 디자인 전시 브랜드 ‘아르떼뮤지엄’이 뉴욕에 진출했다. 중국 홍콩과 청두(成都), 미 라스베이거스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를 거쳐 이뤄낸 성과. 개관 기념 행사가 열린 이날 현장은 ‘K아트’의 또 다른 도약을 기대할 만한 자리였다.● 뉴욕 마천루와 한국 민화의 만남아르떼뮤지엄은 강원 강릉과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만큼 사랑받는 콘텐츠다. 이날 뉴욕 전시장에선 폭포와 꽃, 해변, 파도, 숲 등 아르떼뮤지엄 대표 테마인 ‘영원한 자연’을 주제로 한 콘텐츠 16점이 펼쳐졌다. ‘꽃’ 전시장은 무궁화 씨앗의 생애에 관한 영상과 관객 움직임에 따라 영상이 변하는 인터랙티브 요소가 추가됐다. 마지막 전시장 ‘가든’에선 뉴욕의 대표적인 풍경과 한국의 산수화, 민화 등 전통문화를 결합한 ‘뉴욕 이즈 아트(Newyork is Art)’ 영상이 상영됐다. 아르떼뮤지엄을 운영하는 ‘디스트릭트’ 부사장이자 콘텐츠 총괄 기획자인 이상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영향인지 현지 관객들이 십장생 등 동양적 요소를 좋아해 적극 활용했다”며 “안견의 몽유도원도도 삽입했는데, 이 그림이 일본에 있지만 한국의 작품임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약 4800㎡ 규모인 아르떼뮤지엄 뉴욕은 2023년 개관한 ‘아르떼뮤지엄 라스베이거스’의 약 2배 크기. 주변엔 각종 운동이 가능한 대규모 시설도 있어 주말을 즐기는 가족이나 관광객이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전시장을 찾은 관객들은 특히 ‘꽃’과 ‘정원’에 큰 관심을 보였다.● ‘누적 관객 천만’ K아트의 도전 뉴욕 진출은 야망 있는 문화 콘텐츠 제작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꿔보는 일. 디스트릭트는 2011년 세계 최초로 실내 4D 테마파크인 ‘라이브 파크’를 만들었고, 2020년 서울 코엑스 대형 전광판에서 상영한 ‘웨이브(WAVE)’로 주목받았다. 같은 해 제주에 ‘아르떼뮤지엄’을 개관했는데, 이때부터 뉴욕 진출을 꿈꿨다고 한다.“2021년 뉴욕 ‘원 타임스 스퀘어’ 전광판 운영사의 초청을 받아 ‘워터폴 NYC’를 선보였을 때 반응이 뜨거워, 그때부터 전시장 개관을 맘먹었습니다. 하지만 팬데믹에다 개관 절차나 규제 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5년이나 걸렸지만 무척 자랑스럽습니다.”(이 부사장) 세계 곳곳에 포진한 아르떼뮤지엄을 찾은 전체 누적 관객은 지난달 기준으로 1000만 명을 넘어섰다. 특히 2023년 선보인 라스베이거스 지점이 가장 큰 매출을 냈다고 한다. 입장료가 한국보다 3배가량 높지만, 지난해 연매출이 2059만 달러(약 290억 원)로 디스트릭트 전체 매출의 35%를 차지할 정도다. 올해도 하루 평균 방문객이 1485명으로 지난해보다 40% 늘었다. 디스트릭트 측은 “한국 전시장의 경우 개관 후 몇 년이 지나면 관객이 다소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지만, 미국은 해외에서 오는 관광객이 꾸준히 유입되는 특징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19일 정식 개관한 아르떼뮤지엄 뉴욕은 앞으로 10년 동안 이 공간에서 상설 전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 부사장은 “어제 전시를 보러 온 한 미국 할머니가 우리를 붙잡고 ‘정말 감동받았다. 이런 전시는 처음이다’고 말해 놀랐다”며 “한국의 뛰어난 몰입형 미디어 콘텐츠를 보여줘 하나의 ‘문화 브랜드’로 성장할 계기를 뉴욕에서 만들고 싶다”고 다짐했다.쉽고 강렬하게… 대중을 파고든다한국형 ‘몰입형 미디어’ 생존법“글로벌 팬덤 공략한 K팝처럼쉬운 주제에 디지털기술 활용”‘이해하기 어려운 철학적 해석이나 긴 설명은 가급적 자제하고, 피부로 와닿는 감각을 제대로 느끼게 한다.’ 한국 관객의 적극적인 반응을 바탕으로 업그레이드를 거듭해온 디스트릭트의 콘텐츠를 보면 K아트 역시 최근 세계에서 사랑받는 K컬처가 지닌 공통적인 특징을 지녔음을 알 수 있다. 화려한 비주얼과 귀에 꽂히는 음악으로 글로벌 팬덤을 공략한 K팝처럼 ‘아르떼뮤지엄’ 역시 대중의 취향을 철저히 공략한다. 이를테면 ‘꽃’ 전시장은 꽃의 줄기나 뿌리 같은 복잡한 요소는 없애고 화려한 꽃잎이 흐드러진 모습만 강조했다. ‘폭포’ 전시장도 원래 폭포 옆에 있을 바위나 흙은 모두 지우고 시원하게 떨어지는 물줄기의 힘찬 모습만 화면에 가득 채웠다. 여기에 영화 ‘부산행’, ‘놈놈놈’, ‘도둑들’ 등 100여 편의 영화에서 음악을 작업한 베테랑 음악 감독 장영규가 사운드를 만들었다. 전시장에선 프랑스 조향사가 만든 향도 맡을 수 있다.‘자연’을 주제로 삼은 것도 전략적인 선택이다. 바다와 파도, 해, 달, 별 같은 자연 속 요소들은 세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이런 영상들이 주는 강렬하면서도 공감이 큰 느낌을 고도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구현하는 게 아르떼뮤지엄의 강점이다. 이상진 디스트릭트 부사장은 “회오리바람을 경험할 수 있는 ‘토네이도’는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다양한 기물을 활용하는 과학 체험관과 달리, 전시장 안에 오로지 수증기와 공기의 흐름만이 보이도록 고심했다”며 “디자이너와 기술자, 개발자 등 다양한 직군의 제작자들이 아이디어부터 제작까지 함께 난상 토론 과정을 거쳐서 내놓은 산물”이라고 말했다. 특히 디스트릭트는 이번 뉴욕 진출이 2012년 세상을 떠난 최은석 전 대표가 탄탄하게 밑바탕을 다진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사장은 “최 전 대표는 콘텐츠의 디테일을 끝까지 밀어붙였다”며 “그의 완벽주의 스타일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최 전 대표가 이끌었던 시절 디스트릭트는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등 국내 기업의 해외 론칭쇼나 글로벌 브랜드의 행사에 쓰이는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하며 주목받았다. 아르떼뮤지엄의 출발이라 할 수 있는 ‘라이브 파크’ 역시 고인의 아이디어였다. 디지털 디자인업계에서 촉망받던 그가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출장 중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디스트릭트는 한때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라이브 파크’의 경험을 바탕으로 디지털 테마파크인 ‘플레이케이팝’을 열었던 게 분위기 전환에 주효했다. 이는 아르떼뮤지엄의 성공으로도 이어졌다. 이성호 디스트릭트 대표는 “최 전 대표가 아르떼뮤지엄 뉴욕 개관을 보며 하늘에서 흐뭇하게 웃고 있을 것”이라며 감회에 젖었다.뉴욕=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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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세계 1000만 명 감상한 ‘아르떼뮤지엄’, 이번엔 뉴욕에 도전장

    2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의 맨해튼 서부. 허드슨 강변의 여객선 터미널을 리노베이션한 스포츠∙엔터테인먼트 복합 단지 ‘첼시 피어’ 전시장에 들어서자, 벽면을 가득 채운 바닷물이 쏟아질 듯 거센 파도를 일으켰다. 빔 프로젝터 영상이지만, 높은 화질과 정교한 컴퓨터 그래픽(CG) 덕에 진짜 바다보다 더 실감 나게 다가왔다. 또 다른 전시장에선 벽면에 화려한 꽃들이 가득했고, 관객의 발자국에 따라 꽃잎이 흩날리기도 했다.한국 특유의 감각과 고도의 기술을 살린 몰입형 디자인 전시 브랜드 ‘아르떼뮤지엄’이 뉴욕에 진출했다. 중국 홍콩과 청두(成都), 미 라스베이거스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를 거쳐 이뤄낸 성과. 개관 기념 행사가 열린 이날 현장은 ‘K아트’의 또 다른 도약을 기대할 만한 자리였다.● 뉴욕 마천루와 한국 민화의 만남아르떼뮤지엄은 강원 강릉과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만큼 사랑받는 콘텐츠다. 이날 뉴욕 전시장에선 폭포와 꽃, 해변, 파도, 숲 등 아르떼뮤지엄 대표 테마인 ‘영원한 자연’을 주제로 한 콘텐츠 16점이 펼쳐졌다. ‘꽃’ 전시장은 무궁화 씨앗의 생애에 관한 영상과 관객 움직임에 따라 영상이 변하는 인터랙티브 요소가 추가됐다. 마지막 전시장 ‘가든’에선 뉴욕의 대표적인 풍경과 한국의 산수화, 민화 등 전통문화를 결합한 ‘뉴욕 이즈 아트(Newyork is Art)’ 영상이 상영됐다. 아르떼뮤지엄을 운영하는 ‘디스트릭트’ 부사장이자 콘텐츠 총괄 기획자인 이상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영향인지 현지 관객들이 십장생 등 동양적 요소를 좋아해 적극 활용했다”며 “안견의 몽유도원도도 삽입했는데, 이 그림이 일본에 있지만 한국의 작품임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약 4800m² 규모인 아르떼뮤지엄 뉴욕은 2023년 개관한 ‘아르떼뮤지엄 라스베이거스’의 약 2배 크기. 주변엔 각종 운동이 가능한 대규모 시설도 있어 주말을 즐기는 가족이나 관광객이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전시장을 찾은 관객들은 특히 ‘꽃’과 ‘정원’에 큰 관심을 보였다.● ‘누적 관객 천만’ K아트의 도전뉴욕 진출은 야망 있는 문화 콘텐츠 제작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꿔보는 일. 디스트릭트는 2011년 세계 최초로 실내 4D 테마파크인 ‘라이브 파크’를 만들었고, 2020년 서울 코엑스 대형 전광판에서 상영한 ‘웨이브’(WAVE)로 주목받았다. 같은 해 제주에 ‘아르떼뮤지엄’을 개관했는데, 이때부터 뉴욕 진출을 꿈꿨다고 한다.“2021년 뉴욕 ‘원 타임스 스퀘어’ 전광판 운영사의 초청을 받아 ‘워터폴 NYC’를 선보였을 때 반응이 뜨거워, 그때부터 전시장 개관을 맘먹었습니다. 하지만 팬데믹에다 개관 절차나 규제 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5년이나 걸렸지만 무척 자랑스럽습니다.”(이 부사장)세계 곳곳에 포진한 아르떼뮤지엄을 찾은 전체 누적 관객은 지난달 기준으로 1000만 명을 넘어섰다. 특히 2023년 선보인 라스베이거스 지점이 가장 큰 매출을 냈다고 한다. 입장료가 한국보다 3배가량 높지만, 지난해 연매출이 2059만 달러(약 290억 원)로 디스트릭트 전체 매출의 35%를 차지할 정도다. 올해도 하루 평균 방문객이 1485명으로 지난해보다 40% 늘었다. 디스트릭트 측은 “한국 전시장의 경우 개관 몇 년이 지나면 관객이 다소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지만, 미국은 해외에서 오는 관광객이 꾸준히 유입되는 특징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19일 정식 개관한 아르떼뮤지엄 뉴욕은 앞으로 10년 동안 이 공간에서 상설 전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 부사장은 “어제 전시를 보러 온 한 미국 할머니가 우리를 붙잡고 ‘정말 감동받았다. 이런 전시는 처음이다’고 말해 놀랐다”며 “한국의 뛰어난 몰입형 미디어 콘텐츠를 보여줘 하나의 ‘문화 브랜드’로 성장할 계기를 뉴욕에서 만들고 싶다”고 다짐했다.뉴욕=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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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지니아 울프의 미공개 첫 소설 원고 발견

    영국 작가 버지니아 울프(1882∼1941·사진)의 출간되지 않은 첫 소설 원고가 뒤늦게 발견됐다. 21일(현지 시간)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울프가 1907년 집필한 소설 ‘바이올렛의 삶’이 다음 달 7일 출간된다.‘바이올렛의 삶’은 울프의 첫 소설로 알려졌던 ‘출항’보다 8년이나 앞선 원고로 거인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단편소설 3편으로 구성됐다. 울프가 이 소설을 집필하기 전 줄거리만 정리한 초안이 미국 뉴욕 공립도서관에 남아 있었지만 전문가들은 울프가 초안만 쓰고 실제 소설은 완성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해 왔다. 하지만 우르밀라 세샤기리 미국 테네시대 교수가 울프의 자서전 에세이 ‘지난날의 스케치’에 대해 연구하던 중 우연히 영국 워민스터 인근에 있는 한 귀족의 저택에서 완성된 원고를 발견했다. 이 귀족은 울프의 가족과 교류가 잦았던 인물이다. 세샤기리 교수는 이 저택의 기록 보관실에 갔다가 타자로 완성된 원고를 찾았다고 한다. 이 원고가 출간되지 않았던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세샤기리 교수는 발견된 원고에 대해 “작가가 우울하고 어려운 주제만 다뤘다는 인식을 전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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