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미

송혜미 기자

동아일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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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송혜미 기자입니다.

1am@donga.com

취재분야

2026-02-25~2026-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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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펠노예’ 버텨도…111명중 뇌출혈응급수술 10명[히어로콘텐츠/표류④]

    ‘어떻게 수술실마다 의사가 없을 수 있나.’ 박종열 씨(39)는 왼 다리가 거무죽죽하게 죽어가도록, 이준규 군(13)은 뇌에 피가 가득 차오르도록 의사를 만날 수 없었다.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이 구급차와 응급실에서 보낸 37일 동안 목격한 응급환자의 ‘표류’는 수술실을 지키는 의사 부족이 주된 원인이었다. 하물며 이 적은 수의 의사와 환자를 이어주는 시스템도 고장 나 있었다. 해마다 3058명의 의사가 배출된다. 그런데도 수술실은 텅 비어 있었다. 왜 의사들은 수술실을 떠나나. ‘수술 의사 대란’의 원인을 찾기 위해 2011년 신경외과를 택했던 전공의 111명이 12년이 지난 지금 어떤 의사로 일하고 있는지를 전수 조사했다. 그 결과, 여전히 응급 개두술을 활발히 하는 의사는 10명뿐이었다. 응급 개두술 의사를 따로 집계한 건 이들이 현장에서 가장 만나기 어려운 의사였기 때문이다. 응급수술할 일이 잦아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보장되지 않고, 적어도 3시간이 넘는 수술을 해야 하므로 체력적으로도 고된 일이다. 떠나는 의사가 많다. 지난해 7월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진 간호사도 병원 안에 이 의사가 없어서 사망했다. 그날의 운에 따라 환자가 수술 의사를 만나게 되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을 바꿀 대책이 왜 표류하고 있는지도 추적했다.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은 2019년 설 연휴 기간 응급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중앙응급의료센터를 지키다 과로사한 윤한덕 센터장의 하드디스크를 입수해 분석했다. 하드디스크 안에는 응급의료 시스템을 개선할 아이디어가 미완인 상태로 가득 담겨 있었다. 윤 센터장의 아내 민영주 씨는 3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남편이) 어떤 정책을 하나 추진하려고 하면 (정부와 국회, 의료계) 반대가 심해 못 하겠다고 힘들어했다”며 “생전 집에 오지도 않고 일만 해서 원망스럽기도 했는데,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일이라니 적극 말리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수술 의사와 환자를 신속하게 이어줄 정책을 고민하고, 그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각계에 울분이 담긴 호소 편지를 썼다. 2012년 윤 센터장은 “전국 460여 개의 응급의료기관 중에서 응급환자나 그 가족이 믿고 이용할 수 있는 응급실은 과연 몇 개나 되는가”라고 물었다. 11년이 지난 2023년, 그에 대한 답은 구급차를 탄 준규 군과 응급실에서 수술을 기다리는 종열 씨의 슬픈 ‘표류’였다.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이 이준규 군(13), 박종열 씨(39)의 ‘표류’를 따라가는 길에는 병원이 즐비했다. 하지만 응급실에는 병상이 없었고 수술실에는 의사가 없었다. 의료 선진국이라는 한국의 민낯이었다. 이시운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41)는 수술실을 지키는 드문 의사 중 하나다. 그는 2011년 신경외과 전공을 택한 후 매년 1월이면 사찰에 가서 ‘생명을 구하는 의사가 되겠다는 초심을 지키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의사가 천직이라고 믿는 그만의 간절한 의식이다. 이런 이 교수도 꺾일 때가 있다. 지난해 12월 22일 밤늦은 시각, 병원 10층 연구실에서 환자들의 사진을 판독하던 중이었다.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더듬더듬 병원 내 응급실로 향했다. 피로가 누적된 탓인지 안구 속 핏줄이 오그라든 상태라고 했다. 사흘 동안 병원 소파에서 쪽잠을 자며 연달아 뇌출혈 환자 응급 수술을 한 탓이려니 싶다. 일시적인 증상이었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그날 이 교수는 ‘수술실을 떠나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했다. ● 111명 중 뇌출혈 응급 수술은 10명 그 많은 의사는 어디로 갔을까.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과 대한뇌혈관외과학회는 2011년 신경외과 전공의 1년 차였던 111명이 현재 어느 병원에서, 어떤 진료를 하고 있는지를 추적했다. 그동안 매년 진료 과목별 전공의 지원율에만 반짝 관심이 쏠릴 뿐, 왜 생명을 살리는 분야에 의사가 남아 있지 않은지를 분석한 시도는 없었다. 신경외과 전공의는 4년의 수련을 마치고 전문의가 될 때 뇌와 척추라는 세부 전공을 택하게 된다. 2011년 신경외과 전공의 1년 차 111명 중 12년이 지난 지금 응급 환자가 몰리는 대학병원에서 뇌출혈 환자를 대상으로 개두술을 하는 의사는 단 10명뿐이다. 이 10명 중 1명이 이 교수다. 응급 개두술은 뇌출혈 환자 등의 두개골을 열고 메스를 대는, 환자의 생사가 걸린 가장 고난도 수술이다. 언제 환자가 실려 올지 몰라 24시간 대기 상태이므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은 꿈도 꿀 수 없다. 3시간 이상 걸리는 수술로 인한 체력 소모도 상당하다. 야간에 응급 환자라도 오면 의료진들은 녹초가 되곤 한다. 111명 가운데 20명은 뇌 질환을 진료하고 있지만, 뇌출혈 환자가 몰리는 대학병원에 남지 않았거나, 응급 수술이 적은 뇌종양을 주로 진료한다. 61명은 목·허리 디스크를 주로 보는 척추 분야를 선택했다. 나머지 15명은 전공의 4년 과정 도중에 아예 신경외과를 떠났고 나머지 5명은 현재 근무지가 파악되지 않았다. ● 대학병원 교수까지… 수술실 떠난 의사들 111명이 처음부터 신경외과 수술을 기피했던 건 아니다.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이 이들 중 75명에게 직접 물었더니, 전공의 →전임의→ 교수가 되는 과정에서 버티지 못하고 수술실을 떠났다고 대답했다. 권남훈(가명) 과장은 인턴을 마치고 신경외과에 지원할 때만 해도 수술을 하는 의사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전공의(레지던트) 3, 4년 차가 되자 날마다 응급 호출이 이어졌다. 응급 환자는 몰려드는데 신경외과 전공의는 부족했다. 그는 “아무리 야근해도 환자가 오고, 또 왔다”고 했다. 어느 날 새벽 호출을 받고 뛰어가던 그는 ‘더는 이렇게 살 자신이 없다’고 생각했다. 전공의를 끝낸 2015년, 그는 척추 분야를 택했다. 권 과장은 2017년부터 충북 청주시 한 종합병원 척추센터 과장으로 일하고 있다. 주로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를 진료하거나 디스크 시술을 한다. 교통사고로 척추 신경을 다친 환자를 응급 수술할 때도 있지만 드문 일이다. 김장환(가명) 과장은 2015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뇌혈관 전임의(펠로)로 임용됐다. 전임의는 전공의를 마친 후에도 대학병원에 남아 세부 전공을 배우는 과정이다. 자신의 전공과목에서 교수로 대학병원에 남으려면 이 과정을 거쳐야 한다. ‘펠노예’(펠로+노예의 합성어)라고 불릴 정도로 고되지만 김 과장은 주저하지 않았다. 그만큼 동경해온 일이었다. 김 과장처럼 전공의를 마친 뒤에도 응급 개두술을 했던 의사는 동기 111명 가운데 56명이나 됐다. 그러나 2년간의 펠로 생활은 김 과장의 신념을 바꿔놓았다. 수술실에 불려 가지 않은 밤을 손에 꼽을 정도로 바빴다. 이러다 환자보다 먼저 죽을 것 같았다. 보상도 작았다. 적어도 3시간이 걸리는 응급 개두술은 최소 6명의 의료진이 투입되어야 하고, 고가의 의료 소모품도 사용된다. 그런데 환자 1명당 병원이 받는 돈은 274만 원 정도다. 의사 1명이 수 분 안에 15만 원짜리 허리디스크 통증 완화 주사를 놓는 편이 수익 측면에선 낫다. 2017년 그는 결국 서울의 한 관절 전문병원으로 옮겼다. 그때부터 줄곧 디스크 환자를 치료하며 주사를 이용한 치료나 내시경 시술 등을 하고 있다. 더 이상 응급 수술은 하지 않고 있다. 이현곤 과장은 ‘펠노예’ 3년을 견디고 2018년 부산의 한 대학병원에 교수로 임용됐다. 그가 일한 병원은 인근 지역에서 응급 개두술이 가능한 유일한 병원이었다. 교수가 되면 삶이 조금은 나아질 것이라고 믿었는데…. 실제는 달랐다. 동료들이 하나둘 떠나면서 야간 당직은 오히려 펠로 때보다 늘어났다. 5주 연속으로 당직을 서고 1주 쉬는 일상을 반복했다. 취재팀 설문에 응한 응급 개두술 의사 9명의 한 달 평균 야간 당직 횟수는 14일이었다. 그는 2021년 암 치료를 주로 하는 부산의 한 종합병원으로 떠났다. 이후로도 뇌출혈 환자를 치료하고 있지만 응급 수술은 한 달에 1건으로 줄었다. 이직 전에는 15건이었다. 몸이 편해진 만큼 수술실에 남은 동료에 대한 걱정은 커졌다. “제가 떠난 병원엔 이제 뇌출혈 응급 수술을 하는 의사가 1명밖에 안 남았을 거예요. 그분도 얼마나 버티실지….”● 한 줌 남은 수술 의사, 다른 병원 출장까지 한 명씩 수술실을 떠날 때마다 남은 의사들의 부담이 커졌다. 지난달 8일, 이시운 교수는 의사가 200명이 넘는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뇌혈관이 크게 부풀어 손 대기 어려울 정도라며 수술할 의사가 없으니 환자를 받아 달라고 했다. 하지만 그가 일하는 분당서울대병원에는 환자를 입원시킬 병상이 없었다. 이 교수는 그 병원으로 차를 몰고 가 출장 수술을 했다. 다행히 환자는 살렸다.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수술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긴 응급 수술을 낮밤으로 보조하다 목 디스크가 온 후배 펠로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날 밤도 이 교수는 연구실에서 밀린 환자 차트를 보다가 소파에서 잠이 들었다. 취재팀이 연락한 대학병원 응급 개두술 의사 9명 중 7명은 최근 1년 안에 ‘지금 하는 일을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은 2020년부터 히어로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히어로콘텐츠팀의 ‘표류: 생사의 경계에서 떠돌다’와 디지털 스토리텔링 ‘그들이 구급차를 탔던 날’ 등은 저널리즘의 가치와 디지털 기술을 융합한 차별화된 보도를 지향합니다. 디지털 플랫폼 특화 기사는 ‘히어로콘텐츠’(original.donga.com)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생사의 경계에서 표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디지털로 구현한 ‘그들이 구급차를 탔던 날’()응급환자와 구급대원들이 구급차에 갇혔던 75분을 숨소리까지 담은‘강남에 응급실이 없었다’()응급의료 현장을 360° 영상으로 구현한 ‘표류 속으로’() ▽팀장: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취재: 송혜미 이상환 이지윤 기자▽프로젝트 기획: 위은지 기자 ▽사진: 홍진환 기자▽편집: 하승희, 양충현 기자 ▽그래픽: 김충민 기자▽인터랙티브 개발: 임상아 뉴스룸 디벨로퍼 임희래 인턴▽인터랙티브 디자인: 곽경민 인턴성남=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송혜미 기자 1a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3-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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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쓰러진 아이 좀 받아주세요”…119도 병원도 손쓰지 못했다[히어로콘텐츠/표류③]

    결코 길다고 할 수 없는 시간 ‘1분’. 하지만 응급환자라면 삶과 죽음이 뒤바뀔 수 있는 시간이다. 두 손 모아 회복을 기도하는 그의 가족이라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억겁의 시간처럼 느껴질 것이다.이준규 군(13)과 엄마 윤영이 지난해 12월8일에 겪은 1분이 그랬다. 윤영은 아들의 뇌에 피가 퍼져 가는 줄도 모른 채 구급대가 응급실 8곳에 “아이 좀 받아달라”고 읍소하는 걸 지켜봐야 했다. 같은 해 10월 25일, 박종열 씨(39)는 병원 23곳에서 혈관을 이어붙이는 수술을 거절 당하는 내내 “다리 좀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은 구급대와 응급실, 수술실이 어긋난 채 돌아갔던 준규의 228분과 종열의 378분을 ‘1분 단위’로 복기해 봤다.두 환자를 이송했던 구급대원, 진료했던 응급실 의사와 수술실 의사 등 31명을 인터뷰했다. 응급환자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표류하는 동안 막후에서 벌어졌던 일을 추적하고자 119종합상황실과 중앙응급의료상황실의 통화 기록 등 미공개 자료를 포함한 총 1300쪽이 넘는 기록을 검토했다.그 결과,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도 이런 비극을 막을 수 없는 응급의료 체계의 구멍이 드러났다. 정부가 운영하는 응급의료 종합상황판은 119구급대와 응급실 의사가 수술할 의사가 있는 병원을 찾는 데는 아무 쓸모가 없었다. 일일이 병원마다 전화하는 것 외에는 환자의 상태를 전할 방법도 없었다.소방청 119종합상황실과 이에 더해 만든 중앙응급의료센터 산하 상황실은 일손이 부족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수술실을 지키는 의사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준규와 종열이 늦게라도 수술을 받을 수 있던 게 오히려 기적인 수준이었다.여기 우리 사회 의료 안전망이 무너진 이유를 찾기 위한 ‘부검(剖檢)’ 보고서가 있다.준규의 228분지난해 12월 8일 오후 2시 27분. 열세 살 준규가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 자택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채 발견됐다. 팔다리를 부들거리며 경련하더니 바지까지 적신다. ‘구급차, 구급차 번호가 뭐였지….’ 윤영은 간신히 ‘119’라는 번호를 떠올려 전화를 걸었다.준규의 두개골 안에선 혈관이 터져 피가 차오르고 있었다. 이땐 아무도 몰랐다. 응급실에 가서 검사를 해봐야 알 수 있다. 따라서 준규는 두 명의 의사를 만나야 했다. 응급실 의사와 수술실 의사다.신고 접수 2분 만에 조윤지 반장이 탄 119구급차가 오산소방서를 출발했다. 소방차 차고지는 원래 건물 측면에 두기로 설계했다가 교통 전문가의 심의를 반영해 정면으로 바꿨다. 출동에 걸리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아낀 시간이 무색해지는 때가 있다. 이번 출동이 그랬다.준규의 뇌출혈을 치료하려면 두개골을 열어 고인 피를 빼내고 터진 뇌혈관을 막을 의사가 필요했다. 준규의 집에서 차로 17분 거리인 아주대병원에는 그런 의사가 1명 있었다. 임용철 신경외과 교수였다.그런데 준규가 쓰러진 순간, 용철은 다른 환자를 시술 중이었다. 길면 3, 4시간까지 걸리는 수술인데 이제 27분 지났다. 신고 13분 후, 윤영은 준규의 젖은 몸을 닦고 있었다. 구급대원이 문을 두드린다.윤지는 아파트 앞 도로에 구급차를 세워두고 준규의 집으로 올라갔다. 가까이에 있던 구급대가 출동했다면 5분 정도 걸렸을 것이다. 인근 소방서 5곳은 모두 출동 중이었다. 준규의 갈비뼈 부근을 세게 문지르니 “아!” 하고 반응한다. 강한 자극에는 반응하지만 의식이 없는 응급환자다. 수축기 혈압 110mmHg, 분당 심박 97회. 혈압과 맥박은 정상이지만 서둘러 병원으로 옮겨 의식을 잃은 원인을 찾아야 한다. 윤지는 준규를 구급차에 싣고 응급실에 전화해 보기로 한다. 대다수의 응급실이 소아과 의사가 부재중이면 만 15세 이하 환자를 받아주지 않았다. 그래서 아무 응급실에나 전화할 수 없고, 평소 소아과 의사가 상주하는 곳에 먼저 전화를 해보기로 했다. 갈 수 있는 병원을 찾으면 구급차를 출발시킬 수 있다. 2:49 윤지는 한림대 동탄성심병원에 전화했다. “유일한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비번이다”라고 한다.2:50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에 전화했다. “의사가 있지만 이미 환자가 너무 많아 더 이상 눕힐 침대가 없다”고 한다. 2:50 아주대병원에 전화했다. “담당 의사가 부재중”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들 병원 3곳은 평소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있는 곳이었다. 그런데 모두 준규를 받기 곤란하다고 했다. 구급차에는 근처 응급실에 빈자리가 있는지 보여주는 ‘병상정보 상황판’이 있다. 전혀 쓸모가 없다. 소아를 보는 의사가 현재 근무 중인 병원으로 가야 하는데 그런 정보는 안 나온다. 아주대병원 소아 응급실 의사 천은재는 준규의 상태를 전달받았다. 소아 경련은 원인이 다양하다. 단지 열 때문이라면 열을 떨어뜨리면 되지만, 뇌염이나 뇌전증 때문이라면 그에 맞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소아 경련의 원인을 검사하고 치료할 수 있는 이 병원의 유일한 소아신경 전문의가 하필 코로나19에 걸려 격리 중이었다. 만약 준규가 우려대로 뇌염이나 뇌전증이라면 치료 가능한 다른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그러다 시간을 지체하면 뇌에 문제가 생기거나 심하면 사망할 수도 있었다.결국 은재는 ‘다른 병원을 알아보는 게 좋겠다’고 응답했다.2:51 분당서울대병원에 전화했다. “와도 오래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2:56 분당차병원에 전화했다. “와도 입원은 어렵다”고 한다. 이 병원에는 소아 입원 환자를 돌볼 일손이 부족했다. 이미 이들이 돌볼 수 있는 환자보다 더 많은 아이들이 입원 중이었다. 이날도 이 응급실에선 100명이 넘는 환자를 진료했다. 다른 병원들이 소아 환자를 잘 받지 않다보니 이 병원으로 환자가 몰렸다. 1년 전에는 경련을 하다 심장이 멎은 생후 30개월 아이가 1시간 거리에서 이곳으로 온 일까지 있었다. 그날 소아 응급실은 그 아이를 치료하느라 다른 환자를 받지 못했다.3:07 한림대 성심병원에 전화했다. “병상이 포화 상태”라고 한다.윤지는 구급차를 출발시켰다. 목적지는 없다. 일단 북쪽으로 향한다. 성남시 분당구와 안양시까지 거리를 늘려 전화해봤지만 오라는 병원이 없었다. 이대로라면 서울을 지나 경기 북부까지 가야할 수도 있다. 그곳 병원까지 알아보려면 손이 모자란다. 119종합상황실에 “병원을 알아봐 달라”고 도움을 요청한다. 준규의 열을 내리기 위해 히터를 끄고 멈춰선 겨울의 구급차 안, 전화기를 붙든 윤지는 추위를 잊었다.신고 41분 후, 윤지의 요청에 따라 경기도소방재난안전본부 119종합상황실 직원은 준규를 이송할 병원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사정은 현장 구급대원과 다르지 않았다. 일일이 전화해서 환자 상태를 설명하고 받아줄 수 있는지 물었다.3:08 상황실 직원은 분당서울대병원에 전화했다. “근처 병원으로 도저히 이송을 못하면 와도 되지만 코로나19 선별 검사를 먼저 해야 한다”고 한다. 3:10 윤지는 동수원병원에 전화했다. “소아과 의사가 없다”고 한다. 3:11 상황실 직원은 이어 아주대병원에 전화했다. “다른 곳에서 정 안 받아주면 여기서 응급처치는 가능하다”고 한다.3:12 윤지는 평택굿모닝병원에 전화했다. “더 큰 병원으로 가길 권한다”고 한다.3:16 상황실 직원은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에 전화했다. “여기선 이송 가능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며 다른 번호를 알려줬다. 3:18 직원은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에 다시 전화했다. “이미 중환자실에 대기 환자가 3명 밀려 있어서 어렵다”고 했다. 상황실에서 구급 신고와 안내를 담당하는 직원은 전국 245명이다. 그중 40명이 계약직이다. 이날 준규 이송 병원을 알아봐줬던 직원은 두 달 후 계약이 종료돼 퇴사했다. 정직원일지라도 2, 3년마다 다른 업무로 발령이 난다. 전문성이 쌓이기 어려운 구조다.상황실을 통해 준규를 받아 달란 두 번째 전화를 받은 은재는 조금 놀란다. ‘평일 낮인데 아직도 병원을 못 찾았다니.’ 의식이 여태 돌아오지 않았다고 해 걱정이다. “응급처치는 가능해요. 얼른 오세요.”신고 55분 후, 윤지는 상황실 직원이 알려준, 각 병원의 상황을 빠르게 검토했다. 응급처치는 가능하지만 자세한 검사가 어렵다는 아주대병원, 검사는 가능하지만 중환자실 대기가 길다는 성빈센트병원 가운데 어디로 갈지 선택해야 했다.두 곳 다 상황은 불확실하지만 서둘러 결정해야 했다. 준규의 상태가 점점 나빠지고 있었다. 결론은 아주대병원이었다.신고 65분 후, 준규를 태운 구급차가 드디어 아주대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신고 77분 후, 은재가 급한 진료를 서둘러 마치고 준규가 기다리는 곳으로 간다. 먼저 온 아이들이 많았지만 준규부터 진료한다. 응급실 진료는 일찍 온 순서가 아니라 위중한 환자부터다.준규의 상태를 보니 긴 시간 깨지 못하는 게 이상하다. 혈압도 높다. “어제부터 눈이 아프다고 하더니 오늘은 머리가 아파 학교를 못 갔다”는 윤영의 말이 결정적이었다. 뇌출혈일 때도 나타나는 증상이다. 은재는 준규를 검사실로 보냈다.신고 114분 후, 뇌 검사 결과가 나왔다. 뇌출혈이다. 피가 너무 많이 나서 뇌를 한쪽으로 밀어낸 상태였다.은재의 연락에 신경외과 전공의가 1층 응급실로 달려왔고, 준규의 상태를 보고 용철에게 전화했다.용철은 3층 뇌혈관 시술실에서 여전히 환자를 보고 있었다. 중간에 잠깐 준규의 뇌 사진을 보고 나서 추가 검사를 지시했다. 용철은 “얼른 마무리하고 내려갈게”라고 했지만 초조했다. 지금 시술 중인 환자도 그냥 둘 수는 없었다. 신고 228분 후, 용철은 직전 시술 환자가 안정되는 걸 확인하고 준규의 수술을 시작했다. 오전 5시 40분에 출근한 용철의 하루가 12시간 35분이 지난 시각. 그는 머리와 목에 다시 보호대를 찬다.준규 머리를 열고 두개골에 구멍을 뚫는다. 출혈로 뇌압이 높아져 피가 높게 솟아오른다. 피를 빼 압력을 낮춰야 한다. 그런 다음 터진 뇌혈관을 막아야 한다. 어느 것 하나라도 서두르지 않으면 식물인간이 되거나 사망할 수 있다. 이미 출혈이 너무 많다. 사망률이 40% 이상이다. ‘준규가 조금만 더 빨리 왔다면….’ 용철은 생각한다. 5시간 7분의 치료가 이제 시작됐다.윤지는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7건의 출동을 더 나가는 동안 계속 준규를 떠올렸다. ‘어떻게 됐을까.’ 준규가 뇌출혈이었다는 것도 생사의 갈림길에 내몰리고 있었다는 것도 그는 모른다. 환자 진료 결과는 구급대에 공유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윤지는 해답을 구할 길 없는 질문을 곱씹기만 한다. ‘준규 같은 아이를 또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하지.’준규처럼 생사를 헤매는 순간에도 병원을 찾아서 떠돈 환자는 얼마나 될까. 정확한 통계조차 없다.소방청이 내는 공식 자료에는 ‘재이송’ 통계가 있다. 구급차가 환자를 태우고 응급실 앞까지 갔지만 받아주지 않아 돌아선 사례를 집계한 수치다. 2021년 7634건이었다. 하지만 이 수치는 실제 ‘응급실 뺑뺑이’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직접 응급실 앞까지 갔다가 거절당한 환자만 여기에 기록되기 때문이다. 준규를 이송했을 때처럼 전화 문의를 거절한 사례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구급대의 이송 문의 전화를 거절한 기록은 어디에도 남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표류’를 엿볼 수 있는 수치가 있긴 하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지난해 전국에서 유일하게 ‘전화 수용 거절’을 집계했다. 응급환자 44만6866명을 이송했다. 그중 병원을 한 번에 찾지 못해 2곳 이상에 전화한 사례가 8만5099명이었다. 전체 이송 환자 가운데 5명 중 1명꼴이었다. 처음 전화한 병원에서 받아주지 않은 환자 중에는 심정지나 의식장애, 가슴 통증, 호흡곤란, 경련 등 중증 의심환자도 1만8565명이나 됐다.지금으로선 이런 일을 겪은 환자가 전국에 몇 명이나 있었는지, 그들이 제때 치료받아 목숨을 건졌는지는 정확히 확인할 방법이 없다.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은 2020년부터 히어로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히어로콘텐츠팀의 ‘표류: 생사의 경계에서 떠돌다’와 디지털 스토리텔링 ‘그들이 구급차를 탔던 날’ 등은 저널리즘의 가치와 디지털 기술을 융합한 차별화된 보도를 지향합니다. 디지털 플랫폼 특화 기사는 ‘히어로콘텐츠’(original.donga.com)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생사의 경계에서 표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디지털로 구현한 ‘그들이 구급차를 탔던 날’()응급환자와 구급대원들이 구급차에 갇혔던 75분을 숨소리까지 담은‘강남에 응급실이 없었다’()응급의료 현장을 360° 영상으로 구현한 ‘표류 속으로’() ▽팀장: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취재: 송혜미 이상환 이지윤 기자▽프로젝트 기획: 위은지 기자 ▽사진: 홍진환 기자▽편집: 하승희, 양충현 기자 ▽그래픽: 김충민 기자▽인터랙티브 개발: 임상아 뉴스룸 디벨로퍼 임희래 인턴▽인터랙티브 디자인: 곽경민 인턴 수원·오산=송혜미 기자 1am@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3-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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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술 가능 병원 못찾아 의사가 개인 단톡방에 SOS…6시간을 헤매다[히어로콘텐츠/표류③]

    결코 길다고 할 수 없는 시간 ‘1분’. 하지만 응급환자라면 삶과 죽음이 뒤바뀔 수 있는 시간이다. 두 손 모아 회복을 기도하는 그의 가족이라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억겁의 시간처럼 느껴질 것이다.이준규 군(13)과 엄마 윤영이 지난해 12월8일에 겪은 1분이 그랬다. 윤영은 아들의 뇌에 피가 퍼져 가는 줄도 모른 채 구급대가 응급실 8곳에 “아이 좀 받아달라”고 읍소하는 걸 지켜봐야 했다. 같은 해 10월 25일, 박종열 씨(39)는 병원 23곳에서 혈관을 이어붙이는 수술을 거절 당하는 내내 “다리 좀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은 구급대와 응급실, 수술실이 어긋난 채 돌아갔던 준규의 228분과 종열의 378분을 ‘1분 단위’로 복기해 봤다.두 환자를 이송했던 구급대원, 진료했던 응급실 의사와 수술실 의사 등 31명을 인터뷰했다. 응급환자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표류하는 동안 막후에서 벌어졌던 일을 추적하고자 119종합상황실과 중앙응급의료상황실의 통화 기록 등 미공개 자료를 포함한 총 1300쪽이 넘는 기록을 검토했다.그 결과,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도 이런 비극을 막을 수 없는 응급의료 체계의 구멍이 드러났다. 정부가 운영하는 응급의료 종합상황판은 119구급대와 응급실 의사가 수술할 의사가 있는 병원을 찾는 데는 아무 쓸모가 없었다. 일일이 병원마다 전화하는 것 외에는 환자의 상태를 전할 방법도 없었다.소방청 119종합상황실과 이에 더해 만든 중앙응급의료센터 산하 상황실은 일손이 부족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수술실을 지키는 의사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준규와 종열이 늦게라도 수술을 받을 수 있던 게 오히려 기적인 수준이었다. 여기 우리 사회 의료 안전망이 무너진 이유를 찾기 위한 ‘부검(剖檢)’ 보고서가 있다.종열의 378분지난해 10월 25일 오전 10시 9분, 박종열 씨(39)가 경남 김해시 공장에서 지게차에 치여 왼쪽 허벅지 뼈가 부러졌다. 동료 직원이 119에 신고를 했다. 이때는 몰랐지만 종열의 다리는 뼈만 부러진 게 아니라 혈관까지 손상된 상태였다. 서둘러 혈관을 수술하지 않으면 다리를 잃을 수도 있는 상황. 다리 혈관 수술의 골든타임은 통상 8시간이다.종열은 김해중앙병원(현 경희중앙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이날 응급실 당직이었던 윤기호 외래교수는 119구급차에 실려온 종열의 다리를 살폈다. 피가 많이 나지는 않았다. 발가락까지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지만 뼈가 부러졌을 때 흔한 증상이다. 정형외과 의사가 직접 보겠다고 해서 기호는 종열을 입원실로 올려보냈다. 그 후로도 치료하기 까다로운 환자들이 연달아 응급실에 왔다. 심장이 제대로 뛰지 않는 60대, 황달이 심한 80대, 갑자기 실신한 90대…. 기호는 종열을 잊고 다른 환자들에게 집중했다.종열은 병동에 입원해 있었다. 정형외과 의료진이 회진 중 종열의 다리가 뼈만 부러진 게 아니라 혈관까지 다친 것을 발견했다. 서둘러 수술하지 않으면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상태라는 걸 알게 된 것. 이 병원에선 그런 수술이 불가능했다.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전원(轉院)이 필요했다. 종열은 수술이 가능한 병원으로 옮기기 위해 다시 응급실로 돌아가야 했다. 기호는 정형외과로부터 ‘환자를 혈관 수술이 가능한 병원으로 보내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환자를 받아줄 다른 병원을 찾는 건 응급실 의사의 역할이다. 다리 혈관을 잇는 수술은 상당한 전문성이 필요해 대학병원에도 담당 의사가 많지 않다. 그래도 평일 오후엔 대학병원 교수 대다수가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종열을 수술해줄 의사가 한 명은 있을 터였다. 기호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이 순간, 260km 떨어진 충북 청주시 충북대병원에는 종열을 수술해줄 수 있는 의사가 1명 있었다. 유권철 혈관질환외과 교수였다. 그는 전날 환자 7명을 수술하고 밤에는 병원에서 숙직을 섰다. 이날도 1명 더 수술한 뒤 외래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권철처럼 응급수술이 잦은 의사는 숙직도 자주 돌아오고, 다음 날 휴식도 보장되지 않는다.진료 중 아내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일곱 살 난 첫째 아이가 감기가 들었는지 열이 심하다고 한다. 첫째는 권철이 밤늦게 귀가하면 “아빠, 오늘은 수술 몇 개 했어?”라고 천진하게 묻곤 했다. 숫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자랑스러워해줬다. 아이들은 권철이 매일 밤을 병원에서 버티는 원동력이다. 그는 예정된 진료를 마치면 서둘러 집에 가기로 마음먹었다.전원 결정 5분 후, 기호는 가장 먼저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에 전화했다. 종열처럼 중증외상을 입은 환자를 최종적으로 책임지는 권역외상센터 가운데 가장 가까웠기 때문이다. 기호는 종열을 태우고 갈 사설구급차를 호출했다. 간호사에게 종열의 진료 기록도 미리 챙겨두라고 했다. 부산대병원이 ‘오라’고 하면 1분도 허비하지 않고 종열을 출발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부산대병원은 뜻밖에도 “중환자실에 자리가 없다”며 종열을 받아줄 수 없다고 했다. 김영대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은 집무실에 걸린 중환자실 현황판을 다시 한 번 체크했다. 한숨이 나왔다. 혈관 수술이 가능한 외과 의사가 4명이나 근무하고 있었다. 그중 한 명은 시간을 낼 수 있을 터였다. 문제는 병상이었다. 부산대병원은 평소 외상 중환자실 병상을 최소 5개는 비워둔 채로 운영한다. 혹시 대형 재난이 발생하면 중환자를 대거 수용하는 것도 권역외상센터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29시간 전부터 중환자실 침대 42개가 환자로 가득 차 새로운 환자를 받을 공간이 없는 상태였다. 중환자 병상 7개를 코로나19 환자를 위해 내어준 탓에 평소보다 자리가 빠듯했다. 상태가 그나마 나아진 환자를 일반 입원실로 옮기는 방식도 한계에 다다랐다. 뺄 수 있을 만큼 호전된 환자가 한 명도 없었다.낙담할 시간은 없었다. 기호는 다시 전화기를 들었다. 2:28, 기호는 창원 경상대병원에 전화했다. “응급 혈관수술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2:30, 양산부산대병원에 전화했다. “담당 의사 2명 모두 응급수술 중”이라고 했다. 실제 이날 두 의사는 뇌사 장기 기증자가 생겨 급하게 폐 이식 수술을 하고 있었다. 또 한 명은 소아 환자를 수술 중이었다. 두 수술 모두 막 시작한 터라 언제 끝날지 장담할 수 없었다. 2:34, 창원파티마병원에 전화했다.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2:35, 기호는 삼성창원병원에도 전화했다. “담당 의료진들이 응급수술 중이고 중환자실도 부족하다”고 했다. 당시 중앙응급의료센터를 통해 공유된 정보에는 삼성창원병원 중환자실에 빈자리가 있다고 나왔다. 하지만 삼성창원병원이 이렇게 답한 데는 이유가 있다. 당시 삼성창원병원에선 응급수술 2건이 이뤄지고 있었다. 중환자실 빈자리 2개는 그 환자들이 수술을 마치면 누울 자리였다. 새로운 환자를 받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던 셈이다. 다리 혈관 수술이 가능한 의사도 수술 중이었다. 그는 4시간 후에야 수술을 마쳤다. 2:38, 고신대병원에 전화했다.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2:39, 인제대 부산백병원에 전화했다.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2:41, 인제대 해운대백병원에 전화했다. “정형외과 학회 기간이라서 수술 가능한 의사가 없다”고 했다. 전원 결정 27분 후, 기호는 중앙응급의료상황실에 병원을 찾아달라고 요청했다. 이 상황실은 응급실 환자를 다른 시도로 보내야 할 때 병원 수배를 돕는 정부 조직이다. 정부는 ‘응급전원협진망’으로 여러 병원에 동시에 요청을 보낼 수 있다고 홍보했지만, 기호는 그런 시스템이 존재하는지 자체를 몰랐다.2:52, 기호는 동아대병원에 전화했다. “비슷한 환자를 먼저 수용 중이라서 불가능하다”고 했다.2:53, 상황실은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에 전화했다. 아까 기호가 이미 전화한 병원이다. 그런데도 상황실이 다시 전화한 건, 그 사이 병원 상황이 바뀌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상황실이 요청하면 일선 응급실이 전화했을 때보다 환자를 더 잘 받아주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에는 여전히 빈 중환자실이 없었다.2:53, 상황실은 진주 경상대병원에 전화했다. “수용 가능 여부를 확인해줄 수 있는 의료진이 다른 환자를 진료 중이니 잠시 후 답변을 주겠다”고 했다. 약 40분 후 “인력 문제로 수용이 불가능하다”는 답이 온다.2:56, 상황실은 울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에 전화했다. “응급실로 연락을 달라”고 했다.2:58, 상황실은 울산대병원 응급실에 전화했다. “담당 의료진이 부재중이라서 수용이 불가하다”고 했다.3:00, 기호는 경북대병원에 전화했다. “수용이 불가하다”고 했다.3:00, 기호는 울산 동강병원에 전화했다. “수용이 불가하다”고 했다.3:00, 상황실은 창원한마음병원에 전화했다. “알아보겠다”고 하고 끊었다. 3:04, 창원한마음병원에서 상황실로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수술 스케줄이 안 된다”는 답변이었다. 3:07, 기호는 진주 경상대병원에 전화했다. “인력이 없어 수용이 불가하다”고 했다. 이 병원엔 원래 다리 혈관 수술이 가능한 의사가 2명 있다. 그런데 당시 한 명은 다른 환자를 응급수술 중이었다. 다른 한 명은 국가시험 출제를 위해 출장 중이었다.3:08, 상황실은 경북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에 전화했다. “중환자실이 부족하다”고 했다.3:09, 상황실은 대구파티마병원에 전화했다. “알아보겠다”고 했다.3:12, 기호는 영남대병원에 전화했다. “수술 환자 대기가 많아 수용이 어렵다”고 했다.3:18, 상황실은 계명대 동산병원에 전화했다. “해당 과는 진료가 불가하다”고 했다.3:19, 상황실은 부산마이크로병원에 전화했다. “중환자를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3:22, 기호는 안동병원 권역외상센터에 전화했다. “수용이 불가하다”고 했다.안동병원 권역외상센터에는 다리 혈관을 수술할 수 있는 의사가 1명도 없다. 김효윤 센터장이 수년째 의사 커뮤니티에 구인 공고를 올리고 있지만 소득이 없다. 2, 3년 전만 해도 가뭄에 콩 나듯 공고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있었다. 그러면 아무리 먼 곳이라도 채용 담당자를 보내서 ‘와 달라’는 읍소에 가까운 면담을 했다. 요즘은 그런 연락조차도 없다. 기호는 종열이 동요할까 봐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속으로 적잖이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평일 낮인데 이 정도로 수술 의사가 없을 줄은 몰랐다. 고통스러워하는 종열의 얼굴 위로 지인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지난해 입원 중 갑자기 상태가 나빠져 뇌 수술을 받아야 했던 사람이었다. 기호가 아는 의사들에게 연락해 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찾아달라고 부탁해봤지만 끝내 실패했다. 그는 결국 숨을 거뒀다.그런 불행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종열의 다리를 살리려면 쉴 새 없이 전화를 돌려야 했다.3:23, 기호는 창원한마음병원에 전화했다. “수용이 불가하다”고 했다.3:25, 상황실은 안동병원 권역외상센터에 전화했다. “혈관외과 의료진이 없다”고 했다. 기호가 전화했을 때와 같은 답변을 할 수밖에 없었다.3:26, 상황실은 영남대병원에 전화했다. “정형외과 수술이 많아서 다른 환자를 받기 어렵다”고 했다.3:28, 기호는 포항 세명기독병원에 전화했다. “혈관외과 진료가 불가하다”고 했다.전원 결정 70분 후, 상황실로부터 기호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경남, 경북권 전부 수용 불가.” 이 넓은 경남북 땅에 수술 가능한 병원이 단 한 곳도 없다는 뜻이었다.상황실마저도 병원을 찾지 못하자 기호는 ‘사설망’을 가동할 수밖에 없었다. 전공의 시절 동기들이 모인 단체 카톡방에도 종열의 상태를 올렸다. 하지만 “여기서도 못 받는다”는 답변뿐이었다. 기호는 종열의 아내 미옥을 불러 ‘혹시 아는 의사가 있으면 연락을 해서 환자를 받아달라고 해보라’고 한 것도 마지막 희망을 걸어 본 것이다. 3:36, 상황실은 전남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에 전화했다. “응급실로 연락을 해달라”고 했다.3:39, 상황실은 원광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에 전화했다. “관련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 병원엔 원래 다리 혈관을 수술할 수 있는 의사가 1명 있었다. 그 의사는 2년 전 병원을 떠났다.3:40, 상황실은 충북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에 전화했다. “알아보겠다”고 했다.3:41, 대구파티마병원에서 상황실로 전화가 걸려왔다. 이 병원은 아까 수술 가능 여부를 확인해보고 연락을 주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답변은 아니나 다를까,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의사가 없다고 했다. 3:44, 기호는 단국대병원에 전화했다. “중환자실에 빈자리가 없다”고 했다. 이 병원 권역외상센터 중환자실은 21시간 전부터 빈자리가 없었다. 간신히 한 자리가 생긴 건 이 시점으로부터 3시간 후였다. 그 빈자리마저 23분 만에 ‘빛의 속도’로 채워졌다. 머리를 다쳤는데도 대전과 그 인근에서 치료받지 못하고 있는 환자를 119가 싣고 온다고 했다. 표류하고 있는 건 종열만이 아니었다.3:52, 기호는 충북대병원에 전화했다. 상황실이 이미 전화해서 답변을 기다리는 상태였지만 그건 기호가 알 길이 없었다. 충북대병원 측은 “환자의 다리를 찍은 엑스레이 사진을 확인한 후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기호는 일말의 희망을 걸어본다.충북대병원 응급실 직원은 권철에게 전화해서 상황을 설명했다. 권철은 아픈 첫째 아이를 돌보기 위해 귀가 중이었다. 설명을 들어보니 종열의 다리를 수술해도 절단을 피하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그래도 그는 2016년식 쏘렌토의 운전대를 꺾어 병원을 향해 유턴했다. 지난해 6월 양 손목을 긋고 수술실로 실려왔던 40대 남성을 떠올렸다. 그 환자는 권철의 수술 덕에 기적처럼 손목을 완전히 회복했다. 권철은 이번에도 자신의 결정이 환자의 운명을 바꿀 수 있기를 기도했다.전원 결정 105분 후. 드디어, 충북대병원에서 김해중앙병원으로 연락이 왔다. “수용이 가능하다”는 답변이었다. 전원 결정 122분 후, 종열은 사설구급차에 몸을 실었다. 충북대병원을 향해 출발이다. “빨리 가주세요, 선생님…. 제 다리 좀 살려주세요….” 종열은 구급차 운전사에게 사정했다.전원 결정 281분 후, 종열은 충북대병원에 도착했다.전원 결정 378분 후, 마침내 종열의 다리를 살리기 위한 수술이 시작됐다. 종열은 권철의 손을 잡고 “다리를 살려달라”고 애원했다.권철은 종열에게 “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상태가 심각했다. 전기를 흘려도 발가락은 꿈틀하지 않았다. 상처 주변이 괴사된 듯했다. 인공혈관을 끊어진 왼다리 혈관에 붙여봤지만 그래도 피가 잘 통하지 않았다. ‘조금 일찍 왔다면….’ 권철은 안타까울 뿐이었다. 김해중앙병원 응급실은 종열이 떠난 후 다른 환자들로 다시 분주해졌다. 늦은 저녁, 기호는 퇴근하면서 생각했다. ‘차라리 종열을 받지 않는 게 그에게 나은 선택이 아니었을까.’ 11년째 응급실 의사로 일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환자를 볼 때의 두려움은 무뎌지기는커녕 점점 커지기만 한다.종열처럼 응급실에 도착한 후에도 수술 의사를 제때 찾지 못해 골든타임을 놓친 환자는 얼마나 될까. 정확한 통계조차 없다.중앙응급의료센터가 내는 공식 자료에는 ‘4대 중증응급환자 전원율’ 통계가 있다. 중증외상이나 심근경색, 뇌출혈, 심정지로 권역응급의료센터나 지역응급의료센터 165곳을 찾았던 환자 중에 다른 병원으로 옮긴 이들이 얼마나 되는지 집계한 수치다. 2021년 1만7286명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골든타임이 얼마나 지체됐는지는 알 길이 없다. 응급실에서 병원 몇 곳에 전화를 돌렸는지, 전원을 결정한 후 몇 분 만에 최종 치료 병원으로 옮겨졌는지는 집계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은 2020년부터 히어로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히어로콘텐츠팀의 ‘표류: 생사의 경계에서 떠돌다’와 디지털 스토리텔링 ‘그들이 구급차를 탔던 날’ 등은 저널리즘의 가치와 디지털 기술을 융합한 차별화된 보도를 지향합니다. 디지털 플랫폼 특화 기사는 ‘히어로콘텐츠’(original.donga.com)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생사의 경계에서 표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디지털로 구현한 ‘그들이 구급차를 탔던 날’()응급환자와 구급대원들이 구급차에 갇혔던 75분을 숨소리까지 담은‘강남에 응급실이 없었다’()응급의료 현장을 360° 영상으로 구현한 ‘표류 속으로’()▽팀장: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취재: 송혜미 이상환 이지윤 기자▽프로젝트 기획: 위은지 기자 ▽사진: 홍진환 기자▽편집: 하승희, 양충현 기자 ▽그래픽: 김충민 기자▽인터랙티브 개발: 임상아 뉴스룸 디벨로퍼 임희래 인턴▽인터랙티브 디자인: 곽경민 인턴김해·청주=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송혜미기자 1am@donga.com이상환기자 payback@donga.com이지윤기자 asap@donga.com}

    • 2023-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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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뇌에 피 차오르던 13살 준규…“소아과 의사 없어” 228분 떠돌아[히어로콘텐츠/표류②]

    집에서 갑자기 혼절하거나 교통사고를 당한다면. 만일 1분, 1초에 생사가 갈리는 응급상황이 닥친다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이런 불운에 생명을 잃지 않도록 우리 사회는 안전망을 구축해 왔다. 119에 신고하면 곧바로 구급차가 온다. 신속하게 병원으로 데려간다. 수술해줄 의사를 만나 목숨을 구한다. 우리는 그렇게 믿고 있다.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은 지난해 10월부터 올 3월까지 그 믿음을 배신당한 사람 26명을 취재했다. 그중엔 지난해 12월 8일 달리지 못하는 구급차에 탔던 이준규 군(13)이 있었다. 같은 해 10월 25일 응급실에 도착했는데 수술 의사를 만나지 못한 박종열 씨(39)도 있었다. 228분, 378분 동안 그들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표류했다. 골든타임이 허망하게 흘러가는 걸 지켜봐야 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가족이, 친구가, 이웃이 겪고 있을지도 모를 ‘표류’의 이야기다.● 평범한 믿음이준규충남 공주휴게소에서 윤영의 차를 돌리게 한 건 한 통의 전화였다. “엄마, 나 머리가 너무 아파…” 중1 아들 준규가 엉엉 울면서 전화를 했다. 평소 아프다고 우는 아이가 아니었다. 윤영은 회사에 사정을 설명하고 출장을 취소했다. 핸들을 잡은 손이 떨렸다.“준규야, 엄마가 갈게.” 전화를 끊은 건 오전 11시 50분. 원래 학교에 있을 시간이지만 준규는 집에 있었다. 아침잠이 없는 아이인데 유독 눈을 뜨지 못했다. 전날 수영장에 다녀오고는 눈이 아프다고 하더니 밤새 잠까지 설친 모양이었다. 평소 앓던 알레르기 때문일 거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마침 준규도 느지막이 일어나 빵을 먹으면서 유튜브를 봤다. 출근하는 엄마에게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한, 지극히 평소다운 모습이었다. 병원도 혼자 다녀올 수 있다고 했다. 분명 다 괜찮을 건데 고속도로는 왜 이리 막히는지, 준규는 왜 더 전화를 안 받는지 모르겠다.두 시간이 지나서야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 집에 도착했다. 준규는 거실에 누워 자고 있었다. 곤하게 자는 얼굴을 보니 내내 타들어 가던 가슴이 진정됐다. 윤영은 아이를 더 재울지 고민하다 마음을 바꾼다. “준규야, 병원 가자.” 깨우지 말라는 듯 손을 내젓는 준규를 일으켜 앉히고는 잠바를 가지러 방에 들어간다. 그 순간. ‘쿵.’거실 바닥에 부딪히는 묵직한 소리, 바닥에 고꾸라져 있는 준규, 부들거리며 경련하는 팔과 다리, 그 뒤로 천천히 새어 나오는 소변…. “구급차, 구급차 번호가 뭐지.” 오후 2시 27분, 윤영은 아득해지는 정신을 붙잡고는 119에 전화했다. 소변에 젖은 아이 몸을 닦고 있으니 오산소방서에서 왔다는 구급대원들이 문을 두드린다. “혈압이랑 맥박은 정상이에요.” 구급대원의 말을 듣고서야 겨우 숨이 쉬어진다.구급대원은 준규가 경련으로 의식이 안 돌아오는 것 같다고, 정확한 원인은 검사해봐야 안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경련이 드문 일이 아니라는 걸 윤영은 알고 있었다. 구급차를 타고 빨리 병원에 가서 검사받으면 금세 나을 것이다. 내일은 학교에 갈 수 있을 것이다. 곧 겨울방학이 되면 같이 여행도 갈 것이다. “그땐 진짜 놀랐잖아.” 웃으며 오늘을 돌아보게 될 것이다.지난해 12월 8일, 그날의 윤영은 그렇게 믿었다. 준규가 치료받기까지 228분의 ‘표류’가 이제 막 시작됐다는 걸 그땐 알지 못했으니까. 박종열미옥 역시 한 통의 전화를 받고 차를 돌렸다. 일하는 식당에 막 도착했던 터였다. “옥아, 애들 아빠 사고 났단다. 지금 병원으로 갈 수 있나.” 시어머니는 남편 종열이 공장에서 일하다 지게차에 치였다고 했다. 휴대전화를 열어보니 부재중 전화가 여럿 찍혀 있었다. 종열이었다. 가슴이 철렁했다. 서른아홉 경상도 남자인 종열은 아내에게 용건 없이 살가운 안부 전화를 거는 남편이 아니다.오전 11시 10분, 미옥은 경남 김해시 김해중앙병원(현 경희중앙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종열은 먼지 하나 없이 새하얀 응급실 침대에 누워 있었다. 잿가루 범벅인 얼굴이 더욱 새까매 보였다. 종열은 얼굴을 찌푸리고 신음하며 다리가 부러졌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휴대전화를 꺼내 가입한 보험 내역을 보여준다. 병원비 처리할 일이 있으면 여기에 연락하라는 뜻이다. 종열의 얼굴을 물티슈로 닦아주던 미옥은 ‘그래도 견딜 만한가 보네’ 하고 마음을 조금 놓았다.정형외과 의사는 왼쪽 허벅지가 부러졌다고 설명했다. 어려운 수술도, 급한 수술도 아니라고 했다. 입원실로 옮겨 수술 일정을 잡으면 된다고 했다. 미옥은 마음을 조금 더 놓았다. 다리 걱정을 덜자 어느새 부부는 두런두런 두 아들 얘기를 하고 있다. 여섯 살 첫째와 두 살 둘째에게 ‘당분간 아빠가 놀아주지 못한다’는 걸 어떻게 설명할까. “좀 있음 애들 하원이잖아. 장모님한테 전화했나?”“오지 말라캤다. 오빠 수술 잡히는 거 보고 내가 데리러 가면 되겠던데.”병원 주차장에서 전화가 왔다. 5시간 후에 주차장 문을 닫는다고 한다. 미옥은 곧 차를 뺄 거라고 답했다. 지난해 10월 25일 그날, 미옥은 그럴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불안한 조짐 이준규구급차 안은 생각보다 좁고 답답했다. 창문은 막혀있고 벽은 온갖 의료 장비로 빼곡하다. 호흡 및 기도 확보 유지 장비, 정맥 주사, 고정 산소소생기…. 하나같이 윤영을 무섭게 하는 이름이 붙어 있었다. 그곳에서 구급대원들은 바쁘게도 움직였다. 준규를 눕히고, 집게처럼 생긴 검사 장비에 손가락을 끼우고, 가슴을 세게 문질러 반응을 살폈다. 그러고는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윤영은 준규의 왼쪽 발치에 앉아 두 무릎을 꼭 붙였다. 혹시 방해가 될라 작은 체구를 더 웅크렸다.“오산소방서 세교구급차입니다. 화성에 있는 13세 남아인데 현재 멘털(의식)이 스투퍼(혼미)합니다. 경련하는 걸 어머님이 봤다고 합니다. 수용 가능할까요?”윤영은 들려오는 소리에 온 신경을 집중한다. 병원인 것 같았다. 구급대원은 통화 중간중간 준규가 언제부터 아팠는지, 코로나19에 걸린 적이 있는지, 평소 앓는 병이 있었는지를 윤영에게 물어 수화기 너머에 전했다.왜 병원으로 바로 달리지 않고 굳이 전화를 거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하지만 필요한 절차라는 게 있을 거라고 윤영은 생각한다. 그저 믿고 따라가면 된다. 그러면 준규는 안전한 곳에 도착해 있을 것이다.통화가 끝났다. 이제 출발하려나 보다. 안전띠도 없는 간이 의자에서 윤영은 자세를 고쳐 앉는다. 준규 몸이 흔들리지 않도록 아이 무릎을 붙잡은 손에도 힘을 준다. 그런데 전화를 끊은 구급대원이 뜻밖의 말을 했다.“한림대병원 안 된대. 소아과 전문의 비번이래.”박종열종열은 입원실 607호에서 수술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리를 다친 지 4시간이 훌쩍 지난 오후 2시 20분이었다. 상태를 보러 온 의사가 종열의 다리 붕대를 들추더니 허둥대기 시작했다. 뼈만 부러진 줄 알았는데 혈관도 끊어지거나 막힌 모양이라고, 이 병원엔 혈관을 이어 붙일 수 있는 의사가 없어서 큰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고 했다.의사는 서둘러 수술하지 않으면 다리를 절단할 수도 있다고 했다. 종열은 그런 불운이 제 것일 리 없다고 생각했다. ‘최악을 가정해 설명하는 거겠지.’ 종열은 왼쪽 엄지발가락을 움직여 봤다. 꿈틀거린다. 피어오르던 불안이 사그라든다. 이렇게 멀쩡한 다리를 자르게 될 리가 없다.종열은 다시 1층 응급실로 돌아왔다. 종열의 발치에서 네 걸음쯤 떨어진 곳에선 응급실 의사가 전화기를 귀에 대고 있었다. “지게차 사고 환자고요…받아줄 수 있을까요?” 종열이 갈 병원을 알아보고 있는 듯하다.의사의 책상 위에 가까운 병원과 전화번호가 잔뜩 적힌 종이가 보였다. 이름이 익숙한 큰 병원들이었다. 종열이 사는 김해에서 동쪽으로는 부산이, 서쪽으로는 경남 창원시가 있다. 두 도시에 있는 대학병원만 10곳이 넘는다. ‘병원이 참 많네.’ 종열은 새삼 생각했다. 그중 어디로 옮기게 될지 궁금해졌다.‘이왕이면 경상대병원이 좋겠다. 집에서 차로 15분이니 아내가 왔다 갔다 하기에 덜 힘들 것 같다. 부산대병원도 괜찮겠지. 부산에 사는 어머니께 간호를 부탁하면….’“지금 부산 경남 병원들이 다 안 되거든요.” 의사의 외침에 종열의 생각이 끊겼다. ● 예상치 못한 배신이준규윤영이 사는 화성 동탄신도시는 구급차를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동네다. 반경 10㎞, 20분 거리 안에 대학병원 4개를 포함해 응급실이 12개가 있다. 사이렌을 울리며 도로를 가로지르는 구급차를 볼 때마다 윤영은 누가 얼마나 다쳤기에 저렇게 급히 가나 궁금해했다.준규가 탄 구급차는 좀 다르다. 사이렌도 안 켰고 20분 넘게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비상등 소리만 내며 서 있다. 그 안에서 구급대원들은 쉴새 없이 전화를 하고 있다. 처음엔 한 명만 전화기를 붙잡고 있었는데 어느새 다른 구급대원도 거들고 있었다. 심상치 않다.“인근 병원이 다 안 된다고….”“(의사 선생님)…안 계시나요….”준규를 받아줄 수 있냐는 것. 간단한 질문인데 병원은 대답을 주기 전 물어야 할 게 많은 듯했다. 구급대원은 했던 말을 또 하고 ‘잠시만요’ 하며 사라진 수화기 너머의 말을 오래 기다렸다. 그 끝에 기다리던 답은 없었다. 매번 알겠다는 맥 빠진 목소리로 전화가 끝났다. 허탈할 새도 없다. 끝을 알 수 없는 통화는 다시 시작되고, 두 구급대원의 목소리가 돌림노래처럼 울려 퍼지고, 윤영은 이번엔 다를 거라고 기대하며 그걸 듣는다.“어떻게 병원에서 환자를 안 받아줄 수 있어요?”소득 없는 전화가 8통째. 내내 참았던 질문이 윤영의 입 밖으로 나왔다. 구급대원은 “병원에 소아과 의사가 없어 아이들을 잘 받지 않는다”고 했다.“대학병원엔 소아과가 다 있잖아요.”거기도 지금 근무 중인 소아과 의사가 없다고 했다. 여전히 믿을 수가 없다. 고개를 돌리면 병원이 보이는데 어디 하나 준규를 받아주지 않는다는 게. 우리 애가 아픈데, 아직 못 일어나고 있는데….하교 시간이 됐는지 아이들이 재잘거리고 웃는 소리가 구급차 밖에서 들려왔다. 부쩍 짧아진 겨울 해가 아파트 단지를 환히 비추고 있었다. 이 구급차를 지나는 누구든 절대 알아채지 못할 것이다. 여기 눈을 뜨지 못하는 열세 살 아이가 있고, 아이를 병원에 데려다주기 위해 구급대원 세 명이 지도를 짚어가며 전화를 돌리고 있다는 것을.박종열수화기를 내려놓은 의사의 표정이 어두웠다. “부산 일대 병원에서 다 수술이 안 된대요. 대구나 그 위로 가야 할 수도 있어요.” 선뜻 이해되지 않는 말을 전한 의사는 종열이 뭐라 물을 틈도 없이 다시 전화기를 들었다.문득 주변을 둘러보니 응급실이 고요했다. 오전에 왔을 땐 시장통처럼 붐볐는데 지금은 종열의 신음과 의사의 전화 소리만 남았다. 들어보니 간호사가 119구급대의 전화를 전부 거절하고 있었다. 한 명뿐인 응급실 의사가 1시간 넘게 전화통을 붙들고 있으니 새 환자를 못 받는 게 당연했다. 종열은 묻고 싶은 게 많았다. 다리는 어떻게 되는 건지, 부산에 있는 그 많은 병원에서 왜 오지 말라고 하는지, 수술이 될 만한 병원만 골라 물어볼 수 없는 건지. 하지만 꾹 참았다. 의사를 방해하면 수술이 더 늦어질 것 같았다. 벌써 3시 20분. 다리가 부러진 지 5시간이 지났다.미옥도 휴대전화를 붙들고 있었다. “큰 병원에 지인이 있으면 연락해 보세요.” 의사의 말에 시어머니에게 부탁한 상태다. 먼 친척이 부산의 큰 병원에서 일한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었다. 주변에 폐 끼치기를 싫어해 쉬이 부탁을 해 본 적 없는 미옥이지만 지금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다. 내 남편, 내 아이의 아빠 종열이 다리를 잃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곧 전화벨이 울렸다. “네, 여보세요!” 반색했던 미옥이 맥 풀린 목소리를 냈다. “어디시라고요? 아, 주차장요…. 차를 언제 뺄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요….”잠시 후 휴대전화가 다시 짧게 진동했다. ‘010-XXXX-XXXX, ○○네 조카 ○○○간호사.’ 그렇게 시어머니에게 받은 문자를 들고 의사에게 달려간 미옥이지만 의사는 곤혹스러운 표정만 지었다. 그 병원 외상외과장한테서 확답을 받은 게 아니면 소용이 없다고 한다. 미옥은 눈물이 핑 돌았다. ‘인맥이 없어서 우리가 이런 일을 당하는 건가.’ 내내 삼켰던 서러움이 터져 나왔다. “코로 숨 쉬세요. 안 그러면 실신해요.” 간호사가 다급하게 말하는 소리가 들린다. 종열이 통증을 이기지 못하고 숨을 헐떡이고 있다. 미옥은 종열에게 달려가 손을 잡는다. “숨 쉬어라, 오빠….” 할 수 있는 일이 그것 말고는 없었다.● 선택지 없는 선택이준규구급차 안에서 윤영은 선택 아닌 선택을 해야 했다. 구급차는 목적지도 없이 일단 북쪽으로 출발했고, 가는 도중 계속 병원에 전화하며 방향을 이리저리 틀었다. 그러다 구급대원이 물어왔다. 한 병원은 소아과 의사가 있는데 대기가 길었다. 다른 병원은 응급처치는 되지만 자세한 검사는 어려울 수 있다. 어디로 가겠느냐고 묻는다. 응급처치라도 된다는 곳을 향할 수밖에 없었다. 오후 3시 32분, 구급차는 마침내 아주대병원에 도착했다. 준규의 뇌 사진은 이상했다. 맑은 물에 검은 잉크를 떨어뜨린 것처럼 머릿속에서 검은 점이 번지고 있었다. 뇌혈관이 터진 거였다. 병원을 찾아 헤매는 동안 준규 머릿속에는 피가 차오르고 있었다.“뇌출혈입니다. 출혈이 너무 많아요. 신경외과 선생님이 오실 거예요.”응급실 의사의 입에서 나온 ‘뇌출혈’이라는 단어가 생경했다. ‘준규는 어떻게 되는 거지. 신경외과 선생님은 언제 오는 거지. 올 수 있는 게 맞나.’ 하루 동안 너무 많은 거절을 당한 윤영은 모든 게 믿기 어렵다.곧 윤영은 ‘수술 동의서’라고 적힌 종이 뭉치를 건네받았다. 41장의 종이에 정신없이 서명하는 동안 ‘발생 가능한 부작용’은 애써 모른 척했다. ‘뇌경색, 뇌척수액 누출, 마비, 의식불명, 다발성 장기 기능 저하, 심각한 합병증으로 사망 가능성…’ 도저히 동의할 수 없는 말들이지만 다른 선택지란 없다.준규가 뇌출혈이라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 나았을까. 아이 머릿속에 피가 차오르는 줄 알았다면 구급차에서 한 시간을 버틸 수 없었을 것이다. 미쳐버렸을 것이다. 아니, 알았다면 할 수 있는 일이 있었을까. 우리 아이가 죽을 것 같다고, 좀 받아달라고 응급실 앞에서 소리를 지르고 드러누웠어야 했나. 내가 무지했다. 아무것도 몰랐다.오후 6시 15분, 준규가 수술실 문 안으로 사라졌다. 119에 신고한 지 228분 만이었다. 굳게 닫힌 수술실 문을 보며 윤영은 생각했다. 준규는 깊이 잠들어 있는 거고 이건 그냥 나쁜 꿈이라고. 하지만 꿈이 이렇게 긴 법은 없는 거였다. 지난해 12월 8일, 한 아이의 엄마가 겪은 일이다.박종열오후 4시 5분, 응급실 의사가 종열을 받아준다는 병원을 드디어 찾았다고 했다. 종열은 어디 있는 곳인지 묻지도 않고 말했다. “가야지요, 일단 갑시다.” 260㎞ 떨어진 충북 청주시에 있는 충북대병원, 김해중앙병원으로부터 약 3시간을 달려가야 했다. 수액을 다섯 번 바꿔 다는 동안 발가락 끝의 느낌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내리 달려 충북대병원에 도착한 건 오후 7시 1분. 미옥은 다리 혈관을 수술해준다는 의사를 만났다. 의사가 가리키는 모니터 속 영상에는 하얀 선이 보인다. 종열의 다리 혈관이라는 그 하얀 선은 무릎이 지나는 지점에서 사라졌다. 의사는 골든타임이 이미 많이 지났다고, 다리를 절단할 가능성이 90%라고 했다. 미옥은 말을 잃는다.의사는 수술에 동의하면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보겠다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번에도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오후 8시 38분, 종열은 침대에 누워 수술실로 들어갔다. 혈관 수술이 필요하다는 말을 들은 지 378분 만이었다. 마취 기운이 도는 동안 의사가 손을 잡아줬다. 종열은 의사에게 말했다. “선생님, 제 다리를 살려주세요.” 스르르 잠이 들려던 찰나, 종열은 온 힘을 다해 얘기했다. “제 다리 좀 살려주세요.” 지난해 10월 25일, 두 아이를 둔 한 아빠가 겪은 일이다.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은 2020년부터 히어로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히어로콘텐츠팀의 ‘표류: 생사의 경계에서 떠돌다’와 디지털 스토리텔링 ‘그들이 구급차를 탔던 날’ 등은 저널리즘의 가치와 디지털 기술을 융합한 차별화된 보도를 지향합니다. 디지털 플랫폼 특화 기사는 ‘히어로콘텐츠’(original.donga.com)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생사의 경계에서 표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디지털로 구현한 ‘그들이 구급차를 탔던 날’()응급환자와 구급대원들이 구급차에 갇혔던 75분을 숨소리까지 담은‘강남에 응급실이 없었다’()▽팀장: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취재: 송혜미 이상환 이지윤 기자▽프로젝트 기획: 위은지 기자 ▽사진: 홍진환 기자▽편집: 하승희, 양충현 기자 ▽그래픽: 김충민 기자▽인터랙티브 개발: 임상아 뉴스룸 디벨로퍼 임희래 인턴▽인터랙티브 디자인: 곽경민 인턴수원·오산=송혜미 기자 1am@donga.com김해·청주=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3-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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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응급실 가도 진료는 불가…병상 찾아 다시 152km [히어로콘텐츠/표류①]

    누구나 1분, 1초에 생사가 갈리는 응급상황에 처할 수 있다. 이런 사고에 생명을 잃지 않도록 우리 사회는 의료안전망을 구축해왔다. 그런데 의료 선진국이라는 한국에서 환자가 도로 위를 떠돌고 있다. 구급차가 출동하고도 1시간 넘게 헤매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를 3분마다 1명꼴로 겪는다. 환자 10명 중 1명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다른 병원으로 이송된다.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은 지난해 10월부터 올 3월까지 응급실과 구급차에서 37일을 보내며 26명의 환자와 그 가족들을 인터뷰했다. 응급환자가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무력하게 떠도는 ‘표류’는 운이 나쁜 누군가가 어쩌다 겪는 일이 아니었다.“이 환자 백혈구 수치 3만이야?”강경국 여수전남병원 응급의학과장이 믿을 수 없다는 듯 검사 결과지를 다시 들여다봤다. 정상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원인은 알 수 없지만 몸에 심각한 이상이 있다는 신호다. 당장 혈액 투석이 가능한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강 과장이 전화기를 들었다.구급차를 타고 와 응급실 문턱을 넘는다고 환자의 ‘표류’가 끝나는 건 아니다. 어떤 환자들은 응급실 병상에 누웠다고 하더라도 하염없이 의사를 기다려야 한다. 1월 15일 전남 여수시 여수전남병원 응급실에 있던 장부귀 씨(74)가 그랬다.● 북새통 응급실에서 ‘표류’ 시작40분 전인 오후 10시 25분 여수전남병원 응급실 전화벨이 울렸다. 119구급대가 환자를 데려가도 되는지 묻는 통상적인 전화였다. “오세요.”3분 뒤 도착한 구급차에는 부귀 씨가 누워 있었다. 그의 아내는 “당뇨를 앓지만 원래 건강했던 사람이 기운을 못 써서 왔다”고 했다.응급실은 이미 북새통이었다. 혈변으로 응급실을 찾은 50대 남성은 상태가 중해 보였고, 술에 취해 싸움을 벌이다가 실려 온 20대 남녀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그 옆의 7세 남자아이는 열에 달뜬 채 수액을 맞고 있었다. 여느 날과 다를 바 없는 야간 응급실이었다.내장 출혈로 위중했던 50대 환자가 겨우 지혈이 됐다. 중환자실에 빈자리가 없어서 걱정했는데 일단 응급실에서 밤을 보내도 될 것 같다. 오후 11시가 넘자 소란스러운 20대 남녀와 기운을 차린 아이가 응급실을 떠났다.그 사이 부귀 씨의 검사 결과가 나왔다. 특별히 위중해 보이지 않았던 그의 백혈구 수치는 당장 갑자기 심장이 멎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강 과장이 “소변줄 준비하세요”라고 소리를 지르고 가운을 벗어던진 건 그때였다. 급히 약을 투입했으나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 결국 응급 혈액투석 기계를 연결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중환자실이 만실이다. 여수전남병원 중환자실 병상 11개를 채운 환자들 중 위중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오후 11시 30분. 응급 처치를 받은 부귀 씨가 추가 검사를 받으러 간 사이 강 과장이 자리로 돌아왔다. “원인이 애매한데….” 두통으로 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 물을 한 모금 마시고는 1300쪽이 넘는 두툼한 응급의학 교과서를 펼쳤다. 구글에서 관련 논문도 검색해본다.부귀 씨가 평소에 먹는 약부터 다시 확인해 봐야 했다. 집에 남은 가족이 찍어 보낸 약 봉투 사진은 글자가 작아 알아보기 힘들었다.환자의 진료 기록을 보면 좋으련만, 다른 병원에서 받은 환자의 진료 기록에는 접근할 수가 없다. 정부는 ‘나의 건강기록’ 앱을 깔아두면 언제든 기록을 볼 수 있다고 홍보했지만 강 과장은 그 앱을 깔아둔 노인 환자를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대학병원 가야 할 수도 있어요.” 강 과장은 부귀 씨의 아내가 놀라지 않도록 차분한 목소리로 상황을 전했다. “안 좋습니다. 자녀분들에게도 연락하세요.”하얗게 얼굴이 질린 아내는 떨면서 전화기를 들었다.● 홀로 응급실 지키는 의사, 진료 대신 병원 수배날을 넘긴 16일 0시 24분에 받아든 추가 검사 결과에서도 부귀 씨의 상태는 위험했다. 약이 듣지 않았다. “환자 빨리 다른 병원 보내자. 피가 엉망이야.”강 과장은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중환자실에 자리가 많은 가까운 병원부터…. 환자 받기를 거절하면 다음 병원으로 전화를 건다. 중앙응급의료센터 웹사이트에서 인근 병원의 병상 현황을 볼 수 있지만 의미없는 숫자라는 걸, 의사인 강 과장이 누구보다 잘 안다. 빈 병상이 있다고 한들 , 치료할 의사가 없다면 그저 숫자일 뿐이다.“74세 남자분 응급 혈액투석 가능할지 문의드리는데요. 아… 네.”강 과장은 애꿎은 전화기의 종료 버튼을 신경질적으로 눌렀다. “조선대도 안 되고….” 속이 탔다. 만약을 대비해 자동으로 심장을 마사지하는 기계와 인공호흡기를 꺼내 놓았다. 여수전남병원에서 그나마 혈액 투석 치료가 가능한 가까운 병원들은 북쪽으로 1시간 반이 걸리는 광주에 있다. 그런데 방금 광주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이 부귀 씨를 받지 못한다고 했다.차라리 10여 년 전 시스템이 나았다. 다른 병원으로 보내야 할 때 응급실 의사가 일일이 전화를 돌리지 않아도 1339에 전화하면 됐다. 보건복지부 응급의료정보센터가 병원을 대신 찾아서 알려줬다. 그런데 2012년에 응급의료정보센터가 소방청(당시 소방방재청) 119로 통합되고 1339는 질병관리청 콜센터 번호가 되면서 이 기능이 유명무실해졌다. 화재 진압 등 소방청 본연의 업무에 우선순위에서 밀렸다.강 과장은 계속 시도했고, 계속 실패했다. 전남 순천시와 화순군, 목포시의 큰 병원 3곳도 부귀 씨를 받기 어렵다고 답했다. 경남 진주시에 있는 경상대병원에까지 전화했지만 결과는 같았다.“방금 거기가 마지막이었어.” 강 과장이 중얼거렸다.그나마 1시간 넘게 위독한 환자가 오지 않는 게 다행이었다. 이 응급실에서 의사는 강 과장 단 한 명뿐이다. 환자를 더 받을 여력이 없다. 전국 응급실 516곳 중 규모가 큰 권역응급의료센터 38곳을 뺀 나머지는 대개 응급의사 1명만 상주한다.● 빈자리 하나 찾아 152km0시 56분. 강 과장은 중앙응급의료센터 산하 상황실에 전화를 걸었다. 이 상황실은 위중한 환자가 응급실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때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수배해주는 조직이다.강 과장이 진작 여기에 전화하지 않은 건, 상황실이 전국 모든 응급환자를 책임지고 있어 늘 ‘과부하’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상황실의 상주 직원 4~6명이 병원마다 일일이 전화를 돌려 병상을 수배한다. 강 과장이 전화를 하던 과정이 반복된다. 그래서 마지막 순간에만 도움을 요청한다.상황실과 통화를 마친 강 과장은 모니터에 지도를 띄웠다. 전국 주요 응급실과 직통 전화번호가 표시된 지도였다. “어디까지 가게 되려나…. 너무 멀리는 안 되는데.”오전 1시 51분 전북 전주시 전북대병원에서 “환자를 보내라”고 연락이 왔다. 상황실에서 찾아준 병원이었다. 차로 2시간 거리였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강 과장이 응급실 밖으로 뛰어나가 부귀 씨의 부인을 불렀다. 도 경계를 넘어 전북대병원으로 간다는 말에 부인이 되물었다 “전주요?” 강 과장이 답했다. “네, 가장 가까운 데가 전주예요.”간호사는 부귀 씨가 타고 갈 사설구급차를 불렀다. 부귀 씨를 태운 구급차는 152km를 달려 오전 3시 57분에 전북대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강 과장이 전화를 돌리기 시작한 지 3시간 30분 만이었다. 부귀 씨처럼 다른 병원을 거쳐 응급실로 옮겨진 환자는 2021년 48만3781명이었다. 그해 응급실 환자 10명 중 1명꼴이다.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은 2020년부터 히어로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히어로콘텐츠팀의 ‘표류: 생사의 경계에서 떠돌다’와 디지털 스토리텔링 ‘그들이 구급차를 탔던 날’ 등은 저널리즘의 가치와 디지털 기술을 융합해 차별화한 보도를 지향합니다. ‘히어로콘텐츠’(original.donga.com)에서 디지털 플랫폼에 특화한 인터랙티브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생사의 경계에서 표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디지털로 구현한‘그들이 구급차를 탔던 날’()응급환자와 구급대원들이 구급차에 갇혔던 75분을 숨소리까지 담은‘강남에 응급실이 없었다’()히어로콘텐츠팀▽팀장: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취재: 송혜미 이상환 이지윤 기자▽프로젝트 기획: 위은지 기자 ▽사진: 홍진환 기자▽편집: 하승희, 양충현 기자 ▽그래픽: 김충민 기자▽인터랙티브 개발: 임상아 뉴스룸 디벨로퍼 임희래 인턴▽인터랙티브 디자인: 곽경민 인턴여수=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송혜미 기자 1am@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 2023-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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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남 한복판서 멈춰선 구급차…오라는 응급실 '0' [히어로콘텐츠/표류①]

    누구나 1분, 1초에 생사가 갈리는 응급상황에 처할 수 있다. 이런 사고에 생명을 잃지 않도록 우리 사회는 의료안전망을 구축해왔다. 그런데 의료 선진국이라는 한국에서 환자가 도로 위를 떠돌고 있다. 구급차가 출동하고도 1시간 넘게 헤매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를 3분마다 1명꼴로 겪는다. 환자 10명 중 1명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다른 병원으로 이송된다.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은 지난해 10월부터 올 3월까지 응급실과 구급차에서 37일을 보내며 26명의 환자와 그 가족들을 인터뷰했다. 응급환자가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무력하게 떠도는 ‘표류’는 운이 나쁜 누군가가 어쩌다 겪는 일이 아니었다.붉은 경광등을 켠 구급차 안에서 세 남자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시린 칼바람이 불던 1월 12일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인근 6차로 도로에 구급차 한 대가 서 있다. 이미 퇴근길 정체가 풀리고도 남았을 오후 9시 19분인데 최경환 잠실119구급대 반장이 탄 구급차는 달리는 차들 사이에서 외로이 멈춰 서 있다.구급차 안에서 가슴에 전극을 주렁주렁 단 진수(가명·68) 씨는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가슴 통증을 호소하는 그가 구급차에 탄 건 오후 8시 37분. 이미 42분이 지났다.최 반장이 연신 전화를 걸었다. 엄지로 발신 기록을 훑었다. 가까운 거리순으로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마지막으로 은평성모병원까지…. 환자를 태우고 나서 이미 21곳에 전화를 건 터였다.최 반장은 다시 전화를 들었다. 22번째 병원이다. 분초를 다투는 순간에도 차분한 안내 음성이 흘러나왔다.“안녕하십니까, 이대목동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입니다. …의무기록, 진단서 등 제 증명 발급 문의는 1번, …기타 문의는 0번을 눌러주십시오.” 0번을 눌렀다. 연결음, 상담원, 다시 연결음을 거쳐 59초 만에 응급실로 연결됐다. “68세 남자 환자인데 가슴 통증이랑 호흡 곤란이 있습니다. 수용 가능할까요?”진수 씨는 오후 7시 10분부터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손목시계를 확인하는 순간, 초조함이 밀려온다. 환자 상태를 전하는 최 반장의 말소리가 더 빨라졌다. 만약 심장에 이상이 생긴 거라면, 나아가 심장 혈관이 막혀 있다면 가슴 통증이 시작되고 90분 안에 치료를 받아야 한다.진수 씨의 생사가 달렸을지 모를 시간, 구급차가 우두커니 서 있는 이유는 오라는 응급실이 없어서다. 대형병원 56곳이 모여 있는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매일 119구급대원들이 겪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근처에서 수배가 안 돼요?” 강남에도 병원이 많지 않으냐는 질문이다. 이대목동병원은 구급차의 위치로부터 30분이 넘는 거리에 있다.“네…. 다 안 된다고요.” “잠시만요.”길어지는 침묵에 고개를 돌려 다른 병원에 전화를 걸던 정진우 반장에게 물었다. “전화해 봤어?” “지금 안 된대. 중환자실에 빈 병상이 없대요.”잠시 후 응급실 직원은 “저희도 병상이 없어서 수용이 안 될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3분 1초의 통화가 끝났다. 바로 23번째 병원에 전화를 건다.내내 눈을 감고 통증을 참던 환자가 쥐어짜는 목소리를 냈다. “세상에 이런 경우가 있어요? 심장이 이렇게 아픈데….”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응급실과 구급차에서 37일을 보내며 병원을 찾아 표류하는 환자와 그 가족을 인터뷰했다. 1월 12일은 최 반장의 출동에 동행했던 날이었다. 이날 밤 기자의 기록은 이렇게 끝난다. ‘여의도성모병원 응급실에 도착하기까지 1시간 15분.’● “자리 없어요” 이어지는 거절“심장이 ‘쿵쾅쿵쾅’ 너무 크게 뛰어요.”진수 씨가 저릿한 통증을 처음 느낀 건 약 2시간 전. 퇴근하고 집으로 가던 길이었다. ‘이러다 설마’ 할 만큼 통증이 심해진 건 오후 8시 37분. 아내는 119로 전화를 했고 5분 만에 구급차는 도착했다.최경환 잠실119구급대 반장의 구급차가 서울 송파구 삼전동 진수 씨의 집에 도착했을 때 그는 가슴을 움켜쥔 채 고통스러워했다.서둘러 진수 씨를 태웠지만 구급차는 달릴 수 없었다. 오후 8시 48분, 최 반장은 인근 응급실 병상 정보가 뜨는 구급대용 ‘병상 정보 상황판’ 애플리케이션(앱)을 열어 병원 목록을 훑었다.가장 가까운 삼성서울병원에는 ‘―35’라는 숫자가 뜬다. 35명이 대기 중이란 뜻이다. 빈 병상이 날 가망이 없는 숫자다. 서울아산병원은 ‘―9’였다. 전국에서 환자가 몰리는 이른바 ‘빅5’ 병원의 응급실은 늘 이렇다.20분 이내에 있는 강동성심병원 응급실에는 빈 병상이 있다고 표시됐다. 그래도 구급차는 시동을 걸지 못했다. 응급실은 병상이 있지만 ‘중환자실에 병상이 없다’는 경고가 함께 떴기 때문이다. 만약 진수 씨를 심장 모니터와 인공호흡기 등을 갖춘 중환자실로 옮겨야 한다면 다시 병원을 찾아 거리를 헤매게 된다는 뜻이다.건국대병원은 빈 병상이 있다고 표시됐다.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송파 잠실 구급대원이고요.”“혹시 저희 병원에 다니는 분이세요?” 환자의 상태 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응급실 직원이 물어왔다.“그건 아니고 가슴 통증이랑….”“병상 없어서 다 대기 중입니다.”● 찢어진 지도, 불빛 없는 등대이 환자의 자택 근처 5km 안에는 대형병원 5곳이 있다. 모두 진수 씨 받기를 거절했다. 응급실 빈 병상이 없거나 심장 검사를 할 의사가 없다고 했다. 최 반장의 전화기 너머로 ‘죄송한데요’로 시작하는 대답이 계속 들려왔다.“중환자실에 빈 병상이 없어서요.”(한양대병원)“응급으로 심장 검사가 안 돼요.”(을지대병원)“가슴 통증 환자가 너무 많아서 시술도 못 하고 있어요.”(고려대 안암병원)진수 씨 부인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응급실 자리가 없는 거예요? 119만 타면 그냥 (병원에) 가는 줄 알았는데….”2주 전에 이송했던 호흡곤란 환자는 응급실에 들어가지 못했다. 병원이 없어 빈 병상이 표시된 곳으로 구급차를 급히 몰았지만 의식을 잃은 응급환자가 오고 있다고 했다.응급실은 일찍 온 순서가 아니라 생명이 위태로운 환자 순서로 진료한다. 다른 중증 환자가 줄지어 대기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곳으로 무작정 향했다간 진수 씨가 되레 위험해질 수 있다.이날 밤 구급차는 찢어진 지도 반쪽을 들고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것처럼 보였다. 의료 인프라가 집중된 서울 한복판에서 밤마다 응급 대란이 벌어진다면 응급실 중환자실 의료진이 모두 가동되는 병원이 어딘지 찾아주는 시스템이 있을 법도 한데, 그런 시스템은 없다. 지금까지 병원의 빈 병상과 의사 당직 현황을 119에 제공하려는 시도는 번번이 무산됐다. 아직도 구급대가 일일이 전화를 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열나면 여전히 “진료 어려워요”전화가 길어지자 누워 있던 환자가 신음을 흘렸다. 최 반장이 큰 소리로 물었다. “환자분, 지금 통증이 더 심하세요?” 환자가 겨우 고개를 끄덕인다. “좀….”두 반장은 다급해진다. “국립중앙의료원 뭐 들어온 거 있어?” “수용 불가. 중환자실 풀(만실).” “중앙대병원은?” “‘모든 환자 불가’.”진수 씨는 38도의 미열이 있고 사흘 전부터 잔기침을 했다. 응급실 직원은 고개를 저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의심되니 검사를 해야 하는데 격리실에 빈 병상이 없다고 했다.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0월 응급실에 ‘응급환자는 우선 진료부터 하고 코로나19 검사는 나중에 하라’는 지침을 내렸으나 집단감염이 발생하면 오롯이 피해를 감수해야 할 병원은 소극적이었다. 정부 지침과 현장이 따로 놀고 있었다.서울 안에서 병원을 찾지 못한 최 반장은 경기 성남시 분당제생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심장 검사는 해줄 수 있다고 했지만 코로나19가 양성이면 귀가하는 조건이었다. 빈 격리실이 없어서 입원이 어렵다는 이유였다.“그럼 코로나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눈물이 그득한 진수 씨의 아내가 묻는다.환자가 놀랄까 봐 차분히 설명하고 있지만 최 반장의 머릿속은 복잡하다. 만약 코로나19 양성이면서 심장도 이상이 있다고 판명된다면…. 격리 병상도 있고 응급 시술도 가능한 병원을 찾아 다시 도로 위를 헤매야 한다. 자칫 제때 치료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었다. 분당으로 가는 건 포기한다. 최 반장은 다시 전화기를 들었다.● ‘핫라인’에 전화해도 자동응답기로오후 9시 26분. 24번째로 한양대구리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다시 이용해….” ARS 전화를 끊으면서 최 반장은 지난해 봄 유독 안타까웠던 환자를 떠올렸다. 숨을 제대로 못 쉬는 90대 할머니를 구급차에 눕혀 두고 30곳 넘게 전화를 돌리고 있었다. 곧 돌아가실 것 같았다. 귀가 뜨거워지도록 전화를 걸어 봐도 오라는 병원이 없었다.“그만, 응급실 그만 찾으세요. 집에서 편히 임종하게 해드리고 싶어요.” 한 시간쯤 떠돌았을 때 할머니의 가족이 말했다. 결국 최 반장은 할머니의 집으로 구급차를 돌렸다.정 반장은 이대서울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23번째 병원이다. 상담원은 이미 응급실에 너무 많은 전화가 걸려와 연결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실제 정 반장의 전화는 응급실에 닿지도 않았다.구급대에 주어진 응급실 번호는 무늬만 ‘핫라인’이었다. 세 번 걸면 한 번은 ARS나 상담원으로 넘어갔다. 정부는 응급환자 이송 문제가 지적될 때마다 ‘핫라인’ 신설을 대책으로 내놓았지만 공허한 다짐이었다. 구급대는 고장난 무전기를 든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송 후엔 환자 생사도 알 길 없어25번째는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제 서울엔 전화할 병원이 몇 곳 남지 않았다. 26번째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성모병원이었다. 같은 내용을 반복했다. 68세 남성, 가슴 통증, 호흡 곤란…. “잠시만요”라는 말 뒤로 ‘엘리제를 위하여’가 흘러나온다.멜로디가 서너 바퀴 돌았을까. “오시면 될 것 같아요.” 드디어 구급차가 출발했다. 한강을 따라 한참을 달린 오후 9시 52분, 여의도성모병원에 도착했다. 병원 26곳에 전화를 31차례 한 끝이었다. 진수 씨의 아내가 119에 전화한 지 1시간 15분 만이다. 진수 씨처럼 구급대가 출동한 후 응급실에 도착하기까지 1시간 넘게 걸린 환자는 2021년 한 해 전국에서 19만6561명이었다. 3분마다 1명꼴이다. 진수 씨를 내려주고 최 반장은 1.5L짜리 물을 꿀컥꿀컥 마셨다. 환자는 살았을까. 심장은 괜찮을까. 구급대는 직접 이송한 환자의 진료 결과는커녕, 생사조차 알 수 없다.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구급대에 알려주지 않는다. 최 반장이 말했다. “아쉽죠. 만약에 알 수 있으면, 다음에 비슷한 환자를 태울 때 더 잘할 수 있을 텐데.”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은 2020년부터 히어로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히어로콘텐츠팀의 ‘표류: 생사의 경계에서 떠돌다’와 디지털 스토리텔링 ‘그들이 구급차를 탔던 날’ 등은 저널리즘의 가치와 디지털 기술을 융합해 차별화한 보도를 지향합니다. ‘히어로콘텐츠’(original.donga.com)에서 디지털 플랫폼에 특화한 인터랙티브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생사의 경계에서 표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디지털로 구현한‘그들이 구급차를 탔던 날’()응급환자와 구급대원들이 구급차에 갇혔던 75분을 숨소리까지 담은‘강남에 응급실이 없었다’()히어로콘텐츠팀▽팀장: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취재: 송혜미 이상환 이지윤 기자▽프로젝트 기획: 위은지 기자 ▽사진: 홍진환 기자▽편집: 하승희, 양충현 기자 ▽그래픽: 김충민 기자▽인터랙티브 개발: 임상아 뉴스룸 디벨로퍼 임희래 인턴▽인터랙티브 디자인: 곽경민 인턴여수=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송혜미 기자 1am@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 2023-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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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SA 신규가입하면 3만 포인트가 쏙!

    하나은행은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상품에 신규 가입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하나머니’ 3만 포인트를 지급하는 이벤트를 열고 있다. 신규 고객뿐만 아니라 계약을 이전하는 고객도 참여할 수 있다. ISA는 한 계좌에 주식, 펀드, 파생결합증권, 예·적금 등 다양한 상품을 넣어 운용할 수 있는 일명 ‘만능통장’이다. 여러 상품을 조합해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데다 절세 혜택도 주어진다. 매년 2000만 원씩 5년 동안 최대 1억 원을 넣을 수 있고 3년 이상 유지하면 발생한 순이익을 기준으로 최대 400만 원까지 비과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400만 원을 넘는 이익분에 대해서도 9.9%의 분리 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ISA는 운용 방식에 따라 신탁형, 일임형, 투자중개형으로 나뉜다. 신탁형 및 투자중개형은 고객이 직접 투자상품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이와 달리 일임형 ISA는 전문가에게 투자를 맡기는 구조다. 가입자의 투자 성향에 맞는 투자자산 구성을 모델 포트폴리오 형식으로 제안하고 가입자가 그중 하나를 선택하는 식이다. 은행의 일임 운용 전문가가 시장 상황을 고려해 가입자에게 적합한 여러 개 펀드에 분산투자하고 주기적으로 펀드를 교체하면서 수익률과 투자 위험을 관리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이벤트에 참여하려면 하나은행 일임형 ISA 상품을 10만 원 이상 신규로 가입하면서 1년 이상 자동이체를 등록하면 된다. 이벤트 종료 시점을 기준으로 잔액 100만 원 이상을 유지해도 된다. 신규 가입뿐 아니라 계약을 이전한 고객도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다. 조건을 충족하는 고객은 현금처럼 사용 가능한 하나금융그룹의 통합 멤버십 포인트 3만 하나머니를 받을 수 있다. 이벤트는 11월 말까지 진행되며 만 19세 이상 국내 거주자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하나은행은 또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 고객에게 최대 1만 하나머니를 제공하는 ‘머니 머니 해도 IRP는 하나로!’ 이벤트도 11월 말까지 실시한다. △신규 15만 원 이상, 자동이체 1년 이상 10만 원 등록 △신규 15만 원 이상, 자동이체 2년 이상 5만 원 등록 △신규 300만 원 이상 △다른 금융사에서 1000만 원 이상 계약 이전 △퇴직금 2000만 원 이상 입금 후 상품 운용을 완료한 고객이 대상이다. 하나은행은 앞서 8월 ‘하나원큐’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자산운용 현황을 진단하고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퇴직연금 자산관리 시스템 ‘연금닥터서비스’를 은행권 최초로 오픈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하나은행의 일임형 ISA로 안정적인 자산관리와 절세 혜택을 함께 누릴 수 있다”며 “앞으로도 고객의 자산관리 및 절세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상품을 제공하겠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의 일임형 ISA, IRP 상품 및 이벤트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하나원큐 앱과 가까운 영업점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송혜미 기자 1am@donga.com}

    • 2022-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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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영업자 ‘새출발기금’ 내일부터 사전 신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로 빚 갚는 데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27일부터 ‘새출발기금’을 통해 채무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또 연 7% 이상 고금리 사업자대출을 이용하고 있다면 30일부터 저금리 대출 갈아타기를 신청하면 된다. 금융위원회는 다음 달 4일 새출발기금의 공식 출범을 앞두고 이달 27∼30일 사전 신청을 받는다고 25일 밝혔다. 새출발기금은 코로나19 여파로 빚이 3개월 이상 연체됐거나 장기 연체에 빠질 위험이 큰 자영업자·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원금 감면 등 채무를 조정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사전 신청은 온라인 플랫폼(새출발기금.kr)에서만 가능하며 출생연도 기준 홀짝제로 운영된다. 출생연도가 홀수이면 27, 29일, 짝수이면 28, 30일 신청하면 된다. 한국자산관리공사 사무소와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등을 통한 오프라인 신청은 다음 달 4일부터 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새출발기금 콜센터(1660-1378), 신용회복위원회 콜센터(1600-5500)에 문의하면 된다.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소상공인의 고금리 사업자대출을 연 6.5% 이하 금리로 대환해주는 프로그램도 30일부터 신청을 받는다. 5월 31일 이전에 은행과 제2금융권에서 빌린 설비·운전자금 등 사업자대출이 신청 시점에 금리 연 7%를 넘으면 신청할 수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기업·농협·수협·부산·대구·광주·경남·전북·제주·토스 등 14개 은행 모바일뱅킹과 오프라인 창구에서 신청을 받는다. 시행 초기 한 달간 사업자번호 끝자리 기준 5부제를 시행한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 2022-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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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영업 다중채무자, 올들어 45% 급증… 부실 뇌관 우려

    금융사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자영업자가 올 들어 13만 명 가까이 급증해 4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청년과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자영업 다중채무자가 빠르게 늘고 있어 금리 인상기에 대출 부실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5일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이 나이스평가정보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금융권에서 개인사업자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는 325만327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3곳 이상의 금융사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는 41만4964명(12.8%)이었다. 지난해 말(28만6839명)에 비해 12만8125명(44.7%)이나 급증했다. 이 기간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대출액도 162조 원에서 195조 원으로 33조 원(20.4%) 불어났다. 전체 자영업 대출액(688조 원)의 28.3%를 차지하는 규모다. 다중채무를 진 자영업자의 1인당 평균 대출액은 4억6992만 원이었다. 특히 취약계층인 청년층과 저소득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다중채무자가 빠르게 늘었다. 30세 미만인 자영업 다중채무자는 6월 말 1만732명으로 지난해 말(6741명)보다 59.2% 급증했다. 전 연령층 가운데 증가 폭이 가장 컸다. 또 연소득 1000만 원 이상∼2000만 원 미만인 자영업 다중채무자는 1529명으로 6개월 새 55.5% 급증했다.송혜미 기자 1am@donga.com}

    • 2022-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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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중은행 예대금리 차, 더 벌어졌다

    지난달 주요 시중은행의 예대금리 차(대출 금리와 예금 금리의 차이)가 한 달 전보다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치솟는 대출 금리 인상 속도를 예금 금리가 따라가지 못한 영향이다. 은행들의 지나친 ‘이자 장사’를 막자는 취지에서 예대금리 차 공시를 시작했지만 실제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전국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달 농협은행의 가계 예대금리 차(정책대출 상품 제외)는 1.73%포인트였다. 5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7월(1.40%포인트)보다 금리 차가 더 벌어졌다. 햇살론 등 서민대출을 많이 취급할수록 예대금리 차가 커지는 현상을 막기 위해 이번부터 정책 상품을 제외한 금리 차가 공개됐다. 이어 KB국민은행의 가계 예대금리 차가 1.40%포인트로 5대 시중은행 중 두 번째로 높았다. 7월(1.36%포인트)보다 0.04%포인트 커졌다. 우리은행은 0.04%포인트 오른 1.37%포인트, 하나은행은 0.06%포인트 오른 1.09%포인트였다. 이들 은행의 예대금리 차가 더 커진 것은 예금 금리보다 대출 금리가 더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달 5대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는 0.05∼0.30%포인트 오른 반면 수신 금리는 0.01∼0.26%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반면 신한은행은 5대 은행 중 유일하게 대출 금리를 내려 가계 예대금리 차가 7월 1.46%포인트에서 지난달 1.36%포인트로 줄었다. 모든 은행을 통틀어 가계 예대금리 차가 가장 높은 곳은 전북은행(4.80%포인트)이었다. 다만 7월(5.73%포인트)보다는 줄었다. 카카오뱅크(1.86%포인트), 케이뱅크(3.13%포인트), 토스뱅크(4.76%포인트) 등 중·저신용자 대출이 많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예대금리 차도 시중은행보다 높았다.송혜미 기자 1am@donga.com}

    • 2022-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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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한카드 통합 플랫폼 月이용자 1000만 돌파

    신한카드는 자사 디지털 플랫폼의 월간 활성화 이용자(MAU)가 사상 처음 1000만 명을 넘어섰다고 20일 밝혔다. 이는 최근 한 달간 신한카드 결제 플랫폼인 ‘신한플레이’와 자동차 종합플랫폼 ‘신한마이카’, 온라인 직영몰 ‘신한카드 올댓’ 등에 접속해 실제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을 합한 수치다. 신한카드의 통합 MAU는 지난해 말 768만 명에서 이달 1010만 명으로 31.5% 증가했다. 신한플레이 회원이 올 들어 100만 명 급증해 1500만 명을 돌파한 것이 성장세를 이끌었다. 이 같은 이용자 증가에 힘입어 올해 1∼9월 신한카드 플랫폼에서 고객들이 소비한 금액도 45조 원을 돌파했다. 신한카드 측은 “신한플레이에서 선보인 혁신적인 결제 기술과 마이데이터 기반의 소비·자산 관리 서비스가 성장세를 견인했다”고 설명했다.송혜미 기자 1am@donga.com}

    • 2022-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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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만보 140원, 앱 클릭 100포인트… MZ세대 ‘디지털 폐지줍기’

    정보기술(IT) 회사에 다니는 하모 씨(38)는 매일 금융, 유통, 게임 애플리케이션(앱)을 돌아다니며 ‘디지털 폐지 줍기’에 나선다. 매일 앱 출석이나 광고 시청, 미션 수행 등으로 소소하게 현금이나 포인트를 모으는 것을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은 이렇게 부른다. 하 씨는 매일 백화점 앱에 들어가 현금처럼 쓸 수 있는 100포인트를 챙기고 자기 전엔 은행 앱 이벤트에 참여한다. 금 현물 0.0001g으로 바꿀 수 있는 금도끼를 매일 추첨으로 받을 수 있는 이벤트다. 친구들이 간편결제 이벤트를 공유해주면 클릭해 몇십 원이라도 모은다. 하 씨는 “소액이지만 클릭만으로 돈이 생긴다는 재미에 습관이 됐다”며 “하루에 300∼400원씩, 한 달이면 1만 원을 벌 수 있다”고 했다. 물가가 뛰고 대출 금리가 치솟으면서 허리띠를 졸라매는 ‘짠테크’(짠돌이+재테크) 바람이 거세다. 특히 저금리 시대 ‘빚투’(빚내서 투자)로 한 방을 노렸던 20, 30대들이 금리 인상기를 맞아 디지털 폐지 줍기에 나서며 푼돈을 모으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디지털 폐지 줍기 열풍을 겨냥한 금융 상품과 서비스가 잇달아 출시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이달 초 ‘배달의민족과 26일저금’을 선보였다. 청소년이 매일 500∼2000원을 26일간 저금해 최대 5만2000원을 모으는 적금에 배달의민족 상품권 증정을 더한 상품이다. 웰컴저축은행은 계약 기간에 집계된 걸음 수에 따라 최고 연 8%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주는 적금 상품을 내놨다. 직장인 최모 씨(31)는 최근 ‘행운상자’를 받기 위해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계좌를 개설했다. 친구에게 행운상자를 공유한 고객에게 20∼10만 원의 현금을 주는 이벤트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최 씨는 “신규 고객에게 행운상자를 100개나 준다고 해 계좌를 새로 만들었다. 상자를 열어보는 재미도 있고 당첨금도 꾸준히 모여 뿌듯하다”고 했다. 직장인 송모 씨(23)도 매일 출근하자마자 모바일 금융 플랫폼 ‘토스’에 접속해 ‘행운복권’을 긁는다. 클릭만으로 5∼1000원을 포인트로 주는 서비스다. 송 씨는 이 앱에서 하루 1만 보를 걸으면 최대 140원을 주는 만보기도 이용하고 있다. 토스 만보기가 400만 명이 이용할 정도로 인기를 끌자 다른 금융사들도 앱에 만보기 기능을 넣고 있다. KB국민은행 모바일뱅킹의 ‘KB매일걷기‘, 삼성 금융계열사 통합 앱(모니모)의 ‘걷기 챌린지’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계열사 간 앱을 통합한 ‘슈퍼 앱’(디지털 유니버설 뱅크) 경쟁이 치열해지자 전통 금융사들이 이용자를 늘리기 위해 이 같은 서비스를 확대하는 추세다. 지난달 기준으로 주요 금융 앱 가운데 월 활성 이용자(MAU)가 1000만 명을 넘은 곳은 토스, 카카오뱅크, KB스타뱅킹 등이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빅테크가 이용자 규모를 키우기 위해 썼던 전략을 기존 금융사들이 따라가고 있다”며 “이렇게 유입된 소비자들에게 앞으로 얼마나 유의미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등이 과제”라고 말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송혜미 기자 1am@donga.com}

    • 2022-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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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 채용문 하반기 활짝… 신한 400명 등 신입선발

    팬데믹 확산과 디지털 전환 여파로 최근 2년간 채용을 줄인 은행들이 올 하반기(7∼12월) 신규 채용을 늘린다. 디지털 분야 인력뿐 아니라 일반직 채용도 확대한다. 고금리로 은행권 수익이 크게 늘면서 채용 여력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18일 우리금융그룹은 하반기에 은행·카드·캐피털·에프아이에스 계열사에 걸쳐 신입 직원 360명을 뽑는다고 밝혔다. 경력직, 퇴직자 재고용을 포함하면 하반기 채용 인원은 약 800명이다. 앞서 16일 채용공고를 낸 우리에프아이에스를 시작으로 나머지 자회사들도 순차적으로 공고를 낼 예정이다. 이 중 우리은행은 다음 달 말 이후 채용 절차를 시작할 계획이다. 신한, IBK기업, 하나은행도 하반기 채용에 들어갔다. 신한은행은 5∼22일 일반직 신입행원 공개채용, 디지털·정보통신기술(ICT) 수시채용 지원 서류를 받고 있다. 채용 규모는 총 400여 명. 경력직, 전문인력, 퇴직직원 재고용까지 포함하면 총 700여 명을 뽑는다. IBK기업은행도 7∼27일 신입행원 160명을 뽑기 위한 서류 접수를 진행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16일부터 신입행원 공채 서류 접수를 시작했다. 접수 기간은 다음 달 4일까지로 채용규모는 약 300명 정도다. 시중은행들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채용 규모를 줄인 2020, 2021년에 비해 올해는 2배 이상으로 채용을 늘렸다. 신한은행은 2020년 350명, 지난해 400명의 신입직원을 채용했다. 올해는 상반기(1∼6월) 400명을 뽑은 데 이어 하반기에도 400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2020년과 2021년 각각 150명을 뽑은 하나은행은 올해 채용 인원을 300명으로 늘렸다. 은행권이 하반기 채용을 늘린 데에는 고금리로 예대 마진(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차이에 따른 이익)이 늘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경기 하강 국면에 ‘이자 장사’ 비판에 직면한 은행들이 사회적 책임을 의식해 채용을 늘리는 측면도 있다. 팬데믹 기간 은행권은 디지털 인력 수시채용에 집중했다. 그러나 올 하반기에는 일반직군을 포함한 대규모 공채가 속속 진행될 예정이다. 다만 비대면, 디지털 금융이 확산되고 영업점 폐쇄가 가속화되고 있는 만큼 은행권의 디지털 인력 선호는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24, 25일 시중은행 등 58개 금융사가 공동 주최한 ‘2022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에서는 정보기술(IT) 역량을 겸비한 인재상이 제시됐다. 인터넷전문은행도 개발자 중심으로 경력직 채용에 나섰다.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29일 서버 개발자 경력직 채용공고를 내고 12일까지 서류를 받았다. 토스뱅크는 올 하반기 100명 이상을 채용할 예정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서류전형 단계에서 자기소개서에 진솔한 자신의 경험을 담고 역량과 입행 의지를 잘 드러내야 유리하다. 금융 자격증은 입사 지원에 필수조건은 아니라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송혜미 기자 1am@donga.com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2022-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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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360명-신한 400명…하반기 은행권 채용문 ‘활짝’

    팬데믹 확산과 디지털 전환 여파로 최근 2년간 채용을 줄인 은행들이 올 하반기(7~12월) 신규 채용을 늘린다. 디지털 분야 인력뿐 아니라 일반직 채용도 확대한다. 고금리로 은행권 수익이 크게 늘면서 채용 여력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18일 우리금융그룹은 하반기에 은행·카드·캐피탈·에프아이에스 계열사에 걸쳐 신입직원 360명을 뽑는다고 밝혔다. 경력직, 퇴직자 재고용을 포함하면 하반기 채용 인원은 약 800여 명이다. 앞서 16일 채용공고를 낸 우리에프아이에스를 시작으로 나머지 자회사들도 순차적으로 공고를 낼 예정이다. 이 중 우리은행은 다음 달 말 이후 채용절차를 시작할 계획이다. 신한, IBK기업, 하나은행도 하반기 채용에 들어갔다. 신한은행은 5~22일 일반직 신입행원 공개채용, 디지털·정보통신기술(ICT) 수시채용 지원서류를 받고 있다. 채용 규모는 총 400여 명. 경력직, 전문인력, 퇴직직원 재고용까지 포함하면 총 700여 명을 뽑는다. IBK기업은행도 7~27일 신입행원 160명을 뽑기 위한 서류접수를 진행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16일부터 신입행원 공채 서류접수를 시작했다. 접수기간은 다음 달 4일까지로 채용규모는 약 300명 정도다. 시중은행들은 코로나 확산 여파로 채용 규모를 줄인 2020, 2021년에 비해 올해는 2배 이상 채용을 늘렸다. 신한은행은 2020년 350명, 지난해 400명의 신입직원을 채용했다. 올해는 상반기(1~6월) 400명을 뽑은 데 이어 하반기에도 400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2020년과 2021년 각각 150명을 뽑은 하나은행은 올해 채용 인원을 300명으로 늘렸다. 은행권이 하반기 채용을 늘린 데에는 고금리로 예대 마진(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차이에 따른 이익)이 늘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경기하강 국면에 ‘이자 장사’ 비판에 직면한 은행들이 사회적 책임을 의식해 채용을 늘리는 측면도 있다. 팬데믹 기간 은행권은 디지털 인력 수시채용에 집중했다. 그러나 올 하반기에는 일반직군을 포함한 대규모 공채가 속속 진행될 예정이다. 다만 비대면, 디지털 금융이 확산되고 영업점 폐쇄가 가속화되고 있는 만큼 은행권의 디지털 인력 선호는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24, 25일 시중은행 등 58개 금융사가 공동 주최한 ‘2022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에서는 정보기술(IT) 역량을 겸비한 인재상이 제시됐다. 인터넷 전문은행도 개발자 중심으로 경력직 채용에 나섰다.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29일 서버 개발자 경력직 채용공고를 내고 12일까지 서류를 받았다. 토스뱅크는 올 하반기 100명 이상을 채용할 예정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서류전형 단계에서 자기소개서에 진솔한 자신의 경험을 담고 역량과 입행 의지를 잘 드러내야 유리하다. 금융 자격증은 입사지원에 필수조건은 아니라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송혜미기자 1am@donga.com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2022-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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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노조 오늘 ‘6년만의 총파업’… “창구 혼란은 없을것”

    은행 노조가 속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16일 총파업에 나선다. 평균 연봉 1억 원이 넘는 은행 노조의 파업에 사회적 비판이 높은 가운데 실제 파업에 참여하는 직원이 많지 않아 은행 창구 업무 혼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노조는 15일 “예정대로 16일 전면파업에 돌입한다”며 “오전 10시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서 집회를 열고 용산 대통령실 인근까지 행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6년 이후 6년 만의 총파업이다. 노조는 임금 5.2% 인상, 주 36시간(4.5일)제 시범 운영, 임금피크제 개선, 국책은행 지방이전 추진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 측은 전국 7000여 사업장에서 조합원 10만 명이 파업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노조 내부에서도 파업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고 있어 실제 참여 인원은 이보다 훨씬 적을 것으로 보인다. 전날 우리은행, NH농협은행 지부는 총파업에 사실상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다른 시중은행 역시 노조 간부급 조합원 위주로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관계자는 “경제가 어려운 데다 금리 상승으로 은행을 바라보는 여론도 싸늘하다”며 “파업 명분이 없다는 게 대부분 은행원들의 생각”이라고 했다. 2016년 총파업 때도 전체 은행권의 파업 참가율은 15%, 4대 시중은행 참가율은 2.8%에 그쳤다.송혜미 기자 1am@donga.com}

    • 2022-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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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빚 돌려막기’ 다중채무자 450만명 넘어서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가계의 이자 부담이 늘고 있는 가운데 금융사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가 45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20대와 60대 이상 고령층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져 이들이 대출 부실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금융권 다중채무자는 450만9000명으로 3월 말(449만8000명)에 비해 1만1000명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금융권 전체 채무자는 1992만3000명에서 1990만 명으로 줄었지만 다중채무자는 오히려 증가한 것이다. 다중채무자 가운데 빚을 돌려 막기 하는 취약계층이 많아 최근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이들의 연체나 파산 위험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6월 말 전체 채무자에서 다중채무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2.7%로 커졌다. 다중채무자가 보유한 채무액은 총 598조3345억 원으로, 1인당 평균 1억3269만 원의 빚을 내고 있었다. 연령별로는 20대 청년층과 60대 이상 고령층에서 다중채무자가 많이 늘었다. 6월 말 20대 다중채무자는 38만7000명으로 작년 말에 비해 1만8000명 늘었다. 60대 이상 다중채무자도 55만8000명으로 9000명 증가했다. 이 기간 30∼50대에서 다중채무자가 모두 줄어든 것과 대조된다. 진 의원은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이 겹쳐 다중채무자를 중심으로 대출이 부실화될 우려가 있다”며 “경제 전반의 위기로 전이될 수 있는 만큼 청년층과 고령층을 비롯한 취약계층의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송혜미 기자 1am@donga.com}

    • 2022-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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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리 뛰고 집값 침체에… 부동산 PF대출 연체 비상등

    가파른 금리 인상과 부동산시장 침체가 겹치면서 제2금융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연체가 늘고 있다. 금융당국은 부동산 PF 부실 가능성을 우려해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나섰다. 13일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보험사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42조2472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금융권에서 가장 큰 규모다. 이 중 연체 잔액은 1298억 원으로 지난해 말(305억 원)에 비해 4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3월 말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4조1761억 원) 가운데 연체 잔액은 1968억 원으로 작년 말(1691억 원)보다 16.4% 늘었다. 같은 기간 PF 대출 연체율도 3.7%에서 4.7%로 뛰어 금융권에서 가장 높았다. 카드사의 PF 대출 잔액은 6월 말 기준 26조7289억 원으로 지난해 말(19조4861억 원)보다 37.2% 증가했다. 이 중 연체 잔액은 2289억 원으로 2.5배로 급증했다. 반면 은행권과 상호금융권은 부동산 PF 연체율과 연체 잔액이 모두 감소해 상대적으로 건전성이 개선됐다. 보험, 증권, 카드사 등은 저금리와 부동산 경기 호황에 힘입어 부동산 PF 대출을 크게 늘려왔다. 하지만 최근 가파른 금리 인상 속에 부동산 경기 침체가 본격화된 데다 원자재 가격 상승까지 맞물리면서 PF 대출이 부실 뇌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PF 대출의 잠재 리스크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취임 이후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난 자리에서 PF 대출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건전성 관리를 거듭 강조한 바 있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 2022-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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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중채무자 450만 돌파…최근 3년간 청년층 23%, 고령층 29% 급증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가계의 이자 부담이 늘고 있는 가운데 금융사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가 45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20대와 60세 이상 고령층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져 이들이 대출 부실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금융권 다중채무자는 450만9000명으로 3월 말(449만8000명)에 비해 1만1000명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금융권 전체 채무자는 1992만3000명에서 1990만 명으로 줄었지만 다중채무자는 오히려 증가한 것이다. 다중채무자 가운데 빚을 돌려 막기 하는 취약계층이 많아 최근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이들의 연체나 파산 위험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6월 말 전체 채무자에서 다중채무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2.7%로 커졌다. 다중채무자가 보유한 채무액은 총 598조3345억 원으로, 1인당 평균 1억3269만 원을 빚을 내고 있었다. 연령별로는 20대 청년층과 60세 이상 고령층에서 다중채무자가 많이 늘었다. 6월 말 20대 다중채무자는 38만7000명으로 작년 말에 비해 1만8000명 늘었다. 60세 이상 다중채무자도 55만8000명도 9000명 증가했다. 이 기간 30~50대에서 다중채무자가 모두 줄어든 것과 대조된다. 진 의원은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이 겹쳐 다중채무자를 중심으로 대출이 부실화될 우려가 있다”며 “경제 전반의 위기로 전이될 수 있는 만큼 청년층과 고령층을 비롯한 취약계층의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송혜미기자 1am@donga.com}

    • 2022-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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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율 1400원 초읽기… “달러예금 가입 고객 평소보다 6배 늘어”

    무역회사를 운영하는 60대 A 씨는 이달 초 시중은행을 찾아 3개월짜리 달러 정기예금에 400만 달러(약 55억4000만 원)를 넣었다. 달러로 운용하던 미국 주식과 채권 등 투자 상품을 모두 팔고 150만 달러를 추가로 사들여 달러예금에 가입한 것이다. A 씨는 “다들 경제위기라고 하니 안전자산인 달러를 쟁여두고 있다가 나중에 달러 값이 더 높아졌을 때 빼서 쓰려고 한다”고 말했다. 달러 가치가 20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으며 ‘킹(king) 달러’의 위세를 이어가자 달러 사재기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넘어 1500원까지 뚫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데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달러 선호도가 커진 것이다. 이 여파로 달러예금 금리가 원화예금보다 높은 이례적인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환율 1400원 넘는다”…달러예금 뭉칫돈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개인과 기업들이 은행에 넣어둔 달러예금 잔액은 7월 말 764억7000만 달러로 한 달 새 28억6000만 달러가 늘었다. 이달 들어서도 시중은행에는 달러예금을 찾는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흥두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팀장은 “최근 달러예금을 찾는 고객이 평소보다 6배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13년 만에 처음 1300원을 돌파한 6월 말만 해도 고점으로 생각하고 달러를 내다파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후 환율 상승세가 계속되자 달러 매수로 돌아섰다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김봉제 하나은행 CLUB1 PB센터 팀장은 “환율이 조만간 1400원대를 훨씬 넘어설 것으로 보고 달러를 대량 사들이는 큰손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은퇴한 60대 B 씨도 지난달 25일부터 이틀간 600만 달러를 사들였다. B 씨는 “이날 한국은행이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달러 강세가 더 심해질 거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특히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달 말 잭슨홀 회의에서 강력한 긴축을 예고한 이후 달러 매수 흐름이 더 강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 팀장은 “예전에는 고객들이 자산의 10% 정도를 달러에 투자했는데 최근 이 비중이 20%까지 늘었다”며 “경기 침체 시그널이 강해지다 보니 안전자산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달러예금 금리가 원화예금 추월달러 사재기에 나서는 투자자가 늘어나자 은행들도 달러예금 금리를 잇달아 올리며 고객 유치 경쟁에 나서고 있다. 이 때문에 달러 정기예금 금리가 원화예금 금리를 추월하는 역전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7일 현재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1년 만기 달러 정기예금 금리는 연 3.59∼3.85%다. 원화 정기예금 금리(연 3.35∼3.60%)보다 많게는 0.35%포인트 높다. 올해 초만 해도 달러예금 금리는 연 0.2% 안팎에 불과해 원화예금보다 1%포인트 이상 낮았다. 미국의 고강도 긴축과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의 여파로 달러 초강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환율 변동성이 워낙 커 섣부른 달러 투자는 조심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미국이 강력한 긴축 의지를 내비친 만큼 원-달러 환율이 1450원까지 올라갈 수 있다”며 “다만 실수요 없이 환차익만을 보고 지금 원화를 달러로 바꿔 신규 투자를 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송혜미 기자 1am@donga.com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2022-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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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율 1400원 간다”…‘킹 달러’ 위세에 사재기 나선 큰손들

    무역회사를 운영하는 60대 A 씨는 이달 초 시중은행을 찾아 3개월짜리 달러 정기예금에 400만 달러(약 55억4000만 원)를 넣었다. 달러로 운용하던 미국 주식과 채권 등 투자 상품을 모두 팔고 150만 달러를 추가로 사들여 달러예금에 가입한 것이다. A 씨는 “다들 경제위기라고 하니 안전자산인 달러를 쟁여두고 있다가 나중에 달러 값이 더 높아졌을 때 빼서 쓰려고 한다”고 말했다. 달러 가치가 20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으며 ‘킹(King) 달러’의 위세를 이어가자 달러 사재기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넘어 1500원까지 뚫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데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달러 선호도가 커진 것이다. 이 여파로 달러예금 금리가 원화예금보다 높은 이례적인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환율 1400원 넘는다”…달러예금 뭉칫돈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개인과 기업들이 은행에 넣어둔 달러예금 잔액은 7월 말 764억7000만 달러로 한 달 새 28억6000만 달러 늘었다. 이달 들어서도 시중은행에는 달러예금을 찾는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흥두 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팀장은 “최근 달러예금을 찾는 고객이 평소보다 6배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13년 만에 처음 1300원을 돌파한 6월 말만 해도 고점으로 생각하고 달러는 내다파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후 환율 상승세가 계속되자 달러 매수로 돌아섰다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김봉제 하나은행 CLUB1 PB센터 팀장은 “환율이 조만간 1400원대를 훨씬 넘어설 것으로 보고 달러를 대량 사들이는 큰손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은퇴한 60대 B 씨도 지난달 25일부터 이틀간 600만 달러를 사들였다. B 씨는 “이날 한국은행이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달러 강세가 더 심해질 거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특히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달 말 잭슨홀 회의에서 강력한 긴축을 예고한 이후 달러 매수 흐름을 더 강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 팀장은 “예전에는 고객들의 자산의 10% 정도를 달러에 투자했는데 최근 이 비중이 20%까지 늘었다”며 “경기 침체 시그널이 강해지다 보니 안전자산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달러예금 금리가 원화예금 추월 달러 사재기에 나서는 투자자가 늘어나자 은행들도 달러예금 금리를 잇달아 올리며 고객 유치 경쟁에 나서고 있다. 이 때문에 달러 정기예금 금리가 원화예금 금리를 추월하는 역전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7일 현재 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1년 만기 달러 정기예금 금리는 연 3.59~3.85%다. 원화 정기예금 금리(연 3.35~3.50%)보다 많게는 0.35%포인트 높다. 올해 초만 해도 달러예금 금리는 연 0.2% 안팎에 불과해 원화예금보다 1%포인트 이상 낮았다. 미국의 고강도 긴축과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의 여파로 달러 초강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환율 변동성이 워낙 커 달러 신규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미국이 강력한 긴축 의지를 내비친 만큼 원-달러 환율이 1450원까지 올라갈 수 있다”며 “다만 실수요 없이 환차익만을 보고 지금 원화를 달러로 바꿔 신규 투자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2022-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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