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두 은행’ 시대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하나-우리 공동점포 용인에 첫 오픈
디지털 환경 맞춰 비용 절감하고, 금융 취약계층 보호 ‘협력 공감대’
단순 업무만… 대출-펀드가입 안돼, 국민-신한銀도 이르면 연내 선봬
산업-하나銀, 점포망 공동 이용

25일 경기 용인시 수지구 신봉동에 문을 연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의 공동점포에서 고객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두 은행은 지난해 신봉동 점포를 폐쇄했지만 고령층 지역주민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이날 공동점포를 개점했다. 
용인=뉴시스
25일 경기 용인시 수지구 신봉동에 문을 연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의 공동점포에서 고객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두 은행은 지난해 신봉동 점포를 폐쇄했지만 고령층 지역주민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이날 공동점포를 개점했다. 용인=뉴시스
두 은행이 하나의 영업점을 공유하는 ‘공동점포’가 25일 국내 은행권 최초로 문을 열었다. 비대면 거래 확산과 빅테크의 공습에 쫓기는 시중은행들이 경쟁 은행과 손잡고 지점과 전산망 등을 공유하는 혁신 실험을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디지털 환경에 맞춰 비용을 절감하고 은행 점포 폐쇄에 따른 금융 취약계층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25일 경기 용인시 수지구 신봉동에 공동점포를 열고 오전 10시 업무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문을 닫은 우리은행 신봉지점을 두 은행이 절반씩 나눠 사용하고 임차료도 반씩 내는 형태다. 앞서 하나은행은 인근의 수지신봉지점을 지난해 9월 폐점했다.

공동점포에선 두 은행 직원이 2명씩, 총 4명이 근무한다. 영업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로 향후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두 은행 관계자는 “점포 축소에 따른 지역 주민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동점포를 마련했다”며 “이 점포는 고령층이 많이 이용하는 소액 입출금, 공과금 수납, 각종 신고 같은 단순 창구업무만 취급하고 대출이나 펀드 가입 같은 업무는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경쟁 은행과 손잡고 ‘한 지붕 두 은행’ 전략을 펼치는 은행권의 움직임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리딩뱅크’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이르면 올해 안에 경북 영주시, 경기 양주시 등에서 공동점포를 선보일 계획이다.


KDB산업은행과 하나은행은 앞서 지난달 29일부터 점포망을 공동 이용하고 있다. 산업은행 개인 고객들이 전국 하나은행 지점과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이용해 입출금, 송금, 통장 정리 등의 업무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산업은행은 영업점이 적다는 취약점을 보완하고 하나은행은 지점 방문객을 늘려 시너지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은행권의 움직임은 디지털 금융 전환과 비대면 거래 확산으로 은행 점포가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 가운데 고령층 등 금융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서다. 연간 문 닫는 은행 점포 수는 2019년 57개, 2020년 304개, 2021년 311개 등으로 점점 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수익성을 고려하면 영업점을 더 줄여야 하지만 고령층 등 오프라인 이용 고객들을 고려하면 무작정 없앨 수 없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앞으로 우체국과도 손잡고 고객들의 편의성을 높일 예정이다. 이르면 올해 말부터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예금 업무 등을 전국 우체국 창구에서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은행권과 금융당국, 우정사업본부 등이 관련 논의를 진행한 데 이어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연내 ‘우체국 금융허브 서비스’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동점포나 우체국 점포가 활성화되더라도 취급하는 서비스가 제한될 수 있다”며 “일부 점포를 없앤다고 하더라도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주요 거점별로는 개별 점포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한지붕#두은행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