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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회 동향’ 문건으로 촉발된 비선 실세 국정개입 의혹 파문에 통합진보당 해산까지 겹치면서 여야가 강경 대치하는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수세에 몰렸던 새누리당은 19대 총선 때 새정치민주연합이 통진당과 야권연대를 통해 통진당에 날개를 달아줬다는 ‘원죄’를 쟁점화하며 반격에 나섰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비선 실세 국정개입 의혹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기 위해 국회 운영위원회 개최를 거듭 요구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이르면 22일 회동을 갖고 국회 정상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새누리당은 헌법재판소의 통진당 해산 결정을 계기로 정국의 흐름을 돌려놓겠다는 생각이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21일 통화에서 “종북세력, 대한민국 적대세력이 대한민국 체제를 무너뜨리려는 상황을 초래한 데 대해 새정치연합은 책임의식을 느껴야 한다”고 압박했다. 새정치연합을 ‘종북 숙주’로 정조준한 것이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통진당 해산으로 대여공세가 위축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운영위를 반드시 열어서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과 이른바 ‘문고리 권력’ 3인방(이재만, 정호성, 안봉근 비서관)을 국회에 불러내겠다는 생각이다.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는 통화에서 “새누리당이 전체 상임위를 열자고 하면서 현안이 걸린 운영위는 못 연다고 한다면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납득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여야는 22일 오전 원내수석부대표 회동에서 운영위 개최, 공무원연금개혁 특위 및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 특위 구성, 민생경제법안 처리 등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견해차가 좁혀지면 여야 원내대표가 만나 최종 타결을 시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21일 기자들과 만나 “운영위는 이번 주 중 검찰 수사 발표 뒤에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택동 will71@donga.com·홍정수 기자}
‘정윤회 동향’ 문건 파문 이후 청와대가 위기관리 능력에 문제점을 드러낸 가운데 새누리당 지도부도 손을 놓고 있다. “할 말은 하겠다”던 ‘건강한 당청(黨靑) 관계’는 사실상 실종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여당을 견제해야 할 야당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2월 임시국회는 15일 문을 열었지만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여야 정치권도 총체적 무기력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조심스럽게 “청와대가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비주류 친이(친이명박)계 인사들이다. 17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인사 혁신, 투명한 통치시스템 작동, 대내외적 소통 강화 등 과감한 국정 쇄신으로 새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 심재철 의원도 친이계다. 정작 김무성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반복해서 강조할 뿐이다. 문제의 진앙으로 지목되는 청와대에 대해선 침묵의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7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청와대 오찬에서도 당 지도부는 여권의 단합을 주문했을 뿐 쓴소리는 피했다. 김 대표는 1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지금은 말을 아껴야 할 상황”이라고만 했다. 한 재선 의원은 “‘당이 청와대 눈치만 본다’고 비판하던 김 대표가 당권을 쥐었는데도 똑같은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도 야당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비선 실세 국정개입 의혹 사건이 터졌을 때부터 긴박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마치 정치 평론을 하듯이 한마디 훈수하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특히 새정치연합은 이날 차기 당권 도전이 유력한 문재인 박지원 정세균 의원이 비상대책위원직을 사퇴하면서 본격적인 전당대회 국면으로 돌입했다. 모든 관심은 당권 레이스에 쏠린 셈이다. 야당의 견제 기능이 마비될수록 청와대와 여당의 안이한 대응을 부추긴다는 단순한 진리를 확인하는 순간이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비상의원총회를 열어 “새누리당이 ‘정윤회 동향’ 문건 파문과 관련해 국회 운영위원회 소집을 거부했다”며 이번 주까지 다른 상임위 활동에 참석하지 않기로 결의했다. 여야 대치로 중요한 민생 법안은 다시 표류할 조짐을 보인다.장택동 will71@donga.com·민동용·손영일 기자}

지난달 28일 ‘정윤회 동향’ 문건이 처음 보도된 지 사흘 만에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 정치권은 새누리당의 ‘투 톱’으로 불리는 김무성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의 입에 주목했다. 하지만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여론이 청와대의 무능을 질타하는데도 청와대를 향한 쓴소리는 없었다. 김 대표는 “(검찰) 수사를 통해 진실을 가려내고 매듭을 짓기 바란다”고 했고, 이 원내대표는 “국정 현안에 여야의 정치적 공세는 지양해야겠다”고만 주문했다. 이후 보름이 지나는 동안 당 지도부의 공식 발언과 대변인 논평은 ‘신속한 검찰 수사’와 ‘야당의 정쟁 자제’를 촉구하는 선에서 맴돌았다. 15일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이 검찰에 출석한 것에 대해서는 아예 공식 발언도, 논평도 없었다. 청와대를 향한 비판은 이재오 의원 등 비주류 친이(친이명박)계에서만 나온다. 지도부는 청와대를 감싸지도, 비판하지도 못하면서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청와대 겨낭한 발언 삼가 김 대표는 7·14전당대회에서 당청관계의 변화를 주장하며 당선됐다. 전당대회 직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당청관계를 묻는 질문에 김 대표는 “대등한 관계에서 서로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는 그런 변화가 있을 것이다. 그동안은 일방적 지시였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김 대표가 당 대표로 취임한 이후에도 당청관계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이번 사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잘못된 것이 있다면 당에서 청와대에 반드시 시정을 요구하도록 하겠다”고 말한 정도 외에는 청와대를 겨냥한 발언은 삼가고 있다. 김 대표는 17일 지난 경선캠프 관계자 등 200여 명과 송년모임을 하면서도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일심동체”라고 강조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김 대표도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박 대통령이 집권한 지 2년이 채 안 됐고, 김 대표가 당권을 잡은 지 6개월밖에 안 됐는데 지금 당청이 각을 세우면 여권이 공멸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한 재선 의원은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를 놓고 친이계가 반발하는 상황에서 김 대표가 청와대와 갈등을 빚으면 친박(친박근혜)계마저 등을 돌리게 된다”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10월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개헌과 관련해 “정기국회가 끝나면 봇물이 터질 것”이라고 발언했다가 박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사과를 한 아픈 경험이 있다. 그때의 ‘트라우마’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분석도 있다. ○ 개각 앞두고 ‘입 조심’ 분위기도 또 연말이나 연초에 개각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자천타천으로 하마평에 오른 일부 여당 중진 의원이 ‘입 조심’에 나서면서 새누리당의 침묵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청관계의 분수령은 검찰 수사 결과 발표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17일 “검찰 수사가 빨리 종결돼야 한다. 올해 안에 다 끝내고, 잘못된 것에 대한 대처는 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중진 의원은 “공무원연금 개혁 등 여권이 힘을 모아 해결할 과제가 쌓여 있는 상황에서 지도부의 입지가 넓지는 않다”고 평가했다.장택동 will71@donga.com·홍정수 기자}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는 15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취임 이후 처음으로 30%대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박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 40% 선이 무너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리얼미터가 8∼12일 성인 남녀 2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39.7%(‘매우 잘함’ 12.1%, ‘잘하는 편’ 27.6%)였다. 전주에 비해 6.6%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반면 부정적인 평가는 52.1%로 6.3%포인트 높아졌다. ‘정윤회 동향’ 문건의 여파가 여전히 작용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2012년 대통령 선거 때 박 대통령을 찍었던 유권자 중에서도 지지율이 66.7%에 그쳤다. 1주 전(75.0%)보다 8.3%포인트나 떨어진 수치다. 한국갤럽이 9∼11일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는 긍정 평가가 41%로 1주 전보다 1%포인트 낮아졌다. 특히 박 대통령 지지세가 강한 60세 이상 노년층의 지지도는 1주 만에 72%에서 64%로 8%포인트 떨어졌다. 여권의 아성인 대구·경북지역 지지도도 66%에서 55%로 11%포인트나 낮아졌다. 권순정 리얼미터 조사분석실장은 “취임 이후 지지율이 가장 낮다는 것은 기존의 박 대통령 지지층-반대층-유동층의 기본 프레임 자체에 변화가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희웅 민정치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박 대통령 지지율의 심리적 마지노선이 무너졌다”면서 “대통령의 지지율을 떠받치던 층이 이번 사건에 일시적으로 영향을 받은 것인지, 아니면 지속적인 여파를 받을 것인지에 따라서 여론의 향배가 결정 날 것”이라고 봤다.장택동 will71@donga.com·홍정수 기자}

정의화 국회의장(사진)이 15일 정홍원 국무총리, 최경환 경제부총리, 황우여 사회부총리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고언(苦言)을 했다. 정 의장은 이날 “총리가 대통령을 만나면 한 말씀 전해주길 바란다”고 말한 뒤 “(대통령이) 정상외교를 하고 난 뒤에는 최소한 3부 요인이나 5부 요인을 청와대에 초청해서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얘기해주셔야 한다”고 했다. “국회의장 위치에서 신문지상 보도만 갖고 (인지)한다는 것은 소통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는 지적도 했다. 결국 대통령의 국회를 상대로 한 소통 부족 문제를 비판한 셈이다. 정 의장은 “대통령과 나라를 위한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국회와 적극 소통해야 한다고 보고, 또 시정할 부분이 있으면 시정을 요구하는 게 대한민국 국회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정 의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도 “(정윤회 문건 파동 등으로) 대통령 심기도 복잡할 듯해서 2주 정도 전에 의장 공관으로 초청하고 싶다는 뜻을 조윤선 정무수석을 통해 전달했다”며 “26, 27, 28일 중 하루를 제안했지만 일정 탓에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김원기 국회의장 시절 노무현 당시 대통령을 공관에 초청한 사례도 있다”며 “청와대가 외롭고 하니 바람도 쐬고 입법부를 존중한다는 메시지도 전달될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정 의장은 “청와대에 소통 부족을 이야기 한 것과 정윤회 문건 파동은 연결짓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면담은 15일 개회한 임시국회에서의 중점 법안 처리를 요청하기 위해 정 총리 측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여야가 29일 본회의에서 경제 활성화 법안을 최대한 처리하기로 합의했지만, 양측의 견해차로 대치 국면이 조성된 가운데 ‘비선 실세’ 의혹을 둘러싼 공방이 가열되면 법안 처리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기도 하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정윤회 동향’ 문건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이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을 향해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이하다”며 쓴 소리를 했다. 김 최고위원은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청와대 문건 파동의 시작부터 보름이 지났다”며 “문제가 마무리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파장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매일 언론에 대서특필되고 있는데 청와대의 상황 인식이 너무나 안이하게 느껴진다”며 “문건 내용의 진위 여부와 유출 경로만 밝혀진다고 해서 이 문제가 조용해질 것으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라고 꼬집었다. 김 최고위원은 “청와대는 분명하게 왜 이런 사건이 발생했는지 근본적인 원인부터 찾아야 한다”며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국정의 새로운 쇄신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청와대 문건 유출 혐의로 수사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최경락 경위가 유서에서 대통령민정비서관실의 회유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사실을 밝혀내야할 것”이라고 촉구했다.장택동 기자will71@donga.com}
청와대 문건 유출 혐의로 조사를 받던 최경락 경위가 자살하면서 청와대도 난감해하고 있다. ‘권력암투’ 논란만 남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청와대가 문건 작성자인 박관천 경정(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을 유출자로 지목한 상황에서 이 부분마저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으면 ‘청와대 실책’ 논란이 확산될 수 있다. 청와대는 ‘정윤회 동향’ 문건이 유출되자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을 사건 배후로 추정하고 내부 감찰을 벌였다. 이어 조 전 비서관과 오모 전 행정관 등 청와대 안팎 인사 7, 8명이 문건 작성과 유출에 관여했다는 감찰 결과를 검찰에 전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 전 행정관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청와대가 사건 배후를 조 전 비서관으로 몰아갔다”고 해 오히려 청와대가 역공을 받는 형국이다. 또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이른바 ‘문고리 권력’ 3인방을 두둔하면서 검찰 수사 ‘가이드라인’ 논란도 키웠다. 그러나 청와대는 오 전 행정관이 5월 말 조 전 비서관에게서 넘겨받은 문건 사본 100여 쪽을 제출했을 때 유출 문제를 조사하지 않았다. 문건 유출의 실체를 밝힐 수 있는 기회를 잡고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실책 논란’을 자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새누리당은 무기력하기만 하다. 14일에도 “진실 규명은 검찰의 몫”(박대출 대변인), “야당은 의혹 부풀리기를 멈춰야 한다”(윤영석 원내대변인)는 수준의 논평만 내놨다. 김무성 대표는 “죄 없는 사람이 누명을 벗는 것이 중요하다. 검찰의 조사에서 죄가 있는 사람은 큰 벌을 받아야 한다”는 원론적 발언만 했다. 한편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 김현철 한양대 특임교수는 트위터에서 “대통령이 청와대 문건을 ‘찌라시’라고 하고 검찰은 문건 유출에만 혈안이 되다 보니 사람이 죽었다”고 주장했다. “박정희 정권 당시 김형욱 사건과 박 전 대통령이 어떻게 됐는지 명심하라”고도 했다.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은 박 전 대통령과의 갈등으로 도미(渡美) 후 박정희 정부를 비판했고 1979년 10월 7일 실종됐다. 그해 10월 26일 박 전 대통령은 김재규 중정부장이 쏜 총탄을 맞고 사망했다.이재명 egija@donga.com·장택동 기자}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2+2(대표·원내대표)’ 회동 이후 파열음이 점점 커지고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의 세부사항을 놓고 여야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15일 시작되는 임시국회에서도 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12일 ‘2+2’ 회동의 후속협상을 위해 새정치연합에 원내수석부대표 회담을 제안했지만 새정치연합은 “당내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15일에 만나자”며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도 새누리당은 ‘조속한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를 주문한 반면 새정치연합은 ‘시간을 두고 논의할 문제’라며 맞서 평행선을 달렸다.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공무원연금) 개혁특위가 구성되면 입법권을 부여해서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협상에서 제시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반면 새정치연합 박완주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공무원연금 개혁과 부동산법을 신중한 논의 없이 전광석화처럼 서둘러 처리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공무원연금 개혁과 해외자원외교 국정조사 기한을 연계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새누리당은 ‘동시 처리’, 새정치연합은 ‘별개 문제’라는 태도를 유지했다. 여야는 당장 15, 16일 진행되는 임시국회 긴급현안질문에서부터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긴급현안질의의 주제는 △‘정윤회 동향’ 문건 파문 △4자방(4대강 사업, 자원외교, 방산비리) △공무원연금 개혁이다. 여당은 공무원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데 집중하고, 야당은 해외자원개발의 문제점과 정윤회 씨 관련 의혹을 부각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에서는 “2+2 후속협상을 놓고 여야의 갈등이 깊어지면 민생·경제법안 처리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12일 최근 한 고등학생이 신은미·황선 씨의 토크콘서트에서 인화물질을 폭발시킨 사건과 관련해 "새누리당 내에서 이런 백색테러를 옹호하는 사람이 있다면 가차 없이 제명을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소 종북세력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여온 하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황선·신은미 씨의 노골적인 종북콘서트는 문제가 많다. 그래서 우리 국민 대다수가 종북에 대해서 환멸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종북을 반대하는 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인데 '종북을 반대하면 민주주의를 좀 훼손해도 괜찮다', '반민주적인 폭력·테러 같은 수단을 써도 괜찮다' 하는 위험한 경향들이 보수진영 내에서 강화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통진당 반대와 해산이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데서 나온 것처럼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사람들은 백색테러에 대해서 단호한 선을 그어야 된다"며 "백색테러를 우파폭력을 옹호해버리면 좌파폭력을 비난할 정당성이 사라지게 되고 민주주의가 무너지게 된다"고 강조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여야가 29일 본회의에서 최대한 처리하기로 합의한 부동산 관련법의 최대 쟁점은 야당이 주장하는 전세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여부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정부 여당의 ‘부동산 3법’과 함께 전·월세 계약기간을 기본 2년에서 3년으로 1년 더 연장하는 전·월세 계약갱신청구제를 연계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새누리당은 “전셋값이 미리 오르는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은 11일 “전세 계약 기간을 늘리면 집 주인들이 전세금을 미리 올려서 받게 돼 전셋값 폭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일각에서도 계약갱신청구제의 실효성을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과거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임대차 보장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렸을 때도 보증금 평균 가격이 한 달 새 17%포인트나 뛰어 오히려 임차인을 힘들게 한 ‘역설적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전·월세 상한제도 마찬가지다. 야당은 전·월세 가격 인상 폭을 제한하는 다양한 방안을 내놓았지만 여당은 반대하고 있다. 반면 ‘부동산 3법’은 서민주거 안정을 내세운 야당의 요구사항이 조금씩 수용되면서 여야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폐지 법안은 야당의 반대를 여당이 수용해 폐지 대신 5년 유예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분양가상한제의 탄력 운영을 위한 주택법 개정안은 민간택지에서는 폐지하고 공공택지에만 적용하도록 정부와 여당이 수정안을 내 여야 간 물밑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은 재건축 조합원이 소유한 주택 수만큼 새 주택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공급받을 수 있는 새 주택의 최대 규모를 놓고 새누리당은 5채, 새정치연합은 3채를 주장하고 있어 절충점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민동용 mindy@donga.com·장택동 기자}
새누리당은 11일 세월호 참사의 진상조사와 재발방지책 마련을 위해 출범하는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위원 후보자 5명의 명단을 확정했다. 이로써 특별조사위원 17명 중 10명에 대한 인선이 마무리됐다. 새누리당은 상임위원에 조대환 법무법인 하우림 대표를 선정했고, 비상임 위원으로는 고영주 방송문화진흥원 감사, 석동현 법무법인 대호 고문, 차기환 행복한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표, 황전원 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대변인을 선정했다. 특별조사위원은 여야가 각각 5명, 대법원 2명, 대한변호사협회 2명, 희생자가족대표회에서 3명을 추천한다. 이에 앞서 대한변협은 박종운 변호사와 신현호 변호사를 위원으로 선정했고,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는 이석태 변호사,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장완익 변호사를 선정했다. 야당과 대법원은 아직 위원을 선정하지 않았다. 내년 초부터 가동될 예정인 특별조사위는 최장 1년 9개월 동안 활동하게 된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박근혜 대통령과 여권이 사활을 걸고 강력하게 추진해 온 공무원연금 개혁 연내 처리가 사실상 무산됐다. 여야는 해외자원 개발 비리에 대한 국정조사를 내년에 실시키로 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과 우윤근 원내대표는 10일 열린 ‘2+2’ 연석회의에서 공무원연금 개혁, ‘4자방(4대강 사업, 자원외교, 방산비리)’ 국정조사 문제 처리를 위한 4개 항의 원칙에 합의했다. 여야 지도부는 먼저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국민대타협기구와 국회 특별위원회를 연내에 각각 구성해 ‘투 트랙’으로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29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공무원연금 개혁 특위 구성이 의결되더라도 여야 협의와 대타협기구 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연내 처리는 물 건너간 셈이다. 또 해외자원 개발 국정조사 특위를 연내에 구성하고, 방위사업에 관한 국정조사는 검찰 수사를 진행한 뒤 미진할 경우 실시키로 했다. 각 특위는 여야 동수로 구성하고 공무원연금 개혁 특위는 새누리당 의원이, 해외자원 국조 특위는 새정치연합 의원이 위원장을 맡는다. 이명박 정부 대표사업 격인 ‘4대강 사업’에 대한 국조는 사실상 실시하지 않게 됐다. 이 원내대표는 “그 문제(4대강 사업)가 국조까지 할 정도가 됐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고, 우 원내대표는 “4대강 국조는 더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야는 29일 본회의에서 부동산 관련법을 포함한 민생·경제 법안을 최대한 처리한다는 데에도 합의했다. 이날 회의에서 야당은 ‘정윤회 동향’ 문건 파동과 관련해 국회 운영위원회 소집 등을 요구했지만 여당은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거부했다. 개헌 특위 구성에 대해서도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다. 여야 지도부는 다음 주에 다시 회의를 열고 정치개혁 특위 구성 등에 대해 추가로 협의할 예정이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국회 부의장인 새누리당 정갑윤 의원은 10일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 견과류 서비스 방식을 문제 삼아 항공기를 되돌리게 해 물의를 빚고 있는 것에 대해 "노블레스 오블리주(고위층 신분에 걸맞은 도덕적 의무)를 재인식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날 새누리당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최근 일부 재벌가의 일탈행위가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는데 이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며 "우리 사회의 지도층들, 특히 우리 정치인들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사례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를 보되 진사이상은 하지마라', '재산은 1만 석 이상 지니지 마라', '며느리들은 시집온 후 3년 간은 무명옷을 입어라',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흉년에는 땅을 사지마라', '사방 100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경주 최 부잣집의 가훈을 소개한 뒤 "최근 일부 재벌가의 일탈행위들은 최 부자의 가훈을 한 번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장택동 기자will71@donga.com}

9일 정기국회가 막을 내렸지만 본격적인 연말 정국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공무원연금개혁, ‘4자방(4대강 사업, 자원외교, 방산비리)’ 국정조사, ‘정윤회 동향’ 문건 파동 등 여야가 힘겨루기 해야 할 대형 이슈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10일부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직접 나서 담판을 벌인다. 새누리당 이완구,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 등 여야 원내지도부는 9일 만나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참여하는 ‘2+2’ 연석회의를 10일 열기로 합의했다. 당초 여야는 ‘2+2’ 회의에서 ‘4자방’ 국조, 공무원연금 개혁,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구성을 논의하기로 합의했지만 야당은 비선 실세 국정개입 의혹까지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이날 “정치력은 (문제를) 푸는 것이니까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다 풀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15일 시작하는 임시국회에서는 정기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과 북한인권법, ‘부동산 3법(주택법 개정안,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도 폐지법안, 도시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비롯한 경제활성화법, 최저임금 인상 법안, 비정규직 노동자 보호 법안 등이 주요 안건으로 오른다. 누리과정 재원 확보를 위해 지방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지방재정법 개정안, 세월호 참사 피해자에 대한 배상·보상 방안 등도 논의가 시급하다. 새정치연합은 보건복지부가 진주의료원 건물을 경남도청 서부청사로 활용할 수 있게 승인한 것도 임시국회에서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로 했다. 여야는 29일 본회의를 열기로 했다. 새누리당은 공무원연금 개혁 통과에 ‘올인(다걸기)’할 태세다. 내년 1월 13일 임시국회가 끝나기 전까지 공무원연금법 개정을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목표다. 김무성 대표는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해 “재정 파탄을 막기 위해서라면 바보정당이어도 된다”고 의지를 다졌다. 새정치연합은 ‘4자방’ 국조 실시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9일 의원총회에서 “올해 중으로 꼭 해결할 것이 4자방 국조”라며 “‘2+2’ 회동에서 다시 한 번 강력히 주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비선 실세 국정개입 의혹을 놓고 국회 운영위원회 소집과 문화체육관광부 인사 난맥에 대한 국회 차원의 청문회 개최를 요구하고 있다. 검찰 수사 결과 발표 이후 국정조사와 특검 실시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장택동 will71@donga.com·손영일 기자}
‘정윤회 동향’ 문건 파문이 계속되자 새누리당이 ‘청와대에 할 말은 하겠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김무성 대표는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 수사가 성역 없이 빨리 진행돼서 잘못 알려진 부분에 대해서는 국민의 오해를 풀어주고, 만약 잘못된 것이 있다면 당에서 청와대에 반드시 시정을 요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10일부터 가동될 예정인 ‘2+2(여야 당 대표, 원내대표)’ 연석회의에서 이번 사안까지 논의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어 놨다. 김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2+2 연석회의에서) 무슨 얘기든 나올 수 있다. 모든 논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초·재선 의원 모임인 ‘아침소리’도 이날 오전 회의를 열고 “이런 일이 벌어지는 근본적 이유는 국정운영의 투명성이 낮고 대통령의 소통 부족에서 발생한 측면이 강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를 극복하는 대안으로 △대국민 기자회견 정례화 △대통령이 참여하는 당정청 협의체 정례화 △인사추천실명제 도입 등을 제안했다. 앞서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5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청와대 인사시스템 개혁을 당에서 요구해야 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동시에 야당에 대한 대응도 강경해졌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날 새정치민주연합이 이재만 대통령총무비서관 등 12명을 고발하거나 수사의뢰한 데 대해 “도를 넘었다”고 비판했다. 주호영 정책위의장도 “죄가 없다는 것을 알고 고소하는 경우는 무고죄의 처벌을 받는 수가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당 안팎에선 당 지도부가 “할 말은 하겠다”고 했지만 과연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이번 사건 이전부터 청와대의 인사시스템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는 쏟아졌지만 정작 7일 박근혜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선 그런 지적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당 관계자는 “대통령 앞에서 아무 소리도 못하면서 할 말을 하겠다면 누가 믿겠느냐”며 “이불 뒤집어쓰고 만세 부르는 모습에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임병규 국회 입법차장(58·차관급)이 올해의 '자랑스러운 검정고시인'으로 선정돼 6일 한양대에서 열리는 '전국검정고시 총동문회 2014 송년의 밤'에서 시상식을 갖는다. 경기도 안성에서 태어난 임 차장은 집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해 중학교 진학을 하지 못했다. 17세에 서울로 올라와 거울 공장과 염색 공장에서 일하던 임 차장은 1976년 징병검사를 받으며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고 한다.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 졸업'이라는 학력 때문에 면제 판정을 받은 것이다. 이 때부터 주경야독을 시작한 임 차장은 1977년 8월 중졸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8개월 뒤인 1978년 4월 고졸 검정고시도 통과했다. 이어 1979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에 들어갔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그의 좌우명대로 최선의 노력을 다한 결과 4학년 때인 1982년 제6회 입법고시에 합격해 1983년 2월 국회 의사과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기획예산담당관, 총무과장, 관리국장 등 요직을 거쳐 지난해 1월 입법차장에 취임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국회선진화법’(개정 국회법)이 위력을 발휘하면서 이 법을 대하는 여야의 태도에도 미묘한 변화가 보인다. 선진화법이 다수결의 원리를 무시했다며 비난하던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도움이 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 사이에서도 선진화법에 법정 처리 시한 규정 때문에 “버티는 실익이 없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새누리당 “국회선진화법 개정 ‘투 트랙’으로 접근” 새누리당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선진화법의) 절차적 규정 때문에 (예산안이) 12월 2일 통과되는 데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도 이날 라디오에서 “예산안을 처리하는 규정에 대해서는 선진화법이 나름대로 상당한 합리적인 장치가 돼 있다”고 평가했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 과정에서 국회가 장기간 공전될 당시 김무성 대표가 “국회 퇴행을 부추기는 국회후진화법”이라고 지적하는 등 당 지도부가 한목소리로 선진화법을 비판했던 때와는 분위기가 달라진 것. 다만, 김 수석부대표는 “투 트랙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다수결의 원칙을 훼손하는 조항에 대해서는 계속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조만간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장기간 처리되지 않고 있는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해 달라는 요청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다. ○ 새정치연합 “선진화법 효과로 의원들 얌전해져” 최근 새정치연합 당직자들 사이에서는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의원들이 많이 달라졌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강경한 모습이었던 의원들이 얌전해졌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12월 31일까지 야당이 ‘외국인투자촉진법’ 처리를 거세게 반대하는 바람에 결국 해를 넘겨 예산안을 처리했다. 하지만 올해는 ‘의원직 사퇴’를 불사하며 기초연금법 통과를 저지하려 했던 강경파 의원들도 예산안에 순순히 ‘양보’했다. ‘서민 증세’라고 강력히 주장했던 담뱃값 2000원 인상안 등 끝까지 “처리 불가”를 외칠 만한 법안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그것이 국회선진화법의 효과”라고 풀이했다. 아무리 반대해봤자 야당은 얻는 것도 없고 정부 원안이 그대로 상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인식했기 때문에 의원들이 자포자기했다는 얘기다. 다른 시각도 있다. 현 우윤근 원내대표가 당내 다수파인 친노(친노무현) 진영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한 비노(비노무현) 의원은 “중도파 의원이 원내대표였다면 예산안 처리를 보이콧하자는 강경 발언이 줄을 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장택동 will71@donga.com·민동용 기자}

2일 예산안 처리가 마무리되면서 여야 간 ‘입법전쟁’의 총성이 울렸다. 공무원연금 개혁과 이른바 ‘4자방(4대강, 자원외교, 방산비리)’ 국정조사 등 현안을 놓고 연말까지 여야 간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이 문제가 여야 지도부의 결단 없이는 풀기 어려운 과제인 만큼 ‘빅딜’을 통해 돌파구를 찾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무성 대표는 최근 이와 관련된 질문에 “정치는 결국 딜(거래) 아니냐”라고 말했다. 연말 정국에서 새누리당의 최대 현안은 공무원연금 개혁이다. 김 대표는 3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이제 11월 28일 여야 합의에 따라서 공무원연금 개혁을 비롯한 현안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만큼 서두를 일이 아니라는 태도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아직은 진전이 없지만 올해 안에 로드맵 정도는 마련해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 대신 새정치연합은 ‘4자방’ 국정조사 관철을 위해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여당이 예산안 심의가 급하다고 해 ‘4자방’ 국정조사 논의를 미뤘는데 더이상 미룰 명분을 잃었다”며 “결론 없이 연말을 보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야당은 ‘정윤회 동향’ 문건과 관련된 국정조사와 특검 도입도 강력 주장하고 있다. 국회는 3일 외교통일위원회 정무위원회 등 8개 상임위원회를 열고 주요 법안과 현안들을 논의했다. 외통위 법안심사소위는 새누리당이 제출한 북한인권법안과 새정치연합이 낸 북한인권증진법안에 대한 심사를 시작했지만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았다. 여야는 이달 안에 공청회를 열고 논의를 이어간다. 정무위 법안심사소위는 전날에 이어 이틀째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 및 이해충돌방지법)에 대한 심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부정청탁의 구체적인 유형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 등 쟁점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공무원연금법과 공공기관운영법, 규제개혁특별법안 등 이른바 ‘공공개혁 3대 법안’과 분양가 상한제를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 등 경제 활성화 법안을 연내에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새정치연합도 전·월세 상한제 도입, 임대주택 공급 확대, 최저임금 인상 등 민생 경제와 관련된 법안들을 추진하고 있다. 고위공직자의 유관 기관 재취업 제한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변호사 공인회계사 자격 소지자도 퇴직 후 취업심사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일명 관피아방지법) 처리도 난항을 겪었다. 법제사법위원회는 법안심사소위에서 다시 논의한다. 결국 여야는 9일 정기국회 마감 뒤 12월 임시국회 소집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의 과학 분야 대선 공약인 달 탐사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국회 본회의 예산안 의결 결과 미래부 전체 예산과 기금 14조3371억 원 가운데 달 탐사 예산으로 반영한 410억 원은 빠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교육부는 2년 연속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 오류에 대한 질책성 사유로 기본경비가 145억8700만 원에서 8억 원 삭감됐다. 일각에서는 황우여 사회부총리와 최경환 경제부총리 간 감정의 골이 교육부 예산 삭감에 영향을 줬다는 지적도 제기됐다.장택동 will71@donga.com·한상준·홍정수 기자}

국회의원들의 반발에 부딪혀 힘이 빠진 듯한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회가 회심의 카드를 뽑아들었다. 의원들에게 가장 민감한 사안인 ‘공천제도’ 논의를 시작한 것이다. 1일 혁신위 회의에서 내린 결론은 ‘국민공천제도를 전면적으로 도입하고, 전략공천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민공천제도, 오픈 프라이머리, 상향식 공천제도, 완전국민경선제도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지만 국민의 투표로 총선 후보자를 뽑는 것이 핵심이다. 당장 김무성 대표가 국민공천제 도입에 앞장서고 있다. 7월 14일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당선된 직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도 국민공천제를 언급하면서 “이거 하나만큼은 내가 확립하겠다”고 다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도 원혜영 정치혁신실천위원장을 비롯해 지지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내년에는 주요 선거가 없는 만큼 시간에 쫓기지 않고 차분하게 논의를 진행할 여건은 마련돼 있다. 관건은 부작용을 얼마나 줄이느냐다. 가장 우려가 큰 부분이 ‘현역 프리미엄’이다. 지명도가 높고 언론에 자주 노출되는 현역 의원들이 경선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정치 신인들로서는 부담이 크다. 실제 김무성 대표가 당선된 직후부터 일부 원외 인사들은 “앞으로 공천을 받기 어려운 것 아니냐”라고 푸념하고 있다. 반면 현역 의원들 사이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가장 쉽게 합의할 수 있는 혁신과제가 국민공천제”라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현역 의원이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6월 미국 공화당 예비경선에서 7선의 에릭 캔터 하원 원내대표가 정치 신인에게 패배한 것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한 중진 의원은 “국민공천제가 도입되면 총선 출마 희망자들이 여의도의 눈치를 보는 대신 지역구를 누비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자기가 지지하는 정당에 유리하도록 상대방 예비후보 중 ‘약한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역(逆)선택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원의 핵심권리인 공직선거 후보 선출권이 약해진다고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럼에도 극소수의 당 지도부가 행사해온 공천권을 국민에게 넘겨준다는 대의명분은 매력적이다. 정당이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지역구 후보자를 하루아침에 바꾸고, 공천권자의 심기를 거슬러 뚜렷한 이유 없이 공천을 받지 못하는 등의 폐단은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단 경선 과정에 투명성이 담보돼야 한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금권선거·조직선거로 흐른다면 안 하는 것만 못하다. 또한 당 지도부가 ‘총선에서 패배하더라도 국민공천제는 지키겠다’는 각오를 갖고 ‘예외’라는 이름으로 전략공천을 하고 싶은 충동을 이겨내야 한다. 아울러 국민은 더욱 눈을 부릅떠야 한다. 국민이 좋은 후보자를 골라내지 못한다면 국민공천제 도입은 공천 절차만 번거롭게 만들 뿐이다.장택동 정치부 차장 will71@donga.com}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2일 북한 핵무기 개발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내용을 담은 울산 지역 옛 민주노동당 주사파 모임인 ‘울산 RO(혁명조직)’ 문건을 공개했다. 이 문건은 통합진보당 위헌정당 해산 심판 사건의 자료로 활용하도록 법무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하 의원이 이날 공개한 ‘2005년 자주통일 사업을 위한 운영위 토론용 기획(초안)’이라는 A4용지 7쪽 분량의 문건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 선언(2005년 2월 10일) 이후 정세 인식의 핵심은 미국을 패퇴시키는 결정적 타격을 가하는 것에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건에는 “북의 핵무장 불가피성과 정당성, 북의 핵무기가 한반도 평화를 담보하고 있다”는 주장도 들어 있었다. 하 의원은 문건에 언급된 “전사로서 어떤 태세로 화답할 것인가”라는 내용에 대해 “‘전사’라는 표현은 RO 모임에만 나온다”고 강조했다. 입수 경로에 대해 하 의원은 “옛 민노당 당원의 제보로 이 문건을 입수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홍성규 통진당 대변인은 “당의 공식 문서도 아닌 것들을 꺼내 놓고 흠집을 내려는 불순한 음모, 파렴치한 행각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며 “자신이 ‘과대망상 소설가’가 아니라 국회의원임을 좀 분명히 깨닫고 처신하기를 바란다”고 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