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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말해 이 책은 ‘식단’, 즉 먹거리에 대한 이야기다. 또 건강검진을 비롯해 현대 의학으로도 만성질환을 원천적으로 치료, 예방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책이다. 저자가 말하는 건강한 삶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생활 습관과 식사 패턴. 저자는 자기 주도 건강법을 크게 ‘마이너스 건강법’, ‘항염증 식단’, ‘소화력 키우기’ 등 3가지로 나눠서 설명한다. 먼저 마이너스 건강법은 가공 식품처럼 유해 물질을 포함하고 있는 음식 섭취를 최대한 피하는 것을 뜻한다. 항염증 식단은 육류와 가공 식품처럼 염증을 유발하는 음식을 피하고 채소와 과일처럼 염증을 줄이는 음식 섭취를 늘려 면역력과 자연 치유력을 기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소화력 키우기는 우리 몸의 면역력 키우기와도 연관이 있다. 아무리 몸에 좋은 음식을 먹어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할 경우 한계는 분명하기 때문이다. 위와 장은 영양소를 소화할 뿐 아니라 외부 이물질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 위와 장의 건강을 챙기는 게 전체 면역력을 키우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얘기다. 외국계 제약회사에 근무하기도 했던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무분별한 건강보조식품과 검증되지 않은 대체요법 등 정보의 홍수 속에서 생활에 도움이 될 구체적인 실천 지침들을 소개하고 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국내 최초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감염자와 접촉했던 의료진 2명이 메르스 감염 의심 증세를 보여 보건 당국이 격리 및 유전자 검사에 들어갔다. 보건 당국이 전염성이 낮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메르스가 계속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26일 최초 감염자와 접촉한 뒤 자가 격리 중이던 61명 중 이날 오전부터 발열 증세를 보이는 사람이 2명 확인돼 이들을 국가 지정 입원 치료 병상으로 이송한 뒤 유전자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첫 번째 국내 감염자인 A 씨(68)가 방문한 의료기관의 간호사와 의사다. E 씨는 A 씨가 15일 방문했던 의원급 의료기관의 간호사로 접수와 채혈 등의 과정에서 접촉했다. F 씨는 A 씨가 17일 방문한 또 다른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담당한 의사다. 현재까지 확인된 감염자 4명과 감염 의심자 2명 모두 최초 감염자인 A 씨와 직접 접촉한 사람들이다. 특히 2∼4번째 감염자 3명은 모두 A 씨가 16일 입원한 의료기관의 2인용 병실에서 A 씨와 5시간 정도 같이 지내면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A 씨의 부인인 2번째 감염자 B 씨(63)는 A 씨를 간병하고 있었고, 3번째 환자인 C 씨(76)는 딸 D 씨(40·4번째 환자)의 간병을 받으며 해당 병실에 입원해 있었기 때문이다. 배근량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과장은 “A 씨는 당시 재채기와 기침이 심해 ‘비말(飛沫·작은 침방울)’을 많이 발생시키고 있었다”며 “이 과정에서 2∼4번째 환자가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4번째 감염자인 D 씨가 잠복기에 있던 C 씨를 간병하는 과정에서 메르스에 감염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한다. 이 경우 메르스가 최초 감염자(A 씨)가 아닌 다른 감염자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퍼질 수 있고, 나아가 지역사회 등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3차 감염’의 가능성이다.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은 “중동 외 지역에서 메르스가 지역사회로 퍼진 적은 없다”며 “사람 간 전파와 3차 감염 가능성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보건 당국은 메르스 감염자와 감염 의심자가 계속 증가하자 한층 강화된 접촉자 격리 지침을 마련했다. 지금까지는 접촉자가 38도 이상의 발열 증상을 보일 때만 국가 지정 입원 치료 병상으로 이송해 유전자 진단 검사를 실시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37.5도의 발열만 보여도 이송한 뒤 유전자 검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또 당장 우려되는 증세가 없어도 자가 격리자가 원할 경우 별도의 국가 지정 격리 시설에서 지낼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발생 초기 보건 당국이 안이하게 대응하다 감염자와 감염 의심자가 늘어나서야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자가 격리 중에도 E 씨는 남편과 아들, F 씨는 부인, 딸과 같은 집에 머물렀던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는 같은 집에서도 2m 이상 떨어져 있고 집에서도 방역 마스크를 사용하라고 하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는 일일이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아직 가능성은 낮지만 만약 이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퍼졌다면 향후 격리 대상과 감염 의심자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국내 최초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감염자와 접촉했던 의료진이 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국내 메르스 감염자 수는 총 5명으로 늘어났다. 또 자가 격리 대상자 중 2명이 추가로 관련 증세를 호소해 유전자 검사에 들어가 메르스가 계속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유전자 검사 들어간 4명 중 1명 감염 확인, 2명은 검사 진행 중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26일 “최초 감염자와 접촉한 뒤 자가 격리 중이던 61명 중 이날 오전부터 발열 증세를 보인 E 씨(50), F 씨(46), G 씨(34), H 씨(31)에 대해 유전자 검사를 진행한 결과 E 씨가 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고 밝혔다. F 씨는 음성 결과가 나왔고, G 씨와 H 씨는 오후 늦게 유전자 검사가 시작돼 27일 오전에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E 씨와 A 씨는 첫 번째 국내 감염자인 A 씨(68)가 방문한 의료기관의 의사와 간호사였다. E 씨는 A 씨가 17일 방문했던 의원급 의료기관의 의사였다. 또 F씨는 A씨가 15일 방문했던 병원에서 접수와 채혈 등의 과정에서 접촉했던 간호사였다. 현재까지 확인된 감염자들은 모두 최초 감염자인 A 씨와 직접 접촉한 사람들이다. 특히 2~4번째(3명) 감염자들은 모두 A 씨가 16일 입원한 의료기관의 2인용 병실에서 A 씨와 5시간 정도 같이 지내면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A 씨의 부인인 2번째 감염자 B 씨(63)는 A 씨를 간병하고 있었고, 3번째 환자인 C 씨(76)는 딸 D 씨(40·4번째 환자)의 간병을 받으며 해당 병실에 입원해 있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 감염자 아닌 감염자에게서도 전파되나 그러나 일각에서는 4번째 감염자인 D 씨가 잠복기에 있던 C 씨를 간병하는 과정에서 메르스에 감염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또 자가 격리 과정에서 E 씨는 부인과 딸과 같은 집에 머물렀다는 것을 감안할 때 다른 가족들에게 바이러스를 옮겼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G 씨는 A 씨와 접촉한 적이 없고, C 씨와만 5인실 병실에서 같이 지냈던 적이 있다. 또 H 씨는 A 씨가 17~20일 사이 방문했던 병원의 의사였다. 만약 G 씨와 E 씨의 가족이 메르스이 감염될 경우 최초 감염자(A 씨)가 아닌 다른 감염자를 통해서도 퍼질 수 있고, 나아가 지역사회 등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른바 ‘3차 감염’의 가능성이다. 이에 대해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은 “중동 외 지역에서 메르스가 지역사회로 퍼진 적은 없다”며 “따라서 사람 간 전파와 3차 감염 가능성을 심각하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안이했던 보건 당국 대응 하지만 보건 당국의 대응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최초 감염자가 발생했을 때부터 ‘전염성이 강하지 않다’고 강조했지만 감염자는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질병관리본부는 자가 격리 대상자들에게 가족들과 2m 이상 떨어져 있고, 방역 마스크를 사용하라고 하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이행하는 지 여부는 일일이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D 씨는 발열 증세를 호소했지만 기준 온도 이상 올라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즉각적으로 격리 조치와 유전자 검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E 씨, G 씨, H씨 가족 중 향후 발열 등 의심 증세를 보이는 사람이 생긴다면 격리 대상과 감염 의심자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질병관리본부는 이날 한층 강화된 접촉자 격리 지침을 발표했다. 지금까지는 접촉자가 38도 이상의 발열 증상을 보일 때만 국가 지정 입원 치료 병상으로 이송해 유전자 진단 검사를 실시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37.5도의 발열만 보여도 이송한 뒤 유전자 검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또 당장 우려되는 증세가 없어도 자가 격리자가 원할 경우 별도의 국가 지정 격리 시설에서 지낼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보건 당국의 조치가 안이했다는 비판은 계속 제기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이세형기자 turtle@donga.com}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아동학대 판정 건수가 지난해 처음으로 1만 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관이 24일 발표한 ‘2014년 시도별 아동학대 현황’(잠정치)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학대 판정 건수는 1만27건으로 6796건이었던 2013년에 비해 3231건이 늘었다. 또 6403건이었던 2012년에 비해서도 역시 3624건이 증가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아동학대 판정 건수가 지난해 유독 급증한 이유로는 경북 칠곡군과 울산에서 의붓딸을 숨지게 한 이른바 ‘계모의 아동학대 사건’ 등 전 국민의 분노를 일으킨 사건들의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많다. 보육업계 관계자는 “아동학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고 지난해 9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시행 등으로 처벌 수준도 강화되는 상황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며 “앞으로도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동학대는 △신체 학대 △정서 학대 △성 학대 △방임 △중복 학대(2가지 이상 종류의 학대) 등 5가지로 분류된다. 가장 많았던 학대는 중복 학대로 4814건이었다. 다음으로는 △방임(1870건) △정서 학대(1582건) △신체 학대(1453건) △성 학대(308건) 등의 순이었다. 가해자 중에서는 친부모가 77.2%로 가장 많았다. 학대 장소 역시 집인 경우가 83.8%로 가장 많았다. 올해 초 ‘인천 K어린이집 아동 학대’ 사태로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보육 교직원에 의한 아동학대는 2.9%에 그쳤다. 지역별로는 △경기 2501건 △서울 954건 △전북 932건 △경남 749건 △전남 641건 △경북 613건 순으로 많았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3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등을 방문했다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에 감염된 A 씨(68)가 23일 심각한 호흡곤란을 경험하며 한때 위급한 상황을 겪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24일 A 씨가 23일 오후 6시 반경 호흡곤란을 호소하고 산소 포화도가 정상 범위 이하로 떨어져 산소 공급 방식을 ‘산소호흡기’에서 ‘기도 삽관 및 기계 호흡 치료’ 방식으로 바꿨다고 밝혔다. 기도 삽관 및 기계호흡 치료는 인공호흡기를 목구멍 쪽으로 집어 넣어 호흡을 도와주는 시술로 일반 산소호흡기보다 상태가 위중할 때 많이 쓰인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환자가 일시적인 호흡곤란을 겪을 땐 인공호흡기를 목구멍 쪽으로 집어넣고, 장기적인 호흡곤란이 예상될 땐 목 부위를 절제한 뒤 인공호흡기를 삽입한다. 기도 삽관 및 기계호흡 치료가 진행된 뒤 A 씨의 호흡상태는 안정적으로 돌아왔고, 산소 포화도 역시 회복됐지만 폐렴 증상은 여전히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를 통해 메르스에 감염된 부인 B 씨(63)와 같은 병실을 썼던 C 씨(76)는 현재까지 발열 외에는 관련 증세가 없는 상태다. 한때 발열 증세가 있다고 주장했던 C 씨의 딸도 현재까지 메르스 의심 증세는 없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A 씨와 접촉한 뒤 자택 격리 중인 64명의 가족과 의료진 중 감염이 의심돼 추가 검사에 들어간 이들도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한편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보건기구(WHO) 총회에 참석한 뒤 23일 귀국한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국립인천공항검역소를 방문해 “앞으로 2주간이 메르스 확산을 막는 고비가 될 것”이라며 철저한 검역을 당부했다. 보건당국은 중동 지역에서 5, 6월에 메르스 감염자가 많이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해 여행업계를 대상으로 낙타와 접촉하는 체험 프로그램의 진행을 자제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담배 광고만큼 명품 패션 브랜드 광고와 유사한 광고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국내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담배 광고의 특징을 이렇게 설명한다. 그만큼 담배 제조사들은 오래전부터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간접적으로 상품을 노출하는 방식의 광고를 선호해 왔다는 뜻이다. 백혜진 한양대 광고홍보학부 교수(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장)는 “담배에 대한 거부감과 두려움을 무너뜨리는 가장 큰 도구 중 하나로 명품 느낌을 주는 담배 광고가 꼽힌다”고 말했다. 실제로 담배회사들의 광고에서 직접 제품이 드러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글로벌 담배 브랜드인 ‘말버러’의 경우 전통적으로 중후하면서도 건강한 느낌이 드는 카우보이가 광고에 등장한다. 담배를 입에 물고 있다는 것과 말버러라고 쓰여 있는 문구 외에는 어디에서도 담배 광고란 걸 알기 힘들다. 이 담배가 최근 글로벌 시장용으로 선보이는 광고 역시 콘서트 현장과 데이트 중인 연인 등 담배와는 거리가 먼 이미지가 많다. 광고 한쪽에 담뱃갑이 그려져 있고, 경고문구도 적혀 있지만 전체적으로 담배 광고라는 것은 알기 어렵다. 담배의 유해성 역시 알기 힘들다.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흡연율이 떨어지는 여성을 겨냥해 화장품과 향수 등이 연상되는 식의 광고를 선보이는 일반 담배와 전자담배 브랜드들도 있다. 이성규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광고에 일부 담배 이미지와 경고문구가 들어간다고 해도 전체적인 이미지상에서 일반 소비자들이 봤을 땐 ‘멋있다’ ‘매력적이다’란 느낌이 들지 유해성을 조금이라도 떠올리기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이런 담배 광고가 청소년, 나아가 비흡연자들에게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청소년의 경우 광고를 통해 담배에 대한 경계심이 약해지고, 오히려 호기심까지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담배를 마치 ‘명품 패션용품’ 같은 대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 부연구위원은 “이미 니코틴에 중독된 흡연자들은 광고를 안 해도 알아서 담배를 찾는다”며 “담배 광고는 철저히 미래 담배 소비자, 특히 10, 20대를 겨냥한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초 담뱃값을 인상했고 담뱃갑 흡연 경고그림 의무화를 담은 건강증진법 개정안을 추진 중인 보건복지부는 최근 담배 광고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방침이다. 일단 복지부는 편의점 등에서 담배 광고가 노출되는 것에 대한 단속을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해 말 한국금연운동협의회가 서울지역 초중고교 300m 내에 위치한 편의점 969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편의점 밖에서도 쉽게 볼 수 있게 담배를 진열한 곳이 59.3%(575곳)나 됐다. 한편 담배에 대한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제품명은 철저히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백 교수는 “유명 스포츠카를 연상시키는 이름의 담배 등도 젊은층에게 ‘멋있다’ 차원을 넘어 ‘건강하다’ 식의 완전히 그릇된 이미지를 줄 수 있다”며 “미래 세대의 건강 증진 차원에서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지난해 6월 자살한 A 군(17)은 평소 성적도 상위권이었고 친구나 교사와의 관계도 원만했다. 하지만 오랜 시간 공들였던 특정 자격시험을 망친 뒤 ‘화가 난다’ ‘노력해도 점수가 안 나올 것 같다’는 말을 하며 우울해 했다. A 군은 질책하는 부모와 크게 싸우고 며칠 뒤 목을 맸다. 국내 중고교생 중 자살이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들이 가장 많이 겪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고민은 A 군의 사례처럼 ‘성적 문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4일 한림대 자살과 학생정신건강연구소가 교육부의 자살한 학생의 담임교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자살 학생 대부분 ‘안정적인 환경’에서 생활 한림대 연구팀은 교육부 조사 자료를 기반으로 지난해 자살한 118명의 중고교생 중 89명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자살 당시 겪었던 고민이 대략적으로 파악된 학생 수는 75명. 이들 중 △성적 문제(26.8%) △우울감(21.1%) △가정 내 갈등(18.3%) △친구 간 갈등(7.7%) △이성 문제(6.3%) 순으로 많은 고민을 겪었을 것으로 분석됐다. 성적 문제로 자살하는 경우가 가장 많지만 10명 중 2명(18.7%)은 학교 성적이 상위권에 속했다. 홍현주 한림대 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자살을 한 청소년들이 겪었던 고민으로 학교 성적 문제가 꼽히는 경우는 세계적으로 거의 없다”며 “그만큼 한국 청소년들의 학업에 대한 압박감이 크다는 걸 다시 한번 보여주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중요한 건 자살한 학생 중 상당수는 이른바 ‘안정적인 환경’ 속에서 생활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가장 기본적인 생활여건이라고 할 수 있는 건강 상태, 경제적 여건, 거주 형태 등에서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자살 중고교생 중 경제적 수준이 ‘상’ 또는 ‘중’ 수준인 경우가 각각 10.1%와 65.2%였다. 또 65.2%는 ‘친부모와 함께 거주’하고 있었다. 정신질환을 앓은 비율도 19.1%에 그쳤다. 정서상 문제가 있는지를 파악하는 게 목적인 ‘정서행동 특성검사’에서도 64%는 정상으로 나왔고 ‘일반 관리군’(15.7%)과 ‘우선 관리군’(11.2%)은 합쳐서 26.9%였다.○ 청소년 자살과 고민에 대한 관심과 관리 강화 자살한 중고교생의 대부분은 유서도 남기지 않았다. 89명 중 14명(15.7%)만이 유서를 남겼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도 중고교생들이 자살이란 극단적인 상황을 선택하면서도 ‘특별한 위험신호’를 보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홍 교수는 “자살 청소년의 대다수가 겉으로 봤을 때는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는 뜻”이라며 “청소년 자살 혹은 고민의 위험성을 상대적으로 주변인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유서의 내용은 주로 자신의 심정, 특히 가족이나 친구 등 주변인들에게 ‘미안하다’와 ‘사랑한다’ 등의 메시지를 표현하는 경우가 많았다. 구체적인 상황이나 자살 동기 등을 설명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한다. 연구팀은 초등학생 자살에 대한 분석도 진행했다. 2011∼2014년 사이에 자살한 초등학생은 총 16명. 이들 중 자살 당시 겪었던 고민으로는 △가정 내 갈등(38.5%) △우울감과 성적 문제(각각 23.1%) △친구 간 갈등(15.4%) 순으로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초등학생 자살자 역시 중고교생들처럼 건강 상태, 경제적 여건, 거주 형태 등은 양호한 편에 속했다. 홍 교수는 “초등학생 자살의 경우 사례 자체가 많지 않지만 초등학생도 결코 자살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우울감 등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초등학생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면 이들이 나중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의 최초 감염자가 확인된 지 이틀 만에 3번째 감염자가 발생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최초 감염자인 A 씨(68)가 15∼17일 입원했던 일반 병원에서 같은 병실을 썼던 C 씨(76)도 유전자 검사 결과 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21일 밝혔다. A 씨를 간호하던 부인 B 씨(63)도 20일 메르스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들은 모두 국가지정 입원치료 격리병상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생명에는 이상이 없는 상태다. 메르스 감염자가 계속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메르스의 전파 상황, 예방 방법, 향후 대응 계획 등을 Q&A로 알아본다. Q. 감염자가 더 늘어날 수 있나. A. 질병관리본부는 3명의 감염자와 접촉했던 의료진 61명과 가족 3명 등 총 64명에 대해 자택 격리 조치를 취했다. 이들은 감염자와 접촉한 날부터 14일(최대 잠복 기간) 동안 격리될 예정. 이 기간에 발열, 기침, 호흡곤란 같은 증세가 나타나면 국가지정 입원치료 격리병상으로 옮겨지고 유전자 검사를 받는다. 보건 당국은 증세가 발현된 뒤 바이러스가 전파되므로 64명 외의 사람에게서 감염자가 나올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Q. 어떻게 전파되나. A. 메르스는 감염자가 재채기와 기침 등을 할 때 나오는 ‘비말(飛沫·작은 침방울)’을 통해 주로 전염된다. 비말을 손으로 닦는 과정에서 묻은 바이러스가 악수와 피부 접촉 등을 통해 전파될 수 있다. 보건 당국은 2012년 처음 발생한 뒤 현재까지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1000명을 조금 넘는 수준의 감염자만 생겼다는 것을 감안할 때 전염성은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Q. 어떻게 치료하나. A. 현재 치료제와 백신은 없다. 환자의 증상에 따른 치료를 시도하며 면역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때 인터페론과 리바비린 같은 항바이러스제를 쓰기도 한다. Q. 치사율은 얼마나 높나. A. 현재까지 파악된 메르스의 치사율은 40.7%. 2003년 유행했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의 치사율이 15% 정도였던 것을 감안하면 높은 편. 그러나 김영택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과 과장은 “중동 지역에 비해 국내 보건의료 인프라가 훨씬 우수하기 때문에 국내에서의 치사율은 훨씬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Q. 기본적인 예방 방법은…. A. 중동 지역을 방문할 경우 매개체로 의심받고 있는 낙타와의 접촉을 피해야 한다. 낙타 고기와 젖도 먹지 않는 게 좋다. 귀국 후 14일 이내 발열, 기침 등의 증세가 있으면 병원을 찾고 중동 지역에 다녀왔다는 것을 꼭 밝혀야 한다. Q. 검역은 얼마나 강화됐나. A. 공항 등에서 중동 지역에서 입국하는 이들에 대한 검역이 강화됐다. 비행기 게이트 앞에서부터 검역대를 설치해 발열 검사를 하고, 건강상태 질문서도 제출하도록 했다. 하지만 중동과의 교류가 제한되는 건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메르스와 관련해 국가 간 여행, 교역, 수송 등을 제한할 필요는 없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Q. 보건 당국의 대응에서 미숙했던 점은…. A. 첫 번째 감염자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3일까지 다수의 메르스 감염자가 발생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를 혼자 여행했다는 것을 21일에서야 파악했다. 환자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어 여행 중 행적에 대해선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중동지역에서 주로 발생하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의 감염자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확인됐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3일까지 바레인에 체류하며 농작물 재배 사업을 했던 68세 남성 A 씨와 부인인 B 씨(63)가 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돼 국가지정 격리 입원치료 병상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A 씨는 4일 카타르를 거쳐 귀국했고, 11일부터 발열, 기침, 호흡 곤란 등의 증세를 보였다. 17일부터 본격적으로 병원 입원치료에 들어갔고, 19, 20일 진행한 유전자 검사를 통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부인 B 씨는 A 씨를 간호하는 과정에서 경미한 유사 증세를 보여 유전자 검사를 받았고 20일 오후 11시 반경 감염된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보건당국은 A 씨가 입원해 있던 병원에서 같은 병실(2인실)을 썼던 C 씨(76)도 발열 증세가 있는 것으로 확인돼 20일 오후 국가지정 격리 입원치료 병상으로 옮겨 유전자 진단 검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메르스는 2003년 중국을 중심으로 확산됐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처럼 코로나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질환이다. 정확한 감염 경로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낙타와 접촉한 뒤 감염된 사례가 많고, 치료제와 백신은 없다. 사스와 증세가 유사하지만 사스보다 치사율은 높고 전염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환자 1142명 중 465명(40.7%)이 사망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워낙 남에게 봉사하는 것을 좋아했고,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꿈이 많았던 사람이라 ‘이종욱 펠로십’이 이렇게 성장한 것을 보면서 무척 자랑스러워할 겁니다.” 한국인 최초로 주요 국제기구의 수장을 지낸 고 이종욱 전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의 부인인 가부라키 레이코 여사(70). 18일 한국을 방문한 그는 남편을 떠올리며 “개발도상국 의료진을 교육하기 위해 이종욱 펠로십을 만들었는데, 벌써 이를 거쳐 간 의료진이 올해 450명을 넘어섰고 내년이면 500명을 돌파한다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고 소회를 밝혔다. 가부라키 여사는 일본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뒤 1971년부터 경기 안양시 나자로마을에서 한센병 환자들을 돌보는 봉사활동을 하다 의료봉사활동을 하러 온 이 전 사무총장을 만났다. 1976년 결혼한 두 사람은 이 전 사무총장이 본격적으로 WHO 활동을 시작한 1983년부터 스위스를 중심으로 해외에서 생활했다. 현재 페루에서 사회봉사 중인 가부라키 여사가 이번에 한국을 찾은 것은 펠로십을 주관하는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KOFIH)이 마련한 ‘이종욱 자료실’을 둘러보고 ‘이 전 사무총장 기념 중·고교생 그림 전시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날 인터뷰는 조만간 개관할 예정인 서울 중구 KOFIH 사무실 내 이종욱 자료실에서 열렸다. 그는 “이 전 사무총장은 한국이 빠르게 성장하고, 다른 나라에 도움을 주는 것에 항상 자부심을 느끼고, 지인들에게 은근히 자랑하기도 했다”며 “지금처럼 개도국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보건의료 인력을 양성하고 교육 노하우를 전수하는 모습을 봤다면 한국산 자동차나 전자제품에 뿌듯해했던 것 이상으로 즐거워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부라키 여사는 현재 페루 수도 리마 인근 빈민가에서 빈민가 여성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사회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알파카 손뜨개 공방’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총 14명의 여성이 뜨개질을 통해 경제적 자립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2002년 처음 공방을 운영할 때만 해도 한 해 수백 달러를 판매하는 데 그쳤지만 최근 수년간은 1만5000∼1만8000달러까지 판매가 늘어났다. 가부라키 여사는 “현재 공방에서 만드는 목도리, 장갑, 모자 등의 제품은 주로 일본과 스위스 사람들이 구매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도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페루의 열악한 의료 사정에 대한 관심도 호소했다. 그는 “현재 페루의 의료 사정은 1970년대 한국의 모습이 연상되는 상황”이라며 “20∼30년 만에 수준 높은 보건의료 시스템을 갖춘 한국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종욱 펠로십에서도 페루를 포함한 중남미 의료진에게 많은 교육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전 사무총장,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김용 세계은행 총재 등 한국 출신 주요 국제기구 수장이 배출된 것을 계기로 국내에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국제기구 진출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가부라키 여사는 “국제기구는 겉으로 보기에 화려할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힘들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 직장”이라며 “국제기구에 관심이 있는 한국의 젊은이들은 국제기구에 진출하기 전에 ‘봉사하는 삶’에 대한 의지가 확고한지를 먼저 생각해 보라”고 조언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국민연금에 20년 이상 가입한 사람들은 월평균 87만1870원의 연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국민연금 전체 수급자들의 연금액은 월평균 32만5130원으로 61만7281원인 올해 최저 생계비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국민연금공단은 15일 이런 내용을 포함한 ‘국민연금 공표통계’(2월 말 기준)를 발표했다. 20년 이상 가입자 중 연금을 받고 있는 사람들에 비해 전체 평균 수령액이 크게 떨어지는 이유는 ‘특례연금 수급자’ 때문이다. 특례연금은 1988년 국민연금 제도 도입 당시 제도 취지를 알리기 위해 5∼9년만 가입해도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혜택을 준 조치다. 현재는 10년 이상 가입해야만 연금을 받을 수 있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전체 수급자 약 290만 명 중 특례연금 수급자는 150만여 명으로 절반을 조금 넘는다”며 “특례연금 수급자들이 받는 연금액이 상대적으로 낮다 보니 전체 평균 수령액도 낮아진 것이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공단은 연금 제도가 성숙돼 가는 과정에서 수급자들의 가입 기간도 길어지고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평균 연금 수령액도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공표통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종류별 월평균 수령액은 △노령연금 33만6680원 △장애연금 42만4850원 △유족연금 25만3820원 수준이었다. 2월 말 기준 국민연금 가입자 수는 2123만8612명, 적립금 규모는 482조 원 정도인 것으로 집계됐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정부가 불법 브로커를 통해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고 있는 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강남 대형 성형외과’들에 대한 대대적인 현장 단속을 진행했다. 보건복지부는 15일 경찰청,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과 함께 이날 오전 11시경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에 위치한 60여개 대형 성형외과들을 불시에 찾아 단속을 펼쳤다고 밝혔다. 보건당국이 외국인 환자들이 많이 찾는 성형외과들을 대상으로 이런 현장 단속을 진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복지부는 2월 ‘외국인 환자에 대한 불법 브로커 방지 및 안전 강화대책’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적극적인 단속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었다. 당장의 외국인 환자 확보를 위해 브로커들에게 환자 유치를 계속 의존할 경우 △무리한 수수료 요구 등으로 인한 의료산업의 수익성 악화 △과도한 병원 간 경쟁으로 인한 의료사고 발생 △‘한국 의료 브랜드’의 이미지 악화 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번 단속 대상에 오른 성형외과들은 외국인 환자가 많은 것으로 잘 알려진 곳들이다. 단속에는 총 190여 명의 인력이 투입됐고, 단속 대상인 성형외과들의 환자 진료 기록과 수술 동의서 같은 자료를 확보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불법 브로커 고용 여부에 대한 조사는 단속 과정에서 확보한 자료에 표기돼 있는 보호자와 비상 연락처를 집중적으로 파악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특히 여러 환자에게서 동일한 보호자 혹은 비상 연락처가 나올 경우 해당 연락처는 불법 브로커일 가능성이 높다. 복지부 관계자는 “외국인 환자들의 경우 의료진과 언어 문제 때문에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어렵다”며 “수술을 받을 때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은 ‘비상 상황’ 때 필요한 연락처로 브로커 연락처를 적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불법 브로커를 이용해 외국인 환자를 유치한 혐의가 드러나는 성형외과들에 대해서는 경찰에 정식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한편 의료계에서는 보건당국이 외국인 환자 유치 불법 브로커 문제를 막기 위한 단속에 착수했다는 건 의미가 있지만 실제 효과는 미미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월 관련 대책이 발표된 뒤 3개월이나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이 기간 중 적지 않은 병원들이 대비책을 마련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이른바 강남 대형 성형외과들의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한 불법 브로커 의존도는 생각보다 높고, 보건당국의 단속이나 조사에 대한 대비책도 철저하다”며 “시장 질서를 바로 잡으려면 보여주기 식의 일회성 단속이 아닌 지속적인 단속과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이세형기자 turtle@donga.com}

건국대병원은 충주병원 당뇨병센터장인 최수봉 교수(내분비내과)가 충북 충주시 명예시민으로 위촉됐다고 12일 밝혔다. 최 교수는 충주의 당뇨 관련 인프라 구축에 기여하고, ‘당뇨 바이오 특화도시 조성사업’의 자문위원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친 것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충주는 이날 당뇨 바이오 특화도시 원년 선포 기념행사를 열고 당뇨병 관련 힐링 서비스, 스마트 헬스케어 사업, 전문가 양성 등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내 당뇨병 치료의 권위자 중 한명으로 꼽히는 최 교수는 세계 최초로 ‘인슐린 펌프’를 개발해 당뇨병 환자의 혈당 조절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슐린 펌프는 수술 없이 복부에 미세한 바늘을 삽입하는 것으로 정상인과 같은 인슐린 분비를 하게 도와주는 의료기기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최근 정부가 복지 재정 효율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들은 여전히 다양한 유사·중복 혹은 과잉 복지제도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지자체가 도입하겠다고 밝힌 복지제도 중 ‘신설·변경 사회보장제도 협의·조정’에서 최종적으로 ‘수용’ 또는 ‘불수용’ 결론이 난 14건 중 6건이 불수용 판정을 받았다. 지자체들이 처음 계획했던 대로 수용된 복지제도는 3건뿐이다. 5건은 복지 규모나 범위 등이 변경된 뒤 수용됐다. 아직 최종 결론이 나지 않은 복지제도가 34건이지만 상당수는 수용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회보장제도 협의·조정은 지자체와 중앙 부처들이 새로운 복지제도를 도입할 때 복지부와 협의해야 하는 과정으로 유사·과잉 복지를 막기 위한 절차다. 지난해에도 지자체들이 추진하려던 복지제도 67건 중 19건(28.4%)이 사회보장제도 협의·조정에서 불수용됐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자체들이 실제 필요성과 적합성 검토보다는 ‘일단 만들고 보자’는 식으로 복지제도를 마련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결과”라고 말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지방자치단체들의 복지제도 남발 움직임이 거세다. 14일 동아일보가 보건복지부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인 김기식 의원실(새정치민주연합)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신설·변경 사회보장제도 협의·조정’에서 다뤄진 지자체 추진 복지제도는 총 48건이다. 이 가운데 14건은 △불수용 6건 △변경 보완 뒤 수용 5건 △수용 3건 등으로 사회보장제도 협의·조정 과정에서 이미 최종 결론이 났고, 34건은 계속 논의 중이다. 지난해 사회보장제도 협의·조정을 거친 지자체 복지제도가 총 67건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 지자체들의 복지제도 만들기 움직임이 훨씬 활발해진 것이다. 복지부는 상반기(1∼6월) 중 사회보장제도 협의·조정에 올려질 지자체 추진 복지제도 수가 지난해 전체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해 지방선거를 통해 뽑힌 지자체장들과 지방의원들이 선거 당시 밝혔던 다양한 복지 관련 공약들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자체들의 복지제도 도입 움직임은 적극적이지만 복지부 안팎에서는 상당수 제도들은 사회보장제도 협의·조정 과정을 통과하기 힘들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올해 지자체들이 추진 의사를 밝힌 복지제도 중 상당수가 지난해 사회보장제도 협의·조정에서 불수용 판정을 받은 것들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지자체마다 재정과 복지 대상자 상황이 다르기는 하지만 지금처럼 중앙정부 차원의 복지재정 효율화와 복지제도들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 한번 불수용 판정을 받은 것과 유사한 복지제도들이 수용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올해 지자체들이 추진하겠다고 밝힌 복지제도 중 △저소득층 노인 보청기 구입 지원금(전북 완주군) △장수 관련 수당과 축하금(전북 임실군, 경기 광명시 등) △공공산후조리원 설치(경기도) △노인 건강복지수당 지원(전남 나주시) 등은 지난해 유사한 제도들이 불수용 판정을 받은 바 있다. 노인 복지에 초점이 맞춰진 복지제도가 다수를 차지하고, 이 중에는 ‘포퓰리즘적 성격’이 강한 복지제도들이 적지 않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올해 사회보장제도 협의·조정에서 불수용 판정을 받은 복지제도 6건 중 4건이 노인 관련 복지제도였다. 현재 수용 또는 불수용 결정이 안 된 복지제도 34건 중에는 14건(41.2%)이 노인 복지와 관련 있다. 선거에 민감한 지자체장과 지방의원들이 노인과 잠재적 노인층의 표심을 잡기 위한 전략에서 내놓은 것이다. 최병대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지방행정)는 “젊은층보다 상대적으로 선거에 관심이 높고, 지방의 경우 노인층 인구 비율도 높기 때문에 지자체장과 지방의원으로서는 노인과 잠재적 노인층 입맛에 맞는 복지제도 마련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노인 관련 복지제도 중 특정 연령대 이상 모든 노인에게 목욕비를 지원(경북 문경시)하거나, 지역 버스 이용 시 교통비를 100원만 내게 하겠다는 방안(전남 영암군) 등이 인기영합적 성격이 강한 복지제도로 꼽힌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주부 김모 씨(53)는 2013년부터 친구와 친척 모임에 나가는 횟수를 크게 줄였다. 또 사람들과 가까이서 긴 시간 대화를 나누는 걸 피한다. 이유는 ‘변실금’ 때문이다. 자신도 모르게 변을 지리는 증상을 의미하는 변실금을 김 씨는 2013년부터 겪어 왔다. 하루 5∼10번 변을 지리는 김 씨는 2년간 병원을 다녔지만 증세는 특별히 나아지지 않았다. 그는 “사람들 만날 때마다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말이 나올까 봐 늘 두렵다”고 말했다. 》 근육 손상부터 설사와 변비 등 원인 다양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소변을 지리는 ‘요실금’에 비해 변실금은 비교적 덜 알려져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12년 기준 국내 변실금 환자는 6266명으로, 2008년에 비해 57.1% 증가했다. 50세 이상 환자 수가 4833명으로 전체의 77.1%였고 여성이 60.2%를 차지했다. 그러나 드러나지 않은 환자는 생각보다 훨씬 많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의 연구 자료에 따르면 전체 성인의 2% 정도가 변실금을 겪고 있다. 특히 65세 이상 연령대에서는 15% 정도가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층에선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질환이라는 뜻이다. 국내에서도 고령화가 빠르게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래엔 더 많은 사람이 변실금을 경험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변실금의 경우 환자 파악부터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다. 이길연 경희대병원 외과 교수는 “변실금 환자들은 대부분 자신이 변실금이 있다는 것을 극도로 숨기려 한다”며 “의사에게조차 증상을 자세히 털어 놓는 경우가 드물어 정확한 환자 파악조차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변실금은 배변을 조절하는 직장의 구조에 장애가 발생했거나 항문 근육과 신경이 손상됐을 때 주로 발생한다. 그러나 직장과 항문에 특별한 문제가 없는 상태에서도 발생한다. 이 경우 감염성 설사, 염증성 장 질환, 설사 유발 약물 남용 등이 원인일 때가 많다. 또 변이 배출되지 않고 쌓이다 넘쳐서 나오는 경우도 있다. 일부는 치루 수술과 출산을 경험한 뒤 항문 괄약근이 약해져서 변실금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 교수는 “변실금 치료 과정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게 정확히 어떤 이유로 변실금이 생겼는지를 알아보는 것”이라고 말했다.90%는 비수술적 요법으로 치료 변실금은 일반적으로 식이요법 약물요법 운동요법 등으로 치료한다. 가령 설사로 인한 변실금일 경우 설사를 멈추고, 배변을 규칙적으로 할 수 있는 변팽창성 약물과 변연화제 등이 처방된다. 또 소화가 잘되고, 배변에 무리를 주지 않는 음식을 적당히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요실금이 있을 때 많이 시행되는 케겔 운동은 변실금 환자에게도 필요하다. 복부근육이나 엉덩이 근육은 사용하지 않고 항문, 질, 요도를 조이는 효과가 있는 케겔 운동은 특히 노인층 변실금 환자에게 효과적이다. 전기 센서가 달린 기구인 탐침이나 풍선을 항문에 삽입해 항문 근육을 강화하고, 감각을 되살리는 치료법인 전기자극 치료도 많이 활용된다. 하지만 식이요법 약물요법 운동요법 등으로도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할 땐 수술 치료를 해야 한다. 변실금 환자의 90%는 비수술적 치료로도 효과를 보지만 나머지 환자들은 수술 치료를 받게 되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치료 수술로는 손상된 괄약근을 다시 이어주는 괄약근 성형술이 꼽힌다. 최근에는 천수신경조절술이 많이 쓰인다. 이 수술은 괄약근과 골반저근육의 움직임에 영향을 주는 천골신경에 미량의 전기 자극을 주는 수술법이다. 국내에서도 신의료 기술로 승인을 받았고 경희대병원에서 처음으로 수술이 이루어졌다. 천수신경조절술은 이식형 의료기기를 환자 체내에 이식한다. 입원 없이 곧바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 다만 체내에 이식된 의료기기의 배터리 소모로 인해 평균 4∼5년에 한 번씩 새로운 의료기기로 교체하는 수술이 필요하다. 이 교수는 “변실금은 그냥 놓아둘 경우 기저귀를 착용해야 하는 불편함은 물론이고 악취 등으로 인한 심리적 위축감도 생겨 우울증과 대인기피증 같은 정신 문제까지 유발할 수 있다”며 “다양한 치료로 큰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난 직후 곧바로 진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손, 발, 입안, 혀 같은 신체 부위에 수포성 발진이 생기는 것이 특징인 ‘수족구병’이 최근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지난달 26일부터 2일까지 의료기관 100곳을 대상으로 집계한 외래환자 1000명당 수족구병 의사환자 수(감염 확인 환자와 의심 환자를 더한 수)는 5.9명으로 1.8명이었던 한 달 전(3월 29일∼4월 3일)에 비해 약 3.3배로 늘었다고 11일 밝혔다. 수족구병은 침, 가래, 콧물, 대변 등을 통해 전염되는 질환으로 수포성 발진과 함께 발열, 두통, 설사, 탈수 증상이 나타난다. 또 생후 6개월∼6세 어린이들이 많이 걸리는 게 특징이다. 통상 여름에 많이 발생하지만 최근에는 4월부터 꾸준히 환자 수가 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어린이집, 유치원 등 집단생활시설에서 발생하면 환자가 빠르게 늘어난다”며 “집단생활시설을 다니는 어린이들에 대한 위생관리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손, 발, 입 안, 혀 같은 신체 부위에 수포성 발진이 생기는 것이 특징인 ‘수족구병’이 최근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지난달 26일부터 2일까지 의료기관 100곳을 대상으로 집계한 외래환자 1000명 당 수족구병 의사환자 수(감염 확인 환자와 의심 환자를 더한 수)는 5.9명으로 1.8명이었던 한 달 전(3월29일~4월3일)에 비해 약 3.3배 늘었다고 11일 밝혔다. 수족구병은 침, 가래, 콧물, 대변 등을 통해 전염되는 질환으로 수포성 발진과 함께 발열, 두통, 설사, 탈수 증상이 나타난다. 또 생후 6개월~6세 이하 어린이들이 많이 걸리는 게 특징이다. 통상 여름에 많이 발생하지만 최근에는 4월부터 꾸준히 환자 수가 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어린이집, 유치원 등 집단생활 시설에서 발생하면 환자가 빠르게 늘어난다”며 “집단 생활시설을 다니는 어린이들에 대한 위생관리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공무원연금, 국민연금에만 국한하지 말고 차제에 다른 공적연금 전반에 대한 개혁을 이끌어내는 계기로 삼자.” 한국연금학회와 한국재정학회의 학회장을 지낸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둘러싼 여야의 갈등과 논란을 지켜보며 이같이 말했다. 연금·재정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안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안 발표를 계기로 고질적으로 문제가 되는 ‘4대 공적연금’(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전반을 짚어봐야 한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여야의 불합리한 합의는 문제지만 연금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지금을 오히려 연금 개혁의 전환점으로 삼자는 것이다. 가장 시급한 건 연금을 앞으로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를 담은 ‘장기 재정 로드맵’을 마련하는 일이다. 적립금 규모가 약 476조 원인 국민연금을 비롯해 한국의 공적연금은 모두 가입자 수와 지급액 규모 면에서 ‘중량급’이다. 하지만 규모에 어울리는 투명하고 분명한 미래 계획이 없는 상태다. ‘기금을 소진할지 혹은 계속 유지할지’ ‘기금을 소진할 경우 정확한 소진 시점은 언제로 잡을지’와 같은 재정목표가 정해져 있지 않다. 보건복지부 고위관계자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올리는 민감하고 복잡한 이슈가 갑자기 튀어나올 수 있었던 데는 합의된 재정목표가 없다는 이유도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공적연금의 재정목표를 세우는 과정에는 ‘2030세대’의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하다. 연금 수급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선 시간이 흐를수록 돈을 내야 하는 기간이 긴 젊은 세대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연금을 관리하는 조직의 수장이 ‘낙하산’으로 채워지고, 기금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부족한 것도 개선해야 할 점으로 꼽힌다. 한편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으로 최근 ‘연금 논란’이 촉발된 것을 계기로 사학연금과 군인연금의 개선 작업을 시작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현 상태로는 2030년까지 누적 기준으로 군인연금은 약 32조 원, 사학연금은 약 20조 원의 국가 보전금이 필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올 만큼 두 연금의 부실이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부처 고위관계자는 “(국회와 정부가) 군인과 사립학교 교직원이란 조직력이 막강한 집단의 영향력 때문에 제대로 개혁 이야기를 못 꺼내는 면이 있다”며 “계속 방치하면 미래에 더 큰 부담이 된다는 것을 인정하고 본격적으로 개선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공무원·국민·군인·사학연금 등 이른바 4대 연금의 지속성에 대한 논란과 운용 부실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특히 고령화와 저출산의 영향으로 돈을 내는 사람보다 받을 사람이 급격하게 많아지면서 4대 연금에 대한 수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높다.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4대 공적연금에는 오랜 기간 지속돼 온 고질적인 문제점이 적지 않다. 특히 불투명한 미래 계획, 젊은 세대에게 부담이 커지는 구조, 전문성이 떨어지는 인력 운용 등은 공통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4대 공적연금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는 연금 운용에서 가장 근본적인 문제이기도 하다”며 “이 문제들부터 손대야 한다”고 말했다. ① 기금을 어떻게 쓰고 관리할지 목표가 없다 “적립금 규모가 500조 원 가까이 되는 국민연금에 명확한 장기 ‘재정 관리 로드맵’이 없다는 게 이해가 안 갑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의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에서 근무하며 국민연금과 관련된 리서치를 담당했던 A 씨는 “정부나 국민연금공단에 적립금을 계속 쌓을지와 중·장기적인 적립금 활용 방법 등을 포함한 공식적인 재정 목표가 없다는 점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뚜렷한 재정 목표는 연금의 안정성, 예측 가능성과 직결된다. 그런 만큼 재정과 가입자 규모가 클수록 명확한 재정 목표를 세우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4대 공적연금 중 가입자와 재정 규모가 가장 큰 국민연금조차 재정 목표가 없다. 적립금을 어떻게 쓰고, 관리할지를 담은 재정 목표가 없다는 건 재정 목표를 세우는 작업 자체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도 7일 “국민연금 적립금의 예상 고갈 시점(2060년)은 나와 있지만 재정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에 대한 국민적 토론, 합의 과정은 지금까지 없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보다는 규모가 훨씬 작지만 지난해 말 기준 약 15조7100억 원의 적립금이 있는 사학연금 역시 명확한 재정 목표가 없다. 2021년까지 얼마나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정도를 예측해 놓은 수준이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도 마찬가지다. 두 연금은 적립금이 없기 때문에 국민연금이나 사학연금처럼 장기 재정 목표를 수립하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두 연금에는 기본적인 재정 계획조차 없다. 권문일 덕성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장기 재정 목표는커녕 ‘수입과 지출을 어떻게 균형적으로 맞추겠다’ 식의 목표도 없다”며 “구체적인 균형 맞춤 원칙 정도는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② 합의 과정에 젊은 세대 참여시켜야 연금의 재정 목표를 마련하는 작업은 연금 가입자 간의 합의 과정이다. 문제는 4대 공적연금 모두 장기적으로 미래세대의 부담이 커지는 구조라는 사실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걷을 수 있거나 쌓아놓을 수 있는 돈(보험료와 적립금)은 줄어들고, 지급액은 늘어나기 때문이다. 지금 상태가 이어진다면 결국 미래세대는 어떤 연금에 가입하든 정도 차만 있지 더 많은 보험료를 내야 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국민연금의 경우도 현재 전망처럼 2060년 기금이 고갈되면 보험료를 20%(현재는 9%) 이상으로 올려야만 지급이 가능하다. 또 향후 연금의 심각한 재정 부실 상황이 발생하면 국가 보조금이 투입될 수 있는데, 이 역시 해당 시점의 국민이 내는 세금일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4대 공적연금의 재정 목표 수립 과정에는 이른바 ‘2030 세대’ 등 젊은층을 적극 참여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미래의 짐’을 직접 감당해야 할 세대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하는 사회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원종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재정추계센터장은 “공적연금의 재정 목표를 논의하는 사회적 기구에 젊은 세대가 참여하는 건 의사결정을 내리는 위치에 더 많이 분포하고 있는 기성세대의 자기중심적 결정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③ 전문인력 부족한 구조 공적연금의 재정 규모가 커지면서 인력의 전문성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연금이나 재정 전문가보다 정치인이나 고위 관료 출신이 낙하산으로 내려오는 풍토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국민연금공단의 경우 이사장을 지낸 14명 중 기금 운용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금융 전문가 출신은 2명에 불과했다.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공단도 거의 고위 관료가 이사장을 맡아 왔다. 사학연금관리공단의 경우 최근 10년간 이사장을 지낸 4명 중 1명만 금융 전문가고, 나머지는 모두 고위 관료 출신이다. 공무원연금공단도 전통적으로 이사장은 고위 관료 출신이 맡았고, 2008년 이후 상임이사도 9명 중 5명이 행정자치부(행안부, 안행부) 출신이다. 공단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우수한 기금 운용 인력에 대한 파격적인 처우가 어렵다는 점도 개선해야 할 점. 김 교수는 “지금처럼 일반 직원보다 약간 더 높은 처우를 해주는 식으로는 우수 전문인력을 유치해 운용 노하우를 배우고, 젊은 운용 인력을 양성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4대 공적연금 중 기금 운용 규모가 가장 큰 국민연금의 경우도 운용 전문인력 수가 200명 수준으로 적립금 규모가 작은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1000명)와 네덜란드 공무원연금(ABP·650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그러다 보니 국민연금공단 안팎에서는 수익률이 높은 해외 주식이나 대체 투자를 지금보다 공격적으로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도 지금 인력 수준으로는 이런 투자에 과감히 나서기 힘들고, 나선다고 해도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이세형 turtle@donga.com·우경임·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