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5번째 환자 발생…최초 환자 진료한 의사 감염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7일 01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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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감염자와 접촉했던 의료진이 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국내 메르스 감염자 수는 총 5명으로 늘어났다. 또 자가 격리 대상자 중 2명이 추가로 관련 증세를 호소해 유전자 검사에 들어가 메르스가 계속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유전자 검사 들어간 4명 중 1명 감염 확인, 2명은 검사 진행 중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26일 “최초 감염자와 접촉한 뒤 자가 격리 중이던 61명 중 이날 오전부터 발열 증세를 보인 E 씨(50), F 씨(46), G 씨(34), H 씨(31)에 대해 유전자 검사를 진행한 결과 E 씨가 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고 밝혔다.

F 씨는 음성 결과가 나왔고, G 씨와 H 씨는 오후 늦게 유전자 검사가 시작돼 27일 오전에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E 씨와 A 씨는 첫 번째 국내 감염자인 A 씨(68)가 방문한 의료기관의 의사와 간호사였다. E 씨는 A 씨가 17일 방문했던 의원급 의료기관의 의사였다. 또 F씨는 A씨가 15일 방문했던 병원에서 접수와 채혈 등의 과정에서 접촉했던 간호사였다.

현재까지 확인된 감염자들은 모두 최초 감염자인 A 씨와 직접 접촉한 사람들이다. 특히 2~4번째(3명) 감염자들은 모두 A 씨가 16일 입원한 의료기관의 2인용 병실에서 A 씨와 5시간 정도 같이 지내면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A 씨의 부인인 2번째 감염자 B 씨(63)는 A 씨를 간병하고 있었고, 3번째 환자인 C 씨(76)는 딸 D 씨(40·4번째 환자)의 간병을 받으며 해당 병실에 입원해 있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 감염자 아닌 감염자에게서도 전파되나

그러나 일각에서는 4번째 감염자인 D 씨가 잠복기에 있던 C 씨를 간병하는 과정에서 메르스에 감염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또 자가 격리 과정에서 E 씨는 부인과 딸과 같은 집에 머물렀다는 것을 감안할 때 다른 가족들에게 바이러스를 옮겼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G 씨는 A 씨와 접촉한 적이 없고, C 씨와만 5인실 병실에서 같이 지냈던 적이 있다. 또 H 씨는 A 씨가 17~20일 사이 방문했던 병원의 의사였다.

만약 G 씨와 E 씨의 가족이 메르스이 감염될 경우 최초 감염자(A 씨)가 아닌 다른 감염자를 통해서도 퍼질 수 있고, 나아가 지역사회 등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른바 ‘3차 감염’의 가능성이다.

이에 대해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은 “중동 외 지역에서 메르스가 지역사회로 퍼진 적은 없다”며 “따라서 사람 간 전파와 3차 감염 가능성을 심각하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안이했던 보건 당국 대응

하지만 보건 당국의 대응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최초 감염자가 발생했을 때부터 ‘전염성이 강하지 않다’고 강조했지만 감염자는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질병관리본부는 자가 격리 대상자들에게 가족들과 2m 이상 떨어져 있고, 방역 마스크를 사용하라고 하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이행하는 지 여부는 일일이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D 씨는 발열 증세를 호소했지만 기준 온도 이상 올라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즉각적으로 격리 조치와 유전자 검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E 씨, G 씨, H씨 가족 중 향후 발열 등 의심 증세를 보이는 사람이 생긴다면 격리 대상과 감염 의심자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질병관리본부는 이날 한층 강화된 접촉자 격리 지침을 발표했다. 지금까지는 접촉자가 38도 이상의 발열 증상을 보일 때만 국가 지정 입원 치료 병상으로 이송해 유전자 진단 검사를 실시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37.5도의 발열만 보여도 이송한 뒤 유전자 검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또 당장 우려되는 증세가 없어도 자가 격리자가 원할 경우 별도의 국가 지정 격리 시설에서 지낼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보건 당국의 조치가 안이했다는 비판은 계속 제기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세형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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