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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업계가 라이브 커머스로 손을 뻗고 있다. 배우들이 직접 영상에 출연해 공연을 소개하거나 작품에 임하는 개인적 소회, 경험도 털어놓는다. 일반 관객이 접근하기 어려운 무대 뒤편의 배우 대기실, 분장실, 소품실을 보여주고 제작진을 소개하는 ‘백 스테이지’ 영상도 인기다. 공연의 이런 저런 면모를 보여주는 라이브 커머스 콘텐츠의 목적은 결국 티켓 판매. 팬들은 영상 중간 중간에 등장하는 ‘타임세일’ 순간을 기다렸다가 저렴한 가격에 티켓을 구매하고 실시간 반응도 남긴다. 실제로 방송을 마친 다음날이면 주요 티켓 예매 사이트서 해당 작품이 순위권에 오를 정도로 티켓 판매로 이어지는 성과도 쏠쏠한 편이다. 2009년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처음으로 홈쇼핑에서 티켓 판매를 시작할 당시 큰 화제였으나, 홈쇼핑에선 다른 작품 판매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전문가들은 마니아층과 잠재 수요가 큰 라이브 커머스의 확장성을 높게 전망하고 있다. 29일 오후 뮤지컬 ‘비틀쥬스’는 인터파크TV 채널을 통해 라이브 커머스 쇼 ‘오늘도 전석매진’을 진행한다. 쇼의 길이는 약 50분. 작품에서 ‘리디아’ 역할을 맡은 홍나현 배우가 직접 일일 MC를 맡아 무대 이곳저곳을 오간다. 작품의 주역 배우인 정성화 유리아 이창용 김용수 전수미 등의 인터뷰도 담겼으며, 함께 작품을 만드는 스태프도 소개한다. 비틀쥬스의 또 다른 주역은 화려한 무대 세트와 다양한 퍼펫(인형). 홍 배우는 무대 세트를 비롯해 극 중 등장하는 스켈레톤 퍼펫 등도 직접 소개하며 쇼를 이어갔다. 라이브 커머스 쇼가 ‘라이브’를 표방하고 있지만, 사실 백스테이지 콘텐츠의 경우는 녹화 송출을 원칙으로 한다. 공연을 앞두고 무리하게 촬영을 진행하다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쇼를 기획한 CJ ENM 관계자는 “공연에 직접 출연하는 배우가 백 스테이지 풍경을 보여주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줌으로써 잠재적 관객이 극을 보다 친근하고 재밌게 받아들이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앞서 뮤지컬 ‘드라큘라’ ‘시카고’ ‘팬텀’ ‘그레이트 코멧’ 등 대극장 뮤지컬도 유튜브 채널 ‘플레이DB’와 인터파크TV 등에서 라이브 커머스를 진행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마니아 관객층이 가장 두터운 김준수 배우가 ‘드라큘라’ 편에 출연하자 팬들은 “어제 관람했는데 백스테이지와 배우 인터뷰 영상을 보고 재관람 욕구가 생겼다”는 반응을 남겼다. 인터파크TV에서 공연 라이브 커머스를 총괄하는 김선경 팀장은 “팬데믹으로 공연계가 한창 힘들 때 시작한 라이브 커머스 쇼의 성과가 좋았다. 제작사들도 콘텐츠를 키워 침체된 공연계를 살려보자고 의기투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품별, 출연자별 편차는 큰 편이지만 동시접속자수가 평균 1만5000명을 기록하고 있으며, 다음날 전석 매진으로도 이어진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공연계서는 2019년부터 라이브 방송을 통한 판매 시도가 실험적으로 진행돼왔다. 뮤지컬 ‘시라노’는 홈쇼핑 채널인 CJ 오쇼핑이나 자체 유튜브 채널을 통해 배우를 전화 인터뷰하거나 극장 로비에서 쇼도 진행됐다. 공연 티켓과 특별 MD상품도 함께 판매하는 ‘24시간 라이브 중계’도 있었다. 김 팀장은 “아직 초창기라 보완할 점도 많지만 팬데믹 시기에 극장을 찾지 못하는 관객에게도 라이브 커머스 쇼는 매력적 콘텐츠”라고 덧붙였다.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팬층이 결집하는 라이브 커머스 콘텐츠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다른 매체보다 확장 가능성이 크다. 할인판매를 통해 진입장벽을 낮추고, 마니아층에게 재관람을 유도하는 보완적 마케팅 수단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팬데믹으로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공연계가 침체된 시기. 한국 뮤지컬이 한한령(限韓令)을 뚫고 중국 시장으로 조심스레 발을 뻗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권 공연장에 한국 뮤지컬이 진출하는 건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다만 중국은 방역 지침을 대폭 완화해 띄어 앉기 없이 공연장의 전 객석을 가동하고 있어 매력적인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도시별 방역 지침의 차이는 있지만 현재 중국 내 공연장에서 관객의 마스크 착용은 필수가 아니다. 환호성도 허용된다. 국내 공연 제작사들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중국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뮤지컬 ‘더 데빌’은 1800석 규모의 대극장인 중국 상하이 그랜드시어터에서 올해 5월 관객과 만났다. 전석 매진이었다. 6월부터 베이징, 닝보, 쑤저우 등 10개 도시에서 공연을 이어갔다. 현지에서 손꼽히는 뮤지컬 스타 류링페이(劉令飛), 자판(賈凡) 등이 출연했다. 괴테의 소설 ‘파우스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 작품은 중국 정부 지침상 ‘데빌(악마)’이라는 표현을 쓸 수 없어 ‘락 파우스트’라는 제목으로 바뀌어 무대에 올랐다. 뮤지컬 ‘우주대스타’ 역시 중국 상하이 뮤지컬 전용 극장에서 종영 기한을 정해놓지 않고 공연하는 오픈런 형태로 현지 관객과 만나고 있다. 박정아 작곡가와 한지안 작가가 의기투합해 마흔 살의 무명 싱어송라이터 ‘노바’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가족 뮤지컬 ‘공룡이 살아있다’ 시리즈를 기획한 제작사 컬처홀릭도 올해 1월 중국 공연에 이어 8월 말에는 한중 동시 공연을 계획 중이다. 이 밖에도 ‘미아 파밀리아’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 ‘더 픽션’도 현지에서 공연했다. 공연업계가 중국 시장을 주목하는 건 방역 지침과 더불어 현지에서 한국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높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에 따르면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일 확진자는 수십 명대 수준. 이에 따라 공연장 풍경은 팬데믹 이전과 흡사하다. ‘더 데빌’의 김영조 알앤디웍스 PD는 “한국과 달리 중국에선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이 마스크 없이 환호성도 지를 수 있는 상황이라 놀랐다. 해외서 관객층을 확장할 수 있어 희망적이다”고 말했다. ‘우주대스타’를 지원한 CJ문화재단의 김명호 과장은 “중국 공연장에선 무대에 올릴 콘텐츠가 부족해 정서와 이야기에 공감하기 쉬운 한국 뮤지컬이 각광받는다”며 “라이선스비 외에 현지 티켓 판매량에 비례해 수익을 얻을 수 있어 제작사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물론 코로나19와 한한령으로 제작진, 배우의 왕래가 쉽진 않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 라이선스를 사들여 중국 배우, 제작진이 직접 극을 현지화해 만든 공연이 주를 이룬다. 김 과장은 “한한령이 문서화되거나 실체가 있는 게 아니다 보니 현지 기획사도 분위기를 살피는 상황이라 아직은 오리지널 공연보다는 라이선스 공연을 선호한다”고 했다.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을 지낸 이유리 서울예술단 이사장은 “중국 시장은 아직 개척 단계지만 성장 가능성이 매우 커 팬데믹 기간은 물론 이후로도 한국 뮤지컬의 주요 확장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새 단장을 마친 서울 중구 국립극장이 올 시즌(9월 1일∼2022년 6월 30일) 풍성한 라인업으로 관객과 만난다. 명창 안숙선부터 밴드 이날치의 음악감독 장영규, 연출가 겸 안무가 정영두, 극작가 배삼식, 뮤지션 정재일, 현대무용가 차진엽 등이 꾸민 무대가 가득하다. 국립극장은 최근 ‘2021∼2022 국립극장 레퍼토리 시즌’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10개월에 걸쳐 신작 22편, 레퍼토리 10편, 상설공연 15편, 공동 주최 9편 등 총 56편의 작품을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국립극장 3개 전속단체인 국립창극단, 국립무용단, 국립국악관현악단을 비롯해 8개 국공립, 민간 단체가 참여한다. 4년에 걸친 리모델링 끝에 재개관하는 해오름극장에선 국립국악관현악단의 관현악 시리즈Ⅰ ‘천년의 노래, 리버스(REBIRTH)’가 9월 1일 첫 무대를 연다. 극장의 건축음향을 극대화한 작품으로 국립합창단과 명창 안숙선이 협연한다. 미디어아트 작가 이이남의 작품과 60인조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어우러진 ‘황홀경’(2022년 6월 15일)도 기대작이다. 국립창극단도 매력적인 신작들을 예고했다. 9월 15∼21일 해오름극장에서 ‘흥보展(전)’을 초연한다. 김명곤이 연출을 맡았으며, 안숙선 명창이 작창, 최정화가 시노그래피를 책임진다. 셰익스피어 비극을 풀어낸 ‘리어왕’(2022년 3월 17∼27일)은 정영두가 연출을 맡으며, 극작 배삼식, 작창 한승석, 작곡 정재일 등 각 분야 스타 제작진이 총출동한다. 젊은 소리꾼의 참맛을 보여준 ‘절창’ 시리즈는 이번에 두 번째 시즌을 맞아 ‘절창Ⅱ’(2022년 6월 25, 26일)를 선보인다. 민은경, 이소연 두 소리꾼이 출연한다. 국립무용단은 손인영 예술감독의 첫 안무작 ‘다섯 오’(9월 2∼5일)로 포문을 연다. 동양의 전통 사상인 음양오행을 통해 인간은 자연의 일부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신작 ‘다녀와요, 다녀왔습니다’(11월 11∼13일) 역시 손 예술감독이 안무를 맡았고, 밴드 이날치의 리더 장영규가 작곡과 음악감독을 맡았다. 현대적 창작 춤을 표현한 ‘더블빌Ⅰ,Ⅱ’(2022년 4월 21∼24일)도 주목할 만한 무대다. 현대무용단 고블린파티, 스타 현대무용가 차진엽 등과 협업한다. 영국 내셔널시어터의 실황 영상을 상영해 인기를 끌었던 ‘NT Live’는 올 시즌 ‘엔톡 라이브 플러스(NTOK Live+)’로 확장한다. 영국뿐 아니라 프랑스 네덜란드 등 유럽 주요 극장의 무대를 국립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해외 초청작으로는 독일 연출가 주자네 케네디의 ‘울트라월드’(11월 25∼27일)가 해오름극장에서 국내 관객과 만난다. 지난 시즌 팬데믹으로 연기된 티아구 호드리게스 연출의 ‘소프루(Sopro·2022년 6월 17∼19일)’도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고 김현식의 ‘사랑했어요’ ‘비처럼 음악처럼’을 밴드 플라워가 부른다면?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 가요계는 록 발라드의 전성기였다. 음반차트 제패는 기본이며 콘서트마다 떼창 풍경을 연출했고 열성적 팬덤을 탄생시켰다. 스타도 많았다. 얀, 야다, 김경호, 엠씨더맥스, 버즈…. 그중에는 플라워의 보컬 고유진(45)도 있었다. ‘Endless’ ‘걸음이 느린 아이’ ‘애정표현’이 대표곡이다. “노래를 기다리는 팬들이 있어 매년 앨범을 안 낼 수가 없었다”는 그가 이번에는 가객(歌客) 김현식의 노래를 들고 뮤지컬 ‘사랑했어요’ 무대에 선다. 22일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에서 만난 고유진은 “김현식 선배의 거친 느낌을 따라하려 해도 한계가 있지만, 분위기는 비슷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가수의 삶을 다룬 작품인 만큼 제 이야기라 생각하고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작품은 김현식의 명곡으로 구성한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유명 싱어송라이터인 이준혁의 엇갈린 사랑과 음악 이야기로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2019년 초연했으며 올해 이야기를 대폭 가다듬었다. 가장 큰 변화는 주인공 배역을 ‘현재 이준혁’과 ‘과거 이준혁’으로 나눈 것. 현재 이준혁은 조장혁 정세훈 성기윤이, 과거 이준혁은 고유진과 함께 홍경인 김용진이 맡는다. 절친한 동생 기철 역엔 세븐 강승식(빅톤) 박정혁 선율(업텐션)이 출연한다. 고유진은 김현식의 노래를 본인 색채로 재해석하는 기쁨과 부담감을 동시에 안고 있다. 그는 “원곡을 떠올리고 오시는 관객이 많아 어떻게 좋은 느낌으로 노래를 전할지 고민한다”면서도 “숨은 명곡을 발견한 건 생각지 못했던 기쁨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준혁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사랑했던 이도 있었고, 음악에 미친 듯 빠져 지낼 때도 있었죠. 젊은 시절의 저도, 그리고 김현식 선배도 이준혁처럼 밝고 솔직하고 열정적이었을 겁니다.” 대중에게 ‘배우’보다 ‘플라워’의 이미지가 여전히 강한 그는 2012년 ‘모차르트 오페라 락’으로 뮤지컬의 문을 두드렸다. “아무것도 몰랐고 욕도 많이 먹었다”지만 “동료들과 동고동락하는 느낌이 좋았다”고 했다. 첫 무대에 서기 전까진 긴장했어도 관객 앞에 서니 떨림은 사라졌다. 수천 명 관중 앞에서 매년 콘서트를 해왔기 때문일까. 그는 지금도 무대가 더 편하다. 당시 함께 출연한 배우 신성우는 “네 에너지가 정말 좋다”며 칭찬했다고. 이후 ‘최후진술’ ‘투모로우 모닝’ 등 대학로 무대에 꾸준히 올랐다. 창작 뮤지컬 ‘6시 퇴근’은 가장 오랜 기간 출연한 작품이다. 고유진은 “자신감이 붙었어도 늘 무대 위 연기에 대한 조언을 듣는다”고 했다. 뮤지컬 배우로서 그의 무기는 강력한 성량과 폭발적 고음. 한창 목을 많이 쓸 때도 음역대, 컨디션을 철저히 관리한다. “쉴 땐 말도 잘 안 한다”며 웃었다. ‘기복이 없는 배우’라는 평을 듣는 이유다. 1999년 데뷔해 20년 넘게 활동한 그는 케이팝의 세계적인 흥행을 기뻐했다. “여러 장르가 공존하는 다양성까지 확보하면 한국 가요계는 더할 나위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짱짱한’ 목소리로 실력이 건재한 가수, 배우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8월 14일부터 10월 31일까지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BBCH홀, 8만∼14만 원, 8세 이상 관람가.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이번 휴가엔 ‘득근’하러 갑니다.” 휴가철 늘어지게 쉬며 놀고먹기엔 좀이 쑤시는 신인류가 등장한 걸까? 휴가 중에 운동도 살짝 곁들이던 이들과도 뭔가 다르다. MZ세대에겐 휴가를 바쳐 운동에 매진하는 ‘스포츠케이션(Sportscation)’이 익숙하다. 득근(得筋·근육을 얻는다는 뜻의 은어)을 휴가의 목표로 삼는 이들도 있다. 스포츠케이션은 스포츠(sports)와 휴가(vacation)를 합친 신조어로, 방점은 ‘휴가’보다 ‘스포츠’에 찍힌다. 휴가지, 숙소, 일정, 예산도 모두 즐기려는 스포츠에 따라 결정된다. 휴가 동반자 역시 같은 운동을 즐기는 동료가 된다. MZ세대에게 인기 있는 종목은 골프, 헬스, 서핑, 자전거, 테니스 등 다양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홀로 또는 소수 인원이 즐기는 종목이 많다. 해외여행에 제약이 생기고, 여럿이 함께하는 활동을 피하게 되면서 이 같은 변화가 나타났다. 팬데믹으로 인해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도 스포츠케이션 붐을 키우고 있다. 직장인 권수정 씨(33)는 올여름 제주도에서 3박 4일 골프 휴가를 계획 중이다. 온라인으로 골프투어 상품을 예약해 이틀간 골프장을 이용하며 남은 시간엔 숙소에 머물거나 인근 관광지를 둘러보는 일정을 잡았다. 권 씨는 “골프장을 먼저 정하고 난 뒤에 연계된 숙소, 인근 식당, 여행 동선이 결정됐다. 코로나 이후 골프를 시작한 지인들과 휴가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친구들과 7월 말 전북 고창으로 휴가를 갈 예정인 김학영 씨(28)는 “요즘은 휴가 때 운동을 하고 덤으로 여행도 해보자는 분위기”라며 “마침 고창에 가본 적이 없어 골프를 마치고 시간이 되면 둘러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여행 중 동선을 최소화하고 보다 저렴하게 골프를 즐기려는 이들을 위해 스크린골프 시설을 갖춘 ‘스크린골프 펜션’도 인기다. 서핑도 스포츠케이션 인기 종목이다. 서핑보드만 있으면 혼자서도 하루 종일 즐길 수 있기 때문. 제주도로 서핑 휴가를 다녀온 이성민 씨(34)는 “나흘 동안 오전부터 저녁까지 서핑을 즐겼다. 제주도엔 다른 유명 관광지도 많지만 파도가 좋은 해변만 찾아 이곳저곳 다녔다”고 했다. 운동을 할 수만 있다면 휴가는 굳이 멀리 떠날 필요가 없는 개념이 됐다. 서울시내 5성급 호텔은 헬스와 휴가를 동시에 즐기려는 이들에겐 최적의 장소다. 손원일 씨(37) 부부는 올여름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휴가를 보낼 계획이다. 손 씨는 “고급 호텔에는 평소 보지 못한 비싼 운동기구가 많고, 수영도 할 수 있다. 휴가 중에도 건강 관리는 필수”라고 털어놨다. 도심 강변이나 교외에서 즐길 수 있는 자전거 라이딩, 테니스도 수요가 많다. 골프와 서핑을 즐기는 MZ세대의 비율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6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3년 이하 골프 입문자 중 20대부터 40대 인구 비율은 지난해 6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서핑 휴가지로 꼽히는 강원 양양의 경우 2018년 50대 이상 관광객이 주를 이뤘던 데 반해 지난해에는 20, 30대 관광객의 비율이 67.5%로 나타났다. ‘프립’ ‘마이리얼트립’ ‘카카오골프’를 비롯한 온라인 여행, 액티비티 플랫폼에서도 골프와 서핑이 주요 스포츠케이션 상품군이다. 충북에서 스크린골프펜션을 운영하는 한 운영자는 “여행상품을 통해 펜션을 찾는 20, 30대의 예약 문의가 지난해 말부터 폭발적”이라고 했다. 스포츠케이션의 인기는 팬데믹 이후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권 씨는 “코로나 이전 운동과 휴가는 별개였다. 앞으로는 시간을 헛되게 쓰지 않았다는 심리적 보상감과 건강관리를 동시에 하기 위해 스포츠케이션만 즐길 생각”이라고 했다. 김 씨는 “해외여행을 못 가니 의도치 않게 잉여자금이 생겼다. 평소에 즐기기 힘든 스포츠와 건강에 투자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60·사진)이 국내 TV 프로그램에 처음으로 출연한다. CJ ENM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8월 6일 tvN ‘월간 커넥트’에 출연한다고 21일 밝혔다. 월간 커넥트는 온라인으로 세계적인 지식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시사교양 프로그램이다. 이번 방송은 오바마 전 대통령과 화상으로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인간적이고 솔직한 면모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정치인, 남편, 아버지로서 일과 가정에 모두 충실할 수 있었던 배경, 정책을 홍보하기 위해 대중과 밀접하게 소통하는 과정과 비결을 전한다. 또 대통령 퇴임 후 펴낸 회고록 ‘약속의 땅(A Promised Land)’의 출간 뒷이야기를 비롯해 케이팝과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등 한류 문화에 관한 이야기도 나눌 예정이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이것은 공연인가, 명상인가. 무대 위에 오른 3명의 퍼포머는 마치 수양을 하듯 시종일관 차분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소품을 지그시 바라보다 정성스레 어루만지며, 책 속의 한 구절을 도인처럼 읽기도 한다. 무대 한가운데 향도 피워놓고 이따금 싱잉볼도 연주한다. 관객들은 무대 위에 설치된 30석 규모의 객석에 앉아 ‘앰비언트 사운드(편안한 환경 음악)’를 감상하고 명상한다. 퍼포머 3인은 말한다. 공연을 보고 집에 돌아가셔서 부디 편히 주무셨으면 좋겠다고. 23, 24일 서울 중구 서울남산국악당 크라운해태홀에서 열리는 ‘새로운 명상법: Tradirapy’는 명상과 공연의 중간쯤에 있는 독특한 무대를 구현한다. 공연명은 전통(Tradition)과 치료(Therapy)를 합친 말. 관객이 뭔가 보고 듣고 채우는 여느 공연과 달리 비워내는 데 초점을 뒀기에 ‘공(空)연’이라 할 수 있다. 작품을 꾸민 이들은 해금 연주자 나무령(본명 김남령·30), 앰비언트 사운드 작가 윤숙영(27), 비주얼 디자이너 카야(본명 김지영·30) 3인이다. 19일 서울남산국악당에서 만난 이들은 “물, 빛, 공기 등 자연에서 얻은 여러 느낌을 시각화, 청각화했다. 관객들이 평온하게 자신을 돌아보는 무대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앰비언트 뮤직을 활용한 공연은 흔치 않다. 편안한 소리를 음악으로 즐기려는 이들은 주로 유튜브, 사운드 클라우드 같은 온라인 플랫폼을 찾는다. 나무령은 “듣고 싶지 않고, 보고 싶지 않은 매체들에 우린 항상 노출돼 있다”며 “공연장에서라도 마음을 비워내길 바란다. 쓰레기통을 탈탈 털어 비우는 느낌보다는 분리수거하듯 마음을 정리하는 느낌에 가깝다”고 했다. 카야는 “명상이 ‘멍 때리기’로만 인식되는 경향이 있는데 저희는 우리 자신에게 집중할 시공간을 제공한다”고 했다. 참신한 무대를 반기는 이들도 있지만 여전히 이들의 공연은 실험적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카야는 “저희 공연이 지루하진 않을지 불안감과 싸운다”고 했다. 게다가 관객이 체험할 흥미 요소를 더하고 싶어도 팬데믹으로 무대 위 모든 걸 최소화해야 하는 상황. 하지만 이들이 6월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을 통해 실험한 ‘온라인 음감회’에서의 반응은 예상보다 긍정적이었다고. 윤숙영은 “평소 제 음악을 누가, 어디서, 어떻게 듣는지 알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관객들이 저희 음악을 진지하게 듣는 모습을 지켜보니 울컥하면서 자부심도 생겼다”고 털어놨다. 전공 분야는 달라도 “서로의 색을 ‘레이어드’하듯 더한다”는 이들은 앞으로도 현대인에게 “치유의 예술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세 사람은 “이번 공연에서 개운함을 얻어가기 바란다”고 했다. 전석 2만5000원, 16세 이상.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사진)이 국내 TV 프로그램에 처음으로 출연한다. CJ ENM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8월 6일 tvN ‘월간 커넥트’에 출연한다고 21일 밝혔다. 월간 커넥트는 온라인으로 세계적인 지식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시사교양 프로그램이다. 이번 방송은 오바마 전 대통령과 화상으로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인간적이고 솔직한 면모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정치인, 남편, 아버지로서 일과 가정에 모두 충실할 수 있었던 배경, 정책을 홍보하기 위해 대중과 밀접하게 소통하는 과정과 비결을 전한다. 또 대통령 퇴임 후 펴낸 회고록 ‘약속의 땅(A Promised Land)’의 출간 뒷이야기를 비롯해 케이팝과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등 한류 문화에 관한 이야기도 함께 나눌 예정이다. 앞서 이 프로그램에는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 세계적 투자자인 짐 로저스 등이 출연한 바 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방탄소년단(BTS)을 넘어설 수 있는 건 방탄소년단뿐이었다. BTS의 세 번째 영어 신곡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가 앞서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에서 7주 연속 1위를 차지한 자신들의 노래 ‘버터(Butter)’와 바통 터치하며 정상에 등극했다. BTS는 10개월 2주 만에 5곡을 빌보드 1위에 올려놓으며 비틀스와 마이클 잭슨의 기록을 소환할 만큼 팝의 역사를 써 나가고 있다. 19일(현지 시간) 미국 빌보드는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메인 차트인 ‘핫 100’에서 BTS의 퍼미션 투 댄스가 1위로 진입했다고 밝혔다. 9일 발표된 이 곡은 영국의 세계적인 싱어송라이터인 에드 시런이 작업에 참여해 더욱 화제였다. 빌보드 핫 100 차트는 음원 다운로드 및 실물 음반 판매량, 스트리밍 수치, 라디오 방송 횟수 등을 합산해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곡의 순위를 매긴다. 퍼미션 투 댄스는 발매 이후 일주일 동안 스트리밍 1590만 회, 라디오 청취자 수 110만 명, 음원 다운로드 14만100회를 기록했다. 같은 시기에 신곡을 낸 팝스타 저스틴 비버, 빌리 아일리시 등을 압도하는 기록이다. BTS는 20일 일본에서도 버터와 퍼미션 투 댄스가 수록된 싱글 CD로 오리콘 주간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했다.BTS, 10개월 2주만에 5개곡 빌보드 1위 올려… 마이클 잭슨 이후 최단기록‘버터’ 이어 1위 릴레이 ‘퍼미션 투 댄스’의 정상 등극은 케이팝의 역사는 물론이고 팝의 역사도 새로 쓰고 있다.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한 가수가 기존 1위 곡에 이어 후속 신곡으로 정상을 차지하는 건 이례적이다. 당대 최고의 팝스타만 가능한 기록으로 평가받고 있다. 인기 래퍼 드레이크가 2018년 7월 자신의 곡으로 차트 1위를 이어간 이후 무려 3년 만에 나온 기록이다. 신곡을 발표하자마자 곧바로 빌보드 핫100 차트에 1위로 진입하는 이른바 ‘핫샷’도 BTS에게 4곡이 쌓였다. 이는 아리아나 그란데(5곡), 저스틴 비버와 드레이크(각 4곡)에 이어 4번째다. BTS가 5개 곡을 차트 1위에 올려놓은 속도는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 이후 최단 기록이다. BTS는 ‘다이너마이트’ 이후 10개월 2주 만에 ‘새비지 러브’ 리믹스(피처링 참여), ‘라이프 고스 온’, ‘버터’, ‘퍼미션 투 댄스’를 잇달아 발표해 1위에 올려놓았다. 마이클 잭슨은 1987년부터 1988년 사이 약 9개월 2주 동안 ‘배드(Bad)’ 앨범에서 발표한 다섯 곡을 빌보드 정상에 올려놓았다. 역대 최단 기록을 가진 가수는 1964년 6개월 동안 다섯 곡으로 핫100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영국의 밴드 ‘비틀스’다. 퍼미션 투 댄스에 1위를 넘겨준 버터는 여전히 높은 판매량을 올리며 7위를 기록했다. BTS의 빌보드 차트 장악에 대해 외신들은 BTS가 첫 번째 영어 곡인 다이너마이트를 통해 본격적으로 팝 시장 공략에 나선 이후 단기간에 확고한 글로벌 팬덤을 구축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BTS는 20일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버터의 바통을 이어받아 1위를 차지한 퍼미션 투 댄스, 두 곡 모두 1위로 차트 데뷔라니”라며 기쁨을 표했다. 유튜브와 BTS는 23일부터 유튜브의 쇼트폼 서비스인 ‘유튜브 쇼츠’를 통해 ‘#PermissiontoDance’ 챌린지도 선보일 예정이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무용수로서 제 이력서는 끝을 찍어 더 올라갈 곳이 없어요. 하지만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아직 보여줄 춤이 더 많은 걸요.” ‘파리의 별’ 박세은(32)이 금의환향했다. 세계 최정상급 발레단인 파리오페라발레단(BOP)에서 6월 10일(현지 시간) 동양인 최초로 최고 등급 무용수인 ‘에투알(etoile·별)’로 지명된 그는 19일 서울 강남구 마리아칼라스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에투알 중에서도 가장 빛나고 큰 에투알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BOP의 비시즌 기간을 맞아 15일 귀국한 그는 프랑스에서 백신 접종 후 자가 격리를 면제 받아 이날 첫 공식 행사를 가졌다. 박세은은 “승급 후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들떠 있는 상태”라며 “동료, 친구들의 축하 메시지에 아직도 답장을 다 못 했다. 응원해주시는 국내, 해외 모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춤을 추겠다”고 말했다. 한국 가족과 친구들의 축하도 의미가 깊지만 옆에서 10년간 그를 지켜본 발레단 동료들이 보낸 박수는 유독 묵직했단다. 그는 “동료들이 제 승급을 진심으로 기뻐했던 건 실력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어려서부터 배운 러시아 ‘바가노바’식 발레를 내려놓고, 바닥에서부터 프랑스식 발레를 새롭게 익혀 정상에 오른 노력에 대한 박수였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에투알은 제게 10년의 기다림, 간절함을 의미한다”고 했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묻는 질문에 박세은은 2011년 BOP 입단 순간을 떠올렸다. 당시 그의 춤에 대한 평가는 크게 둘로 나뉘었다. 순혈주의의 벽과도 싸워야 했다. “제 춤을 본 이들은 감정 표현 없이 기술만 뛰어나다거나 프랑스인 무용수들보다 큰 무용수가 될 것이라는 의견으로 갈렸어요. 또 현재 여성 에투알 10명 중 8명이 BOP 발레학교 출신일 정도로 보이지 않는 벽도 있죠. 부정적 평을 딛고 발레에 대한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프랑스 관객마저 결국 제 춤을 인정한다고 느꼈을 때 행복했어요.” 박세은의 새 시즌은 9월 24일 프랑스어로 ‘행진’을 뜻하는 ‘데필레(defile)’에서 시작한다. 약 250명의 무용수가 15분 동안 관객 앞에서 가장 화려한 퍼레이드를 펼치는 BOP의 공식 전통 행사다. 박세은은 왕관을 쓴 채 행진한다. 뒤이어 ‘에튜드’ 개막 공연도 펼친다. 그는 “새롭게 에투알이 된 저를 소개하는 의미가 있는 자리다. 세계적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이 첫 데필레 지휘를 맡아 더 특별한 행진이 될 것 같다”며 기대감을 표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산업 재해로 뜯기고 잘려 나간 노동자들의 육신. 그 육신으로 빚어진 ‘괴물B’의 몸 구석구석엔 차마 세상에 외치지 못한 노동 현장의 상처들이 담겨 있다. 여러 노동자의 몸 조각들로 만들어진 그는 사고 당시 몸의 각 부위가 기억하는 고통이 되살아날 때마다 끔찍하게 괴로워한다.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이 존재는 과연 상처를 극복할 수 있을까. 고전 프랑켄슈타인이나 공상과학물을 떠올리게 할 만큼 뼈아픈 이 줄거리는 손원정 연출가(47)의 신작 연극 ‘괴물B’의 이야기다. 20대 배달 노동자 ‘연아’와 만나 고통의 흔적을 좇기 시작하는 괴물B는 산업화 이후 폐기된 노동자의 육신에 대해 말한다. 극작가 한현주의 희곡에 배우 이영주, 오대석, 정선철, 이은정 등이 출연한다. 15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카페서 만난 손 연출가는 “산업 재해는 통계 속 숫자나 기사로만 접할 뿐이다.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이들도 잠깐 슬퍼하다 다시 바쁜 일상으로 돌아가는 일을 반복하게 된다”며 “그간 소외된 목소리를 꼭 무대화하고 싶었다”고 했다. 최근 국내 연극계에서는 노동을 주제로 다룬 작품이 잇따라 공연됐다. 그는 “파손된 몸의 조각으로 하나의 기이한 존재를 탄생시켰다는 희곡이 매력적”이라면서도 “한 작가가 노동문제를 예리하게 읽어낸 데 비해 저는 비교적 안전한 환경에서 자라 육체노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가 이 이야기를 과연 잘 펼쳐낼 수 있을지 두려움도 컸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결국 이에 대한 고민은 여느 연극처럼 “우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인간 존재론적 질문으로 귀결됐다. “무겁고 답답할 수 있는 주제지만, 무게감에 짓눌리지 않고 우리 삶의 한 단면을 건강하게 풀어내고 싶다”고 했다. 희곡에서 주인공 괴물B와 교감하는 20대 여성 연아는 당초 공장 노동자로 설정돼 있었다. 극을 다듬는 과정을 거쳐 이번 극에서는 배달 아르바이트 노동자로 직업이 바뀌었다. 손 연출가는 “삶과 더 밀착한 모습으로 그리고 싶었다. 팬데믹 기간 중 배달 아르바이트에 뛰어들기 시작한 저희 극단 단원이 늘어나 여러 조언을 얻었다”고 했다. 손 연출가는 상상력 넘치는 이 대본에 관객이 쉽게 공감할 방법을 찾느라 고심 중이다. “괴물B의 의상은 깔끔해야 할 것만 같아요. 온몸이 쓰레기, 누더기 같을수록 겉옷만큼은 깨끗하게 입고 싶지 않을까요? 몸짓은 어떨까요. 어딘가 어색하고 틀어져 있지만,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묘한 뒤틀림이 필요해요. 일상에서 우리가 쉽게 지나치는 산재 피해자처럼 말이죠. 뺀질뺀질한 자본주의 세계에서 희생자는 계속 나올 수밖에요.” 연극계에서 드라마투르크, 번역가, 연출가로 20년 넘게 활동한 그는 지난해 ‘스탈린에게 보내는 연애편지’를 비롯해 ‘맨 끝 줄 소년’ ‘애들러와 깁’ 등을 연출했다.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의 딸이자 베스트셀러 ‘아몬드’를 집필한 손원평 작가의 언니이기도 하다. 그는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사뮈엘 베케트의 희곡을 공부하면서 제 길은 자연스레 연극으로 이어졌다”며 “제게 연극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소중하게 듣는 작업”이라고 답했다. 손 연출가는 이번 작품의 줄거리를 접하고 ‘좀비’를 떠올린 이도 많다고 했다. “좀비는 어딘가 숨어 있거나 특수한 상황에서만 나타나잖아요. 그런데 괴물B는 그렇지 않아요. 평범한 일상 공간에서도 잠재적 괴물B, C, D 같은 희생자는 얼마든지 더 나올 수 있으니까요.” 23일부터 8월 1일까지, 서울 종로구 알과핵 소극장, 3만 원, 14세 관람가.김기윤 기자 pep@donga.com}

한국 발레의 별이 러시아의 백야를 빛낸다. 세계 정상급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의 수석무용수 김기민(29·사진)이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에서 18일(현지 시간) 그의 이름을 딴 단독 무대에 오른다. 이 극장 최대 축제로 꼽히는 ‘백야의 별들’에서 마지막 무대를 장식하게 됐다. 그는 16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제 이름을 걸고 역사적 극장에서 공연한다는 사실이 지금도 믿기지 않아 심장이 매일 쿵쾅댄다”며 기뻐했다. 이어 “체력적, 정신적으로 집중해 한국 무용수로서 이름을 빛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창립 2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마린스키 발레단에서 무용수 이름을 내건 단독 공연은 흔치 않다. 그는 2년 전에 이어 두 번째로 이 기회를 잡았다. ‘마린스키의 얼굴’로 최고 스타 반열에 오른 그에게 올해 입단 10주년을 맞아 단독 무대가 마련된 것. 김기민은 “캐릭터마다 완벽히 다른 스타일의 춤을 선보이는 게 목표”라며 “비록 제가 러시아 관객 앞에 서지만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을 잊지 않고 땀 흘리겠다”고 강조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운동선수 박태환 모태범 등 JTBC ‘뭉쳐야 찬다2’의 출연자 5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SBS ‘골 때리는 그녀들’에 출연 중인 모델 겸 방송인 한혜진도 확진되는 등 방송가에 방역 비상이 걸렸다. 일각에선 인기 출연자들이 여러 프로그램에 겹치기 출연하는 특성상 추가 확진자 혹은 자가 격리자가 발생하면 촬영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6일 JTBC 등에 따르면 예능 프로 ‘뭉쳐야 찬다2’ 출연진 5명이 확진됐다. 배구선수 출신 방송인 김요한이 15일 확진 판정을 받은 데 이어 10일 그와 함께 녹화 출연한 박태환 모태범 윤동식 이형택이 확진됐다. 제작진은 “다른 출연진도 검사 후 자가 격리에 들어가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촬영은 전면 중단된 상태로 앞으로 주의를 기울이며 방송을 제작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프로그램에는 김성주 정형돈 등 유명 MC들도 출연 중이라 추가 감염 우려가 제기된다. 김요한과 함께 iHQ ‘리더의 연애’ 프로그램에 출연한 한혜진도 16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김구라 박명수는 음성 판정을 받고 자가 격리 중이다. 한혜진의 확진으로 그가 출연 중인 SBS ‘골 때리는 그녀들’ 제작진에도 비상이 걸렸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한국 발레의 별이 러시아의 백야를 빛낸다. 세계 정상급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의 수석무용수 김기민(29·사진)이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에서 18일(현지시간) 그의 이름을 딴 단독 무대에 오른다. 이 극장 최대 축제로 꼽히는 ‘백야의 별들’에서 그의 공연이 마지막 무대를 장식하게 됐다. 김기민은 16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제 이름을 걸고 역사적인 극장에서 공연한다는 사실이 지금도 믿기지 않아 심장이 매일 쿵쾅댄다”며 기뻐했다. 이어 “지난해 팬데믹으로 전 세계 공연장이 멈췄고 올해도 많은 무용수, 예술인들이 고통 받았다. 2주에 한 번씩 유전자증폭검사(PCR)를 받는 과정에서 공연 전날이나 당일에도 접촉자가 생기거나 환자가 발생하면 캐스팅이 바뀌는 것도 일상”이라고 했다. “소중한 무대인만큼 체력적, 정신적으로 집중해 한국 무용수로서 이름을 빛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창립 2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마린스키 발레단에서 무용수 이름을 내건 단독 공연은 흔치 않다. 하루에 진행하는 여러 프로그램을 본인이 직접 꾸며야하는데다 다양한 레퍼토리를 소화하기에 실력은 기본. 넓은 극장 좌석을 모두 채울 수 있는 티켓 파워까지 겸비한 무용수만이 이 무대에 설 수 있다. 그는 2년 전에 이어 두 번째로 이 무대의 기회를 잡았다. ‘마린스키의 얼굴’로 최고 스타 반열에 오른 그는 2011년 동양인 최초로 이 발레단에 퍼스트 솔리스트로 입단해 올해로 10년을 맞았다. 다시 한 번 찾아온 단독 무대를 앞둔 그는 “러시아는 지난해 팬데믹을 겪은 뒤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빠르게 발레 공연을 재개했다. 상황에 따라 객석 수용인원을 25%, 50%, 75%로 조정하면서 공연을 진행해왔고 덕분에 여러 무대에 꾸준히 오르며 체력, 정신력을 꾸준히 관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기민은 이번 공연에서 극장의 여러 파트너들과 함께 작품을 꾸민다. 독무를 포함해 총 5개의 단편 작품을 준비했다. 공연 1막에서 김기민은 발레계 아카데미상인 ‘브누아 드 라 당스’를 2016년 수상할 당시 선보인 발레 ‘라 바야데르’ 2막을 펼친다. 2막에서는 차이콥스키 파드되와 신영준의 안무작 ‘새드니스’의 독무를 춘다. 이어 마린스키 최고의 발레리나 빅토리야 테료시키나와 호흡을 맞추는 프랑스 현대 발레 ‘르 팍(Le Parc)’도 선보인다. 3막에서는 김기민이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사랑의 전설’을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고전 발레부터 맨발로 춤추는 현대 발레까지 관객이 보고 싶어 하는 제 춤을 꼽았어요. 한 가지 배역만 3시간씩 연기하는 발레와 달리 5개 배역을 한 번에 맡는 건 언제나 큰 도전이죠.” 여러 작품에 동시에 임하는 그는 “제 춤을 본 관객이 제가 출연했던 다른 작품을 떠올리게 해선 절대 안 된다. 그 지점을 가장 경계한다”는 평소 지론을 강조했다. 이어 “작품마다 맞는 춤의 스타일이 있다. 이번에는 5개 작품이 갖는 뚜렷한 특징을 표현하면서 김기민만이 가진 색을 함께 보여주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팬데믹 기간 발레 공부에 몰두한 그는 틈 날 때마다 ‘기본’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했단다. 오래된 사진, 비디오, 문헌을 찾아보는 방법을 택했다. 그는 “러시아에는 발레 관련 자료가 정말 무궁무진해서 공부하기 좋다. 춤이 여러 무용수를 거치고 시간이 흐르면서 원형은 자연스럽게 변질된다. 결국 가장 기초로 돌아가 어떻게 안무된 작품인지, 작품엔 어떤 철학이 담겼는지 연구해야 한다”고 했다. 부단한 노력으로 세계 정상을 유지하는 그는 개성이 뚜렷한 무용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같은 춤을 추더라도 더 눈길이 가는, 모든 춤에서 김기민의 향이 짙게 묻어나는 춤을 추고 싶다는 바람이다. “이제는 제 춤의 개성을 숨기기보다 더 강하게 끌어내는 방법도 연구하고 있어요.” 한국인으로서 10년 째 러시아 무대를 빛내고 있는 그의 정신적 동력 중 하나는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이다. 올 초 팬데믹으로 국내 관객과 만날 기회가 무산된 아쉬움은 지금도 여전하다. “러시아를 비롯해 해외 각국 관객들이 제게 많은 관심을 주시는 건 감사한 일이죠. 하지만 저는 러시아에서 춤추는 한국인 무용수입니다. 한국인이라는 걸 평생 잊지 않고 춤춰왔어요. 제 노력이 관객에게 전달된다면 한국에 대한 관심과 사랑도 커지지 않을까요?”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운동선수 박태환 모태범 등 JTBC ‘뭉쳐야 찬다2’의 출연자 5명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SBS ‘골 때리는 그녀들’에 출연 중인 모델 한혜진도 확진되는 등 방송가에 방역 비상이 걸렸다. 일각에선 인기 출연자들이 여러 프로그램에 겹치기 출연하는 특성상 추가 확진자 혹은 자가 격리자가 발생하면 촬영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6일 JTBC 등에 따르면 예능 프로 ‘뭉쳐야 찬다2’ 출연진 5명이 확진됐다. 배구선수 출신 방송인 김요한이 15일 확진 판정을 받은 데 이어 10일 그와 함께 녹화 출연한 박태환 모태범 윤동식 이형택이 확진됐다. 제작진은 “다른 출연진도 검사 후 자가 격리에 들어가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촬영은 전면 중단된 상태로 앞으로 주의를 기울이며 방송을 제작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프로그램에는 김성주 정형돈 등 유명 MC들도 출연 중이라 추가 감염 우려가 제기된다. 김요한과 함께 iHQ ‘리더의 연애’ 프로그램에 출연한 모델 겸 방송인 한혜진도 16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김구라 박명수는 음성 판정을 받고 자가 격리 중이다. 한혜진의 확진으로 그가 출연 중인 SBS ‘골 때리는 그녀들’ 제작진에도 비상이 걸렸다. 최근 녹화가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출연진과 제작진 모두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후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앞서 보컬그룹 ‘노을’의 멤버 이상곤도 15일 양성 판정을 받았다. 그는 11일 연극 ‘러브이즈타이밍’에서 함께 공연한 상대 배우가 확진돼 밀접접촉자로 분류된 상태였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웃음, 흥, 사랑이 고픈 자를 위한 150분의 판타지 쇼다. 개막을 두 차례 미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베일이 걷히고 나니 우려는 말끔히 지워졌다. 화려한 무대기술, 소품과 함께 배우들이 순간순간 빚어내는 합은 쇼의 미학을 제대로 보여준다. 6일 개막해 다음 달 8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비틀쥬스’는 2019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처음 선보였다. 미국 토니상 8개 부문 후보에 오르는 등 빼어난 무대연출로 신선한 충격을 줬다. 미국 이외 해외 라이선스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품은 컬트영화의 고전이 된 팀 버턴 감독의 원작을 각색했다. 추락 사고로 죽은 한 신혼부부의 집에 낯선 이들이 이사를 온다. 사망 후 유령이 된 부부는 98억 년 동안 이승과 저승을 떠돌던 ‘선배 유령’ 비틀쥬스와 합심해 이들을 쫓아내기 위한 계략을 꾸민다. 환상적이면서도 기괴한 분위기는 자칫 단조로울 법한 평면적 서사를 풍요롭게 만든다. 극중 유령 비틀쥬스의 존재는 압도적이다. ‘지니의 원맨쇼’라고 불리는 디즈니 뮤지컬 ‘알라딘’ 속 램프의 요정 지니 캐릭터와 비견된다. 그의 손짓, 대사, 발놀림으로 극은 매 순간 요동친다. MC처럼 내레이터 역할도 겸한다. 노련미를 요하는 이 배역은 배우 정성화, 유준상이 맡아 익살스럽게 소화한다. 주역 배우, 앙상블의 합도 상당하다. 등장과 퇴장을 반복하며 무대를 뛰노는 이들의 모습에서 피나는 연습량이 느껴진다. 극을 관통하는 코드는 ‘B급 블랙 코미디’. 비틀쥬스는 “난 VIP석과 R석 사이에 낀 시야제한석 같은 존재야” “코로나 검사 그만하고 싶어” 등 현 상황을 빗댄 풍자적 대사를 이어간다. 관객 정서에 맞도록 원작 대본을 세밀히 다듬었다. 영화였다면 컴퓨터그래픽으로 덧칠했을 법한 온갖 괴물들은 다양한 소품으로 유쾌하게 구현했다. 화려한 볼거리로 뒤덮인 작품이라 음악에 대한 언급은 잊히기 십상이다. 하지만 호주 출신 작곡가 겸 작사가 에디 퍼펙트의 음악은 무대연출 못지않게 다채롭다. 팝, 발라드, 라틴, 힙합, 록, 가스펠 등 여러 장르로 표현한 매력적인 넘버들은 감칠맛을 더한다. 특정 넘버를 대표곡으로 부각하려고 굳이 애쓰지 않았다. 연기 안에 자연스레 녹아든 선율은 막이 내려진 후에도 여운을 남긴다. 좀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작품에는 흥과 웃음이 넘쳐나지만 묘한 슬픔과 상실감도 느껴진다. 극중 비틀쥬스가 징징대며 연신 호소하는 외로움은 인간 본연의 고독감을 말하는 듯하다. 하지만 그는 한 번 더 객석을 향해 외친다. 힘들 때 웃는 자가 일류라고.김기윤 기자 pep@donga.com}

팬데믹으로 지난해부터 공연계가 침체된 상황에서 어린이 뮤지컬, 아동극 분야는 유독 더 힘든 보릿고개를 보내야 했다. 통상 부모, 자녀가 공연을 함께 관람하는데 학부모들이 공연장으로 쉽사리 발걸음하지 못했다. 제작사들은 올해 상반기부터 공연계가 차츰 정상화하면서 여름방학을 맞아 잇달아 공연을 열었다. 하지만 잠시 숨통이 트이려던 찰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 조치가 시행되자 다시 가슴을 졸이고 있다. 배우, 관객 간의 교감과 상호작용이 핵심이지만 배우들의 동선은 최소화하고 공연 시간도 조금씩 줄이며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려 애쓰고 있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10일 개막한 매직드로잉 체험극 ‘두들팝’은 관객과 대면 접촉 가능성이 있는 장면은 모두 다 뺐다. 제작사인 브러쉬씨어터의 이길준 대표는 “어린이 공연은 관객 참여가 핵심이지만 안전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 객석 사이를 배우가 오가는 동선도 없애니 공연 시간도 5분가량 줄었다”고 했다. 9월 5일까지 공연하는 이 작품은 가로 4m, 세로 2.1m의 거대한 그림판 위에 펼쳐지는 융복합 미디어 드로잉쇼다. 2018년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공연 후 세계 각지서 초청받을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낙서와 그리기에서 비롯되는 상상력을 모티브로 주인공의 모험을 표현한다. 서울 마포구 신한카드 FAN(판)스퀘어 라이브홀에서 1일 막을 올린 신작 뮤지컬 ‘장수탕 선녀님’도 상황은 비슷하다. 제작사 할리퀸크리에이션즈의 김민호 브랜드마케팅팀장은 “작품 속 인형이나 거품을 만드는 버블머신도 객석이 아니라 철저히 무대 안에서만 구현하도록 일부 이동 장면을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아동문학계 노벨상’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수상한 백희나 작가의 그림책을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동네 목욕탕에 간 주인공이 냉탕에서 만난 할머니 선녀와 친구가 되는 이야기다. 공연을 마친 후 커튼콜 때 배우가 객석으로 내려가 관객과 만나는 ‘객석 플레이’도 모두 없앴다.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15일 개막하는 CJ ENM의 가족 뮤지컬 ‘신비아파트 시즌4: 비명동산의 초대장’이 그렇다. 동명의 원작 애니메이션을 각색한 이 공연은 팬데믹 전까지 평균 객석점유율 95%를 기록할 만큼 인기를 끌었다. 17일 시작하는 2021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는 당초 국내 공연 9편은 오프라인으로만 선보일 예정이었지만 온라인으로도 볼 수 있게 계획을 변경했다. 해외 공연 3편은 예정대로 온라인으로만 볼 수 있다. 어린이 공연은 다른 공연에 비해 공연일에 임박해 취소표가 급증하는 어려움도 안고 있다. 민지혜 CJ ENM 공연전시사업팀장은 “4단계 거리 두기가 발표되자 지난 주말에만 대거 취소표가 발생했다. 방역 지침은 물론 아동 관객의 컨디션에 따라 예매와 취소가 급박하게 결정된다. 모든 게 불확실해 그저 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관객을 맞을 뿐이다”라고 했다. 수많은 어린이 공연이 사라졌지만, 작품별 마니아층은 보다 공고해졌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이길준 대표는 “다른 외부활동에 비해 공연 관람이 안전하다는 인식을 가진 분들이 생겨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작품의 경우 교육 목적으로 여러 차례 관람하는 관객이 늘었다. ‘어려운 시국에 공연해줘 정말 고맙다’는 응원을 받으며 팬데믹을 버텨내는 근육을 기르고 있다”고 말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한국 탭댄스의 중심지는 어쩌다 보니 서울 마포구 상수동이 됐다. 정부 부처에서 홍보영상을 만드는 PD로 일하던 김길태 탭꾼탭댄스컴퍼니 단장(51)은 1997년 미국 여행길에서 우연히 탭댄스를 접했고, 2002년 어쩌다 이 동네에 연습실을 차렸다. ‘한국 1세대 탭댄서’인 그의 현란한 발놀림을 배우기 위해 수십 명이 이곳을 찾았고, 지금껏 상수동 일대는 한국 탭댄스 성지로 통한다. 올해 3회를 맞는 ‘서울 탭댄스 페스티벌’도 당연히 이 동네를 중심으로 마포문화재단과 함께 진행한다. 올해는 팬데믹으로 대면 공연 대신 온라인 공연으로 전면 전환했다. 1회 축제부터 예술감독을 맡았던 김 단장은 최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관객 앞에서 춤을 출 수 없어 아쉽다”면서도 “사실 탭댄스는 영상으로 보여줄 때 그 진가가 확 드러난다. 춤의 매력을 알리는 데 온라인 축제는 역설적으로 최고의 기회”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올해 축제는 1부 ‘탭댄스클럽 스윙 46’(13, 14일·사진), 2부 ‘블랙댄스버라이어티’(20, 21일)를 주제로 마포문화재단 유튜브, 네이버TV를 통해 방송된다. 내로라하는 전국 탭댄서들의 무대는 물론이고 브레이크댄스, 스트리트댄스 등 여러 장르를 선보인다. 아카펠라 그룹 ‘나린’과 합동공연도 한다. 1부에서 13개 팀, 2부에선 6개 팀이 참여한다. 흔히 탭댄스를 떠올리면 특수 제작한 신발을 신고 “탁” “타닥타닥” 말발굽 소리를 내는 발놀림만 생각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탭댄스는 발소리로 리듬감을 만들어내는 음악을 넘어 온몸을 쓰는 춤”이라는 게 김 단장의 설명이다. ‘탭’보다 ‘댄스’에 더 방점을 둔 장르라는 취지다. 그래서 올해 축제에서도 관계가 없어 보이는 여러 장르의 춤이 함께 구성됐다. “어떤 장르나 음악과도 잘 어울리는 게 탭댄스”라는 그의 자신감도 있었다. “지금은 장르가 세분화돼 완전히 다른 춤 같아도 사실 브레이크, 힙합, 스트리트댄스는 탭댄스와 같은 뿌리를 가진 춤입니다. 마이클 잭슨도 훌륭한 탭댄서인 걸 아셨나요? 그의 문 워크도 탭댄스 동작에서 출발했거든요.” 1997년 직장에 사표를 내고 몇 개월간 미국 여행을 다녀오겠다던 그는 돌연 귀국 후 “춤꾼이 되겠다”고 선언해 지인들을 놀라게 했다. 물론 그의 형이 김길용 와이즈발레단 단장인 걸 보면 집안에 춤꾼 DNA는 흐르고 있었다. 그는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내가 프로 댄서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속담이 딱 내 인생 같다. 서서히 탭에 스며들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탭댄서는 약 150명. 그중 70%는 김 단장의 제자다. 그 제자들이 다시 제자를 길러내면서 한국 탭댄스 안에는 그의 DNA가 자연스레 심어졌다. 그는 “가끔 공연을 볼 때 나만 갖고 있던 특정 발동작 같은 사소한 춤 버릇이 다른 탭댄서의 동작에 묻어난 걸 보면 신기하다”며 웃었다. 김 단장은 ‘한국은 탭댄스 불모지’라는 말이 더는 맞지 않다고 단언했다. 그는 “탭댄스는 본산인 미국에서도 소수의 장르다. 축제에 출연하는 국내 정상급 댄서들은 인원은 적어도 수준은 세계적인 댄서와 견줄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마음, 발길 가는 대로 춤만 추며 살았다. 축제를 통해 후배들이 신나게 뛰어놀 판을 만들겠다”고 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이게 ‘매드몬스터’ 팬덤 굿즈인가요?” “‘한사랑 산악회’ 아저씨들이 들고 다니던 빨간색 약수터 바가지 이거 맞죠?”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영상에서 웃기려고 만들어낸 이야기들이 ‘진짜’가 돼 나타났다. 2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백화점에서 열리는 팝업 스토어 ‘샌박 편의점’을 찾은 방문객들은 “이게 다 진짜 맞느냐”는 반응을 쏟아냈다. 이 팝업 스토어는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기업 샌드박스네트워크가 450팀의 소속 크리에이터 가운데 100여 개 팀의 세계관을 활용해 꾸민 공간. 명칭은 ‘편의점’이지만 판매 목적보다는 유튜브에서 봤던 콘텐츠 소재와 소품을 실물로 접할 수 있게 만든 오프라인 전시에 가깝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콘텐츠에서 가상으로 만들어낸 것을 현실에서 재탄생시킨 ‘믹스버스(Mixverse)’ 굿즈가 주목받고 있다. 이는 가상의 세계관(Universe)과 현실을 섞는다(Mix)는 단어를 합친 신조어로, 콘텐츠를 확산시키는 수단이자 마케팅의 일환이다. 팬들은 “즐겨봤던 콘텐츠를 새롭게 즐길 수 있어 기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주말엔 하루 2000명, 평일엔 1300명이 ‘편의점’을 다녀갔다. 단연 최고 인기는 유튜브 채널 ‘빵송국’ ‘피식대학’의 주인공들. 개그맨 이창호가 맡은 캐릭터 ‘이호창’은 콘텐츠에서 시가 총액 500조 원의 코스피 1위 기업 ‘김갑생할머니김’의 미래전략실 본부장이다. 말도 안 되는 설정으로 웃음을 자아내던 이야기는 이 공간에서 ‘김갑생할머니김’이라는 실제 식품으로 재탄생했다. 직장인 이성민 씨(34)는 “혼자 낄낄대며 시청하던 콘텐츠 속 세계관이 진짜 먹을 수 있는 김으로 나타나 신기하다. 친구들 것까지 김 여러 세트를 구매했다”고 했다. 글로벌 아이돌이라 자칭하는 2인조 그룹 ‘매드몬스터’의 모자와 가방을 비롯해 피식대학의 인기 콘텐츠 ‘한사랑 산악회’의 등산용품 세트, ‘B대면 데이트’ 속 사랑꾼 ‘최준’의 얼굴이 새겨진 머그잔, 부채 등 소품도 방문객에게 소소한 웃음을 안기고 있다. 전시를 기획한 김민지 브랜드마케팅팀 선임매니저는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콘텐츠에서 강조하고 싶은 소재를 꼽았다. 마치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가상의 해리포터 지팡이를 팔 듯 온라인상에서 밈으로 떠돌던 이야기를 현실로 가져오는 게 목표”라고 했다. ‘믹스버스’를 활용한 굿즈는 수익 창출보다는 팬덤과 소통하고 팬덤의 충성도를 높이는 수단에 가깝다. 샌드박스네트워크의 경우 채널의 전체 수익 가운데 굿즈 판매액의 비중은 15∼20% 수준. 다이아TV 소속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는 최근 간편식 제품을 선보였다. 비빔국수 만들기 영상이 조회수 1500만 회를 넘길 만큼 인기를 끌자 “우리도 먹을 수 있게 제품으로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빗발쳤다. 이에 식품회사와 몇 년간의 연구 끝에 밀키트를 내놓은 것. 구독자 82만 명인 유튜브 채널 ‘냥이아빠’는 굿즈의 수익금을 비영리법인에 기부하며 팬덤 충성도를 높였다. 과거 유튜버의 팬덤 굿즈는 크리에이터의 실제 얼굴이 들어간 티셔츠, 에코백 등 기념품 수준에 가까웠다. 앞으로는 세계관을 확장하는 콘텐츠의 일환으로 굿즈의 생산과 소비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야기가 먼저 만들어지고 제품이 나중에 나오는 신개념 PPL과 같다. 가상과 현실을 오가며 팬들이 마치 보물찾기하듯 콘텐츠와 굿즈를 즐기는 현상은 큰 흐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뮤지컬 시장에서 20대 관객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2010년 이전에는 뮤지컬의 연령별 관객 비중에서 20대가 가장 큰 몫을 차지했다. 그러나 2011년 처음으로 30대가 20대를 넘어선 후 10년 동안 국내 뮤지컬 시장의 주류 관객층은 30, 40대로 굳어져 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다시 20대 관객이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작품과 캐스팅에 따라 소소한 차이는 있지만 대극장 뮤지컬의 경우 20대의 뮤지컬 소비가 눈에 띄게 늘었다. 제작사 관계자들은 “로비에만 나가 봐도 젊은 관객층이 확 늘어난 게 느껴진다”며 놀라는 분위기다. 최근 20대 관객층에게 가장 각광받고 있는 작품 중 하나는 신시컴퍼니의 뮤지컬 ‘시카고’다. 국내 최대 공연 티켓 예매처인 인터파크에 따르면 올해 시카고 서울 공연의 연령대별 관객 비중은 7일 기준 20대 57.6%, 30대 22.6%, 40대 8.8% 순으로 조사됐다. 동일 작품의 바로 직전 시즌인 2018년에는 20대 33%, 30대 31.7%, 40대 22%였다. 이번 공연에서 20대의 비중이 무려 24.6%포인트 증가하며 절반을 훌쩍 넘었다. 올 상반기 다른 대극장 뮤지컬도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 ‘위키드’의 경우 직전 시즌인 2016년 20대 관객은 38%에서 올해 50.1%로 늘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30대 관객은 31.9%에서 29.3%로 소폭 줄었다. ‘팬텀’ 역시 20대 관객 비중이 2018년 28.6%에서 42.9%로 늘었다. ‘드라큘라’(44.1%), ‘레드북’(53.2%) 역시 20대 예매자의 비율이 전 세대 중 가장 높다. 전 연령대로부터 고르게 인기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 ‘맨 오브 라만차’ 역시 20대의 비중이 소폭 증가했다. 중소형 극장 공연을 포괄한 뮤지컬 장르 전체 예매자를 놓고 봐도 20대 관객층의 증가는 두드러진다. 인터파크가 2016년과 2021년 상반기(1월 1일∼6월 30일) 뮤지컬 예매자의 연령대 분포를 분석한 결과 20대는 24%에서 33.5%로 증가했다. 30대는 같은 기간 49.0%에서 35.4%로 줄었다. 40대는 20.8%에서 21.4%로 다소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팬데믹 기간 중 ‘셧다운’ 없이 지속된 공연 관람이 20대에게 새로운 놀이 문화로 떠올랐다고 입을 모았다. 노민지 클립서비스 PR전략팀장은 “팬데믹 이전에 여행, 외식, 콘서트 등 외부 활동을 활발하게 했던 20대가 이런 활동들이 막히자 대체재로 공연을 택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가격대보다 심리적 만족을 우선시하는 ‘가심비’ 선호 소비 패턴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대극장 공연의 VIP 티켓의 경우 최고 14만∼15만 원에 달해 20대에겐 부담스러운 가격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20대의 소비 기준은 급변하고 있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20대 관객층은 자신의 취향과 맞기만 한다면 다른 세대에 비해 문화 소비에 비용을 기꺼이 지불하는 특징이 있다”고 했다. 최근 뮤지컬 ‘위키드’로 생애 첫 뮤지컬 관람을 했던 고윤성 씨(26)는 “공연을 보기로 결정하고 나면 가격은 크게 중요치 않다. 어떤 작품으로 얼마나 만족감을 얻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제작사의 온라인 마케팅 다변화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시카고’에 출연한 배우 최재림의 극 중 복화술 영상은 조회수 100만 회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온라인 ‘밈’이 돼 화제였다. 백현지 신시컴퍼니 홍보담당자는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고 해당 프레스콜 영상이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용이 활발한 20대 사이에서 극 중 장면과 작품이 널리 알려진 계기”라고 답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