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효림

손효림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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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손효림 기자입니다.

aryssong@donga.com

취재분야

2025-11-30~2025-12-30
문화 일반52%
문학/출판23%
연극13%
교육3%
무용3%
산업3%
학술3%
  • 외국인이 궁금해하는 한국인… ‘K-Style’ 영문판 출간

    한국인이 즐기는 간식 ‘치맥’은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한국인이 “다음에 커피 한잔해요”라고 말할 때 ‘다음’은 과연 언제일까. 외국인이 궁금하게 여기는 한국인의 일상을 세밀하게 소개한 책 ‘K-Style’(디자인하우스·3만 원)이 나왔다. 저자는 최정화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교수이자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 이사장. 한-프랑스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지난달 프랑스어판을 출간한 데 이어 최근 영문판이 나왔다. 돌잡이와 한국식 나이 셈법을 비롯해 부모는 물론 조부모까지 3대가 참석하는 초등학교 입학식 풍경 등 한국의 독특한 문화를 풀어냈다. 문화비평가인 기 소르망이 집필 과정에 여러 조언을 했다.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을 비롯해 배병우 양현모 최수연 사진작가가 찍은 사진을 실었다. 제호는 강병인 한글 캘리그래퍼가 썼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6-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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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청계천 책방]당신을 변화시킬 마법의 열쇠는…

    초등학교 6학년이 돼 처음 ‘주번 완장’을 찼을 때가 기억난다. 등교할 때 질서 지도를 하던 게 다였지만 어쩐지 어깨가 쭉 펴졌다. 그런 게 완장의 힘이었나 보다. ‘프랑스 대통령의 모자’(앙투안 로랭 지음·양영란 옮김·열린책들)는 1980년대 프랑스를 배경으로 미테랑 당시 대통령의 모자를 주운 사람들의 ‘자신감 승천 소동’을 코믹하게 그렸다. 대통령이 단골 식당에 두고 간 모자를 갖게 된 재무 담당 직원은 회사에서 의견을 적극 개진하며 승진한다. 그가 깜빡 잊고 기차에 놓고 내린 모자를 손에 넣은 이는 작가로 데뷔하고, 다시 공원에서 모자를 주운 이는 신비한 향수를 만들게 되는데…. 잠재력을 끄집어내는 무언가는 제각각이다. 가족의 격려, 친구나 선후배 혹은 스치듯 만난 이의 한마디일 수 있다. 톡 건드려주면 자신감이 뿜어져 나오게 만드는 마법의 열쇠는 어쩌면 가까이 있는지 모른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6-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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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대 땐 작은 일로도 상처받아… 고민 맘껏 털어놓게 해주세요”

    《 ‘진짜 뭐 없을까? 글쎄, 음, 고드름? 그걸로 어떻게 사람을 죽여? 새끼야, 고드름 그거 되게 뾰족해. 너도 공부 좀 해라. 씨발, 손 시리게 고드름은.’ PC방에서 살인 사건 뉴스를 본 고등학생 3명이 범행 도구를 찾을 수 없는 살인을 상상하다 엉뚱한 일에 휘말린다. 누가 누구인지 표기도 없다. 오직 대화로만 이어져 한 편의 연극을 보듯 빨려 들어가면 웃음이 빵빵 터진다. 단편 ‘고드름’이다.‘완득이’ ‘우아한 거짓말’ 등 영화 원작 소설로 알려진 김려령 작가(45)가 첫 단편소설집 ‘샹들리에’(창비)를 펴냈다.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16일 만난 그는 나이보다 훨씬 앳돼 보였다. 》○ “억눌러 온 것 모아 터뜨려” 책 제목은 7개 단편 중 하나에서 따오지 않고 그가 직접 지었다. “여러 개의 전구가 모여 하나를 이루는 샹들리에처럼 일곱 개 삶의 빛이 하나의 세계를 이룬다는 의미를 담았죠.” 청소년 소설이지만 성인이 봐도 단숨에 읽힐 정도로 흡인력 있고 탄탄하다. 집에서 일어난 찰나의 사고로 엄마를 잃은 이야기인 ‘이어폰’, 청소년 성폭력을 그린 ‘아는 사람’은 사실적이어서 가슴이 뻐근해진다. 작가는 20대의 두 자녀를 둔 어머니이기도 하다. “아동, 청소년 장편을 많이 쓰다 보니 스스로 금기시하는 부분이 있어요. 그때마다 단편을 쓰며 풀었어요. ‘아는 사람’은 성범죄자 대부분이 아는 사람이라는 점에 착안한 건데, 쓰면서 너무 아팠어요. 억눌렀던 걸 차곡차곡 담아냈다 터뜨린 게 ‘샹들리에’예요.” ‘그녀’ ‘미진이’ ‘만두’ 등에 나오는 아이들에게 세상은 못마땅한 것 투성이다. 하지만 가슴에 쌓아두지 않는다. 툴툴거리고 욕하다 등짝을 얻어맞더라도 말로 다 뱉어낸다. 아이들이 모두 발산하는 캐릭터라고 말하자 그의 얼굴이 활짝 펴지며 목소리가 높아졌다. “딱 제가 강조하고 싶은 거예요. 10대 때는 아주 작은 게 고민이 되고 그래서 아픈 거잖아요. 그걸 말하라고 얘기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혼난다면 그건 혼내는 어른이 잘못한 거라고요.”○ “와서 딱 붙는 이야기 풀어내” 주인공들이 툭툭 뱉어내듯 말하고, 낄낄대며 장난치고, 때로 짜증내는 모습은 실제 10대를 보는 것 같다. 이런 감각은 어떻게 유지할까. “전철, 버스를 자주 이용하고 분식집에서도 아이들을 관찰해요. 재래시장도 수시로 가고요. 완득이 엄마도 시장에서 본 이주 노동자의 모습에서 모티브를 얻은 거예요.” ‘가시고백’ ‘너를 봤어’ ‘트렁크’ 등 독자를 사로잡는 작품을 꾸준히 써 온 그는 천생 이야기꾼이었다. 그는 오빠, 언니를 둔 삼남매 중 막내로, 쿵푸 유단자를 꿈꾸고 엄마가 슈퍼마켓 주인이 되기를 소망했던(자신이 하기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릴 것 같았단다) 소녀였다. 말을 얼마나 차지게 이어가는지 두 시간이 훌쩍 지난 것도 몰랐다. “생활에서 본 소재 가운데 딱 달라붙는 게 있어요. 그걸 글로 써요. 이야기가 저를 끌고 가는 것 같다고나 할까요. 인위적으로 덤벼서 쓰려던 건 다 실패했어요.” 그는 ‘작가’라는 말이 주는 무게감이 너무 커 버겁다며 스스로를 ‘글 좀 잘 쓰고 싶은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겸손이 아니라 겁이 많은 거예요. 책이 나올 때는 어떤 반응일까 늘 무서워요. 하지만 글을 쓸 땐 가장 자유롭고 누구도 나를 막을 수 없어요. 모두 내 세상이죠.” 그러고는 특유의 시원스러운 웃음을 깔깔 날렸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6-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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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청계천 책방]가끔은 비를 맞아도 괜찮아

    손에 꼭 쥔 채 놓고 싶지 않은 것이 있다. 한데 누군가가 억센 힘으로 손가락을 하나하나 펴낸 후 그걸 가져가 버리는 것 같은 일을 겪을 때가 있다. 손아귀에 힘을 줘도 버티기엔 역부족이다. 그림책 ‘빗방울이 후두둑’(전미화 지음·사계절)을 펼치면 거센 바람과 사납게 쏟아지는 비에 우산을 들고 버티는 여성이 보인다. 뛰어가는 사람들을 따라 달려가지만 우산은 금세 뒤집히더니 급기야 부러져 버린다. 여성은 결심한다. ‘에라 모르겠다! 천천히 걸어가자.’ 그제야 여름 소나기가 시원하게 느껴진다. 원색으로 큼직큼직하게 붓질한 그림이 후련함을 선사한다. 놓는 건 쉽지 않다. 그게 무엇이 됐든. 어쩔 수 없이 놓아야 한다면 그 뒤에 오는 감정을 찬찬히 마주해 보자. 속상함이든 안타까움이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면 언젠가 편안함이란 게 슬며시 따라올지도 모른다. 그러면 된 거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6-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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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뜨거운 열정, 거침없는 사랑 두 여인이 쏟아낸 엄청난 에너지

    “당신의 목소리와 머릿결의 감촉을 떠올리면서 도저히 견딜 수 없는 때가 있어요. 당신 방으로 찾아가고픈 그런 밤입니다.”(마거릿 미드·1901∼1978) “너의 사랑 속에서 행복할 때는 노래를 해. 우울할 때도 너의 사랑 때문에 세상이 여전히 살 만하고 말이야.”(루스 베네딕트·1887∼1948) 세계적인 문화인류학자인 두 여성은 이렇게 사랑을 속삭였다. 나이 차(베네딕트가 미드보다 14세 많았다)도, 남편들의 존재도 상관없었다. ‘국화와 칼’ ‘문화의 패턴’으로 유명한 베네딕트와 ‘세 부족 사회에서의 성과 기질’ ‘마누스족 생태연구’ 등을 쓴 미드는 스승과 제자이면서 친구처럼 의지했다. 저자는 두 사람의 편지와 서류 등 방대한 자료를 분석해 성장기와 연구 과정은 물론이고 연애 및 결혼 생활까지 꼼꼼하게 정리했다. 이들의 학문적 성취뿐 아니라 내밀한 속마음과 상처까지 깊숙이 들여다볼 수 있다. 홍역으로 한쪽 귀의 청력을 잃은 베네딕트는 수줍음이 많았다. 미드는 신경질적이고 차가운 부모보다는 자상한 할머니를 따르며 쾌활하게 자랐다. 자유연애 사상이 번졌던 당시, 미드는 남성은 물론이고 여성들과도 동시에 사랑을 나눴다. 결혼 중에도 여러 여성과 연애를 했고, 결혼과 이혼을 반복했다. 베네딕트 역시 남성과 함께 미드도 사랑했지만 동시다발적으로 거침없이 사랑을 발산하는 미드에게 질투를 느꼈다. 하지만 결국 이를 극복하고 서로에게 자유를 준다. “난 있는 그대로의 널 온전히 사랑해”라며. 성적인 매력뿐만 아니라 학문적, 인간적 유대가 있었기에 가능한 관계였다. 미드를 문화인류학으로 이끌고 그의 성공을 도운 이도 베네딕트였다. 둘은 남성을 배제하는 여성운동에는 비판적이었다. 인류학과를 실질적으로 이끈 베네딕트 자신도 남성 교수 전용 식당조차 들어가지 못하던 상황이었지만. 1940년 소설가 펄 벅이 베네딕트에게 여성의 지위 향상을 위한 행동에 나서라고 촉구하는 편지를 보낼 정도였다. 하지만 인종주의에 대해서는 단호히 반대했다.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많은 민족을 만났고, 전통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부족과 함께 지내며 그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던 두 사람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이들의 세세한 발자취를 따라가는 과정은 상당한 집중력을 요하지만 역작이 탄생했던 과정을 속속들이 지켜볼 수 있다. 남태평양 사모아 제도의 마누아에서 눈병이 나고 벌레에게 뜯기며 습한 날씨에 지친 미드가 “다 때려치우고 지하철에서 동전이나 주워야겠어요”라며 베네딕트에게 호소하는 모습에서는 학자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의 고뇌가 느껴진다. 베네딕트가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자 미드는 베네딕트의 연구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그가 지도하던 대학원생도 맡는다. 미드는 베네딕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내가 받은 그 완벽한 사랑은 절대로 갚을 수 없을 겁니다.” 베네딕트 역시 미드를 통해 지적 자극을 받아 더 큰 성공의 길로 나아갔음은 물론이다. 치열하게 연구하고 남성과 서로를 함께 사랑한 두 사람의 삶은 그저 놀라울 뿐이다. 때론 숨이 가빠질 지경이다. 이들이 발산했던 어마어마한 에너지의 크기를 가늠하기가 어렵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6-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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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넷 접속 기능, 사람 몸안에 들어올 수도”

    “인터넷을 통해 얻은 단편적이고 자신의 입맛에 맞는 지식이 진리라고 믿는 태도가 극단주의를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미국 올랜도에서 벌어진 총기 참사는 극단화되고 있는 사회의 슬픈 단면입니다.” 인식론 분야의 석학인 마이클 린치 미국 코네티컷대 철학과 교수(사진)는 ‘인간 인터넷’(사회평론) 출간을 기념해 15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극단으로 치닫는 현실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인간 인터넷’을 사람들이 인터넷이라는 네트워크 안으로 편입된 시대라고 정의했다. 모든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된 시대가 지나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기능이 사람의 몸속으로 들어올 수 있다고 예견했다. “은유가 아니라 실제 그렇게 되고 있습니다.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는 인간의 뇌에 전극을 꽂아 인터넷에 접속하는 세상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인터넷을 통한 지식에 의지하면서 깊이 있게 생각하지 않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자신의 입장을 뒷받침하는 지식만을 받아들임으로써 열린 태도도 사라져 민주주의도 위협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너무나 많이 알고 있지만 세상과 서로에 대한 이해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인터넷 시대의 역설입니다. 지식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합리적인 근거가 무엇인지 요구하고 스스로도 이를 찾아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는 인터넷의 도움 없이 정보를 찾아보거나 그런 경우 어떤 방법이 가능할지 상상해보는 훈련을 해보라고 조언했다. “당연하게 여긴 것에 의문을 갖게 되고 ‘진짜 지식’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여지를 준다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이해하는 것은 중요한 앎의 방식입니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6-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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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주-만화 등 한국어발음 그대로 옮겨… 원작의미에 충실”

    “e메일을 포함해 연락이 엄청 많이 왔어요. 며칠 동안 시끌벅적했죠. 딱 거기까지였어요. 달라진 건 없어요. 똑같이 집에서 책을 읽고 번역하고 있답니다.” ‘채식주의자’를 번역해 한강 작가와 함께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한 데버러 스미스 씨(29)는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차분하게 영어로 말을 이어갔다. 한국문학번역원 초청으로 이날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여한 그는 “내 번역이 인정받은 건 기쁘지만 행운도 함께했다. 맨부커상은 작가와 번역가뿐 아니라 편집자, 에이전시의 공동 작업이 이룬 성과”라고 강조했다. “‘채식주의자’를 읽자마자 강렬한 이미지와 시적인 분위기에 사로잡혔어요. 3명의 화자가 등장하는 연작 소설 형식도 영국에는 없는 개념이라 더 신선하고 매력적이었어요.” ‘채식주의자’에 일부 오역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익숙한 표현이 늘어나면 오역의 가능성이 줄어들 것이라고 답했다. “완벽함은 번역가들이 결코 이룰 수 없지만 끊임없이 추구하는 것입니다. 원작의 핵심적인 의미에 충실하려 노력했습니다.” ‘채식주의자’에 나오는 ‘소주’, ‘만화’를 편집자는 ‘코리안 보드카’ ‘코리안 망가’로 표현하자고 했지만 한국어 발음 그대로 썼다. ‘채식주의자’ 이후 번역한 한강의 ‘소년이 온다’에서도 ‘형’ ‘언니’를 그대로 옮겼다. “일본의 ‘스시’, ‘센세이(선생)’ 등을 번역하지 않고 그대로 써도 세계 사람들이 아는 것처럼 한국의 단어 역시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해서 다른 나라 어휘를 이용해 번역하지 않았어요.” 그는 ‘김보라’라는 한국 이름을 갖고 있다. 노벨문학상에 대한 한국인의 높은 관심에 대해서는 당황스러워했다. “작가가 좋은 작품을 쓰고 독자가 즐기면 그 자체가 작가에게 보상이 되는 것 아닌가요? 상은 상일 뿐이에요.”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만큼 번역이 아니라 직접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은 없을까. “번역가는 인물, 이야기, 배경을 구상하지 않아도 돼 다행이에요(웃음). 작가는 글을 쓰다 막히는 경우가 많지만 번역가는 10시간 일하면 어느 정도 분량의 작업을 할 수 있을지 예측 가능한 게 좋아요.” 그는 단기간에 한국어를 익힐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확실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할 줄 아는 외국어가 한국어뿐이라 외국어 습득 능력이 뛰어난지는 모르겠어요. 좋은 작품을 더 빨리, 더 많이 읽고 싶다는 강렬한 동기가 있었던 게 주효했던 것 같아요.” 그는 지난해 설립한 출판사 ‘틸티드 액시스’를 통해 아시아의 현대 작가 작품을 주로 번역해 출간할 예정이다. “한강 작가의 다른 작품이 번역되기를 기다리는 영국 독자들이 많아요. 다른 한국 작가의 작품이 궁금하다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답니다. 배수아 작가의 작품이 올해 10월, 내년에 차례로 나와요. 한유주 작가의 글도 내년에 출간하고요. 1년에 최소 한 권 이상 한국 작가의 책을 낼 겁니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6-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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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서울국제도서전 15일부터 닷새간 열려

    2016서울국제도서전이 15∼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다. ‘책으로 소통하며 미래를 디자인하다’를 주제로 프랑스 이탈리아 중국 독일 등 20개국 346개 출판사가 참여한다. 한-프랑스 수교 130주년을 맞아 프랑스가 ‘컬처 포커스’ 국가로 참가한다. ‘프랑스 대통령의 모자’를 쓴 소설가 앙투안 로랭, 탈북자의 여정을 그린 ‘열한 살의 유서’를 출간한 세바스티앙 팔레티, 요리책 ‘페랑디 요리 수업’에 참여한 셰프 앙투안 셰페르스가 한국 독자를 만난다. ‘스포트라이트 컨트리’인 이탈리아는 아동문학을 중점적으로 소개한다. ‘율리시스 무어’의 저자 피에르도메니코 바칼라리오는 이야기를 다방면에 걸쳐 빠른 속도로 전개하는 방식을 들려준다.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데버러 스미스는 한국 문화의 세계화에 대해 논의한다. 문학살롱에는 ‘올해의 주목할 저자’로 선정된 신달자 시인을 비롯해 이문열 구효서 은희경 정유정 권비영 이기호 신현림이 참여해 작품 세계를 소개한다. 이수지 한성옥 등 그림책 작가도 만날 수 있다. ‘훈민정음 반포 570주년 특별전: 1446년 한글, 문화를 꽃피우다’에서는 한글꼴 변천사를 소개한다. ‘구텐베르크 특별전’에서는 구텐베르크 박물관이 소장한 필사본과 고판본을 볼 수 있다. 2016디지털북페어코리아도 같은 기간 함께 열린다. ‘디지털4.0 시대, 미래 사회에서의 출판 콘텐츠 확장’을 주제로 콘퍼런스를 개최한다. 성인 5000원, 초중고교생 3000원.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6-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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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청계천 책방]시각장애인이 세상을 보는 법

    시각장애인 체험을 한 적이 있다. 흰 지팡이로 장애물을 확인할 수 있는 데다 숙련된 시각장애인 안내견이 곁을 지켰지만 눈을 가린 순간 한 발자국도 내디딜 수 없었다. 앞에 벽이 있는 것 같은 착각에서 벗어나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가운데 외부 정보의 80∼90%를 시각에 의존한다는 사실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은 세상을 어떻게 보는가’(이토 아사 지음·박상곤 옮김·에쎄)는 시각장애인들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공간 인식법, 신체 사용법, 의사 소통법을 분석했다. 이들은 신발 바닥에서 느껴지는 진동을 통해 지하철의 급정거 여부를 예측하고 커피숍에서 주변 소리를 통해 화장실의 위치도 파악한다. 달은 다양한 모습으로 상상한다. 당연하게 인지했던 세상이 누군가에게는 전혀 다른 모습일 수 있음을 세세하게 알게 됐다. ‘다름’에 대해 또 하나 배웠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6-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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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성공한 언론인 vs 이기적 권력자, 조지프 퓰리처의 두 얼굴

    노동자를 대변하고 특권층과 권력에 맞선 언론 자유의 수호자. 선정적 기사 경쟁으로 ‘황색 저널리즘’이라는 말을 탄생시킨 권력자. 상반된 캐릭터를 지닌 이는 동일한 인물, 조지프 퓰리처(1847∼1911·사진)다. 미국 기자라면 한 번쯤 꿈꾸는 퓰리처상을 만든 그의 삶은 지극히 이중적이었다. 인간이라는 존재의 상당수가 처한 상황에 따라 행동이 확연히 바뀐다는 걸 고려한다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저자는 수년간 집요하게 퓰리처의 삶을 추적했다. 헝가리 출신 유대인인 퓰리처는 한 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취재력과 감각적인 기사로 이름을 날린다. 명문가의 딸인 케이트 데이비스와의 결혼은 그가 사업가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 ‘심장을 바칠 신문사’ 인수를 꿈꾸었던 그는 결국 뉴욕의 일간지 ‘월드’를 손에 쥔다. 언론의 자유로운 비판 기능은 정치적 경제적 독립에서 비롯된다는 걸 잘 알았던 그는 시민들이 호응하는 기사를 적극 배치하며 신문사를 비약적으로 성장시킨다. 남편을 잃고 굶주림에 시달리던 여성이 갓난아기와 두 살배기 딸을 강에 던져버리고 투신한 사건을 1면에 올린 것은 당시로서는 파격 그 자체였다. 탄탄한 경영을 바탕으로 ‘월드’는 부패한 기업인과 정치인에게 가차 없이 직격탄을 날렸다. 하지만 부와 권력을 거머쥐자 그는 바뀌었다. 약자 중의 약자인 신문팔이 소년들이 도매 가격을 낮춰줄 것을 요구하며 파업하자 경쟁사와 담합해 이를 짓밟는다. 미국과 스페인 간의 전쟁을 부추기는 보도도 일삼았다. 언론 자유를 부르짖던 유능한 기자이자 경영인이 부와 권력, 무너진 건강(시력을 잃고 온갖 통증으로 고생한다) 앞에서 탐욕스럽고 이기적인 존재로 변해가는 과정을 치밀하고 입체적으로 조명했다. 이 같은 인간의 다면성과 근대 언론사 및 미국사까지 아우르는 노작이다. 미국에선 2010년 출간됐다. 당시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의 역사적 인물을 다룬 책 베스트5’에 선정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6-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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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에노 지즈코 교수 “강남역 추모는 여성들이 참지않고 일어난 역사적인 일”

    “강남 화장실 살인 사건 피해 여성에 대한 추모는 역사적인 일입니다. 여성 살해는 숱하게 일어났지만 여성들이 ‘더 이상 참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냈으니까요.” 4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일본 사회학자 우에노 지즈코(上野千鶴子·68) 도쿄대 명예교수는 최근 한국 사회의 움직임을 세밀하게 분석했다. 리쓰메이칸대 교수이기도 한 그는 “가해자의 정신질환도 원인이지만 약자인 여성을 공격했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매도한다”며 항의하는 남성들과 추모자 간에 몸싸움까지 벌어진 건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남성들이 하나로 결속된 게 아니라면 여성에게 입을 다물라고 할 게 아니라 폭력적 남성에게 그만하라고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 혐오의 구조를 통찰한 그의 저서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2012년 출간)는 최근 2주간 3000여 권이나 판매되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날 마포구립 서강도서관에서 열린 강연에는 100명 모집에 500명이 넘게 신청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여성 혐오(misogyny)는 사회 구조가 남성 간의 유대로 이뤄지는 데서 비롯된다. 남성은 여성이 아니라 남성에게 인정받아야 스스로를 인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여성은 이 구조에서 배제되고 남성이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대상이 된다. “여성 혐오는 너무 오래 계속돼 누구도 쉽게 벗어날 수 없습니다. 공기와 중력처럼요. 이 구조를 깨려면 여성은 부당한 상황을 참지 말고 용기를 내 말해야 합니다.” 군복무, 가장으로서의 책임 등으로 남성도 살기 힘들다고 호소한다. 이에 대한 그의 생각은 어떨까. “여성들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운동을 해왔듯이 남성도 나서야 합니다. 남성의 문제를 결정하는 것은 남성 자신입니다. 단, 여성을 탓하고 공격하는 방법은 옳지 않습니다.” 위안부 배상금을 둘러싸고 한국에서 갈등이 고조되는 현상에는 일침을 가했다. “피해자끼리 싸우게 만든 아베 정권의 노회한 행동입니다. 한국 정부가 피해자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일본 정부와 합의한 건 심각한 문제입니다. 일본 정부에 어떻게 하면 충분한 사과가 되는지 한국 정부가 정확히 요구해야 합니다.” 그는 일본의 우경화를 우려하면서도 집단 자위권을 행사하게 한 안보법 개정에 반대하며 젊은층을 중심으로 벌어진 시위에서 희망을 발견했다고 한다. “아베는 ‘일본의 도널드 트럼프’입니다. 헌법 개정, 원전 재가동 등 국민의 기대와 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투표 연령을 만 20세에서 18세로 낮춘 후 처음 실시되는 다음 달 참의원 선거에서 변화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는 페미니즘은 여성이 남성만큼 강해지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인간은 아기라는 약한 존재로 태어나 노인이라는 약한 존재로 죽음을 맞습니다. 약한 사람이 약한 그대로 존중받는 것, 그게 페미니즘입니다. 사랑은 존중하고 또 존중받는 것입니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6-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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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실험실]“책 배송 한건당 평균 5분 안넘게” 최단동선 출발

    “벌써 왔어요? 진짜 빠르네요!” 지난달 31일 오후 4시경 서울 관악구의 한 아파트. 문을 열고 나온 중년 여성은 책을 보자마자 활짝 웃었다. 인터넷서점 알라딘에서 이날 책을 주문해 받은 것. 기자가 택배회사 SLX의 강종원 기사(36)와 함께 한 당일 배송 현장은 분초를 다퉜다. 그는 관악구 내 난곡 등 6개 동에서 하루 평균 60여 건, 많게는 70여 건을 처리한다. 그는 “동선을 잘 짜서 한 건당 걸리는 시간이 평균 5분을 넘지 않도록 한다”고 말했다.○ 빨리, 더 빨리 올해 3월 알라딘, 예스24, 인터파크는 당일 배송 주문 마감 시간을 서울은 오후 2시에서 3시로 늘리는 등 지역별로 1시간씩 확대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당일 배송은 알라딘이 2006년 국내 처음으로 도입해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고 이후 유통업계 전반으로 확산됐다. 이날 경기 파주시 알라딘 물류센터에는 부산, 광주 등의 마감 시간(낮 12시)이 다가오자 오전 11시 50분부터 “전 지역 집책(集冊·책을 고르는 작업) 되는 대로 바로 갖고 오세요” “부산부터 포장하세요”라는 안내 방송이 2, 3분 단위로 이어졌다. 11t 트럭에 실린 1500여 개 박스는 오후 1시 반경 SLX 광명물류장에 도착해 관악구, 동작구, 안양시 등 지역별로 분류돼 1t 트럭에 실렸다. 관악구의 중학교, 복지관 배송은 일찌감치 마쳤다. 사무실은 직원들이 퇴근하기 전인 오후 6시 이전에 도착하도록 동선을 짜는 게 필수다. 경쟁 심화로 택배 기사들의 업무 강도가 더 높아졌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숨 가쁜 사회+급한 성격=당일 배송 신선 식품도 아닌 책을 당일에 받아야 하는 이유는 뭘까? 일단 숨 가쁘게 돌아가는 사회 구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회사원, 학부모 등은 급하게 책이 필요한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한다. 알라딘이 소개한 고객 반응이다. “급히 보고서를 써야 했는데 서점 갈 시간이 없어 난감했어요. 당일 배송으로 무사히 해결했답니다.”(회사원) “아이가 학교에서 급하게 필요하다는 책을 인근 도서관에서 찾아보니 모두 대출됐더라고요. 당일 배송 주문을 했죠. 정말 요긴했어요.”(학부모) 알라딘에 따르면 고객만족도지수는 올해 2월 62점에서 주문 시간을 확대한 후인 5월 65로 뛰었다. 조선아 마케팅팀 과장은 “1점 올리기가 정말 어려운데 3개월 만에 3점이나 오른 건 엄청난 폭의 증가”라고 설명했다. 한국인 특유의 급한 성격도 영향을 미친다. ‘느리게 더 느리게’ ‘느리게 걷는 즐거움’과 같은 책을 주문하면서 빨리 오지 않는다고 독촉하는 아이러니가 종종 벌어진다. 당일 배송을 선호하는 이들에게 이유를 물으니 “아침에 주문한 책이 저녁에 와 있으면 기분이 좋다”, “갑자기 읽고 싶은 책을 그날 바로 볼 수 있어서 편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편리하고 빠른 서비스에 더욱 익숙해지고 있는 한국인의 성향이 당일 배송 확대에 영향을 미친 측면이 있다”며 “서점이 빠른 배송 외에도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더욱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주·광명=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6-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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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팍팍한 삶 위로하는 건 한잔 술뿐이구나

    “오로지 자기 것만 챙기고 손톱만큼도 손해 안 보려고 해요. 그런데 하는 일마다 다 잘돼요. 자식들까지 명문대에 척척 붙었다니까요.” 지인이 회사 동료에 대해 말했다. 이어 “그러고 보면 선하게 살아야만 하는 건 아닌 것 같다”며 씁쓸해했다. 그렇다. 인생은 공덕과 비례하지 않는다. 소설, 영화, 드라마에서 숱하게 변주되는 ‘권선징악’에 열광하는 건 일종의 판타지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7개의 단편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특별한 잘못이 없는데도 고통 속에 내던져진다. 화자의 시이모는 남동생이 빚 때문에 감옥에 갈 처지가 되자 대기업을 그만두고 퇴직금으로 빚을 갚아야 했다. 이후 어머니가 몰래 자신의 이름으로 남동생의 보증을 서 빚더미에 휘말린다(‘이모’). ‘봄밤’의 수환은 어떤가. 스무 살부터 쇳일을 시작해 철공소를 차리지만 거래처의 횡포로 부도를 맞고, 재산을 빼돌린 아내는 잠적한다. 교사였던 영경은 전남편에게 아이를 뺏긴 후 알코올의존증 환자가 된다. 수환과 영경은 우연히 만나 부부가 되지만 수환의 류머티즘 관절염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된다. “사진을 배워서 찍고 싶어.” 관주는 여자친구 문정의 말에 카메라를 사주겠노라고 약속한다. 카메라는 문정의 손에 쥐어지지만 관주가 치러야 할 대가는 가혹했다(‘카메라’). 이들의 곁을 지키는 건 술이다. 커피 잔에 소주를 따라 마시고, 맥주 한 캔에 소주 두 병을 조금씩 섞어 30분도 안 돼 마셔 버린다. 보드카, 와인, 위스키까지. 술병은 뻥뻥 열린다. 꾸역꾸역 살아가게 만드는 숨구멍처럼. 제목 ‘안녕 주정뱅이’는 이들을 향한 위로처럼 들린다. 사소한 말 한마디가, 무심코 보아버린 한 장면이 인간을 꼬꾸라뜨리는 모습에 가슴이 서늘해진다. 애처롭지만 축축 처지지는 않는다. ‘이모’ ‘카메라’ ‘층’ ‘역광’ 등은 반전을 지닌 탄탄한 구조로, 책장을 넘기는 데 가속도가 붙는다. 술자리에서 먼저 일어선 적이 없다는 작가의 술 사랑도 찐득하게 스며 있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6-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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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청계천 책방]올리버 색스의 ‘고맙다’는 말

    한정된 시간은 삶을 곱씹어 보게 만든다. 지난해 82세로 세상을 떠난 신경과 전문의 올리버 색스가 생의 막바지에 남긴 에세이 4편을 담은 ‘고맙습니다’(원제 ‘Gratitude’·김명남 옮김·알마)는 자서전 ‘온 더 무브’를 64쪽으로 압축한 듯하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등 10여 권의 베스트셀러를 내고 신경 장애 환자를 몸과 마음을 다해 치료하며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지만 모국어 외에 다른 언어를 할 줄 모르고 다른 문화를 폭넓게 경험하지 않은 점이 아쉽단다. 원소주기율표를 사랑한 그는 수수한 회색 금속 비스무트(83번 원소)를 특히 좋아했지만 83이라는 나이는 끝내 맞이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가 가장 강하게 느낀 감정은 고마움이었다. “이 아름다운 행성에서 지각 있는 존재이자 생각하는 동물로 살았다. 그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특권이자 모험이었다.” 읽을 때마다 매번 가슴이 묵직해지는 말이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6-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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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성폭력 묘사, 저속하다고요? 이게 현실입니다

    첫 페이지를 펼친 순간 화들짝 놀랐다. 이비인후과 의사가 두 다리를 쫙 벌려 진료받는 여성의 무릎에 성기를 갖다 댄 장면이 그려져 있었다. 이럴 수가. 오래전 기자가 겪은 상황과 똑같았다. ‘재수가 없어 별 희한하게 성추행하는 변태를 만났다’고 여겼는데 지구 반대편 프랑스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시대와 국경을 초월하는 성폭력의 ‘어처구니없는 보편성’이라니…. 프랑스의 남성 만화가인 저자는 성폭력을 당한 여성들의 사례를 고스란히 그림으로 옮겼다. 길에서 여성에게 치근덕거리다 무시당하자 저속한 욕설을 퍼붓고, 수영장에서 잠수하는 여성 앞에서 수영복을 벗는가 하면 골목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여성의 은밀한 곳을 불쑥 만지는 등 50여 개 에피소드가 담겼다. 친구들이 거실에 있는데도 욕실에서 양치하는 여자친구와 강제로 성관계하는 사례도 있다. 남성은 초록색 악어로 그렸다. 여성만 인간의 모습이다. 남성이 보기에 불편할 수 있지만 피해자인 여성과 동일시함으로써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장치다. 성폭력 대처 방법도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도와주세요”보다 “불이야”라고 소리치는 게 효과적이고, 휴대전화로 가해자의 얼굴이 나오게 사진을 찍으라고 조언한다. 급한 경우 주변 자동차를 발로 차(차 주인에게는 미안하지만) 도난 경보장치가 울리게 만들 수 있다. 책은 2014년 프랑스에서 열린 ‘세계 여성 폭력 추방의 날’ 기념 전시회에 초청됐지만 한 정치인이 “저속하고 비도덕적”이라고 비난해 초청이 취소됐다. 이 사실이 주요 언론에 보도되면서 프랑스 사회가 들끓었다. 책에 묘사된 성폭력의 행태는 적나라하다. 길, 직장, 카페, 버스는 물론이고 집까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문제는 그게 있는 그대로의 현실이라는 사실이다. 여성들은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6-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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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가리꾼-똥방위 말년 번역하기 너무 어려워”

    《“여기 ‘인형이 가득한 방 안’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요, 인형은 어떤 모양인가요?” 27일 서울 강남구 한국문학번역원 강의실.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2년) 수강생 6명이 소설가 성석제 씨(56)에게 단편소설집 ‘이 인간이 정말’에 나온 ‘홀린 영혼’에 대해 물었다. 미국, 영국, 캐나다에서 온 외국인과 한국인 수강생들이 작품을 영어로 번역한 후 작가와 논의하는 시간이었다. ‘홀린 영혼’은 허풍과 거짓으로 점철된 친구 이주선의 삶을 화자의 시선으로 좇는 작품이다. 성 씨가 “인형은 곰, 개구리 등 다양한 모습이죠”라고 답하자 “영어권에서는 ‘doll’이라고 하면 대개 사람 모양의 인형을 떠올리거든요”라는 설명이 돌아왔다. 성 씨는 미처 몰랐다는 듯 “아…, 그렇군요”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 말의 맛, 생활상 집요하게 분석 한강 씨의 ‘채식주의자’가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을 한 데에는 뛰어난 작품성과 함께 데버러 스미스 씨의 번역도 한몫했다. 스미스 씨처럼 한국어를 배운 원어민 번역가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번역아카데미는 영어 일본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 7개 언어권별로 수업을 진행한다. 이날 수강생들은 단어의 의미부터, 문맥은 물론이고 소설의 배경인 1960, 70년대 주택가와 다방, 기차역 구조까지 파고들었다. “주선의 아버지가 ‘우리 주선이 많이 사랑해주고’라고 말하는 대목은 영어로 그대로 옮기면 동성애 분위기가 난다”는 질문도 나왔다. 성 씨가 답했다. “한국의 어떤 아버지도, 설사 자신이 동성애자라 하더라도 그런 부탁은 안 하죠. ‘잘 돌봐 달라’는 의미를 문어체적으로 쓴 거예요.” 수강생들은 “‘노가리꾼, 똥방위 말년’…. 또 ‘똘똘이 목욕시켜준 지 얼마나 됐냐’는 어떻고요”라며 흘러간 은어의 말맛을 살리는 것이 특히 어려웠다고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 문화, 관습 완벽히 이해해야 이들은 가축시장, 상설시장이 구체적으로 어떤 시장인지, 고유명사인지도 궁금해했다. “한국의 시장에 대해 알아야 하는데…. 5일장은 아세요? 닷새에 한 번 열리는 시장이에요. 가축시장은 5일장에서 열리고요. 상설시장은 계속 영업하는 시장이죠. 일반명사예요.”(성 씨) 동네 어른이 주선에게 “김 사장 아들 아니냐”고 묻자 이 씨인 주선이 고개를 끄덕이는 대목에서도 수강생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 씨를 김 씨라고 하고, 당사자도 부인하지 않는 게 의아하다는 것. 성 씨는 감탄하며 설명을 이어갔다. “한국에서는 흔한 게 ‘김 사장’이에요. 사람들은 실은 서로에 대해 정확히 몰라요. 주선도 굳이 이 씨라고 말하지 않죠. 피상적으로 알고 지내는 모습을 묘사한 장치인데 예리하게 집어내네요!” 영국에서 만난 한국인 친구를 통해 자연스레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팀 홈 씨(32)는 “재미있을 것 같아 번역에 도전했다”며 “그림책을 번역하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인인 캐리 미들디치 씨(27·여)는 “김중혁 작가의 ‘미스터 모노레일’은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재미있는 작품이라 꼭 번역하고 싶다”고 말했다. 두 시간 반의 수업이 끝난 후 성 씨는 말했다. “번역이 굉장히 정교한 작업이네요! 소년 시절 읽은 세계문학전집은 영혼의 자양분이었어요. 낯선 세계가 주는 즐거움 속에서 위로를 얻고 각성도 했죠. 국경을 넘어 단 한 명의 소년이라도 나와 같은 경험을 한다면 소설을 쓴 보람이 있습니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6-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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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강 열풍… 신작소설 ‘흰’도 단숨에 순위권 진입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의 작품들이 여전히 강세다. 수상작인 ‘채식주의자’는 지난주 교보문고와 예스24, 알라딘, 인터파크에서 모두 종합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예스24에서는 2주 연속 1위를 이어갔다. ‘기대보다 더 괜찮았다’, ‘구입과 동시에 단숨에 읽어 버렸다’ 등 책을 읽은 독자들의 후기도 인터넷에 속속 올라오며 열기를 더하고 있다. 5·18민주화운동을 여러 인물의 시선을 통해 입체적으로 그린 ‘소년이 온다’도 동반 상승세다. 지난주 예스24와 알라딘, 인터파크에서는 2위, 교보문고에서는 6위에 각각 올랐다. 작가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새 작품으로도 이어졌다. 더럽혀지지 않은 흰 것들에 관한 이야기 65개를 시처럼 빚어낸 신작 소설 ‘흰’도 단숨에 상위권에 진입했다. 알라딘(4위)과 인터파크(5위), 예스24(9위)에서 10위 안에 들었다. ‘7년의 밤’ ‘28’ 등 화제작을 쓴 정유정의 신작 ‘종의 기원’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교보문고와 예스24, 알라딘에서 지난주 모두 3위에 오르는 저력을 보였다. 인터파크에서는 4위였다. 출판계에서는 침체됐던 한국 문학에 모처럼 활기가 돌고 있다며 반색하는 분위기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6-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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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극혐’ 기생충? 알고보면 매력적인 지구 생명체

    초등학교가 ‘국민학교’였던 시절, 해마다 기생충 검사를 위해 집에서 채취한 대변을 내던 날, 아이들은 닿기만 해도 터지는 폭탄처럼 채취 봉투를 수거 봉지에 냅다 집어던졌다. 얼마 후 담임선생님이 한 명씩 이름을 불렀다. 호명되지 않은 아이들은 가슴을 쓸어내렸고, 교탁 앞으로 불려나간 아이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구충제를 삼켜야 했다. 꽤 오랜 기간 ‘구충대장’이라는 놀림에 시달려야 했던 건 물론이다. 기생충 학자로 잘 알려진 저자(단국대 의대 교수)가 특유의 입담으로 발랄하게 풀어낸 이야기는 유년 시절의 기억 한 토막을 끄집어냈다. 이 책은 전작인 ‘서민의 기생충 열전’에 나오지 않은 기생충을 다뤘다. 책장을 펼치면 드라마틱하고 놀라운 기생충의 세계가 펼쳐진다. 시모토아 엑시구아는 물고기의 혀가 떨어져 나가게 한 후 물고기가 죽을 때까지 혀 노릇을 대신한다. 질편모충은 남녀를 차별한다. 남성의 몸에서는 열흘도 못 견디지만 여성의 몸에서는 수년씩 살며 고통을 주고 에이즈 감염률까지 높인단다. 암세포로 돌변하기도 하는 왜소조충은 좀 무시무시하다. 어떤 병이든 없는 자에게 더 가혹한 법. 기생충도 마찬가지다. 제3세계 사람들이 피부로 들어오는 구충에 자주 감염되는 건 신발이 없어 맨발로 다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빈대를 통해 전파되는 크루스파동편모충은 어릴 때 사람 몸에 들어와 잠복해 있다 중년 무렵 심장마비를 일으켜 순식간에 숨지게 만든다. 중남미에는 감염자만 500만∼600만 명에 달하고 해마다 수만 명이 목숨을 잃지만 아직 치료제는 없다. 부자 나라의 흔한 질병이라면 진작 약을 개발했겠지만, 서글픈 현실은 사람의 목숨에 값을 매긴다. 저자는 제약회사가 아플 때 잠깐 먹는 약보다 고혈압이나 콜레스테롤 저하제처럼 평생 동안 먹는 약을 선호한다고 꼬집는다. 온갖 먹거리가 국경을 넘나들고 지구 곳곳을 여행하는 이가 늘어나는 요즘, 기생충은 남의 나라 이야기만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과테말라에서 재배된 라즈베리, 멕시코에서 키운 고수로 인해 원포자충에 감염돼 집단으로 설사에 시달리는 사례가 잇따랐다. 사람 몸 안을 돌아다니다 드물게는 뇌출혈도 일으키는 유극악구충은 날생선을 통해 주로 감염되는데 태국, 미얀마, 중국, 일본, 남미에서 꾸준히 환자가 발생한다. 어느 순간 출장, 여행으로 다녔던 나라를 되짚어보며 뭘 먹었는지를 꼽아보는 자신을 발견했다. 연구를 위해 앞뒤 안 재고 돌진하는 저자의 엉뚱하면서도 열정적인 모습에는 웃음이 터진다. 사람과 동물의 눈에 사는 동양안충 유충을 배양하는 데 연거푸 실패하자 홧김에 유충 두 마리를 자기 눈에 집어넣는다. 논문 때문에 급한 마음에 눈을 보려고 개를 껴안은 채 뒹굴고, 군인 4명이 다리 한 짝씩 잡은 군견 셰퍼드의 눈에서 동양안충을 꺼내는 장면은 한 편의 시트콤 같다. 기생충은 박멸해야만 하는 대상은 아니다. 구충은 알레르기나 자가면역질환치료제로 쓰이고, 친환경적 항응고제를 만드는 데도 활용될 수 있다. 기생충에 감염되지 않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단다. 날달팽이, 자라 피 등 남들이 잘 안 먹는 건 먹지 않기, 면역력이 약할수록 기생충에 취약한 유기농 식품을 먹을 때 주의하기, 숙련된 요리사가 뜬 신선한 회를 먹기…. 모르면 무섭지, 알고 나면 두려움은 줄어든다. 기생충이라는 작디작은 생명체를 통해 세상살이의 지혜를 함께 선사한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6-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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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청계천 책방]아프니까 직장인이다?

    “오늘 회사에서 즐거우셨나요?” 이렇게 질문하는 순간 온갖 욕설이 날아들지 모르겠다. “얼마나 힘드셨나요”라고 물으면 여기저기서 방언이 터진 것처럼 이야기를 쏟아내겠지만. 회사 생활의 고충을 담은 책이 늘어나고 있다. ‘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히노 에이타로 지음·이소담 옮김·오우아)는 불합리한 업무 구조에 돌직구를 날린다. “오늘은 볼일이 있어서 정시에 퇴근하겠습니다”라고 말해야 할 정도로 야근이 당연시된다고 비판한다. 장래 희망을, 살고 싶은 방식이 아니라 특정 직업인이 되는 것으로 교육하고 좁디좁은 취업문 때문에 뽑아준 회사에 몸 바쳐 일하게 만드는 구조가 한몫한다고 분석한다. 회사를 ‘거래처’로 생각하고 괴로우면 언제든 도망쳐도 된다는 조언은 딱히 신통치는 않다. “회사는 전쟁터지만 회사 밖은 지옥”이라는 ‘미생’의 유명한 대사가 자꾸 떠오르는 걸 보면.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6-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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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립 50주년 민음사, ‘세계시인선’ 15권 재단장 출간

    민음사가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세계시인선’을 재단장해 최근 15권을 출간했다. 세계시인선은 ‘오늘의 시인총서’와 함께 민음사가 문학 출판사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된 시리즈다. 1973년 이백과 두보의 작품을 실은 ‘당시선’, 폴 발레리의 ‘해변의 묘지’,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검은 고양이’, 로버트 프로스트의 ‘불과 얼음’ 등 4권으로 시작됐다. 당시에는 일본어판을 재번역한 책이 대부분이었는데, 원전 번역과 원문을 함께 실어 큰 주목을 받았다. 1차로 모두 80권이 나왔다. 1994년부터 2차로 개정판 63권을 냈다. 민음사는 이번에 3차로 재단장한 책 15권을 시작으로 처음 낼 당시 목표했던 100권을 낼 계획이다. 일단 내년까지 50권이 나올 예정이다. 새로 나온 세계시인선에는 국내 초역한 책 5권이 포함됐다. 소설가로 인기 있는 찰스 부코스키의 대표작 ‘사랑은 지옥에서 온 개’를 비롯해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거물들의 춤’, 시대의 불안을 끌어안은 프랑스 시인인 프랑수아 비용의 ‘유언의 노래’가 있다. 로마 시인인 호라티우스의 ‘카르페 디엠’과 ‘소박함의 지혜’도 만날 수 있다. 베르톨트 브레히트와 김수영의 문학성도 재조명했다. 극작가 브레히트의 ‘검은 토요일에 부르는 노래’에는 초기 작품인 ‘가정기도서’가 담겨 시인의 면모를 볼 수 있다. ‘꽃잎’은 현실 참여 작가로 알려진 김수영이 꽃에 대해 노래한 작품을 소개한다. 히브리 시문학의 정수로 꼽히는 ‘욥의 노래’는 고결한 품성을 지닌 욥이 재산과 자식을 모두 잃고 극심한 병까지 얻지만 그 누구도 고통을 위로해 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을 그린 서사시다. 죄 없는 사람이 고통을 당하는 모티브는 빅토르 위고에게 영감을 줘 ‘레 미제라블’의 장 발장을 창조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시인들은 세계시인선이 영혼의 자양분이 됐다고 말한다. 김경주 시인은 “시가 지닌 고유한 넋을 폭넓고 진지하게 성찰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돌아봤다. 허연 시인은 “세계시인선을 읽으며 어른이 됐고, 시인이 됐다”고 회고했고, 최승호 시인은 “세계시인선을 읽으며 상상력을 키웠다”고 말했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6-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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