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혜진

전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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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뜨고 지는 사이 벌어지는 사건사고를 취재합니다.

sunrise@donga.com

취재분야

2025-11-07~2025-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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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년만의 대학축제, 먹고 마시기 대신 친환경-헌혈

    “맛있는 순대볶음 있어요! 다회용기에 담아드려요!” 15일 가을 축제가 열린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캠퍼스에선 학생들이 주황색 다회용기에 순대볶음 등을 담고 있었다. 다회용기를 가져온 학생은 할인 혜택을 받았고, 안 가져온 학생은 서울시가 주최 측에 제공한 다회용기를 썼다. 이 학교 학생 양윤지 씨(22)는 “예전에 축제가 끝나면 일회용품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였는데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했다. 요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3년 만에 대면 축제가 이어지는 대학가에선 축제에 ‘사회적 가치’를 반영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이화여대는 이번 축제의 주제를 ‘친환경’으로 잡았다. 이 대학 축제 기획단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3년 만에 대면 축제를 여는 만큼 사회적 의미를 담고자 했다”며 “종이로 제작했던 축제 안내서도 온라인으로 대체했다”고 밝혔다. 이날 환경동아리 부스는 양말을 만들고 버려지는 끈을 활용해 텀블러 커버나 컵홀더 등을 만드는 학생들로 붐볐다. 이 대학 4학년 이모 씨(26)는 “평소 텀블러를 자주 쓰는데, 버려지는 끈을 활용해 커버를 만드니 뿌듯하다”고 했다. 헌혈의 장으로 변신한 축제도 있다. 2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대강당 앞에는 헌혈 버스 주위로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3년 만에 개최되는 ‘연고제(고연제)’가 대한적십자사와 협력해 ‘헌혈 연고제’로 열리면서 학생들이 모인 것. 두 대학은 ‘헌혈 온도계’를 설치해 매주 헌혈량을 공개하고, 누적 헌혈량에 따라 상품도 제공한다. 지난해 연세대에 입학한 원가연 씨(20)는 “좋은 일도 하고, 이긴 학교에는 치킨 상품도 준다고 해서 헌혈하러 왔다”고 했다. 함형진 연세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혈액 부족이 심각한 만큼 공론화하면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립대는 26일부터 열리는 축제 ‘인향제’를 지역 상인들과 연계해 개최할 예정이다. 류창현 시립대 총학생회장은 “지역과 상생하기 위해 축제장에 지역 상권 부스를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요즘 젊은 세대는 수고롭더라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있다면 실현하고자 한다”고 했다.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 2022-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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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준석 ‘성접대 의혹-알선수재’ 불송치… 증거인멸 교사-무고 혐의는 계속 수사

    경찰이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사진)의 성접대 의혹 및 이와 관련된 알선수재 혐의에 대해 20일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이 전 대표 관련 고발 사건 중 성매매처벌법 위반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알선수재 등 3가지 혐의에 대해 ‘공소권 없음 및 무혐의’로 판단하고 불송치 결정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당연한 결과”라고 밝혔다. 이 전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 절차에 착수한 국민의힘은 “윤리위원회 심의에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성매매·직권남용·알선수재 불송치”이 전 대표는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로부터 성접대 및 금품을 받고 그 대가로 김 대표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만남을 주선했다는 등의 혐의로 고발돼 최근 경찰 조사를 받았다. 김 대표 측이 주장하는 2013년 성접대 의혹의 경우 성매매는 공소시효가 5년, 직권남용은 7년이어서 경찰은 초기부터 처벌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남은 것은 성접대와 관련된 알선수재 혐의였다. 김 대표 측은 2015년 9월 말 이 전 대표에게 20만 원대의 추석 선물을 줬는데, 이 선물 수수가 앞선 성접대 등과 하나의 범죄인 ‘포괄일죄’ 관계에 있다고 주장했다. 포괄일죄는 여러 행위를 하나의 죄로 보는 것을 말한다. 김 대표 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공소시효가 7년인 알선수재 혐의는 이달 말까지 기소가 가능했다. 하지만 경찰은 2015년 추석 선물은 대가성이 아니라 ‘관계 유지’ 목적으로 이뤄진 것이어서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앞서 박 전 대통령의 아이카이스트 방문 등을 목적으로 진행됐다는 접대와는 목적이 다르기에 같은 범죄로 묶을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경찰은 이 전 대표의 증거인멸 교사 및 무고 혐의 수사는 계속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전 대표가 김철근 전 당 대표 정무실장을 시켜 아이카이스트 직원에게 ‘7억 원 투자 각서’를 써주는 대신 ‘성상납이 없었다’는 사실 확인서를 받았다는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은 김 대표의 법률대리인인 강신업 변호사가 이 전 대표를 무고 혐의로 고발한 사건도 수사하고 있다.○ 親尹 “무고죄 지켜봐야” vs 李 “당연한 결과”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해 이 전 대표는 “당연한 결과”라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동아일보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이러다 (그동안 나를 비판했던 세력들이) ‘경수완박’(경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외치지 않겠느냐”며 이같이 밝혔다. 이 전 대표는 경찰의 불송치 결정이 알려지고 1시간 40여 분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원 가입하기 좋은 화요일”이라며 국민의힘 온라인 입당 링크를 공유하기도 했다. 반면 친윤(친윤석열)계는 “추가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한 친윤계 초선 의원은 “경찰이 불송치 처분을 하며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했는데 성상납 의혹과 관련해 어느 정도 사실 관계가 확인됐다는 방증”이라며 “무고죄 및 증거인멸 관련 혐의에서 기소 의견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또 “17일 윤리위가 이 전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 절차에 착수한 이유는 ‘양두구육’ ‘개고기’ 등 해당행위에 해당하는 발언들 때문”이라며 “경찰의 이번 불송치 결정과 윤리위의 심의는 관련이 없다”고 했다.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 2022-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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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준석 ‘성접대 의혹’ 불송치 처분… 경찰 “공소 시효 지났다”

    경찰이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의 성접대 의혹 및 이와 관련된 알선수재 혐의에 대해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20일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 관련 고발 사건 중 성매매 처벌법 위반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알선수재 등 3가지 혐의에 대해 ‘공소권 없음 및 무혐의’ 판단하고 불송치 결정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로부터 성 접대 및 금품을 받고 그 대가로 김 대표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만남을 주선했다는 등의 혐의로 고발돼 최근 경찰 조사를 받았다. 김 대표 측이 주장하는 2013년 성접대 의혹의 경우 성매매는 공소시효가 5년, 직권남용은 7년이어서 경찰은 초기부터 처벌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남은 것은 성접대와 관련된 알선수재 혐의였다. 김 대표 측은 2015년 9월 말 이 전 대표에게 20만 원대의 추석 선물을 줬는데, 이 선물이 앞선 성 접대 등과 ‘포괄일죄’ 관계에 있다고 주장했다. 포괄일죄는 여러 개의 행위를 하나의 죄로 보는 것을 말한다. 김 대표 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공소시효가 7년인 알선수재 혐의는 이달 말까지 기소가 가능했다. 하지만 경찰은 명절 선물은 대가성이 아니라 ‘관계 유지’ 목적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앞서 박 대통령의 아이카이스트 방문 등을 목적으로 진행된 접대와는 목적이 다르기에 같은 범죄로 볼 수도 없다고 결론내렸다. 다만 이 전 대표의 증거인멸 교사 및 무고 혐의 수사는 지속될 전망이다. 경찰은 이 전 대표가 김철근 전 당 대표 정무실장을 시켜 아이카이스트 직원에게 ‘7억원 투자 각서’를 써주는 대신 ‘성 상납이 없었다’는 사실 확인서를 받았다는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은 김 대표의 법률대리인 강신업 변호사가 이 전 대표를 무고 혐의로 고발한 사건도 수사 중이다. 전혜진 기자sunrise@donga.com}

    • 2022-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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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준석, 윤리위 추가징계 절차 개시되자 “모든 사람은 표현의 자유있다” 반박 글

    “유엔에서 인권 관련 활동을 평생 해오신 (이양희) 위원장에게 바칩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사진)는 18일 오후 중앙윤리위원회가 자신에 대한 추가 징계 절차를 개시하자 즉각 페이스북에 ‘유엔 인권규범 제19조’ 영어 원문을 올리며 이같이 썼다. 해당 규정은 ‘모든 사람은 의견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 대표는 “‘양두구육’ 표현을 썼다고 (윤리위가) 징계 절차를 개시한다는 것”이라며 자신이 윤석열 대통령 등을 비판하며 썼던 ‘양두구육’ ‘개고기’ 등의 발언을 윤리위가 문제 삼은 것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오늘도 다시 한 번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의 이익을 위하여. 그들이 무리수를 둘 겁니다. 역시나”라고 쓰기도 했다. 앞서 이 전 대표는 17일 경찰에 출석해 성 상납 의혹 등에 대해 12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경찰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경 피고발인 신분으로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 출석해 조사를 받고 오후 10시경 귀가했다. 경찰은 이 전 대표가 2013년 7월과 8월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에게 성 접대를 받고 같은 해 11월 김 대표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만남을 성사시켰다는 의혹 등을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3년 성 상납 의혹의 경우 성매매 혐의는 공소시효(5년)가 지나 처벌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성 상납의 알선수재죄 공소시효(7년)는 김 대표가 마지막으로 대가성 금품을 제공했다고 주장하는 2015년 9월 23∼25일을 기준으로 할 때 이달 하순까지로 인정될 수 있다. 경찰은 이 전 대표가 김철근 전 당 대표 정무실장을 시켜 아이카이스트 직원에게 ‘7억 원 각서’를 써주는 대신 성 상납은 없었다는 사실 확인서를 받았다는 의혹도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은 김 대표의 법률대리인 강신업 변호사가 이 전 대표를 무고 혐의로 고발한 사건도 수사 중이다. 이 전 대표 측은 “성 상납을 받았다는 주장은 허위사실”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 전 당 대표 정무실장을 통해 증거를 인멸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 2022-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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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성착취물 추적단까지 사칭…텔레그램 ‘제2 n번방’ 가해자 최소 8명

    경찰이 미성년자를 협박하고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한 뒤 온라인 메신저 ‘텔레그램’에 유포한 혐의를 받는 용의자 ‘엘’(가칭)을 추적 중인 가운데 범죄에 가담한 인물이 적어도 8명이 더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에는 공범으로 추정되는 인물도 있다. 경찰은 2019년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해 유포했던 조주빈 일당의 ‘n번방’과 비슷한 수법으로 보고 전담팀까지 꾸려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엘’과 성착취물 유포…“3년 전보다 진화”2일 동아일보 취재진이 주범 ‘엘’이 활동했던 텔레그램 방 중 하나를 분석한 결과, ‘엘’이 만든 성착취방에서 피해자를 협박하거나 성착취 영상 유포 등에 가담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최소 8명이었다. ‘엘’은 ‘n번방’ 사건을 취재했던 활동가 ‘불꽃’(전 추적단 불꽃)이 피해자 보호와 경찰 수사를 위해 임의로 붙인 이름이다. 이들 중에는 스스로 “엘과 같은 방에 있었다”고 밝힌 사람을 포함해 ‘엘’이 만든 영상을 다른 방에 올리거나, 또 다른 성착취방을 만들어 운영한 정황이 확인된 사람도 있었다. ‘엘’과 이들은 약 5000명의 이용자가 모인 텔레그램 방에서 성착취 피해자의 영상을 유포하는 방을 공유하기도 했다. 지난해 5월 ‘엘’은 텔레그램방에 스스로 성착취를 한다는 사실을 공공연히 밝히면서도 “나는 절대 안 잡힌다. 잡힐 수가 없다. 내가 잡히면 다크웹이라는 데가 있으면 안 된다”고 자신했다. 다크웹은 인터넷주소(IP주소) 추적이 안 되는 음성적 웹 공간인데, ‘엘’은 추적이 불가능한 다크웹처럼 자신은 텔레그램을 통해 동영상을 유포하기 때문에 ‘경찰 수사를 피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박사’ ‘갓갓’ 등 자신의 활동명을 딴 고정 채팅방에서 성착취 영상을 유포했던 2019년 ‘n번방’과는 달리 ‘엘’은 대화명을 수시로 바꾸고 여러 채팅방을 옮겨 다녔다. ‘n번방’을 파헤쳐 공론화했던 불꽃의 원은지 에디터(대안미디어 ‘얼룩소’ 소속)는 1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범죄 수법이 n번방 때보다 더 진화했다”며 “텔레그램 닉네임을 수차례 세탁하는 수법으로 추적을 피했다”고 설명했다.● 텔레그램 탈퇴 뒤 잠적…경찰 ‘늑장 수사’ 논란지금까지 확인된 피해 여성만 6명이고 유포된 영상물도 수백 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엘’은 ‘추적단 불꽃’이나 ‘최은아’라는 이름을 사용해 피해 여성들을 안심시킨 뒤 “텔레그램에서 당신의 사진과 개인정보가 퍼지고 있다. 가해자와 사진을 주고받으며 시간을 끌면 (가해자에게) 바이러스를 심겠다”고 속였다. 이런 방식으로 피해 여성과 무려 8시간 가까이 대화하면서 자신의 텔레그램으로 성착취 영상물을 전송받기도 했다. 경찰이 수사에 나서자 ‘엘’은 지난달 30일 오후 6시경 갑자기 텔레그램을 탈퇴하고 자취를 감췄다. 경찰은 수사팀을 확대해 ‘엘’의 행방을 쫓고 있지만 ‘늑장 수사’ 논란이 일고 있다. 불꽃에 따르면 피해 여성 중 한 명은 올 1월 경찰에 피해 신고를 했다. 유포 정황이 있는 디지털 성착취범죄는 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팀에서 맡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사건의 경우 일선 경찰서 여성청소년계에서 수사를 했고 8개월이 지났지만 수사는 속도를 내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성착취물이 유포된 정황이 없어서 일반 수사팀에 배정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엘’ 등이 여러 공범과 오랜 기간 조직적으로 범행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전담수사팀을 구성하고 수사 인력을 6명에서 35명으로 증원하는 등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2-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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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주토끼’로 부커상 후보 정보라… 연세대 상대 ‘강사 퇴직금’ 소송

    소설집 ‘저주토끼’로 올 4월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던 정보라 작가(46·사진)가 자신이 11년 동안 강사로 일했던 연세대를 상대로 퇴직금과 주휴·연차수당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정 작가는 2010년 3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연세대에서 러시아어와 러시아문학, 러시아문화 등을 강의했다. 그런데 퇴직금 등을 받지 못했다며 올 4월 연세대를 상대로 퇴직금 5000만 원과 주휴·연차수당 등 각종 수당을 지급해 달라는 소송을 서울서부지법에 냈다. 정 작가는 첫 변론기일인 31일 마포구 서부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것이 대한민국 시간강사, 비정규직의 현실”이라고 했다. 연세대 관계자는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 학교 측 입장을 밝힐 단계는 아니다”라고 했다. 학교 측은 강사에게 교원의 지위를 부여한 강사법(개정 고등교육법) 시행(2019년 8월) 이후부터 근로시간을 계산해 퇴직금 등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법 시행 이전에는 정 작가가 주(週) 15시간 미만 근무한 초단시간 근로자이기 때문에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정 작가 측은 “한 과목을 강의하기 위해 실제로는 한 학기에 200시간 이상 근무했고, 학기마다 평균 2∼3개 과목을 가르쳤다”고 반박했다. 강의 준비 및 시험 관리 시간까지 포함하면 매주 25시간 이상 일했다는 것이다.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 2022-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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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프로파일러 경찰이 가스라이팅… 거짓 진술 강요하고 땅 강매까지”

    “그 사람은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 국가대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학회를 나오니 이제야 정신이 좀 드네요.” 전북에 사는 30대 여성 A 씨는 2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국최면심리학회’의 운영자인 전북경찰청 소속 박모 경위(49)를 두고 이같이 말했다. A 씨는 2014년부터 최근까지 8년간 이 학회에 몸담으면서 자신이 겪은 일을 돌이켜 보면 ‘몸서리쳐진다’고 했다. 최면을 통한 프로파일링(범죄심리분석) 기법으로 방송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린 박 경위는 학회원들에게 수년간 ‘갑질’과 성범죄 등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전 학회원 4명이 최근 강간과 공무상 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다양한 혐의로 박 경위를 검찰에 고소한 가운데 피해를 당했다는 추가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자격증 미끼로 잡일 강요해”A 씨는 심리학을 배우기 위해 2014년 박 경위의 학회에 가입했다. 박 경위가 유명 시사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 걸 보고 믿음이 갔다고 한다. 그런데 2018년경부터 박 경위는 노골적으로 A 씨에게 사적인 일을 시켰다고 했다. A 씨는 “박 경위가 전남 신안군에 있는 자신의 땅에서 농약치기, 페인트칠 등 잡일을 하라고 시켰다”라며 “거부하면 ‘최면 관련 자격증을 못 따게 하겠다’는 식으로 나와 안 할 도리가 없었다”고 했다. A 씨는 박 경위의 압박 탓에 억지로 땅을 비싸게 사들이는 방식으로 갈취를 당했다는 주장도 했다. A 씨는 “박 경위가 자신이 1300만 원에 매입한 신안군의 한 섬 토지를 2주 만에 5700만 원에 사라고 강요했다”라며 “거절하면 학회에서 쫓겨날까 두려워 대출까지 받아서 샀다”고 밝혔다. A 씨는 2018년부터 이 같은 방식으로 전남·북 지역의 토지 4곳을 강매당했다고 했다. A 씨는 또 박 경위가 교통법규를 위반해 신고를 당하자 “네가 운전했다고 하라”며 경찰에 거짓 진술을 하도록 강요했다고 말했다. 2015년 이 학회에 들어간 40대 여성 B 씨는 2020년경부터 박 경위의 지시에 따라 거의 매일 2만∼3만 보를 걸었다고 한다. B 씨의 20대 딸은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박 경위가 엄마에게 새벽 4∼5시경 메시지를 보내 걸으라고 시켰다”라며 “엄마가 늦잠을 자거나 걸음 수를 채우지 못하면 벌금 명목으로 박 경위에게 돈을 내야 했다”고 전했다.○ 피해자들 “교수 아닌 교주”피해자들은 박 경위가 학회에서 ‘교수’로 불리며 사실상 ‘교주’처럼 군림했다고 증언했다. A 씨는 “학회가 사이비 종교단체와 다름없이 운영됐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박 경위는 끊임없이 “다 너를 위한 것”이라며 학회원들을 세뇌하는 한편으로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자신이 발급하는 ‘임상 최면사’ 자격증을 주지 않겠다고 압박했다. 또 상담하면서 채무 등 회원들의 약점을 파고들며 신뢰감을 쌓았다고 한다. B 씨의 딸은 “아직 학회 소속인 엄마는 박 경위에게 항상 ‘죄송하다’ ‘용서해 달라’고 빌었다고 들었다”며 “엄마가 박 경위에게 심하게 맞은 적도 많다고 학회원들에게 들었지만 엄마는 나에겐 ‘꿀밤 정도 맞은 것’이라고만 했다”고 말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박 경위가 전문성을 악용해 피해자들을 가스라이팅한 것 같다”고 했다. 박 경위는 지난달 전북경찰청에서 직위해제됐다. 동아일보는 박 경위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 2022-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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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Z “주1회 채식, 일회용컵 대신 텀블러”… 일상속 ‘탄소감축’

    “이번 폭우로 서울 한복판에서 사망 사고가 나는 걸 보고 충격받았어요.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에 요즘은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쓰고, 일회용 우산 비닐 커버는 사용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 씨(26)는 최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주변에도 이번 물난리를 보면서 기후변화 등으로 미래에 더 심각한 사태가 올 수 있다는 생각에 작은 실천에 나서는 친구들이 생겼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서울에 기록적인 폭우가 오는 등 이상 기후가 이어지자 ‘기후위기가 몸으로 느껴진다’며 일상 속에서 환경을 지키기 위한 실천을 하는 MZ세대(밀레니엄+Z세대)가 늘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대학생 김민수 씨(24)는 22일 ‘에너지의 날’을 맞아 오후 9시부터 방의 불을 10분 동안 껐다. 에너지시민연대의 소등 행사에 동참한 것. 김 씨는 “서울은 물난리였지만 부모님이 계신 경남 창원은 가뭄이 지속됐다”며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에 ‘5km 이내는 걷기’ 등 다른 실천도 결심했다”고 했다. 에너지시민연대에 따르면 올해 소등 행사 참가자는 50만여 명으로 작년의 배가 넘었다고 한다. 이 단체 관계자는 “폭우로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전반적으로 커진 효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키워드 분석 플랫폼 ‘블랙키위’에 따르면 최근 폭우 이후 ‘기후위기’라는 단어의 검색량은 약 3배로 증가했다. 서울 강남구의 직장에 다니는 박모 씨(25)는 9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매주 화요일만은 철저히 채식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박 씨 역시 “가축을 키우면서 온실가스가 많이 나온다기에 전부터 간간이 하던 채식을 주 1회 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개인의 이 같은 실천이 큰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준이 부산대 기후과학연구소 교수는 “우리나라는 국민 1인당 연간 탄소배출량이 2019년 기준 13.5t으로 전 세계 평균(6.9t)의 2배가량”이라며 “시민들의 자발적인 탄소배출 감축 노력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의 정상훈 기후에너지 담당자는 “MZ세대의 환경 감수성이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도 도움이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 2022-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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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일 비건’, 텀블러 사용…환경 지키기 나선 MZ세대들

    “매주 화요일만은 철저히 채식을 하겠습니다.” 서울 강남구의 직장에 다니는 박모 씨(25)는 9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같이 선언했다. 6개월 전부터 결심했지만 모임 약속이 잦다는 핑계로 제대로 지키지 않았는데, 최근 마음을 다잡았다고 했다. 박 씨는 “그간 ‘비건(엄격한 채식주의자)’을 지향하면서도 기후 문제는 나와 별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폭우를 겪으며 심각성을 절감했다”고 했다. 사단법인 기후변화행동연구소에 따르면 채식은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육류 생산을 줄일 수 있다. 최근 서울에 115년 만의 폭우가 내리는 등 중부지방이 물난리를 겪자 ‘기후위기가 몸으로 느껴진다’며 일상 속에서 환경을 지키기 위한 실천을 하는 MZ세대(밀레니엄+Z세대)들이 늘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 씨(26)는 이번 폭우 이후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쓰고, 우산 비닐 커버는 사용을 자제하고 있다. 이 씨는 “폭우로 사람들이 서울 한복판에서 죽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주변을 봐도 ‘우리가 살아갈 미래에 기후위기가 더욱 심각해질 것 같다’고 걱정하며 작은 실천에 나서는 젊은 층이 늘었다”고 했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대학생 김민수 씨(24)는 22일 ‘에너지의 날’을 맞아 에너지시민연대가 주최한 소등 행사에 참가해 오후 9시부터 방의 불을 10분간 껐다. 김 씨는 “서울은 물난리를 겪었지만 부모님이 계신 경남 창원은 가뭄이 지속됐다”며 “‘5km 이내 거리는 걷기’ 등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다른 실천도 하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에너지시민연대 관계자는 “올해 소등행사는 참가자가 50만여 명으로 작년의 배가 넘었다”며 “폭우로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전반적으로 커진 효과로 보인다”고 했다. 키워드분석 플랫폼 ‘블랙키위’에 따르면 최근 폭우 이후 ‘기후위기’라는 어구의 검색량은 약 3배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개인의 이 같은 실천이 의미가 적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이준이 부산대 기후과학연구소 교수는 “우리나라는 연간 국민 1인당 탄소 배출량이 12~13t으로 전 세계 평균의 2배 이상”이라며 “탄소 배출 감축 노력이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의 정상훈 기후에너지 담당자는 “MZ세대의 환경 감수성이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도 효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전혜진 기자sunrise@donga.com}

    • 2022-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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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수원 세모녀’ 건보료 체납 알고도, 13개월 지나 현장조사 했다

    질병과 빈곤에 시달리다가 21일 경기 수원시 다세대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세 모녀의 건강보험료 체납 사실이 지난해 6월부터 7차례 지방자치단체에 통보됐지만 13개월이 흐른 지난달에야 첫 현장 조사가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다. 23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세 모녀는 지난해 2월부터 건강보험료를 체납하기 시작했다.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정부는 3개월 이상 공과금 등을 연체하면 관할 시군구에 통보해 복지 사각지대 가구를 발굴하도록 했다. ‘수원 세 모녀’는 지난해 4월까지 석 달 연속 건보료를 연체했고, 공단은 지난해 6월 ‘행복e음’ 시스템을 통해 모녀의 주민등록 주소지인 경기 화성시에 이 사실을 통보했다. 이후 올해 6월까지 7차례에 걸쳐 체납 사실이 화성시에 통보됐다고 한다.○ “복지 인력 부족해 뒤늦게 현장 방문”그러나 화성시가 세 모녀의 주민등록 주소로 복지 안내문을 처음 발송한 것은 지난달 19일이었다. 화성시 관계자는 “현재 28개 읍면동별 ‘맞춤형 복지팀’마다 직원 3, 4명이 근무하는데 시내 건보료 체납자만 해도 약 1만 명”이라며 “복지 담당 인력 부족 탓에 위기 가구 발굴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해명했다. 화성시는 내부 방침에 따라 단수·단전돼 당장 일상생활이 어려운 가구를 먼저 조사했는데 세 모녀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았다. 화성시 기배동 주민센터는 이달 3일 방문 조사에 나섰지만 주민등록지에 모녀가 거주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자 ‘연락 두절’이라며 사회복지 비(非)대상자로 등록했다. 비대상자가 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1년간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한편 모녀는 2004년부터 수원의 월셋집을 전전하며 지냈다. 주민등록상 주소지 집주인은 모녀에 앞서 사망한 장남(자매의 오빠)의 지인이었는데, 2020년 장남이 숨진 후에는 집주인도 세 모녀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에 따르면 세 모녀의 사망 시점은 이들이 발견된 21일부터 최소 열흘이 앞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두고 3일 방문 조사 당시 실거주지 추적이 이뤄졌다면 모녀를 살릴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제1차관은 “전입 미신고 등으로 소재가 파악되지 않는 취약계층의 정보를 복지시스템과 연계하는 방안을 행정안전부와 협의하겠다”고 23일 밝혔다.○ 텅 빈 냉장고, 접시 3개뿐인 살림23일 오후 세 모녀가 살았던 수원시 권선구의 다세대주택은 유품 정리업체가 집을 청소하고 있었다. 냉장고는 텅 비어 있었고, 식기는 접시 3개와 수저뿐이었다. 여기에 신발 6켤레와 이불 2채, 약간의 옷가지 등이 살림살이의 전부였다. 청소업체 직원 A 씨는 “10년 동안 일했지만 냉장고에 식재료가 전혀 없는 집은 처음”이라며 “셋이 어떻게 살았나 싶다”며 안타까워했다. 인근 주민들은 “(모녀가) 이웃과 교류가 전혀 없었다”고 했다. 세 모녀를 기억하는 화성시 기배동의 한 주민은 “(남매의) 아버지는 다리 난간을 만드는 사업을 했는데, 2000년대 초반부터 사업이 어려워졌고 이후 빚 독촉에 시달렸다”고 했다. 이후 장남이 택배 일을 하면서 생계를 책임졌는데, 루게릭병으로 2년 전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경찰에 따르면 둘째 딸이 남긴 유서에는 “아픈 어머니와 언니 대신 모든 걸 책임져야 하는데 오빠, 아버지가 죽고 빚 독촉으로 힘들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위기 가구 발굴 시스템이 사회복지 인력 부족 탓에 잘 작동되지 않고 있다”며 “동네 사정을 잘 아는 민간과 협력하는 등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복지정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분들에 대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수원=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화성=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

    • 2022-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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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중고 80% 개학… “확진 번질까 걱정” vs “학교가 더 안전”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20만 명에 육박하는 가운데 초중고교 상당수가 개학을 앞두고 있어 학부모들 사이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교의 약 80%는 이번 주부터 2학기 수업을 시작한다. 일선 학교들은 교육부 방침에 따라 최대한 대면 수업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중학교 3학년, 초등학교 6학년 두 딸을 둔 최모 씨(47·경기 안양시)는 “첫째는 10일에 이미 개학을 했고 둘째는 26일에 개학을 한다”며 “학교에 보내면 코로나19에 걸릴까 걱정이고, 비대면 수업을 하자니 수업 집중도가 떨어져 학업에 지장이 있을 것 같다. 학교에 가도, 안 가도 걱정”이라고 했다. 고교 3학년 아들을 둔 신모 씨(54·경기 안양시)는 “학교에서 하루 12시간 이상을 보내고 친구들과 급식도 먹는데, 대학수학능력시험이 90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감염될까 두렵다”고 했다. 특히 재감염자 중 만 17세 이하 미성년자 비율이 절반에 육박하다 보니 학교를 통한 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한 우려도 큰 상황이다. 미성년자들의 백신 접종률이 낮은 탓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확진자가 폭증했던 2∼4월에 감염됐던 아이들의 경우 현재 6개월가량 지나 항체가 떨어져 재감염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개학을 하면 확진자 수가 늘어날 것은 분명하다”며 “미성년 자녀를 조부모가 돌보는 경우가 많아 고연령층 등 고위험군으로 확산세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에선 방역시스템이 갖춰진 학교가 외부에 비해 안전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은 “학교는 비교적 방역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고, 이를 관리할 교사들이 상주하기 때문에 (등교로 인한) 대규모 확산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개학 이후 마스크 쓰기, 손 씻기 등 철저한 개인 방역과 주기적인 환기 및 공기청정기 가동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전문가 사이에 이견이 없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최근 연구에 따르면 비말보다는 에어로졸(미세 입자)에 의한 감염 가능성이 더 높다”며 “환기만 제대로 돼도 감염률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1일 0시 기준 코로나19 중환자는 531명으로 전날(511명)에 이어 이틀 연속 500명을 넘었다. 전날인 20일에는 0시 기준 사망자가 84명으로 113일 만에 가장 많았다. 반면 21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11만944명으로 지난주 일요일보다 8602명 줄었다.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 2022-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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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걱정 속 본격 개학…“환기만 잘해도 감염률 낮출수 있어”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20만 명에 육박하는 가운데 초중고 상당수가 개학을 앞두고 있어 학부모들 사이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의 약 80%는 이번 주부터 2학기 수업을 시작한다. 일선 학교들은 교육부 방침에 따라 최대한 대면 수업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중학교 3학년, 초등학교 6학년 두 딸을 둔 최모 씨(47·경기 안양시)는 “첫째는 10일에 이미 개학을 했고 둘째는 26일에 개학을 한다”며 “학교에 보내면 코로나19에 걸릴까 걱정이고, 비대면 수업을 하자니 수업 집중도가 떨어져 학업에 지장이 있을 것 같다. 학교에 가도, 안 가도 걱정“이라고 했다. 고교 3학년 아들을 둔 신모 씨(54·경기 안양시)는 “학교에서 하루 12시간 이상을 보내고 친구들과 급식도 먹는데, 수학능력시험이 90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감염될까 두렵다”고 했다. 특히 재감염자 중 만 17세 이하 미성년자 비율이 절반에 육박하다보니 학교를 통한 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한 우려도 큰 상황이다. 미성년자들의 백신 접종률이 낮은 탓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확진자가 폭증했던 2~4월에 감염됐던 아이들의 경우 현재 6개월가량 지나 항체가 떨어져 재감염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마스크 쓰기, 환기 등 방역 철저해야”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개학을 하면 확진자 수가 늘어날 것은 분명하다”며 “미성년 자녀를 조부모가 돌보는 경우가 많아 고연령층 등 고위험군으로 확산세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에선 방역시스템이 갖춰진 학교가 외부에 비해 안전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은 “학교는 비교적 방역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고, 이를 관리할 교사들이 상주하기 때문에 (등교로 인한) 대규모 확산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개학 이후 마스크 쓰기, 손 씻기 등 철저한 개인 방역과 주기적인 환기 및 공기청정기 가동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전문가 사이에 이견이 없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최근 연구에 따르면 비말보다는 에어로졸(미세 입자)에 의한 감염 가능성이 더 높다”며 “환기만 제대로 돼도 감염률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1일 0시 기준 코로나19 중환자는 531명으로 전날(511명)에 이어 이틀 연속 500명을 넘었다. 전날인 20일에는 0시 기준 사망자가 84명으로 113일 만에 가장 많았다. 반면 21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11만944명으로 지난주 일요일보다 8602명 줄었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 2022-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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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해로 쌓인 ‘폐기물 산’… “하루 18시간씩 치워도 끝이 안보여”

    “저 매트리스 빼주세요!” “지금 상차(上車)가 너무 밀렸어요!” 17일 오전 서울 동작구 ‘동작구 환경지원센터’. 노란 작업복을 입은 구청 청소과 미화원(환경공무관)들이 목소리를 높이며 민첩하게 움직였다. 이곳에서 일하는 한 미화원은 “며칠째 주말도 없이 오전 4시에 출근해 오후 10시까지 폐기물을 처리하고 있다”며 “오늘도 점심 먹을 시간이 없어 콩국수를 5분 만에 먹고 다시 작업을 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최근 수도권의 기록적 폭우로 침수됐던 폐기물이 적환장(매립장에 가기 전 쓰레기를 임시로 모아 두는 곳)에 밀려들고 있다. 특히 침수 피해가 컸던 서울 관악구, 동작구 등의 폐기물 적환장은 처리에 비상이 걸렸다.○ “하루 18시간 꼬박 일해도 부족”동작구 환경지원센터는 수해 폐기물이 ‘쓰레기 산’을 이루고 있었다. 원래 재활용 폐기물을 처리하던 이곳은 최근 동작구에 호우가 집중되면서 쓰레기가 대량으로 발생하자 재활용이 아닌 폐기물도 임시로 처리하기 시작했다. 적환장 한쪽에는 침수된 생활용품과 매트리스, 장판, 가구 등이 약 4m 높이로 쌓여 있었다. 매립이 불가능한 것들을 걸러낸 뒤 포클레인이 폐기물을 들어 운반 트럭 안에 떨어뜨리자 먼지구름이 피어올랐다. 폐기물은 인천 서구의 수도권매립지로 옮겨진다. 관악구 폐기물 적환장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관악구 클린센터’는 이날 오전 내내 전면 유리에 ‘수해 복구차량’이라고 적힌 트럭이 들락거렸다. 구청 관계자는 “어제도 25t 트럭 17대를 동원해 수도권매립지까지 총 50번을 왕복한 후에야 작업이 끝났다”며 “다음 주는 돼야 수해 폐기물 처리가 마무리될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오후 찾은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에는 폐기물을 실은 트럭이 쉴 새 없이 들어오는 모습이었다. 수도권매립지 관계자는 “폐기물이 평소 하루에 25t 트럭으로 300∼400대 들어오는데, 이번 수해로 100대씩 더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18일 서울시에 따르면 9∼17일 수거된 서울 시내 수해 폐기물은 1만1062t에 달한다. 서초·동작·관악·영등포 등 4개 구에서 발생한 쓰레기만 약 8200t이고, 특히 침수 피해가 심했던 관악구에서만 3607t이 수거됐다. 관계자들은 쓰레기는 밀려드는데 장비와 인력에 한계가 있어 수해 폐기물을 모두 처리하는 데는 앞으로 1주일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차량 침수 피해 1만 건 넘어폭우로 차량 침수가 1만 건 넘게 발생하며 보험사들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번 폭우로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등 12개 손보사에 접수된 차량 피해 신고 건수는 18일 오전까지 1만1685건으로 집계됐다. 보험사 측의 추정 손해액은 1637억1000만 원에 이른다. 보험업계에선 이번 침수 정도가 심해 폐차되는 차량이 침수 차량 중 60%를 웃돌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오후 일부 보험사들이 허가를 받고 침수된 차량을 임시 보관하는 서울대공원 주차장엔 차량 1100여 대가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상당수는 흙을 뒤집어쓰거나, 내부 시트가 젖은 채였다. 전국 폐차업체 100여 곳이 매일 이곳에서 차량을 견인해간다. 현장에서 만난 한 보험사 관계자는 “우리 보험사에서만 매일 40대 가까이 차량을 폐차장으로 견인하고 있다”고 했다. 이 보험사 관계자는 침수로 이달 폐차되는 차량 수가 지난달보다 2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추산했다.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 2022-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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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못으로 눌러쓴 김대중 前대통령 옥중서신 추가 공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옥중에서 못으로 쓴 서신이 추가로 발견됐다. 연세대 김대중도서관(관장 한석희)은 김 전 대통령이 1978년 7월 22일 서울대병원 감옥병실에서 못으로 눌러 작성한 옥중서신(사진)을 17일 공개했다. 못으로 쓴 기존 옥중서신 19편 외에 추가로 공개된 것이다. 수신인은 부인 고 이희호 여사였다. 유신 정권의 감시를 피해 작성된 이 옥중서신에는 “가을 이후 우리나라 정치 정세에 큰 변화가 올 것이오” 등의 정세 판단과 민주화 투쟁 전략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요사이(요새) 당신의 건강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오” 등 이 여사를 걱정하는 문구도 담겼다. 김 전 대통령은 1976년 3·1 민주구국선언 사건으로 조사받은 뒤 구속 수감된 병실로 면회 온 이 여사를 통해 종이 포장지를 몰래 반입하고 그 위에 못을 누르는 방식으로 편지를 썼다. 김대중도서관 관계자는 “올 초 자료를 정리하다 누락된 서신 1편을 추가로 발견했다”라며 “못으로 눌러쓴 옥중서신은 국내외에서 다른 예를 찾기 힘들다”라고 밝혔다.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 2022-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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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못으로 쓴 김대중 前대통령 옥중서신 추가 공개…이희호 여사에 정세 등 전해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옥중에서 못으로 쓴 서신이 추가로 발견됐다. 연세대 김대중도서관(관장 한석희)은 김 전 대통령이 1978년 7월 22일 서울대병원 감옥병실에서 못으로 눌러 작성한 옥중서신을 17일 공개했다. 못으로 쓴 기존 옥중서신 19편 외에 추가로 공개된 것이다. 수신인은 부인 고 이희호 여사였다. 유신 정권의 감시를 피해 작성된 이 옥중서신에는 “가을 이후 우리나라 정치 정세에 큰 변화가 올 것이오” 등의 정세 판단과 민주화 투쟁 전략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요사이(요새) 당신의 건강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오” 등 이 여사를 걱정하는 문구도 담겼다. 김 전 대통령은 1976년 3·1 민주구국선언사건으로 조사받은 뒤 구속 수감된 병실로 면회 온 이 여사를 통해 종이 포장지를 몰래 반입하고 그 위에 못을 누르는 방식으로 편지를 썼다. 김대중도서관 관계자는 “올 초 자료를 정리하다 누락된 서신 1편을 추가로 발견했다”라며 “못으로 눌러쓴 옥중서신은 국내외에서 다른 예를 찾기 힘들다”라고 밝혔다. 전혜진 기자sunrise@donga.com}

    • 2022-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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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이브더칠드런, 조손·친인척 위탁가정 ‘양육플래너’ 확대 추진

    충북에 사는 현우(가명·12)는 부모가 이혼한 다음 5년째 친할머니 A 씨(77)와 둘이 살고 있다. 최근 사춘기가 찾아온 현우는 최근 할머니와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고 느끼는 때가 많아졌고, A 씨는 손자와 자주 갈등을 겪게 됐다. 둘의 관계는 올 2월부터 국제아동권리 비정부기구(NGO) 세이브더칠드런에서 파견한 ‘양육플래너’와 상담을 하면서 조금씩 개선됐다. 산하가정위탁지원센터의 신청으로 가정을 방문한 양육플래너는 A 씨에게 아이의 눈높이에 맞는 대화법 등을 하나씩 알려줬다. 현우는 “시험 날 할머니가 ‘현우 파이팅’이라며 격려해줘서 놀랐다. 할머니가 말하는 방식이 달라졌다”고 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내년부터 ‘조손·친인척 위탁가정 집중 사례관리 프로그램’을 전국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16일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친부모 대신 아동을 위탁 양육하는 조부모와 친인척에게 양육 방식 등을 교육하는 사업이다. 세이브더칠드런은 2020년부터 일부 지역의 위탁가정 500여 곳을 대상으로 시범 사업을 벌여 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가정 7733곳에서 아동 9535명이 위탁보호를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조부모와 친인척 등이 양육하는 ‘혈연관계 위탁가정’이 88%에 이른다. 그러나 이들 가정에 대한 지원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정태영 세이브더칠드런 총장은 “혈연관계 위탁가정은 재정 문제 뿐 아니라 세대 차이 등 복합 문제를 겪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라며 “(지원 사업이) 위탁가정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 2022-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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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이재민-자영업자 망연자실

    “목숨을 겨우 구했으니 다행인가 싶다가도 무너진 집을 생각하면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주민 A 씨(75)는 8일 밤 폭우로 집을 잃었다. 옆 개천에서 범람한 물이 A 씨 집으로 들어오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목까지 차올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조대가 A 씨를 밧줄에 묶어 침수된 집에서 겨우 빼냈다. 11일 취재팀이 찾은 그의 집은 벽면이 무너져 내려 내부 장판과 가구 등이 밖에서도 그대로 보이는 상태였다. 이재민 대피소로 쓰이고 있는 강남구 구룡중 강당에서 만난 A 씨는 “살길이 막막하다”라며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8일 집중호우로 구룡마을에서만 주택 3채가 완파되고 6채는 반파됐다. 84채는 침수 피해를 입었다. 11일 수도권에 비가 거의 멈췄지만 침수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과 자영업자들은 고통이 계속됐다. 폭우 때 집에 물이 한 뼘 높이로 들어찼다는 백순남 씨(83)는 “집이 무너질까 걱정돼 거의 대피소에서 지내고 있다”며 “집을 아무리 걸레로 닦아도 습기가 제거되지 않아 포기한 상태”라고 했다. 이한연 씨(48)는 “대피소에서 이재민들 사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도 있다”라고 했다. 가게가 침수됐던 상인들은 망연자실했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 성대전통시장에서 만화방을 운영하는 신모 씨(61)는 가게 안으로 물이 가슴 높이까지 차올라 책을 한 권도 지키지 못하고 일단 몸부터 피했다. 신 씨는 “아르바이트생도 없이 일궈낸 가게다. 빚까지 내가며 코로나19도 버텼는데…”라며 “아예 폐업을 해야 할 것 같다”라고 했다. 같은 시장에서 생활용품점을 운영하는 서영재 씨(37)는 “지금도 비에 젖은 물건을 정리하지 못해 손님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한동안 장사를 하지 못할 것 같은데 지하라 환기가 잘 안돼 냄새가 빠지려면 몇 달은 걸릴 것 같다”고 했다. 동작구 남성사계시장 상인들도 피해 규모를 가늠조차 못 하겠다고 하소연했다. 금은방을 운영하는 조모 씨(66)는 “고객이 수리를 맡긴 명품 시계 약 30점을 못 찾고 있다”라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유채연 기자 ycy@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 2022-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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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지”…폭우 피해 이재민들 망연자실

    “목숨을 겨우 구했으니 다행인가 싶다가도 무너진 집을 생각하면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주민 A 씨(75)는 8일 밤 폭우로 집을 잃었다. 옆 개천에서 범람한 물이 A 씨 집으로 들어오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목까지 차올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조대가 A 씨를 밧줄에 묶어 침수된 집에서 겨우 빼냈다. 11일 취재팀이 찾은 그의 집은 벽면이 무너져 내려 내부 장판과 가구 등이 밖에서도 그대로 보이는 상태였다. 이재민 대피소로 쓰이고 있는 강남구 구룡중 강당에서 만난 A 씨는 “살 길이 막막하다”라며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8일 집중호우로 구룡마을에서만 주택 3채가 완파되고 6채는 반파됐다. 84채는 침수 피해를 입었다. 11일 수도권에 비가 거의 멈췄지만 침수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과 자영업자들은 고통이 계속됐다. 폭우 때 집에 물이 한 뼘 높이로 들어찼다는 백순남 씨(83)는 “집이 무너질까 걱정돼 거의 대피소에서 지내고 있다”며 “집을 아무리 걸레로 닦아도 습기가 제거되지 않아 포기한 상태”라고 했다. 이한연 씨(48)는 “대피소에서 이재민들 사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도 있다”라고 했다. 가게가 침수됐던 상인들은 망연자실했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 성대전통시장에서 만화방을 운영하는 신모 씨(61)는 가게 안으로 물이 가슴 높이까지 차올라 책을 한 권도 지키지 못하고 일단 몸부터 피했다. 신 씨는 “아르바이트생도 없이 일궈낸 가게다. 빚까지 내가며 코로나19도 버텼는데…”라며 “아예 폐업을 해야 할 것 같다”라고 했다. 같은 시장에서 생활용품점을 운영하는 서영재 씨(37)는 “지금도 비에 젖은 물건을 정리하지 못해 손님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한동안 장사를 하지 못할 것 같은데 지하라 환기가 잘 안돼 냄새가 빠지려면 몇 달은 걸릴 것 같다”고 했다. 동작구 남성사계시장 상인들도 피해 규모를 가늠조차 못하겠다고 하소연했다. 금은방을 운영하는 조모 씨(66)는 “고객이 수리를 맡긴 명품 시계 약 30점을 못 찾고 있다”라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유채연 기자 ycy@donga.com전혜진 기자sunrise@donga.com}

    • 2022-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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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 “반지하, 주거용으로 사용 불허”

    8, 9일 수도권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가운데 반지하주택 주민들의 인명 피해가 잇따르자 서울시가 10일 “앞으로 서울에서 지하·반지하는 주거 용도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서울시는 이날 ‘반지하 거주가구를 위한 안전대책’을 발표하고 △(건축법 개정으로) 지하·반지하를 주거용으로 불허하도록 정부와 협의하고 △건축허가 시에도 불허하도록 각 자치구에 ‘허가 원칙’을 전달하며 △기존 건축물은 10∼20년 유예기간을 주고 주거용으로 쓰지 않도록 유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하·반지하는 현재 거주 중인 세입자가 나간 뒤에는 건물주가 비주거용으로 전환하도록 인센티브 등을 통해 유도하겠다는 것이 시의 계획이다. 시는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서울 시내에서 지하·반지하 주택을 없애 나가겠다”라고 밝혔다.반지하, 저지대 관악구에만 2만 가구… “폭우때마다 물바다 걱정” 서울시 “반지하 주택 불허” 계단으로 빗물, 하수구까지 역류… “순식간에 집안 잠겨” 주민 불안1992년 배수시설 의무화했지만, 그 이전에 지은 집은 침수 무방비‘주거용 반지하 퇴출’ 法개정 필요… 허가권 가진 구청 참여도 미지수 서울시가 10일 반지하 주택 대책을 내놓은 것은 고질적으로 되풀이되는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한 것이다. 8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빌라 반지하에 살던 발달장애인 등 일가족 3명과 동작구 상도동의 반지하에 살던 50대 여성이 빗물이 집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가운데 미처 탈출하지 못하고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도마 오른 반지하 안전성특히 저지대 반지하 주택은 폭우 시 침수가 순식간에 이뤄져 큰 피해로 이어질 위험이 더욱 크다. 지대가 높은 곳에서 밀려 내려오는 물이 계단을 통해 반지하 주택으로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폭우 속 사망자가 발생한 관악구, 동작구의 빌라 역시 비교적 지대가 낮은 곳에 있다. 폭우 시 근처 다수의 주택에서 침수 피해가 동시에 발생하면서 소방당국과 경찰에 구조·배수 요청이 폭증하면 구조도 쉽지 않다. 이번에 관악구에서 사망한 장애인과 그 가족 역시 구조 신고는 이뤄졌지만 일대 각 반지하 주택에서 신고가 속출하며 구조대 도착이 지연되면서 변을 당했다. 이번에 침수 피해를 겪은 반지하 주민들은 위험을 새삼 깨달았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일가족이 사망한 관악구 빌라 이웃의 반지하 주민 신모 씨(59)는 10일 집에 들어찬 물을 퍼내며 “지대가 낮아 빗물이 집 안으로 쏟아져 들어온 데다, 하수구까지 역류하며 집안이 순식간에 물바다가 됐다”며 “반지하가 이렇게까지 폭우에 취약할 줄 몰랐다”고 한숨을 쉬었다. 10일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반지하 주택은 2020년 기준 32만7320가구에 이른다. 이 가운데 61%에 해당하는 20만849가구가 서울에 있다. 이번 침수로 사망자가 발생한 관악구에는 서울에서 가장 많은 2만113가구가 몰려 있다.○ 기존 대책 실효성 떨어져앞서 정부가 여러 차례 반지하 침수 대책을 내놓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1992년 침수 피해가 잇따르자 반지하에 배수시설 설치를 의무화했다. 서울시는 2010년 태풍 곤파스 이후 침수 피해가 많은 저지대에는 반지하 주택 신축을 금지했다. 그러나 이 대책들이 나오기 전에 지어진 건물 반지하는 여전히 침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이번에 사망자가 발생한 동작구 주택도 1980년대에 지어졌다. 국토교통부는 영화 ‘기생충’의 영향으로 반지하 주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2020년 초 전국 반지하 주택을 전수조사해 주거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지만 흐지부지됐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10일 동작구 상도동 반지하 침수 피해 현장을 찾아 “건축물 설계관리 기준을 정비하는 등 실질적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서울시가 이번에 내놓은 대책 역시 법령 개정이 필요하거나 건축 허가 권한이 있는 각 자치구의 동참이 필요하기에 효과가 얼마나 날지는 미지수다. 윤혁경 ANU디자인그룹건축사사무소 대표는 “반지하 주택 창문이 외부 바닥과 붙어 있는 경우 창문 높이만큼 방수막을 설치하는 등 단기적 해결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 2022-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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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지하, 침수 잦은 관악구에만 2만 가구…“폭우때마다 물바다”

    8, 9일 수도권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가운데 반지하주택 주민들의 인명 피해가 잇따르면서 반지하 침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빌라 반지하에 살던 발달장애인 등 일가족 3명과 동작구 상도동의 반지하에 살던 50대 여성이 빗물이 집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가운데 미처 탈출하지 못하고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도마 오른 반지하 안전성 반지하 주택의 침수 피해는 고질적으로 되풀이됐다. 이번 사고가 일어난 관악·동작구 뿐 아니라 양천·강서구, 인천, 경기 고양시를 비롯한 수도권에서는 2010년 이후 반지하 주택 침수 사고가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특히 저지대 반지하 주택은 폭우 시 침수가 순식간에 이뤄져 큰 피해로 이어질 위험이 더욱 크다. 지대가 높은 곳에서 밀려 내려오는 물이 계단을 통해 반지하 주택으로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폭우 속 사망자가 발생한 관악구, 동작구의 빌라 역시 비교적 지대가 낮은 곳에 있다. 폭우 시 근처 다수의 주택에서 침수 피해가 동시에 발생하면서 소방당국과 경찰에 구조·배수 요청이 폭증하는 것도 피해를 키우고 있다. 이번에 관악구에서 사망한 장애인과 가족 역시 구조 신고는 이뤄졌지만 일대 각 반지하 주택에서 신고가 속출하며 구조대 도착이 지연되면서 변을 당했다. 이번에 침수 피해를 겪은 반지하 주민들은 위험을 새삼 깨달았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일가족이 사망한 관악구 빌라 이웃의 반지하 주민 신모 씨(59)는 10일 집에 찬 물을 퍼내며 “지대가 낮아 빗물이 집 안으로 쏟아져 들어온 데다, 하수구까지 역류하며 집안이 순식간에 물바다가 됐다”며 “반지하가 이렇게까지 폭우에 취약할 줄 몰랐다”고 한숨을 쉬었다. 10일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반지하 주택은 2020년 기준 32만7320가구에 이른다. 이 가운데 61%에 해당하는 20만849가구가 서울에 있다. 이번 침수로 사망자가 발생한 관악구에는 서울에서 가장 많은 2만113가구가 몰려있다.●기존 대책 실효성 떨어져 앞서 정부가 여러 차례 반지하 침수 대책을 내놓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1992년 침수 피해가 잇따르자 반지하에 배수시설 설치를 의무화했다. 서울시는 2010년 태풍 곤파스 이후 침수 피해가 많은 저지대에는 반지하 주택 신축을 금지했다. 그러나 이들 대책이 나오기 전에 지어진 건물 반지하는 여전히 침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이번에 사망자가 발생한 동작구 주택도 1980년대 지어졌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10일 동작구 상도동 반지하 침수 피해 현장을 찾아 “건축물 설계관리 기준을 정비하는 등 실질적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서울시는 이날 건축허가 시 지하층을 주거용으로 허가하지 않을 것을 원칙으로 하도록 각 자치구에 권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는 향후 기존 반지하도 10~20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점차 없애나가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반지하 주택 침수 피해 대부분은 2000년 이전에 지어진 주택에서 발생한다”며 “상습 침수 지역 위주로라도 재개발을 용이하게 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혁경 ANU디자인그룹건축사사무소 대표는 “반지하주택 창문이 외부 바닥과 붙어있는 경우 창문 높이만큼 방수막을 설치하는 등 단기적 해결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전혜진 기자sunrise@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 2022-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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