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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12일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지켜본 한반도 전문가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북-미 정상의 사상 첫 만남’ 자체에 초점을 맞춘 경우엔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공동성명에 대해선 “기대에 못 미친 빈약한 내용”이란 비판이 적지 않았다. 특히 과거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직접 관여했던 전문가들은 ‘알맹이 없는 합의’라고 꼬집었다. 크리스토퍼 힐 전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는 MSNBC 방송에 나와 “서류가 서둘러서 입안된 것처럼 보인다”며 “‘검증됐다(verified)’는 단어가 빠졌다”고 지적했다. 조셉 윤 전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도 이날 CNN에 출연해 “(공동성명은) 아무것도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고 혹평했다. 워싱턴 조야의 다른 한반도 전문가들도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이날 CNN에 출연한 애덤 마운트 미국 과학자연맹(FSA) 선임연구원은 “과거 북한이 했던 약속에 비해 매우 빈약하다. 솔직히 이것보단 더 강한 내용을 기대했다”고 말했다. 마이클 맥폴 전 주러시아 미국대사는 “우리는 아무것도 아닌 일에 (너무) 많은 것을 포기했다”고 혹평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공동성명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명시되지 않았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대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비확산 국장은 이날 트위터에 “비핵화를 북한의 손에 모두 맡기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복적인 주장에 문제가 있다. 만약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를 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의문을 표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제임스 액턴 연구원은 “북한의 입장에서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의 일방적인 비핵화를 뜻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미국보다 더 큰 실익을 얻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게이오대 명예교수는 “(북한은) 체제 보장을 받았고 ‘완전한 비핵화’는 말했지만 CVID까지는 넣지 않았다”며 “(미국이) 구체적인 데까지 가지 않은 채 먼저 체제 보장을 제공해버린 듯한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래리 다이아몬드 스탠퍼드대 교수는 “북한 독재자를 인정하는 대가로 우리가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걸 우리는 깨닫기 시작했다”며 “만약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이런 합의를 내놨다면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라고 트위터에 썼다. 반면 ‘이 정도면 선방했다’는 평가도 있다. 제임스 캐러파노 헤리티지재단 부소장은 트위터에 “공동성명에 한발 더 진전된 내용은 없었지만 적어도 후퇴한 것은 아니다”라며 “이제 우리는 활발한 외교 과정을 갖게 됐으며 ‘최대의 압박’ 전략도 여전히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후속 조치의 이행을 촉구했다. 조엘 위트 스팀슨센터 수석연구원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유용한 조치의 최소 기준은 충족한다”며 “(회담) 결과는 미국과 북한이 두 정상이 수립한 기본틀에 기반해 구체적인 대화에 신속하게 나서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판문점 등에서 북한과 실무회담에 나섰던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는 두 정상의 성명 서명 이후 기자들에게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며 후속 논의의 필요성을 거론했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폭탄’으로 촉발된 미국과 캐나다의 앙금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캐나다 퀘벡주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이후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면서 미-캐나다 동맹의 균열마저 우려되고 있다. 전용기편으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싱가포르로 날아가던 도중 트윗으로 G7 정상회의 공동성명 승인을 거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싱가포르에 도착해서도 캐나다를 집중 공격했다. 의장국인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자신이 퀘벡을 떠난 뒤 일방적으로 공동성명을 발표했을 뿐만 아니라 기자회견을 통해 “트럼프 관세는 불공정하다”고 비판한 점이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불쾌하게 만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오전 트윗에서 “캐나다 발표에 따르면 그들은 미국과의 교역에서 1000억 달러(약 107조3500억 원)를 벌어들인다”며 “허풍을 떨다가 딱 걸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호혜적인 것이 아니라면 공정무역(Fair Trade)은 이제 바보무역(Fool Trade)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참모들도 트뤼도 총리를 맹비난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10일 CNN에 출연해 “트뤼도 총리의 비판은 우리의 등에 칼을 꽂은 것과 같다. 국내용의 미숙한 정치적 모험을 했다”고 비판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국장도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등에 칼을 꽂은 외국 정상에겐 지옥에 특석이 마련돼 있다”며 트뤼도 총리 비난에 가세했다. 트럼프 행정부 통상 참모들의 거친 대응은 역풍을 불러왔다. 캐나다 총리실은 “공개석상이나 트럼프 대통령과의 개별 만남에서 한 총리의 발언 중 전에 하지 않았던 발언은 없다”고 반박했다.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캐나다 외교장관도 “캐나다는 인신공격을 통해 외교를 수행할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며 “불법적이고 정당화될 수 없는 이 행위가 우리의 친구이자 이웃이며 동맹인 가장 가까운 파트너 국가에서 나와 더 고통스러운 모욕감을 느낀다”고 비판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도날트 투스크 의장도 트위터에 “트뤼도를 위한 천국의 특별석이 있다. 캐나다, 완벽한 G7 회의를 열어줘서 고맙다”고 적으며 캐나다를 편들었다. 미국과 캐나다의 동맹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금이 가기 시작했다. 캐나다는 1일 부과되기 시작한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폭탄에 맞서 철강·알루미늄, 위스키, 치즈, 요구르트 등 128억 달러어치의 미국산 상품에 대한 보복관세를 발표했다. 퓨리서치에 따르면 미국에 우호적이라는 캐나다 국민의 응답률은 2016년 65%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인 지난해 43%로 하락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개정 협상도 난항을 겪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산 자동차부품 등을 겨냥해 자동차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양국이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 동맹 간 무역 갈등이 2라운드에 돌입할 가능성도 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 시간) 오후 8시 15분경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을 타고 싱가포르 파야 르바르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정부 관계자들을 만난 직후 삼엄한 경계 속에 숙소인 샹그릴라 호텔로 직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1일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본격적인 회담 탐색전에 나선다. 이 외엔 별도의 일정 없이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참모진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첫 회담 전략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를 떠나기 전 기자회견을 하고 “이것(북-미 정상회담)은 진정한 의미에서 미지의 영역이다. 하지만 나는 정말로 자신감을 느낀다”며 첫 북-미 회담에 대한 기대감과 자신감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선 “매우 긍정적인 마음으로 (싱가포르에) 갈 것”이라며 “우리는 비핵화를 해야만 한다. 일이 진행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정은도 국민을 위해 훌륭한 일을 하길 원할 것”이라고 했다. 또 이번 회담이 김정은에게 ‘(일생에) 한 번 오는 기회(one-time shot)’라고 콕 집어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김정은)는 알려져 있지 않은 성격(unknown personality)의 리더”라면서도 “(그런 성향이) 좋은 쪽으로 (우리를) 놀라게 할 수도 있다”며 이례적으로 김정은 개인에 대한 평가까지 내놓았다. 이번 회담이란 기회를 놓치지 말라는 메시지인 동시에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은 없다는 식으로 압박 수위를 높인 것이다. 워싱턴 주변에선 큰 틀에서 회담 의제 조율이 사실상 마무리돼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감을 보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현장에서 즉석으로 이뤄지는 일들이 있을 것”이라며 여전히 몇몇 세부 의제는 정상회담 당일 조율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김정은의 진정성은) 몇 분 안에 알게 될 것”이라며 초반 회담 분위기가 전반적인 회담 성패까지 좌우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사람을 좋아하게 될지는 5초면 판가름 난다”며 “(긍정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시간 낭비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완전하고 검증이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란 표현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다. 첫 만남을 앞두고 김정은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그 대신 “(비핵화에)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비핵화는) 과정”이라며 일부 ‘단계적 해법’을 접목한 ‘트럼프식 비핵화 모델’을 들고 나올 것임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특히 ‘평화’와 ‘지속되는(lasting) 평화’ 그리고 ‘번영’을 차례대로 구분지어 언급하며 북-미 회담을 출발점으로 평화를 위한 체계적인 장치와 경제적 지원이 단계적으로 마련될 수 있음도 시사했다. 싱가포르=신진우 niceshin@donga.com·한기재 기자 / 뉴욕=박용 특파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사진)이 북한과의 합의문을 의회에서 비준 받아 북한에 항구적인 체제 보장을 약속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7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그들(이전 미국 행정부)은 엉성한 종이 한 장에 사인을 했다”며 “우리는 서류를 의회에 제출해 결정권을 갖게 되기를 희망한다”라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장기적인 체제 보장을 어떻게 제공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그의 답변이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렇게 되면 자금 지원, 힘, 연속성이 생긴다”며 “김 위원장은 행정부가 바뀌어도 미국의 정책이 똑같이 지속될 것으로 안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의 합의를 정식 협정으로 인정받기 위해 상원 비준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김 위원장)는 비핵화를 할 준비가 돼 있다”며 “체제 보장, 정치적 정상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성공하려면 우리는 대담한 결정을 해야 한다”고 김 위원장의 결단을 촉구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미 간에 비핵화에 대한 간극이 줄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yes). 조금씩(inch by inch) 나아가고 있다”고 했지만 완전한 합의에는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대량살상 무기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이 가능하게 제거하기 전까지는 대북 제재가 해제되지 않을 것”이라며 “비축된 무기, 지식, (무기) 저장고, 시스템, 인프라, 핵분열 물질 생산 시설 등이 남아 있는 한 확산의 위험은 지속된다”고 지적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12일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국과 중국을 방문한다. 그는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국과 일본, 중국의 카운터파트들을 만나 진전된 정보를 제공하고 비핵화 완성 때까지 모든 대북 제재를 완전히 이행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13, 14일 서울을 방문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상과 3국 외교장관 회담을 열어 북한에 대한 공동의 접근 방식에 대해 논의한 뒤 14일 중국 베이징을 찾는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 시간) 북한의 비핵화 완성에 대한 보상으로 국교 정상화를 처음으로 제시했다. ‘원하는 것을 빨리 얻고 싶으면 미국의 요구대로 최대한 빨리 비핵화를 끝내라’는 메시지를 북한에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한 여러 문제에 대해 이전보다 훨씬 더 구체적이고 명확한 대답을 내놨다.○ “종전 합의 서명할 수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종전 합의에 서명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은 1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을 접견할 때 했던 발언과 달라진 대목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6월 12일에 빅딜이 있을 것이지만 서명은 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엿새 만에 “서명할 수 있다”는 쪽으로 바뀐 것이다. 이는 그동안 북-미 간의 실무회담 과정에서 적지 않은 문제에 대해 합의했음을 의미한다. ‘서명이 있는 종전선언’은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로 나올 합의문에 종전 관련 내용이 명문화될 것이라는 의미다. 이는 북-미 합의의 상징성은 물론이고 합의 이행에 대한 구속력을 더욱 높여준다. 다만 정상회담에서 북-미가 종전 선언을 추진할 것인지, 아니면 정상회담 이후 한국까지 가세해 남북미가 함께 종전을 선언할 것인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국교 정상화를 처음 시사한 것도 ‘비핵화 합의-종전선언-비핵화 이행-경제 지원-국교 정상화’로 이어지는 비핵화 로드맵을 공식화했다는 의미가 있다. 종전선언과 국교 정상화는 북한이 비핵화의 대가로 가장 절실하게 요구했던 반대급부다. 그 대신 북한은 ‘신속하고 확실한 핵 폐기’를 주장하는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여야만 ‘북-미 수교’라는 당근을 챙길 수 있게 됐다.○ ‘잘되면 당근, 안되면 채찍’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한에 ‘당근과 채찍’을 함께 내밀었다. 그는 “회담이 잘된다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미국 방문이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도 그것을 매우 우호적으로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경제 지원을 거론하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문재인 대통령이 그들을 경제적으로 엄청나게 돕겠다고 말했다”며 “중국도 경제적으로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의 역할에 대해서는 “우리는 매우 멀리 떨어져 있다”며 한발 뺐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를 하지 않으면 그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회담이 실패할 경우 추가 대북제재를 시사했다. 그는 “우리는 북한에 부과할 300개 이상의 제재 목록을 갖고 있다. 합의할 수 있을 때까지는 유보하기로 결정했다”며 “필요하지 않으면 쓰길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협상이 잘 안 될 경우) 나는 걸어 나올 준비가 완전히 돼 있다. 하지만 김정은이 주민들을 위해, 그의 가족을 위해, 그 자신을 위해 위대한 무언가를 하길 원한다고 정말 믿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에게는 상당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발언이다.○ “회담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매우 대단한 성공을 거둘 것”이라며 “한 번의 만남이 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그것보다 더 길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회담이 사흘간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상회담이 사진 이벤트가 아니냐”는 질문엔 “사진 이벤트보다 훨씬 더 큰일이 될 것”이라며 “이것은 하나의 프로세스”라고 강조했다. 북-미 정상회담이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의 첫발을 내디디는 것이라는 점을 언급한 것이다. 한편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선언 가능성을 내비친 발언에 대해 “조심스러운 국면이어서 공식적인 입장을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주성하 zsh75@donga.com·한상준 기자 / 뉴욕=박용 특파원}

‘종전선언-완전한 비핵화-국교 정상화’로 이어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한 비핵화 로드맵이 나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백악관으로 초청할 뜻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 시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미일 정상회담 후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정상회담을 할 모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반도 종전선언에 대해 “우리는 한국전쟁 종전 합의에 서명할 수 있다. 그것은 첫 번째 조치가 될 것”이라며 “하지만 그건 정말로 시작이고 아마 쉬운 부분이다. 가장 어려운 부분이 그 다음에 남아 있다”고 말했다. 완전한 비핵화로 가는 과정이 쉽지 않음을 내비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국교 정상화 문제와 관련해 “국교 정상화는 내가 하길 기대하는 일이다. 모든 게 마무리될 때 그렇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종전선언과 국교 정상화 추진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으로 ‘선(先) 비핵화, 후(後) 국교 정상화’ 로드맵을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8일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런저런 많은 구상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진행 과정에 달라질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는 구상”이라고 말해 북-미 간 ‘종전 합의 서명’ 등의 발언에 대해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이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김 위원장이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위해 결단을 내리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이 CVID에 관해 북한으로부터 아직 확실한 대답을 듣지 못했음을 시사한다. 종전선언과 국교 정상화 등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비핵화와 관련해 결단을 주저하는 김 위원장에게 확실한 당근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풀이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에) 얼마나 머물 것이냐”는 질문에 “하루, 이틀, 사흘…. 어떤 일이 일어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사흘 동안 이어질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어 “회담이 잘된다면 김 위원장의 미국 방문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아마 백악관에서 먼저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근만 제시하지는 않았다. 그는 협상이 잘 안될 경우 “걸어 나올 완전한 준비도 돼 있으며 전에도 한 번 그랬다”고 말했다. 또 “내가 ‘최대한의 압박’을 다시 사용하겠다고 하는 말을 듣게 된다면 협상이 잘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로이터 “김정은 10일 싱가포르 도착” 한편 로이터통신은 8일 싱가포르발(發) 기사에서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 이틀 전인) 이번 일요일(10일) 싱가포르 창이 국제공항에 도착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오후 전용기로 싱가포르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돼 왔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 멕시코, EU-캐나다 이어… 트럼프 텃밭에 보복 관세폭탄“그들(캐나다와 멕시코)은 동맹국이지만 경제적으로 우리를 이용하고 있다. 우리는 훌륭한 무역협상을 할 좋은 기회를 얻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다.”(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미국이 난항을 겪고 있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양자 협상으로 전환하는 승부수를 꺼내 중국에 이어 동맹국과의 무역전쟁 수위를 끌어 올리고 있다. 캐나다와 멕시코가 11월 미국 중간선거의 접전 지역 산업을 타깃으로 ‘핀셋 보복’에 나서면서 무역전쟁이 7월 이후 하반기 미 선거 정국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NAFTA 재협상 대신 양자협상 선회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5일 브리핑에서 “대통령은 (캐나다, 멕시코와) 개별 협상에 대해 열려 있다”며 “NAFTA든 다른 수단이든 모든 옵션이 테이블에 올라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참모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많은 나라와 타협해야 할 때 최악의 협상을 하곤 한다”고 말했다. NAFTA 재협상을 포기하고 철강, 알루미늄 관세를 지렛대로 양자협상을 진행해 캐나다와 멕시코를 각개격파 하겠다는 의도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즉각 반발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정중하게 대응할 것이지만 밀리지도 않겠다”고 선언했고, 일데폰소 과하르도 멕시코 경제부 장관은 “(미국의) 성난 유권자와 기업들의 전화가 쏟아져 트럼프에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의원들의 지역구를 목표로 해야 한다”고 자국 언론에 밝혔다. 트럼프의 관세 폭탄을 선거 쟁점으로 끌고 들어가겠다는 의도다. 이날 뉴멕시코 뉴저지 몬태나 미시시피 사우스다코타 아이오와 앨라배마 캘리포니아 등 8개 주는 11월 중간선거에 나설 후보를 뽑는 예비선거(프라이머리)에 들어갔다. ○ 무역전쟁, 중간선거 쟁점으로 비화 미국과 무역전쟁에 돌입한 중국 캐나다 멕시코 유럽연합(EU)은 11월 미 중간선거의 공화당 접전지역인 플로리다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주 등의 핵심 산업을 겨냥해 보복관세를 집중 투하했다. 캐나다는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 외에도 치즈 위스키 요구르트 오렌지주스 등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보복 관세를 발표했고, 멕시코도 6일부터 철강 제품, 돼지고기, 치즈, 버번위스키 등에 20∼2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멕시코는 미국산 돼지고기 최대 수출시장이어서 미 아이오와주 양돈업자들의 타격이 예상된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공화당)의 지역구 위스콘신의 치즈와 요구르트,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지역구인 켄터키의 버번위스키도 피해가 불가피하다. 위기감이 커지자 미 상원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적인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 주도로 의회의 사전승인 없이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관세를 부과할 수 없게 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공화당이 지금처럼 한다면 (11월 중간선거에서) 하원 40석을 잃고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될 것”이라며 이민과 무역 때리기를 선거 전략으로 삼아야 한다고 공화당에 조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호적이지만 자유무역 지지 성향의 월스트리트저널은 ‘스티브 배넌의 나쁜 조언’이라는 사설을 통해 무역전쟁 카드를 일축했다. ■ 유럽 “나토 병력 늘리자고? 차라리 러시아와 손잡겠다”미국의 유럽산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와 이란 핵협상 파기 이후 미국과 유럽 간의 대서양 동맹 균열이 점점 더 심상치 않다. 무역 분쟁뿐만 아니라 안보 갈등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방장관 회의에 참석해 러시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의 위협에 대비해 나토가 더 많은 병력과 장비를 배치하라고 요구할 계획이나 나토와 유럽은 난색을 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6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매티스 장관은 나토에 ‘30-30-30-30 계획’에 합의하자고 요구할 계획이다. 나토가 러시아의 공격에 대비해 육군 대대 30개, 공군 중대 30개, 그리고 30개 해군 전함이 비상시 30일 내에 배치를 완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계획이다. 나토가 운영 중인 1개 대대 규모가 보통 600∼1000명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3만 명 이상의 육군 병력이 필요하고 비행기와 전함도 늘리라는 요구다. 이는 지난해 12월 발표된 미국 국가안보전략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나토와 유럽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 이후 나토는 작지만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선봉 부대로 발틱 지역과 폴란드에 4개 대대를 배치하고 있다. 이를 더 늘리는 것 자체가 부담이다. 프랑스는 이미 아프리카에 상당한 병력을 분산 배치해 여력이 없고, 영국은 국방비가 삭감돼 기존 발틱 지역에 배치된 병력조차 줄이고 있는 추세다. 유럽연합(EU)은 나토와 별도로 지난해 12월 신속대응군을 만들기로 합의하고 부대 배치 작업 및 헬리콥터와 함대 개발에 착수하고 있어 미국 주도의 나토군 작전 계획과 중첩되는 부분이 있다. 미국은 또 러시아와 이란의 위협을 이유로 독일 남서쪽 람슈타인 미 공군기지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우리 동맹을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독일 내에서는 지나친 미군 개입에 우려를 표하는 여론이 높다. 자체적으로 중단거리 미사일 방어체계를 개발 중이기 때문이다. 독일 정계에는 최근 부임한 리처드 그리넬 주독 미국대사를 추방하라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그는 최근 미국 극우성향 온라인 매체 브라이트바트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유럽 전역에 있는 다른 반체제 성향의 보수주의자들과 지도자들에게 힘을 싣고 싶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처럼 유럽-미국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유럽 내에선 오히려 러시아와 가까워지려는 분위기마저 나타난다. 독일 야당은 좌우 성향 상관없이 “8일 열리는 G7 정상회의에 회의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러시아를 다시 참석시켜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 회의는 러시아를 포함한 G8 회의로 진행되다가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G7 회의로 바뀌었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5일 취임 후 첫 국회 연설에서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를 해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는 같은 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오스트리아 방문을 반기며 “슈퍼파워를 가진 러시아가 국제사회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나는 유럽의 분열을 바라지 않는다”고 화답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닷새 앞으로 다가온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 장소가 센토사섬의 카펠라호텔로 결정됐다. 세라 샌더스 미 백악관 대변인은 5일(현지 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지도자의 싱가포르 정상회담 장소는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미 정상회담은 현지 시간으로 12일 오전 9시(한국 시간 오전 10시)에 열린다. 센토사섬이 회담 장소로 결정된 것은 무엇보다 경호와 보안 문제를 고려한 선택으로 보인다. 센토사섬은 싱가포르 본섬과 700여 m 길이의 다리 및 케이블카, 모노레일, 터널로 연결돼 외부의 접근을 통제하기가 쉽다. CNN은 “(실무회담) 논의 내내 북한 인사들은 경호와 보안 문제에 주된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카펠라호텔은 영국군 캠프를 리모델링한 고급 호텔로 110여 개의 객실과 2개의 골프 코스 등을 갖추고 있다. 진입로가 깊고 나무가 울창해 경호나 보안 유지에 수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휴양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회담 사이에 정상 간의 깜짝 이벤트도 가능한 곳이다. 싱가포르 일간 스트레이츠타임스는 6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각각 샹그릴라호텔과 세인트레지스호텔에 묵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도보로 약 9분 거리인 두 호텔 모두 싱가포르 정부가 10∼14일 특별행사구역으로 지정한 범위 안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 시간) “우리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지켜볼 것”이라며 “매우 중요한 며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한기재 기자}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을 찾았을 때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 관계자들은 한결 부드러운 표정이었다. 지난해 9월 리용호 외무상이 유엔총회에 참석했을 땐 한국 취재진을 피했던 그들이 이번엔 “언론들이 너무 자극적인 보도를 한다”고 농담하거나 뉴욕 생활 같은 개인사도 슬쩍슬쩍 꺼냈다. 한국 취재진과 통성명을 하던 한 북한 관계자는 “신문 경제면에 재밌는 기사가 참 많다”고 농담을 던졌다.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신봉하는 북한 관계자들이 시장경제 원칙에 철저한 한국의 경제 기사를 읽고 재미를 느낀다니…. 핵보유국을 선언했으니 이제부턴 경제에 다걸기 한다는 건가.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는 4월 핵과 경제의 ‘병진노선’을 포기하고 경제 건설에 집중한다고 결의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를 간파한 듯 김 부위원장을 만찬에 초대해 보란 듯이 맨해튼 마천루의 스카이라인을 보여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모델’을 거론하며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경제 발전을 돕겠다는 ‘당근’도 제시했다. 벌써부터 북한이 원산과 마식령 일대에 카지노 등 관광상품 개발 투자를 미국에 요청했다거나 맥도널드와 같은 서방의 햄버거 체인을 평양에 허용하려고 한다는 보도도 나온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빈곤하고 시장경제 경험도 일천한 북한이 ‘북한판 한강의 기적’, ‘대동강의 기적’을 일으키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제재가 풀리고 카지노와 맥도널드 체인점이 들어선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한 탈북 대학생에게 ‘한국에 온 뒤 가장 어려웠던 게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그는 “한국 돈 1만 원의 가치를 이해하는 게 힘들었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와 단절돼 다른 나라와 화폐를 교환하는 비율인 환율과 시장 개념이 머릿속에 없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취재차 방문한 중국 북한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했을 때 여성 복무원이 “그만 시키시라요. 다 못 먹습네다”라고 만류했던 일도 기억난다. 매상 올리기에 급급해하지 않는 그의 태도가 정겨웠지만, 낯설었다. 북한이 시장을 개방하더라도, 때때로 비인간적인 시장 경쟁을 이해하고 부작용을 극복하는 데 꽤 시간이 걸릴 것이다. 북한이 중국식 개혁개방을 추진하려면 ‘한강의 기적’을 일군 수출 주도 산업화 정책이 불가피하다. 중국은 14억 인구의 넓은 시장을 미끼로 외국 기술과 투자를 유치했지만 북한은 무엇을 내줄 수 있을까. 개성공단처럼 정부가 관리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문을 닫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도사리고 있다면 어느 기업도 북쪽 공장을 쳐다보지 않을 것이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미국 일각에선 북한이 제재가 풀리면 핵을 손에 틀어쥐고, 시장 개방만 하는 ‘인도식 모델’을 추구하려는 게 아닌가라는 의심도 여전하다. 북핵 리스크의 불씨가 남아 있다면 장기 투자가 필요한 북한 인프라에 돈을 댈 투자자는 많지 않다. ‘대동강의 기적’을 위해선 비핵화 이행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북한이 못사는 건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재 때문만이 아니다. 한국이 미국과 동맹국의 투자와 지원만으로 경제를 일으켰다고 믿는 것도 순진한 발상이다. 갇혀 있는 새는 새장을 키워줘도 훨훨 날지 않는다. 한강의 기적이 지속됐던 건 기업과 시장이라는 새에게 자유를 주고, 국민의 저축과 투자, 혁신을 보상해주는 경제 시스템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대동강의 기적도 그렇게 올 것이다. 북한은 각오가 다 돼 있을까. 박용 뉴욕 특파원 parky@donga.com}

북-미 대화를 코앞에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북 제재와 비핵화 타결에 대해 한층 누그러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태도 변화가 북-미 간 비핵화 장기전을 내다본 전략적 표변일지, 일주일 남짓 남은 싱가포르 회담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한 전술일지 평가가 엇갈린다.○ 이란 핵협상보다 ‘완벽한 북핵 모델’에 대한 부담 이미 ‘트럼프 모델’을 통해 일괄타결식 해법은 포기하겠다고 밝혔던 트럼프 대통령은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협상을 하다 보니 김정은과의 첫 만남에서 한 번에 해결할 만큼 북핵이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다는 의미다. 워싱턴 조야와 학계에서 줄기차게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는 수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던 게 뒤늦게 먹혔다는 분석도 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협상 자체도 쉽지 않은데 판문점에서 벌이는 실무접촉을 20일도 채 못 하고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의 모든 것을 합의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트럼프 본인이 이란 핵합의가 미흡하다면서 파기했으니 ‘트럼프식 북핵 해법’을 완벽하게 도출해야 한다는 부담이 상당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성공적인 싱가포르 만남, 정확히는 ‘포토 오프(photo op·선전을 위해 연출한 사진)’를 담아내기 위해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은 상태에서 북-미 회담을 진행해 평화로운 상태를 강조하기 위한 일시적인 노림수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의 친서를 받은 뒤 태도가 바뀐 것에 주목한다면, 그 나름의 득실 계산을 이미 끝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미가 비핵화를 둘러싸고 양보할 수 있는 카드가 무엇인지, 누가 먼저 내놓을지를 놓고 신경전을 벌여왔던 만큼 정상 간 소통으로 당장 할 수 있는 조치들에 대한 큰 그림을 공유했을 수 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은 미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탄두를 반출하고, 미국은 종전선언을 통해 체제 안전보장을 해줄 수 있다는 맞교환이 이뤄졌을 수 있다”며 “북-미 양측이 모두 원하는 회담이다. 치열하게 기싸움을 하던 단계는 넘어섰다. 전체적인 합의문의 큰 얼개가 그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 참모들 뒤늦게 “제재 가동되고 있다” 미국 전문가들과 언론은 트럼프가 북한이 만들어 놓은 단계적 비핵화 논리에 뛰어들었다고 우려하고 있다. USA투데이는 4일(현지 시간) 사설에서 영화 ‘지옥의 묵시록’ 속 대사를 인용하며 “트럼프의 외교정책은 그의 명백한 광기를 드러낼 방법도 보이지 않는다”며 북한에 대한 ‘갈지(之)자’ 행보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더 이상 최대의 압박 표현은 쓰고 싶지 않다”란 발언 이후 대북 제재 고리가 완화될 것을 우려한 참모들은 잇달아 트럼프의 말을 주워 담고 있다. 래리 커들로 미국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3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북 제재와 관련해 “엄격하고 강력하게 가동되고 있다. 그는 이어 “프로세스의 끝에 일방적인 비핵화가 있을 것”이라며 “협상은 시간이 걸린다. 로마를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우리 군인들은 2차 세계 대전의 해변에서, 아프가니스탄의 산야에서 (미군과) 함께 싸우고 전사했다. 이것(미국이 국가 안보를 이유로 캐나다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그들에 대한 모욕이다.”(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미국의 이웃이자 동맹국인 캐나다가 미국의 관세 폭탄에 발끈했다. 미국이 ‘국가 안보’를 이유로 캐나다산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보복관세를 강행하자 총리가 직접 나서 맞대응을 선언했다. 미국은 ‘과민반응’이라고 일축했지만, 무역전쟁의 전선은 중국을 넘어 미국의 오랜 동맹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3일(현지 시간) 미 NBC방송에 출연해 “우리가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라는 아이디어는 모욕적이며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고 미국의 ‘관세 폭탄’을 맹비난했다. 트뤼도 총리는 1일 미국이 캐나다 등에 대한 보복관세를 강행하자 “우리 노동자를 위해 일어설 것”이라며 “오늘 우리는 우리 산업에 대한 이 공격에 보복 조치를 발표할 것”이라고 트윗을 올렸다. 그는 “우리는 정중하게 대응할 것이지만 밀리지도 않을 것”이라며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조언을 인용해 관세 폭탄을 떨어뜨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했다. 캐나다를 분노하게 만든 건 동맹국인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중국 인도 등의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한시적으로 유예했던 유럽연합(EU), 캐나다, 멕시코 등 동맹국들까지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캐나다는 미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는 물론이고 농산물과 위스키 등 미국 공화당 수뇌부의 지역구를 겨냥한 관세 폭탄으로 맞대응에 나섰다. EU와 멕시코도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보복관세를 발표했다. 일데폰소 과하르도 멕시코 경제부 장관은 “성난 유권자와 기업들의 전화가 쏟아져 트럼프에게 영향력을 발휘할 의원들의 지역구를 목표로 해야 할 때”라고 자국 언론에 밝혔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공화당) 지역구인 위스콘신의 낙농업을 겨냥해 치즈와 요구르트를 포함시키고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미치 매코널의 지역구인 캔터키의 버번 위스키가 집중 타깃이 됐다. 이웃 동맹국들의 반발에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백악관의 통상 참모들은 꿈쩍하지 않았다. 대표적인 보호무역 매파인 피터 나바로 무역제조업국장은 이날 폭스비즈니스네트워크에 출연해 “국가안보 이익은 물밀 듯 쏟아져 들어오는 수입산으로부터 우리를 지키고 우리 산업이 부활하게 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은 우리나라를 수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래리 커들로 미국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관세는 캐나다와 오랜 동맹과 아무 관련이 없다”며 “그(트뤼도 총리)가 과민반응하고 있는 것 같다”고 일축했다. 그는 “말하자면 무역분쟁이지만 함께 협력하면 해결할 수 있다”며 “이것을 ‘가정불화’라고 생각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미국은 난관에 빠진 NAFTA 재협상 대신 캐나다와 양자협상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트뤼도 총리도 “우리는 미국과 손을 잡고 협력해 일을 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며 협상 가능성도 시사했다. 미국과 동맹국이 타협점을 모색하며 무역전쟁의 파국을 피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관세 폭탄 등의 상호 보복 조치가 세계 경제에 충격을 줄 수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경제 전문기관의 통계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미국 경제성장률이 0.1~0.2%포인트 하락하고 일자리 7만 개가 사라질 수 있다고 전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회의가 일찍 끝난 이유는 뭔가? 원하는 약속은 받아냈나? 비핵화의 의미에 대해 북-미가 합의했나?”(취재진) “일찍 끝내지 않았다. 다루길 원한 의제와 명확히 해야 할 주제가 있다. 우리는 이를 달성했다. 어려운 과제다.”(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을 방문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의 고위급 회담은 첫날 90분의 만찬과 둘째 날의 150분 협상으로 막을 내렸다. 지난달 31일 오후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오전 열린 ‘뉴욕 담판’ 결과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시작부터 날카로운 질문이 쏟아졌다. 폼페이오 장관은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지만 “매우매우 어려운 과제다.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는 우려도 숨기지 않았다. ○ 240분의 짧은 만남, “진전 있었다” 지난달 31일 오전 9시부터 뉴욕 맨해튼 38번가에 있는 유엔 주재 미국 차석대사 관저에서 시작된 회의는 오전 11시 반경 끝났다. 두 차례로 나눠 오후 1시 반까지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2시간 일찍 끝났다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다룰 주제는 다 다뤘다.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지난 72시간 동안 진전이 있었다”며 회담 성과를 평가했다. 뉴욕 회담에 앞서 열린 판문점과 싱가포르에서의 실무 접촉 등을 통해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개최 여건이 숙성되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북한은 미국이 약속한 체제 보장과 경제 지원에 대한 신뢰를 어느 정도 확인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날 회담에서는 완전한 비핵화와 미국 측이 제시한 체제 보장을 맞바꾸는 ‘빅딜’ 등의 의제가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의 목적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한반도의 비핵화(CVID)”라며 “세계가 북한에 원하는 비핵화와 그들이 요구하는 체제 보장을 모두 달성하기 위해 어떻게 일을 진행해야 하며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길이 무엇인지에 대한 많은 대화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 비핵화 합의, 정상회담 개최 여전히 불투명 전문가들은 과거 북한 비핵화의 실패를 감안할 때 북-미가 비핵화에 대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면 정상회담이 성공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회담이 교착 상태에 빠져 일찍 끝난 것 아니냐는 우려를 일축했지만, 양측의 합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기자회견도 질문 6개만 받고 10분 만에 끝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핵 프로그램의 모든 요소를 포함한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 범위에 핵무기 운반 수단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포함될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하지만 북한이 이에 어느 정도 동의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폼페이오 장관은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개최 여부에 대해서도 “모른다”며 말을 아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한 번의 회담으로 끝났으면 좋겠지만 합의는 그런 식으로 이뤄지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며 “한두 번, 세 번의 회담에서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 “평생 한 번뿐인 기회” 김정은 결단 촉구 고위급 회담에서 북-미 정상회담 의제에 관한 견해차가 좁혀질 수는 있지만 최종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결단에 달려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그들(김 위원장과 김 부위원장)이 자신들의 나라가 전에 한 번도 준비해 보지 못했던 전략적인 변화로 나아가는 길을 숙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가 세계로 가는 항로를 바꿀 평생 한 번뿐인 기회를 잡을 수 있으려면 김 위원장의 대담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결단을 촉구했다. 한편 자성남 유엔 주재 북한대사는 2박 3일간의 뉴욕 일정을 마치고 1일 오전(현지 시간) 워싱턴으로 향하는 김 부위원장을 배웅하면서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열릴 것으로 보느냐’는 한국 언론의 질문에 “회담 결과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서”라고 말했다. 자 대사가 언급한 회담이 뉴욕 회담인지, 김 부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면담을 말하는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1박 2일(30, 31일)의 미국 뉴욕 방문에 이어 1일 워싱턴 백악관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31일 직접 “북한 대표단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1일 내게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또 “폼페이오 장관이 아주 훌륭한 협상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의미는 작지 않다. 김 부위원장의 워싱턴 방문과 트럼프 대통령 면담은 김영철-폼페이오 간 북-미 고위급 회담 결과가 좋았을 때만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0년 8월 천안함 폭침 사건 주도 의혹을 받았던 북한 정찰총국과 당시 수장이었던 김 부위원장은 미국의 독자 제재 대상에 올라 있다. 그의 뉴욕 및 워싱턴 방문은 그 단계별로 미 정부의 일시적 제재 면제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미 국무부는 “(김영철의 이번 방미는) 적법한 절차(제재 면제)를 통해 진행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 부위원장의 백악관 방문과 트럼프 면담은 12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의 성사를 위한 사실상의 마지막 사전 절차로도 보인다. 김 부위원장의 이번 방미는 시작부터 순조로웠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오후 7시부터 뉴욕 맨해튼의 화려한 마천루가 보이는 고층 건물에서 폼페이오 국무장관과의 90분간 만찬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김 부위원장은 뉴욕 도착 후 약 3시간 동안 호텔에서 짐을 푼 뒤 오후 6시 57분 만찬 장소인 맨해튼 38번가 코린티안 콘도 37층의 주유엔 미국 차석대사 관저 현관에 도착했다. 검은 선글라스를 낀 폼페이오 장관은 이보다 앞선 오후 6시 40분에 먼저 와서 김 부위원장 일행을 기다렸다. 유엔본부에서 직선거리로 약 400m 떨어진 코린티안 콘도는 유엔의 각국 외교관이 다수 거주하는 곳이다. 만찬이 끝난 뒤인 오후 8시 35분경 폼페이오 장관이 로비로 내려와 기자들에게 “훌륭한 만남이었다. 미국산 쇠고기를 먹었다”라고 밝힌 뒤 숙소인 인근 롯데 뉴욕 팰리스 호텔로 향했다. 그는 만찬 후 트위터에도 사진 두 장과 함께 “오늘 밤 뉴욕에서 김영철과 함께한 좋은 실무만찬이었다. 스테이크, 옥수수와 치즈가 메뉴였다”고 적었다. 사진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함께 창가 쪽에 앉아 있는 이는 앤드루 김 미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KMC) 센터장이었다. 김 부위원장이 맨해튼 전경을 잘 감상할 수 있도록 창가 맞은편 자리를 내준 것이다. 만찬이 진행되는 동안 미 국무부도 창밖을 내다보는 김 부위원장의 사진을 공개하며 “(화려한 맨해튼 스카이라인은) 북한을 위한 밝은 미래”라고 설명했다. 이 아파트의 특징은 모든 가구의 거실에 반원형의 창문이 있다는 점이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뉴욕의 휘황찬란한 야경을 보여줌으로써 북한이 핵무기만 포기한다면 눈부신 경제발전을 할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북한에 전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무부 관계자는 이날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의 밝은 미래를 어떻게 그려 나갈지에 대해 많이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이어 “폼페이오 장관은 뉴욕의 스카이라인을 바라보며 ‘이게 뉴욕이다. 멋진 랜드마크가 수없이 많다’는 듯한 뿌듯한 얼굴이었고 ‘이 모든 게 북한 당신 것이 될 수 있어’라고 말하는 듯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판문점에서 실무협의를 진행했던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가 이끄는 미 대표단은 한국 체류 기간을 최소한 하루 더 연장해 대기했다. 판문점 실무협의는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폼페이오 장관과 김 부위원장의 회담에서 나올 수 있는 추가적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뉴욕=박용 parky@donga.com·박정훈 특파원 / 한기재 기자}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좌우할 ‘뉴욕 담판’에서 양측이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탐색전을 겸한 만찬을 가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은 31일(현지 시간) 오전 다시 만나 최종 담판을 벌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텍사스주 휴스턴으로 떠나기 전 기자들과 만나 “북한과의 회담이 매우 잘되고 있다”며 “북-미 정상회담이 12일 예정대로 열릴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12일 만나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대표단이 1일 김정은의 친서를 들고 워싱턴을 방문할 것으로 기대한다. 친서 안에 무슨 내용이 들어있는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정상회담과 관련한 질문엔 “하루 일정의 정상회담으로는 모든 문제를 논의할 수 없다”고 말해 일정이 늘어날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미 고위급회담이 시작된 직후 트위터 계정에 “북한과의 아주 좋은 회담(very good meetings)”이라는 짤막한 글을 올리기도 했다. 폼페이오 장관과 김 부위원장은 이날 오전 9시 맨해튼 38번가 고층 주거용 아파트인 코린티안 콘도 37층 유엔 주재 미국 차석대사 관저에서 만나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와 북한이 중시하는 체제보장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두 사람은 9·11테러로 무너진 뉴욕의 세계무역센터(WTC) 자리에 들어선 ‘프리덤타워’가 창밖으로 멀리 바라보이는 이 관저에서 30일에 이어 31일 만나 세기의 담판을 가졌다. 회담 개시 2시간 반 뒤 김 부위원장이 먼저 회담장을 떠났다. 폼페이오 장관도 뒤이어 회담장 밖으로 나섰다. 두 사람 모두 아무 말없이 차에 올랐다. 앞서 김 부위원장의 카운터파트인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오전 8시경 트위터에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이의 잠재적 회담은 북한에 안보와 경제적 번영을 이룰 수 있는 위대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며 “북한 주민들은 더 밝은 미래를 가질 수 있을 것이며 세계는 더욱 평화로워질 수 있다”고 적었다. 미 국무부는 폼페이오 장관이 31일 오후 2시 15분(한국 시간 1일 오전 3시 15분) 롯데 뉴욕 팰리스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 부위원장과의 협상 결과를 발표한다고 예고했다. 1일에는 김 부위원장이 뉴욕에서 워싱턴으로 이동해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할 것으로 보인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좌우할 ‘뉴욕 담판’에서 양측이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것으로 확인됐다. 전날 탐색전을 겸한 만찬을 가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은 31일(현지 시간) 오전 다시 만나 최종 담판을 벌였다. 폼페이오 장관과 김 부위원장은 이날 오전 9시 맨해튼 38번가 고층 주거용 아파트인 코린티안 콘도미디엄 37층 유엔 주재 미국 차석대사 관저에서 만나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와 북한이 중시하는 체제보장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두 사람은 9·11테러로 무너진 뉴욕의 세계무역센터(WTC) 자리에 들어선 ‘프리덤타워’가 창밖으로 멀리 바라보이는 이 관저에서 30일과 31일 잇따라 만나 세기의 담판을 가졌다. 회담 개시 2시간 반 뒤 김 부위원장이 먼저 회담장을 떠났다. 폼페이오 장관도 뒤이어 회담장 밖으로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두 사람 모두 말없이 차에 올랐다. AP통신은 미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폼페이오 장관이 김 부위원장의 만남을 잘 마쳤다. 진전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도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오늘 우리의 만남에서 좋은 진전이 있었다.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북한뿐 아니라 전 세계가 큰 이득을 얻게 됐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텍사스 휴스턴으로 떠나기 전 기자들과 만나 “북한과의 회담이 매우 잘되고 있다”며 “북-미 정상회담이 12일 예정대로 열릴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12일 만나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대표단이 1일 김정은의 친서를 들고 워싱턴을 방문할 것으로 기대한다. 친서 안에 무슨 내용이 들어있는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정상회담과 관련한 질문엔 “하루 일정의 정상회담으로는 모든 문제를 논의할 수 없다”고 말해 일정이 늘어날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미 고위급회담이 시작한 직후 트위터 계정에 “북한과의 아주 좋은 회담(very good meetings)”이라는 짤막한 글을 올리기도 했다. 앞서 김 부위원장의 카운터파트인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오전 8시경 트위터에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이의 잠재적 회담은 북한에 안보와 경제적 번영을 이룰 수 있는 위대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며 “북한 주민들은 더 밝은 미래를 가질 수 있을 것이며 세계는 더욱 평화로워질 수 있다”고 적었다. 미 국무부는 폼페이오 장관이 31일 오후 2시 15분(한국 시간 1일 오전 3시 15분) 롯데 뉴욕 팰리스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 부위원장과의 협상 결과를 발표한다고 예고했다. 1일에는 김 부위원장이 뉴욕에서 워싱턴으로 이동해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 부위원장 등 북한 대표단은 지난달 30일 오후 1시 47분경 중국 베이징발 중국국제항공 CA981편으로 뉴욕에 도착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좌우할 ‘뉴욕 담판’에서 양측이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탐색전을 겸한 만찬을 가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은 31일(현지 시간) 오전 다시 만나 최종 담판을 벌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텍사스 휴스턴으로 떠나기 전 기자들과 만나 “북한과의 회담이 매우 잘 되고 있다”며 “북미 정상회담이 12일 예정대로 열릴 것이다. 김 위원장과 12일 만나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김 부위원장이 1일 김정일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들고 워싱턴을 방문할 것으로 기대한다. 친서 안에 무슨 내용이 들어있는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정상회담과 관련한 질문엔 “하루 일정의 정상회담으로는 모든 문제를 논의할 수 없다”며 “회담이 두 차례나 세 차례 가질 수도 있고 아예 안 가질 수도 있지만 지금 문제가 잘 다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미 고위급 회담이 시작한 직후 트위터 계정에 “북한과의 아주 좋은 회담(very good meetings)”이라는 짤막한 글을 올리기도 했다. 폼페이오 장관과 김 부위원장은 이날 오전 맨해튼 38번가 고층 주거용 아파트인 코린티안 콘도미디엄 37층 유엔 주재 미국 차석대사 관저에서 만나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와 북한이 중시하는 체제보장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두 사람은 9·11 테러로 무너진 뉴욕의 세계무역센터(WTC) 자리에 들어선 ‘프리덤타워’가 창밖으로 멀리 바라보이는 이 관저에서 30일과 31일 잇따라 만나 세기의 담판을 가졌다. 김 부위원장의 카운터파트인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오전 8시경 트위터에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이의 잠재적 회담은 북한에 안보와 경제적 번영을 이룰 수 있는 위대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며 “북한 주민들은 더 밝은 미래를 가질 수 있을 것이며 세계는 더욱 평화로워질 수 있다”고 적었다. 불과 1시간 뒤 체제의 명운을 건 본회담에 나설 북한 대표단에게 보내는 분명한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 미 국무부는 폼페이오 장관이 31일 오후 2시 15분(한국 시간 1일 오전 3시 15분) 롯데 뉴욕 팰리스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 부위원장과의 협상 결과를 발표한다고 예고했다. 1일에는 김 부위원장이 뉴욕에서 워싱턴으로 이동해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부위원장과 만나기로 결심했다는 것은 31일 회담 결과가 낙관적이라는 점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앞서 김 부위원장 등 북한 대표단은 지난달 30일 오후 1시 47분경 중국 베이징발 중국국제항공 CA981편으로 뉴욕에 도착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뉴욕=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30일(현지 시간) 오후 1시 50분경 미국 뉴욕 JFK국제공항 터미널1.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일행이 탑승한 중국 베이징발 중국국제항공(차이나에어) 981편이 도착하자 한미일 취재진이 입국장과 출구 쪽을 주시했다. 김 부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내자 카메라 플래시가 곳곳에서 터지는 등 열띤 취재 경쟁이 벌어졌다. 김 부위원장은 2000년 미국 땅을 밟은 조명록 북한군 차수 이후 미국을 방문한 북한의 최고위층 인사다. 김 부위원장은 미국 측 카운터파트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뉴욕에서 만나 북-미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인 비핵화 문제 등을 놓고 최종 담판을 한다.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다음 달 12일에 열릴지는 ‘뉴욕 담판’의 결과에 달려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대했던 성과를 거둔다면 김 부위원장이 백악관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김영철에게 각별한 의전 베풀 듯 폼페이오 장관은 30일 오후 2시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판문점 북-미 접촉 결과를 분석하고 김 부위원장과의 담판 대책을 논의한 뒤 뉴욕으로 향했다. 김 부위원장도 뉴욕에 도착한 뒤 북한 유엔대표부에 들러 판문점 접촉 결과 등을 확인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를 받았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 둘은 30일 저녁 환영 만찬을 통해 탐색전을 가진 뒤 다음 날 오전부터 본격적으로 회담을 가지게 될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6·12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큰 의욕을 보이고 있어 미국 측은 김 부위원장에 대해 각별한 의전을 베풀 것으로 보인다. 2000년 조명록 차수, 2007년 김계관 부상의 방미 때에도 미국은 국무부 소속 외교경호실 요원들과 리무진 차량을 지원하고 이동 시 교통을 통제한 바 있다.○ 北 김영철, 비즈니스석 타고 뉴욕행 007작전을 방불케 했던 김 부위원장의 중국 체류는 그가 탑승한 항공편이 30일 오후 1시(현지 시간)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 공항을 마침내 떠나며 일단락됐다. 그는 29일 하루 동안만 항공편 예약과 취소를 세 차례 반복했다. 이날 낮 12시 반경 서우두 공항 VIP동에 등장한 김 부위원장 일행은 낮 12시 50분경 VIP동에서 전용 셔틀버스를 타고 활주로로 곧바로 이동했다. 이어 일반 게이트를 이용하지 않고 엘리베이터를 탄 뒤 곧바로 1등석 통로를 통해 비행기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선글라스를 쓴 북한 경호원 2명과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부국장,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 등 실무진 3명이 김 부위원장을 뒤따랐다. 김 부위원장은 비즈니스석에, 나머지 일행은 이코노미석에 앉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NHK, 교도통신, TBS 등 취재진이 김 부위원장과 같은 비행기에 탑승했다.뉴욕=박용 parky@donga.com / 베이징=정동연 특파원 / 한기재 기자}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3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마주했다. 각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위임을 받아 비핵화 방식과 체제 보장 이슈를 논의하는 이번 담판 결과에 따라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의 성사 및 성패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29일 정례 브리핑에서 “김영철 부위원장이 뉴욕에 도착해 폼페이오 장관을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김영철은 30일 오후 1시경 베이징(北京) 서우두 공항에서 뉴욕행 중국국제항공 CA981편에 탑승했다. 판문점과 싱가포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는 북-미 접촉도 이번 주까지는 어떤 식으로든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미 정부는 최근 일련의 북-미 접촉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북-미 간) 논의가 매우 잘 진행되고 있으며 이번 주 진행 중인 회담들이 분명히 진전의 신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워트 대변인도 “며칠간 엄청난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수입 자동차 관세 폭탄’ 방침에 대해 백악관 내에서도 “미국 일자리를 죽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에 이어 수입 자동차 관세 부과 방침을 둘러싸고 백악관 통상 참모진의 견해차가 다시 불거지고 있는 셈이다. 미국 인터넷매체인 액시오스는 27일(현지 시간) 트럼프 행정부의 수입 자동차 관세(25%) 부과 논의에 정통한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내부 회의 중 자동차 관세가 미국 소비자와 일자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동료들에게 말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책사인 커들로 위원장은 관세 보복이 시장과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는 백악관 내의 대표적인 ‘현상유지’파로 분류된다. 케빈 해셋 백악관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자동차 관세 부과에 부정적이다. 그러나 백악관의 대표적인 보호무역 ‘매파’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국장은 이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액시오스에 “자동차 관세 부과안이 경제적 또는 지정학적 장단점 평가와 같은 정책 입안 과정을 거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의 내재된 직감(hard-wired instincts)에서 나왔다”며 “참모들이 편익보다 비용이 크다며 1년 넘게 말려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저질렀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처럼 수입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소형 자동차 가격이 대당 5000∼6000달러(약 540만∼648만 원) 인상돼 미국 소비자들이 연간 총 480억 달러의 부담을 더 져야 한다고 분석했다. 25% 수입 철강 관세의 인상 효과(자동차 대당 최대 175달러)의 30배가 넘는다. 앨라배마와 캔자스주의 외국 자동차 회사 공장, 미국 내 딜러와 자동차 서비스업의 일자리를 없앨 수 있다는 게 커들로 위원장의 걱정이다. 상무부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9개월 내에 수입 자동차가 미국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해야 한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뉴욕 거리에서 우스꽝스러운 모습의 남자가 한 손엔 큰 채찍을, 다른 손엔 ‘비이성적임(irrational)’이라고 쓰인 종이를 들고 있다. 일반적으로 돈을 주지 않아도 구걸하는 사람들이 공격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이 친구처럼 한다면 난 돈을 줄 것이다. 트럼프는 이런 식으로 말하곤 한다.” 》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리처드 세일러 미국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교수(73)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스타일을 뉴요커지에 실린 만평을 통해 소개했다. 인간의 비이성적인 행동과 의사결정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한 행동경제학을 개척해 노벨상을 받은 그는 “트럼프는 예측 불가능하기를 원한다. 포커에서는 물론 그래야 하지만 트럼프가 괜찮은 포커플레이어라고 말할 순 없다”고 평가했다. 30일 서울에서 열리는 ‘2018 동아국제금융포럼’의 기조 연사로 참석하는 세일러 교수와의 인터뷰는 15일(현지 시간)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공교롭게도 일주일 후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자신을 “훌륭한 포커플레이어”라고 주장했다. ―왜 괜찮은 포커플레이어가 아니라는 건가. “포커는 원칙이 있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혼자 굉장한 게임을 벌이는 척하는데, 난 그게 뭔지 모르겠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도 마찬가지다. 그가 트럼프에게 장난을 치고 있을까 걱정스럽다.” ―북한 비핵화 협상에 행동경제학 이론을 적용할 수 있나. “트럼프나 김정은 같은 사람들을 설명하거나 이해하려고 할 때의 문제는 그들이 이성적이거나 예측 가능한 인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경제적 인간’도, 그렇다고 ‘심리적 인간’도 아니다. 이란 핵합의에서 탈퇴한 다음 북한과 협상할 수 있다고 어떻게 생각할 수 있는지 나에겐 ‘이해 불가’다.” 그는 사건 결과를 알고 난 뒤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생각하는 ‘후견편향’(hindsight bias)을 ‘먼데이 모닝 쿼터배킹’(주말 미식축구 경기를 본 뒤 월요일 아침에 쿼터백이 이렇게 공을 던졌어야 한다고 뒷말을 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 정부의 북핵 문제를 비판하는 것도 그렇다는 것이다. 세일러 교수는 “트럼프는 어떻게 했을 것이라는 건 말하지 않고 본인이 했으면 좋은 협상을 맺었을 거라고만 말한다”고 지적했다. ―북-미 정상회담이 추진되고 있다. “트럼프와 김정은은 정상회담 이후 모두 승리를 선언할 것이다. 알맹이가 없을 수 있다. 둘 다 그렇게 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외부인이 보기에 한반도 문제의 해결책은 통일이다. 고통이 따르지만 결국엔 좋은 일이라는 게 독일 통일의 교훈이다. 김정은이 우리를 얼마나 놀라게 할지 지켜보자. 난 트럼프가 한국에서 성공하기를 응원한다. 한국은 기적을 일으킬 수 있으니 희망을 갖자.” ―당신을 포함해 1100명이 넘는 경제학자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를 비판하는 서한을 보냈다. “찬성하는 경제학자는 거의 없다.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이 경제학자 40명에게 관세 부과에 대해 물었더니 트럼프 정책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100%였다. 자유무역은 필연적으로 승자와 패자를 나눈다. 올바른 길은 패자를 돕는 방법을 찾는 거다. 값싼 한국산 세탁기를 구입해 이득을 본 모든 사람은 미국 세탁기 공장에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의 재취업이나 재교육 프로그램을 도울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경제는 유연해야 한다. 무역정책을 보면 트럼프가 전문가를 신뢰하지 않는 특성이 나타난다.” ―노벨상을 안겨준 ‘넛지(Nudge)’ 이론의 핵심인 선택설계란 무엇인가. “선택설계는 환경설계다. 환경이 인간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건축도 선택설계의 작은 사례다. 건물 디자인이 이용자들의 상호작용에 영향을 미친다는 걸 염두에 두고 설계해야 한다.” 세일러 교수는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란 의미의 넛지를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으로 정의했다. 그는 “건물 내부에 우물처럼 공간을 파고 사람들이 오르내리는 계단통을 만들었더니 교수들의 소통이 늘고 운동 효과도 생겼다”고 말했다. ―선택설계의 성공 사례는 무엇인가. “미국 퇴직연금(401K) 신청서에 가입을 기본값으로 설정하고 탈퇴하려면 따로 체크하게 만드는 작은 변화로 ‘가입률 90%’의 효과를 봤다. 관련이 없어 보이는 모든 게 인간 행동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넛지’ 책 제목을 ‘모든 게 중요하다(Everything Matters)’로 지을까 고민한 적도 있다.” ―인공지능(AI)에 대한 걱정도 많다. “많은 사람이 소설처럼 컴퓨터가 우리를 통제할 거라 믿는다. 그건 먼 훗날 얘기다. 순진한 소리로 들리겠지만 나아질 기회가 위험해질 기회보다 크다. AI 때문에 사라지는 일자리는 좋은 일자리가 아니다.” ―심리적 편향을 이용해 사람들을 통제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많은 사람이 나쁜 일을 위해 넛지를 쓰는 것이 안타깝다. 이건 ‘슬러지(sludge)’다. 자동차도 유용한 물건이지만 차량 테러에 이용된다. 끔찍한 일이지만 자동차를 없앨 순 없다.” ―강한 규제에 찬성하나. “난 ‘적절한(appropriate) 규제’에 찬성한다. 민간부문은 규제당국보다 늘 똑똑하다. 규제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정보 공개와 같은 투명성 개선이 규제보다 낫다. 영국에서 기업이 남녀 임금을 공개하게 했더니 규제 없이도 변화가 일어났다. 남성 임금을 여성보다 세 배나 주는 가게에 여성 고객은 가지 않을 것이다.” ―2008년 위기 이후 세계 경제가 더 나아졌나. “과신하지는 말아야 한다. ‘테크버블’(닷컴버블)이 터지고 2008년 위기가 발생하기까지 8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일이 터지면 교훈을 얻지만 또 다른 일이 일어난다. 2008년 위기가 발생한 지 10년이 지났을 뿐이다. 똑같진 않겠지만 위기는 또 온다.” ―지난달 부스경영대학원에서 페이스북 같은 디지털 플랫폼 독점 문제를 논의하는 반독점 콘퍼런스가 열렸는데…. “기업이 지나치게 커지는 걸 걱정해야 할 이유는 많다. 하지만 크다고 해서 반드시 나쁜 건 아니다. 애플은 세계 최대 기업 중 하나지만 품질이 좋아서 성장했다. 삼성이 열심히 노력해서 가격을 더 낮추고 더 혁신적인 상품을 내놓으면 세상은 더 좋아진다. 성공했다고 해서 비난할 수는 없다. 페이스북보다 애플에 대한 우려가 적은 건 같은 독점이라도 애플 쪽의 해악이 덜하기 때문이다.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창업자)가 잘 해결하길 바란다.” ―트럼프 지지자에게 트럼프 관련 뉴스만 추천하는 식의 뉴스 알고리즘 문제도 있다. “독점은 위험하다. 미국에는 폭스, CNN, MSNBC가 있어 성향에 따라 골라볼 수 있다.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설에서 겹치는 부분이 없다. 저커버그에게 조언을 하자면 이용자들이 선호 분야를 조정하게 놔두라는 거다. 난 트럼프 찬양 기사를 좋아하진 않지만 이런저런 부분은 잘했다는 내용의 기사는 읽고 싶다.” ―노벨상 수상 소감을 얘기할 때 상금을 최대한 비이성적(irrationally)으로 쓰겠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투자는 어떤가. “그거야말로 비이성적이다(웃음). 비트코인을 확신할 수 없다는 건 100% 확신한다. 정말 미스터리다. 사람들이 합법적 활동에 그걸 쓸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 그렇게 불안정한 화폐가 왜 필요한가. 말이 안 된다. 비트코인에 투자하면 수상 소감대로 비이성적으로 쓴 것이니 하나 사보자. 골프 치러 가서 사람들이 작은 내기를 하자고 하면 ‘오케이, 1비트코인’이라고 말하겠다(웃음).” 세일러 교수는 리더의 오류를 막으려면 기록과 글쓰기, 조직의 다양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당분간 새 책을 낼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시카고=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