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할 때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의 거수경례에 역시 거수경례로 답례하는 장면이 북한TV에 공개되면서 ‘의전 실수’ 논란이 미국 내에서 일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CNN 등 미국 언론은 14일(현지시간) 북한 조선중앙TV가 공개한 40여분짜리 북-미 정상회담 다큐멘터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군복을 입은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에게 거수경례한 장면을 일제히 보도했다.
영상에선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회담장인 카펠라호텔에 들어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측 인사들과 악수를 하면서 노광철 인민무력상에게도 손을 내밀었다. 그가 악수 대신 군대식 거수경례를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당황한 듯 손을 거두고 거수경례로 화답하는 장면이 공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복을 입은 군인 등에게 종종 거수경례를 했다. 이번 정상회담 기간 중에도 싱가포르 군인에게 거수경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핵무기로 미국을 위협하는 적국인 북한의 군 인사에게까지 거수경례를 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미국 내에서 나오고 있다.
민주당 크리스 밴 홀런 연방상원의원은 트위터에 “북한이 선전 캠페인에 우리 대통령을 이용했다”며 “트럼프가 캐나다에서 동맹국들에는 뻣뻣하게 굴더니 김정은의 장군들에게 거수경례하며 김정은을 칭송하는 걸 보니 메스껍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새러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다른 정부의 군 당국자가 거수경례할 때에 화답하는 것이 당연한 예의(common courtesy)”라고 답변했다. CNN은 군대에선 우방의 장교들끼리 거수경례를 주고받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미국 대통령이 거수경례로 화답하는 규칙은 없다고 반박했다. 퇴역 해군장성인 존 커비 군사외교 평론가는 CNN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이 거수경례하는) 순간이 놀라웠다(striking)”며 “의전 측면에서 그렇게 한 것은 부적절했다. 그 상황에서는 고개를 끄덕이고 악수를 하는 것이 적절했다”고 말했다.
북한이 공개한 다큐멘터리에서는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도 노 무력상과 인사를 주고받는 장면이 있었다. 리 총리는 그의 거수경례를 받은 뒤에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해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인사 때문에 구설수에 자주 올랐다. 대통령 전용헬기인 머린 원에서 내리면서 카페라테 컵을 손에 들고 거수경례해 ‘라테 경례’ 논란이 일었다. 또 일본의 일왕이나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을 만날 때 동양식으로 깍듯하게 허리 굽혀 인사한 것을 두고 ‘저자세’ 비판을 받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오바마 전 대통령이 사우디 국왕에게 절을 한 것에 대해 “아마추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치켜세우고 북한의 인권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지 않은 것에 대한 비난 여론이 커지는 등 정상회담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샌더스 대변인은 이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대통령은 북한 정권이 자행한 나쁜 일들을 무시하지 않았다. 많이 얘기해왔으며 정상회담에서도 제기했다”고 반박했다. 또 “정상회담의 목적은 비핵화와 (북한의) 더 밝은 미래에 초점을 두는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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