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

김민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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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국제부 기자입니다. 예술가의 이야기를 따로 모아 뉴스레터 '영감 한 스푼'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kimmin@donga.com

취재분야

2026-04-12~2026-05-12
연극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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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압구정 판자집…봉천동 달동네… 재개발로 사라진 흔적을 담다

    서울은 수차례 재개발을 거치며 다양한 시간의 흔적이 공존하는 도시가 됐다. 언덕 위 작은 집들이 모여 있는 ‘달동네’는 어느새 누추하고 지워야하는 공간으로 여겨지곤 했다. 이런 장소들을 사람이 모이고 이웃이 함께 하는 신성한 것, ‘뮈에인’(myein)으로 보자고 제안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뮈에인은 ‘신성하게 하다’를 뜻하는 그리스어다.서울대학교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뮈에인, 내 마음속의 오목렌즈’는 1980, 90, 2000년대 서울 재개발 예정지 곳곳을 사진작가 김정일 임정의 최봉림 김재경이 담은 사진 196점을 선보인다.김정일이 촬영한 기억 풍경 연작 53점과, 임정의의 사진 36점이 1980년대 서울을 담았다. 최봉림의 1990년 봉천동 출사 작업 65점은 이번 전시로 대중에 처음 공개된다. 김재경의 연작 ‘mute’ 32점은 1999년 세기말 서울을, 후속 작업인 ‘mute2’ 연작 4점을 2000년대 서울을 배경으로 한다.김정일은 1982년 어느 날 신문에 실린 40여 곳 개발 공고를 보고 작업을 시작했다. 그는 신문 기사를 들고 개발이 될 지역들을 찾아다니며 사라질 공간을 기록했다. 봉천동의 공용 화장실, 압구정의 판자집, 금호동 바위에서 뛰어 노는 어린이들이 사진에 담겼다.1980년대부터 30여 년 간 건축학과에서 후학을 가르치며 달동네를 사진으로 찍으라는 과제를 내주었던 임정의는 신림7동, 봉천5동, 금호동, 상계동을 높은 시선에서 바라본다. 최봉림은 1989년 봄 달동네 능선을 피사체로 선택해 집과 그곳 사람들의 풍경을 기록했다. 김재경은 화려한 도시 외관이 아닌 사람들이 표출한 일상적인 환경을 진실이라고 보고, 좁은 골목과 계단을 추상화처럼 담았다.전시 기간 중에는 서울대학교 교수진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전시연계 세미나도 열린다. 심상용 서울대학교미술관 관장, 박상우 서울대 미학과 교수, 김홍중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17일 오후 3시부터 예술 일반, 다큐멘터리 사진, 사회학과 관련된 주제로 강연을 연다. 전시는 3월 5일까지. 무료.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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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점 하나에 욕망 한 조각…세계를 사로잡은 구사마의 점[영감 한 스푼]

    요즘 미술계 사람이라면 한동안 소셜미디어에서 ‘이 작가’를 마주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호박 모자를 쓴 로봇, 파리 샹젤리제의 건물을 집어 삼키는 인형까지…. 패션 브랜드 루이뷔통과 협업한 일본 예술가 구사마 야요이(94)의 이야기입니다. 다소 기괴한 조형물을 보고 호사가들은 “아흔 넘은 예술가가 동의한 게 맞느냐”며 음모론을 제기합니다. 그러나 제게 더 흥미로운 건 예술가가 본인의 캐릭터까지 사랑받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가장 유명할 작가인 피카소도 작품으로 사랑을 받았는데 말이죠. 구사마는 어떻게 대중을 사로잡은 걸까요?안락한 소파에 돋아난 돌기 홍콩 M+ 미술관에서는 구사마의 작품 200여 점을 선보이는 회고전 ‘구사마 야요이: 1945년부터 현재까지’가 열리고 있습니다. 구사마의 고국인 일본을 제외하고 아시아 최대 규모인 이 전시에서 초기 조각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원래는 푹신한 모습을 하고 있어야 할 소파 위에 통통한 돌기들이 빽빽하게 돋아나 있죠. 미술관은 ‘식물의 눈, 종양 혹은 남근 같은 모양’이라고 설명합니다. 1960년대 선보인 ‘축적’ 시리즈에서는 이런 일상의 도구 위에 돌기들이 가득 메워진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안락해야 하는데 앉지도 못할 모양을 한 의자에서 느껴지는 건 불안과 공포입니다. 구사마는 어릴 적 어머니로부터 신체적 학대를 당했고, 아버지의 혼외 관계를 감시하라는 임무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는 어릴 적 “성에 대해 두려움과 호기심의 양가적 감정을 느꼈다”고 합니다. 불안한 가정 상황과 어린 나이에 보지 않아도 될 것까지 본 그녀의 심정이 바로 이런 것이었겠죠. 소파 위 돌기들은 성에 대한 징그러운 느낌, 그러면서도 걷잡을 수 없이 생겨나는 호기심을 상징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욕망은 곧 에너지다 이 징그러운 돌기들은 그런데 점차 컬러풀한 점으로 수렴되기 시작합니다. ‘축적’ 시리즈 이전에도 구사마는 물방울무늬를 이용했지만, 이 무렵부터 퍼포먼스나 참여 작품에 적극적으로 활용하죠. 구사마는 동료 예술가들과 함께 나체 위에 물방울무늬를 칠하거나, 그 무늬가 그려진 옷을 입고 퍼포먼스를 했습니다. 이때 퍼포먼스는 미국의 베트남전쟁을 반대하는 의미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욕망을 의미하는 ‘점’에 지배된 인간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점이 앞선 설치 작품에서는 두려운 것이었다면, 이제는 세계와 나를 연결시켜 주는 통로가 됩니다. 구사마는 점을 ‘자아의 제거와 소멸’이라고 설명합니다. 즉, 살아 있는 존재라면 모두가 갖고 있는 욕망을 통해 우주와 내가 연결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억눌러야 하는 것으로 여겨졌던 욕망을 구사마는 에너지라고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물방울무늬는 태양의 형태를 하고 있으며, 태양은 모든 우주와 생명의 에너지를 상징한다. 물방울무늬는 움직이는 운동이며 무한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된다.”스스로에게 정직한 것이 무기 자신의 욕망을 거침없는 퍼포먼스로 드러낸 그녀에게도 시련은 있었습니다. 1960년대 퍼포먼스가 언론에 자극적으로 보도되긴 했지만, 그 이상의 의미로는 해석되지 못하면서 그녀는 점점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집니다. 1973년 미국에서 일본으로 돌아간 구사마에게 일본 언론은 ‘스캔들의 여왕’이나 나체 퍼포먼스를 하는 문란한 여자라는 타이틀을 붙입니다. 그러다 1989년 미국 뉴욕에서 회고전을 하면서 재조명을 받게 되죠. 그녀가 잊혀졌다 다시 조명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예술이 결국 스스로에게 철저하게 솔직했고, 이것이 인간의 한 단면을 정직하게 드러내서였습니다. 이 때문에 시간이 지나고 시대가 바뀜에 따라 작품이 인정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죠. 욕망이 두렵지만 동시에 에너지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과정은 그녀를 대중적인 작가로도 만들어 주었습니다. 구사마가 테이트 미술관에서 선보인 유명한 설치 작품 ‘소멸의 방’은 관객이 흰 방에 스티커를 붙이도록 참여를 유도합니다. 스티커를 붙이는 행위는 마치 어떤 것을 나의 소유라고 표시하는 듯한 기분을 줍니다. ‘붙이고 싶다’, ‘갖고 싶다’는 욕망을 자극하는 것이 바로 이 설치 작품이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인피니티 미러 룸’은 사방에 거울을 설치해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의 모습을 끊임없이 비춰보도록 만들었습니다. 내가 작품의 일부가 되고 주인공이 되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을 북돋은 것입니다. 이 작품은 지금도 전 세계 미술관에서 전시될 때마다 빠르게 매진될 정도로 인기입니다. 구사마 야요이라고 하면 예쁜 호박이나 화려한 물방울무늬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요. 그 가운데에는 삶의 좌절과 어두운 면까지 끌어안고, 스스로를 솔직하게 돌아본 과정이 있었기에 그녀가 예술가로서 사랑받을 수 있었음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구사마의 물방울무늬를 보며, 나를 괴롭게도 또 성장하게도 만드는 욕망에 대해 돌아보는 건 어떨까요? ※ 뉴스레터 ‘영감 한 스푼’은 매주 금요일 오전 7시 발송됩니다. QR코드를 통해 구독 신청하시면 e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김민 문화부 기자 kimmin@donga.com}

    • 2023-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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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괴함-귀여움 섞은 팝아트… “예술 문턱 낮추고 싶었다”

    만화 속 캐릭터가 그려진 분홍 모자 아래로 삐져나온 구불구불한 머리카락과 수염. 그 아래엔 금빛으로 번쩍이는 목걸이가 주렁주렁 달려 있다. 빌리 아일리시, 카녜이 웨스트 등 해외 유명 가수들은 물론이고 루이비통, 수프림 등 각종 브랜드와 협업하며 대중적으로 유명해진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61)가 부산을 찾았다. 부산 해운대구 부산시립미술관에서 26일 개막한 ‘무라카미 다카시: 무라카미좀비’전을 알리기 위해서다.● 움직이는 게 돈인 예술 사업가이날 기자 간담회장에 등장한 무라카미의 모습은 독특했다. 두꺼운 롱코트를 입은 그가 계단을 내려오자, 각종 촬영 장비를 든 관계자들이 그를 에워싸며 걸어왔다. 미술관 관계자는 “무라카미가 운영하는 카이카이키키 스튜디오 직원들”이라며 “무라카미가 자신의 모든 활동을 영상으로 기록하기에 그가 움직일 때마다 돈이 배로 든다”고 혀를 내둘렀다. 전시장으로 이동해 취재진이 사진을 찍는 순간, 무라카미는 한쪽 발을 들고 양손을 얼굴 옆으로 펼친 뒤 미소를 지어 보였다. 흔히 떠올리는 예술가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전시 투어가 끝난 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롱코트를 벗고 화려한 무늬가 그려진 노란 재킷을 입고 다시 등장했다. 예술가인가, 사업가인가, 연예인인가…. 헷갈리게 만드는 그 자체가 무라카미의 캐릭터였다. 부산시립미술관 본관 2층 대전시실과 이우환 공간 1층에서 열리는 전시는 무라카미의 초기작부터 회화, 조각, 설치 영상 등 160여 점을 소개한다. 가수 지드래곤과 탑이 소장한 무라카미 작품도 전시됐다. 전시는 귀여움, 기괴함, 덧없음, 원상(円相) 등 크게 네 가지 주제로 구성됐다.● 뭐든지 쉽고 가볍게그를 대표하는 캐릭터는 전시장 입구에서 볼 수 있는 ‘미스터 도브’(Mr. DOB)다. 국제적 사랑을 받은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 도라에몽과 소닉을 결합한 것이다. 지드래곤이 소장한 ‘727 드래곤’(2019년)에도 도브가 등장한다. 이 밖에 꽃을 캐릭터한 ‘꽃’ 시리즈도 귀여움 섹션에서 볼 수 있다. 화려한 색감의 꽃잎에 활짝 웃는 미소를 더한 꽃 시리즈는 한국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무라카미의 작품이다. 이들 캐릭터는 깊은 의미보다 대중이 좋아할 쉽고 가벼운 것을 찾아 나선 무라카미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절정은 프랜시스 베이컨의 삼면화를 패러디한 작품이다. 무라카미는 베이컨의 작품을 패러디하며 본래 붉은색과 검은색으로 표현됐던 부분을 펄이 들어간 물감을 칠해 반짝이는 장난감처럼 만들어버렸다. “미술대학에 들어가려 2년이나 재수를 했지만, 현대미술에서는 그림을 잘 그리는 기능이 중요하지 않다고 느꼈다”는 그의 말에서 ‘뭐든지 쉽고 가볍게’ 만들자고 생각한 작가의 철학이 읽혔다. 이번 전시의 가장 따끈한 신작은 조각 ‘무라카미 좀비와 폼 좀비’(2022년)다. 실물 크기의 무라카미 형상은 배 속을 열어 장기가 보이게 만들었고, 반려견 폼이 좀비처럼 변한 모습을 담았다. 무라카미는 “처음엔 제 몸을 디지털 프린트할 수 있다는 게 흥미로워 시작했다가, 좀 더 재밌게 하기 위해 몸 속 내장을 흩트려 보며 탄생한 것”이라며 “특별한 콘셉트를 갖고 시작한 게 아니라 드문 방식으로 접근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한없이 가벼워지고 싶은 작품들을 보고 나면 마음 한편에서 ‘이게 예술이 맞나’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무라카미는 “내가 예술의 문턱을 낮추는 데 공헌했다고 생각하지만, 현대 미술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은 내가 좋지 않은 풍토를 퍼뜨렸다고 비판한다”며 “나는 그저 관객의 판단을 기다리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3월 12일까지. 무료.부산=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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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움직이는 게 돈인 예술 사업가”…부산 찾은 팝아트 스타 무라카미 다카시

    만화 속 캐릭터가 그려진 분홍 모자 아래로 삐져나온 구불구불한 머리카락과 수염. 그 아래엔 금빛으로 번쩍이는 목걸이가 주렁주렁 달려있다. 빌리 아일리시, 칸예 웨스트 등 유명인은 물론 루이비통, 수프림 등 각종 브랜드와 협업하며 대중적으로 알려진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61)가 부산을 찾았다. 26일 부산시립미술관에서 개막한 ‘무라카미 다카시: 무라카미좀비’전을 알리기 위해서다.● 움직이는 게 돈인 예술 사업가이날 기자 간담회장에 등장한 무라카미의 모습은 독특했다. 두꺼운 롱코트를 입은 그가 계단을 내려오자, 각종 촬영 장비를 든 관계자들이 그를 에워싸며 걸어왔다. 미술관 관계자는 “무라카미가 운영하는 카이카이키키 스튜디오 직원들”이라며 “무라카미가 자신의 모든 활동을 영상으로 기록하기에 그가 움직일 때마다 돈이 배로 든다”고 혀를 내둘렀다.전시장으로 이동해 취재진이 사진을 찍는 순간, 무라카미는 한쪽 발을 들고 양 손을 얼굴 옆으로 펼친 뒤 미소를 지어 보였다. 흔히 생각하는 예술가의 생각과는 사뭇 다른 모습. 전시 투어가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에는 롱코트를 벗고 화려한 무늬가 그려진 노란 재킷을 입고 다시 등장했다. 예술가인가, 사업가인가, 연예인인가…. 헷갈리게 만드는 그 자체가 무라카미의 캐릭터였다.부산시립미술관 본관 2층 대전시실과 이우환공간 1층에서 열리는 전시는 무라카미의 초기작부터 회화, 조각, 설치 영상 등 160여 점을 소개한다. 셀러브리티에 대한 그의 사랑을 증명하듯 가수 지드래곤과 탑이 소장한 작품도 전시됐다. 전시는 크게 네 가지 주제, 귀여움, 기괴함, 덧없음, 그리고 원상(円相)으로 구성됐다.● 뭐든지 쉽고 가볍게그를 대표하는 캐릭터는 전시장 입구에서 볼 수 있는 ‘미스터 도브’(Mr. DOB)다. 국제적 사랑을 받은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 도라에몽과 소닉을 결합한 것으로, 지드래곤이 소장한 ‘727 드래곤’(2019)에도 도브가 등장한다. 이밖에 화려한 열두 개의 꽃잎과 미소가 시선을 사로잡는 ‘꽃’시리즈도 ‘귀여움’ 섹션에서 볼 수 있다. 이들 캐릭터는 깊은 의미보다, 더 많은 이들이 좋아할 쉽고 가벼운 것을 찾아 나선 무라카미를 단적으로 보여준다.절정은 프란시스 베이컨의 삼면화를 패러디한 작품. 베이컨의 작품의 감각적인 붉은색과 검은색을 무라카미는 펄이 들어간 물감을 칠해 반짝이는 장난감처럼 만들어 버렸다. “미술대학에 들어가려 2년이나 재수를 했지만, 현대미술에서는 그림을 잘 그리는 기능이 중요하지 않다고 느꼈다”는 말에서 ‘뭐든지 쉽고 가볍게’ 만들자고 생각한 그의 마음이 읽혔다.이번 전시의 가장 새로운 작품은 조각 ‘무라카미 좀비와 폼 좀비’(2022)다. 실물 크기의 무라카미 형상과, 반려견 폼이 좀비처럼 변한 모습을 담았다. 무라카미는 “처음엔 제 몸을 디지털 프린트할 수 있다는 게 흥미로워 시작됐다가, 좀 더 재밌게 하기 위해 내장을 흩트려 보며 탄생한 것”이라며 “특별한 콘셉트를 갖고 시작한 게 아니라 드문 방식으로 접근한 작품”이라고 말했다.한없이 가벼워지고 싶은 작품들을 보고 나면 마음 한 편에서 ‘이게 예술이 맞나’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무라카미는 “내가 예술의 문턱을 낮추는 데 공헌했다고 생각하지만, 현대 미술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은 내가 좋지 않은 풍토를 퍼뜨렸다고 비판한다”며 “나는 그저 관객의 판단을 기다리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3월 12일까지. 무료.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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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는 훈육대상?… 을숙도에 가면 틀 깨진다

    부산 사하구 부산현대미술관 지하 1층 전시장. 벽면에 그려진 화살표는 어느 방향을 가리키는지 알 수 없게 꼬여 있고, 다른 쪽 벽면은 아예 거대한 구멍이 나 있다. 또 전시장 한편에는 백남준(1932∼2006)이 장난스럽게 그린 드로잉이 어린이들이 크레파스로 그린 그림과 함께 전시돼 있다. 세상이 정해놓은 개념을 모두 흩뜨리려는 듯한 이 전시는 어린이를 위한 기획전, ‘포스트모던 어린이’전(4월 23일까지)이다. 어린이를 위한다고 해서 전시에 쉽고 귀여운 작품만 있는 건 아니다. 백남준의 아이 같은 드로잉과 어린이의 스케치를 같은 선에 놓으며 우리가 어린이를 무언가 부족하고, 옳고 그름을 훈육받아야만 하는 존재로 보고 있지는 않은지 되묻는다. 어린이도 ‘작은 사람’으로서 개별성을 존중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강승완 부산현대미술관장은 “사실은 어린이보다 부모님이 꼭 봤으면 하는 전시”라고 말했다. 취임 6개월을 맞은 강 관장은 26일 “어린이 기획전을 올해 내내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열리는 ‘포스트모던 어린이’전의 2부가 어린이날에 개막하며, 9월부터는 어린이 특화 생태전시 ‘노래하는 땅’이 열린다. 을숙도에 있는 부산현대미술관에 인근 신도시 젊은 부부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많이 오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부산현대미술관은 2018년 개관한 직후 지역 기획자 출신인 김성연 관장 체제하에 화제성 있는 전시 기획으로 개관 두 달 만에 28만 명이 찾았다. 최근 수년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주춤했지만, 올해 설 연휴 전 주말인 14일 5581명, 15일 6918명이 미술관을 찾는 등 관람객의 발길이 회복되는 추세다. 강 관장은 부산과 을숙도라는 지역성에 맞춰 영화와 기후 변화를 주제로 한 전시 ‘시네 미디어’도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예술영화 거장인 안드레이 타르콥스키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감독을 염두에 두고, 영화와 생태, 역사 문제를 다룬다. 강 관장은 “미술관 내에 100석 규모의 영화관을 만드는 방법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미술관 로비도 개편한다. 카페를 좀 더 전면으로 옮겨 라운지처럼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등 안내 데스크와 카페를 재배치하고 뮤지엄 숍과 식당을 신설한다. 또 을숙도의 풍광을 감상할 수 있도록 4층 옥상을 일부 개방할 예정이다. 강 관장은 “커피만 마시러 와도 되는 편한 미술관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강 관장은 미국 보스턴대 대학원에서 미술사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홍익대 대학원 미술사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1990년부터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일했고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을 맡았다.부산=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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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영화 전시로 재무장하는 을숙도 부산현대미술관

    부산 사하구 부산현대미술관 지하 1층 전시장. 벽면에 그려진 화살표는 어느 방향을 가리키려는지 알 수 없게 꼬여 있고, 다른 쪽 벽면은 아예 거대한 구멍이 나 있다. 또 전시장 한 편에는 백남준(1932~2006년)이 장난스럽게 그린 드로잉이 어린이들이 크레파스로 그린 그림과 함께 전시됐다. 세상이 정해놓은 개념을 모두 흩뜨리려는 듯한 이 전시는 어린이를 위한 기획전, ‘포스트모던 어린이’전이다. 이 전시는 어린이를 위한다고 해서 쉽고 귀여운 작품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백남준의 아이 같은 드로잉와 어린이의 스케치를 같은 선에 놓으며 오히려 우리가 어린이를 무언가 부족하고, 옳고 그름을 훈육 받아야만 하는 존재로 보고 있지는 않은지 되묻는다. 어린이도 훈육 대상이 아닌 ‘작은 사람’으로서 개별성을 존중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강승완 부산현대미술관장은 “사실은 어린이보다 부모님이 꼭 봤으면 하는 전시”라고 말했다. 취임 6개월을 맞은 강 관장은 26일 “어린이 기획전을 2023년 내내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열리는 ‘포스트모던 어린이’전의 2부는 5월 5일 어린이날에 개막한다. 9월부터는 어린이 특화 생태전시 ‘노래하는 땅’이 열린다. 을숙도에 있는 부산현대미술관에 인근 신도시 젊은 부부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미술관을 많이 찾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2018년 개관한 부산현대미술관은 개관 직후 지역 기획자 출신인 김성연 관장 체제하에 화제성 있는 전시 기획으로 개관 두 달 만에 28만 명이 찾았다. 최근 수 년 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주춤했지만, 설 연휴 전 주말인 14일 5581명, 15일 6918명이 미술관을 찾는 등 관람객 발길이 회복되는 추세다. 강 관장은 부산과 을숙도라는 지역성에 맞춰 영화와 기후 변화를 주제로 한 전시 ‘시네 미디어’도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예술영화 거장인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감독을 염두에 두고, 영화와 생태, 역사 문제를 다룬다. 강 관장은 “미술관 내에 100석 규모의 영화관을 만드는 방법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미술관 로비도 전면 개편된다. 카페를 좀 더 전면에 배치해 라운지처럼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등 안내데스크와 카페, 뮤지엄 숍을 재배치 신설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 또 을숙도의 풍광을 감상할 수 있도록 4층 옥상이 일부 개방될 예정이다. 강 관장은 “커피만 마시러 와도 되는 편한 미술관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강 관장은 미국 보스턴대 대학원에서 미술사학 석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홍익대 대학원 미술사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1990년부터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일했으며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을 맡았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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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이곳 할렘에서 신화는 다시 쓰인다

    세상의 많은 이야기는 때때로 사회가 주목하는 존재에만 집중해 그 외의 것들을 소외시킨다. 메인 테두리 안에 속하지 못한 사람은 “나는 왜 다른가”를 고민하며 괴로워한다. 그러나 저자는 아웃사이더인 자신에게 찍힌 낙인을 그대로 인정하며 오히려 더 많은 이야기를 풀어낸다. ‘자미’는 흑인이자 레즈비언이었던 시인 오드리 로드(1934∼1992)가 자신만의 언어로 개인의 정체성을 정립해 나가는 이야기다. 책의 장르는 ‘자전신화(biomythography)’다. 이는 저자가 만들어낸 새로운 장르로, 역사와 작가의 삶 그리고 신화를 결합했다. 서구 사회에서 신화는 그리스와 로마를 중심으로 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흑인과 여성, 특히 성소수자의 자리는 찾아보기 힘들다. 결국 자신과 닮은 사람의 이야기를 찾을 수 없던 저자는 여성 및 소외된 자들의 성장기를 새로운 신화로 만들어냈다. 미국 뉴욕 할렘가에서 태어난 그녀는 어릴 때부터 심한 근시를 앓았고 말도 늦게 트였다. 흑인이라는 이유로 온갖 차별과 배제를 당하는 속에서도, 결과적으로 온전한 삶을 찾게 된 과정에서 만난 여자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고 꼼꼼하게 담았다. 친구이자 연인으로 함께하는 여성을 뜻하는 ‘자미’가 제목이 된 이유다. 1950년대 흑인 여성의 삶을 생생하게 기록한 이 책은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M)’ 운동과 함께 다시 활발하게 조명되고 있다. ‘시스터 아웃사이더’와 함께 작가의 대표작으로 꼽힌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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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젊은세대가 변주한 전통문화, ‘문화역서울284’서 만나요

    오래된 기차역에서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 중앙홀에 달을 무대로 뛰어노는 토끼가 등장했다. 커피, 호텔은 물론이고 타이포그래피와 가구 등 디자인을 주제로 다양한 전시를 열어온 문화역서울284의 새 전시 주제는 ‘전통’이다. 젊은 세대가 새롭게 변주한 전통문화를 소개하는 전시 ‘2023 뉴트로 페스티벌 “오늘 전통”’이 열리고 있다. 전시 공간은 ‘쓸모 있게’, ‘생동하게’, ‘아름답게’, ‘행복하게’, ‘건강하게’ 등 5가지 주제로 구분된다. 달에서 살고 있는 토끼 이야기를 재해석한 설치 작품 ‘달 41%’가 있는 중앙홀을 지나면 딱지치기, 윷놀이, 비사치기 등 전통 놀이 기구를 새롭게 디자인한 ‘건강하게’ 코너가 나온다. 관람객이 여러 놀이를 체험해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아름답게’ 코너에서는 닥나무를 수확해 가공한 한지와 개화기 이후 시대별 전통 한복을 재현한 한복 6종을 볼 수 있다. 저고리 위에 덧입는 민소매 조끼인 배자를 입어 볼 수 있다. 소반과 미니어처 한식 모형도 전시했다. ‘쓸모 있게’ 코너에서는 청년들이 만든 다양한 문화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전통 문양을 활용한 의류와 텀블러, ‘건강하게’ 코너에서 체험했던 전통 놀이 기구 등이 있다. 이번 전시는 문화역서울284를 운영하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최근 3년 동안 추진한 전통문화 진흥 사업의 결과물을 모은 전시다. 전통 놀이와 문화를 주제로 한 컬러링북 만들기, 한지 모빌 만들기 등 체험 행사도 진행한다. 진흥원은 앞으로 매년 설을 맞아 1, 2월경에 뉴트로 페스티벌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월 26일까지. 무료.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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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의 뒷편엔 토끼가…’ 옛 서울역사서 살펴보는 전통의 재해석

    오래된 기차역에서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 중앙홀에 이번엔 달을 무대로 뛰어노는 토끼가 등장했다. 그간 커피, 호텔은 물론 타이포그래피와 가구 등 디자인을 주제로 다양한 전시를 열어온 문화역서울284의 새 전시 주제는 바로 전통이다. 젊은 세대가 새롭게 변주한 전통문화를 소개하는 전시 ‘2023 뉴트로 페스티벌 “오늘 전통”’이 19일 개막했다. 전시 공간은 ‘쓸모 있게’ ‘생동하게’ ‘아름답게’ ‘행복하게’ ‘건강하게’ 등 총 5부로 구성됐다. 달에서 살고 있는 토끼 이야기를 재해석한 설치 작품이 있는 중앙홀을 지나면 딱지치기, 윷놀이, 비사치기 등 전통 놀이 기구를 새롭게 디자인한 ‘건강하게’ 코너가 나온다. 여러 놀이를 관객이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아름답게’ 코너에서는 닥나무를 수확해 고유한 기법으로 가공한 한지와 개화기 이후 시대별 전통한복을 재현한 한복 6종을 볼 수 있다. 저고리 위에 덧입는 민소매 조끼인 ‘배자’를 입어볼 수 있으며, 소반과 미니어처 한식 모형도 전시됐다. ‘쓸모 있게’ 코너에서는 청년들이 만든 다양한 문화 상품을 직접 구매할 수 있다. 전통 문양을 활용한 의류, 텀블러와 ‘건강하게’ 코너에서 체험했던 전통 놀이 기구도 있다.오래된 회의실 공간은 나전칠기, 조선 왕실 보자기, 한글을 주제로 한 미디어 아트 ‘신색창연’이 상영된다. 매화 위로 자유롭게 날갯짓하는 새와 나비의 모습을 자개 무늬의 형태로 연출했다. 또 ‘행복하게’ 공간에서는 전통 주사위인 주령구를 던져서 나오는 숫자에 따라 올해의 운세 카드를 뽑아볼 수 있고, 옆에서는 새해 다짐을 카드에 직접 적을 수도 있다. 이번 전시는 문화역서울284를 운영하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최근 3년 동안 추진한 전통문화 진흥 사업의 결과물을 모아놓은 전시다. 행사 기간 전통 놀이와 문화를 주제로 한 컬러링북 만들기, 한지 모빌 만들기 등 체험 행사도 진행된다. 향후에도 매년 설을 맞아 1, 2월경에 뉴트로 페스티벌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공진원 측은 밝혔다. 전시는 2월 26일까지. 무료.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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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안을 인정하니 갑옷이 생겼다, 예술가의 생존법[영감 한 스푼]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오늘은 글로벌 미술계에서 주목 받고 있는 밀레니얼 작가 제이디 차의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201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마고할미’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그 후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간 제이디 차는 지난해 하우저앤워스 뉴욕 갤러리 그룹전에 참가했습니다. 현재 영국 런던의 공공미술관인 화이트채플에서도 한옥을 모티프로 한 설치 작품을 전시 중이죠.타데우스 로팍이 서울에서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첫 단체전에도 정희민, 한선우 작가와 함께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예술가로서 어머니의 고향을 다시 찾은 제이디 차의 이야기를들려드리겠습니다.타데우스 로팍 갤러리 입구를 지나 내부로 가면 정면에 제이디 차의 자화상 ‘귀향’이 보입니다. 그림 속 여자는 부엌칼과 배추김치가 그려진 외투를 입고, 머리에는 소라를 마치 투구처럼 쓰고 있죠.현란하게 뿜어져 나오는 색 사이로 여자는 관객을 똑바로 쳐다봅니다. 마치 귀신과 소통하는 영매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죠.이렇게 거센 기가 흘러 넘치는 그림의 주인공, 제이디 차는 검은 드레스에 불꽃이 활활 타오르는 신발을 신고 있었습니다. 말도 걸기 어려울 듯한 겉모습인데, 기자 간담회가 시작되고 현장에 모인 기자들이 자신을 응시하자 그녀는 이렇게 말하더군요.“오 마이 갓, 전부 다 나를 쳐다보고 있네요!”낯설 사람들의 시선에 긴장한 모습이 역력해 의외였습니다. 그러나 “한국어로 말하지 못해 죄송하다. 꼭 다음엔 한국어로 말하고 싶으니 나에게 재밌는 예능이나 드라마를 추천해달라”고 너스레를 떤 그녀는 이내 불안감을 털어버리고 작품을 설명해 나갔습니다.단단한 껍질의 소라, 날카로운 부엌 칼, 피가 흐르는 듯한 김치. 이렇게 드센 겉모습 아래 감춰진 반전의 부드러운 모습. 현장에서 드러난 그녀의 성격은 작품과 꼭 닮아있었습니다.마고할미, 바리공주, 조각보는 영감의 원천위 사진은 제이디가 영국 런던의 공공미술관 화이트채플 갤러리에서 전시하고 있는 설치 작품의 모습입니다. 한옥의 형태에서 영감을 얻어 전시장 속에 집을 지었습니다.여기서 눈길을 끄는 것은 집의 가장자리와 바깥 부분을 덮고 있는 사각형의 색면들입니다. 미술계 사람들은 이 모양을 보고 ‘몬드리안의 추상’을 흔히 떠올립니다. 그러나 제이디가 영감을 얻은 것은 미술사에 기록된 예술가가 아닌, 이름 모를 한국의 여자들이 만든 ‘조각보’입니다.제이디는 기자 간담회에서 “예술의 형태로 인정 받지 못했던 예술하는 사람들에 관심이 있다”며 “테두리 밖에 있던 것을 안으로 들여와 전복시키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합니다.조각보와 보자기를 만드는 방법은 엄마가 딸에게, 또 그 딸이 딸에게 가르쳐 주었지요. 이름은 남지 않았지만, 조각보 예술은 입과 손으로 전해진 셈입니다. 제이디는 이런 것들을 작품에 적극 끌어들여 예술의 위상을 부여하고자 합니다.그녀가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퍼포먼스로 선보였던 ‘마고 할미’도 이런 기록되지 않은 여신입니다. 마고할미는 오줌으로 강을 만들고 똥으로 산을 세워 한반도를 만들었다고 설화를 통해 전해져왔습니다. 지금도 한국의 지역에 가면 마고할미 신당, 폭포 같은 장소가 있죠.다만 마고할미 신화는 ‘인정된 기록’이 아니기 때문에 연구도 부족하며, 그나마 어린이 동화의 재밌는 이야기 정도로만 다뤄지고 있습니다. 그런 마고할미를 다시 창조신으로 소환한 것이 제이디의 퍼포먼스였습니다.런던 전시에서는 인간과 귀신을 연결하는 ‘바리공주’를 주된 테마로 삼았습니다. 한국에도, 캐나다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자신이 마치 바리공주와 같다면서요.연약함을 인정하며 만들어진 갑옷이런 맥락에서 다시 그녀의 작품을 보면, 자화상 속 등장했던 인물은 마치 ‘모든 약한 존재들을 대변하려는 전사’처럼 느껴집니다. 세상에서 중요하지 않다고 무시 받았던 모든 것들을 몸에 이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것처럼 말이죠.그러한 당당함은 허세나 고압적인 태도가 아니라, 나의 불안함을 인정하는 것에서 나왔기에 더욱 매력적입니다.4년 전 인터뷰에서 제이디는 “캐나다에서 자랄 때, 캐나다의 역사도 한국의 역사도 온전한 내 것 같지가 않았다”고 했습니다. 단단한 뿌리를 찾고 싶었던 그녀는 결국 돌고래, 갈매기 같은 캐나다의 요소와 조각보, 마고할미 같은 한국의 요소를 자신만의 시각으로 결합해 새로운 ‘개인적인 신화’를 창조하기에 이릅니다.그 신화에는 과거의 것뿐만 아니라 힙합 문화를 연상케 하는 패션 디자인 등 시공간을 초월해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든 것들이 섞여 있습니다. 사실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은, 한국인이라고 할 지라도 흑인 음악에서 감동을 받거나, 멕시코 요리에서 깊은 맛을 느끼기도 하잖아요.그녀는 세상이 정해준 정체성의 틀에 자신을 끼워 맞추기를 거부합니다. 그리고 불안할 지라도 우리 모두는 ‘오로지 나 자신’이 중심이 되어 삶을 헤쳐나가야 함을 인정합니다. 그런 불안 속에서 약해 보이는 속살을 감싸줄 단단한 껍질을 차곡차곡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제이디의 작품을 보며, ‘나의 신화’는 무엇인지 한 번 떠올려 보는 건 어떨까요?‘※ ‘영감 한 스푼’은 다양한 창의성의 사례를 중심으로 미술계 전반의 소식을 소개하는 뉴스레터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하시면 매주 금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영감 한 스푼 뉴스레터 구독 신청 링크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51199김민기자 kimmin@donga.com}

    • 2023-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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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늘 갈때까지 작품할 것”… 영화처럼 떠났다

    《1960년대 ‘여배우 트로이카’ 시대를 이끌며 은막의 스타로 활약한 영화 배우 윤정희(사진)가 19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별세했다. 향년 79세. 1967년 영화 ‘청춘극장’으로 데뷔한 고인은 총 330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남편 백건우 씨(77) 측에 따르면 고인은 2010년부터 알츠하이머병을 앓아 왔다.》1960∼80년대 ‘은막의 스타’로 활약한 배우 윤정희(본명 손미자)가 19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별세했다. 향년 79세. 고인의 남편인 피아니스트 백건우 씨(77)는 20일 국내 영화계 인사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제 아내이자 오랜 세월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배우 윤정희가 19일 오후 5시 딸 진희의 바이올린 소리를 들으며 꿈꾸듯 편안한 얼굴로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영화계에 따르면 유족들은 생전 고인의 뜻에 따라 평소 고인이 자주 찾던 파리 근교 뱅센 지역의 한 성당에서 가족장을 치를 것으로 알려졌다. 장례 미사 날짜는 성당 측과 협의 중이나 23일 또는 24일이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고인의 유해는 파리 인근 묘지에 안장될 예정이다. 고인은 한국 영화 황금기로 불리는 1960∼80년대에 동료 배우 문희, 남정임과 함께 ‘여배우 1세대 트로이카’로 불리며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1944년 부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조선대 영문학과 재학 중 1200 대 1의 경쟁을 뚫고 1967년 영화 ‘청춘극장’으로 데뷔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장군의 수염’(1968년) ‘신궁’(1979년) ‘저녁에 우는 새’(1982년) ‘위기의 여자’(1987년) ‘만무방’(1994년) 등이 있다. 고인은 출연작이 총 330여 편에 달할 정도로 당대 최고의 은막 스타 중 한 명이었다. 수상 이력도 화려하다. 1960, 70년대 대종상 등 굵직한 국내 영화제에서 연기상, 인기 여우상 등을 20여 차례나 받았다. 영화 ‘시’(2010년)로 미국 로스앤젤레스 비평가협회상 여우주연상, 호주 아시아태평양 스크린 어워즈 등 국내외 7개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영화 ‘시’는 고인이 출연한 마지막 작품이었다. ‘만무방’ 이후 16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이었다. 고인은 작품에서 알츠하이머를 앓으며 중학생 손자와 살아가다가 시의 세계에 빠져 몰입하는 미자 역을 맡아 열연했다. 생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고인은 “영화배우는 인간의 삶을 표현하는 직업”이라며 “하늘나라 갈 때까지 작품을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인은 이 작품이 공개된 2010년 즈음부터 알츠하이머 증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건반 위의 구도자’라 불리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백 씨와 문화예술계를 대표하는 잉꼬 부부로 유명했다. 1974년 파리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2년간의 열애 끝에 1976년 3월 화가 이응노(1904∼1989)의 파리 20구 자택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두 사람은 1977년 7월 유고슬라비아에서 북한의 납치 미수에 휘말리기도 했다. 고인은 생전인 2019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남편에게 애틋한 마음을 드러내며 “나보다 더 오래 살라”고 당부했다. 백 씨 측에 따르면 고인은 2018년부터 알츠하이머 병세가 급격히 악화됐다. 2020년에는 고인의 후견인 지정을 놓고 고인의 동생들과 백 씨 부녀 사이에 법적 분쟁이 발생하기도 했다. 윤정희의 사망으로 성년후견인 소송은 법적 판단 없이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윤 씨가 한국 영화계에 끼친 공헌이 굉장히 크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후배 배우 김혜수, 고 신상옥 감독의 아들 신정균 감독 등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고인을 추모했다. 유족으로는 남편 백 씨와 딸 진희 씨(바이올리니스트)가 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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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방울 작가’ 구사마 로봇이 뉴욕에 뜬 까닭은?

    새빨간 점박이 호박을 쓴 일본 예술가 구사마 야요이(93)가 미국 뉴욕 루이뷔통 매장 쇼윈도에 등장했다. 붓을 든 그녀는 눈을 깜빡이며 유리창에 물방울 무늬를 그리는 듯 움직인다. 그러다 앞에 선 사람을 보고 빙긋 미소 짓기도 한다. 그는 진짜 구사마가 아닌 로봇이다. 루이뷔통은 2012년 후 11년 만에 구사마와 협업해 핸드백, 의류, 액세서리 등 그녀의 작품을 차용한 제품 450개가 포함된 새 컬렉션을 6일 공개했다. 이 컬렉션을 알리기 위해 전 세계 루이뷔통 매장에 독특한 모습의 ‘구사마 조형물’이 나타나 소셜미디어를 달구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는 건물 옥상에 붙어 벽면에 물방울 무늬를 그리는 거대한 구사마 인형이 걸려 있다. 일본 도쿄 하라주쿠 매장에도 1층과 2층을 관통하는 구사마 조각물이 설치돼 있다. 로봇과 조각물은 빨간 머리에 선글라스를 쓴 구사마를 사실적으로 표현해 인기를 끌고 있다. 보통 예술이라고 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장벽이 느껴지는 영역으로 간주된다. 물론 파블로 피카소나 빈센트 반 고흐 같은 작가의 작품은 시간이 지나며 대중의 사랑을 받지만, 구사마처럼 살아있는 예술가가 작품뿐 아니라 예술가 본인의 캐릭터 그 자체만으로 친숙하게 이용되는 것은 흔치 않다. 그 배경엔 구사마 작품이 갖는 소셜미디어 친화적 특성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방에 거울을 설치한 대표작 ‘인피니티 미러 룸’은 인스타그램 인증샷 명소로도 유명해 세계 주요 미술관을 순회하며 전시되고, 티켓은 예매 시작과 동시에 거의 매진된다. ‘#구사마야요이’ 해시태그를 단 인스타그램 게시물은 무려 약 100만 건(영어 기준)에 달한다. 이는 경매 최고가를 기록하는 다른 생존 작가 제프 쿤스(44만 건), 데이비드 호크니(32만 건), 게르하르트 리히터(18만 건)보다 월등히 많다. 인스타그램 노출도가 작품성을 의미하는 건 아니지만, 그만큼 대중성은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최은주 대구미술관장은 “최근 미술관을 찾는 관객들은 작품을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직접 경험하고 만나 일체화되길 원하는 경향이 있다”며 “특별한 공간에 들어가 내가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을 주는 ‘인피니티 미러 룸’을 비롯한 구사마의 작품이 이런 관객의 욕구와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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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욕 명품 매장 쇼윈도에 등장한 쿠사마 야요이, 알고보니…

    새빨간 점박이 호박을 쓴 93세 일본인 예술가 쿠사마 야요이가 미국 뉴욕 루이비통 매장 쇼윈도에 등장했다. 붓을 든 그녀는 눈을 깜빡이며 유리창에 물방울(폴카도트)무늬를 그리는 듯 움직인다. 그러다 앞에 선 사람을 보고 빙긋 미소 짓기도 하지만 그녀는 진짜 쿠사마가 아닌 로봇이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은 2012년 이후 11년 만에 쿠사마와 협업을 통해 핸드백, 의류, 액세서리 등 그녀의 작품을 차용한 제품 450개가 포함된 새 컬렉션을 6일 공개했다. 이 컬렉션을 알리기 위해 전 세계 루이비통 매장에는 독특한 모습의 ‘쿠사마 조형물’이 나타나 소셜 미디어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는 건물 옥상에 붙어 벽면에 물방울무늬를 그리는 거대한 쿠사마 인형이 나타났다. 일본 도쿄 하라주쿠 매장에는 1,2층을 관통하는 쿠사마 조각이 빨간 머리에 선글라스를 끼고 서 있다. 보통 예술이라고 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장벽이 느껴지는 영역으로 간주된다. 물론 파블로 피카소나 빈센트 반 고흐 같은 역사적 작가의 작품은 시간이 지나며 대중의 사랑을 받지만, 쿠사마처럼 살아있는 예술가가 작품뿐 아니라 예술가 본인의 캐릭터도 친숙하게 이용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여기엔 그녀의 작품이 갖는 소셜 미디어 친화적 특성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방에 거울을 설치한 그녀의 대표작 ‘인피니티 미러 룸’은 인스타그램 인증샷 명소로도 유명해 세계 주요 미술관을 순회하며 전시되고 티켓은 공개와 동시에 거의 매진된다. 그 결과 ‘#쿠사마야요이’ 해시태그를 단 인스타그램 게시물은 100만 건(영어 기준)이 넘는더, 이는 경매 최고가를 기록하는 다른 생존 작가(제프 쿤스(44만), 데이비드 호크니(32만), 게르하르트 리히터(18만)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인스타그램 노출도가 곧 작품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대중성은 있다는 방증이다. 최은주 대구미술관장은 “요즘 미술관의 관객들은 작품을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직접 경험하고 만나 일체화되기를 원한다”며 “특별한 공간에 들어가 내가 주인공이 된 듯하게 만드는 ‘인피니티 미러 룸’을 비롯한 쿠사마의 작품이 대중의 욕구와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김민기자 kimmin@donga.com}

    • 2023-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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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떠나 살지만 민속신앙-조각보 등 천착 “서울서 첫 전시회…당당한 모습 보여주고파”

    알록달록한 무늬가 눈에 띄는 신비로운 풍경을 배경으로 한 여성이 우두커니 서 있다. 부엌칼과 배추김치가 그려진 외투를 두르고 뿔소라를 투구처럼 뒤집어쓴 여성은 관객을 정면으로 바라본다. 한국계 캐나다인 작가 제이디 차(차유미·40)의 자화상 ‘귀향’이다. 캐나다에서 태어난 그가 서울에서 처음 선보이는 작품이다. 차 씨는 “이 작품을 통해 자신 있고 당당한 모습을 한국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차 씨는 다음 달 25일까지 서울 용산구 타데우스 로팍에서 열리는 그룹전 ‘지금 우리의 신화’에 참여 중이다. 이번 전시는 세계적 화랑 타데우스 로팍이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첫 단체전이다. 차 씨는 전시에서 ‘귀향’을 비롯한 회화 3점과 텍스타일(천) 조각 3점 등 총 6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영국 런던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그는 201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마고할미’ 퍼포먼스로 글로벌 미술계의 눈도장을 받았다. 지난해 하우저앤드워스 뉴욕 갤러리 그룹전에 참가했고, 현재 런던 공공미술관 화이트채플에선 한옥을 모티프로 한 설치 작품을 전시 중이다. 전시장에서 6일 만난 차 씨는 그림 속 강렬한 모습과 달리 긴장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창작의 영감이 된 ‘마고할미’ 얘기가 나오자 신이 난 듯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는 “신화 속 마고할미는 오줌과 대변으로 강과 산을 만든다”며 “사회에서 종종 무시당하는 할머니를 마고할미 신화는 강력한 존재로 그려내 흥미로웠다”고 했다. 마고할미는 한국 민속 신앙 속 창조신으로, 일부 지역에선 마고산성, 마고할미 폭포 등 전설과 관련된 장소가 여전히 존재한다. 다만 민속 신앙 관련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차 씨는 이렇게 주류에서 밀려났지만 가치 있는 것들을 자신만의 시각 언어로 재해석한다. 런던과 서울 전시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조각보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주류 미술사에 익숙한 사람은 몬드리안을 떠올리지만, 내가 영감을 받은 건 한국의 이름 모를 여인들”이라고 했다. 사각형 색면으로 된 형태의 근원이 서구 추상화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오히려 그는 아주 오래전부터 엄마가 딸에게, 그 딸이 또 딸에게 말과 손으로 전해준 예술로서 조각보의 가치를 끌어온다. 이런 작품 스타일은 결국 그의 예술적 생존 방식이기도 하다. 차 씨는 “내 작품을 서양인은 동양적이라고, 한국인은 서양적이라고 느껴 흥미롭다”고 말한다. 그는 너무 다른 두 문화 사이에서 기존의 틀에 자신을 억지로 끼워 맞추는 것을 거부해 왔다. 그리고 조각보, 마고할미 등 틀에서 밀려난 것들을 모아 자신의 무기로 만들었다. 무료.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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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추김치, 부엌칼, 마고 할미와 조각보…제이디 차가 예술로 살아남는 법

    알록달록한 무늬 속 신비로운 풍경 앞 한 여자가 서 있다. 부엌칼과 배추 김치가 그려진 외투와 소라를 갑옷과 투구처럼 쓴 여자는 관객을 정면으로 쳐다본다. 한국계로 캐나다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처음으로 작품을 선보이는 제이디 차(40·한국명 차유미)의 자화상의 모습이다. ‘귀향’이라는 제목의 작품에서 그녀는 “작가로서 한국에 돌아온 만큼 자신있고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차 씨는 서울 용산구 타데우스 로팍에서 열리는 그룹전 ‘지금 우리의 신화’에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영국 런던에서 활동하는 그는 2019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마고 할미’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등 글로벌 미술계에서 주목 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하우저앤워스 뉴욕 갤러리 그룹전에 참가했으며, 현재 영국 런던의 공공미술관인 화이트채플에서도 한옥을 모티프로 한 설치 작품을 전시 중이다. 전시장에서 만난 차 씨는 그림 속 강렬한 모습과 달리 긴장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작품에 영감이 된 마고 할미 신화와 바리 공주 설화가 언급되자 이내 끊임없이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그는 “신화 속 마고 할미는 오줌과 대변으로 강과 산을 만들었다”며 “우리 사회에서 종종 무시 당하는 존재인 할머니를 파워풀한 존재로 그려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마고 할미는 한국 민속 신앙에서 창조신으로, 지역에는 여전히 마고 관련 전설이나 장소가 남아 있다. 다만 민속 신앙이 소홀한 대접을 받으면서 관련 연구가 많지 않은 실정이다. 차 씨는 이렇게 주류에서 밀려났지만, 가치있는 것들을 모아 자신만의 시각 언어로 재해석해 작품으로 제시한다. 런던과 서울 전시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조각보’ 또한 이런 맥락이다. 그는 “주류 미술사에 익숙한 사람은 이모양을 보고 몬드리안을 떠올리지만, 내가 영감을 받은 것은 한국의 이름모를 여인들“이라고 했다. 아주 오래 전부터 엄마가 딸에게, 그 딸이 또 딸에게 말과 손으로 전해준 예술로서 ‘조각보‘의 가치를 끌어온 것이다. 이러한 작품 스타일은 결국 그녀의 생존 방식이기도 했다. 차 씨는 자화상 왼편에 있는 갈매기를 가리키며, “캐나다에서 갈매기는 귀찮고 성가신 존재”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높은 하늘을 유영하는 갈매기는 리처드 버크의 소설 ‘갈매기의 꿈’ 속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녀에게 갈매기는 캐나다와 한국 어느 곳에도 제대로 속하지 못했던 자신을 상징하는 듯 했다. 차 씨는 “내 작품을 서양인은 동양적이라고, 한국인은 서양적이라고 느껴 흥미롭다”고 했다. 너무 다른 두 문화 가운데서 차 씨는 기존의 틀에 자신을 억지로 끼워 맞추기를 거부했다. 그리고 조각보, 갈매기, 마고할미 등 틀에서 밀려난 것들을 모아 자신의 무기로 만들었다. 그녀의 예술적 생존법은 독특한 자신의 정체성을 그대로 인정하고 갑옷처럼 단단하게 만드는 것이었음을 작품은 보여준다. 전시는 2월 25일까지. 무료.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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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균관 “설 차례상, 과일 자유롭게 올리세요”

    “차례는 약식 제사입니다. 간소하게 지내세요.”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와 성균관유도회총본부, 한국유교문화진흥원은 1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명절 인사법과 차례 간소화 방안을 발표했다. 최영갑 의례정립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기름에 튀기거나 지진 음식은 차례상에 올리지 않아도 된다”며 “힘들게 전을 부치느라 고생하는 일은 안 해도 된다”고 강조했다. 성균관은 이날 떡국과 나물, 구이, 김치, 과일로 구성된 ‘설 차례 간소화 진설도’를 공개했다. 과일이 4∼6종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단출한 밥상과도 같다. 과일 종류도 정해진 것이 없기에 편하게 고르면 된다. 성균관은 ‘홍동백서(紅東白西·붉은 과일은 동쪽, 흰 과일은 서쪽에)’나 ‘조율이시(棗栗梨枾·대추 밤 배 감)’가 예법을 다룬 문헌에는 없는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가족과 상의해 좋아하는 것은 상에 얼마든지 올릴 수 있다. 지방(紙榜) 대신 사진을 놓고 차례를 지내도 된다. 차례와 성묘 중 어느 것을 먼저 할지는 가족이 의논해서 정하라고 성균관은 덧붙였다. 세배를 할 때는 공수(拱手)를 한 후에 절을 하면 된다. 공수는 전통 예절에서 손을 배꼽 높이에 가지런히 모으는 자세다. 남자는 왼손이, 여자는 오른손이 위로 간다. 덕담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먼저 한다. 이후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건강 기원 등의 인사를 올리는 것이 예법에 맞는다고 성균관 측은 설명했다. 성균관은 제례에 대해 따로 연구한 뒤 올 9월경 보고회를 열 예정이다. 최 위원장은 “궁극적으로 가정불화나 남녀 갈등, 노소 갈등이 없는 행복한 전통문화를 계승하고자 한다”고 밝혔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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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캔버스 대신 청바지 회화… 그림으로 보는 여행명소…

    문명에 대한 고찰을 담은 현대미술, 국내 주요 여행지의 모습을 담은 회화와 사진, 유머러스하게 일상을 풀어낸 일러스트까지…. 장르별로 다양한 예술을 경험해볼 만한 눈에 띄는 전시들이 잇달아 열리고 있다.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 K3 전시관에서는 태국 출신 현대미술가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의 개인전 ‘이미지, 상징, 기도’가 열리고 있다. 아룬나논차이는 태국의 역사나 동양의 샤머니즘 등 토속 문화를 현대적 기술로 재해석해 주목받는 작가다. 지난해 영국 미술 전문지 ‘아트리뷰’가 미술계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 100명을 선정한 ‘파워 100’ 중 88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화려한 시각 효과가 돋보이는 영상작품으로 주목받았다. 드론의 시선으로 신을 표현하거나 귀신을 부르는 의식에서 레이저 조명을 활용한 작품 등이 대표적이다. 2021년에는 광주비엔날레에서 자신의 할아버지의 죽음, 태국 민주화운동과 제주4·3사건 등을 고찰한 ‘죽음을 위한 노래’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선 청바지를 활용한 아룬나논차이의 회화작품들이 소개된다. 2012년부터 시작된 연작 ‘역사 회화’의 일부인 이 작품들에서 청바지는 서구 중심의 세계화와 노동의 역사를 의미한다. 작가는 청바지를 표백한 다음 이것을 배경으로 그림을 그린 뒤 불에 태운다. 그리고 이 모습을 사진으로 남긴 다음, 불에 타고 남은 그림과 재를 결합해 다시 작품으로 만들었다. 작품 속에서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볼 수 있는 것도 이런 작업 과정 덕분이다. 그의 작품에서 불은 문명이 태어나고 소멸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전시장 바닥 또한 불에 탄 듯 갈라져 굳은 재로 만들어져 눈길을 끈다. 29일까지. 서울 중구 피크닉에서는 ‘국내 여행’전이 열린다. 강요배, 박대성, 유근택 등 국내 화단의 유명 작가들의 회화 작품은 물론이고 제주 오름을 평생 찍은 사진가 김영갑, 전국의 산과 산악인을 기록한 김근원의 사진 작품을 통해 국내 여행지를 보여주는 전시다. 영화감독 김종관, 무대미술가 여신동도 참여했다. 박대성의 작품 ‘불 밝힘 굴’로 시작한 전시는 유근택 작가가 서울과 대전을 오가던 길을 한지에 수묵채색으로 기록한 대작 ‘풍경의 속도-서울에서 유성까지’로 이어진다. 산을 오르며 기록한 김영일의 영상 ‘평창의 산’, 김근원의 사진 ‘산과 사람들’도 감상할 수 있다. 김근원의 사진에서는 일제 강점기 훼손된 한국의 산과 자연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1950년대 후반 시작된 근대 등산 문화의 변천을 파악할 수 있다. 전시는 2월 19일까지. 1만5000∼1만8000원. 현대인의 일상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일러스트 작가 장 쥘리앵의 ‘그러면, 거기’전이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다. 작가의 첫 회고전인 전시는 회화, 설치, 영상, 미디어아트 등 1000여 점의 작품을 전시한다. 작가의 스케치북 100권도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공개된다. 스케치북에는 작가가 일상에서 포착한 일상적인 순간을 즉흥적으로 기록한 드로잉이 담겼다. 쥘리앵은 자신의 성격에 대해 “비판적”이라 자평하면서도 “불쾌한 것들을 유쾌하게 바꿔 사람들을 웃게 하고 싶다”고 말한다. 작가의 말처럼 그의 작품에는 스마트폰, 아이패드 등 온갖 전자 기기의 전선에 얽매인 사람, 사다리 형태의 월요일(Monday) 글자를 힘겹게 기어오르는 남자 등 언어유희를 가미한 재치가 돋보인다. 색감이 화려하고 포토존이 될 만한 대형 벽화가 많아 어린이도 즐길 만한 전시다. 24일까지. 1만3000∼2만 원.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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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바지 위 선명한 불과 재… 아룬나논차이展 등 볼만한 미술 전시들

    문명에 대한 고찰을 담은 현대미술, 여행으로 가볼 만한 국내 각 지역을 담은 회화와 사진, 유머러스하게 일상을 풀어낸 일러스트….. 이번 주 장르별로 다양한 예술을 경험해볼 만한 전시들이 열린다.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 K3 전시관에서는 태국 출신 현대미술가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의 개인전 ‘이미지, 상징, 기도’가 열리고 있다. 아룬나논차이는 태국의 역사나 동양의 샤머니즘 등 토속 문화를 현대적 기술로 재해석해 주목받는 작가다. 드론의 시선으로 신을 비유하거나 귀신을 부르는 의식에서 레이저 조명을 활용하는 등 화려한 시각 효과가 돋보이는 영상 작품이 유명하다. 단편 영화 작품으로 2018년 로테르담, 싱가포르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했다. 2021년에는 광주비엔날레에서 자신의 할아버지의 죽음, 태국 민주화운동과 제주 4·3사건 등을 고찰한 ‘죽음을 위한 노래’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번엔 청바지를 활용한 아룬나논차이의 회화가 전시된다. 작가는 서양 미술에서 흔히 쓰이는 캔버스 대신 청바지를 많이 사용했다. 작가에게 청바지는 서구 중심의 세계화와 노동의 역사를 의미하는데, 그 데님 천을 하얗게 표백해 바탕으로 쓴다. 그 위에 그림을 그리거나 불에 태우는 등 여러 기법을 활용한다. 특히 불은 문명이 태어나고 소멸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전시장 바닥 또한 불에 탄 듯 갈라져 굳은 재로 만들어져 눈길을 끈다. 29일까지. 서울 중구 피크닉에서는 ‘국내 여행’전이 열린다. 강요배, 박대성, 유근택 등 국내 화단의 유명 작가들의 작품은 물론 제주 오름을 평생 찍은 사진가 김영갑, 전국의 산과 산악인을 기록한 김근원의 사진 작품을 통해 국내 여행지를 보여주는 전시다. 영화감독 김종관, 무대미술가 여신동도 참여했다. 박대성의 작품 ‘불 밝힘 굴’로 시작한 전시는 유근택 작가가 서울과 대전을 오가던 길을 한지에 수묵채색으로 기록한 대작 ‘풍경의 속도 - 서울에서 유성까지’로 이어진다. 산을 오르며 기록한 김영일의 영상 ‘평창의 산’, 김근원의 사진 ‘산과 사람들’도 감상할 수 있다. 김근원의 사진에서는 일제 강점기 훼손된 한국의 산과 자연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1950년대 후반 시작된 근대등산 문화의 변천을 파악할 수 있다. 전시는 2월 19일까지. 1만5000원~1만8000원. 현대인의 일상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일러스트 작가 장 줄리앙의 ‘그러면, 거기’전은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다. 작가의 첫 회고전인 전시는 회화, 설치, 영상, 미디어아트 등 1000여 점의 작품을 전시한다. 작가의 스케치북 100권도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공개된다. 스케치북에는 작가가 일상에서 포착한 일상적인 순간을 즉흥적으로 기록한 드로잉이 담겼다. 줄리앙은 자신이 “비판적인 성격”이라면서도 “불쾌한 것들을 유쾌하게 바꿔 사람들을 웃게 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작품에는 스마트폰, 아이패드 등 온갖 전자 기기의 전선에 얽매인 사람, 사다리처럼 형상화된 월요일(Monday) 글씨를 힘겹게 기어오르는 기어오르는 남자 등 언어유희를 가미한 재치가 돋보인다. 색감이 화려하고 포토존이 될만한 대형 벽화가 많아 어린이도 즐길 만한 전시다. 24일까지. 1만3000원~2만 원.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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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달에 매료된 소년, 인류 최초의 ‘블랙홀 사진사’ 되다

    1971년 어느 여름날 독일의 시골 마을. 가족 모두가 정원에 모여 있지만 한 소년은 어두운 방에서 텔레비전을 열심히 보고 있다. 화면에는 아폴로 15호의 달착륙선 팰컨이 달에서 찍은 흑백 사진들이 나오고 있었다. 인류의 대담한 시도에 매료된 이 소년은 자라서 세계 최초의 블랙홀 사진을 찍은 천문학자가 된다. 이 책의 공동 저자 하이노 팔케 네덜란드 랏바우트대 교수 이야기다. 그는 독일 주간지 슈피겔의 과학 기자인 외르크 뢰머와 함께 책을 썼다. 책의 첫 장면은 인간이 처음으로 관측한 블랙홀 사진이 공개된 벨기에 브뤼셀의 기자회견장이다. 2019년 4월 10일, 당시 사건지평선망원경(EHT)협력단의 유럽연합(EU) 대표이자 EHT 과학위원회 의장이었던 팔케 교수가 블랙홀 사진을 소개했다. 전 세계 수백만 명이 지켜본다는 사실에 긴장하다 ‘광년’을 ‘킬로미터’로 잘못 말하기도 하지만, 현장의 열기 속에서 이내 설명을 이어간다. 공개 후 몇 시간 만에 40억 명이 블랙홀 사진을 조회할 정도로 중요한 순간이었다. 블랙홀은 연료를 소모해 완전히 타버린 별들의 무덤이다. 질량이 극도로 커 심하게 휜 이 공간은 빛을 포함해 우주의 모든 것을 먹어 치운다. 이 때문에 관측이 어려웠지만 전 세계에 흩어진 전파 망원경을 연결하는 ‘사건 지평선 망원경’ 프로젝트를 통해 가능해졌다. 책은 블랙홀과 우주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으로 시작해 블랙홀 관측의 여정을 소개한다. 팔케 교수가 “사진 한 장에 인생의 연구가 담겼다”고 할 정도로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이론적 설계뿐 아니라 세계 곳곳의 망원경들이 팀플레이를 하는 것도 만만찮은 일이었다. 사람의 실수는 물론 날씨까지 변수가 됐다. 영화처럼 좌절과 기쁨이 오간 순간을 소개한 저자는 책 막바지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신을 이야기한다. “헤아릴 수 없는 광대한 공간을 떠도는 먼지 알갱이 위의 알갱이에 불과한 것이 인간”이라면서. 호기심 가득했던 소년의 꿈은 우주의 먼 블랙홀까지 닿았지만 결국 그는 자신과 옆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믿음, 희망, 사랑으로 돌아왔다고 고백한다. 또한 모두가 오만한 정복자에서 겸손한 탐구자로 돌아가자고 당부한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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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황 모자부터 대처 핸드백까지… 유명인 소장품 한자리

    2013년 3월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자리를 내려놓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취임했을 때 “바티칸 역사상 처음으로 흰 주케토 두 개가 공존한다”는 말이 나왔다. 주케토는 가톨릭에서 교황, 추기경, 주교가 쓰는 모자로, 흰 주케토는 교황만 쓸 수 있다. 교황 두 명이 함께 살아있는 드문 일이 발생했다는 이야기다. 서울 도심에서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썼던 흰 주케토를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3월 25일까지 열리는 ‘셀럽이 사랑한 Bag & Shoes’전이다. 이랜드뮤지엄이 30년간 수집한 유명인의 소장품 50만 점 중에서 200점을 전시에서 선보인다. 전시장에서는 ‘철의 여인’으로 불린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1925∼2013)가 입은 슈트와 핸드백도 볼 수 있다. 특히 핸드백은 대처를 상징하는 물건으로 통한다. 대처가 총리로 재임할 당시 테이블 위에 핸드백이 올려져 있다는 것만으로 그녀가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또 대처가 공격적 언사로 정치적 상대를 압박하는 것을 당시 영국 사회에서 ‘핸드배깅(Handbagging)’이라고 표현했고, 이 단어는 옥스퍼드 사전에도 등재됐다. 대처에게 핸드백은 정치적 무기나 마찬가지였던 것처럼 유명인들이 사용했던 물건에는 그 사람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1958∼2009)의 재킷과 의자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무대에서뿐만 아니라 화려한 일상을 즐긴 그의 모습을 보여준다. 잭슨이 ‘문워크’를 처음 선보인 1996∼1997년 월드투어에서 입은 재킷은 화려한 조명이 반사되도록 반짝이는 장신구가 가득 달려 있다. 그가 ‘디스 이즈 잇’ 월드투어 숙소에서 사용하기 위해 주문 제작한 의자에는 크리스털이 촘촘하게 박혀 있다. 이 외에도 그룹 퀸, 밥 딜런, 비욘세, 레이디 가가 등 유명 팝스타의 물건과 영화 ‘메리 포핀스’(1975년), ‘닥터 두리틀’(1998년), ‘포레스트 검프’(1994년)에서 사용한 소품도 전시됐다. 전시된 물건 중 가장 비싼 건 전설적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이 시카고 불스 마지막 시즌(1997∼1998년)에 입었던 유니폼 상의와 운동화 ‘에어 조던 13’이다. 조던이 마지막 시카고 불스 시즌에 입었던 다른 유니폼은 지난해 소더비 경매에서 141억 원에 낙찰됐다. 1만∼1만5000원.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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