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김수현 기자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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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간인 학살해 공포 극대화… ‘가짜뉴스-언론통제’로 진실 감춰[글로벌 포커스]

    “전쟁에서도 규칙이 있다. 전쟁범죄는 이 최소한의 규칙마저 어긴 행위다.” 전쟁범죄(war crime)는 전쟁 중에 일어나는 각종 반인도적 행위를 뜻한다. 민간인 살해, 대량살상무기 사용, 강간, 고문, 부상병과 포로에 대한 적절하지 않은 처우 등이 대표적이다.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곳곳에서 벌인 행위는 전쟁범죄의 교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차, 보로i카, 모티진 등에서 자행된 민간인 집단학살(제노사이드), 피란민 이동 경로 폭격, 산부인과와 학교 공습 등 21세기 문명국가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잔인무도한 행위를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피오나 힐 전 미국 백악관 고문은 최근 영국 더타임스 인터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목표는 우크라이나 ‘장악’이 아니라 ‘절멸’”이라며 그가 우크라이나인 말살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고 단언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베트남, 캄보디아, 옛 유고슬라비아, 시리아, 미얀마 등 세계 각국에서 전쟁범죄가 자행됐지만 러시아의 최근 행보는 수위와 강도 면에서 역대급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특히 상당수 전쟁범죄가 특정 국가의 내전 과정에서 벌어져 같은 나라 국민이 피해를 입은 반면 러시아는 엄연한 주권 국가인 타국 국민을 상대로 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옛 유고슬라비아 내전 때 인종학살을 자행한 세르비아 지도자가 전범(war criminal)으로 법정에 선 것과 달리 폭주하는 푸틴 대통령을 처벌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문제다.○ 전 세계서 전쟁범죄 잇따라유엔이 정한 전쟁범죄의 요건은 △무고한 사람에 대한 고의적 살인 △민간인에 대한 공격을 의도적으로 지시 △민간인 인명 및 재산피해 △무방비 상태의 도시, 마을, 건물 등을 폭격 등 총 15가지다. 하나같이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자행한 짓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곳곳에서는 이런 전쟁범죄가 수차례 벌어졌다.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1968년 남부 밀라이에서 미군의 손에 민간인 약 500명이 숨졌다. 이웃 캄보디아에서는 급진 공산정권 ‘크메르 루주’가 1975∼1979년 당시 전 인구의 약 4분의 1인 최대 200만 명의 민간인 학살을 자행해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겼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은 이란과 내통했다는 혐의로 1988년 쿠르드족에 국제법이 금지한 화학무기 ‘사린가스’를 사용해 역시 5000명이 사망했다. 1994년 아프리카 르완다에서는 다수파 후투족이 100일간 소수파 투치족 및 온건 후투족 80만 명을 살해했다. 별도의 성폭행 피해 여성 또한 최대 50만 명으로 추산된다. 1990년대 유고 내전은 전 세계가 전쟁범죄의 참상에 눈뜬 계기로 평가받는다.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 대통령은 세르비아 민족주의를 앞세워 보스니아, 코소보, 크로아티아 등의 독립 요구를 탄압하고 곳곳에서 집단학살을 자행해 냉전 붕괴 이후 최악의 전쟁범죄자 겸 학살자로 꼽힌다. 그를 따르는 세르비아계 민병대는 1995년 보스니아 스레브레니차에서 무슬림 민간인 8000명을 학살했다. 이 사건은 유고 내전의 전쟁범죄를 처벌하기 위해 특별 설립된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의 유일한 ‘인종학살’로 인정한 사건이다. 세르비아계는 이슬람계가 많은 코소보가 1998년 독립을 요구하자 역시 민간인 학살을 자행해 현재 약 8600명이 사망 또는 실종 상태다. 당시 코소보의 난민만 100만 명에 달했다. 2001년 권력남용 등으로 체포된 밀로셰비치는 2002년 네덜란드 헤이그에 설립된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재판을 받았다. 최종 결론이 나기 전인 2006년 헤이그 교도소에서 숨졌다. 지난해 2월 쿠데타가 발생한 미얀마에서도 군부가 소수민족과 민간인을 학살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미얀마군은 지난해 7월 중부 사가잉에서 민간인 40명을 살해했다. 이번 우크라이나 부차 집단학살의 희생자와 마찬가지로 이곳에서도 손과 발이 묶인 시체가 여럿 발견됐다. 5개월 후에는 동부 카야주에서 불에 탄 40명의 주검이 발견됐다. 주민들은 “어린이를 포함한 일부 희생자는 산 채로 불탔다”는 끔찍한 증언을 내놓았다. 유엔은 쿠데타 발발 후 1년간 최소 1600명이 사망했으며 미얀마군이 인구 밀집지역에 중화기를 사용한 정황이 다수 발견됐다고 규탄했다.○ 러, 체첸-시리아 때부터 민간인 학살 러시아군의 민간인 집단학살이 푸틴 대통령의 전형적인 전쟁 방식이며 과거 체첸, 시리아 때도 널리 쓰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러시아의 민간인 대상 범죄가 본격화한 것은 제2차 체첸 전쟁 때부터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군이 최근 부차 등에서 자행한 집단학살에 대해 “2000년 체첸에서 벌인 ‘자치스트카(Zachistka·청소)’의 완벽한 재현”이라고 평했다. 1999년 당시 러시아는 독립을 요구하는 체첸의 수도 그로즈니를 장악하려 했지만 함락이 쉽지 않았다. 그러자 도시를 포위하고 이듬해 초 일대 민간인까지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민간인 수천 명이 사망했고, 그로즈니는 도시 전체가 폐허가 됐다. 82명의 민간인은 재판도 없이 즉결 처형됐다. 지난달 초부터 러시아군이 포위해 2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 봉쇄의 모델이 그로즈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러시아는 2011년 발발한 시리아 내전에도 깊숙이 개입했다. 특히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하기 위해 각종 화학무기와 대량살상무기를 공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아사드 정권은 2013년 수도 다마스쿠스 외곽에서 사린가스를 사용해 민간인 1400명을 숨지게 했다. 2017, 2018년에도 각각 사린가스와 염소가스를 투하해 최소 87명, 100명의 민간인이 희생됐다. 러시아군은 정부군을 동원해 반군에 국제법이 금지한 ‘진공폭탄’ 등 각종 대량살상무기도 사용했다. 아녜스 칼라마르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은 “(푸틴은) 과거에도 군사 작전을 벌일 때마다 국제법을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더럽혔다”며 무차별적인 공격을 가하고 금지된 무기를 사용하며 고의적으로 민간인과 민간물자를 겨냥한 것은 전형적인 전쟁범죄라고 규탄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시리아 전쟁의 유산이 푸틴 대통령에게 폭력을 적절히 사용하고, 이로 인해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아도 권력을 유지하는 방법을 알려준 셈이라고 진단했다.○ 상대국 공포 극대화 및 분열 노려전 세계가 한목소리로 러시아를 규탄하고 초강력 제재를 가하고 있음에도 푸틴 대통령이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이유는 전쟁범죄가 상대방에게 치명타를 입힌다는 점을 여러 차례 경험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NYT에 따르면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군사 전략가 알렉세이 아르바토프는 “러시아는 민간인의 사망을 용인하는 전략을 내부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평했다. 민간인 사망자가 늘어나면 상대국의 저항 의지를 손쉽게 꺾고 공포와 두려움을 확산시킬 수 있다. 상대국의 분열도 부추길 수 있다. 민간인 피해가 커질수록 여론 또한 ‘전쟁을 빨리 끝내고 협상하자’는 쪽과 ‘끝까지 저항해야 한다’는 쪽으로 갈라지기 때문이다. 주변국에도 부담을 안길 수 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국경을 넘으려는 피란민들이 증가해 주변국 또한 난민을 받아들이는 것을 꺼리는 탓이다. 폭력을 부추기는 러시아 군대 특유의 ‘데도브시나(dedovshchina)’ 문화 또한 러시아 병사로 하여금 죄책감 없이 전쟁범죄를 자행하도록 만든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데도브시나는 신병의 정신과 신체를 강화한다는 목적으로 자행되며 구타, 집단 폭행, 성폭력 등이 빈번하게 자행된다. 미 CNN은 우크라이나 침공 훨씬 이전부터 러시아 군대는 잔인하고 야만적인 문화로 유명했다고 지적했다. ○ 러 국민이 나서야 단죄 가능하나 난망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4일 푸틴 대통령을 전범 재판에 회부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12일에는 러시아의 침공 후 처음으로 러시아군의 행위를 ‘제노사이드’로 규정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줄곧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군 전 지휘관은 물론 민간인 공격 명령을 내린 모든 사람을 처벌해야 한다”고 거듭 밝혔다. 푸틴 대통령을 단죄할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를 ICC에 세우는 것이다. ICC는 지난달부터 러시아군의 전쟁범죄 위반 수사에 착수했다. 문제는 ICC가 공권력을 동원할 수 없어 전범 용의자를 체포하려면 해당국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이미 2016년 “ICC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탈퇴했다. 특히 ICC는 결석 재판을 열지 않기 때문에 푸틴 대통령이 자국에서 체포되지 않는 한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 유고 내전, 르완다 대학살 당시 국제사회는 전범을 기소하기 위해 특별 ICC를 일회성으로 만들었다. 이 같은 특별 법정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로 설립된다. 역시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거부권을 쓰면 불가능하다. 밀로셰비치 전 유고 대통령이 ICC 법정에 선 이유도 그가 민중 봉기로 실각했기 때문이다. 즉 러시아의 전쟁 범죄를 단죄하려면 러시아 국민이 현실을 깨닫고 푸틴 대통령을 몰아내야 가능하다. 가디언은 “전쟁범죄와 잔학 행위를 가장 강력하게 억제할 수 있는 것은 해당 국가의 국민”이라며 수만 명의 러시아인이 거리에서 전쟁 반대를 외치는 것이 잔혹한 행위를 막는 최선의 도구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푸틴 대통령에 대한 러시아 국민의 지지는 굳건하다. 모스크바의 여론조사회사 ‘레바다센터’가 침공 후 최초인 지난달 31일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83%는 ‘푸틴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직전 조사인 1월(69%)보다 14%포인트 올랐다. 푸틴 대통령은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했을 때도 지지율 급상승을 경험한 바 있다. 2000년 집권 후 22년간 강력한 언론 통제를 통해 서방을 악마화하고 전쟁범죄를 ‘가짜뉴스’ 혹은 ‘우크라이나 내 나치주의자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그의 전략이 먹혀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감옥에 갇힌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를 제외하면 푸틴에 대항할 만한 정치인도 전혀 안 보인다. 제성훈 한국외대 노어과 교수는 “체첸전쟁 때는 체첸군 또한 러시아에 테러를 저질렀고, 시리아에는 직접 지상군을 파병한 것이 아니어서 일반 러시아인은 두 사태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현재는 대다수 러시아 국민이 ‘우크라이나 정부가 러시아계 주민이 많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에서 러시아계를 탄압하고 있다. 이들을 구하기 위해선 전쟁이 불가피하다’는 푸틴 정권의 주장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푸틴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분석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파리=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파리=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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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따 아이 푸틴이 쥐끓는 아파트에서 배운 것은…[김수현의 세계 한 조각]

    “스탈린 전체주의 사상은 민주주의와 자유를 훼손했습니다. 이제 러시아는 민주주의 사회와 시장경제 건설을 시작하는 첫 단계에 있습니다.” ‘전쟁’이라는 말조차도 감히 사용할 수 없는 러시아에서 과연 누가 이런 용감무쌍한 발언을 했을까요? 다들 놀라지 마세요. 바로 21년 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입니다. 소설 ‘지킬 앤 하이드’처럼 푸틴 대통령에게는 두 가지 버전의 푸틴이 있다고 합니다. ‘합리주의자 푸틴’과 ‘미치광이 블라드(블라디미르의 줄임말)’. 서방 러시아 전문가들은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름반도 무력 강제 병합을 계기로 ‘미치광이’가 전면에 나섰다고 분석합니다. 오늘은 그 이전, 푸틴이 러시아 권력을 장악한 첫 10년을 이야기해보겠습니다.○약한 자는 살아남을 수 없다 올해 70세인 푸틴은 1952년 옛 소련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났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때인 1941년~1944년 나치 독일은 레닌그라드를 872일 간 완전 봉쇄하고 공격했습니다. 역사상 최악의 포위작전으로 꼽히는 이 레닌그라드 공방전으로 당시 적어도 레닌그라드 시민 100만 명이 추위와 굶주림으로 숨졌습니다. 푸틴은 참혹함이 가시지 않은 이 도시 길거리에서 유년기를 보냈습니다. 소련군으로 레닌그라드 공방전에서 싸운 그의 아버지는 한 팔을 잃었습니다. 어머니는 굶주림에 거의 목숨을 잃을 뻔했습니다. 위로 두 형이 있었지만 전쟁 때 숨졌습니다. 쥐가 들끓는 아파트에 살던 그는 동네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했습니다. 이후 불량배들과 어울리며 비행청소년이 됩니다. “약한 자는 살아남을 수 없다.” 그가 길거리에서 배운 교훈입니다. 푸틴은 17세 때 옛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레닌그라드 지부를 찾아 비밀요원이 되는 법을 묻습니다. “법학을 공부하고 국가에 반하는 언동을 하지 말라”는 답변을 듣고는 즉시 실행에 옮깁니다. 정확히 1년 후 그는 국립 레닌그라드대학 법학과에 입학합니다. 1975년 졸업하기 전 이미 KGB ‘러브콜’을 받고 국가에 충성할 것을 맹세합니다. 1984년 32세인 그는 KGB 옛 동독 드레스덴 지부로 파견됩니다. 중간급 관리였던 그의 구체적인 임무는 알려진 것이 없지만 주로 현지 요원 모집과 준비를 담당했다고 합니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을 때도 그는 드레스덴에 있었습니다. 분노한 군중이 KGB 지부를 습격하려 한 날 밤, 러시아 본부에 무장 지원을 요청한 그에게 돌아온 것은 침묵뿐이었습니다. 그는 그날 밤 옛 소련의 붕괴를 직감했습니다. 이후 그는 “가장 강력했던 제국이 누구보다 한심하고 굴욕적으로 무너지는 것을 목격했다”고 ‘그 밤’을 회고합니다.○호모 소비에티쿠스(소련형 인간) 1999년 8월 어느 날. 러시아 하원 두마에 의원들이 모였습니다. 러시아 차기 총리 입후보자를 의회가 승인하는 날이었습니다. 신진 정치인 푸틴은 떨리는 마음으로 후보자 연설을 마쳤습니다. 그러자 한 의원이 외칩니다. “스테파신 후보를 지지합니다!” 그의 이름을 헷갈린 한 의원이 엉뚱한 사람을 지지한다고 말한 것입니다. 이름조차 틀릴 정도로 주목받지 못한 총리 후보자, 바로 23년 전 푸틴입니다. 젊은 푸틴은 러시아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포부에 대해 확고했습니다. “러시아는 수세기 동안 강대국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우리에게는 합법적으로 보호해야 할 이해관계가 있다. 우리 의견이 (국제사회에서) 무시당해서는 안 된다.” 그의 야욕은 2차 체첸전쟁에서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1991년 체첸 자치공화국은 보리스 옐친 당시 옛 소련 대통령의 강력한 탄압에도 분리 독립을 선언합니다. 1996년 러시아군을 물리치고 사실상 독립을 획득했습니다. 그러나 1999년 푸틴 당시 총리가 주도해 러시아군은 체첸을 다시 침공했습니다. 러시아군은 체첸 수도 그로즈니에 무차별 포격을 가해 수많은 민간인을 죽였고, 도시는 90%가 파괴됐습니다. 진공폭탄을 비롯해 비(非)인도주의적인 새로운 대량살상무기 사용에도 푸틴은 괘념치 않았습니다. 이듬해 러시아군은 그로즈니를 점령합니다. 체첸은 러시아 영토에 귀속됩니다. 2009년 푸틴은 허울뿐인 체첸 지역 ‘반(反)테러 작전’을 종결한다고 선언합니다.○푸틴의 거짓말 KGB 출신인 푸틴을 두고 많은 서방 정치인들은 “사람 속이는 데 매우 능숙한 인물”이라고 평가합니다. 서방 국가와 친구할 준비가 된 것처럼 말하며 뒤통수를 많이 쳤기 때문입니다. 푸틴의 ‘절친’으로 알려진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최근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은 그(푸틴)에 대해 오판했다”고 시인했습니다. 푸틴의 첫 정치적 행보는 샹트페테르부르크에서 시작합니다. 1991년 그는 샹트페테르부르크 시장실 대외관계위원장에 임명됩니다. 푸틴은 서방국가에 개방적이었습니다. 도시 경제를 살리기 위한 해외 투자 유치에도 적극적이었습니다. 2000년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과 만나서는 러시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2002년 양국은 협의 기구 나토-러시아위원회(NCR)를 설치합니다. 물론 나토 가입은 말로 그쳤습니다. 정말 나토 가입을 원했는지는 푸틴만이 알 것입니다. 2001년 푸틴은 친(親)서방 외교를 펼쳐 나갑니다. 푸틴과 처음 조우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그의 영혼을 느꼈다. 푸틴은 매우 올곧고 진실한 인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푸틴은 같은 해 미국에서 9·11테러가 발생하자 부시 대통령에게 전화해 위로를 전하며 미국의 향후 행동에 아낌없는 지지를 보내겠다고 약속합니다. 푸틴은 이날 부시 대통령과 가장 먼저 통화한 국가지도자였습니다. 무엇보다 서방에 ‘충격적인’ 희망을 심어준 것은 그해 9월 독일 연방회의에서 한 연설이었습니다. “괴테 실러 칸트의 언어로 말하겠다”며 독일의 인문학적 자긍심을 추켜세우며 운을 뗀 푸틴은 유창한 독일어로 연설을 이어갔습니다. “유럽의 안정적 평화는 러시아의 가장 중요한 목표”라면서 “민주적 권리와 자유는 러시아 국내 정책의 핵심”이라고 말했습니다. 독일 정치인들의 기립박수가 쏟아졌습니다.○탈(脫)미국 중심주의 그러나 평화는 오래가지 않습니다. 2003년 조지아 ‘장미혁명’, 2004년 발트3국(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나토 및 유럽연합(EU) 가입, 같은 해 우크라이나 ‘오렌지혁명’이 잇달으며 옛 소련에 속하면서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동구 유럽 국가에서 러시아 입지가 급격히 축소됐습니다. 이때부터 푸틴의 미국에 대한 의심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고 합니다. 이 국가들에서 친러시아 정권을 붕괴시킨 색깔혁명(color revolution) 배후에 미국이 있다고 믿은 것입니다. 특히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푸틴은 미국 일극(一極)체제 아래 유엔 헌장과 국제법의 존재 이유를 강하게 회의합니다. 누군가 이 세계를 다스려야 한다면 미국이 아니라 러시아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07년 독일 뮌헨에서 열린 국제 안보회의에 참석한 푸틴은 작심한 듯 미국을 비판합니다. “미국이 지배하는 일극체제는 모든 의사결정이 하나(미국)를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민주주의를 파괴한다.” 그는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거의 억제되지 않는 과도한 무력을 사용하고 있다. 이로써 어떤 국가도 국제법으로는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게 됐다”면서 미국의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을 비난합니다. ‘러시아 패권’을 되찾으려는 푸틴의 행보는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름반도 무력 강제 병합을 계기로 수면 위로 본격 등장합니다. 러시아와 우호 관계를 유지하려 했던 서방 국가들은 등을 돌리기 시작합니다. 유럽 갈등은 심화됩니다. 다음 주 ‘푸틴 VS 유럽’으로 찾아뵙겠습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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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환자 17%, 후유증에 직장 복귀 못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렸다가 나았지만 후유증을 경험한 전 세계 1억 명 넘는 사람 가운데 상당수가 건강 문제로 직장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9일(현지 시간) 전했다. 후유증으로 일을 못 하게 된 사람이 늘면서 노동시장에 노동력 부족이라는 후폭풍이 예고된다고 FT는 전망했다. FT에 따르면 영국에서 코로나19에 걸려 입원한 환자 5명 중 1명은 퇴원 후 5개월이 지나도 직장으로 돌아가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레스터대 공동연구팀은 2020년 3∼11월 코로나19 입원 환자 1170명을 추적한 결과 약 17%가 후유증으로 직장에 복귀하지 못했고, 약 19%는 건강 문제로 직장을 옮겼다고 발표했다. 또 영국 기업 25%는 코로나19 후유증이 장기 결근의 주요인이라고 밝혔다. 미국도 비슷하다.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기업 등의 구인(求人) 수요 1060만 명 중 15% 이상은 코로나19 후유증에 따른 결원 보충이었다. 건강 문제로 일터로 복귀 못 한 사람이 150만 명을 넘은 셈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후유증이 역대 최악 구인난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5일 미 국립보건원(NIH) 등 관계기관에 코로나19 후유증에 대한 국가 차원의 연구를 지시하며 후유증을 앓는 노동자의 권리 보호를 촉구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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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 “코로나 입원환자 5명 중 1명 직장 복귀 못해…구인난 올 것”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렸다가 완치됐지만 후유증을 경험한 전 세계 1억 명 넘는 사람 가운데 상당수가 건강 문제로 직장에 복귀하지 못한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후유증 때문에 영영 일을 할 수 없는 사람이 늘면서 노동시장에 후폭풍이 예고된다고 FT는 전했다. FT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코로나19에 걸려 입원한 환자 5명 가운데 1명은 퇴원하고 5개월이 지난 뒤에도 직장으로 돌아가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라이스터대 공동연구팀은 2020년 3월~11월 코로나19 입원 환자 1170명을 추적한 결과 약 17%가 후유증으로 직장에 복귀하지 못했고, 약 19%는 건강 문제로 직장을 옮겼다고 발표했다. 조사 대상인 영국 기업 25%는 코로나19 후유증이 장기 결근의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미국도 상황은 비슷하다. 미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기업 등의 구인(求人) 대상 1060만 명 중 15% 이상은 코로나19 후유증에 의한 것이었다. 건강 문제로 일터로 돌아가지 못한 사람이 150만 명을 넘는 셈이다. 코로나19 후유증이 장애로 인정될 수 있는 미국에서는 지난해 직업이 있거나 구직 활동을 하는 장애인은 전년보다 23%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후유증이 역대 최악 구인난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5일 미 국립보건원(NIH)을 비롯한 관련 기관에 코로나19 후유증에 대한 국가 차원의 연구를 지시하며 코로나19 후유증을 앓는 노동자 권리 보호를 촉구했다. 그러나 FT는 코로나19 후유증 인정 범위나 환자 규모 등 구체적 정보가 부족해 당분간 관련 법 개정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김수현기자 newsoo@donga.com}

    • 2022-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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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대일로’ 빚더미… 파키스탄 총리 강제 퇴진

    2018년 8월 집권한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70·사진)가 10일 의회의 불신임안 가결로 축출됐다. 1947년 영국에서 독립한 후 현직 총리가 강제 퇴진당한 것은 처음이다. 11일 선출될 새 총리에는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무슬림연맹(PML-N) 총재(71)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불신임안 투표는 하원의원 342명 중 반을 갓 넘긴 174명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앞서 야권은 칸 총리의 경제 실정, 친중 정책 등을 문제 삼아 지난달 초부터 불신임 투표를 추진했다. 칸 총리는 의회 해산으로 맞섰지만 7일 대법원이 ‘해산은 위헌’이라고 판결해 축출이 예고된 상태였다. 크리켓 영웅이라는 대중적 인기를 바탕으로 권좌에 오른 그는 중국의 경제영토 확장 사업인 ‘일대일로’에 적극 참여하며 남부의 전략요충지 과다르항과 중국의 신장위구르자치구 사이에 철도, 송유관 등을 건설하는 사업에 매진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으로부터 막대한 돈을 빌리면서 정부 부채가 급증한 가운데 건설 또한 지지부진하자 국민 불만이 증폭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 등은 고질적인 경제난에 기름을 부었고 인플레이션도 극심하다. 외교정책도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당일인 2월 24일 러시아 모스크바를 찾았다. 2월 4일 중국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막식에도 참석했고 지난해 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 탈레반이 집권하자 세계 주요국과 달리 탈레반 정권을 승인했다. 스리랑카에서도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연일 벌어지고 있다. 파키스탄처럼 일대일로에 참여했다가 국가 부도 위기를 맞았다. 중국은 2017년부터 99년간 남부 함반토타항의 운영권을 얻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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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일대일로’ 덫에 빠진 파키스탄 총리 결국…의회 불신임안 가결로 축출

    2018년 8월 집권한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70)가 10일 의회의 불신임안 가결로 축출됐다. 1947년 영국에서 독립한 후 현직 총리가 강제 퇴진당한 것은 처음이다. 11일 선출될 새 총리에는 샤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무슬림연맹(PML-N) 총재(71)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샤리프 총재는 과거 네 차례 총리를 지낸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의 동생이다. 이날 불신임안 투표는 하원의원 342명 중 과반을 갓 넘긴 174명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앞서 야권은 칸 총리의 경제 실정, 친중 정책 등을 문제 삼아 지난달 초부터 불신임 투표를 추진했다. 칸 총리는 의회 해산을 추진하며 맞섰지만 7일 대법원이 ‘의회 해산은 위헌’이라고 판결해 축출이 예고된 상태였다. 크리켓 영웅이라는 대중적 인기를 바탕으로 권좌에 오른 칸 총리는 중국의 경제영토 확장사업 ‘일대일로’에 적극 참여하며 남부의 전략요충지 과다르항과 중국의 신장위구르자치구 사이에 철도, 송유관 등을 건설하는 사업에 매진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으로부터 막대한 돈을 빌리면서 정부 부채가 급증한 가운데 건설 또한 지지부진하자 국민 불만이 증폭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 등은 고질적 경제난에 기름을 부었다. 지난달 식량, 연료 등 생필품 가격이 전년비 15.1% 오르는 등 인플레이션이 극심하다. 친중, 친러시아로 일관한 외교 정책도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당일인 2월 24일 러시아 모스크바를 찾았다. 2월 4일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도 참석했고 지난해 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 탈레반이 집권하자 세계 주요국과 달리 탈레반 정권을 승인했다. 칸 총리는 “미국의 개입으로 축출이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수현기자 newsoo@donga.com}

    • 2022-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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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권력서열 3위 펠로시, 10일 대만 방문”… 中 “즉각 취소해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중국 또한 대만을 공격할 것이란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면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강도 높은 제재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 대통령, 부통령에 이은 권력 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사진) 또한 현직 하원의장으로는 1997년 뉴트 깅그리치 당시 하원의장 이후 25년 만인 10일 대만을 찾을 것이라고 대만 롄허보 등이 보도했다. 옐런 장관은 6일 하원 금융위원회에 출석해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면 중국에 제재를 가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러시아의 침공 이후 미국은 신속하게 러시아 제재를 감행했다”며 “다른 상황에서도 같은 결정을 내릴 각오가 돼 있다. 우리 능력을 의심하면 안 된다”고 답했다. 이날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 또한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미국과 동맹국이 함께한 이번 러시아 제재는 중국에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미 고위 관계자의 잇따른 발언은 러시아의 침공 후 줄곧 러시아를 두둔하고 있는 중국이 ‘대만은 중국의 일부이며 대만과 우크라이나는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된다. 롄허보 등은 펠로시 의장이 미국의 대만관계법 제정(4월 10일) 43주년을 맞아 하원 의원단을 이끌고 10일 타이베이에 도착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달 1일에는 마이크 뮬런 전 합참의장, 메건 오설리번 전 백악관 국가안보부보좌관,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차관 등이 대만을 찾았다. 중국은 거세게 반발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7일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사실이라면 즉각 취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1996년 리덩후이(李登輝) 당시 대만 총통의 미국 방문 이후 미국이 대만 사안에 관해 중국에 제기한 최대 도발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글로벌타임스는 공화당 소속인 깅그리치 전 의장의 방문은 당시 민주당의 빌 클린턴 행정부의 대만 정책에 대한 불만의 성격이 강했지만 현재 펠로시 의장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같은 민주당 소속이어서 사실상 미국의 공식 정책이라는 점을 문제 삼았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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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이동식 화장장비로 시신 소각… 민간인 학살 은폐 시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곳곳에서 민간인 학살을 자행한 가운데 지난달 2일부터 한 달 넘게 러시아군이 봉쇄 중인 남부 요충지 마리우폴에서만 최소 5000명의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우크라이나 측이 밝혔다. 러시아가 학살을 은폐하기 위해 트럭들에 이동식 화장 장비를 싣고 급히 시체를 소각했으며 시신에도 폭발물을 설치해 시신을 수습하려는 이들까지 노렸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수도 키이우에서 퇴각한 러시아군이 친러 세력이 많은 동부 돈바스 장악에 집중하면서 돈바스 주민 또한 민간인 학살 위험에 처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즉각 돈바스를 떠나라”며 대피령을 내렸다. 유엔은 미국의 요청에 따라 7일 미 뉴욕 유엔본부에서 긴급 특별회의를 열고 러시아의 인권이사회 이사국 퇴출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표결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표결에 앞서 주유엔 러시아 대표부는 다른 회원국에 “결의안 찬성뿐 아니라 기권 및 불참도 비우호적 태도로 간주할 것”이라며 반대표를 던지라고 협박했다. 이전까지 인권이사회 이사국에서 퇴출된 국가는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반정부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했던 2011년의 리비아가 유일했다.○ 마리우폴 시장 “새로운 아우슈비츠” BBC에 따르면 바딤 보이첸코 마리우폴 시장은 6일(현지 시간) “수주간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어린이 210명을 포함해 최소 5000명 이상의 민간인이 숨졌다. 도시 전체가 ‘죽음의 수용소’가 됐다”고 밝혔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 이후 마리우폴 정도의 비극을 본 적이 없다며 “마리우폴이 새로운 아우슈비츠 유대인 수용소”라고 규탄했다. 러시아군이 대규모 학살을 숨기기 위해 이동식 화장장비를 통해 시신을 소각했으며 폭격을 맞은 한 병원에서만 50명이 숨졌다고도 했다. 마리우폴은 인구 45만 명 중 12만 명이 러시아군의 봉쇄로 수도, 전기, 식량 보급이 끊어진 상황이다. 이날 우크라이나 의회 역시 키이우 인근 소도시 호스토멜에서도 러시아군 점령 기간에 400명 이상의 주민이 실종됐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이 포로로 잡힌 우크라이나 여성 군인을 성적으로 학대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더타임스 등은 러시아가 키이우 인근에서 퇴각하면서 사망자 시신에도 폭발물을 설치했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은 이날 수도 키이우, 북부 체르니히우에서 모든 병력을 철수했다. 해당 병력은 러시아 본토와 침공 조력자 노릇을 하고 있는 벨라루스에서의 보급을 거쳐 돈바스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바이든 “전쟁 나가야 하면 함께 갈 것”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6일 북미건설노동조합 행사에서 “미국은 자유를 위해 싸우는 우크라이나 국민과 함께 (러시아에) 맞설 것”이라며 “내가 전쟁터에 나가야 한다면 여러분과 함께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에 선을 그어온 바이든 대통령이 미군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한 것이다. 논란이 되자 백악관은 “대통령은 미 지상군을 우크라이나에 투입하거나 미군이 러시아와 맞서 싸우도록 할 의도가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부차에서 저지른 민간인 집단 학살을 계기로 러시아를 단순히 우크라이나에서 물러나게 하는 수준이 아니라 러시아의 전쟁 패배를 목표로 하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전쟁이 생각보다 장기화할 것이며 미국이 자유를 위해 싸우는 우크라이나 국민과 함께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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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獨대통령 “우리가 푸틴 오판, 전쟁 막는 데 실패”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66)은 자신이 외교장관이던 시절 러시아와의 평화적 관계 수립을 위해 추진한 정책은 실패였다고 시인했다. 5일 독일 ZDF방송에 따르면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러시아를 유럽 안보 체제 안으로 통합시키려는 지난 20년간의 노력이 허사였다며 “(우크라이나) 전쟁 책임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있지만 우리는 전쟁을 막는 데 실패했다”고 밝혔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 재임 시절 2005∼2009년, 2013∼2017년 두 차례 외교장관을 맡아 독일의 주요 대(對)러시아 정책을 책임졌다. 특히 그는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천연가스관 사업인 노르트스트림2에 대해 “파트너들의 경고를 조금 더 심각하게 받아들였어야 했다”며 실수였음을 인정했다. 우크라이나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들은 러시아가 천연가스를 무기화할 수 있다며 이 사업에 반대했지만 독일은 올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까지 이 사업을 고수했다. 푸틴에 대해선 오판했다고 말했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그(푸틴)가 자신의 제국주의적 광기(madness)를 위해 러시아의 완전한 경제적, 정치적, 도덕적 파멸을 허용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4일, 2008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독일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반대했다며 메르켈 전 총리를 비판했다. 이에 메르켈 전 총리는 이날 성명을 내고 자신의 당시 결정을 고수한다면서 “러시아의 야만적 행위를 끝내기 위한 정부와 국제사회의 노력에 전폭적 지지를 보낸다”고 밝혔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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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軍, 일가족 고문 - 살해” 우크라 여러 도시서 학살 증언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 부차에서 민간인을 집단 학살해 전 세계가 충격에 빠진 가운데 우크라이나 다른 지역에서도 러시아가 민간인 학살을 자행한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전쟁범죄 재판에 세우거나 별도의 특별법정 설립을 추진하기 위해 증거 수집에 나섰다. 가디언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부는 4일(현지 시간) 키이우 서쪽에서 45km 떨어진 모티진에서 마을 지도자와 일가족이 숨진 채 모래에 덮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주민들은 러시아군이 이 가족에게 “우크라이나군의 포대 위치를 말하라”며 고문한 후 살해했다고 전했다. 키이우 일대의 또 다른 소도시인 보로단카, 노바바산 등에서도 집단 학살로 숨진 민간인들의 시신이 잇따라 발견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북동부 수미, 체르니히우 등에서는 더 많은 집단 학살이 있었다는 정보가 있다. 80년 전 나치독일의 점령 기간에도 보지 못한 집단 학살”이라고 러시아를 규탄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전쟁 범죄를 조사하는 특별 사법기구를 만들고 ICC, 유럽연합(EU)과 전쟁범죄에 대한 공동 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전범 재판에 회부하기 위해 “구체적인 증거를 수집해야 한다”고 밝혔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번 주 안에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가 있을 것”이라며 “유럽 동맹국과 에너지 제재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 곳곳서 부차보다 더한 학살”… 시신 불에 그슬리고 묶인 흔적모티진 마을선 이장 일가족 몰살…우크라 정부 “협력 거부하자 처형”테이프로 눈가리고 총 쏘며 위협…젤렌스키, 유엔서 조사 필요성 강조러 “학살, 우크라 자작극” 계속 주장…시신 위성사진 등 통해 거짓말 들통 4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서쪽으로 약 45km 떨어진 모티진 마을. 지난달 이곳을 점령한 러시아군이 숙소로 쓴 주택 뒷마당 모래를 걷어내자 마을 이장 올가 수헨코와 남편, 아들 등 일가족을 포함한 5명의 시신이 발견됐다. 수헨코는 양손이 뒤로 묶여 있었고 검은 비닐봉지로 눈을 가린 자국이 드러났다. 다른 시신들에서도 고문과 근접사살 흔적이 보였다. 다른 농가에서는 우물에 묶이고 불에 그슬리거나 테이프로 머리를 감아놓은 시신들이 발견됐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모티진 주민들이 협력을 거부하자 러시아군이 고문,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5일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러시아군의 집단학살 조사 필요성을 강조하는 연설을 했다. ○ “다른 지역, 부차보다 집단학살 더 많을 것” 전날 키이우 북서부 소도시 부차에서 학살된 것으로 보이는 민간인 시신 410구가 발견된 데 이어 다른 러시아군 퇴각 지역에서도 고문당하거나 처형된 것으로 보이는 민간인 시신이 속속 발견됐다. 부차의 한 가옥 지하실에서도 손이 뒤로 묶인 민간인 5명의 시신이 새로 발견됐다. 키이우에서 동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노바바산에서도 러시아군의 가혹행위가 있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러시아군 포로로 잡혔다는 남성은 “테이프로 눈을 가리더니 우크라이나군 탄약고 위치를 물으며 머리 위로 계속 총을 쏴댔다”며 “이런 ‘가짜 처형’을 15차례나 당했다”고 말했다. 올렉시 브리즈갈린 씨는 “다리 사이에 수류탄을 낀 채 의자에 30시간 묶여 있었다”고 증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부차를 방문해 “부차에서만 적어도 민간인 300명이 고문당하고 살해됐다”며 “키이우 외곽 지역뿐 아니라 수미, 체르니히우 등 러시아군 퇴각 지역에서 민간인 사망자는 부차보다 더 많이 발견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검찰은 이날 키이우 북서쪽 70km 지점의 소도시 보로s카에서 부차보다 더 많은 민간인 피해자가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날 웹사이트에 부차에 상주했던 러시아군 2000명의 이름, 생년월일, 여권번호 등 개인정보를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 전범 조사 특별사법기구를 창설해 국제형사재판소(ICC), 유럽연합(EU)과 함께 집단학살 공동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휴전을 위한 양국 정상회담 개최를 촉구해왔던 젤렌스키 대통령은 5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만남은 없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 위성사진으로 들통 난 ‘거짓말’ 러시아는 자국군이 부차에서 철수한 지난달 30일 이후 우크라이나 정부가 민간인 시신들을 가져다 놓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실리 네벤쟈 주유엔 러시아대사도 이날 미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러시아군이 민간인을 살해하지 않았고 부차에서 벌어진 사건에도 관여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안보리에 제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NYT, 영국 BBC 등이 부차 주민들이 찍은 동영상과 사진, 인공위성 영상을 분석한 결과 약 3주 전인 지난달 9∼11일 부차 시내 거리 곳곳에 검은 비닐포대에 담긴 시신 수십 구가 있는 것이 확인됐다. 미국 상업위성업체 맥사가 공개한 위성 동영상에도 11일 적어도 시신 11구가 포착됐고 20, 21일 영상에서도 다수의 시신이 발견됐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BBC에 “집단학살이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탱크, 전투기 등 무기를 추가 제공하는 게임 체인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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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틴 ‘83%’ 바이든 ‘40%’…우크라 사태에도 엇갈린 지지율, 왜?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이 어린이와 민간인을 무자비하게 살상하고 있음에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70)의 지지율이 5년 최고치인 83%로 치솟았다. 반면 인권과 민주주의를 강조하며 세계 각국의 러시아 제재를 주도하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80)의 지지율은 사상 최저인 40%에 머물러 대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러시아 여론조사업체 ‘레바다센터’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응답자가 83%에 달했다. 각각 1월 조사보다 14%포인트, 2월 조사보다 12%포인트 늘었다. ‘러시아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응답도 69%에 달했다. 역시 한 달 전보다 17%포인트 증가했다. 2017년 9월 83%였던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은 줄곧 하락세였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발한 2020년 초부터 우크라이나 침공 전까지는 방역 정책 실패, 경제난 등으로 내내 60%대에 머물렀다. 하지만 ‘강한 러시아’를 주창하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강력한 언론 통제 등으로 ‘서방이 러시아를 악마화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먹혀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데니스 볼코프 레바다 이사는 “서방과의 대립이 러시아인을 단결시켰다”며 “사람들이 ‘전 세계가 모두 러시아에 반대하고 있고 푸틴 대통령이 우리를 방어하지 않으면 산 채로 잡아먹힐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진단했다. 휘발유 급등에 따른 물가 상승 여파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집권 후 최저치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달 21, 22일 입소스 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권 후 최저치인 40%를 기록했다. 응답자의 22%는 미국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로 ‘경제·실업’을 꼽았다. ‘전쟁·외교 갈등’을 지목한 사람은 14%였다. 같은 달 27일 NBC 조사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역시 40%를 보였다. 응답자의 83%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기름값 상승 등 물가 급등으로 이어지는 것이 우려된다”고 했다. 미 휘발유 가격은 지난달 30일 기준 1갤런 당 평균 4.23달러로 전년 대비 47% 상승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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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 “러軍 고위 지휘관 최소 15명 사망” WP “지휘관 전사비율, 2차대전 후 최고”

    우크라이나군의 격렬한 저항에 직면한 러시아군의 장성을 포함한 지휘관 전사(戰死) 비율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이 보도했다. 26일(현지 시간) WP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23일 기준 러시아군 고위 지휘관 최소 15명이 교전 중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이 중 장성은 7명으로 이번 전쟁에 배치된 것으로 추정되는 전체 장성의 약 3분의 1이다. 이는 옛 소련 시절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물론이고 러시아의 조지아 침공이나 시리아 내전 개입 때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장성 전사자 비율이 높은 것은 러시아군의 열악한 통신장비 탓에 지휘관이 최전선에서 쉽게 노출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러시아군의 전자 통신 장비가 먹통이 되자 후방에 있던 지휘관들이 최전선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제프리 에드먼즈 미국 싱크탱크 CNA 러시아 전문가 역시 “우크라이나군이 ‘안테나 등 통신 장비 인근에 서 있는 백발의 군인’을 목표로 삼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러시아군의 전면전 경험 부족도 이유로 꼽힌다. 포린폴리시는 미 국방부 고위 관리를 인용해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와 비슷한 크기인) 텍사스주 수준의 전쟁도 해 본 적이 없다”며 우왕좌왕하는 러시아군을 통제하기 위해 고위 지휘관들이 최전선에 배치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BBC는 러시아군이 이달 초부터 포위한 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에서 시민들이 식량난으로 죽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르히 오를로우 마리우폴 부시장은 BBC에 “탈수, 식량과 약품 부족으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며 “도시 전체에 아이들을 위한 음식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영국은 러시아군에 포위된 우크라이나 일부 도시에 200만 파운드(약 32억2000만 원) 규모의 식량을 지원할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교장관은 “우크라이나에 통조림과 식수 등을 공급하기 위해 인근 국가와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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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로스 재단, 1억 달러 ‘우크라 펀드’ 모금 나서

    ‘헤지펀드 제왕’으로 불리는 미국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92·사진)가 설립한 ‘열린사회재단’이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를 돕는 펀드를 출범시켜 총 1억 달러(약 1250억 원)를 모금하기로 했다고 AP통신 등이 23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난민 지원단체, 공중보건 전문가, 우크라이나 언론과 시민단체 등을 지원하는 데 쓰겠다고 밝혔다. 마크 브라운 열린사회재단 의장은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을 지금 당장 충분히 돕지 못하면 그 결과 발생하는 장기적 문제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의 자유 및 독립을 수호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을 진전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말 두려워하는 것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도 핵무기도 아닌 자유 민주주의라며 우크라이나와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대계 헝가리 출신 이민자인 소로스는 동구권의 민주화를 지원하기 위해 1979년 이 재단을 설립했다. 1991년 우크라이나가 옛 소련에서 독립한 후 현재까지 우크라이나에 2억3000만 달러를 이미 지원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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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조기 브로치’ 달고 김정일과 담판… 美 외교전설 하늘로

    유대계 체코 이민자 출신으로 동유럽 국가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시키는 등 공산권의 민주화에 기여한 미국 최초의 여성 국무장관 겸 ‘강철 여인’ 매들린 올브라이트가 23일(현지 시간) 암으로 별세했다. 향년 85세. 빌 클린턴 전 미 행정부 2기인 1997∼2001년 국무장관을 지낸 그는 2000년 미 현직 고위 인사 중 최초로 북한을 찾아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과 만났다. 미 국무장관은 대통령, 부통령, 하원의장에 이은 권력서열 4위 직책이다. 지난해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이 취임하기 전 그는 미 여성 중 가장 먼저 미 행정부 최고위직에 올라간 인물이었다. 이처럼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자 수많은 유리천장을 깨고 ‘여성 최초’ 기록을 쓴 그는 ‘유럽의 안정이 곧 미 국가안보의 핵심’이라는 신조하에 나토 확장을 통한 러시아 견제에 집중했다. 옛 소련이 주도한 바르샤바조약기구에 속했던 체코 폴란드 헝가리는 1999년 나토에 가입하며 서유럽으로 편입됐다. 이후 발트 3국, 슬로베니아, 슬로바키아 등의 추가 가입이 이어져 러시아가 나토 동진(東進)을 최대 위협으로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00년 취임했을 때 미 고위 관료 중 처음으로 푸틴을 만났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하루 전인 지난달 23일 뉴욕타임스(NYT) 기고에서도 “우크라이나 침공은 역사적인 잘못”이라고 러시아를 비판했다. 착용한 브로치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브로치 외교’로도 유명했다.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자신을 “사악한 뱀 같은 여자”라고 비난하자 이라크와의 협상 때 보란 듯이 금색 뱀 모양의 브로치를 달았다. 러시아와의 협상 때는 미국의 힘을 상징하는 독수리, 중동 분쟁 협상 때는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를 착용했다. 김정일과 만났을 때는 성조기 브로치를 달았다. 2000년 6월 최초의 남북 정상회담으로 북한과 미국의 해빙 무드가 조성되자 그는 그해 10월 북한을 찾았다. 당시 김정일과의 회담에서 북-미 수교, 북한의 핵·미사일 폐기 등을 포함한 일괄타결 협상을 이끌었다. 다만 한 달 후 북한 선제 타격 등 대북 강경책을 내세운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해 북-미 화해 분위기도 사라졌다. 그는 2018, 2019년 북-미 정상회담 당시 “세계 독재자 중 진짜 파시스트의 전형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라며 북한의 거짓말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서전 ‘마담 세크리터리’ ‘파시즘’ 등을 통해 “인간 정신의 자발성이 북한보다 철저하게 말살된 곳은 없다” “북한은 세속적인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라며 독재를 비판했다. 그는 1937년 체코 수도 프라하에서 태어났다. 나치의 유대계 탄압을 피해 가족과 영국으로 이주했고 1948년 미국에 정착했다. 영어, 러시아어, 체코어, 프랑스어, 독일어, 폴란드어, 세르비아어 등을 자유롭게 구사했고 명문 여대 웰즐리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 언론 재벌 올브라이트 가문의 후손 조지프 올브라이트와 결혼해 세 딸을 뒀지만 이혼했다. 컬럼비아대에 진학해 행정학·공법 박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이곳에서 은사(恩師)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교수를 만났다. 폴란드 이민자인 브레진스키는 1976년 지미 카터 당시 대통령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발탁된 뒤 ‘똑똑한 제자’를 워싱턴으로 불러들였다. 올브라이트는 이후 클린턴 행정부 1기의 유엔주재 미국 대사를 거쳐 국무장관에 올랐다. 당시 상원 인준에서 만장일치 찬성을 받았을 정도로 미 사회의 고른 지지를 받았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그는 선(善), 우아함, 품위, 자유를 위한 힘이었다. 그가 역사를 만들었다”고 애도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부부, 부시 전 대통령도 애도 성명을 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그가 이 건물에 미친 영향이 매일 건물의 모든 곳에서 느껴진다”고 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김수현기자 newsoo@donga.com}

    • 2022-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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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로스 재단, 1억달러 모금 ‘우크라 민주주의 펀드’ 출범

    ‘헤지펀드 제왕’으로 불리는 미국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92)가 설립한 ‘열린사회재단’이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를 돕는 펀드를 출범시켜 총 1억 달러(약 1250억 원)를 모금하기로 했다고 AP통신 등이 23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난민 지원단체, 공중보건 전문가, 우크라이나 언론과 시민단체 등을 지원하는데 쓰겠다고 밝혔다. 마크 브라운 열린사회재단 의장은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을 지금 당장 충분히 돕지 못하면 그 결과 발생하는 장기적 문제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의 자유 및 독립을 수호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을 진전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말 두려워하는 것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NATO)도 핵무기도 아닌 자유 민주주의“라며 우크라이나와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대계 헝가리 출신 이민자인 소로스는 동구권의 민주화를 지원하기 위해 1979년 이 재단을 설립했다. 1991년 우크라이나가 옛 소련에서 독립한 후 현재까지 우크라이나에 2억3000만 달러를 이미 지원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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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이우 포탄 뚫고 시민 구출 나선 유대교 회당 [사람, 세계]

    러시아군의 포격이 언제 재개될지 몰라 통금령이 내려진 18일 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한 유대교 회당 앞.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흰색 승합차 10여 대가 회당 앞에 속속 멈춰 섰다. 차문이 열리자 아이들의 손을 잡은 사람들이 줄지어 내렸다. 러시아군에 포위된 북부 도시 체르니히우에 숨어 지내던 시민들이었다. 11세, 14세 두 딸과 함께 온 한 여성은 불 켜진 회당 안을 감격스러운 듯 바라봤다. “기적 같아요.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불빛을 보지 못했어요. 지하에 어른 148명과 아이 26명이 화장실 1개를 나눠 썼어요. 약도, 음식도, 전기도 없고요. 중세로 돌아간 듯했어요.” 휠체어에 탄 노모를 모시고 온 40대 남성은 “포격이 시작되면 바닥에 엎드려 ‘우리 집만은 피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고 했다. 키이우에서 두 번째로 큰 유대교 회당인 브로즈키 회당(사진)은 마리우폴 등 러시아군에 포위되거나 초토화된 지역에 차량을 보내 시민들을 실어오는 아찔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시민들의 기부금이 차량과 운전기사를 구하는 데 쓰인다. 버스 한 대당 약 2만 달러(약 2400만 원)가 소요되는데 현재까지 약 200만 달러(약 24억 원)가 사용됐다. 1898년에 설립된 브로즈키 회당은 그동안 숱한 수모를 겪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키이우를 점령한 나치 독일은 이 건물을 무너뜨렸고, 1970년대 이후엔 소련의 인형극 극장으로 쓰였다. 2000년에야 재건된 이 회당은 이번 전쟁에서 종교를 초월해 러시아군에 포위된 시민들에게 ‘구출 버스’를 보내는 전초기지로 자리매김했다. 회당 최고 랍비인 모셰 아즈만 씨는 “내 눈으로 직접 보는 이 광경조차 믿을 수 없다. 악몽인가 싶어 꼬집어 봐야 할 정도”라고 워싱턴포스트(WP)에 전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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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軍 포위 지역에 차량 보내…‘아찔한 작전’ 펴는 유대교 회당

    러시아군의 포격이 언제 재개될지 몰라 통금령이 내려진 18일 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한 유대교 회당 앞.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흰색 승합차 10여 대가 회당 앞에 속속 멈춰 섰다. 차문이 열리자 아이들의 손을 잡은 사람들이 줄지어 내렸다. 러시아군에 포위된 북부 도시 체르니히우에 숨어 지내던 시민들이었다. 11세, 14세 두 딸과 함께 온 한 여성은 불 켜진 회당 안을 감격스러운 듯 바라봤다. “마치 기적 같아요.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불빛을 보지 못했어요. 지하에 어른 148명과 아이 26명이 화장실 1개를 나눠 썼어요. 약도, 음식도, 전기도 없고요. 중세로 돌아간 듯했어요.” 휠체어에 탄 노모를 모시고 온 40대 남성은 “8일간 전력도, 히터도, 통화도 되지 않았다. 포격이 시작되면 바닥에 엎드려 ‘우리 집만은 피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고 했다. 키이우에서 두 번째로 큰 유대교 회당인 브로즈키 회당은 마리우폴 등 러시아군에 포위되거나 초토화된 지역에 차량을 보내 시민들을 실어오는 아찔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시민들의 기부금이 차량과 운전기사를 구하는 데 쓰인다. 운전기사에 자원한 한 남성은 “(침공) 일주일도 되지 않은 날 나는 운전기사로 옷을 갈아입었다. 우리는 모두 전쟁에 적응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버스 한 대당 약 2만 달러(약 2400만 원)가 소요되는데 현재까지 약 200만 달러(약 24억 원)가 사용됐다.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의 유대교 회당은 세계 곳곳의 유대인들이 보내오는 경제적 지원을 기반으로 시민 대피소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의 한 유대인 단체는 200만 달러의 성금을 모아 전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곳 역시 언제든 러시아군의 포격에 노출될 수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탈나치화’를 우크라이나 침공의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나치의 최대 피해자인 유대인들의 종교 시설(회당)도 여러 곳 공격을 당했다. 1898년에 설립된 브로즈키 회당은 그동안 숱한 수모를 겪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키이우를 점령한 나치 독일은 이 건물을 무너뜨렸고, 1970년대 이후엔 소련의 인형극 극장으로 쓰였다. 2000년에야 재건된 이 회당은 이번 전쟁에서 종교를 초월해 러시아군에 포위된 시민들에게 ‘구출 버스’를 보내는 전초기지로 자리매김했다. 회당 최고 랍비인 모셰 아즈만 씨는 “내 눈으로 직접 보는 이 광경조차 믿을 수 없다. 악몽인가 싶어 꼬집어 봐야 할 정도”라고 워싱턴포스트(WP)에 전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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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히틀러에게도 살아남았던 96세 홀로코스트 생존자, 러 포격에 사망

    제2차 세계대전 당시 4곳의 유대인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우크라이나의 96세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생존자가 러시아의 공습으로 숨졌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유를 ‘탈나치화’라고 주장한 러시아에 의해 나치 독일 치하에서도 살아남았던 사람이 사망하면서 러시아가 내세우는 전쟁 명분이 갈수록 설득력을 잃고 있다. 21일(현지 시간) CNN 등에 따르면 독일 부헨발트 강제수용소 기념관은 이곳의 생존자인 보리스 로만첸코 씨가 18일 우크라이나 동부 하르키우 자택에서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로만첸코 씨는 1941년 나치가 소련 침공을 목적으로 진행한 ‘바르바로사 작전’에서 전쟁 포로로 잡혔다. 이후 부헨발트 등 4곳의 수용소를 전전했다. 그는 1945년 4월 베르겐벨젠 수용소에서 연합군에 의해 구출됐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나치 독일 지도자인 히틀러 치하에서도 생존한 그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의해 살해됐다며 “말할 수 없을 정도의 범죄”라고 분노했다. 안드리 예르마크 대통령실장은 “이것이 당신들이 주장하는 ‘탈나치화’ 작전이냐”며 민간인을 살상하는 러시아를 규탄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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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 슈가 러시’…러시아 시민들이 마트로 달려간 이유[김수현의 세계 한 조각]

    당신이 잠든 사이, 오늘 밤에도 세상은 빙글빙글 돌아가는 중입니다. 지난 밤 당신이 놓쳤을 수도 있는 세계 각국의 소식들, ‘세계 한 조각’이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려고 합니다. 순식간에 바뀌는 세상만사, “잠깐! 왜 이러는 거지?” 여러분의 궁금증을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뉴(New) 슈가 러시‘슈가 러시(sugar rush)’, 서구권에서는 사탕처럼 단 음식을 먹고 극도의 행복감을 느낄 때 흔히 슈가 러시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그런데, 최근 러시아에서는 다른 의미의 ‘슈가 러시’가 등장했습니다. 계속되는 서방 세계의 제재에 불안감을 느낀 러시아 시민들이 설탕을 구하기 위해 마트로 달려가는, 그야말로 설탕을 향한 ‘질주’가 시작된 것입니다. 냉전을 겪어본 구(舊)소련 현(現) 러시아의 중장년층들에게 식품의 보존 기간을 늘려주는 설탕은 비상 시 꼭 비축해야 할 필수품입니다. 설탕 품귀 현상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이미 텅 빈 마트 매대를 보여주는 사진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러시아 전역에서 올라오고 있습니다. 16일 러시아의 설탕 가격은 전주 대비 12.8%로 상승했으며 러시아는 8월 31일까지 대부분의 설탕 수출을 금지했습니다. 그런데, 설탕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11일 러시아의 연간 물가상승률은 2015년 이후 최고 수준인 12.54%를 기록했습니다. 지난달 러시아 내 식품 가격도 11.46% 상승했습니다. 서방의 전례 없는 제재에 루블은 폭락 중입니다. ◆1루블 < 1센트8일 미국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를 발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제 루블은 미국의 1센트보다도 적은 가치”라고 말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이었던 올해 초 달러/루블 환율은 1달러 당 약 75루블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의 ‘원유 제재’가 임박했다는 외신 보도가 이어지자 7일 루블은 장중 1달러 당 158루블 수준으로 추락합니다. 추락하는 루블,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요? 내 손에 루블이 없으면 됩니다. 이미 1998년 심각한 금융 위기를 겪은 러시아인들은 곧장 루블을 외화로 환전하기 위해 은행으로 달려갑니다. 그럼, 외화가 필요한 국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외화를 못 가져가게 막으면 됩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9월 9일까지 6개월 간 루블화 외화 환전을 중단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래 결심했어! 푸틴 대 $ “이 자산은 해방됐다(This property has been liberated)!” 14일 영국 런던의 한 대저택이 열 명 정도 되는 시민들에게 무단 점거됩니다. 그런데, 말리는 사람도, 심지어는 집주인도 보이지 않습니다. 대신 ‘무단 점거자들’ 뒤로 우크라이나 국기가 보입니다. 이 저택은 러시아의 ‘알루미늄 재벌’ 올렉 데리파스카 소유로 알려집니다. 그는 10일 영국 정부가 자산 동결 조처를 내린 7인의 러시아 부호 중 한 명입니다. ‘합법 점거’도 있습니다. 러시아의 침공 이후 서방 국가들의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 재벌) 제재가 본격화되자 유럽 전역에는 각국 정부의 올리가르히 자산 압류 조처로 ‘주인 잃은’ 초호화 요트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푸틴 소유로 추정되는 7억 달러(약 8400억 원) 정도의 슈퍼요트 ‘셰에라자드 호’가 발견됐으나 압류되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이미 2014년 러시아의 크름 반도 강제 병합 이후부터 올리가르히에 대한 서방의 제재는 시작됐습니다. 그러나 최고 수준의 회계사를 동원해 조세회피처에 유령회사를 세우고, 그 밑에 또 다른 유령회사를 둬 지배 구조를 복잡하게 만들며 이들은 요리조리 법망을 피해갔습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가능하게 된 데는 서방 국가의 ‘미온적 대처’도 한몫했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영국은 강한 의지를 드러내며 ‘런던그라드(Londongrad·러시아 재벌들이 영국 런던을 통해 자산을 빼돌리는 것을 비꼬는 말)’ 시대의 종말을 선언했습니다. 2014년 당시 제재에 불참한 중립국 스위스마저도 5명의 올리가르히에 대한 입국을 금지했습니다. 현재까지 약 100조 원 가량의 러시아 올리가르히의 자산이 증발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푸틴 대 돈. 이제 푸틴의 ‘친구들’에게도 선택의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SWIFT 퇴출 통상적으로 한 국가에서 다른 국가로 송금을 하거나 또는 해외에서 결제를 할 경우, ‘돈’은 다수의 은행을 거쳐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각 기관에게 “이 거래는 진짜야! 숫자들도 다 정확해”라고 한 번에 말해주는 ‘메신저’가 있으면 거래는 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입니다. SWIFT는 1973년 15개국 239개 은행에서 ‘국경 간 결제’의 신속하고 안전한 처리를 목적으로 결성된 금융기관 간 일종의 보안메시지 시스템입니다. 현재는 200여 국가(이란·북한 제외)의 금융기관 1만1000곳 이상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사실 SWIFT가 직접 돈 거래를 처리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여기에서 퇴출되면 러시아는 무역, 외국인 투자, 해외 송금, 무엇보다 러시아 중앙은행의 경제 운용에 필요한 정보를 받을 수 없습니다. 사실상 국제 금융 거래나 해외 결제가 불가능해지는 것입니다. 지난달 26일 러시아 주요 은행의 SWIFT 결제망 퇴출을 선언한데 이어 2일 EU는 국영은행인 VTB를 포함한 러시아 은행 7개이 포함된 공식 퇴출 명단을 발표했습니다. 해외 결제가 불안정해지자 금융결제 서비스인 애플·구글페이는 러시아 내에서 중단됩니다. 지하철 요금조차 카드 결제가 불가능해진 것입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자국 은행이 발행한 신용카드 사용은 문제 없다”라고 밝혔지만, 두려움에 빠진 시민들은 다시 한 번 은행으로 달려가야 했습니다. ◆‘국가 부도의 날’ 우려도 푸틴 대통령은 이번 제재에 대해 “새로운 현실을 마주한 러시아 경제는 깊은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며, 이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 경제가 타격을 입었다는 점을 사실상 시인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제재로 전체 러시아 GDP의 최대 7% 정도가 증발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16일, 러시아 ‘국가 부도의 날’이 도래했습니다. 러시아의 1억1700만 달러(약 1400억원) 규모의 국채 이자 상환 만기일이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이날 러시아는 이자를 지급했다고 주장했으나, 서방의 제재로 이자 지급 처리는 다음 날 오후에 겨우 확인됐습니다. 이자 상환 확인이 늦어지자 국제 신용평가사 S&P는 러시아의 국가 신용 등급을 CCC-에서 CC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습니다. 이는 최하 단계인 ‘D’보다 고작 두 계단 위 수준입니다. 러시아는 이번 연말까지 약 400억 달러(48조 원)를 상환해야 합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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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우주인들, ‘우크라 국기’ 연상 우주복… 反戰 메시지?

    18일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도착한 3명의 러시아 우주비행사들이 우크라이나 국기를 연상시키는 ‘노란색’ 우주복을 입고 등장해 화제다. 이들이 조국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반대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지만 러시아 당국은 부인했다. 이날 러시아연방우주국(로스코스모스)이 공개한 ‘소유스 MS-21’의 ISS 도킹 영상에서는 우주정거장에 도착한 우주비행사 3명이 모두 노란색 바탕에 일부 파란색 줄무늬가 들어간 우주복을 입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노란색과 파란색은 우크라이나 국기의 상징색이다. 특히 도킹 준비 당시 우주비행사 중 한 명인 올레크 아르테미예프가 파란색 비행복을 입고 있는 장면도 발견됐다. 러시아 당국은 노란색이 우주비행사 3명의 모교인 모스크바 바우만공대를 상징한다며 우크라이나 지지설을 일축했다. 아르테미예프 역시 “노란색 우주복 재고가 많이 남아 이를 골랐다”며 우연이라고 해명했다. 19일 아동 인권단체 유니세프는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침공 후 150만 명 이상의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이 인신매매와 착취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우려했다. 대규모 난민 이동으로 혼란스러운 국경 지대에서 어린이가 실종되는 사례 또한 속속 보고되고 있다. BBC에 따르면 미국 비영리단체 ‘에어리얼 리커버리’는 9일 기준 약 5000명의 우크라이나 어린이가 행방불명됐으며, 피란 중 사망했는지 납치됐는지조차 알 수 없다고 밝혔다. 폴란드 인권단체 ‘호모 파베르’ 역시 홀로 국경까지 온 아이들이 아무도 만나지 못하고 사라지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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