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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리비아 제재 결의안이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의 명줄을 죌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발표된 유엔 결의안 1970호에서 카다피 정권에 실질적인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으로 주목되는 내용은 카다피 국가원수 및 자녀 5명의 해외 자산 동결과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다. ○ 자산 동결 실효성은?카다피 일가의 리비아 국내외 자산은 추정하기 쉽지 않지만 반(反)카다피 세력은 최소 800억∼최대 1500억 달러(약 90조∼169조 원)로 추정하고 있다. 이른바 ‘카다피 주식회사’로 불리는 카다피 일가는 오일머니를 통해 축적한 돈과 이를 이용해 해외에 투자해 얻은 수익을 세계 각지의 조세피난처에 숨겨둔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카다피 일가가 집권 42년 동안 사업투자, 사치성 소비재 구매, 해외 부동산 구입 등에 쓴 돈이 대략 2500억 달러에서 1조 달러에 이른다고 보도했다.카다피 원수 및 일가의 주요 수입처는 700억 달러 규모의 리비아 국부펀드인 ‘리비아투자공사(LIA)’로 알려져 있다. LIA의 자산규모는 리비아 경제의 75%가량에 해당한다. LIA는 영국,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유럽의 기업과 은행 등에 투자해왔다. 카다피 원수는 2008년 5남 한니발이 스위스의 한 호텔에서 여성 종업원 2명을 폭행한 혐의로 피소되자 스위스 은행 계좌에 있던 예금 약 63억 달러를 인출했다. 그의 아들들은 유럽 각지에 고급 대형저택 등을 소유하고 있다. 최근에도 둘째 아들 사이프 알이슬람이 영국에서 1500만 달러짜리 저택을 구입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27일 카다피 원수가 지난주 비밀리에 영국 런던의 개인 자산 운용가에게 30억 파운드(약 5조5000억 원)를 입금시켰다고 보도했다. 이번 자산 동결 조치로 권력 엘리트층에 지위와 함께 지급해온 물질적 급부가 줄어들게 되면 그만큼 그들의 충성도가 옅어질 가능성이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차출해온 용병들에 대한 대가 지불도 어려워질 수 있다. 하지만 이번 해외 자산 동결에 카다피 일가의 재산이 아닌 리비아의 석유수출대금은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이 돈으로 카다피 일가가 더 버틸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카다피의 차남 알이슬람은 27일 미국 ABC방송 인터뷰에서 “우리 가족은 해외에 돈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며 “우리는 수수한 가족”이라고 주장했다.○ ICC 회부에 카다피 떨고 있을까이미 시민학살 등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카다피 정권이 ICC 회부라는 카드에 주춤할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어떻게든 정권을 유지하겠다는 각오를 더 다질 가능성이 있다.최근 카다피 원수의 차남 알이슬람이 국제 언론에 거듭 나와 민간인 사망자 수가 부풀려져 있고 전투기 폭격도 없었다고 일관되게 주장하는 것은 ICC의 재판 대상이 되는 것을 피해보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볼 여지도 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아랍 독재국가들을 강타한 민주화 시위 열풍은 그동안 베일에 가려있던 독재자 가족들의 사치와 부패행각을 하나둘 드러내주고 있다.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 아들들의 사치 행각이 23일 공개된 미국 국무부 전문에서 드러난 데 이어 24일 사하라 사막 남쪽 극빈국인 적도기니 독재자 아들의 상상을 불허하는 행각도 공개됐다. 문제의 인물은 테오도로 응게마 오비앙 망구에(일명 테오도린·40·사진). 인구 65만 명인 적도기니의 테오도로 오비앙 응게마 음바소고 대통령(69)의 장남이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했던 음바소고 대통령은 1979년 쿠데타를 일으켜 32년째 집권하고 있다. 미 외교전문 매체 포린폴리시 최신호(3·4월호)에 따르면 인구의 80%가 하루 1달러도 안 되는 돈으로 살고 5세 이하 유아 사망률은 15%로 세계 최악 수준인 이 나라의 ‘황태자’ 테오도린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부자만 산다는 말리부 해안가에 현금 3000만 달러(약 330억 원)를 주고 산 저택에 산다. 영화배우 멜 깁슨, 팝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이웃이다. 테오도린의 공식 직함은 월급 5000달러의 농림부 장관이다. 그러나 벌목 허가를 받으려는 해외 기업에서 받는 ‘혁명세’ 수입이 천문학적이다. 미국에 유령회사를 만들어 돈세탁을 해 들여온 돈이 지난해에만 1억 달러(약 1100억 원)였다. 씀씀이는 상상을 초월한다. 페라리 7대, 롤스로이스 4대, 람보르기니, 포르셰, 마이바흐 각 2대 등 최고급 명차만 40여 대가 있다. 가장 아끼는 차는 대당 가격 200만 달러(약 22억 원)인 부가티 베론. 미국의 유명 팝가수 이브를 비롯해 성인잡지 플레이보이 표지모델 같은 숱한 여성들과 세계 유명 휴양지에서 데이트를 즐긴다.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인 폴 앨런에게서 길이 100m짜리 요트를 하루 70만 달러에 빌려 즐기기도 했다. 그와 데이트한 여성들은 구치, 베르사체 등 명품매장에서 한번에 8만 달러어치를 사기도 했다. 적도기니는 2000년대 초 서부해안에서 석유가 나왔다. 사하라 남쪽에서 나이지리아, 앙골라 다음 가는 매장량을 자랑한다. 1995년 극심한 인권탄압에 진절머리를 내며 단교한 미국도 2004년 재수교했다. 이후 엑손모빌 같은 미국 기업이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다. 포린폴리시는 “부패한 외국관료에게는 비자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미국 정부의 ‘7750 선언’이 무색할 만큼 테오도린에게 관대한 이유도 다 석유 때문”이라고 주장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바람 앞의 촛불’ 신세에 몰리고 있다. 시위 발생 9일째인 22일 일부 부족은 반기를 들고 군 내부에서도 동요가 일고 있으며 등을 돌리는 관료는 늘어만 간다. 카다피 원수의 42년 집권을 지탱해 온 기둥으로 그의 명운을 좌우할 주요 변수들이 요동치고 있다. ① 이반하는 부족사회 카다피 정권과 거리를 두려는 리비아의 부족이 늘고 있다. 21일 주요 부족 중 하나인 알와팔라와 동부 원유지대의 알주와야는 카다피 정권에 반기를 들었고 알진탄도 반정부 시위에 가담했다. 카다피 정권과 거리를 두려는 부족이 늘어나고 있다. 리비아는 크고 작은 500여 부족과 씨족으로 이뤄줬다. 이 중 강력한 10개 안팎의 부족이 군 정부 경제계 등의 요직을 나눠 갖고 있다. 리비아 국민은 자신의 정체성을 ‘리비아인’보다는 출신 부족에서 찾을 정도다. 따라서 주요 부족의 이반은 카다피 정권에 치명적 적신호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카다피 국가원수가 권력 강화 수단으로 부족 간 경쟁을 유발하는 정책을 펴왔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카다피 국가원수는 군, 정부, 석유산업의 자리를 주요 부족들에 나눠줌으로써 서로 견제하도록 했다. 따라서 주요 부족이 상충되는 이해관계를 제쳐놓고 단합해 반카다피 전선에 나설지는 미지수라는 것이다.② 흔들리는 관료-반목하는 후계자들 21일 법무장관의 사퇴에 이어 카다피 국가원수 곁을 떠나는 주요 외교 관리들의 행렬은 22일에도 이어졌다. 미국 외교전문 매체인 포린폴리시는 “정권의 고위 관료들이 잇따라 카다피 국가원수를 비난하며 직을 떠나는 것은 리비아에 급진적 변화가 올 수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이 같은 현상이 카다피 신격화와 그에 대한 공포가 리비아 사회에서 사라지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체제 유지의 한 축이었던 정권에 대한 국민의 공포가 더는 먹히지 않고 오히려 시위대가 카다피 국가원수를 조롱하기에까지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 같은 체제 동요는 카다피 국가원수 일족 내부의 분란으로 이어질 가능이 있다. 7명이나 되는 카다피 국가원수 아들들의 반목은 주리비아 미국대사관에서 2009년 본부에 보낸 전문에서도 나타난다. 미 대사관은 “성격 안 좋기로 유명한 아들들의 내부 투쟁이 두드러진다”고 분석했다. 차남이자 유력한 후계자로 알려진 사이프 알이슬람에 3남 사디, 4남 무타심, 그리고 벵가지 시위대를 무자비하게 공격한 군대를 이끄는 7남 카미스가 서로 갈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이슬람이 21일 전면에 나서 성명을 발표한 것도 일족 내부 권력다툼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미 시사주간 타임은 분석했다. ③ 이탈하는 군대 반정부 시위가 촉발된 리비아 제2의 도시 벵가지에서 20일 군이 탱크를 시위대에 ‘헌납’한 데 이어 21일 시위대에 대한 발포명령을 받은 전투기 조종사는 항명을 했다. 독재정권의 주축인 군이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아직은 리비아군 전체에 균열이 생기는 것으로 보기에는 무리라는 견해가 많다. 군과 경찰 등 가다피 정권의 핵심 축인 무력기구에 소속된 인원은 전체 리비아 인구 600만 명 중 11만9000명이다. 모두 합쳐 4만5000명인 군과 경찰보다는 카다피 국가원수에게 헌신하는 비밀보안대와 혁명평의회운동, 그리고 카다피 국가원수의 아들들이 이끄는 특수부대가 무력기구의 주축이다. 이들 무력기구는 그동안 시위나 소요사태를 무력 진압하라는 카다피 국가원수의 명령을 어겨본 적이 없다. 따라서 외신도 군을 포함한 무력기구가 이집트에서처럼 정권과 시위대의 중재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고 전망하지 않는다. 코소보나 보스니아에서와 같은 대량학살을 우려하는 시각도 이 때문이다. 한편 이집트 시민혁명에서 이집트군을 통해 평화적 혁명 성공을 유도한 미국은 리비아에 대해서는 영향력을 미칠 지렛대가 전무한 실정이다. 최근 수년간 관계 개선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경제원조는 1070만 달러에 불과하고 군사원조는 없다. 수십 년간 숙적으로 지내와 리비아 정부 내에 별다른 끈도 없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폭력진압 중단하라” 반 총장, 카다피에 전화 ▼베네수엘라 망명설이 돌던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후 처음으로 22일 모습을 드러냈다. 리비아 국영 TV는 이날 오전 2시경 22초간 카다피 원수의 모습을 내보냈다. 그는 자동차 조수석에 앉아 우산을 직접 펴든 채로 “나는 베네수엘라가 아니라 트리폴리에 있다. ‘길 잃은 개들(stray dogs)’을 믿지 말라”고 말했다. 수척한 모습의 카다피는 “오늘 밤 나는 녹색광장에서 젊은이들과 대화를 나누길 원했는데 비가 내린다”고 너스레까지 떨었다. 하지만 목소리에 힘이 없고 인터뷰도 매우 짧아 장광설을 늘어놓던 예전 모습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또한 귀덮개가 늘어진 방한모자를 눈썹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눌러썼고 차량 운전석에 아무도 앉아 있지 않아 전체적으로 부자연스럽고 기괴한 분위기였다. 앞서 카다피 원수는 21일 오후 9시경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전화를 받고 40여 분간 통화했다. 반 총장은 카다피에게 시위대에 대한 폭력적 진압을 즉각 중단하고 대화로 사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카다피 원수는 “테러리스트들의 책동이며 최선을 다해 진압하겠다”고 말했으며 반 총장은 카다피에게 “국민을 보호하고 집회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요구했다.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18일 중동은 환호와 분노로 극명하게 엇갈렸다. 혁명의 진원지 이집트에서는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 하야 일주일을 맞아 수십만 명이 승리의 행진을 벌였다. 그러나 반정부 시위가 며칠째 이어지고 있는 바레인 등 다른 중동 국가에서는 유혈충돌이 멈추지 않았다.○ 걸프 6국 시위확산 차단 골머리 전날 새벽 경찰의 기습적인 유혈진압으로 수도 마나마 거리에서 밀려난 반정부 시위대 수천 명은 이날 오전 마나마 남쪽 시트라 섬에서 열린 희생자 3명의 장례식과 이슬람 시아파 중심지인 서북부 디라즈의 모스크 등지에서 “국왕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전날 탱크를 앞세운 중무장 군인들이 장악해 사실상 계엄 상황에 처한 마나마에서는 친정부 시위대가 “국가를 보호하자”며 행진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바레인 외교장관에게 17일 전화를 걸어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그러나 바레인을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등 6개국으로 구성된 지역기구인 걸프협력위원회(GCC)는 이날 외교장관회의를 열고 “걸프 국가들은 바레인의 근본적이고 급진적인 변화를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AFP통신은 “바레인의 반정부 시위 물결이 자국으로 넘어오는 것을 바라지 않는 다른 걸프국들이 (바레인에) 군사적 개입을 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바레인 반정부 시위는 정권과 경제계를 장악한 이슬람 수니파 엘리트층에 오랫동안 저항해온 시아파(국민의 70%)가 주도하고 있다. 예멘은 수도 사나와 남부 항구도시 아덴 등지에서 이날 8일째 반정부 시위가 계속됐다. 사나 남쪽 타이즈 시에서는 시위대 사이에서 수류탄 한 발이 터져 2명이 죽고 27명이 부상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이날 희생자를 포함해 지금까지 적어도 5명이 숨졌다. 리비아 제2의 도시 벵가지 등에서도 수천 명이 참여한 반정부 시위가 이어졌다. 반면 수도 트리폴리에서는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가 친정부 시위대의 연호 속에 카퍼레이드를 했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리비아에서는 이날까지 최대 24명이 숨졌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는 18일 현 정부를 지지하는 친정부 시위대 수만 명이 거리로 나왔다. 이날 시위를 예고했던 반정부 시위대는 전날 웹사이트를 통해 “14일 시위 도중 숨진 두 명을 추모하는 시위를 (18일 대신) 20일 열자”고 알렸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에 망명 중인 진 엘아비딘 벤 알리 전 튀니지 대통령은 뇌중풍으로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집트 타흐리르광장에선 축제 민주화 성지로 자리매김한 이집트 카이로 도심 타흐리르 광장에서는 이날 수십만 명이 국기를 흔들고 박수를 치며 18일간 이어졌던 시민혁명의 승리를 기념하는 축제를 벌였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그는 인구 9000만 국가의 현직 대통령이다. 몸에 딱 붙는 옷을 좋아하며 포르셰를 몰고 드라이브를 즐기는 부자다. 아직 미혼이고 여자친구가 자주 바뀐다. 지난해 필리핀 대통령에 당선된 베니그노 노이노이 아키노(51) 이야기다. 요즘 필리핀 국민들이 독신 대통령의 로맨스 소식에 흠뻑 빠져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18일 전했다. 지난해 5월 대선 때 베네수엘라 출신의 TV쇼 진행자 샬라니 솔레다드와 손을 꼭 잡고 유세를 벌였던 그가 얼마 전에는 자신의 스타일리스트였던 리즈 우이와 교제를 한다는 소식이 들리더니 최근에는 한 증권거래인과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필리핀 타블로이드 신문들은 ‘대통령의 여자친구들’을 1면 톱기사로 게재하고 있다. 시민들도 트위터나 블로그에 아키노 대통령이 데이트하는 장면을 봤다는 둥, 사진을 올린다는 둥 열광적이다. 그의 앞머리가 벗겨졌다는 사실이 국민들이 낭만적 상상을 하는 데 전혀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아키노 대통령은 자신의 연애에 관심을 갖는 언론을 향해 “(대통령의 사랑 이야기만 쓰면) 언론인으로서 양심에 걸리지 않겠느냐. 같은 정도의 관심을 국가 정책에도 써 달라”며 하소연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고 한다. 아키노 대통령은 1983년 암살당한 필리핀 민주화의 상징 베니그노 니노이 아키노 전 상원의원과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 사이에서 태어났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민주화 혁명을 이룬 튀니지 은행들이 축출된 진 엘아비딘 벤 알리 전 대통령(사진) 일가에게 약 6억 달러(약 6700억 원)를 떼일 지경에 놓였다고 AFP통신이 17일 전했다. 튀니지 중앙은행 무스타파 카멜 나블리 총재는 16일 기자회견을 갖고 “벤 알리 전 대통령 집권 23년 동안 튀니지 국영 및 민간 은행에서 그와 부인, 그리고 그들 친인척에게 모두 17억6000만 달러(약 1조9700억 원)를 대출해 줬는데 이 중 담보를 잡지 않은 대출액이 약 6억 달러”라고 밝혔다. 6억 달러는 돌려받기가 힘들어졌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은행들은 전 대통령 친인척 및 그들과 관련 있는 182개 업체에 대출을 해줬다. 특히 전체 대출금의 절반가량이 전 대통령의 두 사위가 주요 주주로 있던 이동통신회사 등 4개사에 집중된 것으로 알려졌다. 튀니지 당국은 벤 알리 전 대통령 일족이 부정 축재한 자산을 추적해 몰수하고 있다. 이집트 정부도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 시절 관료들의 해외자산을 환수하기 위한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이집트 정부는 이미 자국 내 무바라크 일족 및 전직 관료들의 자산과 계좌를 동결한 스위스 법무부에 전직 관료들의 자산 환수를 위한 협조를 공식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키 189㎝의 깡마른 몸에 걸친 청바지와 카디건은 옷걸이에 걸려 있는 옷처럼 휑하다. 고통스러울 정도로 연약하고 노쇠해 보인다.' 이 몰골의 주인공은 지난달 건강 이상으로 세 번째 병가(病暇)를 낸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56). 미국 타블로이드 주간지 '내셔널 인콰이어러' 최신호는 잡스의 최근 모습이라며 청바지 입은 남자의 뒷모습 사진을 게재했다. 이 잡지는 잡스 씨가 8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팔로알토에 있는 스탠포드 의대 암 센터에 가기 전 부인 로렌 파월 씨와 함께 아침을 먹으러 식당에 들렀을 때를 포착했다고 한다. 잡지는 췌장암을 앓았던 잡스 씨의 몸무게가 암 발생 전 약 79㎏에서 59㎏으로 20㎏가량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또, 사진 속 그의 머리카락 숱이 줄어든 것은 항암치료를 위한 화학요법 때문이라는 이른바 전문가의 의견도 제시했다. 한 의사는 "사진으로 비춰볼 때 췌장암이 재발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게이브 머킨 박사는 "엉덩이에 살이 전혀 없다. 암 때문에 몸의 근육도 거의 사라졌다. 사진으로 판단하건대 삶의 마지막 단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집중치료 전공 내과의 사무엘 제이콥슨 박사는 "잡스 씨에게는 이제 6주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고 진단하겠다"고 말했다. 잡스 씨는 지난달 18일 건강 이상으로 병가를 냈다. 미국 경제전문 주간지 포천은 당시 "그동안 스위스에서 췌장암 치료를 받아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잡스 씨를 비롯해 페이스북 설립자 마크 저커버그, 에릭 슈미츠 구글 CEO 등 주요 정보기술(IT) 및 전자업체 경영진은 18일 샌프란시스코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비공개 회동을 갖고 일자리 창출 등 미국의 경제 현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가 42년째 집권하고 있는 리비아에서도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리비아는 민주혁명이 일어난 튀니지와 이집트 사이에 있지만 지도자 신격화 등 여러 여건상 민주화 열풍이 상륙하기 힘든 국가로 꼽힌다. AFP통신은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서 동쪽으로 1000km가량 떨어진 제2의 도시 벵가지에서 15일 밤부터 16일 새벽까지 최대 2000여 명이 “민중이 부패를 끝낼 것이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고 전했다. 이날 시위는 1996년 트리폴리 아부 살림 교도소 소란 때 보안대가 진압 도중 수감자 1000여 명을 ‘학살’한 사건에서 사망자 측 변호를 맡았던 변호사 파티 테르빌 씨가 경찰에 구금되면서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사망자 상당수는 벵가지 출신으로 이슬람 과격무장단체인 ‘리비아 이슬람전사그룹(LIFG)’에 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테르빌 씨가 구금된 경찰서 앞에서 연좌농성을 하던 시위대는 그가 풀려난 뒤에도 시위를 계속했다. 이때 어디선가 나타난 친정부 시위대와 충돌했고 곧이어 물대포와 최루탄, 고무탄을 쏘며 저지하는 경찰에 돌과 화염병을 던지며 맞섰다. 경찰 10명을 비롯해 모두 38명이 다쳤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한 누리꾼은 트위터에 “벵가지에서 경찰이 실탄을 쐈고 2명이 숨졌다”고 소식을 올렸지만 확인되지는 않았다. BBC는 “이날 충돌이 17일 예정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앞두고 시위대의 기를 꺾어 놓으려는 정부 측의 의도적 도발일 수도 있다”는 한 야권 운동가의 분석을 제시했다. 이에 앞서 14일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에는 ‘17일은 리비아 분노의 날’, ‘17일 봉기의 날’ 등의 이름을 내건 반정부 시위 촉구 사이트가 생겼고, 이날 벵가지 시위 이후 가입자가 2만여 명까지 늘어 17일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다. 17일은 2006년 벵가지에서 이슬람교도들이 시위를 벌인 날이다. 당시 14명이 숨졌다. 해외 망명한 리비아인 200여 명도 14일 “카다피 퇴진과 평화적 시위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발표했다. 한편 바레인에서는 사흘째 반정부 시위가 이어졌다. 16일 수도 마나마의 펄 교차로 광장에서는 이집트 타흐리르 광장에서 그랬듯 시위대 3000여 명이 천막을 치고 장기 시위에 돌입했다. 예멘 수도 사나에서도 전날에 이어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벌어져 경찰의 총격으로 시위대 1명이 사망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이란 반정부 인사들이 14일 시위에 이어 이란혁명 기념일인 18일 대규모 시위를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15일 국영TV와의 인터뷰에서 “그들(시위 주동자)은 목표를 이루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태양처럼 빛나는 이란에도 적은 존재한다. 그러나 적들이 아무리 애쓴들 태양을 향해 흙을 던지는 것과 같다. 결국 흙은 적들 자신에게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의회는 이번 시위를 주도한 미르 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와 메디 카루비 전 의회 의장을 사형에 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수파 의원 100여 명은 이날 의회 본회의장 연단과 주변에서 “무사비와 카루비에게 죽음을!” 등의 구호를 외치며 이들의 처벌을 요구했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성명에 이날 전체 의원 290명 중 222명이 서명했다. 이들은 “이번 시위는 미국 영국 이스라엘이 뒤에서 조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정부 시위대들은 가택연금 중인 카루비 전 의장의 집 앞에서 규탄 시위를 벌였다. 또 친정부 시위대는 테헤란 검찰청사 앞에서 무사비 전 총리의 허수아비 목을 매단 뒤 태웠다. 14일 시위 도중 숨진 학생의 장례가 테헤란예술대 교정에서 진행되던 중 친정부 시위대가 난입해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18일로 예고된 반정부 시위에 맞서 이란 정부의 ‘이슬람전파·조직평의회’는 이날 웹 사이트에 ‘18일 악마 같은 야권 세력에 맞서 떨쳐 일어나자’며 친정부 시위를 촉구했다. 한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5일 “이란 국민이 더 많은 자유를 얻기 위한 열망을 표출하는 데 용기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란의 반정부 시위를 격려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운명일까, 우연일까. 컴퓨터는 이탈리아 여성들의 공공의 적으로 전락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의 운명을 여성 판관들의 손에 맡겼다. 이탈리아 밀라노 재판부는 15일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를 받고 있는 베를루스코니 총리 재판이 줄리아 투리, 오르솔라 데 크리스토포로, 카르멘 델리아 등 여성 판사 3명에게 배당됐다고 밝혔다. 판사 배당은 컴퓨터 무작위 추첨으로 이뤄졌다. 투리 판사는 코카인을 상습 복용한 고위층 인사에게 가택 연금을 명령한 소신파고, 나머지 두 판사도 엄격하게 법을 집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미성년자 성매매 의혹이 불거진 후 반(反)베를루스코니 시위를 벌여온 이탈리아 여성들은 재판부 배당 소식에 들떴다. 세 여성 판사가 ‘스캔들의 제왕’이라 불리면서도 정치 생명을 유지해 온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저격수가 돼주길 기대하는 것이다.■ ‘바람과 함께…’ 女주인공 애초 이름은 팬지“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떠오를 거야(Tomorrow is another day).” 미국 남북전쟁 시대를 그린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여주인공 스칼렛 오하라의 유명한 말로 끝맺는다. 그런데 이 말을 ‘팬지(Pansy) 오하라’가 읊었다면 어땠을까? 15일 미국 조지아 주 일간지 ‘애틀랜타 저널-콘스티튜션’에 따르면 저자 마거릿 미첼이 초고를 완성할 때만 해도 여주인공 이름은 ‘팬지(Pansy) 오하라’였다. ‘Pansy’는 팬지꽃을 뜻하는 단어다. 하지만 남성 동성애자를 비하하는 속어로 쓰일 때도 있다. 작가도 이를 우려해 주인공 이름을 바꾸려 했지만 마땅한 게 없었다. 여러 신문을 샅샅이 뒤지며 찾아낸 이름이 바로 ‘스칼렛’이다. 출판사는 발음이 힘들다며 반대했지만 미첼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바뀐 건 여주인공 이름뿐만이 아니다. 원래 소설 제목도 ‘Tomorrow is another day’였다.■ 영국군, e메일로 강제퇴역통보 ‘부글부글’최근 국방예산을 대폭 삭감한 영국 군 당국이 장교 38명에게 e메일로 강제 퇴역을 통보해 공분을 사고 있다고 일간 선이 15일 보도했다. e메일을 받은 군인 중에는 32년간 복무하며 이라크전쟁에 4차례나 참전한 군인과 현재 아프가니스탄에서 전투를 치르고 있는 군인도 포함됐다. 군 인사당국은 이들에게 “12개월 뒤면 계약이 끝난다”는 통고와 함께 “재취업 계획을 알아보라”는 ‘조언’까지 담았다고 한다. 퇴역 통보를 받은 군인들은 모두 준위 이상의 장교로 20년 이상 장기복무했다. e메일 퇴역통고에 대해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도 분통을 터뜨렸다. 총리실 대변인은 16일 “총리는 ‘문제가 된 퇴역 통보 과정은 절대로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문제가 커지자 군 대변인은 공식 사과했고, 리엄 폭스 국방장관도 경위 조사를 지시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이란 수도 테헤란 거리에서 14일 수천 명이 참여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고 AFP통신을 비롯한 외신이 전했다. 이날 시위가 격화되며 테헤란 곳곳에서 시위대와 충돌한 경찰이 최루탄과 페인트탄을 발사했다. 영국 BBC 인터넷판은 테헤란 도심은 ‘극심한 혼란(chaos)’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이란 정부는 이날 시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야권 관련 웹사이트를 차단하는 한편 위성뉴스 방송채널의 송신도 방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외신은 이집트 시민혁명의 열풍이 이란까지 불어 닥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AFP통신은 이날 이란 반정부 개혁파의 웹사이트와 목격자들의 말을 인용해 시위 집결지로 예정된 테헤란 도심 아자디(자유) 광장을 향해 수천 명의 반정부 시위대가 수십 명씩 짝을 지어 조용히 이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이맘 후세인 광장을 비롯해 각지에서 시민 수십 명씩이 모여 걸어 다니면서 반정부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일부 시민은 주택 옥상과 발코니 등에서 “신은 위대하다”고 외치며 1인 시위를 벌였다. AP통신은 이 같은 1인 시위는 2009년 6월 대통령선거 부정 의혹을 제기하며 벌어진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연상시킨다고 전했다. 시위대는 이날을 ‘이란의 분노의 날’이라고 규정하고 관련 글을 인터넷 등에 올렸다. 이란 정부는 테헤란 주요 시위 예상지와 길목마다 최루탄, 진압봉, 페인트탄 발사기 등으로 무장한 폭동 진압 경찰과 민병대 조직 수천 명을 배치해 시위대를 보이는 대로 연행하거나 거리 진출을 원천 봉쇄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영국 BBC에 따르면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하는 과정에서 최루탄이 발사되기도 했다. 또 이란 보안대는 이날 2009년 반정부 시위를 이끌었던 미르 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 자택의 전화선을 끊고 집 앞 도로를 차단했다. 이에 앞서 12일에는 역시 반정부 개혁파 지도자인 메디 카루비 전 의회 의장을 사실상 가택 연금했다. 14일 시위는 이들이 주도하고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고 있는 알제리에서는 정부가 19년간 지속된 비상사태를 조만간 해제키로 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모우라드 메델치 알제리 외교장관은 14일 프랑스 라디오 인터뷰에서 “며칠 안에 우리는 비상사태를 마치 과거사처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이집트의 새 정부 앞에 놓일 가장 까다로운 과제 중 하나는 30년 권좌에서 물러난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신병 처리다. 과도정권인 이집트 최고군사위원회나 야권 주요 세력은 아직 그의 신병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이집트 시민들도 그의 미래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그러나 그와 그의 일가가 축재한 재산만큼은 다 환수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고 외신은 전했다.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12일 서구 고위 정보 관료의 말을 인용해 “무바라크 대통령이 18일 동안의 시위 기간에 해외 자산을 안전한 지역으로 옮긴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돈이 빼돌려진 곳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을 언급했다. 11일 스위스 정부가 자국 내 무바라크 일족의 계좌 및 자산을 동결할 것을 발표했지만 ‘헛수고’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무바라크 일족의 재산은 최대 700억 달러(약 78조 원)에서 최소 20억 달러(약 2조2000억 원)로 추정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달 초 “무바라크 일족은 스위스 은행 등에 비밀계좌가 있으며 런던 뉴욕 로스앤젤레스 홍해 해안에 많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며 700억 달러 설을 제시했다. 반면 미국 관리들은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의 재산이 400억 달러가량인 것으로 보아 이런 액수는 과장됐다며 2억∼3억 달러 설을 제기했다.시위대 일부에서는 무바라크 전 대통령을 부패 혐의로 기소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그의 하야 전이긴 하지만 이브라힘 유스리 전 이집트 외교장관과 변호사 20명은 무바라크 일족을 국가재산 유용 혐의로 재판에 회부할 것을 검찰총장에게 청원하기도 했다. 따라서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미래는 그의 축재에 관한 조사가 어떻게 이뤄질지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과도정부가 집권하고 있는 현실에서 그에 대한 사법절차가 실현될 수 있느냐 하는 점.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신병과 관련해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의 열혈 시위대는 “재판에 회부해야 한다”는 강경파와 “사형을 시켜야 한다”는 초강경파, “그래도 전쟁 영웅으로 국가를 위해 일한 점을 고려해 조용히 이집트에서 살게 해야 한다”는 온건파로 나뉜다. 최고위가 그를 형사 처벌하기 위한 법적 절차를 밟을 가능성도 높지 않아 보인다. 최고위는 이미 전 내무장관을 비롯한 5명의 각료 등을 부패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이는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부정축재 의혹은 캐내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무바라크 대통령이 하야 거부 성명을 낸 지 하루 만에 퇴진을 결심하는 과정에서 군이 재산 및 신병 보호를 보장했을 가능성도 농후하다.만약 이집트에서 공식적인 부패 혐의 조사가 시작될 기미가 보인다면 무바라크 전 대통령은 망명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은 내다봤다. 망명지는 그의 처지에 온정적인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가 될 것 같다는 해석도 나온다.무바라크 전 대통령은 11일 하야 선언 직전 홍해 휴양지 샤름 엘셰이크로 떠났다고 집권당 대변인이 밝혔지만 12일 현재 행방이 묘연하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인근 고급 리조트호텔로 가는 길목에 경찰 바리게이트가 설치돼 있는 걸로 미뤄 그가 실제로 체류하고 있을 개연성은 있다. 하지만 그가 이미 국외로 떠났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1994년 미국에서 강도의 총격을 받고 숨진 재미교포 마종훈 씨(당시 53세)의 유족이 살인범의 사형 집행을 반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숨진 마 씨는 저명한 아동문학가 고 마해송 선생의 차남이며, 재미 시인 마종기 씨(74)의 동생이다. 11일 AP통신에 따르면 숨진 마 씨의 아들 피터 마 씨(38·식당 운영)는 살인범 조니 배스턴의 사형선고를 무기징역으로 감해 달라는 진정서를 지난달 오하이오 주 가석방위원회에 제출했다. 배스턴의 변호인 측은 마 씨 유족의 진정을 바탕으로 감형을 요청했지만 가석방위원회는 “사형 선고는 정당하다”며 기각했다. 마종훈 씨는 1994년 오하이오 주 톨레도의 자신의 가발가게에 침입한 배스턴이 쏜 총에 머리를 맞고 숨졌다. 이듬해 오하이오 주 법원은 배스턴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아들 피터 씨와 형 종기 씨는 “궁극적 처벌은 오직 신만이 할 수 있다”며 재판 초기부터 사형선고에 반대했다고 한다. 피터 씨는 이날 AP통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배스턴이 죽는다고 내 기분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돌아가신 아버지가 살아 오시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배스턴의 사형은 다음 달 10일 집행된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전격 하야를 끌어낸 결정적 일격은 군부의 최후통첩이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12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무바라크 대통령과 시위대 사이에서 미묘한 줄타기를 하던 군부는 반정부 시위가 다시 최고조로 벌어진 9일 ‘무바라크 사임’ 또는 ‘군부로 권력 이양’이라는 시나리오를 확정했고 10일 군 최고지휘관 회의에서 이를 확인했다. 미 중앙정보국(CIA)과 국방부는 이를 ‘협의에 의한 퇴진’과 ‘소프트(soft) 쿠데타’로 파악했다. 그러나 그 직후인 10일 밤 무바라크 대통령이 하야 거부를 선언하자 이집트 군은 경악했다. 전 이집트 정보국 고위관료였던 사프와트 엘자야트 소장은 “군은 무바라크 대통령이 사임해야 한다고 결정했었다. 군과 무바라크 사이에 유례없는 균열이 발생한 순간이었다”고 밝혔다. 결국 11일 최고군사위원회 회의를 다시 열어 무바라크 대통령의 거취를 논의한 군은 그에게 “자발적으로 퇴진하지 않으면 강제로 쫓겨날 것”이라며 최후통첩을 전했다. 무바라크 대통령이 마지막까지 의지했던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조차 군의 조치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사진)이 대규모 반정부 시위 사태 17일째인 10일(현지 시간) 중 하야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CNN 방송은 리언 파네타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무바라크 대통령이 10일 중 사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일부 연방의원들에게 말했다고 전했다.이집트 군도 무바라크 대통령의 하야 발표에 앞서 정규 TV방송을 중단하고 긴급성명을 통해“시위대의 합법적인 요구를 지지하며 국가와 위대한 이집트인의 야망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무바라크 대통령의 하야를 기정사실화했다. ▶A19면에 관련기사반정부 시위의 성지인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 모인 수만 명의 시위대는 이날 광장을 찾은 카이로 지역 군사령관 하산 알루에이니 장군이 “당신들의 요구가 오늘 중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발표하자 “신은 위대하다”라며 승리의 환호성을 질렀다.무바라크 대통령은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이집트 시민의 시위가 8, 9일 절정에 이르며 전국적으로 노동자 파업마저 거세지자 결국 하야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지난달 8일 미국 애리조나 총기난사 사건으로 머리에 총상을 입고 치료 중인 가브리엘 기퍼즈 연방 하원의원(사진)이 말을 시작했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10일 보도했다. 보좌관인 C J 카라마진 씨에 따르면 기퍼즈 의원이 처음 한 말은 “(아침식사로) 토스트가 먹고 싶다”였다. 기퍼즈 의원은 요즘 매일 조금씩 말을 하고 있다고 한다. 기퍼즈 의원은 지난달 말 애리조나대 의대병원 집중치료실에서 나와 휴스턴 허먼텍사스 기념병원의 재활연구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의료진은 “좌뇌에 총상을 입은 환자의 30∼50%는 실어증을 앓는 것에 비춰 볼 때 기퍼즈 의원이 말을 시작하고 뭔가를 하고 싶다고 요구한 것은 대단히 좋은 신호”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상적으로 말을 하게 되기까지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의료진은 밝혔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잠시 주춤했던 이집트 반정부 시위가 다시 격화될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시위대가 이번 주 또 한 번의 100만 명 시위를 계획하고 있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시위대 청년조직 간부인 칼레드 압델 하미드 씨는 9일 “금요일인 11일을 ‘100만 항의의 날’로 정했다”며 “이번에는 타흐리르 광장뿐만 아니라 카이로 내 다수의 장소에서 시위를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시위대는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퇴진을 거부하고 버티면서 소모전으로 이끌고 있다는 판단 아래 앞으로는 화요일과 금요일에 투쟁 역량을 집중하고 나머지 날에는 휴식을 취하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카이로에서 남쪽으로 400km 떨어진 엘카르고에서 8일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해 3명이 숨지고 100여 명이 부상했다. 시위대는 경찰의 발포에 맞서 경찰서와 법원, 집권 국민민주당의 지역당사를 불태웠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특히 이번 금요일의 시위에는 대규모 노동파업이 계획돼 있어 노동자의 궐기가 이집트 반정부 시위를 다시 한 번 증폭시키는 추진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자의 파업은 이미 8일부터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카이로 도심 타흐리르 광장 주변에서는 국영 통신사 노동자 수백 명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고 나일 강 삼각주 지역의 한 제약회사 노동자 2000여 명도 파업에 돌입했다. 엘마할라의 노동자 1500여 명도 도로를 차단한 채 이날 오전부터 시위를 벌였다. 케스나, 아스완, 콤옴보, 미냐, 룩소르 등지에서도 수백∼수천 명이 임금 인상, 일자리, 무바라크 대통령 퇴진 등을 요구하며 파업 또는 시위에 나섰다고 외신은 전했다. 연간 세계 해상 물동량의 8%를 차지해 세계가 주목하는 수에즈 운하에서도 노동자의 연좌농성이 벌어졌다. 이날 수에즈 운하의 작동 및 관리를 담당하는 수에즈운하국(SCA) 산하 5개사 소속 노동자 6000여 명이 무기한 연좌농성을 시작했다고 이집트 인터넷매체 알하람온라인이 전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파업 동참에도 이날 수에즈 운하의 통행은 차질을 빚지 않았다. 알하람온라인은 이날 선박 46척이 운하를 통과했다며 당분간은 운하 통행이 중단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당국이 내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SCA의 무함마드 모타이르 이사는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은 운하 통행과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회사에 소속돼 있다”고 말했다. 수에즈 운하를 통한 석유 물동량이 하루 100만 배럴에 달해 운하 통행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국제유가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수에즈에서는 국영 통신사 소속 노동자 200여 명과 철강 노동자 1300여 명도 시위에 나섰고 실직 청년 2000여 명은 일자리를 달라며 국영 정유사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 지역의 프랑스 시멘트 제조업체 라파르주사에서도 파업이 벌어졌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이집트 반정부 시위 사태가 보름째로 접어들면서 힘의 균형추가 시위대에서 호스니 무바라크 정부 쪽으로 다소 기우는 양상이다. 벼랑 끝에 선 무바라크 대통령은 ‘개혁’을 표방한 선심 조치로 성난 민심을 달래며 야권의 분열을 기도하고 나섰다. 야권은 즉각적 정권 퇴진과 점진적 민주화 사이에서 엇갈리는 양상이며 시위대는 동력이 소진된 듯 지난 며칠 간 다소 소강상태를 보였다. 하지만 시위가 3주 째 접어든 8일에도 수만 명의 시위대가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 모여드는 등 아직 사태의 결말을 단정 짓기는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 선물 보따리 들고 다시 나선 무바라크이집트 정부는 6일에 이어 7일에도 개혁이라는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 뒤에서 저자세를 유지하는 듯하던 무바라크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7일 새 내각과 첫 국무회의를 갖고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서 2일 벌어진 친무바라크 시위대에 의한 폭력사태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수사하겠다며 독립적 조사위원회 구성을 선언했다. 또 4월부터 공무원 월급을 15% 인상하고 연금 재정을 65억 이집트파운드(약 1조2000억 원) 더 늘리겠다고 밝혔다.카이로 시내 은행과 상점이 문을 열고 차량 통행도 정상화되어가는 가운데 나온 정부의 ‘개혁 공세’를 두고 시위대는 “과거에도 써먹었던 분할통치(divide and rule) 정책”이라고 일축했다. AFP통신도 “퇴진 압력을 받고 있는 무바라크 대통령이 ‘시간 벌기’를 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그러나 야권에는 일단 먹히는 분위기다. 이집트 정·재계 및 시위대 유력 인사로 구성된 야권의 ‘현명한 25인 위원회’ 안에서도 서로 의견이 갈리기 때문. 위원들 사이에서는 “정권 이양 기구가 제대로 작동할 때까지 무바라크 대통령이 물러나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야권 균열, 그러나 다시 불 지필 가능성도야권의 균열 조짐은 반정부 시위대의 성지로 불리는 타흐리르 광장에서도 지난 며칠 간 엿보였다. “선(先)무바라크 퇴진”을 고수하는 열혈 시위대가 보름째 버티고 있는 이곳은 시민들 사이에 활발한 정치 토론이 이뤄지는 축제와 해방의 장이다. 시위대가 다양한 즉석 공연을 벌이는가 하면, 수백 명이 박수를 치며 반무바라크 구호를 연호하고 구호 장단에 맞춰 벨리댄스를 추기도 한다. 7일엔 광장 결혼식도 열렸다. 하지만 광장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참가자의 피로도가 깊어지고 루머까지 횡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KFC 음모론’이다. 즉 반정부 시위대가 미국 패스트푸드 체인인 KFC가 제공하는 닭요리를 먹고 있다는 소문이다. 반정부 시위대가 미국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암시다. 미 월간 애틀랜틱 인터넷판은 7일 “음모론이 힘을 얻자 시위대 사이에서는 ‘반무바라크’ 이외 의견들은 금기시하는 신경과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사복경찰이나 정보요원의 침투에 대한 경계심도 날카롭다. ‘코샤리(쌀 파스타 토마토소스로 만든 이집트 전통 주식) 경보론’도 한 예다. 광장을 에워싼 이집트 군이 음식을 파는 상인들의 출입을 금했는데 최근 코샤리를 파는 사람들이 보인다는 것. 정부 첩보원인 이들은 허기진 사람들이 주위에 모이면 ‘반정부 시위는 성공할 수 없다’는 식의 발언을 해대 시위대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있다고 한다. 시위 장기화에 대한 중산층의 우려도 나오고 있다. 휴업 중인 향수가게 주인 이브라힘 파예드 씨(42)는 “처음에는 시위를 지지했지만 이제는 끝내야 한다고 본다”며 “시위대가 국민 8400만 명을 인질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시위대의 동력이 소진되리라는 것은 일부에서 초기부터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시위를 끌고 나갈 대중운동 조직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3주째로 접어드는 시위가 단번에 수그러들 것이라고 단정하기엔 이르다. 8일에도 반정부 시위를 주동해 당국에 구금된 뒤 풀려난 와엘 고님 구글 중동·아프리카지역 이사가 수만 명이 모인 타흐리르 광장에 나타나 연설을 한 것을 계기로 시위대의 사기가 한껏 높아졌다. 시위대 일부는 이날 오후 광장을 빠져나와 국회의사당까지 행진하기도 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이집트 사태가 사실상 ‘한국의 6·29’식 정권 이양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반정부 시위를 초기부터 조직하고 이끌어 온 ‘4월 6일 운동’ 모임이 주목받고 있다. 청년 모임인 ‘4월 6일 운동’은 2008년 27세 동갑내기인 인사담당 회사원 이스라 압델 파타 씨와 아메드 마헤르 씨가 주축이 돼 결성됐다. 같은 해 4월 6일 섬유산업 도시인 엘마할라 엘쿠브라에서 예정된 총파업을 동조하자는 의미에서 검은색 옷을 입고 이틀간 동조파업을 하자고 페이스북에 호소한 것이 이 모임의 출발점이었다. 미국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2009년 1월 현재 ‘4월 6일 운동’에 페이스북을 통해 가입한 회원은 약 7만 명으로 대부분 고학력의 20대 젊은이로 구성됐다. 이들은 과거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적 활동을 해본 경험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온라인상에서 언론자유를 지향하고 이집트 정부의 정실주의를 비판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삼으며 소규모 거리 시위를 조직했다. 이 때문에 이집트 경찰의 탄압 대상이 돼 마헤르 씨를 비롯한 조직원들은 수차례 체포돼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정치색을 드러내지 않는 것을 표방하고 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반정부시위가 13일째로 접어든 6일 이집트 정부와 야권 세력이 첫 대화를 갖고 헌법개정위원회 구성에 합의하며 이집트 사태가 연착륙 단계로 접어들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도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을 중심으로 한 점진적 정권 이양 방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집트 사태를 ‘질서 있는 전환’으로 이끌려는 움직임이 이집트 안팎에서 본격화하기 시작한 것이다.이집트 정부 마그디 라디 대변인은 6일 “정부와 야권 세력은 헌법 및 이에 수반하는 법률 수정을 연구하고 제안하기 위한 헌법개정위원회를 다음달 첫째 주 전까지 구성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헌법개정위원회는 대통령선거 출마자격 완화 및 대통령 임기 조정 문제를 다룰 예정이라고 AFP통신은 전했다. 또 정부와 야권 세력은 지난 30년간 이집트 전역에 내려졌던 국가비상사태법을 해제하는 데에도 합의했다. 언론 자유 보장, 이번 시위기간 구금된 시위대 석방, 9월 대선까지 상황을 관리할 국민위원회 구성에도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술레이만 부통령을 중심으로 한 정부 측과 야권 세력의 이날 대화는 그동안 정부와의 협상에 부정적이던 최대 야권세력인 무슬림형제단이 전격 참여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그러나 이날 협상에 참여하지 않은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을 비롯한 일부 야권 세력은 여전히 “선(先) 무바라크 퇴진, 후(後) 협상”을 주장하고 있어 정부와 야권의 대화가 순탄치만은 않을 수도 있다. 이에 앞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5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제47차 국제안보회의에 참석해 “술레이만 부통령이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이집트 정부가 밝힌 전환 과정을 (서방이)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