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

주성하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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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관련 사이트 ‘서울에서 쓰는 평양이야기’(http://nambukstory.com)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zsh75@donga.com

취재분야

2025-11-18~2025-12-18
남북한 관계67%
칼럼23%
사회일반7%
경제일반3%
  • [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사이]이영길 북한군 총참모장 숙청 사건의 전말

    이영길 북한군 총참모장 전격 처형 소식이 2월 초 한국 언론에 크게 보도됐다. 하지만 정통한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영길은 처형된 것이 아니라 강등돼 현재 강원도 전방 1군단 산하 사단장으로 있다고 한다. 북한 뉴스를 다루면서 제일 껄끄러운 게 숙청 보도다. 죽었다고 하다가 살아난 경우가 많아 오보 위험이 적지 않다. 이영길도 다시 뉴스에 등장할지 아니면 영영 매장될지 누구도 알 수 없다. 소식통이 전하는 이영길 숙청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지난해 9월 말 어느 날 김정은은 평양 시내 야간 시찰에 나섰다. 통치자가 암행어사처럼 밤에 시내를 시찰하는 일은 김일성 때부터 내려온 관례다. 북한이 왕조사회이니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김정은이 차를 멈춰 세운 곳은 만수대거리 고급아파트촌. 7년 전 입주가 시작된 이곳은 김정은이 평양 건설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초기에 중국식 설계를 본떠 최고급 자재로 지었다. 평양 중심부 중구역 보통문에서 옥류교에 이르는 최상의 입지에 자리 잡았고 평수도 널찍하다. 아파트 일부는 국가에서 특정한 사람에게 분양했고, 일부는 판매됐다. 분양 아파트는 팔 수 없지만 처음부터 판매된 아파트는 나중에 거래가 가능하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18만∼20만 달러(약 2억∼2억3000만 원)를 호가했다. 이는 평양에서도 제일 비싼 아파트에 속한다. 김정은은 이 고급 아파트에 어떤 사람들이 사는지 궁금했던 것 같다. 그래서 측근에게 판매용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을 조사해볼 것을 지시했다. 얼마 뒤 조사보고서를 받아 본 김정은은 버럭 화를 냈다. 아파트 구매자의 60%가 군부였던 것이다. “내가 외무성이나 무역성 사람들이 살고 있다면 이해하겠지만 군대가 뭔 돈이 이리 많아. 당장 뒷조사를 해봐!” 김정은의 불호령이 떨어지자 군부의 집중 검열이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이영길도 뇌물을 받고 측근들을 감싸준 비리가 걸려들었다. 검열에 걸리지 않을 자가 있을까 싶지만, 이영길은 좀 심했던 것 같다. 내부에서도 “젊은 놈이 눈에 뵈는 것이 없이 해먹었다”고 수군거릴 정도라고 한다. 아마 이영길은 ‘얼마나 이 자리에 있을지 모르니 있을 때 최대한 한몫 챙기겠다’고 생각했나 보다. 게다가 그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벼락출세해 고령자가 많은 군부 내부에서 반대파도 많았던 것 같다. 2월 초 이영길을 강등시킨 군부 수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2월 말부터는 군 보위국(옛 보위사령부)을 대상으로 집중 검열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만수대거리에 집을 샀던 군 간부 중에 보위국 소속이 유독 많았다는 것이다. 북한 내부에선 보위국장인 조경철 대장이 다음 숙청 대상이라는 소문이 나돈다. 공교롭게도 3월 20일 북한 언론은 보위국이란 명칭을 처음으로 공개해 보위사령부가 사라졌음을 공식화했다. 보위사령부도 10여 년 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추억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고 이제는 그 권력이 김원홍의 국가안전보위부로 넘어갔다. 군부 비리 조사가 시작되자 평양 시내 고급식당은 순식간에 한산해졌다. 평양에서 호화식당의 대명사로 불리던 해당화관도 텅텅 비었다고 한다. 군인들은 호화식당의 주요 고객이었다. 군부에 돈이 넘치는 이유는 간단하다. 북한 최대의 이권단체가 됐기 때문이다. 장성택 숙청 이후 그의 파벌이 장악하고 있던 큼직큼직한 이권들이 군부로 대거 넘어갔다. 북한 수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던 원유 수입권도 장성택 최측근 수하인 장수길 행정부 부부장이 주물렀지만 그가 처형되면서 군부 손에 넘어갔다. 북한 원유 수입액은 매년 7억 달러로 추산된다. 이번 대북제재는 항공유 수입만 금지했을 뿐 원유는 금지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도 단둥에서는 중국 유조차가 수십 대씩 줄지어 북에 넘어가 돌아오지 않는다. 중국이 유조차까지 함께 팔기 때문이다. 북한은 요즘 주유소 사업이 붐을 이루고 있어 유조차 수요가 많다. 이 주유소 사업권의 대다수도 군부 소속 회사들이 쥐고 있다. 북한 수출액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던 석탄 이권 상당수도 군부가 갖고 있다. 지난해 북한의 석탄 수출액은 10억5000만 달러(약 1조2150억 원)였다. 석탄 가격이 좋았던 몇 년 전에는 15억 달러(약 1조7355억 원)가 넘기도 했다. 중국이 유엔 대북제재 결의에 따라 석탄 수입을 막으면 군부가 가장 큰 피해자가 된다. 거기에 비리 조사까지 시작됐으니 이 화창한 봄날에 속은 얼마나 새파랗게 떨릴까. 북한군 비리 이야기를 쓰다 보니 한 가지가 딱 걸린다. 오늘 이 칼럼을 읽어볼 정찰총국이나 통전부 등 북한 대남기관 담당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벌써 내다보인다는 것이다. “우린 스스로 벌어서 해먹지 세금은 안 빼먹어”라고 할 게 뻔하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6-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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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틴 정적 ‘성관계 몰카’에 러 발칵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가장 큰 정적으로 꼽혔던 미하일 카샤노프 인민자유당 당수(59)가 애인과 성관계를 하는 동영상이 2일 공개돼 러시아가 발칵 뒤집혔다. 러시아 방송사인 NTV는 이날 모스크바의 한 주택에서 카샤노프 당수와 반(反)정부 활동가인 나탈리야 펠레바인(39)이 성관계를 하는 ‘몰카(몰래카메라)’ 영상을 골자로 40분 동안 관련 보도를 내보냈다. 흑백으로 촬영된 영상에는 두 남녀가 성관계 후 서로 껴안고 사적인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담겨 있다. 촬영 각도를 볼 때 이들이 이곳에 올 것을 아는 누군가가 방 한구석에 몰카를 설치한 것으로 보인다. 영상이 공개되자 펠레바인은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혀 자신이 몰카의 희생양임을 시인했다고 영국 데일리메일이 4일 보도했다. 카샤노프 당수는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러시아 안팎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정적의 정치적 생명을 끊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비난이 들끓었다. 동영상을 공개한 NTV는 푸틴 대통령이 사장이나 다름없는 최대 국영 가스기업 가스프롬이 경영하는 방송사다. 카샤노프 당수는 ‘반(反)푸틴 진영을 이끌어 가는 삼두마차’로 꼽혔던 야당 지도자다. 최근 1년 반 사이 삼두마차 중 2명이 제거됐다. 모스크바 시장에 출마했던 알렉세이 나발니는 2014년 초 횡령죄로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보리스 넴초프 전 부총리는 지난해 2월 모스크바에서 괴한의 총격에 암살됐다. 이 때문에 러시아에선 다음번 암살 대상은 카샤노프 당수일 것이란 관측이 유력했다. 하지만 그는 암살 대신 성관계 동영상의 주인공으로 등장해 인격적으로 매장당할 위기에 빠졌다. 카샤노프 당수는 2000년 푸틴 정권 1기 때 총리를 맡아 2004년까지 직무를 수행했다. 하지만 그는 러시아 최대 석유기업 유코스에 대한 정부 탄압을 비판한 죄로 ‘푸틴 패밀리’에서 축출돼 야당 인사로 변신했다. 2008년 대선에 출마했지만 러시아 선거관리위원회는 후보 청원서의 서명이 의심스럽다는 이유로 후보 등록을 원천 봉쇄했다. 카샤노프 당수의 애인 펠레바인은 극작가 겸 연기자로 모스크바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자랐다. 그는 무리한 진압으로 수백 명의 사망자를 낸 모스크바 인질극과 베슬란 인질극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만들기도 했다. 외신에 단골 출연해 유창한 영어로 푸틴 정권의 행태를 비판하는 그는 크렘린이 가장 미워하는 여자로 꼽힌다. 옛 소련 시절 국가보안위원회(KGB)에서 활동했던 푸틴 대통령은 1996년 보리스 옐친 초대 러시아 대통령의 눈에 들어 대통령 총무실 부실장으로 임명된 뒤 정보기관 근무 과정에서 익힌 암살과 납치, 미인계 및 섹스 동영상을 통한 협박 등 온갖 수법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는 데 탁월한 솜씨를 발휘했다. 옐친 대통령 시절인 1999년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유리 스쿠라토프는 모스크바의 한 아파트에서 두 명의 창녀와 목욕하는 장면이 담긴 비디오테이프가 국영TV를 통해 방영된 뒤 갑작스럽게 직무가 정지됐다. 그는 당시 대통령 측근을 포함한 고위층의 부패를 파헤치던 중이었다. 단 3년 만인 1999년 8월에 총리로 지명된 것도 옐친의 정적을 가차 없이 제거하는 데 능력을 발휘해 신임을 받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었다가 살해된 인사도 많다. 주로 정치인과 언론인들이다. 2003년 4월 야당인 ‘자유러시아당’을 이끌던 세르게이 유셴코프가 자택에서 괴한의 총에 맞아 살해됐고, 영국 망명 뒤 반푸틴 활동을 벌였던 러시아 재벌 보리스 베레좁스키는 2013년 3월 영국 런던에서 독살됐다. 범죄 현장에 ‘꼬리’를 남기지 않아 암살범의 정체가 밝혀진 사례는 거의 없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6-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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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틴 정적’ 카시아노프, 섹스몰카 공개로 매장 위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가장 큰 정적으로 꼽혔던 미하일 카시아노프 인민자유당 당수(59)가 애인과 성관계를 하는 동영상이 2일 공개돼 러시아가 발칵 뒤집혔다. 러시아 방송사인 NTV는 이날 모스크바의 한 주택에서 카시아노프와 반(反)정부 활동가인 나탈리아 펠레펜(39)이 성관계를 하는 ‘몰카(몰래카메라)’ 영상을 40분 동안 내보냈다. 영상에는 두 남녀가 성관계 후 서로 껴안고 사적인 대화를 나누는 장면도 나온다. 영상이 공개되자 펠레펜은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혀 자신이 몰카의 희생양임을 시인했다고 영국 데일리메일이 4일 보도했다. 카시아노프는 아무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러시아 안팎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정적의 정치적 생명을 끊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비난이 들끓었다. 동영상을 공개한 NTV는 푸틴이 사장이나 다름없는 최대 국영가스기업 가스프롬이 경영하는 방송사다. 카시아노프는 ‘반(反)푸틴 진영을 이끌어가는 삼두마차’로 꼽혔던 야당 지도자다. 최근 1년 반 사이 삼두마차 중 2명이 제거됐다. 모스크바시장에 출마했던 알렉세이 나발니는 2014년 초 횡령죄로 3년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다. 보리스 넴초프 전 부총리는 지난해 2월 모스크바에서 괴한의 총격에 암살됐다. 이 때문에 러시아에선 다음번 암살 대상은 카시아노프일 것이란 관측이 유력했다. 하지만 카시아노프는 암살 대신 성관계 동영상의 주인공으로 등장해 인격적으로 매장 당할 위기에 빠지게 됐다. 카시아노프는 2000년 푸틴정권 1기 때 총리를 맡아 2004년까지 직무를 수행했다. 하지만 그는 러시아 최대 석유기업 유코스에 대한 정부 탄압을 비판한 죄로 ‘푸틴 패밀리’에서 축출돼 야당 인사로 변신했다. 2008년 대선에 출마했지만 러시아 선거관리위원회는 후보 청원서의 서명이 의심스럽다는 이유로 후보 등록을 원천 봉쇄했다. 카시아노프의 애인 펠레펜은 극작가 겸 연기자로 모스크바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자랐다. 그는 무리한 진압으로 수백 명의 사망자를 낸 모스크바 인질극과 베슬란 인질극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만들기도 했다. 외신에 단골 출연해 유창한 영어로 푸틴정권의 행태를 비판하는 그는 크렘린이 가장 미워하는 여자로 꼽힌다.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 2016-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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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22년만에 최대 교전

    카스피 해 남서부에 위치한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군대가 2일 영토 분쟁지역에서 충돌해 양측 군인 최소 30명이 사망했다. 교전은 옛 소련 시절부터 두 나라가 영토 분쟁을 벌이던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에서 시작됐다. 양측은 모두 상대편이 먼저 공격해 대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전은 3일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타스통신 등이 보도했다. 아제르바이잔 국방부는 이날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의 몇 개 고지대와 거주 지역을 점령했고 아르메니아 탱크 6대와 대포 15문을 파괴하고 군인 100명 이상을 사살했다”고 발표했다. 또 아제르바이잔 군인도 12명이 숨지고 공격용 헬기와 탱크를 1대씩 잃었다고 덧붙였다. 아르메니아 측도 자국 군인 18명이 사망하고 35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기독교 국가인 아르메니아와 이슬람 국가인 아제르바이잔은 1991년 말 소련 붕괴로 독립한 이후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을 놓고 전면전을 벌였다. 그 결과 1994년 휴전 때까지 3만 명이 숨지고 100만 명이 피란했다. 이번 교전은 1994년 이후 최대 규모다. 아르메니아는 면적(약 3만 km²)과 인구(약 300만 명)가 아제르바이잔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강력한 보병력을 앞세워 1990년대 전쟁에서 4400km²의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을 차지했다. 국제사회는 양국에 즉각 교전 중단과 협상을 호소했다.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국방 및 외교장관이 양국에 전화해 교전 중단을 요구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도 양국이 즉각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6-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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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독교 국가 아제르바이잔-이슬람 아르메니아군 무력충돌…최소 30명 사망

    카스피해 남서부에 위치한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군대가 2일 영토 분쟁지역에서 충돌해 양측 군인 최소 30명이 사망했다. 교전은 옛 소련 시절부터 두 나라가 영토 분쟁을 벌이던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에서 시작됐다. 양 측은 모두 상대편이 먼저 공격해 대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전은 3일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타스통신 등이 보도했다. 아제르바이잔 국방부는 이날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의 몇 개 고지대와 거주 지역을 점령했고 아르메니아 탱크 6대와 대포 15문을 파괴하고 군인 100명 이상을 사살했다”고 발표했다. 또 아제르바이잔 군인도 12명이 숨지고 공격용 헬기와 탱크를 1대씩 잃었다고 덧붙였다. 아르메니아측도 자국 군인 18명이 사망하고 35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기독교 국가인 아르메니아와 이슬람 국가인 아제르바이잔은 1991년 말 소련 붕괴로 독립한 이후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을 놓고 전면전을 벌였다. 그 결과 1994년 휴전 때까지 3만 명이 숨지고 100만 명이 피난했다. 이번 교전은 1994년 이후 최대 규모다. 아르메니아는 면적(약 3만㎢)과 인구(약 300만 명)가 아제르바이잔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강력한 보병력을 앞세워 1990년대 전쟁에서 4400㎢의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을 차지했다. 국제사회는 양국에 즉각 교전 중단과 협상을 호소했다.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국방 및 외교장관이 양국에 전화해 교전 중단을 요구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도 양국이 즉각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6-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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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FBI, 애플 도움 없이 아이폰 잠금장치 풀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애플의 도움 없이 총기 테러범이 사용하던 아이폰 5C의 잠금장치를 해제하는 데 성공했다. 국익과 사생활 보호를 둘러싼 뜨거운 논쟁은 일단락됐지만 다음 달 1일 창립 40주년을 맞는 애플은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던 아이폰 보안 체계가 뚫려 명성에 큰 흠집이 나게 됐다.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28일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 소재 연방지방법원에 제기했던 아이폰 잠금 해제 협조 강제 요청을 취하했다. 법무부는 “정부가 지난해 12월 샌버너디노에서 14명을 사살한 범인인 사이드 파루크의 아이폰 정보에 접근했기 때문에 더 이상 애플의 협조가 필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어떤 기술로 아이폰 잠금 해제에 성공했는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아이폰은 10번 이상 암호가 틀릴 경우 안에 있는 데이터가 삭제되도록 돼 있어 무한정 반복해 암호를 찾는 방식으론 해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아이폰을 해킹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회사는 2013년 FBI와 독점 서비스 계약을 맺은 이스라엘 전문 업체 ‘셀레브라이트’ 정도밖에 없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또 아이폰 해킹에 휴대전화 플래시메모리를 복제해 암호를 추론하는 방식인 ‘낸드 미러링(NAND mirroring)’ 방식이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아이폰 해킹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일본 아이치 현에 있는 선전자의 주가가 순식간에 14.32%나 폭등했다. 선전자는 2007년 셀레브라이트를 인수해 자회사로 만들었다. 반면 보안 시스템에 구멍이 뚫린 사실이 전 세계에 공개된 애플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셀레브라이트는 세계 각국의 수사 당국과 군 당국을 고객으로 두고 있어 외국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아이폰을 해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BBC방송은 “애플이 보안 침투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서둘러 보완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통신을 포함한 일부 외신은 FBI가 이번에 발견한 아이폰5C의 보안 취약점을 애플에 알려줘야 한다고 보도했다. 미국 시민의 보안에 구멍이 뚫린 이상 이번에는 FBI가 애플을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애플의 협조 거부로 단단히 화가 난 FBI가 이 같은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FBI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취약점이고 이를 고지해야 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6-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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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산당 위협하는 ‘투쟁 물결’

    중국이 급증하는 근로자 파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11년 185건에 불과했던 파업 횟수는 지난해 2726건으로 5년 만에 15배 가까이로 증가했다고 미국 CNN방송이 28일 보도했다. 홍콩에 본부를 둔 노동 인권단체 ‘중국노동회보’는 올 1월에만 500건의 파업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중국 전역을 휩쓸고 있는 파업이 공산당 일당 독재까지 위태롭게 만들 것이라는 관측도 힘을 얻고 있다. 1월 광둥(廣東) 성 국영기업인 안광롄중강철공장 마당엔 어깨를 겯고 선 수백 명의 노동자가 부르는 우렁찬 노래 소리가 울려 퍼졌다. “들어라 혁명의 쟁쟁한 노래 소리를/전진, 전진 우리의 대오는 태양을 향한다/최후의 승리를 향해 전국의 해방을 향해.” 조선족 작곡가 정율성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작곡한 ‘팔로군행진가’(현 중국인민해방군가)는 오늘날 중국 노동자에게 투쟁의 노래로 애창되고 있다. 이들은 임금을 절반으로 삭감한다는 통보를 받고 투쟁에 나섰다. 노동자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한 기업 측은 결국 임금 삭감 유예를 발표했다. 이런 장면은 요즘 중국의 어디를 가나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을 7% 미만으로 낮추면서 수많은 공장들이 노동자 해고와 임금 삭감, 노동환경 악화 등의 문제를 놓고 노동자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전망은 더욱 암울하다. 중국 당국은 금속 건재 공업 분야를 중심으로 향후 2년 안에 국영기업 노동자 등 300만 명이 해고될 것이라고 밝혔다. 180만 명에 이르는 석탄과 금속 공업 노동자 해고 계획은 이미 발표됐다. 당국은 근로자들의 반발을 누르기 위해 154억 달러(약 18조 원)를 들여 해고자 복지에 쓰겠다고 밝혔지만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은 과격 행위로 전국적인 충격을 주기도 한다. 이로 인한 사회 불안은 중국 공산당 일당 독재에도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올 1월 닝샤후이(寧夏回)족 자치구에선 해고를 당한 청년이 버스에 불을 질러 17명이 사망했다. 당국은 1989년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유혈 사태와 같은 부작용이 일어날까 봐 함부로 억누를 수도 없지만 마냥 두고 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1989년 폴란드에서 사회주의 정권을 무너뜨린 ‘폴란드자유노조연합’처럼 전국적인 노조가 생겨나는 상황은 중국 공산당에는 악몽이다. 1980년대 이후에 태어난 젊은 세대는 공산당을 무서워하지도 않는다. 중국 파업 역사에서 중요한 분기점으로 꼽히는 2010년 5월 광둥 성의 포산 시 혼다자동차 부품공장 파업을 주도한 탄궈청도 23세 청년이었다. 그가 비상벨을 누르며 “낮은 임금으로 일하지 말자”고 선동하자 1900명의 공장 근로자가 한마음으로 동조해 19일간 파업을 한 끝에 임금 인상을 얻어냈다. 당국은 성난 근로자들을 달래는 데 땀을 흘리고 있다. 이달 헤이룽장(黑龍江) 성에선 국영탄광 폐쇄로 일자리를 잃은 10만 명의 노동자가 거리에 나오자 루하오(陸昊) 성장이 직접 이들 앞에 나서 설득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트워치의 마야 왕 연구원은 “당국의 언론 통제 때문에 노동자들은 아직 전국적인 상황을 잘 모르고 그렇기 때문에 연대감도 약하다”며 “하지만 앞으로 공산당을 반대하는 정치 세력과 결합돼 거대한 사회변혁 운동으로 번지는 것이야말로 중국 당국이 겁을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6-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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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FBI, 테러범 아이폰 잠금해제 성공…애플 ‘철벽보안 신화’ 무너져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애플의 도움 없이 총기 테러범이 사용하던 아이폰 5C의 잠금장치를 해제하는데 성공했다. 국익과 사생활 보호를 둘러싼 뜨거운 논쟁은 일단락됐지만 다음달 1일 창립 40주년을 맞는 애플은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던 아이폰 보안체계가 뚫려 명성에 큰 흠집이 나게 됐다.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28일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 소재 연방지방법원에 제기했던 아이폰 잠금해제 협조 강제 요청을 취하했다. 법무부는 “정부가 지난해 12월 샌버너디노에서 14명을 사살한 범인인 사에드 파룩의 아이폰 정보에 접근했기 때문에 더 이상 애플의 협조가 필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어떤 기술로 아이폰 잠금 해제에 성공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아이폰은 10번 이상 암호가 틀릴 경우 안에 있는 데이터가 삭제되도록 돼 있어 무한정 반복해 암호를 찾는 방식으론 해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아이폰을 해킹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회사는 2013년 FBI와 독점서비스 계약을 맺은 이스라엘 전문 업체 ‘셀레브라이트’ 정도밖에 없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또 아이폰 해킹에 휴대전화 플래시메모리를 복제해 암호를 추론하는 방식인 ‘낸드 미러링(NAND mirroring)’ 방식이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아이폰 해킹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일본 아이치 현에 있는 썬전자의 주가가 순식간에 14.32%나 폭등했다. 썬전자는 2007년 셀레브라이트를 인수해 자회사로 만들었다. 반면 보안시스템에 구멍이 뚫린 사실이 전 세계에 공개된 애플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셀레브라이트는 세계 각국의 수사 당국과 군 당국을 고객으로 두고 있어 외국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아이폰을 해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BBC방송은 “애플이 보안 침투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서둘러 보완책을 강구할 것”이라 전망했다.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 2016-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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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서 100위안 신권 위폐 발견 北中 접경서 유통… 北 제조 의혹

    위조방지 기술이 대폭 강화된 중국의 100위안(약 1만8000원) 신권에서 위조지폐가 처음으로 발견됐다고 관영 중국중앙(CC)TV가 28일 보도했다. 중국 언론은 이 위폐가 북-중 접경지역에서 광범위하게 유통되는 점을 들어 북한에서 만들어졌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CCTV 등에 따르면 22일 저장(浙江) 성 사오싱(紹興)에 있는 한 은행에서 고객이 입금하려던 현금 중 100위안 신권 위폐 1장을 발견해 당국에 신고했다. 이 위폐가 어떤 경로로 은행에 입금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위안화 최고액권인 100위안 신권은 지난해 11월부터 시중에 유통됐다.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은 위조 방지를 위해 100위안권 정면의 숫자 ‘100’이 각도에 따라 금색과 녹색으로 달리 보이도록 하는 등 7가지의 최신 기술을 적용했다.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 인터넷판인 환추왕(網)은 북-중 접경 등지에서 유통되는 위안화 위폐는 북한에서 제조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 위폐가 중국 경제를 크게 위협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미화 100달러짜리 초정밀 위폐 ‘슈퍼노트’ 제조로 악명 높은 북한이 위안화 위폐도 만들고 있다는 뜻이다. 환추왕은 북한산 위폐는 색상 감촉 워터마크 점자 등이 진짜 돈과 거의 같을 정도로 정교해 속칭 ‘위폐 플러스’로 불린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자유아시아방송도 올 초부터 북한의 주요 장마당에서 정교하게 위조된 위안화와 달러화가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소식통들은 “위조 화폐를 발견한 주민들이 신고해도 당국이 아무 대책도 내놓지 않아 주민들이 위조지폐의 출처를 의심하고 있다”고 전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주성하 기자}

    • 2016-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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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신권 100위안 위조지폐 발견…北서 만들었을 가능성

    위조 방지 기술이 대폭 강화된 중국의 100위안(약 1만8000원) 신권에서 위조지폐가 처음으로 발견됐다고 관영 CCTV가 28일 보도했다. 중국 언론은 이 위폐가 북·중 접경지역에서 광범위하게 유통되고 있는 점을 들어 북한에서 만들어졌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CCTV 등에 따르면 22일 저장(浙江) 성 사오싱(紹興)에 있는 한 은행이 고객이 입금하려던 현금 중 100위안 신권 위폐 1장을 발견해 당국에 신고했다. 이 위폐가 어떤 경로로 은행에 입금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위안화 최고액권인 100위안 신권은 지난해 11월부터 시중에 유통됐다.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은 위조 방지를 위해 100위안권 정면의 숫자 ‘100’이 각도에 따라 금색과 녹색으로 달리 보이도록 하는 등 7가지의 최신 기술을 적용했다.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 인터넷판인 환추망은 북중 접경 등에서 유통되는 위안화 위폐가 북한에서 제조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 위폐가 중국 경제를 크게 위협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미화 100달러짜리 초정밀 위폐 ‘수퍼노트’ 제조로 악명 높은 북한이 위안화 위폐도 만들고 있다는 뜻이다. 환추망은 북한산 위폐는 색상 감촉 워터마크 점자 등이 진짜 돈과 거의 같을 정도로 정교해 속칭 ‘위폐 플러스’로 불린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자유아시아방송도 올 초부터 북한의 주요 장마당에서 정교하게 위조된 위안화와 달러가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소식통들은 “위조 화폐를 발견한 주민들이 신고해도 당국이 아무 대책도 내놓지 않아 주민들이 위조 지폐의 출처를 의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6-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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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민간인 학살에도 개입 정황”

    핵·미사일 프로그램 개발로 국제사회의 초강력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이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 정권 유지를 위해 지상군을 파병했다는 주장이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북한 군의 상대는 단순히 시리아 반군이 아니라 이들을 지원하고 있는 미국과 국제사회라는 점에서 향후 파장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군의 정확한 규모는 물론 정확히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알아사드 정권의 민간인 대량 학살과 화학무기 살포에 직접 또는 간접으로 가담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정황 증거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2013년 11월 시리아에서 가장 존경받는 야권 인사인 부르한 갈리운 시리아국민위원회(SNC) 초대 의장은 “북한군 조종사들이 반군 공습에 가담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리아 공군의 주축을 이루던 수니파 조종사들이 대거 반군 측에 가담하자 북한군 조종사들로 이들을 대체했다는 주장이다. 시리아 인권단체인 시리아인권네트워크(SNHR)는 “지난해 시리아 정부군이 무차별 살상 무기인 ‘통폭탄’ 1만7318개를 투하해 민간인 2032명을 숨지게 했다”고 폭로했다. 미국의 북한 군사 전문가인 브루스 벡톨 미 앤젤로대 교수(전 미 국방정보국 선임정보분석관)는 2014년 10월 “2012년 초부터 2년에 걸쳐 시리아에 대한 북한의 화학무기 판매가 증가했고 북한 군사고문관들이 필요한 화학전 기술과 훈련을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2013년 4월 북한을 출발해 시리아로 향하던 리비아 화물선에서 북한제 소총과 권총 각 1400정, 탄약 3만 발, 방독면 수백 개가 발견돼 터키 당국이 압수했다. 4개월 후인 그해 8월 시리아 정부군은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에서 사린가스를 살포해 어린이 수백 명을 포함해 1300명의 민간인을 학살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았다. 시리아 반군 대표단인 아사드 아즈 주비 고위협상위원회(HNC) 위원장이 밝힌 부대명 철마는 북한에서 사회주의의 상징적 단어처럼 사용되는 ‘천리마’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무역선을 가장한 선박을 이용했을 수도 있고, 해외 파견 근로자로 가장해 갔을 수도 있다. 시리아 정부가 전투 경험이 없는 이란과 아프가니스탄 국적 용병들에게 3000∼5000달러(약 348만∼580만 원)의 월급을 지급하는 점을 감안할 때 북한군 특수부대원은 훨씬 많은 보상을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달러벌이 ‘용병’일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북한과 시리아의 군사 커넥션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2007년 이스라엘은 시리아 핵시설을 폭격한 뒤 “북한 핵과학자들의 지원을 받아 건설하던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폭격 현장을 촬영한 사진에는 북한 핵·미사일 전문가 또는 당국자로 보이는 사람이 나왔다. 시리아 정부군 기계화 여단의 주력 전차 대부분은 북한제였다. 한편 북한이 16일 함경남도 신포조선소에서 개발 중인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KN-11’의 지상 사출 실험을 했다고 미국 온라인 매체인 워싱턴프리비컨이 22일 보도했다. 실험에 사용된 미사일은 옛 소련의 ‘SS-N-6’을 본떠 개발한 무수단 중거리 탄도미사일(사거리 3000km)과 모양이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21일에도 신포급 잠수함에서 SLBM 수중 발사 실험을 했고 이어 4차 핵실험을 감행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 2016-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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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2개 부대 시리아 내전 참전”

    북한 지상군 2개 부대가 시리아 내전에 참전해 정부군 편에서 미국 등 국제연합군의 지원을 받고 있는 반군과 맞서 싸우고 있다고 러시아 타스 통신이 22일 보도했다. 2011년 4월 시리아에서 내전이 시작된 이래 북한이 바샤르 알 아사드 정부를 돕고 있다는 주장이 여러 차례 나왔지만 지상군 파병 사실이 알려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타스 통신은 시리아 반군 대표단인 고위협상위원회(HNC) 아사드 알 주비 위원장이 “2개의 북한 부대가 여기(시리아)에 있고 부대 이름은 ‘철마-1’과 ‘철마-7’이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주비 위원장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유엔의 중재로 열리는 시리아 평화회담에 참가 중이며 내전에 참가한 외국 병력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같이 밝혔다.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도 주비 위원장이 “북한군 부대가 치명적으로 위험하다”고 발언했다고 전했다. 북한군 파병이 사실일 경우 독재체제 유지를 위해 반군뿐만 아니라 무고한 민간인에게까지 화학무기 등을 퍼부으며 인권 유린을 하는 아사드 정권을 실질적인 군사력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지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금까지 해외 분쟁에 지상군을 파병한 전례가 없어 부족한 달러 조달을 위해 ‘용병 수출’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은 1960년대 베트남전쟁 때에도 월맹(북베트남)에 조종사와 수송 병력을 파병했을 뿐이다. 이후 내전 중인 아프리카 각국에 특수전 교관들을 보낸 전례는 있지만 직접 참전은 피했다. 전투에 가담한 북한군의 정확한 규모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북한 특수부대가 실제로 파병됐다면 1개 부대가 10명 안팎으로 규모가 크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시리아 남부 다라에서 활동하는 반군인 ‘아무드후란’은 생포한 정부군 측 민병대원 4명의 모습을 유튜브에 공개하면서 “1명은 코리안(한국인)”이라고 설명했다. 반군이 ‘코리안’으로 지목한 머리를 짧게 깎은 남성은 전형적인 한국인 모습에 20대 중후반으로 보였다. 이 청년이 북한 군인일 것이란 관측이 유력했지만 반군이 동영상 촬영 후 처형해 더 이상 화제가 되진 않았다.주성하 zsh75@donga.com·조숭호 기자}

    • 2016-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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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사이]김정은 고향집은 상륙작전 최적지

    3월 중순 한반도에서 상륙훈련 바람이 불었다. 한미 연합군이 12일 포항에서 1만7000여 명이 참가하는 사상 최대의 상륙훈련을 진행하고 일주일 후 이번엔 김정은이 북한군의 상륙 및 상륙 저지훈련을 직접 지휘했다. 고작 경탱크 6대를 해안에 상륙시킨 별 볼 일 없는 상륙훈련을 벌여놓고 북한은 어이없게도 서울해방작전을 운운했다. 그걸 보면서 황소와 싸우겠다고 몸에 바람을 채우다 뻥 터져버렸다는 이솝 우화의 개구리가 생각났다. 그런데 김정은 입장에서 보면 남쪽의 상륙훈련과 참수작전은 특히 기분 나쁠 것 같다. 김정은이 태어난 강원도 원산, 그곳에서도 그의 고향집이 있는 해변이 하필이면 한반도에서 손꼽히는 상륙작전의 최적지이다. 전쟁이 벌어지고 상륙작전이 진행되면 김정은은 고향집부터 뺏길 판이다. 김정은이 원산 출신임은 이젠 북한 사람들도 다 안다. 원산과 북쪽 문천 사이에 상륙하기 딱 맞춤인 긴 해변이 있는데, 바로 여기에 김정은이 태어난 ‘602초대소(특각)’가 있다. 이곳에 상륙하면 잘 닦인 평양∼원산 고속도로를 타고 내륙으로 신속하게 진격해 강원도 주둔 몇 개 군단을 일거에 포위할 수 있다. 그래서 6·25전쟁 때에도 원산상륙작전이 단행됐다. 김정은은 해마다 꽤 많은 시간을 고향집에서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몇 년 전 해군 전대(戰隊·함대의 북한식 표현)장들에게 팬티만 입혀 10km 수영을 시킨 곳도 원산 특각 앞바다이고, 군단장들을 불러다 사격경기를 시키며 군기를 잡은 곳도 특각 앞 백사장이다. 참수작전이란 단어가 한국 언론에 오르내린 뒤로 김정은은 원산 특각에 가기가 조금은 불안해질 법도 하다. 특수부대에 해변에 있는 별장은 치고 빠지기 딱 좋은 목표다. 게다가 호화생활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과 쿠데타에 대한 우려 때문에 주변에 군부대도 거의 없다. 참수작전이 실행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할지라도 김정은은 이왕이면 특각에 최대한 몰래 왔다 가는 데 신경을 쓸 것이다. 현재 특각 지상 경계는 602연락소가, 해상 경계는 1022연락소가 담당한다. 대남 및 대일 공작 담당 기관인 연락소는 최정예 전투요원들을 갖고 있지만, 정규군 상륙 저지 능력은 거의 없다. 최정예 전투요원들이라고 해봐야 요즘은 김정은의 800만 달러(약 93억 원)짜리 영국산 ‘프린세스95MY’ 요트를 관리하거나 특각 내부를 훔쳐보는 사람을 잡는 등의 가병 노릇만 할 뿐이다. 야산으로 절묘하게 둘러막힌 특각 내부를 외부에서 볼 수 있는 위치는 강 하나를 사이에 둔 송도원야영소 숙소 제1동과 식당뿐이다. 하지만 건너다 볼 수 있을 만한 창문은 판자로 죄다 막아놓았다. 판자 틈으로 보려 하면 어느새 호각을 빽빽 불어대며 경비병이 나타난다. 맞은편에 쌍안경으로 쉬지 않고 감시하는 감시병들이 있는 것이다. 바다에 나가면 특각이 한눈에 보인다. 하지만 대략 4km 이내 거리로 배가 접근할 수도 없고 사진을 찍을 수도 없다. 몇 년 전 한 군부대 소속 어선 선장이 바다에서 특각 방향으로 사진을 찍었다가 갑자기 나타난 쾌속정에 연행됐다. 찍은 목적을 대라며 사흘 동안 초주검이 될 정도로 매를 맞았는데, 다행히 군 소속인 데다 ‘빽’이 좋아 풀려날 수 있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민간인 같으면 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갔을 거라고 수군거렸다. 아이러니한 일은 김정은 집권 이후 특각이 상륙에 더 매력적인 장소로 변했다는 것이다. 특각과 평양∼원산 고속도로를 연결하는 8km의 직선도로가 새로 닦였고 특각 바로 뒤에는 비행장까지 건설됐다. 김정은이 평양과 고향집을 차와 비행기로 더 편하게 오가기 위해 만든 것이지만, 상륙군에게 장악되면 진격로와 공군기지로 정말 요긴하게 활용 가능하다. 인근 원산항과 갈마비행장은 덤이다. 원산 민심도 김정은에게서 멀어지고 있다. 김정은이 집권 이후 평양 다음으로 관심을 쏟는 도시가 원산이다. 그 과도한 관심이 역으로 독이 되고 있다. 주민들을 잘살게 하는 데 신경을 쓰는 게 아니라 뭘 건설하는 데 정신이 팔려 있기 때문이다. 집권 초기 마식령 스키장을 건설한다고 주민을 내몰더니 요즘엔 도시 건물과 외향을 현대적으로 하라고 들볶는다. 덕분에 원산 야경은 정말 몰라보게 달라졌다. 빌딩마다 빨갛고 파란 조명 장치를 잘 해놓아서 전기 공급이 잘되는 명절 때 바다에서 보면 남쪽 동해안 어느 항구보다 야경이 멋있다. 오죽했으면 오랜만에 원산항에 들어오던 북한 어선이 “남조선에 잘못 왔다”고 정신없이 도망간 일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황홀한 불빛 아래서 원산 사람들은 “김정은이 하필이면 왜 여기서 태어났냐”고 푸념한다. 한미 연합군이 정말 상륙한다면 누구보다 이를 반길 사람이 바로 원산 주민이 아닐까 싶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6-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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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출 길 막힌 北상품 장마당에 흘러나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로 판로가 막힌 북한의 주력 수출 상품들이 대거 장마당에 풀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북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최근 장마당에 석탄 공급량이 부쩍 늘어나 주민들이 반색하고 있다. 판로가 막힌 질 좋은 석탄이 내수 시장에 나와 어느 지역이나 할 것 없이 석탄 가격이 내려가고 있다. 화력발전소에도 석탄 공급이 늘어 전기 공급이 원활해지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중국 찬카오샤오시왕(參考消息網)과 싱가포르 롄허(聯合)조보 등도 북한 장마당에 수출 상품들이 유입되고 있다고 21일 전했다. 외신들은 “예전에 장마당에서 보기 드물던 명란, 성게, 털게 같은 고급 수산물과 잣, 고사리, 염장송이 등 농산물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최근 평성 함흥 순천 등 북한의 주요 장마당에 정교하게 위조된 달러와 위안화 지폐가 유포돼 주민들이 크게 불안해하고 환율도 떨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신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국가가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어 주민들이 위조지폐의 출처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6-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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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김여정의 선전선동부도 제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 시간) 발표한 행정명령은 대북제재 그물망을 더 촘촘하게 짜 북한으로의 외화 반입을 물샐틈없이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특히 북한 노동자 해외 송출까지 제동을 걸고 나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270호보다 더 강력하고 완성도가 높은 제재로 평가된다. 중국과 러시아 등 북한 노동자 수입국가도 제재 대상에 포함되는지는 해석이 엇갈린다. 관련 조항은 “북한 노동자의 송출에 관여, 촉진하거나 책임이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은 누구나 미국 내 자산과 이자가 동결되고 수출 등의 거래를 금지한다”고 규정했다. 좁게는 북한 내부의 인력 송출 책임자에 국한되지만 넓게는 수입국과 관계자도 모두 포함된다고 읽힌다. 좁게 해석해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총지휘하고 있는 미국이 ‘북한의 노동자 해외 송출’을 불법으로 규정한 것은 수입국에 적지 않은 외교적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북한인권정보센터에 따르면 북한은 현재 40여 국가에 5만∼10만 명의 노동자를 파견해 연 2억∼3억 달러(약 2400억∼3600억 원)의 외화를 버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량살상무기(WMD)와 관련 없는 ‘민생 광물 거래’도 포괄적으로 제재하도록 한 것도 결의 2270호보다 강화된 조치다. 결의는 군부의 광물 수출은 금지하면서 ‘민생 목적’의 광물 수출은 허용했다. 행정명령은 북한이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을 메웠다는 의미가 있다. 미 재무부가 주도하는 김정은의 해외 비자금 계좌 동결 작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외국에 주재하는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대표 가운데 시리아에서 활동 중인 조용철과 이집트에서 활동하는 이원호를 제재 대상에 포함시킨 것도 비자금 관리와 연결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제재 리스트에 새로 포함된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선전선동부 부부장에 대한 미국의 감시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애덤 주빈 재무부 테러·금융담당 차관 대행을 15일 중국으로 보내 이번 행정명령의 핵심인 ‘세컨더리 보이콧’ 대상에 중국을 포함시키게 된 취지를 설명하고 협조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이미 유관국가(미국)와의 접촉에서 그 어떤 독자적인 제재로 중국의 정상적인 이익에 영향을 미치고 이를 훼손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점을 수차례 명확하게 표명했다”며 이견을 드러냈다. 한국 정부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17일 “이번 행정명령은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대응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 주성하 기자}

    • 2016-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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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北근로자 망명 길목 차단 ‘北 편들기’

    러시아 당국이 모스크바 주재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를 전격 폐쇄했다고 현지의 리아노보스티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이 통신은 “정확한 이유는 알지 못한다”고 전했지만 이달 초 OHCHR와 러시아 정부가 탈북자 북송 문제를 놓고 충돌했던 것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의 OHCHR 폐쇄는 지난달 2일 북한 박명국 외무성 부상이 러시아를 방문해 ‘불법 입국자와 불법 체류자 수용과 송환에 관한 협정’을 체결하고 이달 초 김영철 북한 대남비서가 러시아를 극비 방문한 데 이은 것이다. 김 비서는 지난달 탈북자 주요 탈출 경로인 라오스를 방문했다. 이어 북한과 라오스는 이달 5일 탈북 루트 차단 내용을 담은 것으로 추정되는 ‘상호협정’을 체결했다. 모스크바 OHCHR 폐쇄는 러시아를 통해 한국행을 모색하는 북한 근로자들에게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오는 거의 유일한 길은 유엔에서 난민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OHCHR는 지금까지 연간 수천 명의 탈북 근로자들의 한국행을 주선해왔다. 지난달 26일 마르주키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성명을 통해 “러시아는 지난달 2일 북한과 체결한 ‘불법 입국자와 불법 체류자 수용과 송환에 관한 협정’을 근거로 망명을 시도하는 북한 국적 노동자를 체포해 강제 북송해서는 안 된다”고 요구했다. 이에 러시아 외교부는 1일 “성명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주재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무례한 발언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6-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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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방 “IS 조직원 2만2000명 명단 확보”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조직원 2만2000명의 개인 정보가 서방 정보 당국과 언론에 유출됐다. 베일에 싸여 있던 IS 조직원들의 신원 파악이 가능해져 테러 예방 및 IS 격퇴에 새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문서상 확인된 조직원 국적은 51개지만 개인의 신원은 영국인 몇 명만 공개된 상태다. 한국인 포함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9일 독일 정보 당국이 IS에 환멸을 느낀 한 시리아인 조직원에게서 해당 문서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토마스 데메지에르 독일 내무장관은 “문서는 진본이다. IS 관련 조사가 더 빠르고 정확해지고 범죄자에 대한 처벌은 더 강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연방경찰도 독일 정보원이 문서를 확보했으며 전문가들이 진본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국은 구체적인 입수 경로나 문서에 나온 조직원 신원을 공개하지는 않았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아랍어로 적힌 이 문서는 일종의 ‘가입지원서’로 총 23개 질문과 답이 적혀 있다. 해당 조직원의 실명과 가명(조직 내 이름), 거주지, 혈액형, 출생지, 국적, 결혼 여부 등 기본적인 인적사항뿐 아니라 시리아어 대화 가능 정도와 추천인, 이전 전투 경험, (IS에 대한) 충성도 등 자질을 묻는 질문도 있다. 연락처 아래 가장 마지막 항목은 ‘사망 일시와 장소’를 기재하는 공란이 있다. 시리아 뉴스사이트 자만 알 와슬, 영국 방송 스카이뉴스도 해당 문서를 확보했다며 분석을 내놓았다. 자만 알 와슬은 40개국에서 온 1736명의 조직원 신원을 분석한 결과 25%는 사우디인, 나머지 대부분은 튀니지, 모로코, 이집트인이라고 전했다. 또 영국 14명, 미국 4명, 캐나다 6명도 있었다. 스카이뉴스는 “순교자(Martyrs)라고 표기된 별도 서류철에는 자살 공격을 준비하는 조직원 명단과 훈련 내용이 들어 있었다”고 전했다. 해당 문서들은 2013년 말까지 기록된 것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2014년 9월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활동하는 IS 조직원이 2만∼3만1500명이라고 밝힌 것을 감안하면 당시 조직원 정보가 이번에 대부분 유출된 셈이다. 영국 정보기관 MI6에서 글로벌 테러를 담당했던 리처드 바렛은 “IS와 관련된 정보, 보안 분야로 치면 금광을 찾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동이 근거지인 IS의 활동이 주춤한 사이 아프리카 소말리아를 근거지로 하는 이슬람 무장단체 알 샤밥이 급속히 세력을 넓히며 테러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알 샤밥은 2010년을 고비로 세력이 꺾이는 듯했지만 미국과 연합군이 IS 퇴치에 골몰하는 동안 세력을 키워 최근에는 산하에 7000∼9000명의 대원을 둔 대규모 조직으로 확대됐다. AP통신은 9일 소말리아 정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미군 특수부대가 헬기를 이용해 알 샤밥 점령 지역 외곽에서 내린 뒤 적진으로 진격해 10명 이상의 반군을 사살했다고 전했다. 당초 목표였던 알 샤밥의 고위급 인사도 교전 과정에서 사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알 샤밥도 반격에 나서 9일 수도 모가디슈에 있는 경찰 시설을 공격해 경찰관 3명과 민간인 1명의 목숨을 앗아갔다.황인찬 hic@donga.com·주성하 기자}

    • 2016-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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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S 조직원 2만 여명 개인 정보 유출…누가 정보 빼냈나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조직원 2만2000명의 개인 정보가 서방 정보당국과 언론에 유출됐다. 베일에 싸여있던 IS 조직원들의 신원 파악이 가능해지면서 테러 예방 및 IS 격퇴에 새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문서상 확인된 조직원 국적은 51개지만 개인의 신원은 영국인 몇 명만 공개된 상태다. 한국인 포함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9일 독일 정보당국이 IS에 환멸을 느낀 한 시리아인 조직원에게서 해당 문서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토마스 데 메지에르 독일 내무장관은 “문서는 진본이다. IS 관련 조사가 더 빠르고 정확해지고 범죄자에 대한 처벌은 더 강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연방경찰도 독일 정보원이 문서를 확보했으며 전문가들이 진본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국은 구체적인 입수 경로나 문서에 나온 조직원 신원을 공개하지는 않았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아랍어로 적힌 이 문서는 일종의 ‘가입지원서’로 총 23개 질문과 답이 적혀있다. 해당 조직원의 실명과 가명(조직 내 이름), 거주지, 혈액형, 출생지와 국적 결혼유무 등 기본적인 인적사항뿐 아니라 시리아어 대화 가능 정도와 추천인, 이전 전투경험, (IS에 대한) 충성도 등 자질을 묻는 질문도 있다. 연락처 아래 가장 마지막 항목은 ‘사망 일시와 장소’를 기재하는 공란이 있다. 시리아 뉴스사이트 자만 알 와슬, 영국방송 스카이뉴스도 해당 문서를 확보했다며 분석을 내놓았다. 자만 알 와슬은 40개국에서 온 1736명의 조직원 신원을 분석한 결과 25%는 사우디인, 나머지 대부분은 튀니지, 모로코, 이집트인이라고 전했다. 또 영국 14명, 미국 4명, 캐나다 6명도 있었다. 스카이뉴스는 “순례자(Martyrs)라고 표기된 별도 서류철에는 자살 공격을 준비하는 조직원 명단과 훈련 내용이 들어 있었다”고 전했다. 해당 문서들은 2013년말 까지 기록된 것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2014년 9월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활동하는 IS 조직원이 2만~3만1500명이라고 밝힌 것을 감안하면 당시 조직원 정보가 이번에 대부분 유출된 셈이다. 영국 정보기관 M16에서 글로벌 테러를 담당했던 리처드 바렛은 “IS와 관련된 정보, 보안 분야로 치면 금광을 찾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동이 근거지인 IS의 활동이 주춤한 사이 아프리카 소말리아를 근거지로 하는 이슬람 무장단체 알 샤바브가 급속히 세력을 넓히며 테러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알 샤바브는 2010년을 고비로 세력이 꺾이는 듯 했지만 미국과 연합군이 IS퇴치에 골몰하는 동안 세력을 키워 최근에는 산하에 7000~9000명의 대원을 둔 대규모 조직으로 확대됐다. AP통신은 9일 소말리아 정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미군 특수부대가 헬기를 이용해 알 샤바브 점령 지역 외곽에서 내린 뒤 적진으로 진격해 10명 이상의 반군을 사살했다고 전했다. 당초 목표였던 알 샤바브의 고위급 인사도 교전 과정에서 사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알 샤바브도 반격에 나서 9일 수도 모가디슈에 있는 경찰 시설을 공격해 경찰관 3명과 민간인 1명의 목숨을 앗아갔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6-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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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사이]알파고 시대, 통일도 새로 상상하라

    남쪽에서 10년 남짓 살면서 태조나 세조를 영화와 드라마에서 정말 많이 봤다. 남한 사람들이 역사 드라마를 이렇게 좋아한다는 사실은 매우 놀라웠다. 한편으론 북한 사람들이 불쌍했다. 그들에게도 분명 역사 드라마를 좋아하는 피가 흐를 테지만, 태조나 세조를 아는 북한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는지 모르겠다. 물론 북한에도 역사물 작품들이 없진 않지만 왕조 대신 외적이나 지배 계층과 싸운 역사와 인물만 주로 내세운다. 남쪽에서 또 놀라웠던 점은 역사물은 그렇게 많은데 미래를 상상하는 작품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미국만 봐도 ‘터미네이터’ ‘아일랜드’ ‘아이로봇’ ‘마션’ 등 미래가 배경인 영화가 수없이 많다. 하지만 한국은 할리우드 문화권에서 반세기 넘게 산 나라가 맞나 싶을 정도다. 그럼 북한은 어떨까. 똑같다. 거긴 미래를 다루는 작품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든 생각인데, 우리 민족은 과거에 대한 집착이 정말 대단한 것 같다. 그러니 남북이 싸워도, 정치권이 싸워도 과거사를 놓고 “사과하라”는 목소리만 끈질기게 나오는 것 아닌가 싶다. 이웃 일본인이나 중국인은 과거에 대해 “그땐 그럴 사정이고 앞으로가 중요하지” 또는 “따져봐야 지금 도움 안 된다”는 식의 실용주의적 세계관이 뚜렷하다. 하지만 우리는 대충 얼버무리고 지나가는 법이 거의 없이 시시비비가 붙으면 끝까지 이기고 봐야 직성이 풀리는 것 같다. 이걸 논증하느라 유교 문화까지 끌어들일 생각은 없다. 단지 하고 싶은 말은 정의감도 중요하지만, 과거에 대한 관심의 절반만 미래를 위해 쏟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왜 우린 역사 캐보기는 그렇게 즐기면서 미래를 상상하는 데엔 인색한 것일까. 미래를 다루는 작품을 만들려고 한다면 소재도 무궁무진하다. 우주나 좀비를 주제로 할리우드와 경쟁할 순 없겠지만 앞으로 수십 년 안에 한반도에서 벌어질 일만 한번 상상해 보라. 이 땅만큼 역동적인 사건들을 잉태한 곳이 지구상에 몇 곳이나 있을까. 통일 과정만 상상해 봐도 훌륭한 시나리오가 줄줄 나올 것 같은데 불행히도 흥행은 나도 장담할 수 없다. 시청자들은 여전히 600년 전 태조나 세조에게 더 관심이 많을 테니까. 난 미래가 과거보다 더 중요하다고 믿는다. 미래는 피하고 싶다고 피해지는 것도 아니다. 우리의 상상력이 부족한 대가는 나중에 혹독한 청구서가 돼 돌아온다. 통일만 하면 대박이 되는 줄 생각하는 사람들을 보면 허탈감이 느껴진다. 난 작금의 정치권에 통일대박을 기대할 바엔 로또대박을 기대하겠다. 물론 한국엔 ‘한강의 기적’을 만든 과거의 영화(榮華)가 있다. 그러나 그때야말로 모두가 잘살아 보겠다는 일념으로 미래를 바라보며 살았던 때가 아닐까 싶다. 과연 지금도 그러한가. 통일은 우리 민족이 반세기 안에 맞닥뜨릴 최대 사변이다. 그런데 통일 이후를 예상한 분석들엔 상상력이 너무 부족하다. 대다수가 북한이 붕괴되면 당연히 남쪽 시스템을 북에 복제하면 되는 줄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 사회가 과연 북한의 이상향이 될 수 있을까. 머릿속을 당리당략과 사익으로 채운 정치인들을 북한에 또 복제할 순 없다. 북한 청년들도 헬조선을 외치게 할 순 없고, 북한 아이들이 학벌을 좇아 밤 12시까지 학원을 전전하게 할 순 없다. 더구나 지금은 과거 백년의 변화가 눈 깜빡하는 사이에 일어나는 시대다. 마침 알파고의 등장으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갑자기 높아지긴 했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20∼30년 내로 정치제도와 관료제는 송두리째 흔들리고, 무인차가 달리는 도로 옆에선 3차원(3D) 프린터가 집을 찍어내는 시대가 올 것이다. 그런 미래에 통일이 오면 북한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우선 나부터라도 상상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작년부터 북한의 정치 경제 교육 사법 치안 등 사회제도의 청사진을 21세기에 맞는 선진시스템으로 그려보는 일을 시작했다. 그 과정에 든 생각은 북한의 잠재력이 정말 크다는 것이다. 토지도 국유이고 지정학적 위치도 뛰어나며 교육 수준도 높다. 제일 맘에 드는 것은 김정은 체제가 붕괴되면 북한의 발전을 가로막을 기득권 세력도 동시에 거의 사라질 것이란 점이다. 이런 북한에 모범적인 시스템과 리더십만 들어서면 수십 년의 발전 단계를 빠르게 건너뛸 수 있을 것이다. 6·25전쟁 이후 신분제도가 완전히 무너진 빈터에서 시스템과 리더십의 힘으로 경제 기적을 만들어 낸 한국이 바로 살아있는 증거다. 북한에서도 그런 역사가 재현되면 반세기 뒤엔 남쪽이 북한을 따라 배우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남북이 함께 흥하려면 역사 드라마에 빠져 있는 우리도 변해야 한다. 앞을 내다볼 줄 모르면 투표하고 돌아서자마자 “저 정치인에게 속았다”고 분노하는 일이 끝없이 되풀이될 뿐이다. 또다시 투표일이 눈앞에 다가왔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6-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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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쿠바 反제국주의 광장 메운 50만명, 美 댄스뮤직에 깨어난 ‘젊음의 본능’

    쿠바 수도 아바나의 일요일 밤은 흥분과 함성의 도가니였다. 미국에서 건너온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 그룹 ‘메이저 레이저’의 공연은 오랫동안 사회주의 체제 아래서 숨죽이고 살아왔던 쿠바 젊은이들의 음악 본능을 흔들어 깨웠다. 공연이 열린 6일 오후 호세 마르티 반제국주의 광장 앞엔 무려 50만 명의 인파가 몰렸다. 아바나 인구가 220만 명인 걸 감안하면 시내에 사는 10대와 20대는 모두 몰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는 여러분이 오늘과 같은 파티를 오랫동안 기다려 왔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룹 리더인 디플로(38)가 외치자 관중은 우렁찬 함성으로 화답했다. 공연이 시작되자 쿠바 독립의 아버지 호세 마르티의 이름을 딴 반제국주의 광장은 미국 음악에 맞춰 소리를 지르며 껑충껑충 뛰는 젊은 열기로 땅이 흔들리는 듯했다. 연인의 어깨 위에 올라 앉아 “디플로”를 외치는 아가씨들의 모습은 미국의 여느 콘서트장 풍경과 다르지 않았다. 다만 공연 도중 관객이 무대 위로 올라가 즉석 발언을 할 때마다 긴장된 표정으로 감시를 강화하는 보안 요원들의 모습만이 이곳이 쿠바라는 사실을 일깨워 줬다. 공연 시작 전 “쿠바 사람들이 우리 음악을 알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웠다”고 했던 디플로와 그가 이끄는 밴드는 ‘뉴욕’이라고 적힌 모자를 쓰고, 얼굴엔 빨간 글씨로 ‘디플로’라고 쓴 쿠바 젊은이들 앞에서 몇 시간 동안 정열적인 공연을 펼쳤다. 공연 무대는 과거 쿠바와 미국이 벌인 치열한 신경전의 산물인 ‘깃발의 벽’ 바로 아래 설치됐다. 미국이 광장과 붙어 있는 자국 이익대표부 5층에 2006년 1월 전자광고판을 설치해 정치 선전에 나서자 쿠바는 다음 달 건물 앞에 높은 깃대 138개를 세우고 검은 깃발을 달아 광고판이 보이지 않게 했다. 2014년 양국의 관계 정상화 발표로 당시 이익대표부는 현재 미국대사관으로 바뀌었다. 무대 정면에는 ‘조국이냐 죽음이냐. 우리는 승리할 것이다’라는 쿠바의 대표적 혁명 구호가 여전히 크게 걸려 있었다. 하지만 양국 관계는 음악과 스포츠를 앞세워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이달 21일과 22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현직 대통령으론 88년 만에 처음으로 쿠바를 방문한다. 메이저리그 구단 탬파베이 레이스가 동행해 22일 아바나에서 쿠바 야구 국가대표팀과 친선 경기를 갖는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6-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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